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자
"어, 어서와요………히키………여, 여보………"
에이프론 차림의 유키노시타는 부끄러운듯이 시선을 피하면서도 에이프론 자락을 움켜쥐며,
"모, 목욕할래? 밥 먹을래? 아, 아니면………그게, 저기………"
어떻게든 말하려고 하지만 망설이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
"여, 역시 그만하자 유이가하마. 나에겐 무리야"
"힘내, 유키농! 미래의 서방님을 위해서야!"
"그, 그렇다고는 해도………"
주먹을 치켜두는 유이가하마에게 왠일로 압도당하는 유키노시타. 그 무척이나 약해진 표정은 가능하면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만큼 희소가치가 높을 것이다. 유키노시타 검정 3급인 내가 말하는거니까 틀림없다.
"뭐, 유키노시타. 무리 안해도 되지 않아? 장래라고 해도 앞으로 몇 년후의 이야기라고? 지금부터 예행연습을 해버리면 어딘가에서 힘이 빠져서 늦어질지도 모른다?"
어디의 누군가씨 처럼 말이지. 얼른 누가 받아가줘.
"누구의 발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니, 히키가야………?"
설녀처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아졌다. 무섭다. 에이프론을 입고 당사비 3배는 귀여워졌는데, 무서워, 이 새댁.
하지만, 뭐 확실히 이 상황을 만들어버린 원인 중 하나는 나의 서툰 발언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다.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고개를 숙이는 나.
일의 발단은 30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왓, 이 쿠키 맛있어, 유키농!"
"기뻐해줘서 나도 기뻐"
축제도 끝나, 특별희 의뢰도 없던 오늘, 우리들은 평소처럼 부실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수제 쿠키를 갖고와서, 항례 간식 타임은 한층 무르익었다. 주로 나 이외의 두 사람이.
이 거리감이 무척이나 평안하다.
"자, 힛키도 먹어!"
"아니, 유키노시타에게 미안하니까"
"비, 비굴해………"
"아니, 너 그거잖아? 세간에는 『남자 모두에게 만들어왔어요-!』라면서 의리 초콜렛을 갖고와놓고, 막상 받아 먹으려고 했더니 노골적으로 피해버리는 녀석도 있다고? 자기가 만든걸 싫어하는 사람이 먹은것 만으로 울어버리는 녀석도 있다고?"
"미, 미안………………"
"아니, 딱히 상관없어. 괜찮잖냐, 모두에게 주는거니까. 나한테도 의리라도 좋으니까 발렌타인을 주라고. 하다못해 내가 안 보는데서 해줘. 알면 되돌려줄 수가 없잖아"
"히키가야, 즐거운 간식 타임에 불행자랑은 그만해줘. 뭐, 쿠키가 더 달게 느껴지는건 좋지만"
"뭐야, 내 괴로운 과거는 블랙 커피 취급이야? 절묘한 짠맛이냐?"
"자자, 진정해 힛키"
쓴웃음 지으면서 유이가하마는 판씨 모양의 쿠키를 하나 집어들고,
"자, 아-앙!"
나에게 내밀었다.
"아, 스스로 집어먹을테니까 괜찮아"
"에에-!"
큰소리를 지르는 유이가하마를 무시하고 그녀들에게 걸어가 유키노시타를 본다.
"유키노시타, 고맙게 먹으마"
"그래, 그러렴. 쿠키라서 미안하긴 하지만, 하다못해 발렌타인의 기분을 맛보면 될거야"
"의리 초콜렛 리벤지냐? 그것치고는 이 쿠키는 너무 맛있잖냐. 네 수제작이고"
"……………………"
하나 집어서 입에 넣는다.
마, 맛있어! 라고 눈에서 광선이 나갈 수준의 실력이다.
달콤함 속에 희미한 우유향이 나서 무척이나 다정한 기분이 든다.
"아아, 과연 유키노시타다. 달아"
"………그렇게 알기 쉬운 빈말을 들어도 난처해"
"세세하게 칭찬해도 난처하잖아. 맛있는건 맛있다. 그걸로 충분해"
"그건 그렇지만………………"
수줍어 하고 있는지 볼을 붉게 물들이며, 하지만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는 어째선지 뚱해진 표정을 짓고,
"다, 다음엔 내가 쿠키를 만들어 올게!"
"엑"
"엣"
우와, 지금 유키노시타까지 '엣' 거렸어 '엣'이라고. 호흡 딱 맞잖아, 어이.
"일단 유이가하마. ………목탄은 쿠키가 아니거든?"
"힛키 너무해! 여자의 적!"
"네 쿠키는 건강의 적이거든………"
"요, 요즘은 좀 제대로 만들거든!"
"아니, 그러면 괜찮긴 하지만………"
"흥이다! 그런 말을 하는 힛키한테는 절대로 안 줄거야! 유키농보고 전부 먹어달라고 할거야!"
"잘 됐구나,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의 사랑을 독점할 수 있어서. 마리아 님도 보고 있다"
"아니, 히키가야도 사양할 필요는 없어. 유이가하마, 저 남자는 분명 유이가하마의 쿠키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그래. 유이가하마의 요리 실력이 나아졌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직 맛있다고는 진심으로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읽은 그는, 저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가 쿠키를 못 만들어와도 괜찮도록 밑밥을 뿌리는거야"
"그, 그런걸까아………"
"그래. 분명해. 저 비뚤어진 남자니까, 쿠키를 가져오면 '오-, 오늘은 목탄이 아니군……… 잘 했잖아, 유이가하마' 라며 분명 칭찬해줄거야"
"히, 힛키………………"
"속고있다, 유이가하마. 내 발언에 그런 의도는 없어"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히키가야. 히키가야 검정 3급인 나한테"
"뭐야그거 무서워"
왜 너도 갖고 있는건데.
"에, 유키농 뭐야 그거. 어디서 따는거야?"
"기본적으로는 자기신고지만, 그렇구나……… 목소리 상태로 본심을 읽어낼 수 있으면 일단 합격일까"
"오오-!"
"뭐야 너, 읽을 수 있냐? 스토커냐고"
"너같은 하층민에게도 이해를 해주는것 만으로도 낫다고 생각하렴"
"너는 어디까지나 내려다보는 시선이구만…………"
한숨을 쉬는 내 어깨를 유이가하마가 두드린다.
"있지, 힛키힛키"
"뭔데"
"유이가하마 검정, 갖고 싶지 않아?"
"딱히 됐슴다"
"에에-!"
"아니, 그치만 너. 대개 하는 소리는 나나 유키노시타랑 달리 표면에 다 드러나잖아. 검정같은거 없어도 대충 알아볼 수 있다고"
"그, 그런거야!?"
"자각 없던거냐………좋은 일이잖아"
"그 말대로야, 유이가하마. 감추는데 익숙해져버리면, 어느새 본심을 말할 수 없게 되니까"
"그런가아………"
"맞아. 예를 들면, 자. 아-앙"
"에? 아-앙"
"맛있어?"
"응, 맛있어!"
"그렇게 솔직하게 웃어주면 나로서도 기뻐져. 보렴, 이 탁한 눈. 미소마저도 어색하잖니"
"맞다, 유이가하마. 맛있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못하게 될 정도니까"
"뭐니 그거. 내가 나쁘다는 소리니?"
"뭔데, 맛있다고 했잖아. 뭐야 너, 볼래? 1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하치만 스마일 볼래?"
"미안해. 아직 실명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나 끔찍한 미소 아냐………"
"뭐, 그런거야. 유이가하마. 검정 같은건 필요없는 편이 훨씬 멋져. 너는 부디 솔직한 너로 있어줘"
"유, 유키농………"
"뭐, 그러는 편이 조작하기 쉬우니까"
"최악이구나, 히키가야"
"힛키 바보!"
"죄송합니다. ………나도 솔직한 유이가하마가 좋다고 생각한다"
"흥! 그런 싸구려 말로 용서해줄 내가 아니다 뭐!"
"유키노시타, 이 말 싸구려같대"
"난처하네. 나도 거의 다를바 없는 소리를 했는데"
"마, 말하는 사람이 다른걸! 유키농이 말하니까 흔해빠진 말도 빛나는거야!"
"유이가하마는 사람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건가………역시 ※단, 얼짱에 한해서만은 정답이군"
"성형하면 어떠니?"
"에, 뭐야, 그렇게까지 내 얼굴은 절박한 상태냐. 이상한데, 코마치한테도 얼굴만큼은 괜찮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힛키는 성의를 보여주지 않으면 용서 안할거야!"
"성의라아………엎드려 빌기 몇갠데"
"히키가야, 엎드려 빌기는 물건을 세는 단위가 아니야"
"나에겐 이제 이것 밖에 없어, 유키노시타………"
"바보구나, 돈이라는 수단도 있잖니"
"그것도 그런가………얼마 필요해, 유이가하마"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건 어른이 되고나서야!"
"어른이 되어서도 별로 해선 안 되지만 말야"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어, 유이가하마"
"살 수 있는 사랑은 틀림없이 거짓이니까. 주의해라, 유이가하마"
"안 사거든! 스, 스스로 쟁취할거야!"
꽉, 하며 주먹을 움켜쥔 유이가하마에게 등골에 오한을 느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하자.
"그래서, 성의라고 해도 뭘 하잔건데"
"어, 어떡할까나………"
"지금부터 생각하는거냐………네 분노는 그 정도냐"
"보, 보통은 가해자가 생각하는거잖아!"
"그것도 그렇구나. 히키가야, 그 없는 머리를 쥐어짜렴"
"일단 엎드려 빌기 세번 갈까………"
"히, 힛키의 엎드려빌기는 봐도 기쁘지 않아!"
"세상에도 1, 2위를 다툴 가벼운 엎드려 빌기인걸"
"어이, 어디의 시스콘 라노벨 주인공만큼 엎드려 빈 적은 없어. 그보다, 나는 이래봬도 자존심이 높아. 그런 나의 엎드려 빌기라고? 희소가치가 너무 높아서 스스로도 꺼낼 타이밍을 망설인데"
"아니, 엎드려 비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고 할까나아……… 꼴사나운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
"꽤 보고 있지 않아?"
"그, 그건 목적이 있었구………"
"그럼 이번에도 목적이 있으니까 괜찮잖아"
"최대한 보고 싶지 않아!"
그리 들어선 어쩔 수 없다.
"그럼 어떡하잔건데. 이제 나한텐 돈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너는 사과하는게 지금까지 지낸 인생에 없었던거니"
"없었지. 애시당초 사과할 필요가 있을 수준의 교제가 없었으니까"
"그랬구나………"
그러니까 사과할때는 '미안합니다' 밖에 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 생각났어, 힛키!"
"좋아, 와라. 힛키 힘낸다아"
"우와, 밥맛………"
"어이, 그만해. 그 불쑥 말하는거 그만해"
"기분 나빠, 히키가야"
"그래, 유키노시타 정도로는 똑바로 말해. 아직 상처가 얕으니까"
"그래서, 어떤 성의를 생각한거니 유이가하마?"
"성의를 담아서 내 손이 되줘!"
"에, 뭐야 그 미도리의 나날. 오른손이 연인이야?"
"저질이야, 히키가야"
"아? 그런 의미로 말한거 아냐. 어디서 들은 잔지식만 많은 녀석"
"누가 잔지식만 많다는거야. 그 소리를 한다면 너도 그렇잖니?"
"옆길로 새지마, 힛키!"
"빗치 씨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빗치라고 하지마!"
"구체적으로 뭘 하면 돼? 마스터 핸드냐?"
"먹여줄래?"
라고하면서 유이가하마는 쿠키를 가리켰다.
"에에………"
"방금전의 리벤지야, 힛키. 자, 얼른!"
"아니, 네 마음이 풀린다면 그걸로 괜찮지만………"
남이 만든 쿠키를 또 다른 녀석에게 아-앙 한다니, 꽤 하이 레벨이잖아. 이거.
일단 생산자에게 물어보자.
"괜찮겠냐, 유키노시타?"
"그 질문의 진의를 모르겠지만……… 유이가하마가 기뻐한다면 딱히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는거에 비해선 조금 표정이 흐린데……….
하지만 그런건 유이가하마가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왠일이래.
"자, 힛키. 커몬!"
"예이예이"
나는 한숨을 쉬고 쿠키를 들어 유이가하마의 입가로 가져갔다.
"하음"
강아지처럼 그걸 물고, 기뻐하는 모양이다.
"그럼 다음은 유키농한테 아-앙 해줄래?"
"하?"
"에?"
둘이서 기막힌듯 소리를 흘린다.
"자, 얼른!"
진짜냐고…………….
"괜찮겠어, 유키노시타?"
"딱히 상관없지만……… 유이가하마가 기뻐한다면"
"유이가하마 씨는 기쁘냐? 유키노시타가 나한테 쿠키를 받아먹는 모습을 보고"
"기뻐- 엄청 기뻐"
"변태잖아………"
"벼, 변태 아니다 뭐!"
이 녀석도 잘 모르겠구만……….
"………………………"
말없이 눈을 감고 입을 열고서 기다리는 유키노시타도.
"………………아-앙"
"응………………"
입을 닫고, 손을 입술에 대며,
"………………딱히 맛은 변함이 없구나"
"변하면 싫잖냐………"
"어땠어, 유키농?"
"어떠냐고 할건 없어. 너에게 명령 받았으니까 그렇게 한것 뿐이야"
"증말- 유키농도 참-"
"아,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또 또 그런다-"
알콩달콩거리는 두 명.
뭐야 이거. 왜 부활동에서도 커플 알콩콜럼을 봐야하는거야? 러브 코메디의 신님은 귀신이야? 마리아 님이야?
"하지만 뭐, 정말로 맛있네 유키노시타의 쿠키. 가게 내자고. 아이디어료로 나한테 이익의 반을 주고"
"히키가야가 공짜로 일해준다면 생각해봐도 좋아"
"일 안하고 쿠키를 준다면 어떻게든 되려나………?"
"비타민을 섭취 못할테니까 야채주스도 지급해야겠구나"
"오오, 미래예상도가 만들어져가는군………"
"히, 힛키 입장으로 그런 느낌으로도 좋구나………"
"가능하면 전업주부 뿐이지만. 요즘은 세상도 입소문이 심해서 말야. 맞벌이도 늘고 있으니까 더는 무리인가 해서"
"전업주부라아………힛키도 밥 지을 수있지?"
"뭐,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라면. 슬슬 본격적으로 연습하려고는 생각하지만"
"주부로서 스킬 업에 힘쓸 여력이 있다면 다른데 힘을 할애하는게 어떻겠니"
"기타라………하지만 그거, 코마치한테 시끄럽다는 소리 들었었지………"
"아, 취미 찾기 아직 하는구나"
"유키노시타는 평범한 요리도 만들 수 있지"
"과자만 만들어도 난처하잖니. 뭐니? 히키가야에겐 내가 과자가게를 지망하는것처럼 보이니?"
"과자가게라니 또 귀여운 말을 하는구만, 너. 너도 여자애니까 지망해도 이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
"에, 뭐야 그 침묵. 정답?"
"그럴리 없잖아, 바보………"
"왜 나는 혼나는거야………"
"그, 그치만 그거지! 유키농은 요리 잘하니까 아내가 되는게 기대되네!"
"아내?"
유키노시타가?
"………엄청 휘둘릴것 같다"
"휘둘리지 않고 끝날 남자가 나타나면 좋겠는데"
"나타날까나아………"
어지간히도 재각과 기량이 없으면 힘들것 같다.
아, 하야마라면 될것 같기도.
"힛키는 어때?"
"나? 뭐, 그렇군. 일단 가사 일은 전부 내가 떠맡고, 한결같이 상대가 밖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해주는 아내가 될 생각이다"
"그, 그게 아니라. 전업주부가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막 말했잖아? 그럼, 만약 힛키가 평범하게 일하게 되면, 어떤 아내를 원해?"
"아내라아………"
그런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토츠카처럼 있어만 줘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최고지만, 뭐, 무리겠지.
그런 녀석은 대개 인기가 높다. 나 같은건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라고할까, 우선 나와 결혼해줄 사람을 못 찾을것 같다.
결혼생활 계속해 나갈 느낌이 안 들어.
"히키가야, 눈이 탁해지고 있는데………"
"미안. 좀 장래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그렇게나 어두컴컴한 장래야!?"
"아니, 나 결혼 못하잖아. 무리무리"
"아, 아니, 거봐, 만약의 이야기! 만약 결혼하면, 어떤 아내가 이상적인지!"
