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Extra - 2 -
 
Extra - 2 -
 
 
 
 
 
미용실을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몸의 심지를 얼리는것과 동시에 트리트먼트의 향이 금색으로 빛나는 가지런한 머리카락에서 풍겼다.
 
응헤헤.
 
돌아가면 히키오한테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할까…….
 
아, 그러고보니 외출한다고 했지.
 
 
"……한가하구"
 
 
도서관에 간다고 했던가?
 
문득 나는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어서 어떤 어플을 켰다.
 
 
"으음, 히키오의 위치는……"
 
 
화면에 표시된 지도상에 내 위치를 나타내는 핀과 하트 핀으로 표시된 히키오의 위치.
 
비밀이지만 지인에게 부탁해서 히키오의 스마트폰에 조금 조작을 해둔 것이다.
 
 
"응? ……이 위치는"
 
 
히키오의 위치를 아리는 핀은 역 가까운 어뮤즈먼트 시설을 가리키고 있다.
 
전에 내가 가고 싶다고 했을때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곳이다.
 
 
"……. 모르겠네"
 
 
 
 
――――――
 
 
 
✳︎향기나는 잇시키 이로하의 연심✳︎
 
 
 
 
약속시간에는 아직 이른 11:30.
 
아까부터 몇 번을 본건지 모를 손목시계 장침은 역시 세상과 같은 시간을 걷는 모양이라, 긴 침이 빨리 움직이는 일도, 단침이 순간이동하는 일도 없다.
 
여기 며칠간 나로 말하자면 강의나 술자리에서도조차 어딘가 뜬구름으로 멍해지고 만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우연히 만난 하야마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 탓이다.
 
 
선배가, 미우라 선배와 교제하고 있다고 하는걸.
 
 
하하, 그런 바보 같은 얘기가 있을까요…….
 
그 선배가 미우라 선배랑?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아냐.
 
 
 
'나아도, 히키오를 좋아해…'
 
 
문득 떠오른건 미우라 선배의 부끄러워하는 얼굴.
 
여자애답게 얼굴을 붉히고 경험 풍부해보이는 몸과는 반대로 순수한 소녀.
 
 
……치사해.
 
 
 
치사해요.
 
너무 치사해요.
 
 
선배를 동경해서 맹렬하게 공부한끝에 합격한 같은 대학.
 
재학중에 몇 번이나 선배한테 대쉬하고.
 
가끔 밤에도 마시러 데려가달라고 하고.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선배는 언제나 나를 떨구어내니까.
 
 
"……요즘 두 사람은 만나지 않으니까 안심했는데……. 생각못한 복병이었네에"
 
 
역 앞의 집합 장소에서 중얼거린 내 혼잣말은 누구에게 들리는 일도 없이, 허무함과 쓸쓸함을 두르며 떨어져간다.
 
 
"얼라아, 혼잣말? 아, 미안해, 갑자기 말 걸어서 말야! 왠지 쓸쓸해 보이니까, 그만 말 걸었어"
 
 
……말이 떨어지기 직전에 갈색 머리와 피어스로 무장한 파인 플레이하면서 캐치해왔다.
 
캐치 앤드 릴리스.
 
하아…….
 
짜증나요.
 
토베라고 이름짓죠.
 
 
"……"
 
"그보다! 너 혼자? 나도 말야, 일행이랑 떨어져버려서……. 뭣하면 같이 차 안 마실래?"
 
 
일행……이라.
 
그러고보니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외톨이 스페셜리스트였던가.
 
그런 소리만 하는 주제에 이래저래 주위에는 따뜻한 사람으로 둘러싸여있다니.
 
턱없는 사기꾼이네요.
 
 
"……사람 만나기로 했어. 방해되니까 사라져"
 
"조좀-! 만나기로 했다니 누구랑 만나는데? 이쪽도 인원수 맞출까?"
 
 
누가 여자 친구들이랑 만난대?
 
그렇게나 나는 외로운 여자로 보여?
 
정말이지, 이 남자는 용서 못 하겠네.
 
 
라며 내가 그 남자를 노려보려고 생각했을때, 그 인간 등 너머로 뿅뿅 뛰는 바보털이 춤추고 있었다.
 
