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1】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그건 어둠에 비쳐지는 양초와 그림자. 그것이 반을 점거하고 있다.
양손을 천장에 매달아놓은 로프에 묶여, 저항도 못한 상태로 얻어맞는다.
울며 소리를 질러도, 그만하라고 외쳐도, 그림자는 때리는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자는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
"사랑한다"
라고.
그 그림자는, 아버지는 그 말을 할때만 다정한 얼굴을 한다.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얼굴……어린 마음에, 그 다정함은, 사랑은 거짓이라고 깨달았다.
사랑이 이런것일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갖고 싶은건 사줬다. 밥도 제대로 준비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반드시 폭력이 있다. 몸, 팔, 다리. 얼굴 이외의 자리는 항상 상처를 입었다.
왜 나는 죽지 않았는가. 그건 나에게는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죽으면 다음에는 동생이 상처입는다. 어쩌면, 엄마도 상처입는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의사만으로, 나는 살아왔다.
『사랑』이란 뭐라고, 항상 자문자답했다. 하지만 늘 나오는 대답은 하나.
살아받는건 상처입는것. 폭력을 받는것. 아픈것.
그렇다면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받을 수 없다. 상처주는것도, 상처입는것도 싫다.
그러니까 나는……
평생, 고독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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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삐삐삑삐삐삐삐삑삐삐삐찰칵
"…………아아, 아침인가……"
멍한 머리가 각성할대까지 조금 대기시간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있던게 뒤통수를 쳤나…….
주섬주섬 일어나니, 자기방 문이 천천히 열렸다. 거기에는 걱정스러워보이는 표정의 동생, 코마치가 있었다.
"오, 오빠, 안녕"
"아아, 안녕. 왜 그래?"
"아까부터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아까……아아. 그 꿈을 꾸고 신음지었나.
"좀 꿈을 꿔서. 뭐, 걱정하지마"
그러자 코마치가 나에게 다가와서 다정하게 껴안아줬다. 마치, 새끼고양이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그리고 강하게.
"이제 그런건 잊어버려……! 그런건……!"
"! 그, 그만해……!"
나는 코마치를 밀쳐내고 욱신거리는 머리를 싸맨다. 빌어먹을, 역시 남의 호의를……사랑을, 믿을 수 없어……빌어먹을……!
"미, 미안해 오빠"
"……코마치, 그 일로부터 벌써 6년이 지났지……"
내가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있던건 철이 들었을 무렵있던것 같다. 그리고나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매일같이 학대받았지만……마침내 엄마가 아버지를 경찰에 찔렀다.
엄마도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폭력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버지에게 거스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방되었다. 유죄판결을 받은 아버지는 그 죄의 무게로부터 징역 50년. 위자료랑 우리들의 앞으로 인생에 필요한 돈, 5000만엔을 넘겨받았다.
그 재판전, 엄마는 어째선지 우리의 변호를 부탁한 하야마 변호사. 그 사람에게는 정말로 고개를 들 수 없다. 실은 가해자측에 붙어야할 변호사가, 피해자측인 우리에게 붙어준 것이다.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하야토도, 나랑 놀아줬고……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할뿐이다.
"그렇지만……미안해. 간단하게 구별지을 수 있는게 아닌데……"
"코마치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이건, 내가 뛰어넘지 않면 안 될 시련이야. 시련을 뛰어넘고 사람은 성장해. 왠지 멋있지 않아?"
어라? 그럼 나, 5년전부터 성장하지 않았다는게 되네? 스스로 말해놓고 슬퍼졌다.
"……오빠가 말한다면 코마치도 믿을게. ……자아 오빠! 오늘부터 고등학생이야! 힘내서 가자!"
"이웃집에 폐가 되잖아"
허나……마침내 나도 고등학생인가. 아버지의 악몽으로부터 눈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소부고등학교에 붙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지.
코마치를 방에서 쫓아내고 새 교복에 팔을 넣는다. 역시 새건 좋네. 이 익숙치 않은 느낌이 좋다.
그러자, 그 때 고등학교 들어오고나서 산 휴대폰이 울었다. 누구야, 이런 아침 일찍…….
"……하야토? 여보세요
"아, 하치만. 안녕"
"아아. 왜 그래 대체"
"아니, 제대로 일어났나 싶어서"
"너는 내 여친이냐"
스스로 말해놓고 무서워졌다.
"하하. 여전하네. 그보다, 오늘은 같이 등교 안 할래?"
"아-……미안. 코마치를 중학교에 보내주고나서 갈테니까"
분명히, 코마치네 중학교도 오늘 입학식이었다. 그 보조를 해야한다는 모양이다. 나의 소중한 동생을 부려먹다니, 저쪽의 교사들 용서 못해.
"코마치는 오빠를 좋아하는 애니까. 그럼 그건 다음 기회에"
"아아. 미안"
"그렇지도 않아. 아, 그러고보니 유키노도 소부고등학교야. 소꿉친구 셋이서 같은 고등학교라니, 왠지 운명을 느끼네"
"……어……"
유, 유키노라……뭐, 그 녀석도 나랑 놀아준 몇 없는 친구지만…….
"나, 그 녀석에게 미움사고 있는 모양이니까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진심이야?"
"어? 그치만 만날때마다 눈을 피하고, 말을 걸려고 하면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빠른걸음으로 사라지고, 가끔 엄청난 시선으로 쳐다보고 ㅇㅆ고"
얼굴 새빨개져서 화내다니, 얼마나 내가 말을 거는걸 원하지 않는거야. 소꿉친구면서.
"(……뭐, 하치만도 과거가 있으니까 뭐라 말 못하지만……유키노, 동정할게)"
"하야토?"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럼 슬슬 나갈테니까 학교에서 봐"
"아아"
유키노라……어렸을 무렵에는 그렇지도 않았지만, 어째선지 중학교에 올라가고나서 나를 피하게 됐다. 의미를 모르겠다.
거기다 고등학교도 우리랑 같았고……뭐, 유키노는 하야토를 좋아하는것 같으니, 그 부분은 모르는것도 아니다. 유키노랑 하야토 잘 어울리니까.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지 않는걸 빌자.
"오-빠-야?"
"어-"
뭐, 일단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만들어준 밥이라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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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나서 자전거 뒤에 코마치를 태워 중학교까지 보내준다. 슬슬 이 녀석도 혼자서 다닐 수 있게 되주지 않으려나.
하지만 역시 아직은 너무 이른가. ……지각하는것 보다는 낫나. 응.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있으니, 반대측 도로에서 파자마 차림의 여자애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뭐, 귀엽나?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
"컹! 컹컹!"
"좀! 사브레, 잠깐만!"
호오. 저 개는 비둘기 사브레라고 하나. ……도, 독창적인 이름이네…….
목걸이가 풀려나버려, 짖으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비둘기 사브레.
그 때. 뒤쪽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사브레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젠장"
자전거를 뛰어내려, 아슬아슬하게 개를 안아들고 전방으로 뛴다. 하지만 다 피해내진 못했는지 다리에 둔통같은걸 느꼈다.
"크악!"
큭……아, 아파아……! 하지만……그, 그 때의 충격이랑 비교하면……! ……응? 이 통증……설마 부러졌어?
아버지가 아직 있을때, 몇 번이나 맛보았던 통증이다. 착각할리가 없다.
"……! 저, 저기! 괜찮아요!?
"아악……이, 익숙해……!"
"익숙하다니……다, 다리가……!"
다리를 보니 왼발만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과연, 부러졌군.
"다, 당신은……!"
"어? ……아, 츠즈키 씨……? 그렇다는건……"
"……하, 하치만……? 하치만!"
여, 역시 유키노냐……아-, 그러고보니 나 쿨하구만. 쿨한 하치만. 뭐야 그거 좀 멋지네.
"츠, 츠즈키 씨, 병원에 전화를!"
"네, 유키노 아가씨"
유키노는 혈색을 바꿔 내 옆에 다가와선 울것같은 얼굴로 나에게 사과했다.
"미안해……하치만, 미안해……! 너를 다치게 만들었어……"
"괘, 괜찮아, 응?"
"나, 나도 제대로 사브레를 봤으면……미, 미안해요!"
"그러니까 괜찮다고……"
라고 하지만 이 통증은 꽤 아프다. 진땀이 나왔다.
"유키노 아가씨, 구급차가 10분 이내로 도착한다는 모양입니다"
"5분내로 오도록 해요! 빨리요!"
"알겠습니다"
오오흐……유키노, 무서워.
그리고나서 구급차가 올때까지 유키노와 여자애는 나에게 사과를 계속했다. 그러니까 딱히 아무 생각 안하는데.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져,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유키노시타가 사람들의 병원인, 그것도 나를 몇 번이나 수술해준 선생님이니까 특별히 아무 저항도 없이 수술에 임했다.
"괜찮나, 히키가야 환자"
"뭐, 단순한 골절이니까 괜찮슴다"
"단순한이라니……골절도 어엿한 중상이야. 뭐, 생명에 별다른 상황은 없으니까"
초로의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고 병실을 나가자, 이번에는 츠즈키 씨가 들어왔다.
"하치만 님. 이번에는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뇨, 괜찮으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유키노랑 여자애는……학교입니까?"
"네. 바로 입학식이 끝났으니까 아가씨를 맞이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여성도 소부고등학교인 모양이라 데려오겠습니다. 그리고 하루노 아가씨랑 사모님도. 실례하겠습니다"
"아, 좀……벌써 갔어……"
후우……뭐, 조금 잘까. 자기치유력이 올랐다고는 해도, 최저한 1주일 정도는 병원에 있을테니까.
꾸벅꾸벅 거리고 있으니 마침내 의식이 수마에 빼앗겼다. 어라? 한동안 학교 쉰다니, 최고 아냐?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2】
똑똑똑
"……응……?"
……아아, 잠들었나.
조용한 노크로 천천히 머리가 각성한다. 난폭하게 열지 않았으니까 조금 기분이 좋다.
똑똑똑
"아, 네"
"실례합니다"
켁. 이 목소리는……
"아, 아줌마……"
"누나라고 부르렴. 늘 말하잖아?"
"아니, 여보. 40대에 누나는 좀 아니커헉!"
들어온건 40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과 핸섬한 남성. 즉 유키노의 부모님이었다. 하지만……아줌마, 지금 아저씨를 명치로 사랑한건가. 동정한다.
"츠즈키 탓에 다치게 만들어서 미안해. 다리 괜찮아?"
"뭐, 익숙하니까요"
그래. 나는 어렸을때는 자주 골절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이 통증은 이미 친구같은 것이다. 아니,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옛날부터 말했을거야. 상처입는데 익숙해져 있으면 안 된다고. 두번 다신 그러 말을 해선 안 돼"
……내가, 어떤 꼴을 겪었는지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
"하……상처입는데 익숙한게 아니라, 상처입는데 익숙해지는걸 강요받은거지……"
""읏…………""
…………아, 이런. 조금 열받아서 본심이 나왔다.
"죄, 죄송해요. 건방진 소리를 해서……"
"아니……나야말로 경솔한 발언을 한걸 용서해줘. 미안해"
"그럼 비긴걸로"
"그러자"
살짝 웃으니 긴장하고 있던 몸이 조금 편안해졌다. 과연. 미소라는건 긴장을 풀어주는 모양이다. 공부가 됐다.
"하치만. 그러고보니 유키노하고는 잘 되고 있나?"
"아-……아뇨, 왠지 그쪽에선 저를 피하는것 같아서……오늘 아침에 그런 일이 일어날때까지는 중학교에선 거의 말도 안 했고"
"(부끄러운거네)"
"(부끄러운거군)"
"(역시 미움산건가?)"
으-음……미움 사는데는 익숙해져 있으니 딱히 상관없지만……내가 유키노에게 뭘 했는지, 전혀 짐작이 안 간다. 뭐, 신경쓸것도 없을테고, 알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하치만, 유키노를 잘 부탁한다"
"아니, 그러니까 피하고 있다고 말해도――"
"그럼 끈질기게 공격하렴"
뭐야 그거 의미불명이네. 유키노에게 미움사고 있든 나하고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이쿠, 여보. 슬슬"
"어머, 벌써 그런 시간? 미안해, 하치만. 지금부터 우린 데이……일이 있으니까 이만 실례할게. 아, 치료비랑 입원비는 이쪽에서 부담할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아……"
잠깐, 어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그 나이 먹고 데이트 하는거냐, 당신들.
"그럼 하치만. 또 봐"
"잘 있어라"
"아아……네"
두 사람이 나가자, 밖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츠즈키 씨랑 얘기하고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더니 갑자기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저, 저기!"
"……그 때의……?"
거기에는 기세 좋게 문을 열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하는 여자애와, 울것같은 표정의 유키노, 그리고 진지한 표정의 하야토가 있었다.
"하치만, 다리는 괜찮아?"
"뭐. 아직 아프지만 오래 겪었으니까"
골절은 일상다반사니까. 아, 지금 싸움에 몸을 두고 있는 남자 같아서 멋있네.
"……너는 그렇게……! 좀더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줘. 이제 악몽은 끝났으니까"
"……선처할게. 그래서, 무슨 일이야?"
"평범하게 병문안인걸 알잖아……"
"……병문안?"
하야토……친구.
유키노……소꿉친구. 하야토를 좋아함.
여자애……뭐?
"하야토랑 유키노는 알겠지만 너, 뭐하러 왔어?
"넘해!? 사, 사브레를 구해준 답례랑, 다치게 만들어버린 사죄하러 온것 뿐인걸! 그리고 너가 아니라 유이가하마 유이!"
"알았다 알았어. 그러니까 병원에서 큰 소리 지르지마. 민폐다"
"아으……"
유이가하마 유이……외모눈 수수하지만 상당히 단정한 얼굴이다. 그래놓고 상식이 없는 바보 캐릭터라는건가.
"딱히, 내가 다친건 네 탓도 비둘기 사브레 탓도 아니야. 굳이 말한다면 내 책임이지"
"그, 그런거 아닌걸! 그리고 비둘기 사브레는 뭐야!?"
그러니까 시끄럽대도.
유이가하마는 또 소란피웠다는걸 깨달았는지 입을 막고 주위를 돌아봤다. 너는 애냐.
"자, 유키노"
"아, 알고 있어"
하야토에게 떠밀려서 얼굴을 숙이면서 앞으로 나오는 유키노. 귀까지 빨갛다. 그러는김에 말하자면, 목부분에서 목덜미까지도 빨갛다. 얼마나 화난거야.
이, 이건……역시 그건가?
"……아, 아-……미, 미안. 차에 부딪쳐서……"
"""……하?"""
"아니아니. 확실히 앞뒤 생각 안하고 뛰어든 내가 잘못했고, 거기다 고급차잖아, 그거. 흠집 났으면 미안해"
"……하야마. 힛키는 늘 이래?"
"뭐어. 이게 기본이야"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이 녀석들. 그리고 힛키는 나를 말하는거야?
그러자 유키노가 부들부들 떨며, 주위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여, 역시 화났나. 수선비 얼마 나올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가 있는 힘껏 고개를 들었다.
"하치만……하치만은 아무 잘못 없어. 나쁜건 전부 나야……그러니까, 모두 자기가 나쁘다고 하지말아줘. 부탁이야……"
유키노가 나에게 손을 뻗어온다.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건지, 만지려고 하는건지 모른다……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 때의 아버지의 손바닥이랑 겹쳐보였다.
머리가 아파진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동공이 열리고, 땀이 폭포처럼 흐르고, 심장이 아플만큼 맥동친다.
마침내 구토기, 거기다 현기증까지 느꼈다.
"유키노!!!!"
"읏!? 아……미안해……"
"읏, 하악, 하악, 하악……"
눈 앞까지 왔던 손바닥이 사라지고, 몸의 긴장이 풀렸다. 한심해라…….
"어, 어 그게……"
"미안, 유이가하마. 잠시 셋이서 있게 해주지 않겠어"
"으, 응……"
"……미안, 유이가하마"
이 일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돼……원래 알고 있던 녀석과, 교사 말고는…….
"……유키노. 지금 행동은 너무 경솔했어. 알고 있잖아?"
"그래……알고 있어. 하치만, 정말로 미안해!"
"아, 아니 신경쓰지마"
트라우마 정도는 누구에게든 있잖아? 내 경우에는 그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넓을 뿐이다.
"(좋아하는데 만질 수 없어……게다가 미움사고 있다고 착각당하고 있고……)"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하치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까……?)"
"(힘내라, 유키노)"
……갑자기 왜 말이 없어진거야? 왜 그래? 무시야? 방치 플레이냐? 게다가 왠지 이신전심 하고 있는것 같고.
"……저기 말야"
"응?"
"뭐니?"
"너희들,
사귀는거 아냐?"
""………………………하아아아아아~""
긴 한숨!?
"하치만. 나랑 유키노는 사귀지 않고, 이후로도 사귀는 일은 절대로 없어"
"확실히. 나랑 하야마가 사귀는 일은 하늘과 땅이 뒤집힐 수준으로 말도 안 돼"
……그렇게까지 부정하면 도리어 수상쩍은데.
"(나, 좋아하는 사람 있고……)"
"(하치만을 좋아하는데 다른 남자에게 꿈쩍할리 없잖아)"
왠지 입을 다물었고……쓸데없이 수상쩍다.
"……아. 슬슬 면회시간 다 됐네. 하치만, 또 올게"
"어"
"나, 나도……와도 돼……?"
"아, 아아. 딱히 상관없는데……"
싫은 상대한테까지 병문안을 오다니, 유키노 진짜 성실하네.
두 사람이 복도를 나가자, 유, 유……? 가하마 씨가 빼꼼 고개만 내밀었다.
"힛키, 또 올게"
"그니께 힛키는 또 누구여"
왜 짜가 칸사이어가 나온거야.
그보다 또라니……댁도 올 생각이 가득한겁니까, 가하마 씨.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3】
그리고나서 퇴원까지 일주일간 여러 사람이 병문안을 하러 왔다.
엄마랑 코마치는 이쪽이 식겁할정도로 울었지만,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껴안지는 않는다. 껴안는것도, 사랑의 표현 중 하나. 나에게는 너무 무겁다. 너무 괴롭다.
거기다 하루 누나. 이 사람은 평소같은 밝은 기세는 없고,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다. 하지만 하야토가 하루 누나를 보는 얼굴이 조금 빨갰던건……감기라도 걸렸나?
거기다 유이가하마네 가족. 학교 선생님. 하야토네 가족도 와주었다. 다들 너무 걱정하잖아. 고작 골절가지고.
그리고 예상대로 일주일후 퇴원. 맞이하러 와준건 코마치랑 엄마. 평일에 퇴원이었는데, 어째서 코마치가?
"어쩐 일이야, 코마치. 진급해야하는데 땡댕이냐. 오빠는 그런거 칭찬 못한다"
"바보. 오빠 퇴원 축하하는게 당연하잖아. 학교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공결 취급 해줬으니까"
"하아? ……아, 과연"
코마치네 지금 담임은 나의 중학교시절 담임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보내준건가. 그러니까, 골절 정도로 너무 호들갑이다.
"하치, 오늘 어디 가고 싶어? 어디라도 좋아"
"음? ……어디라도 좋아. 두 사람이 알고 있는, 맛있는 가게로 소개해줘"
"……알았어"
"오빠……"
어? 왜 그렇게 비통해보이는 표정을 짓는거야?
"(자신의 의사가 통하지 않는다는걸 생각하니까……)"
"(그 남자……!)"
이번에는 분노!? 뭐야 이 백면상…….
엄마랑 코마치의 추천으로 어째선지 고급 노포의 초밥가게에 데려가졌다. 뭐, 초밥은 내 역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중 하나지만……퇴원 축하치고는 지나치게 고급스러운거 아냐?
"괘, 괜찮아? 이런 고급 가게에 와도"
"오빠는 아무 신경쓰지 말고 많이 먹어! 그치, 엄마"
"아아. 하치, 오늘은 죽을만큼 먹어도 돼"
"??? 고, 고마워요"
왜 둘 다 이렇게나 다정한거야? 죽을만큼 먹을 수 있다면 먹을거지만. 아, 역시 죽을 만큼은 관둘래. 죽는거, 하치만, 싫어.
카운터에서 가족끼리 점심. 고급노포인 만큼 지금까지 먹으러 온 초밥가게 중에서도 제일 맛있다.
"맛있네"
"이렇게 맛있는 초밥은 처음이야!"
"얘. 코마치, 조용히 해"
라고 하면서 다정한 표정으로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는 엄마. 나는 그 얼굴을 보지 않도록, 초밥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도 참 귀찮은 놈이다.
배 한 가득까지는 아니더라도, 배 8할까지는 먹고 가게를 나온다. 재판때 받은 돈이 있으니까, 이런데 왔던걸지도.
"오빠. 내일부터 학교 갈거야?"
"아아. 하야토랑 유키노가 노트를 갖고 와줬으니까 일단 공부면은 괜찮겠지만, 학교에는 가야지"
"이번에는 조심해라구?"
"뭐, 사고를 겪는건 좀처럼 없잖아. 걱정하지 마"
"……응"
~~~~~~~~~~~~~~~~~~
플래그라고 생각했어? 유감! 제대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뭐, 하야토에게 말했더니 집까지 마중나와줬지만. 유키노랑 같이. 하야토는 그렇다치고 왜 유키노도?
"야, 왜 유키노도 있어?"
"……그, 그게……으, 으으……///////"
……말을 머뭇거린데다 눈을 피했다. 뭐, 하야토의 눈 앞에서 하야토랑 같이 있고 싶다고 말 못하겠지.
"미안. 말하기 어려운걸 물었다"
"에……괘, 괜찮아. 응, 괜찮아……후후"
응? 왜 기뻐하는거야?
"(서, 설마, 하치만을 좋아하는걸 개닫고……꺄----!)"
"(아마, 유키노랑 하치만이 생각하는건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지만……재미있으니까 조용히 있자)"
유키노는 가끔 영문 모를 짓을 하네. 밖에서 보는 측에선 재미있지만.
"있잖아, 저거……"
"소문난 핸섬 신입생이야……!"
"하야마 멋져……"
"야, 유키노시타도 있어"
"여전히 예뻐……"
"하지만……"
"아아……"
"누구야 저 남자……"
"기분 나쁘네"
"눈이 죽어있어……"
"칫, 뭐야 저 녀석……"
으-응……다 들린다, 너네. 뭐, 유키노랑 하야마의 방해가 된다는 자각은 있으니까.
"……하치만, 가자"
"열받네. 지금 험담한 녀석은 얼굴을 기억했으니까 이름도 조사해둘까"
"아, 그거 조사 끝나면 나한테도 정보 줘"
"물론이야"
"아하하하하"
"우후후후후"
……가끔 두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하는건 나 뿐인가?
"나랑 하치만은 같은 교실이니까. 갈까"
"유키노는 J반이었지? 그럼 또 봐"
"아……으, 응……//////"
방금전까지는 상당히 큰 목소리였는데 갑자기 작은 목소리……어째서야.
"하치만은 죄많은 남자네"
"무슨 소리야"
"그건 안 말해. 지금 네 상황은 말해본다한들 어떻게 안 되니까"
"뭐야 그거"
하야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잽싸게 혼자서 걸어가버린다. 뭐야.
교실로 가던 도중에 아까전의 일로 나쁘게 눈에 띄었는지, 여기저기서 적의있는 시선을 느낀다. 이런 시선은 초, 중학교때 시점에서 익숙해져 있다. 왜냐면 항상 그 둘이 있었으니까.
"야, 거기 너"
"……응? 나?"
목소리가 들린 쪽에는 팔짱을 낀 떡대 좋은 남자가 있었다. 에, 이거 위험하네?
"너, 유키노시타랑 뭐야? 뭐냐고"
"뭐냐니, 단순한 소꿉친구인데……윽!"
두통과 함께, 남자의 적의가 몸에 꽂혔다. 아직 맞은것도 아닌데 느낀다는건, 진짜 적의…….
"왜 너 같은 놈이……! 이게!"
"이봐"
휘둘러 올라간 팔이 누군가에게 막힌다. 그걸 하야토라고 깨닫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치만한테……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하, 하야마……네놈하고는 관계없잖아!"
"있어. 하치만은 내 친우다"
친우가 아냐. 친구지만.
"하야토……미안"
"사과하지마. 사과해야하는건……너잖아"
"시, 시끄러워어어어어!"
휘둘러올려진 주먹이 이번에는 하야토에게 향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하야토에 대한 걱정은 안 한다.
"어이쿠"
왜냐면, 하야토가 싸움에서 진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살짝 뒤로 물러서면서 피한 하야토는, 뺨에 가벼운 펀치를 받았다.
"이걸로 정당방위다"
뻗은 팔을 잡고, 화려하게 엎어치기. 내가 폭력을 싫어하니까 때리는건 그만둔건가? 역시 좋은 녀석이다.
엎어치기를 먹인 하야토는 산뜻한 미소로 일어섰다. 거기에 소란을 피우는 구경꾼이 시끄럽다.
"나, 남자끼리 우정!? 와・씁・니・다・요-!"
부샤아---!
"너, 너 괜찮아!?"
우왓, 뭔가 붉은 분수가 나오고 있어…….
"하치만, 괜찮아?"
"뭐. 중학교때부터 이러니까. 하지만……역시 적의에는 민감한것 같아. 주춤거리고 말았어"
한심하다……언젠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은 좀 어렵지만.
"……하치만, 지금 이대로라면 안 될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나아가자"
"아아, 알고 있어. ……그런데, 어디에 메일 보내는거야?"
"유키노네 부모님이랑 유키노랑……하, 하루노 누나한테"
왜 마지막에 말을 더듬은거야.
"어째서?"
"뭐, 조금 일이 있어. 하치만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따돌려진것 같아서 상처입어라-(국어책 읽기).
"자, 가자"
"이 녀석은 괜찮아? 내버려둬도"
"괜찮아, 대책은 짜뒀어. 거기다 나는 맞았으니까 반격한것 뿐이야. 그렇지, 얘들아?"
"꺄---!"
"하야토 멋져---!"
"하야토-!"
"젠장, 얼짱이다……!"
"분하지만 얼짱이야……"
"우와-. 하야토 진짜 쩔어-"
이 녀석……산뜻하게 미소와 얻어맞았다는 현실로, 주위를 단번에 아군으로 만들었어. 소꿉친구인데 이 차이는 뭐야?
"나, 너랑 친구라서 다행이야"
"그, 그래? 그건 영광이네"
왜냐면 적으로 돌리면 주위에서 폭력받아서 나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못하니까.
선생님이 오기 전에 교실로 향한다.
기절한 남자가 새까만 차에 납치되었다는걸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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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유키노시타 아버지, 유키노시타 어머니, 유키노, 하루노 누나
착신인 : 하야마 하야토
제목 : 히키가야 하치만을 지키는 모임
하치만이 어떤 학생에게 폭력을 당할뻔할때 아슬아슬하게 막았습니다. 하지만 두번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학생에게 엄중한 처벌을 부탁합니다. 학생은 교문에서 기절하고 있습니다.
~~~~~~~~~~~~~~~
교실에 도착하니, 하야토와 함께 있던것 뿐인데 엄청 주목받았다. 뭐, 입원했으니까 '누구야 이 눈이 죽은 놈' 상태인거겠지.
"하치만, 우리가 있으니까 괜찮아"
"……뭐, 감사만 해둘게"
아직 학교가 시작한지 일주일이니까, 자리바꾸기는 하지 않아서 하야토의 뒷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보니 하야토랑 같은 반이 되면 기본적으로 앞뒤로 앉는군.
"하야토 안녕-"
"아아, 안녕"
"하야토-"
"안녕"
이런 광경도 당연하지. 하야토가 좋아할 녀석이 있는건 모르겠지만 힘내라.
드르륵
뒷문이 기세 좋게 열리고, 교실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향했다. 아마, 아니, 절대로 학년 1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 이름대로 눈처럼 하얗고 차가운 소녀.
그래. 우리들의 유키노시타 유키노다.
유키노가 천천히 교실로 들어와서 교실 안을 돌아본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고 그 하얀 피부를 빨갛게 물들였다. 너, 하야토 너무 좋아하잖아.
"저, 저기……하치만……그게……//////"
"어, 나?"
순전히 하야토한테 용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키노, 힘내"
"…그, 그래……하,하치만. 저기……괘, 괜찮아……?'
……뭐가.
"야, 유키노. 너 정말로 학년 1위야? 전혀 요령을 못 잡잖아"
"유키노"
"으으~……커흠. 마, 맞을뻔했다고 들어서……걱정되서……"
"벌써 소문이퍼졌나. 되게 빠르네"
그렇게나 눈이 띄었으니까……특히 하야토가.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그보다 하야토 걱정을 해줘라. 얻어 맞았으니까"
"하야마는 괜찮아?"
"응, 고마워"
……뭘까, 이 압도적인 차별. 모르겠다…….
"그, 그래서……그게……하, 하치만도 괜찮아……?"
"……뭐, 그래"
"휴우……다행이다……"
"""""읏"""""
그 표정은 정말로 안도한 미소로, 주위 모든것을 색이 바래지도록 할 만큼 빛을 뿜고 있었다. 아마 교실안에 있는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나조차도 순간 두근거렷으니까.
"그럼 교실로 돌아갈게"
"어"
"또 봐, 유키노"
교실을 나가는 유키노에게 남녀 불문하고 모두 못이 박힌다. 그 정도로 방금전의 유키노의 미소는 파괴력이 있었다.
"인기남은 괴롭구나, 하치만"
"자기 자랑을 하는거면 짜증나니까 그만해라"
"(하치만을 말하는건데……뭐 됐나)"
띵-동-댕-동……
종이 울고, 교실 밖에 있던 녀석들도 안으로 들어온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에, 조금이지만 기대를 하고 있는 나. 하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인 이상은……
여담이지만, 우리를 때리려던 학생은 다음날 홀쪽하게 마른상태로 등교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4】
폭력이란 사랑과 다정함이다.
폭력을 평상시부터 행사한다는건 통틀어 불량, 요즘은 DQN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그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날은 없다.
왜냐면, 불량들은 사랑을 모르니까 길을 벗어나는 것이다. 즉 폭력이란,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의 비명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결론을 말하자.
폭력을 행사하는 어리석은 놈들,
박살나라.
~~~~~~~~~~~~~~~~
"히키가야, 뭐냐 이건"
"하아, 작문인데요"
난데없이 교무실에 호출받았다고 생각하니, 뭘 묻는거야. 보면 알걸.
