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어째선지 카와사키하고만 해프닝이 일어난다" 한 그릇 더
그리고나서 며칠이 지났다. 한때는 어떻게 될까 생각했던 카와사키의 일도 지금은 차분함을 되찾았다.
"………………"
힐끔 곁눈으로 보니 유키노시타는 평소대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으음-……"
정면을 보니 유이가하마가 머리 나빠보이는 소리를 내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
내 바로 옆에 있는 잇시키는 정말로 재미없다는 듯이 여성향 잡지를 훑어보고 있다. 에비나는 아니지만 자중해고.
――뭐, 대강 평소대로의 모습이다.
그런 나로 말하자면 평소대로, 라는건 아니었다. 조금 변화가 생겼다. 그건 뭐냐고 하면――.
갑자기 부실 문에서 미미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걸 눈치챈건 나 혼자뿐인 모양이라, 다른 녀석들은 보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군.
나는 일어서서 부실 문 앞까지 걸어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었다.
"아……"
그러자 거기에는 벽에 기대고 참고서를 읽는 카와사키의 모습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색하다는듯 고개를 돌렸다.
조금의 변화, 그건 그 날 이래로 매일 등하교를 카와사키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라고할까, 카와사키가 엄청 나를 돌봐주게 됐다. 도시락을 만들어주거나, 숙제를 도와주거나. 남동생이나 여동생에게 착한건 원래 돌보기 좋아하는 구석도 있다는걸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난방도 틀지 않은 복도에서 기다려주는건 역시 미안하다. 나는 카와사키에게 말한다.
"부실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잖아?"
"……그치만 부원이 아니고"
뭘 옹고집 피우고 있는거야, 이 녀석. 나는 머리를 긁고 카와사키의 손을 잡았다.
"앗"
카와사키가 소리를 내지만 나는 차가워지고 있는 이 녀석의 손을 감싸듯이 잡고 억지로 부실로 들인다.
우리들의 모습을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곤란한듯한, 화난 듯한, 잘 모를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잇시키는 재미없어 보이지만.
카와사키를 내 옆에 앉히고 유키노시타를 돌아본다.
"미안, 유키노시타――"
"――알고 있어"
유키노시타는 이미 홍차를 끓일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과연 유키노시타. 줄여서 과유.
"………………"
문득 카와사키를 보니 언짢은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그 인의일체할것 같은 눈빛은. 전의상실해버리잖아.
"왜?"
"……딱히"
내가 물어보니 카와사키는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일인가 생각하고 있으니 옆에서 잇시키가 끼어든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준비를 시작하다니, 유키노시타 선배는 선배를 참 잘 알고 있네요-"
"읏!?"
덜컥 소리가 난다. 쳐다보니 유키노시타가 티컵을 하마터면 떨어뜨릴뻔 했었다. 하지만 바로 도로 잡고 잇시키를 노려본다.
"잇시키,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말아주겠니"
지옥에서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유키노시타는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순간 공기채로 얼어붙는 점에서, 빙설계 최강인가, 이 녀석.
"……………………히에에"
잇시키로 말하자면 내 등에 숨으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카와사키가 나를 노려본다.
"……가까운데"
"에. 미, 미안"
카와사키가 기분나쁘다는 듯이 그런 말을 해서, 나는 카와사키와 거리를 둔다. 그러자 카와사키가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성을 낸다.
"――일부러 그러는거야!? 너랑 그 학생회장의 거리가 가깝다고!!"
듣고보니 아직 잇시키는 내 등에 있었다. 어느샌가 약삭빠르게 소매를 붙들고 있고.
"작작하고 떨어져 잇시키. 내 등에 매달려도 좋은건 토츠카랑 코마치 뿐이야"
"뿌-. 괜찮잖아요, 조금 정도는-. 유이가하마 선배도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나, 나아!?"
갑자기 잇시키한테서 화제가 돌아와서 곤란해한 유이가하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 그치만 힛키는 자주 방패삼아지는것 같아. 유키농도 강아지를 보면 매달리고, 나도……"
"……여러 여자가 매달리고 있구나?"
카와사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말한다. 그만해, 그런 오해살법한 말투. 라고해도 듣고보니 자주 이 녀석들의 방패가 되는것 같다.
"뭐, 선배. 멍때려서 등 뒤를 잡기 쉬운걸요-"
"근거 없는 소리 하지마"
잇시키를 가볍게 툭 치니 카와사키에게 김을 내는 티컵이 놓여졌다.
"여기"
"아,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고맙다는 말을 하는 카와사키에게 인사를 하고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연다.
"히키가야가 빈틈투성이인건 흔들림없는 사실이니까, 달게 받아들여야해"
"핫, 빈틈이고 자시고, 이런 나를 노릴만한 기특한 놈은 없어"
내 말을 듣고 홍차를 한입 홀짝인 카와사키가 대답을 한다.
"아니, 꽤 있거든. ……그, 그러니까 좀 더 제대로 해줬으면 싶은데"
"……제대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카와사키가 조금 슬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쉰게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 × ×
부활동도 끝나,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나와 카와사키는 같이 귀로에 이른다. 라고해도 중간까지지만.
곁눈으로 카와사키를 쳐다보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곁눈을 보던 카와사키와 눈이 마주쳤다.
"읏!"
황급히 정면을 돌아보니 카와사키가 입을 열었다.
"……싫은거야?"
"……뭐가?"
내가 되물으니 잠시 침묵이 이어졌찌만 이윽고 쭈뼛쭈뼛 말을 했다.
"이제와서……무서워졌어. 책임지라고, 말해서……그저 너를 묶고 있는것 뿐인가 싶어서"
울음소리를 내면서 카와사키가 중얼거린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전하면 좋았으려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카와사키를 향해 말을 한다.
"나는 말로 듣는다한들 어차피 믿지 않았다고 생각해"
"히키가야……"
"그래서, 너와 여러 일이 있어서, 그런데다 네가 책임지라고 했을때, 까놓고 말해 곤란했어. 그게, 그 이상의 설득력은 없으니까"
나는 옆에 있는 카와사키에게 제대로 들리도록, 똑바로 말했다.
"――딱히 싫은것도 아니고, 너와 함께 있는것도 나쁘지 않아. 그것 뿐이야"
"읏!"
카와사키가 내 손을 잡아와서 나도 잡아줬다. 그랬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카와사키가 나를 향해 선언한다.
"이, 이걸로 나, 네 여자친구가……맞는거지?"
"……하아?"
카와사키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 녀석?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는 그녀에게 나는 심술궂게 말한다.
"좋고 자시고, 선처한다고 했을때부터 너는 내 여친이라고. 뭘 이제와서――――아파아아!?"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옷!!!"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여자친구에게 처음으로 몇 번이고 걷어차인 오늘 이 시간, 나는 겨우 카와사키가 가라데를 배우고 있었다는걸 실감한 것이었다.
다행히, 상당히 손대중은 해줘서 그리 멍은 생기지 않았지만, 꽤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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