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돌봐준다. - last -1-
 
 
 
되풀이 되는 질문에 곤란해한다.
 
마치 당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라는듯한 위압적인 질문의 응보에 나는 한숨을 쉴 뿐이라,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눈 앞에 앉은 안경을 낀 중년은 나를 내려다보듯이 빨간펜을 빙글빙글 돌린다.
 
 
"……미우라 씨. 당신이 저희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뭐죠?"
 
"아, 어, 어음, 귀사의 기업이념과 사회활동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여 그리는 이상적인 일을 하는데는 귀사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후-.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뭔가 질문 등은 있나요?"
 
"……없습, 니다"
 
 
 
 

.

……
………
…………
 
 
 
 
 
불쾌한 땀으로 등을 빨아들이는 와이셔츠가 기분 나쁘다.
 
신는데 익숙치 않은 하이힐 탓에 다리도 아프다.
 
생각대로 되지 않은 면접에 마음이 침울해진다.
 
 
오늘로 몇 번째일까.
2차 면접에도 가지 못하고 탈락되노다.
그런데도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 이상 뭘 하면 되지?
 
 
ES를 몇 번이나 다시 썼다.
 
머리색도 검게 물들였다.
 
면접 연습도 몇 번이나 했다.
 
 
이 이상 뭐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는 히키오가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다.
 
현관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대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아무래도 히키오는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
 
 
뭐든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짜증을 감추지도 않고 난폭하게 열쇠를 꺼내어 연다.
 
바로 리쿠르트 수트를 벗어버리고 핫 팬츠와 셔츠로 갈아입어 소파로 뛰었다.
 
 
"…왜 없는거야! 달래달라고!!"
 
 
 
…….
 
허무하다.
 
손발을 성대하게 날뛰어봐도 면접관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고, 히키오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
 
 
오늘은 잔뜩 응석부리자.
 
 
있는 힘껏 껴안고, 좋아하는 밥을 같이 먹고, 머리를 말려달라고 하고, 팔배게를 해달라고 하자.
 
 
히키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조금 마음이 풀린 나는 수트를 옷걸이에 건다.
 
 
바로 돌아올 히키오를 기다리면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어라, 어느새 잠들어버렸나….
 
 
눈을 비비면서 창밖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방금전까지 푸른 하늘이 아닌, 붉은색과 검은색 사이인, ……조금 불안하게 만드는 하늘색으로 변해있었다.
 
 
"18:30……. 이런, 3시간 정도 자버렸네…"
 
 
아니, 히키오는 아직 안 돌아온건가?
 
늦어진다는 연락도 안 왔다.
 
오늘은 연구실에 갔을텐데…….
 
나는 불안한 마음을 부딪치듯이 스마트폰으로 히키오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유미코
【빨리 돌아와!!】
 
 
그 메세지에 기도고은 붙지 않는다.
 
몇 분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그 메세지는 그저 혼자서 거기에 자리잡는다.
 
 
유미코
【몇 시쯤에 돌아와?】
 
 
단 둘만의 대화방.
 
그래도 기독은 붙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잡으면서 나는 다시 시계를 확인한다.
 
19:00
 
평소라면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다.
 
…….
 
 
그래, 가끔은 만들어주자.
 
분명 히키오도 지쳐서 돌아올테니까.
 
 
 
 
…….
 
 
 
 
넓고 조용한 부엌.
 
식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와, 냄비에서 들리는 볶는 소리만이 그 자리에 울린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외로움쟁이가 되버린거지.
 
 
……한심해.
 
 
 
그리고 그릇으로 갖춰진 테이블에는 여러 종류의 요리를 올린다.
 
시계 단침은 이미 8을 지나가버렸다.
 
……먼저 먹어버릴까.
 
 
라고 생각하니, 현관쪽에서 낯익은 발소뢰가.
 
 
왔나!!
 
 
"……다녀왔, …우오!?"
 
"늦어!!"
 
 
거실 문이 열리는것과 동시에 히키오에게 돌격을 먹 인다.
 
배 부근을 노리고 뛰어들자, 히키오는 조금 허리를 굽히면서도 그걸 참았다.
 
 
"늦어늦어늦어! 뭐하던거야!?"
 
"너, 너 말야……. 연구발표회라고 했짢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뭐어"
 
 
뭔가를 포함한 말투다.
 
히키오를 껴안았을때, 조금 불쾌한 냄새.
 
담배냄새 속에 니코틴이 포함된다.
 
 
 
"……담배 냄새…"
 
"음, 술자리에 있었으니까"
 
"밥, ……먹었어?"
 
 
히키오는 테이블 상황을 확인하고 평소처럼 다정하게, 따뜻하게 입을 열었다.
 
 
"….…마시기만 했을 뿐이야. 밥은 안 먹었으니까 배고파"
 
 
분명, 그런 다정함도 지금의 나에게는 따갑고 괴롭다.
 
뭐라 형용못할 무언가가 가슴에 꽂혀서, 감정이 입에서 흘러나오듯이 새어나온다.
 
 
"……안 먹어도 돼"
 
"아?"
 
"실은 밖에서 먹고 왔잖아. 그러니까 무리 안 해도 돼. 나아도 먹을 생각이 없으니까"
 
 
불은 켰을텐데, 히키오의 얼굴을 보려고 하면 마치 조명이 사라진것처럼 검고 흐려지고 만다.
 
 
이런 소리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다.
 
 
"……이제 지쳤으니까 돌아갈래"
 
"야, 미우라……"
 
 
틀렸다.
 
더는 무슨 말을 하면 안 돼.
 
부탁이니까 그만해. 나.
 
 
"…소름. 손 놔"
 
"…….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냐"
 
"거짓말 하지마"
 
 
그만해.
 
나를 부수지마.
 
내딛지마.
 
 
 
"…읏!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슬프다는 듯이, 놀랬다는 듯이, 비통할 정도로, 히키오는 내 손을 살짝 놓았다.
 
지키고 싶다.
 
하지만, 상처를 주고 있는건 나다.
 
 
 
그는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강하니까.
 
내 안엔서 그의 존재는 너무나도 컸으니까.
 
그런 그를 나는 거절해버렸으니까.
 
 
 
놓아진 손을 허공을 가르고 낙하했다.
 
 
나는 히키오에게 등을 돌린다.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나는 집에서 뛰쳐나오듯이 도망쳤다.
 
 
 
 
현관에는 작은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결별하듯이, 나의 새끼손가락에서 스르릉, 핑크색 반지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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