이 사람은 현대문학 교사이며 이름은 히라츠카 시즈카. 흑발 롱헤어에, 꽤나 나이스 바디. 아라사 독신 여성이지만, 왜 결혼 못하는건지 이상할만큼 미인이다.
"뭐라 말했냐?"
"아, 아뇨 따키……"
무서워……이 사람 무서워…….
"아……미, 미안. 별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조금 초조해진 선생님에게 뀽 해버린 내가 밉다.
이 히라츠카 선생님도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니까 폭력을 휘두르는 어딘가의 아라사하고는 다르다. 응?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커흠. 히키가야, 내가 제시한 작문의 과제를 말해봐라"
"하아.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고』지요?"
"그게 왜 이런 사랑과 폭력의 이야기가 된거지? 장난치는거냐?"
"아뇨, 저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본 그 고찰을 쓴것 뿐인데요"
"…………"
응. 하야토랑 유키노랑 같이 있으면 평범하게 시비걸리거든. 얻어맞은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 때마다 하야토랑 유키노가 구해주니까,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가 되버렸지만.
뭐, 때리러 온 놈은 더는 이 학교에서 보는 일은 없지만……어디로 간걸까.
"그게……미안하다"
"? 왜 사과하는거죠?"
"그만해애! 그 배려가 뼈아프다아!"
"서, 선생님. 여기는 교무실이거든요"
주위 선생님의 시선이 따가우니까요!
"……하지만……조금은 즐거운 추억이 없는거냐? 아주 조금이라도 좋다"
"즐거운……음……즐거운……음~~?"
그저 학교에 오고, 하야토랑 유키노랑 대화하고, 집에 간다. 그리고 가끔 상대하는……아.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던가?"
"!? 히키가야아!"
꼬오오오오오오오옥!
"!? 그, 그만……!"
껴, 껴안지마……!
"괜찮아, 히키가야. 우리가 있으니까!"
"아, 알았으니, 까……요……"
두, 두통으로 의식이……누군가……살려줘――
드르륵
"실례합니……히, 히라츠카 선생님!?"
"에? 읏! 하, 하치만을 놔줘요!"
낯익은 둘의 목소리와 함께 안면에서 부드러운 것이 사라졌다. 사, 살았다…….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
나랑 히라츠카 선생님 사이에 하야토랑 유키노가 가로막아 선다. 노, 노기로 주위가 일그러져 보여…….
"히라츠카 선생님, 하치만의 사정 알고 있죠?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는거에요? 상황에 따라선……" 라는 유키노.
"그, 그치만 히키가야가 즐거운 일이 『지금을 살아가는것』이라고 하니까……"
""!? 큭……!""
둘 다 주먹을 움켜쥐고 나를 노려봤다. 왜 둘에게 까지 노려보아져야하는건데. 이제 나한테 아군은 없는건가.
"(껴, 껴안고 싶어……! 하치만, 가엾어……!)"
"(이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충동을 어디에 분출해야……!)"
어, 그러니까…….
"그, 그럼 나는 이걸로……"
"기다리거라"
"그헥"
가, 갑자기 목덜미를 잡지 말아줘요. 괴로우니까.
"흠……정말로 괴로운 과거가 있었다고는 해도, 너는 지금 대로라면 안 된다. 둘 다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네요. 앞으로도 이래선 남은 인생에 지장을 가져올지도 모르니까요"
"확실히 그렇네요"
"그래서다. 유키노시타, 너를 부르건 다른 이유가 아냐"
히라츠카 선생님은 유키노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돌아보게 했다.
"봉사부에 의뢰다. 히키가야를 입부시키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주거라"
"후에에!?"
"봉사부?"
메이드나 집사가 하는거?
"봉사부란 유키노가 부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부활동이다. 굶주린 자에게 물고기를 주는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것이 봉사부다"
"호오. 유키노는 그런 부활동에 들어있었구나"
"그, 그래……//////"
그러니까 얼굴 피하지마. 상처입잖아.
"너는 거기에 입부해서,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남들과 접촉하고, 자신의 상처를 다스리거라. 이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힘내라"
"저는 입부한다고 한 마디도――"
"물론 이론 반론 항의 말대답은 일절 받지 않는다."
뭐야 그 횡포.
"……하야토는 축구부인데, 겸부하는건가?"
"아니, 축구부는 겸부 불가능이야. 그러니까 유키노랑 하치만의 『단 둘만의』부활동이야"
"다, 단 둘……!?/////"
"단 둘을 강조하지마"
유키노가 나를 싫어하는데 박차가 가하잖아.
"(재미있게 됐다)"
"(유키노시타의 이 반응……설마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를!? 젠장, 리얼충 폭발해라!)"
……웃음을 참고 있는 하야토. 눈물을 흘리는 히라츠카 선생님. 얼굴이 새빨간 유키노. 죽은 눈의 나. 한마디로 말해 카오스다.
"크으으……후우. 유키노시타, 히키가야를 데리고 부실로 가거라. 하야마도 부활동하러 돌아가라"
"네. 그럼 하치만, 유키노. 내일 봐"
"좀! 하야마!?"
시간이 위태로웠는지 뛰어가버리는 하야토.
"……아-……하야토가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안 갈거야?"
"그, 그런건!"
가, 갑자기 돌아보면 얼굴 가까워…….
"미, 미안"
"아, 아니……/////"
"젠자아아아앙! 청춘을 구가하는 어리석은 것들! 박살나버려라아아아아아아!"
"히, 히라츠카 선생님!?"
저 사람, 울면서 뛰처나갔는데……괜찮나?
"그러니까……갈까?"
"으, 응……"
유키노가 조금 앞을 걷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뒤를 따라간다.
부실이 있는건 특별동 최상층의 가장 안족. 최상층에선 봉사부말고 부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지 조용했다.
"(이이이, 이런 일이 되다니……! 하, 하지만 괜찮아. 진정해, 유키노시타 유키노. 최상층에서 단 둘이……이건 기회가 아닐까? 중학교때 도움받고나서 좋아하게 되버려서, 제대로 얼굴도 못 봤지만……지금 거리를 좁힐 절호의 기회야!)"
"(생각에 잠기고 주먹을 쥐고……바쁜 녀석이구만)"
교실에 들어가니, 거기는 정말로 활동하고 있는건지 수상쩍을 정도로 살풍경인 교실이 펼쳐져 있었다. 유일하게 유키노가 앉아있을 의자가 있을 뿐이다.
"아, 으……"
"…………"
…………………………….
압 도 적 침 묵.
어색하다. 이건 어색하다.
"어, 그게……일단 앉을까?"
"그, 그러, 게. ……아, 의자 내올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그 정도는 내가 할게"
"아으……"
역시 여자에한테 그렇게까지는 시킬 수 없지.
가능한 유키노의 가까이에 있지 않도록, 유키노의 자리가 있는 반대측에 앉는다. 겨울은 춥지 않고, 여름은 햇살로 덥지 않다. 즉 복도측이 최강.
"좀 더……가까이 앉아도 되는데?"
"(좋아, 평범하게 말했어!)"
"어? 왜?"
가까이 있는것 만으로도 화내면서?
"괘, 괜찮아……응, 괜찮아"
"그, 그런가? 그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유키노 쪽으로 옮긴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키노도 조금만 이쪽으로 의자를 가져왔다.
"이, 이런건 어때?"
"괘, 괜찮다고 생각……해"
둘의 거리는 2m정도일 것이다. 뭐, 유키노가 말한다면 이 정도면 됐나.
자리에 앉아, 특별히 할 것도 없이 한가해지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책이라도 갖고 오자.
"(그, 그게……이제부터 뭘 하면……? ……아, 그래)"
"스---, 하아---. 좋아"
뭐하는거야, 이 녀석.
"하, 하치만"
"왜?"
"……으……그, 그게……아, 앞으로 같은 부활동을 하게 되니까……서, 서로 무시라던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네가 일방적으로 무시하는것 뿐인데"
"아으……그건……미안하다고 생각해. 그, 그러니까, 그게……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줄래……?"
……나를 싫어하는 유키노가 나랑 사이 좋게……? ……뭐, 같은 부활동인데다 단 둘밖에 없으니 분위기를 나쁘게 하는건 싫을테니까.
"아아. 딱히 상관없는데"
왜 나는 이렇게나 내려다보는 시선이야?
"……그래. 자, 잘 부탁해, 하치만"
"(아자아!)"
하지만 얼굴이 빨간건 그만해두지 않으려나. 화내는거 다 보여.
"……있잖아, 유키노. 이 부활동은 존재를 알려져 있어?"
"그, 글쎄? 히랴츠……히라츠카 선생님이 고문을 해주고 있지만, 지금까지 의뢰가 온 적은 없어"
너무 깨물었다.……게다가 아직 의뢰건수는 제로인가.
"그러니까, 책이나 게임을 갖고 와두는 편이 좋아. 기본적으로 한가하니까"
"그럼 집에 가도 돼?"
"아, 안 돼!"
"우옷? 노, 농담이니까. 그렇게 화내지마……"
농담이 안 통하는 녀석이군…….
하지만 확실히 유키노의 말대로, 뭔가 시간을 죽일걸 갖고 와야겠다. 오늘 돌아가는 길에 책방에라도 들를까.
유키노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심심해졌으니……조금 자자. 요즘 피곤하니까.
의뢰인이 오면 깨워주겠지. 올지는 모르겠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5】
초등학교 무렵부터 생각했지만, 학교라는건 사회의 축도인 것이다. 친구, 지인이 없다는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특이한걸테지. 친구를 못 만드는건 남 사정이겠지만.
일단 나에게도 하야토랑 유키노가 있지만, 핸섬남이랑 미인이 친구라면 도리어 원망받고 꺼려진다. 어쩌면 좋냐고.
이야기가 틀어졌군.
학교가 사회의 축도라는건, 부활동에서의 상하사회.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사장의 턱도 없는 명령.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시끄럽다고 하고, 다물고 있으면 경멸당한다. 말 그대로 사회라는 이름의 쓰레기통.
그러니까 나는 그런 쓰레기같은 사회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나의 꿈은,
전업주부니까.
~~~~~~~~~~~~~~
"그으러어니이까아……뭐냐 이 작문은!"
"그으러어니이까아, 장래에 대해서 쓴 작문이라고요"
장래라기보다는 진로희망에 대한 작문이지만.
"하아……너는 봉사부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변한게 없구나"
"아니 의뢰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변하지 않는다구요"
유키노도 겨우 나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됬으니까. 고개를 돌리면 유키노의 얼굴이 새빨개져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되지만.
"아무튼, 내일까지 다시 써오거라"
"아니, 저 내일 그거가 그거해서 그거하니까 그거하거든요 무리에요"
"히키가야"
"녜에! 해, 해오게씀다……!"
노, 노려보는것도 아니고, 주먹도 안 쥐었는데……저, 적의로 두통이 느껴져……뭐야 이 사람, 사이어인?
새로운 원고용지를 받아 부실로 간다. 그러자 문에 손을 대니 안에서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어-이, 왜 그래?"
"하, 하무것도 하니햐……?"
너무 깨물어버려서 캐릭터가 흔들리고 있는데.
……뭐 됐나.
"커, 커흠. 그래서 하치만, 어디 갔었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호출 받았어. 진로희망에 대해서 작문을 다시 쓰래"
"진로희망……그러고보니 하치만의 진로희망은 어디야……?"
"(잘하면 같은 학교에……!)"
"나? 지금 나로선 무리겠지만……뭐, 전업주부가 되려――"
"왔다――――――――――――――――――――――――――――――――――――――――――――――――――――――――――――――――――――――――――――――――――――――――――――――――――――!!!!!!!!!!!!!!!!!!!!!!!!!!!!!!!!!!!!!!!!!!!!!!!!"
…………하?
"괘, 괜찮냐 유키노. 뭐 나쁜거라도 먹었냐?"
"……무슨 소리니?"
"에, 하지만……"
"무슨 소리니?"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거군. 그럼 안 물으마.
"(저저저저저저저저저전업주부……! 즉, 장래는……시, 신랑…!? 어, 엄청난 말에 흥분해버렸지만, 설마 하치만의 진로희망은 전업주부였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는다. 눈이 반짝거려서 무서우니까.
"(지, 진정해. 힛힛후-. 힛힛후-. 좋아……진정하고 정리하자. 나랑 하치만은 소꿉친구. 우리 집은 부자고, 어머님과 아버님도 하치만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부모님과 사위의 좋은 관계, 클리어.
나의 장래꿈은 검찰관이고, 필시 그건 이루어질거야. 거기다 아버님한테 매달 용돈으로 10만엔을, 지금부터 별로 쓰지 않고 저축해두면……괜찮아.
수입 안정, 클리어.
남은건……하치만에게, 어떻게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 전하는것 뿐이야. 후, 후후후……왔어, 온거야. 신이 나에게, 하치만과 맺어지는 운명에 있다고 하는거야!)"
……히쭉거려서 기분 나쁜데. 괜찮나, 유키노?
"(아아……하치만하고 만나게 해준, 이름도 모를 신님……제자로 삼아주세요)"
이번에는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유키노는 존경하지만 조금 깬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독서로 돌아간다. ……나도 독서로 돌아갈까.
드르륵, 콰당!
"유키농, 힛키, 부탁이 있어!"
"읏!? 노, 놀래라……""
갑자기 문 열지마, 어이…….
"유이가하마, 시끄러워"
"유이, 시끄러워"
"아, 아니, 미안……아니, 그런건 둘째치고"
그런거냐.
"에, 그게……나, 나 말야,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하치만은 안 줄거야"
"아, 아니야! 확실히 힛키에겐 감사하고있지만……이길 수 있을리 없는걸"
"무슨 얘기하는거야? 뭐,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아무튼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폭력이나 얻어맞지 않도록 해"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힛키, 기분 나빠"
"정색하고 기분나쁘다고 하지마. 무심코 자살할 수준으로 상처입는다"
확실히 유이에겐 과거 얘기를 안했지만.
"아, 미안해 힛키……그래서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야……
쿠키를 만들어주고 싶어"
…………….
……공기가 얼어붙었다…….
좀, 진짜냐 유이야. 네가 다른 사람한테 쿠키를 만들어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유이가하마, 그만해. 그 살육병기는 두번 다시 이 세상에 현현시켜선 안 될 물건이야"
"그렇게까지 말하는구나!?"
"유이. 너는 봉사부의 비핵3원칙을 모르는거냐? (유이가 식칼을) 들게하지 않고, (요리를) 만들게 하지 않고, (부엌에 극약을) 들고 가게 하지 않는거다"
"왠지 악의를 느끼는데!?"
악의가 아냐, 진의다.
"그 때는 죽는줄 알았다……"
"강 건너편에서 할머님이 손을 흔들고 있었어"
"그,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구!"
아니, 아마 이 표현은 조금 다정한거다. 나는 폭력의 트라우마가 플래쉬백해서 5번 정도 했으니까.
"그래서, 유키농 부탁해! 또 요리 가르쳐줘!"
"자신 없는데"
"오히려 시장에서 파는 쿠키를 그럴듯하게 래핑하는 편이 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다정할거야"
"환경마저도!?"
하나하나 딴죽거느라 수고하십니다.
"그래서 유이가하마. 너 반년전부터 요리 공부나 연습하고 있니?
"응! 엄마가 하는거 보고 있거나, 요리 방송 보거나 하는데?"
"보는것 뿐이잖아"
"요리 감상은 참신하구나"
"우으! 됐으니까 가르쳐줘-!"
"유, 유이가하마, 이거 놔……!"
유리유리하는구만-. 그러고보니 여자끼리 사랑이라도 폭력은 발생하는건가.
~~~~~~~~~~~~~~~~~~
이러저러해서 가정과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간단하게 들어줬다. 유이의 요리 실력을 모른다고 해도, 안 열어줬으면 싶었다…….
이러저러해서 요리개시.
"유이가하마,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줬으면 싶은데"
"? 괜찮긴 한데, 왜?"
"내가 지시힌 도구 및 조미료 이외를 손에 댔을 경우, 즉시 친구의 인연을 자르고 봉사부의 출입을 금지한다, 라는 계약서야"
"진심!?"
"엄청 진지해. 사망자를 내고 싶지 않으면 여기에 사인을 해줘"
"우으……신용받지 못하는구나……알았어어……"
아니, 유이의 요리스킬이니까 이렇게까지 하는게 타당하겠지.
"저기, 나는 왜 여기 있는거야? 유이의 쿠키라면 안 먹을건데"
"힛키, 너무해!"
너무하지 않아. 살기 위한 회피처치다.
"으……그, 그게……"
"! 유키농, 힘내"
"그, 그래. ……먹어, 줬으면 싶……어. 내가 만든 쿠키를……안 될까?"
불안하다는듯 올려다보는 유키노. 가슴판에서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만지는 모습이 무척이나……그……귀엽다.
욱신
"큭……"
두통이……!
"? 하치만?"
"아, 아무것도 아냐"
귀엽다고 생각하면 안 돼……그 앞에 있는 감정을 갖지마. 생각하지마, 나!
"뭐, 뭐어, 유키노의 쿠키는 최고로 맛있으니까,언제든지 먹어줄게"
"……히, 힘낼게! 하치만, 나 힘낼게!"
"어, 어어?"
왜 갑자기 텐션 오른거야?
"유키농, 잘 됐네"
"그래. 자아, 유이가하마. 내가 말한대로 만드는거야"
"응!"
유키노에게 맡겨두면 걱정없겠지만……유이에겐 전과가 있으니까, 역시 걱정이다.
~~~~~~~~~~~~~~~~~~~~
"""…………"""
조리 종료후, 우리들의 앞에는 세 개의 그릇이 있었다.
하나는 유키노가 만든 완벽한 쿠키. 그냥 팔아서 돈을 버는 편이 좋지 않아? 흑발미인이 만든 쿠키라는걸 팔자고.
그리고 또 하나.
이전처럼 원형을 유지 못하는건 아니지만……왜 탄소가 올라가 있는거야?
"죄인, 유이가하마 유이. 뭔가 변명이 있다면 들어보지"
"유죄 판정!? 아니, 나 유키농이 말한것 밖에 손 안 댔어! 절교같은건 싫은걸!"
"확실히, 유이가하마가 손을 댄거에 아무 이상한건 없었어. 하지만 왜……"
"그냥 유이의 손 그 자체가 해악인거 아냐?"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그럼 설명이 안 된다고…….
"……유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걸 좋아해?"
"어? 응, 엄청 좋아한다고 했어"
"유키노. 너, 조금이라도 유이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어?"
"아니, 그런건……아"
"있었나……"
"그, 그게. 사용 끝난 식기를 물에 담글때 잠시……"
"하아. 유이, 그 때 설탕 엄청 넣었지"
"무, 무슨 소리야?"
이쪽을 보고 말해라 이쪽을. 남이랑 얘기할때는 그 쪽을 보라고 안 배웠냐.
"유이가하마, 화 안내고 절교도 안 할테니까 솔직하게 말해줘"
"……조, 조금만……"
"판결, 길티"
"하으!?"
설탕은 타기 쉽다는걸 모르나 이 녀석. 나조차도 알고 있다고.
유키노의 쿠키를 먹으면서 유이의 쿠키를 반으로 떼어 본다. 응, 안쪽까지 완전히 타버렸다, 이거.
"우으……저게 없다면……"
"뭐, 아직 재료는 있으니까. 한번 더 만들어보면 되지 않아?"
"으, 응! 유키농, 한번 더 부탁해!"
"……알았어. 아까전에는 나의 부주의였으니까 한번 더 만들어보자"
"응!"
~~~~~~~~~~~~~~~~~~~
1시간 후.
"""…………"""
또 탄소가 생성되었다.
"유이, 너 그냥 요리하지마"
"털썩……"
소리내지마. 바보 같으니까. 아, 원래 바보인가.
"어떡하면 좋지……"
"제대로 했는데……"
"……나참. 유이, 하나만 좋은 사실을 가르쳐주마"
"후에?"
"너, 유키노가 말한대로 한것 뿐이지. 확실히 열심히 했지만, 하나만 결정적으로 빠져있는게 있다"
"? 뭔데?"
유키노도 유이도 모르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읏!"
"하?"
유키노는 놀란듯한, 유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다. 뭐, 이 내가 배려하는 말을 하는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유키노가 놀라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배려란, 사랑의 형태 그 자체니까.
"상대를 위해 쿠키를 만드록,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큭. 차, 참아라, 내 뇌야……! 트라우마 따위에 지지마……!
"……그런가……응, 그렇지! 유키농, 힛키. 다음에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볼게! 아, 이제 늦었으니까 다음에는 나 혼자 만들어볼게! 바이바이!"
"유이가하마, 정리를……벌써 가버렸네"
"……하아-, 하아-……"
"!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
의자에 앉아, 유키노가 가져와준 물을 마신다. 이 통증, 고등학교 들어오고나서 빈번하게 계속되네…….
"하치만, 어째서 그런 짓을……트라우마로 하치만이 상처입을 뿐인데……"
"……나도, 언제까지고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어……?"
어리둥절한 유키노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그런 표정 짓지마.
"이대로 있어선 안 돼. 그러니까, 조금씩이라도 좋아. 아주 조금만, 한 발짝을 내딛어야지……그렇게 생각한거야"
"하치만……그래, 그랳구나……나도 도울게. 그러니까, 힘내자?"
"……아아"
아직 감사의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마음을 말로 하자.
고마워, 라고.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6】
어느날 점심시간. 늘 혼자서 밥을 먹는 나에게 최적의 베스트 플레이스가 있지만……밖은 폭우. 이런 때 나에겐 갈 곳이 없다.
"에-. 하야토 안 가-?"
"미안, 유미코. 오늘 부활동이 있으니까"
"에-"
칫. 톱 카스트 자식, 시끄럽네. 하야토도 쓴웃음을 짓고 있잖아. 저 녀석, 원래 시끄러운거 싫어하니까. 왜 저기에 있는거야?
"괜찮잖아. 나아 초콜렛이랑 쇼콜라 먹고 싶어-"
"그거 둘다 초콜렛이잖아"
"둘다 다르거든. 그보다 엄청 배고프네"
그리고 그……어 그러니까……나, 나아 씨? 랑 하야토의 의미없는 대화를 보고 있으니, 유이가 도시락을 한 손에 들고 뭔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유미코, 너무 먹기만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구?
"나아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구"
"아니-, 유미코는 진짜 신님 스타일이지. 다리도 엄청 예쁘구. 그래서, 나 어디 좀 갈곳이――"
"그래-? 아, 하지만-, 유키노시타라는 애는 좀 위험하지 않아?"
"아-, 확실히 유키농은 위험하네"
"……유키농?"
"아, 그치만 유미코 쪽이 화사하다고 할까……"
나아 씨 위협 무서운데. 유이도 쩔쩔매잖아.
"응, 유키노는 확실히 예쁘지"
"좀, 하야토!?'
오-, 하야토 분위기 안 읽고 폭탄투하했나. 재미있게 됐다.
"학업우수, 재색겸비, 운동신경 발군. 조금 체력에 문제가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완벽하지 않은 느낌이 들고"
오-오-. 과연 잘 보고 있군. 그보다 이렇게까지 봐놓고 사귀지 않는다니, 유키노가 불쌍하잖아. 하야토, 네가 고백해라.
"하야토, 유키노시타를 잘 보고 있네. 혹시-, 유키노시타를 좋아해-?"
"토베, 시끄러워!"
"미, 미안……"
"단순한 소꿉친구야. 거기다, 나랑 유키노는 그런 관계가 아냐"
여유넘치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색골마에게 유키노를 빼앗긴다. 뭐, 하야토라면 바로 탈환하겠지만.
"아, 읏……"
음? 나아 씨, 왜 주춤거리는거야? 하야토의 유키노 LOVE에 압도됐나?
"아, 그리고 유이. 슬슬 유키노가 있는 곳에 가야하지 않아? 밥 같이 먹기로 했잖아?"
"어, 어째서 아는거야!?"
"어제 유키노랑 하치만일아 같이 채팅으로 통화할때 그 얘기가 나왔거든. 안 그래, 하치만"
"거기서 나한테 화제 돌리기냐. 그런 턱없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뭘 그래. 나랑 하치만의 사이잖아"
아니, 그렇긴 하지만.
"하야토랑 히, 히키……히키타니는 어떤 관계야? 이건 신경쓰이네-"
"친우야. 그치?"
"친구긴 하지
"수줍어 마"
아니, 수줍어 안 했거든.
"하, 하야하치!? 하야하치야!? 와씁니다아-!"
"좀! 히나, 코피코피!"
나아 씨는 항상 휴대용 휴지를 갖고 다니는지 바로 부녀자 씨의 코를 휴지로 막았다. 여자력이랄까, 엄마력 높네.
"유이, 슬슬 안 가면 유키노 화낼거야. 그녀 화내면 무서우니까"
"아, 알았어. 그러니까 유미코 미안해? 다음에 놀러 가자"
"……어쩔 수 없네. 그 대신에 오늘 서티 ○에 꼭 어울려!"
"응! 유미코 정말 좋아해!"
"뭣……!"
나아 씨, 얼굴 빨간데. 뭐야? 이 사람도 백합이야? 내 주위에 얼마나 백합이 많은거야.
"이거야 원. 유미코, 친구 사랑하는것도 좋지만, 조금은 유이 얘기도 들어줘"
"아, 알고 있구"
오-. 애프터 케어도 확실하구만. 리얼충 폭발해라.
"후우……영차"
"어이, 왜 여기 오는거야"
"여기서만 하는 얘긴데, 저 녀석들일아 같이 있는건 즐겁긴 하지만 신경을 많이 쓰거든. 그러는 점에서 하치만이랑 같이 있으면 지치지 않아"
"사회를 오가는것도 피곤하다는거냐?"
"하하. 히라츠카 선생님도 얼마전에 수업에서 말했잖아? 모든 사람과 사이 좋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잘 교섭하는 방법을 익히라고. 그러기 위한 학교라고"
"나는 그 모든 사람이랑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길을 걸을까"
"하치만답네"
나답다는건 뭐야.
"하야토-?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그럼 또 봐"
"어"
하야토도 힘들겠구만. 분위기를 읽고, 남을 맞춰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라. 그럼 나, 평생 무리를 짓지 않고 살아도 돼.
~~~~~~~~~~~~~~~~~~~~~~~
방과후가 되어 부실로 향하니, 유이와 유키노가 부실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 수상쩍은 애들.
"야, 뭐하는거야?"
""힉……!""
갑자기 말을 건건 미안했지만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지 않아? 상처 입으니까.
"하, 히치만……"
"힛키, 갑자기 말걸지마"
"미안하대도. 그래서, 무슨 일이야?"
둘은 불안하다는 얼굴을 하고 유이가 입을 열었다.
"수상쩍은 사람이 부실에 있어"
"내가 보자면 너희들도 충분히 수상쩍은 인물이었는데 말야"
"무슨 의미으읍"
"유이가하마, 조용히해줘. 수상쩍은 사람에게 들킬거야"
유이의 입을 막은 유키노는 얼굴을 붉히며 내 소매를 잡았다. 그리고 안을 엿보도록 재촉한다.
"확실히 있군. 수상쩍은 사람"
"어떡할거야?"
"일단 선생님한테 연락해둘까"
"뭐, 기다려. 저 녀석, 계속 저렇게 밖을 보는것 뿐이야?"
"으, 응"
"그럼 의뢰자일지도 모르고,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까 뒤로 따라와"
거기다, 저 체형인 놈은 짐작가는게 있고. 이름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 하치만……조심해야해……?"
"아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장마라 축축한데 트렌치 코트를 입고, 머리카락을 수수하게 길고 짧고 뚱뚱한 남자가 팔짱을 기고 있었다. 과연, 수상쩍은 인물이다.
"훗훗후……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이건 별의 인도인가? 아니면 운명인가. ……기다리다 지쳤다, 히키가야 하――"
"여보세요, 경찰인가요? 수상쩍인 인물이 불법칩입했는데요"
"자자자잠깐 기다려줘, 하치마안!"
"다가오지마, 짜증나게시리"
안그래도 갑갑해 죽겠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다가오지마. 기분 나빠.
"힛키의 친구?"
"몰라. 알아도 몰라"
"하치만이여, 잊었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 지옥같은 나날을 함께 헤쳐나오지 않았는가!"
"체육시간에 짝을 짠것 뿐이잖아"
"역시 친구잖아"
"그것만으로 친구가 된다면 이 세상에는 외톨이는 없겠지"
어딘가 눈이 썩은 비뚤어진 고등학생이라던가.
"하치만, 이사람은 누구?"
"본관은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난, 세상을 겨학하는 사람. 홀로 나날이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검호장군! 성은 자이모쿠자! 이름은 요시테루! 검호장군,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다!"
"짜증나……"
"기분나빠……"
"? 하치만,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녀석은 중2병이야"
"중2?"
"중2병이란건 말이다"
중2병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하니, 유키노가 자이모쿠자의 앞에 섰다.
"그래서, 우리들에게하는 의뢰는 그 병을 치유하는거면 되지?"
"아, 아니, 병이 아닙니다. 네……"
어떤 의미로 완벽한 병이잖아.
"……응? 이건……"
"므흐흐! 눈치챘나, 하치만! 그건 본관이 작성한 군왕의 서다!"
"하?"
"무슨 소리하는거야, 중2?"
"돌려말하기는 그만두지 않겠니. 신물이 달려"
"아, 네. 죄송합니다……커흠, 그건 라이트노벨의 현본이다. 하지만 친구가 없기 때문에 감상을 들을 수 없는거다. 읽어줘"
"지금 대뜸 슬픈 소리를 들은것 같아"
"기분 탓이 아냐. 어엿하게 슬픈 소리를 했어"
나와 유키노와 유이에게 나눠진 다발은 가볍게 500장은 넘기고 있었다. 즉, 페이지로 1000페이지.
"야, 자이모쿠자. 이거 우리보고 읽으라는거야?"
"음!"
"이런 양을? 나 싫은데"
"뭐, 1000페이지 정도라면 여유롭지만, 라, 라이트 노벨?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 좋은 감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아니, 생초짜의 감상도 듣고 싶던 차다. 사양말고 말해줘"
"……그러니"
아-아. 말해버렸다.
"자이모쿠자, 미안하지만 너한테 동정하마"
"음?"
"그 녀석, 진짜로 사양않는다고"
"그, 그렇게 칭찬하지마……/////"
아니, 칭찬한거 아냐.
~~~~~~~~~~~~~~~~~~~
다음날.
