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사가미에게 엄청난 기세로 감사받았다. 흥분하는 사가미의 말을 요약하자면 하야마와 먹은 밥이 맛있었다, 같은 반 중심이라 기쁘다, 같은 말을 했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극히 일반적인 숨돌리기로서 생각한 것을, 주변 놈에게 내팽겨쳤을 뿐이라서 감사받아도 곤란하다. 뭐, 사가미가 그걸로 좋다면 이후로도 그걸로 숨돌리기로 쓰도록 하자. 에비나에게 있어선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일테고, 미우라도 엄마 기질을 생각하면 사가미의 상황을 말해두면 싫은 얼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여 하야마는 아무래도 좋다. 저 녀석을 협박할 재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싫다고는 말하게 하진 않는다.
나날로 일이 늘어가는 가운데, 유키노에게는 비밀로, 사가미에게는 잡다하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원조를 해주고 있었지만, 한 가지 잊고 있던것이 있었다. ……나 자신이다.
그녀들이 숨 돌릴 시간을 만들기 위해, 문제가 있으면 처리하고 문제가 없어도 문제가 되어 보이면 처리하며 학교 속을 분투하고 있었지만, 역시 무리를 해버린 모양이다.
 
아침, 눈을 뜨니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솔직히 발밑도 위태롭다. 하지만 어떤 몸상태여도 내가 쉴 수는 없다. 하루 정도라면 괜찮을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고작 하루가 아닌 것이다.
가던 길에 편의점에서 최근에 친구가 된 안안타파라도 살까, 등을 생각하면서 거실에 어떻게든 도착하니 코마치한테 엄청난 기세로 걱정받았다.
 
"오빠야 무슨 일이야? 얼굴 위험한데?"
 
"괜찮다. 문제 없어"
 
"그거 완전히 사망 플래그잖아! 평소라면 경쾌하게 코마치한테 딴죽걸텐데 그것도 업구……. 오빠야, 어제 몇시에 잤어?"
 
코마치의 질문을 받고 어제 자신의 취침시간을 떠올린다. 분명 어제는…….
 
"5시군.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건 그 정도였던것 같다"
 
"……그 전에는?"
 
"아-, 비슷하지 않겠냐? 제대로 기억 안나는데"
 
"오빠야……"
 
대답을 하니 코마치는 고개를 숙였다. 뭐, 뭐야? 왜 그래?
 
"오늘은 학교쉬고 자지 않으면 안 돼! 코마치, 연락해줄테니까!"
 
"아니, 그렇게는 안 되잖냐. 문화제도 이제 곧이고. 일도 남아 있으니까"
 
"안 돼! 오빠는 문화제가 중요할지도 모르겠지만……코마치는 오빠가 훨씬 중요해……"
 
사랑하는 동생이 그렇게 울먹거리면서 호소하면 오빠로서는 반론을 할 수 없어서,
 
"……알았다. 오늘은 쉬마. 그거면 되겠지?"
 
"응! 그럼 오빠는 얼른 방으로 돌아가! 허뤼허뤼허뤼-!!"
 
떠밀려지듯이 거실에서 쫓겨나, 방으로 돌아가게 됐다. 뭐, 코마치가 학교갈때까지 조금 자고, 사라지고나서 일어나서 일을 처리하면 되나.
 
 
 
 
자다 괴로움을 느끼고 눈을 떴다. 이불 속에서 시게를 보니 오후 4시. 일단 알람은 맞춰뒀는데 조금 잘 생각이었는데 상당히 잠들고 만 모양이다.
그리고 자다 괴로움을 느낀 원흉은 배 인근을 보니 유키노가 내 배를 배게삼아 잠들어 있는것이 보였다. 카마쿠라가 올라가 있을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병문안 와준건가. 고맙다"
 
유키노도 지쳐있을텐데. 그런데 병문안을 와줬다는 사실이 가슴에 스몄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키노의 머리를 슥 쓰다듬는다. 찰랑찰랑한 머리 감촉이 기분 좋다.
잠시 그렇게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쓰다듬는 내 손이 간지러웠던걸까, 유키노는 고개를 들어 잠에 취한 눈으로 이쪽을 본다.
 
