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5화
 
 
 
목욕도 식사도 전부 마치고 이불이 깔린 방에서 나는 토츠카에게 PFP를 빌려줘서 태고의 달인을 사이좋게 하고 있다.
역시 남자.여자 방은 나뉘어져 있어서 하야마, 오오오카, 야마토, 토베 그리고 나와 토츠카가 한 방에 들어가 있지만 나와 토츠카를 제외한 우리반 남자는 마작을 하고 있다.
"아자! 풀 콤보야!"
"역시 토츠카. 그럼 이번에는 어려운 난이도로 해볼까"
"어려운가……한번 하치만을 보고 정해볼래"
토츠카가 본다고 해서 나는 어째선지 텐션이 올라서 통신모드를 멈추고 싱글모드로 바꾸어서 토츠카에게 선곡을 부탁하고 나는 아이마스크를 준비한다.
게흐흐흐……여기서 토츠카에게 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토츠카도 게임에 빠져줄거야……하지만 문제는 하야마네다. 녀석들은 게임에 대한 체세는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포기 플레이나 같은 외야다……뭐, 상관없나.
"자. 이거면 어때?"
"오, 보여주지 않아도 돼. 보고 있어 토츠카. 이게 나의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마스크를 끼고 토츠카한테 PFP를 받아 음악을 스타트 시키자 전주가 흐른 순간에 무슨 곡인지 알아맞추고 머리속으로 흘러오는 패턴을 보면서 손가락을 움직여간다.
호호오. 이건 모 아이돌이 무른 라이트 로테이션이 아닌가. 후후후후……내 앞에선 이런 노래든 보지 않아도 풀콤보라고.
『풀 콤보!』
"훗. 어때 토…………"
풀콤보를 달성한걸 확인하고나서 아이마스크를 벗어 토츠카를 보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내 뒤쪽을 쳐다보고 있고, 그걸 따라 나도 뒤를 돌아보지만 마작을 하고 있는 손을 멈추고 노골적이게 경직된 표정을 지은 남자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토, 토베가 졌잖아!"
"우, 웃와-! 진짜인겨-!"
"그런고로 모두 몫의 주스 사와-"
"체에-. 하야토는 뭐가 좋아?"
"나는 뭐든 좋아"
별로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토츠카에게 조금 나갔다온다고만 말하고 PFP를 하면서 호텔에 병설되어 있는 선물 로비에 있는 푹신푹신한 소파에 앉아 혼자서 게임을 즐긴다.
흥. 됐어……나에겐 PFP만 있으면 마음의 상처 따윈 치유할 수 있고……따, 딱히 하야마네의 식겁한 시선은 아무렇지도 않거든!
마음속으로 통곡하는 츤데레, 이른바 통데레를 연기하고 있던 그때, 옆에 누군가가 앉은걸 느끼고 옆을 쳐다보니 머리카락을 올린, 드물게도 러프한 차림의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내 옆에 앉아있었다.
"어"
"이런 밤중에 우연이네. 쫓겨난거니"
"나는 바퀴벌레냐. 혼자서 게임하고 싶으니까 나온거야. 어차피 너는 교토 한정 판다 판씨라던가 사러 온거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지금 간격은 뭐였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하면 내가 반대로 따져질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는 왜 여기에 온건데"
"……같은반 애들의 화제 끝이 이쪽으로 돌아왔으니까야"
화제? 화제 소리 들을만한게 이 녀석에게 있었나?
"왠일이래. 아무 화제도 안 가질 네가"
"그렇구나. 너랑 같이 있는 탓일까"
"하아? 왜 나?"
"…………너 조금은 자신에 대한 주변 평가를 알아야하는게 아니니"
"내 평가? 그딴거 신경써봐야 소용없잖아"
그보다 옛날 경험상,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않아서 굳이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것 뿐이고, 딱히 모르면 죽는것도 아니니까.
