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뭐시기의 일을 무사히 해결하여 매번 히라츠카 선생님의 잘 모를 공표를 얻은 후, 둘 만의 부실에서 유키노시타가 중얼거렸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는구나"
"오히려 아직 승부가 이어지고 있던거에 놀랬다"
"그러니?"
"그거 히라츠카 선생님의 망언이잖냐. 나 같은건 진작에 잊었다. ………아니 뭐, 네가 승부가 되자마자 진심이 되는건 어느 정도 알았지만 말야"
테니스 때도 그랬지만, 승부가 되면 곁눈도 주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게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여자다. 뭘 그렇게까지 기를 쓰는지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안 그래도 높은 스펙을 가진 그녀가, 그런 버릇을 갖고 있으니까 주위에서 보면 자존심을 박살내는 주위에 민폐끼치는 존재로 밖에 생각하지 않지만, 본인에게 악의가 없어서 더욱 질이 나쁘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사람인 하야마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싫다는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뭐, 갖지 못한자의 비뚤어진걸테지, 어차피.
"좋아, 그럼 백기를 흔들어주마. 그거면 만족하냐?"
"그럴리 없잖니. 부전승이라면 끝맛이 안 좋아"
"지는 처지가 되어주라고………"
비참하게 패배할 바에야 포기하는 편이 편하다. 우정 노력 승리? 그딴거 필요없어. 고독 안심 패배. 딱히 이기고 싶지 않아도 그런대로 행복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알바 면접에서 몽땅 패배하게 되면 어둔 그림이 드리우지만.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전업주부가 좋습니다. 취직활동 같은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
"이기려고는 생각하지 않니?"
"너한테? 아니아니, 터무니 없는 소리 마"
여기 최근들어 꽤나 유키노시타와 행동을 함께하여, 그 방식을 옆에서 자주 보고 있지만, 이 녀석은 정말로 초인이다. 버팔로맨은 비교도 안 된다. 올바른건 올바르다고 말하고, 그걸 관철할 만큼의 의지와 소질을 갖고 있다. 체력이 없어서 장거리 달리기가 되면 못 이길것도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말하면 다른 모든 경기항목에서 난타당할지도 모른다. 공부도 잘 하고 스포츠도 만능, 덤으로 얼굴도 괜찮다. 만화 세계로 돌아가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재미없구나"
"뭐야, 그렇게나 이기고 싶어? 너는 승리 정키냐. 소년 점프라도 읽어라"
"그건 안 돼. 때려부수는건 좀처럼 없잖니"
"아이 교육에 되게 나쁘니까"
라고할까 정말로 때려부수는데 쾌감을 느끼고 있구만, 이 여자. 무섭다. 악마초인이냐고. 카카카카카 웃지 않겠지.
"때려부순다고 해도, 전의가 없는 나를 때려부수는건 무리잖아?"
"못 하는건 아니지만……"
"어떻게"
"………조교?"
"그렇게 생긋 미소 짓고 말하지 마라………"
지나치게 S틱하잖아, 우리 부장. 봉사라고 칭하고 양초를 떨어뜨릴것 같아서 무섭다.
"………어쩔 수 없구나"
"오, 포기해줄거냐?"
"아니, 방법을 생각하자. 네가 승리해줄법한걸. 조금 정도는 태협할게"
"아, 네가 타협하는 측이구나………"
"뭐?"
"아니, 딱히 상관없지만 말이다………"
위협당해서 반론을 포기했다.
"뭔가 없니?"
"뭐, 체력이 없는 네 상대라면 장거리 달리기 같은걸로 공격하고 싶은 참이지만………그런건 아니잖냐?"
"네가 그러고 싶다면 상관없지만, 연약한 소녀에게 체력으로 이겨서 기뻐하는 남자니, 너는?"
"연약한 소녀라아………"
오히려 철의 정신을 가진 소녀지. 영어로 하면 아이언 메이든. 오오, 유키노시타는 나의 정신에 대한 고문도구였나. 뭐야 그거 너무해.
"뭐, 연약한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그걸로 기뻐할 나는 아니군"
"그렇지?"
"그렇지는 또 뭐야, 확신이라도 있던거냐. 그렇게나 나 모르잖냐 너"
"기뻐할만한 변태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쫓겨났을거야"
"쫓겨나지 않은 나는 그런대로 건전하다고?"
"건전하다고 까지는 안 했는데"
뭐, 확실히 부원 둘이서 남녀가 되면 아무리 아이언 메이든 유키노시타도 경계하겠지. 그런 의미에선 그런대로 이해받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혹은 안중에도 없다. 아웃 오브 안중. 평소의 저군요. 왠지 급우(≠친구)가 나를 힛키, 라고 부르지만 괴롭히는건가요. 외톨이긴 하지만 방구석폐인은 아니야. 성희롱 아저씨랑 속옷 도둑 정도의 차이는 있다. 뭐, 지금까지 붙여진 별명과 비교하면 낫다고는 생각해서 싫지는 않지만. 그 급우 귀엽고 말이지………. 유키노시타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남자에게 포인트 높은 인재다. 조금 빗치스럽지만. 제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어쨌든 어느 정도 승률이 보이는게 있으면 좋겠는데………좀처럼 어렵구나"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쉰다.
"너한테 이기는건 생각이 안 나니까………"
"그렇구나"
"거기서 쉽사리 찬동할 수 있는건 과연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사실이잖니?"
"뭐, 그건 그렇지만"
둘이서 생각에 잠긴다.
뭘 하고 있을까, 라는 기분도 들지만, 이런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일단 조금은 사이를 다질 생각이지만, 아마도 착각이라서 할 수 있는거라면 조금이라도 거리를 쌓아두고 싶다. 앞으로 원활한 부활동, 더 나아가 평온한 내 생활을 위해서.
유키노시타는 외적이 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무해하니까. 자신과 남을 비교해버리는 사람에게 있어선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해가 되지만 나는 그런 인간은 아니다. 잘 해나갈 수 있다면 의외로 사귀기 쉽다. 거짓말도 하지 않고. 머리도 좋으니까 대화를 해도 괴롭지는 않다. 뭐, 매도는 곧잘 해오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귀여운 것이다.
"………그렇구나. 그럼, 네가 방어를 한다는건 어떠니?
"방어?"
"그래"
유키노시타는 끄덕이며,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내면 네 승리. 막아내지 못하면 나의 승리"
"뭐야 너, 그거 내가 의욕이 없으면 너 낙승이잖아"
"그러니까 네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빼앗는다면 으로 하자"
"그런거 없어"
"즈, 즉답………"
"핫, 그딴거 갖고 있으면 잃었을때 슬퍼질거 아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는 편이 편하다고"
"네가 말하면 묘한 설득력이 있구나………하지만, 그렇구나. 조금 정도는 있잖니? 가족이라던가"
"에, 그걸 뺏는거야? 하다못해 부모님으로 해주세요. 동생한테는 손을 대지마"
"가족에 손을 대는건 너무 무섭잖니. 아무리 그래도 형무소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
"아니, 최악의 경우 인질로 잡는다거나 하는거 있잖아. 동생을 사로 잡아서 나를 싫어하게 만들어버리면 나, 아마 절망할거다"
"그렇게까지 악취미도………아"
무언가가 떠오른듯이 유키노시타가 말을 흘렸다.
"그렇구나………그럼 너를 건다는건 어때?"
"하?"
"너를 농락해서,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하면 나의 승리. 못하면 네 승리. 어때?"
"어떠냐니, 너………"
"뭐, 네가 말하는 완벽초인인 내가 진심을 내면 너 같은건 순살이라고 생각하는데"
"완벽초인이라아………뭐, 용모가 좋은건 인정하지만 말이다"
"얼굴도 괜찮고 머리카락도 예쁘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너는 모르겠지만 그 밖에도 여러모로 잘 한단다. 악기도 연주할 수 있고 요리도 잘해. 거기다 몸매도 좋아"
"너, 잘도 그렇게 자신의 세일즈 포인트를 말할 수 있구나………"
그리고 몸매에 관해서는 반론을 해도 될까. 아니, 슬렌더하다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모 급우 씨랑 비교하면 이렇게………남성에게 다정한 가슴이네요,. 정신적으로 편안해진다고 할까, 그만 시선이 가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할까.
"………뭐니?"
저급한 시선을 눈치챘는지 미소지으며 위협했다.
"아니, 뭐. 네가 굉장하다는건 알았다. 러브레터도 엄청나게 받았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을 끊고, 나는 살짝 눈을 감고 비참한 과거를 떠올리고 나서 눈을 떴다.
"나는 훈련된 남자다. 단순한 남자가 아냐. 과거 몇 번이나 지레짐작스런 행동으로 착각을 당했는데. 거듭되는 상처 덕분에 그러한 행도에 대해 방위본능적인 썸씽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 그걸 돌파해서 내 하트를 쏘아 떨어뜨리는건 백년은 이르다고"
"어머, 그래. 그럼 이걸로 하자"
유키노시타는 끄덕이며, 도발하듯이 나를 봤다.
"난공불락이라고 자칭하는 너를 함락해서 이겨 보일게"
"그만둬라………패배의 맛을 알게 될 뿐이라고?"
"너야말로 각오해두렴.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한 후에 용서없이 버려줄테니까"
"너무 무섭잖냐, 너………"
"그럼 너도 공격해도 좋아"
"어이어이, 진심이냐………플래그왕 힛키라는 평판인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해도 되냐?"
"여성에게 하는 어프로치 공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니? 어드바이스를 원하면 어드바이스할거고"
"………부탁합니다"
뭐, 이리하여 유키노시타와 인의없는 싸움이 왠지 모르게 시작된 셈이지만……….
"히키가야"
다음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우리 반에 유키노시타가 등장했다.
반의 주목을 모으면서도 그녀는 곁눈도 주지 않게 나에게로 와서 도시락통을 들면서 입을 열었다.
"점심 만들어왔어"
"………오오, 자취냐. 장하다. 일부러 자랑하러 온거냐? 너 그렇게 칭찬에 굶주린 애였냐……… 맡겨라, 암만 그래도 동생이 있는 오빠다. 칭찬하는데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어"
"그럴리 없잖니"
슥 뻗은 내 손을 쳐내며,
"네 몫이야"
"………에, 어째서"
"시간 낭비구나. 이동하자"
말을 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잡고 교실을 나갔다.
가는 길마다 학생들로부터 절대적인 주목을 모으면서 복도를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가 우리 봉사부의 부실로 향한다.
"점심 만들어 왔어. 같이 먹을거지?"
"………아아"
거기서 겨우 어제 말했던 그 승부라는걸 깨달았다.
"설마 다음날부터 시작할 줄이야………너무 진심이잖냐, 너"
"승부라고 하면 얕보는건 실례라고 하는거야. ………차를 타올테니까 앉아있어"
"아니, 그 정도는 내가 할게. 밥도 만들어줫으니까"
"신경 쓰지마. 오히려 맛있게 차를 타온 나에게 반하렴"
"그것도 농락시키기 위한 행동인거냐"
"나는 뭘 해도 그림이 되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말하는건 지나치게 나르시스트잖냐………"
"………………그렇구나"
스스로 말해놓고 부끄러워졌는지 귀를 붉게 물들이면서 조용히 차를 붓는다. 확실히 그림이 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야마토 나데시코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 먹자"
"어, 고맙게"
"신경 쓰지 말렴. 승부의 일환이니까"
"네가 그런다면 신경쓰지 않도록 할까"
잘 먹겠습니다, 라며 둘이서 합장한다.
도시락 뚜껑을 여니,
"오오………"
튀김과 달걀 말이와 미니 토마토.
무척이나 다채로운 식재 나열이다.
"굉장한데………"
"먹기 전에 말을 해도 소용없어. 감상은 제대로 맛을 보고나서 하렴"
"어"
그럼 우선 튀김부터.
식욕을 돋우는 샛노랑색.
바싹 튀겨서 상당히 맛있다.
"………맛있어"
"그치"
시원스레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젓가락으로 달걀말이를 집었다.
그리고 그대로 위로 들어,
"자, 아-앙"
"에"
"뭐니? 네 훈련된 마음이라는건 아-앙 정도로 흔들리는거니?"
"………그럴리 있나. 얼른 와라"
"그럼 호의를 받들어서"
아-앙, 내밀어진 달걀말이를 입에 넣는다.
아니, 맛있어. 맛있다고?
하지만 뭐라고 할까, 부끄럽다.
"괜찮니? 그렇게나 얼굴을 붉히다니. 이 정도로 그렇게까지 된다면 이 승부는 낙승이려나"
"으………아니, 이번에는 그거다. 굳이 그런거다. 굳이 틈을 보여주는걸로 너를 방심시켜서, 이쪽의 농락 난이도를 낮춘것 뿐이다. 이걸 빈틈이라고 생각하면 나의 승리는 가깝다는게 된다고?"
"헤에, 너에게도 농락하는 의지는 있는거구나"
"뭐, 모처럼이니까. 거기다 당하기만 하는것도 분하니까"
라고 하며 나는 튀김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자, 아-앙"
"에………?"
"뭐야, 내가 주는 아-앙은 못 받겠다는거냐. 핫, 천하의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순정이구만"
"………………"
놀리듯이 웃으니 유키노시타는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뭐, 뭐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되게 미안해지는데………지, 진심으로 말한건 아니거든?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되거든?"
"………아니, 받을게"
고개를 들어, 유키노시타는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래, 나만 공격하는건 불공평하지.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아-앙을 받아도 그건 결코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추장되는 행위지?"
"말이 빨라서 다 못들었어. 뭐야, 빨리 말하기 허공 던지기냐?"
"시끄럽구나, 됐으니까 얼른 아-앙 하렴"
"예이예이………"
휙, 하고 입 안에 튀김을 넣어주니, 유키노시타는 그걸 우물우물 저작한 후,
"………당연하지만 맛있구나"
"뭐, 네가 만든거니까"
"……………………"
또 고개를 숙여버렸다.
컨디션이라도 나쁜건가.
"………다음은 뭐가 먹고 싶은거니"
"에"
"어머, 진심을 내는 내가 고작 한 번만에 끝낼거라 생각했어?"
"………그것도 그렇군"
"거기서 찬동한다는건 아-앙은 너에게 있어서 유효타라는거니?"
"으윽………"
무덤자리를 파고 무심코 신음지르는 내 눈 앞에, 유키노시타는 기쁘다는듯, 우습다는듯 미소짓고,
"자, 아-앙"
천사의 미소로 튀김을 내밀었다.
도시락 테러를 어떻게든 넘긴 나는 피폐해진 정신을 달래기 위해, 오후 수업을 몽땅 수면으로 때웠다. 늘 하던 짓이라고 해선 안 된다.
"힛키, 왠지 지쳐있네"
"괜찮아?"
점심시간의 사태를 보아서 일 것이다, 유이가하마와 하야마가 걱정스러운듯 이쪽을 쳐다본다. 그, 그만해. 리얼충이 가볍게 간섭해오지마! 나는 이렇게 배려할 수 있어요, 어필에 먹히는건 이제 지긋지긋해! ………뭐, 그렇게까지 비뚤어지진 않았지만. 굳이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까. 유키노시타랑 한동안 지내고서 왠지 모르게 알았지만, 나를 포함한 외톨이는 주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할가, 경계심이 아주 높다. 차 안에 남겨진 한 마리 강아지처럼 이래저래 컹컹 짖으면 주위에서도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내려다보는 시선이, 이쪽도 받아들일 자세가 있으면 의외로 사람은 다정해지는 것이다. 뭐, 거기서 들떠서 나를 좋아하냐 라고 오해해버리는건 또 다른 문제다. 겸손하게 가자.
"유키농한테 끌려갔는데, 무슨 일이야? 설교?"
"나는 동급생한테 설교받는 남자로 보이는거냐………"
"에? 그치만 힛키, 사이랑 테니스 하고나서 탈의실에 들어가서 유키농한테 심하게 혼났잖아?"
"그건 억울하다. 불가항력이다. 나는 나쁘지 않아. 잠금쇠가 있는데 안 잠궜던 그 녀석이 나빠"
"노크는 해, 히키타니………"
쓴웃음을 짓는 하야마에게 그도 그렇군 하고 끄덕인다.
"뭐, 이번에는 설교받은게 아냐. 그저 좀 지친것 뿐이다"
"아-, 유키농은 힛키한테 무지 독설을 하는걸"
"정말이지 말이다. 뭐냐고 저거, 저거 나한테 대하는 아이언 메이든이라고"
"아이어………뭐야 그거?"
"서양 고문 도구군. 히키타니는 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걸"
"집어쳐, 재미있는 소리로 따지면 유키노시타가 훨씬 더 엄청나다고. 저 녀석, 나를 힐책할때만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머리가 돌아가나, 싶을 만큼 다채로운 어구를 쓴다니까"
재미있는 소리를 하면 우쭐댄다는듯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어오니까 시종 끝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 아이언 메이든에게 고통받았다는 거구나"
"아아, 그래 그………"
끄덕이려던 몸이 멈춘다.
"헤에, 나는 아이언 메이든이구나, 히키가야………"
무셔-!
하야마와 유이가하마의 뒤, 설녀처럼 저온을 가진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는 서 있었다.
뱀에게 노려진 개구리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를 곁눈으로 하야마와 유이가하마는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뒷걸음질 친다.
"유, 유키농! 나, 나는 나쁘지 않아!?"
"아, 이 자식, 나를 팔았겠다!?"
"아, 아이언 메이든이라고 말하고 웃은건 힛키랑 햐아토 뿐인걸!"
"나, 나는 나쁘지 않다고!? 그저 재미있는 소리 하네, 라고 칭찬한것 뿐이다!"
"칭찬했다는건 찬동했다는거 아냐! 하야마아, 네놈도 길동무라고………?"
"그, 그만해 히키타니! 희생은 적은 편이 좋잖아!?"
"그렇다고 외톨이인 나한테 다 떠넘기지 마! 너는 괜찮잖아, 상처입어도 친구들이 달래주니까! 나는 유일하게 달래줄만한 유키노시타가 화가 났으니까 아무도 달래주지 않는다고! 안 그래!? 혼난다면 하야마잖아!?"
"쫑알쫑알 시끄럽네"
"네………"
얼음같은 한 마디에 조용해져서 나는 의자 위에서 조용히 정좌 자세를 취했다. 평소 꾸지람을 듣는 자세다.
"………누가 아이언 메이든?"
"아니, 정말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사죄는 필요없어. 그저 일의 상세 내용을 알고 싶은것 뿐이야. ………누가 아이언 메이든?"
"유, 유키노시타. 히키타니도 인간이야. 매도 당해서는 이렇게 푸념도 하고 싶"부외자는 조용히 해" ………네"
하야마, 침묵.
후에에, 우리 부장 권력 너무 쎄에……….
가엾게도 유이가하마는 부들부들 강아지처럼 떨고 있다. 어지간히도 무서웟는지 가볍게 내 소매를 잡고 있지만, 이거 그만해주면 안 될까요. 착각해버린다고요? 이따끔 다정한 리얼충들은 무의식중에 이쪽의 약한점을 찔러오니까 난처하다. 아니, 정말로 여자는 다들 가볍게 바디 터치하는거 금지! 야한건 싫습니다.
"그래서, 누가 아이언 메이든?"
세 번째 질문. 단념하고 나는 유키노시타를 가리켰다.
"………그래"
갑자기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내쉬고,
"………그렇게나 서로 아-앙 했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히키가야는 무정하네"
그런 터무니 없는 폭탄을 떨어뜨렸다.
"………"
"………"
"………"
삼인삼색 경직하는 가운데, 유키노시타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나 얼굴을 빨갛게 하고 있었는데, 기쁘지 않았던거니? 아아, 그게 정신적 고통을 일으켰으니까 나를 아이언 메이든이라고 부른거야? 너 정말 부끄럼쟁이구나"
살짝 뺨을 붉힌 유키노시타에게 가장 먼저 유이가하바가 복귀했다.
"유, 유키농 아-앙했어!?"
"했어"
"받았어!?"
"받았어"
"꺄-! 굉장해!"
과연 연애뇌다. 순식간에 텐션이 상승해서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를 껴안는다.
"축하해, 유키농!"
"아아, 아니. 아직 사귀는건 아니니까"
"아직!? 아, 그치만 아직이라는건 이제 곧 이라는 소리지?"
"히키가야에게 달려있어"
"유키농 굉장해! 홀딱 반해!"
"그렇게 떠들어대도 곤란한데………"
여자 둘인데 떠들썩한 그녀들을 아직 멍청한 의식중에 쳐다보고 있으니 하야마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히키타니………"
뭐야, 그 울음같은 미소는.
뭐야, 나 노리고 있었냐? 에비나가 기뻐하겠구만……….
"………폭발해라"
"정색하고 그런 소리 마라, 무서워"
너한테 듣고 싶지 않아. 학교 제일의 인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남자에게 곡해당하다니, 영문을 모르겠다. 너, 이거 이상으로 뭐 갖고 싶은거냐, 이 구두쇠 같으니! 조금 정도는 외톨이인 나한테도 나눠주세요.
"뭐, 됐어. 가자, 히키가야. 부활동이야"
지쳐버린 내 손을 잡고 유키노시타는 걸어갔다.
"행복해야해!"
"………행복해야해"
기운 넘치는 유이가하마와 어딘가 의기소침한것 처럼 보이는 하야마에게 배웅 받고, 교실을 나갔다.
"어이"
부실에 도착하자마자 유키노시타에게 말을 걸었다.
"뭐니"
"아까전엔 뭐야"
"아까전이라니"
"그러니까, 아까전에 교실에서 테러말야. 뭐야 너, 안 그래도 조금 미묘한 반 안의 내 위치를 더 나쁘게 하고 싶어? 괴롭히기야?"
봉사부 활동 일환으로 연관된 유이가하마나 하야마라는 카스트 상위 2명이 말을 거는 외톨이라고 하는 잘 모를 입장인 나는 반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버거워진다. 사용 설명서가 필요해지는 수준이다. 유이가하마한테는 '삐뚤어진것 뿐이지 근본은 솔직" 하다고 듣고 있어서 실제 취급은 굉장하게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유키노시타도 진심을 내면 나 정도는 간단하게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 녀석은 인심장악 같은거 엄청 못하니까. 하위층 사람들의 마음을 모른다고 할까. 이번 승부에는 그 극복도 포함되어 있는걸지도 모른다.
"승부의 일환이야"
태연하게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저거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착각이야"
"착각인거냐"
알겠니? 라며 유키노시타는 이쪽 얼굴을 올곧게 쳐다보고,
"주위에, 나와 네가 자못 특별한 관계인것 처럼 보인다. 그렇게 하면 유이가하마처럼 네 주위는 나와 네가 특별한 관계인걸로 받아들일거야. 그런 나날이 며칠이나 계속되면 점차 너는 나와 특별한 관계인것 같은 착각에 빠져, 정신을 차리면 진심으로 나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게 돼. 거기까지 가면 네 마음은 나 일색. 나의 승리야"
"특별한 관계라니, 말이 지나치잖냐. 게슈타르트 붕괴하겠다. 뭐야? 특별한 인간이야? 벨다스 오리지널이야?"
"뭐, 요컨대 그런거야. 타의는 없어"
"어디까지나 승부를 위한 한 수인가"
"그래"
흐응.
순전히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소유권을 주장하는건가 생각했지만 또 착각인가. 뭐, 유키노시타는 어디까지나 승부에만 집착하니까. 딱히 나를 좋아하는것도 아니니까. 그런 의미로는 착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그래, 농락하기 위해서니까 좋아싫어는 하는 쪽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고서 슬퍼졌구만.
"뭐,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군. 네가 그렇게나 진심이라는 소리고. 주위에서 얘깃거리가 되거나 놀림받을 각오는 제대로 된거겠지"
"그래, 물론. 오히려 오라고 할 정도야"
"과연. 네가 좋다면야 나는 딱히 상관없어"
"………새삼스럽지만, 괜찮니? 교실 안에서 입장이라거나"
"뭐야, 걱정해주는거야?"
"그러는 편이 포인트 높잖니?"
"하치만 입장으로는 말이다. ………기껏해봐야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정도겠지. 자주 있는 일이니까 신경 안 써"
"자주 있는 일이구나………"
"아마 외톨이 특유의 자의식 과잉 탓이겠지만"
혼자 있으면 무척이나 주변 소리가 잘 들린다. 경계심이 높아져 있기 때문일까 웃음소리가 나면 자신이 비웃어진다고 생각을 한다. 남은 나같은 거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는데.
"네가 승인해준다면 한 동안은 그러는걸로 하자"
"알았어"
끄덕이고서 이 이야기는 끝.
"그래서, 부실 왔는데, 지금부터 부활동이지?"
"그래. 승부가 있다고 해도 부활동을 소홀이 할 생각은 없어"
여전히 성실하다. 그 의욕을 조금이라도 나에게 다정하게 하는 방향으로 써주면 안되나아. 나는 조금 다정하게 대하는것 만으로도 들떠버린다고. 외톨이는 그런 생물이다. 착각해버리는 생물이다. 훈련받았으므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끼어들지 않기 때문에 결혼사기 같은데는 걸리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 유이가하마에게 당하면 아마 여유롭게 도장찍겠지.
"부활동이라고 해도, 의뢰가 안 오면 한가하군"
"평소대로 독서라도 하자"
"그것도 그렇군"
독서는 좋다. 거칠어진 마음을 치유해준다. 리린이 만들어낸 최고의 문화다………. 뭐, 오늘 갖고온건 색기 많은 라노벨이지만. 치유 방향이 카바레 클럽과 같은건 이 기회에 넘어가자.
"후우"
평소처럼 유키노시타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거냈다. 자아 그럼 막 치유 세게로 빠져들려고 할때, 툭, 하며 바닥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꽤나 가까이, 거의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눈을 돌리니,
"………뭐하는거야 너"
"옆에 실례할게"
내 옆에 의자를 세우고 유키노시타는 태연한 얼굴로 툭 앉았다.
가까워, 유키노시타 씨. 가슴 닿고 있어요, 유키노시타 씨. 진짜 카바레 클럽 같아요, 유키노시타 씨. 이런 미인이 있으면 흡사 번식해버리겠지.
"………아아, 이것도 승부의 일환인가"
"그래, 물론. 뭐니? 좋아서 이러는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자만을 하는 남자가 아냐. 호의적인 행동에는 반드시 뒤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도록 훈련되어 있으니까"
"단순한 인간불신이잖니………"
유키노시타는 기막히다는 눈으로 이쪽을 본 후,
"하지만, 자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네 옆에 앉는건 바람직하다는 소리지?"
"………또 무덤팠나"
"정말로 빈틈이 많구나. 의식적인 빈틈인거지?"
"아아, 그 말대로다. 빈틈투성이인 나한테 방심해버리는 네 모습이 눈에 훤하다"
"어머, 그러니. 그럼 경계해둬야겠구나"
유키노시타는 쿡, 웃고 툭, 머리를 이쪽 어깨에 기대었다.
"어, 어이………"
허둥대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는 도발적인 시선으로,
"뭐니? 이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거야? 너 입만 살았구나"
"크………"
이런 말을 들어버려서야 어쩔 수도 없다.
"핫, 이런건 전차에서 옆에 앉은 여학생에게 몇 번이나 당했으니까 말이다. 익숙해져 있어. 오히려 마이스터다"
그거 거북했지. 제지도 못하고, 하지만 받아들이는것도 정신적으로 괴롭다. 진짜 여자는 도깨비여.
"그래. 확실히, 머리 두기엔 편안해서 좋구나"
"머리 두기 편하다는건 뭐야. 처음 듣는다고. 그보다 뭐야 너. 좋고 나쁘고 판단할 수 있을만큼 남의 어깨에 머리 기대는거야? 어깨 소믈리에야?"
"그럴리 없잖니. 단순히 마음이 편해서 그렇게 말한것 뿐이야"
"꽤 기쁜 소리를 해주잖아"
코마치에게 또 빌려주자, 어깨.
하지만 이것도 당하기만 해선 분하다.
좋아, 이 어깨에 머리를 문지르며 "응-………" 라고 말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는 이 여자에게 반격을 하나 해보자.
"아-………그거다. 그렇게나 편안하면 언제든지 어깨 빌려줄까?"
어때, 이 살인문구. 다정함이 흘러넘쳐서 세계가 평화로워질 수준이다. 나, 되게 성인이잖아.
"에………?"
거 봐, 유키노시타 씨도 놀라고 있다고? 뀽 온거 아냐? 뭐, 아니겠지.
"………그래도 돼?"
"에"
왜 그렇게 감미로운 목소리야?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어, 어어, 좋아. 얼마든지 와라"
"그래………"
유키노시타는 한번 끄덕이고,
"………기뻐"
부끄러운듯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 고등 테크닉.
지나치게 연기파잖아, 유키노시타………. 승부라는걸 몰랐으면 단번에 착각해서 고백했을 참이라고. 또 하나 져버릴 필요 없는 목숨을 구해버렸구만……….
"………잠시 이대로 있어도 될까"
"………오오, 상관없어. 기분 너무 좋아서 반했다고 하지 마라?"
"후후, 그렇구나"
생글생글 기분 좋게 유키노시타는 내게 머리를 기대온다. 경계심이 너무 없는 그 행동에 한 랭크 위의 외톨이는 이런건가 전율을 느끼면서 독서로 돌아갔다.
집중할 수 없어서 좀처럼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내 오른손을 유키노시타는 어느샌가 움켜쥐고, 감촉을 확인하듯 곰실곰실거리고 있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손가락 감촉도 또한, 그녀가 말하는 승리로 가는 한 수 였던걸까.
손만 부드러웠다고는 하지 않는다.
도시락 테러로부터 며칠 지나, 나도 정신 안정이라는걸 어느 정도 얻었다.
유키노시타가 공격해온다고 해도 점심에 도시락을 서로 아-앙 먹여주며 방과후에 어깨를 기대어 독서에 힘쓰는 정도. 그리고 기껏해야 귀가길에 손을 잡는 정도다.
이 정도라면 할 수 있다.
귀가 후 코마치에게 엎드려 빌어서 그것들의 특훈을 하고, 소년 만화 주인공의 각성과 조건을 마찬가지로 채운 나는 지금은 슈퍼 힛키.
더는 유키노시타로부터 풍기는 왠지 좋은 냄새에도 미동도 하지 않게 됐다.
………아직 신체 접촉에는 부끄러워하지만. 그치만 그 애 부드러운걸. 같은 사람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딘가에서 익숙해지지 못하면 계속 얕보여질테고, 가능한 힘내기로 하자.
같은 반 애들도 처음 이틀 삼일은 유키노시타가 내습할때마다 소근소근 입을 모았지만, 그것도 점차 사라졌다.
익숙해졌다, 라기보다도 뭐라고 해야할까, 말을 해선 안 될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아닌 어째선지 하야마에게.
리얼충의 왕, 줄여서 리어왕인 그는 유키노시타가 내게 도시락을 가져올때마다 표현하기 힘든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본 같은 반 녀석들은 왠지 모르게 화제로 삼아선 안 된다며 분위기 읽기를 발동하여 결과로서 뒷손가락질 당하는것도 줄었다.
정말 하야마 짱짱님, 하야마 님이다.
