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당근을 기억한다. 【15】
 
 
 
 
 
다음날 방과후가 되어, 우리는 학생회실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가운데는 사가미(겨우 기억했다)가 앉아있고 그 왼쪽에는 나, 오른쪽에는 유키노가 앉아있다. 뭐, 부위원장이 유키노가 나는 유키노와 사가미의 서포트를 하는것 뿐이지만.
 
"그럼 지금부터 제 2회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합니다. 사가미 위원장, 이걸"
 
"아, 응. 고마워"
 
유키노에게 건내받은 종이를 받고 일어서서 각각 반에 역할분담을 전했다. 나와 유키노와 사가미는 자료의 정리와 확인, 그리고 승인이다. 그것만으로는 한가해지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잡무업무도 할까 생각하고 있다.
 
"후우……"
 
"사가미 위원장, 아까전의 역할분담건으로 할 얘기가 있어요"
 
"어? 그, 그치만 저거, 유키노시타가 만들어……"
 
"네. 반마다 뭐를 잘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특기분야에 맞는 일을 분담하고 있어서 문제는 없어요. 그보다, 모두의 앞이라서 긴장하고 있다는건 알겠지만 너무 더듬거려요. 남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건 언어도단이고, 목소리가 작아서 알기 힘들어요. 조금 더 모두를 이끄는 리더로서 제대로 해주세요"
 
"……네에……"
 
설마 말하는 방식 정도로 이렇게 혼날줄은 생각 못한걸테지. 있는 대로 울상지어 침울해져있다.
 
"유키노가 말한대로지만, 역할을 말할때 한 마디 힘내주세요, 라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줄게요, 라거나 웃는 얼굴로 말한건 잘했다고 생각해"
 
"저, 정말로?"
 
"아아. 일단 나랑 유키노로선 할 수 없는 수법이니까. 그 상태로 힘내라"
 
"……그, 그런가……응, 힘낼게!"
 
사가미는 단번에 기운을 차리고 잽싸게 서류 작업에 달려들었다.
 
"므으……하치만, 너무 풀어주면……"
 
"알고 있어. 하지만 침울해지면 다음에 의욕을 잃을지도 모르잖아? 적당하게 당근과 채찍을 바꿔주지 않으면 저 녀석이 도망칠거라고 생각해서"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하치만 말고는 당근을 쓰지 않을거니까……내가 채찍이고 하치만이 당근. 이면 되겠니?"
 
"되겠니라니, 나도 그렇게 익숙한건 아니지만……알았어"
 
확실히, 유키노가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 당근을 사용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하는건 논외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수 밖에 없겠지.
 
 
 
 
 
 
 
 
 
 
 
 
 
 
"사가미 위원장, 여기 한자 잘못됐어요. 전문(専門)의 전(専)에는 점을 붙이지 않으니까 주의하세요. 아니면 초등학교부터 다시 배우는건 어때요?"
 
"글자는 잘 쓰니까 읽기 쉽지만"
 
"승인인감이 기울어져있으니까, 정신 차리고 곧바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한심하네요"
 
"전부 테두리선에선 삐져나오지 않았으니까, 보고 있는 상대는 기분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요한 서류는 그대로 책상에 두지 마세요"
 
"오, 투명한 필름에 넣어뒀나. 이거 보기 쉬워서 좋네"
 
"컴퓨터 타이핑은 물이 흘러가듯 빨리 해주세요. 이래선 내일 아침까지 걸릴거에요"
 
"빨리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정확성은 괜찮네. 역시 평소부터 휴대폰을 만지는 만큼 하네"
 
라며, 이런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길 3일. 사가미는 점점 유키노의 채찍에도 내성이 붙은것 같아서, 실수를 반성하고 점차 활개치기 시작했다.
 
아직 실수는 있지만 처음때보다 실수가 적어져서 자신이 붙은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고, 제대로 리더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오늘 위원회는 이걸로 종료하지만, 하나만 연락이 있스니다. 내일 위원회를 평소보다 30분 정도 빨리 시작합니다. 이유는"
 
화이트 보드에 예쁜 글자로 큼지막하게 『이번 문화제 슬로건』이라고 썼다.
 
