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도착하니 그 안의 광경은 혼돈이라는 한 마디로 충분했다.
미소지으며 유키노에게 안겨붙는 하루노 씨와 그걸 울적해보이는 듯이 보는 유키노. 그 뒤에는 벌벌 떠는 학생회장이 있었다.
다른 위원들은 그 상황에 대처하려고 하지만, 부위원장인 유키노에게 서류를 주려고 해도 접근할 수가 없어, 그저 주위를 서성이고 있을 뿐이었다.
 
"뭐여 이건……"
 
껴안고 있는거라면 안다. 유키노를 정말 좋아하는 하루노 씨의 입장에서 보아, 미움 받아질 필요가 없어진 귀여운 동생을 껴안고 싶어진걸테지.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왜 하루노 씨가 여기에 있는건진 모르겠다.
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이쪽을 깨달았다.
 
"어라, 히키가야다. 햣하로-!"
 
햣하로-. 요컨대, 햣호- + 하로. 왜 이렇게 됐냐, 하루노 씨는 D - HERO덱의 사용자였나. 아니, 그건 이얏호오오오오오오우! 인가.
 
"하루노 누나……"
 
"아, 하야토"
 
하루노 씨가 손을 흔들고 하야마도 거기에 손을 든다.
 
"무슨 일이야?"
 
"유지로 관현악이라도 할까 생각해서. OB,OG가 모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재미있어 보이지 않니?"
 
"또 그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하네……"
 
무엇……이라…….
하루노 씨의 행동을 즉흥적이라고 부르는 옆의 하야마는 그렇다치고, 이건 꽤 재미있는 제안이다.
현의에서 뒤를 이을 하루노 씨로서도 모교인 이 학교의 연관성은 소중하게 해두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 학교의 문화제는 예년 지역과 연관성을 중시하고 있다. 문화제를 통해 재학생과 보호자, 그리고 천성하는 지역에 얼굴을 보일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리고 졸업생이 참가한다는 실적을 만들어두면 이후에도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잠깐 생각나는것 만으로도 이렇게나 하루노 씨에게 메릿트가 있는 행동이 단순히 즉흥적일리가 없다. 뭐, 그것 말고도 무리하게 미움받을 필요가 없어져서 사랑하는 동생이랑 같이 있고 싶다는것도 있겠지. 오히려 그게 9할 쯤 가능성까지 있다.
 
"유키노, 어떻게 생각해?"
 
하루노 씨의 상대를 하야마에게 맡기고 유키노에게 제안을 묻는다.
 
"나는 좋다고 생각해. 언니도 즉흥적으로 그런 말을 한게 아닐테고"
 
"그렇겠지. 그저 업무량이 절망적으로 늘어날것 같으니 그게 걸린단 말이지……"
 
"그건 우리들이 생각해봐야 소용 없는 일이야. 책임자는 사가미고, 그녀의 판단에 맡기자. 그러고보니 사가미는 같이 오지 않았구나"
 
"아아, 그 녀석은……"
 
어제 유키노로 인한 설교 때문에 위원회에 가고 싶지 않아보였으니까 숨돌리기 중이라고는 말 못하고 말을 흐린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런 와중에 사가미가 들어왔다.
종종 걸음으로 위원장의 자리에 있는 유키노의 옆으로 달려온다.
 
"하루 언니, 이 아이가 위원장이에요"
 
학생회장에게 듣고 하루노 씨는 이젠 익숙해진 시선을 사가미에게 향했다.
……그거 동생의 관계자 전부에게 향할 생각입니까, 당신은.
 
