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사슬의 악의
 
사슬의 악의
 
돌아갈까 생각하던 차의 내객에 하치만은 조금 언짢아지고 항의의 뜻을 담은 시선을 하야토에게 향한다. 하야토는 그걸 받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좀처럼 부활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말야. 수험전은 부활동 휴식하게 되어버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안에 메뉴를 처리해두고 싶었던 모양이야. 미안해"
 
"서두는 됐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온거지, 하야마 하야토?"
 
 
방문이 늦어진 이유를 말하는 하야토였지만 평소보다도 얼마간 차가움이 늘어난 목소리로 유키노가 그걸 끊는다.
 
 
"아아, 그랬지. 봉사부는 여기가 맞지?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고민거리라면 여기라고 소개받았는데…. 늦은 시간에 미안해. 유이도 모두 이후에 예정이 있다면 사과하겠는데…"
 
"예정이라고 할까, 이제 돌아갈 참이었습니다"
 
"아니, 그게 어쩔 수 없어 힛키. 하야토는 축구부의 차기 부장이구…"
 
"호오…"
 
"아아, 히키타니. 얼마전에는 미안했어. 연습에 끼어들어서 정말로 미안해"
 
"끼어들고나서 깨닫는게 늦군요. 뭐 됐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니까 모르는것도 당연하겠고요. 거기다 당신들에겐 충분히 먹이로서 역할을 해주셨으니까요. 토츠카군, 테니스부에도 조금 활기가 나왔다면서 기뻐했습니다"
 
"……하, 하하하…"
 
 
유이의 보조도 허망하게 하치만에게 싹둑 잘려서 마른 웃음밖에 못 짓는 하야토.
 
 
"그보다, 뭔가 상담이 있는겁니까"
 
"아아…그거 말인데, 이걸 봐주지 않겠어?"
 
 
하야토는 휴대폰을 꺼내어 재빨리 버튼을 조작하고 화면을 하치만네에게 보여주듯이 돌린다.
 
 
"뭡니까? 메일친구가 되고 싶은겁니까? 그럴거면 그런거라고 말하면 됐지 않습니까"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자세히 보렴. 상담은 이 메일에 대한거 같아"
 
"아…이건…"
 
 
휴대폰 화면을 본 유이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고 하야토와 마찬가지로 화면을 보여주듯이 돌린다. 그 두 휴대폰 화면에는 완전히 같은 메일이 쓰여있었다.
 
 
『토베는 이나게의 컬러갱 멤버고 니시고 애들을 잡고 있었다』
 
『야마토는 세다리를 걸치는 최악의 쓰레기자식』
 
『오오오카는 연습시합에서 상대학교 에이스를 박살내기 위해 거친 플레이를 했다』
 
 
토베, 야마토, 오오오카 셋을 험담하는 메일. 그게 몇 번이나 보내졌었다.
 
 
"봐, 아까 말한 이상한 메일이야…"
 
"체인 메일이구나"
 
"아아. 이게 돌고나서 왠지 교실 분위기가 나빠서 말야. 거기다 친구를 험담하는게 쓰여있으면 화가나고"
 
 
남의 악의를 확산시키는 체인메일. 유이나 하야토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교실의 많은 사람에게 보내진다는건 하야토가 말했던것처럼 분위기에서 틀림없다.
 
 
"그만두게 하고 싶어. 이런건 기분 좋은게 아니니까……아, 하지만 범인 찾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야. 원만하게 수습할 방법을 알고 싶어. 부탁할 수 있을까?"
 
"거절합니다"
 
 
바로 하치만이 거절을 했다. 하야마의 얼굴이 경직되고 유키노가 뚱해진 얼굴로 하치만을 노려본다.
 
 
"잠깐, 무슨 생각이니. 봉사부 부장은 나란다? 멋대로 거절하지마"
 
"아니, 그치만 이거. 봉사부가 떠맡을 일이 아니잖습니까. 자기개혁고 뭐고 관계없고요"
 
"……그건, 확실히…"
 
"……그, 그걸 어떻게든 부탁할 수 없을까?"
 
