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숨겨진 문자를 전하는 자들VALKYRIE.
 
 
 

  1
 
 

 조사 의뢰내용……미설정.
 토벌 대상……미설정.
 긴급 시에 따라, 관계명위는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할 것.
 
 반년전의 일이다.
 브륜힐드 에익벨의 힘에는 달의 차고 빠지는 것처럼 정기적인『얼룩』이 있다.
 그녀는 십자교의『성인』과 북구신화의『왈큐레』, 두 가지의 자질을 동시에 겸비한 인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힘을 동시에 휘두르는 건 불가능하다. 쌍방의 힘이 서로에게 반발하기 때문에 곱절은커녕 약해져버리는 일이 많은 것이다.
 성인으로서의 힘이 강한 때는 왈큐레의 힘은 제로와 같아진다.
 왈큐레로서의 힘이 강한 때는 성인의 힘은 제로와 같아진다.
 달의 이지러짐으로 예를 든다면, 만월과 초승달처럼 극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거라면 문제는 없다.
 어느 쪽이 한편이라도 브륜힐드는 상당히 강력한 힘을 휘두른다. 성인으로서의 힘이 있다면 음속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고, 왈큐레로서의 힘이 있다면 주먹 하나로 탱크를 'ㄱ'자로 부러뜨릴 수 있다. 보통 마술결사를 적으로 돌려도, 고작 혼자서 상대를 섬멸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인건 어중간한 때다.
 달의 이지러짐으로 말하자면 반달이라고 해야 할까.
 성인과 왈큐레의 힘이 딱 반반으로 길항했을 때. 천칭이 딱 수평을 유지한 시기는 양쪽의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브륜힐드 에익벨은 3개월 중에 며칠만큼은 보통 인관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시기가 있다는 소리다.
 거기를 노려졌다.
 적이 되는 북구신화계의 마술결사가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브륜힐드의 자질을 이해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우연이든 뭐든 약점을 찔리면 거기까지다.
 전신이 찢어지기 직전까지 뭇매질을 당하고 그대로 지면에 끌려가며 차가운 뇌옥에 감금당했다. 양 손발을 두꺼운 족쇄로 경계당해 누워서 자는 것마저도 허락받지 못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바로 죽이지 않았던 것은 그들 마술결사의 욕망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브륜힐드가 성인이나 왈큐레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증오하면서도 그러는 동시에 왈큐레라는『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는 연구소재』를 손에서 놓기는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다.
 브륜힐드 에익벨은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한 인간이었다.
 그런데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보통의 인간이라면 우선 구축하지 않을, 특수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술식』을 몇 가지 저장하고 있었다.
 결사의 인간은 그걸 추구했다.
 
 이야기가 아닌 고문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은 원시적인 방법을 좋아했다. 금속제의 금구를 사용해 손뼈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조르고, 흉판에 세게 조아둔 로프는 폐를 움직이는 횡격막을 방해하여 그녀를 질식으로 몰아붙인다. 날붙이로 얇게 피부를 베어내서는 소금을 뿌리고, 내장을 괴롭게 만들기 위해 양동이 한 바가지에 들어간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하고, 몸을 둥근 자세로 고정시키는 것으로 근육의 단렬(斷裂)직전의 과잉한 부하를 주었다.
 단순한 정보수집 작업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커먼 유열이 있었다.
 처음에는 얼버무리듯이 무표정이었던 녀석들의 표정이 차례차례로 나사가 풀리듯이 일그러진 미소로 바뀌어 간 것이다.
 브륜힐드 에익벨이 너무 특수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사의 인간은『똑같은 인간에게 대하는 양심』이 작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브륜힐드도 간단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그들의 고문에는 일정한 특징이 있었다.
 우선 손가락을 절단하거나 안구를 도려내거나 하는『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수준의 고문은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강간 등의 성적인 고문은 하지 않았다는 점.
 ……별로, 브륜힐드의 인권을 생각한 판단은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애초에 고문 같은건 하지도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일선』을 넘어버리면 브륜힐드가『단념』해버리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없어진 인간은 도리어 자백하지 않게 된다. 모든 아픔이 아무래도 좋다는 게 돼 버리는 것이다. 그걸 회피하기 위해 마술결사의 인간은 굳이 브륜힐드의 마지막 일선은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날붙이의 끝으로 가볍게 뚫고 자극 주는 듯 한 모습으로.
 몸에서 검푸르게 변색하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마음에서 희로애락을 정상적이게 구분하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고문은 아침에 시작해서 밤에 끝났다.
 창문 하나 없이 햇빛의 유무도 모르는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의 생활리듬을 잃지 않았던 것은 매일 2번 정해진 시간에 전해져오는 식사 덕분이었다.
 아침과 밤.
 고문이 시작되기 전과 고문이 끝난 뒤.
 언제나 그 시간에 브륜힐드 에익벨의 뇌옥으로 식료는 전해졌다. 가져오는 건 딱딱한 빵과 묽은 맛의 수프. 거기에 야채요리가 몇 가지 정도. 뜻밖의 영양 밸런스가 생각되어 있는 것에 브륜힐드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린 정도였다.
 요리를 가져오는 담당의 인간은 정해져 있었다.
 10살 전후의 소년이었다.
 입고 있는 조악한 의복에 볼에 남은 푸른 멍. 그리고 오른 발목에는 채워진 철의 추. 거기에서 판단하건데 보나마나 브륜힐드와 비슷한 환경의 인간이나 그 관계자인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경계했다.
 하지만 브륜힐드에게 있어서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간은 소년밖에 없었다. 신뢰라기보다는 대부분『고문을 받은 걸로 잃어버리고 있는 정신성』을 되찾기 위한 작업처럼 브륜힐드는 소년과 말을 나누게 됐다.
 두 세 마디부터 시작했다.
 그건 이어서 필요최저한의 수준을 넘은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윽고 표정을 움직이고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건 굉장히 어색하고, 기껏해야 베인 상처가 피로 굳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브륜힐드는 오랜만에 자신의 의사로 웃을 수 있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문질러 끊어진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어행위, 라는건 전제인걸지도 모른다. 사실은 단순히 자신을 보통의 인간으로 대해주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때, 평소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가져온 소년은 이런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라고.
 거기에서 시작된 것은 불과 10세 정도의 소년의 참회였다.
 그는 마술결사의 인간한테 명령받고 있었다. 브륜힐드의 마음의 지지대가 되라고. 장기간 고문으로 정신적인 방죽이 약해져버리면 몸을 혹사시키는 효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소년이 브륜힐드의 마음을 흔드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이 마비를 일으키는걸 회피하고 보다 강한 고문을 주는 것이라고.
 뜨거움에 익숙해진 인간은 다소 뜨거운 물에 닿아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얼음물에 담근 손을 뜨거운 물속으로 찔러 넣으면 통상이상의 뜨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소년은 그『기분 좋은 얼음물』의 역할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보다 한층 더, 브륜힐드 에익벨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
 "미안해요"
 소년의 참회는 계속된다.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 자신의 비력을 저주하면서 그는 마음 어딘가에서 무조건으로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브륜힐드를 보고 우월감에 잠기고 있었다라고. 일정한 동작, 일정한 말을 하는 것만으로 마치 플로차트에 따르는 듯이 여성이 마음을 열어준다. 그것이 어쩔 도리가 없이. 어쩔 도리가 없이.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이 기뻤던 것이라고.
 "……"
 증오는 솟아나지 않았다.
 결국, 그건……이 소년은 이런 경우에 있는 브륜힐드와 사이좋아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함께 웃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쁜 것은 그 마음을 짓밟는 듯한『명령』을 강제한 마술결사의 인간이다. 왜, 이 소년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뭔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톡 하고 작은 것이 움직인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5년 전, 평온한 생활을 바라고 있었던 뿐인 결사를 철저하게 본쇄당하고, 그리고나서 연거푸 쫓기고. 마음의 톱니바퀴에 모래가 막힌 것처럼 그 움직임이 저해 받고 있었다. 그 모라입자가, 깨끗하게 없어진 감각이 있었다.
 이 소년을 구한다.
 그걸 위해 한 번 더 싸운다.
 그로부터 브륜힐드는 바뀌어 있었다. 고문을 당하면서도 가능한 체내에 힘을 저장하게 됐다. 식사 타이밍에서 날짜를 정확하게 세어, 몸속에 깃들은 힘이 차오르는 것을 오로지 기다렸다.
 그녀의 힘은 달의 이지러짐처럼 변동한다.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자면 3개월 주기라고 해야 할까.
 성인과 왈큐레, 둘 중의 힘이 보다 강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인해 변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왈큐레 쪽으로 기울게 되기까지 앞으로 며칠이 남았다. 힘이 완전하게 채워지면 이 족쇄를 부숴내고 뇌옥을 박살내고,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있다. 긴 시간 고독 가운데서 괴로워한 소년에게 손을 뻗고, 따뜻한 태양 속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거기에, 삶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에 분명 브륜힐드는 세상의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런 때였다.
 평소의 식사 시간에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에 다가온 것은 매일 그녀의 몸에 고통을 주던 마술사였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부풀었다. 마술사의 손에는 한 통의 편지가 있었다. 검붉은 색으로 더러워진 작은 편지였다.
 "그 꼬마, 자살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질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브륜힐드의 마음을 용동치기 위해 일부러 소년을 여기에서 떨어뜨려놓고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술사에게 그런 의도는 없는 모양이다.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검붉은 색으로 더럽혀진 편지를 펴기 시작했다.
 "네 마음을 흔들기 위해 교류를 시키고 있었지만 어지간히도 죄악감에 사로잡히고 있었던것 같군. 아침에 상태를 보러갔더니 방에 쓰러져 있었다"
 괴로움을 주기 위해.
 고통 주기 위해.
 비웃기 위해.
 우월감에 잠기기 위해.
 마술사는 브륜힐드의 눈앞에서 검붉은 색으로 더럽혀진 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늘하늘 팔랑거리는 편지가 브륜힐드의 시야에 들어왔다. 거기에 쓰인 뭉그러지게 떨리는 문자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라고.
 
 뿌직.
 브륜힐드의 안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무슨 비유도 아니다. 지금 그녀에게는 왈큐레로서의 범인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분노에 맡겨서 밖으로 분출된 결과……브륜힐드의 안면 근육이 터무니없게 움직여서 피부를 종횡하며 찢어놓은 것이다.
 마치.
 한 개의 머릿속에 몇 개의 입이 벌어진 것 같았다.
 마술사가 증오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고문을 계속 받아온 것이 증오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장 그녀의 마음을 태우고 있는 것은 자살할 정도로 몰아붙여지고 있었던 소년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걱정이 아닌, 브륜힐드를 걱정했던 사실이었다.
 히익, 하는 마술사의 말이 들려왔다.
 브륜힐드 에익벨은 무시했다.
 팔을.
 움직여라.
 그것만으로 지금까지 그녀의 몸을 구속하던 두꺼운 족쇄가 부식!! 하고 기세 좋게 끊어졌다. 족쇄를 구성하는 금속 고리가 튕기듯이 날아가, 어떤 것은 벽에 틀어박히고, 다른 것은 마술사의 머리를 용서 없이 날려버렸다. 브륜힐드의 머리카락이나 볼에 피가 튀었지만 그녀는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리고나서 그녀는 세상 끝까지 닿을만한 포효를 발했다. 뇌옥의 출구를 막는 두꺼운 벽을 주먹 하나로 날려버리고, 마술결사의 시설 복도로 뛰어다나갔다.
 모든 것이 튕겨 날아갔다.
 작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쌓아뒀던 힘이 모두 다른 목적으로 휘둘러졌다.
 
