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0
Prologue.
여기에, 하나의 라노벨 작품이 지금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 작가의 데뷔작 『사랑하는 메트로놈』은 전평판은 대단치 않았지만, 뚜겅을 열어보면 전 5권으로 50만부의 매상을 올리고, 명실공인 히트작으로 유저, 업계에 인지되고 있다.
이번에 그 히트작의 유행을 파급하는 새로운 시리즈가 만전을 다해 스타트하게 되면 출판사인 언데드 매거진 측에서도 특집을 짜는건 당연한 귀결이다.
정말이지 그 말대로이지만.
"――자, 그럼 녹음을 시작합니다. 카스미 선생님,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카다 씨, 어째서 여기에 하치만 군이 있는건가요?"
"갑자기 주제를 꺾는건 그만두세요, 우타하 선배"
나――히키가야 하치만은 눈 앞의 작가, 카스미 우타코 선생님,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선배를 빤히 응시했다.
장래는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 일하고 싶지 않다고 위세를 떨치는 나였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실로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알바를 하게 됐다.
그것이, 이 인터뷰 아르바이트다.
왜 일개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그러한 일이 돌아온건가. 그건 눈 앞의 작가에게 기인하고 있다.
어떠한 일이냐고 하면, 나는 세계에서 유일한 카스미 우타코 팬사이트의 관리인. 즉……나는 카스미 우타코의 열광적인 팬이라는 것이다.
당사자는 나를 수상쩍은 눈으로 보고 있다. 풍성한 흑발을 손가락으로 만지고 있다. 정말로 외모는 불평 하나 없는 미인인데 말야. 스타일도 좋고.
"아니-, 그게 말야. 우타짱도 HIKI 군도 들어줘! 지금까지 하던 외주 라이터인 사사키 군이라는게 있어서 이번에도 그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했어. 하지만 갑자기 행방을 감춰버렸거든. 이것 말고도 일이 많으니까 정말 곤란해져서 아키다의 친가까지 찾아봤지만……"
"실감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나의 고용주인 후지가와 서점. 팬타스틱 문고편집부 마치다 씨가 푸념어린 소리를 줄줄 하는걸 보고, 힘이 빠지면서도 태클을 넣는다.
"――뭐어. 그런고로 대역의 대역을 맞이한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오늘은 잘 부탁합니다"
"……시시한 인터뷰라면 도중에 잠들거란다? 나, 오늘도 거기 억지 편집자에게 강요당해서 철야로 샵 특전 소설을 썼으니까"
여전히 수상쩍은……이라고 할까 졸려보이는 얼굴로 우타하 선배가 말한다. 철야였나, 어쩐지 졸려보인다고 생각햇어.
"너무 압력걸어주지 말아줄래요? 저는 기본적으로 뼈없는 치킨이라서요"
"어머, 맛있을것 같네.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싶으면 오늘밤은 나를 재우지 말렴"
"아, 그런거 됐거――아얏!?"
휙 넘기려고 했더니 테이블에 놓여있던 손을 손톱을 세워서 있는대로 움켜쥐여서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뜨겁네에. 괜찮아 HIKI군. 이런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우타짱도 인터뷰 받는건 처음이니까. 분명 내심으론 긴장해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걸?"
"뭣……"
장난치면서도 진상을 말하는 마치다 씨의 발언에 우타하 선배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었다.
"헤에. 그러십니가. 그렇게 인기 작가면서"
"어머, 전작일때는 브레이크만 걸렸을때 마침 완결해버렸으니까 이쪽도 개최할 티이밍을 놓친거야. 거기다 정체가 정체니까 교제 옅은 라이터에게는 맡길 수 없고"
마치다 씨의 말에 납득해버린다. 확실히 눈 앞에 있는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라는 여성은 꽤 진심으로 농담같은 존재다. 여고생 라노벨작가(그것도 미소녀)라던가. 자이모쿠자의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도 아니고.
……그리고, 교제 얕은 라이터에게 맡길 수 없고 나는 맡길 수 있는겁니까……트집 잡히게 될테니까 절대로 안 묻겠지만.
"과연……"
마치다 씨는 내 답변에 손을 탁 치고, 여전히 활발한 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했다.
"그런고로 서로 처음이니까, 첫날밤처럼 풋풋한 인터뷰 기대할게!"
"……나 더는 아무 말도 안 해"
마치다 씨의 말에 우타하 선배가 뚱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그걸 보고 있는 힘껏 한숨을 쉬었다.
"이 인터뷰, 성공시키고 싶으면 당신은 말하지 마세요, 마치다 씨"
결국, 우타하 선배는 그 후 5분 가까이 계속 기분 나쁜 상태였다.
× × ×
겨우 우타하 선배의 기분이 풀렷을 무렵, 인터뷰를 재개한다.
"자 그럼 카스미 선생님. 신경쓰이는 스토리 쪽 말인데요"
내 질문에 또 졸려보이는 얼굴로 우타하 선배가 대답한다.
"뭐……남자애와 여자애가 만나서 사랑을하고 이래저래 일이 생기고나서 헤어질뻔하지만 결국 이어지는 이야기?"
그거 연애물의 태반에 말할 수 있는거잖아요. 텔레비전 게임을 『피코파코』로 일축된 기분이야.
"……과연. 전작을 답습한, 가슴이 조여지는 듯한 애뜻한 연애 메인 이야기로 한다고"
"아, 하지만 마치다 씨가 이번에는 조금 웃고 모에하는 작품으로 하래"
"……그렇다는건, 이번에는 같은 러브코메디여도 코메디에 가깝다는건가요. 그건 무슨 노림수로?"
"글쎄?"
여기서, 역시 보다못한 마치다 씨가 끼어들어왔다.
"――카스미 선생님이 말씀하고 싶은걸 대변하면, 이번에는 좀 더 라이트한 층에도 즐길 수 있는걸 만들고 싶어, 그런걸로 해줘"
"과연, 대상이 되는 독자를 넓고 크게 잡고 싶다고?"
내 질문에 우타하 선배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딱히 그렇게까진……"
말을 채 끝내기 전에, 다시 마치다 씨가 끼어들어온다. 디펜스에 정평이 나올지도 모른다.
"네, 그래요. 전작은 평가가 좋았지만 역시 진지한 장면이 대부분이라서 앙케이트 속에도 『읽는게 괴로워』나 『즐겁지 않아』라는 의견도 꽤 있었어요"
"그랬나요. 하지만 그 깊이야말로 카스미 우타코 작품의 진면목이고, 그러한 작품을 관철한다는 선택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조금 사심이 나와 팬심 가득한 발언을 실수로 해버리니, 우타하 선배가 나를 쳐다본다.
"……그렇구나, 나는 어느쪽이냐고 하면 그러는 편이――"
"그건 어떤 의미로 도박이라구요! 히트작을 낸 작가는 차회작에서 그런 식으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에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면 전작정도 평판도 매상도 좋지 않은게 많아요"
또 마치다 씨의 철벽 디펜스가 들어온다. 나는 그대로 질문을 이었다.
"확실히 히트한 직후라면 작가의 의향이 통과되기 쉬운 상황이네요. 하지만 굳이 이번에는 그런 욕구는 참았다고?"
"그러니까, 딱히 참을 생각은 없었는데……"
"카스미 우타코는 다음이 아직 두번째 작품이고, 무엇보다 젊은 작가에요. 자신의 생각대로 써도 팬이 따라오게 되기에는 조금 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어요. 그러므로, 지금은 아직 넓게 독자에게 그녀의 매력을 알리는게 선결이에요. 그러기 위한 신작이에요"
"과연. 이번 작품은 아직 진화를 하는 카스미 우타코의 세계에 있어서, 아주 조금인 서장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커다란 두 번째 발자국, 이라는거죠?"
"전혀 그런건――"
"물론 그래요! 전력을 다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듭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런 느낌의 코멘트를 우타짱이 말했다는 식으로 종합할 수 있어?"
"엄청 여유롭네요"
"역시 이 인터뷰, 나 필요없잖아……"
우타하 선배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마치다 씨가 자리비운 사이, 나는 자료를 정리해간다. 그 모습을 우타하 선배가 졸린듯이 쳐다보고 있다.
"……뭔가요, 빤히 쳐다보고"
"네 썩은 눈이라도 보면 졸음도 깨려나 생각해서"
어딘가의 얼음 여왕이 말할것 같은 소리를 우타하 선배도 말해서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럼 그 소파에서 자면 되잖아. 마치다 씨가 돌아올때까지 말야"
무심코, 어투가 심해져버렸다. 조금 놀란 우타하 선배는 나에게 질문해온다.
"하지만, 인터뷰……"
"이미 우타하 선배의 파트는 거의 끝낫어. 남은건 마치다 씨랑 내가 조금 맞춰놓기만 하면 돼"
조금 내뱉듯이 말하자, 겨우 우타하 선배가 일어선다.
"……그래? 그럼 사양않고 쉬도록 할게"
"그러시죠. 주무세요, 선배"
내 발언에 어째선지 불만스럽게 올려다보는 우타하 선배.
"태평하게 인사할 상황이 아니잖아?"
