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검호)장군이냐고오오오오오오오!?
 
유이와 유미코의 다툼을 해결하고나서 며칠후. 하치만이 부실로 가니 부실 문 앞에 유키노와 유이가 굳어있었다. 유이의 손에는 어디에서 들거온건지 마대가 쥐여져있다. 문이 조금 열려있는걸 보니 아무래도 안의 모습을 엿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햐악!?""
 
 
하치만이 말을 거니 짧은 비명을 지르고 두 사람의 몸이 뛰어올랐다. 하치만을 향해 비난의 시선이 집중한다.
 
 
"히, 힛키구나… 놀랬어어…"
 
"갑자기 말 걸지 말아주겠니?"
 
"그건 죄송합니다. 그래서 뭘 하고 있는겁니까?"
 
"아, 맞아맞아! 부실에 수상한 사람이 있어!"
 
"……수상한 사람?"
 
 
하치만이 두 사람을 밀어내고 조금 열린 문의 틈새로 눈을 가늘게 뜨고 안을 엿본다. 안에는 안경을 낀 살찐 남자가 서 있었다. 여름도 가까운데 답답한 코트를 나부끼며 손에는 손가락없는 장갑을 기고 있다.
 
 
"……이건 확실히 평범한 사람에게는 짐이 무거운 상황이군요. 여기는 엘리트에게 맡기고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하치만은 두 사람을 물리고 갖고온 가방에서 검게 빛나는 물체를 뽑았다. 그걸 본 두 사람은 명백하게 동요한다.
 
 
"…에? 저기, 힛키?"
 
"알겠습니까? 제가 됐다, 라고 할때까지는 절대로 안으로 들어와선 안 됩니다"
 
"저기, 히키가야?"
 
"1분이 지나도 아무 소리도 없으면 바로 교무실로 가서 경찰로 연락해주세요. 결코 스스로 붙잡으려고 하지 말도록 하세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 손에 들고 있는건…"
 
 
하치만은 비어있는 쪽의 손으로 문을 기세 좋게 열고 교실로 돌입했다.
 
 
"믓!? ……크크크,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히익!?"
 
"얌전하게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들고 투항하세요. 뭘 목적으로 이 부실로 침입한겁니까? 셋을 세는 동안 대답하지 않으면 쏘게 습니다. 네, 하나-"
 
 
쾅! 쾅! 쾅! 쾅! 쾅!!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요란한 발포음과 비명이 오르며 아연하게 서있는 유키노와 유이. 이윽고 문이 열리고 하치만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거수자는 진압했습니다. 이제 들어와도 괜찮습니다"
 
"…라, 라는데, 유키농"
 
"……그, 그래"
 
 
조심조심 안을 들어가니 안에 있던 거수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정좌하고 있었다. 하치만은 거수자의 눈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심문 자세로 들어간다.
 
 
"자, 유키노시타 씨랑 유이가하마 씨, 누구의 사물이 목적입니까?"
 
'오, 오해다 본관의 파트너여!! 본관이 그런, 여자가 소유하는 물품을 뒤지는 축생으로 보이는가!?"
 
"보이니까 이렇게 붙잡으너라구요. 축생 씨.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경찰에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파트너는 뭡니까?"
 
"큭, 다시 봤다 히키가야 하치만!! 파트너인 이 자이모쿠자 요시테루의 얼굴을 잊다니…"
 
"거수자 신고 1, 1, 0…음"
 
"잠깐! 부탁이니까 스톰!!"
 
휴대폰을 꺼내든 하치만에게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거수자,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한 걸음 거리를 두고 경계하면서 유키노와 유이가 두 사람의 얼굴을 번걸아봤다.
 
 
"히키가야… 그쪽은 너를 알고 있는 모양인데…?"
 
"그래. 네놈도 기억하고 있겠지, 그 지옥같은 시간을 함께 헤쳐나온 나날을…"
 
"지옥을 좋아한다면 편도 티켓을 선물드리죠. 도중에 유치장에서 숙박, 빨간 램프가 강조된 화려한 흑백차로 마중이 첨부입니다. 지금 부를테니까 양손을 무고 기다려주세요"
 
"아니 잠깐!! 그런게 아니야! 본관 진짜로 도둑질같은거 안했어!!"
 
"힛키, 얘기가 진전이 안 되니까 제대로 설명해줘…"
 
 
유이에게 재촉받아 하치만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요시테루를 일으켜서 소개한다.
 