"……아, 사가미 미나미입니다"
 
"문화제 실행 위원장이 지각? 헤에……"
 
"저, 저기……"
 
"당신, 아직 부외자잖습니까"
 
사가미를 위압하려하는 하루노 씨의 머리를 찰딱 때리고 그녀의 행동을 캔슬시킨다.
사가미가 왜 늦었냐면 내가 반 중심에 집어던지고 왔으니까 이 정도는 해준다. 뭐, 변명을 하면 그게 들킨다는걸 피할 가능성도 없지만서도.
문득 시선을 느끼고 주위를 돌아보니 하야마와 학생회장이 나를 뜻밖이라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루 언니를 부외자취급이라니……. 히키가야 굉장하네"
 
"히키타니, 하루노 누나한테 잘도 그런 소리를 하구나. 감탄했어"
 
칭찬하는건지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히키가야, 언제 언니랑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거니? 역시 목줄이……"
 
유키노는 유키노대로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목줄이 뭔데, 목줄이.
 
"아야앗-! 누나한테 폭력이라니, 못됐잖아, 히키가야! 거기다 부외자라니, 뭐야 부외자라니!"
 
"뭐고 자시고. 아직 위원장이 허가를 내지 않은 이상, 참가자 희망만으로는 확실하게 관계자는 아니잖습니까. 거기다 그렇게 세게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원망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하루노 씨에게 태연하게 답한다.
 
"흥이다……. 음, 위원장한테 부탁인데, 나도 말야-, 유지단체로 나가고 싶거든. 그치만 유키노한테 부탁했더니 떨떠름해해서"
 
"그게……"
 
사가미가 나와 유키노에게 시선을 향한다.
 
"이 사람은 유키노의 언니로, 이 학교의 OG. 거기다 말하자면 전 학생회장이다"
 
"우리들로서는 위원장인 사가미의 판단에 맡길게"
 
완전히 떠넘긴다고도 할 수 있는 우리들의 말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사가미라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신뢰하고 맡긴것 뿐이다.
그런 우리들의 생각을 알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가미는 하루노 씨를 돌아보고 가볍게 숨을 들이킨다.
 
"음, 유키노시타 언니는 전 학생회장이라고 했는데요, 다른 졸업생에게도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응, 할게-! 팍팍 말해줄게!"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유지단체의 참가도 적었으니까 졸업생에게도 말해주신다면 지역과 연관성도 어필할 수 있겠죠. 부족한 점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저희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오, 고마워 위원장!"
 
유키노와 둘이서 참가 허가를 낸 사가미에게 다가간다.
 
"아마 일 무진장 늘어날거다. 저 사람은 사가미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연관점이 많으니까"
 
"그렇구나. 발이 넓은 언니니까, 참가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말을 걸 곳은 죄다 말을 걸겠구나"
 
우리들의 말에 사가미는 녹초가 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하지만, 문화제 성공시키고 싶고……. 거기다 둘 모두 도와줄거지? 나 말야, 처음에는 전부 유키노시타에게 맡기고, 나는 편하게 있으려고 생각했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치만 그래서 좋았다고 생각해. 둘에게 엄청 혼나고,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어라, 나 무슨 소리 하는거지. 잘 모르게 되버렸어……"
 
"……사가미"
 
"그러니까. 나 힘낼테니까. 둘 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사가미는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반쯤 사가미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몰랐다. 그저 사가미가 문화제를 성공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는것 만큼은 전해졌다.
 
"사가미, 우리들은 전력으로 너를 보좌하겠다고 했어"
 
"뭐, 원래는 문화제를 성공시키고 싶다는게 의뢰니까. 사가미가 정한거라면 마지막까지는 뒤를 봐주마"
 
사가미가 고개를 들어올리니 그 눈에는 눈물이 떠올랐다. 그저, 그 눈물은 어제까지 흘린것과는 다르다.
 
