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복 만세,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사가미가 크게 울고, 그리고 성장한 문화제를 마치고 나와 유키노의 거리는 조금 줄어들었다. ……물리적으로.
깨닫고보니 어째선지 바로 옆에 유키노가 있고, 조금 정신을 놓고 보니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다. 그 정도로 가깝다.
나도 건강한 남자 고등학생이라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와 신체적 접촉을 하는건 바라마지 않던 일이지만, 상대가 유키노라면 그렇지도 않다.
뭐라고 할까……긴장하고 마는 것이다. 남을 먼지만치도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그렇기에 직접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가능성이 높은 하복은 내게 있어서 꺼려야할 것이 됐다. 동복만세다.
뭐, 동복이 되면 그거대로 "조금……춥네" 라고 하면서 더욱 거리를 줄어들겠지. ……어쩌라는거야.
솔직히 말해서 유키노는 내게 있어 특별한 존재다. 그건 인정한다. 그럼, 그건 언제부터. 대체 언제부터 내게 있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일까.
문화제, 치바마을, 둘이서 간 쇼핑, 점점 유키노와 보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리고 깨달았다. 처음부터라고. 봉사부에서 처음으로 유키노와 만났을때. 저 녀석이 나에게 친구가 되라고 했을때. 아마, 그 때부터 줄곧 유키노는 내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고.
그 때 유키노가 나에게 친구가 되라고 했던건 내가 혼자이기 때문이다. 주위에 질투받아온 유키노에게 있어 혼자인 내가 친구로서 바람직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혼자 있기를 바란다. 웃어버리는 정도의 아집이고 오만한 소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는 기뻤다. 이상하게 좋다고, 혼자 있는걸 좋다고 인정해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지금까지 누구도, 그야말로 코마치마저 내가 혼자 있는것을 인정해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 녀석은, 저 녀석 만큼은 나를 인정해줬다.
 
그런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리 없잖나.
 
그렇다고해서 나와 유키노의 관계에 무슨 영향을 미친다고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나와 유키노의 관계는 대학졸업까지로 한정되는 것이다. 거기에 변경은 없다.
그저 유키노와 헤어지는 날이 찾아왔을때, 저 녀석이 그 괴로워보이는 얼굴을 보여준다면. 나는, 과연 유키노와 인연을 끊어버릴 수 있을가. 그것만이 약간 의문으로 남는 정도이다.
뭐, 가족하고 화해했을테고, 유이라는 훌륭한 친구도 있다. 그런 유키노가 언제까지고 나같은 이상한 생물을 곁에 둘 필요도 없을테고, 생각하지않아도 문제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대로여도 문제없다. 평상운전. 평상운전.
그리고 이것도…….
 
"흥흐-흥"
 
내 옆에서 어깨가 맞닿을 정도의 거리로 유키노는 잡지 모서리를 접고 있었다. 이것도 최근들어 그녀의 정위치여서 평상운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보고 있는 잡지는 교토 특집이며, 콧노래를 섞으며 기분 좋은 듯이 이제 곧 가게 될 수학여행에서 자유행동지를 체크하고 있다.
덧붙여 잡지 모서리를 접는걸 일반적으로 도그이어라고 부르는데, 그녀에게 말하게 하면 스코티쉬 폴드 이어라는 모양이다. 그냥 길러라, 고양이.
 
"저기저기, 힛키! 둘은 자유행동때 어디 보러 갈거야?"
 
어찌된 셈인지 나와 유키노는 자유행동을 같이 보내게 되어 있다. 경위는 모른다. 내가 정신 차렸을때는 벌써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저 일부 J반 여자의 암약이있었다는 모양이라고만 얼핏 들었다.
 
"유키노가 갈 곳을 정하는 모양이니까. 나는 아직 예정을 몰라"
 
"에-. 그건 아니야, 힛키. 제대로 에스코트 해줘야지-"
 
나도 유키노에게 맡겨두고 싶은게 아니다. 오히려 방향치인 유키노에게 맡기는건 불안밖에 없다. 하지만 유키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고르겠다고 말한 이상, 내게 반론할 소리는 없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다……"
 
요컨대 원흉인 유키노를 본다. 그런 나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보고 있던 잡지에 책갈피를 끼우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에스코트도 즐겁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르쳐주고 싶어. 기호를 모르고 에스코트 받아도 폐가 될 뿐이잖니?"
 
이번에는, 라는건 다음에도 있다는 고로. 뭐, 나도 유키노도 교다이로 진학을 지향하고 있으니 무사히 합격하면 그런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그래서 이번 일을 참고로 계획을 세우고 싶다는 것이다. 꽤나 느긋한 이야기다.
 
"가고 싶은곳만 알려주면 남은건 이쪽에서 가는 길이나 조사해두겠는데"
 
"어머, 그래선 기대할게 없잖니?"
 