"가정이라는건 허무해지니까 평소엔 안 하는데 말이다………"
유이가하마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흥미를 가져주는건 기쁜 일이니까.
"그렇군………역시, 빼먹을 수 없는건 난봉군 남편이지"
"기어오르지마"
"죄송합니다"
"유, 유키농 딴죽이 빨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듣자구?"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말한다면………"
"말해도 되냐?"
"어서 말해!"
"그럼 계속하겠는데………뭐, 돌아왔을때 에이프론 차림으로 파닥파닥 거리며 현관까지 나와주면 하치만 입장으로는 포인트 높지"
"흠흠"
"너 왜 메모하는거야. 뭐야, 협박 재료로 쓸 생각이야?"
"신경 쓰지마, 히키가야. 어서 계속하렴?"
"왜 유키노시타도 희희 거리면서 메모하는거야? 그만해, 그 살짝 시린 미소. 협박할 생각이 가득하잖아"
"협박 안 하니까 얼른-"
"어쩔 수 없구만………그래서, 목욕하고 난 후에 소파에서 둘이서 나란히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면서 느긋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좋아. 나, 멘탈 약하니까"
"다정한 사람이 좋다는 소리야?"
"아니, 가끔은 화내줘도 좋아. 전부 받아줘도 그건 그거대로 난처하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서로 대하는 관계로 있고 싶어"
"거짓말을 하지 않고라"
"야, 머야 이 공개처형. 슬슬 그만해도 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도 되니까!"
"………조금만 더라면야. 그렇군, 남은건………잘 때는 같은 이불에서 자고 싶어"
"아, 그거 멋지네!"
"뭐, 신혼일때 뿐이지, 그런건"
"갑자기 식었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좋다고 생각해. 가족이라는 실감이 드는것 같아서"
"가족이라아………힛키, 의외로 좋은 소리 하네………"
"좋은 소리는 아니잖아. 단순한 망상이다. 현실이라면 분명 갑갑하다고 생각할거다"
"또 그런 소리 하네………"
"이제 됐지? 힛키의 아내 담의는 여기서 끝이다"
"힛키, 고마워. 저기………힘낼게?"
"뭘 말인데………"
"하지만 너 한명의 의견에서 보편적인 예측은 할 수 없는데. 역시 남편을 세워주는 아내가 좋으려나?"
"그야 남자니까. 생물학적으로 입장을 신경쓰기 쉬운 모양이고"
"………나도, 연습하는 편이 좋을까?"
"연습?"
이라고 물으니 유키노시타는 정색하며,
"남편을 추켜세워주는 연습"
"너는 진짜 성실하구나………"
"만약의 일을 생각해서 말이야"
"만약이라는건 뭐야………아아, 남편이 사회적 입장이 높아져서 유키노시타 집안이 흔들릴지 모를때, 책임을 짊어져야할 때를 말하나"
"……………………그런걸로 봐도 좋아"
"그 밖에 뭐 있는거냐"
"신경쓰지마"
신경쓰여……………….
"남편을 추켜세워주는 아내라아………어려울것 같은데에"
"요즘 일본인 여성은 그렇게는 안 하니까. 야마토 나데시코는 어디서 만날 수 있어? 교토?"
"멸종위기종이구나"
"떠돌이 메탈 수준의 조우율이겠지"
"연습이라아………. 아, 지금 할래?"
"하?"
"지금, 모처럼 힛키도 있으니까. 힛키를 남편역할 시켜서 우리들이 아내를 하는거야!"
"소꿉놀이냐. 그립구만, 어이"
"좋은 대안이구나"
"우린 고등학생이다"
"연마에 나이는 관계없어. 소꿉놀이라기보다, 이건 시뮬레이트. 우리들의 장래를 위한 포석이야"
"저기, 하자 힛키! 부탁해!"
"에-………………"
"히키가야에게 거부권은 없어"
"에-………"
묘하게 의욕이 선 둘에게 밀려 나는 나이 17살에 소꿉놀이를 하게 됐다.
진흙 경단을 먹여지는건 아니겠지……….
역시, 부실에서 하는건 리스크가 너무 높다는것도 있어서, 유키노시타의 집으로 이동했다.
가던 길에 슈퍼에서 식재를 사갔다. 그러는 김에 유키노시타 선생님의 요리교실도 개최하는 모양이다.
"저녁은 내 집에서 먹고 가도 돼"
"괜찮은거냐 유키노시타 씨………나, 성장기라고?"
"많이 먹어주는 편이 만든 입장에선 기뻐. 알잖니?"
"뭐, 코마치가 처음으로 한 그릇 더 달라고 해줬을때는 지금도 기억하지만 말야………"
"힛키, 코마치의 이야기만 들으면 되게 좋은 오빠네………"
"그런건 아냐. 숙제를 돕고 있으니까. 진짜 좋은 오빠는 무르게 대하지는 않아"
"쓸데없이 무구하게 수줍어하네………"
쓸데없다는건 뭐야. 뭐, 쓸데없나.
이러저러해서 유키노시타 집.
오랜만, 이랄것 까지는 없지만 익숙해질만큼 오지도 않았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할까!"
"한다는건 소꿉놀이로 보면 되지?"
"뭐, 그렇구나. 너는 생각하는 남편을 해줘. 우리는 내심 어떻게 생각하든 남편을 추켜세우는 아내를 할테니까"
"우와, 섣부르게 실수 못하겠네………"
"그렇게 부담 안 가져도 돼, 힛키. 오히려 봐, 남성의 시선에서 어드바이스 해주면 기뻐"
"내가 해주는 어드바이스는 도움이 안 될거라고 생각하는데………알았어. 할 수 있는만큼은 해보마"
"고마워-"
"처음은 누가 할래? 동시에 하는건 무리일테고"
"일부다처제는 아직 허락안 됐으니까"
"내, 내연녀라는건 어때?"
"아내 있으면서 그러는건 불륜이잖아, 유이가하마………"
"모, 모처럼이니까 역할에 몰입하고 싶구! 외야가 있으면 부끄러워지는걸!"
"그것도 그런가………유키노시타는 어떻게 생각해?"
"확실히 그렇구나………이 참에 다같이 하는 편이 수치심은 사라질거야"
"나는 양다리냐………"
"양손에 꽃이야, 힛키!"
"스스로 꽃이라고 하면 안 되잖냐………뭐, 상관없지만. 그럼, 할까"
"그래"
"그럼, 힛키. 밖에 나갈래?"
"하?"
"회사에서 돌아오는데서 시작하자"
"아아, 과연"
"조금 오래 나갔다 와주겠니. 그렇구나, 시간상으로 네 집에 짐을 두러 가는 정도가 딱 좋아. 그 동안 나와 유이가하마가 저녁을 만들어둘테니까"
"오오, 알았어. 그럼 갔다올게"
"다녀와-!"
"다녀와"
두 사람에게 인사를 받으니 뭔가 쿵 왔다.
"뭐, 뭐야?"
"왠지 지금 그거 좋네"
"한번 더 할래?"
"아니, 됐어. 그럼 나중에 봐"
가볍게 손을 흔들고 유키노시타의 집을 나섰다.
집에 도착하니, 현관에서 코마치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빠야, 이거"
큰 가방. 여행용 가방을 건내받았다.
"뭐야, 이거?"
"유이가하마 언니한테 빌린거랑 이것저것. 갖다주면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오오, 그러냐"
크기에 비해선 무거운건 아니다.
여차하면 유이가하마의 집 근처까지 내가 갖고가면 문제도 없다.
"알았어. 내가 책임갖고 전해주마"
"부탁할게!"
다녀와용- 하고 말한 코마치의 만면의 미소가 상당히 빛나고 있던걸 나는 아무 의문도 갖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온 나에게,
"어, 어서와요………히키………여, 여보………"
라고, 이렇게 온 것이다.
유이가하마기 불어넣은 지식인지, 남자에게 인기 많은 대사를 유키노시타는 몇번이나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말하려고 했다.
"아, 아니면…………나, 나나………나는 어때………?"
"말했다!"
"아자!"
어떻게든 말을 끝낸 유키노시타에게 나와 유이가하마가 승리 포즈를 잡는다.
"잘했잖아, 유키노시타"
"응응! 잘했어, 유키농!"
"태, 태도를 바로 바꾸지 말아줘……… 부끄러우니까………"
"아, 그런가………어, 그럼……… 어서와, 여보. 밥 먹을래? 목욕할래? 아니면 유・키・농?"
"나!?"
"유이가하마는 자신의 귀여움에 너를 버린거야, 유키노시타"
"힛키, 아웃!"
"에, 뭐가"
"겨, 결혼했으니까 성씨로 부르는건 안 돼!"
"에에-…………………"
그건 그렇지만……………….
"이름으로 부르는건가………………"
허들 높은데.
"………에, 그럼. 유이"
"응!"
"………유, 유키노"
"………응"
"그게………………다녀왔어"
""어서와!""
우아, 부끄러.
가족이 되자2
"그래서, 어떡할거야?"
"하? 뭐가?"
되물어보니 유이가하마는 뚱하게 볼을 부풀렸다.
"밥먹을건지 목욕할건지 유키농을 선택할건지 물었잖아!"
"나, 나도 들어가있구나, 역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유키노. 귀가 빨간건 그녀도 인간이라는 증거다. 조금 안심한다.
"그거, 덧붙여서 유키노를 고르면 어떻게 되는데?"
"이불은 깔아뒀는데?"
"유키노, 너………………"
"내, 내가 아니라고!? 유이가하마가 멋대로………"
파닥파닥 손을 흔들며 부정을 보이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x사인을 냈다.
"유이! 유이가하마가 아냐!"
"지금 생각하면 적어도 둘 중 한명이 내연녀니까 딱히 성씨로 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힛키 시끄러워!"
"힛키 부르기는 되는거냐………"
한숨을 쉬자 유이가하마는 '엣' 하며 목소리를 흘렸다.
"불러도 돼?"
"어, 그걸 묻냐?"
"순전히 히키가, 하치만은 싫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딱히 싫어하지 않아. 그보다 여자가 이름을 불러주는데 싫어하는 녀석은 없어. 싫어하는 척 하는건 어차피 부끄럼 감추기라고. 유, 유이라면 알잖냐, 그 정도는"
"아니이, 부끄러워서 감출정도라면 무리시키지 않는 편이 좋달까나아, 생각했는데………"
양 손가락을 툭툭 맞대면서 유이는 함박웃고,
"하, 하치만도 기쁘구나, 에헤헤"
"………………뭐, 그거다. 너희들이 나한테 이름으로 불려서 기쁘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 정도로 기뻐"
"그럼 엄청 기쁜거잖아! 해냈어, 유키농!"
"너는 잘도 그런거 스스로 말하는구만……"
"듣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져………"
"에, 뭐가?"
바보는 강하다.
라고할까 이길 수 없다, 응.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한숨을 쉰다.
"그래서, 하치만은 어떡할거야? 배가 텅텅 비었어?"
배가 텅텅 비었다, 라고 하는게 좀 귀여워서 난처한데, 유키노시타……….
뭐, 배는 고프고 저녁을 먹고 싶은 참이지만, 모처럼이니 유이가하마를 골려주자.
"………일단 유이로 할게"
"엑"
놀란 목소리와 동시에 경직한 유이가하마를 곧게 쳐다본다.
"아니, 유키노가 선택지에 있는데 네가 없는건 안 되잖아. 그보다, 자신을 선택지에 내보내지 않은 벌로소, 네가 걸려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주자 유이가하마는 '아우아우' 거린 후에 고개를 숙였다.
음, 저질렀다.
부끄러움 당하기만 했으니까. 가끔은 이쪽에서 놀리는것도 괜찮을 것이다.
해냈다며 유키노시타를 쳐다보니, 유키노시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입이 '몰라, 책임은 스스로 지렴'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에, 뭐야 그 리액션. 거기는 '해냈구나' 라는 승리 포즈를 하거나, '유이가하마를 놀리지 마'라는 유이가하마를 생각하는 딴죽을 해야할거 아냐? 왜 그렇게 아연한 태도를 하는거냐, 너.
당혹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치만"
"네"
진지한 음색에 나도 무심코 자세를 고친다.
유이가하마는 몇초 도전하듯이 나를 노려본 후에,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합니다"
"하?"
의문부를 띄운 내 목소리와 엇갈리듯, 가슴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라고할까 유이가하마였다.
"어읏흐………………"
호아급히 받아냈지만 그 부드러운 부푼 감촉이나 떠다니는 달콤한 향기에 중추를 당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뭐, 뭐하는거야 어이………"
신음지르듯,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내지만, 유이가하마는 모른다는듯 내 가슴에서 목덜미 부근에 이마를 문질렀다.
"응~, 힛키………"
너는 고양이냐. 너 강아지 파잖아. 그건 유키노시타에게만 허락된 행위잖아.
그보다 왜 나는 껴안긴거냐. 부족한 몸이니까 뭐, 껴안아도 돼? 에, 뭐야, 지명 들어오면 허그야? 신혼부부는 다들 이래? 유키노시타도 그럴 예정이었어? 라고할까 너 되게 몸을 날렸잖아. 어디까지나 연습일텐데, 이렇게 바겐세일하다니. 나중에 후회해도 이 엄마는 모른다?
"에헤헤~………………"
그보다, 길어. 내구 스레야? 먼저 꺾이는 쪽이 지는거야? 이제 슬슬 30분 정도 지난거 아냐? 어때, 시계 역할.
"아직 1분도 안 지났어"
내 주위만 정체하고 있는게 아닐까, 시간의 흐름이나, 유행이나. 그리고 그러는 김에 연락망도 내 앞에서 정체하고 있다. 왜 나 혼자서 비오는날 중학교를 가야 했던거야? 학교 쉬는 전화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어쩌면 되는데? 그보다, 나는 뭘 당한거야?"
물어보니까 유이가하마는 겨우 데굴냥 공격을 그만하고 나를 쳐다봤다.
우와, 올려다보기로 보지 말아주세요 모에해버립니다.
"응? 반나절만에 부인님이랑 사랑을 확인하는거잖아?"
"그런건데"
"그건 그런 흐름이었냐………"
그 대사 후에 어떻게 되는건지 본 적이 없으니까 몰랐다.
"유키노시타는 어디서 그 정보를 안거야"
"책이야"
"그렇지요"
환상, 픽션, 만세.
"그래서 선택받은 유이가 이렇게 나를 껴안고 있는 것이다"
"맞아맞아-. 그러니까 힛키도 제대로 안아줘-"
하치만 호칭이 순식간에 끝났군……….
"너, 연습인 주제에 진심을 너무 내잖아……… 알겠냐, 그렇게 휙휙 남자의 몸을 껴안으면"
"아니, 그렇게 휙휙 껴안지 않거든………"
그렇게 냉정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되잖아. 뭐야, 그 기막히단 눈. 우와, 유키노시타까지 같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고. 뭐야, 나 뭐 나쁜 소리라도 했어?
"자아-, 힛키도 얼르은"
유이가하마는 입을 삐죽이며 부-부- 거리고 있다. 뭐야 너, 돼지야?
"재촉하면 안 되요. 차분하지 않은 아이는 미움산답니다"
"아까부터 그 엄마 말씨는 뭐야………"
아니,그치만 봐. 유이가하마 므-, 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도 몸을 꾸욱꾸욱 기대오니까, 감촉이 좀 농담이 아니게 되버리잖슴까. 그러면 더는 정상적인 사고판단은 할 수 없잖슴까. 그보다 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거야, 이 애. 아까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여행 떠나버릴것 같은데.
"이렇게 귀가하고나서 껴안는건 결혼하고나서 며칠까지 계속될까………"
"거긴 하다못해 월 단위로 하렴, 하치만. 너, 꿈이 너무 없잖니"
"기대하면 그렇지 않았을때 괴로워지잖아. 그럼 꿈을 안 꾸는 편이 편하잖아?"
"그럼 기대는 했다는거네? 후후, 너에게도 조금은 소녀뇌가 남아있던 모양이구나"
웃지마, 꼬투리 잡지마, 부끄러워. 수줍어지잖아.
"힛키!"
몰캉, 하고 뺨을 잡아당겨졌다.
"어어, 왜 그래 유이"
"지금은 나를 선택했잖아! 그럼 나만 봐!"
"……………………"
그 말에, 나는 조금이지만 숨을 삼켰다.
"에, 뭐야 그 무언………나, 나 뭐 이상한 소리 한걸까………"
쭈뼛거리면서 도움을 바라는 유이가하마에게 유키노시타는 웃는다.
"이상한 소리는 안 했어, 유이. 하치만은 놀래서, 그리고 기뻐하는거야"
"에?"
