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유키노가 문화제 실행위원 부위원장에 취임한 것은 날을 잡고 개최된 정례 미팅에서 발표됐다.
다른 문화 실행위원에게서는 이미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하루노 씨를 아는 학생회장이나 교사진들은 기대하고 있었다고 해도 좋다. ……유키노는.
한편 나로 말하자면 "어? 왜 이 녀석이?" 라는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취임하고나서 우리들은 바로 일을 개시한다. 사가미가 바라고 있던 보좌로서가 아닌, 유키노류 보좌의 일을.
우선 과거 자료를 읽는데서 시작되어 각 부서의 역할이나 연관성, 문제점의 진상부터 그 대응책을 엄하게 지도. 최종적으로는 문화제까지 예정을 새로 짜내어 위원회에 주지철저, 각 부서에 진보상황을 일괄보고로서 제출하게 하여, 그걸 체크시키는데 까지 시켰다.
요컨데 우리들이 취임할때까지와 취임하고 나서는 위원회는 완전히 다른것이 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덧붙여 사가미는 울면서 하고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까 동정은 하지 않는다. 뭐, 동정은 하지 않지만 유키노에게 채찍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떡을 줘도 좋을거라며 내가 손수 만든 간식을 먹여주기는 했다. ……더 울어댔지만.
덧붙여 사가미의 성장 일례를 거론하니, 선전광고가 포스터 게시장소가 없다고 보고를 하니, 지도상 동선과 교통량, 그리고 그 인근 상업시설의 진상을 지시하고 유지통제가 참가단체가 적다고 보고하면 회계감사와 연대하여 비용을 짜내고 지역상을 창설하여 상품을 낸다.
이 정도의 지시가 나올 정도로는 성장했다. 눈물 수 만큼 강해진다는건 사실이었구만.
 
그러한 가운데 몇 번째 시작한 정례 미팅이 사가미의 호령 아래 개최된다.
 
"그럼 선전광고부터 부탁합니다"
 
사가미의 진행으로 회의는 진행된다. 지시받은 선전광고 담당이 슥 일어서서 보고를 시작해, 나와 유키노는 사가미의 옆에 앉아 사가미를 지켜본다.
 
"게시는 예정된 7할을 소비하고 포스터 제작도 대충 반쯤 끝났습니다"
 
"……조금 늦네요"
 
광고 담당의 어눌한 보고에 사가미가 직설적으로 말한다.
 
"문화제는 3주 뒤죠? 내객이 이후 예정을 세울걸 생각하면 벌써 끝나지 않으면 안 되요. 게시장소에 교섭도 포함해서 시급히 빨리 끝내주세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문화제 특설 페이지를 만드는 건은 어떻게 됐나요?"
 
"아직이에요……"
 
사가미의 지적이 예상외였는지 눈에 보이게 어두운 표정을 짓는 광고담당. 아니, 나랑 유키노가 지적해준거니까 이 정도는 보통이지만. 왜 저렇게 어설픈 보고로 허가될거라 생각했는지 의심하고 싶어질 수준이다.
 
"그럼 서둘러주세요. 사회인이라면 모를까 수험을 예정하는 중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는건 매넌 앙케이트에서도 데이터가 나오니까요. 이후에는 일괄보고에 그 진보상황도 보고해주세요"
 
엄하게 지시를 내리고 사가미는 나와 유키노의 얼굴을 엿본다. 나와 유키노는 미소짓고 그에 끄덕여준다.
이번에 우리들은 사가미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이건 사가미의 졸업시험인 것이다. 거기에 합격해야 우리들은 본래의 보좌 일에 들어가고 사가미는 유키노의 지도라는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후에도 사가미의 진행하에 회의는 진행된다. 유지통제, 보건위생, 회계감사로 순서대로 보고해가며, 그 모든것에 사가미는 상세한 확인과 엄한 지시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록잡무 부탁합니다"
 
"특별히 없습니다"
 
보고를 듣고 사가미는 우리들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우리들은 거기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걸 역시 이 보고에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받아들였는지 사가미는 회의를 마치려고 한다.
 
