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선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 5.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다.
4.
"…………"
여름방학, 토요일 낮 시간.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막 팔시계로 시선을 향했다.
시각은 오후 1시 10분.
약속시간까지는 20분이나 있다.
그런데,
"♪~"
왜 이 여자는 벤치에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고 계시는건지.
빠르잖아 얀마. 너 그런 우등생 캐릭터 아니잖아.
그보다 왜 그렇게 기분 좋은거야. 그 나이에 다리를 붕붕 흔드는건 좀 귀여워서 깬다……진짜 없어……카메라 없어…….
"아, 히키가야!"
들켰나. 젠장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는데.
아니 하지만 이쪽을 눈치챈 순간 꽃이 피는듯한 미소도 최고였으니까 뭐 됐나. 유키노시타 is 갓. 아니 오히려 엔젤. 휴일 사복차림도 눈의 보양밖에 되지 않는다. 하얀 원피스와 밀짚모자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어, 어어, 유키노시타……기다렸어?"
한손을 들어올려 다가가니 유키노시타는 기운 좋게 고개를 저었다.
"으응, 지금 온참! ……지금 이거 하루노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아- 뭐- 그래"
"우와아 적당해……"
그야 그런 눈부신 미소로 전형적인 소리를 들으면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합니다…….
"너무 기대됐으니까 빨리 왔어!"
"여차할때 쌓아두긴……"
한숨을 쉬는 나에게 유키노시타는 유혹하는듯한 소악마의 미소로,
"하지만 남자애는 이런거 좋아하잖아?"
"……뭐 그러게"
뭣하면 효과발군까지 한다.
"스스로 선언해버리면 끝장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말야"
"『그만큼 기대하고 왔으니까 즐기자』라는거야"
"거기까지는 말 안했지만 대충은 맞아"
"과연 히키가야! 잘 아네!"
꽤 하네에, 라며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러온다.
아니, 칭찬받는건 기쁘지만 이건 요컨대 아까전의 예시에 포함되니까 압력이 걸리는거잖습니까- 싫다!
그렇게까지 엔터티인먼트를 할 수 있을 자신이 없어……안 그래도 긴장해버렸는데…….
뭐, 뭐어 그거군.
일단 이번에는 홈 그라운드니까.
조금은 여유도 내"좋아, 그럼 히키가야네 집까지 렛츠고-!" 아 좀, 그런 얇은 옷으로 팔을 껴오지 말아주세요 감촉이 이상해 마슈마론 뭐야 이거 마슈마론?
열을 띠기 시작한 뺨을 만져오지 않을까 내심 대비했지만 다행히 유키노시타는 이 땡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건지 나를 마음에 두지도 않고 정면을 쳐다보며 걸어갔다.
"유키노시타, 반대방향"
"히, 히키가야랑 조금이라도 오래 산책하고 싶었으니까"
"영화보는거 아니었냐고……"
나는 유키노시타와 약속을 다하려고 하고 있었다.
대충 2개월 전, 나는 우연히 마주친 유키노시타와 영화를 봤지만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영화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해서 여러모로 있었던 끝에 렌탈이 시작되었더니 우리 집에서 보자고 하는 얘기가 됐다.
"뭐야 이 무거운 짐……팝콘같은거 준비한다고 내가 말했지?"
『대신해서 짐을 들어주는 남자애 멋져!』라는 유키노시타의 감언에 속아 들게 된 가방은 그런대로 무거웠다. 뭐야? 주스라도 갖고 온거야?
"실례하게 될거니까 과자를 갖고 왔어. 맛있는 아이스크림"
"뭐야 그거 무거워"
"엄마가 갖고 가래. 다같이 먹으라고"
아이스크림인데 이 무게라니 너……게다가 부루주아 유키노시타 가가 갖고가게 했다는건 필시 비싼 아이스키림이잖아.
집에서 영화를 보는것 뿐인데 진짜냐……이런, 부루주아 위험해…….
"미안한데. 답례는 반드시"
"그런건 됐어. ……아, 미안 역시 갚아줘"
"어, 어어………갑자기 왜 그래"
수상쩍은 얼굴로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후후- 하며 묘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봤다.
"답례, 라는건 히키가야도 우리 집에 놀러 와준다는거지?"
"서민한테 답례를 탐할정도로 궁핍하지 않지, 유키노시타 가. 좋아, 답례 그만두자, 그만둘래"
"어라? 그래도 될까-, 여기서 제대로 『뭔가 선물해주면 답례 해준다는』라고 증명해 주지 않으면 초콜렛 안 준다?"
"………………"
초콜렛인가…….
초콜렛…….
발렌타인 초콜렛……유키노시타한테 받는 초콜렛…….
"………………"
갖고 싶네……엄청 갖고 싶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유키노시타의 아성(홈)으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아니, 하지만…….
"………………"
초콜렛………함정………초콜렛……함정…….
………응.
"제대로 답례할테니까 초콜렛 주세요"
"어, 아, 응……"
내가 생각해도 묘하게 진지해보이는 목소리가 나왔구만……너무 진지해서 유키노시타가 깨버렸잖아.
"열심히해서 만들게……?"
하핫, 수제라니 유키노시타 씨 진짜로 약았어요………엑, 진짜로?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수제!? 수제 왜!?
잠깐만 수제? 유키노시타의 수제 초콜렛 받는다니 그거 진짜 평생 빚 전부지불해도 좋을 수준인데요 좀.