방과후가 되어, 우리 셋과 자이모쿠자가 부실에 있었다. 유이는 전날에 다 못읽었기 때문인지, 지금 필사적으로 읽고 있다. 졸려보이지만.
"그래서, 어땠는가?"
"역시 잘 모르겠지만……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어. 재미없었어. 읽는게 고통스러울 정도야.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없음"
"크헉!"
거봐, 엄청 용서없지.
"너, 문장을 쓰기 전에 먼저 국어를 공부하렴. 조사 문법 사용법을 알고 있어? 초등학교에서 안 배웟니?"
"하으아!?"
"그리고 이 루비 말인데, 『환홍인섬(블러디 나이트메어 슬래셔)』라는 부분, 어디에서 나이트메어가 나온거니. 어디에도 악몽이라고 쓰여있지 않아"
"그, 그건, 요즘 라노벨에선 조금 특이한 루비를 붙이는게 정석이라……"
"여기서 여자애는 왜 옷을 벗는거야? 쌩뚱맞네"
"크허억!"
"야, 그 정도 해둬"
자이모쿠자 녀석, 이미 빈사다. 유이랑 내가 감상을 말할것도 없지 않아?
"그, 그렇구나……하, 하치만을 보고 이 정도로 해둘게///// 그, 그럼 유이가하마, 부탁해"
"후앗!? 어, 그러니까……어려운 한자, 많이 알고 있네"
"크허억!"
그거, 내용은 머리에 안 들어간다는 의미잖아. 즉, 단적으로 말해서 재미없다.
"다, 다음 힛키, 부탁해!"
"우으으……! 하, 하치만, 너라면 알아주겠지이……!"
"저어어어언혀 몰라. 어디에서 배낀거야, 이거?
"후부레아!?"
하나하나 반응이 짜증나네. 기분나쁘다, 이 녀석.
"말했구나. 과연 하치만"
"힛키, 꽤 심하네"
"사실은 사실이다"
재미없다고 안 한만큼 낫잖아.
라며 셋이서 얘기하고 잇으니, 자이모쿠자가 갓 태어난 새끼 사슴처럼 일어섰다.
"후, 후우……저기, 하치만. 또 읽어주겠나?"
"하? 뭐야 너, 마조냐?"
"중2 기분나빠"
"아니, 확실히 신랄한 감상을 들었지만……지금까지 감상을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기뻤던거다, 그건"
"……뭐, 좋아. 그 대신, 다음에는 완결하고 재미잇고 철두철미하게 모순이 없는 라노벨을 갖고 와줘"
무리겠지만.
"음! 또 보자!"
잽싸게 나가는 자이모쿠자. 아니, 하다못해 이 쓰레기……원고는 갖고 돌아가줘.
"하아……"
"힛키의 친구는 이상하네……"
"그러니까 친구 아니라고"
그걸 말하면 유키노랑 하야토도 이상하게 되잖아. 뭐, 확실히 가끔 이상하지만.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돼? 철야해서 졸려"
"나도. 오늘은 돌아갈까"
"그럼 놀러가자!"
"그러니까 졸리다고"
읽는다고는 했지만, 두번 다시 단번에 읽고 싶지는 않아. 재미 없었고.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7】
체육시간. 그건 외톨이에게 있어 최악의 시간. 일단 나에게는 하야토가 있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필연적으로 나는 외톨이가 된다.
하지만 외톨이라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 그건 테니스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테니스를 골랐다.
조금 몸상태가 안좋다고 말하고, 혼자서 벽치기를 한다. 벽치기라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 자이모쿠자는 축구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저건 반드시 다수끼리 하는 경기. 자이모쿠자에게는 힘들겠지.
"얍, 흡"
역시 한 곳을 집중적으로 치는건 무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친다. 하야토와 유키노에게 단련 받았으니까……셋이서 반복 게임을 하는 사이에 둘에게도 가끔이라면 이기게 됐고.
그러던 와중에 공이 이쪽으로 굴러왔다.
"우왓-! 하야토, 지금 트위트스 서브 아냐-!?"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야. 그거라면……"
하야토는 일부러 토베가 칠 수 없는 각도로 서브를 쳤다. 그 공이 나에게 굴러온다.
"아, 히키타니! 공 집어줄래-!?"
"하치만, 보여줘"
켁. 저 녀석, 그걸 위해 일부러…….
"웃기지마, 하야토……"
"자 그러지 말고"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얼른-!"
"아아"
나는 가볍게 공을 집고 위로 던져 점프를 한다.
"우럅!"
"좋네, 그 때 그대로야!"
날카롭게 하야토의 눈 앞으로 닥쳐드는 트위스트 서브. 하지만 이미 하야토에겐 이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피하고 간단하게 도려 쳐졌다.
"칫"
반대측으로 쳐내진 공을 마찬가지로 반대측으로 친다. 하지만 하야토는 읽고 있었는지 이미 그곳에 있었다.
"하핫. 너랑 테니스 치는것도 오랜만이네"
"뭐, 그래. 요즘 노는 일도 없으니까"
그저 몸이 무뎌진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런것도 아니다.
"우와-! 히키타니도 하야토도 쩔어-! 이거 프로 수준이잖아 이거!"
"카케루, 위험해!"
"물러서!"
"어, 어어"
실은 이렇게 움직일 예정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된거였더라? ……뭐, 가끔은 스포츠다운것도 해야겠지.
"합!"
"무거웟!?"
하, 하야토의 공, 이렇게나 무거웠나!?
"큭……!"
읏, 떠버렸다……!
"받았다! 아……!"
하야토가 친 공이, 손이 미끌어졌는지 내 눈 앞으로 닥쳐든다. 이건……피할 수 없어…….
통증……몸으로, 통증……예통, 둔통, 미통……지금까지 받아온 통증이 순식간에 옹몸을 달려, 자유를 빼앗는다.
누군가……살려――
"우옷!?"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내 머리가 있던 위치를 공이 통과한다.
"하,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
발밑에는……테니스 공? 방금전까지는 없었는데…….
"저기, 괜찮아?"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보니 거기에는 어째선지 여자가 있었다. 왜?
"미, 미안해? 내가 잘못친 공이 굴러가버려서……"
"아, 아니, 괜찮아. 오히려 살았어"
"어?"
아아, 이 공이 없었으면 지금쯤 나는 보건실이나 병원행이었을테니까.
"하치만, 정말로 미안해……나, 나는……!"
"아니, 너도 신경쓰지마. 결과로선 다치지 않았으니까"
"그건 결과론이잖아! 그러니까……미안해……!"
"어, 어어……"
하야토는 꽤 오래 품는 타입이니까. 좋은 녀석인건 알고 있지만.
"……뭐, 너 덕분에 살았어. ……그러니까……"
"아, 나는 토츠카 사이카. 잘 부탁해, 히키가야"
~~~~~~~~~~~~~~~~~~~~~~~~~~
그날 점심시간, 나는 하야토의 사죄와 죄의식을 받고 학교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얻어먹었다. 거절했지만 이미 주문해버린 뒤라서 늦었다.
학식은 점심시간에 그릇과 식기를 반납하면 어디서 먹어도 되는걸로 되어 있다. 따라서 오늘처럼 맑은 날은 베스트 플레이스로 가는게 나의 규칙이다.
눈 앞에 테니스 코트와 운동장이 펼쳐져있고, 근처에 바다가 있기 때문인지 바다냄새가 바람이 분다. 나는 꽤 이 냄새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어라? 힛키?"
"음? 뭐야, 유이냐. 왜 그래?"
"유키농이랑 가위바위보하고 져서, 벌게임을 받았어"
"나랑 얘기하는겁니까. 죽어버릴까……"
"아, 아냐아냐! 주스 사러 가는거야!"
뭐야-, 순전히 유키노는 물론 유이한테까지 미움샀나 싶어서 자살을 생각해버렸다.
"힛키, 늘 여기서 먹는구나"
"뭐 그래. 혼자서 먹는건 좋아하고, 여기 바람이 기분 좋으니까"
"확실히 그러게-"
유이는 옆에 앉고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여기의 좋은점을 안다는건, 유이도 꽤 좋은 녀석이군.
"어라? 유이?"
"후에? ……사, 사사사사사사이야!? 야, 얏하로-/////"
"응, 얏하로-"
"아, 토츠카"
"히키가야도 얏하로-"
뭐야 이 애 귀여워……아니, 사랑이라던가 관계없이, 치유받는 귀여움이다
"사, 사이는 뭐하고 있어?"
"테니스 연습이야. 여기 테니스부 약하니까. 점심시간도 열심히 연습해야해"
"흐-응. ……응? 여긴 여자 테니스도 있던가?"
"힛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아니, 그치만 남자 테니스가 있는건 알지만 여자 테니스는 들어본 적이 없고. 설마, 여자애가 남자 테니스에 들어있는건 아니지?"
"그러니까 무슨 소리 하는거야? 사이는 남자앤데"
"……하?"
아니, 어? 그럴같은 바보수가. 아니, 그런 바보같을 수가.
의혹의 눈을 향하니 토츠카는 부끄러운듯 몸을 틀었다.
"으, 응. 나 남자애야. ……저기,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미, 미안……"
"므으……!"
유이가 어째선지 화내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에, 거짓말. 이 녀석 남자냐. 지금까지 봐온 어떤 여자애보다도 여자같은데.
"아, 슬슬 점심시간 끝나니까 나 이제 갈게. 둘 다 또 봐"
"아아"
"아……응……"
아까부터 유이가 이상한데……그러고보니 아까 얼굴 붉히고 있었고……응?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과연.
"즉, 유이는 토츠카를 좋아하는건가"
"후에에!? 어, 어째서 안거야!"
"그치만 알기 쉬우니까"
"(그럼 유키농의 마음도 눈치 채주라고, 바보--!)"
"뭐라고 했어?"
"에에!? 따, 딱히이-?"
"……그보다, 유키노의 심부름은 된거냐"
"하아? ……앗!"
역시 바보구만, 이 녀석.
~~~~~~~~~~~~~~~~~~~
평소대로 방과후. 나랑 유키노는 각자 독서를 하고 있었지만 유키노는 아까부터 연애책같은걸 읽고 있다. 게다가 나에게 보여주듯 북커버를 벗기고.
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이 녀석은.
"얏하로-!"
"유이가하마, 갑자기 문을 열지 말아줘. 비상식적이야"
"아, 미안……어라? 혹시 나,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 유키농, 나 싫어……?"
"아니, 싫은건 아니지만……조금 거북하달까"
"그거 여자언어로 싫다는 의미거든!"
여자언어란 세간 일반적인 언어를 같이 묶지마. 예로부터 언어를 만들어낸 선조들에게 사과해.
"아, 맞아맞아! 나 말야, 의뢰인 데려왔어! 사, 사이야, 들어와들어와"
"응, 실례할게요"
유이가 데려온 의뢰인은 토츠카였나. 그렇다는건 둘을 맺어주는게 이번 의뢰인가?
"사이야. 여기 의자에 앉아!"
"고마워, 유이"
"으……/////"
아니, 유이야. 지금 마음은 잘 안다. 그 미소는 반칙 수준이니까. 치트다 치트.
"유이가하마"
"아, 유키농. 고맙다는 말은 됐어. 거, 나도 봉사부 일원이니까 당연해"
"아니, 너 부원은 아닌데"
"나 부원 아니었어!?"
"그래. 입부 신청서도 받지 않았는걸"
"쓸게-! 입부 신청서라면 얼마든지 쓸테니까 따돌리지 말아줘-!"
유이는 울면서 립스틱으로 둥근 글자로 입부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럼 쓰고 있는 동안 우리가 토츠카의 상대를 할까.
"토츠카. 그래서 의뢰라는건 어떤거니?"
"응. 나 테니스부에 들어가 있는데, 약하니까 시합에서 이기지 못해……거기다 유명하지 않으니까 부원도 좀처럼 들어오지 않고. 그러니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줘!"
호-. 자신이 강해져서 부활동의 분위기 개선. 그리고 시합에 이겨서 선전효과도 있다는 셈인가. 나쁘지 않군.
"……그렇구나……좋아. 그 의뢰 받아들일게"
"고, 고마워, 유키노시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연습 메뉴로 할까?"
"유키농이 생각할거 아냐? 거, 유키농은 효율 좋은 연습같은거 생각해낼것 같구"
"관둬, 유이. 유키노에게 메뉴를 생각하게 만들면 가벼운 고문을 초월한다"
중학교 검도부, 유키노가 메뉴를 생각했더니 부의 대부분 부원이 그만뒀으니까. 뭐, 남은 5명이 엄청 강해져서 전국대회에서 우승해버렸지만.
"호에에……그치만 일단 들려줘"
"아, 나도 신경쓰여"
"그렇구나……우선 기초체력향상을 위해 쓰러질때까지 팔굽혀펴기. 쓰러질때까지 복근운동. 쓰러질때까지 달리기. 쓰러질때까지 휘두르기, 일까"
""우와……""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 없다. 자칫하면 체벌로 신고당한다.
"그, 그거 좋을지도……"
"""……하?"""
메뉴를 제안한 유키노까지 귀를 의심하고 있다. 어이, 진짜냐.
"지, 지금 그걸 듣고 역시 그만둔다고 생각 안해?"
"그야, 확실히 힘들다고는 생각하지만…… 나, 보다시피 힘이 없으니까……우선 체력을 올려서 몸을 만드는점부터 시작해야지"
……본인은 의욕이 있는것 같으니까 괜찮지만…….
"……유키노, 정도껏 해둬"
"그, 그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얼굴 피하지마.
그보다, 진짜로 쓰러질때까지 시킬 생각이냐, 이 녀석.
~~~~~~~~~~~~~~~~~~~~~~~
다음날 점심시간. 테니스 코트에 도착하고 우선 처음으로 쓰러질때까지 달리기를 시작했다. 메인은 토츠카. 나는 딱히 안 해도 되지만 역시 혼자서 하게 하는건 심하니까 같이 어울려준다. 유이는 유산소 운동은 살이 빠진다고 했더니 간단하게 자신도 한다고 했다. 역시 단순하다. 바보다.
하지만 유이는 그렇다치고, 토츠카는 생각했던것 보다 체력이 있었다. 과연 1년 이상 테니스부에 소속한 만큼 한다.
"(땀 흘리는 하치만, 멋있어……)"
"(사이가 빛나고 있어……)"
하지만 뭐, 나도 꽤나 체력 있잖아. 빨리 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은 팔굽혀펴기와 복근운동. 뭐, 이 후에 하치만과 랠리가 있으니까 100번씩으로 해줄게"
"어이, 그거 못 들었다"
"아……미, 미안해……안 되겠니……?"
"아무도 안 된다고는 안 했어.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까"
"휴우……고마워, 하치만"
……그러니까, 나한테 직접 칭찬하는건 하지 말아줬으면 싶다.
팔굽혀펴기와 복근 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 유이는 질렸는지 벤치에서 자고 있다. 뭐하러 온거야, 저 녀석.
10분 휴식한 후, 마침내 랠리 시간이 됐다.
"그럼 랠리할게. 하치만, 부탁해"
"아아. 토츠카, 간다"
"부, 부탁할게"
서브는 토츠카부터. 테니스부인만큼 깨끗한 폼의 서브다.
"영차"
하지만 하야토나 유키노와 비교하면 아직 무르다. 이번 목적은 랠리와 체력향상이니까 칠수 있나 칠 수 없나 부분까지 쳐볼까.
"학학. 하, 하하! 히키가야, 잘 하나!"
"뭐어, 그래"
"수업중에 봤, 지만. 역시 굉장해!"
"현역 테니스부한테, 칭찬받는건 영광인데!"
"으응! 히키가야가 훨씬, 잘 하고"
"그렇지도 않아!"
이런. 오랜만에 엄청 즐겁다. 요즘은 특별히 아무것도 안 했으니 좋은 자극이다.
"(므……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나도 사이랑 랠리하고 싶어……)"
"……유이가하마, 음료를 사올테니까 잠시 보고 있어줄래?"
"어? 으, 응"
유키노가 테니스코트를 나가는결 곁눈으로 나와 토츠카의 랠리는 아직 이어진다. 하지만 거기서 간섭이 들어왔다.
"아- 테니스 하고 있잖아. 나아 테니스 하고 싶어"
그 목소리……나아 씨인가. 그렇다는건 평소 톱카스트 놈들이라는 소린가.
일단 랠리를 멈추니 하야토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치만, 어째서 여기에?"
"토츠카의 연습상대를 하고 있었어. 그치?"
"응! 저기 말야, 하치만 되게 테니스 잘해! 아, 수업에서도 봤지만 하야토도 잘했지"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 그 정도잖아. 나, 일방적으로 당한 기억밖에 없고.
"하야하치토츠!? 얽고설키는 삼각관계!? 아니, 오히려 히키타니의 하렘!?"
"좀, 히나 진정해! 자, 크응-"
"……하야토, 너도 힘들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바꿔줘"
"거절한다"
누가 좋아서 톱 카스트 같은데 가겠냐.
"얘- 토츠카-. 우리도 섞어줘-"
"미우라……우리, 딱히 놀고 있는게 아니라……"
"어-? 무슨 소리 하는지 안 들리는데-"
발끈
"어이, 거기 금발 드릴"
"하? 나아 말하는거야?"
"맞아 드릴 헤드. 귀 안들리는거냐. 뭐야, 난청? 좋은 병원 소개 시켜줄까?"
"뭐, 뭐야 갑자기 대단한 소리를 하네? 의미 모르겠네-"
"그러냐, 모르는거냐. 그럼 네 부족한 머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해주마"
나는, 이런 남의 얘기를 안 듣는 녀석이 제일 싫다. 그 녀석……아버지 같은 녀석을 말야!
그만둬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고, 엄마한테 제지받아도 그만두지 않고, 남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폭력과 위압만으로 상대하는 원숭이 자식이……!
"귓구멍 뚫어놓고 잘 들어라.
방해다, 꺼져"
"읏! 말하게 내버려두니……! 흥, 나아 알고 있거든. 얼마나 잘난채해도, 너, 하야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지!"
욱신
겁쟁이……라……뭐, 확실히. 나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한다. 하야토나 유키노가 없으면, 지금쯤 대인공포증으로 집에서도 못 나갔다. 겁쟁이니까…….
"유미코오!!!!!!!!!!!"
"힉……!"
하야토의 노성이 공기를 뒤흔든다. 톱 카스트 녀석들도, 구경하던 녀석들도 다들 몸이 위축되었다. 그런 와중에 하야토만 분노한 표정으로 나아 씨에게 다가간다.
"유미코, 지금 당장 하치만한테 사과해"
"하, 하아? 나, 나아도 그 녀석한테 욕얻어먹고――"
"부탁해, 유미코. 더 이상 나를 화나게 만들지 말아줘"
"아……으……히키오, 미안……"
"남에게 사과할때, 너는 그 사람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거냐"
"읏……히, 히키가야! 미안!"
"아, 아니, 나는 딱히 아무렇게 생각 안 하니까……"
"……다정하네, 하치만은. 그럼 하치만도 유미코에게 사과해. 방해다, 꺼져라는 지나쳤어"
"……미안해"
"으, 으응. 나아도 말이 지나쳤고……"
이래저래 좋은 분위기가 됐구만. 어라? 왜 이렇게 된거지?
"그럼, 화해한 김에 테니스라도 안 할래?"
"에, 그치만……"
……흠. 토츠카는 우리랑 연습을 해서 기술 향상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나나 유키노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역시 같은 사람이 계속 하는건 질린다.
"괜찮지 않아?"
"힛키!?"
"히키가야?"
"거봐, 나랑 유키노만 연습을 계속 하면 패턴이 똑같으니까 금방 질리잖아? 하야토도 있고, 테니스 선택자인 토베도 있어. 거기다 나아……미우라도 테니스를 하는것 같으니까"
테니스를 해가면 반드시 여러 녀석과 시합을 한다. 그걸 위해 가능한 여러 사람들과 연습을 해서 여러 패턴을 몸에 익혀두는게 필요하고.
"과연……응! 얘들아, 잘 부탁해!"
"맡겨둬-!"
"나아, 이래봬도 중학교때 현대회 갔었구. 도와줘도 괜찮은데"
"진짜냐. 드릴 헤드는 겉멋이 아니구만"
"이건 드릴 헤드가 아니라 흔들 폭신 헤어야-! 히키가야, 틀리지 마!"
아니, 여자 머리형태는 모르거든.
하지만……아아, 저질러버렸다……남에게 폭언 퍼부었어……이래선 그 녀석이랑 다를바 없잖아.
"미우라"
"뭐, 뭐야"
"잠깐만 와봐"
미우라를 코트 밖으로 불러서 벤치에 앉힌다. 미우라도 그걸 따라 앉았다.
"저기……정말로 미안해"
"아직도 그러는거야? 나아도 미안하대도"
"아니, 상처입히면 싫으니까……그것 뿐이야……"
"너……의외로 괜찮은 녀석이네?"
"야 야, 나만큼 좋은 녀석은 없다고? 너무 사람 좋아서 새로운 신의 가르침을 말할 수준이다"
"앗하하! 뭐야 그거 웃기네!"
나, 이상한 소리 했나? 역시 여고생의 웃음버튼은 잘 모르겠다.
"……하야토가 그렇게나 화낸다는건, 히키가야에게 있어서 정말로 싫다는거라는걸 알았어. 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들을게. 남에게 한 둘쯤 말하고 싶지 않은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해주면 고마워"
"응……그럼 나아 저기 갈테니까"
"어"
나아 씨……미우라가 갔을때, 문득 이쪽을 돌아봤다. 뭐, 뭐야.
"그러고보니, 히키가야는 지금도 체육복을 입고 있고, 다들 하복으로 갈아입었는데도 긴소매네? 덥지 않아?"
……눈치챘나, 이 녀석. 생각했던것 보다도 반 애들을 파악하고 있군.
"딱히. 긴 소매를 좋아하는것 뿐이야"
"흐-응. ……뭐, 됐어. 그럼 히키가야. 얘기해서 즐거웠구"
"어"
미우라가 가버리자 몸의 긴장이 풀렸다. 다행이다, 억지로 소매 걷히기라도 하면 어떡할가 생각했다.
내가 항상 긴소매를 입고 있는 이유. 그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체육 시간도, 빈 교실에서 혼자서 갈아입고 있다.
"하아……이 몸이 원망스럽다"
왜냐면 되게 더운걸.
"하, 하치만……!"
"……아아, 유키노구나. 왜 그래?"
"아, 아니……이, 이거. 스포츠 드링크……"
"오, 고마워"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고.
"……으……여, 옆에 앉아도 대헤?"
"응? 딱히 상관없는데"
유키노는 다리와 같은쪽 팔을 교대로 내밀며 역시 긴장한 느낌으로 벤치에 앉았다.
"……하, 하치……하치, 만……"
"어?"
"미, 미우라랑……무슨 얘기를 했어……?"
"보고 있었냐.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냅시다, 라는 사교 인사같은거야"
톱 카스트인 미우라니까, 내일이 되면 잊어버리겠지.
"그러니……"
유키노는 불만스러워하고 다시 앉은 김에 약간 다가왔다. 뭘 할 생각이야?
그대로 눈치 못챈척을 하며, 테니스 코트에서 랠리를 하고 있는 하야토와 토츠카를 본다. 랠리가 멈추면 하야토가 토츠카를 향해 고치는 편이 좋은 버릇 등을 지적하고 있었다.
역시 하야토는 대단하네……. 구경꾼들도 꺄아꺄아 거리고 있고.
"스으……하아……하, 하치만……"
"왜?"
"……마, 만져봐도……되니……?"
……하?
"야 야, 무슨 농담……"
유키노의 얼굴은 새빨개져있었지만, 지금까지 없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농담, 은 아닌 모양이다.
"……세게 잡지만 않으면 돼……"
"그, 그래!"
벤치 위에 손을 올리고, 이번에는 유키노가 내 손등을 만졌다. 하지만, 뜨거운거라도 만지는것 처럼 손을 도로 집어넣는다. 뭐하는거야.
"(후우-……용기를 내는거야, 유키노)"
그러자, 새끼손가락에 위화감 같은걸 느꼈다. 그걸 쳐다보니, 유키노의 새끼손가락이 내 새끼손가락을 감고 있었다.
유키노의 표정은……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으로 빨개져 있는걸 한눈으로 알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뭐, 유키노가 나를 싫어하는거에서 보통으로 계급 상승한걸로 하면 되나.
"어라? 본관의 출현은?"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8】
아침이라는건 하루를 살아남기 위한 원동력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있다. 그보다 아침을 안 먹는 녀석의 마음을 모르겠어.
라며 거실로 가니 코마치가 내 T셔츠를 입고 편차치 30이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 녀석의 감성을 때때로 모르겠어.
"아, 오빠 잘 잤어-"
"그래. 그보다 너 시간 괜찮은거냐"
"후에? 아, 큰일!"
코마치는 자기가 먹던 그릇을 정리하고 급하게 내 T셔츠를 버렸다.
"야, 입에 잼 묻어있어"
"어, 잼 묻었어?"
"네 입은 자동소총이냐. 그보다 내 T셔츠로 닦지마"
"오빠는 가끔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어"
"그건 너다. 자, 얼른 준비해"
"네-에"
아, 이 자식. T셔츠 치워라. 나참…….
곧잘 동생이 있는 오빠는 동생 모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동생에게 모에해? 단연코 말도 안 돼.
아무리 귀여운 동생이라도, 그건 동생이라는것 뿐이지 딱히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생 모에 동생이라는건 단순한 우상이며 허상이다.
"오-빠-야. 얼-르-은-"
"뭐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 현관으로 향하니 코마치가 내 자전거 뒤에 타고 있었다.
"나참……"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라니까.
자전거를 밟자 코마치가 내 몸에 팔을 감아왔다. 이 정도라면 코마치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전처치를 위해서 괜찮다.
"오빠, 더는 다치면 안 된다? 코마치, 너무 걱정되서 밤에도 잠 못자니까.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짱나…… 밤 정도는 제대로 자둬. 잠부족은 피부의 적이라고 하니까"
"오빠가 코마치의 걱정을……! 지, 지금 포인트 높아!"
"네네, 포인토 높다 포인트 높아"
"우와- 적당해라-"
이런건 적당하게 대답하는게 최고야. 귀찮으니까.
코마치를 중학교에 배웅해주는 도중, OL이랑 샐러리맨이 우리를 보고 수상쩍은 얼굴을 했다. 뭐, 눈이 죽은 남자가 미소녀를 자전거 뒷자리에 앉히고 있으면 수상쩍을 테니까.
"괜찮아 오빠"
"뭐가?"
"오빠가 신고당해도 코마치가 전력으로 지킬테니까"
"신고당하는게 전제냐"
"그리고, 오빠 너무 신경써. 어쩌면 커플을 향해 질투하는 시선일지도 모르잖아"
"그것만큼은 아니니까 안심해라"
우선, 내가 누구랑 사귄다는것 자체가 누구의 머리에도 없을테니까. 게다가, 중학생이랑 사귄다니 말도 안 되고. 신고당하고 싶지도 않고.
"오빠……"
"……그런 목소리 내지마……나는 괜찮으니까"
"응……"
솔직해서 좋다.
그리고나서 말없이 코마치를 중학교에 보내주고, 신고당하기 전에 거기서 사라진다. 범죄자 취급은 사양이다.
~~~~~~~~~~~~~~~~~~
그리고 그 날 방과후. 특별히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보낸 나는 부실……이 아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호출받아 교무실에 있었다.
"히키가야, 이 프린트는 뭐냐"
"그러니까……직장체험 프린트네요"
"그래. 뭐냐 이건. 장난 치는거냐?"
"어디가 말이에요.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제가, 자택을 직장체험으로 골라선 안 된다고 하는겁니까? 장래의 꿈, 전업주부. 장소, 자택. 이치에 맞잖아요?"
"억지이론은 그만둬라. 너는 정말로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거냐? 그럼 상대는"
"지금은 아직 신랑수행중이니까 필요없습니다"
"요컨대 없다는거렸다?"
큭. 하, 하나하나 파고 들어오네, 이 사람. 결혼 못한다고 화풀이? 학생한테 화풀이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라고 말했냐?"
"하, 하뇨. 다시써올테니까 투기를 넣어주세요……!"
"알면 됐다. 그렇지. 다음주 직장체험, 3인 1조로 행동할테니까 그런줄 알거라"
3인 1조……뭐, 하야토랑 토츠카를 부르면 되나.
"알겠습니다"
교무실을 나오고나서 하야토에게 전화를 건다. 그 녀석 부활동중인데, 받을 수 있나?
『여보세요, 하치만? 왜 그래?』
"아아, 직장체험 얘기. 같이 안 갈래?"
『좋아. 남은 한 명은 어떡하지?』
"토츠카면 되지 않아?"
『알았어. 아, 나중에 부실로 갈게』
"어"
하- 다행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고 끝났어. 하야토가 이미 다른 누군가랑 짰으면 어떡하지 생각했다.
"여어-"
"하, 하치만……어머? 유이가하마랑 안 만났어?"
"아? 왜"
"아까 찾으러 갔는데"
"안 만났어"
애시당초 왜 그 녀석이 나를 찾으러 간건데. 의미 모르겠네.
드르륵
"아, 있다-! 힛키, 어디 갔던거야!"
"교무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불렀어"
"힛키, 또 뭐 저질렀어?"
"왜 내가 뭘 저질렀다는 전제로 얘기를 하는건데. 프린트 재제출이다"
긴 책상에 새로운 프린트를 꺼내어 어디 직장에 갈지를 생각한다. 뭐, 학교측이 제시한 직장에서 고르는것 뿐이지만.
내가 자택을 선택한 이유? 교사가 깔아준 레일 위를 걷고 싶지 않다고 하는, 나 나름의 반항이다.
"아, 그렇지 힛키. 메일주소 교환하자! 거, 나도 부활동 멤버인데 메일 주소 모르잖아!"
"딱히 상관은 없는데"
적당하게 휴대폰을 건내서 입력하게 하자. 나 그런거 쥐약이니까.
"앗, 힛키는 간단하게 휴대폰 건내주네"
"딱히 보여져서 곤란할것도 없으니까"
중요한건 자택 컴퓨터에……아니, 아무것도 아냐.
"영차. 자 여기"
"어"
유이의 메일 주소와, 주소첩에 들어간 이름을 확인한다.
『★☆유이☆★』
뭐야 이거, 스팸? 지워도 돼?
