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이로하스 잡화점에! - 학문과 마물은 종이 한장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이맘.
 
희미한 햇살이 따스해서, 창문으로 비치는 양기는 가게 안의 상품을 반짝반짝 빛을 낸다.
 
오픈 간판을 가게 앞에 두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가볍게 기지개를 해보거나.
 
 
"으응--! …후아.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네에"
 
 
몸 속에 많은 봄을 들이키며 나는 오늘도 가게를 준비한다.
 
오늘은 일요일, 점심 전에는 시간을 죽이러 가는 학생이 여기저기 나타날 것이다.
 
 
"오늘도 힘내라! 나!"
 
"……혼잣말이 심하구만"
 
"선배! 와준거에요!?"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것 뿐이야. ……, 그나저나 정말로 너 혼자서 경영하고 있구만"
 
 
가게 앞에서 기합을 넣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 남성.
 
저번의 수트 차림과 대조적으로 오늘 그는 바지에 하얀 셔츠라는 캐주얼한 풍모다.
 
 
"헤헤. 자자, 들어와주세요. 좁은 곳이지만요"
 
"음. 이거, 선물"
 
"와아아! 케이크에요!?"
 
"……카스테라"
 
"카스테라인가……"
 
"맛있잖아! 카스테라!"
 
 
개점할 틈도 없이, 손님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걸 기회삼아 나는 계산대 쪽에 의자를 갖고 와서 카스테라와 홍차를 즐겼다.
 
응, 맛있어.
 
그렇지, 선배가 언제라도 올 수 있도록 휴식 공간을 설치하자.
 
 
바쁘게 먹는 선배를 곁눈으로 이래저래 약속대롤 와주는거네요, 라며 농담을 하려고 하니 문쪽에서 내점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 어서오세요-"
 
"음. 손님도 온 모양이니 나는 슬슬 가보도록…"
 
"안 돼요"
 
"윽"
 
 
나는 선배의 어깨를 누르듯이 의자에 묶어둔다.
 
가게 안을 물색하듯이 찾아온 교복을 입은 여자애는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 저 아이, 뭐 찾고 있는거 아냐?"
 
"그런것 같네요. 어디, 잠깐 말이라도 걸어볼까요"
 
"왜 잘난척이야?"
 
 
나는 계산대를 선배에게 맡기고 여자애한테 다가갔다.
 
어깨보다도 조금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어, 결코 나쁘지 않은 인상에 어딘가 기가 세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말을 건다.
 
 
"뭐 찾고 있어?"
 
"어? 아, 네…"
 
"뭘 원하는데?"
 
"어, 어으……"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 - 나와 선배를 제외하고 - 는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제마의 부적을 찾고 있어요"
 
 
 
 
………
……

.
.
 
 
 
몇 시간 전, 그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도서실의 책이 몇 권이나 처참하게 찢겨져있던것을 시업전의 도서위원 고문에 의해 발견되었다.
 
특별히 소중한 도서라는것도 아니었기 떄문에, 각각 교실 담임들이 학생에게 주의환기를 하는걸로 이야기는 끝났다던가.
 
 
 
하지만 그리고나서 며칠 후, 또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축구부 부실이 어질러졌던 것이다.
 
그것도, 잠금쇠가 부서줘서 침입당한 흔적이 있다는 것.
 
 
거기다 며칠 후, 학생회실이 축구부 부실과 마찬가지로 어질러져 있었다.
 
 
 
첫 사건이 발생하고나서 몇 주간, 아직 범인은 못 찾았는데…….
 
 
 
.

……
………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반론을 한건 선배였다.
 
 
"이상하다고 할가, 교내 누군가의 장난이잖아"
 
"……네. 실마리라고 해야할지, 세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 각각 전날에, 어떤 부활동이 밤늦게까지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호에, 그럼 그 부활동에 소속하고 있는 아이의 장난인거 아냐?"
 
 
방금전까지 카스테라를 먹고 있던 의자에 그녀를 앉히면서 나는 이야기의 결론을 대충 추측해본다.
 
애시당초 제마의 부적은 팔지 않으니까…….
 
 
"말도 안 되요…"
 
"응? 왜 그렇게 단언할 수 있어?"
 
 
 
"전날에 활동을 했던 부. 연극부의 부원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
 
 
 
 
 
 
결국, 그녀는 제마의 부적이 없다는걸 확인하고 가게를 나갔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는 어딘가 기운이 없다.
 
이상한 사건에 말려든것 뿐만 아니라, 사건의 용의자로 발탁되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다.
 
 
"……"
 
"제마의 부적이라아. 역시 팔지 않으니까요오"
 
"……"
 
"뭐, 연극부 이외에도 활동하고 있던 부활동은 있으니까요"
 
 
선배는 먹다만 카스테라에 포크를 꽂고, 그걸 먹는것도 아니고 묵묵히 지켜본다.
 
