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빈곤생활 - 24 : 빈곤민과 마왕님의 쇼핑
 
요컨대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고 하면 나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썩은 외도라는 소리. 조금 더 첨가한다고 하면 나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성격이었는지, 그런 간단한 것마저도 잊어먹은 익살스런 광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삐에로인 나에게 최종적으로 남겨진 것은 완벽하기까지 다종다양한 능력과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마저도 속여버리는 차가운 철의 가면, 그리고 어린날에 바랬던 마음이 조금 일그러진 이상할 정도의 쾌락 사고.
 
――――――혐오스러워서 구토가 나온다.
 
이러하게 아직 희미하게 남겨져있던 자신의 선성에 따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것도 처음뿐이었고 정신을 차리니 나는 자신의 그 일그러짐 방식도 괜찮다고 보고 그러는 끝에는 그걸 기쁨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는 모르겠어.
 
자신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잊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짐나 이미 자신의 이 정신나간 사고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유쾌한 사건 중 하나라고 느껴버리는 것이다.
 
이런 인간에게 있어선 해악밖에 되지 않는 내가 마음대로 살아가서 좋을리가 없다.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만다.
 
이것이 분명 나의 마지막 선성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만날 타인을 불행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재판하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수단은 너무나도 유치한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이 정도로까지 괴물처럼 일삼던 나도 중요한 부분만큼은 인간답게 겁에 질려있었던 모양이다.
 
왜냐면 나 자신을 나 스스로 힐착하다니, 그런 재주좋은 짓을 나에게는 불가능했으니까. 애시당초 스스로 자신을 재판하다니, 그런건 말도 안 되고 바보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섭지 않나, 라며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막혀가는 가운데 나는 나 자신의 악성에는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즉 자신의 부주의를 스스로 치울 수 없다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밀어버리자.
 
 
이런 해답을 이끌어내고 그걸 어쩔 수 업서다며 자신에게 말하며 마지막에는 과감히 실행한 나는 정말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든 좋으니까, 누구라도 좋으니까, 어떠한 수단이라도 좋으니까,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고 자기 멋대로인 바람이지만, 제발, 이 최저 최악의 괴물인 나를――――――
 
――――――――――――――――――――――――
 
 
하루노 SIDE
 
커튼에서 새어나온 따뜻한 햇살이 얼굴에 닿아 나는 눈을 뜬다.
 
응, 좋은 기상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결국 나는 과거를 돌아보는 사이에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거기다 마지막의 그건 대체 뭐였던걸까. 이미 잘 기억을 못하지만 나치고는 상당히 미약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던것 같은데.
 
"뭐, 됐나."
 
침대에서 일어나서 시계를 확인한다.
 
"6시 반……이라."
 
조금 지나치게 일찍 일어난걸지도 모른다, 라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세면대로 향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나는 분명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을테니까 일단 얼굴을 씻고 싶은 것이다.
 
세면대 앞에 서서 수도꼭지 마개를 비튼다. 그러자 당연히 수도꼭지에서는 차가운 물이 나와서 나는 그걸 손으로 퍼서 얼굴이 기세좋게 뿌린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아 얼굴 근육이 조여지는걸 느낀다. 이걸로 아까보다 조금은 나아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을 보니 역시 거기에는 평소대로의 내가 있었다.
 
"후우."
 
그것에 나는 조금 안심하고 이번달 들어 처음으로 한숨을 쉰다. 자, 어디에 안도한걸까.
 
젖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침대에 앉아 다음으로 뭘 할지를 생각한다. 한번 더 시계를 확인하지만, 물론 아까보다 몇분밖에 경과하지 않았다.
 
――――――그 소년, 히키가야 하치만은 지금 어쩌고 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다.
 
아아,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우리 집의 개로서 일주일간 일하는거였지, 그?
 
그런거라면 그를 깨우러 갈까. 짧은 시간동안이라고는 해도 내 심복이니까,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정했더니 나는 바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어제 급하게 씻은 그의 의류를 들고 복도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나서 그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자고 있을 방 앞에 도착한 나는 문 손잡이를 돌려서 들어가려고 하지만 문이 잠겨있다. 뭐, 그것도 그런가. 그 하치만이 사정도 모르는 곳에서 설마 방심을 할리가 없다.
 
정말이지 진짜로 귀여운 소년이다.
 
나는 일단 노크하고 그래서 반응이 없는걸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마스터키를 꺼내고 소리로 그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입실한다.
 
어딘가의 텔레비전 방송처럼 그를 놀래키기 위해 빼는 발소리, 내미는 발소리, 살금거리는 발걸음으로 그가 자고 있을 침대까지 다가간다.
 