위험한데……그야말로 뭘 답례해주면 되는거야…….
몸이라도 팔까…….
"뭐, 뭐어 훗날 얘기니까! 느긋하게 기다려!"
"어, 어어. 그렇군……"
그렇지 그래, 아직 반년 가까이 뒷날 얘기고.
너무 충격적이었으니까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버렸다. 아깝다 아까워.
"그보다도 지금은, 응?"
"땀 흘렸으니까 별로 뺨 만지지 않는 편이 좋아"
"나중에 제대로 비누로 씻을테니까 괜찮아"
"그건 그거대로 왠지 모르게 충격인데……"
이렇게해서 유키노시타가 옆에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때를 맛조지 않으면 아까운데도 정도가 있다.
"대신에 히키가야도 만져도 된다구?"
"그렇군. 네가 무턱대고 휴대폰을 꺼내들지 않으면 말이야"
평소처럼 주구장창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유키노시타와 집가는 길을 걸었다.
"시, 실례합니다……"
"긴장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지금 아무도 없어"
"엣, 그래?"
"코마치가 놀이터에 놀러나갔으니까……"
역시 나랑 단 둘이 있는건 싫다고 생각해서 코마치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 자식, 어젯밤이 되어서 갑자기 "아-, 오늘 유키노짱이랑 놀 약속을 했었어- 우와- 깜빡했네-" 라고 말하고 말이지 제길. 왜 나보다 유키노랑 사이 좋아진거야. 왜 오빠보다도 유키노를 우선하는거야. 나는 코마치랑 유키노 둘 중에 누구에게 질투하면 되는거야.
"방범 부저는 건내둘테니까 가능한 참아줘"
"자택에서 방범 부저를 눌려져서 체포당한다니 엄청난 경력 갖고 있구나, 히키가야……"
정말로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영문 모르겠다.
"괜찮아 괜찮아. 히키가야랑 단 둘이 있는건 익숙하니까"
"뭐, 거의 매일 부실에 녹아들고 있으니까"
"덮쳐져도 반대로 깔아눕힐 수 있구"
"과연 문무겸양"
"그대로 덮칠거구"
"마지막 공정은 필요 없었지?"
"에이차암, 히키가야. 정당방위야"
"전혀 방위 안 되잖아 그거……여러모로 소중한것도 잃어버린다고……"
"히키가야한테라면, 괜찮다구……?"
"아아 그렇슴까. 보리차면 돼?"
"콜라로-!"
"그럴법하게 말하지마"
동요를 감추기 위해 미간을 모으며 나는 유키노시타를 거실로 불러들었다.
"거기 소파에 앉아줘"
"먼저 샤워해줄래?"
"땀이 신경쓰이면 그쪽이라도 괜찮지만 말야"
"……샤워하고 올게"
"아니 잠깐, 농담이거든 기다려"
역시 그래도 그건 내 이성이 못 버틴다.
"땀냄새 안 나?"
"전혀"
"정말로? 여기 냄새 안 나?"
"좀, 잠깐잠깐 어디 냄새를 맡게 할 생각이냐 진정해. ……괜찮다고. 엄청 좋은 냄새 나"
"………변태"
"그냥 변태라도 됐으니까 앉아. 콜라면 되지?"
"………응"
끄덕였으므로 잽싸게 부엌으로 향한다.
유키노시타로부터 받은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어 우와아 진짜로 비싼 아이스크림이다아……코마치 기뻐하겠네에……나중에 같이 먹자.
얼음을 잔뜩 넣은 유릿잔에 콜라를 붓고 일부러 사온 팝콘을 뜯는다.
여기에 택배 피자가 있으면 완벽하게 미국 폿챠리 스타일인데. 그러고보니 유키노시타는 칼로리는 신경쓰고 있는걸까. 살찐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데. 원래 살집은 좋은 편이라고 할까 풍만하다고 할까, 어느 정도라면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살집이라는 인상은 있다.
……저거 이상으로 가슴에 살이 들어가면 평소처럼 짜증휘감기(짜증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당했을때 위험해질테니까.
"………안 돼 안 돼"
아까전에 샤워 안건도 합쳐져서 번뇌가 자극되어버렸다.
지켜야지. 안 그래도 넓은 우리 집에 단 둘이 있는거니까.
언제 이성의 틀이 벗겨질지 모르니까 무섭다.
방심하지 말고 가자.
"기다렸지"
"콜라! 콜라!"
"우와 뭐야 그 텐션………무서워………"
"모처럼 영화보니까 텐션을 올려서 봐야지!"
"그 모처럼 보는 영화를 너는 저번에 쌩 무시했는데 말이다"
"그건, 그게……여러모로 있어서………"
"아니, 딱히 괜찮지만 말야. 뭐야? 나도 그 텐션으로 가는 편이 좋아?"
"에, 기분 나쁘니까 됐어"
"정색 하지마. 좀 울어버릴뻔했잖아"
뭐 상관없지만, 하며 소파에 앉으니 바쁘게 옆을 채워왔다.
가까워…….
좀 다리같은게 닿아있는데요 좀, 하며 비난의 눈을 향했지만 유키노시타는 어디 부는 바람마냥 리모콘을 삑삑 거렸다.
"응, 좋아. 재생"
아아, 이거 딴지걸면 지는거다.
『우와아 자의식과잉……』라고 경멸하는 눈으로 보여지겠네.