"신경 써야해……특히 체육대회가 끝난 지금은 말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나를 신경쓰고 있다……어느쪽이냐고 하면 설교하는 느낌인가. 아무튼간에 나를 신경쓰는건 드문 일이다.
"가장 가까이 있어서 나에게 얘기를 갖고 와"
"헤에. 어떤 얘긴데?"
"…………말할 필요는 없어"
이 녀석은 왜 화를 내는거야.
문득 고개를 들었을때 수트 위로 코트를 입고 어째선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서, 노골적이게 당황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 어째서 너희가 여기에"
"그냥 얘기 좀 하는것 뿐인데요……왜 선생님이야말로 이런 시간에"
"으, 음……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아"
"지금부터 라면을 먹으러 갈거다"
그 순간, 나와 유키노시타의 한숨이 동시에 나와, 선물홀에 울려퍼졌다.
이 시간부터 라면을 먹으러 간다니……그야 결혼을 못하겠지. 아니, 그거랑 이건 관계없나.
"유키노시타는 말 안할거라고 믿을 수 있지만……너는 조금 미묘하군"
"너무해라. 저도 말 안합니다"
"허나 믿을 수 없다는게 분하군"
그럼 믿어달라고요. 당신의 학생이잖아요? 귀엽고 귀여운 학생이라고요? 눈은 좀 썩었지만.
"좋아. 그럼 입막음료를 내마. 라면 같이 어떠냐?"
으음. 확실히 이 시간에 먹는 라면은 어째선지 각별하게 맛있다. 나도 여름방학때는 밤중에 편의점까지 가서 컵라면을 사와서 먹었지.
거기다 사준다고 하니까 여기는 받아들일까.
"뭐, 사주신다면야"
"그럼 저는 이만"
"뭐, 유키노시타도 그러지 말고 따라오거라"
"하지만 이 차림인데요?"
유키노시타는 드레스로 인사하듯이 살짝 남은 소매를 잡아당기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지 히라츠카 선생님이 코트를 입혔다.
"이걸로 상관없겠지"
"거부권은 없는것 같네"
"그렇군"
포기한건지 유키노시타는 마지못해 입혀진 코트를 입는다.
호텔을 나오자 밤중이라는것도 있어서 부는 바람은 차가워서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목을 움츠리고 냉기를 옷 속에 들이지 않도록 한다.
선생님이 멈춰서서 가볍게 손을 들자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유키노시타, 타거라"
선생님에게 듣고 인사하고나서 택시에 올라타자 이번에는 나에게 눈으로 얼른 타라고 말해서 그에 따라서 정 중앙 자리에 앉으니 내 옆에 선생님이 앉았다.
"이치죠지까지"
그렇게 말하자 택시는 조용히 달린다.
역시 3인석의 정 중앙은 괴롭네……아, 공간의 의미 없지 않을까. 유키노시타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여성 중에선 가느다란 편이니까 공간은 여유롭지만 양 옆이 여자라는 공간이 정신적으로 힘든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도착한건지 택시가 머머추고 선생님이 계산을 마치고나서 내려서 따라 내리자 눈 앞에 아주 큰 총본점 라면가게가 있었다.
"굳이 여기에 안 와도"
"훗, 어설프군 히키가야. 체인점에선 맛도 조금 변한다. 총본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을 즐기는게 정통이지"
왠지 리얼하게 들리니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콧테리"
안으로 들어가서 카운터에 앉고 메뉴조차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저도 콧테리로"
"저, 저기 히키가야. 저, 저건 정말로 수프인거니"
뭐, 그 반응이 보통이다. 수프라고 하면 찰랑찰랑할텐데 어째선지 찐득찐득한 수프니까, 라면에 감기니까 다 먹은 후에는 수프는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기분 나빠지는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어떡할거냐"
"아, 아뇨 저는 보기만해도 배가 불러서요"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라면이 와서 젓가락을 집어서 잘 먹겠습니다 말하고나서 라면을 한입 들이키자 입안에서 흉폭한 맛이 날뛴다.
진해……맛이 아주 진하지만 맛있다.