"그럼 오늘은 이 쯤에서……"
 
"당일 타임 스케쥴과 기재신청을 제출하세요. 기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특히, 유지쪽도 촬영할 생각이라면 유지통제와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당일날이 되고서야 기재가 부족하면 촬영할 수 없습니다, 라는 상황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땡. 나의 낙제인이라는 무자비한 철퇴가 날아든다.
 
"그리고나서…… 내빈대응은 학생회가 하면 되겠나요?"
 
거기다 유키노가 반대를 한다. 사가미가 앗, 소리를 내지만 이미 늦었다.
 
"응. 그거면 괜찮아"
 
"그럼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사전에 내객리스트를 접수처에 돌려주세요"
 
"응, 알았어"
 
학생회장은 쾌히 끄덕였다.
그리고 불쑥 감상을 말했다.
 
"역시 굉장하네……, 유키노시타는. 과연 하루 언니의 동생이야. 그리고 히키가야도"
 
"아뇨,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 정말이네. 이후 과제도 보였으니까. 거기다…… 아직 사가미에게 물렀던걸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들의 말에 학생회장은 쓴웃음을 짓는다. 뭐, 사가미는 울려고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무르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야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겠지.
덧붙여 유키노가 말하는 이후 과제란, 무른 보고를 해온 각부서 담당이다. 사가미의 지도가 종료되면 이번에는 그들이 사가미처럼 될 것이다. 아멘.
 
"위원장, 호령을"
 
"……이걸로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부터도 잘 부탁드려요"
 
내가 재촉하여 사가미가 호령을 마치자, 위원들은 뿔뿔이 흩어져간다. 회의실에 남겨진건 나와 유키노, 울상짓는 사가미 셋 뿐이다.
 
"자 그럼, 사가미"
 
유키노가 미소지으며 사가미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사가미는 "넵!" 하고 자세를 고친다.
 
"잠깐…… 얘기를 해볼까"
 
말하면서 유키노는 사가미의 팔을 잡고 봉사부 부실이라는 이름의 설교 방으로 연행한다. 그 모습은 흡사 악마로부터 마왕으로 클레스 체인지를 이룬 모 전기 교도관 같았다.
 
"사가미!"
 
내가 말을 거니, 사가미는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오늘은 마카론 있으니까"
 
"……어째서 마카론?"
 
예쁜 색이니까 안심해줘.
 
 
 
 
 
자, 사가미가 나의 마카론에 울음을 터트린 다음날 방과후다.
2학년 F반에선 초감독 에비나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아니얏-! 회사원의 넥타이 매는법은 좀 더 고심스럽게! 무엇을 위한 수트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렇군. 단단히 동여맨다는건 풍격이 없지. 우선 일단 느슨하게 풀고나서 매야해"
 
"그치그치! 가연 히키타니, 잘 알고 있네! 차라리 히키타니가"
 
"나, 부위원장이거든"
 
오늘은 정례미팅이 없기 때문에 나는 반에 얼굴을 내밀어 에비나와 함께 연기지도를 하고 있었다. 유이에게만 반을 맡기는것도 미안하니까.
 
"잠깐 휴식! 히키타니, 잠깐 괜찮겠어? 아직 시간 있지?"
 
"아아, 아직 괜찮기는 한데, 왜 그래?"
 
"부녀자력이 부족해서 말이야. 히키타니한테 부녀자력을 나눠받을까나- 해서. 잠깐 얘기하자"
 
잠깐 얘기하자. 그 말은 어제 유키노가 사가미에게 했던 말과 똑같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다르다. 한 쪽은 설교, 한 쪽은 BL 담의. 어째서 차이가 나는건지……방심, 환경의 차이.
이전에 BL담의에 어울린다는 약속을 했던걸 떠올리고 에비나와 잠시 환담을 즐긴다. 그 결과, 그녀의 부력은 크게 증가하여 그 아사쿠라 요우에게도 필적할 수준이 됐다. 지금의 그녀라면 그레이트 스피릿마저 오버 소울할 수 이을 것이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히키타니는 나를 부정하지 않지. 왜?"
 
