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last -2-
 
 
 
 
유릿잔 안에서 얼음이 딸랑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액체의 부력이 사라져 자유낙하한 얼음은 유릿잔 안에서 작은 덩어리가 되어 둘로 나뉘어진다.
 
아무래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커피를 다 마셔버렸던 모양이다.
 
아무리 껌시럽을 넣어도 쓰다.
 
역시 틀렸군.
 
내 몸은 MAX커피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언제적 '그 녀석'에게 얻어마신 찻집에서 시간을 죽인다.
 
그때하고 다른건……
 
 
생색 대는 녀석이 눈 앞에 없는것뿐.
 
 
그것 뿐이다.
 
 
"……"
 
 
미우라가 집을 나간지 3주째.
 
털털해진 내 주위에는 그 녀석과 만나기 전으로 거꾸로 돌아간 공간이 펼쳐졌다.
 
외톨이 최고.
 
외톨이야말로 지고.
 
외톨이…….
 
 
라며 조금은 고등학생시절처럼 반발해본다.
 
나는 지금도 옛날도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없다.
 
 
……….
 
 
 
찻집에 한 명의 남성이 들어왔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늦어"
 
"하하하. 갑자기 불러내놓고 그건 아니잖아"
 
"으……. 마침내 집합시간도 지키지 못하게 된거니? 네 존재가치는 이산화탄소 이하구나"
 
"유키노시타의 흉내야?"
 
"장난이잖아?"
 
"화나네. 그래서, 불러낸 이유는 뭐야?"
 
 
그는 커피를 블랙으로 마셨다.
 
지옥에서나 할 짓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껌시럽을 많이 넣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나를 도와라, 하야마"
 
 
 
 
 
 
.

……
………
…………
 
 
 
 
 
 
 
 
알코올이 몸에 충만해지는 듯한 감각.
중력이 사라지고 두등실 하늘에 떠있는것 같은…….
 
하지만 그때 일을 떠올리면 혈액을 도는 알코올은 모습을 지우고 나는 현실로 되돌려진다.
 
 
나는 전원이 꺼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만나기로 한 바에서 칵테일을 기울였다.
 
 
바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한 명의 여성이 나타난다.
 
 
"……늦어"
 
"어머, 갑자기 불러내놓고 그 소린 아니지 않을까"
 
"으. ……집합시간도 못 지키다니, 마침내 시계 보는법도 까먹어버린거냐?"
 
"……누구 흉내를 내는건진 모르겠지만 엄청 열받는다는건 확실하네"
 
"흥"
 
"그래서 갑자기 불러낸 이유를 슬슬 들려주지 않겠니"
 
 
나는 비어버린 칵테일을 다시 주문하고 그녀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아름다운 흑발이 귀에 걸리듯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봉사부에 의뢰가 있는데…. 유키노시타"
 
 
조금 놀란듯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나를 쳐다바ㅗㄴ다.
자세바른 그녀의 놀란 표정은 조금 웃어버린다.
 
그런 점이 세상에 둥 떠있다고 해야할까.
 
유이가 신경쓰고 싶어지는 이유도 알아버린다.
 
 
"……그리운 이름을 꺼내는구나. …그래서, 의뢰 내용은?"
 
"……. 몰라"
 
"하?"
 
"모른다고. ……어쩌면 좋을지"
 
"….…. 끼리끼리 부른다는건 정말인 모양이구나. 무척이나 닮았어. 유이가하마하랑"
 
"……"
 
"감각과 감정으로 움직여. 앞뒤 생각하지 않아. 그런 주제에 후회는 남의 배로 한다니까"
 
"시끄러워. 그래서? 어떡하면 돼?"
 
"조,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겠니"
 
"엥, 좀 부끄러우니까 말 못하는데"
 
"상담할 생각이 있긴 한거니……"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기막혀하면서도 칵테일을 기울인다.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히키오와 닮아있어서 나는 이 녀석이야말로 끼리끼리 부른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버리지만, 왠지 모르게 분하니까 말하진 않는다.
 
 
"……히키오의 다정함에 응석부려서 심한짓을 해버렸어"
 
"……그래"
 
"…나쁜건 전부 나인데"
 
"……그럼 사과하면 되잖아"
 
 
사과하면 용서해준다.
히키오니까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대해줄 것이다.
 
