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봄 비스무리"
내청춘 SS입니다.
단편입니다.
──그곳으로 찾으러 갈거야
"유키노시타"
계단을 올라가 여닫이 상태가 나빠진 옥상으로 가는 문을 연다.
그러자 내가 있는 계단의 발판까지 바람이 불며 눈이 들어왔다.
옥상에는 눈이 얄팍하게 쌓여있고 주위 일면은 하얗게 물들어있다.
그리고 그 안쪽 펜스에는 한 명의 소녀가 기대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히키가야……"
그 표정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의혹의 색으로 물든다.
왜, 여기에 왔냐고.
암묵적으로 나에게 묻듯이.
──공란을 채워서 완성한 정리
──올바를텐데
──하늘하늘 허공만 멤돌아
나는 이 날 이 시간을 위해 할 수 있는걸 해왔을 것이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결론을 냈다.
그 자신을 가슴에 담고 한발짝을 내딛는다.
사락, 눈을 밟는 소리가 났다.
"유키노시타"
한번 더 그 이름을 부른다.
그 존재를 확인하듯이.
내 시야에는 조금 앞에 있는 소녀 한명만이 비치고 있었다.
──미래는 삐뚤어져서
──약간의 균열에서 얼마든지 꼬여가고
──이상으로부터 멀어져가
"그만둬……"
유키노시타는 나한테서 눈을 피하고 몸채로 뒤로 돌렸다.
지금 나에게는 저 녀석의 표정에 뭘 띄우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네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닐거야"
그렇게 말한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목소리만이 아니다, 어깨도 희미하게 떨리는걸로 보인다.
지금 여기에 내리고 있는 눈처럼, 조금이라도 만지면 녹아버릴법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또 한걸음 내딛는다.
또 사박, 눈을 짓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지근한 물이
──사악 식어가는 소리가 났어
"너와 있을 수 있던 시간은 무척이나 따뜻했어"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도 이 분위기도 내 어깨에 희미하게 쌓이는 눈도.
전부 차갑다.
유키노"고마워, 즐거웠어"
그것들을 전부 무시하며 나는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유키노시타에게 닿을때까지, 열 발짝도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녀를──"
그리고 제로거리.
내 손이 유키노시타의 어깨로 뻗어진다.
──길을 바꿀거라면
──지금이야
나는 유키노시타의 어깨에 손을 대고, 억지로 이쪽으로 돌려보게 했다.
이쪽을 돌아본 유키노시타의 눈가는 심하게 빨개져있다.
"그만해, 보지마"
유키노시타의 손이 벗겨내듯이 내 가슴을 밀쳐냈다.
그 손에 담긴 힘은 연약해서 지금이라도 무너져버릴것 같다.
"놔줘, 히키가야"
나는 유키노시타의 어깨를 세게 잡은채 그대로 크게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에 반해 내 얼굴은, 머리는, 손은, 심장은 불타오르듯이 뜨거워져있었다.
지금이야.
지금 말한다고 정했어.
"나는"
──이런 가짜는 필요없어
──진짜라고 불러야할만것으로 충분해
──그곳으로 찾으러 가는거야
"나는 너를 좋아해"
"──에?"
눈가가 뜨겁고 시야가 흐릿해보인다.
자신의 숨결이 하얗게 변하여 하늘로 무산됐다.
그런 내 얼굴을 유키노시타는 놀란듯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나는 유키노시타"
정말이지 되게 꼴사납겠지.
방금전까지 있었단 자신감이 눈처럼 녹아 사라져버린것 같다.
나의 눈은 촉촉하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손도 어깨도 떨리고 그리고 발밑도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너를 좋아해"
──『하지만 그건 잘 만들어진 동화같아.』
"거짓말……"
툭, 유키노시타가 그렇게 말을 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거기에 대해 나는 즉시 부정했다.
유키노시타의 어깨를 잡은 내 팔에 조금 힘이 실린다.
"거짓말 따위가, 아니야……"
아마 지금 내 얼굴은 꼴사나운 얼굴이 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들어 유키노시타의 눈을 쳐다본다.