 

  2
 

 
 브륜힐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메말라버린 장소였다. 원래는 미네랄워터 공장이 있었던 장소지만 상류의 댐건설로 인해 수맥의 흐름이 크게 비틀어진 결과, 바싹 마른 대지만이 남은 장소다. 이미 기업의 공장은 완전히 철퇴하고 남은건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와 틀만이 놓여있었다.
 비바람으로 지붕이 빠진 건물에는 별빛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대다.
 죽음을 각오한 야경으로서는 더 무덥다. 그리고 이상한 밝기가 있었다. 마치 용광로 같은 오렌지색의 빛이 아래에서 위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지면의 곳곳에서 새하얀 증기가 새어나왔다. 뭔가 유황 같은 냄새도 떠다니고 있다.
 제대로 된 판단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걸죽걸죽한 용암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이 인근은 활화산은 아니다. 온천이 있을만한 장소도 아니고, 그리고 용암이 직접지면에서 분출하는 듯 한 조건은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은 쩍 갈라지고 거기에서 녹은 철처럼 빛은 확실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그 공간의 주인의 분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것 처럼.
 그런 가운데 브륜힐드는 서성거리고 있었다.
 특별히 종교적인 기호나 상징을 사방팔방으로 묻어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명백하게 불길한 물품에 둘러싸인 것도 아니다.
 브륜힐드는 그런걸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라기 보다 북구신화의 진수는 십자교처럼 군림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으면 모르는 사이에 누구나가 알고 있었다고 하는 침투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니까.
 "……흠"
 브륜힐드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마치 가느다란 낚싯줄로 잡아올린듯한 푸른 멍이 들어 있다. 칸자키 카오리한테서 온 역탐지의 흔적이었다. 브륜힐드가 천천히 손에 힘을 더해서, 피의 순환을 제어하자, 그것만으로 푸른 멍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좀, 너무 놀았나"
 중얼거린 직후였다.
 사사사……하고 공장 주위의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엄밀하게는 다르다.
 지하철 터널 속을 열차가 통과할 때, 역의 홈에 인공적인 바람이 발생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것과 똑같아. 너무나도 거대한 운동 에너지가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의 경치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
 거대한 기척에 응하듯이 브륜힐드는 옆의 벽에 세워둔『창』을 손에 들었다.
 전체길이 3미터는 되는 대형의 무기.
 하지만 그걸 단순한『창』으로 호칭하는 건 정말로 올바른 것일까.
 물푸레나무의 나무 자루를 중심으로 복수의 강철이 복잡하게 얽힌 듯이 만들어진 실루엣. 그건 창의 끝은커녕, 보기에 따라서는 검이나 도끼 등, 전혀 다른 특징마저 항간에 보인다. 마치 속이는 그림 같은 무기는 생물처럼 맥동하고, 물푸레나무 자루의 주위를 뱀처럼 감싸고 있었다.
 완성에 향해서 지금도 성장을 계속하는 전설의 창.
 진실로 완성한 그 때는『창』의 힘을 완벽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하나의 신화의 주신 급의 업적을 할 수가 있다.
 『창』의 질과 그걸 다루는 기량.
 어느 쪽이 한쪽이라도 빠지면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게 되지만 브륜힐드 에익벨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왈큐레라 칭호 받는 자신이기 때문에, 아니, 자신밖에 이 인간 세계에서『주신의 창궁그닐』을 휘두를 사람은 없다고.
 북구신화에서는 신들의 힘은 그 손에 든『무기』나『도구』에 집약된다.
 최대의 신인 오딘의『창』을 가지고 그『창』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즉 오딘이 신이라 불린 이유……그 강대한 힘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이것이 있다면 파괴도 창조도 마음껏 할 수 있다.
 너무나도 강대한 그『힘』은 이 세계에 출현하는 것과 동시에 마술사이드 전체의 파워밸런스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말 것이다. 마력을 알고 그걸 체내로 만드는 기능을 갖춘 마술사들은『주신의 창궁그닐』의 방대한 압력으로 인해 그 육체를 분쇄 돼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게 어쨌다고. 브륜힐드는 생각했다.
 설령 모든 마술문화를 파괴하든, 아니 지구라는 혹성 그 자체에 막대한 대미지를 주든, 그녀에게 이뤄야할 목적이 존재한다.
 그렇다.
 어떤 소년을.
 구원마저 현실적으로 손에 닿는 계획이 되어 준다.
 마치 인피 같은 온기를 느끼는 나무 자루를 쥐고, 브륜힐드는 희미하게 웃는다.
 (출력상한은 얼핏 70%정도인가)
 그 이상으로 사고할 시간은 남아있지 않았다.
 막대한 기척의 정체가.
 브륜힐드와 똑같은『성인』이 용서 없이 습격해왔다.
 
 콰앙!!
 일격으로 옆측에 있던 두터운 콘크리트 벽이 산산이 박살나버렸다.
 
 벽에 구멍이 뚫렸다, 라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좌우 50미터에 이르는 벽이 모조리, 쓰나미처럼 건물의 내측으로 무너내린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에 지지대를 잃은 공장전체가 기우뚱 하고 기울었다. 다행히, 풍화한 공장의 옥상은 빠져 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위방향에서 깔아뭉개 죽이 듯이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져 왔을 것이다.
 뭔가 특수한 마술이 발동한 것이 아니다.
 순수한『성인』으로서의 발차기 한발로 건물이 도괴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공격은 끝나지 않는다.
 잽싸게『창』을 겨누려고 한 브륜힐드였지만 대량의 분진이나 콘크리트 덩어리가 접촉하기 전에 그 무너져 내리는 벽을 앞지르는 형태로 뭔가가 번쩍하고 빛났다.
 일곱 개의 와이어.
 칠섬.
 브륜힐드가 아득히 정신을 판 그 일순의 사이에 복수의 와이어가 그녀의 주위를 정확하게 둘러쌌다. 와이어를 치기 위한 골차 같은 물건은 없었다. 리듬체조의 리본과 마찬가지다. 손목의 힘을 이용해 와이어를 작게 흔드는 것으로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와이어를 딱 하고 체공 시키고 있다.
 (도주로 봉쇄……?!)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일순만이 허락되었다.
 직후.
 퍼엉!! 하고. 마치 3차원적으로 덮쳐오는 기요틴처럼 일곱 개의 와이어는 전 방위에서 브륜힐드를 덮쳤다. 죽음을 부르는 초대장의 날에 대해 브륜힐드는 무리하게『창』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단념한다. 몸을 튕기듯이 하늘을 날아 공중에서 몇 회전을 하고 와이어와 와이어 사이에 있는 작은 빈틈을 빠져나갔다.
 별로『창』의 성능에 불안한 것은 아니다.
 브륜힐드가 여기에서『창』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
 (저쪽의『진짜 공격』은 아직 오지 않았어)
 지면에 발을 대기 전에 오싹하는 오한이 있었다.
 분진의 너머에서 이쪽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두 개의 안구를 지각했다.
 (먼저 비장의 패를 써버리면『진짜』 공격에 대응할 수 없게 돼!!)
 이후의 몇 초, 소리가 사라졌다.
 분진이 좌우로 갈라졌다. 거기에서 일직선으로 화살처럼 뭔가가 고속으로 접근해왔다. 그걸 사람 그림자라고 인식한 브륜힐드는 자신의『창』을 쩌적 갈라진 바닥에 찔렀다. 발로 착지하는걸 기다리기엔 지구의 중력은 너무 가볍다. 자신의 무기를 사용해 강제로 속도를 죽인 브륜힐드는 창을 중심으로 몸을 휘돌리는 듯 한 권동으로 억지로 지면에 착지한다.
 거기에, 습격자의『진짜 공격』이 다가왔다.
 형태는 도.
 의미는 죽음.
 허리에 걸린 칼집에서 직접 도를 뽑아 그대로 베는 거합 기술. 자연히 도의 궤적은 가로 베기 원을 그리게 된다. 살짝 상향으로 수정되어 있는건 브륜힐드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기 때문일까.
 브륜힐드도 망설이지 않았다.
 여기서 꺼내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지면에 꽂은『창』을 양손으로 붙잡고 마치 거대한 레버를 바꾸는 듯이 손 앞쪽으로 힘껏 당겼다. 지레 원리로 바닥에 묻혀있던『창』의 끝이 들어 올려져 콘크리트 파편이 흩날리면서 아래로부터 튀어오르 듯이 습격자의 몸을 노린다.
 검극이 교차했다.
 카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작열했다.
 브륜힐드의 창은 습격자의 도를 정확하게 쳐냈다. 습격자의 도의 궤도가 가로 베기 원이었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도의 측면이 있던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의 무기가 파괴되지 않고 불꽃과 함께 크게 퉁겨진다.
 마치 소규모의 폭발이었다.
 브륜힐드와 습격자는 서로 몇 십 미터 정도 물러난다.
 그 정도의 거리 따윈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눈과 코앞이다. 한 권동으로 필중하고, 한 동작으로 필살하는 간격이다.
 적은 방심은 물론, 숨을 들이켜고 뱉는 타이밍 하나로 죽음을 이끄는 상황에서 그래도 브륜힐드는 웃었다.
 "이전과는 상태가 다르군"
 그 손에 있는『창』을 고쳐 잡은 브륜힐드.
 이전에 클레이모어하고는 달리 이번의『주신의 창궁그닐』이 상처 입는 일은 없다. 칸자키의 도에 깃들은 술식『유섬』은 일신교의 천사마저 베어낼 정도의 파괴력을 감추고 있지만 브륜힐드의 창은 완전히 길항하고 있었다. 최후의 룬으로 인해 북구신화 최강의 신의 힘이 깃들어있기 때문일까.
 "아가씨에게는 자극이 너무 심했나"
 "당신의 놀이는 정도가 지나쳤어"
 습격자는.
 칸자키 카오리는 무표정이었다.
 "그 죄는 속죄를 하셔야겠습니다"
 
 