그건 그거대로 좋네…….
"자, 팝콘"
"와, 제대로 컵에 넣었네! 고마워 히키가야!"
"모처럼이니까. 분위기를 내고 싶거든"
"분위기………손이라던가 잡아버릴까"
"무슨 분위긴데……"
정말이지, 이 애는 바로 이런 소리를 한다니까 증말!
이 빈틈없는 유혹, 내가 아니었으면 움켜잡았을거다.
"뭐, 불 정도는 꺼둘까"
"………응"
잠깐 거기서 정숙하게 끄덕이는거 스톱.
이상한 망상이 부풀어오르니까 잠깐.
황급히 머리를 흔들어 번뇌를 쫓아내고 화면을 주시했다.
거기에 맞춰서 유키노시타가 재생 버튼을 누른다.
영화가 흐르기 시작했다.
슬픈 이야기였다.
미련을 양식삼아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는 기적.
거기에 따른 소년소녀의 이야기.
두번째인데 눈가가 뜨거워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무구하고 곧은 마음.
마음이 있는 사람의 행복을 기도하는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어떡하면 그런식으로 될 수 있는걸까.
어떡하면 그런식으로 살 수 있는걸까.
나의 이 연심도, 언젠가는 그런 숭고한것으로 변하는걸까.
그들 그녀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도 해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저,
"………………"
진지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쳐다보는 유키노시타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그들의 그것처럼 확실한 것이었다면 하고.
그렇게 절실히 바랬다.
"응-, 꽤 재미있었네"
쭈욱 기지개를 펴고나서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하며 풀썩 소파에 굴렀다.
그거 배게가 아니라 내 무릎인데요…….
"우와, 히키가야 눈 빨개. 손수건 필요해?"
"시끄러워……순애물에 약하다고………"
"순애물이라아………그런거에 동경하는거야?"
"………어떠려나"
동경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내가 있다.
"동경은 그래봐야 동경이니까"
동경하고 있는 동안에는 분명 닿지 않는다.
동경은 공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이해하고는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어떡하면 저런식으로 될 수 있을까, 전혀 모르겠어………"
한숨섞은 말에,
"간단한거야,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는 내 뺨을 양손으로 포개면서 말했다.
"상대를 신앙하면 돼"
"신앙………?"
"그래, 신앙. 하느님처럼 생각하면 돼"
다정하고 따뜻한, 성모같은 미소로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말해온다.
"상대를 전부 믿어주는거야. 상대가 하는 일도, 상대가 생각하는것도, 상대가 말하는 말도. 조금도 의심하지마"
"그건………"
"그치만 그렇잖아? 순애물이라는건 결국 서로가 서로를 믿는걸로 완성하는거야. 어떠한 역경을 겪어도 상대를 믿어. 그리고 언젠가 맺어진다. 그럼 서로를 신앙하면 되는거지?
"그러니까, 응?" 하며.
유키노시타는 요사스럽게, 그러면서도 가련한 웃음을 지었다.
"나를 신앙해줘, 히키가야. 그러면 나도 너를 신앙할테니까"
"…………"
드러난 제안에 나는 말을 잃었다.
의미를 몰랐던건 아니다.
놀랐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기막혔던것 뿐이다.
"………그건 불가능한 얘기로군"
"아웃………"
툭, 하며 이마를 찔러주자 유키노시타는 눈을 꼬옥 감고나서 크게 눈을 떴다.
"불가능한건 아니잖아? 의심하지 않는다는건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뭐, 편한건 편하겠지만 말야. 하지만 안 돼. 안 된다고, 유키노시타"
"왜"
므-, 하며 뺨을 부풀리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웃으며 말해준다.
"나는 가능한 즐기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거랑 같을 정도로 즐거운 일도 하고 싶어"
"………나하고는 즐겁지 않다는거야?"
"그럴리가 있냐. 그런게 아니야"
간단한 얘기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건가, 하며 기막혀서 고개 떨굴 정도로.
"너를 신앙하는것도 있다고 치면 있겠지만, 지금같은 편이 훨씬 즐거워"
"지금같다니……"
"매일 너의 약아빠진 연기에 깰번하면서도 어떻게든 본심을 캐내려고 하지. 그런 지금이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어"
아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약아빠진 말이다.
약아빠진 검정 1급인 유키노시타로부터 보면 분명 혹평을 받는다는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신앙은 할 수 없어. 미안해"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고나서 나는 눈 앞에서 이상한 얼굴을 짓고 있을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향하니,
"……………………으읏!!"
거기에 새빨개진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엥, 잠깐만 뭐야 그 얼굴.
잠깐 어떻게 된거야 뭐야 이거 이것도 연기인거냐 엑 거짓말 안색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니 유키노시타 씨 진짜로 쩔잖습니까 우오오오오!?
"유, 유키노시타!?"
"~~~~~~~~읏!!"
아래로부터 껴안겼다 우와 뭐야 이거 유키노시타 가까워 밀착하고 있어 가슴 부근이 닿고 있어 쿠션 뭐야 이거 아니 잠깐만 그보다도 얼굴이 가까워 바로 옆이잖아 좀!
아, 머리가 따라가질 못해……뭐야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유, 유키노시"다물어"아, 네………"
들은대로 입을 닫고 유키노시타가 움직이는걸 기다린다.