"둘 모두 고마워"
 
 
 
 
 
 
 
솔직히 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현의의 뒤를 잇는 그녀를 우습게 보고 있었다. 이젠 심술부리는거냐고 생각할 만큼 그녀는 지역이나 졸업생에게 말을 걸어서, 일은 갈수록 늘어갔다.
그렇게 되니 나와 유키노는 사가미의 지도만 할 수 없게 되어서, 유키노와 사가미가 전체의 큰 문제를 대처하고, 나는 각부서의 세세한 문제를  정리해가는 체제가 되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이야- 오늘도 피곤한데-"
 
"그렇구나. 언니의 참가로 단번에 유지단체의 참가가 늘어났어. 예상했다고는 해도, 저렇게까지라고는 생각 못했어"
 
"둘 모두 수고했어. 거기다 하야마도. 도와줘서 고마워"
 
"왜 내가 도와야 하는건지……"
 
하루 일이 끝나고 귀가길이다. 나와 유키노와 사가미, 그리고 내가 억지로 돕게 만든 하야마와 하교길이었다. 원래 하야마는 유지단체의 참가신청 서류를 제출하러 온것 뿐이지만, 처리를 기다리는게 심심해보여서 말려들게 한 것이다. 말려들었다고는 해도 사람 좋은 얼짱인 하야마는 싫은 기색도 보이지 않고 일에 착수해줬다. 꽤 써먹기 좋은 녀석이다.
문득 거기서 어떤 생각이 나서 하야마를 부른다.
 
"하야마, 잠깐 괜찮냐?"
 
"요즘 히키타니가 부르면 제대로 된 일이 없지만……. 그런데 왜?"
 
"너 말이다, 나중에 예정 있냐?"
 
"아니…… 딱히 없긴한데 그게 왜?"
 
없나. 그거 다행이구만.
지갑에서 노구치 씨를 둘 꺼내서 하야마에게 쥐어준다.
 
"저기 말이다. 그거 써서 사마기한테 밥이라도 사주지 않겠냐? 요즘 일이 늘어서 푸념도 쌓였을 테니까. 응, 부탁한다"
 
"아니…… 히키타니가 스스로 물어보면 되잖아? 왜 그렇게 나한테 부탁하는걸까……"
 
"나나 유키노라면 저 녀석에게 말하기 그렇잖냐? 어쨌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같은 반에서 잘생기고 사람 좋은 너라면 푸념도 말하기 쉬울거 아냐. 아마. 모르겠지만"
 
"모르겠다니……. 아니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부탁하지만 하야마는 좀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다, 최종병기를 쓰도록 할까.
 
"그럼 어쩔 수 없나. 그런데 하야마. 이거 뭔지 아냐?"
 
가방에서 종이다발을 꺼내어 하야마에게 보여준다.
 
"아니, 모르겠는데"
 
"에비나한테 부탁받고 내가 쓴 왕자x나 원고다. 아무래도 연극을 보러 온 손님한테 배포하는 모양이다"
 
"오케이. 사가미를 불러서 그걸 건내주면 되는거지. 알았다, 부탁 들어주지. 하지만 이건 받을 수 없어"
 
하야마가 돈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나는 그걸 거부한다.
 
"한번 건낸걸 돌려주려고 하지마. 받을 수 없다면 그거다. 반에 헌금으로 써줘. 나도 사가미도 위원 쪽에 붙어있어서 얼굴을 못 내미니까. 귀찮으니까 사가미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공적으로는 하지 않는구나. 뭐, 좋아. 알았다. 그렇게 할게"
 
내 제안에 뜻밖이라는 얼굴을 하면서도 바로 평소의 미소를 지으며 승낙한다.
 
"사가미, 잠깐 괜찮겠어?"
 
"왜? 하야마. 무슨 일 있어?"
 
하야마가 사가미를 부르는걸 뒤로 유키노를 데리고나간다.
 
"유키노, 둘이서 밥먹으러 가자"
 
"그, 그래. 그치만 사가미들은 괜찮니?"
 
"사가미는 하야마한테 부탁했다. 푸념도 쌓였을테고, 우리들한테는 하기 힘든 소리여도 하야마라면 말해줄테니까"
 
"그래. 그럼 갈까"
 
얘기가 정리된 듯한 사가미와 하야마에게 작별을 고하고 유키노와 둘이서 걷는다.
 
"그래서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니?"
 
"그렇군……얼마전에 갔던 파스타 가게는 어때?"
 
둘로부터 보이지 않게 되니, 유키노는 내 손을 잡아온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달 만이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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