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심리 테스트도 잘못됐다.
 
 
오늘도 오늘대로 봉사부는 평화롭다. 의뢰 따위 최근 일주일간 오지 않는다.
검호뭐시기한테 민폐 메일은 오고 있지만 내버려두자.
"힛키, 유키농, 심리 테스트 하자. 유미코한테 사이트 들었어"
역시 톱 카스트 유이가하마. 그런 드립에는 강한 모양이다.
"테스트? 그건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구성된 문제인거니"
"응-, 단순한 시간죽이기려나. 가볍게 하자. 그치, 힛키도 말야~"
꾸욱꾸욱 소매를 잡아 당가지마. 사춘기 남자는 이런거에도 두근거리는 생물이라고?
"알았어. 어차피 의뢰인도 안 오니까. 와도 잇시키나 자이모쿠자 정도겠지"
그 녀석들은 혼자서도 괜찮다. 그보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라고. 학생회나 라노벨이나.
"너에게 있어서 그 둘은 시간죽이기 이하구나. 하지만"
시선을 나에게 향하고 유키노시타는 힘있게 선언했다.
"테스트라고 하니까 진지하게 임하겠어"
심리 테스트에 승패는 없을텐데. 애시당초 승부조차 나지 않고.
"그러너 거창한게 아니잖냐. 그보다 이건 나와 유키노시타가 대답하는거야?"
붕붕 고개와 손을 흔드는 유이가하마를 보고 있으니 망가진 플라워 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 나도 할 거구. 아직 내용 모르니까"
결국 유이가하마의 흐름대로 우리는 심리 테스트를 시작하게 됐다.
"그럼 첫번째 문제. 짜잔♪"
지금 입으로 말한 효과음, 필요한거냐.
"화장실에 들어가니 노크가 들려왔습니다. 그럼 몇 번 들렸을까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둔다. 여기의 BGM은 없는거군, 유이가하마.
"음, 나는 10번 정도일까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느낌으루 말야"
"나는 2번이군. 노크라고 하면 두 번인게 뻔하지"
"노크라고 하면 두 번, 이라는 인식은 잘못됐어. 매너상으로 정식인건 4번이야. 애시당초 노크라는건 문을 사용하는 문화권에서의 습관이 매너로서 정착한 것이지"
여기서부터 유키노시타의 강의는 3분간 이어져, 마지막에 부가하듯이.
"하지만 나도 두 번이야"
라고 대답했다. 얘기 길구만 유키피디아. 결과 두 번이고.
"그, 그럼 종합하면. 힛키랑 유키농이 두 번, 내가 열 번이네. 그럼 해답을 보자"
사이트의 다음 페이지를 펼친 유이가하마지만 그대로 굳어있다.
"어이, 빨리 해답을 가르쳐줘. 신경쓰이잖아"
"상당히 이상한 내용인거니"
"으, 음 그게 말야. 들은 노크 횟수는 그게, 데이트할때 하고 싶은 키스의 횟수…래"
"너 분명히 열번이라고 했지. 게다가 더는 참을 수 없다니, 빗치냐"
"괜찮잖아, 힛키도 두 번은 하고 싶은거지? 8번 정도는 더 참아줘"
무으 하며 볼을 부풀리며 노려보지마. 조금 귀엽잖아 그거.
"왜 내가 참아야하는건데. 여덟번 참는다는건 부하가 되게 크다고. 그보다 왜 내가 상대가 되는건데"
"하지만 두 번은 너무 적구나. 하지만 화장실 노크는 두 번이 매너고…"
"유키농 의외로 적극적이다!?"
 
"그러머 두 번째 문제, 짜잔♪"
그러니까 이 효과음 의미.
"엄지, 검지, 중지. 이 중에서 제일…"
으음? 유이가하마가 을 흐린다. 그렇게나 이상한 질문인가.
이건 꼭 듣고 싶다. 유이가하마의 입으로.
"왜 그래. 계속 읽어"
"여, 역시 이건 그만두고 딴걸로"
"말하다 마는건 좋지 않아"
과연 어중간한걸 싫어하는 유키노시타. 그 성격이 해답 후에 스스로 목을 조르지 않으면 좋겠는데.
"아, 알았어…증말. 그 대신에 제대로 대답해야해"
하우, 라며 숨을 내쉬고 수줍음을 감추듯이 유이가하마는 목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이었다.
"엄지, 검지, 중지. 이 중에서 제일 야하다고 생각하는 손가락은 어느거?"
뭐야 그 질문. 보통 고등학생이라면 그 세 손가락은 플레밍의 법칙이잖아. 자계라던가 전류라던가.
"얌마 거기 빗치가하마. 그런 테스트만 낼 생각이야?"
"하아, 너 잘도 그런 저속한 질문을 하는구나. 유이가하마"
"말했더나 말한대로 혼났다!?"
유이가하마가 뚱해져있다.
"자자, 어차피 놀이인게…"
"됐으니까 골라줘. 문제 읽는것도 부끄러웠으니까"
하아, 라며 한숨을 쉬고 적은 기세로 대답한다.
"나는 중지로군. 이유는 묻지마"
나는, 그 말 못할 이유를 생각했다.
절대로 말 못한다. 어젯밤에 본 동영상에 있어서 중지가 무척이나 중요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고. 그러는 김에 그 여성 배우가 히라츠카 선생님과 닮았다는것도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한다.
"나는…굳이 말한다면 검지 손가락일까"
"그러면 나는 엄지야"
"뭐야, 제일 두꺼우니까 그런거냐"
"아, 아니다 뭐. 힛키 바보. 변태. 소름"
히죽히죽거리면서 말했더니 바로 혼났다.
"그래서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겠니. 정답을 알고 싶어"
이건 정답이 어떠니 하는게 아니야. 수학이나 물리가 아니니까.
"그, 그럼 해답말이지. 으음"
"엄지를 고른 사람은 파워풀한 섹스를 좋아하고"
"호호오, 그럼 너는 유도부나 스모부랑 어울리겠구만. 파워 있으니까"
 
