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7화
 
 
 
3일째 아침, 나는 숙면을 탐내며 사랑스런 이불을 옷장 속에 집어넣고 몸 단장을 모두 마쳐서 2층의 홀에서 토츠카와 행복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맛있네, 이 생선"
"그렇군…………그런데……왜 카와사키가 계신겁니까"
홀에서 막 식사를 먹으려고 앉은건 좋지만 어째선지 또 카와사키 씨가 내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엉, 뭐야? 나 지금부터 아침 공갈당하는거야? 이 피망이랑 그 달걀을 교환해라 짜샤, 처럼.
"있으면 안 돼?"
"아, 아니 딱히 그런게……그리고 자이모쿠자. 내 튀김을 훔치면 네 소설 원고를 투고 스레에 투고해버린다"
"크헉!"
시야 구석에서 힐끔 보인 자이모쿠자의 밀행에 못을 박아두면서 즐거운 아침을 먹는다.
아까부터 하야마나 유이가하마네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뭐 됐나. 어차피 에비나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나는 남은건 자유로운데 에비나의 모습도 안 보여.
"저기, 하야마나 어디 있는지 몰라?"
"하야마네라면 밖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했어. 아, 그리고 아라시야마에 간대"
과연. 역시 토츠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안하고 정보수집을 하다니……꼭 장래에 우리 집에 들여서 밖에서 정보수집을 맡기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되면 어차피 거기에 에비나도 있을테고, 아라시야마에 먼저 가서 PFP라도 해둘까.
아침을 다 먹고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마친 나는 적당하게 교토 관광명소라고 하는 곳을 걸으면서 대충 즐겼다…………어째선지 옆에 카와사키 씨를 데리고 다녔지만.
 
 
 
 
 
 
 
 
 
 
 
숙소에서 마지막 저녁을 다 먹은 나는 어두컴컴한 가운데 어떤 장소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 곳이란 아라시야마의 관광가이드에도 쓰여있는 죽림의 길에 밤이 되면 등롱으로 죽림자체가 라이트업 되는 모양이라 그 경색은 멋지다고 한다.
왜 나는 그런 곳으로 향해 걷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에비나에게 한 마디 하기 위해서다.
에비나는 지금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무슨 이유로 지금의 일상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딱히 나는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남의 일상이 바뀌든 안 바뀌든 남을 생각할 마음도 없거니와 머리 구석에도 없다. 하지만 나는 에비나의 악수만큼은 놓칠 수가 없었다.
미우라의 말대로 에비나는 분위기를 읽지 않고 자신을 변모시켜서 주위를 맞춘다.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한 악수다. 자신을 변모시켜서 맞춘다면 일상을 바꿀 수 없다는것도 무리한 이야기다…………일상은 자신이 바뀐 순간부터 바뀌어버린다.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이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걸 집어버리면 된다.
라이트업된 죽림속을 걷고 있으니 전방에 에비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에비나"
"어라? 히키타니"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는 모르고 알 생각도 없다……그저, 비슷한 사람끼리 하고 싶은 말만 말한다. 일부러 '지금'을 부수러 가려고 하는걸 막기 위해.
"왜 그래?"
"뭐, 조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이 앞에 뭐가 있어?"
"유이가 좀 불러서"
……그럼 더욱 말해야겠군.
"에비나……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자금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걸 집어내야해"
갑작스런 내 발언에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이지만 바로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야?"
"지금 상태로 가면 확실하게 지키고 싶은 '지금'은 부서져"
"……그럼 어떡해야 한다고 생각해?"
"간단한 이야기지만 지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접근시키지 않으면 돼"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은 쓸 수 없어. 왜냐면 여기서 떠나면 그야말로 지금이 부서지는걸"
에비나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을 변모시켜서 맞추는 법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러니까…………진짜 에비나의 모습으로 가능성을 집어내면 돼. 지금을 이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걸 없애버리면 돼. 이후로 나오지 않게 될 정도로 말이지……자신을 주위에 맞춰서 바꾸는게 아니야. 주위를 자신에게 맞춰서 바꾸면 돼"
내 이야기가 얼마나 그녀에게 통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미우라가 말한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랑 같은 정도다.
만약 이 앞으로 걸어가서 지금을 부서버리면……확실하게 우리 교실은 붕괴하겠지. 그것도 피하고 싶다……그럼 가능성을 집어내는 수 밖에 없다. 그 방법 말고는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분위기에 맞추는걸로는……지금을 지키는건 무리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런가. 그게 네 답이구나"
"내 답이 아니야. 생각이지……물사의 사례라는거야"
"……고마워. 히키타니"
그렇게 말하고 에비나는 라이트업된 죽림 속을 걸어간다.
에비나가 간 곳에 뭐가 있는지는 나는 모르고, 알 생각도 없다. 그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는 녀석들이 여럿 있는 이상, 쉽사리 '지금'을 부수러 가는걸 내버려둘 수는 없다.
바꾸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지금을 순식간에 없애버린 내 기준으로 보자면.
걸어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 죽림의 입구 부근에 있는 벤치에 앉아 PFP를 기동시킨다.
하고 싶은 말은 다 말했으니까 조금 게임하고나서 숙소로 돌아가 자면 그걸로 나의 하루는 끝난다.
15분 정도 벤치에 앉아 게임을 하고, 하나 구별을 짓고 세이브하고 나서 자, 돌아갈까 하며 일어났을때, 죽림의 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나왔다.
"어라? 힛키 이런데서 뭐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너네야말로 뭐하는거야. 이런 시간에"
"어, 어음……"
"유이가하마. 이제 괜찮지 않을까. 의뢰도 끝났으니까"
"의뢰?"
"으, 응……실은 말야. 토벳치한테 의뢰가 왔어. 히나에게 고백하는걸 도와달라고"
"너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토베에게 들었어. 그러니까 이번에 너에겐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래서 그때 이 녀석들은 나한테 역앞의 편의점까지 갔다오라고 해서 나를 떼어놓았나.
유키노시타의 이야기를 듣고, 이 3일간 유이가하마의 행동의 의미를 겨우 이해하고 어딘가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토베와 에비나를 자꾸만 하나로 묶으려고 하던건 이런거였나. 그래서 미우라가 나한테 간섭하지 말라고 했나. 과연.
"그래서 그 의뢰는 어떻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일까"
뭐, 그렇겠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은 에비나가 지금을 크게 바꿔버릴지도 모를 토베의 고백을 받아들일리도 없을테고.
"그저…………왠지 평소의 히나답지 않다고 할까. 응~. 뭐라고 하면 좋을까"
"딱히 괜찮지 않냐? 우리하고는 이제 관계없잖아"
늘 함께 있는 유이가하마가 에비나에게 위화감을 품었다는건 내가 그때 말한건 어느정도 에비나에게 통했다는 소린가.
"거기다 토벳치도 왠지 처음때보다도 의욕을 내서 반드시 에비나를 함락시킨다! 라고 했구"
그건 포기해라. 뭐, 당분간은 토베도 아무짓도 안 하겠지. 차여서 엉엉 우는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덕분에 에비나가 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지금도 변하지 않은것 같고.
"슬슬 돌아가자"
"그러게~. 그보다 힛키는 밖에 나오면서까지 게임하고 싶어?"
"하아? 밖에 나왔으니까 하는거잖아"
"유이가하마. 그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없어. 그치, 글러먹은가야"
"심해라. 적당히 그 쓸데없는 별명만드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상처받잖냐"
우리는 평소처럼 담소하면서 숙소로 향해 걷기 시작한다.
 