으음. 왠지 진지한 얼굴이네…….
 
 
"으-. 받아먹겠습니다!!"
 
"응? 아……, 마지막 한 입이…"
 
"우물우물, …음. …푸핫. 좀 컸네요. 그래서요? 생각하고 있는건 저 아이인가요?"
 
"……저 아이라고 해야할지, 그 이상한 사건에 대해서 말이지"
 
 
왠지 모르게 봉사부 시절의 선배가 겹쳐진다.
 
여전히 남의 약한점을 놓치지 않는 사람인 모양이다.
 
 
"음-, 그치만, 그렇게 이상한 사건도 아니지 않아요?"
 
"그 이유는?"
 
"그치만, 연극부 말고도 부활동을 하던 학생은 있었죠? 그 학생들에게도 범행은 가능해요"
 
"……그저, 세 가지 사건 발각날, 각각 전날에 부활동이 있었던건 연극부밖에 없잖아?"
 
"딱히, 부활동이 없는 날에도 학교에는 갈 수 있잖아요"
 
"부활동도 없는 사람이 학교를 돌아다녔던거야? 그거야말로 눈에 띄겠지"
 
 
선배는 담담히 내 추리를 논파한다.
 
정말이지, 머리 굳은 인간이라니까아.
 
 
"뭐, 연극부의 그 아이가 범인이었다고 치워버리는게 적당할지도. 학교로서도…"
 
 
학교로서도…….
 
중얼거리듯이 말한 말에는 선배밖에 모르는 진의가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학교로서도, 그렇게 치우는게 적당해……?
 
 
무슨 소리지?
 
 
"서, 선배……, 범인, 알았어요?"
 
"……아니, 확증은 없어. 그저 다음으로 그 아이가 오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으-! 아까운체하고! 탐정인 척하는거에요!?"
 
"코마치의 이름을 걸고"
 
"……시스콘 소름돋아요"
 
 
 
 
 
――――――
 
 
 
 
 
며칠 후, 계산대에 고개를 박으면서 아무도 없는 가게 안을 쳐다보면서 그 아이가 말해준 사건을 떠올린다.
 
나는 선배가 돌아갈떄 남겨두고 간 메모용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만약 그 애가 오면 물어봐』
 
 
평일 해질무렵에 그 메모용지가 도움이 될 떄가 온 모양이다.
 
그녀의 다부진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상품에는 눈도 주지 않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제마의 부적, 배송할 수 없나요?"
 
"하, 할 수 없어요"
 
 
알기 쉬울 정도로 낙담한 그녀는 보고 있을 수 없다.
 
나는 꺼내든 메모용지에 쓰여진 말을 일언일구 틀리지 않고 읽었다.
 
 
"다, 당신이 다니는 학생회 위원이 소속하는 부활동을 가르쳐주세요"
 
"네?"
 
 
곤혹해하는 그녀를 곁눈으로 나는 선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채로 질문을 반복했다.
 
 
"어, 어음, 분명히, 회장이 문예부고, 부회장이 야구부, 서기와 회계가 축구부, 였던것 같아요……"
 
"그, 그런가요……"
 
"네……"
 
 
무, 물었어요 선배!
 
당신의 도움이 됐어요!!
 
자아, 그녀가 보내는 의혹의 눈빛에도 견딜 수 없으니, 선배에게 전화라도 해볼까요.
 
 
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선배의 전화번호를 불러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를-
 
달칵
 
 
"서, 선배!"
 
『목소리 커……. 뭐야, 지금 일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마침 잘 됐어요! 그, 그게, 얼마전의 여자애가 가게에 왔는데요……"
 
『……아아, 그래. 전언했던건 물어봤어?』
 
"들었는데요……"
 
『뭐라고 했는데?』
 
"아, 네. 어음, 회장이 문예부, 부회장이 야구부, 회계랑 서기가 축구부라는 모양이에요"
 
 
 
방금전의 대화를 전달하니 선배는 전화너머로 입을 다물고, 잠시 한숨같은 소리 후에 겨우 말을 한다.
 
 
『지금 가마. 그 애, 거기에 잡아둬』
 
 
 
통화를 끝내고 몇 분, 나는 그녀와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문여는 종소리가 소란스럽게 흔들렸다.
 
 
 
"아, 선배! 늦어요!!"
 
"이래보여도 서둘러 온거다만"
 
"아, 여기요, 그 아이에요"
 
"음. ……여, 제마의 부적은 샀나?"
 
"……어, 어으, 못 샀는데요"
 
 
선배의 등장에 그녀는 허리를 쭉 폈다.
 
