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봉사부의 화려한 방과후
 
골든 위크도 끝나 더위가 현저하게 시작된 오늘 이맘. 교무실 응접 공간에서 히키가야 하치만과 히라츠카 시즈카는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그래서 히라츠카 선생님, 저를 불러낸 이유는 뭡니까"
 
"아아. 이 직장견학 희망 조사표말인데"
 
"뭐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문제는 없지만 조금 의외였어. 네가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쓰다니…"
 
"……하아"
 
 
시즈카는 하치만이 쓴 희망 조사표를 천천히 쳐다본다.
 
 
"네 고독 체질을 봐서 좀 더 남이랑 연관성이 적은 장소를 고를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딱히 고독한건 아닙니다만…"
 
"봉사부에서 보낸 날들이 너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소리지. 나는 기쁘다"
 
"봉사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저는 경찰관을 선택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특별히 문제는 없다면, 저는 이만…"
 
"뭐, 그리 안달내지마라. 그런데 히키가야, 봉사부는 어떠느냐?"
 
 
일어서려던 하치만을 시즈카가 붙들어매고 얘기를 계속한다. 하치만은 어중간하게 올린 허리를 소파에 돌리며 내밀어진 차를 한입 마시고 대답한다.
 
 
"어떤 상황이라고 하셔도 말이죠…. 토츠카군의 의뢰가 끝나고나서는 아무것도 없군요. 유키노시타 씨는 책을 읽고 저와 유이가하마 씨는 휴대폰을 만지고 있을 뿐이고요"
 
"그런가, 의외로 평화롭군. 유이가하마는 그렇다치고 너와 유키노시타는 매일처럼 격전을 펼칠거라고만 생각했다만…"
 
"설전을 잘못 말한거겠죠? 그 사람, 체력이 없으니까 몸을 쓰는 싸움은 할 수 없다구요"
 
"너희 둘의 설전은 격전이랑 같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뭐,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선 그렇겠지요. ……설마 선생님, 봉사부 얘기를 듣기 위해서 불러낸겁니까? 조사표를 핑계삼아서"
 
 
하치만의 탁한 시선을 받고 시즈카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굳었다.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시즈카는 황급하게 변명을 한다.
 
 
"아, 아니, 아니라고? 딱히 부실에 가는게 귀찮았던게 아니라 말이지? 네 눈으로 본 봉사부를 듣고 싶었다고 할까…"
 
"……저기 말이죠, 선생님은 곧잘 자신의 연령을 신경쓰는 언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젊게 대우받고 싶다면 행동방침도 그에 기초에 두는건 어떻습니까? 자기가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남더러 오라니, 완전히 늙은이 발상이라고요"
 
"그허억!?"
 
 
언어의 창이 용서없이 시즈카의 가슴을 뚫는다. 마음에 입은 상처를 누르고 고개숙인 시즈카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하치만은 남은 차를 조용히 비웠다. 그리고 교무실에서 나가려고 가방에 손을 대니 소란스러운 여자애의 목소리가 하치만의 귀에 닿았다.
 
 
"아-! 있다--!!"
 
 
하치만을 손가락질하면서 들어온 유이가하마 유이와 그 뒤에서 흑발 트윈테일을 흔들면서 따라들어오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유,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냐… 미안하지만 히키가야를 빌리고 있었다…"
 
"따, 딱히 제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선생님, 몸 상태라도 나쁜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묘하게 괴로워보이는 시즈카를 보고 걱정스러운듯이 묻는 유이. 시즈카는 겨우 재기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담배에 불을 피웠다.
 
 
"그래서 두 사람은 왜 여기에 온겁니까?"
 
"네가 부활동하러 오지 않으니까 찾으러 온거야, 유이가하마는"
 
"맞아 그거! 일부러 물어보고 왔거든! 엄청 큰일이었어!"
 
"이것 보십시오. 젊은이 대표격인 유이가하마 씨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즈카 할머니는…"
 
"그헉, 그흡!! 그흡쿨럭!!"
 
 
재공격을 받은데다 들이키던 담배 연기가 막혀서 시즈카는 다시 고개숙여버렸다. 유이가 그 등을 황급히 문지르고 유키노는 기막힌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서, 선생님 정신차리세요!"
 
"콜록콜록……아, 아아…. 미안하다, 이제 괜찮다…. 너희는 부활동하러 가거라…"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셋을 봉사부로 보낸 시즈카. 그후 잠시간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뜨뜻한 시선을 받게 되었던 것이었다….
 