"히키…가……야?"
 
"미안, 깨웠어?"
 
말을 걸어보지만 잠에 취해있는지 대답도 하지 않고, 내 얼굴에 손을 댄다.
 
"히키가야다아……"
 
"어……, 하? 유키노?"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고 얼굴을 가져온다. 30cm, 15cm, 서서히 그 거리를 가까워지고.
 
"어지간히도 피곤했구나. 고맙다, 유키노"
 
폭, 내 얼굴 옆에 유키노의 얼굴이 떨어진다. 볼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닿은 감촉은 있었지만 스쳤을 뿐이므로 노카운트다. 아마, 유키노의 볼일테고.
유키노를 깨우지 않도록 신중하게 몸을 틀어 이불에서나온다. 그리고 대신에 유키노를 눕혀준다. 도중에 흐뮤 거리며 몸을 뒤적이고 있었지만 이불에 넣어주니 그대로 조용하게 잠들었다.
 
"자, 일을 할까"
 
한번만 더 유키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고 일에 착수한다. 푹 잠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키노가 병문안을 와줘서 일까. 둘중 어느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머리가 산뜻해졌다. 일에 꽤 전념할 수 있을것 같다.
 
 
 
 
어제 갖고 온 서류를 대충 처리하고 위원하고는 다른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유키노는 눈을 떴다.
 
"……불찰이야"
 
"오, 일어났냐"
 
작업하는 손을 멈추고 일어난 유키노에게 얼굴을 향한다.
 
"그래. 깨우지 않도록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설마 잠들어버리다니……"
 
"피곤했잖냐? 뭐, 그럴 수도 있는거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배웅해줄테니까 조금 더 자도 좋다"
 
"……학교를 쉰 네가 일을 하고 있는 옆에서 태연하게 자고 있을 수 없잖니.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할게"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는 일어나려고 한다.
 
"아아, 지금은 에비나에게 부탁받은 BL소설 원고를 쓰고 있는것 뿐이다. 아무리 유키노여도 이건 대신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얌전히 자둬"
 
"히키가야. 설마 너, 그런걸 쓴다고 몸 상태가 안좋아졌다고는 하지 않겠지?"
 
내 말을 가로막고 유키노가 차가운 음색으로 묻는다.
 
"……유키노. 분명히 너한테는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에비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이고, 나도 같은 반의 상연물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꼈으니까 받아들인거다"
 
"착각하게 만든건 사죄할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게 아니야. 나는 그건 네가 몸 상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쓰지 않으면 안 되는거니,라고 묻고 있는거야. 비엘이라는건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에비나에게 있어 소중하다고 하다는건 알겠어"
 
"……미안. 내 지레짐작이다. 하지만,"
 
"에비나도 그런걸 바라고 있지는 않을거야. 아니니?"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을 흐리는 내게 유키노는 더욱 추궁한다.
 
"그럼 네가 지금 해야할건 몸을 쉬어야 하는거야. 필요하다면 내가 에비나를 사죄시킬게. 그러니까 지금은 쉬렴"
 
이불을 걷고 유키노는 자기 옆을 툭툭 친다.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잖냐?"
 
"이건 네 이불이잖니? 뭔가 문제라도 있니?"
 
유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말로 이상하다는듯 나를 본다.
……그렇게까지 평범하게 대하면, 이쪽이 착각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이 신기함.
 
"……네가 거기에 있는건 충분히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네가 나한테도 쉬라고 했잖니? 그럼 아무 문제없잖니. 아니면……뭐, 문제가 될만한 짓이라도 할 생각이니?"
 
"안 해"
 
나는 신사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 할거면 네가 자고 있을때 하겠지.
 
"의지박약……"
 
중얼, 유키노가 뭔가 말했던것 같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난청도 못 들은척도 아니다. 정말로 안들린것 뿐이다.
 