그런거야?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이가하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후와앗!?"
비명같은 소리에도 꿋꿋하게, 확실하게 껴안는다.
늘 분위기를 읽기만 했던 그녀.
주위에 배려만 했던 그녀.
그것이, 그렇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담은 말을 하게 되다니.
내심, 기뻐서 견딜 수 없었다.
유이가하마도 또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봉사부에 들어가서, 조금씩 변한 유키노시타나, 어쩌면 나처럼.
"히, 힛키………"
어색하다는듯 주섬주섬 꿈틀대던 유이가하마에게 슬슬 놓을까 하며 팔을 뗀다.
"아………"
쓸쓸하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떨어지려던 몸을 붙였다.
"조, 조금만 더………"
"더는 무리"
"에에-!"
불만스러워하는 그녀를 흔들어서 몸을 떼어낸다.
후우, 아슬아슬 세이프였다……… 하마터면 내 바벨이 완성될뻔했다.
"힛키 헤타레………"
"연습이잖아, 바보. 그렇게 길게 안 해도 되잖아, 바보"
"두, 두번이나 말했다! 바보라고 두 번이나 말했어!"
중요한 거였으니까요.
"좋아, 밥을 먹을까. 그보다, 밥은 다 된거냐"
"아, 잠깐만 힛키"
"왜"
나는 배가 너무 코파서 뱃가죽이 흐물흐물 쪼르르륵인데.
"다음 유키농"
"다음이라니 뭐가"
"사랑의 확인"
"엑"
황급히 유키노시타를 돌아본다.
"응? 유키농?"
"에, 아니, 나, 나는 딱히………"
시선을 이리저리 종횡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안 돼-" 라며 유이가하마는 웃고,
"연습을 해야지. 그치, 힛키? 연습이지?"
질문해온 그 눈이 웃고 있지 않다. 뭐야 너, 허그가 짧았다고 한을 품은거야? 그렇게 허그 좋아해? 그냥 유키노시타랑 계속 껴안고 있으면 되잖아. 내 눈의 보양도 될테니까 오히려 그쪽에서 해주세요.
"자, 유키농!"
"에에………?"
등을 떠밀려, 유키노시타가 내 앞에 온다.
눈 앞에서 보니 의외로 작은 체구에 변함없이 놀란다.
말없이 올려다보는 이 녀석도 여자애라고 재확인하게 된다.
그보다, 뭐야 그 어린애같은 눈.
'장난감 사줄거야?' 같은 조용한 기대를 담은 눈빛을 나한테 돌리지 말아주세요. 판씨 인형이라면 다음에 또 사줄테니까.
"히키가야………"
나를 재촉하는듯한, 자연스럽게 새어나온 중얼거림. 하치만으로 부르지 않는다는건 본래대로 돌아왔다는 걸테지.
"………뭐야. 껴안아도 돼?"
"………연습이니까"
"………………뭐어, 연습은 해둬야하니까. 어색하게 껴안아서 사랑이 식어도 난처하니까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부탁해, 라며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응………………"
꼬옥, 하며 나를 껴안았다.
"………………………"
순간이지만 의식이 날아가고, 그리고나서 돌아와서 현재 상황을 확인한다.
유키노시타가.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냉혈철인이며 설녀 예비군인 그 유키노시타가 나를 껴안고 있다.
뭐야, 이거 무서워.
왠지 몸이 멋대로 떨리고 있는데, 뭐야 이거. 무사 떨기야?
"………히키가야"
"아, 네에엡!"
어찌할바 모르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불만스러운 시선을 향한다.
"………같은 주의를 두번 당할 생각이니?"
………아아.
"미안………"
내 쪽에서도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가늘다.
가늘고, 작고, 금방이라도 부러질것 같은, 가녀린 몸.
만지는데도 힘조절이 필요할것 같은, 그런 섬세한 눈의 결정.
"……………………"
"……………………"
말없이 시간만이 흐른다.
스스로도 불안해지게 심장 고동이 올라갔다.
그것이, 누구의 심장고동인지는 모른다.
그저, 부끄러움과 그것 이외의 무언가가 가슴 속에는 있었다.
"………………슬슬 됐을까"
갑자기 눈이 녹듯이 등 쪽의 힘이 사라졌다.
"어땠어, 유키농?"
"좋은 연습이 됐어"
"그게 아니라-"
"달리 뭐가 있다는거니?"
시원스런 얼굴의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동요를 참으면서 눈을 감는다.
그렇다, 아까전에 껴안았던 그 두 포옹은 둘 다 연습.
나는 그녀들의 찬란한 미래를 위한 연습무대, 혹은 초석.
그녀들도 연습에 있어 진심이었던것 뿐이지, 나를 껴안았으면 좋겠다는건 아닐테니까.
착각하지마, 히키롯트, 그녀들의 마음은 우호이지 호의는 아니니까.
………좋아, 이런거면 되겠지.
힛키의 가벼운 세뇌술이다. 이상한 오해나 기대는 쌍방에게 폐를 끼치기에, 회피해야한다. 그리고 내 트라우마 증가 방지를 위해서도.
………껴안았던 온기는 기억해둬도 괜찮을까.
아니, 나 되게 허무하잖아. 예전 여친에게 매달리는 글러먹은 남자냐고.
하아, 라며 한숨을 쉰 내게,
"하치만, 밥을 먹자"
유키노시타는 미소지었다.
"힛키, 나도 열심히 했으니………아"
전자음이 울리며,
"내 휴대폰이야. 전화 받고 올게"
파닥파닥 복도를 뛰어가는 유이가하마. 구르지 않으면 좋겠구만.
"우리들도 갈까"
"아, 짐은 내가 받을게"
에이프론 차림으로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새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구만………. 그보다 왜 그런 미소가 부드러운거야, 오늘.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유이가하마랑 둘이서 요리 만들면서 알콩달콩 거렸던걸까…….
"오오, 깜빡했다"
바닥에 내려뒀던 그 여행용 가방을 들어올린다.
"이거, 유이한테 돌려주라고 코마치가. 그보다, 유이의 물건인데 유키노에게 들게하는것도 미안한데"
"신경쓰지마. 연습이니까"
그런 천사의 미소로 들으면 거절 할 수 없잖슴까, 싫다-.
"그, 그럼. 자"
"그래, 확실히 받았어"
짐을 받고 유키노시타는 나를 쳐다봤다.
뭘까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는 생긋 웃으며,
"………오늘도 수고했어요, 여보"
"………………어"
무심코 고개를 홱 돌린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후후'라며 미소를 짓고, 짐을 들었다내렸다.
"크기에 비해 무겁지는 않네"
"뭐가 들어있는걸까"
돌아갈때 들고 보내줄테니까 현관에 두는 편이 좋을까.
"아, 그거 거실에 놔둬줘. 나중에 쓸거니까"
전화가 끝났는지 빼꼼, 문에서 고개를 내민 유이가하마가 말했다.
"쓸거야?"
"응!"
헤에.
귀덮개가 들어있으면 좋겠는데……….
"유키농, 그거야 그거!"
"………그래, 알고 있어"
"에, 뭐야. 너도 내용물 알고 있어?"
끄덕이며 수긍한다.
"소녀만화 같은거야?"
"아니, 책은 아니야"
"그럼 인형이나 그런거?"
"그런것도 아니야"
"그럼 코스프레?"
"유이가하마"유이!" ………유이에게 그런 취미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흐응………"
숨을 내쉬니, 유키노시타는 소악마같은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나 흥미가 있어? 이 가방속 내용물"
"아니, 딱히………그저 그거야. 네가 예의 그거라고 하고나서 꽤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니까"
"엣?"
눈치 못챘던거냐……….
아까부터 내 얼굴을 보고는 짐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꼬옥, 가방 손잡이를 움켜쥐는 모습을 원사이클을 해도 벌써 다섯번째다. 그렇게 하면 역시 신경쓰인다.
"뭐야, 나랑 관련된 물건이야?"
"뭐, 뭐어 그래………"
"진짜냐고………"
유이가하마에게 돌려주는게 나랑 관련된 물건이라니, 뭐야 그거 무서워. 굉장히 무섭다.
게다가 여행가방에 들어있다니, 꽤 크다는거 잖습니까, 싫다-.
스토커 규제법 위반으로 유이가하마가 붙잡히면 유키노시타는 울어버릴까.
어떡하지이, 라며 망설이면서 유키노시타를 쳐다보고 있으니, 시선을 눈치챈건지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었다.
"아, 유이한테 빌린 물건이라는건 코마치의 거짓말이야"
"아, 그러냐………"
다행이다………젠장, 정말로 다행이다………!
그럼 앨범이나 그런건가.
하지만 별로 안 무거웠지, 이 가방……… 앨범보다는 가볍다.
"자, 가자. 나도 배가 고파"
"어,어어………"
손을 당겨져서 내심 두근거리면서 복도를 걸어간다.
가족이 되자3
"오늘은 고로케로 해봤습니다-!"
"해, 해봤습니다-"
"오오………"
의자에 앉아, 눈 앞의 접시에는 맛있어보이는 황색의 튀김이 둘.
한 쪽이 유이가하마ⓒ인가………
겉보기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건 기뻐해야하겠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로서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이지, 앗핫핫하. 하아……….
"자, 힛키 먹어봐먹어봐!"
"자신은 있는걸까………"
"유키농보고 옆에서 봐달라고 했으니까!"
남에게 다 떠넘겼잖아………아니, 혼자 한것 보다는 낫군.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힐끔, 맞은편에서 유이가하마와 나란히 앉아있는 유키노시타를 쳐다보니, 그녀는 기막힌듯 웃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제대로 맛있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맛보기는 안 했지만"
맛보기 해주세요-, 좀-. 왜 가장 중요한걸 포기하는겁니까-.
아, 노려봤더니 눈을 돌렸다. 나한테 떠넘길 생각이겠다, 젠장할. 하다못해 어느게 유키노시타가 만든건지만이라도 가르쳐주세요, 부탁합니다.
나의 필사적인 간원(시선에 의한)에도 불구하고, 유이가하마가 스스로 젓가락을 들고 고로케를 한입 크기로 잘랐다.
"자, 아-앙!"
유이가하마가 스스로 잘랐다는건 그쪽은 유이가하마ⓒ인거겠지.
하지만 아-앙인가아, 언제적 이래로일까아. 코마치에게 몇년 전에 받은 이후 처음인가아.
뭐, 그거다. 연습이다. 그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그리고 장래의 서방님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건 나의 연습이기도 하다. 가령, 나에게 아내가 생겼다고 치고, 요리 못하는 아내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위험물을 먹는 훈련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딱히 유이가하마가 아내로 온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아-앙"
운명을 받아들일 각오를 한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입을 연다.
"에잇"
기합과 함께 투하된 온기에 나는 순간 쫄았지만,
"……………………어라"
고기감자는 후끈후끈 따뜻하고, 겉은 사각사각하고 향기롭다.
소박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
"………맛있어"
"정말?!"
몸을 앞으로 내민 유이가하마에게 압도당하면서 '어' 라고 끄덕인다.
"난리법석 피울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하게 맛있어"
"기, 기뻐해도 되는걸까, 그거………"
아하하, 라며 쓴웃음을 짓는 유이가하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이전까지는 음식을 못 만들었잖아. 연성했었잖아"
"너, 너무해!"
아니, 그건 너도 상당히 너무하다. 만든건 제대로 맛을 보라고? 응? 오빠랑 약속이다.
"그러니까, 그, 뭐냐……………… 그게………열심히 했잖아"
몸을 앞으로 내민 유이가하마의 머리가 마침 가까이 있어서 쓰다듬어줬다.
코마치를 칭찬할때처럼 다정하게.
"잘 했어. 앞으로도 열심히 해"
"아, 아우………………"
드물게도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붉히며,
"유, 유키농의 고로케도 먹어! 응!?"
황급히 부엌으로 뒤어갔다.
남겨진 유키노시타와 나.
"………………지나쳤나?"
손님, 과도한 바디 터치는 벌금입니다, 라고 들을것 같아서 조마조마했지만, 유키노시타는 모성마저 느끼게하는 눈빛을 돌려줬다.
"그런건 아니야. 라기보다 놀랬어. 너도 제대로 칭찬할 수 있는 인간이었구나"
"그야 오빠니까. 코마치가 열심히 했을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내가 칭찬해주지 않으면 오빠 해고당한다"
"해고할 수 있는게 아니잖니"
쿡쿡 웃는다.
"그보다, 그거다. ………………너도 머리 이리줘"
"하?"
"………역시 됐어"
유이가하마가 저렇게나 맛있게 요리를 만들 수 있었던건 본인의 성장도 있거니와 유키노시타의 조력도 공적이 컸을 것이다.
그러므로 칭찬해줄까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유키노시타를 칭찬한다니, 나 같은 하층민이 해선 안 되잖아. 대단한 사람한테 혼나겠지.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뭐라고 말하려던 차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선술집 점원같은 기세로 유이가하마의 등장.
"유키농의 자신작! 꽃게 크림 고로케에요-!"
둥, 하며 테이블에 놓여진 그릇에는,
"우오오………"
겉 튀긴 상태로 보건데 유이가하마하고는 명백히 수준이 다른 고로케가 놓여있었다.
"역시 대단한데, 유키노시타………"
감탄을 하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감상은 먹고나서 해줘. 겉보기만으로 판단되어도 곤란해"
"아니, 뭐 그렇긴 하지만………"
이 녀석, 갑자기 기분 나빠졌다. 혹시 오늘 여자애의 날이야? 코마치도 눈에 보이게 짜증내고 있으니까아………. 화풀이로 잔소리를 자주 듣는다.
"자, 먹어봐 힛키! 꼭 놀랄거야!"
"안 놀래………"
어차피 맛있잖아? 알고 있다고?
"유, 유키농도 자신작이지?"
"그래, 맞아"
"어라, 유키농, 기분 나빠?"
"딱히"
휙, 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 녀석 애같애. 지기 싫어하는 점도 그렇지만, 사람과 관계가 적었기 때문에 조금 미발달한 면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뭐, 딱히 유키노시타가 기분을 상하든 나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다.
그것보다도 그거다. 신혼부부도 싸울때는 있을테니, 그거 연습으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해야할건 해야겠지"
라면서 나는 그릇을 유키노시타에게 밀었다.
"자"
"뭐니"
"아-앙 해줘. 연습이잖아?"
그래, 연습이다.
유이가하마도 했으니까 유키노시타도 연습해야지.
"………그렇게나 내가 아-앙해줬으면 좋겠어?"
"연습이라고 했잖아"
"………그렇구나"
아연한 표정인 채로 유키노시타는 젓가락를 집어 고로케를 나눴다.
안에서 녹은 크림이 흘러나와 식욕을 돋운다.
"………자, 아-앙"
"아-………………"
입을 열던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고로케를 집어서 먹이려고 하다가,
"………이대로라면 화상을 입겠구나"
그건 그렇다. 유이가하마의 평범한 고로케와 달리, 안의 크림이 열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혀 위에 놓여지면 즉시 물집이 생길 것이다. 노린걸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지금 눈치챈 모양이다.
"………히키가야, 제대로 리액션 할 수 있니?"
"남편에게 묘한 리액션을 바라지마. 개그맨이 아니니까"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네"
거기서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내쉬고, 몇번 숨을 내쉬고 들이키며 호흡을 가다듬고, 볼을 살짝 붉히고나서,
"후-………"
고로케에 숨을 불었다.
물론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당연하지만 타의는 없고, 또한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
"………자, 아-앙"
"……………………"
몇 번 숨을 불어넣은 고로케를 먹는건 조금 주저했지만,
"………아-앙"
연습이라며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입에 들어간 고로케는 분명 무서울만큼 맛있었을 것이다.
허나, 슬프게도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맛있어?"
질문을 받고 나는 솔직하게 '모르겠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한입 더 먹여줄래?"
"………………바보"
화내버렸으므로 포기하기로 하자.
"너무 맛있어서 놀랬지, 힛키"
"다른 의미로 말이다"
유이가하마 뿐만 아니라 유키노시타까지 이렇게 전력으로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고 만다.
나도 진심으로 도로 갚아줘야겠지……….
"그럼 다음은 내가 아-앙할까"
"엣"
"엣"
경악을 보이는 둘에게 기막혀하면서 말한다.
"아니, 신혼부부라면 아-앙 정도는 서로 할거 아냐. 아마"
젓가락을 들자 둘은 묵묵히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뭐야 이거 대단하. 짖궂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이 애들, 너무 무방비하잖아. 키스당해도 불평 못한다고, 이거. 아, 키스도 못하는 헤타레라고 들켰지……….