"아, 그러고보니 아까 하야토가 부실 온다고 했어"
"그래"
"헤-, 무슨 일일까"
"글쎄"
아마 유키노를 만나러 오는거겠지. 그보다, 유키노 녀석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구만. 역시나.
삐로링
"아, 메일. ……우왓"
"유이가하마, 왜 그래?"
"아니, 좀 싫은 메일이 와서……"
"장난? 아니면 괴롭히기니?"
"으-응. 아마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나랑 관련된 메일이 아니구"
유이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안녕, 셋 다"
"아, 하야토. 얏하로-"
"어"
"안녕, 하야마. 하치만한테 온다는걸 들었어. 그래서 뭐 상담이 있니?"
"아 그래. 상담이라는건 체인 메일에 대해서야"
"체인 메일?"
"아, 그거 아까 나한테도 왔어"
유이랑 하야토의 휴대폰을 쳐다보니, 확실히 같은 내용의 메일이 보내져 있었다. 짧게 요약하면,
토베는 게임센터에서 불량짓.
야마토는 세다리 악질녀석.
오오오카는 야구 시합에서 에이스 사냥.
이런 점인가.
"그래서, 이 체인 메일의 범인을 규명하면 되는거니?"
"그건 어렵다고 생각해. 유키노는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걸 규명할때까지는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잖아?"
"……확실히 그렇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원만하게 수습하는게 제일 좋지만, 섣불리 움직여서 관계를 부수는건 싫으니까. 조금 조언을 받으러 왔어"
"……좋아. 그럼 이 체인메일이 돌기 시작하게 된건 언제부터니?"
"그러니까……저번주 금요일부터 였지?
"응. 그 정도였어"
"나, 체인 메일을 보낼만한 녀석일아 메일 주소교환 안해서 몰라"
"힛키……"
뭐야 그 슬픈걸 보는듯한 눈은. 이건 나의 어엿한 방위수단이다. 자칫하면 이런 체인 메일의 내용이 나라서 상처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지.
"금요일……그 날, 뭐가 있었니?"
"특별히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은데……"
"아니, 있었어. 직장체험 얘기가 올라왔잖아. 유이, 너 선생님 얘기 정도는 제대로 들어"
"우으. 미안……"
"직장체험이라……"
"그러고보니 하치만도 말했지. 직장체험은 3인 1조라고"
"아아. ……응? 잠깐……하야토, 너 토베네랑 늘 같이 있는거야?"
"뭐, 대개는 같이 있어"
직장체험……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그리고 체인메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하야마. 3인 1조. 비방중상…….
빠진다……?
"아, 알았다"
"어, 빨라!?"
"하, 하치만. 뭘 알았다는거니?/////"
"간단한거야. 하야토, 너는 톱 카스트 중에서도 항상 중심에 있지"
"항상이라니……그런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여. 그래서, 그 그룹의 중심에서 인기남인 하야마 하야토랑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직장체험은 3인 1조. 한 명이 남는다는거지. 그래서, 이런 메일을 보내서 누군가를 따돌리려는 작전이겠지"
아니, 작전이라는 거창한건 아니군. 이런건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안다.
"오, 오오-"
"과연 하치만……/////"
"흠……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지 않아? 그게 나랑 하치만이랑 토츠카가 그룹을 짜니까"
"이 메일이 흐른건 금요일. 우리 그룹이 결정된건 오늘이야. 이치는 통하지"
"과연……역시 하치만이야. 나의 참친우야. 믿음직스러워"
"참친우라고 하지마"
그보다, 나는 아직 너를 친구에서 멈춰있거든.
"그럼 지금부터 셋에게 LINE으로 연락할게. 방해해서 미안해"
"아니.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도 돼"
"잘 가, 하야토"
"아아. 아, 그렇지 하치만. 지금부터 우리집에 안 올래? 새로운 게임 샀거든"
"내용에 따라서. 라고할까 부활동은 괜찮은거냐"
"오늘은 용건이 있다고 해서 빠져나왔거든. 게임은 어제 발매된 신작 격투 게임이야"
"간다. 얼른 준비해, 하야토"
"예이예이. 그럼 둘 다. 다음에 또 봐"
어제 발매된 격투 게임, 조금 흥미 있었지. 리얼이 아니라 2차원이라서 아프지도 않고.
"히, 힛키! 아직 부활동 안 끝났어!"
"괜찮아, 유이가하마. 하치만, 즐기고 와"
"어. 내일은 꼭 올테니까"
게임이라는건 통틀어서 재미있는 것이다. 아프지 않으니까 나라도 할 수 있다. 이런 재미있는것이 있는 이 세상은 버릴게 아니다.
"그렇지. 직장체험 어디로 갈래?"
"어디라도 좋아. 하야토랑 토츠카가 골라줘"
"그러고보니 토츠카도 부활동 쉰다고 했지. 부를까?"
"제발, 부탁합니다"
"어, 어? 알았어"
……핫! 어, 어째서 나는 즉답한거지……? 뭔가 씌인건가?
"아아……그럼 사이제의 앞에서. 응, 또 봐. 온대"
아싸!
"나도 토츠카랑 메일 주소 교환해둘까"
"그러는 편이 좋아. 같은 편이 한 사람이라도 많은 편이 좋으니까"
"무슨 소리야"
"글쎄"
이따끔 하야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초능력은 아니지만.
잠시 사이제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토츠카가 체육복차림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역시, 이 녀석이 남자라는건 믿을 수 없네.
"있잖아, 하야토. 토츠카는 남자야?"
"갑자기 왜 그래. 아니, 마음은 모르는것도 아냐"
그렇지. 저렇게 귀여운 남자가 있을리 없지.
"하아, 하아. 기, 기다렸지"
"아니, 기다리지 않았어"
"우리도 막 온참이니까. 그럼 갈까"
하야토의 집은 아버지가 변호사인 만큼 상당한 호화저택이다. 새삼, 유키노와 하야토랑 나는 맞지 안흔구나.
"저기 있잖아. 둘 다, 굉장히 사이 좋네. 소꿉친구야?"
"아아"
"소꿉친구고, 친우야"
"그러니까 친구래도"
친우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 친구가 지금의 나에게는 딱 좋은 거리감이다.
"좋겠다아……히, 히키가야. 나도……친우가 되도 돼?"
"거절한다"
"에에!?"
"하지만……친구라면, 좋아……"
"히키가야……으응, 하치만! 고마어ㅜ!"
"어, 어어……잘 부탁해, 사이카"
"응!"
토츠카……사이카는 기쁘다는 표정으로 우리 옆을 걷는다.
"잘 됐네, 같은 편이 생겨서"
"……무슨 소리야"
"하하. ……얘기해줘, 진정한, 감추는 것이 없는 친구로 있고 싶으면"
"……알고 있어"
사이카는 나를 진짜 친구로서 접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사이카를 믿을 수 없다. 이 몸을, 과거를 얘기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나도 사이카하고는 진짜 친구로 있고 싶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니까……언젠가, 때가 오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9】
"자, 히키가야. 변명을 들어볼까"
"기다려주세요, 선생님. 제가 늦은데는 그런대로 이유가 있다구요"
"호오. 말해보거라"
"우선, 제가 일어난 순간의 얘기를 하자면, 덮고 자던 이불이 없어서 그 몸 하나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게다가 몸을 드러내듯이 올려다본채 누워서요. 이건 야생의 사자가 자주 자는 잠버릇이며, 말그대로 왕자의 자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왕자는 무엇에게도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삽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왕자라고 할 수 있겠죠. 왕자는 시간에 속박받지 않아!"
"일어난 시간은 몇시지?"
"10시 반입니다"
"사람은 그걸 늦잠이라고 하는거다 멍청아!"
"히으……!"
버, 번개떨어졌다……하지만 괜찮아. 소리 지르는건 문제 없다. 그 때, 소리질러진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응.
그러니까 내가 몸을 굽힌건 어엿한 회피행동이다. 결코 겁먹은게 아니야.
"……응? 정말이지. 이 교실은 문제아 투성이군……너도 중역출근인거냐? 카와사키 사키"
"……안녕하세요"
카와사키……사키? 그런 녀석 있었나? 아, 내가 교실에서 알고 있는 녀석은 한정되어 있지.
위를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치마를 상당히 짧게 입은 여자가 있었다. 머리카락은 약간 푸른빛이 감돌고 상당히 길지만, 헤어슈슈로 포니테일로 만들어뒀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불량 같으니까, 무사같네.
"……오?"
검은 레이스……. 꽤나 에로하네.
"……바보 아냐"
왜 나는 지금 바보 취급 당한거지?
"하아. 히키가야, 카와사키. 너희는 나중에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예"
"……네"
뭐, 반성문은 적당하게 쓰면 되니까 30분 정도 쓰면 되겠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반성했는지 식으로 쓰는게 중요하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다. 자, 나도 얼른 반성문을 작성하자.
아, 그러고보니 슬슬 기말고사였지. 문과는 괜찮지만 역시 이과관계가 괴멸적이니까……하야토랑 유키노에게 공부 배울까.
~~~~~~~~~~~~~~~~~~~~~
시험까지 일주일이 남으면 모든 부활동도 강제적으로 쉬게 된다. 봉사부도 예외는 아니라, 오늘부터 시험 끝날때까지 2주간 부활동은 없다.
"어디가서 공부할까. ……응?"
저건……카와뭐시기?
……뭐, 딱히 신경쓸건 없나.
사이제에 들러서 적당한 자리로 안내받는다. 가던 도중, 낯익은 바보털이 하나.
"야, 코마치"
"오요? 아, 오빠!"
"뭘 샛길로 샌거야. 오빠는 그런식으로 기른 기억은 없다?"
"코마치네, 시험공부하러 왔어. 그랬더니 유이 언니네랑 만나서"
유이?
그쪽을 돌아보니 얼굴이 새빨간 유키노. 반짝반짝 미소짓는 사이카. 어색하다는 표정의 유이. 야, 유이. 그 『아차- 안 부른 사람 와버렸다-』같은 얼굴 하지마.
"하치만도 시험공부에 불렸어?"
"아니, 우연히야. 방해하지 않도록 저리로 갈테니까"
"자, 잠깐만 하치만. 지금 조금 상담을 듣던 참이야. 하치만도 들어"
"상담? 누구"
"저, 접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니 거기에는 특별히 특징도 없는, The 평범한 남자가 있었다. 그보다 그 교복……아, 코마치가 다니는 중하교 남자 교복이잖아. 나도 전까지는 입었었고.
"누구야 이 녀석"
"코마치의 친구야!"
"치, 친구라니……"
"응, 친구!"
그렇게 친구를 강조하지마. 왠지 불쌍해지니까.
"그래서, 그 상담은?"
"네. 저, 카와사키 타이시라고 합니다. 소부고등학교에 누나가 한 명 다니고 있어요"
"카와사키? 그거 사키말하는거야?"
"아, 넵"
하항. 이 녀석, 동정이군? 중학생 동정이 연상 빗치가 말을 걸면 말을 더듬거리지. 아, 나도 동정이잖아. 젠장.
"그 누나 말인데요…… 요즘 왠지 불량스러워져서……"
"그 녀석이 불량스러운건 원래부터잖아. 눈초리 나쁘고"
"누, 누나는 불량이 아님다! 저희 남매를 잘 생각해주는 다정한 누나임다!"
"아, 알았다 알았어……그래서 어디가 불량한건데"
그보다, 불량이 된것 같은데 불량이 아니라니 뭐야 그 선문답?
"요즘, 아침에 돌아와서……거기다 잠이 부족한상태로 학교에 가니까 저……걱정임다"
"아침에 돌아온다는거 남자친구가 생긴게 아닐까.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아침에 돌아오는건 평범한 모양인데"
"유키농의 연애관은 비뚤어져있네……힛키 탓이야!"
"아니, 왜 거기서 내가 나오는건데"
그걸 말한다면 하야토한테 말해.
"유, 유이가하마. 그만……그만해줘……"
"아, 미안……"
"호호오. 오빠도 얕보지 못하겠네-"
"(뭐, 옛날부터 알고 있지만요-)"
뭐야 이 녀석들. 너무 떠들면 주위 사람들에게 폐가 되니까 그만해줬으면 싶다.
"……그럼 카와사키의 아침 귀가 원인을 규명하고 거기다 불량화를 저지하면 되는거지. 유이, 뭐 좋은 대안은 있어?"
"나, 나!? 그, 그게……사, 사랑을 한다, 던가?"
"좋아, 채용"
"채용되는거야?"
"어쨌든간에 카와사키와 대화하지 않으면 진전이 없어. 거기서다. 누구든간에 간단하게 얘기를 해서, 이른바 카와사키를 사랑에 빠뜨릴 최강의 적임자가 있다. 유키노에게는 미안하지만"
"? 왜 내가 나오는거니?"
"신경쓰지마. 그럼 전화한다. 내일 방과후, 작전개시다"
~~~~~~~~~~~~~~~~~
"그런고로, 하야토. 잘 부탁해"
"뭐가 그런고로야. 제대로 설명해"
다음날 방과후. 자전거 보관소 사각에서 나, 유키노, 유이, 사이카, 하야토가 있었다. 코마치랑 카와사키 타이시는 학교가 있으니까 없다.
"어제 얘기했잖아. 『카와사키 사키를 함락해서 유린시켜라』라고"
"아니, 그걸로 어째서 얘기가 통한다고 생각한거야?"
"카와사키. 아침귀가. 불량화. 막는다"
"파악했다"
"파악해버렸어……"
"이 두 사람, 이상한데서 죽이 맞아.(부러워)"
"좋겠다-. 나도 좀 더 하치만이랑 하야토랑 사이 좋아지고 싶어"
"다음에 또 해. 어이쿠, 왔다. 부탁한다"
"작전은?"
"부딪쳐서 박살나라!"
"박살나면 안 되잖아!"
하야토의 등을 밀고, 카와사키가 오는걸 기다린다. 그리고……왔다.
"……안녕, 카와사키"
오오. 엄청 완벽한 지어낸 미소. 대개 놈들이라면 착각하고 고백해서 격침할 수준이다. 하야토, 좋아하는 사람 있고.
"하야마……"
"요즘 왜 그래? 기운 없는것 같고, 지각도 잦은것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너를 보고 있어요, 어필이라니 엄청나네. 나한테는 흉내낼 수 없어.
"딱히. 너하고는 관계없어"
"……저기 말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는것도 좋지 않아. 괜찮으면 지금부터 같이 밥이라도――"
"아. 그런거 필요없으니까"
하야마 하야토, 격침.
"아, 하하. 차여버린것 같아"
"하지만 하야토로 안 된다면 남자로 낚는 방법은 더는 무린가"
"아니, 남자로 낚이는 여자는 대개 진짜 빗치거든"
아아, 유이같은건가. 라고는 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 소리를 하면 상처입는것 정도는 안다.
"그럼 다음은……"
"저기이……"
작전을 생각하고 있으니 사이카가 자신없다는듯 손을 들었다. 이 기회에 자신감 우열로 판단등을 할지 모른다.
"사이카, 뭐 떠오른거 있어?"
"응. 저기 말야, 선생님이 말하게 하는건 좋지 않을까? 우리 동년배에겐 말 못하는게 있지만, 어른이라면 상담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채용"
"역시 즉답!?"
"최대의 작전인 하야토가 박살났어. 이젠 되는대로 부딪쳐봐야지"
그런고로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메일을 보낸다. 그러고보니, 선생님한테 내가 메일을 보내는건 처음이군.
~~~~~~~~~~~~~~~~~~~~~
또 다음날. 이번에는 점심시간.
"카와사키"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뭐,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의 얘기를 듣는것도 교사의 일이야. ……요즘 귀가가 늦다는군"
"…………"
선생님의 말대답은 허용않겠다는 음색에 카와사키도 입을 다문다. 선생님, 불량에게 공갈치는것 같아요.
"무얼, 딱히 화난건 아니다. 나도 옛날에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짓만큼은 하지마라. 부모의 마음이 되어서 생각해봐라. 아이가 아침에 돌아오면 걱정하잖아?"
"옛날에 똑같았던 선생님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요"
"크흑!"
"거기다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부모의 마음이 되어보라고 들을 처지도 아니고요"
"크헉!"
히라츠카 시즈카, K.O!
저, 저 히라츠카 선생님마저도 패할줄이야……이 녀석, 어떤 의미로 라스트 보스 아냐?
"히라츠카 선생님도 안 되네……"
"사키, 용서없어……"
"큭. 강한데……"
"그럼 나에게 좋은 수가 있어"
……유키노의 좋은 수는 통틀어서 나쁜 방향으로 가거나, 그 사건 사태를 없었던 일로 해버리지. 뭐야 그 터무니없는거. 올 픽션이야?
~~~~~~~~~~~~~~~~~~~~~~
그날 방과후. 시험기간이라 집에 있던 코마치에게 카마쿠라를 데리고 오게 했다. 덧붙여서 카마쿠라는 우리 집의 돼지고양이다.
"애니멀세라피라아……응, 좋은 생각이야!"
"우으……나, 고양이는 좀……"
"고양이……냥-"
이 녀석, 카마쿠라를 보고 싶어서 이런 작전을 세운건 아니겠지. 그러지 않기를 빌자.
카마쿠라를 교문 앞에 두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유키노를 억지로 데려간다. 그보다, 이 녀석 가볍네. 제대로 밥 먹고 있는걸까.
"좋아. 남은건 카와사키가 나오는걸 기다릴 뿐이군"
"잘 될까?"
"될거야. 왜냐면 고양이인걸"
뭐야 그 폭신폭신한 이유는. 제대로 근거 있는 설명을 요구한다.
삐리리리릿, 삐리리리릿
"누구야……응? 모르는 번호네. 여보세요?"
"모르는 번호인데 망설임없이 받는다니, 힛키 대단해……"
평범하다, 평범해.
『아, 여보세요. 형님임까? 타이시임다』
"나한테 남동생은 없어. 그래서, 왜 내 번호 아는거야? 스토커? 깬다
『스토커 아님다! 히키가야에게 들었다구요! 그리고 애니멀세라피 한다고 들었는데요』
"아아. 지금 우리집 고양이를 교문에 두고 있다"
『고양이……죄송함다, 형님. 누나……고양이 알레르기임다』
……….
애니멀세라피, 실패.
~~~~~~~~~~~~~~~
"이렇게 되면 직접 사키랑 대화하는 수 밖에 없어!"
우리는 부실로 들어와 다음 작전을 생각하고 있을때, 유이가 소리질렀다.
"그건 무리야. 교사인 히라츠카 선생님의 얘기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별로 접점이 없는 우리에게 얘기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타, 타이시는?"
"카와사키 타이시도 아무것도 못 들었으니까 우리에게 얘기가 돌아온거겠지"
하지만 정말로 아무 방도가 없다. 막혔다.
"적어도 이유를 알면, 뭔가 대책을 짜지 못하는것도 아닌데……"
"이것만큼은 말이지-"
불량화의 원인은 얼마든지 있지만, 뒷받침할 수도 없고.
삐리리리릿, 삐리리리릿
"……여보세요"
『혀, 형님! 큰일임다!』
"나는 네 형이 아냐"
바로 끊는다. 그러자 바로 다시 걸려왔다.
"뭐야"
『왜 끊는검까!?』
"너한테 형님이라고 들을 이윤 없어"
『그런 형님의 주의는 관계없슴다! 아, 아까 【엔젤이라】는 가게에서 전화가 왔슴다!』
"엔젤? 그거 정말이냐?"
『넵!』
엔젤이라……왠지 상스러운 가게 이미지 박에 없는데. 아침 귀가고.
읏. 안 돼 안 돼. 이상한 생각을 하지마!
"알았다. 남은건 우리한테 맡겨라. 이제 전화걸지마"
『좀……!』
카와사키 타이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지만 무시하고 끊는다. 동생한테 남친이라니, 오빠는 허가못해!
"카와사키가 뭘 하고 있는지 대충 알았다"
"정말로!?"
"아아. 엔젤 뭐라고 하는 가게에서 전화가 온 모양이다. 그건……있다"
휴대폰으로 파팟 조사하니 치바현에는 두 개의 엔젤이 붙는 가게가 있는 모양이다.
"하나는 『메이드 카페 엔젤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엔젤 러더』라는 바다"
"메, 메이드……"
"사키, 메이드 알바하는걸까? 바는 술을 마시는 곳이고, 미성년이 할 수 있는 알바가 아니잖아?"
"아니, 그 녀석 겉보기는 20살 넘어보이니까, 나이 사칭으로 일하고 있는걸지도 몰라. 뭐,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가까운 메이드 카페로 가는게 무난한다.
"라고해도, 나는 메이드 카페는 흥미 없으니까……아"
"왜 그래, 하치만?"
"아니……메이드 카페 좋아하는 녀석이 짐작가는게 있어"
설마 그 녀석에게 부탁을 하게 되다니……하치만, 평생의 수치……!
~~~~~~~~~~~~~~~~~~
"므하하하하하! 맹우,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환의 의식을 받아, 검호장군,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등장!"
"이세계물인지 시대물인지 하나만 해라"
그래. 내가 부른건 자이모쿠자다. 메이드 카페를 좋아하고, 일주일에 한번 다닐 수준인것 같다.
"자이모쿠자, 엔젤하고 있어요 라는 메이드 카페 알고 있냐?"
"음! 거기에는 귀여운 여성이 많이 있으니까! 본관도 상당한 빈도로 찾아가고 있다!"
"중2 기분나빠……"
"이 사람은 변함없구나. 나랑 하치만마저 변하고 있는데"
이런 타입은 한번 자신이 이상하다고 자각할때까지 변하지 않아.
"거기에 카와사키 사키라는 녀석은 있어?"
"음? 아니, 거기는 각자 가명으로 부르기 때문에 본명은 모르는거다."
"못 써먹겠네. 똑바로 말해 도움 안 돼"
"부힛!?"
오, 오버킬…… 그건 좀 말이 지나친거 아닌가?
"그렇게되면 실제로 가보는 수 밖에 없나. 어떡할래? 두 조로 나뉠까?"
"그럴 필요는 으어어어어어어업다아아아아아!"
"꺅!"
갑자기 부활한 자이모쿠자의 기성에 놀랬는지 유키노가 내 뒤로 숨었다. 뭐야 이 작은 동물은. 그보다 나를 방패로 삼지마.
"자이모쿠자. 왜 두 조로 나뉠 필요가 없어?"
"훗훗후. 쉬운 추리다……카와사키 사키, 그 처자는 필시 『메이드 카페 엔젤하고 있어요』에 있다!"
~~~~~~~~~~~~~~~~~~~~~~~
라고하는 고로, 『메이드 카페 엔젤하고 있어요』 앞에 온 우리들은 그 외관에서 들어가는걸 망설이고 있었다.
"자이모쿠자, 정말로 여기에 카와사키가 있는거지?"
"음! 본관의 추리는 틀림없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그러니까 통일 하라고"
되게 자신만만한 자이모쿠자로부터 시선을 떼어 가게쪽을 본다.
되게 귀여운 간판과, 호객일 메이드차림의 여자애. 그리고 어두워지고나서 와서 그런지 LED라이트가 켜져있다. 한 마디로 말해, 상스러운 가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이모쿠자……너……"
"자이…자이……자이츠. 경멸할게"
"중2 역시 무리"
"자이모쿠자……"
"아아아아니야! 여기는 정말로, 건전한 메이드 카페인거다!"
메이드 카페에 건전한게 있는거야? 잘 모르겠는데.
"……갈까"
내가 선두에 서서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는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아가씨♪"""""
"오오후……강렬……"
생각했던것보다도 따가운 곳이었다…….
"우와아, 귀여운 옷이네"
"확실히, 제복은 좋은 생지를 쓰고 있는것 같네"
생지로 제복의 호불호를 정하다니, 역시 유키노 쩔어.
"응? 이건……아, 유키노, 유이. 이거 해봐"
"이건?"
"메이드 무료체험이야. 지금 본들 홀에 카와사키는 없으니까, 어쩌면 뒤에 있을지도 몰라. 이게 있으면 합법적으로 뒤에서 조사할 수 있어"
"메, 메이드!? 나랑 유키농이!?"
"(하, 하치만에게 메이드 차림을 보이고 말아……하지만, 메이드복으로 하치만에게 봉사하는 절호의 기회!)"
"(사, 사이가 있지만……하, 하는 수 밖에 없어!)"
둘은 가까이 있던 메이드에게 말을 걸어 뒤로 갔다. 자, 두 사람이 올때까지 한가하군.
"하치만은 바로 이 곳의 상황을 파악해서 좋은 생각을 하네. 부러워라아"
"그런가? 이 정도는 평범하잖아"
"으응. 보통은 그 자리 분위기에 압도된다고 할까, 삼켜져서 그런 판단은 할 수 없어! 하치만은 대단해!"
"고, 고마워"
가까워가까워가까워! 거기다 남자인데 좋은 냄새나고……사이카는 정말로 남자야?
"실례하겠습니다, 주인님. 아가씨들의 갈아입기가 끝날때까지, 메이드와 냥냥 가위바위보 게임은 어떠신가요?"
"할래! 본고나 한다!"
"저는 됐슴다"
"나도 사양해둘까나"
그런 이름의 가위바위보를 좋아서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이모쿠자가 메이드와 냥냥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는걸 보고 시간을 죽인다. 지면 뺨을 콕콕찌른다니, 나라면 부끄러워서 죽을텐데.
"기, 기다렸지……"
"이, 입고 왔어……"
"어. 기다렸……다……"
우와아……!"
가게 내의 시선을 한 몸에 모으는 둘은 그건 정말로 잘 어울려서……특히 유키노가……
"귀여워……유키노……"
"…………어?"
아…….
"미, 미안"
이런. 저질러버렸다……이런 감정을 가지――
"기뻐……!"
"……헤?"
화, 화낼거라 생각했는데……기뻐?
"하치만이 칭찬해줘서……기뻐……"
"그, 그렇게 오버는……"
"하치만. 우리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생각해?"
만난지……아버지가 형무소에 들어간 날. 즉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6년 가까이인가……"
"그래. 6년이나 지났어……그 6년 동안 하치만이 칭찬해준건, 방금전이 처음이야……"
"……그, 그랬, 었나?"
"응. ……그러니까, 정말로 기뻐……!"
"""""읏!?"""""
그 미소……반칙이야……메이드 여러분도, 손님 여러분도 다들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있어.
그저……내가 남을 칭찬하는건 정말로 없다. 왜냐면 너무 칭찬해서 착각받아, 없을지도 모르지만 호의를 받게되면……나는 그에 응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절대로 할 수 없다.
왜냐면 호의에 응한다는건, 그러부터 앞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있는거다. 그래. 『연모』에서 『사랑』으로 변한다…….
"윽……! 그, 그래서, 카와사키는 있었어?"
사고를 멈추기 위해, 억지로 화제를 바꾼다. 애시당초 그걸 위해 갈아입게 한거니까.
"아, 응. 사키는 여기서 알바 안하는것 같아"
"그런가……그럼 다음으로 가자. 먼저 갈게"
"아, 하치만, 기다려!"
"보, 본관도 간다!"
"주인님, 메이드랑 냥냥 가위바위보, 스페셜 메론 흐물흐물 주스 계산, 3500엔이 되겠습니다♪"
"부힛!?"
이, 이 정도로 3500엔이나 받는건가? 바가지도 장난 아니잖아.
"하치만, 둘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안에서 기다려도 밖에서 기다려도 차이없잖아. 그러니까 밖에서 기다릴래"
더 이상, 유키노를 직시하고 있을 수 없다. 이 괴로움같은, 아픔같은 감정이……굉장히, 무섭다……!
"힛키, 좀 더 유키농을 칭찬해주면 좋을텐데……"
"괜찮아, 유이가하마. 나는 그걸로 보답받은 느낌이 들어"
"그, 그치마안……!"
"그에게도 이유는 있어. 칭찬하고 싶어도 칭찬할 수 없는 이유가……언젠가, 얘기해주면 좋겠어"
"유키농……응, 그렇지!"
~~~~~~~~~~~~~~~~
유키노와 유이가 옷갈아입고나서 나오고 우선 역앞의 동상앞에 왔다.
"엔젤 러버에 대해서 조금 조사해봤는데, 거기는 드레스 코드라는게 있는 모양이야. 빌리는건 안 했으니까, 드레스나 수트가 없는 녀석은 못 들어가는것 같아"
"나, 수트는 안 갖고 있는데?"
"훗. 본관의 이 옷은 본관이 자이모쿠자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천으로 만든 특별제다. 수트라는 서양 천쪼가리는 필요없다!"
"유이가하마의 옷은 내 집에 있는걸로 될까?"
"응! 고마워, 유키농!"
"나도 갖고 있는데, 토츠카랑 자이모쿠자에게 맞는건 없고……미안, 토츠카. 다음에 메울테니까, 오늘은 돌아가줄래?"
"유감이네……그 대신에 다음에는 둘이서 놀자!"
"아아. 물론"
"어라? 본관은, 본관은?"
"자신만만하게 추리를 틀린 놈한테 누가 사줄까보냐"
"본관의 취급이 너무 심하오오오오오오!"
혀꼬는거 짜증나네. 그만해.
한번 해산하고, 유이는 유키노의 집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수트를 입었다. 유키노랑 하야토에게 가끔 수트착용 의무 파티에 초청받으니까 이 정도는 갖고 있다.
"오빠? 수트를 왜 입어? 파티?"
"아니, 카와사키 타이시의 외뢰를 달성한다"
"타이시네 누나가 있는곳을 알았어?
"아아. 어디의 돼지 때문에 시간을 엄청 잡아먹혔지만"
회색 수트에 붉은 셔츠. 머리카락을 젤로 올백으로 만들어서 준비 OK.
"역시 오빠, 수트 잘 어울리네. 야쿠자같아"
"야쿠자라고 하지마"
그거 신경쓰고 있으니까. 하지만 올백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집을 나와 직접 엔젤 러버로 향한다. 이 차림으로 역앞 집합을 하면 가볍게 죽는다. 주로 내가 신고당해서.
빌딩 최상층까지 가니, 이미 유키노와 유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키노는 익숙하지만, 유이도 꽤나 어울린다.
"아, 힛키 왔어"
"기다리게 했어?"
"아니. 막 온참이야"
유키노는 검은 드레스고, 심플하지만 그것이 유키노의 장점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키노는 역시 자잘하게 여러가지를 달며 꾸밀 필요는 없으니까.
유이는 빨간 드레스로, 유키노와 비교하면 약간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느낌이 유이에게 어울린다.