"실은 좀 더 빨리 정하고 싶었지만, 버둥거려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럽지만 이번 문화제 슬로건을 한 사람씩 정해서 와주세요"
 
"부족해. 3개 정도 생각해오고, 좋은게 있으면 그걸 채용. 없으면 나온 대안을 조사해서 좋은 슬로건을 하나로 좁혀가는 방향으로"
 
"과연……고마워,유키노시타. 히, 히키가야도 그거면 되겠어……?"
 
"음? 아아, 괜찮은데"
 
어이, 왜 눈을 피해. 내가 울어버린다. 주로 내가. 중요한 일이라서 2번 말했습니다.
 
"기간은 내일 점심시간. 저나 부위원장, 학생회장, 히키가야 중 한 명에게 제출하고, 각자 학생회실에 갖고와주세요. 잊어버린 사람은 페널티로서 일을 셋 정도 늘릴 테니까 그런줄 아세요. 이상, 해산!"
 
페널티 셋이냐. 의외로 무겁네. 유키노는 만족스러운듯 끄덕이고 있지만.
 
"후우……"
 
"수고했어 사가미, 유키노. 자 이거"
 
카페오레를 둘에게 건내고 나는 맥스캔을 마신다. 응, 역시 피곤할때는 단거지.
 
"고마워, 하치만. 준비성 좋네"
 
"미리 냉장고에 넣어뒀어. 시로메구리 선배에게는 허가 받아뒀어"
 
학생회실에 냉장고가 있다니, 사치스럽잖아. 봉사부에도 넣어주지 않으려나. 300엔 줄테니까.
 
"고, 고마워……, 히키가야는 다정하네"
 
"나 같은게 다정하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성인군자로군"
 
"너무 비관적이야. 히키가야는 자신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다정해"
 
"……오오……때, 땡큐"
 
왜 이 녀석, 그렇게나 나를 추켜 세우는거야? 나랑 이 녀석의 접점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렇지?
 
"정말로 유키노시타가 부러워. 이런 사람이 남친이라니"
 
"안 줄거야"
 
"괜찮아, 안 뺏어. 나같은건 히키가야랑 안 어울리는걸. 히키가야랑 어울리는건 역시 유키노시타 뿐이야"
 
사가미는 나와 유키노를 교대로 보고, 뭔가 만족한것 처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 손을 잡고 세게 우리를 붙이고,
 
찰칵
 
"뭣!?
 
"사가미!?"
 
"괜찮잖아 괜찮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변한건 둘의 덕분이고, 기념으로. 응?"
 
그러자 이번에는 사가미도 들어와서 안쪽 카메라로 셋이서 촬영.
 
"영차. 나중에 메일로 사진 보내둘게. 그럼 내일 또 봐-"
 
……포, 폭풍같은 녀석이군…….
 
"뭐, 처음과 비교하면 밝아졌군"
 
"그렇구나. 통솔력이랑 일의 처리도 불이 붙은것 같고. 하지만 풀어줄 생각은 없어"
 
아, 유키노의 기어가 하나 올라갔다. 유키노가 남에게 무언가를 진심으로 가르칠때는 그 사람에 맞춰서 기어를 올리거나 한다. 사가미는 학습이 좋인까 다음 스텝으로 가는것 같다.
 
중학생 무렵, 유키노가 몇 번인가 기어를 올려서 누군가를 가르쳤지만……그때 형상이라고 할까, 분위기가 삐걱삐걱 거려서 상당히 무서웠다.
 
뭐, 나는 그 상태의 유키노, 그리고 유키노보다도 무서운 하루 누나, 가볍게 S모드가 된 하야토한테 여름방학에 공부를 받았지만……확실히 통틀어서 스펙은 올라갔다.
 
그거랑 비교하면 지금 사가미의 상황은 그리 힘든것도 아니다.
 
