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 1. 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 1. 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히-키가-야, 노-올-자아"
함박 터지는 목소리에 하지만 나는 책상에 엎어진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시각은 오후 3시 반을 조금 넘긴 무렵. 학생 천국인 방과후. 주위는 청춘을 사는 학생들의 소동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빨리 집에 가던가 부활동 가라. 뭐야 우물 회의야? 일본 전통은 이런데서 존재하는건가………….
'그녀'가 이 교실에 나타나기 전에 잽싸게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6교시 수업이 약간 길어졌기 때문에 나는 일단 귀가를 포기하고 대신에 자는 척을 했다.
파이텡 스타일은 뭘 감추랴 나의 18번, 엎드려서 불퉁하게 잔다.
어떻게서든 집에 돌아가서 데레마스를 단번에 보려고 하는 기개가 그 애상이 감도는 등에서 흘러나온다. 오히려 우즈키 프로듀스하고 싶은 열로 채워져있다. 심야 프라이빗 레슨은 없나.
"히키가야도 참, 일어나"
"…………"
몇 번을 부르든 몸을 흔들든 소용없다.
몇 번이나 급우의 호출 및 성가신 일을 피해온 이 자세에 패배란 두 글자는"후-" "후오오오!?"없지도 않았다.
"아하하하! 후오오오래, 웃겨라-!"
팡팡 어깨를 때리는 여학생한테 나는 짜증반 부끄러움반으로 거칠게 말한다.
"윽…………아 세게 때리지마, 평범하게 아프거든. 뭐야? 무언의 항의야?"
"우와, 여자애한테 그런 소리 하는구나. 거기는 좀 참아. 남자애니까"
"남녀평등 파라고. 그보다 여자애 아냐. 여자애라면 우선 바디 터치하는 시점에서 반칙이라고. 옐로 카드 줘버린다 인마"
"히키가야가 갖고 있는 옐로 카드는 TSUTAYA의 포인트 카드 정도지. 줄거면 받아줘도 괜찮은데"
"잠깐, 왜 알고 있는거야 무서워"
어느틈에 내 지갑 속을 파악한거야 이 애…………이 녀석이니까 계산 마치는걸 옆에서 봤을때 힐끔힐끔 훔쳐본거겠지…………그나저나 터무니 없는 기억력이다. 과연 학년 제일의 재녀다.
"그보다 평범하게 여자애인데. 안 그래-?"
그녀가 돌아본 곳, 나를 부모의 원수마냥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던 남학생들이 기세 좋게 끄덕인다. 이 카리스마! 장악력 너무 높지 않나…………꾸밈없는 모습으로 매력적이라는걸 빼도 이상하다. 동생은 같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도 이렇게 누구한테서도 사랑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디의 자매도 카리스마인건 언니로구만. 카리스마 가드시키고 싶어.
"그래서 일부러 뭐야. 나 빨리 돌아가서 데레마스 보고 싶은데"
"우와, 오타쿠 냄새…………"
"시끄러 냄새 안 나. 매일 너한테 강요받은 남성용 향수 뿌리고 있다고"
"아, 써주고 있구나 그거. 의외네"
"안 쓰면 매사마다 『오타쿠 냄새나셔, 오타쿠 냄새나셔』라고 부추긴 놈이 할 소리냐 그거…………"
그것도 웃는 얼굴로. 뭐야 이 애. 동생도 그렇고 웃는 얼굴로 남을 까는게 가훈인가 싶을 수준이다. 그보다 동생은 아직 어린데 왜 나는 까이는거야. 절대로 나 얕보인거잖아. 중학생한테 얕보인다니…………뭐, 있다고 치면 있구만. 있다 있어. 귀여우니까, 동생 녀석………….
"음-…………"
"좀, 목덜미 코 대는거 그만둘래요? 왠지 좋은 냄새가 나서 짜증나는데요"
"응, 확실히 제대로 쓰고 있네. 장하다 장해"
"그만둬 쓰다듬지마, 그보다 거칠어. 쓰다듬는거 거칠어"
"남자애니까 괜찮잖아?"