반의 평온을 사랑하는 하야마다. 배려해준거라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가려고 했지만 유이가하마에게 저지당했다.
"아니, 힛키. 그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심해. 심하다구"
심하다니 뭐가. 심하다고 해도 잘 몰라. 2단층이 좋다면 된장이라도 써줘라.
필사적으로 저지당해버려서 감사는 다음에 전하기로 하고.
유키노시타와 승부가 어느 정도 침정화된 움직임을 보이던 때의 일이었다.
"……유이가하마, 얼마 후면 생일인 모양이야"
"좀, 먹으면서 말하는건 그만두렴. 너는 좋은 집안 아가씨잖니?"
"뭐니 그 여성 말씨……… 녹음했는데, 유이가하마나 토츠카에게 건내줘도 되겠니?"
"그만해주세요 죽어버려요. 더 이상 평가가 떨어지면 내 입장이 위태롭다"
"뭐, 확실히 상스럽구나. 앞으로는 조심할게"
"어, 남녀 둘다 해당되는 말이지만, 사소한 걸로 사랑이 식어버리는 모양이니까 조심해야지"
"…………진심으로 조심할게"
"그렇게 살기 띄우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뭐였더라?
"그러니까, 유이가하마의 생일이 가까워진다는 소리야"
달걀말이를 이쪽으로 내밀면서 유키노시타가 말한다.
나는 그걸 입으로 받으면서 의문부를 띄웠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유키노시타는 입을 다물었다.
"너, 축하하려고는 생각 안 해?"
축하해? 뭘?
"………………아아, 그런가. 생일이군, 아 그래. 그렇군, 생일이라면 축하해줘야지. 응"
"…………너, 혹시 생일에 축하받지 못"
"아니, 그런건 아니라고? 물론 매년 축하받는다고? 하지만 말야, 거, 친구를 축하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렇구나"
"응………"
조금 슬퍼져서 고개를 숙이니 유키노시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독설을 내뱉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다정한 힘조절.
"유키노시타………"
"침울해하는 자신을 달래주는 여자애는 싫어?"
짖궂게 쿡 웃는 유키노시타.
순전히 약한 곳을 찌르거나 경멸받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의외다.
이런 다정한 면도 있는건가………….
"…………"
"…………"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유키노시타에게 쓰다듬어지길 3분.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더라"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대로라면 점심시간이 끝난다.
"유이가하마의 생일이야"
"생일에는 안 불릴테니까 선물이라도 사야겠군"
"안 불리는건 전제구나………"
기막히다는듯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에게 "아니아니" 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치만 너, 유이가하마의 생일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미우라도 올거 아냐? 거기에 너를 데리고 갈 수도 없잖아. 분위기가 무거워져서 유이가하마에게 마음 고생시킬테니까"
유키노시타와 미우라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 다른 녀석들에게 대미지 카운터가 쌓인다. 다들 사이 좋게 커맨드인 유이가하마라면 한 개로 쓰러질 것이다. 혹은 대미지 카운터 제거를 위해 고생해서 중화제가 되거나. 어느쪽이든 축하받아야할 그녀를 피로하게 만들어버린다. 그건 유키노시타도 미우라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데려가주는건 전제구나"
"아?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아-앙"
"어, 어어…………"
왜 이 녀석, 기분 좋아진거야? 그렇게 미소 지으면서 책상 아래로 손 잡아오는거 그만두지 않을래요? 부끄럽거든요?
무리하게 떼어놓으려고 하는것도 화가 나서 내버려두기로 하고.
"그래서, 선물인가. 뭘 살까"
"그거 말인데"
"오, 뭐야. 명안이 있어? 과연 유키노시타다"
"그래, 맡겨주렴"
우쭐댄 얼굴로 없는 가슴을 펴는 유키노시타. 여전히 눈에 다정한 가슴이다.
"히키가야는 코마치에게 여성에게 줄 선물 액수 상한을 물을 수 있니?"
"액수 상한?"
"어느 정도 가격의 물건을 선물로 줄지에 대한거야"
"아아, 너 좋은 집안의 아가씨니까………"
그래, 라며 선뜻 끄덕이는 유키노시타.
비아냥 거릴 생각은 없지만, 서민인 우리들과는 금전감각이 달라지는건 당연하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해도 좋다.
"일단 나도 뭘 선물할지는 생각해봤는데………"
"호오. 덧붙여서 뭘 선물할건데?"
"자신이 받아도 기뻐하는거라고 생각해서 판씨 인형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판씨? 아-, 그 디스티니 캐릭터인가. 에, 뭐야 너, 판씨 받으면 기뻐?"
"이상, 한거니…………"
"아니, 남의 취향에 이상하다고 하는 녀석은 죽어라고 생각하는데………그거 가격은?"
"큰거라면 1만엔 정도야"
"그건 좀 비싼데에………"
더치페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선물 받은 쪽이 곤란해할 수준이다.
"그렇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뭐, 그리 침울해 하지마. 과연, 그래서 코마치한테 상한 금액을 듣고 딱 좋은 가격대를 찾는다라"
"그래. ………부탁할 수 있을까"
유키노시타에게 가슴을 편다.
"맡겨줘. 그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어. 코마치에게 아양떠는건 내 18번 특기야"
"오, 오빠의 위엄은 없니………?"
"있으면 무섭잖아. 나란 말이다?"
"…………어떠려나"
"거기는 동의해줘………"
"내가 네 동생이라면 어댔을까?"
"어, 뭐야? 동생플레이라도 해줄거야?"
"네가 그걸로 나한테 반해준다면"
"진심이냐…………"
동생 플레이 좋네에.
"유키노시타는 동생이랑 어울릴것 같다고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이지이………"
"…………그런걸 생각했었니? 엄청 변태구나"
"아, 아니,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 딱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동생 플레이라고 말한 시점에서 이상한 의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막힌듯 한숨을 쉬고,
"애시당초, 나는 어엿한 동생이란다?"
"내 동생?"
"그건 너무 무섭잖니………"
"이복 동생이라던가, 있다고 하면"
"아니니까 안심해줘. 나 언니가 있어"
"진짜 여동생이었나………내 관찰안도 아직 녹슬지 않았군"
"쓸데없는 기술이구나"
"어라, 잠깐만? 그 유키노시타 언니랑 결혼하면 유키노시타는 자동적으로 내 동생이………?"
"그렇게나 동생이 됐으면 좋겠어?"
"…………네"
"숙고한 끝에 끄덕일 줄은 생갇 못했어……"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 후,
"그럼, 체험판으로 해줄까?"
"어, 그래도 돼?"
"조금이라도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나쁜건 없어"
"그, 그렇게까지 승리에 집착할 줄이야………과연, 유키노시타"
"칭찬하지 않아도 돼. 그래서? 어떡할거니? 체험판, 해볼래?"
"부탁합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부실을 나갔다.
"………유키노시타가 내 동생이 된다니"
다시 생각해보니 뭘 하고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지만 뭐 됐다.
이 시스콘 하치만. 어떤 동생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소재다.
………아니, 딱히 여동생이라고 다 좋다는게 아니라, 코마치니까 좋은것 뿐이지만.
하지만 동생 플레이는 왠지 단어의 울림에서 동경을 한다.
코마치도 귀엽지만, 가끔은 다른 느낌의 동생도 접해보고 싶다.
스테이크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꽁치도 먹고 싶어지는 셈이다.
그런고로 비교적 기대가 들었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내 앞에, 유키노시타는 마침내 나타났다.
"기다렸지…………오, 빠?"
"오오………"
마침내 강림된 동생은,
"………머리 묶은건가"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으로 포니테일을 흔들었다.
"그래. ………머리형태를 바꿔서 기분을 바꿔봤어"
"뭐야 그거 굉장해
폼 체인지 같아.
"그래서, 어떠니……아니, 어때, 오빠야"
올려다보기로 쳐다보는 유키노시타에게 불끈 기학심이 솟았다.
"너무 아양떨어. 20점"
"짜, 짜구나………"
"아니, 그치만 오빠야 부르는건 코마치하고 겹치고"
"그걸 말하면 코마치가 아양떤다는게 되는데………"
"그런 녀석이니까. 달리, 그 밖에는 없어?"
"의외로 휙휙 오는구나………뭐, 좋아. 에 그럼………오라, 버니?"
"오오, 유키노시타의 아가씨 다운 점이 나와서 좋네. 계속할래?"
"그렇구나, 에 그럼………………………에 그럼……"
"………왜 그래, 현역 여동생"
"어, 어쩔 수 없잖니. 언니하고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러니까 별로 동생다운 행동은 안 해봤다고?"
"맞아………"
…………호오.
그 때, 내 머리에 묘안이 떠올랐다.
"그건 아까운데에"
"에?"
어리벙한 유키노시타에게 말해준다.
"아니 봐, 여동생은 오빠언니한테 귀여움 떨잖아. 그걸 안 했다니, 손해보는거다 유키노시타"
"그, 그런걸까………"
"어. 뭣하면 체험해볼래?"
"체험?"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가 있을 경우, 얼마나 귀여움을 떨 수 있는지. 조금 체감해보는게 어때?"
내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유키노시타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그렇구나…………그렇게 말해준다면, 모처럼이니까 고맙게"
"좋아"
그렇게 결정되면 이야기는 빠르다.
"자, 이리로 와, 유키노"
"후에!?"
"뭐, 이리로 와서 앉아"
"이리로라니………"
"됐으니까 얼른"
컴컴, 손으로 나타내자 유키노시타는 당혹해하면서도 다가왔다.
"여기, 의지가 없으니까 앉을 수 없잖아. ………설마 바닥에 앉게할 생각이야? 터무니 없는 오빠네. 죽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겠냐. ………자"
"왓………"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무릎 위에 앉혔다.
"히, 히키가야………"
"인마, 히키가야가 아니라 오라버니잖아? 안 그래?"
"에, 아…………"
"자, 입 벌려, 유키노. 오빠랑 같이 점심 먹자고?"
쉴세없는 말에 유키노시타는 들은대로 입을 벌려 내밀어진 비엔나를 먹었다.
"맛있어?"
"마, 맛있어………아, 아니, 맛있어요, 오라버니"
"그런가그런가. 그건 다행이다"
"후와………"
비어있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유키노시타는 몸을 굳혔지만, 바로 이완되듯 풀어졌다.
………예상대로.
평상시 무뚝뚝해하니까 별로 친애를 받지 못해보이는 그녀라서, 소꿉놀이 종류라고는 해도 이렇게 양껏 사랑을 받는데는 약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적중했던 모양이다.
아니, 유키노시타에게는 좋을대로 당하기만 했으니까 가끔은 이렇게 공세를 바꾸는것도 좋겠지.
응, 그래, 공세. 기세만으로 유키노시타를 무릎에 앉히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이건 전부 공세다. 딱히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라고할까 슬슬 원래대로 돌아갈것 같아서 무섭다. 옆에서 보면 지나치게 성희롱 해서 신고하면 평범하게 패소할 수준이다.
"…………과연"
아,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인생은 타임 엔드군요, 압니다.
"확실히, 시스콘을 자처하는 만큼 포용력은 있구나"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다. 어땠어, 체험은?"
"………………나쁘지는 않았어. 오히려 편안할 정도야"
"진짜냐. 나 오빠력 높은건가………"
"분명 내가 사랑에 굶주린것 뿐이라고 생각해"
유키노시타는 빙글 반전하여, 대수롭지 않게 포니테일로 나를 싸다귀 치면서 이쪽을 돌아봤다.
"오라버니………"
"…………좀, 체험판에선 포옹은 금지인데"
"부끄러운거니? 이러니까 동정은………"
"끄으윽………"
신음하는 나의 가슴에 유키노시타는 머리를 문지르며,
"이렇게, 누군가에게 몸을 기댄 기억도 없어. …………부탁했으면 언니는 안아줬을까"
쓸쓸한듯, 후회하는듯한 목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등에 팔을 감았다.
"…………체험판에선 포옹은 금지 아니었니?"
"특별 대 서비스입니다, 손님"
"그래…………그럼 사양않고"
꼬옥, 안겨져 그녀의 부드러운 감촉이 앞면으로 전해온다.
뇌내에서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그녀의 등을 퐁퐁 두드려줬다.
"그래서, 선물 이야기로 돌아가겠는데"
포니테일을 풀며 유키노시타는 동생이 아니게 됐다.
"너 전환 빠르구만…………"
"익숙해지면 이런거야. 히키가야도 연습하는게 어떠니?"
"아니, 그런 가면을 쓸 필요없고. 페르소나 같은거 안 외치거든"
마요나카 텔레비전에 돌입하는 친구도 없고.
오히려 내가 섀도우지. 그래선 진짜 나는 좀 더 이렇게, 리얼충같을텐데.
왠지 희망이 솟아왔다. 끈 같은건 없어도 어떻게든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코마치한테는 내가 물어둘게"
"고마워. ………대신에 라기엔 뭐하지만, 물건은 내가 고를테니까, 둘이서 산걸로 하자꾸나?"
"어?"
의문부를 띄운 내게 유키노시타가 설명한다.
"봐, 히키가야는 여자애가 기뻐할만한 물건은 모르잖아? 그러니까, 내가 고른걸 둘이서 더치페이로 사서 유이가하마에게 선물하자"
"아-, 가격 상한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선물할 물품 상한을 배우는 느낌인가"
"기브 앤 테이크야"
"딱히 테이크는 필요없지만 말야. 유키노시타에겐 늘 신세지고 있고"
아까 동생 플레이도 받았고. 유키노시타의 태도로 보아 결국 성과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무 미련도 없다. ………이래저래 미소녀와 얘기하고 접하는건 행복한거다. 마음이 맞는 상대라면 더더욱.
"그런건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하는것 뿐이니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거구만. 너 혼자 맡기는것도 미안하니까, 선물 사러갈때는 나도 갈게"
"그래도 되니?"
"뭐, 나도 유이가하마에게는 신세 졌고, 더치페이라고 해도 돈만 지불하는건 좀 그러니까"
"………그렇게 말해줄거라 생각했어"
"아?"
"암궛도 아니야.그럼 이번주 일요일에 갈까"
"어, 어어…………"
묘하게 깔끔한 미소를 짓고 있구나, 라고는 생각했다.
생각은 했지만 위화감 정도 밖에 느끼지 않았다.
그런고로.
"…………유키노시타 씨"
"왜?"
"…………이거, 데이트인가요"
"옆에서 보면 그럴거라고 생각해"
"그렇지이………"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방심했다…………"
"에, 이제 깨달은거야?"
약속 장소 역앞 로타리.
귀여운 사복을 입은 유키노시타가 이리로 손을 흔들면서 달려올때 겨우 그 가능성을 떠올린 나는,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행위에 흥분을 안고 있던 모양이다.
몇 년만이라고 할까,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야 두근두근 밤잠도 못자게 되니까 어쩔 수 없는걸테지.
"과연 유키노시타, 더럽다. 책사 유키노시타. 책사농 책사농"
"딱시 책략도 뭐도 아니잖니………"
"거짓말 마. 너 그 날에 '그렇게 말해줄거라 생각했어'라고 했잖아. 이 전개를 완전히 읽고 있었잖아"
"으…………"
정답인 모양이라,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래, 맞아. 함정에 빠진 쪽이 나쁜거야"
"정색했다………"
"더치페이라고 해서 돈만 지불하고 끝낼만한 슬픈 인간은 아니라고 믿었기에 성공한 책략이야"
"좀, 변명중에 추켜세우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칭찬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용서해버릴것 같은데"
"딱히 괜찮잖니. 나같은 미소녀와 데이트 할 수 있는거란다? 뭐가 불만인거니"
"미소녀와 데이트를 하니까 문제잖아"
지금도 유키노시타와 승부중이다.
아무리 아-앙을 비교적 부드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과 접촉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내 이야기.
깔끔하게 차려 입은 교복 차림과 달리, 유키노시타가 내포하는 귀여움을 전면에 내세운 복장과 트윈테일레 이미 흔들리기 시작하는 나로선 반나절도 못 버티는게 아닐까.
코마치, 그리고 과거의 나. 미안.
나, 오늘 쯤에 함락될지도………….
하늘로 돌아갈 때가 온거다, 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의 눈 앞에, 유키노시타는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너는 나를 미소녀라고 부르는데 주저가 없구나"
"그야 네가 나를 외톨이라고 말하는거랑 똑같잖아.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라는 인간은 외톨이일것이다.
설령 입학식에 사고를 겪어서 급우와 친해질 타이밍을 잃는 일이 없어도, 십이분 외톨이가 된다.
늘어난 가치관이 외톨이 이외의 선택지를 준비하지 않는다.
그런 절대는 분명히 있다.
안 그러면 내가 외톨이인건 노력부족이라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서 싫어-.
"………………절대적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고나서 유키노시타는 팔을 끼어왔다.
"우오…………"
"가자, 히키가야. 모처럼 데이트니까 시간이 아까워"
허둥대는 내 옆에서 유키노시타는 부끄러워 보이면서도 내 팔에 몸을 기대왔다.
저번회까지 줄거리.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데이트를 하고, 그러는 김에 빠지게 만들어라. 뭐야 이거, 어디의 라노벨 같아.
"코마치에게는 제대로 물었니?"
"오오, 물론"
쇼핑 몰 안에서도 여전히 팔짱을 낀채로 유키노시타에게 끄덕인다.
"오늘 선물과 맞바꿔서 가르쳐줬어. 대충 2천엔에서 비싸도 3천엔. 둘이서 합친다면 3천엔에서 5천엔. 그 이상은 반품에 힘들어지니까 NG라더라"
"반품…………그런것도 있구나"
"어. 생각도 못했어.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어쨌든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따라서 줘본적도 없어서 그런 일에 곤란한 일도 없다.
"…………생각도 못한 우리들은 대체 뭘까"
"다 말하지마, 유키노시타. 뭐가 슬퍼서 데이트까지 와서 침울해야하는건데"
"그것도 그렇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그녀에게 말한다.
"거기다 그거다. 지금부터 생각해주면 될 뿐인 이야기다. 과거는 돌아볼게 아냐"
"거의 매일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보는 너에게 그런 말을 들어도"
"시, 시시시시끄러! 따, 딱히 지금도 좋아했던 애가 여기서 데이트하고 있는걸 보고 절망했던 중학생 시절은 생각 안해!"
마침 저기 에스컬레터에서 즐겁게 웃고 있구나아, 미하라 씨.
"………………"
"그, 그만해. 그런 불쌍한걸 보는 눈으로 나를 보지마!
"너 의외로 멘탈 약하구나…………"
유키노시타는 쿡 미소짓고 비어있는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반성할 필요가 없는 과거라면 잊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생각해봐도 힘들기만 할테니까"
"그래도 뭐라고하나? 이렇게, 나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고 있어, 라던가"
"그건 네가 혐오하는 에 그게………리얼충? 의 사상이구나"
"으윽………"
그러고보니 그런가 하며 신음짓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미소짓고,
"과연 문과계. 이론적 사고는 약한 모양이구나"
"그, 그건 문과계에 대한 편견이다………! 욕할거면 나만 욕해라………!"
"안좋은 추억만 짊어지다니, 터무니없는 M이구나, 후후"
젠장, 엄청 즐기고 있구나 이 녀석…………. 미소가 빛나 보인다. 앞으로는 새디노스타라고 부르자.
하지만 이 정도로 신랄한 말을 하면서도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은 멈추지 않는건 뭐야? 떡과 채찍이야? 위로하는듯 쓰다듬는듯 황폐해졌던 무언가가 치유되어가는 듯하다.
기분 좋아진 그녀가 만족할때까지 매도와 쓰다듬을 받은 후,
"예산을 알았으니까 남은건 물품을 보는것 뿐이야"
"오, 후보는 생각해온거냐"
"그래, M가야"
"지독한 별명이다…………"
"자, 가자"
"어, 어어………"
팔을 당겨져 우선 도착한 곳은,
"…………펫 샵이라고?"
"그래"
끄덕이는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개를 키우는 모양이니까"
"호오"
"그거 관련된 물건이라면 그리 값도 비싸지 않을거라 생각했어"
과연. 우리 집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지만, 우리나 화장실 등 대형 물품 이외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다.
"꽤 괜찮지 않아?"
"그렇지?"
흐흥, 하며 우쭐댄 얼굴. 그러는김에 가슴도 피지만 없는 가슴이 강조되어서 조금 슬퍼진다.
"…………뭐니 그 눈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보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유키노시타. 괜찮아. 그건 스테이터스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므으, 하며 볼을 부풀리면서도 쓰다듬을 받는 유키노시타.
"그럼 조금 돌아볼까"
"그래, 그러자"
얼른 가게 안을 돌아본다.
사료 통조림은 역시 없군. 나도 안다.
오, 이 공 괜찮은데. 이 프리스비 같은거도. 공원에서 놀 수 있을것 같다.
개, 좋구나아. 키우면 친구가 없어도 개랑 놀 수 있으니까아.
"…………오"
문득 눈에 띄는게 있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
"왜 그러니?"
"이거 이거"
"뭐니? ………………목걸이?"
"어"
선반에 진열된 주황색 목걸이를 들어올린다.
"이거, 어울리지 않냐?"
"에, 너 유이가하마네 개를 본 적이 있어?"
"아니, 유이가하마 본인한테"
"……………………"
우와, 차가워. 뭐야 이 이선 차가워. 온도 갖고 가잖아, 이거. 냉동빔 같아.
"…………아무리 그래도 가게 안에서 정좌하는건 용서해줄게"
"감사합니다"
순순히 고개를 숙인 내게 유키노시타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래서, 할 말은?"
"아니, 그게…………유이가하마 씨, 조금 강아지스럽잖아"
"계속하렴?"
"그러니까 그게……………어울릴까나 생각해서"
"…………그래서?"
"아, 악의는 없었다고? 진짜 우발적이라고 할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그녀는 흠, 하고 끄덕이고,
"M가야"
"네"
"유이가하마는 나의 소중한 친구예요"
"네"
"확실히 강아지 같다고도 생각하지만, 이건 아무리 그래도 지나쳤어요"
"…………네"
"그러니까…………벌로서, 이건 네가"
그렇게 말하고 내밀어지는 목걸이.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껴라고?"
무심코 목소리가 떨린다.
"그게 강아지 용이라서 피부가 거칠어진다면 어쩔 수 없구나"
"유키노시타…………!"
한숨과 함께 내밀어진 동정에 무심코 매달린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짓고,
"내 크림을 빌려줄게"
"귀신! 악마! 설녀!"
"에? M가야에게는 포상이잖니?"
"아니, 그렇게까지는 완성되지 않았어………"
아, 하지만,
"아니, 잠깐만…………? 의외로 포상인건가?"
"너는 왜 그렇게 도전 정신이 왕성한거니………"
"아니, 안 그래도 남과 접촉이 없어서 취미 기호에 변화가 없으니까. 좋아하는건 많은 편이 즐거울테고"
"이상한 곳에서 활동적이라니까…………"
"거기다 그거다, 쫄병정신은 만일에 사회에 나가 회사라도 들어가게 되면 절대로 필요한거니까. 지금부터 길러두는것도 나쁘지 않을거 아냐"
"노력하는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잠깐 해볼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는 좀…………부실에서 하자"
"에, 해줄거야, 유키노시타?"
"네가 M에 눈을 떠준다면 여러모로 편해질것 같아서 다행이야"
"조교라도 할 생각이냐? 하지만 네가 말하는건 대개 나 듣고 있잖아. 어라, 혹시 이미 조교되고 있어………?"
"나같은 미인이 하는 말이니까 거절 못하는거 아니니?"
"뭐어 그것도 그렇지만……………. 슬픈 남자의 천성이군"
"……………………"
"어이, 뭐야 그 기분나쁘다는 게슴츠레한 눈은. 안 되는거냐, 남자의 천성은 안 되는거냐. 어쩔 수 없잖아, 생물심리학 적으로도 남자는 귀여운 여성에게 끌리니까"
확실히 젊음이나 용모가 좋은게 출산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등은 기준이 된다거나 뭐라거나.
"……………………"
"전혀 게슴츠레한 눈이 변하지 않는구만. 게다가 무언. 아-, 모른다? 모처럼 데이트인데 그런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다면 이쪽도 생각이 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맞이해준 귀여운 점원에게 한 마디.
"실례합니다, 이 녀석이 고양이 만지고 싶어하는데 좀 괜찮나요?"
"아, 네에-!"
미소로 허락한 점원은 쇼 케이스에게서 아기고양이를 꺼내어 이리로 데려왔다.
"부디 귀여워해주세요"
"감사합니다아"
냐앙, 하며 친숙하게 우는 아기 고양이를 받아들고 유키노시타의 눈 앞에 단다.
"자아, 유키노시타. 네가 정말 좋아하는 고양이라고?"
"………………"
눈 앞에서 고양이를 흔들흔들 흔들어봐도 게슴츠레한 눈.
"하하하, 고양이 펀치다. 이얍이얍"
"………………"
아기 고양이의 손을 잡아서 뺨에 고양이 펀치를 날려도 게슴츠레한 눈.
"자아, 아기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울고 있잖아? 놀아주는게 어때?"
"……………히키가야"
"오, 뭐야. 안을거야?"
호이호이, 하며 고양이를 흔들자 유키노시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기 모습 보이니?"
"으윽…………"
아까전의묘한 텐션은 내가 생각해도 참혹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펀치라니, 뭐야.
당황하는 내 손에서 아기 고양이를 받고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쉰다.
"정말이지…………전에 동생 플레이 때도 그랬지만, 때때로 너, 나사가 빠지는구나"
"정말로 말이야아……… 왜 그런걸까아………"
"……………………무자각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만"
"어, 뭐야, 너는 왜 그런지 알고 있어? 과연 유키노시타"
호오, 라며 감탄의 목소리를 지르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미소짓고,
"어떠려나.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뭐가 원인일까 생각하는 나에게 에잇에잇 하며 고양이 펀치를 날려주는 것이었다.
"자, 다음 가볼까. 다음은 어디야"
"팬시 잡화점에라도 가려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 점심을………"
유키노시타가 말을 한 그 때,
"어라? 유키노?"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 주인은 이쪽을 가리키며,
"아-! 역시 유키노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라, 남자애 데리고 있어!? 뭐야뭐야? 데이트? 데이트야, 유키노!?"
소란스러구만, 이 사람. 코마치 만큼 소란스럽다. 코마치라면 용서할 수 있지만, 코마치가 아니므로 용서할 수 없군. 시스콘 만세.
하지만 엄청 미인이네. 머리는 짧지만 예쁘게 정리되어 있고, 옷도 캐주얼에 가슴팍도 열려있지만 결코 천박하진 않다. 라고할까 가슴 크다. 유이가하마나 히라츠카 선생님 만큼 크다. 치바의 평균 컵은 이렇게 높았던가?
"그래서, 누구야 이 미인"
"어머, 초대면인 사람한테 미인이라니, 말 잘하네, 남친아!"
텐션 높구만-.
기가 빠지는 내 옆에서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남친이 아니야…………언니"
언니?
언니이?
언뉘이?
아아, 과연. 즉 이 가슴은 실리콘인가.
하하하, 과연과연.
"남자의 적인가!"
꿈을 꾸게 하다니. 나는 이제 화났다. 격렬 분노다. 만해・격렬 분노뿡뿡 마루다.
"에엣!?"
"너무 직접적이잖이, 히키가야…………"
생트집에 놀라는 언니(임시)와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하지만 뭐, 가연.
"즉, 이 사람이 소문으로 듣던 유키노시타 언니라고"
"맞아"
"안녕하세요-, 유키노의 언니 유키노시타 하루노에요-!"
반짝 하고 윙크. 뭐야 이 사람 무서워.
"유키노시타, 가자. 이 사람 무서워. 왠지 무서워. 내 동정 센서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센서 정밀도 높아 보이는구나. 대충 맞아"
"좋아, 그럼 가자. 당장 가자.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알았어. 그럼 또 봐, 언니"
"자, 자자자잠만! 스톱! 스토옵!"
바로 가버리려고 한 나와 유키노시타의 팔을 잡는 유키노시타 언니.
"모, 모처럼 만난거니까 점심 같이 먹자! 응?"
"고개 갸웃거리는게 약삭빨라"
"큭………"
"그렇게 남자가 좋아하는 행동으로 속여왔을지도 모르지만 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내가 생각해도 차가운 목소리가 나오는구나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용서 없잖아, 히키가야………. 아무리 상대가 언니라고 해도, 초대면이란다?"
"아니, 그래도 말이다아………"
전날, 부실에서 있던 일이 머리를 스친다.
"어, 어쩔 수 없잖니. 언니하고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그러니까 별로 동생다운 행동은 안 해봤다고?"
"맞아………"
그 슬퍼보이는 눈동자.
그 원인이 된다면, 아무리 그래도 좋아할 수는 없다.
"정말이지……… 미안해, 언니. 그는 입이 좀 험해서. 근본은 좋은 사람이야"
"서, 설마 유키노한테 달래지는 날이 올 줄이야…………좀 울것 같아"
"그게 감동인지 동정인지 어느쪽일까. …………푸드 코트에서 식사를 하려고 생각하는데, 거기면 되겠어?"
"유, 유키노………!"
감격한듯한 목소리를 지르는 유키노시타 언니.
"괜찮은거야?"
"괜찮아"
유키노시타는 미소짓고,
"필요한 승리는 얻었는걸"
"헤에-, 하루노 씨는 OG입니까!"
"맞아맞아! 다음에 문화제에도 실례할까나!"
"하하하 좋네요 그거! 하루노 씨, 예쁘니까 남자가 많이 낚일거라구요!"
"아하하 그런가아! 낚인다는 표현 너무 직접적이라서 완곡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에!"
"무슨 말을 하시는거에요! 약삭빠르게 웃으면서 내심 뻥뻥 웃고 있는거죠?"
"말했겠다-!"
"핫핫핫하!"
"히키가야…………"
폭소하는 나를 유키노시타가 지쳤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아니, 왠지 아부하는것도 실례다 싶어서………… 하루노 씨, 실례라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꾸짖어주세요"
"오, 의외로 기특하네. 하지만 괜찮아, 오히려 즐겁구. 가끔은 본심을 폭로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거든-"
에헤헤- 웃는 하루노 씨. 어느 정도 방금전까지 정형적인 미소에서는 딱딱함이 풀린 느낌이 든다.
"이야-, 설마 첫눈에 들킬줄이야-. 대단하네, 동정센서"
"그쵸? 이걸로 저도 동정이라는걸 자랑할 수 있네요"
"응, 그건 자랑 못해"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유키노시타, 어떡하지. 마음이 꺾일것 같다"
바보취급 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랑할 권리도 없잖니………"
기막힌 얼굴로 한숨을 쉰 후,
"하지만 의외야. 언니가 히키가야를 마음에 들어하다니"
"아니, 잠깐 유키노시타. 이렇게 즐거운듯 대화해주는것도 아마 남자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한 수에 지나지 않을거다"
"동정 센서 지나치게 민감하잖니…………"
"그런거 아니야-. 즐거운데-?"
"그걸로 몇 번이나 속아왔는는데……………. 미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요. 진짜로"
"아하하, 명심하겠습니다-"
"유키노시타도!"