 
"전에 체육 시간에서 조를 짰던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군입니다"
 
"그러하다, 본관이야말로 검호장군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다!!"
 
 
거창하게 포즈를 잡으며 겁없는 미소를 지은 요시테루를 데 사람이 차갑게 쳐다본다. 요시테루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코트 자락을 정리하고 하치만을 돌아봤다.
 
 
"……그런데 하치만이여, 여기가 봉사부가 틀림없는가?"
 
"그래, 여기가 봉사부야"
 
 
요시테루의 질문에 하치만이 아니라 유키노가 대답한다. 그러자 요시테루는 순간 유키노의 얼굴을 보고 또 하치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런가. 그럼 히라츠카 교수에게 조언받은대로라면 그대에겐 본관의 소원을 이루어줄 의무가 있는거지? 몇 백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주종관계라니……이것도 하치만 대보살의 인도인가…"
 
"봉사부에는 너의 소원을 이루어줄 의무는 없어. 어디까지나 도와주기 뿐이지. 이루어질지 아닌지는 본인에게 달려있어"
 
"……흐, 흠. 그렇다면 도움을 주겠나 하치만이여. 생각해보니 본관과 그대는 대등한 관계, 이전처럼 천하를 다시 쥐어보지 않겠는가"
 
"평범한 사람과 엘리트를 같은 선상으로 취급하지 마세요. 거기다 천하를 쥔다면 저는 가장 먼저 당신을 베겠지만요"
 
"호오……그건 선전포고로 받아들여도 좋겠지? 뭐, 확실히 그대의 최대의 적이 되는건 본관 말고는 없으니까! 므하하하!"
 
"아뇨, 당신같은 하수는 방해가 되어서 필요없으니까요"
 
"훗…그 거만한 입은 옛날부터 변함이 없나……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네놈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라 기쁘다…"
 
 
그리운듯이 밖을 쳐다보는 요시테루. 대화가 도중에 끊겨서 유키노가 하치만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귓속말을 한다.
 
 
"저기…뭐니? 저 검호장군이라는건"
 
"저건 중2병이라는 거군요. 아십니까?"
 
"……아니, 들은 적이 없어"
 
"나도 몰라-"
 
"그렇겠죠. 뭐, 병이라고 붙이고는 있지만 진짜 병은 아니니까요. 마음의 병이라고 해야할까요, 자신에게 있지도 않은 힘이 깃들어 있다고 착각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나 신의 환생이라고 갑자기 말하거나, 무의식중에 안대를 끼거나 무의미하게 붕대를 감거나, 무의미하게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소리를 하는, 사춘기에게 흔해빠진 병입니다"
 
"……요컨대 스스로 그런 설정을 만들어서 그걸 토대로 연극을 하고 있는거구나"
 
"대충 그걸로 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검호장군이라는건 무로바치 막부를 제 13대 정이 대장군인 아시카가 요시테루를 칭한 별명이며, 그의 설정도 아시카가 요시테루를 기반으로 어레인지를 가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를 동료로 보고 있는건 어째서?"
 
"글쎄요……이 외알 안경탓이 아닐까요? 중2병 환자중에는 이상한 아이템을 장비하는 케이스도 있는 모양이니까요. 그거나 제 이름에서 하치만 대보살을 연상한게 아닐까요. 하치만 신은 무가의 수호신으로서 많은 무장에게 숭배되어 왔으니까요. 특히 아시카가 요시테루는 무술에 있어선 역대 정이 대장군 중에서도 빼어났으니까요"
 
 
하치만이 설명을 마치자 유키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있었다. 유이에 이르러선 약간 존경의 듯을 담아 하치만을 보고 있다.
 
 
"꽤나 자세하구나"
 
"엘리트니까요"
 
"…이상한 아이템이란거 말야, 외알 안경도 그렇지만, 그것도 아냐?"
 
 
유이가 가리킨건 아까부터 하치만이 쥐고 있는 권총이었다.
 
 
"이건 에어 소프트건입니다. 진짜에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금 개조했습니다만. 무로마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와~ 오타쿠스러워…"
 
"오타쿠는 아닙니다, 스페셜리스트……아니, 엘리트입니다"
 
"왜 고쳐 말한거야……그거 위험하지 않아? 학교에 들고와도 괜찮아?"
 
"지금은 공포탄이니까 다칠 걱정은 없습니다. 갖고와도 괜찮은건 아니지만…이렇게 거수자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눈을 감아주시겠습니까?"
 