"안 돼. 그러니까 너, 유키노시타 머리 쓰다듬어질때마다 싫다는 얼굴 하는거잖아"
"엑, 뭐야 그거 몰라. 너무해"
"나 꽤나 진지한 얼굴로 상담받았다고…………불평할래야 할 수가 없다면서…………"
그 몰린 표정은 결코 중학교 2학년이 해선 안 되었던 표정이었다는걸 여기에 써둔다. 그 후에 사준 쿠키를 기쁘게 먹고 있던것도 겸사로 명기해둔다. 나는 얼마나 유키노를 좋아하는거야. 너무 귀여워서 코마치에게 질투받을 수준이었으니까…………자제하자.
"코마치를 써도 좋으니까 연습해둬. 귀여운 동생을 위해서"
"요컨대 코마치가 내 동생이 되는 전개를 바란다는거지?"
"아냐"
"즉답! 에이, 부끄럼쟁이라니까"
쿡 미소지으며 내 팔에 매달려오는 이 세상에 강림한 악마에게 저도 모르게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선다.
그 본성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리고 그런대로 풍만한 가슴 때문에.
"좋아, 오늘도 부실로 GO!"
"집 가고 파…………"
"괜찮아, 히키가야. 우리부는 앳 홈을 모토로 하고 있으니까"
"의뢰인가 청부인이잖냐, 그거"
"이예이-! 렛츠 고-! Huuuuuu!"
"싫다, 그런 기세를 앳 홈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여차할때 해외 경험이 풍부함을 보여주는 우리 부장에게 나는 한숨을 쉰다.
4월.
입학식 당일, 나는 사고를 당했다.
도로에 뛰어든 개를 감싸 하늘을 날던중에 리무진 안에서 이쪽을 멍한 얼굴로 쳐다보는 이 하이텐션 트위스터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해서 고등학교 데뷔 실패와 맞바꾸어 이상한 인연이 맺어졌다.
아니, 맺어지고 말았다.
『미안해』
퇴원하고나서 꽤나 지나서.
외톨이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던 나에게 3개월도 되지 않아 학년의 중심적 존재가 되기 시작했던 그녀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말을 걸어왔다.
잊고 있던 사고에 대한 사죄와.
『사죄로 노예가 되어줄게!』
그런 얼빵한 제안을 함께.
"오히려 내가 더 노예잖아, 이거…………"
복도를 걸으면서 힘이 쭉 빠져 말을 한 나에게 옆을 나란히 걷는 유키노시타는 불만스러운듯이 입을 뾰족인다.
"그치만 히키가야가 전혀 명령하지 않는걸"
"하겠냐"
동급생한테 명령이라니 안 되지, 안 돼안 돼. …………여러가지로 생각나니까. 응, 심부름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너네 자매는 자주 명령하지만 말야. 잘 모르거든? 나의 다정함에 구제되는거거든? 제대로 화내지 않는 점에서 나도 틀려먹었다고 생각한다.
자각은 있다.
그녀에게 하는 어조가, 동생에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대하는 그거랑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있다는걸.
"뭐든 말해주면 될텐데. 여자친구가 되라던가 암퇘지가 되라던가"
"한 순가에 안 그래도 미소한 내 사회적 지위가 잿가루가 되겠지 그거"
"아하하, 에이참 히키가야. ……………먼지 하나 남을거라고 생각해?"
"무서워…………"
힐끔 엿보는 신랄한 내면에 어깨가 내려간다. 무섭다. .그런 그녀에게 어째선지 안도를 느끼는게 무섭다.
"뭐, 암퇘지는 농담이라고 해도 뭐든 말해줘도 된다구?"
"말 안해. 과자도 위자료도 잔뜩 받아버렸으니까"
역시 부자. 치료비에서 입원비니 뭣부터 뭣까지 다 내주었다.
코마치도 과자 받고 기뻐했으니까. 뭣하면 그걸 위해 지금 더 사고를 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짓하면 코마치 슬퍼할테니까…………그만두자. 정말이지, 브라콘 동생을 가지면 힘들다고.
…………말해놓고 슬퍼졌다. 유키노가 훨?씬 더 잘 따르니까아, 코마치. 사춘기라서 그런거겠지만.