"나, 나도 그렇구나………"
"뭐야, 그렇게나 맨날 자기더러 미인미인 거려놓고"
"유키노………………"
"아, 아니야 언니. 그건 농담으로………"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딱히 상관없지만"
"유키노…………"
"잠깐, 그 뜨뜻한 시선으로 보지마"
"헤에-, 히키가야의 입장으로는 유키노는 미인이구나-"
"뭐, 그렇네요"
"그럼 성격은-? 유키노는 좀 부끄럼쟁이지만 착한 아이란다?"
"알고 있어요. 도시락을 만들어주거나 머리 쓰담"히, 히키가야! 이, 이거! 이 너겟 맛있어! 자, 아-앙!" 응? 어, 아-앙"
우물우물. 음, 맛있다. 유키노시타의 도시락보다는 못하지만.
"유키노……………그거, 얼렁뚱땅 넘길 생각인걸지도 모르지만, 아-앙 하는 쪽이 개인적으로는 결정타였달까나-"
"앗…………………"
"동작에 부끄러움도 없어보였고, 익숙해질만큼 했구나- 과연과연"
"우으…………"
의외로 두 사람 사이 좋아보이는구나. 하루노 씨는 그렇다치고, 유키노시타도 별로 무뚝뚝하지 않고.
이거, 내 착각인건가……….
"하지만………………"
보면 볼 수록 많이 닮았다.
머리형태는 다르지만, 얼굴은 판박이다. 유키노시타도 몇살 나이를 먹으면 이런 색기 있는 얼굴이 되는건가……….
하지만 자매라고는 해도 닮지 않은 부분은 있구나. 일란성 쌍둥이도 아닌 한 어쩔 수 없지.
"…………왠지, 저질스런 시선을 느꼈는데"
"정말-, 히키가야 야해-"
"죄송합니다"
여성은 의외로 그런 시선에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유키노시타도 그 정도 있었으면 적어도 남자한테선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텐데…………"
"필요없어, 절대적인 지지………"
"에, 뭐야? 히키가야는 큰 쪽이 좋아? 만질래?"
그렇게 말하면서 풍만한 가슴을 양손으로 밀어올리는 하루노 씨.
"좀, 고등학생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당황하게 시리"
"사양 안해도 괜찮아. 여기는 누나의 가슴을 휙하고 빌려줄게"
"아싸…………………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중 속에서 만지면 경찰이 와서 제가 끝납니다"
"그럼 사람 시선이 없는데로 갈까?"
"어쩌지, 유키노시타. 내 심장이 인생에서 가장 흔들리고 있다"
"나한테 묻지 말아주겠니, 변태"
"에, 너 뭘 화내는거야. 너겟 먹여주기를 원하는거야?"
"필요없어. 그냥 조용히 언니의 가슴이라도 주무르렴"
"유키노시타까지 등을 밀어버렸다……………. 이젠 주무르는 수 밖에 없나………"
머리를 감싸안는 나에게 하루노 씨는 미소짓고,
"물론 주무르면 책임 져주는거지?"
"!?"
"채, 책임인가요!"
경악하는 나.
"그야 물론. 그치만 처음으로 주물러지는거니까"
"채, 책임이라는건 뭐야 유키노시타. 급료 3개월치냐. 급료 3개월치 인거냐"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언니, 괜찮아? 이 남자는 생각 이상으로 비열하다고?"
"지독해라…………"
"괜찮아-. 얘기를 해도 즐겁고, 무엇보다 지위같은거 안 보고 나를 봐줄것 같고"
"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끄으응, 하며 뭔가 말하기 힘들어 보이는 유키노시타.
……………흠.
"역시 그만둘게요"
"에, 어째서?"
"아직 저에게는 이릅니다. 일단 게임으로 연습하고나서네요. VITA도 샀으니까요"
"그런가-"
끄덕이고서 하루노 씨는 옆에 앉은 유키노시타의 어깨를 두드렸다.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애네"
"그래?"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키노시타에게 하루노 씨는 웃으며,
"『"……………………무자각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만"』"
"!?"
놀라는 유키노시타.
왠지 그거 아까 똑같은 소리를 유키노시타가 했던것 같은데.
라는건 뭐야. 하루노 씨는 그 부근부터 계속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소린가.
"그럼 유키노. 히키가야도 그럴 마음이 들면 불러줘. 또 얘기하고 싶고"
또 봐, 하며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하루노 씨의 등을 원망스럽게 유키노시타는 노려보고,
"………………히키가야"
"어"
"………………역시 저 사람 거북해"
"……………그런가"
그럼, 나도 거북하다는 걸로.
"안좋은………………사건이었지…………"
"그래…………………"
아까부터 유키노시타는 줄곧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측면, 귀가 엄청 빨갛다. 그녀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것 같다. 요즘 쌍방 모두 접촉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까. 이 '승부'를 시작한 당초와 비교하면 그녀와 거리는 심하게 줄어든것 처럼 생각한다.
이거이 외톨이이기에 착각인지 아닌진 나는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그런 나의 감개 같은건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기운 내"
"………………"
하루노 시에게 보이고 있었다는게 어지간이도 충격이었는지 푸드 코트 자리에서 아직 일어서지 못한다.
마음은 안다. 나도 코마치에게 고양이 펀치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 가볍게 우울해질 자신이 있다. 평상시부터 빈틈없도록 행동하는 유키노시타니까 그 부분의 대미지는 나랑 비교도 안 될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걸어온 승부라고는 해도, 왠지 미안하다. 이런거라면 순순히 항복이라도 해둬야했다.
"자, 달달한거라도 먹고 기운 내자고. 크레이프랑 아이스림 중에 어느게 좋아?"
"………………크레이프"
좋아. 잠깐 기다려"
속죄라는건 아니지만, 하다못해 이 정도는 해주자. 주위 시선도 따가워졌으니까. 유키노시타 정도의 미인이 침울해져 있는걸 보고, 그리고 그 눈 앞에 앉아있는 나를 보면 내가 악당으로 보일 것이다.
그녀를 혼자 두고 일어서서 푸드 코트 구석에 자리잡은 크레이프 가게로 걸어간다.
역시 휴일 점심시간이라 가족 서비스로 온 가족이나 시간이 넘치는 학생들이 많다. 크레이프 가게도 걸걸한 여학생 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스위트(웃음)라고는 하지만, 달달한거에도 텐션을 올리는건 나쁜 일은 아니다. 유행을 따르기 쉽다는것도, 따르지 않으면 제쳐진다는것도 있어서, 그건 이쪽과 저쪽이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르다는 걸테지. 바보취급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심부름 온건 좋지만, 유키노시타의 기호를 모른다. 난감하다. 딸기랑 초코 바바나라면 어느 쪽이 좋으려나. 개인적으로는 초코 바나나라면 기뻐할거라 생각하지만, 둥글게 잘라 나오니까 딱히 텐션도 오르지 않군. 여름 축제때 부르면 와주려나. 무리겠지.
가게 안에서 혼자 망설이고 있으니,
"어라? 힛키?"
"응?"
뒤돌아보니,
"오오, 유이가하마"
"얏하로!"
손을 붕붕 흔들며 유이가하마가 이 쪽으로 다가왔다.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정말이군. 응? 오늘은 혼자야?"
"으응, 아빠보고 데려달라고 했어! 여기 크레이프를 먹고 싶어져서!"
"굳이 그거 때문에…………여자는 대단하구만"
"여자애니까!"
뚱, 하며 가슴을 펴는 유이가하마. 그녀의 사복은 카와사키 사건으로 도움을 받을때 본 적이 있어서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역시 뭐라고 할가…………빗치같다. 가슴팍이 열려져 있으니까 왠지 눈에 해롭다. 하루노 씨가 비교적 그렇게 안 보였던 만큼 쓸데없이 에로함이 눈에 띈다고 할가.
그런 점에서 유키노시타는 가슴팍을 열어도 건전하니까 기쁘다. 딱히 뒤떨어진다는건 아니다. 대신에 그거다, 유키노시타는 목덜미가 좋다.…………이런데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힛키는 혼자?"
"아-, 아니…………동생이랑"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왔다고 알려지만 안 그래도 학년 내에서 소문 퍼진 나와 그녀의 관계가 확고해질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새김 운운 말했지만, 만약 내가 승부에 이겼을 경우 여러모로 성가신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다못해 내가 소문을 퍼뜨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코마치랑?"
"어"
"헤에-, 힛키는 다정하네. 코마치를 자리에 앉혀놓고 혼자서 사러오다니"
"간만의 외출이니까. 이 정도는 사줘야지 생각했거든"
"오빠다운 일 하는구나-"
흠흠 하며 끄덕이는 유이가하마.
"…………좋겠다아, 오빠"
"그건 나보고 사달라는 소리야?"
"아니, 그런 뻔뻔스런지 아니구"
그녀는 쓴웃음을 짓고,
"그게 아니라 봐, 나 오빠가 없잖아. 왠지 좋겠다아 싶어서"
"호오…………"
선택지 1, '그럼 내가 오빠가 되줄까?'
선택지 2, '나도 내 위에가 없으니까 갖고 싶네'
…………뭐야 이 선택지. 뭐야, 요즘 라노벨의 그거야? 뇌내 선택지? 마침내 나도 라노벨 주인공인가…………하렘 만들고 싶다. 그리고 카이엔 가고 싶어. 좋아, 이걸로 플래그도 세웠으니 가능성은 박살냈군.
뭐, 농담은 그렇다치고. 1을 고르면 가볍게 식겁할것 같고, 그러는 김에 트라우마가 되살아날것 같으니까 2로 하자.
"나도 내 위에가 없으니까. 좋겠군, 형이라던가"
"그치-? 아-, 엄마 힘내주지 않으려나-"
"아니, 지금부터 힘내도 어찌 안 되잖아…………"
"야, 양자를 들이면…………!"
"오오, 그거라면 되는건가?"
"몰라…………"
으-, 하며 머리를 감싸는 유이가하마.
갑자기 팟 하고 고개를 들고,
"그렇지, 달달한걸 먹자"
"먹으면 뇌에 당분이 돌아서 답이 나온다고?"
"아마도!"
"아마도인가-"
기운 차서 좋구만. 유키노시타한테도 이 정도로 풀어지면 인생이 좀 더 편할텐데. 나 같은거랑 데이트 할 상항이 아니잖아, 진짜.
"아, 내 크레이프 다 된것 같아! 먼저 갈게!"
"어"
파닥파닥 받으러 뛰어가는 유이가하마를 바라보고 나는 메뉴를 쳐다봤다.
자리로 돌아오니 유키노시타는 테이블에 엎어져있었다. 기다리다못해 지쳐버린걸테지. 거기다 그녀는 체력이 없으니까 피로가 밀려온것도 있을 것이다.
"자, 사왔어"
말을 걸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게슴츠레한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봤다. 역시 졸고 있었던걸테지. 눈꺼풀이 무겁다. 왠지 에로하다.
"딸기랑 초코 바나나, 어느걸 먹을래?"
나는 어느거든 상관없어서 두 개를 사봤다. 적어도 하나는 좋아하겠지. 크레이프 계의 이대거두니까. 이래놓고 비엔나나 야채계열을 좋아한다고 하면 이제 이 녀석은 여자로서 보지 않기로 한다.
눈 앞에 둘을 나란히 들어보니, 그녀는 아직 잠에 취했는지, 상체는 그대로 얼굴만 가볍게 든 상태로 킁킁 코를 가져왔다.
우선 딸기, 그리고 초코 바나나 남새를 맡고, 그리고 어째선지 크레이프를 든 내 손에 코를 비벼왔다.
뭐야 이거, 고양이 같아. 손이 비었으면 아래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
새기손가락에서 세 번째 손가락으로 크레이프를 들고, 남은 검지 손가락으로 코를 만져주니 유키노시타는 순간 미간에 주름을 잡은 후, 졸린 눈으로 내 손끝을 쳐다보고,그리고 할짝, 그 손가락을 핥고 사랑스럽게 볼을 비비어왔다.
………………정말로 고양이가 되어 있다.
"어이, 일어나 유키노시타"
푹신푹신 코를 누르자, 그녀는 몇 번인가 싫다는듯 고개를 흔들고, 그리고나서 겨우 눈에 빛을 켰다.
"……………히키가야?"
갸웃 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평정을 꾸려 응답한다.
"어. 미안, 기다리게 해서. 잠 잘못자서 아프진 않아?"
"……………아아, 나 잠들었구나"
응, 하며 가볍게 기지개를 하는 유키노시타. 아무리 도마라고는 해도 남자의 눈 앞에서 그런 포즈를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너무 무방비하다. 평지라고 생각하던 곳에 완만하다고는 해도 산이 있다는걸 깨닫고 두근거리고 마는건 남자 고등학생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구요.
"미안해, 너를 사러 보내놓고 자버려서"
"아니, 상관없어. 점심 이후로도 선물 고른다고 힘내야하니까. 쉴 수 있을때는 쉬어두는 편이 좋아"
"……………다정하구나. 그러니까 글너 꿈을 꾼걸까"
즐겁게 미소지슨 유키노시타.
"꿈, 인가"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덧여서 어떤 꿈을 꿨는데?"
"내가 고양이가 되는 꿈"
"주인은 있었어?"
"후후, 비밀"
짖궂게 웃는 유키노시타.성실한 부분을 보이면서 의외로 장난기가 있는게 유키노시타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멋진 사람이었어. 다정하고, 따뜻해서"
"………………"
"왜 그러니? 갑자기 조용해지고"
"아니…………"
그저, 뭘까 이거 응? 여러모로 착각해버릴것 같다. 이것도 그거구만, 전략이지?
"자, 식기전에 얼른 먹자. 나는 딸기가 좋은데"
"어, 어어"
마음속 동요를 어떻게든 참으려고 하니 그녀가 얼굴을 들여다봤다.
"왜? 너도 딸기를 먹고 싶니? 그럼 한입 줄게. 아, 하지만 첫입은 내가 먹을거야"
자, 아-앙, 하며 내밀어오는 크레이프. 몇 입 먹은 후의, 입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는 그걸 보고,
"아니, 나는 초코 바나나를 좋아해. 그러니까 한입 먹는건 딱히"
"어머, 그래? 하지만 모처럼 두 가지 맛이 있으니까 먹여주기 하고 싶은데"
"……………너도 달달한걸 좋아하는구나"
"여자애인걸"
"……………그런가"
몇 입 먹고나서 크레이프를 내민다. 거기에 만면의 미소를 짓고 '하음' 깨무는 유키노시타. 거기에 망설임은 없다.
"후후, 맛있네. 다음에는 그쪽을 주문할까"
"그건 다행이군"
"정말로 딸기는 안 먹어도 되니?"
"아아. 여자랑은 달리 달달한거 전용 다른 배는 없으니까"
가볍게 웃고나서 손에 있는 크레이프를 본다.
그녀가 입을 댄 부분을 무심하게 먹었다.
"아, 간접키스구나"
"붓"
뿜을뻔한 나를 유키노시타는 쿡쿡 웃는다.
"정말 호들갑이네. 그런건 몇 번이나 해왔잖니. 거의 매일 아-앙 하는 사이고"
"그, 그렇군…………"
그렇다.
그런거다.
나와 유키노시타는 꽤 오래 그런걸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옛날은 사정이 다르다.
"히키가야?"
걱정스러워 보이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손을 흔들면서도, 심장고동은 8비트를 새긴다.
의식해버렸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멋진 사람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방금전에 잠에 취한 그녀의 모습이나 그리고나서 무방비한 행동을 보고,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해버렸다.
그게 승부를 위한 한 수라는건 알고 있을텐데, 마음이 흔들렸다.
아아, 당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갑자기.
너무나도 허망하게.
히키가야 하치만의 마음은, 마침내 빼앗기고 말았다.
"이건 어떠니?"
따라 왔습니다, 잡화점.
유키노시타는 즐겁게 빙글 돌면서 이쪽을 봤다. 흰 에이프론을 몸 앞에 대면서.
"………꽤 괜찮지 않아? 잘 어울려"
"………유이가하마의 선물인데"
응답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돌아왔지만, 크게 기분이 나쁜게 아닌, 오히려 기뻐하는걸로 보였다.
"하지만 어울린다면 살까"
에이프론을 입고, 뒤로 손을 돌려 리본을 묶고나서 "어때?" 라고 눈으로 묻는다.
뭐, 응. 괜찮지 않나? 좋다고 생각한다. 흰색의 군살없는 디자인이 청초한 그녀의 매력을 보다 이끌어낸다.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시선으로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그녀는 미소지었다.
"호평인 모양이네. 히키가야는 에이프론에 두근거리는 타입이니?"
"남자 중에 에이프론 차림을 싫어하는 녀석은 없지 않아? 가정적인 여자는 기본적으로 인기 높고"
"그럼 요리도 만들 줄 알고 다른 가사 일도 만전인 나는 남자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네 경우엔 안 그래도 용모가 좋으니까. 남은건 접근하기 힘든 외장만 벗으면 얼마든지 다가올거라 생각해"
"………………딱히 인기 있고 싶은건 아닌데"
"사치스런 소리 하긴…………"
얼굴은 피곤해하면서도 마음은 그녀의 기분 나빠보이는 얼굴로 가득했다.
그런 타이밍에 미간에 주름을 잡아도 곤란하다. 착각해버리니까.
"뭐, 됐어. 어울린다고 해준다면 그거대로"
"………승부 일이 되면 너는 용서가 없구만"
"그래. 이 승부는 꼭 이기고 싶은걸"
"………………그러냐"
지기 싫어하는 그녀는 그저 승부에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저 그것 뿐. 딱히 나 같은걸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나를 오해하도록 하는 발언은 모두 현명한 그녀가 만들어낸 프로세스가 틀림없다.
제대로 잊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나는 또 상처입고, 그리고 상처주고 만다.
곧잘 여자가 '좋아하는건 자유지' 나 '차일 각오는 되어 있었어?' 라고 말하지만, 그녀들은 고백받는 측도 상처입는다는걸 모르는걸까.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져준 사람을 슬프게 해선 안된다고 하는 책무는 어엿한 괴로움일 것이다. 중학교 시절 등 찌질한 나의 고백이라면 모를까, 그런대로 친근한 사이로부터 받는 고백이라면 그 책무는 반드시 짊어지게 된다.
'좋아하게 된다는 것'도 때로는 남을 상처입히는 날붙이가 된다. '좋아하게 되버렸으니까'라며 연심을 면죄부처럼 쓰는건 책임포기랑 같다. 마그대로 자기멋대로라는 것이다.
………………뭐,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어떡하지………….
딱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경험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으니까 이 가슴의 고동에 대한 대처법은 몇가지 터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좋아하게 된 상대가 평소부터 대하던 사람이라는 지금까지 나로선 가족 이외에는 없었던 존재라는게 문제로 거론된다.
마음은 깊어진다고 하지만, 역시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것과, 교실 구석에서 쳐다보고 있는것 하고는 그 속도는 전혀 다르다.
눈 앞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웃고 화내며 표정을 바꾸는 모습을 쳐다보면, 그것 만으로 그녀의 매력을 깨달아버린다.
하지만 여기서 거리를 둔다는것도 생각할 수 없다.
승부 중이라는것도 있지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학교에서 유키노시타의 입장에 대해서다.
현재, 비교적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공격해온다는 견해가 학생들 속에선 강하다. 뭐, 실제로 그 말대로고.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들고 데리러 오면 그렇게 되는것도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내가 공격해서 유키노시타가 그걸 받는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고로 내가 그녀로부터 거리를 두면, 유키노시타가 별볼일 없는 나한테 차였다, 라며 학생들의 눈에 비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유키노시타의 학교내 입장은 굉장히 위태롭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주위에서 경의를 표하고 있기에 독설도 용인받고 있지만, 그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면 그녀를 멀리하는 여학생이나 남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이쪽에서 떨어지는건 NG.
그렇게 되면 한동안 여지까지대로 그녀와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게 된다.
……………큰일이겠군.
엉뚱한데서 사랑에 빠진다, 를 체현해버린 나로서는 지나치게 매력적인 그녀를 앞에 두고 평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얼마나 신뢰를 두고 있는지는 솔직히 미지수이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런대로 신뢰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그런대로 신뢰하기 때문에 전술한 책무를 생각한다.
섣부르게 고백해버리면 아무리 승부라고는 해도,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관계에다 그녀를 보다 상처입힐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나의 책무라는 생각을 모를 것이다. 실례지만 그 정도로까지 친한 사이가 된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승부를 걸어왔을때도 뿌리칠때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분명 유키노시타는 나를 줏대 없이 만들어 부하로 만들겠다, 라고 안 했나?
미묘한 기억을 되짚는다.
『너야말로 각오하렴.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든 다음에 용서없이 버려줄게』
…………그런거 말했었지.
과연, 지금 나는 첫 단계, 유키노시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곳 까지 왔나.
과연과연.
…………즉, 내가 호의를 갖고 있다는게 들키면 용서없이 버려지는건가.
작전 제 2후보였던 '솔직하게 마음을 전한다'가 완전히 봉쇄되었다.
우선 패배 100% 확률로, 게다가 그녀를 상처입히는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것도 NG가 된다.
그런고로 제 3후보, '유키노시타에게 들키지 않도록 행동하면서, 마음을 전하는것도 하지 않고 일상을 보낸다'가 채용되었습니다-. 우와아 힘들어. 금욕생활이냐 뭐야.
"? 왜 그러니, 히키가야. 그렇게 지친 얼굴을 하고"
"아니, 내가 생각 이상으로 M이었던 모양이라서………충격을 받았다"
어차피 스스로 가시 방석에 뛰어드는 형태가 되었으니까. 하하, 못 웃겠다.
"이제와서 깨달았니? 둔하구나"
"정말이다아. 나 둔하구만"
덕분에 지금까지 유키노시타와 해왔던 여러가지 일이 머리 속을 빙글빙글 돌아서 대위기입니다.
머리를 감싸는 내게, 유키노시타는 쿡 웃고,
"정말. 모처럼 데이트하는거니까 그런 표정 짓지마. …………아, 그래"
퐁, 하며 손을 쳤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재빨리 어딘가로 걸어갔다. ………에이프론을 입은채로.
저거 일반인이 하면 점원이 화내겠지이. 저 녀석이 미인이니까 넋 나가는걸로 끝나지만.
금방 그녀는 돌아왔다.
손에는 어디서 들고 온건지 국자가 있었다.
그걸 들어올리면서 그녀는 나를 보고,
"어서와, 여보. 밥 먹을래요? 목욕할래요? 아니면 나・는・어・때?"
마지막에 윙크로 쐐기. 의외로 매끄러운 윙크다. 이 녀석, 연습이라도 했었나.
하지만,
"왜 여기서 새댁 플레이………"
"자신의 M수준에 침울해진 히키가야를 달래주려고 생각해서. 기쁘지?"
"뭐어………남자니까. 새댁을 싫어하는 녀석은 없어"
변명처럼 말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기쁜듯 미소짓고,
"좋구나, 새댁. 왠지 신선해서. 다음에 제대로 해보고 싶어. 밥 만들고, 목욕 물 받아놓고, 그리고 현관에서 맞이하는거"
"소녀냐고. 꿈꾸기 좋아하는구만, 어이"
"이 정도는 보통이야. 다음주면 되겠지? 뭐 먹고 싶은거 있어?"
"게다가 확정이냐……………"
"어머, 도망치는거야? 그 정도로 함락하는 네가 아니잖니?"
죄송합니다, 아까 '여보' 부른것 만으로 동요가 멈추지 않습니다. 구심제를 먹고 싶다.
하지만 여기는 평상심. 그리고 평상운전.
"아니? 전혀 안 도망칠건데? 그보다, 오히려 네가 괜찮은가 싶은 느낌이고. 아까 맞이할때 대사, 나는어때를 선택했을때 네 표정이 기대된다고"
응, 평소의 나는 아마 이런 느낌이었던게 아닐까.
괜찮을까, 싶어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보니,
"………………"
얼굴 새빨개. 마치 사과같다. 이 만큼 빨개지면 열이라도 있나 착각하는것도 수긍할 수 있다. 라노벨 주인공도 힘들겠다.
"………………에, 그게, 저기…………준비는, 해둘테니까?"
"아니, 농담이거든. 거기서 열받지 않아도 돼. 승부에는 진짜 진심내잖아"
"그, 그러니…………"
그만해- 거기서 뺨에 양손을 대지마-. '츤데레 + 에이프론 + 부끄러워하기 = 무적' 이라는 법칙을 새로 발견해서 들뜬다.
"………그건 안한다쳐도, 밥 먹으러 와줄래?"
올려다보기로 질문받아, 바로 끄덕이고 만다.
"……………그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조금씩 평소의 그녀로 돌아간다.
"그럼 유이가하마에게 줄 선물 찾기를 재개할까"
"…………에이프론은 벗자고"
"………………"
뚱해지면서 리본을 푸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평정을 되찾아간다.
"하지만 에이프론 좋네. 유이가하마, 분명 요리 연습하고 있다고 했던가"
"그래. 아직 석탄이 되버리는 모양이지만"
"그 조이풀 혼다에서 파는 그건가. 하지만 노력한다는건 좋군"
"그러니까 그걸 지지해주려고 생각해서"
"괜찮잖아. 그럼 남은건 디자인이군. 좀더 이렇게, 걸걸스러운걸로 하자고"
"걸걸스럽다는 형용사를 처음 들었는데…………"
"좀 더 색이 짙고 주머니가 많이 달린걸 좋아할것 같다"
"확실히……………"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개를 좋아하니까, 개 발자국이 찍힌게 있어도 좋을지도"
"고, 고양이는……"
"그건 네 취미잖아………"
"포, 포교활동의 일환으로"
"생일 정도는 저쪽 취향으로 해주라고………"
"그것도 그렇네………"
침울해하는 유키노시타. 어깨가 축 처져있어서, 옆에서 보아도 그녀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건 나랑 있어서 경계를 풀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가 변한걸까.
"………………뭐어, 그거다. 프린트 인쇄라면 달리 파는것도 있으니까, 그걸 내가 사줄테니까 네 에이프론에 찍자"
"그래도 되겠어?"
바로 미소를 짓는다.
경계를 푸는것도, 변한것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 표정을 지어도 멋지다.
그걸 다른 사람의 눈에 들어가, 그녀의 매력이 전해지면, 유키노시타는 좀 더 사람들에게 받아질 것이다.
"가끔은 말이지. 도시락을 만들어주는걸 생각하면 이 정도야 싸지"
"그건 좋아서 하는거니까 대가는 필요없어. 하지만, 고맙게 받을게"
그녀는 즐겁게 미소짓고,
네가 주는 첫 선물이구나"
"……………그렇게 되나"
"그래"
끄덕이며 그녀는 내 팔을 안았다.
숨이 막힐것 같은걸 참으면서 나는 걸어간다.
유키노시타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저번회 줄거리. 유키노시타 + 트윈테일 + 에이프론 + 부끄러워하기 + 새댁 플레이 + 도마 = 무적. 나의 월마리아도 일격이다.
자, 날짜도 바뀌어 6월 18일.
우리들의 친애하는 친구, 유이가하마 유이의 생일이다.
"유이가하마, 생일 축하해"
"왓, 유키농 고마워! 열어봐도 돼?"
"그래, 좋아"
유키노시타의 끄덕임을 보고 유이가하마는 기세 좋게 포장을 찢는다. 그 기세는 동인지에 나오는 오크에게도 지지 않을것 같다. 그 정도로 까지 기뻐해준다는거니까 기쁜 이야기지만.
"에이프론?"
"유이가하마, 요리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까. 히키가야랑 골라봤는데, 어때?"
"힛키도?"
시선을 돌아보아서 끄덕여준다.
"어. 분에 넘치긴 했지만"
"둘이서 골랐구나-. 증말-, 잘도 보여주네에-!"
팍팍 어깨를 때린다. 아픕니다. 그리고 흉부 흔들림이 눈에 독입니다. 내 안의 오크가 눈을 떠버릴것 같다.
"…………히키가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유키노시타 굉장해. 감이 좋은데도 정도가 있지. 고작 2개월 정도 기간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라고할까 아직 2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나. 외톨이라는 녀석은 이성과 접촉회수가 미묘하게 적으니까 조금 다정하게 대해주는것 만으로도 반해버리지………. 그런 관점으로 생각하면, 그 만큼 계속 함께 있었는데 2개월이라는건, 나는 비교적 열심히 한 편이 아닐까. 나, 잘했다. 누가 칭찬해줘.
"므으…………"
기분나쁘다는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양손을 가슴에 대는 유키노시타. 이 녀석, 신경쓰고 있었나. 다음에 목장에라도 데려가서 우유를 듬뿍 마시게 해주자.
"와, 강아지 발자국이 찍혀있어! 귀여워-!"
에이프론을 앞에 대고 유이가하마가 빙글빙글 돈다. 응, 강아지구만.
"괜찮다면 써줘. 분명 어울릴테니까"
"물론 쓸게-! 고마워, 유키농! 힛키!"
"천만에"
"어"
가볍게 경례하고나서 슬슬 해산이다.
"그럼, 우리들은 이만"
"엣"
"엑"
"생일 파티 있는데………… 와주지 않을, 거야?"
올려다보기로 부탁받아선 거절할 수 없습니다며 콧김을 거칠게 쉬고 싶은 참이었지만, 여기는 사양하도록 하자. 유이가하마의 마음 고생을 덜기 위해. 힐끔 유키노시타를 본다.
알고 있어, 라며 그녀는 끄덕였다.
좋아, 총명한 그녀다. 가능한 유이가하마를 상처입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분위기를 읽기 1급 유이가하마의 에어 리딩 능력을 기대하고 아슬아슬하게 내딛지 않을 변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 유이가하마"
미안하다는듯 유키노시타가 눈썹을 내린다. 이 녀석, 배우구만.
"오늘, 도무지 물릴 수 없는 일이 있어서"
"에-, 그런거야? 무슨 일인데?"
오, 왠일로 파고들었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들이 와줬으면 싶었나. 왠지 울것 같아졌다.
자, 어떻게 대답할거냐, 유키노시타.
"그게…………"
그녀는 시선을 옆쪽, 즉 내가 있는 방향으로 피한 후, 뺨을 붉게 물들이고,
"히키가야를 내 가족과 만나게 할 예정이 있어서"
"엣"
"엑"
놀라는 목소리가 둘. 하나는 유이가하마의 목소리. 그리고 또 하나는 말할것 까지도 없다.
"어이, 뭐야 그허억!"
옆구리에 둔한 통증을 느낀다.
"여기는 얘기를 맞춰줘"
"어, 어어, 그랬다. 오늘은 유키노시타의 가족과 만날거였어"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떻게든 유키노시타에게 동조를 하니, 유이가하마는 감탄했다는듯 "호에-………" 라며 숨을 내쉬고,
"힛키 대단해………벌써 그런데 까지 갔구나"
"하하, 대단하지. 너무 대단해서 나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뭐야 그거-"
유이가하마는 즐겁게 웃은 뒤,
"그렇게 중요한 일이 있다면 어쩔 수 없네-"
"미안해. 저기………괜찮으면 다음 휴일에라도 셋이서 파티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 와아-!"
"그, 그렇게 기쁜거냐………"
"기뻐-, 유키농이랑 힛키하구두 와아와아하고 싶은걸!"