……유키노. 너 방향치인거 자각하고 있는거 아니었냐? 둘이서 나갈때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는건 뭘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거냐, 너.
그런 생각을 시선에 담아 유키노를 쳐다보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는 유이와 교토 특집 잡지를 사이좋게 본다. 그러자. 부실 입구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잡지에 다시 책갈피를 끼우고 유키노가 대답한다. 그 음색은 얼어붙을만큼 차가웠다. 얼마나 방해받는걸 싫어하는거냐, 너.
 
"어, 유이, 하로하로-"
 
"얏하로-"
 
신종 발견 에비낫치. 얏하로-, 햣하로-, 하로하로-, 라며 하로 3단활용이 완성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얏하로-와 하로하로- 사이에 끼인 미우라가 어떤 인사를 할지 약간 신경쓰인다. 역시 하로- 활용계일까, 아니면 굳이 안녕-녕- 같은 완전히 다른 종류인걸까. 수수께끼는 깊어질 뿐이다.
 
"히키타니랑 유키노시타도 하로하로-"
 
"여"
 
"오랜만이네. 자, 적당하게 앉으렴"
 
일찍이 코마치의 얏하로- 라고 인사받았을때 할뻔했던 유키노였지만, 하로하로- 는 금선에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키노의 웃음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하나 모르겠다.
유키노에게 권유된대로 에비나는 가까운 의자에 앉는다.
 
"좀 상담하고 싶은게 있어서 왔는데……"
 
의뢰가 있어서 왔나. 솔직히 귀찮은 일이 될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에비나는 평소 초고교급의 엄마인 미우라와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그 미우라에게 상담할 수 없는 내용, 혹은 미우라가 해결할 수 없는 내용의 의뢰를 우리들이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우리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부끄러운지 에비나는 볼을 빨갛게 붉힌다.
 
"저, 저기 말야……. 토벳치 일로 좀 상담이 있어서……"
 
"에, 진짜? 토벳치가 뭐 저질렀어?"
 
……토벳치는 누구냐?
모르는 녀석 얘기를 해도, 상담할 수 없으니 조금 몸을 뺀다.
에비나는 그런 내 모습에 뚱해졌는지 살짝 눈썹을 찌푸린다.
 
"잠깐만, 히키타니. 제대로 얘기 들어줘-"
 
"아니, 나 토벳치를 모르니까"
 
그러자 유이는 이거참, 이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미안해, 히메나. 힛키, 기억력 나쁘니까……"
 
무례하다. 기억력이 나쁜게아니다. 기억할 마음이 없는것 뿐이다. 뭐, 어느쪽이냐고 하면 후자가 더 악질이라는 느낌도 없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는건, 같은 반에 있는 녀석인거냐?"
 
"같은 반이라고 할까, 치바마을에서 같이 있었잖아!"
 
"아아, 그 금발 말이냐?"
 
치바 마을에서 자원봉사에 참가한 소부 학생 중에서 이름을 모르는건 한 명 뿐이다. 소거법으로 그 녀석이 토벳치라는것이 된다.
 
"정말이지, 힛키는 진짜로……"
 
"저, 저기……얘기 계속해도 될까?"
 
설교를 시작하려는 유이를 뒤로, 에비나는 얘기를 돌린다.
 
"아, 미안.그래서 상담은 뭔데?"
 
"그, 그게. 말하기 힘들지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치마자락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에비나는 말을 고른다.
부녀자를 공언하지 마지 않는 에비나가 이렇게 말을 흐린다는건 어지간한 일이 아닐까.
 
"토벳치, 요즘 하야토랑 같이 히키타니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선 야마토랑 오오오카가 플러스트레이션! 아마, 하야토가 토벳치를 둘러싸고 히키타니에게 하극상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거 절대로 이상해! 하야토는 총수가 아니면 안 돼!"
 
……병원 가라. 에비나의 이것은 하야마의 주가를 점점 폭락시키고 있으니, 풍설의 유포가 적용되지 않을까.
현실을 직시못하는 나이지만, 그런 나를 깨닫지 못하고 히트업한 에비나는 더욱 멈추지 않는다.
방금전까지 머뭇거리던 에비나는 어디 간거냐…….
 
"그래서 하야토가 하극상으로 토벳치만 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야마토랑 오오오카의 거리가 좀 벌어진게 신경쓰여서"
 
그런건 하야마한테 직접 물어라……라곤느 말 못한다.
내 입장에서 보면 에비나의 상담이란 위화감밖에 없다. 에비나의 커플링 취미는 비교적 잡식이다. 충간도 여체화도 홱홱 잡아먹는 저 에비나가 하극상이라는것 만으로 굳이 여기에 상담하러 찾아올리가 없다. 평소 에비나라면 "하극상……순조로워!"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이 상담에는 분명 뒤가 있다.
 
"하극상은 없냐?"
 