"그럼 갈까"
유키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내 팔에 손을 대고, 유이도 흉내내서 반대측에 둔다. 이래봬도 에스코트 정도는 한 적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니 단번에 어른의 세계로 변했다. 재즈가 흐르고, 조용하고 느릿한 시간이 흘러간다.
"있어, 유키농"
"그래. 그녀가 카와사키 사키구나"
카와사키는 카운터 앞에서 컵을 조심히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은 폼이 살아나고 있지만, 손님을 한 발짝 물러서게 하고 있다. 알바주제에 대단하네.
"카와사키"
"? ……죄송합니다. 어디서 만난적이 있습니까?"
"같은반 정도는 얼굴 기억해라……"
뭐, 나도 지금까지 카와사키는 몰랐지만.
"같은반? ……아. 그러니까……히키가야. 그래 히키가야다"
이 녀석, 진짜로 잊고 있었군.
"안녕, 카와사키 사키"
"사키, 얏하로-"
유키노시타……거기다 유이가하마도. 뭐야, 데이트야?"
"아, 아니얏(그랬으면 나 방해잖아!)"
"데, 데이트……/////"
"아니야.오늘은 의뢰를 받고 여기에 왔다"
"의뢰?"
자리에 앉으니 유키노가 적당하게 주문해줬다. 나는 그렇다치고 유이는 모를테니까.
"동생, 걱정하고 있어"
"읏……그래. 그런거구나. 내 주변이 요즘 이상했던건 너희들이었군. 하지만 안 됐네. 나 여기 안 그만둘거야"
당당한 모습이 되게 남자답네. 사이카랑 뒤바뀐거야?
"안 됐지만 그건 안 돼. 신데렐라는 0시가 되면 마법은 풀리지만, 네 마법은 지금 풀릴거야"
"……힛키, 무슨 말을 하는거야?"
"여기는 술을 다루는 가게야. 미성년은 일할 수 없으니까, 카와사키는 나이를 속여서 일하고 있다는게 돼. 그걸 고발하면 바로 해고된다는거지"
"과연……"
이 정도는 스스로 생각해줬으면 싶었다.
"……너 말야, 내가 어째서 여기서 알바하는지 몰라? 대답하지 않아도 돼. 시급이 좋으니까. 그저 그것뿐인 이유야.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돈이 필요해"
……진지한 카와사키의 표정. 그건 마치, 어딘가의 누군가의 진지한 표정과 겹쳐졌다.
"유키노시타, 너네 집은 부자지? 아무 부자연스럽지 않게 살아온 네가, 가족이 많고 돈이 없는 우리집 사정을 이해할리 없잖아"
딸랑,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그 쪽을 보니 유키노가 마시고 있던 유릿잔이 쓰러져있었다.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손이 조금 떨리고 있다.
"읏. 유, 유키농네 집 사정은 지금 관계없잖아"
"괜찮아, 유이가하마. 진정해"
"……그럼 우리집 사정도 너네하고는 관계없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유이의 지금 발언은 계몽이었다.
"유이, 남의 집에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과거같은게 있어. 카와사키도 지금 그건 너무 파고 들었다. 집안 얘기는 꺼내지마. 지금 얘기하고 있는건 우리라고?"
"……미안하네. 하지만 슬슬 나가주지 않을래? 일하는데 방해되고, 내가 말하면 너네가 고등학생이라는거 바로 들켜"
"……알았어. 유이가하마, 하치만. 가자"
유키노가 자신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어 카운터에 둔다. 유이도 자신의 지갑을 꺼내려고 하고 있지만, 유키노가 손으로 제지해서 먼저 가게 밖으로 데려갔다.
"히키가야는 쫓아가지 않아도 돼?"
"금방 갈거야. 내일 아침, 5시에 맥에서 기다린다. 반드시 와"
"……하아. 알았어. 5시지"
"그래"
여기선 다른 손님의 시선도 있으니, 들을 수 없는것도 있으니까.
가게를 나오자 유키노와 유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렸지"
"아니. 안 기다렸어. 오늘은 해산해도 되겠니?"
"아아"
"어, 응……"
……유이는 아직 카와사키가 걱정인가.
"괜찮아. 다음 수는 써뒀어"
"손이 빠르다!?"
"듣기 나쁜 소리 하지마. 내일 아침, 맥에서 집합이야. 그럼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돌아가"
"히, 힛키!"
"하치만……내, 내일 또 봐"
"어"
내일 아침.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수. 그건 카와사키와 지장없이 얘기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것. 오늘은 그 전채같은거니까.
자, 귀신이 나오든 뱀이 나오든, 봉사부로서 의뢰를 해소할까.
~~~~~~~~~~~~~~~~~~~~~
그 시간대에 잠들면 확실하게 지각할것 같아서 철야하게 되버렸다. 덕분에 에너지 드링크와 친구했어.
"아, 힛키, 코마치 얏하로-!"
"안녕, 하치만, 코마치"
"아아. 안녕"
"얏하로에요-!"
그러고보니 유키노는 나랑 대화할때는 상당히 평범해졌네. 여전히 얼굴을 못 보는것 같지만.
그리고 코마치, 그 인사는 바보같으니까 그만해.
"안녕핫미까, 형님!"
"어이, 누구냐 코마치의 나쁜 벌레……카와사키 타이시를 부른건"
"코마치야"
뭐……라고……!?
"코마치, 너 왜 이 녀석을 부른거야"
"말이 심함다!"
"그치만 타이시, 이번 의뢰인이니까. 거기다 친구니까 막 다룰 순 없구"
"친구라니……막다룬다니 너무함다, 히키가야……"
타이시……동정하마. 응원은 하지 않을거지만.
계산대 쪽에서 점원이 '어서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와 그쪽을 쳐아본다. 거기에는 졸린듯 하품을 하고 있는 카와사키가 있었다.
"타이시……너 왜 이런데 있는거야?"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누나. 이런 시간까지 뭐한거야"
"……너하고는 관계없어"
"있어"
거기에 끼어든건 놀랍게도 유키노였다. 나도 하룻밤 동안 생각해서 결론을 냈지만, 이번에는 유키노에게 양도할까.
"……무슨 소리?"
"카와사키. 네가 말했지. 내가 아무 부자연스런점 없이 살아왔고, 자기는 가족이 많고 돈이 없다고"
"그, 그게 뭐?"
야 유키노. 말투말투.
"거기서 생각했어. 어째서 카와사키는 돈이 필요한가. 아까전의 발언도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대답은 나왔어"
아까 샀을 콜라에 입을 물고나서 이어서 말한다.
"카와사키, 학비로 고민하고 있지 않니? 그거나, 진학교의 공부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학원에 다니고 싶다, 거나"
"……왜, 아는거야……?"
"생각한 끝의 결과야. 뭐, 확증은 없었지만, 지금 카와사키의 발언으로 확신이 섰어"
"……맞아. 올해는 타이시도 수험생이고, 학원에 다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공부하고 싶어, 그러니까 스스로 벌려는거야"
"누나……"
"그러니까, 너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타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는 카와사키의 얼굴은 동생을 생각하는 누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나.
"……뭐, 확실히 유키노시타의 추리는 맞아. 하지만, 맞는다 한들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그, 그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나…….
"유키노, 남은건 나한테 맡겨"
"……하치만?"
"카와사키, 스칼라십이라고 알고 있냐?"
"스킨십?"
"스칼라십이야, 유이가하마. 스칼라십용 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그래. 그게 있으면 카와사키는 밤늦게까지 알바를 할 필요는 없고, 잠부족으로 학교 수업에 못 따라갈 일은 없지"
"오빠, 그 제도로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하고 있는걸"
"시, 시끄러워"
그거 말하지마. 엄마한테도 말 안했으니까. 부끄럽다고.
"……타이시, 돌아가자"
"누, 누나?"
"……히키가야"
"음?"
"……고맙다고는 안 해"
"됐어. 우리는 의뢰를 해소한것 뿐이다"
"……또 학교에서 봐"
카와사키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고 타이시와 같이 돌아갔다. 이거야 원, 겨우 의뢰종료인가…….
"길었지-, 이번 의뢰는"
"그러게-. 하지만 힛키는 역시 대단하네, 단 하나의 생각으로 전부 수습해버리고"
"이 정도는 유이라도 생각하면 금방 생각할거야. 아마도"
"마지막 말은 필요없어!"
아니, 너 바보잖아.
"자, 집에 돌아가서 조금 자자. 수면부족으로 학교에서 폭면해버릴거야. 어, 가자 코마치"
"아이아이서-! 그럼 두 분다, 안녕-!"
하지만, 이번 의뢰는 정말로 아슬아슬했지. 좀 더 세게 카와사키에게 거부당했으면 손쓸 방도가 없었고.
"오빠, 돌아가는 길에 쇼핑하고나서 가자"
"괜찮아"
"아싸! 오빠가 사는거야-♪"
"야, 아무도 사준다고는 안 했다"
……뭐, 가끔은 됐나. 가족은 사이 좋아야하니까.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10】
여름방학이라는건 기본적으로 모두가 기다리지 마지 않는 장기휴가 중 하나다. 바다에 갈 수 있고, 친구하고 놀 수 있고, 지친 몸을 쉬게하는데는 최적인 휴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방학이라는건 도무지 좋아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 그 아버지가 여름방학 동안 유급 휴가를 써서까지 나를 학대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내 오래된 상처는 아프고 두통은 나고……확실히 말해 1개월 이상 내 몸은 얻니가 이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오빠, 푸딩 사왔어-"
"오-. 땡큐, 코마치"
그럴 때, 엄마가 사온 푸딩을 심야에 몰래 먹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의 푸딩 맛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거 주워왔어-"
"코마짱, 주워왔다고 하지마"
"……이 목소리는……"
소파에서 일어나서 현고나으로 향하니, 거기에는 검고 긴 머리카락의 여자애가 부끄러운듯 서 있었다.
"오, 루미루미냐. 오랜만이네"
"루미루미라고 하지마. 루미라고 불러"
이 녀석은 츠루미 루미, 통칭 루미루미. 엄마의 여동생의 딸로,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가?
"코마치, 좋은거 주워왔다는건 이 녀석이야?"
"응! 오랜만에 만나서, 데려와버렸어♪"
"뭐, 상관없지만……. 일단 들어와"
"응, 실례합니다"
루미는 조심스레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내가 앉아있는 소파의 바로 옆에 앉았다. 엇, 대수롭지 않게 내 허벅다리에 손을 올리고 있어.
"뭐야? 놀아줬으면 해?"
"따, 딱히……왠지 모르게……"
"흐-응. ……그러고보니 못 본사이에 많이 컸네-. 2년 만이지?"
"2년 4개월 24일만"
"……하?"
"아, 아무것도 아냐"
어? 지금 이 녀석 뭐라고 했어? ……아니, 못 들은걸로 하자.
"전에 생각했지만 이대로 크면 너는 유키노랑 닮겠다"
"……유키노?"
"오빠랑 내 소꿉친구야. 그치만 확실히 유키노 언니 어렸을때랑 쏙 닮았네"
응, 이 머리카락이 예쁘다거나, 귀여운 느낌이 쏙 닮았다고 생각한다.
코마치가 사준 푸딩을 셋이서 먹고 있으니 루미가 서서히 밀착해왔다. 그러니까 너, 뭐 하고 싶은거야?
"루미. 떽"
"읏……알고 있지만……"
어? 뭐가?
"아직 루미가 초등학생이니까 오빠도 괜찮지만, 이제 곧 중학생이잖아? 오빠한테 무슨 일 있으면, 아무리 루미라도 용서 안할거야"
"알고 있어……하아, 왜 초등학생이지……"
저기, 오빠를 두고 가지 말아줄래?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누가 나한테 가르쳐줘, 300엔 줄테니까.
"루미, 역시 놀고 싶어?"
"……놀고 싶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한 명의 여자로서 봐줬으면 좋겠지만……무리지……)"
"(루미에겐 미안하지만, 아마 그건 평생 오지 않으려나……오빠한테 있어 코마치랑 루미는 동생밖에 아니구)"
……누군가, 이 미묘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줘……누구라도 좋으니까…….
띵동-
"! 네-!"
살았다. 어디의 누군진 모르겠지만 감사한다.
달칵
"안녕 하치만"
"안녕-, 하치만♪"
"아, 안녕, 하치만……!"
"…………하야토랑 사이카랑 유키노? 어쩐 일이야?"
거기에 있던건 여전히 산뜻한 핸섬남 하야토랑 하야토의 흉내를 내고 있는 사이카. 그리고 머리를 둘로 묶은 유키노였다.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메일 안 왔어? 일주일 뒤의 자원봉사 말야"
"안 왔는데"
일주일 뒤에 자원봉사? 왜 내가 쓰레기 줍기나 강가 쓰레기 줍기나 산의 쓰레기 줍기를 해야하는거야. 응? 자원봉사는 쓰레기줍기 밖에 이미지가 없어.
"뭐, 그 자원봉사 일을 얘기하려고 생각해서. 오랜만에 하치만의 집에 가자는게 됐어"
"나도 하치만의 집에 가고 싶었으니까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나, 나, 도……"
"흐-응……뭐, 지금 손님 와있는데, 그래도 상관없다면 괜찮은데"
셋을 집 안으로 들이니 거실에서 엿보고 있던 코마치와 루미와 눈이 마주쳤다. 코마치는 왠지 즐거워보이고 루미는 빤히 유키노를 쳐다보고 있다. 아, 유키노도 그걸 깨닫고 응전한다.
"(이 언니, 설마……!)"
"(이 아이, 설마……!)"
""(……지지 않아!)""
"(호호오. 이거야 원……재미있게 됐네요)"
"(응? 저 아이…… 후후, 과연. 하치만도 죄 많군)"
……저기. 왜 셋이 오니까 또 분위기가 미묘해진거야? 이 공간에 공기청정기라도 두는 편이 좋아?
"헤에-. 여기가 하치만의 집이구나-"
"사이카. 네가 우리집의 공기청정기다"
""!?""
"어!? 무, 무슨 소리……?"
"아, 아무것도 아냐. 실언이다"
실언은 실언이지만, 나는 잘못된 소리는 한 적이 없다. 왜냐면 이 분위기를 아랑곳 않고 자신을 관철하고 있으니까.
"(설마 토츠카까지 라이벌……?)"
"(저 언니도 라이벌인가?)"
이제 됐어. 일단 거실로 가자.
거실에 가니 내 오른쪽에 루미가, 왼쪽에 유키노가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야.
"다들. 이 애는 우리 친척인 츠루미 루미. 통칭 루미루미야"
"루미루미라고 하지마. ……츠루미 루미에요. 잘 부탁해요"
"루미. 이 애들은 내 친구고 왼쪽부터 하야토, 사이카, 유키노다"
"잘 부탁해, 루미"
"잘 부탁할게"
"잘 부탁해. ……하치만은 넘기지 않을거야"
"! ……지지 않아"
……저기, 그러니까 왜 이 둘은 데드 히트하고 있어? 이유를 모르겠네. 여심은 이해할 수 없어. 아니, 남은 아무리 알았다고 해도 모르는건가.
"그래서, 자원봉사는 무슨 얘기야?"
"아아. 히라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일주일 후에 어떤 초등학교가 임간학교에 가는 모양이야. 그 임간학교에 동행해서 초등학생을 지켜봐줬으면 싶은 모양이야. 기간은 2박 3일이고, 보수는 단위 둘"
2박3일, 초등학생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걸로 단위 둘이라. 그건 꽤 큰데.
"딱히 상관없긴한데, 거기에는 몇 명이 가?"
"그게, 나랑 하야토랑 유키노. 그리고 토베랑 미우라랑 에비나랑 유이, 그리고 유키노의 언니가 운전수를 데리고 와준대"
헤-. 꽤나 많네.
하지만 하나 걱정되는게 있다.
"루미, 왜 그래?"
"어? 에, 아, 아무것도 아냐……"
"거짓말마. 너, 거짓말할때는 가성이 나와"
"엣!? 저, 정말로……?"
"아아. 덧붙여서 유키노는 머리카락을 만지는 버릇이 있고, 하야토는 수상쩍은 미소를 짓지. 사이카는 알기 쉽게 허둥대고, 코마치는 바보털이 뿅뿅 거려. 이건 나도 마찬가지야"
다들 알기 쉬워서 다행이지만,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하치만, 우리를 그렇게 봐주고 있었나)"
"(그, 그러고보니 나 비음이 나오는걸지도……)"
"(하치만이 나를 잘 봐주고 있어……후후, 정말 기뻐)"
"코마치도, 오빠 버릇은 알고 있었지만……설마 코마치도 똑같다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하치만, 모두를 잘 보고 있구나. 나도 봐줘서……기쁘달까……"
루미는 고개를 숙여버리고, 나를 살펴보듯 올려다봤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거, 내가 다니는 학교의 임간학교라고 생각해. 마침 일주일 뒤고……"
"그런가? 그럼 더 열심히 해야겠네"
"잠깐, 하야토. 아직 뭐 있지?"
그 말에 루미는 몸을 흠칫거렸다. 눈에는 체념과 약간의 공포가 있다.
"……나 따돌려졌어"
"""""읏……"""""
따돌림. 그건 초, 중,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사회인이 되어서도 따라붙는, 어떤 의미로 메이저한 괴롭힘 중 하나다. 나도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하야토와 유키노를 제외하고는 따돌림 당했고.
하지만 여지껏 아랫것들은 고귀한 존재에게 말을 거는것 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점도 있던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와 루미 진짜 귀족. 임금님이라고 해도 좋은 수준. 아닌가, 아니군.
"전에는 다른 애가 따돌려졌지만……어느샌가 내가 따돌려졌어. 정말, 바보같은 짓을 했어……"
……친구 사귀기로 친구를 따돌리고, 질리면 다른 녀석을 따돌린다. 끊임없는 마이너스의 연쇄. 그리고 이번 표적은……루미라는 소린가.
"루미, 이리로 와…"
코마치는 루미를 나 대신에 꼬옥 안아준다. 나도, 이런 체질이 아니라면 껴안아 주고 싶은 참이다. 그 정도로, 지금의 루미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하네"
"그러게. 나도 하치만도 무시당한적은 있었지만……서로가 서로를 지켰으니까. 하지만 루미는……"
"하치만, 어떻게든 안 될까?"
"으-음……"
루미가 나와 코마치에게 있어 동생같은 존재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같지만…….
"루미. 하나만 물을게"
"……뭔데?"
"루미는 아까 말했지?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즉, 너가 따돌려지기 전에는 다른 누군가를 따돌릴때 거기에 너도 들어 있었다는거야?"
"읏…………………응……"
……그런가.
"이번 일이 정리되면 두번 다신 그런짓은 하지 말기다?"
"안 해. 절대로"
"……좋아, 그럼 믿지. 동생을 믿는것도 오빠의 역할이니까"
동생이, 루미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도는 의심하는 짓을 하겠냐.
"하치만, 뭐 좋은 대안이 있어?"
"뭐어. 나한테 맡겨두면 만사해결이야"
그건 아직 있을까 없을까……. 아니 절대로 있다. 그거 장소는, 나만이 알고 있다.
"하치만, 나한테도 대안이 있는데"
"따돌리는 측, 당하는측이 변하면 모두 사이가 좋아진다, 라는 어설픈 대안이 아니라면 들을게"
"미안해"
좋아.
"지금 말한대로, 자신이 변하면, 상대가 변하면 세계가 변한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건 없어.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건 고정개념과 인상이야. 겁쟁이는 겁쟁이라는걸 강요당해. 약함을 강함으로 바꾸려고 무리하게 눈에 띄면 공격의 대상이 될 뿐이야. 그것이 사회이고, 사회의 축도인 아이들의 왕구의 썩어빠진 규칙이야.
자, 여기서 문제. 세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
……뭐어, 그렇게 쉽게 대답이 나올리 없지.
"정답"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된다.
그날 심야. 코마치와 엄마가 잠든 후, 나는 둘을 깨우지 않도록 정원으로 나왔다. 그것도 사각이 되는 나무와 창고 틈새에.
내가 아직 애정이라는 이름의 학대를 받고 있었을 시대, 우연히 아버지가 여기에 무언가를 묻고 있는걸 발견해버렸다. 그걸 중학생 시절에 과감하게 파봤지만……설마 이런곳에 숨어있었다니.
삭, 삭, 열심히 파내간다. 이렇게나 깊었나?
파내길 10분. 거기서 겨우 삽 끝에 금속같은 물체가 부딪쳤다.
"다행이다. 있었나……"
이걸로 루미를 구해……아니, 다르군. 썩은 세계를 부술수가 있다.
남은건 나의 각오의 크기다, 히키가야 하치만. 가끔은 근성을 보여줘라.
일주일 후.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와 하루 누나가 운전하는 차에 나뉘어 탔다. 덧붙여 히라츠카 선생님 측에는 나, 유키노, 유이, 사이카, 코마치다.
"하지만 히키가야가 이 자원봉사에 참가해올줄이야"
"뭐어……저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하는건 있으니까요"
"……헤에……후후. 히키가야도 좋은 얼굴을 하게 됐구나"
"뭡니까 그거"
"각오를 굳힌 남자의 얼굴이야. 응, 난 좋아한다"
"소년지 기준으로, 라는거네요"
"뭐, 그래. 안 그러면 너 처럼 아직 풋내기 애송이를 누가 좋아하겠느냐. 좀 더 사람을 보고, 사회를 느끼고, 세상에 두 다리를 뻗게 되면 이야기는 별개지만"
그런 거창한 인간의 그릇이 아니야. 나 하나 밖에 받아들일 용량밖에 없다.
"이제 1시간이다. 뒷자리 녀석들은 이후를 위해 기력을 보충하려고 자는 모양이다. 너도 자거라"
"……그렇게하겠습니다"
실제로 2일정도 잠을 안 잤으니까 이 기분 좋은 흔들림에 상당히 졸립다. 호의를 받들어서 조금 자도록 하자.
1시간이 지나, 우리를 태운 차는 치바 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자연은 공기가 맛있다고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뭐가 맛있는건지 모르겠다. 공기에 맛이 있어? 무슨 맛?
"와-! 유키농, 사이야! 공기가 맛있지!"
"그렇구나. 경치도 아름답고, 정말로 좋아"
"응! 나 와서 다행이야!"
"이야아. 코마치도 시험공부 스트레스 발산이 되서 기분 좋네요-"
저기, 그러니까 공기는 무슨 맛이야. 짠맛?
저 녀석들을 먼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뒤쪽에서 하루 누나네도 왔다.
하야토가 가장 먼저 내리고 그 뒤로 토베, 미우라, 에비나도 내렸다. ……응? 하야토 녀석, 왠지 얼굴 빨갛지 않나?
"하야토, 왜 그래? 얼굴 빨간데, 감기야?"
"어? 아, 아니아니. 신경쓰지마"
……그럼 신경 안쓰겠지만.
"하, 하야하치!? 여기서도 하야하치야!? 크으! 와씁니다아!"
"좀, 히나 자중해!"
"에비나 진짜 통상운전이야-. 아, 히, 히키타니! 욧스!"
"……어, 어어"
어이, 갑자기 말 걸지마. 나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이 말을 건 적이 없으니까 조금 얼타고 말잖아.
"어? 아, 히키가야. 히키가야도 왔구나"
"어, 미우라도 왔네. 너는 이런데 흥미없을것 같았는데"
"나아, 애들 좋아하거든. 애보기 하면서 단위를 받고, 거기다 소규모 여행이잖아? 일석삼조인데 안할리가 없잖아"
호호오. 미우라는 애들 좋아하나. 하지만 확실히 에비나나 유이를 잘 돌보니까, 원래부터 엄마 기질인걸지도.
"……너는 장래에 좋은 아내가 될거야. 보장할게"
"하아!? 너, 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읏! 증말!"
아, 가버렸다. ……저 녀석도 얼굴 빨간데. 요즘 감기가 유행하나.
"……하치만"
"응? ……유키노 씨, 왠지 화내고 있지 않아?"
"화 안났어. 그래, 화 안냈어. ……하아"
이번에는 한숨!? 아니, 저 녀석도 가버렸나…….
"하치만……너도 좀 더 소녀마음을 배워야해"
"왜 소녀마음이 관계하는건데"
"너도 알거야. 언젠가는, 분명"
젠장, 하야토는 알고 나는 모르는거냐. 이게 승리자의 스펙과 패배자의 스펙 차이인가.
"얏호-, 하치만. 또 큰거 아냐?"
"하루 누나……나는 성장기 끝났으니까, 반년 정도로는 변하지 않아. ……하루 누나는 변함없네"
"너무해라! 나도 변했다구? 가슴이라던가, 바스트라던가, 찌찌라던가"
"가슴밖에 성장 안한건가"
그거, 조금은 유키노한테도 나눠줘.
"언니. 끝났으면 얼른 돌아와"
"너, 너무해! 유키노까지 나를 멸시하다니……! 언니는 그런 애로 기른 기억은 없어!"
"길러진 기억도 없어"
"뿌우-. 뭐, 나도 나대로 바쁘니까. 하치만, 하야토, 코마치, 또 우리집에 자러 와"
"네-에!"
"아, 네! 꼭이요!"
"내키면"
"하치만도 참, 삐・줍・이라니까♪"
누가 삐줍이야.
하루 누나는 차에 다시 타고 지금 온 길을 돌아갔다. 여전히 폭풍같은 사람이군.
"너희들도 얼른 오거라. 이제 곧 집합시간이다"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길 약 10분. 거기에는 즐거운듯 떠들어대는 아이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그 속에는……역시 밝지 않은 표정을 짓는 녀석들이 몇 명 있었다.
그리고……루미도 있다.
루미는 나를 깨닫고 조금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왜 감기걸렸으면서 굳이 온거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거야.
우리가 초등학생 앞에 서자 선생님들도 앞에 선다. 그리고 아무말도 없이 그저 초등학생이 조용해질때까지 기다린다.
"……네, 여러분이 조용해질때가지 4분 43초 걸렸습니다-"
나, 나왔다-! 아이라도 아는 어른의 가시 있는 말! 저건 아이들한테도 짜증이 난다.
"그럼 이번에 여러분과 동행해줄, 고등학생들의 인사를 하겠습니다"
신임 여교사에게 선택바든건 당연하지만 하야토였다. 왜냐면 하야토의 지금 지어낸 미소, 완벽하다고? 하야토를 모르는 녀석들이 보면 일단 틀림없이 한 눈에 반하겠지.
하지만 하야토가 작위적인 미소를 지을때는 대개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선 같은 것이다. 이번에는 그게 뒷통수를 친것 같지만.
"어- 그러니까. 이번에 여러분을 서포트하게 됐습니다. 뭔지 모르는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사양말고 물어보세요. 이 임간학교가 여러분의 좋은 추억이 되도록 있는 힘껏 도울테니까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오오. 과연 하야토. 익숙하다.
"그럼 처음은 우표 모아 달리기입니다. 오두막까지 가는 숲속에 선생님들이 숨어있으니까 우표를 3개 받아주세요"
여교사의 호령에 초등학생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그룹으로 숲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우리도 히라츠카 선생님을 따라 먼저 목적지로 향했다.
"이야-, 진짜 초등학생 젊네-. 저거랑 비교하면 우리는 진짜 아저씨 같지 않아?"
"좀, 토베 그만해. 그러면 내가 할머니 같잖아"
아니, 미우라는 외모를 보면 OL이고 미인이니까, 미숙녀가 되는거 아냐? 유키노도 유이도 사이카도 미숙녀가 될것 같다. 어라? 사이카는 남자였나?
"……잠깐, 하치만, 저거……"
"응? ……루미……"
유키노의 시선 끝에는 루미가 우표 모아 달리기 카드를 들고 고개숙이고 있었다. 조금 앞에는 루미를 보고 쿡쿡 웃는 집단이 있었다.
저게 루미를 따돌리는 주범 그룹인가. ……칫, 빌어먹을. 그 녀석이랑……
아버지랑 닮은 웃음을 짓고 말야…….
"내가 갔다올까?"
"그만둬. 지금 루미를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하면 그 자리에서만 사이 좋은 척을 해도, 나중에 반드시 따돌려질거야. 자칫하면 잘생긴 고등학생의 마음에 들었다는 꼬리표가 붙여져서 더 심하게 괴롭혀질거야"
"……안타깝네"
"그것도 오늘 밤까지다. 오늘밤은 괴담이고, 내일은 담력시험과 캠프파이어다. 담력시험 대안도 있지만, 가능한 빨리 해결하는 편이 좋아"
……한번 더 묻겠는데, 정말로 괜찮은거지?"
"그래"
각오도 이래도냐 싶을 만큼 했고.
"가자"
"아, 아아……"
루미. 조금만 더 참으면 고생 끝이다. 참아줘.
그리고 밤이 됐다.
점심에는 특별히 아무 일도 없어서 말할것도 없고. 딱히 유이가 크레에 복숭아 통조림을 넣고 싶다거나 빼면 그거 말고는 특별히 없었다.
임간학교, 수학여행의 밤으로 말하자면 평소보다도 오래 친구랑 보낼 수 있다는 소중한 행사 중 하나다. 이번 괴담도, 평소엔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지만, 이렇게 집단이서 듣는 일은 거의 없다.
즉 색다른 체험에 아이들의 텐션은 한계치에 가깝다.
"그럼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선생님 중에서 3명, 고등학생 중에서 1명이 괴담을 하려고 하는데요……고등학생 여러분, 누가 얘기해줄 분은 있나요?"
"네. 제가 할게요"
여교사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나. 거기에 모두 당황했는지 전부 얼어있다.
그만해, 그 이상 나를 쳐다보면 죽는다. 내가.
"……어, 그게……아, 네. 그럼 이 오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에-"""""
"에- 라고 하지마라 애송이들아. 내 수준이 되면 너희들을 울릴 수준의 무서운 얘기는 할 수 있으니까, 진짜로"
"""""오오……!"""""
아, 허들 높아졌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무섭게 만드는게 목적이니까.
"좀. 힛키, 괜찮아?"
"아아. 괜찮아, 문제 없어"
선생님 셋 옆에 앉고, 우측부터 얘기를 해간다.
첫번째 선생님은 마지막에는 아저씨 개그로 끝내서 실소를 자아냈다. 아니,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해. 힘내라 선생님.
두번째 선생님은 곧잘 있는 사다코 이야기. 요즘 아이는 모르는 애들이 많은지 진심으로 겁을 먹는 애들도 있었다.