"와아와아 할 수 있는거냐, 우리……"
소박한 의문에 유키노시타는 눈을 피하며,
"구체적인 예시를 모르니까………"
"그렇지…………"
둘이서 창문 밖을 본다. 구름 예쁘다……….
"가, 갑자기 침울해졌다!? 괘, 괜찮아! 내가 힘낼테니까!"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
"그러니까, 다음에 생일파티 하자! 응!?"
"……………어"
"………고마워, 유이가하마"
"축하받는건 이쪽이니까 오히려 고맙다고 하고 싶을 정도야!"
쾌활한 미소를 짓고,
"그럼 둘 다 또봐! 힛키는 실수하지 말도록 해!"
"맡겨라. 기둥 생활을 위해서라면 나는 신이라도 속여보이겠어"
"너무 힘내!"
마지막까지 즐겁게, 유이가하마는 복도를 뛰어갔다.
"………………"
그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옆에 서 있던 유키노시타가 불쑥 말을 했다.
"………………좋은 사람이네, 유이가하마"
"응? 아아, 그렇군"
그저 저렇게 짧은 치마로 달려가면 여러모로 틀려먹었지. 복도 창문으로 불어드는 신의 모래바람으로 자락이 쓸데없이 펄럭거려, 이쪽으로선 대단히 눈에 보양이 되서 잘 먹었습니다 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냥 마음이 씻겨지는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신전을 세우자. 팬티 힐끔신을 모셔야지.
"…………시선"
미간에 주름을 잡은 유키노시타가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자신에게 대한 시선이라면 모를까, 남에게 주는 시선마저 민감하다니 SP 소질 너무 높아서 고용하고 싶어지는구만. 돈으로 고용한다고 하면 왠지 그냥 잘못된 방향으로 밖에 상상이 가지 않아서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이렇게, 순수한 연심을 바라고 있는데, '사랑은 속마음'이라는 격언은 역시 핵심을 찌르는 말인걸까.
"…………치마 속에 흥미가 있어?"
"아니, 그건 아냐. 치마 속의 팬티에 흥미는 없어, 유키노시타. 그런게 아냐. 그런게 아니야. 중요한건 보일락말락하는 치라리즘. 유키노시타도 이길락말락하는 시소게임을 좋아하잖아? 그런 긴장감을 나는 바라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나는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다고"
속사포 같은 말의 폭우에 유키노시타는 흠흠 끄덕이고,
"………………"
비어있는 왼손으로 무턱대고 치마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
소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흘낏 시선을 보내오는 그녀의 치마 자락은 마침 속옷의 존재 예정지 직전에서 멈춰있었다.
"얼굴, 빨개졌어. 아무래도 이게 정답인 모양이구나"
우습다는듯 미소짓는 유키노시타.
뭐, 응. 과연 학년 1위, 치라리즘 무엇인지 순식간에 파악한건 대단하다.
하지만 슬픈데, 대상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치라리즘이 없어도, 그 눈부신 허벅다리를 보여주는것 만으로도 이미 틀렸어.
"자, 조금만 더 올리면 보일지도 모른단다?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하면 1센치 정도 올려줘도 되는데"
"오오, 그러냐…………어떻게 할까나…………"
유키노시타로서는 동정 냄새나는 나를 놀릴 생각이겠지만, 이쪽으로서는 눈의 보양 말고는 아니어서, 게다가 즐거운듯한 그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낙원이다.
……………거리, 가깝구나아.
이래저래 나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그녀와, 이래저래 마음을 빼앗겨버린 나.
무척이나 기묘한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새삼스럽지만 생각했다.
"좋아, 집에 갈까"
결국 치마는 그대로 올라가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피로해져서 귀가를 제안했다. 진심으로 부탁받아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일 정도라면 처음부터 제안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치마를 올리는건 이쪽 이성이 버티질 못한다.
"엣"
"엑"
설마했던 놀라는 목소리에 나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무슨 일 있어? 부활동이라면 오늘 정도는 빼먹어도 되잖아"
"아니, 부활동이 아니라"
"그럼 뭔데"
"말했잖니? 가족을 만나게 한다고"
"어, 그거 진심이었어?"
"나는 거짓말을 안 해"
그러고보니 그런가……………"
무슨 일에 대해서도 정직해서 입부 당초에는 매일 멘탈이 심하게 박살났었지………….
"가족과 만나게 한다고 해도 너, 부모님에게 소개한다는건 아무리 승부라고해도 나 도망칠거다"
소개받는다 한들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른다. "댁의 유키노시타 학생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 인간 쓰레기입니다" 라고 자신을 낮추면 저쪽은 이쪽 일대를 엎을테지. 마주보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꺾일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건 강제하지 않아"
"그럼 괜찮지만……………하지만 그렇게되면 뭐야?"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언니야"
"하루노 씨?"
끄덕이며 수긍한다. 귀엽구만,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언니가 너를 또 만나고 싶대"
"호오"
만나고 싶어서 떨고 있다는건가. 과연. 뭐가 떨고 있는지는 생각 안했는데?
"진짜인가-………………"
가볍게 머리를 감싼다.
"침울해 하지 마, 나도 조금 주저했으니까……………"
아니, 딱히 하루노 씨가 싫은건 아니다. 강화외골격을 달고 있지만, 제대로 솔직하게 대처하면 그쪽도 비교적 솔직하게 대응해주고, 연상으로서 여유도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배라고 할 참이다.
하지만 뭐, 저번 데이트 때도 그랬지만,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를 꽤 귀여워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저 귀여워하는 방향이 나처럼 어리광 부르게 만드는 노선이 아니라, '그 유키노가 그런 짓을 하게 되다니………귀엽네에' 같은 놀리는 노선이니까 어찌 할 수가 없다. 유키노시타로서는 언니에게 그렇게 놀림당하는건 정신적으로 대미지가 큰 모양이라서 저번에도 넉아웃당해 있었다. 유키노파인 나로서는 그녀가 싫어하는건 최대한 피하고 싶다.
하지만,
"………………뭐어, 가끔은 괜찮나"
그녀는 『주저했다』라고 했다. 『싫다』가 아니라. 언니와 관계가 나쁘다고 했던 그 유키노시타가.
그럼 그걸로 충분하다. 자매 사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도 한 역할을 해주자.
"응, 하루노 씨도 재미있는 사람이고.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뚱해져서 눈썹을 올려도 곤란하다.
"그럼, 가자"
아연해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내 팔을 잡고,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듯 찰딱 달라붙으면서 걸어갔다.
교문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리무진에 내던져졌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무슨 짓을 당한건지 몰랐다…………… 그러는 김에 좌석에 엎어져 있는 나의 이 상당히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면서 따뜻함마저 갖추고 있는 배게가 대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저 곁눈으로 보는한 산이 있길래, 우리의 벽, 유키노는 아니군. 저쪽에도 산이 있기는 있지만, 저쪽은 모래사장의 모래산, 이쪽은 롯코산이다.
"연상 누나의 무릎배게는 어때-, 히키가야"
"그렇네요-, 대단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맞은 따뜻함이 사람과 접하고 있다는걸 실감시켜서, 남들과 인연이 적은 외톨이인 제 입장으로는 눈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사람피부, 만세"
"그런가-, 그럼 특별히 쓰담쓰담도 해줄게"
"고마비고마비"
"증말-, 히키가야는 재미있네에"
연상의 여유에 호의를 받아 마음껏 하고 있으니 전방, 조수석이 아닌 2번째 열의 좌석에서 쏘아보는듯한 시선이 날아왔다.
"………………어째서 언니가 그 남자와 옆에 앉고, 나는 혼자 앉은걸까"
"아니, 그치만 히키가야가 누워있고, 셋이서 앉을 공간은 없잖아"
"갑자기 리무진이 멈췄다고 생각하니 문이 열리고 잡아당겨졌을때는 진짜로 놀랬다구요, 하루노 씨. 이대로 엎어졌을때 푹신한 이 쿠션에 낙하했으니까 다행이지"
"꽤나 기다리다 지쳤거든. 마음이 급해졌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히키가야, 다정해-"
"……………히키가야"
짜증섞인 목소리.
"왜 그래, 유키노시타. 아, 그거냐. 부러워져버렸냐. 미안하다, 네 언니인데 독점해버려서. 바꿔줄까?"
"아니, 그건 딱히 됐어. 그런것보다, 손님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퍼지다니. 사양은 하지 않는거니"
"그, 그런 말은…………"
"확실히 좀 지나쳤군. 슬슬 평범하게 앉을까"
몸을 일으켜서 하루노 씨에게 고개를 숙인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루노 씨"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언제든지 해라는 느낌"
"연상 대단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도 이 정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딱히 실례한것도 아니었는데에. 유키노도 참"
"무슨 이야기일까. …………잠시 멈춰요"
운전수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니 유키노시타는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려, 그리고 한번 더 문을 열어 내 옆에 탔다.
"……………뭐야, 혼자 앉아있어서 외로웠어? 너, 그렇게 섬세한 녀석이었냐"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냉정한 표정으로,
"아니, 너를 내버려두면 언니에게 뭐 좋지 않은 짓을 한다고 생각한것 뿐이야"
"나 신뢰없구만……………"
어깨를 떨구는 내 옆,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를 노려보면서 내 팔을 안았다. 순간 호흡이 멈춘다.
"………………뭐야, 굳이 내 팔을 잡지 않아도 이 리무진 안 흔들리잖아. 되게 운전 잘하고"
"황공합니다"
"아, 아뇨, 정말로 저 같은게 잘한다거나 말해버려서 죄송합니다"
"아뇨아뇨"
눈을 활처럼 휘는 운전수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하루노 씨가 히쭉히쭉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유키노도 참-, 에이-"
"……………뭐야. 나는 그저 판씨 인형 대신 그의 팔을 안고 있는것 뿐이야"
"아, 거기서 얼버무리는구나. 그럼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 왼팔에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뭐야 이거, 마슈마론 같아.
"하루노 씨, 뭘 하는거에요"
"나도 그거야, 판씨 대신이야"
"나 갖고 대용이 된다니, 판씨 지위 너무 낮잖아……………"
아무리 그래도 꿈의 나라의 일원인데. 조릿대로 찔려죽어도 불평은 할 수 없다.
…………아니, 정말로 불평을 할 수 없다.
판씨 덕분에 양팔이 해피네스. 왼쪽에는 연상의 보통내기는 아니지만 다정한 누나, 오른쪽엔 조금 S하지만 귀여운 좋아하는 사람과 양 옆구리를 굳혀져 인생 절정에 있는게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다. 뭐야 이거 엄청 행복해. 이 절정을 계속 하고 싶다. 과정따윈 휙 날려서.
갈등하는 내 오른쪽, 유키노시타가 하루노 씨를 노려보고,
"언니, 연하 남자를 유혹하는건 사람으로서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팔에 넣는 힘을 늘린다.
"유혹은 안 했는데? 그저 몸이 조금 매력적인것 뿐이야"
웃으면서 보다 세게 껴안긴다.
"유키노야말로 그렇게 몸을 대고, 유혹하는거 아니야?"
"딱히. 늘 이러니까. 그렇지, 히키가야?"
"뭐, 뭐어 그렇지"
아담한 가슴의 감촉에 익숙해져 있는 내가 무섭다. 습관은 중요한거네요. 계속은 힘이 된다.
아니, 유키노시타는 가슴도 좋지만 그 이상으로 날씬한 체구가 밀착되어 있어서 그녀가 가녀린 여자애라는걸 강하게 의식되어, 뭐라고 할까, 보호욕이 솟는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기대오는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눈을 가늘게 뜨며 기뻐하는 모습이 더욱 좋다. 매일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는 나를 칭찬하고 싶다.
"늘 그런다라"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지 방긋방긋 입가를 풀면서 하루노 씨는 즐거운듯 유키노시타를 놀리며,
"그래, 늘 있는 일이야"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대로 차분한 태도로 그걸 반격했다.
……………둘 다 내 팔을 안은채로.
힘들겠네요, 라며 운전수가 백미러 너머로 쓴웃음을 지어주었다.
저번회 줄거리. 유키노시타 샌드. 속재료는 힛키. ………먹으면 배탈난다. 주로 나 때문에. 썩은건 눈만 썩은게 아니라는걸 보여주마! 이젠 진짜 좀비네요, 압니다.
"하지만 언니"
"응?"
꾸욱꾸욱 끼여서 히키가야 씨 압사직전 가운데, 유키노시타가 하루노 씨에게 물었다.
"평소라면 기다리다 지쳤다고는 하지 않을 만큼 여유를 갖고 있을텐데, 그걸 말했다는건 오늘은 예정이 꽉 차있는거야?"
"뭐 그래~. 이래보여도 나 바쁘니까"
"어떻게 보면 바쁘지 않게 보이는걸까요"
"에, 그렇게 근면하게 보여? 그건 그거대로 싫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뭐라고 할가, 하루노 씨는 사교적이잖아요"
초대면에, 게다가 옆에서 봐도 썩은 눈 때문에 인간 쓰레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쓰레기 오브 쓰레기의 이름을 가진 나에게 미소를 짓고 즐거운듯 대화마저 할 수 있는 하루노 씨다.
"남과 인연을 소중히 하기 때문에 매일 분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도저히 한가해 보이다고는 할 수 없다구요"
나나 유키노시타로서는 꿈에도 꿀 수 없는 고생을 하루노 씨는 하고 있는 것이다. 유이가하마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저에겐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오히려 대단하다고 할까,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리얼충』이라고, 우리들은 무리를 짓는 그들을 비하하는 때가 있지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 고생과 고민이 있고, 그건 결코 내가 바보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뭐, 그래도 리얼충은 폭발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요…………응?"
문득 깨닫고 보니 하루노 씨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얼굴이 어딘가 붉게 보인다. 하이 텐션으로 떠들었기 때문인가.
"하루노 씨?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정신을 차린 표정을 짓고나서,
"아…………으, 으응!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그런가요…………"
그렇게 기세좋게 부정당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아, 아니, 그런 말을 듣는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요?"
"오히려 팔방미인이라고 야유받는 정도거든"
아하하, 라며 하루노 씨는 웃고, 그리고나서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만지면서,
"그러니까…………왠지 수줍은데…………"
"수줍은건가요"
"응, 수줍어………에헤헤"
약한듯한, 부끄러운듯이 함박 웃는다.
하루노 씨도 이런 표정을 짓나…………철가면같은 미소 밖에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의외다.
"히키가야는 다정하구나아…………"
중얼거리듯이 말하고 하루노 씨는 팔에 넣는 힘을 늘렸다. 오른팔의 정신적 대미지가 높아진다.
"믓……………
어째선지 호응하듯 유키노시타도 팔에 넣는 힘을 늘렸다. 왼팔 대미지도 올라간다.
이거 양 팔이 떨어지고나서 본체로 공격이 통하는 느낌인가요. 그런가, 내가 칭송받는자였나……………….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허무한, 동생과 쏙 빼닮은 온화한 미소를 짓는 하루노 씨가 보일 즈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언니, 시간은 어느 정도 있어?"
"30분!"
"바쁘다고 할까, 이거 시간 죽이려고 생각해서 부른거죠, 하루노 씨. 애니메이션이라도 보고 혼자서 놀아주세요"
"아, 아니라구-? 30분이라도 좋으니까 둘이랑 놀고 싶었다구-?"
"아니 뭐, 저는 괜찮지만요………"
하루노 씨는 재미있고. 그런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과 좀 더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건가……….
"유키노시타, 나 재미있는 사람이 될게"
"이미 그 발언이 재미있는데………"
나온건 호평이다.
"그래서? 이런데서 뭐 할거야?"
"이런데서라니, 뭐야 유키노. 히키가야랑 데이트 한 장소면서"
"그런가, 유키노시타의 안에선 그 데이트도 그리 대단치 않은 기억은 아니었군………"
"그런건 아니지만……… 딱히 장소는 관계없잖아?"
"너, 그거 주변에 있는 공원에서 데이트로 데려가져도 같은 소리 할 수 있어?"
"공원 괜찮잖아. 벤치에서 둘이서 앉아서 느긋하게 보내는것도 멋지다고 생각해"
"어, 어어……………"
소녀력 대단하구나, 유키노시타. 그만 둘이서 공원 데이트 하는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그게 아니라, 언니가 이런 서민적인 곳에 굳이 데려온게 신기하다는 소리야"
"그러고보니 그것도 그런가"
"아니, 나한테도 평범하게 친구 있어. 여기에 놀러 오구. 교우관계 VIP만 있는건 아니거든?"
"과연"
과연 하루노 씨. 넓은 교우관계를 가진 모양이다.
"그럼 오늘은 뭐하러 온건가요"
물어보니 하루노 씨는 미소짓고,
"스티커 사진!"
"학생인가요, 하루노 씨…………"
"일단 대학생인걸"
"그런가요…………"
과연 하루노 씨. 연상 누님 속성에 현역 여대생 속성도 가진 모양이다.
"어쩌지,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생각 이상으로 하이 스펙이다"
"네 안에서 여대생의 가치는 어떻게 되어 있는거니………"
"그보다, 유키노시타도 몇 년 뒤면 여대생이 되는건가………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순전히 교복을 좋아해서 여고생이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여대생 정도로 몸이 성숙한 편이 좋니?"
"아니, 딱히 여고생이 아니라도 교복은 입을 수 있으니까"
"………………코스프레?"
"뭐, 그렇게 되겠군. …………어이, 뭐야 그 눈은"
"아니, 생각 이상으로 변태구나 싶어서"
"세상 남성 제군에게 물어봐라. 절대로 모두 교복 좋아한다고 할테니까"
"…………뭐어, 알았어"
뭐가 알았다는걸까. 내가 변태라는건가. 그렇지요.
어깨를 떨구는 내 옆에서 하루노 씨가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하늘을 본다.
"교복이라-. 아직 입을 수 있으려나"
"아아, 다음 문화제때 입고 오면 되지 않나요?"
"그, 그래?"
"분명 남자들 모두 기뻐할거라고요"
집객 효과도 생각할 수 있을것 같다.
"히, 히키가야는 기뻐?"
"그야 뭐"
"그, 그럼찾아둘게-. 나, 나 정도의 미인이 코스프레 하면 호객이 될테니까!"
호응 좋구나아, 하루노 씨.
"하지만 교복이면 되겠어?"
"어? 그 밖에 뭐 있습니까?"
"뭣하면, 바니걸도 괜찮은데?"
뭐………라고…………?
경악으로 떨리는 내 측면에서 유혹하는듯한 미소를 지은 하루노 씨는 나에게 매달려온다.
"한번만, 뭐든지 소원을 들어주면 입어줘도 되는데, 어때?"
부드러운 감촉을 눌러지면서 그 제안에 지금 한번 떤다.
"다, 단 한 번의 소원으로 바니가………"
터무니 없는 가격붕괴다.
라고할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싸잖아요, 하루노 씨. 이 정도는 저라도 농담이라는걸 알아요"
"헤?"
얼빠진 목소리를 지른 하루노 씨를 곁눈으로 나는 말을 이었다.
"아니, 저 같은 녀석에게 부탁할건 없을테고. 너무 놀리지 말아주세요. 아니, 놀림 당하는것도 좋아하니까 정도껏 해주면 좋겠는데요. ……………어라, 뭡니까 그 게슴츠레한 눈"
"히키가야……………"
기분 나쁘다는듯 미간에 주름을 모으는 하루노 씨에게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쉬면서,
"포기해, 언니. 그런 사람이야"
"유키노가 고전하는 이유를 알았어…………"
하아, 라며 자매 나란히 한숨을 쉰다. 뭐야 이거, 괴롭힘? 나 그렇게나 틀려먹엇어? 그거냐, 놀림 당하는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던게 틀렸던거냐. 아아, 응. 틀렸구나. 평범하게 틀려먹었다. 이렇게 내 호감도는 내려가는군요………….
"뭐, 됐어. 시간도 없으니까 얼른 갈까"
"그래, 가자"
과연 자매라고 해야할 것이다. 두 사람 거의 동시에 내 팔을 안아 힘차게 한 걸음 내딛었다.
"…………왠지 팔이 삐걱삐걱 울고 있는데요"
"기분 탓이야, 히키가야"
"기분 탓이야, 히키가야"
배려는 고맙지만, 딱히 놀림당하는게 좋다고 M인건 아니거든요………….
전에 갔던 쇼핑몰에 도착한 우리들은 그대로 팔짱을 낀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주위 시선을 확 받으면서 발을 옮겨, 마침내 게임 센터에 도착했다.
"지금 왔노니, 스티커 사진 마을!"
"하루노 씨, 부끄러워요. 부끄럽다구요, 하루노 씨"
"주위 시선이 한층 심해졌네………사람 물리기라도 할까"
"너랑 하루노 씨가 팔을 놓아주면 대충 나아질거라고 생각하는데"
양손의 꽃이란 딱 이 상황이다. 타입은 다르지만 둘 다 미녀 부류에 들어가는 둘에게 팔짱을 기어진 나는 대체 뭐하는 놈이 되어버린거냐아-. 가면이 있으면 뒤집어 쓰고 싶다. 그늘에 지내기 때문에 자외선을 맞지 않아도 되니까(자외선이) 많은 날도 안심.
"어머, 그래?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역시 네 어깨는 안심이 들어"
"걸으면서 그런 태연한 소리 하지 마, 어깨 소믈리에…………"
"후훗"
즐거운듯 눈을 활처럼 휘며 머리를 비비어 온다. 여전히 고양이다.
"유, 유키노…………"
"아…………"
입을 다무는 하루노 씨는 아연한 태도로 고양이로 변한 유키노시타를 쳐다보고, 그리고,
"왠지…………남매같아"
"윽…………………"
"아-…………확실히"
신음짓는 유키노시타의 옆에서 나는 끄덕인다.
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유키노시타는 어리광부리는 방식이, 뭐라고할까 이게…………용서없다.
커플이 하는듯한 찰딱 달라붙는 느낌이 아니라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동생이 연상 오빠에게 양껏 어리광을 부리는 그런 느낌이 든다.
전폭의 신뢰를 기대오는듯한 어리광은 분명, 누구에게도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잠재되어왔던 유아성이 분출해버렸기 때문이겠지.
나로서는 그걸로 상관없지만, 뭐 확실히 옆에서 보면 동생이 오빠에게 어리광 부리는걸로 보이지 않는것도 아니겠지.
"도, 동생…………"
이 녀석, 왜 충격을 받는거야. 내가 오빠인건 불만이냐.
"유키노가 히키가야의 동생이라는건…………앗"
무언가를 깨달은듯 하루노 씨가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요, 하루노 씨"
"엣!?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구?! 응, 그거지!? 유키노가 히키가야의 새동생이 된다는 이야기지!?"
왠지 동생의 발음이 묘한 느낌이 드는데.
"동생…………후후, 그래…………"
"그보다, 너는 언제까지 침울해져 있을거야"
"아읏"
찰딱 머리를 때려줬다.
"딱히 동생이 되는것도 아니니까 가볍게 흘려"
"…………죄송해요, 오라버니"
"큭…………"
허둥대는 나를 유키노시타는 울상짓고 노려보면서,
"시스콘…………"
"시끄러워………………"
"유키노가 잘 되면 내 제부가 되는건가아. 그것도 좋겠네에"
노려보는 우리들의 옆에서 하루노 씨는 즐거워했다.
그래서 들어간 스티커 사진 기게.
"프레임 같은건 내가 고를게-"
"그래, 부탁해 언니"
"굉장해, 눈이 크게 되는건가. 마기 심사냐고"
"그런건 필요없는데, 유키노"
"그래, 정말이야"
강자의 여유를 보이던 둘은,
『네, 찍어요-』
기계음에 굉장히 차분한 태도로 미소를 지었다.
"…………에, 뭐야 그 미소. 촬영용?"
"이 정도는 보통이야-"
"그래, 보통이야. 보통보통"
"내 안의 보통이 게슈타르트 붕괴하고 있는데………"
찰칵찰칵 2장 정도 찍었을 때,
"그럼 마지막 1장은 왕창 웃어버리자!"
말하자마자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옆구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간질간질간질-"
"읏!? 좀, 그마, 언니, 므, 아하하하!"
언니에게 간지름을 당해 몸을 비트는 유키노시타.
……………………에로해.
눈가에 눈물을 띄우면서 치마를 신경쓰지 않고 몸을 비트는 유키노시타 굉ㅈ아해.
"히, 히키가, 히키가야, 보고 있지 말고, 도, 도와줘…………!"
"어, 어어………"
도와달라고 들어서,
"실례할게요, 하루노 씨"
"어?"
어쩔 수 없이 하루노 씨를 뒤에서 팔 아래로 손을 넣어 머리 뒤로 깍지끼기로.
"히, 히키가야…………에이참, 의외로 몸이 커…………"
"지금이다, 해라. 복수를 하는거다"
"고마워, 히키가야. 자 언니, 간질간질"
"우힛!? 좀, 안돼, 안 돼 유키노! 이, 이렇게, 가까이서, 보여지고 있는데, 읏아하하하하하!"
어깨너머로 무언가가 놀랄만큼 흔들리고 있짐나 신경쓰지 않기로 하자. 안그래도 하루노 씨 좋은 냄새나 하루노 씨 몸 부드럽다거나로 머리가 가득해져 있어서, 더 이상 무언가를 넣으면 펑크나버린다.
『자, 찍어요-』
"오, 유키노시타. 슬슬 촬영이다. 하루노 씨도"
어깨로 숨을 헐떡이는 하루노 씨를 풀어주고 셋이서 나란히 선다.
"하악-, 하악-, 하-……………아-, 즐거워"
어떻게든 호흡을 가다듬은 하루노 씨가 웃는다.
"또 이렇게, 셋이서 놀자"
"…………물론"
"기꺼이요"
"좋아!"
하루노 씨는 미소를 짓고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팔을 맡겼다. 그걸 우리들은 어깨로 받고, 팔을 기댔다.
이렇게해서 어깨동무를 한 셋의 사이 좋은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그럼 또 봐-!"
리무진을 타고 가버린 하루노 씨를 쳐다본 후, 평소의 다정한 미소로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그럼, 우리들도 돌아갈까"
"엑"
"엣"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쪽도 놀라고 있어서 황급히 변명한다.
"아, 아니…………아직 시간은 이르고, 괜찮으면 같이 밥, 이라던가. 패, 패밀리 레스토랑 밖에 없지만, 그래도 괜찮으면……………"
모처럼 놀러왔다는 마음이 나를 밀었다. 약간 후회하고 있다. 공부 모임이라면 모를까, 저녁을 먹으러 패밀리레스토랑은 가지 않겠지.
유키노시타는 무언을 유지하고 있다. 볼은 빨갛고, 양 손은 가슴 앞으로, 그렇게하고 시선을 나에게 붓고 있다.
무리인가, 라고 생각한 그 때,
"……………에, 그게"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나도 조금 더 너랑 있고 싶어. 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은 좀 영양면에서 문제가 있으니까………"
"…………그, 그렇군. 미안, 잊어줘"
"잠깐!"
무심코 도망칠뻔했던 나를, 그녀는 소리 질러서 멈췄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안 되니까……………저기……………저녁이 조금 늦어져도 괜찮으면, 이지만……………"
애매하게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마지막에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올려다보면서,
"괜찮으면………………우리집 올래?"
그런 말을 했다.
저번회 줄거리. 하루노 씨와 즐겁게 놀았다. 플래그? 뭡니까 그거.
자 그럼.
"………………………"
정적 가운데 식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만 울리고 있다.
테이블에 부속된 의자에 앉은 나는 잠자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그 날 샀던 에이프론을 입고 있었다. 교복 위에 에이프론이라는건 꽤나 포인트 높다고 생각한다.
마치 학생 결혼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
통통 기분 좋게 자아지는 리듬에 그녀의 솜씨가 좋다는걸 알 수 있다. 유이가하마의 쿠키 사건때 그 요리 실력이 높다는걸 항간 봤었지만, 이렇게 제대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다. 초등학생 상당한 가사밖에 할 수없는 나여도, 그녀의 요리가 맛있다는건 보는것 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의 에이프론 차림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다.
에이프론은 역시 좋다.
등 뒤에서 흔들리는 리본이 무척이나 귀여워서 유키노시타가 여자애라는걸 알려주는 듯해서, 그만 뒤에서 껴안아버리고 싶어진다.유키노시타와 승부가 시작하고나서 그런대로 시간이 지낫는데, 아직 나는 그녀가 여자애다운 몸짓에 갭을 느끼고 있다.
완벽초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그녀로부터, 나는 우리들이 아직 되지 못한 어른의 풍격을 보고 있던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나이에 상응한 달콤한걸 좋아하거나, 판씨 인형을 갖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줄때마다, 당초에는 무척이나 신기한 감각을 느꼈다. 유키노시타에게도 인간답고 약한 점이 있다는걸 알았을 때, 내가 품었던건 낙담이었을까, 아니면 환희였을까.
지금은 이젠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그런 약함을 나 같은거에게 보여주는걸 고맙게 느끼고 있다.
그녀는 분명 약함을 약점으로 보고 있을 터라, 그걸 보여주지 않는건 약점을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걸 신뢰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뭐어, 그것도 또한 유키노시타의 내 농락을 위한 한 수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방심은 할 수 없지만.
너에게만 약한 모습을 보여줄게, 라는 구실은 소녀만화에 자주 있는 수법이니까. 그런 계열의 만화를 코마치에게 보여달라고 해서 잘 알고 있다. 그야 평소엔 완벽하게 보이는 얼짱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비호욕과 친근감이 솟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지금 그런 상태인건가. 싫다, 나 소녀잖아………. 승부로서는 유키노시타가 공세고, 이젠 내가 히로인이면 됐어. 누가 이득 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유키노시타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마치 훔쳐보는듯한, 그래, 내가 체육 후에 땀을흘린 무방비한 유키노시타와 복도에서 만났을때 해버리는듯한 훔쳐보기였다.
나의 모습이라도 확인하려고 했던걸지도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딱마주쳐버렸다. 부끄럽다. 우연히 눈이 맞았다고 생각해주면 고맙지만.
유키노시타는 황급히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고, 그리고나서 내 이름을 불렀다.
"히, 히키가야"
"왜?"
"간을 봐줬으면 싶은데"
"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녀에게 걸어간다.
"된장국을 만들었는데, 맛을 잘 모르게 되서, 대신에 맛을 봐줘"
"아아, 곧잘 있지. 그거지? 맛을 너무 많이 봐서 뭐가 좋은건지 잘 모르게 됐다는거"
끄덕이는 내게 그녀는 눈을 피하면서,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왜"
"…………………긴장?"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답변했다.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댄 그 스타일이 사랑스럽다.
"너는 왜 긴장하는거야……………"
기운이 빠진 나에게 그녀는 된장국을 가볍게 떠서 작은 그릇을 내밀었다.
"자"
"고마워"
홀짝.
"조…………금 싱겁지 않나?"
"간이 강한 편을 좋아해?"
"건강에는 나쁘겠지만 말이야"
"그래. 그럼 제대로 신경쓸게"
"…………그건 무슨 이야기야"
"무슨 이야기일까"
쿡쿡 웃는 유키노시타.