하지만 만일이라도.
 
아니, 억분에 일이라도.
 
 
히키오에게 거절당하면 나는 재기할 수 없게 된다.
 
 
모든걸 부정당하는, 그런 상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버린다.
 
 
"……무서워. 그 녀석이랑 떨어져버리는게, ……굉장히 무서워"
 
"……"
 
 
이 몇개월간의 추억이 시커멓게 칠해져 눌려버린다.
나는 그 녀석이랑 함께 기억을 열심히 색을 칠해왔다.
 
 
"히키가야는……, 반드시 도와줄거야"
 
"……"
 
"나도, 유이가하마도, 잇시키도, 카와사키도, 에비나도, 하야마도, 언니도. ….…다들 그에게 구해졌으니까"
 
"…"
 
 
날카롭게 노려보는듯한 시서너은 어딘가 화나있는 모양이다.
마치 연적을 노려보듯이.
 
아니,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연적이 되는건가.
 
 
"너도 반드시 구해질거야. 그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너라면, 반드시 구해져"
 
"그, 그런건…"
 
"그를 신용할 수 없어?"
 
"아, 아니….…, 지만"
 
 
 
"그럼 내가 받아갈게. ……그를 나에게 줘. 적어도 지금의 너보다는 그를 신용해줄 수 있고, 너에게 지지 않을만큼 그를 사랑해보이겠어"
 
 

가게 안에 흐르고 있던 BGM이 갑자기 멎는다.
마치, 조용한 폭풍으로부터 도망치듯이 공기도 소리도 모든것이 얼어붙었다.
 
 
"……라는건 농담이야. 미안해, 지금부터 일이 있으니까 실례할게"
 
"아, 잠……"
 
"…잊지 말아줘. ……나나 유이가하마가 아직도 그를 좋아한다는걸"
 
"읏! …"
 
 
 
 
 
"………그를 슬프게 만들면…… 네 일족을 전부 말살해줄게"
 
 
 
 
그런 말을 남기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가게를 뒤로한다.
나는 뒷모습을 쳐다보는수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신랄해서 도저히 달래는듯한 다정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상담상대를 잘못 택해버린걸까…….
 
 
그녀를 진심으로 만들면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처음으로 깨달은것 같다.
 
 
그래도 그녀의 말이 나를 움직이게 한건 사실이다.
 
 
지지 않는다.
 
 
절대로 질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게 해준것만으로 그녀에게, ……봉사부에 상담한 가치는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

……
………
…………
 
 
 
 
 
바에서 유키노시타 유키뇌와 대화를 하고 몇 시간 후, 나는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정신을 차리니 숨은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겨울이 왔다.
 
추위하고는 반대로 어딘가 가슴속에서 뜨거워지는 감정이 내 몸을 옭아맨다.
 
 
만나고 싶다.
 
 
또, 상냥하게 꼬옥 안기고 싶다.
 
 
퉁명스러우면서도 옆을 걸어줬으면 싶다.
 
 
따뜻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받고 싶다.
 
 
 
"……용서해줄까나…"
 
 
 
 
"너무 뻔뻔한거 아니야?"
 
 
 
돌아올리 없는 혼잣말이 대화를 시작한다.
 
무심코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보지만, 마치 유령을 봤을때처럼 전신에서 힘이 빠져버린다.
 
피가 식어버리듯이, 나는 그 녀석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에 비례해서 체온이 떨어져간다.
 
 
 
 
 
"…읏. …하야토"
 
"안녕, 오랜만이네"
 
 
 
신님은 잔혹하다.
 
만나고 싶다고 바라면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나에게 다가오게 하니까.
 
 
 
"……, 오랜만"
 
"히키가야랑 사귀었다며. 그에게 들었어"
 
 
 
 
사귀었다.
 
그 발언의 진의를 물을 시간도 없이 그는 계속 말한다.
 
 
 
"학생시절부터 너는 표면상으로 밖에 남을 보지 않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내가 너를 찬 이유야. 유미코"
 
"읏……"
 
"히키가야랑 사귄다고 듣고, 조금은 너도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 무렵이랑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네"
 
"…네가 뭘 안다는건데"
 
"그에게 의존하고, 응석부리고, 의지해서…. 그 결과, 그를 상처입혔지"
 
 
 
 
내가 모르는 하야토다.
 
