이 두 사람이 만날때
 
 
 
 
 

청춘이란 곧잘 새로운 만남이 생겨난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지금 현재 고등학생인 나는 새로운 사람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본것 뿐이지 만났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만약 그걸 만남이라고 한다면 생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하는건가. 또, 그거라면 매일이 만남이 있으니까 청춘이니 뭐니 요란한 말을 쓸 필요성은 없다. 애시당초 청춘이란 무엇인가. 일본에 있어서 봄은 일반적으로 벚꽃 계절이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에서도 벚꽃의 묘사가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럼 그 어디에 봄은 있는건가? 벚꽃이니까 앵춘이나 홍춘이라고 개명해야할 것이다. 뭐, 이런건 둘째치고 결국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만년 외톨이인 나에게는 청춘이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 ―――
"봄은 지내기 쉽다…인가. 야, 히키가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느냐"
 
벚꽃 그림이 구석에 그려진 한 장의 종이를 펄럭거리며 든 여성은 앞에 선 학생을 노려봤다. 그녀, 히라츠카 시즈카는 이 남학생, 히키가야 하치만의 교실 담당이며 이번에는 교실에 부여한 과제 내용이 너무나도 심했기에 호출했다는 것이다.
 
"아뇨, 아무것도 모르겠는데요"
명백하게 눈을 주위로 요동치면서 그 하치만은 대답한다.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가 꾸깃 소리를 내며 구겨지는걸 보고,
"거짓말입니다! 잘 알고 있어요"
하치만은 황급히 태도를 바꾸어 고개를 숙였다. 하아, 짧은 한숨을 쉬고 하치만의 옆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너도다. 아무리 네 성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
무척이나 귀찮다는 얼굴을 하며 말없이 끄덕인다. 대답을 하는것 조차도 귀찮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하고 또 한장의 종이로 손을 뻗어, 그걸 펼쳐 읽기 시작했다.
 
장미색 청춘이라고는 곧잘 말한다. 나에게는 어디가 장미색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장미색을 무슨색이라고 결정한건지. 장미라는건 색을 들인 물로 기르면 그 색으로 물들어버린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장미는 붉은색이 아닌가? 왜 청춘인가? 절대적으로 청춘의 푸른색은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푸른색은 정신을 진정시키는 효과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식욕을 제어하는 효과도 있는 색이다. 그것과 비교해 붉은색은 어떤가. 붉은색은 사람들의 감정을 격앙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무슨 소리를 할 수 있는건가. 청춘이란 봄의 기분 좋은 기후에 공부에 임하라는 의미로 붙인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공부 도중에 배가 고파도 푸른색을 떠올리면 그거 억제되어 간식도 막을 수 있다. 즉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인한 체중의 증가도 간식을 먹지 않는 것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니까 집에 틀어박혀서 공부를 해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청춘이란 공부에 힘쓰라는 소리다. 결론―――
"봄방학은 5월까지 있어도 좋다…라."
한 차례 읽고서 둘을 교대로 본 후에 방금전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은 다른 방향으로 비뚤어졌군"
"아니, 저는 전혀 비뚤어지지 않았잖아요"
"정말이지 뜻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을 쓴것 뿐입니다"
"나참, 누구 입이 지껄이는건지"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팔꿈치를 찧는다.
하치만은 중얼,
"애시당초 이런 시기에 청춘이란? 라는 레포트를 제출하게 하는 쪽이 비뚤어졌구만"
하고 의도치 않게 말해버렸다.
 
들릴락말락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말없이, 마치 작은 동물을 노리는 짐승같은 눈으로 하치만을 쳐다봤다. 순간 움찔거리며 허리를 쭉 폈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이제 됐다…돌아가도 좋다"
의외라는 듯이 얼레, 하는 얼굴로 하치만은 조금 봤지만, 어느샌가 옆에 있던 남학생은 교무실 문 앞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하치만도 돌아가기로 했다.
"실례했습니다"
예의상 말을 남기고 둘은 교무실을 뒤로 했다.
혼자 남은 히라츠카 시즈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 문제아를 어떻게 할지는 역시 꽤 고생하겠다. 그녀에게 협력이 있다고는 해도 이 시기에 어떻게 할 수 있을련지…
그녀의 고민을 하치만은 알리 없었다.
 
둘은 교무실을 나오고서 봉사부 부실로 향했다.
하치만과 함께 있는건 뭘 감추랴, 오레키 호타로다. 잠버릇처럼 비죽비죽 삐친 머리카락을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고 의욕없이 걷고 있다.
왜 그가 이 소부 고등학교에 왔냐고 하면, 그건 일주일 전의 일이다.
호타로가 다니는 카미야마 고등학교가 어떤 폭권같은 행사를 계획한 것이 발단이다.
다른 학교의 부활동을 체험하자!
이 간단한 행사인건지 잘 모를 일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각 부활동이 다른 학교의 부활동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전부 멤버는 소부 고등학교에는 고전부가 없었다는 것과, 인원상으로 딱 좋다는 도저히 어찌 못할 이유로 봉사부를 찾아왔던 것이다.
거기다 이 행사로 인해 놀랄 점은 서로의 승낙을 얻은 경우에만 이른바 홈스테이 같은 형태로 소부 고등학교 사람의 집에 묵어도 좋다는 것이다. 호타로는 이런걸 절대로 아무도 승낙할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다들 마음이 넓다? 인건지 인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호타로도 하치만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럼 왜 호타로는 하치만과 함께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호출받은것인가. 하치만과 호타로는 애시당초 학년이 다르니까 부활동을 같이 할 수는 있어도 수업까지 받는다는건 없을 것이다.
그랬을터이지만 오늘 6교시째는 종합 수업이라는걸로 참가하는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수업을 받은 호타로였지만 저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해서 굉장히 지쳐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주저앉아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발걸음으로 어떻게든 봉사부에 도착했다.
 