"……하아?"
그렇게 말하고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소파를 툭툭 때리는 우타하 선배가 보였다.
"이쪽으로 와"
"엥"
× × ×
"역시 배게가 없으면 안 되지"
나는 배게냐. 그보다 설마 내가 무릎배게를 하는 입장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코마치에게도 한 적이 없는데에!
"………………"
고개숙여서 아래를 쳐다보니 우타하 선배의 얼굴이. 눈은 감고 있지만.
그리고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우타하 선배의 하얀 손이 보였다. 이 가는 팔로, 사랑하는 메트로놈을 써온거군…….
"응……"
숨결이 들려와서 내 가슴이 고동친다. 얼버무리듯 나는 질문한다.
"……저기요, 선배"
"응-?"
"저, MAX커피 냄새 안나요?"
"괜찮아. 나한테는 고향의 냄새야"
"진짜냐……치바 출신이었나……"
"………………"
"………………"
다시 말이 없어진다. 잠시 그대로 있으니 갑자기 우타하 선배에게 질문을 받는다.
"……있잖아"
"뭔가요"
"이 자세는 각도에 따라선 내가 하치만 군의 고간에 얼굴을 묻고 있는걸로도 보이는구나"
"눈의 착각이거든!?"
있는 힘껏 딴죽을 넣었다. 그걸 긍정할 수는 없다.
나참, 앞날이 걱정된다. 나는 마치다 씨한테 받은 또 하나의 『의뢰』를 떠올린다.
『곤란하네에』
『불러내놓고 갑자기 뭡니까』
마치다 씨에게 호출받은 나는, 커피에 설탕을 넣으면서 묻는다.
『아니, 그게 말야? 나, 우타짱이 인기 있는 덕분에 부편집장으로 승진했지만, 도리어 너무 바빠져서 돌봐줄 수 없게 됐어』
『하아』
『그래서, 신인 편집으로 우타짱을 이어준건 좋지만, 거봐, 그 애 성격이 시컴하니까. 마음이 꺾여서 담당에서 빠져버렸어』
편집부의 내구력이 없는건지 우타하 선배의 공격력이 장난 아닌건지. 틀림없이 후자일테지만.
『그래서, 스케줄은 빡빡해서 정말로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하아』
이런, 나 진짜로 초능력에 눈을 뜬걸지도 몰라.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들어. 그 우스꽝스런 예감을 쳐죽이고 싶다.
『엄청나게 카스미 우타코의 담당에 어울리는 인재를 알바로 고용하고 싶어』
『……그런 인재 있습니까?』
『남들과 다른 이성과 그녀에게 경계심을 품게하지 않는 환경의 양면을 겸비한 인재가 한 명 있어』
마치다 씨가 엄청난 안력으로 나를 본다. 겉멋으로 부편집장을 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교섭력도 역시 엄청났다.
『돈 필요하지?』
『네』
즉답이었던 것이다.
이상, 회상 끝. 새삼 대가에 맞는건지 불안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니, 우타하 선배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게 정말로 가능할까, 학원 하렘"
"……카스미 우타코라도 불안해져?"
내 질문에 고개를 홱 돌리며 몸부림을 친다.
"그야, 마치다 씨한테 말을 듣고 생각은 했지만. 새로운 히로인을 매권마다 보이니, 전원 주인공을 정말 좋아하니, 게다가 매권 목욕씬 완비라니……정말이지"
"그거 놀랍네"
사랑하는 메트로놈을 읽었던 측은 완전 질겁하겠네, 그거.
"……어쩌면 엄청 혹평들을지도"
내 손을 잡는 힘이 강해졌다.
"신경쓰여?"
"나에 대해선 아무래도 좋지만, 솔직히 내 작품은 신경쓰여"
나는 『그런가』하고 끄떡이고, 우타하 선배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엄청 읽어보고 싶어. 우타하 선배의 학원 하렘 코메디"
내 말에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
"――그게, 단순한 하렘인채로 끝날리가 없잖아. 그 카스미 우타코의 작품이"
"하치만 군……"
희미하게 볼을 붉히며 우타하 선배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 말을 이었다.
"라고, 가장 짙게 느끼는 팬이 말하는거니까, 괜찮지 않아?"
그걸 듣고, 또 내 허벅다리에 머리를 올린 우타하 선배가 입을 연다.
"……신자가 하는 말은 불확실하다고 옛부터 말하지 않아?"
"그런건 안티가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살내줄게"
"……정말이지. 그럼 믿고 있을게, 하치만 군"
"아아"
"한번 더, 그 사람을 폭 빠지게 만들면 말야……"
수면의 한계가 온 우타하 선배가 중얼거린 말이 되게 귀에 남았다.
"잘 자요, 우타하 선배"
――카스미 우타코의 담당편집, 내가 할 수 밖에. 없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
――나는 1년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도로로 뛰쳐나간 개를 감싼다, 라는 만화같은 이유로.
라고해도, 상처 자체는 왼쪽 다리를 골절하는것 만으로 끝나버려서, 다행히 『깨끗한 얼굴이지? 죽었어, 이거……』같은 일은 아니었다.
대신에 입학하자마자 입원하게 됐지만……이게 또 한가하다.
운이 나쁘게도 당시에는 빠져있는 게임도 없고, 독서하려고 해도 눈에띄는 장서는 독파해버렸다. 다시 읽는것도 좋지만, 병원에 갖고오기에는 역시 부피가 너무 크다. 그리고 특별히 사고 싶은 책도 없었다.
그런고로, 나는 과감하게 사랑하는 동생. 코마치에게 책을 적당하게 골라오게 했다. 소설, 그것도 라이트 노벨도 상관없다, 라는 조건만 붙이고.
『코마치에게 맡겨줘☆』
어미에 ☆마크를 붙을것 같은 바보같은 대답을 하고 코마치가 다음날 갖고온 것은 어떤 라이트 노벨.
『……사랑하는 메트로놈?』
처음에는 연애물이냐, 우헤에……라며 힘이 빠졌지만, 말을 꺼낸건 나였고, 무엇보다 코마치가 고른 책이라는고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떠냐, 그대로 몰입해버린 것이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문턱에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세계관, 섬세한 인물묘사. 그것들을 축으로 그려진 매력적인 일러스트. 이 작품의 모든것이 나를 포로로 삼았다.
당시에, 『사랑하는 메트로놈』은 미완결 작품이어서, 나는 임원중에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그 때마다 내 마음은 끓어올랐던걸 기억하고 있다.
『……좋아』
퇴원후,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어떤 사이트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건, 『사랑하는 메트로놈』 팬사이트. 당시를 술회하면, 약간 기분이 나쁜 느낌이 안 드는것도 아니지만, 라고할까 실제로 코마치한테 기분 나쁘다고 일축당해서 조금 울어버렸지만, 그만큼 나는 이 작품, 작가에게 빠져있던 것이다.
이렇게해서 나는 카스미 우타코 팬사이트의 관리인. HIKI가 됐다. 마음을 모두 쥐어짠 사이트는, 처음에는 접속수는 거의 제로였지만, 서서히 카운트를 늘려가, 마침내 『카스미 우타코』라고 검색하면 톱에 사이트가 표시되게 되버렸다. 그것과 호응하듯이,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인기도 올라갔다.
……그리고,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클라이막스가 가까워졌을 무렵. 카스미 우타코의 첫 사인회가 어떤 서점에서 행해졌다.
『――히키가야………………HIKI……? 혹시 당신, 그 사이트의――――』
거기서 나는 그녀와 만났다――――――.
× × ×
방과후, 나는 학생지도인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억지로 입부된 봉사부에 고개를 내밀기 위해 특별동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강제 입부의 배경에는 나의 비뚤어진 성격이 관계하고 있다. 요컨대 단순히 히라츠카 선생님의 눈에 띄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 의사를 존중해줬으면 싶다. 뭐냐고 고독체질 개선이라니. 그런 소리를 하면 아라사에다 잘난 이야기 하나 없는 히라츠카 선생님도 충분히 고독체질이잖아. 마랗면 살해당할테니까 마음속으로만 묻어두고 있지만. 목숨을 소중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었더니, 순식간에 부실 앞에 도착했다.
"여어"
그렇게 말하고 부실 문을 여니, 이미 들어가 있던 인물과 눈이 마주친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빛이 풍성한 흑발을 비춘다. 시원스런 표정으로 독서하는 모습은 마치 그림같은 광경이었다. ――봉사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다.
"늦었잖아, 쓰레기먼지"
입을 열자마자 이거다. 학교 제일의 미소녀라고 일컬어지는 유키노시타가 하는 말은 되게 신랄하다. 서면 작약, 앉으면 모란, 걷는 모습읜 백합, 입을 열면 투구꽃이다.
"1밀리도 안 맞잖아, 그거……"
나는 한숨을 쉬고나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정위치로 변한 자리에 앉아 가방을 열고 안에서 책을 꺼낸다. 참고로 사랑하는 메트로놈은 아니다. 읽으면 도중에 울어버리므로 부실에선 읽지 않고 있다.
"………………"
그런 내 모습을 유키노시타는 흘낏 보고 다시 독서로 돌아갓다. 나도 책 항목을 넘기기 시작한다.