"없어, 없어! 히키타니. 하극상 따위 시키지 말고, 모처럼이니까 하렘 만들자, 하렘! 히키타니의 귀축 공으로 모두 몽땅 포로로 만들어줘!"
 
"거절합니다"
 
의뢰내용, 히키타니가 하렘을 만들어줬으면 어떡하지……. 뒷 내용 있는거지? 믿는다, 에비나!
 
"그렇……지……. 히키타니는 극상의 S인걸. S를 굴복시키는데 흥분해버리는 S인걸. 오히려 WANGCHANG☆WARA지"
 
……손님 속에 의사님은 계십니까?
친구인 유이도 약간 깨는 가운데 유키노만 어떻게든 참고 있었다.
유키노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면서 입을 연다.
 
"요컨대 무슨 소리니……. 설명해주면 고맙겠는데"
 
유키노는 지친 표정으로 그녀 나름대로 어떻게든 해석하려고 힘써본다. 힘쓰는건 좋지만, 그대로 엉뚱한 방향으로 눈 뜨지는 마라.
 
"으-음, 왠지 지금까지 있던 그룹이 왠지 좀 변해버린걸까 생각해서……"
 
에비나의 목소리가 우울함을 감춘 것으로 변했다.
그걸 풀어내려고 유이가 말한다.
 
"그침나 말야, 남자끼리도 이렇게 뭔가 복잡한게 있는걸지도 모르잖아. 인간관계라던가"
 
"남자끼리 복잡한 관계……. 싫다, 유이, 저질이야……"
 
"……나, 뭐 이상한 소리 했어?"
 
"미우라 부르자, 미우라. 우리들로는 처리 못한다"
 
그래도 미우라라면……, 미우라라면 어떻게든 해준다.
 
"뭐, 그 녀석들에겓 무슨 사정이 있는거 아니냐? 그게 하극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야마니까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지.아마도"
 
다같이 사이좋게 교 교주인 하야마가 그룹에 변화를 가져올만한 짓을 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건 체인 메일 사건으로 명백해졌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와 다르다는건 확실해. 변해버린 상태로 있는건 좀 싫어서"
 
그렇게 말하며 에비나는 미소짓는다.
 
"지금까지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걸"
 
그건 일부러 짓는것도 아닌, 지극히 자연스런 미소였다.
그런 에비나의 미소는 둘째치고, 에비나의 말을 정리해보자.
지금은 BL 발언은 무시한다. 위화감밖에 느끼지 못했고, 미스리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덧붙여 에비나의 발언에서 BL요소를 빼면 이렇게 된다.
 
・토벳치 일로 상담이 있다.
・하야마와 토벳치가 나를 보고 있다.
・야마토와 오오오카가 거리가 벌어진것 처럼 보인다.
・결과 지금까지 그룹하고는 달라져버린것 같다.
・달라져버리는건 싫어서, 지금까지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사이 좋아지고 싶다' 가 아닌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 라는 데에서 헤아릴 수 있듯, 에비나의 진짜 상담은 여자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현재 상황 유지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그룹의 평온을 흐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하야마와 토벳치가 나를 보고 있는건, 그 녀석들이 봉사부에 뭔가 접촉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 그러면 에비나가 여기에 올 이유는 없다.
정리하자면 토벳치가 봉사부로 가져올 의뢰로 보다 그룹의 평화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고 에비나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라는 것이 된다.
뭐 지금은 적당하게 머리 구석에 박아두면 될 것이다. 실제로 토벳치가 의뢰를 가져오지 않으면 내게는 어찌할 수도 없으니까.
 
"오K, 파악. 일단 나는 하야마랑 토벳치의 하극상을 저지하면 되겠지"
 
에비나가 말하는 하극상이 실제로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이 정도일 것이다. 저 녀석들이 봉사부로 의뢰를 갖고올지도 모르니까.
 
"아, 그치만 히키타니가 남자그룹에 섞여서 하렘을 만드는건 대찬성이야. 여,여러가지로 순조로우니까!"
 
"싫다, 이 아이. 저질이야……"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얼굴을 가져오는 에비나의 이마를 찰딱 때린다.
에비나는 이마를 누르며 원망스럽듯 나를 본다.
 
"히키타니 완전 S……. 그런건 하야토들에게만 보여주면 좋을텐데……"
 
"내 성벽을 날조하지 마라"
 
에비나는 에헤헤 얼버무리듯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선다.
 
"그럼 그런고로. 또 봐-"
 
그대로 부실을 나가는 에비나를 바라보고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봤다.
 
"결국 히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에비나의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을 유이는 말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뭐라고 하기 어렵구나……. 하야마들이 무슨 어프로치를 한다면 알 수 있을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보류해두면 되지 않겠냐?"
 
에비나가 선수를 친 형태니까, 우리들이 할 수 있는건 그 정도일 것이다.
그보다 지금까지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갖지 모한 나한테 현재 상태의 유지를 도우라니, 꽤 엉망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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