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평범한 소녀의 고백
 
시험 기간 일주일이 끝나고 시험결과가 나오는 날의 오후에 직장견학은 시작됐다. 하야마 그룹에서 빠진 토베는 유이의 진언으로 미우라 유미코와 안경 소녀 에비나 히나와 그룹을 짰다.
그런것도 견학 장소 한 곳에 가는 그룹만이라고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룹에서 빠졌다고 해도 하야토와 같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때려박은게 꼬리를 끌었는지 유미코도 유이가 하치만이나 토츠카와 같은 그룹이 되는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참고로 시험 결과는 하치만이 학년 1위고 유키노가 2위. 유이도 유키노와 공부모임이 결실을 맺어서 크게 점수를 올렸다.
 
직장 견학 장소는 그런대로 유명한 전자기기 메이커. 단순한 연구시설만이 아니라, 인근에 개방된 뮤지엄 등의 어뮤즈먼트성을 겸비한 기업이다.
 
 
평소 그룹 + α로 걷고 있는 하야토와 몰래 팬이 늘어서 지금도 주위가 붙은 사이카를 쳐다보면서 하치만은 거리를 유지하고 뒤로 걷는다. 이따끔 재미있어보이는거나 흥미를 끌리는것을 사진으로 찍고는 노부메나 다른 메일 친구에게 짜증나는 어조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혼자이긴 하지만 하치만은 하치만대로 직장견학을 즐기고 있었다.
 
 
"……히키가야, 이럴때 정도는 휴대폰에서 손을 떼는게 어떠냐?"
 
"왠지 나쁜짓을 하고 있는것처럼 말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요"
 
 
평소의 백의를 벗고 순찰을 돌러 왔을 히라츠카 시즈카가 하치만을 보고 기막혀하면서 말을 걸었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옆에서 보면 좋은 인상은 받을 수 없다고?"
 
"이러니까 평범한 사람은 싫어집니다. 시시한것만 신경을 쓰고…"
 
"그렇게 말하지마라, 요즘엔 매너라던가 여러모로 눈치 사기 쉬우니까"
 
 
마지못해 휴대폰을 집어넣는 하치만을 보고 시즈카는 만족스럽게 끄덕인다.
 
 
"그렇지, 히키가야. 예의 승부말인데…"
 
"승부? ……아아, 이긴쪽이 진쪽을 이래저래 할 수 있는 그겁니까. 아무래도 좋으니까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좋아? 이기면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뭐든지 말을 듣게 할 수 있는데?"
 
"어차피 진심이 아니지요? 그런거에 어울릴 수 없습니다"
 
 
꾸며져있는 다종다용한 기계를 쳐다보면서 하찮은 일처럼 중얼거리는 하치만에게 시즈카는 눈썹을 모아 뚱해진 표정을 짓는다.
 
 
"진심이 아니라니 무슨 소리냐? 나나 유키노시타가 약속을 깨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느냐?"
 
"어쨌든 그거, 그 자리에서 기세만으로 한 말이죠? 승부인데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말이죠. 스포츠처럼 대회가 있다면 그걸로 승패를 정할 수 있지만, 봉사부에 그런게 있을리 없고. 몇 명이 올지 모를 의뢰인을 기다리며 명확한 끝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걸로 진심이라고 들어도 신용할 수 없지요"
 
 
시즈카는 큭 하고 말이 막힌후, 크게 숨을 내쉬었다.
 
 
"너는 조금 물사를 너무 세세하게 생각하는거 아니냐? 조금 더 적당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적당하게 사는 글러먹은 인간의 대명사같은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크윽……아, 아무튼! 승부쪽은 불확정요소가 있었으니까 일부 규칙을 변경하도록 하마"
 
"그렇습니까. 좋을대로 해주세요"
 
"……새로운 방식이 정해지면 다시 연락하마"
 
"네네"
 
 
기계 세상에 빠져버린 하치만에게 아무래도 좋다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으므로 시즈카는 가볍게 침울해하면서도 다른 곳의 순찰을 하러 돌아갔다.
 