  3
 

 
 칸자키 카오리는 브륜힐드를 관찰한다.
 특징적인 것은 역시 양손에 들고 있는『창』. 한 마디로『창』이라고 해도 동서고금 여러 가지가 있지만 브륜힐드가 들고 있는 것은 3미터 정도의 사이즈였다. 백병전에서 사용하기엔 커다란 부류지만 마상이나 선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약간 짧다고 할까.
 재질은 보나마나 물푸레나무와 공들여 열처리를 한 탄소강일 것이다. 목제 자루의 뱀처럼 얽히는 복수의 금속날에 대해서도 찌르는 것도 해머처럼 무거움으로 박살내는 것도 고려에 넣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만능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서로의 장점을 상쇄시키고 마는 위험부담이 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어중간해서 쓸모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확한 용도나 전법을 한눈에 간파할 수 없다. 겉보기에는 무기의 길이에 현혹되어버리면 일격으로 당한다. 그런 위험을 감추고 있는 무기였다.
 주신의 창궁그닐.
 브륜힐드가 그렇게 호칭하고 백전연마의『신의 검의 문자를 아는 자』의 마술사가 그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 자신의 혀를 끊으려고 했을 정도의 영장. 얼마만큼의 효력을 감추고 있는 지는 수수께끼지만, 불온하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전국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분석을 계속해야할지, 망설일 정도라면 분석을 끊어내야할지. 판단에 망설이는 칸자키에 대해 브륜힐드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어조로 이렇게 말을 꺼냈다.
 "모처럼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주면 이런 볼품없는『주신의 창』을 보여줄 일도 없었는데. 일부러 귀찮은 수단으로 역탐지 같은걸 하지 않아도 이쪽에서 찾아갈 예정이었으니까"
 북구신화의 주신 오딘이 가진 창.
 그리고 신화중 최강의 군신인 오딘의 힘의 상징.
 당연하지만 일개 마술사가 그런걸 만들 수 있을 리도 없고, 가령 눈앞에 펑 하고 놓여 있었다고 해도 그 힘을 완전하게 이끌어낼 수도 없다. ……그럴 터였지만 브륜힐드가 손에 들면 그런 전제가 모두 뒤집어질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역시, 그녀가 왈큐레라는 희소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후의 룬"
 칸자키가 중얼거리자 브륜힐드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주신 오딘밖에 문자의 쓰는 방법도 효력도 모른다는 비밀 중의 비밀. 역시 그걸 새긴 것으로『주신의 창궁그닐』을 이 세상의 것으로 한겁니까"
 "과연. 일단 영국청교는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야"
 브륜힐드는 물푸레나무 자루를 손끝으로 간질이고,
 "그렇다고 해도 그 인식은 틀렸어. 나는 창에 최후의 룬을 새긴 게 아니야. 새신 장소는 여기는 아니니까"
 "……"
 룬 마술에는 몇 가지의 프로세스가 있다. 어떤 효력을 원하는가를 생각해서 거기에 적합한 문자를 고르고, 문자의 효력이 가장 나오기 쉬운 장소를 골라 실제로 문자를 새기고 각각의 문자나 마술을 담당하는 신에게 기도를 바쳐, 효과의 정도를 확인하고 그리고 자신이 새긴 문자를 파괴하고 스위치를 끈다.
 최후의 룬이 어떤 것인지 누구도 모르는 이상, 그 문자를 어디에 새기면 어떤 효과가 나오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브륜힐드의 말에 따르자면 그 최후의 룬은 무기에 새겨진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어디에……?)
 칸자키는 저도 모르게 주위 공장시설에 시선을 주지만 확신은 얻을 수 없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듯 한 느낌도 들고,  일부러 새긴 룬을 빤히 파괴당하는 듯 한 상황에서 안이하게 전투를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 어쩌면 지금은 찬스일지도 모른다고"
 라며 경계하는 칸자키에게 브륜힐드는 가볍게 알렸다.
 그 표정이야말로 그런 일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보였다.
 "최후의 룬은 생각보다도 복잡해. 아니, 문자 그 자체는 다른 룬과 마찬가지로 직선만으로 새겨진 것이지만 새겨진 문자의 폭을『염색』하는 게 섬세해서 말이야. 자동서기에게 맡기고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몇 시간은 걸려. 현재 상태로는 출력상한은 70%정도가 고작이야"
 "……"
 "덤으로 내게는 언제나 십자교의『성인』으로서의 성질이 간섭을 해오니까. 하하, 잘 보는 게 좋아. 나는『주신의 창궁그닐』을 생각으로 영장을 짜고 있을 텐데 정신을 차리면 십자교의『롱기누스의 창』마술적 기호가 들어가 있어. ……덕분에 순도가 탁해져서 생각보다 힘을 휘두르는데도 번거롭다고"
 두근.
 뭔가에 호응하는 것처럼 3미터의 창이 어쩐지 불안하게 맥동했다. 복수의 금속의 날붙이가 끼긱끼긱 하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이러고 있는 지금에도 조금씩 실루엣을 변하려고 하고 있다.
 그건 최후의 룬의 완성도에 비례해서『주신의 창궁그닐』이 완전한 형태로 진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십자교 롱기누스의 창의 상징이 끼어들고 있는 탓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이변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는 걸까.
 어쨌든 간에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브륜힐드 본인은 롱기누스의 창에 대해서는 북구신화의 순도를 저하시키는 방해물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가령 그쪽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해도 충분하게 위협적이게 될 것이었다.
 "어떡할래. 지금이라면『아직』인간의 손이라도 나를 죽일 수 있는 수준일지도 모른다고"
 물음.
 거기에 대해 칸자키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일부러 주신의 힘을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의 복수를 다하고 싶기 때문인 겁니까?"
 "……"
 "죽이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다. 괴로움을 주려고 생각했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하필이면 그들이 믿고 있는 신의 힘으로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겁니까"
 "시시한 감상이군"
 브륜힐드는 살짝『창』의 끝을 흔들었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정확하게 칸자키의 급소를 포착하고 있는 듯 했다.
 "모든 것을 잃은 나지만 이런 내게도 끝까지 관철해야할 의지가 있어"
 대화는 끝났다.
 하지만 원래부터 칸자키 카오리의 행동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쿵!! 하고.
 그녀의 몸이 폭발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브륜힐드의 시야에서 칸자키 카오리의 몸이 사라졌다. 단순한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기를 앞으로 내지르는 자세를 취하면 자신의 실력이나 무기가 살짝 시야를 차단한다. 칸자키는 그『등 뒤 말고도 있는 사각』을 정확하게 이용해서 정면에서 적에게 돌격한 것이다.
 하지만 브륜힐드는 양단되지 않았다.
 무기 쪽이 자연스럽게 튕겨 오르듯이 움직였다. 도와 창. 두 개의 무기가 격돌하고 굉장한 충격파를 만들어내고, 그리고 성인과 왈큐레는 지근거리에서 노려본다.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망설여지는 판단이군"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무기를 맞대면서 브륜힐드는 말한다.
 "『주신의 창궁그닐』의 본질이 투창이라고는 인식하고 있었나? 그럼 초접근전으로 가져가려고 한 속셈은 그럭저럭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 때.
 2미터의 대장도·칠천칠도를 움켜쥔 칸자키의 손에 부들 하는 떨림이 느껴졌다. 아니다. 손바닥이 떨리고 있는게 아니다. 도와 맞대고 있는『주신의 창궁그닐』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있나? 『주신의 창궁그닐』에는 사람이 소지한 것들 중에서는 최강 급의 대검 발뭉을 일격으로 부러뜨린 전설도 있다고"
 "――읏?!"
 (무기 파괴!!)
 잽싸게 칸자키는 일곱개의 와이어를 견제로 뿌리고 미약한 틈을 만들어내고 뒤로 물러난다. 일순.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브륜힐드가 가진『창』이 맥동했다. 그녀의『창』은 물푸레나무 자루를 중심으로 몇 장이나 되는 강철판을 조합한 실루엣이 구축되어 있다. 그 강철판이 마치 정체를 알 수 없는 톱니바퀴처럼 복잡하게 맞물리면서『창』의 표면을 뱀처럼 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칠천칠도가『창』에 접촉하고 있으면 강철판에 날을 먹힌 채로 만력으로 박살내듯이 부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도의 숨을 쉴 겨를은 없다.
 5미터정도 벌어진 거리. 그 너머로 브륜힐드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알고 있나?『주신의 창궁그닐』은 최강의 투창이야. 던지면 반드시 표적을 꿰뚫고, 어떤 강인한 무기라도 응격할 수 없지. 게다가 던진 창은 반드시 오딘에게 돌아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나? 사람들이 아름다운 능력을 멋대로 부가시킨 결과,『창』의 본질이 어떤 건지 전혀 알수 없게 돼 버렸다는 좋은 예다"
 브륜힐드의 자세가 바뀐다.
 명확하게 크게 체세가 변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슥 하고 중심이 아래로 내려갔을 뿐. 그 작은 동작에 인상이 싹 변했다. 허리에 머신 건을 들고 있는 듯 한 동작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오딘의 창은 제각각의 능력이 복잡하게 얽힌 영문 모를 무기가 아니야. 그 능력에는 반드시 통일된 법칙성이 있다고"
 투창.
 날아가는 도구.
 칸자키의 숨이 극한의 정신집중을 하기 위한 호흡법으로 변화한다. 창을 던지기 전에 거리를 재거나 혹은 창을 던지기 전에 접근해서 필살하거나. 결단을 재촉당하는 칸자키와는 반대로 브륜힐드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주신의 창궁그닐』이란 모든 날씨를 완벽하게 조종하는 무기라고"
 
 쿠웅!! 하고 섬광이 빈 공장부지를 새하얗게 칠했다.
 원인은 낙뢰.
 상공 3500미터에서 내려부어진 빛의 폭풍이 용서 없이 칸자키의 몸을 세로로 꿰뚫은 것이다.
 색깔만이 자전(紫電)이 아니었다.
 순백의, 성스러운 빛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방어용 마술을 구축할 여유는 없었다.
 시간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혀 예상 밖인 심리적인 사각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고압전류로 근육이 수축하고 몸이 부자연스런 활처럼 젖혀지는 칸자키. 그래도 한발로 절명하지 않았던 것은 역시 평가해야할 것이다.
 브륜힐드는 놀라지 않는다.
 그녀 자신도『성인』의 육체가 얼마나 강인한지를 알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왈큐레는 거기서 공격의 손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더욱 강력한 추가 공격을 한다.
 "북구신화 넘버 2인 전신(電神) 토르는 원래 번개뿐만 아니라 농경전반을 담당하는 신이었다고 전해지지. 번개는 어디까지나 농업에 요긴하게 사용된 날씨 중 하나. ……그럼 넘버 1인 오딘은 그 이상으로 지구환경에 간섭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건 타당한 선이지"
 그녀는 허리에 대고 있던『창』을 머리 위로 올려들어 연무처럼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직후, 용암이 흘러넘쳤다.
 눈부시게 하얗고,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성한 마그마.
 그녀가 휘두른 일격은, 재해는, 그 모든 것이 신벌이 되는 것이다.