그렇게해서 침대까지 무사히 도착한 나는 침대 위로 몸을 올리고 그의 위에 올라타는 형태로 그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새근새근 그런 작은 숨소리조차 내지도 않고 그는 마치 죽은것처럼 자고 있다. 하지만 그 얼굴만큼은 아직 조금 앳됨을 남기고 있으니까 재미있다.
 
물사에 대해서 상당히 달관하고 있는 성격이니까 착각해버릴것 같지만 이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소년은 나보다 2살 이하이며 아직 어린애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남자애다.
 
늘 썩어있는 눈도 지금은 닫혀있고 내가 이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깨닫는 모습도 없이, 그 표정은 나이에 상응하는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 소년, 잘 보니 멋진 얼굴을 하고 있지 않나.
 
이렇게 그를 차분히 관찰하고 있는 도중에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군대군대 백발이 자라고 있는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드물지도 않게 그냥 약간 백발일까 생각했지만, 오늘은 잘 보니 그 흰머리가 많은걸로 보인다.
 
조금 그걸 의식해버리고서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머리카락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 조사라고해도 그의 위에서 기승자세로 그저 머리카락을 조금 만져보거나 주의깊게 관찰하는것 뿐이라서 그리 호들갑을 떨건 아니지만.
 
뭐 그래도 알아내는건 있다. 예를 들어, 아마 그는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있다, 라는거라던가.
 
보는 사람으로 보면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나는 그 사실에 왠지 모르게 짐작가는게 있다. 젊을때 백발, 즉 세치라는건 유전 혹은 스트레스 등이 관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경우는 아마 후자겠지.
 
나같은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불행의 나열. 하지만 그는 인생을 포기하는것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히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어지간한 인간들보다 훨씬 화려하게 살고 있다.
 
그 사는 모습에는 『이상』한 측면보다도 그 다부짐이 잘 비친다. 솔직히 그것에 조금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 흥미라고 부를 감정을 안은 것이다.
 
부럽든 뭐든, 확실히 나는 그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연애감정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는것이 근지럽다.
 
라고해도 이 몸은 지금까지 한번도 사랑이라는걸 한 적이 없다. 그러허기에 이 감정이 과연 사랑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것이다.
 
만약 지금 느끼고 있는 그를 좋아한다는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다른 단순한 호의라는 감정이라고 하면. 그리고 그렇다고는 알지 못 한채 그대로 고백이라도 해버리면. 그의 불행한 에피소드가 또 하나 늘어버린다.
 
그건 가슴이 패여질만큼 싫다.
 
"…………"
 
그런데 내가 이렇게까지 그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왜 이 소년은 이렇게나 기분 좋아보이게 자고 있는걸까.
 
으, 왠지 열받았다.
 
"에이."
 
나는 하치만의 뺨을 가볍게 꼬집는다. 응, 조금 폭신폭신해서 기분 좋다.
 
"…………"
 
으으, 아직 안 일어나나.
 
그럼 조금 정도 장난을 쳐도 괜찮을까? 나쁜건 내가 아니고, 전혀 일어날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이 둔탱이다. 응.
 
살짝 나는 입술을 가져가 그대로 그의 그 조금 부드러운 뺨에 댄다.
 
그가 자고 있는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하는 배덕감이 지금은 조금이지만 기분 좋다.
 
"…………"
 
그래도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다음은 뺨이 아니라 입술에 하자 그러자. 자, 나 지금 실은 꽤나 폭주하고 있는거 아닐까.
 
"뭐, 됐나."
 
키스를 하기 쉽게 하기 위해 하치만의 턱을 콕 들고 그대로 나는 입술을 가져가지만……
 
"……뭐하는겁니까."
 
하치만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며 그 썩은 눈동자로 나를 도끼눈으로 쳐다본다.
 
"얼라, 이건 실수였나?"
 
조금 유감.
 
"……하아."
 
뭘 상상했는지 하치만은 나한테서 얼굴을 피해 일부러나는듯이 한숨을 쉬지만 뺨이 조금 홍조되어 있다.
 
정말이지, 진짜로 귀여운 소년이다.
 
――――――――――――
 
 
하치만 SIDE
 
조금 자신의 턱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거기에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사람에 따라선 최고의 모닝 콜이겠지만, 도무지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본성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뒤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해버린다.
 
"……뭐하는겁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어젯밤부터 왠지 모르게 예상하고 있던 사태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말을 한다.
 
"얼라, 이건 실수였나?"
 
뭘 말인데.
 
내 위에 있는 그녀는 조금 유감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거보쇼, 또 가면이 벗겨졌어.
 
응? 잠깐만.
 
분명히 나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을터. 그럼 왜 내 위에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있지?
 
아직 자다 일어났기 때문에 몸의 감각이 애매하지만 그래도 복부 부근에서 조금 압박감을 느낀다. 아니 잠깐만, 압박감?
 
뭐야 그건.
 