"말해도 된단다? 매일 나의 된장국을 만들어주세요, 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데"
"승부가 결정될거야"
"그렇겠지"
"가사는 특기인데 말이야"
"이미 알고 있어"
"얼굴도 괜찮은데"
"그것도 알고 있어"
"그럼 뭐가 부족한걸까…………. 애교?"
"그것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귀여움?"
"충만할 정도다"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은 무리야?"
"그런 쪼잔한 자존심은 갖고 있지 않아"
"………………난감하네"
내가 더 난감해,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승부가 끝나고 난감한건 나 자신이다.
"오히려 네가 말해줘도 된다고? 매일 된장국을 만들어줘, 라고"
"그렇게 되면 내가 일하게 되는거니?"
"너는 똑똑하니까 괜찮은데 취직할 수 있을것 같으니까 안심하고 주부할 수 있을것 같다"
"이와계는 남자가 많으니까 만남이 많겠지"
"…………그건 무슨 생각으로 말한거야, 유키노시타?"
"질투를 해줄 정도는 호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네 행동을 제한하는 짓은 생각 안해"
"속박받는 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단다?"
"터무니 없는 M이군. 너하고는 다르게 말이야"
"어머, 심한 언변이네. 어떤 여자라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구속받고 싶다고 조금은 생각하고 있을텐데"
"호오"
"껴안겨서 안심하는건 분명 그런거야"
"너의 새로운 가설 탓에 허그라는 신성한 행위가 단번에 저질 행위로 변해버린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야?"
"신성하다는 필요는 없잖니? 당사자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
"그 생각에는 찬성하지만 말이야"
"그럼 허그 해줄래?"
"………………왜 그렇게 되는데"
"새삼 허그 정도로 어떻게 되는 네가 아니잖니?"
"그건 그렇지만………"
"그럼 정해졌네"
말이 끝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자기 쪽으로 나를 돌아보게 해서, 그런데다 나를 껴안아왔다.
"오늘은 상당히 언니에게 좋아죽던 모양이니까, 이렇게 교정을 해줘야지"
"…………교정이라니, 뭐야
숨이 막힐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대답을 한다.
"승부를 위해서도, 제대로 이쪽을 돌아봐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걸 위해서 이렇게까지 힘내는거냐. 과연, 유키노시타로군"
"열심히 힘내는 여자아이도 멋지잖니?"
"뭐, 그렇지"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머리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대로 길게 손질하게 좋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어준다.
"어머, 서비스가 좋구나"
"이걸 서비스로 보다니, 너 나한테 꽤 농락된거 아냐?"
"후후, 어떨까"
편안하다는듯 눈을 휘며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몸을 기대온다.
"하지만 너도, 이렇게 안을 수 있는건 싫지는 않지?"
"………그야 뭐, 너같은 미인에게 안겨서 싫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없을테지"
"또 일반론으로 도망치는구나"
"큭…………"
"뭐, 딱히 상관없지만. 어차피 본심은 기뻐할테고"
기분탓일까, 뺨을 부풀리는 유키노시타. 아무래도 화난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머리로부터 손을 떼어, 대신에 팔을 허리에 감았다.
"아……………………"
꼬옥, 껴안겨서 그녀는 놀란듯 소리를 지르고, 그리고나서 나를 올려다봤다.
"히키가야………………"
올려다보는 젖은 눈동자에 이성의 틀이 벗겨질뻔했지만 황급히 밀어넣었다.
"하하, 그렇게 기뻐하고 말이야. 아무래도 유키노시타가 함락하는 날도 가깝겠구나"
"므…………"
지기 싫어하는데다, 부추겨져셔 무시할 수 있는 그녀가 아니다.
그녀도 또한 팔의 힘을 늘려서 밀착도를 올려온다.
그거면 좋다. 이렇게 긴장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심박수, 올라갔는데?"
"고혈압일거야, 아마. 그보다 너, 교정이라고 했는데, 설마 질투하는거 아니냐"
"그럴리 없잖니. 나는 그저 큰 가슴에 인중을 늘리는 네가 상스럽다고 생각한것 뿐이야"
"하루노 씨는 크니까. 왜 자매인데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걸까"
"없는건 아니라는건 지금 충분히 알고 있잖니?"
"기운내라"
"딱히 침울해하는거 아니야. 뭐니? 좀 더 제대로 알게 해줄까? 지금은 옷이 방해라서 감촉을 잘 모르는것 같은데"
"뭐야 너, 알몸으로 가슴밀기라도 할 생각이냐? 치녀냐고"
"승부를 위해서라면 무슨 소리를 듣든 상관없어"
"너 여전히 대단하구만"
"벗은것 정도로 이길 수 있다면 쉬운 일이야. 어차피 이긴 후에도 벗을테고"
"무슨 의미냐, 그거"
"조금 생각하면 알 일이야"
"너하고 나로선 지능 수준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
"심한 소리하네. 알고 있는 주제에"
"너 말이야………………"
한숨을 쉰다.
"덮쳐져도 모른다? 나도 남자니까"
이렇게나 밀착해있는 상태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드림 클럽에 입점할 수 있을 만큼 순수한 나여도 자신을 컨드롤 하는건 할 수 없을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준비는 해둔다고 말했을텐데?"
그런 소리를 했다.
"………………에에?"
"네가 손을 댄다면, 그건 농락이 잘 됐다는 소리니까. 그걸로 이길 수 있다면 덮쳐져도 상관없어"
"…………………"
말이 없어진 내게 유키노시타는 유혹하는 듯한 눈동자를 향한다.
"히키가야도 남자잖니? 그럼 가끔은 변통성이라는걸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변통성, 변통성이라.
"에잇"
그녀의 뺨을 잡아당겼다.
"지나쳤어, 유키노시타. 힘낸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내가 괜찮다고 한거니까 딱히 괜찮잖니"
"괜찮지 않아. 그보다, 너는 그렇게나 몸으로 낚으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될만큼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거야?"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마. 되돌릴 수 없으니까. 할거면 히라츠카 선생님 정도의 나이가 되고나서 해라"
설교 같아져버려서 마지막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녀는 잠시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하지만 히키가야, 언니가 몸을 들이댔을때 좋아 죽어하고 있었으니까"
………………뭐어 그렇군"
그치만 부드러웟는걸.
"므-…………"
이번에는 그녀가 볼을 잡아당겼다.
"히키가야 야해. 어차피 가슴 큰 여성이 조흥ㄴ거지?"
"그야 있나없나로 물으면 있는 편을 좋아하지만………딱히 그것만으로 정하는것도 아니야"
"허벅다리?"
"왜 몸밖에 평가기준이 없는건데………………"
"그치만 히키가야가 무릎배게를 받을때 인중을 늘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냐, 하루노 씨 퍼펙트 바디니까"
"나도 그 정도는 원해"
"나한테 말하지 마"
"므-………………"
유아퇴행했다고 싶을 정도로 어린애 스러워졌지만 뭐, 이건 이거대로.
"라고할까 그거다, 너는 너라서 좋은 점이 있다고"
"그러니?"
"아아. 거봐, 이렇게나 가녀리면 뭐라고 할가, 보호욕이 솟아서 좋다고 생각해"
"보호욕………………동생 취급?"
"아니, 그런게 아니고. 유키노시타는 항상 꽤 완벽초인이잖나. 그러니까 그런 유키노시타가 이렇게 가녀리고 작은 여자애구나아, 라고 생각하면, 뭐라고할가 이거, 지켜주고 싶어져"
"동생으로서?"
"딱히 동생이 아니라도 그런 감정은 싹틀거야…………. 뭐야? 동생 취급이 마음에 든거야?"
"솔직히 좀…………"
"아아 그래………그건 다음에 또 해줄테니까, 일단 지금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을 가져. 알겠어?"
나의 필사적인 설득에 유키노시타는 수긍을 보였다.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에게도 매력이 있다고 믿을게"
"그거면 돼"
"………………하지만 가슴은 큰 편이 좋은거지?"
"컴플렉스 너무 크잖아………… 다음에 또 목장에라도 가서 우유 마시자"
"약속이야"
"어"
일단락 났다는걸까.
"그럼 요리하러 돌아갈게"
"아, 너 된장국 불 켜둔거 아니었냐"
"껴안을때 제대로 꺼뒀어"
"유능하네………………"
"사랑 놀음에 빠져있다고 들으면 난감한걸"
"응, 그렇군"
"……………어째서 카타카나로 말하는거니?"
"아니………………"
그저께 코마치한테 막 들은 참이다.
평소처럼 아-앙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점심과 달리 갓 만들어서 따끈따끈했기 때문에 굉장히 맛있었다.
밥을 두 그릇이나 더 먹어버렸지만, 유키노시타는 기쁘게 건내주었다.
"많이 먹어주면 기뻐"
정말 아내로 삼고 싶다. 뭣하면 일할 각오를 해도 좋다. 뭐, 무리지만.
식사를 만들어줬으니까 뒷정리는 내가.
"주부력이라는걸 보여주지…………"
그렇게 의지를 담고 있었지만,
"아니, 둘이서 하는 편이 빠르고"
"어?"
"거기다………………"
옆에 선 그녀는 수줍은듯 눈을 피하면서,
"이렇게 둘이서 나란히 하는거,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유키노시타 진짜 소녀. 하지만 그게 좋다.
그런고로 둘이서 사이 좋게 식기를 씻고, 마침 지금 끝났다.
"자 그럼"
몸가짐을 하듯 커흠 헛기침을 한 나를 보고, 유키노시타가 몸을 굳혔다.
"슬슬 늦었으니 나 집에 갈게"
"엣"
"엑"
뭐야, 그 놀라는거.
"………………준비는 했는데"
"뭐야 그거, 꼬시는거야?"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소매를 잡아온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
"………………거기다, 처음이라는건 꽤 소중하다고 생각해"
"…………………"
"………………승부라고해도, 그걸 버리면서까지 이길 필요는 없잖아"
"…………………"
"유키노시타……………………"
"…………………"
무언이, 대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건 알고 있어, 라고.
굳이 묻지마, 라고.
그렇게 말하는것 처럼 보였다.
"…………………"
여기에 와서, 나는 겨우 승부라는 단어에 편리성을 깨달았다.
승부라고 말하면, 얼마나 호의를 보여도, 얼마나 몸을 기대도, 모두 농락을 위한 수단이라고 속일 수가 있다.
자존심 높은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전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처럼,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걸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호의를 보일 수가 있다.
호의를 보여도, 그것이 진심은 아니라고 속일 수가 있다.
설령 호의를 거부받아도, 농락을 위한 거짓말이니까 라며 자신을 상처주지 않고 끝난다.
그런 예방선 같은, 잔혹한 방법.
그것이 이 승부라는것이었다는 걸까.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자만하지 않는다.
그저,
"……………………알았어"
나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네가 준비했다면, 나도 힘낼게"
왜냐면 이건,
"승부니까"
그녀가 만들어낸 판 위에서 어리광부리기를 결심했다.
여기는 자유로운 세계.
얼마나 호의를 전하려고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무엇이든 거짓이라고 믿어도 되는 세계.
거기에, 뛰어들자고 결심했다.
그렇게해서 나는, 유키노시타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나른하게 잠든 가운데 문득 눈을 떴다.
몸이 무겁다. 별로 자지 못했으니까 그런거겠지.
눈꺼풀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침대 구석에 있는걸 눈치챘다.
자세히 보니, 시트 색도 낯익은 물색의 시트가 아닌, 연분홍색이었다.
"응…………………"
신음같은 소리가 났다.
바라보니 사랑하는 그녀가 눈꺼풀을 비비던 참이었다.
유키노시타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아침 빨리 일어나는구나"
"이래봬도 건강에는 신경을 쓰거든"
"그래, 그럼 장래도 안심이구나"
아직 꿈속 세계에 한쪽 발을 내딛고 있는건지, 잠에 취한 시선을 향해오는 그녀를 차분히 관찰한다.
자다 일어난 그녀를 보는건 이게 처음이었다.
"크아………"
귀엽게 하품을 한 유키노시타는 아직 잠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아직 자도 돼. 어차피 휴일이니까"
"아니, 괜찮아. …………아침에 약한것 뿐이니까"
심하게 풀어진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켜, 유키노시타는 내 쪽으로 기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포근히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이렇게 무방비한 나를 볼 수 있는건 너 뿐이야"
"그건 영광스런 이야기구나"
"그럼 대가를 주렴"
"강매가 엄청나구만…………"
입으로는 불평을 해도 오른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후후 웃고,
"……………왠지 좋구나. 일어나서 바로, 곁에 사람이 있다니"
"유이가하마한테라도 부탁해라. 그 녀석이라면 부르면 언제든지 같이 자줄거 아냐"
"그것도 그렇구나. 어쩔 수 없으니까 오늘은 너로 참아줄게"
"또 대용품 취급이냐…………나 범용성이 너무 넓어"
한숨쉬는 나를 그녀는 우스꽝스럽다는듯 쿡쿡 웃는다.
"왠지 따뜻해졌어"
"어이어이, 열이야?"
"그럴지도 몰라. 그러니까 좀 더 풀어줘야지………"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무릎을 세워서, 영차 하며 내 다리 부근에 올라탔다.
"잠깐, 유키노시타. 그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어째서?"
"아니, 그건……………"
나는 미간을 잡으면서 잠시 고민하고, 이윽고 포기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남자의 사정으로 자다 일어나선 좀 안 돼"
"그 정도는 알고 있는데?"
"큭………………"
신음짓는 나에게 그녀는 유혹하는 눈짓을 한다.
"어제, 그렇게나 책임이 어떠니 말했던 네가, 설마 조금 올라탄것 정도로 폭주한다고는 하지 않겠지?"
"끄으응……………"
유키노시타는 내 허벅다리 위 부근에 올라타, 거기에 있는 돌기물에 조금 얼굴을 붉힌 후, 그래도 천천히 나를 안아왔다.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의 감촉이, 연분홍 판씨 파자마와 남성용 스웨터를 사이에 두고서 전해온다.
"여자가 거기까지 말하게 해놓고 결국손을 안 대다니, 지독한 남자구나"
"면목없다…………"
"………………괜찮아. 딱히. 제대로 생각해준다는 소리니까"
목만 껴안아오는 유키노시타를, 하다못한 속죄로서 있는 힘껏 껴안아줬다.
자 그럼.
저번회는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고 썼지만, 보시다시피다.
아니, 확실히 그 때 그 순간은 진짜로 그럴 생각이었다.
기분으로는, '어젯밤은 즐거웠죠(예정)'이었던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전적으로 내가 헤타레였다고 말해두자.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도, 유키노시타에게 제지받고나서 생긴 일을 살짝 얘기해두려고 생각한다.
"승부니까"
그런 나의 말의 진의, 즉 내가 승부라는 도구의 진정한 사용도를 깨달았다는걸 유키노시타는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
그녀는 끄덕이며,
"………………그럼, 앞으로는 용서않고 농락하도록 할까"
그런 말을 했다.
"………………………………"
…………이거 의역하면, '그럼 앞으로는 사정 관계없이 어리광부리도록 할게'라는게 되는걸까.
이론적으로는 승부이며 농락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얻은 우리들에게 수줍음이나 망설임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얼마나 호의를 보이든 그걸 짊어질 필요는 없어진거다.
즉, 마음대로 어리광 부리고 마음대로 좋아하면 되는 것이다.
츤데레 큰기쁨. 서비스 타임도 좋은 참이다. 누구에게 있어 서비스 타임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숙박이 결정된 나를 유키노시타는 우선 소파에 앉히고, 그 옆에 자기도 앉았다.
"이렇게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쁘지 않군"
"후후"
미소를 지으면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온다.
"아, 고양이. 귀여워………………냐-"
네가 더 귀여워.
"아아, 그러고보니 히키가야"
"응?"
"무릎 배게"
"………………하라고?"
"부탁해"
"에에-………………"
"불만이라도 있니?"
"아니, 그치만 너. 남녀 둘이 앉으면 보통 여자가 무릎배게 해주잖아. 왜 거기만 레이디 퍼스트인거야"
"오늘은 어리광 부리고 싶은 기분이야"
"…………그럼 상관없지만"
후우, 한숨을 쉰 내 무릎에 유키노시타는 머리를 올렸다.
"………………"
말없이 올려다본다. 입가에는 함박 미소가 떠올라 있어서, 아이 같은 귀여움이 있다.
뭔가를 요구하는것 같아서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녀는 어딘가 간지러운듯이 희색을 보였다.
(>ω<)
유이가하마처럼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딱 이런 느낌.
쓰다듬하는 오른손에 좀 더 쓰다듬으라는듯 이마를 비벼오는 그녀가 바라는대로 귀여워해줬다.
이윽고 만족했는지 이쪽을 쳐다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런 다정한점 좋아해"
"거저 오빠를 하고 있는건 아니니까. 포용력만 보면 일급이라고 자부한다고. 뭐, 장래 꿈은 전업주부지만"
"일터에서 돌아와서 이렇게 어리광부릴 수 있다면 잔업도 힘낼 수 있을것 같아"
"나에게 농락당한다면 원하는 때 이렇게 어리광부리게 해줄건데, 어때?
"됐어. 지금도 부탁하면 해줄테니까"
"하하, 승부에 초조해져서 아까워한게 뒤를 쳤나"
"아까워했던게 아니라, 무방비하게 어리광부리는 나를 보고 싶어서 그만 어리광부린건 아니니?"
"그건 또 새로운 가설이군"
"나한테 농락당한다고 하면, 전신전령으로 어리광부려줘도 되는데?"
"아니, 그렇게 의식적으로 어리광부려도 말이야. 좋을때 어리광 부려주는 편이 나도 기쁘다"
"그, 그러니………………"
승부라는 단어가 형골화하여, 변명을 위한 도구로 변한다.
굉장히 쓰기에 좋다. 그 유키노시타가 생각한것 만큼 효과는 좋다.
"………다음은 동생처럼 어리광부려도 될까"
"아까 약속했으니까. …………자, 와라"
"그래"
그녀는 끄덕이고, 내 무릎 위에 앉고 내 가슴에 등을 기댔다.
"꼬옥 안고,그리고나서 다정하게 쓰다듬어줘요"
"……………듬뿍 어리광부리는구나"
"이 정도는 괜찮지, 오라버니?"
도발적인 시선에 등을 밀려져, 왼팔은 그녀의 허리에, 오른손은 그녀의 머리에.
껴안은 허리는 부러져버릴만큼 가늘었다.
"좀 더 꼬옥 안아줘…………아파질 정도로……………"
"………………어"
기대에 부응하자, 그녀는 껴안는 내 왼팔에, 사랑스럽게 양손을 올렸다.
"………………"
하지만 역시 무릎 위에 앉게 되면 아무리 여성이라고는 해도 그런대로 높아진다.
펴오엔 시선에서 조금 낮은 위치에 있는 그녀의 머리가 바로 눈 앞에 있고, 그러는 김에 말하자면 흑발이랑 목덜미가 바로 곁에 있어서 뭘 하고 싶냐고 말하면 곤란하다.
예쁘게 묶어진 그녀의머리카락이 떠다닌 꽃같은 향기는 내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어, 심하게 하얀 그녀의 목덜미는 쳐다보는것 만으로도 맥박이 상승한다는 어느 종류의 마약처럼 느꼈다.
"………………이제 됐어"
이성이 박살나기 직전에 그녀가 그렇게 말해줬다. 고맙다.
유키노시타는 크게 만족했다는듯 그 얼굴에는 매끈매끈한 활기마저 있었다.
"이제 됐어?"
"그래, 충분해. 배 한가득해"
"그렇게나……………"
배 한하득하다니, 또 귀여운 단어를 쓴다.
"………………슬슬, 목욕하러 갈까"
힐끔 시계를 보면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시각은 오후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어라, 소파에 앉은건 8시 아니었어?"
"분명 그 정도였다고 생각하는데"
"정말이냐…………………"
즐거울수록 빠르게 지나간다고는 하지만. 상대성 이론은 잔혹하네.
"………………먼저 들어가"
"아니, 여기는 가주부터"
"싫어. 나중에 들어가서 내가 씻은 물에을 마실것 같아서 무서운걸"
"네 안의 나는 너무하구만……… 안 마셔…………"
"됐으니까 먼저 들어가"
"아 예예, 밀지마 밀지마"
유키노시타가 등을 밀어서 욕실로 들어갔지만.
"………………"
마침내 도망칠곳이 사라졌다.
이대로 나는 어른의 계단을 올라가버린다는걸가.
나의 죠니가 활약해버리는건가. 합병교섭은 이미 암묵적인가.
혼자서 끙끙 고민하면서 욕조에 잠긴다.
………………여기, 매일 유키노시타가 잠기고 있는건가.
"아니아니아니"
진정해라. 남자고등학생으로서 이 가슴 고동은 어쩔 수 없는걸지도 모르지만 평정을 되찾아라.
딱히 남은 물이라는것도 아니고, 성실한 유키노시타다. 매일 제대로 목욕을 하고 있을테니까 그녀의 엑기스라고 하는 잘 모르는것이 남을리도 없다.
………………여기, 매일 유키노시타가 청소하고 있는건가.
"…………아니아니아니"
필시 평상복을 입고 욕조 청소를 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뇌리에 떠올라 흥분한건 어째서일까.
가정적이라서 그런가. 가정적인 모습에 흥분한건가.
………………더는 틀린것 같다. 성적인 일에 끝부분을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대단하구만"
혼자서, 불쑥 중얼거린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뭐, 잘하고 가사도 만전하다.
다재다능하다.
그러면서 그 귀여움.
……………여성으로서는 완벽한게 아닐까 마저 생각한다.
그런 그녀의 처음을 내가 빼앗아도 되는것일까.
아니, 그렇기보다도.
빼앗아도 그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현대적 연애법으로 생각하면 책임 등을 말한 순간 무거운 여자 인정을 받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대로 소중한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떨가.
빼앗는다, 그리고 그걸 짊어진다는건 잘못된걸까.
"…………………"
고민하는 나에게 아무도 아무 답해주지 않는다.
욕실을 나오자 거기에는 스웨터랑 속옷 등 남성 속옷 한 벌이 개어져 있었다. 전부 새거다.
"……………………"
나는 말없이 그걸 착용하고 소파에서 혼자 코코아를 마시고 있던 유키노시타에게 묻는다.
"잘도 사이즈를 알았구나"
"전에 껴안았으니까"
"너는 옷 측정기냐……………"
"잘 어울리네"
"고마워"
언제부터 샀냐거나, 준비했다는건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준비한거냐고 묻고 싶은건 잔뜩 있었지만, 뭐 됐다.
그보다도 생각할게 있다.
"그럼 다음은 내가 들어갈게"
"남은 물 마시지 마"
"안 마셔"
쿡 웃은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욕실에서 나온 유키노시타에게 또박또박하게 '오늘은 그만두자'라고 말했다.
"………………아직, 책임을 질 수 있을것 같지 않아"
"그런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가 신경 쓰여"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느데?"
"……………그만큼, 그게………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거다"
"……………………그래서?"
"그러니까, 저기…………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고나서, 라는건 안 될까?"
"………………………………"
싫다, 말없는거 무서워.
내가 생각해도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만큼은 역시.
위가 아파질 정도의 침묵 속에 그녀는 한숨을 쉬고,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보며,
"………………………헤타레"
"뭐라 해줄 말도 없습니다"
고개를 낮게 숙이는 내 가슴에 유키노시타는 머리를 비비어 온다. 평소같은 어리광부리는 느낌이 아닌, 나를 탁하는 후벼파는 움직임이다.
"………………책임"
불쑥 그녀가 중얼거렸다.
"응?"
"책임, 질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해줄거야?"
"…………어"
"다른것도?"
"………어"
"한눈 안 팔거지?"
"………어"
"언니한테 유혹당해도?"
"………어"
"………………그럼 됐어"
그녀는 한숨 쉬고나서 말했다.
"……………기다릴게"
"…………기대에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래"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나한테서 떨어졌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될때까지는 손을 안 댈거지?"
"그렇게 되는군"
"그럼 곁잠은 문제 없지?"
"엑"
허둥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방긋 웃었다.
"어머,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손을 대버리니까 안 돼, 라고는 안 할거지?"
"아, 아니, 그래도 그건 역시………"
"내가 욕실에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가르쳐줄까?"
"곁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착하지"
마음대로 휘둘려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나쁘다.
욕실에서 나왔을때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녀로서도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던게 틀림없다.
"아아, 그리고 머리를 말려줘. 스스로 하면 피곤해"
"너는 터무니 없는 어리광쟁이구나"
"정성 들여서 몸을 씼었으니까 피곤한건데"
"어깨 주무르기 서비스도 하죠"
"부탁할게"
머리카락 하나하나 조심히 말리며, 의외로 뭉쳐있던 어깨를 주물러서 풀어주고 그러는 김에 어깨를 주무르는 손에 뺨을 기대어 어리광 어필을 해와서 목을 간질어주는 등 충분히 귀여워하던 차에 날짜가 바뀌려 하고 있었다.
"…………슬슬 잘까"
"…………어"
그런건 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곁잠이라는것 만으로도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느낌이다.
당연하듯 싱글 침대는 둘이서 누워자기에는 조금 좁았다.
"내가 옆으로 누워 잘테니까, 너는 누워자도 돼"
"그거면 되겠냐"
"그래. 대신에 팔배게를 받을거야"
"파, 팔배게인가………"
"안 돼?"
"아니, 괜찮지만………"
"아자"
우선 내가 눕고,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옆에 눕는다.
"후후…………"
만족스러워 하는 유키노시타.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오늘밤은 잘 잘수 있을것 같아"
"그건 다행이다. …………팔배게로 농락할 수 있는거 아냐?"
"오히려 팔배게 해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싶지 않니?"
"어떠려나아………"
핑계삼아 농락이라는 단어를 쓰는건, 어디까지나 이것이 승부라는 예방선을 놓고 싶지 않아서 그런걸까.
"………………"
"………………"
문득 정신을 차리니 둘 다 조용해져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
"………………얘,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첫키스, 라고는 다들 말하지만, 그거 분명 태어났을때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빼앗긴다고 생각해"
"꿈도 없는 이야기지만, 뭐 그렇군"
"그러니까, 히키가야"
"아아"
"………………나에게는 이미 첫키스는 없으니까"
"…………알았어"
빼앗는데 책임을 느끼는것도, 그걸 짊어질 필요도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 감아줘"
"…………어"
조용히 거리가 줄어들어 제로가 됐다.
"………………후후"
"………………"
미소짓는 그녀의 눈 앞에서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렸다.
"…………자자. 자아, 자자"
"그렇구나"
천장을 쳐다보며, 그리고나서 눈을 감은 내 얼굴에, 유키노시타는 이마를 톡 갖다댔다.
그런고로 이른 아침이다.
"응-…………"
꼬옥, 나를 껴안은 후에 고개를 든 그녀는 희색만면한채로 이마를 내 이마에 툭 갖다댔다.
"마음에 든거야? 그거"
"그래"
그건 다행이지만, 평소 태도로 이마를 문지르면 뼈가 벅벅 깎이는것 같아서 아프다.
그리고, 너무 가까워서 눈에 안 좋다.
떨어지려고 생각했지만, 이 기분 좋게 지금이라도 콧노래를 부를것 같은 그녀를 보면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침, 어떡할거야"
"………………부디"
"아니, 그러니까………"
거기서 양손을 벌려도 곤란하다.
"맛없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런건 알고 있다고"
검은 머리카락을 헝크리고 쓰다듬고나서, 다시 껴안았다.
"분명 너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입맞춤처럼 달콤하겠지만"
"어머, 네 안에서 나는 커피구나. 탈레랑이 남긴 단어와 비교하면 조금 세부분이 다르지만"
"개변판이다. 괴물이 인간을 먹는 감상용으로 말이지"
나비처럼 우화한 초인의 말에, 유키노시타는 뺨을 붉히면서도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다.
"역시 나는 먹혀버리는걸까?"
"아냐.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말이야"
하아, 라며 빨간 얼굴로 나는 말한다.
"그, 뭐냐. 나는………커피는 커피라도, 맥스 커피를 좋아하니까"
아아, 부끄럽다.굳이 단어를 인용까지 했는데 웃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단어의 의도를 유키노시타는 단 3초만에 이해했다.
"그래. 히키가야는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걸"
그럼 어쩔 수 없구나, 라며 그녀는 황홀해질 미소로 얼굴을 가져왔다.
거기에 맞추어 나도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겹쳐지는 입술에, 가슴속이 채워져간다.
"………어때?
"달아. 달콤했어.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맛이야"
"………그래"
만족스럽게, 약간 부끄러운듯 깨물면서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기대었다.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래?"
"………배고픈데"
"아직 부족하니?"
소악마같은 올려다보기로 쳐다보는 유키노시타는, 그대로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킨다.
"……………………"
말없이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아아, 정말.
이건 틀렸다.
이번에야 말로,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제 나는 유키노시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침대에 푹신 누워, 팔배게 위에서 미소짓는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친다.
"점심은 제대로 만들어줘"
"어머, 내 손요리가 그립니?"
"바보같은 소리마. 반하게 만들거면 우선 위장부터 잡아야하잖아? 적에게 소금을 보내주는거야"
농담은 부끄럼 감추기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는 오른손이 무엇보다도 그걸 증명하고 있다.
"달달한걸 좋아한다면,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데"
"자신을 너무 싸게 팔지마………"
"안 팔았어. 한 사람 한 정이라면, 희소가치는 높잖니?"
"…………그 한 사람이 질리면 끝이겠군"
"그렇구나. 그러니까 안심하고 있어"
"…………그럼 질릴때까지 탐해줄게"
"에? 으읍………!"
가슴 속의 유키노시타의 입술에 강인하게 내 입술을 갖다댔다.
"히, 히키가야………!"
마치 숫처녀같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었다.
공격하는건 특기라도 지키는건 서툴다.
한번 성벽 안으로 맞이해버린 상대에게 보이는 이 약함은, 나랑 별반 차이가 없다.
"미안, 유키노시타. 나는 단걸 좋아하거든"
"………………………으읏!"
뺨이 뜨거워지는걸 느끼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유키노시타를 팔힘으로 잡아매어, 그 달달함을 만끽한다.
잠시 그러자, 그녀의 몸에선 힘이 빠지고 그 눈동자는 몽롱해져 있었다.
"히키가야………"
"………미안. 좀 지나쳤어"
어깨로 숨을 헐떡이는 유키노시타는 내 어깨를 덥석 잡는다.
"조, 좀 더………"
"………가슴이 쓰려졌는데읍"
"응, 읍………!"
필사적으로 입술을 갖다대는 유키노시타를 어떻게든 받아내면서.
아아, 마침내.
정말로 틀려먹었구나, 라며 나는 자신의 장래를 빨리도 걱정하게 됐다.
그렇게해서, 나와 그녀의 농락대전은 일단 종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승부가 끝나는건 분명 없을 것이다.
서로, 누군가를 말하게 시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 승패를 확정시킬 의미는 없다.
뭐,그런 불가사의한 관계도 나와 그녀에게는 상응한 것이다.
보통하고는 거리가 동 떨어진, 나와 그녀의 청춘 러브 코메디는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평안한 나날이 분명 계속되어 간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응………핫, 아………"
귀를 가볍게 문다.