"여어"
하치만은 평소대로 적당한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앗! 힛키다! 얏하로- 오레키도 얏하로-"
핑크 머리카락을 좌우로 경단으로 만들어 활발해보이는 여학생이 하치만들을 깨닫고 말을 건다. 그 맞은편에 있던 긴 흑발을 내리고 손에 든 문고본에 눈을 향하면서 힐끔 하치만들을 보고,
"어머, 안녕 오레키. 그리고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눈이 썩은 당신"
굉장히 차가운 인사를 한다.
"야 야,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인사는 내가 아니었으면 마음이 꺾였을거다. 그리고 유이가하마, 얏하로는 아직도 쓰는거냐? 슬슬 다들 질릴거라고 생각하는데"
"증말, 그런거 아니야. 힛키가 멋대로 그런걸 생각하는것 뿐이잖아!"
뚱해져서 볼을 부풀리며 삐친 동작을 한다.
 
흑발의 여학생, 유키노시타는 조금도 캥기는 모습도 없이,
"그건 안타깝구나. 나는 네 마음을 꺾을 생각으로 말한건데"
그런 대화를 신경쓰지도 않고 호타로는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호타로가 들어온걸 확인하고 태연하게 호타로의 친구, 후쿠베 사토시가 말을 걸었다.
"하하핫, 호타로, 너는 여전하네"
"뭐가"
"아니, 전혀 신경쓰지 않는구나 해서. 일단 선배니까 신경쓰고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 대화 속에 내가 들어갈 곳은 없었잖아"
"무리야, 후쿠짱. 오레키가 그런걸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겉보기 미소녀인건 의심하지 않지만, 어딘가 천진함이 빠져있지 않은 소녀, 이바라 마야카는 바보취급하는 말투로 야유를 했다.
호타로는 내심 그건 그런가 생각하면서도 뚱해져서 마야카를 봤다. 그걸 깨달은 마야카는 더욱 센 시선으로 호타로를 쳐다봤다. 호타로는 귀신은 화내게 해선 안된다며 얌전히 물러나기로 햇다.
 
봉사부 부실 안에는 하치만,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 호타로, 사토시, 마야카 여섯명이 각각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 ㅇ여섯명은 유이가하마를 제외하면 모두가 그런대로 독서가라서 특별히 대화가 없어도 성립하고, 유이가하마도 이래저래 얘기를 꺼내어 시간을 죽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평온한 시간은 어떤 한 명의 여학생으로 인해 와장창 박살나버렸다.
복도에서 듣는 사람에 따라선 악마의 행진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노골적이게 호타로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져간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사토시의 얼굴은 즐거워보인다.
노크를 하는 일도 없이 문이 기세 좋게 열린다.
"저기! 큰일이에요!"
문을 연 그녀는 달려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하아, 양 무릎에 손을 대고 호흡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고개를 팟 들었다.
 
앞머리는 깨끗하게 다듬어져지고 둥그런 아몬드 형태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녀는 생각했던 대로 치탄다 에루였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모두 순간 움찔했지만 바로 차분함을 되찾았다.
고전부 멤버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고, 봉사부 멤버도 처음에는 허둥대는 치탄다를 걱정해서 제대로 대응하고 있었지만 교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익숙해져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건 알리도 없는지 치탄다는 소리를 지른다.
"앗, 죄송해요 갑자기 문을 열어버려서요. 하지만 큰일이에요!"
짧게 한숨을 내쉬고 호타로는 하는 수 없이 치탄다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아-, 그래서 왜 그래, 치탄다"
"앗, 오레키 씨! 그게 말이죠, 아무래도 이 학교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것도 이 교실 주변에 자주 나타나는 모양이에요"
귀신이라는 말을 듣고 유키노시타는 하아, 라며 한숨을 쉬고 유이가하마는 호들갑스럽게 놀란다. 하치만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탁 덮었다.
그런 셋의 각양각색의 반응하고는 달리, 고전부 멤버는 같은 반응을 보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것이다.
 