세번째 선생님은 말하는데 익숙한건지 얘기 도중에 강약이 있어서 무시무시한 괴담을 펼쳤다. 뭐, 괜찮은 이야기 아냐? ……거, 겁먹지 않았거든?
"네,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그러니까……"
"아, 히키가야 하치만임다"
"네, 히키가야 학생이 얘기할거에요!"
나는 앞으로 나오고 준비해뒀던 프로젝터와 스크린, 그리고 컴퓨터를 준비했다.
"하야토, 도와줘"
"어, 어어?"
하야토보고 도와달라고해서, 빠르게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파워포인트를 기동시켜서 화면을 어둡게 만들었다. 낯선 컴퓨터랑 스크린에 흥미가 있는건지, 한층 내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됐다.
"우선 선생님들, 제 이야기는 엄청 무서우니까, 마음이 약한 학생이랑 같이밖에 나가줄 수 있습니까? 지금도 몇 명인가 우는 아이가 있잖아요? 저희 고등학교 선생님이 있으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고 하고, 선생님 몇 명은 울고 있는 학생이랑 기분이 나빠진 학생과 함께 오두막을 나갔다. 아, 선생님 몇 명도 반쯤 울고 있잖아.
잠시 뒤, 이 자리에 남은 선생님은 히라츠카 선생님과 여교사, 그리고 대머리 교장같은 선생님만 남았다. 아니, 선생님들 너무 약하잖아.
……뭐, 됐나. 이러는 편이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럼 시작한다"
파워포인트를 스크롤.
"이건 옛날,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떤 초등학교에선 그건 못된 아이고, 선생님의 얘기도 제대로 듣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임시로 그 애를 H 군이라고 하자"
"그건 히키가야 말이야-?"
"거기 꼬마, 연상을 반말로 부르지마. 히키가야 다이묘신이라고 불러라"
오, 좀 웃었다. 좋네, 긴장감이 녹아든거 아냐?
"커흠. 그 아이는, 다른 아이를 따라 한 명의 남자애를 괴롭혔다. 따돌리는건 물론, 폭력이나 물건을 감추는 등 나쁜짓을 많이 했지"
이 이야기를 들은 주범 그룹과 루미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다.
"그러던 어느날, 나쁜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자 무시무시한 형상의 아버지가 있었다. 괴롭힘 받은 아이가 선생님에게 말하고, 그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얘기가 전해진거야. 그걸 모르고, 나쁜 아이는 왜 아버지가 화난건지 몰랐지.
영문도 모른채 방으로 끌려들어가, 나쁜 아이는 우선 배를 얻어맞았다"
쓸데없이 잘 그려진 일러스트가 나와,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그림을 자주 그렸으니까.
하지만……후후후, 무르다.
"로프로 묶은 나쁜 아이를, 부모는 계속 때렸어. 10분? 20분? 시간 감각을 알 수 없게 될 만큼 고통당했어"
"……설마……읏!?"
"하치만……!?"
제지하려고 다가온 하야토네를 안력으로 제지한다.
방해하지마.
"그 행위는 점점 큿…… 상승해갔다. 그리고,
큭……두통이……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오른팔을 부러뜨렸다"
뻐걱! 하는 효과음과 함께, 오른팔이 부러진 일러스트가 나타난다. 이것도 현실적인 그림이라, 거의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그 때 파낸건, 아버지가 나를 고통주었을때 찍은 사진이랑 도구 몇 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사진은 보일 수 없으니까, 내 특기인 일러스트로 그려봤다.
"다음은 채찍으로 등을 얻어맞고"
짜악! 짜악!
"나이프로 팔을 베이고"
서걱!
"못으로 발에 구멍이 뚫렸어"
푹!
효과음과 함께 스크롤되는 일러스트. 그 한장한장을 일주일 동안 세세하게 그렸으니까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루미는 걱정스러운듯 나를 쳐다보지만, 다른 녀석들은 모두 울고 있다.
조금 지나쳤나……? 아니, 여기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대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그 의사는 아버지의 친구라서 특별히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 그 날부터 나쁜 아이의 지옥은 시작됐어"
여기부터는 조금 그로테스크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생략. 어디까지나 지어낸 얘기니까, 여교사도 교장같은 선생님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제지하지 않아서 이야기는 종반으로 간다.
"어느날, 나쁜 아이를 괴롭히고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괴로워했어. 가슴을 움켜쥐고, 거품을 뿜으며 우으-! 우으으우아-! 하고 소리질ㄹㅆ어.그러자, 그 아버지한테 시커먼 연기가 나와서 하나의 사람 형태가 됐어. 그건, 나쁜 짓을 하던 나쁜 아이를 혼내주기 위해, 아버지에게 들러붙은 요괴였어"
그리고 이번에는 단번에 귀여운 그림으로. 애프터 케어는 해야하니까.
"그 요괴는 나쁜 아이는 이미 진심을 반성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아버지에게서 떠나 어딘가로 사라졌어. 그래, 모든건"
마지막 페이지.
"요괴의 짓이었다고 해. 끝이야"
파워 포인트가 끝나고, 그것과 동시에 불이 켜진다. 오오, 고등학생들도 포함해서 다들 울고 있네. 이건 만든 보람이 있잖아.
"그리고, 부록으로,"
나는 긴소매 팔을 있는 힘껏 걷어올린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베인 상처랑 깁은 흔적, 도려낸 후랑 불로 지져진 흉터, 그리고 채찍으로 얻어맞았을 상처가 있어, 상처입지 않은 부위가 없는 팔이 모습을 나타냈다.
"믿든 말든, 그건 당신의 마음. 이지"
……아-, 역시 몇 명은 기절했나. 역시 마지막은 필요없었네. 테헤♪
모두가 있는곳으로 돌아가니 하야토와 유키노를 제외하고는 아연해하고 있었다. 에비나랑 유이는 울고 있다.
"어이어이. 역시 만들어낸 이야기로 이렇게까지 울면 나로서도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는데……조금은 눈치채라, 니들"
"하, 하지만 그 팔……!"
"아아, 요즘 책이랑 기술은 엄청나네. 집 근처에 특수 메이크하는데가 생겼거든"
라며 일단 만일을 위해 만들어둔 특수 메이크의 일부분을 벗겨낸다. 조금 큰 소리로 말했기 때문일까, 그것 만으로도 태반의 아이들은 이것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걸 깨달은것 같다.
뭐, 아이에게 공포를 심어줄 정도니까, 만들어낸 이야기로 충분하겠지.
이걸로 주범 그룹에게 괴롭힘이랑 공포를 심어주는것과 동시에, 만들어낸 이야기니까 내가 문책당할 일도 없어졌다. 완벽한 은폐공작이다.
"그럼 하야토. 뒷일은 부탁한다"
"읏, 하, 하치만……"
하야토의 목소리를 뿌리치듯 오두막을 나와, 가까운 숲을 통과해 강으로 나온다.
거기서 겨우,
"……으……오, 오웩……!"
토했다.
위속의 모든것이 밖으로 나오고, 그러는김에 말하자면 눈물까지 나왔다. 젠장, 머리까지 욱신거려……!
"하, 하치만!"
"……유키, 노……"
"괜찮……을리는 없지……"
유키노는 나를 만지려가 다가오지만, 지금 있던 일이랑 과거의 일로 직전에 멈춘다.
강에서 얼굴을 씻고, 손수건으로 닦고나서 겨우 구토와 두통이 나았다. 상당히 힘든 승부였다.
"후우……"
"……하치만, 왜 우리한테 상담하지 않고 그런 짓을 한거야……?"
"……조금 걸으면서 얘기하자"
"그, 그래"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들키지 않도록, 제대로 지면을 밟으면서 걷는다. 아니, 유키노에게는 들켰겠지만 그걸 굳이 말하지 않는 점이 좋다.
"……유키노-"
"뭐, 뭔데?"
"이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거라 생각해?"
"이런?"
"하야톨아 유키노가 곁에 있고, 유이는 바보고, 토츠카는 천사고, 자이모쿠자는 중2병이고……이런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묻는건데……어떻게 생각해?"
"……나는, 가능하면 평생 이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무리, 인거지……"
그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다들 변해가고, 진로랑 인생도 변한다. 모두가 다들 똑같다는건 꿈 얘기다.
"이런 꿈같은, 기적같은 그런 관계를……나는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그래. 내가 변하지 않는한, 나는 계속 세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없다.
"모처럼 지옥을 빠져나왔어. 조금 더, 꿈이랑 희망이랑 기적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서 말야"
그래. 그 나날을 살아나온 나라면 할 수 있다.
"나는,"
그래. 나는,
"여름방학 중에 모든걸 바꾸겠어"
그 녀석을,
아버지를 만나서.
내가 묵는 오두막으로 가니, 토베랑 사이카에겐 내 이야기를 칭찬받았다. 토베는 조금 쫄았던것 같지만, 그걸 평소 분위기로 부끄럽지도 않게 말하나. 대단한데.
"하치만, 잠깐 괜찮아?"
"시러"
"잠시 밖에 나가는것 뿐이야, 응?"
"시러"
"………"
"시러"
"나 아무말도 안 했어"
그치만 절대로 혼나잖아.
"……하아. 두번 다신 그런 짓은 하지 말아줘"
"시러"
"싫은거냐고!"
그치만, 이제부터 승부가 있으니까.
"정말이지 너는……옛날부터 완고하다니까"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끝이야"
"……그러면 다행이지만……"
"아아. 더는 신경쓰지마"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쓴다. 이틀이나 철야했으니까 졸립다.
"힛키타니-! 우노하자 우노!"
"미안. 이제 자게 해줘……"
"에-. 흥 떨어지네-. 하야토 할래?"
"아아. 그럼 하치만, 잘자"
"잘 자"
자, 오랜만에 폭 잠들――
"아, 그렇지. 유미코가 엄청 화냈어. 애들을 울려서 어쩌자는거냐고"
……지저스.
다음날. 미우라에게 엄청 설교당했습니다.
솔직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반성은 하고 있다, 후회는 하지 않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을 안다.【11】
자원봉사가 끝나, 겨우 치바로 돌아왔다. 이야-, 역시 자연보다 여기 공기가 익숙하니까 기분 좋다.
뭐, 어제는 미우리한테 질타랑 히라츠카 선생님의 꾸짖음, 초등학교 선생님한테서 엄중주의 등을 드었지만……지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이건 내 의사로 한 거니까.
아, 주범 그룹은 내 이야기로 진짜로 겁먹은듯, 루미에 대한 일을 반성한것 같다. 돌아갈때는 그룹에 둘러쌓여 즐거워보이는 루미가 있었으니까.
남을 내려깔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관계는 언젠가 무너진다. 하지만, 그걸 반성하고 또 친구 관계로 돌아간다면……그건 그 녀석들에게 있어 진정한 관계가 될 것이다.
"자 너희들. 소풍은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소풍. 자원봉사는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자원봉사다. 조심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산!"
하아, 겨우 끝났나……. 아니, 아직 끝난게 아냐. 오히려 여기부터가 시작이다.
"오빠, 집에 갈래?"
"미안. 나 갈곳이 있으니까 먼저 돌아가. 말해두지만, 아무도 따라오지마"
"어? 그, 그치만……"
"걱정하지마. 유키노, 하야토. 미안하지만 코마치를 집까지 배웅해줘"
"어, 어이……"
대답을 듣기 전에 모두에게서 떠나간다. 지금부터 가는 곳은 나 혼자서 가지않으면 의미가 없는 곳이다. 누구 한 사람도 데려가는건 할 수 없다.
"자, 쫓아갈까"
"자, 라니……하야토 오빠, 대수롭지 않게 오빠가 한 말을 깨고 있어요"
"무르네, 코마치. 확실히 우리에게 있어서 하치만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하지만, 하치만의 몸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게 더 문제야. 그러니까 쫓아간다. 자, 논파"
"어디도 논파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그 주장은 싫지 않아"
"어? 어? 무, 무슨 소리?"
"나 모르겠지만……하치만이 상처입는건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나, 갈게!"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나도 가는 수 밖에 없잖으-!"
"히키가야는 이미 나아의 친구고, 친구를 위해 가는건 당연하지"
"하, 하야토가 히키타니를 쫓아가……!? 떠나가는 상대를 집요하게 쫓아가는 얀데레 하야토!? 와씁니다아-!"
"그러니까 자중해!"
"하하……그, 그럼 갈까"
전차에 타길 1시간. 나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완고하게 가려고 하지 않았던 곳을 찾아갔다. 그 녀석들의……이 반년 동안 일이 있었기에 용기와 각오를 낼수 있었다.
치바 형무소.
그 녀석이……아버지가 들어가 있는 곳이다.
접수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대자, 내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접수인. 아마, 그 녀석에게 면회가 있다고는 생각 못한걸테지.
면회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거기에는 아이크릴 벽으로 구별지어 있는것 말고는 특별히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우리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무관 말고는.
의자에 앉아 두통과 싸우면서 그 녀석을 기다린다.
…………몇 분이지 지났을까. 5분인가? 아니면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나?
……늦지 않나?
조마조마 조금 짜증을 느끼고 있으니 마침내,
달칵
"읏"
문이 열렸다.
"……하치만, 이냐……?"
"어. 오랜만이네, 아버지"
"그렇군, 오랜만이다"
거기에는 나를 사랑한다고 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형무소에 들어간 나의 아버지……원래 아버지가 있었다. 그 무렵과 달리 꽤나 늙은걸로 보인다.
아아……옛 상처가 쑤신다. 전신이 통증을 느끼고 기분조차 나빠진다.
"컸군"
"7년이나 안 만났은까. 그야 커지지"
자……아버지의 얼굴을 이렇게 보는건 거의 처음이지만……그 무렵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패기가 없다고 할까, 미약하다고 할까……. 응? 이 눈은……!
"잘 지냈나?"
"읏. 뭐, 뭐어. 덕분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인내심을 갖췄지"
하하. 그런가……내 교육이 성과가 있었나"
……교육? 그 말은……처음 듣는데.
"아버지는 홀짝 말랐군. 거기다 늙었어"
……뭐, 형무소에서 여러모로 있었어"
……잠깐. 잠깐잠깐잠깐. 뭔가 걸린다. 뭔가……뭐야 이 위화감.
"……어째서 왔어?"
어째서, 라…….
"……나의 각오를 확인하기 위해……그리고 진실을 알기 위해서다"
"진실……그건 무슨 진실이지?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게 전부"
"아냐"
아버지가 말하려던걸 가로막듯, 반사적으로 말한다.
아까전의 발언과, 지금까지 인생에서 흩어졌던 조각이 맞추어간다.
사랑하고 있다. 학대. 교육. 형무소의 안. 이상하게 마르고 늙음. 그리고 그 패기없고 미약하게 보이는……나와 같은 썩은 눈.
……알았다……전부 알았다. 지금 내 안에서 모든것이 통했다.
"이만큼 살아가면, 당신이 나한테 해온건 애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건 단순히 학대야. 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그건 무슨 소린가"
나의 추리를, 상상을, 아버지는 묵묵히 듣는다.
"당신이 나한테 해온것. 그건 당신이 아버지한테……할아버지한테 당해온거랑 같은거지?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마찬가지로 사랑을 보였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것이 진짜라고, 진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계속해라"
"옛날에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우리 가계는 옛날에 어떤 무사를 섬기고 있던 닌자의 말예라던데"
……어라? 설마 나의 스텔스 힛키는 내 피에는 닌자의 피가 들어 있으니까 발동한다는거야? 싫다, 나는 격세유전이었나.
"게다가 단순한 닌자가 아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정처업이 여행을 떠나던 닌자라고 들었어. 코우가나 이가랑 달리 자신의 마을을 갖지 않고, 살아온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해왔다. 그런 특수한 닌자의 가계지만, 일방면도 특수한 일을 하고 있다. 스파이나 절도는 기본이고 그 외에……고문도 해왔다"
"…………"
"자신의 주인을 거스르는 녀석을 때로는 암살하고, 때로는 사고로 보이게 해서 죽이고, 그리고 고문 대상이 됐다. 아마 이건 상당히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졌던 거겠지. 하지만 시대는 변해가. 주인의 일족은 멸망하고 우리 일족도 쇠퇴해갔어. 그리고 일족 마지막이 된게, 할아버지지. 할아버지는 다정한 사람이라서 일 이외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남을 상처입히지 않았어. 하지만 일족이 멸망하면 지금까지 선조들이 늘려온 암살이나 절도, 고문의 노하우를 잃어버리지.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까 남을 무턱대고 상처입히는건 할 수 없어. 그래서……아버지야"
"…………"
"할아버지에게 있어 당신은 소중한 아들이야. 자신의 지금까지 해온 일을 아들인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노하우를 끊기게할 수 없다고 하는 완고하고 비뚤어져서 시대에 안맞는 일을 고민했지. 거기서 나온게 아까전의 교육이라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건 교육이다, 애정표현이라고 하면서 매일같이 폭력을 휘둘렀어. 그건 모두 선조가 고문할때 사용했던 틀림없는 진짜 고문이야. 거기에 교육이니 애정이니 계속 들으면……그야 새겨지겠지"
"…………"
"하지만 그새겨진것도 여기 생활로 도로 칠해졌어. 어떻게 입수한건진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밖에서 해온걸 모두가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형무소 안에서……괴롭힘이 발생했다"
"……후우. 너에겐 못 이기겠군……"
잠자코 있던 아버지가 마침내 체념한듯 훗, 하고 웃었다.
"그래. 대충은 네가 말한대로 우리 가계는 닌자 가계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아버지한테 교육, 애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매일같이 받았다. 다른 수형자에겐 그런 애정은 말도 안 된다고, 매일같이 듣고, 비웃음 당하고 폭력을 받았지"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듯 본다. 그 얼굴은……역시 내가 싫어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했지만, 친절한 수형자에게 들었어. 진짜 애정이라는건 상대를 생각하고,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대하는것이라고. 거기서부터 나의 진정한 속죄는 시작했다. ……뭐, 아직 43년이나 있지만"
"……그런가……"
"난처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지 48년, 줄곧 옳다고 생각하던게 진실은 거짓이라고, 허실이라는걸 알았을때는. 몇 번이나 운명을, 아버지를 저주했는지 몰라. 그리고 그 이상으로 너에게는 사죄를 해도 부족해. 죽는것도 너에게는 뜨뜻한 사죄일테지. 네 인생을……미쳐버리게 만들었으니까"
마지막은 눈물을 띄워서 나에게서 시선을 피한다. 그런가, 모든건……할아버지의 탓이었나…….
"……아버지.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내 몸 속의 상처가 쑤시고, 두통이 멈추지 않고, 구토마저 느끼고 있어"
입을 다물고 고개 숙이는 아버지.
"하지만, 하나만……
감사도 하고 있어"
"……하?"
그야 그렇겠지. 보통은 그런 반응 하겠지.
"당신이 나를 학대했으니까, 나는 유일무이한 친구를……친우를 가졌어. 당신이 평범하게 나를 길렀다면, 연관을 가질 수도 없었떤 녀석들이야. 그 녀석들을 만난건……얄궂지만 당신 덕분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
"……큭큭크……앗핫하! 너는 특이한 녀석이야. 보통 이런 바보 자식한테 감사하는 놈은 없다고?"
"당신의 아들이니까. 바보 자식인건 서로 마찬가지지"
"훗훗후. ……하-, 오랜만에 웃었다. 너랑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건 생각 못했어"
나도야"
……어라? 왠지 어느샌가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네.
"어이, 시간이다"
"어이쿠. 슬슬 가야겠군"
"아버지!"
방에서 나가려고 하는 아버지를 불러세운다. 나는 그 등에, 한 마디만 말했다.
기우하게도 같은 날에 태어난 아버지에게,
"……생일 축하해"
라고.
"큿. ……아아. 이런 아버지라서 미안하다, 하치만. ……생일 축하한다"
나와 아버지의 오랜만에 대면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좋은 아드님이군"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아까운……장한, 아들입니다……! 읏……우으……!"
형무관은 히키가야 아버지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계속 거기서 기다렸다. 실제로는 형무관도 조금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나도 오랜만에……아버지를 만날까……그리도 여동생도, 말야……)"
"오빠!"
켁.
"코, 코마치? 왜 여기에?"
"왜가 아니야-! 어째서 이런데 온거야!?"
"맞아, 하치만. 지금 당장 여기서 자백해"
"하치만, 나 좀 폭발할것 같은데"
후에에……유키노랑 하야토도 무서워어……거봐, 다들 겁먹고 있고…….
"으-음……뭐, 하나만 말할 수 있는게 있군"
"""뭐!?"""
그러니까 무섭다고.
"코마치. 이리로 와"
"어? 으, 응. ……앗!?"
코마치를 꼬옥 안아준다. 응, 괜찮아.
"코마치는 이렇게나 따뜻했구나"
"…………"
다음으로 하야토.
"하? 에?"
"하야하치 왔다--------!"
"히나---!?"
아-, 이 녀석은 그만두는 편이 좋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키노.
꼬오옥.
"후에……후에에에에에에에에에!?"
……좋아.
"극복하고 왔다"
"""""잠깐잠깐잠깐-!"""""
뭐야?
"힛키 왜 그래!? 에!? 하아!?"
"히키가야, 뭐한거야!? 갑자기 왜 그래!?"
"하치만, 나도 꼬옥 안아줬으면 싶은데……"
"아아"
꼬옥.
"앗…"
"토츠하치 햣후---!"
에비나, 너 출혈다량으로 죽는거 아냐?
후우. 아직 조금 두통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괜찮은것 같다. ……역시 폭력은 아직 무리지만.
"오, 오ㅃ, 오빠……? 어어어어어떡, 한거야?"
"아니-, 아버지랑 대화하고, 진실을 듣고 왔어. 그걸 들었더니……조금 트라우마를 극복했어. 아직 진짜 애정은 모르겠지만, 껴안는거나 만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우에……우에에에에엥! 오빠햐아!"
울며붙는 코마치를 받아내고, 그 가녀린 몸을 껴안는다. 코마치는 이렇게나 작았구나…….
"미안해, 코마치"
"으응! 갠차나……후에에엥!"
코마치의 등을 가볍게 문질러주니, 머리를 누군가에게 벅벅 문질러졌다.
"정말로 괜찮구나"
"아아. 하야토도, 그리고 유키노도, 정말로 폐를 끼쳤어"
"아니, 네 탓이 아니야. 안 그래, 유키노. ……유키노?"
""
……유키노 녀석,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기절하고 있군. 역시 여자애를 껴안는건 좀 그랬나?
"아-……하는 수 없네. 하루노 누나를 부를까"
"……미안……"
"아니, 괜찮아. 하지만 하치만……두번 다신, 정말로 두번 다신 이런짓 하지 말아줘. 약속해줘"
"……선처할게"
더이상 할 일도 없을테지만.
"힛키……이번 일로 힛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어. ……괴로웠지……"
"하치만, 다행이야……"
"유이도 토츠카도 울지마. 훌쩍"
"유미코도 울고 있잖아……"
"우오오오오옹-! 뭐, 뭔지 모르겠지만, 진짜 잘 됐네, 히키타니!"
토베, 역시 너는 바보냐.
"하치만, 이제 집에 가는 편이 좋아.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지쳤지?"
"그렇게 할게. 코마치, 가자"
"응, 응! 우와앙!"
가까이 온 택시를 잡고 코마치와 탄다. 처음으로 남의 온기라는걸 느꼈는데……사람이라는건 이렇게나 부드럽고 따뜻했구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조금만 안다. 【12】
집에 돌아오고나서 멍한 머리로 천장을 쳐다보며 오늘 있던 일을 떠올린다.
오늘 아버지와 도랑이 조금 매워져서, 나의 트라우마는 조금이지만 개선됐다. 아버지도 고생을 했다……아니, 아마 나 이상으로 괴로운 꼴을 겪었을테지……어쨌든간에 진짜 닌자가 폭력을 휘두른거니까…….
"오빠?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소파에 앉은 내 다리 사이에 코마치는 앉고 응석부리듯이 기대온다. 지금까지 조금 만지는것 정도 밖에 코마치를 느끼지 못했으니까……그게, 기쁘다.
"……오빠는 정말로 강하네……"
"바보냐. 나는 송사리 중의 송사리야. 너무 송사리 스러워서 슬라임과 비교하는것 조차도 슬라임에게 실례가 될 수준이니까"
"오빠, 자학은 이제 안 돼"
"……예이예이. 그보다 가까워. 코마치 씨, 가깝거든"
역시 귓가에서 속삭이는건 참아줬으면 싶다.
"(오빠가 만져주고 있어……오빠를 느낄 수 있어……이런, 너무 기뻐)"
그, 그러니까 귓가에서 웃는것도 그만해줬으면 싶은데.
띵-동
"응? 이런 시간에 누구야. 엄마인가?"
벌써 밤 8시를 넘고 있는데.
칫"
"코마치, 혀 차지마. 오빠 겁먹는다"
"무슨 소리이? 코마치 모-르겠어-"
짜증나…….
"네-? 엄마야-?
달칵
"안녕, 하치만. 아까보고 또 보네"
……하야토?
랑 유키노랑 사이카랑 유이랑 하루 누나랑……루미?
"……기습이야?"
"어째서 그런 발상이 나오는거야!?"
"오늘은-! 하치만 생일이잖아? 누나네가 축하하러 와줬어-♪"
"힛키, 축하해!"
"해피 버스데이, 하치만!"
"어, 어어. 고마워……"
내 안에서는 오늘 이벤트는 전부 끝났다는 느낌이었으니까……정말 서프라이즈네.
"하, 하치만……"
"오-, 루미루미. 그 후에 괜찮았어?"
"루미루미라고 하지마. ……저기 말야, 다들 사이 좋아졌어. 하치만의 덕분이야. 고마워"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그저 초등학생을 겁먹게 만든 인류 최악의 짓을 한것 뿐이야"
루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루미도 쓰다듬는거 처음이었지.
"……저, 저기……하치만, 안아줘……"
"응? 오오, 좋아"
조금 무겁지만 루미를 안아 올려본다. 응, 역시 인간은 부드럽네.
"므으……!(루미, 치사해……)"
"자자, 유키농. 오늘만큼은, 응? 거기다 지금 유키농이 안겨도 기절할뿐이잖아"
"그, 그것도 그렇네……////"
?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하치만, 오늘은 말야 우리가 저녁을 만들어줄게. 기대해줘"
"오. 땡큐, 얘들아"
현관에서 얘기하는것도 뭐하니, 다들 집 안으로 들인다. 사온 식재랑 과자랑 주스랑……수, 술? 까지 여러가지가 탁상위에 올려졌다.
"자아-! 하치만, 오늘 주역이니까 앉아서 시다려. 누나네가 맛있는걸 많이 만들어줄테니까!"
"정말인가. 너무 기대해버리는데 괜찮겠어? 뺨이 바닥에 떨어질만큼 기대할게"
훗훗후. 뺨은 물론 온몸이 녹아버리게 해・줄・게♪"
하루 누나의 밥은 처음 먹지만……유키노가 그만큼 맛있게 만든다면 하루 누나는 좀 더 맛있게 만드는건가?
소파에 앉으니 루미는 내 무릎 위에 앉고, 코마치는 내 왼팔에 안겨왔다. 냉방 틀었다고는 해도, 답답하다…….
"오빠야. 후후, 오-빠-야♪"
"하치만은 생각했던것보다 크네. 비비적비비적"
"너희들 텐션 높네-"
뭐, 지금까지 쓸쓸하게 했으니까. 앞으로는 양것 응석부리게해주자. 아직 머리는 조금 아프지만, 앞으로 익숙해질테니까.
"아……으으……"
"……유키노, 다녀와. 여기는 우리가 준비해둘테니까"
"하, 하지만……"
"유키노, 우린 말야, 네 행복을 바라고 있어. 여기는 팍 가야지☆"
"유키노, 파이팅!"
"유키농, 힘내"
"……응……////"
뭔가 주섬주섬 얘기하고 있던 유키노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조심 내 손에 양손을 겹쳤다.
"……유키노?
"아……으……하치만……"
"……괜찮아. 이제 발작이 일어나는건 없으니까"
"휴우……그, 그럼……실례할게요…….
……냐아앙♪"
그러자 이번에는 코마치랑 마찬가지로 팔에 안겨았다. 그 표정은 새빨갛지만 엄청 기뻐보이는 얼굴이라서, 마치 고양이처럼 비벼왔다.
……우와, 귀여워…….
"후후. 오빠, 초, 중, 고등학생 초미소녀들에게 둘러싸여서 어떤 기분이야?"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엄청 답답해"
"믓, 하치만……알기 어려워!"
"냐아……정말이야. ……기쁘지만……"
"이 삐줍이는……"
이런 부끄러운 소리를 평범하게 말하겠냐.
찰칵
"훗후-. 행복해보이는 사진 겟"
"하루 누나……도촬은 범죄야"
"농농. 이건 기념촬영♪ 모처럼 하치만이 변했는걸. 이 정도는 해야지"
"언니. ……나중에 메일로 보내줘"
"코마치도 갖고 싶어요-!"
"나도……"
"네네-"
……뭐, 이 정도라면 딱히 상관없지만.
"아니, 유키노. 하야토 보고 있잖아. 떨어져"
"""""…………하아……"""""
왜 한숨!?
"……하치만, 다시 네 생각을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유키노가 좋아하는건?"
"하야토잖아?"
"아냐! 전혀 아냐, 하치만!"
하야토, 캐릭터 흔들리고 있다.
"……하치만, 나, 나느, 나는……스-하-……나는……!"
"유, 유키노 언니만 치사해! 하치만, 나는!"
""너를……정말 좋아해……////""
……어라…….
"힛키……"
"오빠……"
……알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지금이라면 안다. 이 녀석들의 진짜 기분을. 진짜 마음을.
"……우선, 루미. 네 마음은 정말로 기뻐. 고마워. 이런 별볼일 없는 바보 남자를 좋아해줘서"
"별볼일 없다니……"
"하지만 너는 옛날도, 지금도, 앞으로도 역시 동생이야. 사촌 동생이고, 약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도망치지 않는 강함이 있는……자랑스런 동생이야"
"……하아. 뭐, 알고 있었지만……하지만에게 이어서 나는 동생이라는건……하지만, 아직 포기 안할거야"
……이 포기가 나쁜점, 어디의 누군가를 보는것 같다. 이 부분이 피가 이어진 느낌이 나네.
"다음으로 유키노"
"녜헤!?"
너무 긴장했어.
"……유키노가 나를 좋아한다는건 지금도 믿을 수 없는데, 믿어도 돼?"