 
 

 

 

 
 

 원래 브륜힐드는 뭔가의 목적을 위해서 지면을 박살냈던 모양이지만, 거기에서 순백의 용암이 뿜어 나왔다. 그건 거대한 액상의 해머처럼 창의 움직임에 맞춰서 칸자키를 향해 달려든다.
 이번에는 대응할 수 있었다.
 일순으로 용암 해머를 크게 우회한 칸자키는 그대로 브륜힐드 에익벨의 사각으로 뛰어들어 등 뒤로 날을 휘두른다.
 "던지면 반드시 맞는다, 어떤 무기라도 절대로 응격할수 없다, 그런 제각각의 능력은 결국 천지이변에 대한 공포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아. 낙뢰, 용권, 분화, 홍수, 지진재해……이것들 자연재해를 신의 분노나 무기로 해석하는 문화는 동서고금에 있는 거니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지면이 갈라져 이번에는 대량의 물이 수직으로 뿜어져 나왔다.
 내부에서 성스런 빛을 뿜는 파괴의 물이었다.
 방대한 수압에 밀린 칸자키의 날이 부자연스런 궤도를 비튼다. 브륜힐드의 머리 위를 날이 빠져나간 곳에서 그녀는 기세 좋게 뒤돌아보고 칸자키를 향해『창』을 옆으로 휘두른다.
 도는 방어에 쓸 수 없다.
 칸자키는 일순으로 판단하고 굳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강철의 날이 붙은 창끝이 아니라, 안쪽의 자루 부분을 복부에 받는다. 퍼어어억!!하는 굉음이 작열했다. 그녀의 몸은 가로로 날려졌지만 양단되는 것만큼은 겨우 회피한다.
 구를듯한 자세로 거리를 재는 칸자키와는 반대로 브륜힐드는 간격을 좁히지 않는다.
 그대로 툭 하고『창』끝을 바닥에 찍었다.
 직후.
 쩌쩌쩌쩍!! 하고『창』끝을 중심으로 바닥 일면으로 하얀 얼음 같은 것이 퍼져간다. 아니, 다르다. 그건 소금이다. 막대한 양의 소금이 순식간에 지면을 채워서 토양을 바꾸고 만다.
 염해.
 이대로라면 발을 바닥에 묻히고 말거라고 느낀 칸자키는 도약으로 수직 10미터를 날았다. 빈 공장부지는 옥상이 부서져 있었지만, 2층부분의 통로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위로 재빨리 착지한다.
 70%의 출력.
 십자교의 상징이 섞여버렸기 때문에 북구신화의 순수한 힘을 휘두를 수는 없다.
 그럼.
 만약 가령으로『주신의 창궁그닐』이 100% 완성하고 거기다 브륜힐드 에익벨이 일절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완벽한 왈큐레가 됐을 경우, 얼마만큼의 힘을 얻게 되는 걸까.
 (최후의 룬……)
 해결책은 거기에 있다.
 브륜힐드가 휘두르는 힘은 정상적인 마술사가 다룰 수 있는 양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다. 그걸 지지하고 있는 건 역시 전설 중의 전설인『오딘만이 알고 있는 룬』에 있을 것이다.
 그걸 파괴해야한다.
 한번 브륜힐드의『주신의 창궁그닐』이 완성 돼 버리면 아마 이제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복수라는 이름의 포악이 영원이 계속되게 된다.
 (하다못해 어떤 형태인지 만이라도 알면……)
 "보겠어?"
 라며 브륜힐드는 마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창』에서 한손을 떼어 그 손바닥을 칸자키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무언가가 있다. 작은 나무 판이었다. 그리고 그 표면에는 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검붉은 피로 그린 듯 한 무언가가.
 칸자키 카오리의 시야에『그것』은 날아 들어왔다.
 그리고……
 