잠시동안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부실에 울린다. 그 정엄한 시간을 보내는건 딱히 싫지는 않았다.
"――얏하로!"
그 정숙을 부수듯이 밝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부원 중 한 명인 유이가하마 유이다. 그녀는 이전에 봉사부에 의뢰를 하러 온것을 계기로 입부하게 됐다.
"안녕, 유이가하마"
"유키농, 얏하로!"
유키노시타가 평범하게 인사를 한다. 유이가하마는 그녀가 마음을 허락하는 몇 없는 한 사람인 모양이라, 자주 부실에서 백합월드를 전개하고 있었다. 와씁니다-를 세우고 싶을 수준이다.
"힛키도 얏하로-!"
"……여어"
바보같은 인사에 힘이 빠지면서도 나는 인사를 했다. 뭐야, 얏하로는. 거기다 힛키라고 하지마. 히키코모리에 가깝다는건 자각하고 있지만.
"증말 힛키, 목소리가 작아-"
유이가하마가 불만스럽게 대답을 한다. ……그나저나 바보같은 점을 빼면 유이가하마는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마이랑 닮았다. 밝고, 어떤 상대하고도 구분없이 대할 수가 있다.
유키노시타도 유키노시타대로 왠지 모르게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사유카와 닮았지만. 사유카는 이렇게까지 독설은 아닌가.
아니, 오히려 사유카는…………………….
――라는건 농담. 현실의 인간을 라이트 노벨의 캐릭터에 끼워넣는건 너무 아프다. 자이모쿠자도 식겁할 수준이다. 안 돼 안 돼. 조심해야지.
"유이가하마, 이 남자는 존재가 왜소하니까, 필연적으로 목소리가 작아져버려. 당연한 귀결이야"
"유키노시타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나는 미크로맨이냐. 그래선 얼굴이 은도금하게 되버리잖아.
"왜소……귀결……?"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그런 나의 비아냥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왜 이 녀석은 소부에 붙은건지 이해불가능이다. 깡통 머리에 꿈이 가득찼으니까 HEAD-CHA-RA였던걸까.
"하아. 유이가하마, 왜소라는건――"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면서도 유이가하마에게 단어 설명을 시작했다. 역시 유이가하마에게는 무르군, 유키노시타는.
둘의 대화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주머니 속이 떨렸다. 안에는 휴대전화가 들어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확인하니,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착신자는――우타하 선배.
"……………윽"
말없이 메일에 눈을 두니, 단 한 문장.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오늘밤, 내 방에 오렴』
문장만 보면 뭔가 다른걸 상상해버릴것 같지만, 이건 담당편집으로서 협의를 한다. 라는 신호다. 그저 장소가 우타하 선배가 사는 맨션이라는게 그거지만.
나는 휴대폰을 조작해서 답장을 친다. 부활동이 끝나고나서 그대로 직행하면……이 정도 시간에 도착할까.
『그럼 밤 7시경에 그쪽으로 갈게요』
타이핑을 마치고 송신 버튼을 누른다.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드니 유이가하마가 희귀한걸 보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걸 깨달았다.
"……뭔데?"
내가 물으니 유이가하마가 희귀한걸 보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힛키가 메일을 하는거 왠일이래, 라고 생각한거야. 코마치한테 온거야?"
"뭐, 그런거다. ――――응?"
또 휴대폰이 진동해서 확인해보니, 우타하 선배한테서 첨부파일이 붙은 메일이 왔다. 개봉해서 첨부 파일을 열어본다.
"――붓!?"
화면에 비친 광경에 나는 무심코 뿜었다. 거기에는 위쪽 앵클로 셀카를 찍었다고 추정되는 사진이 찍혀있었다.
가슴팍이 느슨한 원피스를 일부러 집어서 벌려, 그 탱탱한 쌍봉우리를 아슬아슬한곳 까지 드러내고, 검은 스타킹으로 덮인 다리를 자극적이게 꼬우고 있다. 어지간한 그라비아 모델로도 볼지 모를 매니악한 사진이었다.
『안 돼, 좀 더 빨리』
이런 사진을 보고난 후에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생각해버리니까, 인간은 굉장하다. 오히려 남고생은 굉장하다. 오히려 동――――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약간 착란해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이상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걸 깨달았다.
"힛키, 괜찮아? 얼굴 빨간데"
그런 말을 듣고 뺨을 만지니 확실히 화조띄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말을 쥐어짠다.
"석양이 비친것 뿐이야"
"……아직 석양이 들지 않았는데?"
내 말을 유키노시타가 바로 부정한다. 확실히 창밖은 아직 석양으로 물들지 않았다.
"……정말로 코마치한테 온거야?"
유이가하마가 수상쩍은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큭, 정말로 이럴때 가하마 씨는 예리하구만.
"핫, 나한테 메일을 보내주는 녀석은 코마치 정도라고. 그 외에는 아마존이나 스팸메일이다"
"그 사실을 기죽지도 않고 말하는데 경탄을 금치 못하겠어……"
"………………므으"
유키노시타가 기막혀하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아직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하는 수 없나. 딱히 감출 일도 아니니까. 나는 간추려서 둘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알았다, 알았어. 아까전의 메일은 알바처 사람이고, 조금 놀림당한것 뿐이야"
"그 알바처 사람은 여자야?"
유이가하마가 나에게 물었다. 엉, 왜 아는거야? 여자의 감이라는거냐. 무시무시하네-.
"어떻게 안거야?"
"………………흐-응"
내가 되묻지만 유이가하마는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
그러는건 물론, 유키노시타까지 나를 노려본다. 엥,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왠지 대단히 거북하다. 그렇게 느낀 나는 이 자리를 떠나는걸 선택했다. 전술적 후퇴라는거다!
"이, 일단 알바가 있으니까 슬슬 돌아간다……응?"
"……그래"
"……힛키 바보"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한걸 뒤로, 나는 부실을 나갔다.
× × ×
그날 밤, 예정대로 우타하 선배의 맨션을 찾아간 나는 협의가 끝난 후에 부실에서 있던 일을 얘기해봤다.
"……라는 일이 있었는데요, 무슨 일인지 알겠어요?"
"………………과연"
우타하 선배는 턱에 손을 대며, 『흠』하고 끄덕이고, 무척이나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하치만 군이 구제하기 어렵게 둔감하다는건 알앗어. 완만군으로 개명하지 그러니?"
"그건 참아주세요"
"……그래. 유감이네"
그렇게 중얼거리고 우타하 선배는 일부러 내 눈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눈 둘곳이 곤란해…….
"뭐, 그런 귀여운 반응을 보건데, 말라버린건 아닌것 같네. 하지만…………"
왠지 우타하 선배가 중얼중얼거린다. 묘한 박력이 있어서 무섭다.
고개를 든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얘, 우리 부모님은 오늘은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까 자고가지 않을래?"
"집에 가겠습니다"
약 1시간에 걸친 공방끝에, 어떻게든 나는 귀가할 수 있었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2
오늘은 일요일. 즉, 틀림없는 휴일, 홀리 데이다. 이예이, 엄청 홀리데이! 들뜨는 여름 희망! 아직 초여름이지만!
부모님은 평일 5일간, 플러스 토요일 휴일 출근의 피로를 다스리기 위해, 진흙처럼 잠에 빠졌다. 이런 기업전사의 참상을 목격하면, 전업주부가 꿈이 되는건 어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하고 싶지 않소이다.
그런 부모님의 불경을 읊는 나는 기운차게 밖에 놀러 가……는 일도 없이, 그저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다. 나는 코모루니까 보만다로 진화하지 않고 계속 B버튼 연타다. 즉, 집에 코모루-.
재택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거실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고 있으니 부엌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밖에 나가지 않으면 쓰레기가 된다구?"
"꽤나 날이 선 한 마디잖아……"
동생의 발언에 경악하면서 카마쿠라와 함께 부엌에서 나온 코마치가 타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난다. 컵 안을 보니 이미 좋은 느낌으로 희게 물든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코마치가 내 옆에 앉아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제대로 오빠 용으로 타왔어. 포인트 높지?"
그 코마치의 발언에 대답하듯이 카마쿠라가 냐-, 라며 코마치의 무릎 위로 오른다. 나는 그 일련의 동작을 지켜보면서 대답을 했다.
"오, 엄청 높다 코마치"
코마치의 『대충대충이네-』라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컵에 입을 대니, 과연. 확실히 나 전용인 모양이라, 강렬한 단맛이 입안을 지배했다. 음, 이 커피답지 않은 단맛이야말로 궁극이며 지고.
"음, MAX커피스럽네"
"에헤헤. 연유를 드음뿍, 넣었다구?"
내 한마디에 코마치가 파앗 웃으며 해설해준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코마치는 간지러운듯이 몸을 꼼질거렸다.
잠시 동생과 잡담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갑자기 인터폰이 울었다.
"네넹-"
코마치가 타타탓 카마쿠라와 함께 현관까지 뛰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측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오지만 먼 탓인지 잘 들리지 않는다.