"……응……
"그런가. ……그럼 그걸 포함해서 대답을 할게"
"으,응……!"
유키노는 소파 위에 정좌를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나는 역시, 애정이나 연애를……잘 모르겠어. 이해할 수가 없어"
"읏……그래……"
"……그러니까,
나에게 가르쳐줘. 사랑을, 다정함을"
"……헤?"
"으……이상이야"
더 이상, 내 입으로 말하게 하지 말아줘. 진짜로 몸은 물론 심장까지 아프니까.
"오빠, 여기서 말 안하면 나아갈 수 없어"
"하치만. 나를 찼으니까 제대로 말 안하면 용서 안할거야"
"으윽……아-, 그러니까-……"
코마치와 루미를 비키게 하고일단 나도 소파 위에 정좌를 한다. 이, 이렇게 대면하면 엄청 부끄러운데…….
아, 그 전에.
"너, 너희들! 요리 안 해도 되는거냐!"
"벌써 끝났어, 힛키"
거짓말, 빨라!?
"자자, 하치만. 우리들이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빨리 대답해줘"
"사, 사이카, 성격 변하지 않았어?"
"나, 친구의 연애같은거 엄청 좋아해! 나에게는 만남이 없으니까. 하하"
사, 사이카가 자학 개그를 했다고!? 하지만……
"""""…………"""""
"……왜, 왜 날 보는거야!"
"""""딱히"""""
"사와자와 씨!?"
그립네, 사와자와 씨.
……좋아, 각오는 굳혔다. 이런건 아버지랑 만날 가공를 할때랑 비교하면 달과 자라다. 아, 그건 유키노에게 실례인가. 물론 이쪽 각오도 그에 상응한다.
"유키노……이런 나라서 미안하지만, 네가 보고 있는것, 듣고 있는것, 느끼고 있는것, 그리고 사랑을……나에게 가르쳐줘"
"……응……응……응!"
"어이쿠야"
갑자기 안겨오지마. 중심 잃어버릴뻔했잖아.
"휘유- 휘유-! 둘 다 뜨겁네-!"
"오빠, 유키노 언니, 축하해-!"
"축하해! 하지만, 아직 포기 안했어!"
"하치만, 잘 됐어……훌쩍"
"축하해, 둘 다.(나도 언젠가, 하루노 누나랑……)"
"유키농, 축하해!(나도 사이랑……!)"
……이, 이건……상상 이상으로 부끄럽다……!
"자, 자자. 슬슬 밥먹자. 밥은 식으면 맛이 반감하니까
"그러게. 코마치도 요리 옮기는거 도울게"
"나도. 역시 지금은 단 둘이 있게 해줄게"
"루미는 분위기를 읽는 아이니까. 자, 코마치랑 저기 가자"
루미랑 코마치는 나한테서 떨어지고, 마침내 단 둘이 되어버렸다. 뭐, 유키노와 단 둘이 있는건 몇번이나 있는 일이지만…….
"…………"
"…………"
……이 분위기는 어색해…….
"……유키노, 왜 나같은걸 선택해준거야? 그게, 하야토가 훨씬 잘 생겼고 부자고 머리도 성격 운동신경도 좋잖아?"
"……중학교 1학년, 5월. 이라고 하면 생각나니?"
"중학교 1학년?"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을때야"
"아, 아-. 그런 일도 있었지……"
유키노는 하이스펙인데다 주위 남자한테선 인기, 여자한테선 질투를 받고 있었다. 괴롭힘이라고 할까, 그건 유키노라는 거대한 국가를 노린 집단 테러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뭐, 나와 하야토가 늘 있었으니까 눈에 띄는 괴롭힘은 없었지만…….
"그 때 괴롭힘……아니, 살인미수에서 하치만이 구해준거……기억 못해?"
"사, 살인미수?"
그런 일이 있었나……?
……아니, 잠깐. 분명히 그 때…….
"……급우 5인조가, 전부 유키노에게 가위를 들이댔을때 말야?"
"그래. 그 때야"
그건가. 그 때는 진짜로 겁먹었다. 잊은 물건을 가질러 가서 돌아오지 않길래 보러 갔더니 유키노가 다섯명에게 가위를 들이대어지고 있었는걸. 진짜로 심장 멎는줄 알았다.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 안나는데……무슨 일 있었어?"
"……그 때, 네가 몸을 던져서 나를 지켜줬어. 네 오른 옆구리와 왼팔, 왼쪽 어깨와 오른다리와 등. 지금도 기억해……"
……어?
황급히 옷을 들춰보니 채찍 상처랑 나이프로 베인 상처에 가려졌지만 확실히 찔린듯한 자국이 있었다.
좀, 이거 진짜냐.
"그 때부터 나는 너한테 푹 빠졌어. 무시했던건……그때 네가 너무 멋져서, 말을 걸려고 할때마다 생각나버려서……부끄러웠어……"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전혀 기억을 못하니까 남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하지만 언제적인가 병원 침대에서 누워있던건 기억한다.
"지금까지 말 못했지만……그때 하치만 멋있었어. 고마워, 정말 좋아해"
"처, 천만에"
그나저나……그 때나, 상당히 바보같은 짓을 했구나. 그보다, 그 살인미수범들, 진짜로 유키노를 죽이려고 했지. 얼마나 유키노에게 살의를 가진거야.
"정말로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렇군. 죽었으면 지금 이렇게 있을수 없었으니까"
지금 유키노는 소파에 앉아있는 내 눈 앞에서 정좌를 푼 상태로 앉아있다. 그 머리를 쓰담고 턱을 골오고롱하자 고양이처럼 손에 비벼온다.
응, 고양이다. 카마쿠라다.
어라? 그러고보니 카마쿠라는 어디갔어?
"……저기-. 유키농, 힛키. 이제 밥먹을 준비 다 됐는데"
"읏. 아, 아아, 미안"
"미, 미안해"
테이블 위를 보니, 거기에는 엄청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테이블을 사이두고 올려져있었다. 아, 거짓말. 접이식 테이블이 나와서, 거기에도 요리가 대량으로 올려져있다.
이거, 그 짧은 시간에 만든건가. 게다가 유이도 도왔을텐데, 그 흔적이 전혀 없다니……하루 누나의 스펙 너무 높잖아.
"그럼! 얘들아, 유릿잔 들고 잇어-!?" 라고 하루 누나.
"네-에!"라고 코마치.
"이예이!"라고 유이.
"드, 들었어"라고 하야토. 왜 더듬어.
"나도"라고 사이카.
"저도"라고 루미.
나와 유키노도 오렌지 주스가 든 유릿잔을 들자 하루 누나가 그 자리에 일어섰다.
"그럼 지금부터, 히키가야 하치만의 생일 17주년 파티를 시작합니다!"
"""이예이!"""
하루 누나와 코마치와 유이와 사이카만 텐션이 높다. 뭐, 축하해주는건 정말로 고맙지만 말야?
"그리고그리고-! 이번에는 더 특별! 하치만의 트라우마 극복 앤드 유키노와 커플 성립기념일이다-!"
"""와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겠어……"
루미루미도 아직 애니까. 그 부분은 딱 자를 수 없나.
"루미, 이리로 와"
"어? ……괜찮아?"
"그래. 동생이 오빠한테 사양하지마"
"그럼 코마치도!?"
"나중에"
"뿌-"
루미는 유키노를 힐끔 본다. 하지만 유키노도 다정한 얼굴로 끄덕여줬다.
"그, 그럼 사양않고"
루미는 내 무릎 위에 앉고, 나에게 등을 기대었다. 그래그래, 지금까지 응석부리지 못했던 만큼 많이 응석부려줘.
나는 아직 응석부리는건 모르지만……응, 남이 하는걸 보고 배우는것도 좋나.
"그럼그럼……건배-!"
"""""건배!"""
"건배, 하치만"
"아아, 건배"
유키노와 건배를 하고 마른 목에 오렌지 주스를 단번에 삼킨다. 응, 오렌지 주스는 맛있네.
그리고나서는 다들 엄청난 기세로 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게임을 했다. 앗, 트위스터 게임을 갖고 온건 누구야. 아니, 하루 누나 말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트위스터 게임은 빨강, 파랑, 노랑, 녹색 순으로 동그라미가 6개씩 나열된 것이다. 규칙은……말할것도 없나, 상당히 아슬아슬하고 어렵게 되어있다. 자칫하면 체력승부가 되니까.
"그러면 그러면… 유키노랑 하치만은 강제 페어야. 그 이외에는 다들 제비를 뽑아서 조 결정이야!"
즉석으로 제비를 모두가 뽑자, 순서대로 같이 조가 결정됐다.
1번. 나, 유키노 페어.
2번. 코마치, 루미 페어.
3번. 하루 누나, 하야토 페어.
4번. 사이카, 유이 페어.
……왠지 의도가 있어보이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의 힘이 작용했나? 신의 보이지 않는 손?
"(하, 하루노 누나랑……!)"
"(사사사사사사이랑……!?)"
약간 2명은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잇는데……술이라도 마셨나? 아, 유키노도 얼굴이 빨갛다.
"그럼 처음은 유키노랑 하치만 페어야. 유키노, 파이팅!"
"으, 응원같은건 필요없어. ……하치만, 아무리 연인 사이가 됐다고 해도, 봐주지는 않을거야"
"너는 여전히 지기 싫어하네……뭐, 나도 질 생각은 없지만"
유키노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처음에는 내가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왼발을 녹색"
"그래. 그럼 하치만은 오른손을 붉은색"
오, 오른손을 붉은색이냐.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그럼 오른발을 붉은색"
"물러. 내 몸의 유연함 알고 있지?"
아, 깜빡했다.
이 녀석, 확실히 엄청 몸이 유연했지. 신체측정 앞으로 엎드리기에서 이 녀석의 기록이 뒤처진건 본 적이 없다.
"왼손을 녹색"
거짓말.
트위스터 게임이란, 상대에게한번 지정된 위치에서는 각도도 장소 바꾸기고 해선 안 된다. 나는 처음에 붉은색에 오른손을 두었다. 그리고 왼손은 반대측에 두라고 한다. 즉, 이젠 몸을 반전 시키지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자세는 꽤 힘들다…….
그대로 잠시동안 교대로 어디에 어느 손발을 두는지 말하고 있으니, 꽤나 엉킨 상태가 되어버렸다.
큭, 어디에 손이 있는지 파악할 수 없어.
"오른손을 녹색에"
어디, 오른손을 녹색으로.
"오, 오빠, 스톱! 그거 위험해!"
"헤? ……하아?"
뭐야? 이 V자 형태는…….
"자, 잠깐 하치만. 거기는……응"
"……서, 설마……"
이, 이거, 유, 유유유유키노의……!?
"자, 잠깐잠깐!"
"소, 소리지르지마……울리, 니까……!"
"그게……그러니까……오, 오른발을 녹색에!"
이, 이걸로 좌우다리가 녹색으로 가서 다리가 벌려지는 일은 없……아.
"하, 하치만……보지마……////"
……이번에는 유키노의 가슴팍이 눈앞에 와서……가득 벌려져있다. 그게……아슬아슬하게 보일락말락해서…….
"미, 미안……!"
"아, 아니, 괜찮아. ……외, 왼손을 파랑에"
왼손을 파랑, 이라. ……어라?
내 입장에서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건 유키노의 손. 그 바로 앞이 내 왼손. 그리고 그 앞에 유키노의 다리. 즉……거기다 손을 뻗으라는 소린가?
그건 즉……그게……그 벌려진 가슴팍에, 좀 더 가까이 오라고 하시는겁니까?
"유, 유키노 씨? 그건 좀……"
"……하, 하치만. 나는 말야, 허언도 헛소리도 하지않아……////"
……지저스.
결국 그리고나서 이어진 나와 유키노의 승부는 체력승부가 되어서 내가 이겼다. 하지만 유키노가 지정한 장소에 손이랑 발을 두자 전부 유키노의 외설스런 부분이 힐끔 보여서……솔직히 불끈불끈합니다.
다음으로 코마치, 루미 페어는 자매가 놀고 있는것 같아서 보고 흐뭇했다. 응, 안심한다.
다음은 하루 누나랑 하야토 페어인데……이게 제일 질이 나쁘다. 하야토에게 무리난제를 강요해서 이상한 포즈를 잡게 하고, 하루 누나는 자신의 무척이나 큰 가슴을 일부러 하야토에게 들이대고……그 녀석, 지금 코피 흘리고 기절하고 있어……. 마음은 잘 안다.
마지막으로 사이카랑 유이 페어인데, 이 둘은 다른 의미로 위태롭다. 나랑 유키노처럼 진심 배틀이나, 하루 누나랑 하야토처럼 일방적으로 상대를 손바닥 위에 잡는것하고는 다르다. 코마치와 루미철머 안심하고 흐뭇하지만……이건 두 사람이 동성이기 때문이다.
즉, 사이카랑 유이 둘은 앞수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으니까,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그게……왠지 에로하다.
유이의 느슨빵빵한 몸은 물론, 사이카의 가녀린 몸에서도 조금 색기가 있다. 사이카는 남자 아냐?
"하, 하치만. 저기……"
"응? 왜 그래?"
"……저, 저기 말야……오늘, 즐거웠어?"
"아아. 아버지와 일도 해결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고, 모두가 축하해줘서 유키노라는……나에게는 아까울 여자친구까지 생겼어. 이젠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을 수준이야"
"꿈이 아니야. 왜냐면……이렇게나 행복한걸……"
"……그렇군"
유키노와 손을 잡고, 그리고 또 트위스터 게임을 하고 있는 코마치와 하루 누나를, 그 주위에서 들떠오르는 모두를 본다.
내가 보고 있는 이 공간이, 이 세계가,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를 빌자.
이렇게해서, 나의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가 막을 내렸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랑을 공부한다. 【13】
장기휴가가 지나고 학교를 간다는건 단번에 의욕을 잃는건 일반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나 수준이 되면 토일요일에 학교를 쉰것만으로도 학교에 갈 의욕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를 걱정끼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몸에 채찍질을 하고 학교로 갈 준비를 한다.
달칵
"하치만, 일어났어?"
"음-,일어났어-"
유키노는 생일 이후 거의 매일 우리집에 온다. 아니, 자고 있다. 가끔 집안 일로 없는것 말고는 거의 매일같이 자고 있다.
엄마는 내가 한 짓을 엄청 화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나를 제대로 껴안아주었다. 정말로……정말로 걱정끼쳤어…….
아버지 쪽은 일주일에 한번은 면회를 가고 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아직 완벽하게 트라우마를 극복한건 아니니까. 뭐, 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이용한다.
"안녕, 유키노. 읍"
"안녕, 하치만. 으음"
미국인처럼 가볍게 껴안는다. 그리고나서 요즘 겨우 익숙해진 키스를 나눈다.
""…………////""화아악!
여, 역시 아직 부끄러워……!
"바, 밥, 다 됐으니까, 빨리 와……////"
"어, 어어////"
……후우. 뭐, 뭐어 앞으로는, 앞으로니까.
교복을 입고 거실로 가니 거기에는 일본인 아침다운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백미, 된장국, 샐러드, 낫토, 생선구이, 말차. 갓 만들어져서 김이 나고 있어서 보는것만으로도 배가 고파진다.
"오빠, 안녕-"
"아아, 안녕"
아니, 코마치. 너 또 그 편차치 25정도의 잡지 읽는거냐. 오빠는 코마치가 바보로 자라는건 싫으니까, 가능하면 안 읽었으면 좋겠다.
"그럼 먹을까"
"""잘 먹겠습니다"""
"후우……잘 먹었어"
"천만에. 어땠어?"
"역시 유키노의 밥은 최고라고 생각햇습니다, 이다"
"어라? 작문?"
"그, 그래. ……다행이야////"
"유키노 언니, 이런 감상이라도 돼? 아니, 괜찮다면야 아무말 않겠지만"
유키노가 만든 밥이라면 전부 좋아한다. 유키노 덕분에 샐러리나 피망도 먹을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럼 코마치, 우리 먼저 갈테니까 문단속 잘해"
"호이호-이, 다녀와요-"
"코마치, 다녀올게"
유키노와 집을 나와서 나란히 학교까지 걷는다. 자전거도 괜찮지만 요즘은 경찰이 말이 많으니……거기다, 걷는 편이 유키노와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좋고.
"나, 하치만이랑 이렇게 걷을 수 있다고는 생각 못했어……하치만이 용기를 내준 덕분이야"
"이렇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지. 설마 유키노가 나를……조, 좋아한다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어, 어쩔 수 없어. 나도, 그게……피했던건 사실이니까……"
……이 분위기 무거워…….
뭐, 내가 중학교때 유키노를 구했던건 어렴풋하게 생각났지만, 잘도 그런 상황에서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나이프나 폭력에 대한 내성이 있었으니까 본능적으로 움직인거라 생각하지만.
"유키노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나서 반성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고쳤지, 분명"
"그, 그것도 그렇지만……하치만이 봐주길 위해서 노력해서 태도랑 성격을 고쳤어……"
"……나한테? ……아, 그런건가……나를 돌아보게 만들기 위해서라는건가"
"그, 그런거 당당하게 말하지 마……! 증말……"
볼뚱해지는 유키노, 귀여워…….
"읏차, 벌써 학교인가. 빠르네"
"응.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는 시간은 참 빠르네"
"너도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하지마"
"답례야, 후후. 그럼 하치만 방과후에 또 봐"
유키노는 미소지으며 작게 손을 흔들고, 일변하여 늠름한 표정을 지어 걸어갔다. 엄청 전환이 빨라. 괴도 20가면도 깜짝 놀라겠다.
"안녕, 하치만"
"오오, 하야토냐"
아침부터 너는 산뜻하네.
"유키노, 네 집에서 반쯤 살고 있지?
"뭐, 그래. 유키노 말하길, 『애정이라는건 잘 잤어 인사에서 잘 자 인사까지, 상대의 반생을 거쳐서 보여주는거야』라는 모양이야"
"대수롭지 않게 성대모사 잘하네…….(하지만 애정이라고 할까, 그거 결혼생활이잖아. 재미있으니까 말 안하지만)"
"이야-, 애정이라는건 속이 깊네. 잘 잤어랑 잘자 키스는 요즘들어 시작했지만, 다녀오겠습니다랑 다녀왔습니다 키스라니……애정은 키스인건가-"
"(그거 세뇌당한거야, 하치만. 역시 재미있으니까 말 안하지만)"
코마치도 자주 나에게 안겨오고, 엄마도 나를 쓰다듬으라고 자주 말해오고……어라? 애정은 설마 키스만이 아냐?
"그보다 하치만. 하나 묻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동정 버렸어?"
"붓!?"
수, 숨이 이상한데 들어갔다……!
"어이, 괜찮아?"
"콜록, 콜록. 너, 너야말로 머리 괜찮아?"
"실례네. 나는 지극히 냉정해. 남자끼리니까 이런 화제는 당연하잖아?"
"아니, 나는 남자친구가 하야토나 사이카밖에 없어"
어, 자이모쿠자? 자이모쿠자 해안 말야?
"아-, 뭐 그런가. 하지만 그런거야. 그래서, 어때?
"……아, 아직, 인데……. 미안하구만……"
"아니, 오히려 건전해서 좋잖아. 사춘기 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아무 일도 없는건 이상하지만. 하치만이랑 유키노라면 이야기는 별개야"
"그치만 서로 처음이고, 여자애는 처음은 아프다고 들었고……
유키노가 아픈거, 싫은걸"
"(뭐야 이 녀석, 귀여워. 만약 하치만이 여자였으면 바로 고백하고 굉침할 수준이다. 에, 굉침하는거냐)"
피를 보는거나 아파하는걸 보면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응, 지금의 나라도 참아낼 자신이 없다.
"그, 그러는 하야토는 어떤데. 뭐, 하야토 수준이라면 여자에게 곤란하지 않을것 같지만"
"어? 나도 동정인데"
"……하?"
"응"
……….
"하하. 또 농담을"
"농담이 아닌데……"
"그, 그치만 너, 하야마 하야토라고? 핸섬남에 머리도 운경신경도 성격도 좋고 집은 부자라고. 조금 바보같은 여자라면 얼마든지 손에 쥘 수 있잖아. 왜 아직도 동정이야? 괴롭히기냐"
"바보같은 여자라니……하치만은 꽤나 독한 소리를 하네. 뭐, 나한테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호호오. 누구야 그거. 너만 나를 알고 있다니 치사해. 네가 좋아하는 녀석도 불어"
"그, 그건……"
하야토는 조금 얼굴을 붉히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한다.
"……아무한테도 안 말할거야?"
"안 말해, 안 말해. 말할정도의 친구는 없어"
"자학 그만해. ……뭐어, 그게……
하, 하루노, 누나……"
"……진짜로?"
에, 하야토, 하루 누나 좋아해?
"진짜야. 진심. ……몰랐어?"
"아아"
내 입장으로 보면 나랑 만나기 전보다 유키노랑 하야토랑 하루 누나는 옛날부터 같이 놀았으니까……그런 연애감정적인건 솟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뭐, 유키노의 나와 하야마에 대한 태도의 차이로 유키노는 하야토를 좋아한다고 지레짐작 했지만……지레짐작은 무섭네.
"과연. 하루 누나에게 자신의 순정을 바치기 위해 지금까지 동정을 관철했다고"
"말투는 맘에 안 들지만 대충 그 대로야"
과연-. 하야토가 하루 누나를-.
"고백 안 해?"
"하, 하려고는 생각하는데……꽤 어려워서. 긴장하고"
"하야마 하야토한테도 못하는 분야가 있었나"
"어쩔 수 없잖아. 고백 받는 일은 있어도, 고백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우왓, 나왔다 자뻑이야기. 죽어"
하지만 뭐, 확실히 하야토는 일주일에 2번은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고 있으니까. 내가 파악한것 만으로도 중학교 여자의 태반이 고백했지 않나? 그리고 일부 남자.
"잘도 그렇게나 고백받고 마음이 안 흔들렸네"
"당연하지. 내 마음속은 반은 하루노 누나가 점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냐"
"위험한데, 너. 한 바퀴 돌아서 존경하겠어"
하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한다면 그냥 고백해버리면 좋을텐데.
"아, 그래그래. 이야기는 바꾸겠는데, 오늘 교실 가면 각오하는 편이 좋아"
"정말로 갑작스럽네. 왜?"
"너랑 유키노가 사귀기 시작했다는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켜서, 지금 좀 심술궂은 모드인 모양이니까"
누구야, 까발린 녀석. 남의 연애니까 내버려둬.
"덧붙여 밀고인은 유이다"
"……그 바보는……"
사이카에게 네가 사이카 좋아한다고 밀고해줄까. 하다못한 보복으로. 아니, 안 할거지만.
"뭐, 히라츠카 선생님 입장으로 보면 네가 누구랑 사귀는건 생각도 못했을테니까. 결혼 못하는 길을 달리는 전우라고 생각했다고 싶어"
결혼못하는 길이라니 뭐야.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실례잖아.
"어이쿠, 교실이군. 그럼 힘내"
"아, 야. ……나참"
하야토랑 떨어져서 자리에 앉아 독서를 시작한다. 요즘 전혀 읽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꽤 읽을 책이 쌓여버렸다.
거기다 독서라는건 좋다. 자신에게는 없는 힘이나 보이지 않는 경치가 책 속의 주인공에게는 보여서, 그걸 자신으로 치환하는 것으로 책의 본질을 즐길 수가 있다.
라노벨을 읽으면 저신이 마치 인기있고 초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전기를 읽으면 위인들이 보고 온 세계를 체감할 수 있다. 미스테리를 읽으면 평소엔 조우할 수 없는 살인사건을 만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책이란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하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세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띵-동-댕-동-딩-동……
아, 벌써 시간인가.
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평소 담임 선생……님이 아닌,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째서야.
"커흠. 아-, 선생님은 집안 일로 조금 늦어지는 모양이니까, 대신해서 내가 왔다. 홈룸과 1교시 종합 시간은 내가 담당할테니까 잘 부탁한다. 하야마, 호령"
"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좋다. 그럼 홈룸을 시작한다. 다음달 둘째 금요일과 토요일에 문화제가 있다. 다음 종합 시간에 상연물을 정할테니까, 각자 대충 생각해두도록. 그리고 문화제 실행위원은 남녀 한명씩 선출한다. ……남자는 히키가야. 너다"
"하아!? 좀, 왜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해. 아니, 말했나.
"……뭐야아……모처럼 길동무라고 생각했는데 배신자 녀서억……게다가 상대는 그 유키노시타라고……리얼충 폭발해라……"
하지만 그 중얼거림에 반의 모두 반응해버렸다. 그 중에는 나를 살의있는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도 있다.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교실 내에 살의가 전염되어 가는걸 느끼고 있으니,
"그보다-"
교실내 여왕, 미우라가 말을 했다. 잘 울리는 목소리로 교실을 충만해가던 어두운 분위기를 무산시킨다.
"히키가야가 누구랑 사귀든 딱히 니들하고는 관계없지 않아? 히키가야는 니들하고 달리 유키노시타와 점점이 있고 소굽친구잖아? 원래 접점이 없는 니들이 히키가야랑 맞붙으려는것 자체가 틀려먹은거라고. 출발 지점이 전혀 다르니까"
시시하다는듯 휴대폰을 만지면서 말하는 미우라는 말 그대로 여왕의 관록이라고 할까……순식간에 교실 분위기를 박살냈다.
"하야토, 너도 유키노시타랑 소꿉친구지?"
"아아. 나랑 유키노랑 하치만은 소꿉친구야"
"그거에 질투하는 남자도 유키노시타한테 질투하는 여자도 전부 짜증나. 질투할 틈이 있으면 자신을 연마해서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맞는 인간이 되도록 노력을 해. 적어도 유키노시타랑 히키가야가 사귀는걸 듣고 질투하는 추잡한 인간은 그런거 불가능하겠지만"
미우라가 휴대폰을 덮고 히라츠카 선생님을 째려봤다. 야, 히라츠카 선생님 울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지나도 결혼 못하는거 아니에요?"
"크헉!"
크리티컬!
이, 이건……아무리 나라도 동정한다…….
"……자, 그럼 기절해버린 히라츠카 선생님을 대신해서 내가 종합 시간은 사회진행을 할게"
하야토는 앞으로 나와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가져온 프린트를 무단으로 읽고, 칠판에 글자를 써간다. 아무래도 오늘 정해두는 일을 쓰는것 같다.
내용은 문화제 실행위원을 남녀 한 명씩 선출. 그리고 교실에서 상연물을 정하는것 같다.
"일단 문화제 실행위원 말인데, 입후보 혹은 추천이라도 상관없어. 누가 해줄 사람 없어?"
……….
뭐, 보통 아무도 입후보 하지 않겠지. 귀찮으니까.
"하야토, 내가 할게"
"어? 괜찮겠어, 하치만?"
"아아. 어차피 유키노도 할테니까, 일단 서포트로서 말이지"
일주일 정도 전에 유키노가 문화제 실행위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혼자 시키면 무리할것 같으니까 서포트를 해야지.
하지만,
"자, 잠깐! 유키노시타가 한다면 내가 할래!"
"아니, 내가!"
"나한테 맡겨!"
"서포트라면 내가 훨씬 잘해!"
……하아. 이 바보들은…….
"나아한테 들은 정도로 필사적이 되갖곤……꼴통이네"
조-------------용…….
네, 침묵.
"유키노시타랑 히키가야는 이미 사귀고 있고,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한테 고백한거니까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에게 홀딱 반해있는건 뻔하잖아. 왜 아직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나아, 바보니까 모르겠거든. 일단 남자 전부 교단에 서서 그 이유를 말해봐. 나아 바보니까, 아마 몇 번이나 들을거라 생각하거든. 나아, 바보니까"
그, 그렇게까지 안해도……라고할까, 자신을 너무 비굴하게 생각하잖아. 세상은 머리가 다가 아니라고.
"……후후. 땡큐, 유미코. 나도 지금 그건 살짝 열받았으니까"
와오. 교실은 물론 학년에서도 톱 카스트인 둘에게 짜증났다는 선언 나왔습니다. 이 둘을 적으로 돌리면 둘의 팬도 적으로 돌리니까 앞으로 학교생활은 어둡겠지.
"그럼 하치만. 문화제 실행위원 잘 부탁해"
"아아"
"그럼, 다음은 여자인데……누가 해줄 사람 없어?"
…………. 뭐, 아무도 없겠지. 하야토가 문화제 실행위원이라면 모를까, 상대가 나니까.
여자 전원이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맞댄다. 유이가 손을 들지 말지 망설이는것 같지만, 그만둬. 너한테 문화제 실행위원을 잘 할수 있다고는 생각 못해.
"저, 저기!"
그 때, 내 대각선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쳐다보니 조금 어두운 갈색 쇼트컷 여자가 있었다. 얼굴은……귀여운 편이지만 성격 나빠보인다. 미우라같은 화려함도 없고, 유키노같은 늠름함도 없고, 유이같은 활발함도 없고, 카와사키같은 남자다움도 없고, 루미같은 강함도 없고, 코마치 같은 친근함도 없고, 토츠카같은 천사다움도 없다.
THE 평범. 너무 평범해서 인상에 남지 않는다. 그보다 누구야?
"나, 해볼까나……"
"사가미, 해줄거야?"
"뭐, 전부터 흥미 있었고, 좋은 기회일까해서"
……음? 지금 저 녀석의 눈……뭔가를 꾸미는 눈이군. 아버지가 나에게 새로운 학대방법을 하려고 할때랑 같은 눈이다.
……이 녀석은 요주의군.
"알았어. 그럼 남자는 하치만으로 여자는 사가미로 부탁할게"
칠판에 쓰여진 이름은……사가미 미나미라…….
가까이 앉아있는 친구로 생각되는 여자에게 긴장했어- 라고 말하는 사가미를 곁눈으로 본다. 눈은 입만큼 물사를 말한다고 옛 사람은 말했다. 지금 사가미의 눈은……문화제를 번성하기 위해 입후보 한게 아니다. 좀 더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입후보한것 같다.
하지만 그건 모르겠다. ……잠시 상태를 쳐다볼까.
그 날, 결국 정한건 문화제 실행위원 뿐이라, 교실에서 하는 상연물은 정하지 못했다. 각자 내일까지 뭔가 하나 생각해두는 모양이지만……뭘로 하지. 커다란 순무 연극 같은거면 되나?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사랑은 조금 앞을 간다. 【14】
다음날 홈룸. 나와 하야토는 칠판 앞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자신만만하게 우쭐댄 표정을 짓는 에비나와 면목없어보이는 유이와 미우라.