혹시 내 위에 『있는』게 아니라 내 위에『타고 있어』? 그건 즉 기승?
 
그렇게 이해한 나는 뺨 부근이 화악 뜨거워진다.
 
"……하아."
 
얼굴을 피하며 일부러 한숨을 쉬어 이 자리를 넘기려고 하지만 그녀에게 대해서는 분명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 상당히 나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치만, 좋은 아침."
 
그녀로부터 눈을 피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는지 모를 정도로는 혼란해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천사같은 목소리와 얼굴로 말한다. 나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행위라고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그 미소에 이끌려버리는건 꽤나 난의한 일이다.
 
"……안녕하세요."
 
거기에 결국 이름으로 부르다니. 여름방학이 끝난 후부터 그 녀석들이 무서우니까 진짜로 참아줬으면 싶은 것이다.
 
"응, 안녕. 그러머 바로 미안하지만 하치만. 어제 입은 옷을 입어줄 수 있을까?"
 
급히 세탁시켰으니까, 라며 내 마음은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계속한다.
 
하지만 이걸로 몇 번째일까, 이래선 누가 종자인지 모른다고 생각한건.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방 밖에서 기다릴테니까 잽싸게 갈아입어~. 이제부터 외출하러 나갈거니까."
 
그러고 그녀는 방에서 나갔다. 그보다 외출이라니 뭐야, 저 사람 너무 자유롭잖아. 뭐 그래도 우리 집의 이사 사정을 모두 봐준다고 생각하면 뭐 값싼 일은 아닐까.
 
그녀가 방에서 나간 몇 십초 후, 나는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자신의 의류를 찾으니 방금전까지 그녀가 있던 곳에 그건 놓여있었다. 게다가 정중하게 개여져있었다.
 
정말로 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같은걸 고용한걸까.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는 없는 그녀에게 나는 사례를 한다.
 
――――――――――
 
"늦어어."
 
내가 옷을 다 갈아입고나서 방을 나왔을때 그녀가 한 말은 그거였다.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여자애를 기다리게 만드는 남자애는 미움산다고, 소년?"
 
미안하구만, 소년이라서.
 
"이후 신경쓰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로 응응 끄덕인다. 정말이지, 이따끔 보여주는 그 무방비한 표정을 보면 얼마만큼의 남자가 함락될련지.
 
"좋아."
 
라고할까, 왠지 데이트 집합때 자주 있는 광경같네, 이거. 아니, 나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래서 지금부터 어디로 갈겁니까?"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엄청나게 큰 복도를 걷는 중에 나는 묻는다.
 
"응~? 어디냐니, 그런건 뻔하잖아?"
 
뻔하다니……
 
조금 생각했지만 그건 전혀 짐작가는게 없는데.
 
"옷을 사러가는게 뻔하잖아."
 
"오, 옷, 입니까."
 
조금 예상밖이었기 때문에 대답이 분명치 않게 된다.
 
아니 그치만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라는 여성, 학교밖에서 만날때는 늘 다른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즉, 상당한 양의 의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이론이라도 있어, 하치만?"
 
내 생각을 읽은건지 그녀의 음색은 아까보다도 낮아져있다.
 
"아뇨, 그 이론이라기보다는 의문이……"
 
"응, 좋아. 말해봐."
 
눈이 무섭슴다.
 
이거, 뭘 말해도 글러먹은 패턴이군요.
 
"유키노시타 씨는 양복을 꽤나 갖고 있었죠?"
 
"뭐, 그럴지도."
 
그럴지도라니, 내가 알고 있는 여성의 옷중에서도 아마 당신이 제일 옷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는 여자라고 해도 코마치랑 잇시키정도밖에 없었어. 게다가 코마치는 그 성격이니까 여자의 틀에 넣는것도 뭔가 우스운 느낌이 들고.
 
"그럼 딱히 괜찮은거 아닙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뭔가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고 어리둥절해한다.
 
"엥, 저 뭐 이상한 소리라도 했습니까?"
 
"이상한……응, 이상해."
 
그렇습니까, 하지만 나는 뭐가 이상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해가 되지 않는다면 뭐가 이상한지를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내 말을 들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한다.
 
그렇게나 이상한 소리를 했던걸까.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하니,
 
"얘, 하치만."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이 또한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네 옷이야."
 
"하?"
 
내 옷? 그게 뭐야. 당신이 급하게 씻어온 옷은 제대로 입고 있다고.
 
아직 모른다는 내 반응을 보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마치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나를 보고 있다.
 
"아직도 모르겠어?"
 
아아, 모르겠네.
 
"부끄럽지만 전혀 짐작도 안 갑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크게 한숨을 쉬고 양손을 들어 이거야원 포즈를 취한다.
 
아니아니, 내가 더 한숨을 쉬고 싶은 참인데……
 
"으응~, 이건 중증이네. 그렇게까지 가면 어떤 종류의 미덕이야."
 