"내가 주는 사죄의 마음이야. 유키노시타 가문이 아니라"
"그것도 이미 받았잖냐. 그것도 엄청 가벼운 사죄의 말을"
"가벼웠으니까 제대로 하려고"
"그런 성실한 녀석이냐. 그러면 어깨 두드리기 안마권 10장이라도 발행해줘"
"교실에서만 사용가능으로 해도 돼?"
"왜 너는 남학생의 나에 대한 헤이트를 올리려고 하는거야. 자신의 귀여움을 알고 있는거야?"
모를리는 없고, 오히려 그걸 최대한 이용하고 있기에 누구에게서든 사랑받는 그녀가 만들어진거지만.
"히키가야는 귀엽다고 말해주지 않으니까-"
"말하면 기분 나쁠거 아냐. 『뭐야 이 녀석, 갑자기 귀엽다고 말하네 기분 나빠 전혀 기쁘지 않아 오히려 기분 나빠』같은거"
"우와, 비참…………"
"그만해, 바로 과거의 일이라고 단정짓는거 그만해"
"아니야"
"아니, 맞긴 하지만…………"
맞아도 틀려도 있다고 생각해…………
"옛날일은 신경쓰지 말고 지금을 살면 돼, 소년"
"너만큼 찰나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아니, 네가 앞뒤 생각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라, 꽤 높은 평가네?"
"계산적이라는 의미로 말이지"
"여자애한테 할 칭찬으로는 인정 못하겠는데"
"네 기준으로는 어떤데"
"…………뭐어, 조금 정도라면 받아줘도 되려나"
"아아, 그래"
삐친듯이 입을 뾰족이는 유키노시타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뭐야 히키가야, 그 쓸데없이 다정한 미소는"
"아니, 뭐랄까……………너 귀엽네"
"하!?"
"완성된 약아빠진 모습하고는 달리, 가끔 새어나오는 본체의 속이라는게 아얏!"
이 년, 있는대로 발끝을 짓밟았겠다…………!
"역시 귀엽지 않아…………"
웅크려 앉아서 오오 아파아파 하며 발끝을 감싸는 나를 차가운 미소가 내려다본다.
"히키가야, 여기 3층인데 어떡할래?"
"어쩌고 자시고. 안 뛰어 내려. …………나참"
발끝을 가볍게 주무르고나서 일어선다.
그리고 성실하게 기다려준 유키노시타의 옆에 선다.
"유키노에게는 이런 식으로 손 대지 않겠지. 했다면 내가 용서 안 한다"
"왜 남의 동생의 교육에 이러쿵저러쿵 듣는걸까…………뭐야? 유키노가 동생이 될만한 관계를 바라는거야?"
"뭐 그래"
"엑"
"우리집 양자로 원해"
"히키가야, 창문 열려있다? 그래도 돼?"
"아니 그러니까 안 뛰어내린다고. 딱히 의붓동생 모에라는것도 아니니까"
"정말로? 묘하게 귀여워하지 않아? 유키노 말야"
"실제로 귀여우니까…………엄청 잘 따르기도 하고…………"
"아, 이거 경찰한테 들려주는 편이 좋은 얘기? 불러둘까?"
"그만둬. 휴대폰 집어 넣어. 평범하게 귀엽잖아. 완고한 점이라던가, 돌보기 좋다거나"
"그런게 좋아?"
"그런 눈으로 안 봐………… 중학생이잖아……………"
"하지만 봐, 몇년 후에 『히키가야. 나, 이제 애가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르잖아"
"아니 그럴리……………그거 좋네. 오히려 최고잖아"
"로리콘 냄새"
"너 그냥 경찰개를 노리는거 아냐?"
옆을 걷는 유키노시타는 반뜬눈으로 이쪽을 노려보며,
"같은 부실에서 호흡하고 싶지 않아"
"엥, 그럼 평범하게 집에 갈래……………집에서 쉴래……………
"……………나랑 부활동 하고 싶지 않은거야?"
"아니 그런 말은 안 했어. 어차피 오늘도 의뢰가 없을거 아냐. 이제 책읽기도 질렸다고"
"트럼프라면 있거든!"