"………………"
유키노시타는 잠시 말없이 나를 껴안고 있었지만 1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본심, 캐려고 했구나"
툭, 말을 흘렸다.
"소녀의 비밀을 엿보려고 하다니, 히키가야는 변태네"
"………뭐, 그러네"
"………딱히 변태라도 괜찮지만"
"엑"
"………………"
목 뒤로 감겨져있던 팔이 풀어져, 정면으로 마주보는 형태가 된다.
미간을 모으며 부끄러운듯이 찡그린 표정을 지은 유키노시타는 나를 곧게 쳐다보고,
"………제대로 캐내어줘. 나의, 진짜 마음"
"유키노시타………"
"스스로도 잘 모를 정도니까, 힘들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열심히 해줘"
"………맡겨줘. 외톨이의 집중력을 얕보지마"
가슴을 편 나에게 겨우 유키노시타는 표정을 풀고 다시 나를 껴안아왔다.
"응-, 히키가야를 만지면 안심이 드네"
"나는 내심 두근거려서 견딜수가 없지만 말야"
"싫어?"
"………싫진 않아"
"그럼 좀 더 붙어있을게"
말하자마자 밀착도가 높아진다.
부드러워………닿는 부분이 전부 부드러워……….
"응-, 후훗……좋다아, 이거……"
"물난로가 아니거든"
"따뜻해애-……"
얘길 안 들어…….
그보다 슬슬 여러모로 한계인데요 아직 떨어지지 않는겁니까, 이거?
너무 행복해서 사고회로가 끊기기 직전이다.
"계속 봐줘, 히키가야………"
아니, 보고 있으니까 슬슬 떨어져……아니.
"새근………응………"
자, 자버렸다 이 녀석………!
이 상황에서 숙면을!?
뭐야? 체온 높아져서 잠들었어? 유치원 애냐고…….
"어떻가냐 이거……"
쓴웃음을 지으면서, 하지만 마음속은 상쾌했다.
앞으로, 많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귀여운 부장과 마음이 통한것을 기뻐하자.
"응………히키가야………"
………응, 당사자는 수면중이지만.
나를 테디베어나 뭔가처럼 껴안은채 자고 있지만.
뭐, 됐나.
꿈속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마음 있는 사람을 가까이서 느끼면서 나는 홀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누구보다도 정말 좋아하는 그의 가슴속,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마음속은 당황하고 있었다.
저질러버렸다, 저질러버렸다, 저질러버렸다.
그 말만이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평소보다도 조금 색을 붙인 어프로치를 할 생각이었다.
뺨을 양손으로 포개거나 무릎 배게 받으며 그를 의식시키면서 히트 & 어웨이 요령으로 자신은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이 꼬라지.
감언에 속아넘어가 스스로 그를 껴안어버렸다.
이럴리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컨트롤 못 하게 된다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이런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반해버린 약점은 상대에게만 갖게 하고 싶었는데, 라며 내심 머리를 감싸면서 그래도 풀어지는 뺨을 억누르지 못하는 자신이 있다.
확인하고 싶으니까.
소중한 그의 마음을.
그녀를 뒷걸음질시키고 있던 불확정한 것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그건 그가 쳐다봐준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은 필요없다.
지금은 그저 정말 좋아하는 그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
………잠들어버렸다면, 공주님 포옹으로 침대까지 옮겨줄까.
혹은 그대로 덮쳐질지도, 라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잠에 들려고 하면서도.
히키가야 하치만을 껴안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때마다 고동소리가 높아져서 잠을 들지 않고.
자는 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버릴 정도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먼저가 아니면 아니야-……"
"배신당하는게 무섭지 않을까……"
"………그것이 믿는다, 는것일까"
"어느쪽이지………"
"………얘, 히키가야"
5.
"얘………히키가야"
달고 황홀한 목소리가 숨결과 함께 귀를 간지른다.
"히키가야는 나에게 어떡하고 싶은거야?"
쿡, 소악마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와 뺨에 매끄러운 손가락이 닿는다.
"말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아니면, 하고 입술에 툭 손가락을 대면서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나한테 좋을대로 당하는게 좋다는거야?"
"일단 아이마스크 빼줘"
"에이-, 히키가야 분위기 못 타네!"
부-부- 하며 불평을 하는 바보의 목소리와 동시에 시야로부터 어둠이 걷혀져 눈꺼풀이 열린다.
"미안해, 히키가야"
"아니, 딱히 상관없어………이미 익숙하니까"
너무나도 한심한 내 말에 유키노는 "그거 그러네!" 라고하는듯이 힘을 쭉 빼고 있었다. 나중에 피해자 동맹을 짜자.
"미소녀 둘을 괴롭힐 찬스라구!? 좀 더 유효하게 써야지!"
"그렇군.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꽤나 진짜로 무섭다고 그거"
어쨌든 우리 집에 유키노시타가 방문했다고 생각했더니 아이마스크를 씌워지고 차같은 무언가에 박혔기 때문이다. 뒷좌석에 엎어진 순간은 유괴라는 느낌조다 있었다. 뭐, 착지점에 유키노가 기다려주고 있어서 넌지시 무릎배게를 받은 시점에서 몸의 안전은 보좡된거지만.