이 치탄다 에루라는 소녀는 언제나 여러가지 일에 흥미를 가지지만 미목수려, 성적우수와 재색겸비한 여학생인고로 귀신 따위 믿을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귀신 발언에는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단순한 소문이겠지"
조금 흥미가 솟았지만 해야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호타로는 가볍게 흘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걸 하는건 불가능하다고 이 교실에 있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호타로에게 흘러넘어갈뻔한 그녀는 호타로의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눈 앞에 서서 그 한 마디를 말한다.
그래, 그저 신경쓰여요, 라고.
그 말로 호타로는 더는 도망칠 수 없다고 다시 통감하고 풀썩 어깨를 떨구었다.
"하아, 그래서 뭐가 신경쓰이는데. 네가 귀신을 믿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네, 저도 귀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면 뭐가 원인이라서 이런 소문이 퍼지고 있는지 신경쓰여요"
과연, 하고 저도 모르게 납득해버렸다. 는걸 깨닫고 고개를 젓는다.
"그건 무슨 소문인데"
그 말을 듣고 치탄다의 눈이 파앗 빛났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게 말이죠, 방과후인것 같아요. 마침 이 시간 쯤이라고 생각해요. 남학생 한 명이 이 교실로 들어가는걸 본것 같지만, 안을 힐끔 쳐다봐도 그 남학생의 모습은 없고, 안에는 유키노 언니랑 유이 언니 밖에 없었다고 해요"
반쯤 기막힌듯이 치탄다에게 더 묻는다.
"그 남학생의 특징은 뭔가 들었어?"
으음, 하고 턱에 손을 대고 조금 생각한 후,
"허리가 굽어서 고양이등 같은 상태로 걷고 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눈가 부근이 썩은 물고기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고 했어요"
거기까지 말하니 일단 듣고는 있었지만 대답할 생각이 없었던 유키노시타가 쿡 웃었다.
하치만은 불쾌함을 담은 시선으로 유키노시타를 본다. 잘 모르는 모습인 유이가하마는 헤에- 라며 얼빵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토시도 웃음을 참는데 필사적인듯해서 마야카가 실례야! 라고 제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그걸 말하는 네가 실례잖아 라고 호타로는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멋쩍은 듯이 유키노시타에게 도움을 바라는 시선을 보냈다.
말없이 끄덕이며 책을 둔다.
"치탄다. 그건 귀신이 아니야. 뭐, 어떤 의미로 말하면 귀신인걸지도 모르겠지만"
"엣, 무슨 소리인가요?"
"그 소문을 퍼뜨린 학생이 본건 분명히 히키가야야"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였지만 그건 평정을 꾸리는것 처럼으로도 보였다. 그건 때때로 볼이 움찔움찔거리는데서 읽었다. 아무래도 필사적으로 이쪽도 웃음을 참고 있는 모양이다.
 