"그럼 집에 갈까"
 
"그러자"
 
뭐, 내일부터 힘들거라 생각하지만……힘내라, 사가미.
 
 
 
 
 
 
 
 
 
 
 
 
다음날 방과후. 예정대로 시간에 문화제 실행위원회 전원이 모였다. 그리고 사가미의 앞에는 모두에게서 모은 종이가 든 상자가 있다.
 
"지금부터 제 3회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합니다. 점심시간에 모은 종이는 전부 냈지만……1하년 A반의 토미야. 네가 쓴 종이만 슬로건이 하나 밖에 안 쓰여있는데, 어째서?"
 
"어? 그치만 위원장이 하나면 된다고……"
 
"그 후에 정정했을거야. 슬로건은 한 사람당 3개 써서 제출하라고"
 
"그, 그건……못 들었습니다"
 
아-, 남의 얘기는 마지막까지 안 듣다니……저 녀석은 중학생이냐. 중학생의 마음가짐에서 못 벗어나는건 바보잖아.
 
"하아. ……얘기를 듣고 까먹었다면 모를까, 얘기를 안 들었구나……. 그럼 페널티를 내리겠습니다. 페널티로서 도미야는 일을 3개 늘리고, 같은 조인 다나카 양도 일을 2개 늘리겠습니다"
 
"어, 어째서요!"
 
"같은 조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들은 내용을 서로 확인하지 않았으니까요. 연대책임입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껴주세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같은 조가 된 사람과 제대로 내용을 공유하세요. 이상"
 
……오, 오오. 사가미가 이렇게까지 말하다니……유키노도 조금 놀라고 있잖아. 혹시 이 녀석, 실은 화나면 엄청난 녀석?
 
다나카는 도미야를 노려보고 마지못해 앉았다. 도마야는 멋쩍은 얼굴을 하고 앉는다. 글러먹었다, 저 녀석. 아무 반성도 하지 않아. 이래선 저 녀석들은 성장하지 않고, 성장한다고 한들, 그 과정을 볼 생각도 안 든다.
 
"그럼 슬로건 결정으로 넘어갑니다"
 
유키노가 화이트 보드에 사가미가 읽은 문장을 쓴다. 엄청 예쁜 글자로 쓰여있는데, 그 쓰는속도가 떨어지지 않는게 엄청나다.
 
"……네, 전부 읽어습니다. 이 중에서 하나, 좋은게 있으면 손을 들어 발언해주세요"
 
드르륵! 빠밤!
 
"네넹-! 나, ONE FOR ALL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니!?"
 
"아, 하루 선배!"
 
"또 귀찮은게……"
 
"하루 누나?"
 
유키노는 놀라고 시로메구리 선배는 기쁨, 히라츠카 선생님은 미간을 누르고 나는 그저 의문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 여기 있는거야?
 
"어, 그게……유키노시타의 언니분?"
 
"마, 맞아. ……언니, 왜 여기 온거야?"
 
"유지참가로 문화제에 참가할까 생각해서. 방금 막 왔더니 재미있는거 하고 있잖아. 아, 네가 위원장인 사가미?"
 
"아, 네. 처음뵙겠어요, 사가미 미나미에요"
 
"유키노한테 들었어. 『내 지도에 소리 하나 지르지 않고 이렇게 하는건 좀처럼 없어. 근성이 있어서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라고 했지 말야-! 유키노가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칭찬하는건 처음이야"
 
"어, 언니, 그만해. 그만둬줘……그만해주세요"
 
얼굴을 붉히고 하루 누나를 제지하려고 하는 유키노. 아아, 역시 부끄러워하는 유키노 귀여워.
 
"유키노시타……"
 
"~~~읏! ……몰라"
 
"그치만……"
 
 
 
 
 
 
 
 
 
 
 
 
"모른다 뭐"
 
""""""(뭐야 저거 귀여워!)"""""
 
이런, 유키노 귀여워. 내 천사, 아니 여신.
 