"평범하게 부르면 되잖아……왜 좀 강제적인거야……"
"에-, 그치만 평범하게 부르면 히키가야는 거절할지도 모르구"
"네 초대를 거절하겠냐……이웃집에 보였으면 신고감이라고 진짜로……"
"아, 응……미안해……"
응, 제대로 반성하는건 좋은 일이다. 난데없이 정숙해진건 좀 신경 쓰이지만, 뭐 그거겠지. 난데없이 친구를 납치(부드러운 표현)한것에 대해서 죄악감이 솟은거겠지. 아니 딱히 괜찮긴 하지만. 솔직히 아이마스크를 끼고 미소녀 둘에게 낑겨서 괴롭혀지는건 그거대로 흥분했다. 해버렸다. 진짜 미소녀니까 어쩔 수 없지. 한쪽에 이르러선 마음이 있는 사람이니까 어찌할 수도 없고 말야. 잘도 참았구나 마이 썬……칭찬해주자.
"그래서 어디로 가는거야 이거"
"수영장이야, 히키가야"
"수영장? 나 수영복 안 갖고 있어"
"아, 그거라면 여기에"
"잠깐만 왜 내 여행세트가 있는거야"
"코마치, 참 착한 동생이네"
"그 자식……"
그런가,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왔을때 묘하게 히죽히죽헤죽헤죽 거린건가. 돌아가는 길에 선물을 사다주자.
"수영장이라……"
"올해, 아직 1번도 안 갔으니까"
들뜬 모습으로 유키노가 말한다. 싫다, 이 애도 참 수영장으로 들떠있어……용돈 주고 싶어진다.
"모처럶이니까 히키가야도 부르자고 언니가"
"유키노시타 나이스. 진짜 나이스"
그 칭찬으로는 유키노랑 가는데 기뻐하는 느낌이 드는데-……"
"그 말대로다만 뭐가"
"로리콘……"
"나이차이로는 세이프다. 엄청 세이프"
결혼상대가 8살 아래라면 평범하게 그거고 말이지. 여유여유. 결혼한다고는 말 안했지만. 우선 무리니까.
"그러네. 세이프에도 정도가 있지, 히키가야"
왜 이때라는 듯이 우쭐댄 표정을 짓는거야 유키노. 엄청 귀여운데.
"흐응-, 긍가긍가. 유키노하고 갈 수 있는게 기쁘구나. 흐응-"
그리곡 왜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대로 번거로운 분위기에 들어간거야.
흐응- 라며 흥미없다는걸 가장하면서도 굽이굽이 몸을 대오고 뭐야.
너무 약아빠지게 삐치긴…….
"…………"
"아………"
넌지시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움켜쥐니 유키노시타는 작게 소리를 흘렸다.
"…………"
그리고 부끄럼 감추기인지 내 손을 움켜쥐어 박살낼듯이 꽉 쥐었다.
아니, 물론 유키노시타와 수영장 가는것도 기대하거든?
그저, 그걸 지금 생각하면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 있다고 할까 자극이 너무 세다고 할까.
………유키노시타의 수영복, 어떤 느낌인걸까.
"히키가야, 아까전의 답례로 무릎배게 받아도 되니?"
"음, 아아. 좋아, 얼른 와라"
"후후, 고마워"
"므…………"
"동생한테 질투 하지마………"
"므-……"
퉁명해진 얼굴로 어깨에 머리를 올려온 유키노시타에게 툭 머리를 대면서 도착을 기다리기 마지않길 20분.
"도착했다!"
도착한 곳은 언젠가 셋이서 온 유원지였다.
그러고보니 여기 수영장도 있었던가…….
순전히 시민 수영장이나 그 부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 티켓"
"에, 아니, 스스로 살건데?"
"공짜로 받은거니까 써줘"
"…………"
"왜 그래?"
"아니, 뭐라고 할까…………너랑 같이 있으면 평범하게 기둥서방이 될것 같아서 무서워"
"…………미안, 부정 못하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유키노시타는 캐리어우먼 일직선이니까…….
"저, 전업주부로서 힘낼게"
"뭐어, 그러네………"
"………아직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뭐어 그러네"
성급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둘이서 얼굴을 붉히고 있으니 유키노가 꾸욱꾸욱 소매를 잡아당겼다.
"가자? 수영장이 기다리고 있어"
"너 그런 말을 하는 캐릭터였냐………"
더 이렇게, 자외선이 닿을테니까 무리라고 말할 기세 아니었던가…….
"아하하, 그건 분명 히키가야 탓이야"
"나? 엥, 진짜냐 책임지고 결혼할게……"
"헷!?"
"히키가야와 셋이서 놀러가는게 얼마나 즐거웠던지 의식이 변했는걸"
"과연………요컨대 너랑 둘이서 갔던때는 지옥이었다고"
"너무해"
뭐 이런 태풍같은 여자에게 혼자 휘둘리면 싫어지겠지…….
"부, 부족한 몸이지만……"
"하하, 고마워 유키노. 농담이라도 기뻐"
"농담은 아닌데……"
유키노가 툭 뭐라 말한것 같지만 제대로 듣지 않았다.
"좋아, 그럼 가자! 렛츠 스위밍!"
기운 차게 선언한 유키노시타에게 손을 잡혀 유키노와 둘이서 입장구로 향해간다.
"출구에서 기다려!"
유키노시타 자매하고는 그렇게 듣고 탈의실 앞에서 헤어졌다.
학교 이외의 수영장은 몇 년만일까.
확실히 코마치가 아직 어렸던 무렵에 가족끼리 갔던 기억이 있다.