아이가 어른 앞에서 자세를 고치듯이.

외모에 속으면 안 돼!
 
그 사람, 커피에 껌시럽을 무진장 많이 넣으니까!!
 
 
 
"선배! 여고생을 겁먹게 만들어서 어쩔 생각이에요!? 기분 나빠요!!"
 
"……범인, 알고 싶어?"
 
""네?""
 
 
선배는 무턱대고, 가게 안에 놓여 있던 달력을 꺼냈다.
 
그리고 저번에 들었던 사건 발각일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가리킨다.
 
 
 
…나중에 550엔 받아야지.
 
 
달력에 동그라미가 칠해진 날짜는 2월 12일, 3월 2일, 3월 30일.
 
선배는 묵묵히 그 달력을 그녀에게 건냈다.
 
 
"이게 세 사건의 발각일, 요컨대 2월 11일, 3월 1일, 3월 29일에 사건의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추측되는거지"
 
"아, 네"
 
"……사건이 일어난건 각각 2월 10일, 2월 27일, 3월 27일이다"
 
 
 
하?
 
영문을 알지 못해 나는 달력을 다시 쳐다봤다.
 
……아.
 
 
"쉬는날 하루 전이네요!"
 
"음. 쉬는날 하루 전에는 범행을 해서, 쉬는 날이 끝난 후에 사건을 발각시키는거지"
 
 
호에~ 생각하면서 선배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시원찮은 얼굴로 묵묵히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추측이잖아요"
 
"음. 하지만 확증으로 변했다"
 
"……?"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어, ……도서실, 축구부 부실, 학생회실……"
 
"……. 소속하는 인간이라면 부활동 스케줄도 파악하고 있겠지? 거기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부실이나 방을 어지르는것 정도는 간단해"
 
 
선배의 말에 그녀는 점점 창백해진다.
 
그나저나, 트릭은 알았지만 이해를 못하겠다.
 
왜 학생회 사람이 그런 짓을…….
 
 
"그, 그런 폐가 되는 짓을!"
 
"……노리고 한거겠지. 그 애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숙여버린다.
 
선배는 그런 그녀를 보다 못한건지, 설명하듯이 다정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연극부, 폐부직전이지?"
 
"……네"
 
"……, 한 명뿐인 부원, 학생회로서는 신년도의 예산모임을 열기 전에 폐부시켜두고 싶었던거지"
 
"……. 학생회 사람들이나 고문 선생님에게는 몇 차례 주의를 받았어요. 이대로 부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폐부라고"
 
"……, 만약, 신입생이 연극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폐부직전의 부활동에 예산을 나눠줘야해. 그러니까 학생회는 악평이 붙을 만한 사건의 용의자로 만들었다"
 
 
그녀는 분하다는 듯이 손바닥을 굳세게 움켜쥐었다.
 
그런 모습을 쳐다보면서도 예전 학생회장이었던 나로서는 예싼의 배분에는 많이 골머리를 썩혔던 경험을 떠올린다.
 
……폐부 직전의 부활동을 폐부로 만든다.
 
그건 학생회로서는 정당한 일이지만…….
 
 
 
명확한 의사를 보이지 않는 나를 봐서인지, 선배는 내 머리에 손을 퐁 올렸다.
 
 
"……나도 단 셋 뿐인 부활동에 들어갔었어"
 
 
"……"
 
 
"……뭐, 연극부처럼 대단한 활동을 한건 아니었지만……, 지키고 싶은 곳은 있었지"
 
 
선배는 그리워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고양이를 손짓하는듯한 손길이다.
 
기분 좋아.
 
 
"하으…"
 
 
"? ……, 너에게 달려있어. 연극, 정말로 좋아하면 지키면 돼"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가게를 나간다.
 
어두워진 하늘이 무겁게 깔려, 길가는 사람의 어깨는 추욱 내려가 있다.
 
이름도 모르는 그녀도 또한, 어깨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선배는 시간이 지나도 봉사부네요"
 
"…그럴지도"
 
"흠. 그나저나 압권인 추리였어요"
 
"뭐 그래. 진실은 언제나 하나니까"
 
"호호오? 그럼……"
 
 
나는 가게 안에 놓아둔 붉은 나비 넥타이를 갖고 와선, 그걸 손바닥에 올리고 선배에게 보여준다.
 
 
 
 
 
"이걸 선배에게 증정할게요!"
 
"버려"
 
 
 
 
 
따뜻한 가게 안에 작은 소동이 생겨난다.
 
 
나의 성은 평소보다도 떠들썩하다.
 
 
내일도 모레도, 당신이 와주면 기쁜데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가게를 뒤로한 선배의 뒷모습을 쳐다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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