이렇게나 감정을 드러내고 얘기하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리고 하야토의 말이 확신을 찌르고 있다는것도 사실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다정한 그라면 분명 용서해줄거야. 하지만,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관계는 '진실된 것'이야?"
 
 
 
 
 
용서해준다.
 
그 녀석은 다정하니까.
 
하지만, 그건…….
 
 
 
진실된 거야?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고에 생각이 쫓아가지 못한다.
 
 
 
 
"너는 그의 곁에 있어야할 인간이 아니야"
 
 
 
그리고 하야마 하야토는 내 앞에서 사라진다.
 
무겁고 무거운 말을 남기고.
 
 
 
 
 
 
 
한 통의 메세지가 스마트폰에 수신된다.
 
 
그건 끝을 고하는 메세지.
 
 
마지막 메세지.
 
 
 
 
 
 
 
히키가야
【미안.】
 
 
 
 
 
 
 
 
――――――――
 
 
 
 
"하아하아하아……!"
 
 
숨이 끊어지려고 해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믿을 구석 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곳을 뛰어다닌다.
 
 
함께 밥을 먹은 집.
 
과제에 둘러싸인 도서관.
 
달달한 커피를 마신 찻집.
 
푸른 하늘 아래서 피크닉을 했던 고원.
 
 
 
떠오르는 곳으로 가보지만 그의 모습은커녕 인영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젠 날짜가 바뀐다.
 
LINE 메세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깨닫고보니 발에선 피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계속 달리는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싶었으니까.
 
눈물은 멎지 않는데, 나와 히키오의 시간은 멈춰버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하고 싶다.
 
 
고마워.
 
 
좋아하게 해줘서.
 
 
나도 정말 좋아해.
 
 
라고.
 
 
 
겨울 하늘은 용서없이 체력을 빼앗아간다.
 
더는, 떠오르는 곳은 없다.
 
 
 
……아니, 한 곳이 있다.
 
 
 
아주 작은 가능성에 매달리듯이, 나는 대로로 나와 택시를 세운다.
 
 
 
 
"죄, 죄송합니다! 치바의 소부 고등학교까지!!"
 
 
 
 
 
 
.

……
………
…………
……………
 
 
 
 
어두컴컴한 교정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몇년 만일까.
소부 고등학교위 뒷문을 지나, 강사전용 입구의 손잡이를 잡는다.
 
가볍게 돌려보니 잠겨있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복도를 뛰어, 그리워할 틈도 없이 한 교실 앞에 도착한다.
 
 
봉사부의 부실은 지금은 봉사부 부원에게 쓰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문을 연다.
 
 
예감은 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문고본을 읽는 그의 존재를.
 
 
그렇기에 나는 허둥대는 일 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노크 정도는 해"
 
 
그는 문고를 책상에 둔다.
 
달빛에 비쳐지는 부실에는 나와 히키오밖에 없다.
 
 
"……"
 
"그래서? 의뢰는?"
 
"…하?"
 
"의뢰가 있으니까 온거 아닌가?"
 
"……. 의뢰는……"
 
 
히키오가 의자에서 일어서자, 달빛에 반사된 먼지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평소엔 이 부실은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녀석에게 사과하고 싶어"
 
"……"
 
"잔뜩 잔뜩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
 
"……그런가"
 
"히키오, 용서해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미안해. ……너는 착하니까…"
 
 
 
차가운 물방울이 눈에서 흘러떨어진다.
 
착하니까, 나와 있으면 네가 상처입는다.
 
진실된 것은 분명 생겨나지 않으니까.
 
나는 히키오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착하지 않아"
 
"……"
 
 
 
천천히 그는 나에게 다가온다.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내고 내 앞에 내밀었다.
 
 
"이거, 떨어뜨렸어"
 
 
보석처럼 빛나는 핑크색 반지가 히키오의 손바닥에 올려져있다.
 
그날에 떨어뜨린 물건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필요없지?"
 
"읏…!!"
 
 
그는 그걸 움켜쥐고 힘껏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반지는 포물선을 그리며, 아름다운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어딘가로 떨어져버린 반지는 행방을 잃었다.
 
끝난 것이다.
 
이걸로.
 