 
 
 
 
~~~~~~~~~~~~~~
 
 
 

"……저, 저기 힛키. 휴대폰 알려줄래? 아니, 그게, 일부러 찾으러 돌아다니는것도 이상하구, 부끄럽구…. 어떤 관계인지 묻는건 말도 안 되구…"
 
"좋습니다. 주소는 유이냥으로 등록해둘까요"
 
"유이냥은 뭐야!? 어라, 그보다 그거 내 휴대폰!? 어느 틈에!"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메일 주소 교환을 제안한 유이였지만 하치만은 그걸 듣고 순식간에 유이의 휴대폰과 자신의 ㅣ휴대폰을 손에 들고 타자로 메일 주소 등록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보다 적외선 쓸 수 있으니까 그쪽을 써. 타자는 귀찮잖아?"
 
"……그것도 그렇군요. 아니, 맨날 타자로 치다보니 그만…"
 
 
그렇게 말하고 유이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서로에게 적외선을 보낸다. 하치만의 휴대폰 주소록에 새롭게 등록된건,
 
☆★유이★☆
 
라는 반짝반짝한 이름이었다.
 
 
"……보세요. 이런게 있으니까 타자가 더 좋습니다. 뭡니까, 이 이름은"
 
"헤? 귀엽지 않아?"
 
"귀엽지 않습니다. 역시 유이냥으로 바꿔두겠습니다. 이 등록명이라면 스팸메일로 착각해서 민폐 메일 박스에 보내버릴것 같습니다"
 
"좀, 뭐야 그거!? 유이냥이 훨씬 더 징그럽잖아!"
 
"아니, 이쪽이 더 징그럽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굴 상반신을 손으로 가리고 피스 사인을 한 사진이 첨부되고 내용이 『지금, 남친 모집중이에요-♩(하트)』같은 메일이 올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상상해보고 스스로도 슬퍼질 정도로 위화감이 없어!? 하지만 그래도 유이냥은 아니거든!"
 
"그럼 센죠가하마 씨로"
 
"흉악하다!? 그럴거면 유이냥이 훨씬 나아!"
 
"그럼 유이냥으로 바꿔둘까요. 정말이지, 괜한 수고가 드는군요…"
 
"…어, 내가 나쁜거야?"
 
 
어딘가 납득하지 못하는 유이를 방치하고 하치만은 유키노에게 휴대폰을 든채로 말을 걸었다.
 
 
"유키노시타 씨도 메일주소 교환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일단 부장과 부원의 관계니까요, 뭔가 연락수단은 있는 편이 좋겠지요?"
 
"……그러네.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네가 하는 말도 일리 있어"
 
"과연, 얘기가 빠릅니다. 그럼 등록명은 유키농으로 해두겠습니다"
 
"……기분 나쁘니까 그만두지 않겠니. 그리고 남의 물건을 허가없이 만지는건 그만해"
 
 
그런 유키노의 말을 무시하고 하치만은 유키노의 휴대폰을 들고 메일 주소를 입력한다. 등록명은 물론 유키농이다.
 
 
"자, 이걸로 두 사람다 저하고 메일 친구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내밀어진 자신의 휴대폰을 유키노는 한숨을 쉬면서 받는다. 주의해도 소용없다고 깨달은 모양이다.
 
 
"힛키는 말야, 등록한 사람을 전부 별명 붙이는거야?"
 
"그렇습니다. 친근감이 있어서 좋잖아요?"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한테도 붙였어?"
 
"물론이고 말고요. 이 학교 사람이라면 히라츠카 선생님과 토츠카군, 그리고 자이모쿠자군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휴대폰 주소록을 펼쳐서 두 사람에게 보여준 하치만. 등록되어있던 이름은,
 
 
시즈짱(독신)
 
사이짱(남자)
 
안경 햄남
 
 
이었다.
 
 
"…왜, 왠지 굉장하네…"
 
"네. 특히 히라츠카 선생님은 고민했습니다. 독신 28호로 할까 생각했지만 역시 가여워서 말이죠"
 
"……헤, 헤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라 유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의뢰자도 오지 않아서 시간 죽이기로 각자 독서나 휴대폰 만지기에 정을 쏟고 있을때 갑자기 유이가 휴대폰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니?"
 
"아, 응……아무것도 아니지만. 좀 이상한 메일이 와서 우왓, 생각한것 뿐이야"
 
"히키가야, 재판사태가 일어나고 싶지 않다면 이후로 그런 음란 메일을 보내는건 그만두렴"
 
"저는 그런 성희롱 메일을 보내지 않습니다. 무슨 증거가 있어서 하는 소립니까"
 
 