"둘이서냐…………"
"…………안 돼?"
"…………"
불안해보이는 눈빛.
남자를 포로로 삼는 마성의 눈동자가 쳐다봐서 나는…………….
"……………이 놈"
"읏!?"
버스럭,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대로 단번에 휘젓는다.
"좀, 얌마, 바보!"
"약아빠진 수를 써온 벌이다. 그리 알기 쉬운걸 요즘 걸리겠냐"
어지간히도 굴욕이었을 것이다,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어 내 손을 뿌리친 유키노시타는 잽싸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나를 노려본다.
"다른 애라면 진작에 함락할텐데…………"
"미안하구만. 집에 이미 비슷한 타입이 있어"
원조 약아빠진 대표, 히키가야 코마치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팬이다. 영화를 찍고 싶다.
"…………그렇게 걸리지 않는 점 싫어하지 않아"
"하?"
"그치만 제대로 본심은 간파되어서 전해진다고 생각하니까"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아, 들켰어?"
"오히려 이런 석양에 물드는 복도에서 연극이 통할거라고 믿는 쪽이 이상하다"
"아차-…………너무 최선을 다했나"
"거기다 그거다, 네가 사실을 말할때는 코가 들썩이니까. 단번에 알아"
"엑, 거짓말이지, 잠깐만"
"…………그렇게 바로 손거울을 꺼내드는 약아빠진 점은 역시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여기까지 와놓고 함락되지 않은 히키가야도 역시야"
"맡겨둬라. 더는 떨어지지 않아"
겁없이 미소를 보이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도 또 미소를 보인다.
거기에는 소년만화의 라이벌같은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아, 깜빡했다"
문득 유키노시타가 손을 탁 쳤다.
"교무실에 들러서 시즈짱의 헬프를 해야했어"
"진짜냐. 나도 필요해?"
"으응, 괜찮아. 하지만 그 씀씀이, 하루노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우와, 귀엽지 않아…………"
"히키가야 창문. 자"
"그러니까 무서워……………빨리 돌아와"
"…………응, 고마워"
무슨 고맙단 인산데.
그렇게 내심 쓴웃음 지으면서 복도를 뛰어가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쳐다봤다.
"후우…………"
아니, 하지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무 약은, 지나치게 귀여운 연속공격을 어떻게든 참아내어, 마침내 풀어진 긴장감에.
툭, 흘러나와버린 말.
『더는 떨어지지 않아』
이미 떨어졌다는 것의 다른 표현인 이 말에 그녀는 마지막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마저도 연기일지도 모르니까 마지막까지 긴장은 풀 수 없다.
"…………동생, 이라"
무엇보다도 위력이 높았던 말.
유키노나 코마치가 서로의 동생이 되는 듯한 전개.
"…………바라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대는 고령의 플라워.
그리 간단하게 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뭐어"
차근차근 나아가자.
적어도 저 부실은 나와 그녀만의 공간이니까.
"…………차라도 타놓을까"
일을 열심히하는 부장을 위해 나는 봉사부 부실로 서둘렀다.
"읏……………"
그런 그의 모습 따위 모른채.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복도 모퉁이 너머에서 벽에 등을 감추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고동은 강해지는 한편 뺨의 열은 아직도 식질 않는다.
"아하…………어떻게 되버린거람, 나…………"
무심코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심한 꼬락서니다.
고생해서 쌓아올린 외골격이 보기 무참하게 부서져버렸다.
학생중 누군가에게 보이기라도 하면 큰일이 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움직임마저 취할 수 없다.
몸이 뜨겁다.
가슴이 아프다.
저 탁한 눈동자를 떠올리는것만으로 현기증을 일으킬것 같다.
"아-……………싫다아, 이거"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툭 중얼거린다.
"심장에 나빠"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로 올린, 아까전까지 그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바닥을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옅은, 난처한듯한, 그러면서도 기쁜듯한 미소를 짓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자신의 연심을 기쁘게 느끼고 있었다.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냐……………"
"그건 아니야…………"
"…………아니, 지도, 않아?"
"~~~~~~읏!"
"…………히키가야 바보"
"꿈에 나오기라도 하면 어쩌지도 못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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