 
  4
 
 
 타탓!! 하고.
 거대한 태고를 세게 치는 듯 한 소리를 칸자키는 들었다.
 그녀 자신의 발소리다.
 아까 전까지 있었던 반괴상태의 공장 안이 아니다. 밤바람이 볼을 간질이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던 것이다. 일단은 미네랄워터 공장의 부지 안이지만 아까 전까지 싸우고 있던 장소에서 500미터 이상은 떨어져 있었다.
 두통이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것이 아니다. 마치 칸자키의 두개골이 안쪽에서 밖으로 치고 있는 듯 한 격통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있다.
 칸자키는 브륜힐드를 쫓는 측의 인간이다. 섣부르게 거리를 재서 놓쳐버리면 큰일이다. 그걸 알고는 있지만 칸자키의 몸은 대기, 혹은 피난을 바라고 있었다. 그 정도의 격통이었다.
 "크윽……"
 이래도 나은 편일 것이다.
 재빨리 방어본능이 발동했다. 이미 작전이니 전술이니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적생명체로서의 본능이 전력으로 도주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칸자키는 그 공장 안에서 폐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라고해도.
 별로, 브륜힐드 에익벨이 특별한 공격을 한 것은 아니다.
 문자.
 왈큐레의 손바닥에 있었던 나무 판에, 검붉은 액체로 쓰여 있던 한 문자.
 그걸 아주 잠깐, 시야에 넣은 것만으로 머릿속에 두통이 폭발했다.
 (이 두통……)
 짐작은 있었다.
 어금니를 물고, 명상 때에 하는 호흡법을 이용해 정신적인 통각을 멀어지게 하면서도 칸자키는 생각한다.
 (이건 마도서의『원전』과 똑같아……)
 너무나도 순도 높은 지식을 감춘 마도서―――『원전』은 그 내용을 눈으로 본것 만으로도 인간의 정신에 균열을 넣는다. 대응 OS가 다른 프로그램을 억지로 발동시킨 결과, 시스템 전체가 동작이 불안정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문자로……?"
 지금도 욱신욱신 뇌를 울리는 두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칸자키는 아연히 중얼거렸다.
 "겨우 한 문자만으로 이 정도의『오염』을……?"
 마도서의『원전』으로도 수 백 페이지 단위로 그 만큼의『정보의 두께』를 낳는다. 브륜힐드가 들어 올린 최후의 룬은, 고작 한 문자로 그『원전』에 필적하고 있었다. 정상적이지가 않다. 정상적일리가 없다. 있는 그대로 그 한 문자 속에 얼마만큼의 마술적가치가 내포되어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듯했다.
 『……칸, 자키……』
 그 때,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던 휴대전화에서 청바지 샵 점주의 말이 들려왔다.
 보다 정확하게는 휴대전화에 달아둔 통신용 영장에서다.
 『듣고 있냐, 칸자키. 야, 설마 벌써 브륜힐드한테 당해버렸다고 하는건 아니겠지?!』
 "일단은, 아직 살아 있다고요"
 칸자키는 고통으로 인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천천히 길게 숨을 내쉰다.
 "지금 브륜힐드의 최후의 룬 같은 것과 직면해서 하마터면 뇌를『오염』당할 뻔 했습니다. 최후의 룬은 브륜힐드의 손 안에, 나무 판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저걸 사용해서 자신의 신성을 높이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내가 입수한 정보하고는 다르군』
 "?"
 『네놈의 유의에 반하는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빈사 상태의"신의 검의 문자를 아는 자"의 생존자를 자백시켰어. 그 녀석들, "주신의 창궁그닐"이라는 말에 묘하게 반응했잖아. 뭔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말이야』
 점주는 빠르게 말했다.
 『녀석들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최후의 룬은 물품이나 인체등에 새겨서 단순하게 능력을 상승시키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 세계 그 자체에 새기는 것으로 세계 그 자체를 크게 변질시켜버리는 모양이다』
 "세계, 라구요……?"
 『특수한 계산식으로 인출해낸 일점에 문자를 새긴다고.
  "주신의 창궁그닐"이라는 건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 자체가 강력한 게 아니야. 최후의 룬을 세계에 새기는 것으로 "세계중의 영적·마술적인 힘이 그 창에 집중되도록" 설정을 바꾸는 모양이다』
 "그럼 그 나무 판에 있었던 것은……?"
 『글쎄다. 단지 결사 녀석들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전설의"최후의 룬"은 눈으로 볼 수 있는게 아닌것 같다』
 점주는 잘 모르는 소리를 한다.
 눈썹을 찌푸리는 칸자키에게 그는 이어서 말했다.
 『북구신화라는건 십자교처럼 군림하는 종교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기억했는지 모르는데도 정신을 차리면 누구나가 그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하는 침투하는 종교의 대표격이잖아. ……최후의 룬도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거야.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룬이 완성하면 풍경 속으로 녹아들고 말아. 프로 마술사라도 찾아낼 수 없어. 이 넓은 혹성 속에서 고작 몇 센티 크기의 룬을 찾아내는 것은 누구도 못해. 즉, 누구도 부술 수 없게 돼』
 "……그런데다 그 최후의 룬은 고작 한 문자로 마도서의『원전』에 필적합니다"
 상상이상으로 성가신 상황에 칸자키는 무심코 혀를 찼다.
 "『원전』급의 마도서는 현재 인류 기술로는 파괴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최후의 룬』이 정말로『주신의 창궁그닐』로 힘을 붓는 것이라면……그 한 문자의 완성은 브륜힐드에게 무진장한 힘을 제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경 쓰이는 것은 칸자키가 본 것과 점주가 얻은 정보의 어긋남이다.
 점주의 정보에 따르자면 최후의 룬은 뭔가 토지 그 자체에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칸자키는 브륜힐드의 손바닥 안의 나무 판에 그와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봤다.
 "……"
 브륜힐드는『주신의 창궁그닐』의 완성도는 70%라고 했었다.
 가령 나무 판에 그려진 문자가 최후의 룬이고 그 문자와 창의 완성도가 연동하고 있다고 하면 이미『주신의 창궁그닐』의 완성도는 100%가 되어야만 한다. 그럼 그 손바닥에 있던 문자는『진짜』가 아니라는 걸까.
 『손바닥의 문자는 자동서기의 영장에 새기기 위한 참고자료 같은 걸지도 몰라』
 점주는 말한다.
 『오딘밖에 모르는, 오딘밖에 새길 수 없어. 본래라면 그런 유래의 룬이야. 본래라면 사람의 손으로 새기면 몇 주가 걸릴지도 몰라. 자동서기용 영장을 이용해도 며칠이 걸린다고. 브륜힐드는 네놈과 싸우는걸 전념하고 룬을 새길 작업 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상태는 아니잖아. 그럼 역시 자동서기용 영장에게 맡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알겠습니다"
 칸자키는 아직도 계속되는 두통을 무리하게 억누르면서 도의 자루를 다시 움켜쥔다.
 "머지않아『원전』급의 최후의 룬이 완성되어 버리면 우리들에 손으로는 막을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완성전인 지금이라면 풍경으로 녹아들어 발견불능이 된다는 상황도 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여기서 브륜힐드와 싸우면서 부지 내에 자동서기용 영장이 없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겠습니다. 당신은 만약 다른 장소에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잇따라 광역 수색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듯이 점주는 말했다.
 『브륜힐드 에익벨의 원망과 탄식의 근원 같은걸 발견했다』
 "……"
 『그녀는 반년전, 다섯 개의 마술결사 연대로부터 습격을 받아서 포박 당했어. 표면상 목적은"혼합물"의 말로 북구신화의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지만 진짜 목적은 "주신의 창궁그닐이나 최후의 룬에 대해 실토하게 하고 싶었던 것 같군"』
 그 인근의 이야기는 "신의 검의 문자를 아는 자" 남자의 원격조작을 한 브륜힐드의 입에서 단편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고문중인 브륜힐드의 간병역으로서 당시 아홉 살이었던 소년이 있었어. 이름은 세이레 플랏틀리. 두 사람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불명이지만……이 녀석은 현재 벨키 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잠들어 있어. 원인은 손목을 끊은 걸로 인한 실혈. 자살미수인 것 같다』
 (……, 아아)
 어쩌면 하고 생각했었다,
 최후의 룬에『주신의 창궁그닐』. 단순한 복수로서는 너무나도 야단스러운 술식이나 영장의 숫자. 그럴 마음이 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전력이 있으면서 굳이 준비에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인상은 있었지만……"
 『병원쪽에선 반쯤 도시전설처럼 되어 있군. 피투성이의 여자가 심야에 구급실에 두고 갔다거나, 정체불명의 구좌에서 입원비만 정확하게 들어오고 있다거나』
 왈큐레.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자.
 그런 의미로는 왈큐레는 성인이라기보다는 천사에 가까운 존재인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구신화의 왈큐레에게는 십자교의 성인이나 천사하고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브륜힐드 에익벨이 다루고 있는 건, 북구신화의 주신 오딘만이 사용하는걸 허락된『주신의 창궁그닐』과 최후의 룬이군요"
 『새삼스럽지만. 그게 왜 어쨌다고』
 "동서고금의 종교인 주신이나 최고신의 힘이, 무엇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지 알고 있나요"
 『앙?』
 "정해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구해내기 위해서라구요"
 그 때였다.
 지지지직 하고 통신용 영장에 묘한 잡음이 섞였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청바지 샵 점주의 말이 사라지고 대신에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어왔다.
 『훔쳐보기에 비밀 얘기라. 좋은 취미라고는 할 수 없군』
 콰앙!! 하고.
 500미터 앞, 방금 전까지 칸자키와 브륜힐드가 싸우고 있던 반괴상태의 공장이 안쪽에서 엉망진창으로 폭발했다. 단순한 폭탄으로 부서졌다고 하에는 거의 용암의 분화에 가까웠다. 고온으로 주룩주룩 녹은 콘크리트가 밤하늘의 흑을 오렌지색으로 찢어간다.
 브륜힐드 에익벨.
 3미터 전후의 창을 머리위로 드는 왈큐레는 곧장 칸자키를 응시하면서 말한다.
 『쓸데없는 힌트를 주지 않도록 다섯 개의 결사를 박살내고 연구 자료를 폐기시켰다만. 어차피 해독 못하고 갖고 있어도 썩힐 거라……고 판단한건 어설펐나. 좀 더 철저하게 뇌속까지 파괴시켜둬야 했어』
 "……"
 『라고해도 지금부터 허둥대며 움직여본들 이미 늦었어. 최후의 룬은 아직 완성하지 않았지만, 그걸 "어디에" 새겨뒀는지 밝혀낸들 완성 전에 그걸 저지할 수는 없어』
 "『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의 세력을 우습게보고 있는 겁니까? 설령 지구 어디에서 진행 중이든 우리들은 즉석에서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마술사용 국제기관으로서 기능은 하지 않습니다"
 『호오』
 브륜힐드의 웃음이 뇌리에 떠오르는 듯 한 목소리였다.
 『그건 지구 중심핵에서 진행 중인 사태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냐?』
 "……뭐라고요……?"
 칸자키는 저도 모르게 야경에 천천히 번져드는 듯 한 오렌지색의 용암의 빛에 시선을 준다. 창이 만들어내는 순백의 재해하고는 또 다른 처음에 습격했을 때부터 존재한 마그마.
 활화산도 아닌 장소에서 이런 것이 흘러나오는 것에 의문은 있었지만……
 『오딘이 알고, 오딘만이 쓸 수 있는"최후의 룬"은 이 혹성 그 자체에 새기는 것으로 이 혹성의 상태를 바꾸는 움직임을 가진다』
 그걸 감추지 않는건 역시 파괴불능이라는 조건에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 이 만큼 상응하는 장소는 없지. 왜 그 룬이"주신밖에 쓸 수 없다"인지 몰랐나? 문자가 극단적으로 복잡해서가 아니야. 그런걸 유효하게 새길 수 있는 그 장소에, 간섭하는 술식이 당시 북구의 인간에게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성의 중심.
 지구의 핵.
 칸자키는 제시된 조건을 머릿속에서 분해하려고 했지만 거기서 고개를 저었다. 역시 브륜힐드의 생각이 정상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할 수는 없다.
 "불가능합니다……. 지표에서 맨틀까지라도 35킬로, 거기다 지구 중심에 이르러서는 6370킬로 이상이나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곳까지 인간의 손이 미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지구 내부』라고 해도 액체 상태의 맨틀부터 중력에 굳혀진 철이나 니켈까지 여러 가지다. 말하자면『중심핵』은 녹은 철과 니켈의 중앙에서, 액체상태가 되지 않고 굳어있다는 덩어리다.
 지표를 깎아 맨틀 표면에 도달하기까지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의 층이 너무나도 장대하고, 너무나도 고온이다.
 녹아 끊어지지 않고 움직이는 용암의 탁류, 그리고 지구의 막대한 중력으로 인해 액체상태가 되는 것마저도 허락받지 못할 정도로 딱딱하게 응축된 용암 덩어리. 그건 지구라는 혹성의 표면에 달라붙어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 따위가 정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가? "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의 눈도 뜻밖에 옹이구멍이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영장의 효과권내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니』
 "……?"
 『해양뇌옥이라고 하는 마술적인 죄수를 호송하기 위한 배가 있잖아. 그걸 외부 제어하는 영장 "희망봉"은 확실히 반경 9000킬로미터 정도를 커버하는 게 아니었나?』
 "설마……!"
 듣고 보니 그 해양뇌옥의 폭주는『나그르펄』이라는 북구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배의 술식을 응용한 것이었다.
 만약.
 그 사건에는 뒤가 있고, 거기에 브륜힐드가 관여하고 있었다고 하면. 해양뇌옥의 폭주에 편승해서 그 제어를 하고 있는『희망봉』의 조작을 원거리에서 해석하고 있었다고 하면.
 직선거리로 9000킬로미터.
 그 초장거리 간섭이 가능하다면 지구 중심 6370킬로미터도 마술적인 움직임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희망봉』은『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의 강고한 보안으로 보호되고 있었을 겁니다! 설령 해양뇌옥의 폭주 뒤에 당신이 관여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희망봉』의 상세한 내용을 읽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강고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아. 무슨 일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 그걸 위해 일부러 구속 장인과 접촉을 가지고 들키지 않도록 그 기술의 요점을 습득해냈으니까』
 (엘라슨……?!)
 인신매매 시스템에서 한 명의 소녀를 완벽한 의미로 구출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구속 장인. 그도 또한 북구신화 술식을 쓰고 있었다. 본래라면『마술적인 구속구』전반을 다루는 장인이었을 터인데.
 엘라슨이 실종한 직후,『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는 이런 우려를 품고 있었다.
 그의 기술정보가 응용된다면『처형탑』을 비롯한『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의 여러 보안이 제 3자의 손으로 자유롭게 해제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같은 조직이 관리하고 있는『희망봉』으로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걸로 필요한 사정거리는 손에 넣었지』
 브륜힐드 에익벨의 말은 계속된다.
 『지구 핵에 하는 간섭방법 자체는 간단해. 진짜 중심핵의 주위를 흐르고 있는 외핵은 녹은 철과 니켈로 구성된 고온의 액체고 이 흐름이 지구의 자기장을 만들고 있어. 즉, 지표에 새어나온 자력의 흐름에서 역산하는 형태로 외핵으로 간섭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물론, 마술적인 보조는 필요 불가결하지만, 하고 그녀는 덧붙이고,
 『액체상태의 "흐름"에 일정 규칙성을 만들어내면, 강이 대지를 깎아내듯이 고형의 "진짜 중심핵"의 표면으로 자유롭게 상처를 줄 수 있어. 이걸 반복하면 특정한 룬 문자를 새기는 것도 가능해지지』
 그것이 최후의 룬.
 이 혹성의 날씨를 완전하게 장악하는 주신이기 때문에 새길 수 있는 최후의 룬.
 하지만 그 설명에 칸자키는 위화감을 가졌다.
 지금 설명은 어딘가 마술적인 영역을 벗어난 인상이 있었다.
 『위화감을 느끼고 있나? 실은 나도 느끼고 있어』
 말없는 칸자키에게 브륜힐드는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과학적인 지질의 파라미터를 우리 마술에 응용시켜서 뭔가의 거절반응같은게 일어나지 않는가. 신경 쓰여서 말이지. 레아식이라는 마술사를 사용해 확인해봤지. ……결과로서 과학적인 레이저 기술을 응용한 룬 마술 구축에는 성공한 모양이었지. 과학과 마술을 혼합해도 룬이라는 분야에서는 그다지 오차는 생겨나지 않는 모양이다』
 "……"
 레아식은 덴마크 철제소를 습격한 마술사의 이름이었다.
 이렇게 되어 오면 미크로네시아의 아프히루 섬을 지키려고 한『붉은 홍수위미르즈 오션』의 소녀나 마도서를 사용해 원전 아머를 만들려고 한 마술사 오렌츠 등에도 뭔가의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건 아닐까.
 구름이나 바닷물의 흐름에는 지구의 회전……즉 혹성 내부의 액체상태 물체의 움직임이 크게 관여하고 있다. 그 흐름을 국제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면 거기에서 혹성내부의 유체(流体)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스코틀랜드에서 인공적으로 제조된 알파하고는 접촉했습니까?"
 『그건 모르겠군. 그저 알파를 만들려고 했던 마술사하고는 콘택트를 취한 일이 있다. "주신의 창궁그닐"은 애초에 인간이 다룰 수 있는게 아니니까. 어쩌면 알파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다룰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지. ……애초에 제조중인 알파의 체세포를 조사해봤을때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해보니.
 세계에 20명도 없는『성인』인 칸자키와 싸워온 이들 마술사들은 어딘가『칸자키와 싸울 수 있는 수준』에 따라와있던 느낌이 든다.
 칸자키 카오리는 음속을 넘는 속도로 고속이동하고, 일신교의 천사마저 양단할 수 있는 술식을 행사한다. 통상적으로 그런 것과 대치하게 되면 대개의 마술사는 자신이 가진 본래의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쓰러져버린다. 그 힘에, 속도에, 몸이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분쇄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따라왔다.
 물론 각각의 마술사들의 실력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는 일부러 작전에 비장의 패인 칸자키를 투입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다.
 어쩌면 브륜힐드 에익벨이라는『성인』이 같은 종류의 괴물과 싸우기 위한 방법을 어드바이스 해줬던 걸지도 모른다. 혹은 브륜힐드가 처음으로 마술사들과 콘택트를 취했을 때, 그 압도적인『성인』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형편 좋게『교섭』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간에)
 이것으로 칸자키가 관여해온 일련의 북구신화의 사건이 거의 모두 이어져버리게 되었다. 브륜힐드가 그 모든 사실에 관여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캐내고, 이번 계획으로 매듭지은 것이다.
 아니.
 브륜힐드는 더 많은 포석을 쳐뒀던 걸지도 모른다. 칸자키 일행이 대응하고 해결했지만 그건 그 일부였을 지도 모른다. 50, 100과 수많은 데이터를 캐낸 데다 그 중에서 유용한 것만을 선택해서 이번 계획의 지반을 굳히고 있었다……라고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자, 어떡 할 거지? 지금이라면 아직 최후의 룬은 완성되어 있지 않아. 어떻게 지구 중심핵에 룬을 새긴다고 해도, 그러기 위한 간섭 장치는 이 지구 표면 어딘가에 있어. 발견할 수 있다면 아직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브륜힐드 에익벨의『최후의 룬』은『희망봉』이라는 영장의 방식을 응용해서 새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에 연락을 취해서 오리지널의『희망봉』의 사용허가를 받아내는 무렵에 지구 중심핵에『최후의 룬』의 완성을 방해 할 만한 간섭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희망봉』만이 아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조합시켰기 때문에 브륜힐드는 유래 없는『지구 중심핵으로의 간섭』을 가능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허둥대며 쫓아본들, 칸자키 일행은『최후의 룬』완성 전에 똑같은 영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최후의 룬』이 완성되면 아웃.
 강고하게 새겨진 최대최강의 룬 문자는 이미 누구도 파괴는 못할 것이다. 칸자키는 브륜힐드 손바닥의 나무 판에 있던『최후의 룬』의 연습 쓰기 같은걸 목격했다. 그건 연습 쓰기만으로『원전』과 필적하고 있었다. 지구 중심핵에 새겨지는『진짜』는 틀림없이 순수한『원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도서의『원전』은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것이다.
 『아니면 세계의 수상한 장소에 핵폭탄이라도 투하해볼꺼냐? 확률은 극히 낮지만 우연히 간섭 장치에 적중하면 내 계획을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노골적인 도발.
 하지만 칸자키 카오리는 브륜힐드의 말에 대응하지 않았다.
 모든 사건의 원흉.
 그녀만 없었다면 다른 여러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칸자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건 분노가 아니라 슬픔이었다.
 청바지 샵의 점주로부터의 보고를 칸자키는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브륜힐드 에익벨도 또한 비극 속에 내던져진 한 사람이라고.
 비극은 비극을 낳는다.
 다른 무언가를 낳는다. 정말로 강한 인간은 세상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 간결한 사실에 칸자키 카오리는 가슴이 죄여올것 같아졌다.
 "북구신화의 왈큐레는 신들의 명령을 받아 인간 세상에 내려오는 자"
 500미터의 거리로 노려보는 성인과 왈큐레.
 그녀들에게 있어서 이 간격은『조금 밟으면』필사로 이어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본질은 십자교의 천사와 같은 프로그램에 따르는 기계적인 사자하고는 전혀 다른 것. 왈큐레는 때로는 지상에서 사람에게 사랑을 하고, 맺어지지 못하는 사실에 절망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삿일로 복수를 이루어낸다고 들었습니다"
 꿈틀 하고 브륜힐드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칸자키 카오리의 목소리만이 바람에 흘러 탔다.
 "……당신 또한 그런 왈큐레 중 하나였군요"
 서로의 무기의 끝을 겨누며 일순의 타이밍으로 살육이 시작되는 상항에서 하지만 칸자키의 말은 어딘가 슬프게 울려 퍼졌다.
 "당신의 분노하는 복수의 중심에는 당신 자신에게는 없었다. 당신이 북구신화 속에서도 최고신의 힘을 갈망할 정돌 된 이유는 당신 자신에게는 없었다"
 짧은 틈.
 숨을 들이켜고 내뱉는다. 한 박자의 뜸을 두고 칸자키는 말했다.
 "처음부터 간단한 이야기였습니다"
 브륜힐드는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디까지나『창』을 내리는 일은 없었다.
 "당신은, 세이레 플랏틀리라는 식물인간 상태의 소년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보통이라면 이룰 수 없는 소원을 강제로 이루기 위해서 주신의 힘마저 손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것뿐이었던 겁니다"
 『……왈큐레…라』
 희미하게 브륜힐드는 중얼거렸다.
 그 입가는 어딘가 약하게 완화되어 있었지만 그 얼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은 결코 미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여기에 있는건 패배한 개다. 신 같은 것한테 선택받아놓고서 어린 아이의 웃는 얼굴도 지키지 못한 빌어먹게 패배한 개다"』
 꽈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을 초월하는 힘으로『창』을 움켜쥐는 소리다. 그건 통신용 영장이 아닌 500미터 떨어진 너머에서 직접 칸자키의 귀까지 닿았다.
 『하지만 패배한 개한테도 의지가 있다』
 분노의 끝은 보나마나 자기 자신에게 향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거기서 멈춰 서지 않는 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브륜힐드 에익벨은 어디까지나 나아간다.
 『나는 이 "주신의 창궁그닐"을 완성시켜서 그 힘으로 좀 더 보지 못한 소년의 눈을 뜨게 한다. 일그러짐 없는 최고신의 힘이다. 그 정도의 기적정도는 일으켜주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아』
 불합리한 포학함에 휩싸이니 소년을 구하고 싶다는 소원.
 한 번 더 그 웃는 얼굴을 보기위해 자신들이 믿는 주신에게 마저 이를 내밀 정도의 마음.
 왈큐레.
 신에게 특별한 힘을 받아, 사명을 다하는 것을 추구하면서도 때로는 지상의 사람을 위해 싸우고, 그 몸을 멸하는 일마저 하는 자.
 하지만
 "……안된다구요"
 칸자키 카오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말을 쥐어짜내는 것에 굉장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칸자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유가 있다.
 "그 방법은 보나마나 성공하지 않습니다. 한번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정신을 치명적이게 박살나버린 세이레 플랏틀리라는 소년은『주신의 창궁그닐』을 사용해도 완전하게는 회복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안다는 거냐』
 오싹.
 브륜힐드의 말의 중심핵에 접촉했기 때문일까, 단번에 살기가 팽창했다.
 『너 같은 인간한테!! 그 아이가 얼마나 부조리한 고난을 받아왔는지도 모르는 인간 주제에!! 어째서 그 아이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어?!』
 "알고 있습니다"
 그 순간.
 칸자키 카오리도 칠천칠도의 자루를 쥔 손에 최대한의 힘을 담고 있었다.
 삐걱삐걱,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밤의 공장에 울려 퍼졌다.
 "누구나가 지나가는 길이니까요"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는것에 분개하며.
 하지만 여기서 말하지 않으면 브륜힐드 에익벨은 결정적인 벼랑을 밟고 나간다는 걸 알고 있는 칸자키는 거기에서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도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한다.
 "당신이 하려고 하는 짓은 저희들 같은『성인』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은 지나가는 길이니까요"
 