"할 수 없겠군요-"
 
 
봉사부의 활동이념하고는 떨어진 의뢰라고 지적받고 유키노는 떨떠름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하야토가 다시 부탁해보지만 하치만은 들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안 됐지만 이건 히키가야의 주장이 올발라. 봉사부는 해결사는 아니니까"
 
"그, 그럼 이대로 내버려둘거야…?"
 
 
불안스럽게 유이가 유키노를 본다. 그러자 유키노는 고개를 가로로 살짝 저었다.
 
 
"아니. 그러니까 의뢰 내용을 조금 바꾸면 돼. 범인을 찾아내서 두번 다신 이런 짓을 못하도록 재교육한다. 이거라면 충분히 봉사부 활동 범위 내야. 상관없지, 하야마?"
 
"……아아, 맡아준다면 그거면 됐어"
 
"그런거야. 뭔가 반론은 있니"
 
"아니요, 딱히…"
 
 
반론이 없다고 하치만이 대답을 하자 유키노는 득의양양하게 이겼다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바로 표정을 조으고 체인 메일이 보내지게 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메일이 보내지게 된건 언제부터인지 아니?"
 
"으음, 저번주말부터야. 그치, 유이?"
 
"응"
 
"저번주말부터 갑자기 시작됐구나. 그래서, 저번부말에는 뭐가 있었니?"
 
"특별히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응, 평소대로였어…"
 
"그래… 일단 묻겠지만 히키가야는?"
 
"…저번주말이라고 하면 진로조사표 제출과 직장견학 그룹 편성 얘기가 있던 정도…아아, 과연"
 
"우와, 그거야…"
 
 
직자아견학 그룹 편성이라 듣고 눈치가 간 모양인 하치만과 유이. 그것과 대조적으로 유키노와 하야토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어, 그런거야?"
 
""아니, 이런 행사의 그룹 편성은 그 후의 관계성이랑 관계 있으니까. 민감해지는 사람도 있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는 유이를 유키노와 하야토는 이상하다는 듯이 본다.
 
 
"하야마, 쓰여있는건 네 친구, 라고 했지. 네 그룹은?"
 
"아, 아아…그러고보니 아직 정하지 않았어…. 일단은 그 셋 중에서 갈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범인, 알아버렸을지도…"
 
"설명해주겠니?"
 
"응, 그룹 편성은 셋이서 1조가 되지만 그건 항상 함께 있는 넷 중에서 한 명이 따돌려진다는거잖아. 그걸로 빠지는 사람은 상당히 괴로울거야"
 
 
직장 견학은 좋아하는 사람 셋이서 짜게 되어서 평소엔 넷이서 있는 하야마 하야토의 그룹에선 필연적으로 한 사람 따돌려지게 된다. 그 한 사람으로 자신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누군가를 밀쳐낼 수밖에 없다. 유이의 실감이 담긴 무거운 목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럼 그 셋중에 범인이 있다고 봐도 틀림없겠네"
 
"자, 잠깐만 기다려줘! 난 그 녀석들 중에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기다 셋을 험담하는 메일이야. 그 녀석들은 아니잖아"
 
"그럴까요. 그 사람들, 그리 사이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건 무슨 소리야, 히키타니"
 
 
하치만의 말에 하야토는 분노와 불안을 보인다.
 
 
"그치만 그 사람들이 셋이서 사이 좋게 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오늘도 나는 그 녀석들과…"
 
"당신이 들어 있으면 넷이잖습니까"
 
"……!"
 
"제가 생각하건데, 하야마군을 제외한 관계는 양호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적어도 서로 악담을 태연하게 쓸 정도의 사이입니다"
 
"……왠지 그거 알것 같아. 대화속에 중심인물이 없어지면 어색해지지. 그래서 그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구…"
 
"……그런거니?"
 