"………자, 아-앙"
"왜 조금 텐션이 떨어진거야, 힛키"
"왠지 모르게"
남자로써 프라이드는 버렸을텐데, 아직 남아있었을 줄이야.
"아-앙"
"아-………"
"아-………"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는건 이런 느낌이었던걸까…….
가족이 되자4
저녁도 다 먹어서 정리하는 시간이다.
"요리 준비도 해줬으니까 정리는 내가 할게"
"괜찮아. 식기를 씻는것 까지가 요리니까"
뭐야 그거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소풍이에요, 같은 슬로건.
"아니, 여기는 서방님한테 맡겨둬. 응?"
"서방님………"
"뭐야 그 눈은. 뭐, 불만있냐"
"아니, 새삼 생각해보니 역시 너는 휘둘리는 편이 어울릴것 같아"
"무슨 의미냐, 어이. 믿음직하지 못해서 그런거냐? 아니, 믿음직스럽거든. 바퀴벌레 대처같은것도 엄청 잘하거든"
"주부방면으로 믿음직스러운건 인정하겠지만………"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의 옆에서 유이가하마는 아하하, 쓴웃음을 짓고,
"힛키, 별로 주변머리가 없어 보이네"
"주변머리라는건 그거잖아? 여자가 남자에게 형편 좋게 뭐 해줬으면 싶을때 하는 관용구잖아? 그런거 안 갖고 있다고"
"시, 심한 소리다………"
"틀린건 아니지만 말이야"
"얻어먹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죽으면 된다고 생각해"
"얻어먹은 적도 없는 너한테 들어도………"
"으윽…………"
그건 그렇다.
"………그 부분은 어떤데, 유이가하마"
"어, 나? 아니, 딱히 나는 사주는 쪽이라도 완전 오케이인데?"
"그래선 기둥서방이 되어버리잖냐……… 그게 아니라. 저기………데이트 할때는 남자가 사는 편이 좋은걸까"
"대답할 의무가 있는 질문인거니, 그거"
"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스스로도 불안한거구나………"
동정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아니, 있거든. 한번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떨까나-………"
유이가하마는 으-응, 신음내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
"가치관이라……… 유키노시타는 당연히 돈을 내게 하겠군"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아니, 거 『나와 데이트하게 해주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당연하지(가성)』라고 평범하게 할거 같은데"
"아하하, 힛키, 좀 닮았어!"
"그치?"
"이게 닮은거야?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아니, 조금이니까 괜찮아 유키노시타. 그래서, 그 부분은 어떤데"
"그렇구나………더치페이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 『데이트 하게 해주고 있으니까"흉내는 그만하렴" 네. 그런 느낌으로 생각하진 않아?"
"그런걸 생각할 필요가 있을 상대와 데이트를 갈거라 생각해?"
"아니군"
"아니네"
"그런거야"
흥, 하며 콧방귀를 뀐다.
귀중한 의견이다.
라고할까 유키노시타한테 그런 연애관적인 이야기를 들은건 이거 처음인거 아냐?
"그러고보니 유키농의 연애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어-. 가르쳐줄래?"
"에에………?"
"지, 진심으로 싫다는 소리를 했다!?"
"마음은 안다, 유키노시타. 나도 부실에서 했던 폭로는 이미 흑역사 인정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준이다. ………어라? 그보다 나만 말하는건 불공평하지 않아? 너희들, 상처입지 않잖아?"
"드, 들켰다………!"
"유이가하마, 이럴때는 들켰다고 생각해도 시치미를 떼야하는거야"
"………다시 해도 돼?"
"안 돼"
"으윽………"
어깨를 떨구는 유이가하마와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둘로부터 여성의 연애관이라는걸 들어보는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역시, 둘 모두 '잘 생겼으니까 좋아하게 된다' 라는 절망으로 칠해진 대답은 하지 않을테지.
"내가 설거지 하고 있을테니까 아기자기하게 얘기해줘"
"정말로 씻어줄거야?"
"맡겨줘. 맛있는 밥을 해준 답례다"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개시할때 유키노시타가 먼저 말을 했다.
"그렇구나………가능하면 휘두르고 싶어"
"그렇지"
"기본적으로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문화제처럼 살짝 곤란해졌을때 도와주는 사람이 좋아"
"잘 됐구나, 유이가하마. 너 적임인거 같다"
"부, 부족한 몸이지만………"
"일본에선 여성끼리 결혼을 할 수 없으니까 이주하지 않으면 안 돼"
쿡, 하며 유키노시타가 웃는다.
"남은건………나는 일하고 싶으니까, 가사일을 해주면 고맙겠어. 집에 돌아왔을때 밥이 만들어져 있으면 만점"
"역시 혼자 자취하게 되면 집에 오고나서 밥을 짓는거지?"
"외식은 영양이 치우치니까"
"거기다 유키농의 요리는 맛있으니까 값싼데서는 먹을 수 없지?"
"아니, 혼자서 만들때는 그렇게 만들지는 않아. 매일 적당한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먹을때는 보다 실력을 신경써"
"스스로 먹는만큼 그런데 고집이 있으니까. 나도 코마치가 여행가서 혼자 저녁 먹을때는 늘 절임 뿐이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대충은 안 하는데………"
"아니, 명란젓 절임은 엄청 맛있거든. 따로 필요 없어져"
"그렇게나 추천하면 다음에 시험해볼까………"
"오오, 꼭 해봐라. 싫어하는게 있어도 먹거나 목에 통과하지 않을때도 쑥 넘어가니까"
"싫은 선택 이유다……"
수수하게 중요한 것이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 점에서 여자는 대단하지. 남친에게 차였다면서 울면서도 케이크를 먹을 수 있고. 위장만 본체하고 분리하고 있는거 아냐? 다른 배라고 할까, 다른 몸. 뭐야 이거, 분신 같아.
"나, 남친이 해줬으면 하는건?"
"그, 그런것까지 대답해야하는거니………?"
"뭐, 유이가하마가 묻는다는건 자기도 대답한다는걸테니까. 괜찮지 않겠냐? 가끔은 그렇게 비밀을 서로 털어놓는것도. 싫다, 여자 모임같아………. 하치코는 들어가도 돼?"
"어, 어떨까………가능하면 들어줬으면 싶으려나?"
"그, 그렇구나………"
"진짜로? 들어줬으면 좋겠다니, 수수하게 기쁜 소리를 해주잖아. 여자모임은 처음이야"
"경험이 있는 편이 더 무서운데………"
"남자모임은 없어?"
"엥, 나한테 묻는거야?"
"미안………"
"정말-, 유이코 섬세함 너무 없어-"
"나한테는 코 안붙여도 되잖아!?"
"잠깐, 역성? 뭐라고 말해줘, 유키코-"
"의외로 짜증나는구나, 하치코"
"죄송합니다"
"그래서, 어때 유키코! 남친이 뭐해줬으면 좋겠어?"
"유키코는 계속하는구나, 유이코………"
"에-, 그치만 실명이라면 왠지 부끄럽잖아! 자, 익명으로 하는걸로 하구!"
"눈 앞에서 얘기해놓고 익명이고 뭐고 없는데………뭐, 됐어"
"유키코 파이팅!"
"………………"
역시 화가 났을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말없이 나에게 걸어와 등을 한번 할퀸 후에 돌아갔다.
"그래서, 뭐였던거니? 남친이 해줬으면 싶은거?"
"응! 아, 모처럼이니까 서로 말하기로 할까?"
"좋구나. 그렇게 하자"
"그럼 하치코부터 말해용, 아얏!"
말없이 몸통에 발로 차는건 안 되잖아, 유키코-. 치마가 아니잖아요, 당신, 정말-.
"하, 하치코 마음에 들었구나, 힛키………"
"어, 어어………나도 여자로 태어났으면 인생이 변했을까 생각해서"
"핫"
"비웃었겠다………!"
"여성으로 태어난다한들 분명 너는 변함없을거야"
"그건 그렇지만………"
한숨을 내쉰 나를 뒷전으로,
"그치만 유키농, 힛키가 여자애라면 난처하지"
"지금 되어선 말이야. 실로 유감스럽지만"
둘은 뭔가 소근거리고 있었다. 젠장, 나도 섞어줘. 쓸슬하잖아.
"그럼 유이코부터 말해"
"그러게에………머리 쓰담쓰담!"
"좋구나. ………앉아있을때 어깨를 빌려주거나"
"와, 좋다아. ………다정한 말씨!"
"거짓없는 말이면 기쁘겠어. ………대수롭지 않은 손잡기"
"오히려 팔짱을 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어떨까나"
"손을 서로 맞잡는것도 좋다고 생각해"
"………뭐야 너희들, 엄청 소녀잖아"
"에, 소녀라구"
"아니, 너는 그렇지만………유키노시타도 그러냐"
"어머, 나도 여자애니까"
"스스로 여자애라고 하는거냐, 너………아니, 불평을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솔직히 놀랬다. 그야, 유키노시타도 사춘기 여자니까. 그 정도는 생각해도 보통이지. 하지만 손은 잡은 적이 없겠지, 분명. 그 부분도 말하는건 얼뜨기일것이다.
"꼬옥 껴안아줘!"
"여차할때 의지가 돼"
"이래저래하면서 다정해!"
"소중하게 생각해줘"
"사소한 배려!"
"실은 약하면서 허세부리는 점"
"가끔 그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우리를 신뢰해주는 점"
어라, 왠지 현재형 동사라고 할까, 묘하게 상세한 이야기가 되어가는데……….
"왜, 왠지 부끄러워졌어………"
"본래대로 돌아가면 안 돼, 유이코. 나까지 말려드니까"
"그, 그렇지………"
아하하, 라며 유이가하마의 웃음소리가 들린 후, 대화가 멎었다.
너무나도 침묵이 길어서 신경쓰여서 그녀들 방향을 돌아보니,
"………………"
"………………"
"우옷"
둘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래라………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마. 보여줄만한게 아니니까"
"미, 미안………………"
"아니, 사과 안해도 되는데 말이야………"
뒷처리라는듯 손을 씻는 내 뒤로,
"………왠지 저런 모습을 보면 정말로 결혼한것 같아"
"………………그렇구나"
둘이서 또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 저, 신경쓰여요! 뭐, 어차피 쓸데없이 가정적이라고 경멸하는걸테지. 알고 있다구요-.
"………좋아. 식기도 다 씻었으니, 나는 집에 간다"
이제 9시니까. 역시 더 이상 여자애 집에 있는건 안 좋을 것이다.
그런데 유이가하마가 투정부렸다.
"에-, 할거면 마지막까지 하고가, 연습"
"마지막이라니, 뭔데"
"힛키가 같은 이불에서 자고 싶다고 했잖아"
"너 그건………내 소망이잖아"
"오늘은 마음대로 행동한다고 했을텐데"
유키노시타까지 투정부려왔다……….
"연습에 어울려준다고 했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정신위생상 좋지 않다.
"오, 그거다. 내게는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까. 목욕도 못하고, 목욕하지 않고 자는건 깔끔한거 좋아하는 내 입장으로 포인트 낮으니까"
좋은 변명을 떠올렸다고 생각했지만, 유이가하마는 난처하다는 미소, 유키노시타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 얼굴은"
"에, 에헤헤"
수줍은듯이 웃는 유이가하마의 옆, 유키노시타는 내가 코마치에게 부탁받은 그 여행가방을 들고와서 나에게 건냈다.
"안을 열어봐"
"아?"
들은대로 가방을 열자, 거기에는,
"내 스웨터잖아………거기다 속옷 한 벌에 평상복, 그리고 칫솔이랑 목욕 세트………"
이른바, 힛키 숙박세트가 내재되어 있었다.
"어이, 어떻게 한거야, 이거………"
"테, 테헤페로!"
우와 짜증나게 귀여워……….
"코, 코마치랑 결탁했습니다-!"
"뭐, 뭐라고-"
사랑하는 동생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아, 그러니까 짐을 건내고나서 유키노시타의 행동이 이상했던거냐"
그 때, 눈치챘으면 분명히 힛키 집에 갔을거다.
"너, 거짓말 하는거 서투니까………"
특기가 될만큼 거짓말은 안 하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키노시타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그런건 아니지만………"
"하?"
"아무것도 아니야"
또 수수하게 신경쓰이는 소리를……….
"그래서, 뭐야. 내가 도주할 길은 없어?"
"괜찮잖아, 힛키. 평생의 소원이니까!"
"지금 써도 되는거냐………평생에 한번이라고?"
"아, 아마………"
"아마인거냐………"
이 녀석은 대충 막다른길에 서겠구만……….
"안 되겠니, 히키가야"
"안 된다고 할까, 저기 말이다"
"제대로, 마지막까지 해두고 싶어"
"성실한 너답구나"
"싫으면 괜찮긴 한데, 어때?"
"………………"
연습, 연습이라.
뭐, 연습이니까.
연습이니까, 뭐 자고 가고 괜찮겠지.
숙박 부활동도 하니까.
슬램 덩크도 아오코 씨랑 숙박 슛을 넣었는걸.
좋아, 한다.
"………맡겨둬, 서방님한테"
"정말!?"
"같이 올라탄 배니까. 마지막까지 어울려줄게"
"와아-!"
"후후, 고마워, 히키가야"
생글거리는 두 사람.
"그, 그렇게 기뻐하면 왠지 나 같은게 주제 모르게 올라버려서 죄송합니다 된다고………"
"괜찮아, 히키가야. 너 말고는 할 수 없으니까"
"………………"
또 그런 소리를 하고.
오해해도 모른다?
뭐, 안하지만 말이야. 강철의 의사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럼, 신세지겠습니다"
"목욕 누가 먼저 들어갈거야?"
"힛키가 가장 먼저 목욕해도 되는데? 남편이니까"
"그렇구나. 사양말고 들어가"
"오오, 진짜냐……… 집에선 제일 먼저 목욕하러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수수하게 기쁜데"
"가정내의 입장이 위태롭구나………"
뭐, 카스트 최하위인건 명백한 이치니까.
"그럼 고맙게 쓸게"
"다녀와-"
둘에게 배웅받고 욕실에 들어간건 좋지만,
"………목욕 세트를 가방에 넣은채로 들어갔잖아"
수건이나 목욕 타올이나 갈아옷을 입은 이쪽에 갖고 왔지만.
이래선 아무것도 씻을 수 없다.
유키노시타의 샴푸를 쓸 수도 없고. 뭐야 이거. 어디서 파는거야, 이런 비싸보이는거. 알카에는 안 팔았다고.
그보다, 지금 생각하면 여긴 매일 유키노시타가 쓰는데지.
알몸의 유키노시타가 들어가서, 몸을 씻고 있는건가……….
잠깐만. 지금 앉아있는 이 의자는 유키노시타가 알몸으로 앉고……….
"…………………………"
말없이 바닥에 정좌하고, 죄송합니다라며 의자에 고개를 숙이고나서. 자, 난처하네 라며 머리를 감싸고 있으니, 마침 상황 좋게도 인영이 불투명 유리 너머로 보였다. 둘 중 한명이 화장실에라도 온걸테지.
"미안. 내 목욕 세트좀 갖고와줄래?"
문 너머로 말을 거니,
"마침 지금 갖고 왔어-!"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오오, 고맙다.
"지금 건내줄테니까 허리에 수건이라도 감고 있어줘"
"오-, 알았어"
나의 후지산을 보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아니 잠깐.
지금, 유키노시타가 대답하지 않았나………?
어, 뭐야 호러야? 약간 무서워진 다음 순간,
"실례합니다-!"
"시, 실례할게………"
기세 좋게 문이 열리며, 거기에는 목욕 타올로 몸을 감은 여자 두 명이 입장해왔다.
"………………에"
사고정지해버린 나를 뒷전으로 그녀들은 나에게 눈을 향하며,
"어라, 힛키 왜 정좌하고 있어?"
"늘 그러면서 씻는거니"
잡담을 하면서 내 양옆에 앉는다.
"의자, 하나 밖에 없으니까 히키가야가 앉아줄래?"
"어, 어어………"
들은대로 의자에 앉은 내 옆에 유이가하마가 샤워기로 물을 적시며 '아-, 기분 좋아-' 라고 말하고 있다.
"히키가야, 머리랑 몸은 벌써 씻었어?"
"아, 아니, 아직………목욕 세트 없었고………"
"샴푸 정도는 써줘도 괜찮았는데?"
"그럴수는………"
허둥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쿡 웃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는 말해도 말이야………"
조금씩 의식이 해동되었다.