그것만으로 유키노시타는 교성을 흘렸다.
"………여기, 약해?"
"………그런건 묻지 말아줘. 섬세함이 없구나"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봐도 이쪽의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응앗………조, 좀, 얘………"
제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저 한결같이 그 부드러운 귀를 매만진다.
내가 뒤덮는 자세다. 조금 발버둥친다한들 도망칠수는 없다.
밀쳐내려고 하는 그 양손도 내 양손으로 덮고 있다.
"히앗! 히, 히 히키가야………안 돼………으읏!"
핥고, 깨물고, 쫀다.
강아지처럼, 고양이처럼, 새처럼.
저항할 수 없는 그녀를 마음대로 탐한다.
달다.
무척이나 달콤하다.
설탕과자같은, 녹아버릴것 같은 감미로운 맛.
유키노시타에게 하는 입맞춤은, 어디를 향해도 달콤할 것이다.
입안에서 눈깔사탕을 굴리듯, 그 귀를 만끽한다.
"좀, 그, 이제………! 안 된다고 했잖니!"
"큭………"
쿵, 하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내 측두부에 유키노시타가 머리 박치기를 먹인 것이다.
신음소리를 지르는 나의 밑에서 어떻게든 탈출하여,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몸을 안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어깨로 숨을 헐떡이면서 상기된 뺨은 그대로 그녀는 나를 노려본다.
"………싫어하는 여성을 깔고 눌러서, 강제로 만족하다니, 최악이네"
"최악이라고 하지마. 나는 그저 네가 기뻐하니까 계속한것 뿐이다"
"기뻐하지 않았어"
"정말로?"
"………그래"
끄덕이고 말았다.
싫어싫어도 좋아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기분이 침울해진다.
서로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멀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처음이라는것도 있어서 컨디션이 망가졌다.
"…………그건 잘못했다"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게………악의는 없었어"
"………정말로?"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봤다.
"죄송합니다. 반쯤 정도는 즐기고 있었습니다"
"……………………"
자세히 보니 그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하아"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었다.
"누우렴, 히키가야"
"어?"
"됐으니까, 얼른"
꾸욱꾸욱 가슴이나 어깨를 밀려, 그대로 침대에 엎어진다.그런 나의 허리 위에, 천천히 유키노시타는 앉았다.
"………………"
옅은 전등을 배경으로 나를 내려보는 연분홍 파자마를 입은 차가운 인형.
"뭐야 이 자세………"
"방금전까지 내가 당하고 있던건데?"
"………미안"
"사과하지 않아도 돼"
말하면서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나에게 다가온다.
키스라도 당하는걸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도 즐겼으니까, 그걸로 샘샘이야"
그런 말과 동시에 내 목덜미에 뭐라 말 못할 감촉이 느껴졌다.
"으읏………!?"
스륵, 정체모를 감촉.
그것이 살짝 내밀어진 유키노시타의 혀라는걸 한 발짝 늦게 깨닫는다.
"유, 유키노시타………너 뭐하는………앗………"
"턱 아래 부분. 약하구나"
쿡, 미소짓고 그리고나서 할짝할짝 턱 아래를 공격해온다.
간지러움과 같은 쾌감이 목에서 멋대로 솟아오른다.
"으앗, 잠, 유키노시타………!"
"기분 좋아? 그럼 좀 더 해줄게"
"미안! 내가 잘못했으니까………!"
"잘못 안 했어. 사실은 나도 기분 좋았는걸"
"그, 그럼 괜히 내가 탓해질 이유도 없잖아………응앗………!"
몸을 비틀려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시타는 나를 핥아온다.
"후후. 확실히 달달하구나"
"맥스 커피가 더 달다고, 진짜로………그러니까 그만해………"
"그러니? 하지만 유감. 재고가 없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너로 참을게"
"판씨 대신도 그렇고, 내 대용품으로서 범용성이 너무 넓은거 아니냐………"
몸을 떨면서도 어떻게든 답한다.
아주 조금식이지만, 그 전기충격과도 같은 저림에도 익숙해졌다.
이거라면 조금 후면 유키노시타를 되려 물리칠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무른 판단이었다.
늘 그 등에 가방을 짊어질 그녀가, 그런 나의 반응을 놓치리도 없었던 것이다.
"………………하음"
"우옷………!?"
몸 속을 전격이 달린다.
방금전까지하고는 전혀 다른 쾌락.
턱에서 조금 떨어진, 귓볼을 살살 깨물렸다.
"하음, 응………아음………"
"유, 유키노시, 우아………"
"응므………뭐니, 히키가야? 유키노시, 까지라면 누구의 이름인지 모른단다?"
"그, 그건 위험해………안 돼………"
"그래? 하지만, 이렇게나 기뻐하고 있으니까, 그건 분명 싫은 척이라는거구나"
"기, 기뻐하지………앗………!"
"응………하………응읏………"
거친 숨결이, 귓가에서 부응없이 느껴진다.
핥고, 깨물리고, 쪼아지고, 민감해진 그곳에 달콤한 숨결이 더해져 의식이 몽롱해진다.
무방비하게 누운건 실수말고는 아니었다.
공격으로 돌아간 유키노시타의 무시무시함을, 나는 십이분 이해하고 있었을텐데.
"응, 하아………………어때, 히키가야?"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어?"
미간을 내리며, 조금 화났다는듯한 얼굴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저기………기분, 좋아?"
"하?"
"이런거, 처음이니까………"
불안하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자세히 보니 그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겁쟁이인건 서로 마찬가지다.
그것도 잘 알고 있을텐데.
그 길고 짧은 승부 가운데, 알고 있을텐데.
"……………………"
틀렸군, 하며 혼자서 반성하고나서, 그녀의 몸을 껴안았다.
"그런 연기파가 아니니까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 뭐냐. 안심해"
"………………"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끄덕하고 끄덕인다.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다니, 나는 남자로서 실격인거 아닐까.
…………보충해줘야겠군.
"그래서, 어떡할거야, 유키노시타"
"?"
가슴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키노시타를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끼면서 그래도 부끄러움으로 눈을 피하면서 묻는다.
"………공격하는거랑 공격 당하는거. 어느 쪽이 좋아?"
"둘 다"
"………뭐, 점심까지는 아직 시간 있으니까"
"내일도 휴일인걸"
"……………엑"
"그치?"
부끄러운듯 함박 웃음과 함께 그렇게 물어선, 그저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위험해지면 그만둘거야"
"어머, 그렇게나 위세 떨쳐놓고 위험해지는거니?"
"……………면목없다"
"그렇게까지 참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는 두 말 안해"
"완고하네. 뭐, 좋아. 직접적인 성행위만 아니면 되는거지?"
"아니,그건………"
"적당하게 발산해두는 편이, 갑자기 덮쳐올 위험도 줄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만………"
"거기다, 너의 애절한 표정을 보고 있는건 조금 괴로우니까"
그러니까, 라며 유키노시타는 긴장으로 약간 경직된 미소를 내게 지었다.
………도리어 위험한 느낌도 들지만, 저쪽도 내 뜻을 읽어준 모양이고.
일단 둘이서 납득한것이기도 하다.
그럼, 괜찮나.
"………………이 발정기 녀석"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는거니"
"………………너도, 발산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
"부탁해도 돼?"
"……………………"
"안 돼?"
완전히 휘둘리는구만. 이거.
알고 있던거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구만"
한숨을 쉬면서 그 볼에 입술을 가져간다.
간지러운듯 눈가를 푸는 유키노시타를 뇌리에 새기면서.
어떻게든 이성을 끊어지지 않도록 하며, 나는 그녀와 장난을 재개했다.
나와 유키노시타, 그리고 유이가하마 셋이서 조촐하게 치룬 3일 늦은 생일 파티는 도중에 나와 유키노시타의 가까운 거리감에서 무언가를 느낀 유이가하마와 그에 양손을 흔들며 거든 유키노시타로 인해 힛키 괴롭히기 파티(별칭・종강 혹은 귀가파티)로 변모했지만 훌륭하게도 나의 트라우마를 파내기는 했지만, 시종 웃음이 멈추지 않는 떠들썩하고 즐거운 파티가 됐다.
이런 모임에 참가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과반수를 점하는 가운데, 그러한 기쁜 결과로 수속됐다는건 오로지 유이가하마의 공적이 큰 것이다. ……축하받는 측에게 무슨 짓을 시키는건지. 아니, 아마도 됐어. 유이가하마도 즐거워 보였으니까. 너무 의심한다는것도 좋은건 아니고. 안 그래도 나는 동정 센서로 인해 의심암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져 있으니까 더 그렇다.
그렇게해서 큰 행사를 마친 우리들에게, 풋내나는 냄새가 불어온다.
여름이다.
여름이 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오는 것이다.
슈퍼 늘어지기 대전, 개막이다.
조오아, 늘어지자아.
"…………하?"
가까운 공원 벤치에서 캔 주스를 한 손에 들고 '여름 방학은 쉬기 위한 것이다' 라고 역설했을때, 우리의 유키노시타 씨로부터 대단히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후덥지근한 바깥 공기에 지지 않는 이 냉기. 과연 유키노시타다.
대수롭지 않게 밀짚모자를 매만지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변명한다.
"아니, 거………여름은 덥잖아"
"뭐, 그렇구나"
"더운데 밖에 나가는건 힘들잖아?"
"그건 그렇구나"
거기는 유키노시타도 진심으로 수긍한 모양이었다. 체력이 없는 그녀에겐 더 힘들테지.
"그러므로"
"그래"
어깨를 드러낸 하얀 원피스를 입어 땀을 흘리는 유키노시타에게 슬며시 손수건을 건내주면서 나는 말했다.
"밖은 더우니까…………실내에서 놀자"
"그럼 굳이 불러내지 않고 우리 집에 오면 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긁적긁벅 볼을 긁으니 총명한 유키노시타는 바로 의미를 이해하고 히쭉 입꼬리를 말았다.
"마침내 내 매력을 견딜 수 없게 되서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지?"
"아니, 견딜 수 없어진건 아냐. 모르냐? 우리 집을 안 오면 이 땡볕아래 이 공원에서 오래토록 잡담이나 떠들게 된다고"
"그건 그거대로 즐거울것 같은데………"
후우, 라며 유키노시타는 힘들다는듯 한숨을 내쉬었다.
황급히 들고 있던 캔주스를 목가에 갖다대니, 이쪽을 배려하는듯한 미약한 미소를 짓는다.
태양에 비치는 박복한 설녀, 라고 해야할까.
…………뭐어, 명분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녹아버리기 전에 이동하자.
"체력이 없는걸 알면서 이런데까지 불러버린 내 실수니까. 여기는 부디 사양하지 말아줘"
"그래, 그러도록 할게. 어디까지나 비상사태, 열사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야"
수긍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자연히 빠른 걸음으로 변하는걸 자각하면서, 뒤를 걷는 유키노시타에게 말했다.
"………미안, 번거롭게 해버려서"
"괜찮아, 딱히. 겁쟁이인 우리들에겐 이 정도가 딱 좋아"
거기다, 라며 유키노시타는 내 팔에 포근하게 매달렸다.
"히키가야에게 다정하게 대해지는거 좋아하는걸"
"……………어, 어어"
"지금, 마음에 탁 온거니?"
"아깝구만, 3센치 부족하다"
"또 구체적으로 빠져있구나………"
쿡 웃는 그녀를 따라 나도 껄껄 웃는다.
그런고로.
나와 유키노시타는 지금도 승부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서로 고백한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것 뿐이라고 말 못하는것도 아니지만.
"자, 물"
"고마워. 배려 깊구나"
"다정하게 대해지는거 좋아한다고 들었으니까. 그야 공격하는 수 밖에 없잖냐"
"후후, 그렇구나"
히키가야 저택, 2층, 힛키 룸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명분에 딴죽을 걸지 않고 유키노시타는 미소를 지었다.
까놓고 말해 그런게 제일 곤란하다. 세간의 츤데레 여자도 이런 대응에 약한게 아닐까.
츤에 대해서도 따뜻한 대응을 한다. 이것이 야겜 공략의 극의일 것이다. 다음에 또 자이모쿠자에게 가르쳐주자.
자폭한 츤데레, 즉 내 눈 앞에서 유키노시타는 꿀꺽꿀꺽 그 하얀 목을 울리며 물을 마셔간다.
단순한 수돗물인데, 괜찮은걸까. 얼마전에 실례했던 유키노시타 저택에선 무츠○산의 맛있는 말이 상비되었던것 같은데.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마시기 힘들어"
"카르키가 너한테 확인사살을 꽂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거라고"
"몸이 약한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러고보니 그런가. 어디까지나 체력이 없는것이지 병약한건 아니다.
"아니, 하지만 그거잖아 유키노시타. 체력이 없으면 면역력도 없다는거랑 연관있지 않냐?"
"아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걸 들은 순간 나는 그녀의 손에서 컵을 들어올렸다.
"………카르키로 감기는 걸리지 않잖니"
"그, 그런가…………"
내 손에서 컵을 도로 받아내면서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쉰다.
"이 만큼 과보호면 네 아이도 힘들겠구나……"
"…………뭐, 그렇겠지"
그녀의 말이 약간 남일처럼 들려와서 조금 침울해졌다.
그걸 꿰뚫어보듯 쿡하고 유키노시타는 웃었다.
"괜찮아. 나는 분명 자식바보는 되지 않을테니까"
"……………………"
"수줍어한다는건 제대로 의식해준다는거구나. 기뻐"
우스꽝스럽듯 웃으며 유키노시타는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려온다.
"그, 그야 여자한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세간 일반 남ㅅ"
"일반론으로 도망치는건 금지라고, 얼마전에 약속했을텐데?"
"큭…………"
그건 1주일 전 토요일.
유키노시타 집에 묵고 갔을때 파자마 무늬에 대해 여러모로 들었지만, 역시 그래도 거기서 일반론을 방패로 삼는건 곤란했던 모양이라 이틀 연속으로 외박하게 되버렸다.
"………뭐, 조금은 의식하는것도 아닌건 아냐"
"솔직한건 좋은거야, 히키가야"
"칭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뜨거워지는 뺨을 자각하면서 힘이 빠진 나를 유키노시타는 눈을 활처럼 휘며 보고 있다.
당하는것도 이걸로 몇 번째일까.
그날, 내가 진정한 의미로 이 승부를 이해했을때부터 유키노시타의 공세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딱히 싫다는 그런건 아니다. 단연코.
어쨌든 좋아하게 된 상대와 이렇게까지 접할 수 있는건 힛키 역사상 처음이다.
할 수 있다면 양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날, 헤타레였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가정이라도, 소녀의 결심을 헛되게 만들었으니까 그걸 보상할 필요는 있구나』
『가정이라고 하지마, 평범하게 소녀잖아』
『………뭐, 그렇구나』
『예이예이- 소녀 유키노시타 예이예이-』
『노, 놀리지 말아주겠니………』
그런 느낌으로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별로 세게 말 못하는 체제이다.
…………아니, 그날 이전과 아무것도 변한거 없지 않아? 라고 해선 안 된다.
확실히 그날 이전에도 반해버린 약점이라는걸로 세게 나갈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확실하게 세게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다.
원 사이드 게임을 싫어하는 유키노시타다. 반격이 없으면 쓸쓸할 것이다.
거기다 좋아하는 사람과 맞닿고 싶다는 마음도 확실히 있다.
그렇기에 이 기회에 약간 늦은 자신을 개혁하려고 생각한거지만.
"……………………"
일단 어깨라도 안아보려고 손을 뻗으려고 할때, 유키노시타가 옆으로 누웠다.
유키노시타는 내 책상다리에 툭 하고 눕고는 그대로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쿠션이냐 싶을 만큼 어리광이 얼굴에 드러나서 나도 쓴웃음을 짓는다.
"너 지나치게 자유롭잖냐………"
"어머,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적당하게 늘어지라고 말했던건 너잖니?"
사회 인사라는것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
"유감스럽지만, 나는 네 말을 바로 곧이 받아들이는 성질이야. 후회한다면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렴"
"…………나는 꽤 거짓말쟁이다"
"제대로 진의를 꿰뚫어보고나서 곧이 받아들이는거니까 문제없어"
"그거 이미 자기 형편에 좋게 곡해한것 뿐이잖아"
"시끄러운 주인님이네"
"딱히 시끄럽지는………주인님?"
갑자기 나타난 부자연스런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미소짓고,
"그래. 지금 나는 주인님에게 귀여움 부리고 있는 고양이야"
"고양이……………입니까"
"그래. 뭣하면 울어줄까. 냐-앙, 라고"
"……………………"
"좀. 말없이 차가운 유릿잔을 이마에 대지마. 열은 없으니까"
"열 없으면서 그거냐…… 괜찮은거냐, 유키노시타 씨?"
"씨는 붙이지 마. 뭐니? 고양이, 싫어?"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이상하네, 정성을 다하는 계통의 책이 3권 있었던 모양인데"
"정성을 다하는 계통의 책이 3권………코마치냐"
"옷장 안쪽에 꺼내기 힘든 곳에 숨기고 있구나.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이 들키기 쉬운 모양이지만"
"그 자식…………"
사랑하는 동생의 배신에 머리를 감싸는 나를 뒷전으로 유키노시타는 본격적으로 냥냥 울어댔다.
"얘, 주인님. 귀여워해줘"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는 들은 적이 없어"
"세세한 남자는 미움받을거야"
"고양이 좋아하면서 그걸로 만족하냐, 유키노시타"
"괜찮아. 오히려 이렇게까지 괴리가 있으면 나중에 생각해봐도 고양이같은 무언가로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
"아아, 괴리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거냐……"
"이제 뭐든 좋으니까 빨리 해주지 않겠니. 수치심을 다 버리진 않았어"
"그럼 무리하지 마. 나참……"
그래서, 뭐?
"고양이 취급하면 돼?"
"그래. 히키가야, 고양이 기르고 있잖니? 그럼 그대로"
"이렇게 나를 따른 경험은 없는데"
"………………미안해"
"아니, 상관없지만………뭐, 코마치가 하는 느낌으로 해볼까"
"그걸로 부탁해"
가볍게 눈을 감고, 거실에서 자주 보는 코마치의 동작을 떠올린다.
분명………….
"유, 유키노-옹………"
"………………뭐니 그 부끄럼 섞인 음색"
"아니, 거, 확실히 고양이랑 장난칠때는 평소와 음색을 바꾸는게 좋다고 코마치가 주장했던것 같아서"
자세하게 말하자면 톤을 바꾼다.
"뭐, 그렇구나.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목소리 톤으로 주인의 기분을 판단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아아, 그런 느낌이다. 고양이도 목소리 톤이 높을때 기분이 좋은 모양이니까"
"그걸 따라서 톤을 높이려던 결과가 방금전의 마담목소리라는 거구나"
"마담 목소리라고 하지마………"
"뭐, 됐어. 계속하렴?"
"내가 좋진 않지만 말이다"
우선 이름을 불러주고, 그 다음은,
"…………착하지착해"
쓰다듬었었지, 분명.
"………무츠고○우 씨?"
"………………"
힘이 빠진 유키노시타를 묵살하고 쓰다듬을 속행한다.
턱 아래나 머리, 귀 뒤쪽이랑 뺨에서 목덜미.
가볍게 마사지를 하듯 쓰다듬어 간다.
"응………후후, 간지러워"
"그, 그런가? 어렵네……"
"손이 떨리고 있으니까 괜히 더 그래. 혹시 수줍은거니?"
"………………수줍은거 아냐"
말랑말랑 볼을 만지고나서 숨을 내쉰다.
수줍어, 라기보다도 이건……….
"망설임이 있으니까, 일테지"
"………뭘 망설인다고 하는거니"
"그건…………전에 네가 말한 대로야"
유키노시타의 발언을 떠올린다.
『가정이라도, 소녀의 결심을 헛되게 만들었으니까, 그걸 보상할 필요는 있구나』
"나는 다가와준 너를 한번 거부해버렸으니까"
"그건 나를 위해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하지 않았니?"
"아니, 뭐. 그건 그렇지만……왠지 면목없어서"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해. 오히려, 네가 다가와줘야 하는거 아니니?
"그런, 가?"
"거부당한 내가 다가가는게 훨씬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미안"
"괜찮아, 딱히. 그런데 익숙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으니까"
"역시, 너에게는 못 이기겠다, 유키노시타"
"어머, 패배를 인정하는거니?"
"인정 안해. ………농락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하, 하며 가볍게 숨을 내쉬고 유키노시타의 턱을 만진다.
"…………있는대로 힘을 넣으면 목이 망가지겠구나, 이거"
"그래. 그러니까 거기를 만질 수 있다는 의미는 알고 있지?"
"아아, 물론이지"
손끝으로 간지르듯 하자, 유키노시타는 눈을 활처럼 휘며 몸을 틀었다.
"여기냐? 여기가 좋은거냐?"
"읏! 이, 일변해서 공세구나. 조금 빈틈을 보이면 이렇다니까"
"미안. 앞으로는 빈틈을 찾아내기 전에 공격해줄게"
"후후, 그거면 돼"
만지는 손바닥에 유키노시타는 뺨을 비빈다.
마치 작은 동물처럼,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어리광부리는 그녀를 마음껏 받아들이며,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
믿을 수 없는걸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코마치와 눈이 마주쳤다.
"………………차, 차를 갖고 왔는데"
"…………오오, 고마워"
끄덕이는 내 눈 아래,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사과처럼 붉히며 굳어있다. 스스로 얼어붙는다고 하는 설녀 나름대로 자위행동일 것이다. 아닌가. 아니군.
"나, 나중에 유키노 언니한테 공부를 배울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코마치. 집에 있으면 방해라는 느낌?"
"아니, 그런건 아냐………헤타레 얕보지마"
"우와아 오빠 꼴통이야-.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낮아-"
"에, 뭐야. 날라리처럼 불퉁하게 말하는 편이 나았어?"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하지만……일단, 유키노 언니가 가엾어 보일만큼 움츠러들었으니까 도와줘"
"응? 어"
"쟁반은 문 옆에 두고 갈테니까. 유키노 언니, 코마치는 신경쓰지말고 편하게 있어요-"
"그, 그래……고마워……"
겨우 대답을 하고 이번에야말로 유키노시타는 움직임을 멈췄다.
"………괜찮냐"
"무리………"
무리였나…….
"………………뭐, 힘내라"
달래듯 쓰다듬어주지만, 유키노시타는 내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려고 해도 허리에 손을 감아와서 끝이 없다.
쇼핑 센터에서 하루노 씨와 만난 이래 침울해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너, 학교에선 평범하게 점심 먹으러 부르러 오거나, 팔짱끼거나 하잖아. 그거 보여져도 괜찮았다면……"
"전략상 행위와 하던 도중을 보이는 차이는 심해………"
"아아, 과연………"
하던 도중이었던거냐, 방금 그거…….
"더는 일어설 수 없어. 코마치에게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괘, 괜찮다고. 코마치는 그런걸로 놀리는 녀석이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그럼 뭔데"
"…………새언니로서 본보기가 될 수 없잖니"
"…………아니, 솔직히 나랑 있어주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본보기가 되는거 아니냐"
"그렇구나. 오레기를 떠맡아가는걸"
"너까지 그 별명으로 부르다니………"
"괜찮잖니, 애칭. 그만큼 사이가 좋다는 소리야"
"그럼 너도 하루노 씨를 별명으로 부르는게 어때? 거리감 줄어들지 않아?"
"줄이려고 해도 꺼려질것 같은걸……"
"아-…… 미묘하게 거리를 두려고 했으니까……"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하후우, 라며 유키노시타는 숨을 내쉬고, 뒹굴 하늘을 보며 누웠다.
"조금은 일어서겠어?"
"그래, 아주 조금. 살짝 기쁜 일이 있었으니까"
"………아니,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고 승낙했다는 결과로 수속은 하지 않거든?"
"호의적인 대답을 해줬다고 생각하는건 나 뿐이니?"
"………………"
"…………후후"
미소짓고 내 양손을 잡아 뺨에 가져오는 유키노시타.
"………너 의외로 뺨 부드럽구나"
"웃을 기회가 늘어났으니까 그런걸까. 누군가씨 덕분에 말이야"
"호오. 그럼 좀 더 웃어버리자고"
"아, 좀, 히키가야! 가, 간지르는건 안 돼, 읏, 증말!"
옆구리로 파고드는 손에서 도망치듯 움직인 끝에 유키노시타는 내 책상다리 위에 않는 자세가 됐다.
나에게 기대고 있으면서 간지럽히지 않도록 양 팔을 제대로 자신의 허리 앞에서 구속하여 흐흥, 하며 나를 쳐다본다.
"게임 오버구나. 자, 움직일 수 없게 된 너를 대체 어떻게 요리 해주………"
그 말은 입술로 막았다.
"………빈틈 투성이었으니까"
"……………………"
"뭐야, 그렇게 노려보지마. 무서워………"
젖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던 유키노시타는 하으, 하며 미간에 주름을 잡은채로 불쑥,
"……………………변태"
"자, 잘도 말했겠다………"
"움직일 수 없는 상대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변태 말고는 무엇도 아니잖아"
"움직일 수 없게 만든건 누군데…… 그보다 너는 팔을 놓으면 움직일 수 있잖아……"
"놓아도 어차피 껴안을거잖니?"
"………뭐, 도망치면 뒤가 무서우니까"
"그럼 실질 나도 움직일 수 없어"
"과연……… 그럼 내가 잘못했다"
"그래, 맞아. 네가 잘못한거야. 그러니까 위자료를 받을게"
말이 끝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입술을 가져왔다.
"정신적 고통도 돌아보아, 3번이 타당하려나"
"고통 있는거냐………"
"그야 뭐. 쓸데없이 심장고동이 높아져서 호흡이 괴로워졌어"
"………………아아,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2번………응?"
"…………………어어"
윙크로부터 지시를 읽어낸다.
이런 완곡표현은 이미 익숙해졌다.
"응…………정말. 이제 한번 남았는데, 또 키스를 해오다니"
"빈틈을 보면 공격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이걸로 세번 더 추가야"
"그렇게 되겠군"
"………………히키가야"
"왜"
"길게해도, 한번은 한번이지?"
"……………그렇군"
"그래………. 숨, 제대로 쉬고 있으렴"
황홀해지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도 맞추듯이 다가가서……….
"……………………실례했어요"
"………………어어"
현관 앞에서 유키노시타는 뭔가 말하기 힘들다는듯 머뭇거린 뒤,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
"에, 뭐가?"
"아, 아니…………여러모로 준비했다고 코마치한테 들었으니까"
"아아, 그런가………코마치 녀석………"
집에 친구를 부르는건 처음이라서 그만 말해버렸다.
"그게…………………그러니까, 또 가까운 시일에 놀러와도 되겠니?"
뭐, 오늘은 결국 그대로 찰딱 붙은채로 끝났으니까.
모처럼 준비한 트위스터도 아깝고.
"…………기쁘네"
"그, 그러니…………"
"…………뭐어, 그것도 좋지만 말야"
"왜? 내 집에도 올거야?"
"아니,그게 아니라………어디, 소풍이라도 가자"
"…………너, 여름방학은 쉬는거라고 했잖니"
"그, 그건 뭐…………어디까지나 구실이다"
"………………집으로 부르기 위한 구실?"
"………………뭐어"
"…………………………"
"게슴츠레한 눈 그만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구조니까"
"………뭐어, 걸려든 내가 불평을 하는것도 이상하구나"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그리고나서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렇구나………산이나 바다에 가는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불안은 남지만 말이다"
"너무 멀면 가는 전차만으로 쓰러질지 모르니까"
"그렇군"
서로 웃고나서 유키노시타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이야, 히키가야"
"어. 여름방학 중에 한번 정도는 소풍 나가자"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을 나눈 후, 유키노시타는 어울리지도 않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치바 마을은 어떠니? 공기가 맑을것 같은데"
"오오, 괜찮네. 하지만 뭐, 그 부근은 다음에 정하자.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저기………………"
"………………여기 현관이다"
"이미 아까 보여졌으니까 괜찮아"
"아아, 그래………"
"응……………후후, 이걸로 오늘도 잘 잘수 있어"
"그건 다행이다. ………그럼 잘 자, 유키노시타"
"그래, 잘 자렴"
작게 손을 흔들고나서, 유키노시타는 걸어갔다.
그리고 10미터 정도 갔을때 뒤돌아보며,
"………어째서 따라오는거니. 스토커?"
"여자애를 밤길에 혼자 집에 보낼만큼 귀축은 아냐"
"하지만 이미, 잘 자라는 인사는 했잖니"
"나중에 한번 더 하면 되지"
"…………망설임이라고 할까, 사양이 없어졌구나"
"시끄러워"
척, 하고 움켜진 손을 잡고 걸어간다.
유키노시타는 불평 하나 없이 묵묵히 따라왔다.
"…………별이 꽤 많이 보이네"
"그렇구나. 하지만, 달도 잘 보여"
"…………아니, 말 안할거거든"
"그러니? 저거만큼 우리들의 승부에 적합한 단어는 없을거라 생각하는데"
만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달이 아름다워, 히키가야"
"그런가. …………확실히, 달이 아름답군, 유키노시타"
"그래,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진심으로냐"
"맞아"
"…………………"
"…………………후후"
그리고나서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를 배웅하고 돌아와, 문득 휴대폰에 착신이 들어왔다.
메일이다.
『from : 히라츠카 선생님
히키가야 학생, 건강한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나요.
저는 일하느라 힘듭니다.
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틀에 한번은 진심으로 바라는 페이스입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봉사부 활동으로서, 임간학교 자원봉사를 합니다.
참가는 강제이므로 잘 부탁합니다.
자세한 일정은 나중에 메일을 보낼테니 잘 읽어두세요.
그리고, 목적지는 치바라고 생각하게 해놓고 치바 마을입니다.
낚였나요?
』
누가, 이 귀여운 사람 진짜 받아가줘라고 빈 직후에 착신이 왔다.
이번에는 전화다.
『………히키가야』
"바, 바람 안 피웠어"
『무슨 이야기인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상세하게 듣기로 할게. ………그보다, 메일 봤니?』
"어. ………자, 잘 됐구만 유키노시타. 염원하던 치바마을이다
『…………………가능하면 단 둘이서 가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가면 되잖아"
『같은 곳에 두번 가는건 조금 저항이 있어』
"그것도 그런가…………"
『부활동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조금 아쉽네』
"…………뭐, 기운내라. 다른곳을 찾아둘테니까"
『……………약속이야』
"너무 기대는 하지마"
『너하고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가능한 열심히 찾아볼게"
『후후, 그렇게해줘. ………그럼 내일 봐』
"어, 내일 보………내일?
『내일은 10시에 내 집이야. 아이스크림을 만들자』
"…………저기, 유키노시타. 역시 여름방학이라는건 쉬기 위해"
『각하』
"크윽………나 어디서 쓰러지는거 아니냐"
『후후, 그 때는 간병해줄게』
"악화할것 같구만, 어이………뭐, 가끔은 그런것도 괜찮나"
『서로 염분은 자제하자. 안그래도 심장에 부담을 걸고있으니까』
"…………아아, 명심해두마"
『그럼 그런걸로 하고. ………잘 자렴』
"어, 잘자"
『…………………읏』
마지막에 잡음을 남기고 통화는 끊겼다.