잠시 지나니 코마치가 돌아와서 나를 손짓한다. 하는 수 없이 일어서서 코마치에게 발을 옮기니, 수상쩍은 표정으로 코마치가 나에게 물어왔다.
"오빠한테 손님인데……아는 사람?"
"앙?"
나는 현관까지 걸어가서 쳐다보니, 거기에는 예상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와버렸어"
"……………………우타하 선배?"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그 풍만한 쌍봉우리가 천을 융기시켜, 그곳에 악센트로 벨트를 감아 그 허리의 잘록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초여름인데 그 다리는 검은 스타밍에 싸여있다. 그녀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래, 풍성한 흑발을 나부끼면서 거기에 있던건, 내 주소를 모를터인 우타하 선배였다――――――아니,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마치 호러지만, 짐작은 있어서 그리 동요는 하지 않았다.
"마치다 씨한테 들었죠?"
내 질문에 우타하 선배는 재미없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올린다. 그 박자에 화악, 하며 좋은 냄새가 풍겨서 코끝을 간질었다.
"어머. 들켜버렸네. 모처럼 『주소를 자력으로 알아내서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달라붙는 점착질의 여자』를 연기해주려고 생각했는데"
"생생한 시츄에이션은 그만둬주세요"
그거 엄청 무서우니까요. 라고할까 실제로 할것 같은 사람으로 짐작이《히라츠카 선생님》가는 사람이 있으니까 전혀 웃을 수 없다.
우리들의 대화에 따돌려졌다고 느낀건지 코마치가 내 소매를 꾸욱꾸욱 잡아당긴다.
"저기, 오빠야. 거기 있는 손님은 오빠의 지인, 이 맞지?"
"아아. 알바처의 선배……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라고 하면 설명이 길어질테니까. 이런거면 되겠지.
"――카스미가오카 우타하입니다. 늘 하치만군에게는 신세를 지고 있어요. 나의 성씨가 기니까 이름으로 불러줘"
선배가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에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우아한 동작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의 아가씨같다.
"늘 바보 오빠가 민폐를 끼치고 있어요, 동생인 코마치에요. 우타하 언니라고 부를게요. 코마치도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코마치도 코마치대로 외교모드로 대응한다. 그나저나 바보 오빠는 뭐야. 사실이야.
"뭐, 서서 얘기하는것도 뭐하니까. 들어와주세요"
나는 우타하 선배를 거실로 안내해 방금전까지 내가 앉아있던 소파에 앉힌다. 코마치는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를 타러 간걸테지.
카마쿠라는 잠시 우타하 선배를 주의깊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무해하다고 판단한건지 우타하 선배의 반대측에 쉭 앉는다.
"……미움산걸까?"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집에 선배는 있어도 되는 모양이에요"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휴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 미움사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나저나………………좋은 집이구나"
희귀하다는 듯 주위를 쳐다보는 우타하 선배가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반응을 보는 느낌으로는 빈말도 아닌것 같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도 기뻐할거에요"
짐마차처럼 일해서 대출을 갚고 있는 아버지도 보답받은 것이다. 그런 내 말에 핫, 하며 표정을 지은 그녀가 질문해온다.
"……그러고보니, 오늘 부모님은 계셔?"
우타하 선배의 표정은 어째선지 긴장한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왜일까,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나를 대신하여 코마치가 컵을 올린 트레이를 한 손에 들고 대답한다.
"죄송해요, 이번주 일이 힘들었던것 같아서 두분 다 푹 주무세요. ――여기, 커피에요"
"그, 그래………………커피 고마워"
대답을 하는 우타하 선배는 유감스러운 듯한, 혹은 안도하는 듯한 잘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걸 얼버무리듯이 컵에 입을 댄다.
자, 또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갑자기 코마치에게 툭 찔린다.
"왜?"
내가 되물으니 코마치는 우타하 선배에게는 안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아니, 오빠도 얕보지 못하겠네. 이런 미인 선배랑 사이 좋다니"
뭐, 미인이라는건 전면적으로 동의하지만 말야. 유키노시타는 학교 제일의 미소녀라고 일컫는 모양이지만, 우타하 선배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어쩌면 선배가 다니는 학교에서 유키노시타와 비슷한 이명이라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고, 우타하 선배가 앉아있는 소파에서 보아 왼쪽 옆에 있는 1인용 소파로 가려고 했지만, 코마치에게 팔을 잡힌다.
"네넹, 오빠는 여기"
"야, 야"
그렇게 말하고 나를 우타하 선배의 옆으로 유도한다. 그대로 소파에 앉으니 우타하 선배가 힐끔, 이쪽을 쳐다봤다. 어느샌가 코마치는 내가 앉으려고 했던 1인용 소파에, 카마쿠라와 함께 앉아있다.
"죄, 죄송해요"
"신경 쓰지마. 그런데……이 컵, 네거니?"
그렇게 말하고 우타하 선배는 마시다 만 컵을 손에 들었다. 확실히 그 컵은 내가 마시고 있던 내 전용 커피다.
"아, 그거 오빠용으로 엄청 달게 만든거에요. 연유 듬뿍 넣었어요"
"……연유가, 듬뿍"
어째서일까. 우타하 선배가 말하면 되게 요염하게 느껴진다. 코마치가 말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
그렇게 생각하니, 우타하 선배는 갑자기 내 컵에 입을 댔다. 그것도, 마침 내가 입을 댄 위치다.
"좀" "와옷♪"
나와 코마치가 동시에 반응한다. 그런 우리를 곁눈으로 우타하 선배는 이미 식은 커피를 꿀꺽 마셨다.
"……………………………………달아"
컵을 조용히 놓은 우타하 선배개 중얼거렸다. 늘 블랙 마시니까, 우타하 선배…….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제 전용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달아, 어차피 『인생은 쓰니까 커피 정도는 달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한거지?"
"으윽……"
간파당했다. 하지만 MAX커피의 캐치 카피에 좋다고 생각하는데에, 그거.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코마치가 히쭉거리면서 쳐다보고 있다. 나는 곤혹스럽다는듯이 입을 연다.
"야, 뭘 히쭉대는거야 너"
"아니-. 두 분다 호흡이 딱이라고 생각해서. 이건 코마치, 방해인걸까?"
코마치의 말에 우타하 선배가 희미하게 볼을 붉혔다. 이 흐름은 위험하다. 라고 느낀 나는 헛기침을 하고 선배에게 묻는다.
"우타하 선배, 오늘은 무슨 일이죠?"
내 질문에 우타하 선배가 짓궂은 미소를 짓고 이런 말을 했다.
"하치만군의 방, 보고 싶어졌어"
× × ×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꽤 좋은 책 갖고 있잖아"
그런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우타하 선배가 책장에서 적당하게 몇 권의 책을 꺼내고 침대에 앉았다.
나로 말하자면, 왠지 모르게 있을 곳이 사라져서 공부 책상 의자에 앉았다. 자기 방에서도 있을 곳이 없다니, 나의 아싸 레벨은 멈출줄을 모르는구만.
책상 위에 있던 샤프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나는 우타하 선배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 방을 본 감상은 어떤가요?"
내 물음에 어째선지 우타하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 나는 남자 방에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비교할게 없어"
"……그렇슴까"
의외였다. 이렇게나 용모가 단정한 카스미가오카라는 여성이, 한 번도 남자의 방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실에.
그렇다는건, 내 방이 처음으로 들어간 남자의 방, 인건가?
…………………책상 위에 있던 책받침으로 부채질한다. 왠지 이 방 덥다. 두 사람이나 있어서 그런가?
우타하 선배가 동조하듯이 손으로 목덜미 부분을 부채질했다.
"덥네. ……역시 이 계절에 이건 무리가 있던걸까"
그렇게 말하면서 선배가 검은 스타킹에 싸인 다리를 손가락으로 긋는다. 그 몸짓이 묘하게 요염하다.
"……읏"
정신을 차리고보니 숨을 삼키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보고 선배가 쿡, 웃고 중얼거린다.
"――이거, 벗을게"
그렇게 선언하고 원피스의 자락으로 손을 뻗어, 스타킹을 질질 내려간다.
"잠깐!?"
나는 무심코 몸을 젖혀 뒤를 돌아봤다. 옷 스치는 소리가 방에 울려서 도리어 상상이 부풀어버린다.
"……무릎까지 내렸는데?"
"말 안해도 되거든요!"
그 후에도 이어지는 선배의 상황보고에 끙끙거리고 있으니, 갑자기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된다.
"――다 벗었어"
조심조심 돌아보니, 거기에는 맨다리가 된 우타하 선배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선배의 다리는 늘 스타킹에 싸여있어서, 한 번도 그 속살을 본 적이 없었다.
비치듯이 희고, 탄력이 있으면서도 육감을 느끼게 하는 그 다리에 눈이 못박힌다.
오른손에는 막 벗은 스타킹이. 방금전까지 선배의 다리를 싸고 있던, 검은 스타킹.
"갖고 싶어?"
………………………………………………………………………………. 뇌내에서 천사와 악마가 만화판 데빌맨의 최종화 같은 싸움을 펼치고 있다.