 
 

 5
 

 
 
 브륜힐드 에익벨.
 세계에 20명도 없는『성인』이라는 십자교 적인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왈큐레라는 북구 신화적으로도 희유한 재능을 갖고 있는 자.
 확실히 그녀의 인생은 다른 누구보다도――그야말로 다른 많은『성인』보다도――거친 인생을 보내왔을 지도 모른다. 많은 시샘과 질투, 편견과 선입견, 혐오감과 공포심. 그러한 것들에 휩싸이며 보통의 인간으로서 태어나는 것보다도 비관적인 인생을 보내야만했던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일,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고, 구하려고 하기 위해 길을 밟아 나가려고 한다는 것은 별로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닌 것이다.
 왈큐레라는 재능이 없어도 관계없다.
 단순한『성인』이라도 누구나가 한 번은 생각하는 일인 것이다.
 고작 20명.
 그런 희유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성인』은 많든 적든 반드시 인간의 부의 감정을 사게 된다. 많은 사람은 표면상으로는 존경에 축복을 하면서도 뒤로는 일레귤러적인 자리에 앉아있는 자를 원망하며 여러 방법으로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질이라는 녀석이다.
 그리고 그 잔혹한 성질에 말려든 것은 아무도『성인』본인 만이라고는 한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많지 않은 진정한 이해자.
 친구라도 좋고, 연인이라도 좋고, 부모든 형제든, 전장에서 등을 맡긴 상사나 부하라도 좋다. 시시한 편견을 뿌리치고 접해주는……필시 단순히『성인』보다 훨씬 강할 사람들은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굉장히 보통의 인간인 것이다.『성인』하고는 다르게.
 그런 자들에게『성인』을 죽이기 위한 함정이 발동하면 어떻게 될까.
 어리석은 책모는 대개의 경우『성인』그 자체를 죽이지는 못한다. 가령 그 정도로 정말로『성인』이 죽어버린다면 애초에 경외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로는 상처 하나 나지 않기 때문에『성인』은 특별한 재능으로서 인정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성인』이 간신히 함정을 빠져나온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들이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얼마 없는 이해자들의 죽음 외에는 없다.
 
 그런 때, 남은『성인』들은 뭘 생각하게 될까.
 그것이 운명이니까 라며 단념할 수가 있을까.
 
 가능할리가 없었다.
 단념할리가 없었다.
 어중간하게 그들이『성인』이라는 특별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은 쓸데없이 강하게 분출하는 걸지도 모른다.
 『신의 아이』와 비슷한 신체적 특징을 가지는데다 그 힘의 단편을 이끌어내어 이용할 수 있는 자. 그런 그들이기 때문에 보다 한층『기적적으로 소중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황당무계한 계획을 진지하게 생각해버리는걸 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신의 아이』가 죽은 자를 소생시킨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 전승을 알고 있다면.
 그 힘의 단편이 자신의 몸에 깃들어 있다는걸 알고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고 소중한 얼마 없는 이해자들의 웃는 얼굴을 알고 있다면.
 아무것도 시험해보지 않고 선뜻 단념하는 게 가능할리가 없는 것이다.
 성인.
 주위에서 그렇게 불리는 그들은 하지만 그런 인상과는 달리 완전한 사욕을 위해 그 힘을 쌓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선밀하게 세우고, 집념으로 인해 그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실행해 가고―――이윽고 그 모두가 절망한다.
 그렇다.
 성공 하지 못한다.
 어떤『성인』이 어떤 이론에 따라 어떤 계획을 진행시키든 결정적으로 육체나 정신을 파괴당한 자는 이제 두 번 다시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인간의 목숨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뤘어야 할 터인데, 짧은 시간만으로 그걸 소생하려고 하는『성인』들에게는 그 단순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고, 처음부터 너덜너덜 상처 입으면서 그리고 모든 걸 바쳐서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는 것에 마음 깊숙이 서부터 절망하고……간신히 그들『성인』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인식한다. 그런 구조라는 것을 칸자키 카오리는 알고 있다.
 어째서냐면.
 그녀 자신도 모두와 똑같은 길을 걸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칸자키 카오리는 슬펐다.
 브륜힐드 에익벨. 그녀의 통곡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고 싶다고 탄원하는 마음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이해해버렸으니까. 수많은 경험담이, 그 통계의 데이터가, 아주 작은 오차처럼 기적도 허락되지 않는 것을 알려주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칸자키 카오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도 되지 않는 일.
 하지만 그녀의 소중한 이해자들은 죽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기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
 

 
 
   6
 

 
 