그건 내가 초등학생일때였으니까 적어도 5년은 전인가.
"코인 로커……그런것도 있는건가"
장난 방지를 위해 100엔 투입같은 구조가 되어 있었던가.
하지만 뭐, 설마 나도 웨이 세력처럼 수영장에 가게 되다니.
이건 역시 그거일까, 나도 웨이웨이 말하는 편이 좋을까.
웨이, 웨이웨이, 웨에-이!"
대디야나장! 우에 보는겅미! 노올랐습니카-!
웨이 아니구만 이거.
"오오………차가워……"
샤워를 끼얹으면섯 탈의실을 뒤로 한다.
수영복은 트렁크스 타입.
코마치가 학교용 수영복을 넣어줬지만, 역시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매점에서 산 것이다.
자, 수영장이라도 지켜보면서 잠시 기다릴까.
오오, 뭐야 저 중학생같은데 가슴 크네……유키노하고는 대단히 다르다.
우와 뭐야 저거, 미소녀가 상반신 알몸으로 수영장에 들어가고 있어. 저거 괜찮은거냐.
엄청난 유원지 수영장……놀라움으로 가득이다.
"무릎 모은 자세로 수영장을 쳐다보고 있다니, 신고할까"
문득 차가운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너 바보냐, 수영장은 그런것도 제맛이라고, 아……"
뒤돌아보니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게………왜 그러니………?"
부끄러운듯이 가슴 부근을 팔로 감추면서 꾸물꾸물 유키노가 몸을 비튼다.
그 가슴은 평탄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천 면적이 작은 하얀 비키니로 인해 너무나도 하얀 피부가 아낌없이 비추어져, 슬렌더한 지체는 남녀 불문하고 시선을 모아서 놓지 않는다.
인류의 도달점 중 하나가 거기에는 있었다.
"엄청나……유키노 엄청나……"
"판단하기 난처한데………"
"아니, 엄청 예뻐……과연 미소녀……"
"그, 그래? 그럼 다행이야"
부끄러운듯이 함박 웃은 순간, 주위 남자들로부터 호오, 하는 숨결이 새어나온다.
갭 모에라는 것이다. 쿨한 미소녀인 유키노가 그런 무구한 미소를 보이는거니까 견딜 수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면 위험했다고……하마터면 덥칠뻔했다…….
"히키가야도 멋지단다? 조스 영화에 나올것 같아"
"잠깐만 그거 칭찬이야? 바로 희생당해버리잖아 그거. 먹혀버리는 녀석이지 그거"
쿡쿡 웃고 있는 유키노를 저도 모르게 쓰다듬고 싶어지고 있으니,
"에잇!"
출렁.
충격적인 감촉이 등 뒤로 전해졌다.
"………………?"
사고가 얼어붙는다.
뭐가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아니, 다르다.
뭐가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건지 이해한 순간에 자신의 죽음이 확정하니까 이해해버릴 수 없다고 회피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응후후, 어때?"
뭐가 "어때?" 야 웃기지마 진심으로 장난이 아니라고 할까 잠깐 옷도 아무것도 없이 얇은 수영장 한 장 너머로 밀쳐대고 있는건가 이거 틀렸다 진짜로 정말로 참아주세요.
"언니, 히키가야가 얼었어"
"에, 정말로? 자극이 너무 셌나……"
므-, 하며 볼을 부풀리면서 유키노시가 떨어진다.
그것과 동시에 나의 사고회로도 리붓된다.
"유, 유키노시타 너, 말야……"
불평을 하려고 돌아봤을때, 이번에야말로 사고가 크래쉬했다.
그 가슴은 풍만했다.
아니, 가슴만이 아니다.
다리나 엉덩이도 너무 매력적일만큼 살집이 좋다.
그리고 그걸 그녀 자신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검은 비키니로 그 지체를 강조시키고 있다.
유키노가 인류의 도달점 중 하나라고 한다면, 유키노시타는 그냥 미의 여신 그 자체였다. 아마 풍양의 여신쯤.
"후훗, 어때 히키가야? 빤히 쳐다봐도 된다구?"
그럴법한 포즈를 취해서 엄청 그림이 되고 있다. 여신 엄청난데…….
"하지만 가능하면 뭔가 답변해줬으면 싶은데, 에로하다는것도 괜찮아"
"아니, 그게………"
말할지 말지 조금 헤맸지만 여기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게……엄청 잘 어울려. 정말로, 깜짝 놀랄 정도로 귀여워"
"…………그렇게 진지하게 들으면 곤란해"
"…………미안"
"괜찮지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내 가슴에 머리를 툭 기댔다.
귀가 새빨갛다. 아마 나도 그럴까.
"히키가야를 위해서 새로 샀으니까, 그 정도는 말해주지 않으면 사리에 맞지 않구"
"진짜냐………"
"………귀엽다고 말해줬으면 싶었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알고 있어"
"아아, 그래……"
빙글빙글 내 가슴에 머리를 대면서 유키노시타는 일어섰다.
"증말-, 가슴 대는것만으로 흥분하다니, 과연 히키가야라는 느낌이네"
"부끄럼 감추기로 나를 까는거 그만둘래? 뭐야 한 세기 전의 츤데레야?"
"부끄럽지 않은데?"