"……사양하겠습니다"
천사가 이겼지만, 엄청난 후회가 물밀려왔다. 그런 내 표정이 재미있던건지, 선배가 웃는다.
"지금, 엄청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갖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그 자리에서 줄테니까"
"아뇨아뇨아뇨아뇨아뇨아뇨아뇨"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괜찮네, 라고도 생각해버렸습니다.
――그 날, 나는 검은 스타킹에 눈을 뜨고 말았다.
여담이지만, 그날밤은 내 방에 우타하 선배의 잔향이 충만해서, 다음날부터 학교인데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3
어느날 일이다. 나는 담당편집 알바를 위해 우타하 선배와 만나게 됐다.
모처럼이니까 시장을 보고 싶다, 라는 카스미 선생님의 희망으로 인해 도심에 있는 쇼핑몰로 간 우리들은 어떤 인물과 조우했다.
"뭣……"
거기서 나는 경악한다.
"――어라, 카스미가오카 선배,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군요"
"안녕, 사마무라 양. 여전히 밖에선 그 가면을 벗지 않는구나"
――왜냐면 눈 앞에 금발 트윈테일(그리고 빈유)라는 농담같은 여자애가, 더군다나 우타하 선배와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금발 트윈테일 사람――사와무라 양, 이라고 우타하 선배가 말했지만. 그녀는 선배와 같은 토요가사키 학원 교복을 입고 있다. 순백의 교복은 그녀의 용모에 딱 맞아서 정말로 『미연시 히로인이 화면에서 튀어나왔다』,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뭐, 선배도 선배대로 흑발 롱헤어에 검은 스타킹(그리고 거유) 이라는 농담같은 사람이지만. 미연시라면 그거다, 서브 히로인인데 메인 히로인보다도 압도적으로 인기 나오는 타입이지, 둘 다.
"……가면, 무슨 소린가요. 그런데, 그쪽 분은……소부 고등학교 학생 같은데요……?"
사와무라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우아함을 느끼게 하는 행동중에 나를 평가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다.
――틀림없다. 이 사람도 유키노시타 씨랑 마찬가지로 두텁고 두꺼운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 여기는 자기소개만 하고 이 자리를 떠나는편이 좋을것 같다.
"소부 고등학교 2학년,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내가 자기소개를 하자 사와무라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토요가사키 학원 2학년인 사와무라.스펜서.에리리입니다"
용모도 대단하지만 풀네임도 대단했다. 이름에서 판단하건데 혼혈인 모양이라서 이 훌륭한 금발과 청안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런 나의 내심 경악은 뒷전으로 사와무라가 말을 이었다.
"히키가야 씨는 카스미가오카 선배의 어떤……?"
"그건――"
"――내 담당 편집이야. 알바지만"
내 말을 가로막는 형태로 우타하 선배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왜 밝힌거야……?
"……읏"
정면을 쳐다보니 사와무라가 어째선지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건데, 선배의 뭔가를 알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조금 장소를 바꿀까"
우타하 선배가 그렇게 제안해줘서 우리는 쇼핑몰 안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으로 향했다.
× × ×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꽤나 성황인 모양이라 웃음소리 등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우타하 선배는 지갑을 꺼내어 나에게 물었다.
"하치만 군은 뭐 먹을래? 뭘 먹든 상관없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을 못 먹게 된단다?"
"아, 아뇨. 제건 제가 낼테니……"
내가 사양하니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기분나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 시선에 압도되어 나는 체념한다.
"……알겠어요. 그럼 아이스 커피만 부탁합니다. 가능하면 시럽은――"
"많이 넣어줄테니까 안심해"
"……………………"
식욕에 대한 말에 사와무라가 수상쩍은 눈동자로 선배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말했다.
"그럼 저쪽 자리가 비어있는것 같으니까 자리 잡고 올게요"
가리킨 곳에는 공석이 되어있는 4인석이 있었다. 이 틈에 잡아두지 않으면 빼앗길지도 모른다.
"부탁할게"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다행히, 노리고 있던 4인석은 비어있는 상태였기에 자리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게 됐다.
――그나저나 우타하 선배와 사와무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둘의 관련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둘 다 용모가 단정하다는 점일까. 아니, 그거 무슨 관계 있는데.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보통이 아닌 관계인걸까. 만약 그렇다면 대사건이다. 일단 그런 생각을 해버리면, 점점 사고의 늪에 잠겨간다.
나의 뇌내가 백합백합 공간에 침식된다. 이미 고유결계로 변한 그건, 착실하게 나에게 백합백합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말 그대로 언리미티드 와씁니웍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니, 트레이를 든 두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런, 생각을 그만둬야지.
"기다렸지"
우타하 선배가 그렇게 말하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필연적으로 사와무라는 반대측 자리에 혼자 앉게 됐다.
그리고 우타하 선배는 자기 트레이를 딱 중간 쯤에 이동시키고, 아이스 커피와 산더미처럼 쌓인 시럽을 나에게 준다.
트레이를 보니 감자칩이 어째선지 L사이즈. ……내 몫도 포함되어 있다는 소린가.
"……죄송합니다, 신경쓰게 만들어서"
"어머, 무슨 소리니?"
선배는 새침하게 말했지만 조금 기쁜 모양이었다.
"………………"
우리들의 모습을 사와무라가 말없이 쳐다보고 있다.
이윽고 크게 한숨을 쉬고, 고압적인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아까부터 시시덕거리는걸 계속 보여줘서 어쩌자는 심산이야?"
방금전까지 우아한 행동하고는 관계없는,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태도. 두꺼운 가면을 벗으면 맨얼굴은 이거라는건가. 그리고 딱히 시시덕거린건 아니다.
우타하 선배는 그런 사와무라의 변모에는 신경쓰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뭐, 부러워?"
"전혀. 거기 남자한테는 흥미 없거든"
우타하 선배의 물음에 사와무라는 눈을 감으면서 대답한다. 뭐, 그렇겠지.
하지만 우타하 선배는 그 반응에 함박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겠네. 사와무라가 시시덕거리고 싶은건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키 군인걸"
"뭐어어어어어어엇!?"
사와무라가 몸을 젖히며 놀란다. 얼굴은 귀까지 새빨개졌고, 선배가 말한 "아키 군"이라는 인물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걸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감자칩을 집으면서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사와무라가 째릿! 하고 노려봤다.
"좀! 당신 담당편집이잖아! 자기랑 이 작가를 어떻게 해!"
"아니, 지금 휴식중이거든요"
"이러니까 알바는―――――――――!!"
거세게 소리를 지르는 사와무라를 뒷전으로 우타하 선배가 나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하치만 군에게도 좀 들어줬으면 하는게 있어. 나의 작가활동에 관계없는건 아니니까"
"……무슨 소린가요?"
내 물음에 선배는 정면에 있는 사와무라에게 시선을 향한다. 조금 진정했는지, 어깨로 숨을 쉬면서도 우리와 눈을 마주친다.
"내 예정도 연관되어 있으니까, 그에게 얘기해도 되지?"
"……상관없어"
사와무라는 마지못한 느낌으로 끄덕이고 나를 돌아봤다.
"단,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그것만큼은 약속해줘"
진지한 얼굴로 부탁받았지만,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애시당초 나는 아싸니까 말할 상대도 없고.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사와무라는 선배에게 시선을 향했다.
"……내가 얘기할게"
한숨을 쉰 후, 선배가 툭툭 말한다. 자기와 사와무라와 『어떤 공통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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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소년이 어떤 소녀와 만났다. 그 소녀는 용모가 단정했지만 존재감이 없고, 반응도 담백. 본래라면 극적인 만남이었을텐데,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갔을 뿐.
거기서 소년이 일어섰다.
소녀를 좀 더 매력적이게 만들자고.
이야기의 히로인으로 만들자고.
거기서부터 시작된건 그 소녀를 히로인으로 한 게임 제작.
하지만 스태프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 원화가도, 시나리오 라이터도, BGM제작도, 스크립터도. 누구 한 명도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짐작가는 사람이 있었다.
미술부 에이스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는 동인업계에 있어서 이름을 떨치는 소녀.
연극부 각본가로서 참가하여 학원내에 전설을 남겼지만 실은 정진정명 작가이기도 했던 소녀.
걸즈 밴드 보컬로서 활약하고 작곡활동도 하고 있지만, 실은 밴드 멤버로 인해 알게 모르게 애니송 게임노래의 영재교육을 받고 있던 소녀.
소년은 죽을 힘을 다해 그녀들을 설득하여, 어떻게든 멤버로서 참가시킬 수 있었다.
그들은 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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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니아니아니"
뭐야 이 『앞으로 기대!』로 끝낼것 같은 끝맺음. 딴죽걸곳이 너무 많다.
우선 왜 존재감 없는 여자애를 모델로 삼아 미연시 히로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한거야. 그 여자애도 거절 안했던거냐.
"……일단 미술부 에이스가 사와무라고, 연극부의 각본가인게 우타하 선배로 보면 됩니까?"
힘이 빠지면서도 확인을 하니 둘 모두 끄덕였다. 진짜냐……금발 트윈테일 빈유 동인작가라니, 사와무라 캐릭터 너무 짙잖아.