하치만이 용의를 부인하니 유키노가 이겼다는 얼굴로 머리카락을 사락 쓸어올렸다.
 
 
"그 말이 증거라고 해도 좋아. 범인의 대사는 정해져 있는걸. 『증거는 어디에 있다는거야』『대단한 추리네, 너는 소설가라도 되는 편이 좋지 않겠나』『왜 나만 의심하는거야』"
 
"과연. 그럼 사건이 일어나서 첫 탐정의 추리는 대개 어긋난다, 라는것도 정해져 있겠군요. 특히 당신은 마구 찔러대는것 같으니까요. 머리가 좋고 명가 출신에 고압적인 태도로 남을 바보취급하는 언동을 반복합니다. 주인ㄴ공이라기보다는 구역질나는 서브 캐릭터군요. 아, 아니면 상황증거로 범인을 단정짓는 무능한 형사입니까?"
 
 
하치만의 반격에 유키노는 이겼다는 얼굴을 찡그린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려고 유이가 황급히 중재에 들어갔다.
 
 
"둘 다 진정해! 그리고 이거, 힛키는 관계없다고 생각해"
 
"……증거는?"
 
"뭐라고 할까, 내용이 우리 반 일이야. 그러니까 힛키는 관계 없다가ㅗ 할까"
 
"그래. 그럼 히키가야는 범인은 아니구나"
 
"왠지 석연치 않지만 의심이 풀렸다면 됐다고 할까요"
 
"…뭐, 이런거 가끔 있지, 별로 신경쓰지 않기로 할래"
 
 
유이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앉아있던 의자 등받이에 있는대로 기대어 천장을 쳐다본다.
 
 
"…한가하네에…"
 
"할 일이 없다면 공부라도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이제 곧 중간고사도 시작되니까요"
 
"…공부같은거, 의미 없지 않아? 사회에 나가면 쓰지 않구…"
 
"유이가하마 씨같은 사람으로만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면 지금쯤 공부따위 없어지겠군요"
 
"맞아, 공부는 의미없다니깐! 고등학교 생활은 짧고, 그런데 전념할 시간이 아깝잖아!"
 
 
하치만의 비아냥을 어째선지 긍정적을오 본 유이에게 유키노가 손을 이마에 대고 기막혀하면서 말한다.
 
 
"유이가하마, 공부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런건 아니야. 오히려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게 공부라는거야. 그야말로 사람 저마다 공부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공부 전부를 부정해야하는건 아니야"
 
"유키농이랑 힛키는 머리가 좋으니까 괜찮지만 말야……나, 공부는 어울리지 않구…"
 
"말해두겠지만, 저는 수학을 힘들어합니다"
 
 
네거티브한 분위기를 깨부수는 발언에 유이뿐만 아니라 유키노도 놀라서 하치만의 얼굴을 봤다.
 
 
"……히, 힘들어한다니이…. 힛키, 학년 톱이잖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죽을만큼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수학이 제일 많군요"
 
"…의외네. 네가 그렇게까지 근면하다니"
 
"뭐, 엘리트니까 당연합니다. 요컨대 머리가 좋은 사람도 못하는 교과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나도 제대로 공부할까…. 그렇지, 유키농 공부모임하자!"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니"
 
"혼자서 하는것보단 낫잖아! 시험 일주일 전부터 부활동도 못하게 되니까 오후에는 시간이 비잖아? 플레나의 사이제에서 모여서 공부하자!"
 
"뭐…딱히 상관없지만"
 
"유키농이랑 둘이서 나가는거 처음이네!"
 
"그럴까"
 
 
그렇게 꺄삐꺄삐 떠드는 한 명과 조용히 대답을 하는 한 명을 내버려두고 하치만도 노부메나 다른 메일 친구를 불러서 공부모임이라도 할까-, 적당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해가 상당히 저물었다. 시계를 본 유키노가 펼치고 있던 책을 덮고 부활동이 끝날 시간이라고 본 유이와 하치만도 돌아갈 채비를 시작한다.
 
 
그러자 여기에 부실 문이 두드려졌다.
 
 
"들어오세요"
 
 
유키노가 바로 대답을 하자 실례합니다, 라는 산뜻하나 목소리와 함께 모두가 낯익은 얼굴의 인물이 들어왔다.
 
 
"이런 시간에 미안해. 조금 부탁이 있어"
 
 
하치만이 평가한 침략자이며, 반 카스트 최상위에 소속하는 핸섬남, 하야마 하야토가 봉사부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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