"왜 너희들 들어온거야?"
"어? 등 씻어주려고 생각해서"
"신혼부부라면 함께 목욕 들어가는건 자주 있는 일이라는 모양이야"
"그것도 그런가………"
같은 이불에서 잔다 운운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방심하고 있었다.
"아, 등 씻어줄까?"
"라기보다 등을 씻는 연습을 하고 싶어"
"진짜냐고………"
"싫어?"
"싫은건 아니지만………"
"그럼 부탁해"
"에-………"
유무를 말하지 않고 등을 돌려져셔, 거기에 타올을 대는걸 알 수 있다.
"유키농이 오른쪽이지? 나, 왼쪽 할게"
"알았어"
"등은 좁으니까 분담안해도 되잖아"
"추, 충분히 넓어!"
"생각한것 보다는 넓구나"
"오오, 빈말이라도 기쁘다………"
"빈말이 아닌데"
"남자애는 역시 등이 넓다고 들으면 기뻐?"
"어느쪽이냐고 하면 여자가 등이 넓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 등을 보고 기뻐한 적은 없고"
"그런가아………응, 힛키의 등 넓어"
"고마워. 아아, 좀 더 세게 문질러주면 고마워"
"므읏!"
"아얏! 뭐하는거야!"
"힛키 바보!"
"지금 그건 아무리 그래도 히키가야가 나빠"
"나는 나쁜짓 안 했잖아………"
"흥!"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기분을 상해버렸다.
그래도 등을 문질러주는건 왠지 모르게 기쁘다.
"유키노시타, 어때. 연습이 됐어?"
"그렇구나. 좋은 경험이 되고 있어. 정성을 다하는것도 의외로 즐겁구나"
"상대만 있으면 말이지. 너도 언젠가, 우호나 그런게 아니라, 좀 더 제대로 된 사랑을 알고 진정으로 정성을 다하는 기쁨을 알거야"
"………바보"
"아파아! 너도냐!"
뭐야? 울분 풀기야? 나는 샌드백이야?
"몰라"
뚱해져버린 미소녀 두 명에게 등을 씻겨진다는 무척이나 기묘한 경험은 5분 정도 이어졌다.
"………이런걸까"
"오오, 땡큐"
"그럼 일단 힛키 먼저 씻을래? 우리는 욕조에 들어갈거니까"
"알았어"
양측에서 두 사람이 일어나서, 압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우선 안도한다.
"와, 힛키 의외로 근육 붙어있네!"
"좀, 보지 말아주세요, 경찰 부른다구요!?"
"지금 부르면 체포되는건 히키가야라는 느낌이 드는데………"
"뭐, 그렇네요……… 그보다, 너도 빤히 쳐다보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아무리 그래도 부끄럽다"
"너는 임간학교에서 우리의 수영복을 봤잖니? 그거랑 같아"
"강매도 정도가 있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것 같아서 한숨을 쉬고나서 잽싸게 다 씻었다.
"좋아, 교대다"
"네-에! 아, 힛키, 이거"
"뭐야 이거"
"수건. 눈가리기용"
"너희들은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면 나보고는 눈가리개를 하라는거냐"
남녀불평등이잖아. 이건 간디도 여장해서 때릴 수준이다.
"아니, 우리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신경쓰진 않지만, 오히려 너는 안 껴도 괜찮겠니?"
"………………끼겠습니다"
끼지 않으면 여러모로 위험하다. 후지산이라던가 바벨탑이라던가 아들이라던가. 실질적으로 하나지요, 이거.
"헤타레-"
"시끄러워, 이 빗치 녀석"
"비, 빗치 아니다 뭐!"
"자, 유이가하마. 우리도 얼른 씻자. 히키가야가 실신하기 전에"
"……………………"
"뭐, 뭐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부끄러운데………"
"아니, 정말로 그 말대로니까 부탁합니다"
"히, 힛키………"
"남자라서 죄송합니다………"
"사, 사과하지 않아도 돼………"
"그, 그래, 괜찮아………"
묘한 다정함을 받으면서, 어색하게 그녀들은 몸을 다 씻고,
"저, 저기, 힛키"
"왜"
"머, 머리, 씻겨주지 않을래?"
"무리"
"그, 그치………"
"미안………내가 조금 더 여유 있는 남자였으면 좋았겠지만 말야…………"
비교적 신경쓰이는 여성과 같은 욕실에 있는것 만으로 이미 여유 따위 없습니다요.
"유감이네………"
면목없지만 머리도 스스로 씻게 했다.
"욕조 좁으니까 나 먼저 나갈게"
"아, 응"
"물은 냉장고에 들어 있으니까. 마셔두렴"
"오오, 땡큐"
어떻게든 손감각으로 욕실을 나와, 목욕 타올로 몸을 닦고, 스웨터를 입었다.
가족이 되자5
"끄아-………………
피가 쏠린 머리는 이미 써먹을 때가 없어서 몽롱한 의식 속에서 어떻게든 냉장고에 도착해서 문을 연다. 안에는 딱히, 롯코우에서 캔 물이 아니거든, 물이 있었다. 수도꼭지에서 넘치는 카르키물을 마시지 않고 이렇게 따로 물을 사는건 무척이나 부루주아같다. 유키노시타가 부자라는걸 새삼 실감한다. 하지만 별로 맛의 차이를 모르는건 내 미각을 포함한 감성이 서민이기 때문일까. 검사기관 상하한도가 유키노시타의 그것보다 좁은 걸테지.
식기단에서 컵을 꺼내서 물을 따르고 있으니 복도쪽에서 파닥파닥 발소리가 들려오고,
"나중에-. 더워-"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보고,
"아, 물이다. 나도 줘-"
"어. 잠깐만 기다려"
눈을 피하면서 그렇게 답했다.
컵을 꺼내서 물을 넣는다는 공정 전에, 몸은 이미 물 한잔을 소망하고 있었다.
뜨끈뜨끈한 김을 뿜으면서 바보얼굴을 보이며 가슴팍을 보이는 친구를 순간이라고는 해도 직시해버렸기 때문이다.
너무 무방비해서 난처하다. 라고할까 욕실에 들어온 시점에서 여러모로 아웃이다.
이 녀석도 그렇고 유키노시타도 그렇고.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무리 숫자적으로는 그쪽이 크다고는 해도, 여자 둘 정도를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정도의 힘도 있을터다. 덮쳐지면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걸 제대로 알아줬으면 싶다.
그런걸 생각하며, 문득 그녀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에 든 컵에 물을 넣은 차에,
"고마워 힛키"
컵은 유이가하마의 손으로 넘어가고, 되게 남자답게 한번에 들이켰다.
"……………………"
"응? 왜 그래 힛키? 아, 한잔 더 마실래?"
입을 다무는 내게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리고나서 컵을 내밀었다.
무심코 받아든 컵.
유이가하마와 간접키스를 성취시킨 밉살스런 컵이다.
…………………아니, 뭐, 확실히 말야? 내 말투도 나빴어.
기다리라고 해놓고 손에 들고 있는 컵에 물을 넣으면 자기를 위해서 담아준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멍하니 하늘을 떠다니고 있는 듯한 의식, 판단력이 빠져있기에 저지른 짓이었다.
평소라면 유이가하마도 조금은 신경썼겠지만, 그녀도 목욕하고 막 나와서 사고속도가 떨어진걸테지.
운이 나빴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아니, 좋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떡해야하나.
건내받은 컵. 그 처우에 대해서다.
건내받았으니 사용행할 것이다.
간접키스 해버려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니아니, 하지만 그거면 되는거냐, 히키가야 하치만.
아무리 목욕하고 나왔다고 해도, 거기에 책임전가를 계속 해도 되는가.
저녁 먹을때 아-앙 했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유사 부부 체험을 위한 행동이지, 지금은 체험도 뭣도 아닌, 그저 욕구에 맡기고 움직이고 있는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여자나 호의와 일정 거리감을 두고온 이 내가 그래도 되는건가.
지금까지 해온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나는 그런, 그 자리의 분위기에 몸을 맡긴다는 행위를 싫어하던것이 아닌가.
"…………………………후우"
조금 진정이 됐다.
사고도 또렷해졌다.
그렇지.
아까전에도 하려고 하면 육욕에 맡겨 그녀들을 덮치는것도 가능했다.
그녀들의 의사를 짓밟고 마음대로 하는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걸 저지한건 결코 선의나 호의가 아닌, 분명 지금까지 쌓아온 그 마음이 아닌가.
그녀들의 갑작스런 내습에 있어서도 의연하게 나는 그 태도를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도 그걸 유지하는건 이미 의무이며, 절대적인 사상이다.
"힛키는 안 마셔?"
"아아, 이제 됐어"
그렇다, 이거면 된다.
결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욕구에 지지 않고, 호의에 무방비하게 매달리지도 않는다.
조용히 살아가는게 아닌가.
"그런가-………………"
"아니, 역시 목이 마른데. 한잔 더 마시지"
"정말!? 그럼 내가 부어줄게!"
"부탁해"
즉단즉결이었다.
흐름에 몸을 맡긴건 아니고, 결코 간접키스 등을 바란건 아니다.
그저, 그녀의 유감스러워 보이는, 쓸쓸해하는 표정을 견딜 수 없었던것 뿐이다.
그런 표정을 지은 유이가하마가 나쁘다. 나는 나쁘지 않아.
거기다 그거다. 이렇게 물을 붓는것도 맥주를 붓는 연습이 된다.
그래, 이건 부부체험의 일환. 해야하는 일이며, 피하는건 그녀들에게 나쁘다.
………하지만 이거, 지금 생각하면 평범하게 다른 곳에 입을 대서 마시면 아무 문제도 없네.
적정하게 부어진 컵을 대수롭지 않게 손 안에서 회전시킨다.
"……………………"
말없이 역회전당했다.
"……………………"
"에, 에헤헤……………………"
말없는 추궁에 유이가하마는 수줍게 웃었다. 비겁하다, 이래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변호사를 불러라.
"……………………뭐, 신혼부부니까 간접 키스 정도로 들뜨는 풋풋함도 있겠지, 응, 그래"
"맞아맞아! 그거야, 응!"
동의도 얻었다. 이걸로 찬성 2표, 무표 1표, 이 행위의 정당성이 증명되었다. 민주주의 만세. 다수결 원리 만세. 내가 생각해도 무시무시한 손바닥 뒤집기다.
"자자, 마셔마셔!"
"어"
"아, 그치만 역시 천천히 마셔!"
주문이 많다. 피가 오른 머리로는 기억할 수 없다.
눈을 감고 단번에 마셨다.
무슨 불평이라도 들을거라 생각했지만, 눈 앞에 선 유이가하마는 마치 숫처녀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그리고 "꺄-" 비명을 지르면서 욕실 쪽으로 파닥파닥 뛰어갔다.
………………그렇게까지 의식하면 나도 하기 힘들다.
라고할까, 실컷 아-앙 했었는데, 아-앙에 너무 집중해서 깨닫지 못했던걸까. 되게 서툰 여자다.
"………………유이가하마가 뛰어왔는데"
유이가하마와 교대하듯 유키노시타가 나타났다.
핑크 배경에 판다가 몇 개나 그려져있다.
생각외로 팬시.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게 난감하다.
"간접키스로 텐션이 오른 결과다. 중학생이냐고"
"그러는 너도 얼굴이 빨개"
"………………나도 중학생이니까아"
지금도 오른손이 간지럽다. 세계는 잘못됐다고 태연하게 생각하니까.
"간접키스 정도로 저렇게까지 텐션이 올라가다니, 행복한 애구나"
"어떤 의미로 진리일지도. 인생은 무슨 일이든 즐기는 사람이 승리라고 하니까"
"너치고는 좋은 소리를 하는구나"
쿡 웃는 유키노시타에게 컵을 내민다.
"자, 수분 섭취해라. 안그래도 너 몸이 약하니까"
"어머, 배려심 깊네. 고마워"
컵을 받은 유키노시타는 꿀꺽꿀꺽 그 하얀 목을 울리면서 물을 마셔간다. 갓 욕실에서 나왔기 때문일까, 평소엔 하얀 피부가 조금 화조 띄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색기가 있다. 갓 목욕 나온 미인의 칭호를 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 너는 나랑 간접키스를 한건데"
"부-------웃"
예쁜 안개다, 약간 무지개가 보일 정도다. 요시모토에도 소개하고 싶은 예술이다.
"일단 입댄 각도를 생각해서 건냈는데, 설마 정말로 먹혀들 줄이야. 그래, 어때, 어…………"
놀리는 뜻을 담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물으려던 나에게,
"……………………"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왠지, 미안"
그 안력에 밀려 고개를 숙인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퍽퍽 주먹을 넣고 있다.
주먹은 가볍게 쥐어져서 말없이 응석쟁이 주먹처럼 머리에 블로우를 건다. 힘조절은 굉장히 자제하고 있다.
"아니, 정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어찌할 수 없이 고개를 계속 숙이는 나에게 그녀는 한동안 공격을 하고, 그래도 질리지 않았는지 이쪽의 귀 앞에 손을 대고 억지로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뭐, 뭐야…………"
눈 앞에 펼쳐진 인형처럼 예쁜 미모에 허둥대는 나를 뒷전으로 유키노시타는 노려보는 눈초리를 나를 쳐다보고, 그리고,
"…………"
"읏!?"
내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그리고 파닥파닥 거리며 욕실로 가버렸다.
"……………………에-"
부드러운 감촉이 남은 뺨에 손을 대면서 멍하니 서 있는다.
아마도지만, 상정도 못한 사태에 유키노시타 자신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된걸테지.
라고는해도, 그 결과가 이거라니……………….
대뜸 빼앗긴 뺨의 첫키스에 다시 사고속도가 지체된다.
소파에 앉아, 화조띈 몸을 느긋하게 식히고 있으니 복도에서 두 명이 나타났다.
"오, 어서와 둘 다"
하다못해 평정을 가장하여 대응을 하자며 뜻을 다진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조용히 제스처를 보였다.
스탠드 업, 플리즈.
"오우 예-………"
대체 무슨 일이 시작하는걸까.
일단 순순히 일어선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끄덕이며, 그리고 조용히 나에게 걸어왔다.
"뭐, 뭐야………그, 그거냐? 신혼부부라는건 목욕하고 나온 뒤에도 허그하는거냐. 하하, 맡겨라 젠장"
내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나는 아까 전에 간접도 아닌 키스에 심하게 곤혹해하는 모양이었다.
이젠 될대로 되라며 긴장을 푼 나의 옆을 지나가, 그리고 등 뒤로 돌아간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여, 역시 포옹, 아니 뭔가 다른데, 이거!"
본래라면 가슴이나 허리에 감겼을 팔은 어째선지 내 옆구리부분에서 튀어나와 그대로 팔을 구속하고 있다.
포옹이 아닌, 구속이다.
"좀, 뭐야!? 뭐가 목적이야, 유키노시타!?"
"……………………"
폭권으로 나온 장본인은 그저 말없이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세게 굳힌다.
"아,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가만히 있을테니까 그렇게 붙지마!"
모두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잠옷이란 대게 천이 얇은 것이다.
두꺼운것도 있지만, 그래도 T셔츠 같은것 보다는 대개 얇은 편이다.
그런 옷을 입은 우리들이 밀착하면 어떻게 될까.
………………감촉이 상세해진다.
전에 그녀의 가슴을 모래산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것 같은데, 그래도 산은 산이라는게 등을 통해 부드러움과 온기에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잘때는 속옷을 입지 않는건지, 뭔가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무슨 감촉이 난다.
남자 고등학생한테 있어선 고문말고는 아닌 행위에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
오히려 강한 힘으로 나를 구속해온다.
붙지 말라고 거절당한게 슬픈걸까, 라고 생각해버리는건 자만인걸테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힛키"
문득 이름을 불렸다.
어느샌가 눈 앞에는 유이가하마가 서 있었다.
"오, 오오 유이가하마. 도와줘. 라고할까, 뭐야 이거"
"몰라?"
알 수 있는 일로 본다면,
"………………아아, 부부싸움이군요, 압니다"
이렇게 구속해서지요, 그리고나서 왕복 싸다귀지요. 평범한 부부는 세지 못할만큼 성립하지 않고, 질척한 애인관계를 갖고 있어야 겨우 성립하는 고등 테크닉이다. 뭐야 그거 너무해.
………………뭐, 이번에는 내가 나쁘다.
저래보여도 의외로 풋풋한 소녀인 유키노시타의 순정을 짓밟고, 그런데다 묘한 짓을 해버린 것이다. 그에 상응한 응보는 필요하다.