하치만은 불만스런 얼굴로 유키노시타를 보지만 그걸 신경쓰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러면 그 소문을 퍼뜨린 학생은 이 교실에는 둘 밖에 없다고 한걸까요"
"그건 그녀들이 히키가야를 몰랐기 때문일거야. 소문이라는건 그런거야.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해져서 최종적으로는 밑도 끝도 없다는게 소문이야. 뭐, 히키가야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테니까 어쩔 수 없어"
과연 이라는 듯이 유키노시타를 보고 끄덕인다. 하지만 다시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왜 썩은 물고기 같은 눈을 했다고 생각한걸까요"
유키노시타는 그 질문에 바로,
"히키가야의 눈이 썩어있기 때문이야"
냉정하고 그리고 무감정하게 말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하치만이었지만 내가 모르는데서 무슨 소리를 말해도 말이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소문이 퍼지다니 나는 유명인이야? 라며 별수 없는 생각을 하며 자조적으로 후후 웃었다.
유이가하마는 그걸 보고 우와- 거리면서 다소 오버하며 깨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답에 치탄다는 납득하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흥미를 채워졌을때 짓는 그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호타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군, 치탄다"
치탄다의 박력에 해방되어 책상에 엎드리듯이 상반신을 눕히던 호타로는 고개만 들어서 그렇게 물었다.
"네…"
"어음, 뭐가 불명확한 점이라도 있니. 확실히 히키가야의 눈은 썩었다기 보다는 썩어서 풍화했다는 편이 적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야! 내 눈은 그렇게 먼지가 되서 사라지는거냐, 라며 내심 푸념을 하며 무심코 딴죽걸어버린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묘해요"
"엣? 어디가 이상해?"
지금까지 오버 리액션을 할 뿐이던 유이가하마가 처음으로 정상적인 질문을 했다.
오오, 유이가하마도 정상적인걸 묻는구나, 따뜻한 눈으로 유이가하마를 본다.
그 시선을 깨달은건지 유이가하마가 나를 보고 "뭔가 실례한 생각 했지"
큭, 날카롭다. 이럴때 날카로운것 만큼은 얕볼 수 없는 유이가하마! 라고 해야할까.
"역시 이상해요"
치탄다는 역시 아직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히키가야 오빠의 눈이 썩은 물고기 같다는건 저는 잘 모르겠지만…"
"오, 모르는구나! 역시 내 눈은 아직 제대로 있었구나. 안심안심.
"그녀들은 왜 정면으로 보지도 않았는데 그런걸 알았던걸까요?"
"정면으로 보지 않아? 그건 무슨 소리니"
"네. 그녀들의 이야기로는 그 모습을 보고나서 여기에 들어갈때까지 뒤를 쫓아왔다는게 돼요. 이 교실이 있는 곳에서 생각해봐도 엇갈려서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구나, 여기는 복도 구석에 있는 편이니까"
"그래요. 그러니까 어째서 그런걸까요. 저 신경쓰여요"
방금전 같은 눈의 반짝임은 없었지만, 확실히 신경쓰인다는 분위기로 말했다.
으음, 다들 생각해본다. 하지만 생각해봐도 적당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치탄다는 다시 호타로에게 시선을 돌린다. 움찔거리며 황급히 눈을 피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돌아선 치탄다의 얼굴이 정면에 와 있었다.
하아, 짧은 한숨을 쉬고 호타로가 입을 열었다.
"아-, 치탄다"
이름을 들은 치탄다는 짧게 대답을 한다. 그걸 듣고 모두의 시선이 호타로에게 향해진다.
"아마 그 사람들이 본건 나라고 생각해"
"엣? 오레키 씨, 그건 무슨 소린가요?"
"그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건 최근일거 아냐. 마침 우리들이 여기에 온 부근부터다"
"네, 분명히 그래요"
"우리는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대개 방과후가 되고나서 부활동하러 오잖아.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었어. 아마 그 때도 있었을거야"
앗, 하며 생각났다는 듯이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보니 그 때 이미 오레키는 왔었구나"
말없이 끄덕이고 그리고 치탄다를 본다.
"그래. 그러니까 그녀들이 본건 나라고 추측할 수 있어"
하지만 말해봤지만 치탄다는 아직 납득은 하지 않는다.
이어서 호타로는 말한다.
"아직 납득하지 않은 얼굴이군…하지만 그 대답은 치탄다, 너 자신이 알거라고 생각해"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어벙한 얼굴로 호타로를 돌아본다.
"그럼 치탄다, 네가 들어왔을때 왜 앗! 하는 반응을 보인거지?"
"어음, 그건 무슨 소린가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건 무리도 아닐 것이다. 여기에 있는 호타로를 제외한 모두다 다 모르고 있으니까.
"아아, 그러니까 왜 어라? 가 아니라 앗! 이었냐는거야. 보통은 없다고 생각하면 의문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거야. 왜 있는거야? 라고. 하지만 너는 자못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게 당연하다는듯이 반응했어. 그것도 묘해. 만약 있다는걸 전제로 한다면 놀랄 일도 필요없어. 평범하게 얘기를 하면 됐을거야"
그런 말을 듣고 조금씩 자신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해가는 치탄다. 이렇게 되면 남은건 조금만 더 밀어주면 된다. 사실을 추구하는게 아니다. 치탄다가 납득할 수 있는걸 주면 된다.
"그러니까 치탄다는 이 부실에 들어와서 고개를 들었을때 순간 시야에 내가 들어온거야. 거기서였으면 마침 책상에 엎어져 있으면 상반신만 보일테니까. 그래서 무의식 중에 있다는걸 깨달았어. 하지만 그건 무의식중이니까 다시 내가 있다는걸 깨달았을때 놀랬다는거지. 아마 그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도 이 교실을 들여다 봤다고 했었지. 그러니까 그녀들도 의식하지 못한데서 나를 봐서 그게 이상한 소문으로 이어진걸거야"
"과연, 확실히 그런거라면 알겠어요. 언뜻 흰색을 보면 쌀을 먹고 싶어지는거랑 같은거군요"
그건 치탄다만 그런거 아닐까 생각했지만 납득해주는 모양이라서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말해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는건 낭비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호타로도 치탄다가 갑자기 말을 꺼낸, "확실히 오레키 씨의 자다 깬 얼굴은 썩은 물고기 같은 눈이라고 들어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 말에는 역시 딴죽걸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오레키의 머리 속은 어떻게 되어 있는거야"
마야카는 기막힌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린다. 사토시도 "호타로는 쓸데없는데서 도움이 되는 남자니까" 농담식으로 웃는다.
유키노시타는 조금 놀랬지만 바로 놓여진 책을 다시 들고 읽었다.
유이가하마는 일이 해결된 후에도 잘 모르겠는지 아직도 "으음, 결국 어떻게 된거야?" 라며 하치만에세 소근소근 물었다.
질문을 받은 하치만은 적당하게 대답하며 책의 뒷내용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집중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기는커녕 짜증마저 느끼는 느낌이었다.
그 조금의 이변을 몇 명은 느꼈다.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물론, 호타로도 그걸 깨닫고 곁눈질로 보고 그리고 시선을 떨구었다.
 
 
 
그 후에는 특별히 뭔가를 하는 일도 없이 평소대로 시간이 지나갔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독서를 하고, 거기에 말을 거는 사람,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토츠카 사이카, 그 낭자애라고 쓰고 남자애라고 일근ㄴ게 적합할 정도로 귀여운 남학생의 등장 정도다.
그는 그저 단순히 부활동을 보러 온것 뿐이라 특별히 용건이 있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들어오는것 만으로 하치만의 기분이 풀어져 포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조금, 유이가하마는 상당히 기쁜듯이 맞이해주었다.
이게 처음으로 만난 치탄다네도 그의 귀여움에 일동이 아연해하고 있었다.
"너희가 카미야마 고등학교의 학생이구나. 나는 하치만이랑 유이가하마랑 같은 반인 토츠카 사이카라고 해. 앗, 오레키하고는 아까 교실에서 봤지"
그러고 생긋 미소를 지어온다. 그 미소를 보고 있으면 고민 따위가 날아가버릴것 같았다.
잠시 잡담을 한 후에 시계를 보고, 왓, 하며 귀여운 소리를 지르며,
"이제 시간이 됐으니까 부활동 갈게"
라며 몸 앞에소 손을 작게 흔들며 부실을 뒤로 했다.
 