 브륜힐드 에익벨은 아주 몇 초 동안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다시 숨을 들이켜고 그리고나서 그녀는 복창하는 듯 한 말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누구나가, 지나가는, 길……?』
 "네. 이미 정설 같은 겁니다. 이것도 간단한 일이라구요. 우리들이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보기 괴로워진 것 뿐. 애초에 육체나 정신이 완전히 파괴 되버린 사람은 누구의 손으로도 부활시킬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는 천재도 범인도 없습니다. 그런 예외에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정도는 당연한 일이라구요"
 『웃기지 마』
 반론이 왔다.
 위로 뒤집어씌우는 듯 한 말투는 마치 그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웃기지 마!! 과거에 많은 사람이 실패했으니까 너도 포기하라고? 어차피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단념하라고? 그런 걸로 납득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이런 행동은 일으키지도 않았어!! 그런건 너희들의 실패야. 내가 지금부터 할 일에는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아. 나는 단순한 성인 같은 게 아니야. 왈큐레와 "주신의 창궁그닐"과 최후의 룬의 힘을 조합시켜서 너희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어프로치를 할 수 있다고!!!!!!』
 칸자키 카오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이미 그녀에게는 브륜힐드의 이론 파탄을 읽고 있었다.
 "북구신화는 애초에 죽음을 긍정하는 종교입니다"
 단락 짓는데에 망설임을 느꼈다.
 하지만 이걸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 있어서 주신 오딘을 포함한 대다수의 신과 그 적대자가 같이 쓰러지는 그 종교에서는 타인을 소생시키는 술식 따위가 있을리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애초에 라그나로크가 신화의 마지막에 설정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설령 주신 그 자체의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그 주신에게 세이레 플랏틀리라는 소년을 구할 기능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거짓말이다』
 브륜힐드의 창이 살짝 흔들렸다.
 그 흔들림 없는 신념의 상징인, 창이.
 『북구신화에는 무한의 목숨을 주는 식물이 존재해! 이둔이라는 여신이 재배하고 있는 능금 열매를 먹는 것으로 신들은 늙지도 않고 세계의 종말까지 살았다고 전해졌어!! 북구신화에는 역시 생명 그 자체에 간섭하는 기술이 전해져 있단 말이야!!』
 "저건 지금 살아있는 생명의 사이클을 영원화 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 자체도 인간의 손으로 재현할 수 있으면 역사도 뒤바꿀 대 발명이 되지만요……이 경우에는 응용할 수 없습니다. 이미 끝나버린 생명을 다시 움직이는 기능 따위는 없으니까요"
 『전신(電神) 토르의 무기 "번개의 큰 망치묠니르』에는 토르의 전차를 이끄는 두 머리의 산양을 소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어! 저건 설령 산양이 뼈가 된 상태여도 "번개의 큰 망치묠니르를 머리위로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원래대로 되돌린다고 하고 있다고!!』
 그 산양에게 주어진 역할은『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식료』라는 것뿐이지 단순히 잃어버린 육체를 보급하는 것뿐인 기능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그런 걸로 그 소년을 구하려고 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인간의 손으로 재현했다 한들 식물상태인채로 소년의 몸이 제한 없이 부풀어가는게 고작입니다!!"
 『그럼 어떡하라는 거야』
 까득까득 하고 브륜힐드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세이레 플랏틀리를 구해내지 않으면 안 돼!! 그 소년에게 달라붙은 불행은 이 내가 초래한 일이야!! 이 저주스러운 "성인"이나 왈큐레의 재능이, 태어났을 때부터 멋대로 몸에 달라붙은 이 자질이!! 그 소년을 죽음으로 몰아붙인 거야!! 그러니까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소년을 구해내보겠어. 이것이 내 인생에 맡겨진 당연한 사명이다!!』
 "……정말로"
 불쑥.
 중얼거린 그녀의 말투에, 희미한 분노가 떠오른다.
 "정말로, 그 소년이, 그런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네가 그 아이를 거론하지 마!!』
 브륜힐드의 분노는 그보다도 표면적이고, 폭발적이었다.
 『누구든 자기가 원해서 저런 상태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나 같은 거랑 만나지 않았다면 그 무엇도 저렇게까지 전락할 일은 없었어!! 나는 미움 받아도 당연해. 그리고 그는 원망할 자유마저도 빼앗겨버렸어!! 그걸 되찾아주겠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나빠!!』
 "그럼"
 칸자키는 한 번만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말했다.
 브륜힐드 에익벨이 지금 완전히 전락하고 있는 일의 정체를 찌르기 위해.
 
 "당신은 그 아이와 나눈 연관성을 살인의 이유로 깔시 할 작정입니까?!"
 
 살짝.
 아주 살짝, 브륜힐드의 움직임이 멈췄다.
 칸자키는 거기에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가 지나가는 길. 그것을 이 왈큐레에게는 걷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한번이라도 그런 식으로 추억을 이용하면 두 번 다시 제대로 된 마음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 소년은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내딛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을 겁니다!! 당신은 그걸 피로 물들여서라도 절대로 불가능한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겁니까?!"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그 소년은 이제 입을 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목소리를 잃은 소년의 마음을 짓밟아서는 안 될 겁니다!! 죽은 자에게 말은 없다.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형편에 좋게『불쌍한 죽은 사람의 말』을 멋대로 날조하고. 자기는 그걸로 감동해서 남을 상처 주는 것에 일절의 죄악감을 느끼지 않게 됐다. 그런 방법으로 소년이 남긴 마음을 잔혹한 길로 변모시킬 작정입니까?!"
 『너는……』
 신음하듯이 브륜힐드는 질문했다.
 『그런 말로 납득했다는 건가? 나와 똑같은 길을 걸은 주제에, 거기서 도전하는걸 단념하고 동료의 죽음을 인정했다는 거냐……?』
 "네"
 칸자키는 아주 살짝 끄덕였다.
 "저의 몇 없는 이해자들은 진정한 의미로 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그들과의 추억을 자신의 형편의 좋은 대로 비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브륜힐드의 침묵.
 그녀의 창끝이 미묘하게 흔들린다.『성인』과 왈큐레의 쌍방의 성질을 가진 브륜힐드가『창』의 중량을 못 버틸 리가 없다. 그 창끝의 떨림은 그녀의 심경을 그대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늘고 기다란 호흡 소리가 통신용 영장을 통해서 칸자키의 귀에 닿았다.
 의도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움직임.
 멈출지도 모른다고 칸자키는 생각했다.
 결정적인 승패를 정하지 않더라도 브륜힐드 에익벨은 여기서 멈춰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미안해요.
 
 브륜힐드의 뇌리에 어떤 소년의 웃는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으, 아……"
 아주 짧은 일순.
 하지만 완전히 잃어버리고 만 그 얼굴은 그 일순만으로 그녀의 전신을 먹어치웠다. 뇌의 중심에서 손발의 끝까지가 순식간에 걸죽걸죽한걸로 채워져 간다.
 구했어야 할 목숨.
 구해졌어야 할 목숨.
 그만둬, 브륜힐드는 생각한다. 칸자키 카오리의 말대로 이 이상 여기서 싸우는 것에 의미는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것 뿐이었다.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상처주고 죽이는 것. 그걸 그 다정한 그가 바라고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안에서 뭔가의 족쇄가 파괴되어 있었다. 마치 두개골 안에서 폭발하는 것처럼, 소년의 소리 없는 목소리가 브륜힐드의 정신에 작열한다.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브륜힐드 에익벨의 포효.
 동시에.
 콰앙!! 하고. 그녀를 중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전 방향으로 발생했다. 본래는 체내에 감추고 있어야 할 마력이다. 둠 상태로 퍼져가는 보이지 않는 폭발 같은 것은 순식간에 칸자키를 뛰어넘어 멀리 멀리까지도 단번에 잠식해간다.
 찌릿찌릿.
 칸자키의 피부에 찌르는 듯 한 통각이 있었다. 마치 충격파에 맞은 것 같은 감각이었다. 마력을 지각할 수 있는 마술사만이 아는 아픔. 그 보통과는 다른 상황에 세계에 20명도 없는『성인』인 칸자키한테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식은땀이 나오고 있다.
 호응하는 것처럼 지면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넓게 크게 갈라졌다.
 거미집처럼 갈라진 지면의 틈새에서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용암이 분출한다. 지금까지『창』이 만들어낸 순백의 재해하고는 다르다. 신성한 빛을 잃은 순수한 분노의 색의 영암이었다. 밤의 어둠이 한층 걷혀지고 유황 특유의 증기가 흘러나온다. 빨갛게 불타는 밤은 마치 이 세상의 끝 같았다. 북구신화의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서는 일곱 개의 세계와 이어지는 세계수 그 자체가 불태워지고 거기까지 쌓아왔던 문화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고 한다. 왈큐레의 분노는 그 레벨에 달해 있었다. 모든 것을 와해해가는 슬픔을 칸자키는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해요 래……』
 통신용 영장에서 쥐어짜내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륜힐드의 몸에서 선혈이 뿜어 나왔다.
 한 곳만이 아니다.
 얼굴에서, 팔에서, 다리에서, 가슴에서, 배에서, 등에서. 차례차례로 피부가 찢어져가고 검붉은 것이 흘러나왔다.
 『성인』이란 원래 보통의 인간의 힘의 상한을 아득히 초월하는 자다.
 그 힘의 제어를 실수하는 것은 자신의 육체를 상처 준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단순한『성인』이라해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입는 것이다.『성인』과 왈큐레, 두 가지 성질을 가진 브륜힐드의 경우에는 본래라면 더욱 섭ㅁ세한 정신적 조정을 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브륜힐드 에익벨은 여기에 와서 그 모든 것을 무시했다.
 격정으로 박살난 정신이 육체를 지키기 위한 족쇄를 때려 부쉈다.
 『마지막에 그 아이는 이렇게 써 남겼어. 미안하다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자신의 손목을 베는 마지막 일순까지 그런 걸 생각해주는 아이였다고!!』
 피투성이의 왈큐레.
 전사의 죽음에 응하여 나타나고, 그 혼을 발할라로 보내는 자.
 그 역할에 상응한 용모로, 브륜힐드 에익벨은 변질해간다.
 『본래라면 구할 수 있었어. 내 힘이 만전하다면!! 이 몸에『성인』같은 게 깃들어 있지 않다면, 단순한 왈큐레였다면!! 저런 마술결사의 손에서 그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던 말이야!!』
 피 냄새가 멀리 떨어진 칸자키의 코까지 닿았다.
 방대한 마력과 농후한 피냄새가 그 자리의 분위기를 단번에 살벌한 것으로 변모시킨다.
 북구신화의 냄새.
 죽음과 전쟁을 담당하는 군신 오딘이 지배하는 종교색이 전장의 분위기를 일변시킨다.
 하지만.
 "이 왕바보 천치가……"
 칸자키 카오리는 까득까득 어금니를 물고 불쑥 중얼거렸다.
 칠천칠도의 자루를 박살내버릴지도 모를 기세로 움켜쥐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런 말을 해준 아이가 당신의 그런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할리가 없겠죠!! 그런 식으로 되어 가는걸 구해내지 못했으니까 거기서 자책의 마음에 쫓기고 있었을 텐데! 당신 자신이 그 아이의 마음을 짓밟을 작정입니까?!"
 칸자키가 소리 지르지만 브륜힐드에게는 닿지 않는다.
 아니, 그녀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고 그리고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왈큐레.
 주신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특별한 힘을 주어지면서도 인간을 사랑해서 신에게 등을 돌리는 마저 하는 격정스러운 자. 설령 예리한 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꿰뚫게 되더라도 그 목숨을 사랑하는 자를 위해 망설임 없이 사용하는 자.
 그 성질이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브륜힐드 에익벨은 업화에 불태워지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어떤 소년을 구하려고 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
 웃기지 마. 라고 칸자키는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린 시나리오도 아니다. 몇 가지의 우연이 거듭해서 낳아진 이 최악의 흐름 그 자체에 칸자키 카오리는 선전포고를 한다.
 웃기지 말라고.
 그 분노에 대해서 칸자키의 체내에도 막대한 힘이 흘러넘친다. 그건 십자교의『성인』의 힘.『신의 아이』와 신체적 특징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녀의 체내로 흘러들어오는 압도적인 힘이다.
 짧은 틈.
 두 사람에게 침묵이 있었다.
 시간으로서 몇 초. 그건 폭풍 가운데, 바람과 바람이 복잡하게 부딪치어 기묘한 무풍의 공간을 만들어낸것과 비슷한, 격정 속의 정적이었다.
 물리적인 시작 신호는 없었다.
 반대로 일절의 소리가 소실했기 때문에 두 명의 귀에 이명이 울려 퍼졌다.
 
 그것이 최후의 방아쇠가 됐다.
 