"뭐, 뭐어 괜찮긴 하지만…그래서 어쩔거야……저거"
 
 
유이는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으로 요시테루를 본다. 유키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망설임없이 요시테루의 눈 앞으로 걸어갔다. 눈 앞에 선 유키노의 박력에 요시테루는 숨을 삼킨다.
 
 
"대충 알았어. 네 의뢰는 그 중2병을 치료하는것…그게 맞니?"
 
"……하치만이여, 본관과 그대의 계약하에, 짐의 소원을――"
 
"얘기하고 있는건 나야. 사람과 얘기할때는 그 사람을 보렴. 그리고 그 말투도 그만해"
 
"……므, 므하하하. 이건 어찌……"
 
"그만하라고 말했는데"
 
"아, 네…"
 
 
심문 담당자가 하치만에게서 유키노로 바뀌어 요시테루는 횡설수설 의뢰내용을 밝혔다.
 
자이모쿠자 요시테루가 봉사부에 온 목적은 유키노와 유이의 사물이 아니고 중2병의 치료도 아니라 자신이 쓴 소설을 읽고 감상을 들려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는 학교에 소설을 읽고 감상을 해줄 친구는 없고, 그렇다고해도 인터넷 소설 투고 사이트에서 감상을 받는건 혹평을 받아 죽어버리니까 싫다는 모양이다.
 
일단 그 자리는 해산하게 되어 각자 집에서 읽고오고나서 내일 감상을 들려준다는걸로 얘기가 났다.
 
 
 
 
~~~~~~~~~~~~~
 
 
 
"……코마치, 아까부터 하치만은 뭘 보고 있는거야?"
 
"아무래도 부활동 의뢰로 소설을 읽도록 부탁받은것 같아요~"
 
"……엄청 재미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런가요? 코마치에겐 평소랑 똑같이 무뚝뚝하게 보이는데요…"
 
"눈이 현재진행형으로 썩고 있으니까 알아"
 
"원래부터 썩었는데 더 썩는다니…얼마나 재미없는걸까요~?"
 
"……볼래?"
 
"……그렇네요, 조금 신경쓰이구요. …오빠야~!! 그거 코마치네한테도 보여줘~!"
 
 
 
 
 
 
~~~~~~~~~~~~~~~~~~
 
 
 
다음날, 하치만은 눈 아래에 옅은 다크서클을 만들고 학교에 왔다. 코마치에게 가볍게 기분 나쁘다는 소리를 들은게 조금 충격이었지만 그것 말고는 특별히 문제는 없이 방과후를 맞이한다.
 
 
"힛키 기운없네, 왜 그래-?"
 
"…어제만큼 고통으로 가득한 밤을 보낸 적은 없습니다. 재미없는걸 읽는다는건 괴롭군요…"
 
"……그, 그치-. 나도 엄청 괴로웠고 엄청 졸렸구 말야?"
 
"……설마 안 읽은겁니까?"
 
"……빠, 빨리 부실 가자! 유키농 분명 벌써 왔을거야!"
 
"유이가하마 씨, 안 읽은겁니까? 저기, 안 읽은겁니까?"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유이를 하치만은 잠부족으로 짜증난 탓인지 험악한 얼굴로 쫓아온다. 그렇게해서 부실에 도착하니 안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키노가 앉아 있었다. 유키노는 부실에 들어온 하치만의 얼굴을 보고 눈을 딱 떴다.
 
"…놀랬어. 네 얼굴을 보면 단번에 눈을 뜨는구나"
 
"도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으로는 상당히 고생하신 모양이군요"
 
"그래…오랜만에 철야까지 해버렸어. 이런건 별로 읽지 않고, 별로 좋아할 수 있을것 같지 않아"
 
"아-, 나도 무리무리"
 
"딱히 무리해서 좋아하게 되지 않아도 괜찮지만요. 그리고 유이가하마 씨, 그런 말은 읽고나서 말하세요"
 
"……네에-…"
 
 
유이가 소설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려던 차에 요시테루가 부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이리오너라!"
 
되게 자신만만한 요시테루가 팔짱을 끼면서 의자에 쿵 앉고 대면에 유키노, 그 양옆에 하치만과 유이가 앉는다.
 
 
"자, 그럼 감상을 들려주실까!"
 
"미안해, 나는 이런건 잘 모르지만…"
 
"상관없다. 일반적인 의견도 듣고 싶은 참이었으니"
 
"그래. 그럼 똑바로 말하겠는데…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어. 읽는게 괴로워서 견딜 수 없을 수준이야"
 
"거흐윽!!"
 