"귀 새빨개"
"…………"
"그만해, 팔을 껴안으려 하지마, 가슴으로 끼우려고 하지마 비겁하잖아 어이"
"…………"
"유키노도 이상한것만 따라하지 말고 좀 더 좋은걸 따라해줘"
"따라하기가 아니야, 히키가야. 애시당초 따라할 수 있을만큼 가슴 없어"
"언니 너무 차갑지 않아?"
"그럼 다른 곳에 끼우는수밖에 없네"
"아니 그 이론은 이상하고, 아니 잠깐 허벅다리는 그만둬, 대참사가 일어날테니까 그만둬"
"처음엔 어디로 갈까? 유수 수영장?"
"댁네 동생을 제지해줘, 부탁이니까"
"유키노의 응석부리기는 레어하니까"
"희소가치가 있으면 좋다는게 아니잖아……"
미소녀 둘에게 양 옆구리를 고정당해, 그런데다 양 팔로 지복의 감촉을 맛보면서 우선 유수 수영장으로 간다.
거기에서 몇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기 이거 흐르는거야? 정말로?"
"역시 이 사람의 양은 아니야-"
"좁아……"
마치 흐르지 않는 유수 수영장에 잠기면서 철학을 느끼고.
"히키가야! 폭포! 폭포가 있어!"
"왜 나더러 맞으라고 말하는거야?"
"그치만 우리는 비키니고. 히키가야는 훌러덩 보고 싶은거야?"
"………뭐, 조금은"
"……변태"
"번뇌를 잃기 위해서라도 맞으러 가렴, 히키가야"
"예이………"
초등학생에 섞여 폭포맞기.
"높아………언니, 역시 나는 사양해둘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유키노―!!"
"아하하, 엄청난 기세로 흘러가버렸네, 히키가야!"
"우와아, 쟈이어니즘 절호조구마안"
"히키가야도, 에잇"
"엥, 내가 먼저 가는거야?"
"그게 아니라, 뒤로, 응?"
"…………아니, 위험하잖아"
"뒤에 줄 서 있으니까 서둘러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자, 얼른얼른!"
"어쩔 수 없구만………"
"꼭 안아줄래?"
"…………"
워터 슬라이더를 만끽하고.
비치 발리나 잠수 경쟁을 즐기고 있으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아하하………"
저번과 마찬가지로 유키노를 업고 귀로에 이른다.
"히키가야가 있으면 그만 놀다 쓰러져버린단 말이지, 유키노"
"오빠로서 최고의 포상이지"
"벌써 오빠가 됐다는 기분이야?"
"………그런 의미는 아니야"
"그런 의미라면 좋겠는데"
"…………"
오늘은 확확 오는구만.
뭐라고 할까, 공격법이 변한것 같다.
노 가드라고 하면 좋을까, 어느 종류의 도망치는 길을 준비하고 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방어를 잃고, 그 만큼 공격력을 늘리고 있다.
그건 요컨데 '착각하게 만들었다'로는 끝나지 않을 행동이며.
말없이 잡아진 오른손에선 심상찮은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나도 즐거웠어, 히키가야"
"그건 다행이다"
"남친으로서 최고의 포상이라고 해주진 않는구나?"
"…………아니 잠깐. 아직 사귀진 않았잖아?"
"…………사실혼인 상태?"
"…………뭐어, 그렇게 되겠군"
둘 다 사귀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뭐냐는 이야기이긴 "그건 좀 싫네-" 얘기였다.
"그러한 관계라도 히키가야랑 함께라면 별로 걱정은 없지만 말야"
"그 말고의 이유가?"
"응"
유키노시타는 끄떡이며 수줍은듯이 올려다보며,
"………고백 받고 싶어"
"………나한테 말이냐"
끄덕인다.
과연, 그렇게 왔나.
과연 과연.
"………뭐어, 기회를 보고"
"에-, 지금 당장이 좋아"
"그런 인스턴트한 걸로 괜찮은거냐고"
"인스턴트라도 사랑은 전할 수 있다구, 얘"
"우와 짜증나아………"
주구장창 말하는 사이에 퇴장 게이트까지 왔다.
쳐다보니 바로 거기에 리무진이 멈춰있다.
유키노, 뒷좌석에 눕혀줘"
"어"
들은대로 폭신폭신한 좌석에 눕힌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를 가볍게 손짓해서 리무진에서 떨어졌다.
"지금이 그 기회?"
"지금 당장이 좋다고 말했잖아"
"제대로 응석을 들어주는 점, 정말 좋아해. 히키가야"
"거 고맙네. 어디의 응석쟁이 공주님에게 익숙해져버렸으니까 말야"
코를 풀며, 유키노시타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꽤나 여유롭게 보이지만 어깨에 손을 올리니 그 몸에 긴장이 달렸다.
가까이서 서로 쳐다보니 그 커다란 눈동자에 비치는 좀비 모습에 약간 힘이 빠졌다.
"……좋아해, 유키노시타"
"……응"
"……괜찮다면, 나랑 사귀어줘"
"……어떡할까나"
"너 말이지……"
쓴웃음을 지으니 유키노시타는 조금 긴장을 풀며 평소처럼 장난을 한다.
"여기서 즉답을 하면 고대하고 있던것 같아서 싫구"
"그렇게 말한다는건 즉답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는거군"
"……심술궂어"
"매일 심술궂은 공주님의 상대를 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매일처럼 마음을 흔들어주는 심한 사람이니까.
"사랑해, 유키노시타"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앞으로 걸었다.