 콰앙!! 하는 굉음이 작열했다.
 칸자키 카오리와 브륜힐드 에익벨. 양자는 최대 속도로 500미터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양발의 아스플트를 폭발시키듯이 단번에 달려갔다.
 격돌까지 시간으로서 2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날붙이와 날붙이가 격돌하기 전에 브륜힐드 쪽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주신의 창궁그닐』을 휘둘렀다. 주신의 힘의 상징인 날씨 제어 능력의 발현. 그 창은 낙뢰, 홍수, 지진, 용권, 분화 등, 모든 자연재해를 무기로서 다룰 수가 있다.
 순백의 재해가 덮쳐온다.
 허공에서 만들어 진 것은 수십의 바위.
 한개 한개가 5미터를 넘는 거대한 질량을 나타내는 건 낙석이나 산사태일까.
 하지만 칸자키도 브륜힐드도 멈추지 않았다.
 비처럼 암석이 쏟아부어지는 가운데 그 작은 틈새를 빠져 나가듯이 두 사람은 더욱 더 가속한다. 그리고 최단거리에서 마침내 격돌했다. 칸자키가 휘두른 도와 브륜힐드가 찌른 창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친다.
 두 사람의 무기는 맞물리지 않고 아주 몇 센티 정도 튕겼다.
 직후에 두 사람의 몸이 흐릿해졌다.
 채채채채채채채채챙카카카카캌카카카카카카캉!!!!!! 하는 무수의 금속음과 불꽃이 폭발했다. 그 사이에도『주신의 창궁그닐』이 휘두를 때마다 순백의 폭염이 뿜어 나오고, 폭풍의 칼날이 날뛴다. 하나하나의 공격에 재해가 깃들고, 브륜힐드의 공격에 더욱 무거움을 늘려간다. 그건 사람이 직시하면 저도 모르게 멈춰서버리고 말 듯 한 천지이변 특유의 장대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연격이었다.
 하지만 칸자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돌파해간다.
 브륜힐드가 만들어내는 재해는 모두『창』의 움직임을 기점으로 발동된다. 북구신화에는 알기 쉽게 4대 속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보나마나 불꽃과 얼음과 서리의 마술적 기호를 조합해서 여러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북구신화의 세계에는 불꽃의 나라와 얼음의 나라에서 흘러오는 바람이 부딪혀서 서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지금 세계의 소재가 된, 위미르 라는 서리의 거인이 만들어졌다. 그 세 가지를 세계구성의『속성』으로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세 가지 기호의 조합.
 삼위일체.
 이런 점에도 필시 브륜힐드 본인이 의도치 못한 십자교의 마술적 기호가 멋대로 간섭하고 있다.
 보나마나 왈큐레에게 있어서 힘을 깎는 불순물밖에 되지 않는 기호.
 거기에 칸자키 카오리는 활로를 찾아낸다.
 (―――읏!!)
 카키이잉!!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맹렬한 싸움.
 날과 날이 맞물리는 상태로 칸자키와 브륜힐드는 정면에서 노려본다. 그리고 어딘가 왈큐레의 표정에는 괴아함이 있었다. 이 맹렬한 싸움에는 칸자키 쪽에서 날붙이를 쳐서 실현시킨 것이다.
 "잊고 있었나"
 왈큐레는 창을 다시 쥐면서 불쑥 중얼거렸다.
 "오딘의 창에는 대검 발뭉을 일격으로 분쇄한 전설이 있다고. 이 상황이라면 네 도는 간단하게 부러지고 이어지는 연격으로 확실하게 쓰러질 거다"
 "……그렇다고는 한정 할 수 없다구요"
 그와 반대로 칸자키 카오리도 엷게 웃으며 대답한다.
 "당신이야 말로 잊고 있나요? 당신의 힘은 북구신화의 왈큐레의 성질을 철저하게 강하기 때문에 반대로 십자교의『성인』의 성질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 ……그럼 가령 제가 그『성인』의 성질을 강제로 상승시킨다고 하면?"
 "……윽?!"
 브륜힐드는 뭔가를 깨달은 것 같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힘은 달의 이지러짐처럼 3개월마다 정기적인 변동이 있다. 십자교의『성인』과 북구신화의 왈큐레, 두 가지의 힘이 항길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이 극단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때에는 보통 사람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브륜힐드지만 반대로 두 가지의 힘이 완전하게 상쇄됐을 때, 그녀는 극히 보통의 인간과 똑같은 정도의 힘밖에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가르쳐드리지요"
 현재 상황은 브륜힐드는 왈큐레로서의 힘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주기를 골라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브륜힐드 한 사람이라면 조정을 벗어난 천칭이라도 거기에『성인』인 칸자키가 새로운 종을 추가해버리면 브륜힐드의 천칭은 크게 어긋나버린다.
 "과거의 한심한 저는 이렇게 생각한 일이 있다구요. ……『신의 아이』에게는 사자를 되살린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신의 아이』자신이 처형된 삼일 뒤에 부활했다. 그 힘의 단편이 내 몸에 흐르고 있다. 그러니까 통상의 마력이 아닌, 이 힘을 주축으로 한 특별한 회복마술을 구축할 수 있다면 죽어버린 동료를 되살리는 것도 가능한 게 아닐까 하고"
 브륜힐드의 힘이 줄어들어버린다.
 접점은 맹렬한 싸움.
 도와 창의 각도를 조절하여 십자가 같은 기호를 만든 데다 거기를 경유해서 칸자키는『성인』으로서의 힘을 브륜힐드의 속으로 주입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과거에 실패한 특별한 회복마술이라는 형태로.
 생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가능해도 결코 죽은 자의 혼을 치유하는 데는 실패했던 술식으로.
 피투성이의 브륜힐드 에익벨의 깊은 상처를 진정한 의미로 치유하고 구하기 위해서.
 "크윽……!!"
 재빨리『창』의 무기파괴로서의 힘을 해방하고 칸자키의 도를 부러뜨리려고 하는 브륜힐드. 하지만 명령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왈큐레로서의 힘이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칸자키는 도의 자루에서 한 손을 떼고, 허리에 있는 보통과는 다른 기다란 도집으로 손을 뻗는다. 그것만으로 보통의 금속배트를 아득히 초월하는 타격을 줄 수 있을 검은 도집으로.
 도를 쥔 손이 한 손이 된 것으로 맹렬한 싸움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브륜힐드 에익벨은 재빨리『주신의 창궁그닐』의 제어를 되찾는다. 반쯤 이상의 힘이 빼앗긴 상황에서 그래도 자신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창을 휘두른다.
 도집과 창.
 두 개의 무기가 교차한다.
 
 미안해요.
 
 그 때.
 브륜힐드 에익벨의 뇌리에는 세이레 플랏틀리라는 소년이 마지막으로 쓴 말이 떠다니고 있었다.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나야말로, 라며 브륜힐드는 살짝 중얼거렸다.
 사실은.
 전부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굉장한 타격음이 그녀의 몸속에서 울려 퍼졌다.
 
 
   7
 
 
 "결국 어떡할 거야?"
 하고 청바지 샵의 점주는 그런 말을 꺼냈다.
 미네랄워터의 빈 공장 부지에는『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의 마술사가 다수 모여 있었다. 의식을 잃은 브륜힐드 에익벨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칸자키와 마찬가지로 세계에 20명도 없는『성인』중 한 명이다. 그 회수작업을 반송하는데는 핵병기 급의 주의를 쏟을 필요가 있다.
 칸자키 카오리는 그런 작업 팀하고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떡한다니 라뇨?"
 "녀석들이 도착하기 전에 네놈이 미완성인『주신의 창궁그닐』을 박살내서 어딘가에 내버렸잖아. 뭐, 덕분에 연동하던 완성전의『최후의 룬』도 연쇄파괴가 되버린 이야기였지만"
 "네. 브륜힐드한테서 완전하게 힘을 빼앗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를 파괴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네세사리우스
 "네놈의『필요악의 교회』에서 잠자코 있지 않는거 아냐? 그 나름대로 강력한 영장이었잖아. 군비증강을 위해서 갖고 싶어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필요 없습니다. 저건 애초에 왈큐레라는 특수한 자질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는 거구요. 가령 일반인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게 됐다면 그건 그거대로 새로운 불씨를 만듭니다"
 칸자키는 천천히 숨을 토하고,
 "그 만큼 우리들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면 끝나는 일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잖냐. 애초에 나는 선량한 청바지 샵의 점주라고"
 점주는 벅벅 머리를 긁고,
 "빌어먹을. 성가신 일이 될 것 같은 문제는 빨리 해결할 수밖에 없나. 이제 적당히 얼른 런던으로 돌아가서 쌓이고 쌓인 넷 통신판매 일을 소화하고, 중학생인 사텐의 기분도 풀어주고 싶은데……해야 할 일은 해둬야 하니까아……"
 "?"
 "식물인간 상태의 소년, 세이레 플랏틀리였나? 그 애송이가 왜 회복하지 않는지가 조금 걸려서 말이다"
 "무슨 뜻 입니까?"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야. 브륜힐드 에익벨은 자기가 박살낸 결사의 마술사한테『자연치유나 회복마술을 저해하는 술식』을 걸었잖아. 즉, 저건 북구신화의 마술이라는 소리야. 어쩌면 원래는 브륜힐드의 마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그 소년이 눈을 뜨지 않는건 누군가의 의도가 있다는 뜻입니까?"
 "브륜힐드를 고문하고 있던 녀석들의 괴롭히기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은 극히 높아. 브륜힐드는 그 애송이를 괴롭히고 있던 마술의 정체도 모르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계통의 술식을 고안해서 마술결사 인간에게 때려박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면 구할 방법이 있다 는걸 알고 있다는 거냐?"
 당연하다.
 세이레 플랏틀리가 진정한 의미로 식물인간 상태였다고 하면 분명 이미 칸자키 일행에게도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마술로 인한 저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변한다.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걸어진 마술을 해제할 수 있다면 계속 잠들어 있는 소년은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라고 여기까지는 해피엔딩 조짐이지만 정말로 귀찮은 건 여기부터다"
 청바지 샵의 점주는 질린다는 듯 한 한숨을 쉬었다.

 "『필요악의 교회네세사리우스』는 브륜힐드 에익벨한테서『주신의 창궁그닐』과 최후의 룬, 지구의 중심핵으로의 간섭방식, 그리고 왈큐레의 자질 그 자체의 수수께끼를 파헤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어. 라고 해도 마술결사에게 붙잡혔던 과거 기록이 있으니까 고문 따위의 단순한 방법으로는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
 "설마……"
 칸자키가 안색을 바꾸고 일어서자 점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서 잠들어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소년. 그 녀석을 확보해서 유리하게 교섭을 진행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파가 있는 모양이다"
 점주 또한 빡쳐있는지 평소에는 불성실한 점주는 뱉어내듯이 칸자키의 질문에 대답해간다.
 "수장의 이름은 리차드 브레이브였던가. 전문은 바다에서의 방위전. 북구신화계의 술식을 특기로 하고 있는 수상쩍은 무리다"
 "……"
 "병원 위치에 관해서는 관광가이드 꼬마가 미리 조사해뒀어. 녀석들의 작전개시 시각에서 역산하건데 지금부터 직행하면 그 일파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말을 듣고 생각에 빠지는 칸자키.
 "어떡할래"
 그에 반해 점주는 적당한 말투로 질문했다.
 
 "해버릴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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