 
 
"……끝이야"
 
"……"
 
 
 
허망하게 부서지는 추억이 눈물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마음은, 이렇게나 간단하게 부서지는구나.
 
기개없이 울고 있는 나는 바닥에 생기는 눈물 자국을 보는 수밖에 없다.
 
만남도 갑작스럽다면, 이별도 갑작스럽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꿈과 같았던 시간은 더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그는 내 왼손을 자신의 가슴 부근까지 들어올린다.
 
 
 
 
 
 
 
그리고 어째선지 붉게 물든 그는 나를 쳐다봤다.
 
 
 
 
 
 
차갑게 빛나는 작은 반지가, 정신을 차리니 왼손 약지에 끼워져있다.
 
 
 
 
 
 
간단한 실버링이 차갑고도 따뜻하게, 조용히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지금부터 또 다시 시작하자
 
 
 
 ――결혼해주세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채로 나는 약지의 반지를 응시한다.
 
 
 
 
 
"……무서웠어. …, 미우라가 그날, 집을 뛰쳐나갔을때. …더는 돌아오지 않는건가 생각해서…"
 
 
"…읏"
 
 
"……엄밀하게 말하자면 관계를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생각했어"
 
 
"……어, 어째서…"
 
 
"그러니까, 누구든 상관없이 도움을 바랬어.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에게 상담하고, 하야마에게 악역을 연기해달라고 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학교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눈물로 엉망이 된 고개를 드니 히키오는 천천히 내 얼굴을 쓰다듬어준다.
 
 
"미움사버린게 아닐까 불안했어. 여기에 와줄지도 몰랐어. ……하지만, 믿고 있었어"
 
 
꿈만같은 현실이 마치 손을 뻗으면 거기에 있는것처럼…….
 
 
확실히 전해지는 히키오의 따뜻함.
 
 
약지에는 끼워진 반지.
 
 
맹세의 말.
 
 
꿈이라고 착각해도 어쩔 수 없을정도의 일이 점차 솟아일어난다.
 
 
 
"…시, 싫어하게 될리 없잖아!! …계속 있고 싶어, …히키오의 곁에…"
 
 
 
 
교실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정말 좋아하니까…"
 
 
"응, 나도야"
 
 
 
 
포근히 전해지는 실감이, 추위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얼마전 연구발표회에서 교수에게 대학전속 연구자로 추천을 받았어"
 
"어!? 히키오가 일해!?"
 
"응. ……그러니까, 그게, 뭐…"
 
"……?"
 
 
 
 
히키오는 볼을 긁적이면서 눈을 피한다.
 
평소 버릇이다.
 
 
 
 
 
 
 
 
 
 
"다시 말하겠지만, ……결혼해주세요. 미우라 유미코 양"
 
 
"후후. ……응, 부탁합니다. 히키가야 하치만 씨"
 
 
 
 
 
 
 
 
 
 
안심한건지 그의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평소의 냉정함은 어디로 갔는지.
 
 
하지만 그런 그가 사랑스럽다.
 
구해준 그가 사랑스럽다.
 
누구보다도 가까이에 있는 그가 사랑스럽다.
 
 
 
 
 
 
예배당은 아니지만 나는 히키오에게 맹세의 키스를 한다.
 
 
 
 
 
"키스할때, 맨날 몸이 움찔거린다구"
 
"너도 키스한 후에 얼굴 빨개지잖아"
 
"헤헤, 그럼 서로 똑같네"
 
"그렇슴까. ……그럼 돌아가자"
 
"오, 돌아갈가면 나아를 업어줘"
 
"하?"
 
"발 아파…"
 
"하아? ……엉!? 피투성이잖아!? …바보야?"
 
"좀 더 걱정해!"
 
"하고 있어. 자, 타라 바보"
 
"바보 아니라고!!"
 
"음. ……하아, 나중에 하야마한테 사과해야겠구만"
 
"엥-, 사과 안 해도 되잖아. 나아, 진심으로 상처입었구"
 
"너 말야……"
 
"나아도 빨리 취직처 찾아야지"
 
"……괜찮지 않냐? 일 안해도"
 
 
"그럴리가 없잖아. 거기다, 전에도 말했잖아"
 
 
 
 
"아?"
 
 
 
 
 
 
 
"나아가 너를 돌봐준다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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