이 둔탱이, 라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말하지만 역시 나에겐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기막혀라."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발을 멈춰 나를 쳐다본다.
 
"하치만의 옷을 사러 간다, 그것 뿐이야."
 
왜 모르는거야아~ 라며 그녀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그 얼굴은 잘 보지 않아도 힘이 쭉 빠져있었다.
 
한편 내 쪽으로 말하자면 너무나도 예상밖의 말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것과 동시에 왜 이렇게까지 그녀가 질려했던건지도 모르는 것이다.
 
"……상상조차 안 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진짜야?"
 
진짜진짜, 진심이라 쓰고 진짜라 읽는다.
 
내가 끄덕이자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건지 손을 턱에 대고 더욱 얼굴을 험악하게 만든다.
 
 
 
 
 
 
"응, 알았어. 이제 갈까."
 
몇 초간 말없는 상태가 이어진 후에 그녀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한다.
 
뭐가 알았다는걸까, 나는 전혀 모르겠다. 이래선 따돌림을 당한 기분이다.
 
 
 
"너는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생각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그녀가 마지막에 툭 중얼거린 말도 역시 나에겐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리고나서 나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택시를 타고 어떤 백화점의 앞까지 왔다.
 
"도착."
 
택시에서 내려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상당히 기분 좋은듯이 기지개를 한다.
 
하지만 택시라는 고급 이동수단을 이용한건 몇 년만일까. 그녀의 집에 신세(실은 내가 신세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입장이지만)를 지고나서 그리운 추억만 느끼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유키노시타 씨, 한 가지 질문 괜찮습니까?"
 
"뭘 질문하고 싶은건진 대충 알겠지만, 좋아."
 
뭐, 그렇겠지.
 
 
"왜 택시 같은걸 사용한겁니까?"
 
 
그래, 그녀 정도의 부자라면 전속 드라이버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라기보다도 나는 그 사고를 통해서 그 존재가 있다는걸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갖고 있어도 일부러 쓸데없이 소비할 정도로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어리석진 않다. 그러니까 최근에 또 상승한 택시비를 낼 정도로는 택시에 탈 메릿트가 있었다는 거겠지.
 
"어째서라고 생각해?"
 
그녀는 심술궂게 웃는다.
 
"……글쎄요."
 
조금 생각해봤지만 전혀 모르겠다. 그보다 택시에 타는 메리트 자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 그건 도보보다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뭐, 모르겠지."
 
그녀는 그 사실에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뭔가에 안심한듯이 조금 뺨이 풀어진다.
 
"하치만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자유로운 사람이다.
 
 
――――――――――――
 
"이건 지나치게 의식해서 좀 추한데에."
 
아무래도 내 옷을 산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라 이래저래 2시간은 여러 가게에서 옷 시착을 강제받고 있습니다. 까놓고말해 나른하니까 빨리 끝냈으면 싶다.
 
또 그녀는 최소한 옷 2벌은 원했던 모양이라 그 중에 한 벌은 이미 정했지만 두 벌째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몇 시간은 인형놀이는 계속될 것이다. 애시당초 나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이 별로 업서다는게 가장 큰 원인인걸지도 모르지만.
 
"그럼 다음은 이걸 입어봐."
 
라고 하며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새로운 옷을 건내온다.
 
솔직히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받아들이지 않으면 분명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테니끄 가믄두자.
 
"하치만에게 어울리는 옷을 좀처럼 찾을 수 없네."
 
내가 시착실에서 갈아입는 중에 그녀는 커튼 너머로 말을 걸어온다.
 
"……왠지 죄송합니다."
 
"아니아니, 하치만이 나쁜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좀 더 패션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충격인데."
 
아직 수행이 부족하네~, 라며 그녀의 진심으로 유감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 십번 입었던 옷 중에서 스스로도 꽤나 괜찮다고 생각한 옷은 적지 않았다.
 
그래도 납득하지 않는건 아마 그녀의 이상이 높은 탓이겠지. 거기에 응하지 못한 자신이 조금이지만 한심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옷을 다 갈아입어서 나는 커튼을 연다.
 
"오, 이번에는 좋아보이네."
 
글쎄, 그렇게는 말하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는지.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나에게 밀착해서 뭔가를 조사하듯이 내 몸을 만지고, 그렇다고 생각하니 조금 떨어져서 빤히 관찰된다.
 
나는 모르모트냐.
 
"응, 좋아."
 
그렇게 말하고 내 등을 펑펑 때리지만 솔직히 어떤 곳이 그녀의 안경에 맞은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아까부터 시착한 옷과 그리 차이가 없는것 같은건 역시 내 기분 탓일까.
 
하지만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지니까 신기하다.
 
아, 그러고보니 이 옷은 내 돈으로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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