특별히 누군가가 의뢰를 하러 오는 기척도 없어서 오늘은 해산하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끝내기로 하자"
"그렇군"
"응!"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을 가방에 넣는다. 호타로네도 각자 짐을 집어넣고 자리를 일어선다.
"그럼 내일 또 봐요"
"그러게. 그럼 호타로, 치탄다. 우리는 이만 실례할게-"
사토시와 마야카는 황급히 나갔다.
"그럼 돌아갈까"
"네"
유이가하마는 치탄다에게 말을 건다. 치탄다는 유이가하마의 집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민폐라고 생각했지만 신세를 지고 있는 동안은 치탄다가 식사를 만든다는걸로 유이가하마한테서도, 집안 사람들로부터도 도리어 감사받을 정도였다.
사토시와 마야카는 이쪽에 있는 마야카의 친척 집에 신세를 지게 되어서 잽싸게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고로 유키노시타의 집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게 된다.
하지만 유키노시타가 쓸쓸해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좋아, 그럼 우리도 돌아갈까"
"그렇네요"
하치만과 호타로도 그렇게 말하고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부실을 뒤로했다.
 
귀가 길에 특별히 할 얘기도 떠오르지 않았고, 서로 스스로 말을 거는 타입도 아니어서 특별히 어색한 느낌은 받지 않았다.
시종 말없이 담담하게 귀로에 이른다.
후우, 내쉬는 숨이 하얗게 물든다. 하늘은 하얀 구름으로 덮여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당탕탕 뭔가가 날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요 최근 계쏙 이렇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이제 지쳤어-. 더는 공부하고 싶지 않아-!"
돌아온걸 시간 재기라도 한듯한 타이밍으로 푸념을 한다.
그건 하치만의 가장 사랑하는 동생인 히키가야 코마치였다.
그녀는 수험을 앞두고 있어서 지금은 열공하는 시기라서 메일 스트레스 한가득이라는 느낌이다.
평소 수업을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되는 호타로는 신세를 지는데 아무것도 안 할수도 없어서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다.
평상시부터 그 치탄다를 납득시키는게 일과처럼 되어버린 호타로는 뜻밖이게도 가르치는걸 잘 했다.
그게 도리어 재난이 되어 혼자 공부하는걸 보다 힘들게 되버린 모양이다.
"하아, 미안하지만 또 부탁해도 될까"
질린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호타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라면"
그렇게해서 이쪽도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향했다.
 
솔직히 이 시기의 하치만의 기분은 평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부를 가르친다고는 해도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는 단 둘이 있는 것이다.
겉보기에 호타로는 그런데는 흥미가 없다는 느낌이지만 코마치는 어떤지 모른다. 코마치도 호타로를 싫어하는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호의적이라고 보인다. 그러니까 코마치가 그런 마음이 드는게 아닐까 불안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냉장고에서 마음에 드는 MAX커피를 꺼내어 잠시 그대로 둔다.
자판기에서 샀을때는 바로 마시지만 차갑다는건 단맛이 조금 쓰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약간 상온에 내버려두는 편이 달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하치만은 만약 그렇게 되면 내가 아버지에게 죽을려나, 무심코 몸을 떨어버리는걸 생각하면서 테이블에 놓인 커피캔을 쳐다보고 있었다.
 
공부를 가르치러 온 호타로는 그 전에 어떤걸 질문했다. 그건 이번 이 소부 고등학교에 올때 누나에게 받아온 편지의 내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묻지 않으면 안 됐던 것이었다.
"저기 말야, 코마치짱은 히키가야 선배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코마치짱이라는건 처음에 히키가야 동생이라고 불렀더니 그렇게 불러줬으면 싶다고 들어서 하는 수 없이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다.
갑작스런 질문에 코마치는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놀랬어요…오레키 오빠는 남에게 흥미없다고만 생각했으니까요"
하아, 라며 숨을 내쉬고 지당하다며 스스로도 생각했다.
"확실히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안 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 를 신조로 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안 하면 안 될 일인것 같으니까"
무뚝뚝하게 말하는 호타로를 보고 코마치는 쿡 웃는다.
"뭐에요 그거. 뭐 신조라고 할까 좌우명이라고 하면 저도, 쓸 수 있는건 오빠라도 쓴다, 라는걸 갖고 있어요"
"그건 히키가야 선배한테 동정하겠는데…"
"그건 둘째치고 오빠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였던가요. …그렇네요, 저로서는 좀 더 착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거나, 그 비뚤어진 성격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다거나 여러가지로 있지만요…가장 좋은건 자신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네요"
쓸쓸한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며 말했다.
"지금 히키가야 선배도 자신에게 솔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으음, 확실히 그렇긴 한데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좀 더 남을 의지한다고 할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낸다고 할까, 그런 느낌일까요?"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머리를 척 기울이면서 코마치는 말했다.
겉보기에 따라선 약아빠진 몸짓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호타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코마치가 말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이 일주일동안 느끼고 있던건 그런거였던걸까. 그 셋의 사이에 특별히 벽같은걸 느낀건 아니다. 하지만 위화감은 항상 느끼고 있었다. 그 위화감은 그런거였따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쩌면 좋지. 정말이라면 이런건 하고 싶지 않지만 누나의 편지와 그 사람에게도 들으면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다고 하는 편이 적당ㅎ나가. 그러지라도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남은 이틀밖에 없는 그 동안 끝내야 하는걸까.
 