"사와무라하고, 게임을 만들려고 일어선 남자애――아키 토모야 군은 이른바 소꿉친구인 모양이야. 여러모로 일이 있어서 소원해졌었지만, 아키 군이 정열적으로 열심히 설득해서 겨우 사수한 모양이야"
"따, 딱히 그 녀석을 위해서 하는거 아니야! 화제 만들기 위해서였어!"
우타하 선배의 해설에 사와무라가 새빨개져서 부정한다. 이런, 위험하구만.
――금발 트윈테일 빈유 츤데레 소꿉친구 동인작가라니. 뭐야? 기호과다에도 정도가 있지. 요즘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없을만한 인재라고. 자이모쿠자도 이런 설정으로 하지 않는다.
"사와무라 진짜로 쩌네……"
외경의 마음이 무심코 입에 나오니, 사와무라가 우타하 선배를 손가락질 하면서 막말을 한다.
"말해두겠지만, 이 여자도 보통이 아냐. 흑발 롱에 거유에 검은 스타킹 선배라니, 동인이었으면 바로 강――――"
"진정해"
우타하 선배가 감자집을 네 개 집어 사와무라의 입에 쑤셔넣은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검까……"
내가 질려하면서 말을 하니, 미안하다는 듯이 우타하 선배가 말한다.
"미안해 하치만 군, 아까 설명한것 중에 있던 『걸즈 밴드의 보컬』을 하는 애가, 실은 아키 군의 사촌남매고, 게다가 같은 생년월일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는 함께 자랐다, 라는 이것 또한 농담같은 애야. 그러니까 사와무라는 소꿉친구라는 어드밴티지를 거의 잃은거나 마찬가지라서 초조해하고 있어. 그러니까 조금 열받은것 같으니까 미안해?"
"너 부추기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비거는거지!?"
"아아, 그러고보니 최근에 이사온 애가, 이 게임하고 관계는 없지만 초등학교때 후배였다는 모양이야.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따르고, 게다가 거ㅇ――――"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패스트푸드점에 금발 트윈테일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 × ×
사와무라의 외침으로 가게이 있기 거북해진 나와 선배는 사와무라와 헤어져서 찻집으로 이동했다. 겨우 담당편집으로써 협의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땠어?"
선배가 물어온다. 말할것도 없이 게임 제작 이야기겠지.
"뭐, 너무 개성짙다, 한 마디가 아닐까요. 대충 게임의 캐릭터 같은 사람들이 게임 제작이라니――――"
…………………………응? 잠깐만?
・금발 트윈테일 츤데레 캐릭터.
・흑발 롱 쿨한 선배 캐릭터.
・여동생삘 후배 캐릭터(로리거유).
・무방비하게 공격하는 사촌남매 캐릭터(슬렌더).
・문제 : 카스미 우타코의 최신작 테마는?
・해답 : 하렘물.
――우타하 선배가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한다.
"얘. 이 경험,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 네요"
내 대답에 만족한듯이 선배가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원고를 우선할테니까. 무리도 안 해. 거기다――――"
"……거기다?"
"이 서클, 모두 아키 군에게 화살표가 향하고 있지만, 한 사람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누구일까?"
우타하 선배가 심술궂은 미소로 말한다.
나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글쎄요, 누굴까요?"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쓴웃음을 짓고, 툭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디의 삐줍이 군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응?"
――그 녀석, 삐뚤어져 있거든요. 어디를 향하고 있어도 스스로 비틀어버릴것 같네요.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3.5
부실에서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거의 독서 타임이 되어 있는 부활동 도중에 드물게도 내 휴대폰이 울었다.
그것도 전화다. 내 휴대폰이 전화기능을 발휘하는건, 격멸의 세컨드 블릿이 제대로 상대의 대미지가 되는것 보다도 말도 안 된다.
"………………안 받니?"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물어왔다. 확실히 감동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드니 화면에 표시된건 『우타하 선배』라는 글자.
"……잠깐 저쪽에 갔다올게"
왠지 모르게 유키노시타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부실 구석까지 종종걸음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히키가야 씨의 전화가 맞으신가요!?』
입을 열자마자 답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 바뀐 수준이 아니잖아!!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자 목소리인데.
"……누구십니까?"
나는 자연스레 되물었다. 아니,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왜 우타하 선배의 휴대폰에서 남자 목소리가 나는건지, 라고는 딱히 생각 안 했거든. ……정말이다?
『앗, 죄송합니다. 저는 아키 토모야라고 합니다』
"아키……아아, 카스미 선생님한테서 이야기는 조금 들었습니다"
진심 오타쿠의 가죽을 뒤집어쓴 정진정명 하렘 사내놈이다. 연애원자핵이라는 비유는 이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걸테지.
약간 짜증을 느끼면서 대답을 하니, 그쪽에서 희색이 띤 반응이 돌아온다.
『알고 계셨나요, 그럼 얘기가 빠르네요! 카스미 선생님의 스케줄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 게임 제작 말인가. 대충 짐작은 간다. 어차피 그쪽에 리소스를 돌려줬으면 좋겠다, 라는 요망이겠지.
하지만 뭐, 우선 대화를 들어보지 않는한 뭐라고 할 수 없다.
"계속 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를 말한 후, 아키는 말하기 힘들다는듯 웅얼거리면서 말했다.
『……어음, 잠시 카스미 선생님을 빌릴 수 없을까요?』
――빌린다, 라.
어째선지 그 말이 조금 걸린다. 걸리는 부분은 물방울이 떨어진 수면처럼 주위로 퍼져간다.
그런 요동을 참으면서 나는 아키에게 대답을 한다.
"그건 기간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보다도 카스미 선생님은 이 일에 뭐라고 하셨나요?"
내 물음에 이것 또한 말하기 어렵다는듯 아키가 말을 한다.
『가능하면 일주일 정도. 선ㅂ……카스미 선생님은 '우리 담당편집을 납득시킨다면 해줘도 좋아' 라고만 하셔서. 그저 일주일 이상은 역시 참을 수 없다고――――앗, 선배!?』
일단 소음이 들린 후, 갑자기 음색이 변했다.
그 차분한 목소리는 틀림없는 우타하 선배.
『――하치만 군? 지금 그건 잊어줘』
"하, 하아……"
드물게도 초조한 어조로 말하고,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또 소음이 울렸다.
그러자 또 아키로 바뀐다.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어떤가요?』
"그렇, 군요……"
나는 최근 스케줄을 떠올린다. 까놓고 말해 일주일을 비워도 선배라면 어떻게든 해버릴 것이다. 뭐, 그런 만큼 여유는 없지만.
하지만 너무 무리를 시켜도 말이지. 하지만 우타하 선배는 몰리면 몰릴수록 힘을 발휘하는 타입이지.
라는건 이미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나. 하지만 왜 이런 고민을 하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
생각한 끝에, 내가 낸 대답은 이거였다.
"……………………………6일로. 그 이상은 늘릴 수 없어요"
어째선지 하루 줄어든다는 어중간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던 모양이라, 한층 밝은 목소리로 아키가 대답한다.
『――읏!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는 끊……………기지 않는다. 내가 끊는걸 기다리는건가. 하는 수 없어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른다.
"……후우"
왠지 엄청 지쳤다. 아키의 열기에 당한 느낌이 든다. 슬립 대미지가 아니냐, 그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털썩 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니, 유키노시타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아니, 네가 왠일로 감정적이었으니까"
유키노시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무슨 소리지?
내 의문에 대답하듯 유키노시타가 말을 이었다.
"……눈치 못 챘어?"
"아니, 뭘?"
"………………됐어. 이젠"
내 물음에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고 그대로 책에 시선을 향한다. 야, 엄청 신경쓰이는데서 끝내지 마.
"뭐냐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독서로 돌아갔다.
× × ×
"선배, 히키가야 씨한테 허가 받았어요! 6일이라면 된데요!"
"엣!? 그거 정말이니, 아키 군. 정말로 6일이라고 말했어!?"
"으, 응. 이 귀로 똑똑히 들었어요. 이것 이상은 늘릴 수 없다고 말했지만요"
"그래……그보다, 방금전의 대화 녹음하지 않았니?"
"에, 안 했는데요. 이거 선배의 전화기니까 쓰는법 모르――――"
"――못 써먹을 안경이네. 얼른 진흙탕에 빠져 찔려 죽으면 좋을텐데"
"너무해!?"
"그보다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너 아까부터 얼굴 새빨간데?"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4
아키의 제안으로부터 일주일 후. 오늘은 약속대로 우타하 선배가 해방되어 신작 협의가 되는 날이다.
봉사부에서 평소처럼 의뢰가 올때까지 대기하고 있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멈추고 만다.
그보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면 되지? 아, 일 얘기인가? 그치만 나 엄청 씹을것 같은데. 씨버씁니다. 내가 말해도 귀엽지 않아.
그런 내 모습을 수상쩍게 생각했는지, 휴대폰을 똑딱거리고 있던 유이가하마가 나를 쳐다본다.
"힛키 왜 그래? 왠지 진정하지 못하는거 같은데"
"아아, 조금……"
"응-?"
