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히키가야 하치만은 수비의 극의를 전수한다【20】
 
"여기있어"
 
"아. 고마워-"
 
유키노에게 홍차를 받고 한입 마시는 에비나. 아까 토베의 일도 있어서 유이는 상당히 안절부절 거리고 있다. 나도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쓸 일도 없으니까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에비나. 무슨 용건이니?"
 
"응-, 내가 온건 의뢰가 아니지만 말야. 부실에서 토벳치랑 하야토가 나가는걸 봤거든"
 
"""읏……"""
 
……괜찮아. 나와 유키노는 무표정을 관철하고 있다. 하지만……
 
"응? 유이 왜 그래?"
 
"우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유이는 틀렸나…….
 
"하지만 유이랑 유키노시타가 있는건 의외였네-"
 
"어째서니? 여기는 봉사부의 부실이야. 우리가 있는건 당연하잖니"
 
"그치만……하야토랑 토벳치가 같은 교실에서 나왔다구!? 게다가 봉사부라는건 히키타니도 있다는거잖아! 이건 이젠 셋이서 얽고설키는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야하치토베! 좋아……와씁니다아---!"
 
"와-! 히나, 코피-!"
 
"……하치만은 내 소중한 사람인데, 그런 짓을 할리가 없잖아……"
 
"당연하지"
 
뭐가 슬퍼서 남자끼리 그런 짓을 해야하는건데.
 
"뭐어야, 유감이네"
 
"아, 아하하……히나는 정말로 그런걸 좋아하네"
 
"당연해. 차라리 사는 보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망언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그런 멋진걸 가까이서 안심하고 볼 수 있는……지금을 좋아해, 나는"
 
"아-, 나도 알겠어-. 이유는 다르지만 보고 있으면 재미있구"
 
……아니다. 아마 지금 에비나가 말한 의미는 호모나 BL이나 그런 부류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저런 그늘이 있는 표정은 안 짓겠지…….
 
"……에비나, 그건……"
 
"응? 왜 히키타니? 아, 혹시 하야토랑 토벳치한테 질투야?"
 
"아냐. 그게 아니라……아까, 지금을 좋아한다고 말했지?"
 
"……응, 말했어"
 
"그런가……"
 
……요컨대 지금 일상을……환경을 부수고 싶지 않다는건가……아마, 지금 이 타이밍에 그런 얘기를 꺼낸 의미는……
 
 
 
 
 
 
 
 
 
 
 
"토베의 고백 저지, 인거니?"
 
"……헤?"
 
"읏……"
 
……놀랬다. 설마 유키노가 순식간에 그 대답에 도달하다니. 아, 딱히 유키노를 얕본다거나 그런게 아니야. 그저 순수하게 굉장하다고 생각한것 뿐이야.
 
"무, 무슨 의미야 유키농!"
 
"간단해. 지금 상황을 좋아한다는건 지금 환경이나 주위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소리잖니? 그 분위기를 부수지 않고 지금까지대로 즐겁게 보내고 싶다. 토베가 에비나에게 고백한다는건 아마 아까전에 복도에서 들은걸거야. 만약 토베가 고백해서 에비나가 받든 차든……그 분위기는 확실하게 거북한걸로 변할거야. 그게 싫으니까 데루러서 고백 저지를 의뢰하러 왔다……아니니?"
 
"……아하하, 유키노시타는 뭐든 알아버리는구나. ……맞아, 나는 지금을 좋아해. 거기다……나 같은게 토벳치랑 사귄다는게 우습잖아? 그러니까 부탁해, 토벳치의 고백을 저지해줘"
 
방금전까지의 웃는 얼굴이 아니라 진지한 얼굴로 의뢰 내용을 말하는 에비나. 그 얼굴은 진지 그 자체라……
 
그렇기에……
 
 
 
 
 
 
 
 
 
 
"아니, 그 의뢰는 수용할 수 없어"
 
"어!?"
 
"그렇겠지……"
 
"수용!? 히키타니는 역시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야!?"
 
"아냐. 수비도 공격도 아냐. 나는 이성애자야"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에비나를 본다.
 
"에비나. 토베는 겉보기 날라리에 텐션이 되게 높고 짜증나고 붸붸 거리기만 하는 글러먹은 인간이야"
 
"히, 힛키 너무 신랄해……"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그런 그 녀석도 에비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진짜라는건 알아. 안 그러면 우리에게 부탁하러 오지도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받아도 차도, 지금까지대로 함께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절대로 어색해져서, 언젠가 이 관계도……!"
 
"히나……"
 
……그런가. 에비나는 지금까지의 관계가 어색해지는게 무서운게 아니라……그후에 이 관계가 와해해가는걸 우려하는건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탓이 된다고 하는……책임이 무서운거다.
 