"썩은거 말이냐? 딱히 부정해선 안 될것도 없잖냐"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뜻밖의 질문을 한다.
BL은 판타지. 일본에서 제일 유명할지도 모를 부녀자는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요컨대 그녀들에게 있어 BL이란 공상화랑 같은 것이다. 자신과는 일선을 그은 공상속의 세계. 그렇다면 BL로 망상하는건 애들이 술래잡기하는거랑 똑같을 것이다.
 
"보통은 말이야, 기분 나쁘다거나 깨거나 하거든"
 
"……보통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 선긋기로 구별당하는건 왠지 싫은데"
 
BL로 알아내는 일반도라던가, 무진장 울고 싶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니 그런 나를 보고 에비나가 쿡쿡 웃는다.
 
"칭찬하는거야. 그런 히키타니니까 같이 대화하면 굉장히 편해.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하고, 이해받으려고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대하니까 무심코 반해버릴 정도야"
 
"……그 정도로 BL을 좋아한다가 받아들이면 되겠지?"
 
BL이란 에비나에게 있어 그 만큼이나 커다란 것이다. 남에게 호의를 향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그런 말을 하고 싶은거지? BL을 인정해주니까 좋아해라고 해도 반응하기 곤란하다?
 
"솔직히 나는 에비나가 부럽다. 지금까지 가슴 펴고 당당하게 이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던게 없었으니까"
 
자신의 바깥 세게에 좋아하는 것을, 소중한 것을 나는 가진적이 없다. 만약 그런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에 얽매이게 되고 말 것이다. 바깥 세계와, 혼자 있으려고 하는 자신을. 따라서 갖고 있지 않다.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내게는 설령 마이너리티한 취미라고는 해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에비나의 모습이 눈부시게 보인다.
 
"그런가? 히키타니가 깨닫지 못한것 뿐이지, 벌써 소중한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하야토라던가!"
 
"아니거든"
 
하야토를 말하며 얼굴을 가져오는 에비나를 찰싹 친다.
그보다 왜 하필이면 하야만데. 진짜 살려달라고.
 
그 후에 사키가 재봉스킬이라는 뜻밖의 재능 소유자라는걸 발각하거나, 위원회에 가고 싶지 않아 보이던 사가미에게 에비나의 부녀자력 향상을 맡기고 나는 교실을 뒤로 했다.
사키는 그렇다치고 사가미가 꽤나 부녀자력 소지자라는건 솔직히 의외였다. 반의 상영물을 위해 공부했다고는 했지만, "공의 반대는?" 라는 질문에 즉답으로 수 라고 대답했으니까 의미없다고 생각하지만.
반 중심에서는 사가미와 에비나가 그후후 웃고, 그걸 미우라가 반쯤 체념한 눈으로 쳐다본다. 뭐, 어제 일도 있으니까. 사가미에게는 숨돌리기는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건 미우라들에게 몽땅 맡긴다. 미우라의 엄마체질은 초고교급이니까 사가미 한 사람을 돌보는것 정도는 여유로울 것이다.
사가미들의 모습을 뒤로 교실을 나오다 하야마와 딱 마주친다.
 
"지금부터 문화제 실행위원 가는거야?"
 
"어. 너는?"
 
"그럼 마침 잘 됐다. 유지단체 신청에 서류를 가질러 가려고 생각했거든"
 
"오, 참가해주는거냐. 네가 참가해주면 손님도 늘어날것 같다. 그러면 타임 스케줄이랑 스태프의 삭감도 재고해야하나……"
 
하야마의 참가와 그에 동반하는 일의 증가에 어느 정도 계산을 한다. 숨돌리는 중에 일이 늘어날 줄이야……사가미, 불쌍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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