 
일도양단. 자비도 용서도 없는 유키노시타의 평가에 요시테루는 큰 대미지를 입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서서 어떻게든 말을 이었다.
 
 
"……차, 참고로 어느 부분이 재미없었는지 가르쳐줄 수 있는가…?"
 
"우선 문법이 엉망이야. 왜 항상 도치법인거니? 문법 사용법을 초등학교에서 안 배웠어?"
 
"으윽…그건 평이한 문체로 독자의 친근함을…"
 
"거기다 루비말인데, 오용이 많아. 환홍인섬이라고 쓰고 왜 블러디 나이트메어 슬래쉬가 되는거니? 나이트메어는 어디에서 왔어?"
 
"거흑! 우우…아니다…요즘 이능 배틀에선 루비의 읽는법에 특징을…"
 
"그건 너의 단순한 자기만족이잖니? 거기다 여기서 히로인이 옷을 벗는건 왜? 필연성이 전혀 없어서 기가막혀"
 
"히기익!! 하, 하지만, 그런 요소가 없으면…"
 
"그리고……완결하지 않은 이야기를 남에게 읽게하지 말아주겠니. 문학의 재능 이전에 상식을 배우는 편이 좋겠어"
 
"삐약!!"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쓰러진 요시테루를 보고 정신공격이 물리에도 적용되는 착각을 하치만은 느꼈다. 한차례 말을 다한 유키노는 옆에서 소설을 읽는 사이에 졸음에 몸을 맡기고 있던 유이에게 순서를 넘긴다.
 
 
"그럼 다음은 유이가하마일까?"
 
"…어? 으음……어, 어려운 한자 많이 알고 있네!"
 
"히데붓!!"
 
 
바로 추가타를 날려버린 유이. 요시테루는 일말의 희망을 맡기고 있었지만 그건 무척이나 간단하게 박살나버렸다.
 
 
"그, 그럼 마지막은 힛키, 해줘!"
 
"……"
 
 
하치만은 말없이 가방 속에서 종이다발을 꺼냈다. 요시테루의 소설에 다른 종이를 첨가한 모양이다.
 
 
"……하, 하치만. 그대라면 이해해…"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작품중에서 가장 시답잖은 작품이었습니다"
 
"그허억!!"
 
"우선 히로인이 너무 간단하게 함락됩니다. 이야기가 중반조차 가지 않은 단계에서 키스를 조른다니, 무슨 빗치입니까"
 
"그헉!"
 
"그리고 주인공인데요, 어째서 갑자기 각성한 힘을 오랜세월 다룬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겁니까? 날린 기탄이 백발백중이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삐갸악!"
 
"애시당초 이거, 학원물로 할 필요 있습니까?"
 
"부흡……부히, 부히히……"
 
 
요시테루는 바닥을 뒹굴거리다 벽에 격돌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거기서 더욱 하치만이 추격을 가했다.
 
 
"그리고 제 동생과 미래의 아내도 읽어줬지만 그 둘에게 받은 감상을 들어뒀습니다"
 
"…자……잠깐…이 이상 들으면 본관, 죽어버려……"
 
"으음, 동생한테는…『끝나지 않았다는건, 아직 후속이 있다는거지! 안 써도 돼요! 전혀 신경쓰이지 않구, 수습이 되지 않게 되는건 눈에 보이니까요! 새로운건 이것보다 좋아지면 좋겠네요!』"
 
"우…우그아아아…"
 
"노부메 씨한테는 『이걸 본 하치만의 눈이 썩어 떨어지면 어떡할거야. 또 이런 졸작을 읽게하면 네 ○○삐-를 베어버릴거야』라고 합니다"
 
"…………"
 
 
요시테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닥을 기어가면서 거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니 손발을 부르르 떨면서 일어섰다.
 
 
"……또, 읽어주겠나?"
 
 
아까전과는 바뀌어, 제대로 된 어조로 요시테루는 물었다. 그 눈동자는 하치만과 거북했을터인 유키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아직도 할겁니까? 그만큼 혹평을 받았는데"
 
"물론이지"
 
 
즉답한 요시테루를 하치만은 외알안경 너머로 관찰한다.
 
