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이 있어 - 역시, 초속 5센치미터인건 잘못됐다 8
 
 
 
 
 

 
상상은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때때로 맞이하러 오는 고급차. 체격과 몸짓 하나하나에서 배어나오는 우아함. 하지만 그 녀석의 집을 보니 상상이상의 크기에 무심코 멈춰서버렸다.
 
 
"멈춰서지 말아줘. 여기가 입구야"
 
 
그 녀석은 내 마음따위 모르는듯, 나를 손짓하고 먼저 갔다. 하지만 내 다리는 다가가면 갈 수록 무거워진다.
 
눈 앞에는 2층 건물의 거대한 저택. 서양식 외관을 하고 있고, 그 저택을 둘러싸듷이, 이 또한 큰 정원이 있고, 그 정원을 감싸듯이 2미터 정도의 큰 벽이 울타리치고 있었다.
 
마치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달과 자라. 그 단어가 머리에 스쳤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천천히, 뒷문을 신중하게 열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나는 무의식중에 도둑처럼 새발걸음을 지어버리고, 그 녀석은 그걸 곁눈으로 기막혀하면서,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걸었다.
 
눈을 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울리며, 그 소리를 내지 않도록, 나는 그 녀석의 발걸음에 맞춰갔다.
 
저택의 등은 거의 꺼져있고, 2층의 방 몇개만 밝았다.
 
그 녀석은 문을 열고, 나에게 잠시 대기를 명하고,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하러 갔다. 나는 그 동안, 정원에 내리는 눈을 조용히 보고 있으며, 이제부터 어떻게 될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녀석은 중학교를 나오면 일본으로 돌아올까, 라던가. 고등학생이 되어도 우리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을까. 라던가. 그래도 신기하게도 불안은 없고, 그저 기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그 녀석이 확인을 마치고 돌아오자, 신발을 손에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뒷입구를 들어가니 바로 복도였다. 큰 복도에, 바닥일면에 융단이 깔려있었다.
 
그 녀석은 한번 나를 돌아보고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나는 끄덕이고 말없이 앞을 걸어 그 녀석의 뒤를 걸었다. 이윽고, 방 하나의 문 앞에서 그 녀석은 멈춰서고, 역시 소리를 내지 않도록 천천히 열고, 나도 뒤를 따랐다.
 
안에는 큰 침대와 공부책상, 그리고 그 녀석의 키정도의 책장이 몇개 놓여있었다. 책상과 침대 위에는 디스티니 랜드의 판씨 인형이 대량으로 놓여있고, 보면 바닥에도 깔려있는 손발이 긴 융단에도 판씨가 그려져 있다.
 
"판씨 너무 좋아하잖냐"
 
그만 입에서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녀석은 나를 노려봤지만, 이런 방을 본 후라선 별로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귀엽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저 녀석에게 이런 귀여운 취미가 있다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조금 놀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 녀석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게 기뻐서, 분명 히쭉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멋쩍은듯이 고개를 홱 돌리고, 침대에 앉고, 나는 그 녀석와 마주보듯 침대 앞에 있는 융단에 앉았다.
 
보면 침대 무늬는 검은 고양이고, 배게에도 같은 무늬가 있었다. 그걸 보고, 아아 이 녀석은 고양이도 좋아하는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너무 방을 쳐다보지마"
 
"오오, 미안"
 
역시 실례라고 생각한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숙였을때 침대 아래에 고양이 인형이 있었지만 아무 말도 안하기로 했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다른 가족에게 들키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며 대화를 했다.
 
"다음은 어디로 이사가니?"
 
"치바야. 하지만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가는것 뿐이니까 별반 차이 없어"
 
"그럼 고등학교도 치바 고등학교야?"
 
"그건 모르겠네. 앞으로 이사 안 간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사 안 간다면 치바 고등학교겠지. 소부고가 가까워서 좋아"
 
그런 잡담. 그래도 우리에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소중한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화하지 않았던 만큼, 그걸 되찾듯이,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조금이라도 정보를 나누듯이 여러모로 들었다.
 
한 동안 얘기를 하며,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샌가 아침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즐거운 일은 시간이 가는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슬슬 돌아갈까 생각했을때, 그 녀석은 나의 시계를 보는 시선을 깨달았다.
 
"슬슬 첫차가 움직일 시간이구나"
 
그렇게 말한 그 녀석의 얼굴은 쓸쓸해보였다. 그래도, 그 때 우리에게는 어찌할 수도 없어서, 그저 말없이 돌아갈 준비를 했다.
 
왔을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걸어 뒷입구로 향했다. 뒷문을 열어보니 눈은 멎어있었다. 그래도, 그리고나서 어느정도 쌓였던 모양이라, 우리가 왔을때의 발자욱은 사라져있었다.
 
"역까지 바래다줄게"
 
문을 나오니, 그 녀석이 그렇게 제안해줬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오래 있으면, 돌아가고 싶어지지 않아버릴테니까.
 
"여기까지면 돼. 추우니까 빨리 방으로 돌아가"
 
아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허세였다. 열심히 한 허세.
 
서로, 잠시 말이 없었다. 둘이서 발밑의 흰색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히키가야"
 
그 녀석은, 뭔가를 결의한듯이 굳센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한심하게도 그 박력에 밀려서 "녜이" 라고 대답을 한다.
 
"히키가야……또………또 보자"
 
"그래"
 
나도 또 보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나는 끄덕이고, 그만 코마치에게 해주듯이 그 녀석의 머리를 퐁퐁 쓰다듬어버렸다. 그 녀석도, 그 무렵보다 조금 어른스런 미소로 끄덕였다.
 
분명, 또 만날 수 있다. 아니, 또 만날것이다.
 
나는 그렇게 맹세하고 그 녀석의 집을 뒤로했다. 도중에 몇 번이나 돌아보니, 그 녀석은 문쪽에서 나를 쳐다보며, 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역에 도착하니 이미 전차는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속에는 만난 달성감과, 편지를 건내지 못했던 후회. 그리고 또 만난다는 결의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치바로 이사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건
 
 
 
괴롭힘
 
 
이라는 사회 문제였다.
 
 
무시를 비롯하여, 괴롭힘이 매일 이어진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를 괴롭히고 있던 녀석들이 있으니까 당연한 얘기다.
 
 
그래도, 나는 계속 살았다.
 
그 녀석을, 또 보고 싶었으니까.
 
분명, 그 녀석도 그렇게 생각해줄거다.
 
그렇게 믿고, 매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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