그리고 칠판에는 큼직하게,
상연물 : 연극
제재 : 어린왕자
주연 : 히키가야 하치만(왕자님)
하야마 하야토 (우주비행사)
"……히나, 조금 묻고 싶어. 이건 뭐야?"
"뭐냐니 문화제 상연물이야! 덧붙여 이거, 여재아 전원이랑 일부 남자한테 지지를 받앗으니까 거의 결정! 얽혀설키는 두 사람이, 진실된 사랑을 알아 서로를 바라는……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
어이, 여자들과 일부 남자들. 왜 환성을 지르는거야, 무서워. 그 카와사키랑 그 사가마링 그 미우라랑 그 유이마저도 환성을 지르고 있는데. 이 교실은 언제부터 부해에 잠겨든거야?
"잠깐! 저는 문화제 실행위원 일이 바쁘니까 교실쪽은 못 나갑니다!"
"아, 더러워! 나도……나도……이런, 아무것도 없다"
훗, 이겼다. 스스로 말해놓고 뭐하지만 뭐에 이긴걸까
"아-, 그러고보니 히키타니는 문화제 실행위원이었지. 하는 수 없네……"
에비나는 내 이름을 지우고 바로 굳세게 써넣었다.
토츠카 사이카라고.
"나, 나아!?"
"그래, 토츠카! 하야하치의 머스트 커플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야토츠도 충분히 수요가, 아니, 하야토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산더미만큼 있어! 머스트 커플은 하야하치라면, 베스트 커플은 하야토츠야! 이론 반론 항의 질문 말대답은 일절 받지 않겠습니다!"
"""""이의 없음!"""""
이의 없는거냐.
뭐, 이걸로 내가 주역이라는 바보같은 일은 없이 끝났다. 나 같은게 주역을 하며 사람은 확실하게 안 올테니까. 역시 주역은 꽃이 없으면 안 되지.
"큭……비겁해, 하치만……!"
"나는 내 입장을 이용한것 뿐이야. 유감이다, 너랑 연극을 못해서. 아- 슬퍼라-(국어책 읽기)"
"뻔뻔하긴……"
뭐든 말해. 나는 유키노를 전력으로 서포트할 뿐이다.
"상연물은 연극으로 정한것 같군. 그럼 문화제 실행위원은 오늘 방과후에 바로 제 1회 위원회의가 있으니까 늦지말고 가도록"
라고 담임이 말하자, 홈룸은 끝나고 1교시 준비에 들어갔다. 뭐, 1교시는 수학이니까 기본적으로 잠을 자지만. 하야토랑 유키노, 거기다 하루 누나에게 거북한 수학은 중점적으로 배우고 있으니까……이제 대학 수준은 편하게 풀 수 있다.
그러니까 잔다. 잘 자.
그리고 방과후가 되어 나는 학생회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학생회실이 문화제 실행위원회의 회장이 되는 모양이다.
학생회실로 들어가자 다수의 학생이 자리에 앉아잇고,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들어온걸 깨닫지 못했다. 어쩌지, 울고 싶다. 혹시 닌자의 말예니까 무슨 능력을 무의식중에 발동시킨거야? 응, 아니지.
"아, 하치만"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니 유키노가 살짝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옆은 딱 비어있어서……아, 지금 앉으려고 한 남자를 한 마디 뭐라하고 쫓아냈다.
"미안, 늦었어"
"괜찮아. 아직 위원회는 시작 안 했으니까"
"그게 아니라……유키노, 남자를 쫓아냈잖아? 내가 늦은 탓에……번거롭게 해버려서……"
"하치만……"
유키노는 책상 아래로 손을 겹쳐와서 나도 다정하게 손을 잡는다. 모두의 사각에 위치하는 이 장소라면 손을 잡는것 정도는 들키지 않겠지.
"대담한데"
"그, 그치만……계속 하치만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쓸쓸해서……"
………….
"……유키노, 너는 나의 여신이야"
어? 좀……무, 무슨 소리를……!?"
"뭐어, 그게……아무것도 아냐"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손바닥의 온기는 틀림없는 현실이며, 아마 사랑 중 하나……인걸지도. 잘 모르겠지만.
잠시 말없이 책상 아래로 손을 잡고 있으니, 앞 쪽으로 포근한 느낌의 선배같은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그 어깨에는 어깨띠가 비스듬하게 매어져 있어서 『제가 학생회장!』라고 쓰여 있었다.
학생○ 일존이네요, 압니다.
"어, 그러니까, 여러분이 모이셨으니까 이제부터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할게요. 저는 시로메구리 메구리, 학생회장을 맡고 있어요. 여러분-, 힘내서 문화제를 성공시켜요! 오-!"
……왠지 되게 폭신폭신하다고 할까……괜찮나? 이런 사람이 학생회장이라도.
"그럼 우선 문화제 실질 위원장을 정하려고 하는데요……누가 해줄 사람 없어요?"
시로메구리 선배가 말을 하니, 위원 사람들은 주위와 얘기를 시작한다. 아니, 얘기한다기보다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 자신이 위원장이 되어서 만약 실수하면 그 위원장 탓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은 하지 않고 남에게 떠민다.
조직이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반드시 리더가 필요된다. 그리고 리더는 책임자이며, 그 목적을 반드시 달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무거운 책임을 스스로 지원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어라? 혹시……하루 선배의 동생?"
"칫. ……네, 그런데요"
야, 지금 엄청난 혀차는 소리가 들렸어.
"역시나-. 하루 선배가 위원장을 맡았을때 문화제, 되게 성공했거든. 하루 선배의 동생이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데……어때?"
"……하치만, 어떡하지?"
"나한테 돌리지마……"
"그치만, 하치만이랑 일하고 싶은걸……"
"읏. 그, 그런가……그럼 받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나도 유키노랑 일을 하고 싶지만, 부위원장을 할 생각은 없고"
"……그래. 시로메구리 선배, 모처럼 제안해줬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그런가아, 안 됐네. 하루 선배의 동생이라면 반드시 좋은 문화제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에……"
정말로 실망하는 시로메구리 선배. 조금 가엾었지만……죄송합니다, 시로메구리 선배.
"저기이……저, 해볼까 싶은데요……"
……이 목소리는……그게……사가미 미나모토였나?
"저, 예전부터 이런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기술 향상을 위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요"
"정말!? 고마워! 그러니까……"
"아, 사가미 미나미에요. 잘 부탁해요"
음? 지금 저 녀석, 유키노를 본것 같은데…….
……역시, 뭔가 있다.
"유키노. 만일을 위해, 사가미 미나모토를 조심해둬. 알겠지?"
"알고 있어. 지금 그녀의 눈,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던 중학교 동급생이랑 똑같은걸. 거기다……그녀 정도로는 나는 멈추지 않고, 함정에 빠질리도 없어"
"되게 강하게 나오네"
"왜냐면, 지금은 하치만이 있는걸. 남의 악의나 적의에 민감한 네가 나를 가까이서 지켜봐주니까, 나는 안심하고 보낼 수 있어"
읏……위, 위험해라. 지금 내 얼굴 절대로 빨갈거야…….
"거기다, 만약 만일에 나한테 해를 끼치게 된다면……내가 직접 제제를 가할거야"
"미, 믿음직 스럽네……"
거봐, 사가미 미나모토가 몸을 떨고 있잖아. 얼마나 핀포인트로 적의를 보내는거야. 유키노는 Z전사였어?
"네네-. 잡담은 그만두세요-. 그럼 오늘은 해산하겠지만,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할테니까, 여러분 힘내요-!"
"""""오, 오-"""""
시로메구리 선배의 기합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모두. 나? 안 했는데.
학생회실을 나와 일단 부실로 향한다. 이제부터 한동안 쉬게 될거라고 유이에게는 메일로 보고하려고 해더니, 유키노는 중요한 보고니까 제대로 말로 보고하는 편이 좋다고 했으니까.
"유이가하마, 다녀왔어"
"아, 유키농, 힛키. 어서와-"
"유이, 부실 지키기 잘 했어?"
"힛키, 나를 너무 바보 취급하는거 아냐!?"
아니, 실제로 바보잖아.
"유이가하마, 내일부터 문화제 종료까지 부활동, 잠시 쉬기로 할게. 우리는 문화제 실행위원이고, 유이도 교실쪽이 바쁠테니까"
"에-. 유키농하고 못 만나네……"
"미안해. 다음에 놀라가자, 응?"
"응…… 약속이야, 유키농!"
"좀, 안겨붙지마……더워……"
라고 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얼굴이다. 어라? 유이한테 빼앗겼어?
"그럼 3초 이내로 의뢰인이 안 오면 그 이후에 와도 받지 않는걸로. 라고하는 사이에 3초 지났으니까 마감 끝"
"안 샜잖아!?"
"아무도 숫자 샌다고는 안 했어. 제대로 『3초 이내』라고 말한 뒤에 안온 의뢰인이 나빠. 그러니까 저는 나쁘지 않아"
"(저는……귀여워라////)"
"왜 1인칭 바꾼거야!"
……뭐, 라고……?
"유이가 1인칭이라는 단얼르 알고 있어!? 너, 정말로 유이냐!?"
"그러니까 너무 바보 취급----!"
똑똑
"""……하?"""
노크를 했다……라는건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니군. 그럼……의뢰인?
"실례합"
"돌아가주세요"
"아직 마지막까지 말 안했잖아!"
누구야, 이 시끄러운 의뢰인. 실례인 녀서이네.
"앗, 히키타니잖아. 왜 여기 있는거야?"
"히키타니? 아아, 히키타니라. 히키타나리면 그거다, 지금 시베리아에 있어
"히키타니는 힛키말하는거 아냐?"
진짜냐. 전혀 접점이 없는 놈한테까지 나는 별명으로 불리는거냐. 혹시 인기있는 시기냐?
"그래서, 너는……그러니까……사가미 미나모토였나?"
사가미야. 사가미 미나미. 여기 봉사부가 맞지?"
"그래, 여기가 봉사부인건 틀림없어. 하지만 의뢰라면 거절할게. 방금 막, 이제부터 문화제에 총력을 다할거라서 의뢰는 모두 거절하기로 했어"
라고 유키노가 말하자 사가미 미나모토는 있는 대로 얼굴을 찡그렸다.
"하, 하지만 나도 문화제 실행위원이니까,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길잖아? 그럼 의뢰 하나 둘 받아줘도 되지않아?"
"……지금 말했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나는 문화제가 끝날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할 생각인데, 너도 쉬지 않고 내 수준의 일을 한다고 하면 받아들여줄게"
"뭐야, 그 정도――"
"사가미 미나모토, 이거만큼은 말해두마"
"그러니까 사가미라고"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유키노는 한다고 하는건 진짜로 하는 녀석이야. 아침은 6시에 일어나서 7시반에 학교에 가고, 그날 중에 생기는 사무 일을 해내고 방과후에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한 경감시킨다. 수업도 졸지 않고 받고 소란슬버게 떠들지 않고 자신을 위해 공부한 후에 방과후가 되어 누구보다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일을 해.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 날에 못했던 일을 처리하고 자는건 밤 12시. 이게 유키노의 진심이야.그걸 네가 할거야?"
라며, 중학교때 실제로 있던걸 담담하게 말해주자 유이랑 사가미 미나모토는 얼굴을 경직시켰다. 뭐, 나도 들었을때는 놀랬다.
"덧붙여 나는 도울거야. 유키노를 받쳐줄 수 있는건 나 뿐이니까"
"후후. 고마워, 하치만. 뭐, 요컨대 그런거야. 그게 가능하다면 여기에 사인을 해줘. ……그리고, 아까 위원회에서 얘기했던 기술향상을 나에게 도와달라는 의뢰라면 더 마음먹고 사인을 해줘. 기술 향상이라는건 개인의 노력없이 할 수 있는게 아니야. 내가 지도한 내용을 어디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가로……그렇구나, 하야토 수준 정도로는 기술향상할 수 있을거야"
사가미 미나모토를 의자에 앉히고 책상 앞에 의뢰 계약소와 볼펜, 그리고 인감을 두었다. 바로 뒤에는 나. 오른쪽에는 흥미진진해하는 유이. 왼쪽에는 늠름하게 선 유키노.
"자아"
"……저, 저기 말야. 학생 수준의 의뢰니까, 이렇게까지 안 해도……"
"어설프네, 사가미. 사회에 나가서 따지는 기술이라는건 대개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배운거야. 대학은 그 기초를 굳히는 장소. 지금 너는 그 기초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까, 여기서 중점적으로 기초를 박아줄게. 자, 사인을 해"
유키노에게 논파당한 사가미 미나모토는 울상지어서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써간다. 일단 증거로서 이 장면을 사진 촬영. 나중에 나는 안 썼어 라고 해도 곤란하니까. ……필적 감정을 하면 한방이지만.
지장인을 누른 서류를 받아들고 나, 유이, 유키노 순서대로 체크해간다. 빼먹은 부분은……없는것 같다.
"그럼 내일 방과후부터 의뢰를 개시할게.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괜찮아"
"……네……"
사가미 미나모토는 비틀비틀거리며 교실을 나간다. ……좋아.
""이겼다""
"뭐에!?"
글쎄? 분위기?
"그나저나 이 계약서? 진짜같네-"
"아아, 진짜야. 그 계약서의 유키노의 이름 아래, 잘 봐봐"
"헤? 하야마……쿄이치로? 거기다 유키노시타 하루키? 이건 설마……"
"그래. 하야마랑 유키노의 아버지 이름이야. 변호사사인과 현의회 의원의 사인이 들어있으니까, 어엿한 힘을 가진 서류가 돼. 이게 있는한, 사가미 미나모토는 유키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어"
거기다 이건 이제부터 유키노의 본가 금고에 엄중하게 보관된다. 기간은 내일부터 문화제 종료까지지만, 이건 정진정명 진짜 계약서다.
"그보다, 유키농 잘도 이런걸 갖고 다니네"
"어젯밤에 하치만한테 조언 받았어. 만약 무리한 의뢰가 있을 경우, 자신의 몸에 위험이 미칠 의뢰라면 이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하라고"
"어제, 사가미가 뭔가를 꾸미는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 만일을 위해서 갖고오게 했어"
"과, 과연 힛키……"
"지략에 관해서는 나도 하야토도 이기지 못하니까. 그 지략에 몇번이나 구해졌는지 몰라"
"지략도 지혜중 하나야. 그리고 머리가 딱딱한 녀석보다는 유연한 쪽이 세상을 살아가기 쉬워"
"그럼 내가 머리가 딱딱해도 괜찮겠네. 하치만이 나를 도와주는걸. 그치?"
"……뭐, 맡겨둬////"
그, 그 미소는 진짜 반칙이라니까…….
"그럼 나는 의뢰동안 어떡할까?"
"그렇구나…… 사가미를 지켜봐주겠니? 계약 내용에는 수업중에 잠을 안 자는것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힛키는 안 해?"
"하치만이 봐도 되는건 나뿐이니까 안 돼"
"그런것 같아"
"……유키농, 아까부터 거리낌없이 남편자랑하네"
"그러니?"
""맞아""
아까부터 나,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는걸. 아마 지금 엄청 얼굴 빨갈거야.
"커흠.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해산이지? 집에 가자"
"그렇구나. 아, 하치만. 오늘 시장 같이 가고 싶은데"
"좋아. 오늘 밥은 뭐야?"
"오늘 아침부터 닭고기를 절여뒀으니까, 튀김으로 할까 싶어. 이제 슬슬 냉장고 속이 없어졌으니까 보충해야지. 그리고 돈은 어머님한테 받아뒀으니까 문젱벗어"
"그런가. 유키노의 튀김……기대 되네"
"실력을 보다 쌓을게. 아, 유이가하마. 미안하지만 열쇠를 반납해줄래?"
"아, 응"
"미안. 내일 보자"
유키노의 가방을 들고 부실을 뒤로 한다. 내일부터 의뢰……조금 기대되네.
"부부냐!"
히키가야 하치만은 당근을 기억한다. 【15】
다음날 방과후가 되어, 우리는 학생회실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 가운데는 사가미(겨우 기억했다)가 앉아있고 그 왼쪽에는 나, 오른쪽에는 유키노가 앉아있다. 뭐, 부위원장이 유키노가 나는 유키노와 사가미의 서포트를 하는것 뿐이지만.
"그럼 지금부터 제 2회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합니다. 사가미 위원장, 이걸"
"아, 응. 고마워"
유키노에게 건내받은 종이를 받고 일어서서 각각 반에 역할분담을 전했다. 나와 유키노와 사가미는 자료의 정리와 확인, 그리고 승인이다. 그것만으로는 한가해지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잡무업무도 할까 생각하고 있다.
"후우……"
"사가미 위원장, 아까전의 역할분담건으로 할 얘기가 있어요"
"어? 그, 그치만 저거, 유키노시타가 만들어……"
"네. 반마다 뭐를 잘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특기분야에 맞는 일을 분담하고 있어서 문제는 없어요. 그보다, 모두의 앞이라서 긴장하고 있다는건 알겠지만 너무 더듬거려요. 남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건 언어도단이고, 목소리가 작아서 알기 힘들어요. 조금 더 모두를 이끄는 리더로서 제대로 해주세요"
"……네에……"
설마 말하는 방식 정도로 이렇게 혼날줄은 생각 못한걸테지. 있는 대로 울상지어 침울해져있다.
"유키노가 말한대로지만, 역할을 말할때 한 마디 힘내주세요, 라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줄게요, 라거나 웃는 얼굴로 말한건 잘했다고 생각해"
"저, 정말로?"
"아아. 일단 나랑 유키노로선 할 수 없는 수법이니까. 그 상태로 힘내라"
"……그, 그런가……응, 힘낼게!"
사가미는 단번에 기운을 차리고 잽싸게 서류 작업에 달려들었다.
"므으……하치만, 너무 풀어주면……"
"알고 있어. 하지만 침울해지면 다음에 의욕을 잃을지도 모르잖아? 적당하게 당근과 채찍을 바꿔주지 않으면 저 녀석이 도망칠거라고 생각해서"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하치만 말고는 당근을 쓰지 않을거니까……내가 채찍이고 하치만이 당근. 이면 되겠니?"
"되겠니라니, 나도 그렇게 익숙한건 아니지만……알았어"
확실히, 유키노가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 당근을 사용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하는건 논외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수 밖에 없겠지.
"사가미 위원장, 여기 한자 잘못됐어요. 전문(専門)의 전(専)에는 점을 붙이지 않으니까 주의하세요. 아니면 초등학교부터 다시 배우는건 어때요?"
"글자는 잘 쓰니까 읽기 쉽지만"
"승인인감이 기울어져있으니까, 정신 차리고 곧바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한심하네요"
"전부 테두리선에선 삐져나오지 않았으니까, 보고 있는 상대는 기분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요한 서류는 그대로 책상에 두지 마세요"
"오, 투명한 필름에 넣어뒀나. 이거 보기 쉬워서 좋네"
"컴퓨터 타이핑은 물이 흘러가듯 빨리 해주세요. 이래선 내일 아침까지 걸릴거에요"
"빨리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정확성은 괜찮네. 역시 평소부터 휴대폰을 만지는 만큼 하네"
라며, 이런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길 3일. 사가미는 점점 유키노의 채찍에도 내성이 붙은것 같아서, 실수를 반성하고 점차 활개치기 시작했다.
아직 실수는 있지만 처음때보다 실수가 적어져서 자신이 붙은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고, 제대로 리더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오늘 위원회는 이걸로 종료하지만, 하나만 연락이 있스니다. 내일 위원회를 평소보다 30분 정도 빨리 시작합니다. 이유는"
화이트 보드에 예쁜 글자로 큼지막하게 『이번 문화제 슬로건』이라고 썼다.
"실은 좀 더 빨리 정하고 싶었지만, 버둥거려서 죄송합니다. 갑작스럽지만 이번 문화제 슬로건을 한 사람씩 정해서 와주세요"
"부족해. 3개 정도 생각해오고, 좋은게 있으면 그걸 채용. 없으면 나온 대안을 조사해서 좋은 슬로건을 하나로 좁혀가는 방향으로"
"과연……고마워,유키노시타. 히, 히키가야도 그거면 되겠어……?"
"음? 아아, 괜찮은데"
어이, 왜 눈을 피해. 내가 울어버린다. 주로 내가. 중요한 일이라서 2번 말했습니다.
"기간은 내일 점심시간. 저나 부위원장, 학생회장, 히키가야 중 한 명에게 제출하고, 각자 학생회실에 갖고와주세요. 잊어버린 사람은 페널티로서 일을 셋 정도 늘릴 테니까 그런줄 아세요. 이상, 해산!"
페널티 셋이냐. 의외로 무겁네. 유키노는 만족스러운듯 끄덕이고 있지만.
"후우……"
"수고했어 사가미, 유키노. 자 이거"
카페오레를 둘에게 건내고 나는 맥스캔을 마신다. 응, 역시 피곤할때는 단거지.
"고마워, 하치만. 준비성 좋네"
"미리 냉장고에 넣어뒀어. 시로메구리 선배에게는 허가 받아뒀어"
학생회실에 냉장고가 있다니, 사치스럽잖아. 봉사부에도 넣어주지 않으려나. 300엔 줄테니까.
"고, 고마워……, 히키가야는 다정하네"
"나 같은게 다정하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성인군자로군"
"너무 비관적이야. 히키가야는 자신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다정해"
"……오오……때, 땡큐"
왜 이 녀석, 그렇게나 나를 추켜 세우는거야? 나랑 이 녀석의 접점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렇지?
"정말로 유키노시타가 부러워. 이런 사람이 남친이라니"
"안 줄거야"
"괜찮아, 안 뺏어. 나같은건 히키가야랑 안 어울리는걸. 히키가야랑 어울리는건 역시 유키노시타 뿐이야"
사가미는 나와 유키노를 교대로 보고, 뭔가 만족한것 처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 손을 잡고 세게 우리를 붙이고,
찰칵
"뭣!?
"사가미!?"
"괜찮잖아 괜찮잖아. 내가 이렇게까지 변한건 둘의 덕분이고, 기념으로. 응?"
그러자 이번에는 사가미도 들어와서 안쪽 카메라로 셋이서 촬영.
"영차. 나중에 메일로 사진 보내둘게. 그럼 내일 또 봐-"
……포, 폭풍같은 녀석이군…….
"뭐, 처음과 비교하면 밝아졌군"
"그렇구나. 통솔력이랑 일의 처리도 불이 붙은것 같고. 하지만 풀어줄 생각은 없어"
아, 유키노의 기어가 하나 올라갔다. 유키노가 남에게 무언가를 진심으로 가르칠때는 그 사람에 맞춰서 기어를 올리거나 한다. 사가미는 학습이 좋인까 다음 스텝으로 가는것 같다.
중학생 무렵, 유키노가 몇 번인가 기어를 올려서 누군가를 가르쳤지만……그때 형상이라고 할까, 분위기가 삐걱삐걱 거려서 상당히 무서웠다.
뭐, 나는 그 상태의 유키노, 그리고 유키노보다도 무서운 하루 누나, 가볍게 S모드가 된 하야토한테 여름방학에 공부를 받았지만……확실히 통틀어서 스펙은 올라갔다.
그거랑 비교하면 지금 사가미의 상황은 그리 힘든것도 아니다.
"그럼 집에 갈까"
"그러자"
뭐, 내일부터 힘들거라 생각하지만……힘내라, 사가미.
다음날 방과후. 예정대로 시간에 문화제 실행위원회 전원이 모였다. 그리고 사가미의 앞에는 모두에게서 모은 종이가 든 상자가 있다.
"지금부터 제 3회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합니다. 점심시간에 모은 종이는 전부 냈지만……1하년 A반의 토미야. 네가 쓴 종이만 슬로건이 하나 밖에 안 쓰여있는데, 어째서?"
"어? 그치만 위원장이 하나면 된다고……"
"그 후에 정정했을거야. 슬로건은 한 사람당 3개 써서 제출하라고"
"그, 그건……못 들었습니다"
아-, 남의 얘기는 마지막까지 안 듣다니……저 녀석은 중학생이냐. 중학생의 마음가짐에서 못 벗어나는건 바보잖아.
"하아. ……얘기를 듣고 까먹었다면 모를까, 얘기를 안 들었구나……. 그럼 페널티를 내리겠습니다. 페널티로서 도미야는 일을 3개 늘리고, 같은 조인 다나카 양도 일을 2개 늘리겠습니다"
"어, 어째서요!"
"같은 조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들은 내용을 서로 확인하지 않았으니까요. 연대책임입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껴주세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같은 조가 된 사람과 제대로 내용을 공유하세요. 이상"
……오, 오오. 사가미가 이렇게까지 말하다니……유키노도 조금 놀라고 있잖아. 혹시 이 녀석, 실은 화나면 엄청난 녀석?
다나카는 도미야를 노려보고 마지못해 앉았다. 도마야는 멋쩍은 얼굴을 하고 앉는다. 글러먹었다, 저 녀석. 아무 반성도 하지 않아. 이래선 저 녀석들은 성장하지 않고, 성장한다고 한들, 그 과정을 볼 생각도 안 든다.
"그럼 슬로건 결정으로 넘어갑니다"
유키노가 화이트 보드에 사가미가 읽은 문장을 쓴다. 엄청 예쁜 글자로 쓰여있는데, 그 쓰는속도가 떨어지지 않는게 엄청나다.
"……네, 전부 읽어습니다. 이 중에서 하나, 좋은게 있으면 손을 들어 발언해주세요"
드르륵! 빠밤!
"네넹-! 나, ONE FOR ALL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니!?"
"아, 하루 선배!"
"또 귀찮은게……"
"하루 누나?"
유키노는 놀라고 시로메구리 선배는 기쁨, 히라츠카 선생님은 미간을 누르고 나는 그저 의문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 여기 있는거야?
"어, 그게……유키노시타의 언니분?"
"마, 맞아. ……언니, 왜 여기 온거야?"
"유지참가로 문화제에 참가할까 생각해서. 방금 막 왔더니 재미있는거 하고 있잖아. 아, 네가 위원장인 사가미?"
"아, 네. 처음뵙겠어요, 사가미 미나미에요"
"유키노한테 들었어. 『내 지도에 소리 하나 지르지 않고 이렇게 하는건 좀처럼 없어. 근성이 있어서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라고 했지 말야-! 유키노가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칭찬하는건 처음이야"
"어, 언니, 그만해. 그만둬줘……그만해주세요"
얼굴을 붉히고 하루 누나를 제지하려고 하는 유키노. 아아, 역시 부끄러워하는 유키노 귀여워.
"유키노시타……"
"~~~읏! ……몰라"
"그치만……"
"모른다 뭐"
""""""(뭐야 저거 귀여워!)"""""
이런, 유키노 귀여워. 내 천사, 아니 여신.
"그, 그래서 하루 누나. ONE FOR ALL이 좋다고 했지? 그 이유는?"
"어? 하야토가 좋아하는 말이니까"
……왠지 그냥, 하야토야. 너 지금 고백하면 하루 누나랑 사귈 수 있지 않아? 응, 내가 보장한다.
"하루노, 여기에 앉아서 가만히 있어라"
"네에-. 그럼 또 봐-"
학생회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을 못박으면서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하루 누나. 과연.
"어 그게……커흠. 회의를 재개합니다. 그 외에 이 슬로건이 좋다고 하는 의견은 있습니까?"
으-음……모두 다 흔해빠진 말이라서 재미없네.
"사가미, 아마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걸 내가 대변할게"
"뭔데?"
"이런 재미없는 슬로건 생각한거 누구야. 내가 100배는 훨씬 낫다, 그렇지?"
"""""움찔"""""
알기 쉽구만, 이 녀석들.
"하지만 자신의 슬로건이 좋다고 생각해도 그걸 말하는건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슬로건이라도, 남이 보면 그건 재미없는 슬로건이야. 상대는 나 자신이 아니야. 감성이라고 할까, 인간 그 자체가 자신하고 달라.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고 실수하지"
나는 일어서서 화이트 보드에 내가 지금 생각한 슬로건을 쓴다.
"자신의 슬로건이 좋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슬로건은 재미없다. 말하면 뒤로 험담을 듣는게 아닐까 멋대로 생각하지. 정말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따라서"
『슬로건 : 자기 중심 축제・자기 멋대로 들떠서 나중에 후회하는 문화제』
"지금 문화제 실행위원회에 어울리는 슬로건이다"
라고 이렇게까지 말하자 모두가 하나같이 아연해한다. 뭐,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다들 그렇게 되겠지.
"자, 잠깐 기다려주세요! 모두가 자기 중심이라고 단정짓는건 횡포입니다!"
"어음……너 누구였더라, 후시?"
"도미야입니다"
"그런가. 그래서 도미야. 너는 지금 모두의 대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 그런데요……"
"그 생각이 자기중심이다. 뭐야 너. 모두에게 확인이라도 받았냐?"
"하, 하진 않았지만……그런건 선배도 마찬가지잖아요!"
"아아, 그렇군. 그래서 말했잖아. 이 문화제 실행위원회에는 어울리는 슬로건이라고"
라며 그렇게까지 말하자 겨우 몇 명이 깨달은것 같다. 도미야는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나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걸 멋대로 대변했다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너도 그래. 그리고 문화제 실행위원 모두다 그렇지. 무엇 하나 문화제를 위해 공헌하려고 하는 생각이 없어. 모든건 그 이후의 자기 보호를 위해서다"
방금쓴 슬로건을 위에서 크게 가위표를 친다.
"상대의 생각은 지금은 신경쓰지마. 팍팍 의견을 말하지 않으면 오늘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을거고, 어쩌면 일이 페널티로 늘어날지도 몰라. 그 후의 일은 어떻게든 될거니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이상이다"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올려둔 맥스캔을 한입 마신다. 음, 여전히 엄청 달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박수를 치고, 그게 파문을 일듯 퍼져서 문화제 실행위원 전원이 박수를 쳤다.
"……하?"
어? 뭐야? 어?
"후후. 그럼 여러분, 의견을 내주세요. 하치만, 나랑 하치만이 모두가 낸 대안을 컴퓨터에 칠거야"
"아, 아아……"
뭐, 뭐였던거야, 지금 그거?
그날, 슬로건 정하기는 상당히 열띤 회의가 되어, 일은 전혀 못했지만 문화제 실행위원 전원이 일치단결한 기분이 들었다. 할 수 있으면 처음부터 해라, 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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