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은 이니셜이 Y.
 
 
 
"내 첫사랑은 히키가야인데, 히키가야의 첫사랑은 내가 아니구나"
 
옆에 기댄 그녀의 갑작스런 말. 그건 쓸쓸한 여운을 갖고 있다.
나는 어깨에 기대어진 그녀의 머리를 살살 만졌다.
 
"첫사랑이라고 해도 말야. 나는 단순히 이상을 강요한것 뿐이잖아. 아마 전부 첫사랑이라고 해도 좋을게 아니었다고 생각해"
 
"……그럼 누가 첫사랑이야?"
 
사실을 묻는 그 목소리는 어딘가 불안해하고, 기대도 있었다…….
 
"일단, 이니셜은 Y군……"
 
"그건, 아"
 
순간 예쁜 눈동자가 반짝였다. 하지만 낙담으로 변한다.
 
"네 주위에는 이니셜이 Y인 사람이 많이 있잖아"
 
화난 그 표정이 점점 자신이 없어지듯 쇠약해진다.
 
"첫 글자는 【유】야"
 
"더는 속지 않아"
 
또 째릿 노려보고 말았다. 내 기준으로는 아까 간단하게 낚여주는 편이 의외였지만.
나는 히쭉 웃는다..
 
"다음은 【키】"
 
"키……그, 그래. 그럼 됐어"
 
조금 기쁜듯이 볼을 푸는 유키노시타. 나는 풋, 뿜는다.
 
"너는 한 가지 가능성을 잊고 있어"
 
말을 해보니 한 사람 짐작이 가는게 있는 모양이다. 유키노시타는 기막히단 소리를 낸다.
 
"……설마 언니라고 할 셈이야?"
 
"말이 안 되진 않잖냐. 그 사람 엄청 미인이고"
 
"말도 안 돼. 나는 너랑 언니가 처음 만났을때 그 자리에 있었단다? 도저히 반한걸로는 보이지 않았어"
 
이겼다는듯이 말하는 그 얼굴에 나는 어깨를 으쓱인다.
 
"그런게 얼굴에 나오는 타입이 아닌걸지도 몰라"
 
"토츠카의 앞에 있는 네 얼굴을 여기에 가져오면 좋았을텐데"
 
아아, 그런가. 그렇게나 내가 토츠카를 좋아하는걸 면전에 들이대는건가? 그야 질리지 않지. 그런 얼굴은 너말고 보여주면 안 되니까.
 
"이런 얼굴이야?"
 
"어? 아……"
 
그녀를 쳐다보자 그 길다란 속눈썹이 몇 번이나 끔뻑이며, 동시에 볼에 주홍색이 깃든다.
 
"내 첫사랑도 너야. 안 그러면, 이런 식으로 처음으로 진짜 감정을 갖지 않지"
 
그 젖은 눈동자를 마주보며 똑바로 말한다.
 
"……나, 나도야……다행이다"
 
그 행복해보이는 미소에 얼굴을 가져간다. 입술을 빼앗는다. 놀라는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잠겨가는걸 본다.
둑든두근하는 첫 감정. 거봐? 내 첫사랑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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