"응………"
부드러운, 가벼운 감촉이 가슴 속에 슥 떨어져간다.
"………한번 더"
"………………"
공주님의 응석에 제대로 따른다.
"한번 더"
"………………"
"………응, 만족"
응, 하며 살짝 끄덕이고 유키노시타는 함박 웃었다.
"나도 좋아해, 히키가야. 너를 정말 좋아해"
"그런가. 그건 다행이다"
솔직하게 그렇게 대답하니 유키노시타는 어째선지 므읏 하며 볼을 부풀렸다.
"여유로워보이는게 화가나"
"에에………? 아니, 전혀 여유롭지 않다고"
"그건 다행이네 우쭈울"
"이 자식………자, 들어"
"하풋………좀, 히키가야………"
"심장고동, 빨라졌지?"
"………미안, 내 소리가 너무 커서 안 들려"
"………아아 그래"
전혀 사그라들지 않네 하며 지쳐하는 내 가슴속에서 유키노시타는 꼬옥 나를 껴안고 있었다.
뭐, 사그라들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는 그녀가 곁에 있어준다면.
"………정말로 심한 꿈이야"
"빨리 깨어줬으면 싶은데………"
"………깨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는수밖에 없지"
"………좋아"
"그럼 내일 또 봐"
준비를 마치고 봉사부를 나온다.
2월 추운 하늘 아래, 얼어가는 공기가 뺨을 문지른다.
내쉬는 하얀 숨결에 눈을 빼앗기면서 걸어가고 있으니.
"이봐 소년"
붕붕 손을 흔드는 하루노 씨랑 조우했다.
"유키노시타라면 아직 부실임다"
"으응, 오늘은 너를 만나러 왔어"
"저요?"
저도 모르게 몸을 굳히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하루노 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를, 유키노시타라고 불러줘"
"하?"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응? 연상의 미소녀를 경칭생략으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
"하, 하아………"
어쩔 생각인거야………? 무슨 함정인가?
"뭐, 그 정도라면 딱히 상관없지만.
"그럼 음………유키노시타"
그렇게 부르니 하루노 씨는 순간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리고나서 미소를 지었다.
"………응, 고마워. 후후, 연하에게 경칭 생략으로 불려보고 싶어서 말야"
평소처럼 변더거스럽게 말하고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저기, 하루노 씨"
"왜? 한번 더 부르고 싶어졋어?"
"아니, 그게………무슨 일 있었습니까?"
"어………?"
그 표정은 나무나도 감정적이라서.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미소는 대체 무슨 망므을 감추고 있는걸까.
모르는채로, 그래도 그만 물어버렸다.
"………………"
하루노 씨는 농담을 그만두고 열기가 없는 정색을 지었다.
지뢰를 밟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표정을 깨고,
"긍가. 역시 들켰구나"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왠지 갑자기………"
"으응, 괜찮아. 얼굴에 드러나다니, 나도 아직 멀었네"
쿡쿡 웃으면서 하루노 씨는 이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또 뭔가 귓가에서 속삭여지는건가 내심 겁에 질리는 이쪽을 신경쓰지도 않고 하루노 씨는 내 눈을 곧게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얘, 히키가야"
"아, 네? 뭡니까?"
"진실된 것, 찾아내고 싶은거지"
"………뭐어, 네"
"그럼, 나의 진실된 것도 찾아내줘"
"에, 뭐를응읍………!?"
!?
!?!?!?
!?!?!?!?!?!?
"………푸핫. 응-, 역시 꿈속만으로는 익숙하지 않네-"
"좀, 하, 뭐를………!?"
닿은 입술 감촉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하지만 그 생생함이 지금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전해왔다.
지금 나는 뭘 당한거지………!?
지금 하루노 씨는 뭐를………!?
"나도 열심히 해볼게, 히키가야.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하, 하아………그렇슴까………"
"응. 그러니까, 응원 잘 부탁해"
"아, 네………"
"그럼 다음에 또 봐"
만족스럽게 끄떡이며 하루노 씨가 아연하게 서 있는 나한테서 떠나갔다.
엥, 뭐야 지금 그거……….
아직 생각이 따라가질 못한다.
하루노 씨가?
나한테?
키스를 했어?
"뭐야 이거……뭐야 이거……"
지금이라도 눈이 내릴법한 하늘 아래, 나는 혼자 혼란의 소용돌이에 박혀져 있었다.
"………이걸로 됐어"
추운 하늘 아래,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혼자 수긍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가볍게, 또각또각 하이힐을 울리고 있다.
"응, 전혀 싫지 않았어"
오늘 그녀는 자신의 진실된 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꿈대로 이름을 불려, 그 꿈처럼 두근거림을 안는건지 확인했다.
결과는 대성공. 연하의 그에게, 그녀는 두근거리고 말았다.
거기에다 그가 꿈속의 그하고 동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녀의 진실된 것을 찾아내어준다.
그렇게 실감이 들었다.
그럼 남은건 확인할뿐.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도 없이 직접적인 방법으로.
"멋졌지, 정말로"
입술을 손가락으로 긋는 그녀의 그 귀는 빨갛다.
그가 허용능력 오버로 있어줘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치 풋풋한 처녀같은 지금의 그녀를 완전히 보여졌을테니까.
"힘내보자, 나도"
끄덕임은 작고, 의지는 단단하다.
꿈속의 자신에게마저 지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정말 좋아해,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사랑은, 겨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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