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노"시즈카짱, 햣하로-!" 히라츠카"그 호칭은 그만해라"
특별동 쪽에 휘잉 차가운 바람이 불때마다 내 백의가 나부꼈다.
몸을 가르는듯한 추위에 무심코 몸을 떨면서 후우 담배연기를 뿜는다.
멍하니 있으면서 나는 잠시 수직으로 오르는 담배 연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연말도 가까워져서 교사의 일은 나날로 바빠지고 있다.
입학, 진급, 졸업.
그 일대 행사가 겹쳐지는 이번달부터 다음달에 거쳐 잠시간 바쁜 시기가 계속될 것이다.
벌써 몇 번이나 학생을 맞이했던가.
벌써 몇 번이나 학생을 내보냈던가.
조만간 담배를 빨아들이는 시간마저 없어지겠구나 생각하면서 짧아진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 속으로 밀어넣었다.
……시계를 확인하면서 한 개피 더라면 괜찮을거라고 갑에서 새로운 담배를 꺼낸다.
라이터로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 나는 담배 필터를 씹었다.
연말 교무실에는 교사에게 상담하러 오는 학생이 많다.
역시 그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건 좀 걸려서 이렇게 추위를 참으면서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후우, 또 하얀 연기를 입에서 뿜어낸다.
그 연기는 수직으로 올라갔지만 휘잉 불어온 바람에 흘려져 하늘로 녹아들었다.
슬슬 졸업식인가 생각하면서 문득 몇 년전의 졸업식이 뇌리를 스친다.
일찍이 성적은 우수했지만 우등생이라고는 도저히 부를 수 없었던 그녀의 졸업식을.
그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나, 시간이 흐르는건 빠르다고 느낀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비례해서 빨라진다.
……아니, 아직, 아직 나이를 먹었다고 할만한 나이는 아닐 것이다.
만남을 원한다며 하늘로 사라져간 연기를 쳐다보고 있으니 또각또각 이쪽을 향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그쪽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낯익은 이전 제자의 모습이 있었다.
히라츠카"하루노……"
하루노"앗, 발견"
무심코 그 옛 제자……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이름을 말했다.
하루노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손을 흔들었다.
하루노"시즈카짱, 햣하로-!"
히라츠카"그 호칭은 그만해라"
약간 힘주어서 말했지만 하루노는 에이에이 웃으면서 흘려들었다. 흘리지마.
그대로 하루노는 내 옆까지 달려온다.
하루노"우연이네-"
히라츠카"너, 아까 발견이라고 안 했느냐……"
하루노는 얼버무리듯이 말해서 아까전에 들은 말을 대답하자 아차, 들려버렸나 하며 자신의 머리를 툭 떄렸다.
자, 왜 하루노가 여기에 있는가……라고 생각하니 오늘 있는 진로 상담회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마 오늘도 거기에 하루노가 상담역으로 불렸던 거겠지.
……아니, 아마 불렸다기보다 불리도록 손을 쓴거겠지.
히라츠카"진로상담회가 아니었느냐"
하루노"응-、일단 구분을 지었으니까. 시즈카짱을 찾으러 왔어"
그렇게 웃으면서 말한 하루노를 보고 후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다시 휴대용 재떨이 속으로 밀어넣고 약간 험악해진 얼굴이 된 걸 자각하면서도 하루노 쪽을 돌아본다.
히라츠카"바로 돌아가"
하루노"에엑, 정말로 재미없네에"
뿌우- 일부러라는듯 볼을 부풀리면서 내 앞에 선 하루노의 인상은 2년 전과 차이가 없다.
히라츠카"구분을 지었다고 했지만 아직 진로상담회는 안 끝났을거 아니냐. 상담역이 도중에 빠져나와서 될까보냐"
하루노"체엣, 모처럼 시즈카짱이랑 단 둘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노는 그렇게 말하면서 턴을 돌듯이 몸을 젖혔다.
하루노"그럼 자, 시즈카짱도 같이 갈래?"
하루노가 내 손을 잡았지만 그걸 탁 쳐낸다. 하루노는 므으, 하며 삐친듯이 중얼거렸다.
히라츠카"알았다. 나도 같이 갈테니까. ……손은 안 잡는다"
하루노"……정말로 재미없네에"
그렇게 연극조로 중얼거렸지만 순간 보인 얼굴에는 그늘이 비친걸로 보였다.
……이 녀석은 아직도.
잠시 하루노의 조금 뒤에서 따라가듯이 걷고 있으니 갑자기 하루노가 빙그르 돌아 나를 쳐다봤다.
하루노"그러고보니 말야, 시즈카짱은 좋은 상대 찾아냈어?"
히라츠카"…………아직 없어"
하루노의 갑작스런 질문에 대해 나는 조금 생각하고나서 대답한다.
그러자 하루노의 표정이 파앗, 태양같은 미소가 됐다.
하루노"긍가긍가, 역시 남자는 보는 눈이 없네-"
히라츠카"……"
나는 묵묵히 하루노의 얼굴을 쳐다본다.
하루노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하루노"있잖아, 시즈카짱……지금부터라도 다시 생각하지 않을래?"
하루노의 표정은 늘 미소짓지만, 그 눈만큼은 평소하고는 달랐다.
진지한 눈빛이 내 눈을 곧게 쳐다보고 있다.
……2년전의 졸업식떄도 같은 눈으로 나를 봐줬지.
그리고 나도 눈을 감으면서 2년전 졸업식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다.
히라츠카"거절한다"
하루노"정말로 딱딱하다니까"
하루노는 그렇게 한 걸음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하루노"나는 말야, 지금도 시즈카짱을 정말 좋아해"
히라츠카"……"
2년전 일을 떠올린다.
──나랑 시즈카짱은 이제 학생과 교사 관계가 아니지?
──그러니까 이제 말해도 괜찮지.
──정말 좋아해, 시즈카짱. 나랑 결혼은 전제로 사귀어주세요.
히라츠카"……졸업하든 말든 나랑 너는 교사와 제자다"
똑바로 다짐하듯이 말한다.
그 2년전과 일언일구 완전히 같은 말을.
하지만 하루노는 깔깔 웃은채로 한 걸음 더 나에게 다가왔다.
나와 하루노의 거리가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이미 내 가슴 앞에 하루노의 몸이 닿아있다.
하루노"에-, 그치만 스스로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나는 꽤 우량물건이라구?"
히라츠카"정말로 스스로 말하지 마라……"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내가 너와 결혼을 할리가 없다.
──그런건 있어선 안 된다.
히라츠카"애시당초 말이다, 나같은것보다도 너에게는 좋은 사람이──"
그 말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다.
기습으로 발돋음을 한 하루노의 입술이 나의 그것과 겹쳐졌다.
잠시동안 그 열기를 느끼고 있으니 푸하아 하며 숨을 내쉬면서 하루노가 떨어졌다.
하루노"헤헷, 잘 먹었어"
히라츠카"……하루노"
하지만 내 입술에서 떨어진 하루노의 뺨에는 한 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평소 짓는 미소를 띄우고 또 빙그르 몸을 돌려 나에게 등을 돌린다.
하루노"시즈카짱보다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리 없잖아"
히라츠카"……"
하루노"……시즈카짱뿐인걸, 나를 찾아준 사람은"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하루노는 타타탓 뛴걸음으로 어딘가로 뛰어가버렸다.
그 작은 목소리는 신기하게도 내 귀까지 닿고 있었다.
히라츠카"하루노……"
나 같은걸 사랑해준 제자의 이름을 툭 흘린다.
……우선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이 화조띤 얼굴을 식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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