쳐다보니 유키노시타도 눈물을 흘리면서 내 눈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동화같네"
유키노시타의 팔이 내 어깨에 감아졌다.
그리고 그대로 세게 껴안긴다.
──대답이 사라진 공란을 쳐다봐
──채워넣었을텐데
──도저히 모르겠어
"하지만 어째서"
유키노시타가 그렇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마치, 대답을 몰랐던 아이처럼.
"너는 그녀와 함께 있을거라고만 생각했어"
그것이 누구를 가리키는걸까.
그것을 모를만큼 나도 둔하지는 않다.
"나는 너만을 좋아해"
솔직하게 지금 나의 진짜 마음을 전한다.
이 사랑스러운 그녀의 불안을 닦아주듯이.
"믿어줘"
──아름다운 꽃은 소중하게 길러도
──배려없는 흙발로
──간단하게 짓밟혔어
나는 수많은 혐오를 받아왔다.
유키노시타는 수많은 악의를 받아왔다.
그런 가운데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자세를 잡아왔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어딘가 닮아있다.
그런걸 만났을 무렵에 느꼈다는걸 떠올렸다.
──쌓여가는 흰색에
──작은 싹이 덮여가네
하지만 지금이 되어선 정말로 그랬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나도, 유키노시타도.
어딘가에서 거짓말을 하고.
어딘가에서 가장을 하고.
어딘가에서 얼버무려버렸던 거겠지.
그리고 언젠가 진자 자신을.
무언가로 뒤덮어버려서.
누구에게도 보여질 수 없게 되버린거겠지.
──멀고 먼 봄은
눈 아래에
일찍이 누군가가 말했던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찾아주는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나는 찾을 수 있었을까.
그녀의 진짜 마음을.
이 옥상의 지면처럼 눈 아래에 숨겨진 무언가를.
──보이지 않는건 어떻게 하여도
──기억에서 옅어지고 말아
──찾으러 갈 곳마저도 잃어버린 우리들은
──깨닫지 못한채 싹을 밟네
진짜라는건 눈에 보이는건 아니다.
더군다나 스스로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의미도 의의도 파악을 못했다.
개념이 없는 신념뿐인 말.
그리고 그녀와 단 하나 공유하고 있던 신념.
일찍이 한번, 그걸 찾으러 갈 곳을 틀려서 잃어버렸던 신념.
그리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쳐서 되찾은 신념.
──추억에 맡겨 만들어낸 꽃은 금방 시들어
──발밑에 있는건 깨닫지 못한채
옛날에 나와 그녀가 바라고 있었던 무언가는 분명 단순한 환상이었겠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현실과 동떨어진, 어리석고도 아름다운, 마치 만들어낸 꽃같은 환상.
하지만 그건 아름다울 뿐이지 어디까지 가더라도 환상이다.
실제로는 분명 무언가를 말 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이해를 할 수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분명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내 팔 안에 있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라고 부를 곳을
──찾으러가는건 분명
"얘, 히키가야"
얼만큼의 시간을 그러고 있었을까.
내 팔 안에 있던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봤다.
"나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 온기가 내 몸에서 떨어졌다.
다시 눈의 차가움이 몸을 덮친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 따뜻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히키가야, 들어주겠니"
"아아, 물론이야"
──지금이야
"나도 너를 좋아해"
──이런 가짜는 필요없어
──진짜라고 부를 수 있는것만 있으면 돼
──너를 찾으러 갈거니까
"유키노시타, 나와 사귀어줘"
"그래, 기쁘게 그럴게"
그러고서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나와 유키노시타의 입술이 겹쳐졌다.
순간, 입술에서 엄청난 열을 느낀다.
마치 불꽃처럼 뜨거워서 화상을 입어버릴것 같은 그런 착각을 받을 정도였다.
나는 양손을 다시 유키노시타의 등으로 감고,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로 내 등에 양팔을 감았다.
그리고 세게 껴안는다.
강하고 강하게, 하나가 되도록.
진짜를 확인하듯이.
──『고마워 작은 싹을 찾아준걸.』
"얘, 히키가야"
"왜, 유키노시타"
"고마워──나를 찾아줘서"
──너는 속삭였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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