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이로하스 잡화점에! - 만남의 의미와 재회의 운명
 
 
 
 
어서오세요, 이로하스 잡화점에.
 
 
도내에 살짝, 20평 정도의 부지 면적에 비좁게 세워진 마당딸린 작은 성.
 
성이라고 하기에는 빈상맞은 문에 마당에는 화단과 외다리 의자가 놓여있을 뿐.
 
그래도 나에게 있어선 훌륭한 성이다.
 
 
전문 학교를 졸업과 동시에 모은 자금과 긁어모은 차용금을 모두 투자해서 얻은 성에는 '이로하스 잡화점'이라는 화려한 이름이 주어졌다.
 
종업원은 나뿐.
 
그래도 오픈하고나서 2년간, 갖은 고생은 하면서도 어떻게든 경영을 존속시키고 있다.
 
 
꿈이나 희망이 모인 가게.
 
 
죄송해요.
 
 
그건 아름다운 것이다.
 
 
그저, 연분홍색 외장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낡은 건물에 한눈에 반해서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면서 구입을 결의했다.
 
 
여기는 분명, '그 무렵'과 같은 따뜻한 공간이 된다.
 
 
그런 직감을 믿고 부모님이나 친구의 부정적인 의견을 뿌리치며 이 이로하스 잡화점을 오픈한 것이다.
 
 
 
 
 
 
 
평일 점심무렵.
 
손님층은 거의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여학생들에겐 화려한 아이템을 요구받고 남학생들한테는 여자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을 요구받는다.
 
지금은 한가해서 파리가 날리고 있지만, 저녁이 되면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가끔 '그 무렵'을 떠올리는 일이 있다.
 
 
 
석양이 비치는 교실에서 셋 뿐인 학생이 부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유유작작한 활동을 하는 그 공간.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그는 두 사람을 다정하게 지켜본다.
 
 
나는 그들에게 동경해서 학생회장이라는 입장을 사용해서 자주 놀러 갔었다.
 
 
 
그런 따뜻한 공간에, 이 가게는 다가가고 있는걸까.
 
 
 
졸업을 계기로 일절의 연락을 취할 수 없게 된 한 명의 선배를 떠올렸다.
 
누구보다도 다정한 주제에, 누구보다도 남을 멀리한다.
 
진실된 것을 찾아 분주하는 모습은 해학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다부졌다.
 
따뜻하고 믿음직스런 선배.
 
 
 
그 사람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딸랑딸랑.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포근하게 풍겨오는 그리운 냄새에 나는 손님을 맞이하는 말도 잊고, 그저 그 인물에게 시선을 못박아버린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도, 하늘이 높고 맑았던 따스한 날이었다.
 
 
전 학생회장 시로메구리 선배를 따라 들억나 부실에, 그는 흥미없다는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그 때의 그를 연기하듯이, 가게 문을 연 수트 차림의 손님은 점장인 나에게 흥미없다는 시선을 향했다.
 
 
 
"……어서오세…요"
 

"……?"
 
 
 
 
손님은 당혹한 나를 힐끔 곁눈으로 보고 그대로 가게 안에 진열된 물품으로 시선을 옮겨버린다.
 
 
적당한 키에 고양이등 남성.
 
 
손을 주머니에 꽂은채로 그는 가게 안을 쳐다본다.
 
 
 
5년 전의 졸업식.
 
그의 따스한 미소가 머리를 스친다.
 
 
"……. 이거 부탁합니다"
 
"에, 아, 네! 어음…… 690엔입니다"
 
"포장도 부탁합니다. 생일 선물용으로요"
 
"아, 아하하-. 여, 여친에게 선물…인가요?"
 
"……"
 
"죄, 죄송합니다! 어, 어음 포장 말이죠! 지금 바로……"
 
 
그는 첫 단추까지 잠가뒀던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나를 쳐다보면서 밉살스럽게 웃어보였다.
 
 
"……나한테 여친이 생길리가 없잖아. 외톨이 얕보지마"
 
 
"그, 그렇지요-……. 앗, 서, 선배에요!?"
 
 
내 목소리에 놀란듯이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움찔했다.
 
 
"……아, 미안. 잊고 있었어? 그대로 잊어주세요"
 
"잊을리가 없잖아요!"
 
"아, 그래. 그보다도 빨리 포장해주지 않을래?"
 
"좀! 오랜만에 재회인데 너무 냉정하지 않아요!?"
 
 
조금 키가 컸나?
 
분위기도 어른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얼굴생김이 남자답다.
 
 
"이야아, 너무 오랜만이라서 눈치 못 챘어요-!"
 
"그러냐. 알았으면 빨리 그걸…"
 
"5년만이거든요!? 정말이지, 소식이 없는데도 정도가 있죠!"
 
"응. 포장을…"
 
"키, 컸네요오. 왠지 얼굴도 달라졌구요. 수트도 입고 있고"
 
"……응. 너는 변함없구만. 전혀 변함없어"
 
 
가슴이 두근두근 고동치고 있었다.
 
왜일까.
 
그 무렵같은 아무래도 좋은 대화가, 지금은 무척이나 기뻐서 견딜 수 없다.
 
 
"일단 포장을 해줘"
 
"냉정하네요!!"
 
"……뭐야"
 
 
상품을 조심스레 포장하고 선배에게 돈을 받는다.
 
받을때 만져진 선배의 손은 그 무렵과 변함없이 따뜻하다.
 
 
"땡큐. 그럼"
 
"자자, 그리 서두르지 마세요"
 
"너, 정말로 점원이야?"
 