"그, 그래서 하루 누나. ONE FOR ALL이 좋다고 했지? 그 이유는?"
 
"어? 하야토가 좋아하는 말이니까"
 
……왠지 그냥, 하야토야. 너 지금 고백하면 하루 누나랑 사귈 수 있지 않아? 응, 내가 보장한다.
 
"하루노, 여기에 앉아서 가만히 있어라"
 
"네에-. 그럼 또 봐-"
 
학생회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을 못박으면서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하루 누나. 과연.
 
"어 그게……커흠. 회의를 재개합니다. 그 외에 이 슬로건이 좋다고 하는 의견은 있습니까?"
 
으-음……모두 다 흔해빠진 말이라서 재미없네.
 
"사가미, 아마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걸 내가 대변할게"
 
"뭔데?"
 
"이런 재미없는 슬로건 생각한거 누구야. 내가 100배는 훨씬 낫다, 그렇지?"
 
"""""움찔"""""
 
알기 쉽구만, 이 녀석들.
 
"하지만 자신의 슬로건이 좋다고 생각해도 그걸 말하는건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슬로건이라도, 남이 보면 그건 재미없는 슬로건이야. 상대는 나 자신이 아니야. 감성이라고 할가, 인간 그 자체가 자신하고 달라.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고 실수하지"
 
나는 일어서서 화이트 보드에 내가 지금 생각한 슬로건을 쓴다.
 
"자신의 슬로건이 좋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슬로건은 재미없다. 말하면 뒤로 험담을 듣는게 아닐까 멋대로 생각하지. 정말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따라서"
 
 
 
 
 
 
 
 
『슬로건 : 자기 중심 축제・자기 멋대로 들떠서 나중에 후회하는 문화제』
 
 
 
 
 
 
 
 
"지금 문화제 실행위원회에 어울리는 슬로건이다"
 
라고 이렇게까지 말하자 모두가 하나같이 아연해한다. 뭐,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다들 그렇게 되겠지.
 
"자, 잠깐 기다려주세요! 모두가 자기 중심이라고 단정짓는건 횡포입니다!"
 
"어음……너 누구였더라, 후시?"
 
"도미야입니다"
 
"그런가. 그래서 도미야. 너는 지금 모두의 대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 그런데요……"
 
"그 생각이 자기중심이다. 뭐야 너. 모두에게 확인이라도 받았냐?"
 
"하, 하진 않았지만……그런건 선배도 마찬가지잖아요!"
 
 
 
 
 
 
 
"아아, 그렇군. 그래서 말했잖아. 이 문화제 실행위원회에는 어울리는 슬로건이라고"
 
라며 그렇게까지 말하자 겨우 몇 명이 깨달은것 같다. 도미야는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나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걸 멋대로 대변했다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너도 그래. 그리고 문화제 실행위원 모두다 그렇지. 무엇 하나 문화제를 위해 공헌하려고 하는 생각이 없어. 모든건 그 이후의 자기 보호를 위해서다"
 
방금쓴 슬로건을 위에서 크게 가위표를 친다.
 
"상대의 생각은 지금은 신경쓰지마. 팍팍 의견을 말하지 않으면 오늘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을거고, 어쩌면 일이 페널티로 늘어날지도 몰라. 그 후의 일은 어떻게든 될거니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이상이다"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올려둔 맥스캔을 한입 마신다. 음, 여전히 엄청 달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박수를 치고, 그게 파문을 일듯 퍼져서 문화제 실행위원 전원이 박수를 쳤다.
 
"……하?"
 
어? 뭐야? 어?
 
"후후. 그럼 여러분, 의견을 내주세요. 하치만, 나랑 하치만이 모두가 낸 대안을 컴퓨터에 칠거야"
 
"아, 아아……"
 
뭐, 뭐였던거야, 지금 그거?
 
 


 
 
그날, 슬로건 정하기는 상당히 열띤 회의가 되어, 일은 전혀 못했지만 문화제 실행위원 전원이 일치단결한 기분이 들었다. 할 수 있으면 처음부터 해라, 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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