 
유키노가 유이의 옷 소매를 당기면서 물으니 유이가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 끄덕인다. 하야토는 예상도 못했던 사태에 허둥대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히키가야가 그걸 알고 있는거니? 지갑을 훔칠 기회라도 엿보고 있던거니"
 
"……반대로군요. 훔쳐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고 할지… 무의식중에 주위 모습을 살핍니다"
 
 
1학년 무렵에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에서 하치만은 평범한 학교 생활에서도 경계심을 갈마하도록 되었다. 그것이 이런데서 도움이 될 줄은 본인도 생각 못했겠지만.
 
 
"일단 그 사람들을 가르쳐주겠니?"
 
"…알았어. 토베는 나랑 같은 축구부고 겉보기엔 나빠보이지만 가장 흥을 잘 타고 무드 메이커야. 문화제같은데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는 좋은 녀석이야"
 
"시끄러운것 말곤 능력이 없는 아첨꾼이라…"
 
 
깎여졌던 하야토의 멘탈을 더욱 깎아내리는 유키노의 인물평가. 입을 다물어버린 하야토를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유키노는 계속 말해, 라며 재촉했다. 하야토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을 도로 먹고 계속한다.
 
 
"야마토는 럭비부. 냉정하고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서 마이페이스와 조용함이 남을 안심시켜준다고 할까.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이야. 좋은 녀석이야"
 
"반응이 둔한데다 우유부단…"
 
"오오오카는 야구부야. 친근해서 항상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지. 상하관계에도 신경을 쓰고 예의 바르고 좋은 녀석이야"
 
"남의 안색을 살피는 바람 측정기구나"
 
"……"
 
 
하야토도 유이도 유키노의 혹평을 앞두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참고로 하치만은 가볍게 흘려들으며 노부메에게 『봉사부에 얼마전에 사이짱한테 시비건 녀석한테 의뢰 왔다능. 유키농 레알용서없다능(웃음)』이라는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셋의 특징을 쓴 메모를 쳐다보면서 유키노가 으음 소리를 낸다.
 
 
"누가 범인이어도 이상하지 않구나. 이것만으로는 범인을 추정하는건 어려워…"
 
"추정할 방법이라면 있습니다"
 
 
휴대폰을 덮고 주머니로 넣은 하치만의 말에 유키노의 눈이 메모로부터 떨어졌다.
 
 
"……들려주겠니? 대체 어떡하려고 하는거니?"
 
"간단합니다. 하야마군이 셋 중 누군가와 짜려고 하는걸, 넌지시 냄새맡게 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체인 메일이 멈추면 짜려고 한 둘 중에 누군가가 범인. 멈추지 않으면 따돌려진 사람이 범인입니다"
 
"과연. 따돌려지는걸 우려해서 체인 메일을 보내는거라면, 따돌려지지 않는다는걸 알면 멈추고 따돌려져버리면 더 계속된다는거구나"
 
"네. 만약 셋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지만요"
 
"……그 가능성도 있었구나"
 
 
당연하지만 체인 메일의 주소는 전부 다른 사람. 그런데다 용의자 전원이 범인이라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점점 퍼져가는 불신감에 하야토는 피폐해지고 있었다.
 
 
"어쨌든 이 방법이라면 최저한 한 사람은 범인을 알 수 있을테니까 해봅시다"
 
"…그러네, 하야마. 그거면 되겠니"
 
"……알았어. 하지만 한 가지 괜찮을까? 만약 범인을 알게 되면 우선 내가 그 녀석과 대화해볼게. 그래서 체인 메일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면 좋겠어"
 
"……어떡하겠습니까?"
 
"……뭐, 재교육을 하야마가 맡겠다는거라면 상관없어, 유이가하마, 너는 어떠……유이가하마?"
 
"…………어? 아, 으, 응, 괜찮다고 생각해…"
 
 
어두운 표정으로 내내 입을 다물고 있떤 유이였지만 유키노가 말을 걸어서 제정신을 차리고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유키노도 하치만도 그게 조금 걸렸지만 거기에 대해서 건드리지 않고 해산하게 됐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05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