갑자기 입을 다물고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호타로를 코마치는 걱정이 됐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왠지 모르게 알아서 미소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코마치를 방치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호타로는 고개를 숙였다.
"아아, 미안!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후훗, 괜찮아요. 그래서 생각하고 있던건 정리 됐나요?"
대답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고,
"그렇군"
라고만 대답했다. 말로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강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가요, 그럼 이제 곧 밥먹을까요"
벌떡 일어나서 호타로의 손을 잡고 억지로 아래로 데리고 간다.
끌려가면서 호타로는 정말로 여자는 강하구나, 라며 새삼 생각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호타로는 남은 이틀간에 이 홈스테이같은것도 끝나나, 라며 느끼면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걸 코마치가 몽롱한 눈(하치만의 기준에서 보면)으로 보고 있어서 하치만은 두 사람을 힐끔힐끔 보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묵묵히 먹고 있었다.
그런 하치만의 불안과 호타로의 결의가 뒤섞인채로 저녁은 종료했다.
그리고 마침내 호타로가 각오를 굳힌 다음날을 맞이하게 됐다.
 
 
다음날, 평소대로 하치만은 학교로 투고하러 갔다. 그걸 코마치와 호타로 둘은 현관에서 배웅한다.
기분 탓인지 두 사람이 선 위치가 조금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어 무심코 소리가 나올뻔했지만 어떻게든 참고 현관 문을 닫았다.
"갔네요"
"그렇군.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던것 같았지만, 뭐였던걸까"
"글쎄요, 그건 오빠밖에 몰라요. 그보다도 공부 시작하죠"
 
어제는 그렇게까지 고집을 피우며 싫어했는데 하루 지나니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공부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걸 인식하고 있는건지 호타로를 재촉해온다.
"알았어. 그럼 시작할까"
그리고 2층으로 향해 걷기 시작한 호타로의 팔에 코마치가 매달린다.
호타로는 황급히 얼굴을 붉히며 떼어내려고 하지만 그보다도 빠르게 코마치는 슥 떨어졌다.
"오레키 오빠도 빨개지네요. 왠지 귀여워요"
후훗 웃으면서 놀리듯이 말한다.
"그야 그렇지. 나도 남자니까"
"어라어라? 그럼 저를 제대로 여자로 보고 있다는거에요? 오빠의 동생이 아니라?"
 
호타로는 어떻게 대답해도 시치미를 떼어져 자신에게 형편이 나빠질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연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 호타로를 보고 코마치가 계단을 제일 위까지 가볍게 올라가 돌아보고, 방금전까지 놀리는듯한 태도가 아닌 자애로 가득찬 미소를 호타로에게 지었다.
"오빠를 부탁할게요. 저런 오빠여도 저의 오빠에요. 유이 언니하고도 유키노 언니하고도 사이 좋게 지내줬으면 싶으니까요"
더는 호타로에게 망설임은 없다. 그 말에 굳게 끄덕였다.
"그럼 공부 시작할까"
"얼레, 방금전까지 좋은 느낌이 다 엉망이라구요"
뿌우 볼을 부풀리며 삐친듯한 몸짓을 하지만 정말로 화난게 아니라는건 확연했다.
적당하게 달래며 호타로는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학교에 도착하고나서 하치만은 전혀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집에 있는 그 둘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행사는 내일이면 끝난다. 그러면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이젠 오늘이나 내일 밖에 없다.
불안해서 평소와 태도가 달랐던 하치만에게 유이가하마는 걱정스러워서 말을 걸지만 하치만은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하치만에게 유일하게 반응을 받은건 토츠카의 안녕이라는 인사 뿐이었다.
이런 상태로 수업 따윈 순식간에 지나가 그리고 방과후를 맞이했다.
 
하치만은 쏜살같이 부실로 향해 걸어갔다. 걸었다기보다는 그냥 뛰었다고 하는 편이 적당할지도 모르지만.
호타로가 부실에 가장 먼저 와 있다는건 알고 있으므로 부실로 서둘러서 간 것이다.
그러자 아니나다를까 부실 문을 여니 호타로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앗, 안녕하세요 히키가야 선배. 오늘은 빨랐네요"
"아, 아아. 왠지 오늘은 부실에 서둘러 오고 싶었거든"
황급히 눈을 피한다. 시선이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 하치만에게 사양하는 모습도 없이 호타로가 조금 목소리 톤을 높이며 말했다.
"히키가야 선배. 할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게 짧게 한 마디만 듣고 하치만은 무심코 몸을 굳혀버린다. 어제부터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던 일. 그걸 지금 들어버릴것 같아서 거부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들으면 역시 회피할 수 없다고 결심하고 듣기로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히키가야 선배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이 상황? 은 무슨 소리야. 이 애매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소린가? 뭐 확실히 나로서는 확실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니까, 오빠로서도. 응.
"그렇군, 별로 좋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찬동하듯이 호타로는 끄덕인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 둘도 잡지 않고 이 상태를. 이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느낌이 듭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데! 애시당초 네가 원인이잖아! 어차피 남은 이틀이면 끝이니까 이대로 가주면 좋을거라고 생각하는 점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렇게까지 문제는 없겠지. 이제 얼마 시간도 안 남았으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얼마 시간도 안 남았기에 이대로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드물게도 열렬하게 말하는 호타로에게 의외스런 느낌을 받는다.
 