"검지손가락은…테크닉을 추구한다"
"어머 유이가하마. 나는 테크닉만 있으면 만족해버리는 난봉꾼이라고 하고 싶은거니?"
"어, 어디까지나 심리 테스트야. 놀이 같은거구"
"놀이로 나의 성적기호를 폭로…결정되는건 뜻밖인걸"
"무슨 대화냐. 너네 여고생이잖아. JK잖아. 꽃도 부끄러워해라고"
라고는 하지만 보통 고등학생은 이런가. 근거도 또렷하지 않는 심리 테스트의 결과에 일희일우하며 와와와아 꺅꺄 떠드는거겠지.
"그리고 에로가야가 고른 중지는 어떤 범죄적인 성직기호를 가리키는거니"
에로가야라니, 나는 에로 확정이냐. 뭐, 어제도 동영상 신세를 졌으니 반론은 할 수 없지만.
"중지는…무드 중시, 래"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그치만 히키가야는 꿈속에서 그렇게나 강제로…"
"와, 와, 유키농 스토옵!"
나는 결코 난청은 아니지만, 여기는 굳이 난청이 되자. 그것이 유키노시타를 위해, 그리고 이 봉사부의 평화를 위한것이 된다.
그치. 파워중시의 유이가하마 양?
 
"그럼 이걸로 마지막으로 하자"
유키노시타가 진정이 되었을때, 아무래도 마지막 문제인 모양이다.
"당신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이성을 떠오른 순서대로 셋 말해보시오"
"…이건 종이에 쓰는 편이 좋을것 같네. 대개 문제의 경향은 파악했으니까"
이 녀석, 얼마나 테스트에 진지한거야. 심리 테스트에 경향과 대책이라니, 역시 테크닉 중시의 유키노시타 양이군.
"자, 썼어? 그럼 일제히…두둥♪"
그러니까 그 효과음은 뭐야.
"나는 아빠, 사이, 힛키…일까"
"나는 아버지, 츠즈키 씨, 그리고 동정으로 히키가야일까"
츠즈키 씨는 누구야. 아아, 나를 친 운전수 씨구나. 그때는 갑자기 뛰어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보다 둘 다 나는 세 번째군. 뭐, 이름을 꺼내준것만으로 감사해야겠네.
"나는…네 사람이 되어버렸어. 처음이 코마치, 두 번째가 토츠카. 그리고 너희 둘 동시에 떠올랐어"
"사이가 이성이구나!?"
파워 중시인 유이가하마가 딴지같은 놀람을 보이고 테크닉 중시인 유키노시타는 기막히단 눈을 향한다.
"그 녀석은 『토츠카』라는 성별이야. 남자, 여자, 토츠카니까"
"정말이지 이 남자는…그래서, 이 테스트에서 뭘 알수 있는거니"
자, 마침내 해답편.
"아, 응. 음…아"
해답 페이지를 넘긴 유이가하마가 점점 빨개져간다.
"유이가하마?"
"아, 아――, 스, 슬슬 돌아갈 시간이야, 자"
힐끔 쳐다보니 확실히 시계는 완전 하교시간에 이르고 있다.
"석연치 않지만, 뭐 됐어. 오늘은 끝내자"
 
"다녀왔어"
집에 도착하자 코마치와 고양이 카마쿠라가 나에게 뛰어온다…가 아니라 홀로 쓸쓸하게 거실로 향한다.
"코마치~"
거실에서 야금야금 과자를 먹는 코마치에게 오늘 부실에서 한 심리 테스트 내용을 얘기해본다.
"아-, 마지막에 이성의 이름을 말하라는건 유명해"
호오호오 수긍하면서 자신의 해답을 떠올린다. 코마치와 토츠카, 그 녀석들 둘이었지.
"세 번째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응?
첫 번째나 두 번째가 아니라?
왜 세 번째야?
왜 그 녀석들…아니, 그만두자. 자기혐오에 빠질것 같다.
"그래서 유이 언니랑 유키노 언니의 세 번째는 누구였어?"
음, 누구였더라. 밥 먹었더니 까먹었다.
실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오늘 나는 난청이야.
누가 뭐라 말하든.
 
"뭐, 그 새빨개진 얼굴을 보면 유이 언니랑 유키노 언니의 세 번째는 알아버렸지만 말야~, 오빠양♪"
그후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하는 코마치를 설복하는데 약 1시간과 아이스크림 3개를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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