"자, 얼른 와라"
눈을 감은 나에게, 유이가하마는 '응' 하고 대답하고, 그리고나서,
"응-…………"
그런 목소리가 가까워져왔다.
황급히 눈을 떠보니 내 눈 앞에, 눈을 감은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확대되어간다.
"자자자잠, 잠깐잠깐잠깐!"
매달려오는 유키노시타와 함께 뒷걸음질치며 물어보니, 유이가하마는 눈을 뜨고 불만스러운듯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너야말로 뭐야! 뭘 하려는거야, 너는!"
"에? 뺨에 키스인데?"
"어찌하여!"
"아니, 그치만 유키농이 했다고 하니까…………"
주눅이 든듯 시선을 피하는 유이가하마에게, 나는 등 뒤로 시선을 돌린다.
"나만 하는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
"불공평이라니, 너…………"
"사랑을 확인하는건 필요하잖니? 그럼, 지금부터 익숙해져야지"
"………………아아, 그런거냐"
이것도 부부체험의 일환이라며 유키노시타는 아까전의 행위마저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거라면 유키노시타의 기행에도, 또 다른 의미가 생겨나서 마음에 평정이 찾아온다.
"그럼 어쩔 수 없군"
하, 하며 숨을 내쉬자 유이가하마는 눈을 반짝이면서 부끄러운듯 주저를 보였다.
"그, 그치만 괜찮을까나……………"
"이제 됐으니까 얼른 해, 진짜! 나도 부끄러우니까!"
아까전의 기습이라면 모를까, 이쪽은 온다는걸 알고 있는거다. 부끄러움 및 심박수가 단위가 다르다. 구심제를 먹고 싶다.
"그, 그럼, 실례합니다…………"
"………………딱히 실례는 아니야"
"힛키……………"
"자, 얼른 해"
말하면서 눈을 감에 뺨을 오른쪽으로 내민다.
몇초 후에 감촉이 왔다.
"……………………"
"……………………"
서로 말이 없어진다. 분명 나도 그녀처럼 사과얼굴이 되어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뿌리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걸로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도 간접키스했군"
"엣"
"어머, 그런거니?
"뭐, 오른쪽 뺨을 내밀었으니까"
유키노시타에게 받은 방향.
역시 양 볼에 키스를 허락하게 되면, 자칫하면 양쪽으로 단번에, 가 될지도 모르므로 손을 써둔거지!
"왜, 왠지 득분 기분이야………"
"너는 진짜 유키노시타를 너무 좋아하잖아…………"
사이 좋은건 좋은 일이라고는 하지만. 눈의 보양도 된다고 하지만.
"………………"
정신을 차리니 구속을 푼 유키노시타가 생각에 잠겨있다.
"왜 그래, 유키노시"
말을 하던 내 뺨에 그녀는 입술을 댔다.
"…………너는 뭐하는거야"
"이걸로 나도 유이가하마와 간접키스를 하게 됐구나"
"유키농……………!"
너도 유이가하마를 너무 좋아한다고. 그리고, 발판으로 나를 쓰지마.
"그럼, 이걸로 간접키스는 종료지!"
"이건 무슨 미션인겁니까"
"다음은 볼에 키스야"
"벌써 했잖아"
"에-? 안 했어-"
"뭐야? 방금전에 그건 환각이나 그런거야? 내 망상?"
곤혹해하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대뜸 오른쪽 뺨을 내밀었다.
"………………에에-"
"뭐니? 남편한테 사랑을 확인하는건 안한다고 하는거야?"
"힛키, 너무해"
"에, 아니, 에에-"
"힛키, 얼르은"
"기다리는것도 부끄러워"
뭐야, 이거 너무해.
왼쪽 뺨을 맞지도 않았는데 오른쪽 뺨을 내미는 그녀들의 앞에서, 나는 아연하게 서 있었다.
가족이 되자6
초인종을 울릴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녀에게 열쇠는 복사해서 받았다.
그래도, 누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문 너머에, 바쁘게 소리를 내면서 이리로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다.
한번 소리는 멎고, 그리고 천천히, 초조해하듯 문은 열린다.
"오늘은 일찍 왔구나"
"뭐, 그래"
끄덕이며, 변명하듯 시장바구니를 든다.
일부러라는듯 고개를 내민건 파와 야채다.
"타임 세일을 하고 오느라, 조금 서둘렀어"
"어머, 그래"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그녀는 끄덕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내 가방을 받아든다.
시장바구니가 아닌, 통학용 가방 쪽이다.
"들어와"
"어"
자연스레 듣는 입장허가를, 당연하듯 받아들인다.
이미 익숙해진 현관문.
발을 들이자마자 그녀는, 유키노시타는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히키가야"
"………아아"
"………?"
낙심한 일이 목소리에 배여있기 때문일까, 유키노시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 이쪽 얘기야" 라면서 쓴웃음을 짓지만, 그보다도 빨리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
어딘가 기쁘다는듯 엷게 미소짓는다.
"………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끊임없는 미소를 지은채로 유키노시타는 나를 쳐다봤다.
"………어서와, 히키가야"
"………읏"
두근, 가슴을 고동친다.
마음 밑바닥에서 치솟아오르는 환희는, 따뜻하게 온기를 퍼뜨려간다.
"………아아"
초인종을 누를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녀에게 열쇠는 복사해서 받았다.
그래도, 누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현관 앞에서, 그녀가 마중 나와주니까.
"………다녀왔어. 다녀왔어, 유키노시타"
조용한 대답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 나에게 등을 돌린다.
좁은 복도다, 옆을 나란히 걷지 않고 그 뒤를 따라간다.
"밥 만들까. 유이가하마는 늦게 돌아오는 모양이니까"
"그렇군. 오늘 저녁은 전골이었던가"
"그래. 1시간 전부터 곤포를 넣어뒀으니까, 국물을 내는건 1시간 정도 필요해. 그 동안 속재료를 준비하자"
"알았어"
끄덕일때 거실에 도착한다.
여기까지도, 여기부터도 평소대로.
사온 식재를 테이블에 두고 유키노시타에게 정리를 맡기고 그 동안 손을 씻는다.
유키노시타와 함께 정리를 마친 후에는 둘이서 에이프론을 입는다.
그리고,
"저기………히키가야"
"응………아아"
그녀가 졸라서 살짝 웅크린다.
"………응"
"………응음"
"좀"
"왜"
게슴츠레하게 노려보며 눈썹을 찌푸린다.
"그 싫다는 얼굴, 그만해주지 않겠니"
"그런 얼굴이었어?"
"그래. 아무리 습관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의무감을 전면으로 보이면 의욕을 잃어"
"의무감, 이라. 그건 잘못했다"
"내가 하는것도 귀찮으니까, 네가 해줘"
이렇게 눈 앞에서 눈꺼풀을 내리는것도, 평소 일이다.
"………응"
"응………"
잠시 후, 볼을 붉게 물들이며 시선을 피한다.
누가, 라고는 이 기회에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눈을 마주치려고는 하지 않는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네"
"익숙해지면 틀린거잖냐. 아마"
아무리 연습이라고는 해도, 를 덧붙이니 그녀는 괴롭게 한숨을 내쉰다.
"이건 어떤 의미로 고문이구나"
어떤 의미로 말이지.
평범한 의미라면 고문이 아니지.
"어머, 왜 그래? 한숨을 쉬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젓고, 어울리지 않게 소매를 걷는다.
여기까지 전형적인 전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꽤나 횟수를 겹쳤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대로라면 심장이 버티지 못한다.
잔잔한 세계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녀들과 따뜻한 시간을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해서 오늘도.
나와 그녀들은 가족 놀이를 되풀이한다.
남편을 추켜세우기 위한 연습으로 칭하여 시행된 소꿉놀이.
어느샌가, 그게 우리들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매주 금요일, 방과후.
유키노시타의 집에 모여서, 거기서 가족처럼 행동한다.
나는 남편처럼, 둘은 아내처럼.
어디까지나 남편을 추켜세우기 위한 훈련의 연장으로서.
한다면 철저하게, 라고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그런거 좋을지도, 라며 유이가하마가 올라탔다.
주부력을 올린다면, 하고 나도 승낙했다.
그렇게해서, 모두의 합의 끝에 가족놀이는 계속하고 있다.
………이 나이를 먹고 소꿉놀이를 하는데 일말의 불안을 안 느낀건 아니다.
게다가 철저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부부로서 행동도 의무화되어 있다.
예를 들면, 아까전 처럼 요리를 함께 하기 전에 색이 다른 에이프론을 입고, 아내가 뺨에 키스를 하는것도, 새댁으로서 남편을 기쁘게 해야한다, 라며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하마가 제안한 것중 하나다.
내 입장으로서는 그녀들의 건전한 미래를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바라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가능한 협력은 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써서 단련을 하면 괜찮은걸까.
막상 장래에 그녀들이 누군가의 아내가 됐을 때, 그녀들에게선 풋풋함이 빠져버리는게 아닐까?
초혼의 아내가 몹시나 익숙한 느낌으로 가방을 받아들이거나, 키스를 하거나 하면 곤혹과 낙담이 생기진 않을까?
………아니군. 아냐아냐.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방향성은 다르지만 서로 초가 붙을 만큼의 미소녀다.
미인은 3일이면 질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이 잘못됐다는건 내가 코마치를 들어서 증명하고 있다.
어차피 그거다, 남자는 형편에 좋은 생물이니까 '자신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연습이라도 해준걸테지' 라며 상호아 좋게 해석하는걸테니까.
그녀들이 바란다면,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에게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성과 스킨십에 너무 익숙해지는것도 생각해야하니까.
"………유이가하마, 빼먹을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오는것 같아"
오후 7시.
휴대폰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리는 유키노시타를 냄비 너머로 쳐다보면서 나는 폰즈를 그릇에 붓는다.
오늘 저녁은 퍼담는 전골이다.
백채를 많이 넣어서 건강에 신경쓰면서 예산에도 신경을 쓰는 스타일.
"아-……… 하야마 그룹의 모임이겠지. 힘들겠구나, 유이가하마"
"우리들은 마음 편해서 좋구나. 친구가 적으니까"
"그렇군, 어이쿠. 슬슬 다 됐다"
"어쩔 수 없네. 둘이서 먹을까"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유키노시타가 손을 모은다.
내가 손을 모으는걸 보고, 그녀가 호령을 넣는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말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내 그릇을 쥔다.
급하게 야채를 뒤집는다.
"남김없이 먹으렴"
"유키노시타, 아웃-"
"………뭐니, 그 수상쩍은 어조는"
"말시가 틀렸잖아. 왜 어린이 취급하는거야. 여지간한 성벽을 안 갖고 있으면 남편 화낸다"
"그것도 그렇구나………히키가야는 어린애 취급을 받으면 응석쟁이가 되어버리는걸"
"뭐야, 그거 처음 듣는데. 나 그런 성벽 갖고 있어?"
"힘들었단다, 잠에 취한 네가 응석부릴때는"
"노, 농담이지?"
"어떨까나"
쿡쿡 웃는 유키노시타.
에, 잠깐. 농담이 아닌데요……….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야. 어쟀든 같은 방에서 잤는걸"
"그, 그건 그렇지만………"
이것도 또한 유이가하마의 제안이다.
신혼부부라면 같은 방에서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마 너를 지금 이렇게 한번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줄이야.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빗치』
『비, 빗치 아냐! 그보다, 그런 의미로말한거 아니구! 힛키가 말했잖아! 잘때는 같은 이불에서 자고 싶다고!』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안 되잖냐………』
『어떻게 생각해, 유키농?』
『………할거면 철저하게』
『제정신이냐, 유키노시타』
『단, 같은 이불이 아닌 같은 방에서 이불을 나란히 깔고 자는걸로 하자』
『저기, 그거 타협점이라고 생각한거야? 괜찮아? 너는 그걸로 돼?』
『………신혼인데 각방에서 잠을 자는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꿈이 없는걸』
『………그렇군』
그런 상태로, 타협안이 나온거지만.
"역시, 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건 꽤 무서운데"
"그건 나도 너도 마찬가지야"
"그것도 미래에 올 부부생활을 위한 익숙함이냐"
"부끄러움도 소중하다고 유이가하마에게 배웠지만 말이야"
"뭘 가르치는거야 그 애………"
그만해, 그런걸 들으면 뺨이 붉은것도 연기로 보이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신뢰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유이가하마는 저래놓고 연기를 해오니까.
나쁜 공을 치는 나로서는 그 구속에는 대응할 수 없다.
유키노시타까지 변화구를 익히면 이건 완봉으로 끝나지 않는다.
"딱히, 세상 모든 남자가 부끄러움을 바라는건 아니니까"
"뭐니, 그 의사표명은………초연해하는 편이 좋아?"
"아니, 내 취향 얘기가 아니라"
"너는 어때?"
"윽………"
"알고 싶어. 평온한 가족놀이를 위해서도"
대뜸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백채를 물었다.
………에, 뭐야 이거.
공략해오는 느낌?
내각? 내각을 캐는 커프?
상대가 상대인만큼 난투소란도 피울 수 없어……….
"…………응?"
어라어라, 자세히 보니 유키노시타의 귀가 빨갛다?
싫다, 이 애 부끄러워하고 있어…….
왜 무리하는거야, 라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도 눈치챈듯 한숨을 쉬었다.
"틀렸구나, 부끄러워하고 있는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는데"
"너는 그런 연기파였냐……… 아니, 귀 말고는 평소대로였어. 연기부를 노려라, 유키노시타"
"귀에는 나와버렸잖니? 그러면 얼굴에 나온거나 마찬가지야"
"터무니 없는 프로근성이구만, 어이………"
힘이 빠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뚱해하면서 눈을 피하고, 그리고나서 힐끔 올려다보기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너는 그걸 놓치지 않잖니?"
"부탁받으면 넘어갈거라 생각해"
"그건 이미 부끄럼 감추기도 뭐도 아니잖니………"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여자는 힘들겠구만……….
남자의 부끄러움은 대개 가치가 없으니까.
토츠카는 프라이스리스로. 하야마는 그대로 팔린다는건가.
야마토의 수줍은 얼굴을 봐도 뭣도 아냐.
"뭐, 나처럼 수줍어하는 여자애를 정말 좋아하는 녀석도 있으니까, 그리 걱정을 할 일은 없잖아"
"………………"
아, 지금 짜증냈어, 이 녀석.
눈썹을 찡그리며 얼음같은 미소를 보인다.
"놀리고 있는거니"
"아니, 그러니까 나 개인의 취향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잖아………"
"헛되게 되어버린 나의 억천금의 노력은, 제대로 보상해줄거지?"
"자, 닭고기 경단이다. 세 개나 넣어주마"
"……………"
퍼억, 하며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걷어차인다.
우리 응석쟁이 프린세스는 이렇다니까……….
"나중에 어깨라도 주물러줄게"
"놀리고 있는거니"
가슴에 컴플렉스가 너무 강하잖아……….
"그럼 다리로 주물러"
"어머, 여고생의 다리를 만지려고 하다니, 터무니 없는 변태구나"
"이제 어디든 됐잖냐 정말………"
눈썹을 늘어뜨리는 내게 만면의 미소를 보이는 유키노시타.
목욕 들어간 후에 반드시 발바닥을 눌러서 울려주마, 라고 결의했다.
순서대로 목욕을 마치고, 나란히 저녁 뒷정리를 마친 나와 유키노시타는 동시에 휴식 프리 타임에 돌입했다.
"머리, 빗어주겠니?"
"그건 그거지? 여자의 생명이라고도 하는 머리카락을 맡길만큼 신뢰를 둔다는 의사표시로 남편을 기쁘게 한다는 그거지?"
"………마, 맞아"
"………아아, 응. 알았어"
"잠깐. 뭘 알았다는거니. 너 분명 뭔가 착각하고 있어"
"빗 갖고 있어? 좋아좋아, 그럼 할까"
"얘, 좀………"
뭔가 말을 하려하는 유키노시타를 화려하게 무시하고 그 풍성한 흑발에 빗을 넣는다.
여자아이의 앉는자세로 앉은 유키노시타의 뒤에서 무릎을 세운 자세다.
두텁다고는 해도 파자마 차림이다, 힐끔힐끔 하얀 목덜미가 보여서 가슴이 따갑다.
그래도, 꽤나 익숙해졌다.
당초에는 목욕하고 나온 그녀들의 향기만으로 넉아웃 상태였으니까.