"쌓인 얘기도 있잖아요? 점심 겸 밖에서 얘기 좀 하자구요?"
 
"……응, 어음, 그거다. 그거야. 그거. 그럼, 다음에 한가할때"
 
"좀 기다려주세요! 지금 갈아입고 올게요-!!"
 
"……"
 
 
 
 
――――
 
 
 
점심도 지난 시간대라서 그럴까, 가까이에 경식을 먹을 수 있는 찻집에는 손님의 모습은 적어서 기다리지 않고 가게 안으로 안내 받았다.
 
 
칸막이 자리에 대면해서 앉으니 새삼 선배의 분위기가 그 무렵과 변하지 않았다고 실감할 수 있다.
 
느긋하게 앉은 그는 귀찮다는 듯이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호에~. 선배, 담배 피워요?"
 
"음. 미안"
 
"딱히 상관없지만요…. 아, 혹시 히라츠카 선생님의 영향이라던가?"
 
"그 말대로 놈이 원인이다"
 
"아하하-! 이야아,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선배랑 얘기할건 그리 없네요"
 
"얘기 쌓인것도 없었던거냐!"
 
 
점원에게 커피 둘과 경식을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만 먼저 나왔다.
 
그는 껌시럽을 넣고, 조금 망설이는 듯이 내 껌시럽을 쳐다본다.
 
 
"?"
 
"네 껌시럽은 내가 받아가마. 알겠지?"
 
"하?"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내 껌시럽으로 손을 뻗어, 그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커피에 투입했다.
 
 
"풋. 혹시, 아직도 커피 못 마셔요?"
 
"하? 학생때부터 커피만 마셨다만?"
 
"맥캔말이죠? 커피 주스잖아요, 그거"
 
"너는 전국의 맥캔팬에게 사과해라"
 
 
모습은 어른이 됐으면서, 입맛이나 속은 그 무렵 그대로다.
 
 
"그보다 선배. 어째서 여기에?"
 
"……네가 데려온거잖아"
 
"그런게 아니구요. 지금까지 소식불통이었으면서, 어째서 저를 만나러 와준거에요?"
 
"자의식 과잉. ……전근으로 이쪽 지사가 된것 뿐이야. 그 가게에 들어간것도 우연이다"
 
"하하. 그건 선배의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필연이에요"
 
"……건강해 보이는구만"
 
"네! 선배도 건강해보이네요!"
 
 
선배는 담배를 크게 빨고 내뱉었다.
성실하게도 나에게는 연기가 닿지 않도록 신경써서.
 
나랑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선배는 어딘가 어른스럽다.
 
담배를 든 손도, 수트를 흐뜨려 입은 모습도, 손목 시계를 힐끔 보는 모습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나는 어째선지 눈을 빼앗겨버린다.
 
 
"……아?"
 
"에, 아, 아뇨. ……건방지네요"
 
"네가 할 소리냐"
 
"저기요 저기요 선배. 이쪽 지사로 전근해왔다는건, 집도 이 근처라는거죠?"
 
"음, 멀지 않고 가깝지 않아"
 
"어느 쪽이에요…. 그럼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제 가게에 얼굴 내밀어주세요"
 
"하? 저런 펑키한 샵에서 살만한 취미는 없다"
 
"팬시에요! ……따, 딱히 쇼핑을 하지 않아도, 저를 만나러 와주는것만이라도 좋아요"
 
"엥, 뭐냐 그 벌게임?"
 
 
그는 수상쩍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선배의 꼬아진 다리는 의외로 길어서 내 다리와 가볍게 부딪친다.
 
 
"아, 미안"
 
"아뇨…. 아! 아파요! 역시 아파! 지금 맞은데 아파!!"
 
"헤?"
 
"선배! 지금, 제 다리 찼죠!?"
 
"하? 아니, 부딪친것 뿐이잖아"
 
"가해자는 반드시 그렇게 말해요! 저, 선배를 신고할거라구요!?"
 
 
생각했던것보다도 큰 소리를 질렀던 나에게 점원과 몇 없는 손님이 우리 자리로 주목한다.
 
조금 부끄러워…….
 
 
"어, 어이. 소리 볼륨을 내려라, 바보야"
 
"네, 바보라고 들어서 상처입었어요. 명예훼손이에요. 인권침해에요!"
 
"……아, 알았다. 한가할때 얼굴 내밀면 되지? 알았으니까 다물어"
 
 
조금 허둥대면서 선배는 내 입을 손으로 막는다.
 
 
"읍-! 푸핫! ……후후후, 상해, 명예훼손, 성희롱……. 이걸로 선배는 도망칠 수 없거든요?"
 
"……성희롱 추가된거냐. 뭐, 됐어. 하지만 정말로 한가할때 말고는 안 간다?"
 
"헤헤, 그거면 되요"
 
"아?"
 
 
찻집 창으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바람에 만져지듯 선배의 머리카락은 살랑 흔들린다.
 
그 무렵과 같은 대화에, 얼굴이 풀어져있을 내 얼굴은 선배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바람에 올라탔을, 작은 꽃잎들이 선배의 앞머리에 달라붙는다.
 
내가 그걸 무턱대고 집어주니 선배는 놀라면서도 고맙다고 말했다.
 
 
"……. 땡큐"
 
"아뇨아뇨"
 
 
선배의 빨개진 뺨을 보면서 나는 기뻐서 견디지 못해, 마찬가지로 뺨을 붉혀버린다.
 
 
 
 
신님도 참 치사한 짓을 해준다.
 
 
갑자기, 선배와 재회하게 해주니까.
 
 
 
 
 
 
"이로하스 잡화점은 언제나 선배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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