바보털은 이쪽을 눈치챈 주제에 벤치에 걸터앉아 묵인하고 있다.
 
오른손에는 황색과 검은색 스트라이프가 특징인 달짝한 커피.
 
 
"……"
 
"응? 왜 그래?"
 
"잠깐 기다려"
 
 
나는 밉살스럽게 캔 커피를 기울이는 바보털에게 다가간다.
 
검은색 보톰스에 하얀 셔츠를 입은 그 모습은 마치 고등학생 시절에 입었던 교복같다.
 
 
"…안녕하세요, 선배"
 
"음. 이제 용건은 끝났어?"
 
"용건? 용건이라는건 저 알도보도 못한 남자한테 헌팅당하는거요?"
 
"친구가 아니었냐"
 
"네. 저, 헌팅당하고 있어요"
 
"그러냐"
 
"이도저도 선배가 저를 기다리게 만들었으니까 그런거거든요?"
 
"아직 집합시간 5분 전이거든?"
 
"제가 도착한 순간이 집합시간이에요"
 
"……그건 몰랐다. 늦어서 미안하다"
 
 
선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한테 사과하지만 그 무거워보이는 허리를 벤치에서 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아……. 정말이지, 이거야 원이에요. 너무 글러먹어서 기막혀버릴것 같아요"
 
"너무 글러먹었다니……"
 
"자 그럼, 저기에 있는 헌팅남을 어떻게 격퇴할까요. 선배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아니아니. 성가신 일을 나한테 떠넘기지마……"
 
 
선배가 뜨뜻한 눈으로 헌팅남에게 눈을 향하자 놈은 조금 위압하듯이 이쪽을 노려봤다.
 
 
"거 봐? 노려봤다고. 방어력 떨어졌어. 이제 HP0이거든"
 
"못 한다고 단정짓는건 안 돼요! 못 한다면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래도 또 못할만한 일이 일어난다! 그걸 또 할 수 있또록 노력한다! 그걸 반복하는걸로 요컨대……, 발돋음하는거죠!?"
 
"……하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 떨어져. 침 엄청 튄다고"
 
 
선배는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벤치에서 겨우 그 무거운 허리를 든다.
 
천천히 헌팅남 쪽으로 걸어가서 주섬주섬 손짓발짓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하니, 몇초 지나지 않은 사이에 헌팅남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서 돌아왔다.
 
 
"후후. 하면 되잖아요. 뭐라고 말했어요? 내 여자한테 손을 대지 말라고 했죠?"
 
"……지금부터 동생이랑 성묘하러 갈거니까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어"
 
"증말, 이상한데서 머리가 나온다니까요. 오빠야, 이로하 포인트 낮다구요?"
 
 
나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허리를 조금 비튼다.
 
헤헤, 이거야말로 귀여움과 글래머스러움을 겸비한 포즈다!
 
서클 선배도 미팅 상대도 이 포즈를 보여주면 순살이라니까요!
 
 
"코마치가 5배는 더 귀엽네"
 
"5배!?"
 
"자, 이제 가자. 네가 가고 싶다고 말했잖아"
 
"으, 으으으. ……아……후후. 그렇네요! 가요, 오빠야!!"
 
 
나는 성큼성큼 걸으려고 한 선배의 팔에 매달린다.
 
 
"……뭘 하고 있는거야?"
 
"그치만 저는 동생이구요"
 
"아니, 아니거든?"
 
 
밀착한 선배의 몸에서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달고 따뜻한 꽃향기가 났다.
 
거기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나는 선배의 팔에 단단히 매달린다.
 
무리하게 나를 벗겨내려고 하지 않는 점에서 선배는 역시 다정하네에.
 
 
그 다정함에 이끌려서 나는 선배를 좋아하게 됐다.
 
 
동경이나 존경에 가까웠던 감정도 선배가 고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호의로 승화한건 좋은 추억이다.
 
 
졸업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배도.
 
 
대학 입학식에서 재회했을때 선배도.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준 선배도.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진짜.
 
 
그러니까…….
 
 
지금 만큼은, 저에게 선배를 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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