어떤 종류의 두근거림은 남긴채로, 평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아읏…………"
"읏……… 미안. 아팠어?"
"아니, 괜찮아………"
확보하고 있었을텐데, 이거.
평범하게 손이 떨리고 있다……….
뭐야 이거, 알코올 중독? 마신적 없어, 알코올.
묘한 중독에 걸린거 아니겠지……….
"응………좋은 느낌이네"
"오오, 그러냐"
"기분 좋아………"
뒤로 머리를 빗어주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유키노시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라고 유키노시타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무척이나 커다란 액정 텔레비전이 거울처럼 되어서,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뜬 그녀의 표정을 비추고 있다.
심장에 나쁘다.
다음부터는 장소를 생각하도록 하자.
"………좋아, 끝"
"고마워. 너도 빗어줄까?"
"필요없어. 어떡할래? 오늘은 이만 잘까?"
"그렇구나……… 얘기하는것 뿐이라면 침실에서도 할 수 있는걸"
"그럼, 이 닦고 잘까"
유키노시타가 수긍하고 일어선다.
둘이서 나란히 치카치카 칫솔을 움직이고, 입을 헹구고나서 침실로 한다.
"………먼저 끝내두자"
"어디서 잠들어버릴테니까, 유키노시타가"
"오늘은 혼자서 히키가야의 상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그런가, 그럼 오늘은 빨리 자는 편이 좋겠군. 나는 신경쓰지 말고 바로 자"
"………………"
작은 전구 아래, 미간을 찌푸리며 볼을 부풀린 유키노시타는, 꾸욱 하며 내 옷깃을 잡고 뺨에 입술을 댔다.
"잘 자렴, 히키가야. 아직 할 이야기가 부족하니까 얘기해주겠니"
"………알았어. 아직 나도 그렇게 졸리진 않으니까"
내일은 휴일이니까 밤샘을 해도 문제없고, 라는 변명을 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옆자리 이불이라고는 해도, 그런대로 거리가 있는것처럼 생각이 든다.
아까 머리카락을 빗고 있었으니까 그럴 것이다.
그거랑 비교하면 상당히 거리는 멀게 느낄 것이다.
"얘"
이불에 누워, 배게에 한쪽 귀를 묻은 유키노시타가 미소지으며 말을 걸어온다.
"응-?"
마주보듯 나도 뒤로 누운채 얼굴만 옆으로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익숙해졌구나. 옆에서 잔다는거"
"다른 이불이지만 말야. 의외로, 이불이라는 영역이 있다면 어느 정도 가까이 있어도 괜찮은걸지도 모르고"
"어머, 첫날에 잠들지 못했던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새, 새로운 경험에 들떴었다고"
"그래, 들떴었구나"
"………아니, 그거다. 소풍 전날에 잠을 잘 자는 타입이었으니까. 역시 그건 아니야"
"이 나이 먹고 처음으로 두근거릴 수 있다는걸 찾아내도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고 생각해"
쿡쿡 미소를 짓는 유키노시타는, 하지만 10분 정도 이야기를 한 즈음에 꾸벅꾸벅거리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체력이 적은 그녀다. 조금 멀리 외출했을때 벤치에 누으면 바로 잠들어버린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필사적으로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새근"
나는 호흡을 가라앉히고, 잠들 태세로 들어갔다.
그렇게해서, 1분 정도 지나면 옆에서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
말없이 이불을 나온 유키노시타는 신중하게 50cm의 행군을 마치고 히키가야 영역으로 침입을 꾀한다.
이불을 필요최저한만 들어올려 몸을 밀어넣은 그녀는, 조심조심 내 오른팔을 움직여, 그리고 배게로 삼아 누웠다.
"…………후후"
가까이 다가운 거리에서, 그녀는 만족스럽게 살짝 숨을 내쉰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이어잡고 있던 의식의 실을 놓고 꿈나라에 잠겨갔다.
"……………………후우"
여기까지, 전형적이다.
아니, 여기부터도 전형적이다.
이른 아침,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유키노시타는 재빠르게 이불을 나가 자신의 이불로 돌아간다.
나에게는 결코 들키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가하면서.
저녁먹을때 말한 대로다.
그녀가 그렇게 바란다면, 나는 그걸 넘어간다.
그저, 그것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
지근거리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제를 유지하는데 전념하도록 하자.
그렇게해서, 나와 그녀의 가족놀이는 계속된다.
가족이 되자7
부부.
인생의 무덤이라고 칭해지는,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연성되는 커뮤니티이며, 평온하게 지속되는것이 곤란한 3대 커뮤니티 중 하나다. 남은 둘은 여자 인원이 투입된 오타쿠 그룹과 아이돌 그룹. 전자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후자는 인기부족으로 인한 해산이 다른 멤버들 사이의 인기 차이로 생겨나는것으로, 붕괴가 시작되는 케이스도 있다. 더욱더 이 셋 전부가 얼짱으로 인해 도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얼짱은 만악의 근원이다. 얼짱은 죽어라, 자비는 없다.
………아냐, 그런게 아냐. 얼짱을 dis하고 싶은게 아냐. 나, 나도 얼짱이고………(떨리는 목소리)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부부라는 조직은 지속하기에 용이하면서, 서로의 행복도를 최대한 깎지 않고서 지속하는게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지속하는것 뿐이라면 비교적 편하다.
급료나 가사가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면, 어지간히도 파트너와 불만이 없는한, 아니 가령 있어도 이혼으로 인한 디메릿트를 생각하면 결국은 그럭저럭 지속하게 된다.
문제는 그 행복도.
국민 앙케이트냐고 딴죽걸고 싶을 무리도 있을테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따뜻함이라는 추상적이며 판타스틱한 단어로 대체하자.
가족으로서 온기.
앳 홈한 분위기.
상기한대로, 결혼생활이라는것은 중단하는것을 망설이는 것이다.
즉, 설령 부부간 사이가 식어버려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그것이 평범하기마저 하다.
아이가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다음 세대를 맡을 아이를 기르는 커뮤니티로서, 가족을 계속하게 된다.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서로가 강박관념에 밀려 필사적으로 틀을 형성하여 이어간다.
알기 힘들다면, 나의 정기 시험을 예로 들자.
몇 점을 따든간에 추가 시험과 보충 수업을 받으면 학년을 올려주는 학교이기 때문에, 나는 수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결과로서 학년 최하위라는 중학교 2학년이라면 목에서 손이 나올만큼 눈부신 지위를 얻고 있다.
이것이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성립한다.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나의 시험이라면 예를 들어 컨닝 등의 위반을 저지르지 않는 한, 최악의 결과는 도달하지 않는다.
다만, 물론이지만 '최악의 결과' 이외의 폐해는 일어난다.
나라면, 담임교사로부터 미움을 산다거나.
이것이 부부라면?
결혼생활이라는건 꽤나 버거운 것이다.
남편은 일에, 아내는 가사에 쫓기며 매일 지치게 된다.
피로가 쌓이면 정신이 날카로워진다.
짜증이 나고, 사소한 주의에도 열을 내고 만다.
비아냥을 들으면 더 짜증을 난다.
매일 그렇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은 지치는 것이다.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유키노시타 마저 그랬다.
가능한건 완벽초인 하야마 정도일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맺어지는거니까 그래도 행복할 것이다, 라며 꿈꾸는 소녀도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부모는 지금도 러브러브하다고 말하는 녀석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시 그건 소수파다.
사랑은 3년.
호의는 5년.
사람의 마음은 그리 영구적인게 아니다.
연심같이 온도가 높은것은 더욱 그렇다.
물을 계속 끓이는 거나 마찬가지다.
식히든지 연료가 끊기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평범한 인간이 결혼생활을 했을 경우, 최고라도 5년이 지속되면 식어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활한다는 행복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까지 결혼생활은 가혹하다고, 나는 부모를 보고 생각했다.
………자, 결혼생활 결혼생활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지만.
나는 결혼생활의 측면, 일상 삶에 대해서 밖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눈치챘으려나.
아침 일찍 일하려 가고, 밤 늦게 귀가한다.
그들이 평일에 얻을 수 있는 시간은 안 그래도 극히 적고, 그런데다 서로 지쳐있으니까 그리 평온한 시간을 보낼리 없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해지는게 휴일이다.
휴일은 좋다. 하루종일 뒹굴거릴 수 있다.
………아냐, 그게 아니다.
하루종일 둘의 시간이 있다.
식어버린 뒤라면, 그것마저 고통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식은 관계는 휴일에 되돌리는것이 가능하다.
소파에 앉아 푹 잠기는것도 좋고, 데이트 기분으로 거리에 쇼핑 나가는것도 좋다.
그렇게해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것을 떠올린다면, 힘들게 생각했던 결혼생활도 눈부시게 빛난다.
뭐, 요컨데 '가끔은 밖에 나가자-!' 라는 이야기로 집약하는거지만, 그 이야기가 맞다.
그런고로, 결혼생활에 있어 휴일은 대단히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안다.
역시 둘의 시간이라는건 중요할테고, 그런걸 하는것으로 '그저 가족이라는건 커뮤니티를 계속하게 한다'라는 비뚤어진 의식에서 해방되는 가능성도 있다.
안다.
잘 안다.
아니, 그렇다고해서, 말야……….
"듣고 있니? 귀머거리가야"
"………………"
귀에 들린 늠름한 목소리에, 하지만 나는 무언을 관철했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면 무서울리 없다.
창처럼 닦아진 단어도 귀를 막으면 겁먹을리 없다.
………아니, 귀를 막는다 한들 목소리는 들리지만. 좁은 방이고.
예의 '가족 놀이'가 화제에 올랐을 때, '휴일을 보내는 법'에 의문을 제기한 유키노시타에게 아마 해피한 두 부모를 가진 유이가하마가 무척이나 해피해피한 가족과 보내는 휴일을 참고해서 이야기 했을때 나는 생각하는 갈대로 변했다.
그치만 분명히 유키노시타 씨는 그걸 따르자며 할거잖아.
라고할까, 실제로 '이번 주말은 쇼핑몰에 가자'라고 말했고.
뭐, 확실히 잘하는 사람을 흉내내는건 숙달자가 되기 가까운 길이기는 하지만.
그걸 휴일에도 하라고?
그것도 밖에서?
실내라면 아직 낫다. 적은 자신의 수치심 뿐이다.
그 밖에도 상스러운 본능이니 열이 오른 이성 같은것도 적이지만, 그 부분은 외톨이로서 긍지가 어떻게든 커버해준다.
하지만, 그걸 밖에서 하게 되면 수치심이라는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라고할까 평범하게 휴일이 날아가는것도 괴롭다.
여기 최근에는 평일의 대부분을 유키노시타가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에, 휴일은 나에게 있어서 오아시스. 녹화했던 페이트랑 프리큐어를 보면서 늦은 아침식사를 먹으며 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 매일 봐도 익숙치 않는다고, 파자마 차림이라던가………. 가끔 목욕 타올 차림으로 나오기도 하니까, 젠장.
그런고로 나는 단고하게 반대 자세다. 오히려 이야기를 듣지 않기까지 했다. 나의 휴일이다, 누구에게도 건내지 않아. 휴일을 너무 좋아해서 위험하다. 뭣하면 갈망으로 인정할 수 있기까지 한다. 어이, 나의 성유물은 어디야. 무간휴일 지옥 유출시켜주고 싶으니까 얼른 내놔. 그거나 성배를 줘, 빌테니까. 뭣하면 노아라도 좋아. 개념정제할테니까.
나의 정신안정을 위해서도 휴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저 둘에게 눈을 보고 부탁을 받으면 거절할 수 있을것 같지 않다.
………앗.
이거 완전히 아내에게 휘둘리는거잖아……….
그렇기에 쓸데없이 눈을 마주칠 수도 없어서 이렇게 보지 않고 듣지 않기를 "흥흐-응" "여기, 영차………" 어라, 왜 되게 가까이서 둘의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왜 묘하게 샴푸 냄새가 나는거야? 왜 무릎 위랑 등 뒤에 무게가 더해지는거야?
"에헤헤, 힛키힛키!"
"좀, 뭐하는거야 너희들. 성희롱으로 신고한다"
"우리들의 앞에서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니까 그래"
"에, 뭐야. 여기는 전장이야? 빈틈을 보이면 당하는거야?"
겉으로는 지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야단법석중이다.
어쨌든 미소녀에게 샌드위치 당하고 있다.
뒤에서 안겨오는 유이가하마.
무릎위에 앉아 가슴에 등을 기대오는 유키노시타.
뭐야 이거, 도망칠 길이 없어.
막혔다. 이거 막혔다.
왜 포로 취급에 익숙해져 있는겁니까아, 둘 다……….
"그렇게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잖아. 집에선 자주 해주잖니? 여보"
"아니, 하잖아……… 밖이랑 집에선 사정이 다르다고. 어웨이라면 싸우기 힘들거나 하잖아, 야구같은것도"
"집, 이라………"
쿡, 하며 유키노시타가 미소짓는다. 아니, 딱히 유키노시타 집을 앳 홈이라고 느끼는건 아니거든? 오히려 바늘방석이다. 요즘 정신을 차리면 소파에서 잠들거나 하지만, 앳 홈은 아니거든.
"엣……… 유키농, 집에선 그런것까지 해?"
"앗. ………아니야, 유이가하마"
아아,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가 없을때 뿐이었지, 이렇게 책상다리 위에 앉아오는거………. 유이가하마의 언니 입장으로서, 응석부리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거지. 새삼스럽지 않냐, 라고는 하지 않는다.
"증말, 힛키!"
"아니, 나는 나쁘지 않잖아"
"내가 있을때는 어깨에 머리 좀 올린것만으로도 싫어했으면서!"
"싫어하지 않았어, 조금 허둥댄것 뿐이다………"
"똑같잖아!"
"안 똑같거든………"
너 생각해봐라.
갓 목욕하고 나와서 파자마 차림에 살짝 화조띠고 좋은 샴푸 냄새가 나는 유이가하마가 포근한 몽롱한 미소로 너 '힛키………' 라고 말하면서 기대오는거라던가, 젠장. 고의가 아니라는걸 아니까 더 질이 나쁘다. 그 점에서 유키노시타는 괜찮지. 마지막까지 츤츤 거리니까.
………아니,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대로 위험하지만.
극히 드물게 다정한 음색으로 이름을 불러줄때는 일단 어떻게든 이성을 버틴다.
그렇게 생각하면 유이가하마도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지만………유이가하마는 육감적으로 말이지……… 반칙이니까……….
"흥이다! 힛키따위 이젠 몰라!"
홱 하고 뺨을 돌리는 유이가하마. 아니, 기분 나빠지는건 괜찮지만, 아니 괜찮진 않나. 멀어지는 머리와 반비례로 밀착하는 부드러운 탄력을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나아……….
힘이 빠지는 나와 볼을 부풀리는 유이가하마에게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이가하마에게 말을 걸었다.
"유이가하마"
"왜? 유키농"
"이쪽으로 와"
펑펑 두드린건 유키노시타의 무릎.
그 의도를 눈치챈 유이가하마는 파앗 미소를 짓고 내 등에서 떠나,
"실례합니다!"
"그래, 어서와"
푹, 하며 유키노시타의 무릎 위로 들어갔다.
"큭………"
무거워………! 역시, 여자 둘은 무겁다고 해도 되지………!? 사과도 10개 있으면 무거울테니까………!
"변통성 대신으로 할 생각인데, 어떠니?"
"쾌적해, 유키농!"
"그럼 다행이야"
"잠깐, 너희들………발판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는거냐………!"
"어머, 요구된 역할을 해내지 못한 도움도 못되는게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그렇게 무겁지 않으니까 괜찮잖아-!"
"이런 사람은 내버려두고 차를 마시자. 자, 유이가하마"
"와아, 백허그 같아!"
"잘도 그런 단어를 알고 있구나. 대단해"
"에헤헤-"
내 무릎 위에서 백합전개를 시작했는데요, 좀. 마리아 님 보고 있어-?
왜 이 사람들 남의 무릎 위에서 쿠키 먹여주기 하고 있어? 둘이서 완성된 S야? 남의 위에 있는게 기본이야? ………둘 다 늘 카스트나 성적으로 위에 있으니까. 그럼 맞는건가. 아니군.
아니, 발판 취급은 딱히 됐어.
변통성 없다는것도 인정한다.
그저, 이 자세는 유키노시타의 몸이 있는 힘껏 눌려지니까 좀 괴로운데……….
머리카락에 지금이라도 머리를 박을것 같고, 그걸 피하려고 하면 어깨위로 고개를 내밀어야해서, 그렇게되면 목덜미가 가깝고, 전차 안에서 알콩거리는 커플처럼 되니까 괴롭다.