이 녀석이 이렇게 뜨거워지다니, 정말로 진심인가? 그럼 나도 제대로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나.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건 그 녀석 자신이고, 그 이상으로 우리 부모님 쪽이 상당히 성가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건 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한 태도가 체념이 섞였다는 느낌을 받아 호타로는 이 또한 드물게도 짜증을 느꼈다.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당신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것 뿐이잖습니까"
 
엑? 나는 그렇게나 힘이 있어 보여? 집에선 바로 셔틀 취급인데. 학교에서도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고.
"유감스럽지만 지나치게 샀어. 나에 그런 힘은 없다"
 
"정말로 모르는겁니까? 지금 이 상태가 당신의 힘이 불러 일으킨 결과라구요"
그 말에 하치만의 머리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상태를 만든게 내 힘? 이 상태를 만든건 당사자끼리의 문제가 아닌가?
 
대답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호타로도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대화를 떠올리니 어딘가 맞물리지 않는다는걸 깨닫고 조심조심 물어본다.
 
"저기, 새삼스럽지만 히키가야 선배는 무슨 얘기라고 생각해서 말하는겁니까?"
갑자기 질문받아서 솔직하게 대답해버린다.
"하아? 뭐냐니 너랑 코마치에 대해서…가 아니냐?"
그리 말을 듣고 갑자기 어깨의 힘이 빠져 호타로는 의자에 주저앉아버린다.
"아니라구요. 저는 이 부활동에 대해서 말한겁니다"
하아, 라며 깊은 한숨을 쉬고 호타로는 말했다.
그리고,
"뭐 됐어요. 그럼 한번 더 물을게요. 히키가야 선배, 당신은 이 부활동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질문을 바꾸고 호타로는 다시 하치만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치만은 조금 생각하고,
"그렇군, 여기는 나에게 있어서 있어도 나쁘지 않은 곳이군"
뭔가를 얼버무리는듯한 애매한 대답.
있어도 좋은게 아니고 나쁘지 않다는 대답.
"확실히 여기는 있어도 좋은 곳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이번 일주일을 보고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본심을 감추고 있는 위화감도 계속 느꼈습니다"
"위화감?"
"네. 어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것처럼, 가짜같은 느낌이요"
가짜라는 말이 하치만에게 꽂힌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건 어제입니다. 어제 저는 히키가야 선배와 함께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갔습니다. 거기서 당신의 레포트를 히라츠카 선생님이 읽은걸 듣고 확신했습니다"
"어제 그건가…하지만 그걸로 뭘 알았다는거야"
"어제 레포트, 그 속에서 히키가야 선배는 외톨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그게 어쨌는데. 외톨이인건 사실이니까 아무 문제 없잖아"
아니오, 라고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확실히 시작은 외톨이였다고 동생분에게 들었습니다"
 
코마치는 그런 얘기까지 했나.
야, 딴죽을 넣어라고. 머리 속에 떠오른 코마치의 이미지가 낼름 혀를 내밀고 윙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어디를 어디에서 봐도 외톨이가 아닙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프로 외톨이인 이 내가 그럴리가 있나.
"그건 무슨 착각이겠지. 나는 계속 외톨이였다고"
무의식중에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런가요…하지만 당신의 주위에는 걱정해서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서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도 외톨이라고 할 수 있는겁니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다.
"실은 당신 자신도 알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건 이 상태를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까? 지금 이 기분 나쁘지 않는다는 환경이 바뀌어버리는걸 두려워하고 있다. 가짜라고, 거짓말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싶다는걸 알고 있어도 그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 공간을 부수고 싶지는 않다.
움켜쥐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당신이 지키고 싶은건 뭡니까? 이 공간입니까? 아니면 그 둘과 관계성입니까?"
"그건…"
입에 담기어 대답할 수가 없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약해진거야. 지금까지 딱히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관계가 무너지는걸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떠나가는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떠나갑니다. 반대로 떠나가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되든 떠나가지 않을거에요. 그 둘은 떠나갈만한 사람입니까?"
 
그런걸 나에게 물어도 똑바로 알리가 없다. 그럼 뭐라고 대답하면 좋지? 하지만 확실히 그렇다고 하는 확신이 있으니까 생각하는것 보다도 먼저 입이 움직인다.
"떠나가지 않겠지… 떼어내도 멋대로 따라오는 녀석이야. 특히 유이가하마는 말이지. 거기다 유키노시타도 분명…"
 
"그거면 됐습니다. 당신은 그 둘을 생각했던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건 본인밖에 알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거라고, 그렇게 있어줬으면 싶다는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그럼 그걸 솔직하게 전하면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아무리 서투르더라도 그것이 거짓없는 마음이니까. 그걸 똑바로 전하고나서 또 시작하면 되는겁니다"
 
연하에게 위로받고, 내 인생관까지 뒤집어지는 소리를 듣다니 정말로 나는…외톨이로서 주위에 영향을 주지 않다록 가능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보내왔는데,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데서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있던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상처입고 또 실수할뻔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건가?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
 
"하아, 정말이지 너는 특이한 녀석이군"
 
"그걸 당신에겐 듣고 싶지 않습니다"
 