 
 
 
 
 
 
 
 
 
 
 
……하지만 말이지?
 
"음……에, 에비나. 하나 묻고 싶은데……"
 
"훌쩍……뭔데?"
 
"나랑 유키노가 사귀고 있는건 알고 있지?"
 
"응……"
 
"그래서 말이다. 유이가 이 공간에 있는데 위화감을 느껴?"
 
"……그, 그건……"
 
"유키노가 나에게 고백을 했고 나는 그걸 받아들였어. 그 자리에는 유이도, 하야토도, 토츠카도, 여러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어색해지지 않고 지금도 이렇게 즐겁게 부활동을 하고 있어. 이렇게 실례가 있는데 어째서 마이너스 방면으로만 생각하는거야?"
 
"그……건……모두가 특별하니까……"
 
"너는 바보냐"
 
"좀, 힛키!"
 
"잠깐 유이"
 
화내며 일어서는 유이를 유키노가 제지한다. 그걸 곁눈으로 보며 울상인 에비나의 앞에 선다.
 
"특별한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아이돌도 【삐-】하고, 배우도 여자랑 놀러다니고 경찰도 범죄를 저지르고 악인도 남을 돕고, 프리터인 라이더는 신이 되지. 그건 남녀노소 전인류 불문하고야. 그걸 특별하다고 느끼는건 네가, 모두가 이상을 강요해서 멋대로 그런거라고 자기완결하고 있는것 말고는 아니야. 그리고 그 사실을, 현실을 받아들일 각오가 없는거지"
 
앞으로 숙여서 에비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 너에게 각오가 부족한것 뿐이야. 각오가 부족하니까 고백을 저지하려고 우리에게 의뢰하러 온거겠지"
 
"그런건……"
 
"……아니라고 단언 못하는 점에서 정답인가. 하지만 말이지, 지금부터라도 각오는 할 수 있어. 토베의 마음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네 자유지만 그 녀석의 마음만큼은 알아줘. 그리고 그 마음을 듣지 않는게 아니라, 마음을 듣고나서 진지하게 생각해줘"
 
………….
 
……어, 어라? 역시 너무 파고들었나? 괜한 참견이었거나…….
 
"……후후. 굉장하네……아니, 강하네, 히키타니는……"
 
"핫. 나따위 강하지 않아. 최약을 자랑으로 삼는 인류 밑바닥의 인간이다"
 
"으응. 히키타니는 강해. ……치바 마을때도 생각했지만 그 무서운 얘기의 내용……사실이라고 왠지 모르겠지만 알았어. 그런 과거가 있었는데, 이렇게 앞으로 걸어가고, 나 같은거에 용기를 줘서……고마워 히키타니"
 
에비나는 일어서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전까지 무리하는듯한 미소가 아니라 귀여운 미소다.
 
"……그보다, 그거 들킨거냐. 내가 생각해도 잘 꾸몄다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을 계속 하는 사람은 남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법이야. ……그럼 이제 갈게"
 
"히, 히나……"
 
"유이, 이제 괜찮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답을 낼테니까. 그게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계속 친구로 있어줄래?"
 
"다, 당연해! 우리는, 앞으로도 주욱 친구야!"
 
"……응. 그럼 실례했습니다~"
 
휙휙 손을 흔들며 그대로 부실을 나간다. 이걸로 이제 토베도 에비나도 괜찮겠지.
 
……후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저질렀다……"
 
뭘 잘난척 말한거야 나. 쓸데없는 참견이었잖아. 남의 연애사정에 얼마나 파고 든거야 나는…….
 
"괘, 괜찮아 하치만. 정말 멋있었어"
 
"마, 맞아! 너무 신경 쓴대두!"
 
"그치마안……역시 저건 아니야……"
 
"괜찮아. 두 사람의 얼굴을 본 느낌으로는 둘 다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밝은 얼굴이었으니까. 전부 힛키랑 유키농 덕분이야!"
 
"그런 모양이야. 잘 됐잖니"
 
"……아아……"
 
화실히 잘 됐다. 잘 됐지만……부실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말로만 의뢰를 해결하는건 이제 그만두자. 내 두부 멘탈이 바드득 깎인다.
 
"……자, 남은건 두 사람의 고백을 지켜보는것 뿐이네"
 
"어, 그런거야?"
 
"무슨 말을 하는거야 유이. 소풍은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소풍이야. 의뢰는 끝까지 다 지켜봐야 의뢰일거 아냐"
 
"우, 우으응……그, 그치!"
 
아니, 솔직히 구경꾼 근성과 흥미본위 뿐이지만. 저렇게 말했으니 결과는 어떻든간에 신경쓰이고.
 
수학여행……다른 의미로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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