"………………뭐야 방금 그거"
『읏』이 어렵다니, 어디의 검신이냐.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따르자면, 군신 쪽이었던 모양이다.
…………조금 낡아서 이 드립은 통하지 않나.
아무튼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나서 유키노시타는 나와 통화를 끝냈다.
하지만, 치바마을에서 자원봉사라.
…………무슨 자원봉사일까.
가볍게 신경쓰였지만, 그 이상으로 내일 유키노시타가 방문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에 금방 잊어버렸다.
방문선물로 판씨 카레라도 갖고 가자.
"그럼 먼저 나부터군. 으-음……임간 학교"
"캠프"
"캠프, 캠프라………캠프 파이어"
"……포크 댄스"
"아-, 그거 트라우마다-"
"또 나의 승리구나"
머리를 감싸는 나의 오른편, 유키노시타가 승리를 자랑하듯 가슴을 편다. 여름이라서 얇은 옷을 입었기 때문일까, 남자 고등학생에게 대해 다정함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든다. 뭐, 없는건 아니군. 마침 지금 창문으로 흘러 들어온 바람으로 날릴것 같은 모래산이지만.
덜컹덜컹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드르륵 차 안의 가장 뒷자리에서 나는 한숨을 쉰다.
"아니,정말로 못 이기겠네에………그나저나, 의외로 즐겁네, 트라우마 파내기 게임"
"그렇구나"
"뭐야 그 시커먼 놀이!?"
내 왼편에서 유이가하마가 오버 리액션을 취한다. 기본적으로 동작이 큰 리얼충다운 동작이다. 아니, 딱히 디스는 아니야. 동작이 크다는건 그만큼 감정표현이 풍부하다는 소리다. 그러는 김에 흉부도 풍만하니까 선진국이라고 해도 차이는 없다. 속히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거다. 아마, 틀리겠지만.
"이거 얼마전에 히키가야랑 같이 생각한 게임이야. 언급하는 단어로 트라우마를 연상해버린 쪽이 패배"
"매지컬 바나나 같은 연상 게임으로 놀 수 있지만, 벌게임이 너무 뜨뜻해서 진심이 되지 않으면 안 돼. 이 나이를 먹고 진심으로 놀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으니까. 끝말잇기 만큼 끝이 없는것도 아니니까, 그런대로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나서 질리지 않아"
"우와아, 의외로 생각하고 만들었어………… 속은 완전히 뒷전인데………"
"뒤돌아 볼때도 전력으로. 그게 나의 닌자길이다"
"전력으로 뒤돌아본 결과, 필요없는 대미지만 입고 있지만"
"…………뭐, 그렇구나"
안좋은 기억은 묘하게 머리에 남아있는데 그거 어째설까. 방위본능이 움직여서 잊기 쉬워질텐데, 어째선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아. 유키노시타가 말하기에 내가 마조라서 그런 모양이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확실히 사리는 맞지만.
"그럼 이번에는 나부터. 수영장"
"아-, 그거 트라우마야-"
"힛키 약해!"
어쩔 수 없잖냐, 유소년기의 힛키의 기억, 태반이 트라우마니까……….
"이거, 게임성은 그렇다치고 유키농이랑 힛키가 승부하기에는 불공평한 느낌이 드는데……
"그, 그그그그런거 아니라고. 유, 유키노시타도 트라우마 하나 둘 정도는 있을게 뻔하니까아"
"하나 둘로선 승산은 거의 없잖아……그치만, 그렇구나아"
으음, 하며 유이가하마는 어려운 얼굴을 했다.
"나도 한 손으로 셀 수 없는 정도로는 트라우마 있구, 유키농도 그 정도는 있는걸까"
양 손으로 셀 수 없다고 말 안한 시점에서 10개이하인가………이길 수 있는 느낌이 안 들어.
"어때, 유키농? 아, 싫으면 안 말해도 괜찮지만………"
"딱히 싫은건 아니야. 어차피 과거인걸"
"호오.그럼 그 과거 일로 상처입는 나는 뭐야. 글러먹은거냐"
"삐지지마. 그런게 아니라 『트라우마였다』라는거야"
"어이, 갑자기 쓰다듬지마. 부끄러워지잖아"
빨개지는 나와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유키노시타를 보고 유이가하마도 가볍게 얼굴이 빨개졌지만, 마음을 도로 잡든 머리를 붕붕 흔든다. 그러는김에 가슴도 흔들흔들. 여름 좋구나아, 얇은 옷이구나아 "히키가야" 네, 죄송합니다.
"………그렇다는건, 지금은 트라우마가 아니라는 소리야?"
"그래. ………히키가야처럼 과거를 소중하게 여기는것도 좋지만, 나는 이제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으니까"
"뒤돌아보지 않아?"
"지금의 내가 제일 좋으니까, 뒤돌아볼 필요가 없어"
"싫다, 유키노시타 멋있어…………"
"멋진 여자야………"
나와 유키노시타의 선망의 눈빛을 유키노시타가 간지러운듯이 받아낸다.
"물론 하나 둘 정도는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아, 그래?"
"그래. 예를 들면………"
검지손가락을 뺨에 대며, 유키노시타는 나를 봤다. 에, 뭐야. 내가 트라우마야? 나 자신이 트라우마가 된거야? 무월이야?
"『욕실』"
"윽………!"
"『파자마』"
"으윽………!"
"『무츠고○우 씨』"
"졌습니다"
전부 나 때문이잖아.
"호에-, 유키농한테도 트라우마가 있구나. 아하하, 왠지 안심해버렸어"
"그러니?"
"응.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유키농은 뭐라고 할까, 완벽초인처럼 생각했으니까, 『아-, 나랑 같구나-』랄까"
"맞아. 나도 한 명의 연약한 소녀니까. 후후, 하지만 트라우마를 갖고 있으니까 나는 유이가하마한테 인간으로 인정받는구나. …………트라우마를 준 사람에게 감사해야겠네"
그렇게 수줍다는 눈으로 나를 보지마, 수줍어지잖아.
그보다, 상처를 기쁘다고 하다니, 너도 터무니 없는 마조구만. 뭐야, 영국 여왕이야? 엑스칼리버 뽑는거야? 밀고나서 뽑는게 정답이군. 뽑고나서 꽂는게 아냐. 그 쪽은 영국은 물론이거니와 우주를 노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떡할래? 유이가하마도 참전할래? 트라우마 파기겜-. 싫다, 공롱 파내기 같아……"
"왜, 왠지 게임같은 타이틀이 붙었네……… 사, 사양할게. 더 이상 힛키를 기쁘게 하는것도 뭐하니까"
"어이, 왜 너까지 나를 마조 취급하는거야? 아니었잖아"
"에-? 그치만 힛키, 얼마전에 생일파티에서 여러모로 놀림 당했을때 기뻐했잖아"
"그건 거,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으니까 좀 기뻐져서 그만 떠들었던것 뿐이고"
"너, 첫체험일때는 텐션이 높아지는 버릇이 있구나"
"인생경험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치우쳐있으니까 말이다아………"
"얼마전에 내 집에서 흡족해질때까지 매도당했을때도 묘하게 흥분했었지"
"에………힛키 기분나빠…………"
"생각해봐, 유이가하마. 너도 초절 얼짱에게 차갑게 대해지면 왠지 기쁠거 아냐?
"아-, 조금 퉁명스럽게 대해지면 마음 흔들릴지도"
"그거랑 같다. 내가 유키노시타의 매도로 텐션이 올라가든 아무 문제도 없어"
"그거, 유키농이 초절 미소녀라는 전제가 없으면 안 되는데………"
"에, 아니야?"
"아니니? 유이가하마"
"둘 다 정색이야………! 뭐야 이 바보 커플……"
"바, 바보 그런거 아냐! 그저 봐라, 귀여운건 정의라고 할까, 지표라고 할까……"
"대충 그 표준적인 가치관에 맞추면 나는 미소녀 부류에 들어갈거야. 유이가하마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나, 나도 미소녀!? 정말-, 유키농 빈말 잘해-!"
"빈말은 아니었는데………어떠니, 히키가야?"
"아니, 평범하게 미소녀잖아"
"증말, 힛키 바보!"
"핫! 미소녀에게 매도당한다 한들, 아무 대미지도 없어!"
뭐, 아무리 미소녀라고 해도 트라우마를 도려파지만 내가 괴로우므로 트라우마 파기겜 은 그만두자. 다음에 유키노시타랑 둘이서 하자. 이 애는 근성부터 새디즘이니까.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 정말로 기뻐보이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마음이 흘러넘치니까 여러모로 난감하다. 상처 딱지를 기세좋게 벗긴데다 자상하게 소독까지 해서 반창고를 붙이는 이미지라고 하면 알아주려나.
"………오"
그런 와중에 보이기 시작했다.
"와-! 산이다! 힛키, 산이야, 산!"
"아아, 응. 산이다. 산이군. 확실히 산이다"
"어디를 보고 말하는거니, 히키가야……
그치만 갑자기 일어섰는걸. 눈 앞에 두 다리 쩍 벌리고 서면 아무리 성인군자 힛키라도 몰라.
"정말…………"
"대수롭지 않게 달라붙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당신, 얇은 옷 입고 있다는거 알고 있어?
"자의식과잉이야. 그저 유이가하마가 말하는 산을 보고 싶은것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등에 매달려온다. 미묘하게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서 곤란하다.
"우와, 둘 다 뜨겁네!"
휘유휘유 라며 놀리기 시작한 유이가하마에게 나는 애매한 미소를 짓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나와 유키노시타는 세간에는 사귀는걸로 되어 있다.
착각을 이용한 유키노시타의 작전 탓이다.
그날 이전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자각해버린 그 날 이후로는 왠지 부끄럽다.
아니, 의식이라는건 중요하네요.
이어지는 산들에 눈을 반짝이는 유키노시타를 보면서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나저나 유이가하마. 저기………괜찮아?"
"어, 뭐가?"
"굳이 안 와도 되는데, 이 자원봉사에 참가해서"
당초 히라츠카 선생님이 부른건 나와 유키노시타 뿐이었다.
메인 인원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는 대학 서클의 사람들인 모양이라, 우리들은 보조의 보조로서 참가하게 된다.
자원봉사 대학생이라니, 의식 높구만 하며 쓴웃음 짓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절박한 표정으로 이렇게 마한 것이다.
『유이가하마를 불러도 문제는 없을까』라고.
"부른 내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친구와 노는 약속도 있던거 아니었니?"
"아니, 그런거 아니인데-?"
"…………왜 마지막 부분만 말이 이상한거야"
"그, 그게………조, 조금 시험이 낙제점 아슬아슬해서………"
"2학기 이래 시험에서 색을 달아줄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은거냐"
"미안 유키농………나 더러워졌어……"
"확실히, 별로 칭찬할 수 있는건 아니구나………"
"나무라지도 마라, 유키노시타"
"물론이야. 이 세상에는 사법거래라는 정당한 수단이 있으니까 아무 문제도 없어"
"유, 유키농………!"
"라고는 해도, 낙제점아슬아슬한건 좋지 않구나. 다음에 공부모임을 하자"
"유키농!"
"유이가하마!"
기세 좋게 껴안는 미소녀 둘. 마리아 님 보고 있나아?
하지만 유키노시타도 둥글어졌구나. 너 그런 포옹을 나누는 타입 아니었잖아.
그거구만. 스킨쉽에 대한 저항이 없어졌다는건가.
뭐, 그만큼 찰딱찰딱 매일 질리지도 않게 만지고 있으면 익숙해지기도 하는가.
…………말하고나서 뭐냐. 죽고 싶어졌다. 얼굴 뜨거워……….
"더워…………"
"이 버스, 별로 쿨러가 돌지 않는걸………"
늘어져서 의자에 기댄 두 명에게 가방에서 꺼낸 페트병을 건낸다.
"뭐야, 이거, 반쯤 얼어있어!"
"집에서 얼려왔어. 치바 마을까지라면 전부 녹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마셔도 좋고 목에 대고 있어도 좋아"
"점점 배려심이 깊구나. 주부력인걸까"
"착안점이 힛키잖아?"
"뭐니, 그 믿음직하지 못한 선전문구는………"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페트병 뚜껑을 열려고 하다,
"읏…………읏…………~~~~읏 ………히키가야"
"왜 노려보는거야. 내 탓이 아니잖아"
너무 힘이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이 녀석은 묘한데서 여자애 답구나.
"자, 이리줘. 열어줄테니까"
"고무줄이 있었으면 열 수 있었어"
"아 네네"
꾸욱, 비트니까 바로 뚜껑은 열렸다. 한방에 열 수 있다니, 과연 남자! 자화자찬은 허무하구나. 이제 두번 다신 안 해.
"자, 열었다 공주님"
"공주님에게 페트병 음료를 주다니, 장난치는거니?"
"필요없으면 내가 마신다"
"아랫사람의 베품도 받아들이는 이 도량에 감복하려무나"
"너는 정말로 지기 싫어하는구나"
"귀염성이 있어서좋잖니?"
"그 반박은 예상 못했다……"
"후후, 또 이겼네 히야앙!"
좌석에서 살짝 3센치 정도 떠오른 유키노시타의 등에서 유이가하마가 짖궂게 웃는다.
"에헤헤, 빈틈 발견-"
그 손에는 꽁꽁 얼은 페트병이. 목덜미에 갖다댄걸테지.
"유, 유이가하마…………!"
"그치만 유키농이랑 힛키가 히히덕거려서 쓸쓸했는걸"
"그럼 유이가하마도 히키가야랑 히히덕거리면 되잖니"
"에, 아니, 사양합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아무리 나여도 상처받는다, 유이가하마"
"아니, 여친 앞에서 히히덕거리는건 사람으로서 아니잖아 그건……"
"라고할까, 그걸 권한 유키노시타도 비교적 글러먹은 부류지만 말이다……"
"그럼 유이가하마도 히키가야를 가지고 괴롭히면 되잖니"
"아, 그거라면 찬성!"
"엑, 잠깐만"
"힛키는 유키농의 어떤 점을 좋아해? 가르쳐줘-"
"바로 놀리기 시작했다……! 이 S가!"
"여자애는 다들 연애 이야기 좋아하는걸! 그치, 유키농!"
"……………그렇, 구나. 나는 해본 적이 없지만"
"앗……………미안해, 유키농"
"아니, 괜찮아, 딱히…………"
""………………………""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를 안은채로 버스는 치바마을을 향해 간다.
그, 뭐냐.
이번 트라우마 파기겜은 유이가하마의 단독 승리라는걸로 할까.
자, 치바마을에 도착했는데.
"후우……………"
일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욕실을 빌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목적지인 여기에 도착할때 상당히 걸어서, 이미 땀투성이다.
유키노시타는 가볍게 쓰러질것 같았다.
숙소 의자에 앉자마자 새근, 하고 꿈나라로 빠져버린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의 무릎으로 쓰러져버렸다.
『힛키, 먼저 샤워하고 와. 나는 유키농이 일어나는대로 들어갈거니까』
기운찬 표정으로 잠든 유키노시타를 쳐다보면서 쓴 웃음지은 유이가하마의 호의를 받들어 먼저 홀로 묙욕하러 들어간다.
이야아, 좋네요 이 느낌.
노천목욕도 아니거니와 온천도 아닌, 단순한 목조구조 욕실이지만, 평소 집하고 다른것 만으로도 왠지 텐션이 오른다.
이 감각은 그래, 비지니스 호텔에 묵었을때 감각과 같다. 그 이세계감이 왠지 모르게 기분 좋다.
뭐, 그렇게 떠들고만 있어도 별수 없다라며 나는 욕조에서 나왔다.
목욕하러 들어간지 20분.
슬슬 유키노시타도 눈을 떴을 무렵일 것이다.
그 전에 이 욕조를 비워둬야지.
아니, 유키노시타 뿐이라면 모를까 유이가하마도 있으니……….
마지막에 샤워기로 물을 끼얹으려고 걸어가던 내 눈 앞에,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인영이 보였다.
그 길게 묶어진 머리카락은 낯이 있다.
"……………히키가야?"
유리너머로 울려서 약간 흐릿하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유키노시타인가?"
끄덕이며 수긍했다.
"눈을 떴나. 다행이다"
"………걱정 해준거야?"
"뭐어, 그야 그렇지"
하지만 유키노시타가 거기에 있다는건 즉,
"유이가하마도 거기에 있어?"
"아니, 그녀는 지금 시즈카짜……… 히라츠카 선생님이랑 얘기하고 있어. 한동안은 안 올거라고 생각하는데"
"오오, 그런가그런가"
그럼 모처럼이니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말 못하니까.
"………그럼 들어와, 유키노시타"
"에…………?"
"거, 전에 말했잖아? 등 씻어보고 싶다고"
딱히 성적인 욕망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등을 씻어보고 싶다는 유키노시타의 바램을 들어주고 싶은것에 지나지 않은거다. 번뜩.
이건 그거다, 분명 평소와 다른 욕실이라 텐션이 올라버린 사고다.
나는 나쁘지 않아.
"땀 많이 흘렸으니까. 괜찮으면 씻어줘"
"…………그래, 알았어"
유리너머로 유키노시타가 끄덕이는걸 확인한 나는 들뜨는 가슴을 어떻게든 참으면서, 재빨리 샤워기 아래 의자에 앉았다.
"아아, 유이가하마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갈아입을 옷은 내가 입을 옷 아래라도 숨겨둬"
"그래………"
대답후 발소리가 멀어지고, 잠시 뒤 돌아왔다.
"그럼 실례합니다………"
그렇게해서, 욕실 문이 드르륵 옆으로 열리고――――――
"유키노라고 생각했어!? 유감, 하루노였습니다!"
목욕 타올 한장 차림의 하루노 씨가 나타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좀, 그렇게 숫처녀같은 비명 지르지 마!"
"어, 어째서 있는겁니까! 왜 있는거에요오!"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중요한 부위를 감추면서 황급히 허둥대는 나에게 하루노 씨는 깔깔 웃음을 흘린다.
"아니- 설마 히키가야가 그렇게 에로에로했다고는 누나 생각 못했거든-"
"아니, 대수롭지 않게 들어오지 말아주세요! 뭐하는겁니까, 좀! 경찰 부른다구요!?"
"그치만, 히키가야가 등을 씻어달라고 하니까. 정말, 히키가야는 의외로 막・무・가・내!"
"그, 그건 유키노시타한테 한 말이니까요! 라고할까, 유키노시타는 어디간겁니까!?"
"아- 아-, 음음…………등을 씻기라고 하다니, 야하구나, 히키가야"
"뭡니까 그 목소리 흉내! 왜 그런 묘한 특기를 갖고 있는거에요!"
"세상살이는 참 힘들단다, 히키가야. 이 정도는 못하면 못 해먹어"
"아니, 그런 괴로운 현실을 가르쳐줘도 곤란한데요! 됐으니까 얼른 나가주세요!"
"므………그렇게까지 싫어하면 왠지 분하네에. 아무리 그래도 탱탱한 여대생인데에"
"그러니까 더 곤란한거잖아요!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왔으면 이렇게까지 혼란해하지 않았습니다!"
목욕 타올 너머로 알만한 그 풍만한 가슴이나 요염한 육감 있는 허벅다리. 남고생에겐 조금 자극이 심히 강하다.
"그, 그런가아…………응, 그건 다행이야"
"수긍하지 말고 나가주세요!"
꼼질꼼질 다리를 비비기 시작한 하루노 씨에게 큰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되게 소란스럽네"
낯익은 목소리가 귓불을 쳤다.
"이 목소리…………"
"유이가하마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불려갔으니까, 내가 유키노의 무릎배게를 배턴 터치 했거든-"
"그 때, 유이가하마한테 제가 여기 있다는걸 들은거죠?"
"뭐 그래-"
"그걸 유키노시타에겐?
"안 말했어"
만면의 미소로 하루노 씨가 그렇게 말한 순간,
"누가 선약이 있었어? 언, 니………"
드르륵 열린 문에서 목욕 수건을 감은 유키노시타가 입장.
"……………………"
그리고 동시에 목욕 수건 차림의 언니와 보이 프렌드(임시)를 쳐다보고 침묵.
"얏호- 유키노! 이야아, 그게 말야, 히키가야가 내 풍만한 몸을 보고 싶어서 잠복하던것 같아서……"
"헤에……………………"
싫다, 시선이 차가워. 여름 목욕하고 나오는데 춥다추워.
"뭐, 유언은 있니, 히키가야?"
"……………………"
질문을 받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히키가야?"
갸웃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키노시타는 목욕 수건 한장 차림에.
욕탕에 충만한 수증기로 목욕 수건은 젖어서 그녀의 바디 라인을 명확하게 보이고 있어서.
안그래도 흰 도자기같은 그녀의 피부가 약간 화조를 띠어 뭐라 말 못할 색기를 자아내서.
즉,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후"
갑자기 때려박힌 정보는 나의 뇌를 달구어서 의식은 혼탁의 밑바닥에 잠겨버렸다.
요컨대, 실신했다.
"읏……! 히, 히키가야!"
"크, 큰일이야! 유키노는 선생님을 불러와! 그 동안 나는 히키가야를 무릎배게해서 쉬게 할테니까!"
"어, 언니는 방금전까지 나를 무릎배게 해주고 있었잖아? 다리가 피곤할테니까 그건 내가!"
"괜찮아 괜찮아! 여기는 언니한테 맡기고!"
"이런데서 언니 역할 하지마!"
마지막에 본건, 내 몸을 다투고 수건 차림의 미녀 두 명의 건강한 피부색이었다……….
"음………응아………"
"아, 깼다깼어!"
눈을 뜨는것과 동시에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로 익숙치 않은 목소리다.
"언니가 무릎배게하고 있을때 눈을 뜨다니, 어쩔 심산인거니, 히키가야"
다른 한 명의 목소리는 낯이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모닝콜로 들었다. 그보다 어느 정도 독이 담겨있는걸로 생각이 들었지만, 잠을 깨기 위한 블랙 커피 같은거겠지. 시선에서 전해오는 냉기도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키노시타"
멍한 시야 속에, 버둥치듯 손을 뻗자 그 부드러운 뺨의 감촉을 접했다.
"아………………"
매력적인 미소를 연출한다. 허세를 잃은 뺨을 만지고, 사랑해야할 사람이 거기에 있다고 확인이 된 나는 어느 정도 안정을 얻었다.
"자다깨고나서 성희롱이라니, 왕성하구나, 히키가야"
"아니, 이 안심한 얼굴은 성희롱 목적이 아니잖아………"
"……………므으"
손에서 전해지는 뺨의 감촉이,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걸 가르쳐줬다.
"왜 그래……… 유키노시타. 그렇게 얼굴 찌푸리고………싫은 일이라도 있었냐, 그럼 달래줄게………"
"………………"
뺨에서 손을 떼니 유키노시타는 순순히 고개를 숙여, 정수리 부근을 내 손에 만지게 했다.
빗질하던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양지에 있는듯한 온기가 가슴 속에서 펴져간다.
"우, 우와아………"
"………뭐야, 언니"
"유키노가 순종………"
"그런거 아니야………"
"기분 나빠보이는 목소리네……… 기운, 내라………"
"………………"
"받는대고 쓰다듬받고 있구"
"이건 히키가야의 호의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야. ………자, 히키가야. 슬슬 일어나렴"
"응, 어………"
뺨을 찰딱찰딱 때려져, 겨우 나는 안개꼈던 사고를 버렸다.
다시 현재 상황을 확인해본다.
"………안녕, 유키노시타"
"안녕, 히키가야. 잘 잤니"
눈 앞에, 누워있는 내 오른편에서 유키노시타가 앉아있다. 남자로선 결코 못한다고 하는 전설의 여자 앉기다. 찰딱 앉은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히키가야, 위에위에"
"뭡니까, 그 시무라 뒤쪽뒤쪽 같은거………"
힘을 빼면서 위쪽을 쳐다보니,
"안녕, 히키가야"
콧김이 닿는 거리에 확대된 미녀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루노 씨"
"후후, 어때? 누나의 무릎배게"
"여전히 멋지네요. ………아까전의 치녀소동을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은"
"기, 기억하고 있구나……… 제길………"
"그야 잊을 수 없죠……… 그렇게나 자극적이어선"
"자극적이라니………정말, 히키가야도 참"
"좀, 갑자기 뺨 찌르지 말아주세요. 수줍으니까"
"증말-, 히키가야도 참, 에이-"
몰캉몰캉 쓰담쓰담 고양이 귀여워하는 하루노 씨. 아니, 그건 아직 괜찮지만 치과 의사 방식으로 정수리 부근에 전해오는 다른 몰캉몰캉한게 말이죠 "히키가야" 아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인중이 늘어나도 어쩔 수 없어.
"언니, 히키가야가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그 쯤 해둬"
"그렇지-, 너무 끈질기게 굴면 미움사는걸-"
깔깔 웃는 감촉이 떨어진다.
적잖이 아쉬운 기분도 들지만, 일단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리고나서 유키노시타를 봤다.
"………그런데, 여기 어디야"
"의무실. 이 숙소의 보건실 같은 곳이야"
"………아아, 나 쓰러졌던가"
유키노시타의 목욕 타올 차림에 실신해서. ………내가 생각해도 성적인 관심에 빠져있어. 이것이 사랑인가. 코피 푸슉도 의외로 과장된 표현이 아닌걸지도 모른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목욕하던 네가 아무리 지나도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발견했다는걸로 해뒀으니까 기억해두렴"
"뭐, 그게 타당하지………"
"내가 들어갔다는걸 알면 시즈카짱 화낼테니까"
그건 선생님으로서인지 외톨이 독신 귀족으로서인지……… 아마 둘 다겠지이.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서"
"에, 그거 나한테 말하는거니?"
"지금도 무릎 배게 받고 있으니까요"
"아니, 이건 포상같은 거니까………"
"? 저 뭐 좋은거라도 했나요?"
"오히려, 지금 좋은거 하고 있다고 할까………"
"하, 하아………"
왠일로 요령을 얻지 못한 대답. 하루노 씨 답지 않다.
아, 혹시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 포상이라는 의미인가? 아니, 하루노 씨 마조설은 아니잖아. 나 밖에 기뻐하지 않아.
수줍어하는 하루노 씨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켜, 가볍게 기지개를 한다. 무리한 자세로 잠들었을때 있을법한 뼈나 근육이 삐걱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무릎배게 덕분이다.
자꾸 하루노 씨에게는 감사의 말 밖에 떠오르지 않네.
아까 욕실 난입도 연상의 장난으로 생각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기쁘다고 마저 생각한다. 장난을 좋아하는 누나라니, 그거 최고잖아.
"………저기, 하루노 씨"
"응? 왜 그래?"
"그게………"
나는 하루노 씨의 귀에 입을 가져가,
"………아까전에 욕실 사건, 전부 유키노시타에게 말했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3번, 하루노 씨가 하는 말을 들을게요"
"알았어. 나는 장난으로 난입한것 말고는 아무 말도 안 했어"
"감사합니다"
"후후, 그 에로가야는 나랑 히키가야 만의 비밀이야"
"그렇게 되겠네요………"
본인이 그 자리에 있다면 그건 뭐, 분위기에 흘려져서 유키노시타도 크게 불쾌감을 얻지 않았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러 들으면 동년배 여성을 목욕에 부른 단순한 에로스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에로스는 정도껏 해!』라며 유키노시타의 일념발기를 무시한 내가 에로하게 되면 아무리 유키노시타라고 해도 화낼게 틀림없으니까…… 비밀로 해두자.
"………뭘 둘이서 속닥속닥 거리는거니"
싫다, 이미 유키농 화냈어……….
좀 질투 심하지 않슴까……… 너무 많이 먹어서 살찔것 같아서 무섭다. 마음의 군살이라는건가. 뭐, 조금 살이 붙어도 좋으려나, 건강적인 의미로.
"므으………"
"삐지지마, 삐지지마. 조금 상담한것 뿐이야"
"삐지지 않았어"
그럼 소매 놔주지 않을래……… 반소매의 소매를 잡는다니, 그거 손 잡는것 보다도 고도의 작업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어때 유키노시타.
"그럼, 히키가야도 일어났으니까 갈까"
"………그래, 그러자"
일어난 하루노 씨에게 수긍하며 유키노시타도 또한 일어서서 내게 손을 내밀어온다.
"가자, 히키가야. 건방진 초등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던 아는 대학생 서클이라는건 하루노 씨가 소속하는 자원봉사 서클이었던 모양이다.
"아, 힛키!"
숙소를 나오자 거기에는 무진장 괴로운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유이가하마의 기운찬 모습이!
특기인 붙임성있는 미소로 자리 분위기를 유지하던 그녀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뛰어왔다.
"괜찮았어? 욕실에서 쓰러졌지?"
"뭐, 뭐어……… 오히려 네가 괜찮았냐는 이야기인데"
"에, 에헤………까놓고 말해, 나이스 타이밍"
"………친구의 도움이 되서 다행이다"
다핵상 제군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밀어진 섬즈 업에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유이가하마는 귀여우니까아. 안 그래도 빵빵한 여고생인데 용모 좋고 기량 좋고 덤으로 약간 바보라는건 만족밖에 말 못하니까. 그야 대학생도 무리지을만 하지.
하지만 저런 압박 면접같은 어프로치로 괜찮은거냐, 대학생. 유이가하마가 아니었으면 아마 가볍게 성희롱으로 신고당했을거다.
아쉬운건 유키노시타가 가장 먼저 나오지 않았다는건가. 남자는 여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질투하지 않는 생물이다. 거기다 더 말하자면 오히려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빼앗길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처음부터 숙소에서 나와, 유이가하마가 바로 거기에 부탁했다.
그건 즉 어떤 말이냐고 하면,
"칫, 도망쳐버렸어………"
"저 자식 때문이야………"
이미 대학생들로부터 나에 대한 헤이트가 쌓여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나……….
유이가하마는 조금, 자신의 가련함을 의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무방비함도 무기라고는 생각하지만. 필요없는것까지 추락하것 같다. 나라던가.
하지만 그 뭐냐. 의지해줄 만큼은 신뢰해주는구나, 유이가하마. 조금 기쁘다. 반해버릴 정도로 기쁘다.
………농담은 내버려두고.
굳어있던 남자 대학생 모두로부터 살짝 시선을 피하니, 남녀비 3:7의 대학생 집단이 담소에 잠겨 있었다.
합하면 15명인가. 꽤 많네.
"그래서, 저쪽 사람들이 그거? 의식 높은 계통?"
뒤돌아보니 이거야 원, 하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뭐야, 조금 낡은 라노벨 주인공이냐고. 이 세계인 안 와. 모험 안 한다고.
"너, 언니 앞에선 비교적 직접적인 말을 쓰는구나………"
"괜히 돌려말하다 역수를 빼앗길지 모르니까"
"쓰, 쓸데없이 경계되고 있어………"
"저의 동정 센서는 아직 부저를 울고 있다구요, 하루노 씨"
"에………"
"엣………"
내 발언에 유이가하마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하루노 씨는 숨을 삼켰다. ………그랬었다, 유이가하마도 있었지.