 
 
 
 
 
 
 
 
 
 
 
 
3일째를 보낸 교토와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신간선 탑승장에서 위리가 탈 예정인 신간선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나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삑삑거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게임도 요즘은 진화를 계속해서 거의 PFP 등 가정용 게임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스펙의 스토리를 가진것도 많다.
"…………"
옆에 낯익은 인물이 서 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히키타니. 고마워"
"뭐가"
"너에게 듣고 말야. 조금 착각했던것 같아…………지금을 지키는데는 비장의 패를 꺼내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방어중시 캐릭터라도 방어가 뚫렸을때 큰 대미지를 입잖아. 그거랑 같지 않냐?"
"아하하하하! 그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건 나 정도라구?"
에비나는 배를 안고 홈에서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에비나가 생각하는 지금은 지켰어?"
"지킨게 아닐까. 아까도 평범하게 토벳치랑 얘기했고……있잖아, 하나 물어봐도 돼?"
"음?"
"나한테 물사의 사례라고 했지? 사례라는건 비슷한것이 있다는거야?"
신간선이 홈에 들어오는걸 알리는 전자음성이 홈에 울려퍼진다.
"……글쎄. 나는 경험풍부하니까. 뭘 사례로 든건지 모르겠어"
"그럴까나……분명 나와 똑같은게 네 안에도 있다고 생각해. ――――――"
에비나가 그 뒷내용을 말하기 시작한 순간에 신간선이 우리 근처를 지나가, 레일에 걸리는 브레이크 소리로 내 귀에 들어오기 전에 말이 떨구어진다.
신간선이 완전히 정지하여 문이 열리고 손님이 내리고나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탑승한다.
그걸 따라 에비나도 차내로 들어가고, 나도 그 뒤를 쫓듯이 차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해서 수학여행은 끝났다.
 
 
 
 
 
 
 
 
 
 
 
 
 
――――――――『너에게도 있는거 아닐까? 지키고 싶은 '지금' 이라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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