등은 그렇다치고 엉덩이가………울고 싶다.
"자, 힛키도!"
"아?"
"쿠키! 아-앙해!"
유키노시타의 무릎에서 이쪽으로 돌아본 유이가하마가 나에게 쿠키를 내민다.
먹기 위해선 아까 말한대로 어깨위로 얼굴을 내미는 짜증나는 커플 스타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과로서,
"………"
"………"
거의 얼굴 바로 옆에 고개를 내민 나와 유키노시타 사이에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책상다리 위에 앉아도, 늘 거기까지만 하니까. 거기서부터 내가 뒤에서 껴안거나, 머리 위에 턱을 올리거나 해서 밀착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평소 하는거랑 별로 다를바 없는데, 이 어색함. 이게 벽의 외측 세계인가……….
"아-……… 그보다 뭐야 이 자세"
귀찮다는듯 나는 말을 내뱉었다.
"비켜비켜. 의뢰인이 오면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야"
"에-"
"에- 가 아닙니다. 자, 부장. 풍기풍기"
"………"
아니, 말없이 옆을 보면서 머리를 툭 기대도 곤란해………귀여워서 곤란해……….
뭐? 항의할 생각이야? 그렇게 삐친 표정 보여도 연장은 안 한다고?
툭, 하며 머리에 머리를 대면서, 그 어깨를 두드린다.
유키노시타는 일단 납득을 한 모양이라, 유이가하마가 일어선 뒤에 천천히 내 무릎 위에서 떨어졌다.
고양이 같은 온기가 떠나, 조금 쓸쓸해진다.
기지개를 한 유키노시타는, 아직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흐흥, 하며 겁없는 미소를 지었다.
"고문은 성공이네. 입을 열게 했으니까"
"아아,역시 고문이었냐………"
"그, 그런거야, 유키농!?"
"그래"
"엣, 그치만 유키농 『모처럼 기회니까 가끔은 학교에서 응석부리자』읍"
"………듣지 않았지, 귀머거리가야"
"아니………아아, 응. 안 들은걸로 해줄게………"
"………"
아, 미간의 주름이 대단해.
그 이상으로 얼굴이 빨간게 대단해. 피로가 쌓였나……….
"………뭐, 알았다"
어쩔 수 없다며 나는 양손을 들었다.
"쇼핑몰에서 쇼핑이지. 알았어"
"히키가야………"
"매일 이런식으로 끈질기게 조르면 못 버티니까 말이야"
"들었니, 유이가하마. 언질은 받았어. 앞으로 뭔가 조를때는 이 방법으로"
"알았어!"
"어이, 그만해. 아니, 진짜 정말로 그만해주세요"
"………싫었어?"
"………정신위생상 좋지 않다고"
표정에 그늘을 보인 유키노시타에게 불평스런 대답을 하고나서 나도 일어섰다.
"슬슬 집에 갈까"
"………그렇구나"
끄덕이며 유키노시타가 문단속을 시작한다.
"힛키………"
"알았다 알았어. 책상다리, 책상다리 위지"
뿡뿡 콧김을 뿜으며 불만스런 시선을 하는 유이가하마도, 나의 승낙에 바로 기분을 푼다.
기뻐해줘서 다행이다.
뭐, 부부로써 찰딱 달라붙는건 당연하니까. 그 예행연습으로 생각하면 이런 알콩달콩도 필요불가결일것이다.
………그런걸로 해두자.
"자, 집에 가자"
"어-"
유키노시타를 따라, 나와 유이가하마는 터벅터벅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자, 휴일이다.
굉장히 무시무시한 간원방법을 얻은 아내(임시) 둘에게 실컷 휘둘린 한 시간을 통해, 나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힛키, 일어나! 오늘은 외출한다고 약속했잖아!"
"………졸려"
휴일 아버지의 기분을 모르는것도 아니다.
모처럼 휴일이니까 계속 자고 싶어……….
"증말, 힛키!"
흔들흔들 이불 이로 나를 흔들어오는 유이가하마에게 짜증마저 느낀다. 그 정도로 졸립다. 라고할까, 네가 어제 목욕 타올로 튀어나온 탓에 잠드는게 엄청 늦어졌다고……… 너 때문이야………
"시끄러워………대충 식었으니까 조금 일찍 늦잠을 보내도 괜찮잖아………"
고양이처럼 둥글게 말면서 나는 이불을 살짝 들어올렸다.
"자, 유이가하마"
"엣"
"그냥 오늘은 자면서 보내자고? 응………?"
졸려. 그냥 오로지 졸립다.
얼른 자기 위해선 유이가하마를 조용히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그럼 유이가하마도 잠들면 된다.
"읏………아니, 그치만………"
"팔배게도 해줄테니까………"
"팔배………!"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리고나서 잽싸게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미안, 유키농……… 팔배게에는 이길 수 없었어………"
"유이가하마………"
"아으………"
아아, 부드러워……….
그리고 따뜻해……….
팔 안에서 껴안아주자 유이가하마는 조용해졌다.
조건 클리어-.
잠자는 아이는 쑥쑥 크니까. 풍만하게 자란 유이가하마도 수면은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아침부터 두번 자는것도 나쁘지 않을터.
"응……… 힛키………"
봐, 이렇게나 가슴에 머리도 비벼온다. 빨리도 잠들 자세로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좋아, 그럼 잘 자"느후에에엑" 뭐야, 이 옆구리를 핀포인트로 찌르는 중압은………!
황급히 고개를 드니,
"뭘, 하고 있는거니………?"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설녀가 나에게 물었다.
이불위로, 내 옆구리를 정확하게 짓밟으면서.
"오늘은 외출한다고 말했을텐데?"
"아………아니………"
"뭐어야? 뭐, 변명이 있으셔?"
공처가, 공처가다……….
이 여자, 틀림없이 남편을 잡고 휘두른다………알고 있었다.
"깨우러간 유이가하마가 아무리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 되서 와봤는데………즐거운 모양이네"
빤히, 시선을 던져서 유이가하마가 황급히 소리를 지른다.
"미, 미안 유키농! 팔배게라고 하길래 그만………"
"그렇게 꼭 안는 자세를 팔배게라고 부르니………?"
"이건, 그게………힛키가, 갑자기………"
"………히키가야?"
"죄송합니다, 잠에 취했습니다"
"어머, 묘하게 솔직하네"
"반성하고 있으니까………"
유이가하마를 살살 이불에 내려놓고나서, 쭈뼛쭈뼛 일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폭주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팔배게 해줄테니까, 라니 어떻게 되먹은거야……….
하지만 너, 너………그렇게 껴안는다니, 너……….
"괴롭다…… 사라지고 싶어………"
"안 돼. 쇼핑이 기다리고 있는걸"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그리고나서 아직 양손으로 뺨을 끼운채 누워있는 유이가하마의 옆에 눕는 유키노시타.
"자, 얼른 준비해. 그 동안 나는 유이가하마와 뒹굴거릴테니까"
뒹굴거리는거냐……… 유키노시타라도 뒹굴거리는건가……….
"옷, 주름 잡히지 않아?"
"그걸 네가 말하는거니? 유이가하마를 이불로 집어넣은 네가"
"죄송하게 됐습니다………"
젠장, 실컷 당했다.
역시 약속은 깨면 안 되는군.
어딘가에서 제대로 벌을 받게 된다.
"미안, 유키농………"
"괜찮아 유이가하마. 전부 저 남자 탓이야"
터벅터벅 침실을 나가는 내 뒤로, 이불에 누우면서 대화하는 둘의 목소리가 들린다.
"………질투했어?"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 정도론 질투하지 않을 짓을 하고 있다는거야?"
"그건 아니야. ………실은, 조금만 질투했어"
"조금만?"
"………"
아-아- 안 들려 안 들려.
………뭐어, 그거다.
유키노시타가 비밀로 힛키 팔배게를 쓰고 있는건 비닉 의무가 있으니까.
아는 사람이 없다.
"………저렇게 그가 응석부리는 일은 없잖니"
"………그러게"
아니, 정말로 안 들려.
안 들리거든.
머리속 길로틴 노래로 가득 채웠으니까.
피, 피, 피, 피가 필요해.
길로틴에 붓는 음료를.
……코피가 나올것 같다.
"그러니까 부러워"
"………그럼, 대신에 내가 응석부려줄게!"
"후후, 고마워"
"유키농………"
"유이가하마………"
아~ 왔습니다 왔어~.
세면대로 향하면서, 그녀들과 접촉 방법을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자, 그럼"
먼 거리.
현재 위치에서 전차로 30분 정도.
지인 녀석들에게 보여지는걸 고려해서, 굳이 멀리 왔다.
역을 나오자마자, 나는 등을 쭉 피고나서 유이가하마에게 말했다.
"그럼 2시간 뒤에 여기서 집합"
"엣"
"엣"
"………농담인게 뻔하잖아. 왜 진짜로 반응하는거야"
에, 나 그렇게나 신뢰감 없나. 가짜라도 부부고 적어도, 같은 봉사부 사이인데……….
"부부가 휴일에 데이트하러 왔다, 라는 설정이잖아. 자, 와라고 허니-. 팔이든 손이든 자, 잡아주뫄아………"
"우와아………"
형태부터 만들려고 용기를 쥐어짜내, 목소리를 쥐어짜내서 이상하게 변해가는 나에게 유이가하마는 기막힘반 얼굴 빨개짐반인 모양이다. 수수하게 기쁜것 처럼 보이는건 그건가, 꼴사나운 나한테 흥분하고 있는건가. 역시 S잖아………(환희).
"예습으로 잡는건 상관없는데, 우리 둘과 잡아도 괜찮겠어?"
"그야 뭐, 패배자들한테 질투의 시선은 받겠지만, 이미 익숙하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해도 남의 시선을 느끼기 까지 한다. 외톨이 특유의 피해망상으로 인해 시선에 대한 내성은 붙어있다고.
태연태연, 하다며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리고나서 뺨을 붉히면서 미간에 주름을 모았다.
"………………그게 아니라, 히키가야"
침묵 후 커흠, 헛기침을 하고나서 유키노시타는 말한다.
"여성 둘과 팔짱을 끼고 걷는 남편이라는건, 아무리 그래도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아, 그것도 그런가………아니, 잠깐. 그런 말을 하면 네 집에서 부부 놀이도 틀려먹었잖아. 일부다처로 하는 것 밖에 안 되잖아"
안 그러면 나는 불륜상대와 아내 둘이서 같은 방에서 자는 여자의 적이 성립되고 만다. 아니, 여자애 둘과 같은 방에서 자는 시점에서 남자의 적이긴 하지만. 정말로 나 뭐하는거야………. 여기는 남자인 토츠카와 자서 밸런스를 맞추는 수 밖에 없군. 아아, 그게 좋다. 그것밖에 없다. 오히려 그것밖에 없다고 보인다. 남자끼리니까 같은 이불에서 자도 되지? 좋아, 그럼 배게를 사두자.
"………그것도 그렇구나. 해외에서 결혼한걸로 하자"
하아, 라며 한숨을 쉬고나서 유키노시타는 슬며시 내 팔을 안았다.
사키사키가 일했던 어른 가게에서 했던것보다도 어색하게, 하지만 팔을 잡는 힘은 세다.
"………소매 잡아도 괜찮아"
"………이러는 편이 좋아"
"………어"
짧게 문답을 하고나서 문득 생각한다.
"………부추겨놓고 뭐하지만, 평범한 부부는 이렇게 팔짱을 끼는 수준으로 러브러브해?"
"………잡아놓고 뭐하지만, 확실히 불안하네. 어떠니, 유이가하마"
질문을 받은 유이가하마는,
"에? 아-, 그러니까………엄청 보통"
정색하며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이지. 너, 지금 절대로 거짓말하고 있지"
"거, 거짓말 아냐! 정말이야!"
"거짓말하면 바늘 천개 먹여질거다. 유키노시타한테"
"거짓말, 안 돼. 절대로"
"유키농 무서워!"
"농담이야. 하지만 사실을 말해주면 기쁘겠어.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쓸데없는 짓이라………"
"………………"
쓴웃음을 짓자 팔을 세게 잡혔다. 하지만 나는 사과하지 않는다.
"응-……… 그치만 우리집 아빠랑 엄마는 자주해. 그러니까 없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보통은 아닐지도"
"그래………"
흠, 하며 턱에 손을 대는 유키노시타에게 말해준다.
"뭐, 오늘은 괜찮잖냐. 참고한 분들이 그러니까"
"여자 둘과 팔짱을 끼는건 아니지만, 아하하………"
"그럼 그거냐, 교대로 너희들을 모시라고? 쓸데없이 더 안 좋잖아……… 점원의 눈 무서워………"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여자를 바꾼다면서 찔려도 어쩔 수 없을 수준이다.
"둘이서라면, 미녀에게 속은 제비 같은 취급이 될테니까. 엄청 안전해"
"우리들을 보는 눈이 심해질텐데………"
"남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도 즐기면 되잖아"
"이렇게까지 산뜻한 이중규범은 좀처럼 볼 수 없네………과연 히키가야구나"
"좀처럼 할 수 있는게 아니야라니. 그 뭐냐. 신경쓸거면 그만해"
"해라고 했다가 하지 말라고 했다가………"
또 한숨을 쉰다. 그렇게 빈번하게 한숨 쉬면 행복이 도망간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숨에는 행복이 깃들어있는건가. 좋아, 빨아들일까. 기분 나쁜가. 기분 나쁘군.
"………뭐, 됐어. 그 배려를 보고, 팔짱을 껴줄게"
"잡혀사는거 장난이 아니구만………"
쓴웃음을 짓고 유이가하마를 쳐다본다.
"유이가하마는 어떡할건데"
와라 와, 라며서 약간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손을 뻗으니, 괴기한 얼굴을 지었다.
"………안 잡는다는 선택지도 있어?"
"아니, 손 잡는편이 네가 좋아하나 해서"
"………대뜸 말하네에, 정말"
맞긴 하지만, 하며 투덜거리면서도 잡아온다.
오오, 부드럽다………유연제 썼어?
"에, 에헤………왠지 이런거 수줍네"
"왠지 뭐든 절찬 얼굴이 빨개지는 중이지만 말이다. 내가"
"우와, 정말이야………손도 뜨겁구"
감촉을 확인하듯 꼼지락꼼지락 만져질때마다, 펌프처럼 혈액이 뺨으로 전해지는 기분이다.
옆에 선 유키노시타도 기막힌 얼굴이다.
"집 안에선 좀 더 굉장한걸 했으면서………"
"팔배게라던가 말이지"
"………그건 오늘 아침 이야기지?"
"뭐, 그거다. 역시 남의 시선이라는건 의외로 괴로운거니까. 힛키는 잊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이야기지? 얘, 잠깐. 히키가야"
꾸욱꾸욱 팔을 잡아당기는 유키노시타를 무시하고 유이가하마에게 말을 건다.
"악의를 받는건 익숙해져 있지만, 그거구만. 호기심어린 눈을 받는건 익숙하지 않으니까"
"나, 나는 보고 있어! 늘!"
"어, 어어……… 고마워"
"소, 소중한 집안 주인님이구………"
"유이가하마………"
"에, 에헤헤………말해버렸다………"
"주인님이라고 하니까 왠지 메이드 같은데"
"힛키 너무해! 최악!"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말 안해도 되잖아………서방님 운다"
"딱히 됐잖아. 내가 달래줄거구"
"지독한 병주고 약주기다………"
뭐야? 유이가하마가 모든 악역이야? 만악의 근원이야? 근원이라는 의미로는 맞는건가.
"…………"
"뭐, 뭐야? 왜 그래, 힛키"
"아니………… 아무것도"
왼손에 조금만 힘을 넣고나서 앞을 봤다.
"………갈까"
"좀, 히키가야………"
"이제 됐잖아. 팔배게든 뭐든 해줄테니까, 가자"
"그런게 아니라………"
"가자, 유키농!"
"………………"
뚱해진 얼굴.
그것도 또한 예행연습인 모양이다.
조금씩 틀어져버린 거리를 다시 좁힌다.
이거야말로 부부의 휴일을 보내는 방법인걸테지.
………아니, 뭐. 그걸 위해서 삐지게 만든건 아니지만.
귀엽구만………삐진 얼굴.
어때, 남자 제군. 우리 마누라는 이렇게나 귀엽다.
그녀들의 남편이 된 심산으로 가슴을 편다.
나는 둘을 모시면서, 낯선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To be cou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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