"정말-. 성희롱이야, 힛키"
"………미안"
가볍게 얼굴을 붉힌 유이가하마에게 혼나는 나를 곁눈으로 하루노 씨는 놀람반 기쁨반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정 센서, 아직 있구나……… 흐응"
!?
뭐야 지금, 뱀에게 노려지는듯한 한기를 느꼈다, 어이. 그런가, 이게 뉴타입인가………. 신변의 위기를 감지했다는건가.
갑자기 생겨난 초능력에 동하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니,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오, 깼느냐 히키가야"
그 누구나가 반해버릴 나이스바디를 꾸미지 않고, 난잡하게 반소매 T셔츠를 입은 그 미녀는,
"히라츠카 선생님! 에이 참, 그렇게 피부 드러내는 복장을 입어도 괜찮슴까, 주름이우훅………"
"세번 때리고 히키가야를 쓰러뜨려라"
내 명치를 용서없이 뚫었다.
과연, 이게 우기였나……… 생각했던것 보다 경고가 아슬아슬하게 오는구만. 뇌내선택지도 깜짝 놀랜다.
"죄, 죄송합니다. 왠지 오래간만이라서 그만 농담이 나와버렸습니다………"
"아아, 안심해라. 그렇게 화 안났다. 제대로 자외선 차단제는 발랐으니까"
"그렇슴까………그건, 다행임다………"
무너지는 나를 마치 쓰레기처럼 보는 유키노시타의 옆에서 하루노 씨는 유쾌하다는듯 손을 든다.
"얏호, 시즈카짱! 그 점은 변함없네!"
"아아, 덕분에 말이다. 그 시즈카짱이라고 하는건 그만해. 그럴 나이가 아니야"
"반대로 생각하세요, 히라츠카 선생님. 별명으로 불린다는건 그 만큼 젊다는거라고"
"아니,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맞아- 시즈카짱. 아직 쌩쌩하잖아, 시즈카짱"
"그, 그런가………?"
"응. 봐, 우리 서클 멤버, 거의 다들 여자에 굶주리고 있으니까 노리고 있다구? 그런대로 인원도 있으니까 맘대로 골라잡으시라!"
"오, 오오………!"
눈을 반짝이는 히라츠카 선생님. 이 사람, 일을 잊는건 아니겠지……….
"히라츠카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 캠프하고 있는 옆에서 그런건 좀……"
"으윽…………"
비틀거렸군, 지금이 총공격의 찬스다!
"헤에, 그걸 히키가야가 말하는구나"
"큭…………"
나까지 스턴을 걸렸나……. 유감이지만 노 찬스다.
라고할까, 하루노 씨에게 약점을 지킨건 뼈아픈 수였군. 어쨌든 그 유키노시타의 언니는 대인능력에 특화하고 있는거다. 나는 그냥 새로 생긴 쫄병이나 마찬가지겠지. 이 임간학교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느낌이 안 든다…….
"이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버리고 가라, 유키노시타"
"갑자기 텐션을 올리지 말아주겠니, 히키가야. 따라가질 못하니까"
대답한 유키노시타는 아주 조금이지만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너 뭘 화내는거야"
"딱히………… 아까부터 꽤나 사이가 좋구나. 언니랑. 비밀 이야기까지 하고"
"아니, 언니한테 질투하지마"
"질투같은거 안 했어"
"아아, 그러냐………"
뿡뿡 화내는 유키노시타를 유이가하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고 있다.
감정표현히 풍부해졌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 아이는 좋네요』 법칙에 따라 인목을 모으기 쉬워졌다고 할까…….
건너편에 있는 남자 대학생들도 모두 눈을 빼앗기고 있다. 그 정도로까지 유키노시타는 가련했다.
이 애 귀엽지? 내 꺼야. …………아니. 아냐아냐.
"자 그럼.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바로 준비를 해볼까. 이제 곧 초등학생 제군이 올거다"
"라저-! 자, 모두 모여-!"
하루노 씨의 호령에 대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이 카리스마! 유키노시타는 평생 못 가질것 같다.
"? 그 뜨뜻한 시선은 뭐니"
"아무것도 아냐"
그저 뭐, 나만 가능한 하는 말을 들어주기로 하자.
저런 강화외골격을 달아도 난감하니까.
"그럼 우리들도 해보기로 할까"
내 호령에 친구 두 명중 한 명은 "오-!" 라며기운차게 주먹을 들고, 다른 한 명은 끄덕였다. 뭐야, 나도 수수하게 카리스마 있잖아………. 카리스마 걸이라고 불릴 날도 그리 멀지 않군. 일단 위험하다고 어두나 어미에 붙이면 좋겠군.
약간 들뜬 텐션을 유지한채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지시를 물어보려던 내 귀에 이런 말이 들렸다.
"어라!? 남자 있잖아!"
"고등학생!? 우와, 귀여워-!"
"왠지 툴툴거리고있어! 꽤 취향일지도!"
꺄아꺄아 떠드는 소리를 내면서 여대생 모두가 멀찌감찌서 나를 보고 있다.
오, 오오?
왔나?
마침내 와버렸다는 느낌인가? 내 시대.
긴 밤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절개를 지킨지 17년, 마침내 나에게도 인기 시기가 온 모양이다.
뭐. 힛키도 말야. 얼굴은 나쁘지 않으니까. 내용물을 알게 된 순간에 럴러바이라구요.
"………………"
"왜? 아까부터 힐끔 쳐다보고. 모르는 사람 투성이라서 긴장하는거니?"
"바보같은 소리마. 언제나 주위에는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가슴펴고 할 소리가 아니야, 힛키………"
썩은 눈동자에 상응한 이 속을 알고도 친구로 대해주는 사람들은 좀 더 감사해야할 것이다.
"라고할까, 여대생에게 인기 많은 모양이네, 히키가야. 잘 됐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질투에 미친 너에게 인도를 넘겨지기 때문이냐"
"………그러니까 질투하지 않았다고 했잖니"
"괜찮다고. 저런 모르는 화장 짙은 여대생에게 마음 뺏길 내가 아니야. 조금 텐션이 올랐지만"
"조금 올랐구나……"
"이것만큼은 나도 남자니까……"
"이런 귀여운 여친이 있는데 그건 좀 아니야, 힛키……"
유이가하마한테 게슴츠레하게 노려보아지는 내 옆에서 여친이라는 단어에 뺨을 가볍게 붉힌 유키노시타는 커흠, 헛기침을 하고,
"정말이지………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
하아, 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그 표정에 분개의 색은 없다.
"이래놓고 한눈 판다면 그런 사람이었다고 포기할거야"
"………너, 나에 대한 허들 높이를 지나치게 숙지하고 있잖아"
"엄청 경험치를 쌓았는걸. 네 취급에 관해서는 그런대로 자신이 있어"
"그 논리로 따지면 나도 네 취급은 숙지하고 있다는게 되는군"
"서로를 사로잡기 위해 필사적인걸"
"사로잡는다고 해도 어떻게 할거냐는 이야기지만"
"하라는 대로 따르면 즐겁지 않은거니"
"………………뭐어, 확실히 그렇군"
"………어째서 지금 시선을 피한거니"
"아, 아무것도 아냐"
따, 딱히 이불 위에서 하라는대로 따르게 한다는건 생각 안했거든! ………내게 츤데레는 무리군.
"아무튼, 저 여대생들하고는 아무것도 안하니까 안심해. 그보다 애시당초, 말을 걸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잖아"
"자원봉사 서클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란다? 사교성은 그런대로 있는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그런가……… 나 위험한데, 말을 걸어와도 제대로 대응 못할 자신이 있다"
"그에 비해 언니하고는 처음부터 즐겁게 대화했던것 같은데"
"그건 거………힛키 힘냈으니까. 그야 필사적으로 말이지"
"언니가 미인이라서?"
"너, 자기 언니한테 컴플렉스 너무 갖고 있잖아……"
소중한 친구와 사이 나쁘다는 언니에게 있는대로 위세를 부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자신을 위해서 굳이 힘냈다는걸 들키지 않도록 말이지. 아아, 이게 승자의 여유인가. 여유가 있기에 리얼충은 그렇게까지 행동적으로 되는건가.
리얼충 필두인 유이가하마는 이야기를 맞추듯 응응 하며 끄덕인다.
"확실히 하루노 언니 미인이지-. 밝고 배려 잘하구"
"덤으로 멋있으니까. 너도, 유키노시타에게 공부를 배우면 장래에 저런 느낌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저렇게 멋있는 느낌으로 될까?
"뭐, 좀 더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니, 저래보여도 자기멋대로 하는 사람이니까. 자신의 욕망에 정직한거야"
"자기멋대로라아………"
으음,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유이가하마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유이가하마는 그런건 힘들것 같군"
"배려 덩어리 같은 사람이니까.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그런거 아니야! 나도 하고 싶은거 하고 있는걸!"
뿡뿡 거리며 화내는 유이가하마.
교실에서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안 되는것도 아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가. 하루노 언니처럼 되버릴지도 모르는구나-"
에헤헤, 수줍은듯 웃는 유이가하마에게 이쪽도 어째선지 치유되고 있으니 나에게 들려오던 환성이 그친것을 깨달았다.
"어라, 내 시대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삼일천하도 순식간이었구나"
쿡, 하고 웃는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힐끔 눈을 바라보니, 어째선지 여대생들은 떨고 있었다.
뭐랄까, 이거, 작은 동물이 공포에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꼬리치지 말라고 같은 서클의 날라리 남자가 노려본걸까……….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어깨를 하루노 씨가 툭 두드린다.
"이야-, 안 됐네, 히키가야. 모처럼 인기 절정이었는데"
"어? 아아, 약간 들떠버린 저를 보고 있었나요. 잊어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아니아니, 여대생들이 꺄아꺄아 거리면 들뜨는것도 어쩔 수 없어. 남자애니까"
하루노 씨는 생글생글 미소짓는다. 예의 철가면하고도 다른 감정풍부한 미소인데 바닥 모를 무언가를 느끼는건 어째서일까.
"그, 그렇죠? 거 봐, 유키노시타………어라, 왜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야"
"히, 히키가ㅇ"유키노?"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지금 명백하게 하루노 씨가 조용히 시킨거잖아. 뭐야? 하루노 씨가 뭐 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안 봤어. 나는 아무것도………"
그거, 절대로 뭔가 봤다는거잖아, 싫다-.
자세히 보니 유이가하마까지 왠지 떨고 있고.
"신경 안 써도 돼, 히키가야. 이제 잊으렴?"
"아니, 그치만……………"
"됐・으・니・까"
"아, 네"
거슬러선 안 된다고 진심으로 이해했다.
"그런가-, 들떴구나-"
응응, 하며 끄덕이면서 하루노 씨는 내 뒤로 돌았다. 무서워. 오한이 굉장하다.
"하, 하루노 씨? 아니, 제 어깨는 뭉치지 않았으니까 주무르지 않아도아야야야야야!"
"히키가야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꺄아꺄아 거린걸 듣고 기뻐했구나-. 헤-. 흐-응"
"좀, 아파요! 아프다구요, 하루노 씨!"
"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안 들려-"
빙글빙글 목부근을 주물러지는 나에게 유키노시타가 구명줄을 내밀었다.
"좀, 언니. 그만해"
"유키노도 같이 하자. ………쌓아두는것 보다 발산하는 편이 좋아. 나중을 위해서"
"…………그런, 걸까"
"맞아. 화났을 때는 제대로 화내야지"
"…………그렇네. 그렇게 하자"
응, 하며 끄덕이는 유키노시타는 정면으로 나의 양 빰을 잡고, 꾸욱꾸욱 잡아당겼다.
"칠칠맞게 히쭉거린건 요 입인거니"
"에, 유키노시타 씨, 아까 어쩔 수 없다고 했잖슴까"
"미안해,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 주의야"
"그건 아까 들었지만아야야야야야야!"
"정말- 히키가야도 참, 여자애한테 면역이 없다고 바로 좋아죽으려 하구-"
"아니, 그런건 아니라고요 하루노 씨아야야야야! 견갑골 누르는건 안 된다고요!"
"우와-……… 천벌이야, 힛키"
즐겁고 즐거운 임간학교는, 힘빠진 표정의 유이가하마의 눈 앞에서 앞 뒤로 유키노시타 자매에게 괴롭혀진다고 하는 멋진 스타트를 끊었다.
선생님의 호령과 동시에 초등학생이 새끼거미 흩어지듯 뛰어간다.
"뭐야 저 활력……… 애들 엄청나구만………"
무심코 신음지른 내 옆을 걷는 유키노시타가 뒤를 따른다.
"그래, 정말이야. 저런 페이스로 마지막까지 버틸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아니, 걸어도 마지막까지 못 버티는 너보다는 체력 있지 않겠냐………"
"에, 유키농 그렇게나 체력없어?"
"어, 어쨌든 테니스 시합을 계속 못할 정도니까"
"솔직히 합류지점까지 다 걸을 수 있을것 같지 않아"
밀짚모자를 깊게 뒤집어 쓰며 이미 상기 되기 시작한 유키노시타. 고지라고는 해도 기온은 높으니까.
"그 때는 업어줄테니까 안심해"
"………다정하구나"
"네가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먼저 가!』라고 해주면 이야기는 별개지만"
농담을 하면서도 가슴 고동은 거칠어진다. 그렇게 대뜸 좋아해주는거 그만두지 않으려나. 그런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미소지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른다고? 웃으면 되는거냐. 쓴웃음이라도 지어두자.
"그래서, 뭐야. 우리들은 저 애들보다 빨리 도착하면 되나"
그렇구나. 점심식사 보조를 해야하는것 같아"
"도시락 배급같은거지. 그거라면 나도 할수 있을것 같으니까 조금 안심"
"아아,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는 요리 못했던가………"
그립구만, 봉사부 활동 첫번째.
목탄의 구수한 향기가 뇌리에서 떠오른다.
"그치만 요즘 엄마랑 연습하고 있어-. 둘한테 에이프론을 받았으니까"
"오오, 그거 기쁘구만. 유이가하마의 장래 남편한테 감사 받아야겠구만"
"후후, 그렇게 되겠네"
"나, 남편이라니………따, 딱히 주부가 되기 위해 연습하는거 아니구!"
"나는 주부가 되기 위해서 연습하는데 말이야"
"네 요리는 일식 염분 조절이 절묘해서 화가 나는구나"
"절묘한데 화를 내는거냐………뭐야, 너 일식을 좋아하냐. 와일드야? 와일드하게 짖을거야?"
와일드라고 하면 볶음밥인가. 다음에 만들어주자.
"힛키는 주부가 될 생각이야?"
"그치만 일하기 싫고"
"우와, 글러먹은 인간이다아……"
"안 돼, 유이가하마. 욕을 해도 기어오를 뿐이니까"
"그, 그랬었지………"
"그 대화 자체가 이미 욕을 하는거랑 같다고요, 거기 둘"
"큭……실수했네"
분하다는 듯한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짓고나서, 유이가하마는 "응-"하며 뺨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했다.
"그치만, 그렇게 되면 유키농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뭐, 뭐어 그렇게 되겠구나"
"……………그렇게 되면 말이다"
"앗………"
순간 눈을 피한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허둥지둥 유이가하마가 허둥거린다.
"미, 미안! 아직 이른 얘기였지! 결혼 후 이야기라던가!"
"겨, 결혼…………!"
"스톱! 유이가하마 스톱! 사죄하면서 몰아붙이고 있거든, 그거!"
"히, 힛키가 주부라고 하니까!"
"그냥 내 탓으로 해도 되니까 중지!"
네 거기! 이 이야기는 그만그만! 이라는 느낌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식히면서 때때로 나를 쳐다보고는 다시 뜨거워지길 약 3분.
"………………커흠"
무사히 복귀한 유키노시타는 마음을 도로 잡듯이 기침을 하고, 그리고나서 조금 떨어진 초등학생들로 눈을 돌렸다.
"정말로 기운차구나. 보고 있으면 왠지 이쪽까지 기운이 나는것 같아"
"아아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귀엽지?』 어필이지? 네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
"아야야얏, 등을 꼬집지마. 자국 남잖아"
"힛키, 지나치게 비뚤어졌잖아……… 좋잖아, 애들. 기운차고 즐거워보여서. 다들 사이 좋은 느낌이잖아"
"바보같은 소리마, 나는 차오파다"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너는 남자애잖니"
"소녀만화도 수수하게 재미있다고 그거………"
소년만화에선 저런건 좀처럼 없으니까.
"그보다, 딱히 모두 사이 좋게라는것도 아니고"
"아니, 그야 분위기 읽는 애들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유이가하마"
"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이가하마에게 쓴웃음을 짓고나서 나는 초등학생 쪽을 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거야말로 30가지 힛키 기술중 하나, 심안・힛키 아이…………!
역전의 경험을 토대로 쌓은 관찰안은 세상의 마이너스 부분을 모두 꿰뚫어볼 것이다……….
"………………아아, 역시나"
"뭐가역시야?"
가르쳐줘 가르쳐줘, 라며 꼬리를 흔든 유이가하마에게 가리켜준다.
그건, 초등학생 그룹중 하나.
"왠지, 한명 뒤쳐져있네"
"저건 따돌려진거야"
뒤쳐진 한 명은 어두운 표정.
앞을 가는 다섯은 뒤를 돌아보고는 쿡쿡 웃고 있다.
"……………뭐, 한 학년에 몇 명은 있지"
"초등학생이라도 저건 저거대로 잔혹하니까"
어쨌든, 나쁘다는데는 자각이 없으니까.
아침 전대물과 프리큐어 탓에 괴인 한 명을 응징하는걸 선행이라고 생각하는 걸테지.
작당을 한다는건 생각 외로 무시무시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찌할 수도 없이 강력하다.
독재할 정도의 힘을 아무도 갖지 않은 초등학교에선 특히나.
"…………조금 갔다올까"
"어라, 딴짓?"
"저 의식 높은 형 누나만으로는 충분히 인수는 충분할테니까"
하루노 씨의 서클 멤버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상정했던것 보다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치만 시즈카짱이 인원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맨얼굴로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남자 대학생이 몇 명. 아아, 일부러 끌어들였구나. 무서워라.
"일단, 어떤 분위기인지 넌지시 찾아볼게"
"굉장해, 힛키가 활동적이야………"
"이래봬도 봉사부 일원이니까"
사람들에게 봉사하는것도 업무내용으로 보면 문제 없겠다.
거기다, 그거다.
그 애를 시야에 넣은 순간, 유키노시타가 순간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으니까.
웃기지 마.
유키노시타의 트라우마는 내가 원인을 독점하기로 했다고.
힛키, 바람은 용서하지 않아.
그런 고로.
후다닥 잽싸게 초등학생 그룹에게 다가간다.
일단 어떻게하면 되지?
우선 그건가, 그룹 전체에게 말을 걸어보면 되나?
저기 혼자 있는 애한테만 말을 거는건 NG다.
조를 짜지 않았을때 선생님과 마주쳤을때처럼 고독이 눈에 띄고 만다.
그러니까 처음은 그룹과 대하고나서 아무렇지 않고 그 애한테도 말을 걸자.
대학생들 보다는 매력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나도 남자 고등학생.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어엿한 오빠겠지.
좋아, 하자.
응, 하며 끄덕이던 차에 초등학생 중 한 명이 나를 눈치챘다.
그리고 나서는 재난이었다.
너무 심했으므로 음성 만으로 보내도록 한다.
"어, 어어. 잘 지내냐, 초등학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 좀비가 말 걸어왔어어어어어어어!"
"엑"
"에? 꺄아아아아아아아 정말로 좀비야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땡볕 아래인데 평범하게 움직여어어어어어어어어!"
"에, 아니, 나 좀비가"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
"엄마하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좀, 울지마, 우왓 눈부셔!"
"얘들아! 이 틈에!"
"루, 루미야!?"
"카메라 플래쉬로 움직임을 멈췄으니까, 이 틈에!"
"으, 응!"
"빨리 도망쳐!"
"에, 좀"
"한방 더!"
"눈이, 눈이이!"
"루미도 얼른 도망치자!"
"응!"
"다들, 흩어지지 않도록 손 잡아!"
"서둘러 서둘러!"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을때, 초등학생들은 상당히 멀리 가있었다.
…………뭐, 뭐어 상정 내였다.
일단, 처음 인사할때 있었는데에……….
양옆이 미소녀였으니까 대비하여 존재감 제로였던걸까아……….
하아, 하며 한숨을 쉬는 나에게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달려온다.
눈 앞에 서자마자 유키노시타는 흐흥, 하며 유쾌하다는듯 웃었다.
"자신의 썩은 눈까지 상정에 넣다니, 과연 히키가야구나"
"아아, 응……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어서 놀랬다……"
"기운내, 좀비 씨"
쿡, 하고 미소짓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얼굴은 어딘가 기뻐보인다.
………트라우마는 해소할 수 있었나.
"뭐어, 사이좋게 뛰어갔으니, 결과 올라잇이라는건가"
초등학생은 순수하다.
무슨 계기가 있으면 바로 그 색을 바꾼다.
저런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거다. 한 동안은 영웅으로서 칭송받을테지.
쓰러뜨린건 좀비니까. 괴인이니까. 혼자서 쓰러뜨렸으니까 오히려 가면 라이더다. 그거나 실버계 추가인원.
"아하하, 수고했어 힛키"
"생각한 방향으로는 힘내지 못했지만……고맙다"
"괜찮아, 결과가 전부야!"
"목탄 연성하는 너한테 들으니 꽤 무겁구만, 그 단어"
"더, 더는 연성 안하구! 조금 탄것 뿐이라구!"
"미안미안. ……나 힘냈구나"
"그래"
"응!"
"………………그럼 뭐, 됐나"
"…………………상당히 침울해졌어?"
"아아, 스스로도 놀랄만큼………"
아니, 순진무구한 비명을 듣는다는건 이렇게나 괴로운거군요. 히어로 쇼의 괴인 안에 있는 사람도 힘들겠지…….
"그러니………"
흠, 하며 유키노시타는 생각에 잠기는 포즈를 취하고,
"…………침울해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앙?"
"아까전에 여기까지 뛰어온다고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까 업어줘"
"에에-…………"
"좀비에게 피로는 없잖니?"
"아니, 뭐. 상관없지만………"
쭈그려 앉은 내 등에 유키노시타가 용서없이 기댄다.
꽈악, 허리에서 들어올리듯 하여 일어서니 월 유키노 on 힛키 완성이다.
"응-…………"
"읏…………목덜미에 그렇게 코 비비지마"
"잘했어, 히키가야"
"쓰다듬지마, 냄새맡지마, 껴안지마. 유이가하마 보고 있거든"
"포상이란다, 좀비 씨"
"…………아아, 그래"
집에 있을때와 차이없는 수준의 스킨쉽에 무심코 얼굴이 빨개진다.
"우와- 뜨겁다 뜨거어………"
찰딱 달라붙은 모습에 얼굴이 빨개진 유이가하마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목표지점 근처까지 유키노시타는 내 등에서 나를 만졌다.
"아, 왔다왔어!"
합류장소에서 하루노 씨가 마중나와줬다.
"꽤 빨랐네! 우리들도 막 도착한 참이야!"
"그래, 뭐…………"
천천히 올 생각이었는데.
그 가시방석 같은 낙원 같은 공간에서 빨리 나가고 싶은 일심으로 힛키 힘냈다.
그 의도를 눈치챈 유키노시타가 뺨을 몰캉 거렸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어쩔 수 없잖아, 비빌때 뺨의 열이 오르기 시작했는걸……… 부끄러운건지 순수하게 체온 탓인건진 모르겠지만.
"배급은 우리쪽에서 할테니까, 히키가야네는 배를 깎아줄래?"
"배………말인가요?"
"디저트로 준비한대. 지금 강에서 갖고 오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직후, 여대생이 그물에 든 배를 갖고 이리로 다가왔다.
"갖고 왔어, 하루노"
"고마워-! 그럼 나랑 이 애들이랑 깎을테니까 배급 부탁해!"
"알았어!"
척, 경례를 하고 여대생은 가버렸다………. 아직 이름도 못 들었는데에. 들을때가 있을까나아.
"좋아, 깎자!"
"저는 괜찮지만요…………"
힐끔, 곁눈을 주니 유이가하마가 뚱해져서 가슴을 펴며 소매를 걷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쪽을 눈치채자마자 그녀는 뿡뿡 콧김을 거칠게 뿜으며,
"노우, 플라블름!"
"아아, 그래………"
불안하니까 옆에서 지켜보자.
"유키노시타는…… 걱정하는 만큼 손해인가"
"그런건 아니야. 나, 젓가락보다 무거운건 못 드니까"
"아- 네네. 네 집에 있는 젓가락은 철제 젓가락이니까. 손오공이 쓸것 같은 그거지"
"………………아까부터 대우가 너무 적당하지 않니?"
므- 하며 볼을 부풀리며 소매를 잡아오는 유키노시타.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다. 이 지나치게 귀여운 삐진 얼굴. 이것만이 즐겁고 기대된다.
"손가락 베이지 않도록 해. 나중에 물놀이를 할테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칼을 들지 않게 한다는 선택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배 껍질 벗긴다고 하는 가정적인 어필을 놓친다는건 유키노시타 답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실컷 봐서 질렸잖니?"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아"
"……………바보"
게슴츠레한 눈으로 투덜거리며, 유키노시타는 간이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에 따르는 형태로 유이가하마가 쫄랑쫄랑 걸어간다.
"히키가야는 가정적인 여자애를 좋아해?"
어느샌가 하루노 씨가 옆에 서 있었다.
"그야, 가사 일을 잘 하는건 좋다고 생각한다구요"
"뭐, 주부는 내가 될거지만! 스킬로서는 딱히 그렇게까지는 필요하지 않는다.
그저 그, 뭐냐.
"거기다………요리하는 여자애는 멋지잖아요"
"아-, 곧잘 말하지. 뭘까나, 그거"
"역시, 다들 마더콘인거 아닙니까? 부엌에 선 여자애한테 엄마의 모습을 겹쳐본다구요"
"과연……… 그럼 나도 힘내볼까"
"하루노 씨도 가사일은 특기인가요?"
"나, 재주는 많으니까"
"그거 비아냥으로 밖에 안 들립니다………"
힘이 빠지면서 둘이서 테이블로 향한다.
거기에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이미 작업을 시작하고 있고, 둘의 손에는 빠르게도 알몸의 배가.
"……………유이가하마, 뭐야 그거. 하루노 씨 모티브?"
"에이참, 나 그렇게까지 빵쭉빵이 아니야………"
"우으…………엄마가 깎고 있는건 잘 보기만 했는데에……"
"보기만 했구나………"
하아, 라며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의 손에는 벌써 두 개의 배가.
"빠르군. 과연 유키노시타다"
"미안해. 반할 틈은 줄 수 없을것 같아"
"뭐야 그 멋진 대사……… 너 그냥 호스트라도 되면 되지 않냐?"
"아하하, 유키농 가끔 남자다운걸. 듬직한 구석 있구"
"………뭐어, 확실히 남장해도 어울릴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내렸다.
유이가하마를 보고, 하루노 씨를 보고,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힐끔……….
울것같은 미소로 유키노시타는 나를 쳐다봤다.
"…………우유, 많이 마셨는데"
"굳이 목장까지 갔으니까 말야. ……아니, 그런 의미로 호스트가 어울린다고 한게 아니야"
"괘, 괜찮아 유키농! 어, 언니인 하루노 언니가 저만큼 나이스 바디니까, 장래성 있어!"
"그, 그럴려나…………"
"에-, 그치만 유키노 무렵에는 나 이미 그런대로 있었어"
"히키가야………"
"아- 울지마 울지마. 또 여러모로 조사해줄테니까. 응?"
"…………역시 큰편이 좋으려나"
"사람 저마다 다르지 않겠냐………?"
"굉장히 비참한 기분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배를 깎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과연 하이스펙. 부디 아내로 삼고 싶다. 빈유지만.
하지만, 부끄러움의 최고급형은 恥est 즉, 체스트라는건 5년 이상나 전에 확약되었는데, 체스트=부풀음이 없는 가슴인 모양이므로 '부끄러움의 최고급형=체스트=빈유'라는 등호가 성립하여 '빈유는 그걸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야말로 지고'라는 개념이 생겨나는데, 어떠려나.
일단 뭐냐, 부끄러워하는 유키노시타는 귀엽다.
"너,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아줘……… 손이 미끄러지니까………"
반하니 뭐니 해놓고 이렇다. 귀엽다. 어색한듯 쭈뼛거리는것도 굉장하다. 무엇보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꼭 싫지도 않다는 느낌이 최고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나 Facebook은 안 하지만. 얼굴 보여주는게 NG거든.
"므으……… 히키가야, 히키가야! 자, 이거 봐봐!"
"아,네. 뭡니까 하루노씨………오오, 굉장히 잘 깎았어! 잘 깎네요, 하루노 씨"
"반했지? 충분히 반해도 좋아!"
에헤- 라며 순진한 미소가 눈부시다.
안그래도 미인인데, 그렇게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 더는 어찌할 수도 없다.
"아니, 반하게 쳐다봐도 괜찮지만요…………"
"……………"
"유키노시타가 날붙이를 들고 있어서………"
여기서 Nice boat. 해도 곤란하고. 초등학생 여러분에게 참극의 결말을 보여주는건 내키지 않는다.
"증말-, 유키노도 참, 질투한다니까-"
"질투 안 했어, 언니"
"이리로 식칼을 돌리지 마. 그보다 왜 나한테 겨누는거야, 아니잖아. 난 나쁘지 않아"
"닥치고 나한테 반하려무나"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한건 너잖아……… 죄송합니다, 하루노 씨. 아니 하루노 씨까지 과일 나이프 겨누지 말아주세요, 뭐하는거에요!"
"히, 히키가야를 죽이고 나도 죽을래………!"
싫다, 연기파! 손 떨리는게 리얼해!
"초등학생이 보면 농담이 안 되니까 얼른 그만해주세요!"
"그치만 히키가야가 나를 쳐다봐주지 않는다고 하니까………"
"아니, 보거든요, 지켜볼테니까요"
"히키가야, 나는?
"너도 볼테니까. 둘이서 나란히 있어주면 정면으로 지켜볼 수 있잖아"
"므으…………"
끄덕인 유키노시타의 옆에 하루노 씨가 선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도 위치를 잡는다.
"아, 힛키. 배 깎는거 가르쳐줄래?"
"오, 좋다. 유이가하마"
"와-아! 잘 부탁해-!"
꺄아꺄아 거리면서 유이가하마가 내 옆에 선다.
"알겠어? 내가 지금부터 견본을 보여줄테니까 잘 봐둬라"
"응!"
순순해서 좋다.
스륵스륵 깎고 있으니, 정면에서 시선을 느꼈다.
"뭐, 뭐야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도.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겁니까"
"아니, 그게……………"
"어부지리 당했다고 할까………"
"눈 앞의 그림에 먹이를 빼앗긴 결과구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전혀 모르겠다.
"뭐, 얼른 깎자. 시간도 그리 없을테니까"
"그래………"
"응…………"
끄덕이며 유키노시타 자매는 배 깎기를 재개했다.
깎으면서도, 때때로 분하다는듯한 시선을 보내는 둘에게,
"?"
유이가하마는 갸우뚱 거리며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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