아무것도 아냐, 라고 얼버무리기에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는 자각이 있어서 적당하게 대답을 한다. 그러자 역시 유이가하마는 수상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뒷전으로 미간을 모은 유키노시타가 입을 연다.
"짜증나는구나. 좀 더 가만히 있지 못하겠어?"
"……미안하다고"
나는 일단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차피 아직 협의할때까지는 시간은 있다. 괜찮아, 괜찮아.
평정을 되찾은 나는 다시 책을 돌아본다. 애가 타도 어쩔 수 없다. 독서다 독서.
잠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더니, 갑자기 유키노시타가 질문을 했다.
"알바, 오늘은 있니?"
"아, 아아"
뭐야, 난데없이. 무심코 더듬어버렸잖아.
하지만 그걸 들은 둘은 어째선지 동시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흐-응"
"아니, 왜……?"
물어보지만 아무 대답도 오지 않는다. 나는 한숨을 쉬고 독서로 돌아가니, 유이가하마가 불쑥 중얼거렸다.
"……알바, 뭐하는데?"
"하아? 말해도 뭘――"
"――외설스런 짓이라도 하고 있는거니?"
대답하려고 했더니 유키노시타가 끼어들어온다. 젠장, 좋은 타이밍이잖냐.
뭐, 감출것도 없나, 라고 생각한 나는 밝히기로 했다.
"작가의 담당편집이야. 누군가, 라는 질문은 하지 말아줘. 입막음 당했으니까"
실제로는 입막음 당하지는 않았지만, 마치다 씨는 그 부분을 준수해준다, 라고 봐서 굳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 정도는 따르고 싶다.
"담당편집……?"
유이가하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이 바보한테는 전달되지 않는다는것 정도는.
"――출판사로부터 소설이든 잡지든 서적을 낼 경우에는 작가의 내용을 서적으로 낼 수 있도록 편집하는 사람이 필요해. 그것이 편집자. 히키가야는 특정 작가전임 편집자, 라는거야"
유키노시타가 해설을 해주었다. 그저, 그래도 유이가하마는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어음……즉, 힛키는 출판사에서 알바한다는 소리야?"
"아아, 그거. 그거면 돼. 무리 안해도 돼. 지혜열이 나와도 곤란하고"
"아, 안나거든!"
유이가하마는 뿡뿡거리면서 반론하지만, 옆에서 유키노시타가 불쑥 중얼거렸다.
"너무 생각해서 열이 나온다는건 미신이고, 지혜열도 오용이지만……유이가하마라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는게 무섭구나"
"유키농까지! 너무해-"
뚱해지면서 유이가하마가 투덜거린다. 역시 너무 괴롭힌것 같다.
"미안하대도. 그런고로, 나는 딱히 외설스런짓은 안 한다고?"
"므-……그치만 말야-"
이 녀석은 아직 납득하지 않앗나. 그렇게 밖에 할 말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유이가하마, 여기는 단념하렴. 히키가야는 이미 충분히 정보를 제시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말한다. 왠일로 유키노시타가 도움을 줬다.
"이젠 쓰레기는 내버려두자"
"………………"
전언철회. 역시 이 인간은 얼음의 여왕이야.
× × ×
봉사부가 끝나, 나는 그녀의 맨션으로 직행하자, 실내복 차림의 우타하 선배가 맞이해줬다.
"어서와, 하치만 군"
일주일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한 모습이다. 그저, 몹시 기뻐보이는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된 내가 겨우 꺼낸 말은 퉁명한 인사였다.
그런 내 반응도 신경쓰지 않고 선배는 『이쪽이야』라고 하며 안내해주었다.
우타하 선배의 방으로 들어가니, 평소대로 나는 방석, 선배는 책상 의자라는 구도가 됐다.
"얘 하치만 군. 나와 못 만나서 외롭지 않았어?"
입을 열자마자 기대로 가득찬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온다.
그런거, 나에게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싶다.
"――아니, 특별하겐"
내 말에 우타하 선배가 무표정으로 A4사이즈의 종이다발과 가위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신작 플롯과 가위가 있는데――――"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나는 일어서서 재빨리 플롯을 붙잡았다. 만일을 위해 첫 장을 가볍게 읽어보니, 정말로 플롯이 짜여있었다. 게임 제작을 하면서도 쓰고 있었을 줄이야, 과연 카스미 우타코.
하지만 그런 대선생님은 불만스러운듯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받을걸 받으면 뒷전이라니, 지독한 남자네"
"그런 소리 안 했잖아요……일단 읽어도 되나요?"
"그래"
선배의 대답을 들어서 나는 플롯을 읽기 시작한다.
거기에 그려져 있던건 매력적인 히로인이 주인공을 둘러싸고 펼치는 연애극. 어떤 여자애들도 카스미 우타코다운, 올곧고 순수한 마음이 펼쳐지고 있다.
"그 농담같은 환경, 참고가 된것 같네요"
"그건 뭐, 그렇지"
우타하 선배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끄덕인다. 뭔가를 떠올리고 있는건지, 얼굴이 풀어진다.
――어째선지, 바늘을 찌른듯한 통증이 달린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걸, 바라더라도 얻을 수 없다고. 그런데, 어째선지 아프다. 엄청 여자같은 녀석이네.
뿌리치듯 플롯에 집중을 하니,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주인공의 성격이다. 이건…….
"……이 주인공, 엄청 비뚤어졌네요?"
떠오르는 인상은 구석에 두고, 나는 선배에게 물어보니 우타하 선배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하지만 덕분에 상황을 겪어서, 삐쳐서 큰일이 되지만 말이야"
"뭐, 뭐어 확실히……"
히로인들과 무뚝뚝하게 대하면서도 곤란한 일이 있으면 이래저래 도와준다. 그런 그에게 히로인이 점차 이끌려간다.
"정말로, 왜 이런 사람……좋아하게 되는걸까"
우타하 선배가 불쑥 중얼거린다. 나는 떠오른 인상을 지웠다.
……그 녀석이른 이렇게나 멋지지 않는다.
"아마, 말을 해야하는 곳에서 제대로 말을 하니까 그런게 아닐까요?"
"………………"
나는 생각한걸 말을 했다. 선배는 그런 나를 말없이 쳐다본다.
방금전의 대화를 떠올린다. 못 만나서 외롭지 않았어? 라.
나는 아싸다. 외톨이다. 그런 녀석이 일주일에 두, 세번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면, 싫어도 신경이 쓰인다. 당연하다. 게다가 미인이다. 웃기지마.
"고양이는, 친숙하게 따라도 갑자기 사라진다구요"
"……어?"
내가 아무 맥락도 없이 한 말 때문에 우타하 선배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어느날 갑자기 돌아오거나. ……없어진 동안, 그 고양이를 신경쓰던 인간은 뭘 생각한걸까요"
내가 말을 끝내자 우타하 선배는 핫, 하며 표정을 짓고 말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뭐얼, 고양이 차림이라도 했으면 좋았어? 하치만 군은 매니악하네"
"……딱히 선배가 고양이라고 안 했어요"
선배가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긋는다. 그 동작이 묘하게 요염하다.
"그럼 방금전의 이야기로 돌아갈까. 어느날 갑자기 돌아온 고양이는 뻔뻔하게도 또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양이를 신경쓰던 사람은, 그걸 어떻게 느낄까요?"
눈을 피한다. 눈이 마주치면 분명 말을 할 수 없다. 단순한 예시 이야기가 아니게 되버린다.
"그건……"
"역시, 기쁜게……아닐까요"
"읏!
우타하 선배가 고개를 숙인다. 자세히 보니 어깨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엥, 나 뭐 안 좋은 소리 했어?"
"……오늘은 이만 끝내자"
말하자마자 선배는 내 짐을 난잡하게 가방에 집어넣고 나를 밀어낸다.
"에, 잠깐!?"
그대로 방향전환 당해서 방에서 쫓겨나버렸다.
덜컹, 하고 문이 닫힌다. 이건 퇴실하는 편이 좋을것 같다.
"……실례했습니다"
내가 발꿈치를 돌리자, 뒤쪽에서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들려왔다.
화난건 아닌것 같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야?
"………………집에 갈까"
머리에 물음표가 듬뿍 떠오르면서도 나는 우타하 선배의 맨션을 뒤로했다.
길을 가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손에 드니 거기에는 우타하 선배로부터 메일이 왔었다.
"선배……?"
메일 내용을 확인해보니, 텍스트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텍스트를 열어보니 아까전의 플롯.
……하지만 주인공의 대사가 조금 바뀌어있었다.
이전보다 꼴사나워졌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고민하고, 쥐어짜내어, 그 나름대로 말을 선택한다. 그건 어딘가 거짓같았던 그의 행동에 생명을 불어넣은것 같았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이 내용을 바꿔쓴건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쪽이 주인공을 좋아하게 될것 같았다.
"……좋아"
나는 마치다 씨에게 전화를 건다. 두 번의 콜음이 울리고, 기분 좋고 명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후지가와 서점의 마치다입니다』
"히키가야입니다"
내가 이름을 대자 『마침 연락을 하려고 했어-』라고 대답이 왔다. 나는 상황을 보고한다.