둘은 짧게 말을 나누고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
그 분위기를 깨부수듯이 문이 열렸다.
"얏하로-! 앗, 힛키 왜 종례 마치고 바로 사라진거야. 나 청소니까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짐짓 화났다는듯 보이는 유이가하마를 따라 유키노시타도 조용히 들어왔다.
"아아, 미안"
단 그 한 마디였지만 확실히 지금까지하고는 다른 무언가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느꼈다.
호타로도 그걸 느끼고,
"오늘은 용건이 있으니까 이걸로 실례합니다"
라고 말하고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엣? 그치만 막 온참이 아냐?"
"그렇긴 하지만, 갑자히 일이 생겨서요"
가방을 어깨에 매고 문 앞으로 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왠지 급하게 돌아가버렸네"
"그렇구나. 하지만 용건이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그렇군"
유키노시타는 평소처럼 의자에 앉아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유이가하마도 휴대폰을 꺼내어 만지고는 유키노시타에게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하치만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나서 입을 열었다.
"저기 말야, 할 얘기가 있는데 괜찮겠어?"
놀란 얼굴을 보이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하지만 그 모습도 잠깐이어싿. 유키노시타는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책상에 두고 몸을 돌린다.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슥 서서 정면으로 나를 봤다.
그걸 승낙으로 받아들이고 하치만은 다시 입을 연다.
 
"나는――――――"
 
휘융- 하는 바람부는 소리가 창밖을 불어간다. 그 바람에 흔들려 덜컹덜컹 창틀이 울리고 있었다. 하치만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밖에 몰랐다.
 
 
 
 
 
 
이 일을 호타로를 제외한 고전부 멤버가 알게 된건 상당히 지난 후였다.
그 때 몇분 후에 부실로 찾아온 사토시나 마야카, 치탄다는 거기에 있던 호타로로 인해 부실로 들어가는걸 방해받아, 그대로 놀러가는 것으로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뭔가 깨달아준것 같아서 잽싸게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대로 다같이 가게 됐다.
그럼 어째서 들켜버렸는가. 그 행사가 끝나고나서 벌써 몇 주가 지났다.
평소대로 부실에서 먹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갑자기 호타로의 휴대폰이 울었다. 이걸 섣불리 꺼내들어버린게 호타로의 실책이었다.
휴대폰을 꺼내들어서 지금 온 메일을 확인하자 송신자는 히키가야 코마치, 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얼마전에는 감사했습니다. 오빠는 아직 어색한 점도 있는것 같지만 이전보다도 밝아졌다고 할까, 비뚤어진 소리를 하는게 줄어들었습니다 웃음. 이것도 오레키 오빠의 덕분이네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오레키 오빠가 뭔가 해줬다는건 알겠어요. 그리고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서도 오레키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뭐, 그건 둘째치고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PS. 또 저희집에 와서 여러가지로 가르쳐주세요. 기다릴테니까요, 하트.』
 
"헤에, 호타로 어느틈에 히키가야 선배의 동생분이랑 사이 좋아졌구나"
짓궂은 미소를 호타로에게 짓는다.
"딱히, 그저 신세를 진 집의 사람인것 뿐…어라? 사토시, 왜 히키가야 선배한테 동생이 있다는걸 알고 있는거야?"
"후훗, 어리석은 질문이야 호타로. 나는 데이터 베이스야!"
엄지를 척 세우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십니까, 호타로는 기막한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생각했다.
마야카는 그저 사토시가 호타로를 놀리고 있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특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되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하면 물론 치탄다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것 처럼 보이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 사토시가 말한 '사이 좋아'라는 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럼 그 불안을 해소해주면 될 뿐이다.
"아아-, 티찬다. 나는 그저 공부를 가르쳐준것 뿐이야"
"엣?"
"히키가야 선배의 동생분은 지금 중3이라서 수험을 앞두고 있으니까"
"뭐야, 그런거였군요. 설마 오레키 씨가 로리콘이라는거에 눈을 떠버렸다고 생각해서요"
에헤헤 수줍은듯이 말하는 치탄다.
"야! 지금 중3이라고 말했지! 한 살 아래라면 로맄노도 아니고, 거기다 그런 관계도 안 됐어!"
앗, 그런가요 라며 또 어벙한 대답을 듣고 힘이 빠진다.
 
거기에 사토시가 또 질문을 해온다.
"하지만 그 호타로가 남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건 의외였네. 어떤 심경의 변화였던거야"
귀찮다는 듯이 흘낏 사토시를 노려보고 한 마디만,
"동족혐오…였던걸지도"
라고만 말했다.
그 후에 사토시나 마야카한테 그 일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받았지만 호타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타로는 의자에 기대어 창밖의 구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조하듯이 히라츠카 시즈카도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손에는 하치만이 다시 썼다고 추측되는 종이와 개봉된 갈색 봉투였다.
"하지만 그녀의 동생에게는 놀라게 되는군. 설마 그 우스꽝스런 레포트도 계산이었다는건가? 뭐 대체 어떤 수를 쓴건진 모르겠지만 그 히키가야를 조금이라고는 해도 단기간만에 바꿀 수 있다니. 뭐, 아직 개선해야할 점은 많이 있지만. 이 레포트도 저번 보다는 낫지만 아직 스타트 라인이라는 점인가"
그 종이를 쳐다보고 조금 얼굴이 풀어진다. 그리고 그 레포트 용지 아래에서 보이는 봉투의 착신인에는 '오레키 토모에'라고 쓰여있었다.
히라츠카 시즈카는 담배연기를 하늘로 푸우 뱉어낸다.
그녀의 이마에 차가운 결정이 떨어졌다.
"눈인가…"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본채로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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