"아무 말도 안 했어. 됐으니까 얼른 오렴"
 
퐁퐁, 이라는 귀여운 소리가 점점 강해져서 설득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건 내가 옆으로 가지 않으면 유키노도 쉬지 않을테니까 어쩔 수 없는거라면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어쩔 수 없으니까 유키노의 달콤한 향기에도, 유키노의 온기에도 두근거리지 않는다.
 
"잘 자렴, 히키가야"
 
 
 
 
내가 몸 상태를 무너뜨린 이래, 특별히 문제도 없이 문화제까지 시간은 지나, 역시 그대로 문제없이 문화제 전체일정은 종료했다. 나와 유키노와 사가미가 협력을 하고 경험 풍부한 하루노 씨의 도움도 있었으니까 당연하다.
예측못한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문화제 실행 위원 주체인 이벤트 이외의 예정에서 나와 유키노를 빼뒀지만 의미는 없었다. 일단 둘이서 문화제 상영물 순회를 엄행하기는 하지만. 코마치에게 동행을 부탁받기도 했지만 나랑 유키노는 논다고 같이 있는게 아니라서 사키에게 몽땅 맡겨뒀다. 이쪽은 일 중이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모두가 힘내서…… 문화제를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가미가 울면서 위원회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와 유키노의 일은 두 가지 의미로 종료했다.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이 후의 예정을 유키노와 대화하고 있으니 거기에 사가미가 다가온다.
 
"힘들었고, 많이 울었고, 솔직히 몇번이나 때려치려고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힘낼 수 있었던건 둘이 응원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정말로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사가미는 깊게 고개를 숙인다.
 
"저, 저기 말이야. 히키가야도 유키노시타도 정말로 뒤풀이 안 올거야?"
 
이 후에 문화제 실행위원이 모여서 뒤풀이를 하는 모양이지만, 나와 유키노는 그걸 재빨리 거절했다.
 
"나, 예정 있으니까"
 
"미안해. 선약이 있거든"
 
"그런가……. 조금이라도 고개를 내밀어주면 싶었는데에. 예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나. 그럼 나 슬슬 갈게!"
 
 
 
정말로 고마워-, 말하면서 사가미는 사라진다. 교대하듯이 상황을 엿본건지 이번에는 유이가 찾아온다.
 
"둘 다 수고했어! 그보다 힛키도 유키노도 뒤풀이 안 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한테는 이후에 예정이 있다"
 
"그래, 나도야"
 
우리들의 말에 유이가 점점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그보다, 네 일정은?"
 
"일단 반 애들 뒤풀이에 나갈 생각인데……"
 
"그런가……그럼 유이는 불참가가 되겠군"
 
"모처럼 유이가하마가 좋아할것 같은 가게를 예약했는데……"
 
"엣!? 둘 다, 무슨 소리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갑자기 들어올려 우리들에게 묻는다.
 
"요컨대 우리들의 예정이라는건 봉사부의 뒤풀이라는 소리다"
 
"문화제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사가미의 의뢰를 무사히 해결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에- 들은적 없어! 나만 따돌리고 둘이서 어디가려고 생각한거잖아-!"
 
"듣지 않았다고 할까, 애시당초 말하지 않았으니까"
 
덧붙여 미우라랑 에비나, 하야마랑 반의 주요인물은 이미 구슬려뒀다. 생일의 재탕이 될 수는 없으니까. 제대로 원천봉쇄 끝이다.
 
"자, 예약 시간도 있으니까 얼른 가자"
 
"그래. 가자, 유이가하마"
 
"에, 아, 응. 지금 갈게-! ……그치만 왠지 납득 안 돼"
 
비교적 둘이서 행동하는 일이 많았던 나와 유키노와 달리, 반 애들과 위원회의 중개역으로서 혼자서 힘쓴 유이에게 서프라이즈였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뭐, 이런건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때에는 이번 반성점을 내딛고 계획을 세우면 될 뿐이다.
아직 불만스런 얼굴인 유이를 뒤로 나는 다음 기회의 성공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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