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네 파편 - 추억.
 
 
 
지금으로부터 대충 1년 정도 전이다.
그녀가 내 앞에서 모습을 지운건.
아니, 이 세상에서 모습을 지운건, 이라고 하는 편이 올바를까.
 
 
아무래도, 차에 치일뻔한 아이를 감싸고 자신이 치인 모양이다.
정말이지 바보다. 정말로 그렇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이 되다니, 너무나도 어리석은 행위다.
 
하지만 그 행위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왜냐면 그건,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인간의 방식이니까.
자신을 헐뜯는걸로밖에 구함을 보일 수 없었던 남자의, 단 하나의 해결수단이니까.
 
 
진심으로 기막혀하면서도 어째선지 자연히 웃음이 흘러나온다.
 
…정말이지, 남매라고해도 그런곳까지 닮을 필요는 없다고?
 
 
 
 
――――안 그래, 코마치?
 
 
 
 
×  ×  ×
 
 
 
 
 
코마치가 구급차에 실려가 의식불명인 중태라는 전화를 듣고 뛰쳐나오듯이 집을 나온다.
 
다행히도 대학은 휴일이고 용건도 없었으므로 직행으로 목적지로 서두른다. 라고해도 나의 아파트에서 실가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므로 몇 분만에 도착한다는건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코마치의 무사를 빌면서 뛴다.
 
전차에 타고나서는 그저 한결같이 도착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은 항상 평등하게 흘러, 누구의 바람도 기도도 통하지 않는다. 짖궂게 흘러가는 시간에, 갈 곳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저, 그저 기다린다.
 
 
결국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한건 집을 나오고나서 2시간 정도 지나고나서였다.
 
대기실에는 기도하듯이 양손을 모으면서 고개숙여 앉아있는 부모님의 모습이 있었다.
 
"코마치는?! 코마치는 무사해?!"
 
이 상황을 보면 알다시피 무사할리가 없다.
하지만 초조감이나 불안으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있는 지금 상태인 나에게 그런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침통한 표정을 들어 내 모습을 본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수술중이다"
 
나눈 말은 겨우 그것뿐.
그리고나서 셋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코마치의 무사를 빌었다.
 
 
 
 
 
그리고나서 몇분후의 일이다. 수술실에서 의사인 사람들이 몇 명 나왔다. 그 중에 한 명이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최선을 다했지만, 의식이 돌아올지 아닐지는 그녀에게 달려있습니다"
 
그 선언은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데도 시간을 필요했다.
폭발하기 직전인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했을때는, 이미 의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째서야……! 왜 코마치가……. 당신 의사잖아? …부탁이니까 코마치를 살려줘……. 제발…부탁해……"
 
의사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점차 힘을 잃고, 이윽고 완전히 힘을 잃고 떨어진다.
의사가 만능약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그도 모두 다 구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는게 아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수 있는게 아니다.
 
"괜찮아. 코마치라면 분명 괜찮아"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중얼거리면서 아버지가 내 어깨를 안는다.
분명 아버지도, 물론 어머니도 실은 코마치가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는거겠지. 불안으로 견딜 수 없는거겠지.
마음은 다들 같았다.
 
코마치…돌아와…….
 
 
 
 
×  ×  ×
 
 
 
 
있잖아, 오빠야. 코마치는 말야, 행복했다구?
다른 누구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어.
오빠랑 함께 있어서, 오빠의 동생으로 태어나서, 정말로 좋았어.
…헤헷,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은데에.
 
그러니까 말야, 정말로 고마워. 오빠야.
 
 
 
 
 
 
 
 
꿈을 꿨던것 같다. 단편적으로 어딘가 안개가 끼인것처럼 애매하다. 하지만 그저 단 하나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것도 있다.
그 꿈에선 코마치가 즐거운듯이 웃고 있었다.
 
 
 
 
눈을 뜨니 병실에서, 눈 앞에서 코마치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래도 저도 모른 사이에 잠들어버린 모양이라, 코마치의 침대에 기대는 자세로 잠들어있던 덕분인지 몸이 조금 아프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고 지금은 코마치의 의식이 돌아오는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도 역시, 바라던대로는 되지 않아서 아직 코마치는 눈을 뜨지 않는다.
 
"저기 코마치…슬슬 깨어나줘.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네 친구도. 물론 나도야"
 
나와 코마치 단 둘뿐인 병실.
말을 불러도 분명 누구에게 닿는것도 아닌. 혼잣말 같은 말이다.
그래도, 그래도 좋다.
그래도 좋으니까 부르고 싶다.
 
"있잖아…코마치. 부탁이니까 눈을 떠줘…"
 
눈물로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면서도 간원하는 내 바람도 허망하게, 그 마음은 끝내 누구에게 닿을 일도 없어 허공으로 사라진다.
 
 
 
 
 
 
 
 
결국, 코마치가 눈을 뜨는 일은 두번 다신 없었다.
 
코마치의 의식은 회복하는 일 없이 마지막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기억은 별로 없다. 라기보다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있던건, 그때까지 있었던것이 사라져버렸다는 허무감뿐이었다.
 
 
 
 
 
×  ×  ×
 
 
 
 
소중한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은, 한번 잃어버리면 두번 다신 손에 넣을 수는 없다.
누구나가 잃고나서 한탄하는 것이다.
잃는것이 이렇게나 괴롭다면 처음부터 손에 넣지 않을걸 그랬다. 잃기 전에 스스로 포기하고 놓아버릴걸 그랬다고.
 
 
 
나에겐 소중한 것이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그것을 잃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니까, 잃는것이 이렇게나 괴롭다는걸 몰랐다. 알리 없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 괴로움이, 이 몸을 기어간다.
 
언젠가는 모두 잃어버린다.
부모니 친척, 친구, 여친. 이별의 때는 반드시 온다.
나도 그 녀 석들과 헤어지는것이, 관계를 잃어가는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관계에 의미따위 있는걸까…
과연 정말로 잃어가는것에 가치 따위 있는걸까…
 
언젠간 잃어간다는걸 알고 있으면서.
잃고, 괴로워 슬퍼한다는걸 알고 있으면서.
 
 
 
그렇다면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편이 좋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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