"그보다 교사가 이런데 있어도 됩니까?"
"그러니까 입막음료를 내는거다"
"그 시점에서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유키노시타의 정확한 지적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라면을 들이킨다.
"교사도 인간. 실수를 저지르면 혼나는 일은 있다. 안 그러냐, 히키가야"
"왜 저한테 동의를 구하는겁니까"
"너는 거의 매일 혼나는거나 마찬가지잖니"
확실히 PFP를 몰수당해서 혼나는적은 있지만 요즘은 이젠 포기한건지 구두주의 뿐이다.
"나는 특별히 혼날만한 짓도 안 하니까 상관없지만"
"혼난다는게 나쁜것만 있는건 아니다. 그 사람을 봐준다는 소리지"
"……그렇군요"
"그러니까 실수를 얼마든지 저질러도 좋다. 그때마다 혼내주마"
미소를 지으면서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지만 어차피 이 후에 호출당하겠지.
결국 그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것도 아니어서 히라츠카 선생님도 나도 라면을 다 먹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바깥의 조금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다.
귀가도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나는 술자리용 술을 사올테니까 너희는 먼저 돌아가도 좋다"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호텔 방향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우리는 호텔 방향으로 걷다가 신호 앞에서 멈춘다.
신호등이 청색으로 변해서 막상 건너려고 할때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니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왼쪽으로 돌고 있어서 황급히 그 손을 잡았다.
"히키, 히키가야?"
"반대다. 오른쪽이야"
"그, 그래……저기……손"
"……미, 미안"
그만 반대방향으로 가는 코마치의 손을 잡듯이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아버려서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황급히 손을 놓고 조금 거리를 둔다.
틀렸다……역시 문화제 그날 이래로 유키노시타와 단 둘이 있으면 영 상태가 이상하다.
서로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걷지만 묘하게 유키노시타의 거리가 나와 떨어져있다.
"그렇게 떨어지면 또 헤멘다"
"아니…………그게…………"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얼굴을 붉힌채로 코트 옷깃에 얼굴을 묻고 있다.
이런 유키노시타는 지금까지 본 저거이 없다. 주위에 신경을 쓰듯 되게 주위를 쳐다보고, 얼굴을 붉힌 상태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뭐, 뭐야"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더욱 허둥댄다.
"……이 시간대에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지면…………좀……"
그런거냐.
"나랑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인 정도로 아무것도 변할리 없잖아?"
"그, 그럴까"
"그래. 히키니쿠 자식인 나랑 국제교양과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같이 있어도 아무도 뭐라 생각 안하겠지. 생각해도 유키노시타가 혼자서 걷고 있다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겠지. 아무도 나랑 네가……그게……그런 관계라고 생각도 안 할거 아냐"
"…………얘"
"음?"
걸어가려고 할때, 유키노시타가 불러세워서 돌아보니 얼굴은 아직 조금 붉지만 눈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지금 네 주위 사람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한적 있니"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주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건 초등학교때 그 사건 이래로 생각한적도 없고 신경쓴적도 없다. 줄곧 계속 게임을 했다.
"없군……아무래도 좋잖냐, 그런거"
"……또 너는 그렇게 말하네. 어째서 알려고 하지 않니?"
"어째서냐고 해도…………알 의미가 없잖아"
"…………너는…………너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 사람을 생각한 적은 있어?"
내 눈을 쳐다보는 유키노시타가 말한 말에 나는 무심코, 살짝 뒤로 뒷걸음질쳤다.
나를……생각해주는 사람………….
"……돌아가자. 밤도 늦었으니까"
"아, 아아. 그렇군"
유키노시타의 한 마디로 겨우 호텔을 향해 걷고, 로비로 들어가려던 차에 헤어졌다.
방으로 들어가니 이미 떠들다 지쳤는지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어있고 방은 상당히 조용하고 어두웠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
유키노시타가 말한 말이 머리속에서 반향하는걸 느끼면서 나는 누워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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