 
"확실히 혹평을 받았다. 그냥 죽어버릴까- 어차피 살아있어도 인기 없고 친구 없고 그냥 본관 말고 다 죽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기뻤던거다. 자신이 좋아해서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감상을 듣는다는건 좋은 일이군. 이 마음에 뭐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을지 모르겠지만……읽어주면 역시 기뻐"
 
 
조금 수줍은듯이 볼을 긁으면서 요시테루는 웃는다. 그건 검호장군으로서 웃음이 아니라 루키 작가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로서의 미소였다.
 
 
"성장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찢어버릴테니까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훗……바라던 바다. 신작을 쓰면 갖고 오지. 신세를 졌다"
 
 
뒷모습으로 한손을 들고 요시테루는 천천히 봉사부를 나갔다.
 
 
 
……라고 생각했더니 재빠르게 돌아왔다.
 
 
"……저기, 역시 찢는건 말아주세요…"
 
 
그 자리가 안타까운 분위기가 된건 말할것 까지도 없겠지….
 
 
 
 
 
 
 
 
 
 
 
 
 
 
 
 
 
 
 
 
 
 
 
 
며칠후, 하치만은 시즈카에게 호출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있잖느냐, 히키가야. 자이모쿠자의 의뢰가 있던 날에 교내에서 총성이 났다는건 알고 있나?"
 
"알고자시고, 출처는 저니까요"
 
"……저기말이다? 너도 남자애니까 그런거에 흥미가 있는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교내에서 쓰지마!! 부실에서 쓰면 내 감독 책임도 된다고!? 그걸 이해하고 있는거냐!?"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긴급을 요구했으니까요…"
 
"변명하지마!! 정말이지, 너라는 녀석은…"
 
"죄송했습니다"
 
"……뭐, 됐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네. ………그럼 저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만"
 
"……어? 뭐, 뭐냐?"
 
"자이모쿠자군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소개로 봉사부에 왔습니다. 그건 틀림없지요?"
 
"아, 아아"
 
"그럼 왜 내객이 있다는걸 봉사부의 누구에게도 전해주지 않았던겁니까. 부실에는 자이모쿠자군밖에 없었지만 그는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아마 선생님이 데려온거겠지요?"
 
"그렇…다만…"
 
"데려왔다면 보통은 누군가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려야하는건 아니었습니까? 당신 고문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부외자를 혼자 두고가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 아니이……나도 여러모로 바빠서 말이지…"
 
"저나 유키노시타 씨나 유이가하마 씨, 누구 한 명에게 말조차 못할만큼 당신은 바빴습니까? …실은 자이모쿠자군의 상대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내버려두고 도망친게 아닙니까?"
 
"…큭…!?"
 
"저기말이죠, 원래는 유키노시타 씨밖에 없는 부활동이었지요? 유키노시타 씨를 목적으로 음흉한 짓을 꾀하는 인간이 없다고는 한할 수 없으니까, 남자 한 명을 두고가는 짓은 하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이번에 그도 엄청 수상쩍었잖습니까. 통학로에 있으면 취조당할 수준으로 괴짜잖습니까."
 
"뭐, 뭐얼, 걱정은 필요없다. 유키노시타는 합기도의 심득도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정말로 여성입니까? 그렇다고 위험물을 갖고와도 좋을리가 없잖습니까. 일반적인 여성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헉!!"
 
"아까 감독책임이라고 하셨지요, 스스로 그걸 던져서 어쩌자는겁니까. 만약 유키노시타 씨나 유이가하마 씨가 심신에 상처를 입으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그, 그건 남자인 네가 그녀들을 지켜서…"
 
"위험물을 들여보낸 장본인이 뭘 얼버무리는건지…. 물론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 지킬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걸 할거면 우선 당신을 구제하겠습니다, 사이비녀"
 
"그허억!?"
 
"애시당초 자이모쿠자군을 누구에게 설명했으면 이런 일은 되지 않았을테니까, 선생님도 반성해주세요. 성가신 일을 봉사부에 몽땅 떠넘기는 고문따윈 필요없으니까요. 짤리고 싶지 않으면 좀 더 책임을 갖고 행동해주세요"
 
"……훌쩍…네……"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뭘 할지는 알고 있지요? 경솔한 행동으로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친 사죄로 도너츠를 사오세요. 그리고 봉사부에 가져다넣어주세요. 두 사람다 부실에 있을테니까 얼른 가주세요"
 
"…알겠습니다……다녀오겠습니다……"
 
 
훌쩍이며 도너츠를 사갖고 온 시즈카를 보고 유키노와 유이가 입을 다문건 말할것 까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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