 
 
~~~~~~~~~~~
 
 
 
생각외로 기계 세상에 듬뿍 빠져버린 하치만은 꽤나 늦게 출구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하치만의 눈에 들어온건 최근들어 자주 보는 경단머리 소녀였다.
 
 
"아, 힛키…"
 
"어라, 아직 있었습니까"
 
 
유이가하마 유이가 연석에 앉아서 하치만의 모습을 발견하고 일어서서 옆으로 다가온다.
 
 
"다른 손님은 어디갔습니까?"
 
"사이제에 갔어"
 
"그렇습니까. 당신은 안 가도 괜찮습니까?"
 
"……응"
 
 
그렇게 말한 유이의 얼굴은 석양에 비추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어두웠다. 하치만은 그저 조용히 그런 유이를 보고 있었다. ……아니,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말야. 나, 힛키한테 말하지 않으면……으응, 사과해야하는 일이 있어…"
 
 
하치만은 머리 구석에서 역시 그런가,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룹 안에선 분위기를 읽고 자기주장을 하는 타입이 아닌 유이가, 일부러 자신과 그룹을 짜다니 뭔가가 있다고 희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1학년때 입학식 아침에 힛키가 사브레를 구해줘서, 그 인사, 바로 하고 싶었는데 말야…힛키는 다른 반이구, 나도 내 반에서 친구 만들기를 하고 있어서…아하하, 왠지 변명같네…"
 
"상관없으니까 계속해주세요"
 
"응. 그래서, 조금 시간이 벌어졌지만, 다시 고맙다고 말하려 가려고 했어. 하지만…"
 
 
유이의 말이 끊긴다. 거기서부터 말하는걸 망설이는 유이의 심경을 읽고 대신에 하치만이 입을 열었다.
 
 
"제가 괴롭힘을 받고 있었으니까 갈래야 갈 수 없었던거군요?"
 
"읏!! …………응"
 
 
유이가 고개를 숙이고 약하게 긍정한다. 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걸로 보아 유이는 1학년 무렵부터 상위 카스트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당초 괴롭힘을 받고 있던 밑바닥 카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치만에게 가면, 그녀가 이후 어떤 취급을 받을지는 둘 다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치만은 신경쓰지 않고, 유이는 죄악감에 짓눌리고 있었다.
 
 
"딱히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간섭이 있었다고 해도 크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을테고요"
 
"……그럴지도 몰라. 으응, 오히려 힛키한테 폐를 끼친 결과가 됐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나는 움직일 수 없었어……힛키는 남인 나의 가족을 지켜줬는데, 나는 힛키를 위해서 움직이기는커녕, 보고 못본척을, 해버렸어…"
 
 
유이가하마 유이는 후회하고 있었다. 손을 뻗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을. 자신의 몸을 돌아보지 않고 개를 구한 은인을, 자신의 몸이 아까워서 도움조차 하지 않았던걸.
 
 
"그런데…이제와서 이렇게 나와서……아무것도 없었던것처럼 말하고……그때……내가 약해서……도우러 못 가서……미안해…"
 
 
가냘픈 목소리를 떨면서 말을 잇는 유이를 하치만은 외알 안경 너머로 조용히 보고 있다. 눈에 머금고 있던 눈물이 한 줄기, 유이의 뺨을 흘러떨어졌다. 하치만은 한숨을 쉬고 손수건을 꺼내어 유이에게 내밀었다.
 
 
"그 정도의 일을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말아주세요. 거기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고, 저는 엘리트니까요, 어떻게 못했다고 해도 당신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유이는 말없이 손수건을 받고 눈가를 닦는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인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을 하세요. 평범한 사람이 엘리트의 흉내를 내도 힘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거기다, 뭔가를 하는것만이 그 사람을 돕는 수단인게 아닙니다. 그저 옆에 앉아있는것만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걸, 당신은 알아야합니다"
 
"………후에?"
 
 
유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하치만의 얼굴을 본다. 하치만의 눈은 평소대로 썩어있다. 하지만 외알 안경 너머로 엿본 눈동자는 수수께끼의 빛을 내고 있었다.
 
 
"저는 도움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봉사부에 있어줘서. 그 덕분에, 그 부실에 가는것도 자못 괴롭지 않게 됐습니다"
 
"에, 에엣1? 그, 그런건 아니야…나, 아무것도 안 했고…"
 
"당신이 어떻게 말하든 엘리트가 하는 말이니까 그런겁니다. 엘리트는 올바르다. 엘리트는 대단하다. 자, 복창"
 
"에, 엘리트는 올바르다……아니 무슨 말을 하게 하는거야!?"
 
 
수치와 분노로 얼굴을 붉힌 유이. 하치만은 그걸 무감동하게 보고 있었지만 입가가 살짝 조금이지만 풀어져 있었다.
 
 
"……그, 그럼…앞으로도 봉사부에 있어도 돼? 교실에서도, 힛키랑 말해도 돼…?"
 
"좋을대로 하세요. 아, 말해두겠지만 당신이 봉사부에서 사라지면 유키노시타 시가 정말로 외톨이가 되어버리니까요"
 
"…힛키는 친구가 될 생각은 없구나…"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가"
 
 
손수건을 하치만에게 돌려준 유이의 눈은 더는 젖어있지 않았다.
 
 
"그럼……앞으로 친구로서 잘 부탁해, 힛키!"
 
"이미 메일 친구입니다만……뭐 됐나"
 
"좋아! 그럼 친구가 된 기념으로 노래방이라도 가자! 사이짱도 지금 부를게!"
 
"끄럼 노부메 씨랑 오보로 씨도 부를까요…"
 
"엥, 오보로 씨는 노래 불러!? 그런 사람으로 안 보였는데!?"
 
"네, 빅토리머신 로봇이나 피를 흘려라 같은건 부릅니다. 노부메 씨는 유쾌한 밝은 날이나 휘둘러라를 부르네요"
 
"상상할 수 없어!!"
 
 
이렇게 해서 한 명의 엘리트와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은 진정한 의미로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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