"플롯, 아주 좋은게 완성됐어요"
× × ×
"――끝났다……이걸로, 오늘 나는 자유, 인거지?"
"뭘 해도, 얼마나 해도……좋아……"
"자아, 생각해. 나"
"그 때, 그가 한 말을……그의 목소리를"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5
그 날의 일로부터 시간이 흘러, 계절은 여름이 된다.
그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기간이 왔다는걸 의미했다. 그래, 여름방학이다. 이걸로 나는……염려없이 집에 틀어박힐 수가 있어……여름방학 쵝오-. 후코짱이랑 이얏후우우우우우우우우 소리 지르면서 불가라시 축제하고 싶을 정도다. 안 할거지만.
라고는 해도, 나에게는 알바가 있었다. 카스미 우타코의 담당편집이라는 알바가. 카스미 우타코 팬인 나는 이 알바만큼은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 여름방학 기간이라도 여전히 알바를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 취지를 마치다 씨에게 전하니, 그 사람은 희색만면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진짜 바라마지 않던 일이네! HIKI 군의 일보를 보고 있으면 우타짱 절호조같으니까, 이쪽에서도 바라마지 않던 참이야. 이후로도 잘 부탁해, HIKI군!』
부편집장의 보증도 받아서, 집필중인 원고의 진보확인을 하기 위해 오늘도 우타하 선배와 만나게 됐다.
하지만 어째선지 장소는 내 방이었다.
"꽤 쾌적하네"
"……그렇슴까"
등 너머로 탁탁 경쾌하게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라는것도 나와 선배는 지금 침대 위에서 등을 맞대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은 그저 진보확인을 하는것 뿐이었지만, 모처럼 왔으니까, 라는 수수께끼같은 이유로 그대로 선배는 노트PC를 손에 들고 집필을 시작해버린 것이다.
선배가 집필하는 뒤에서, 할것이 없어진 나는 독서를 하고 있지만, 이게 또 진정되지 않는다.
등 뒤로 선배의 체온이 느껴지고, 심장소리까지 들릴것 같았다.
"하치만 군은 굉장히 뜨겁구나"
선배가 중얼거린 숨결섞인 말은 어째선지 굉장히 선정적이었다. 하지만 등 얘기거든!
"땀을 뻘뻘 흘려서 되게 죄송한데요……"
"괜찮아. 만약 하치만 군의 것으로 젖어버려도 나, 상관없어"
등 얘기입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보다, 주어가 없는것 뿐인데 왜 이렇게나 야한 울림이 되는거야!
"참아주세요……"
"무슨 소리니? 나는 하치만 군의 뜨겁고 큰 곳의 얘기를 하는것 뿐인데?"
"그렇네요……아무 변척도 없는 단순한 등 얘기를 하고 있던것 뿐이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나 외설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걸까. 무심코 손을 부채대신에 부치고 있었다. 얼굴이 뜨겁다.
"뭐, 하치만 군을 놀리는건 여기까지 하고. 원고, 봐줬으면 좋겠는데"
선배에게 소매를 잡혀서 돌아보니, 무릎 위에 노트PC를 올린 선배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디어디……"
나는 선배한테서 노트PC를 받아들고 표시된 화면을 주시한다.
"자, 담당편집 씨가 보기에 어때?"
우타하 선배는 쿡쿡 웃으면서 내 옆에 기대듯 함께 화면을 쳐다본다. 그녀의 향이 체온과 함께 떠돌아 코끝을 간질러서 단번에 쑥스러워졌다.
하지만 일단 이거 일이라서. 마음을 고쳐먹은 나는 원고를 읽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마침 두 번째 히로인인 후배 캐릭터의 등장 장면이었다.
이게 또 교묘하게 삼각관계로 꼬여간다. 주인공과 친하게 지내는 후배 캐릭터를 보고, 메인 히로인 금발 츤데레 트윈테일(기니까 이해 KTT로 호칭)은 착각을 하고, 엇갈려 간다. 주인공도 주인공대로 비뚤어져 있으니까 미움받았다고 생각해 KTT와 소원해진다. 그런 데포르메 된 전개이면서도, 그걸 카스미 우타코의 기량으로 섬세하게, 더 선명하게 이야기가 쓰여진다.
"……굉장해"
나는 솔직하게 생각한걸 말한다. 카스미 우타코 월드가 전개였다. 또 이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고동치는걸 참을 수 없다.
"그래?"
우타하 선배는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조금 수줍은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쁘네요. 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카스미 우타코의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읏! 하, 하치만 군, 지금 뭐라고……!?"
우타하 선배가 어째선지 트럼펫을 쳐다보는 소년같은 눈동자로, 욕심나는듯이 나를 쳐다봤다. 어라, 나 지금 뭐라고 했더라?
……………………앗. 겨우 눈치챈 나는 황급히 변명을 시작한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어디까지나 작가로써――"
"……하지만, 정말 좋아하지?"
우타하 선배가 상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물어온다. 젠장, 언질을 잡았군.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으니, 갑자기 인터폰이 울었다.
이 무슨 요행. 이 흐름에 오르지 않으면 손쓸 방도가 없다! 만약 『지금 행복한가요?』라고 물어오는 아줌마였다고 해도, 지금 나는 감사해버릴테지!
"――손님이다! 죄송해요 선배,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앗, 하치만 군"
타이밍 좋게 울은 인터폰에 감사하면서 나는 방을 나왔다.
× × ×
계단을 내려가 현관으로 향하고 나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서 있었다. 양쪽 어깨에는 캐리어백, 보스턴 백을 매고, 상당히 많은 짐을 들고 있었다.
"아, 안녕"
"……왜 네가?"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유이가하마에게 물어보니, 진정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대답한다.
"오, 오늘부터 나 가족끼리 여행가는데, 사브레를 못 데려가니까. 코마치한테 부탁해서 맡아준다고 했는데……못 들었어?"
그러고 보스턴 백을 내린 후에, 캐리어백을 양손으로 들어올린다. 그러자 꿈틀꿈틀 가방이 움직였다. 그 개가 들어있는걸테지.
"못 들었어. 뭐, 하지만 그 녀석이니까 우리 부모님의 허가를 받고 나한테는 말 안한것 뿐이라고 생각해"
"슬픈데 그거!?"
유이가하마는 나에게 딴죽을 너은 후, 쭈뼛거리며 나에게 묻는다.
"혹시……실례였던, 걸까?"
"아니, 진혀. 오히려 마침 잘 됐다. 땡큐-, 사랑한다 유이가하마!"
답지도 않게 섬즈업을 하면서 말을 끊는다.
그러자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떨었다.
"――사, 사사사사사사사사랑!? 히, 힛키 그거……"
"앙?"
내가 되물으니 핫, 하며 표정을 지은 유이가하마는 나에게 캐리어백을 떠넘기는 형태로 넘긴다.
"아아아아아아무튼! 사브레 잘 부탁해, 이쪽 가방에 먹이나 화장실이 들어있어! 그, 그럼 나는 이걸로, 아빠가 기다리고 있구!"
"야, 유이가하――"
빠른말로 속사포처럼 말하고 잽싸게 유이가하마는 가버렸다.
캐리어백의 자크를 여니, 개가 고개를 엿보였다. 어라, 이름 뭐였더라? 사브……사브……사브짱이면 됐나.
일단 사브짱을 가방 안에서 꺼내어 현관에 살짝 착지시킨다.
"!"
그러자 이쪽 모습을 엿보고 있던 카마쿠라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컹컹 짖는다.
"………………"
카마쿠라는 그런 사브짱을 귀찮다는듯 흘낏보고, 성큼성큼 그 자리를 떠나간다. 사브짱이 녀석을 쫓아갔다.
뭐, 첫인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것 같군. 귀찮아보이기는 했지만. 마치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같다.
나는 보스턴백 속을 열어보니, 확실히 그 녀석이 말한대로 먹이와 화장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가장 위에 지갑이 올려져 있었다. 왜 애완동물 용구만 넣은 가방에 지갑을 넣은거야. 바보냐 그 녀석은.
내키지 않지만 메일을 보낼까……그렇게 생각햇을때.
"……저 귀여운 멍멍이, 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봤더니 우타하 선배였다. 이런, 방치해뒀었다.
"아아, 같은 부활동 하는 녀석이 와서요. 여행간다고 애완동물을 맡는 약속을 동생이랑 했던것 같아요"
내 대답에 선배가 수상쩍은 표정을 짓는다.
"같은 부활동……? 그것치고는 코마치하고도 사이가 좋은것 같네?"
"뭐, 여러모로 있어서요"
설명을 생략해서 얼버무리자, 선배가 더욱 눈을 가늘게 뜬다.
"여러모로, 라. 하치만 군,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겠어……?"
"우……"
스슥, 얼굴을 기대오는 선배에게 압도되어, 나는 뒤로 물러선다.
――그 때, 현관 문이 갑자기 열렸다.
"미, 미안! 나 지갑 넣어버려서, 어?"
"――――――어머"
기세 좋게 문을 열고 들어온 유이가하마 우타하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녹슨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며 나를 돌아본 유이가하마가 나에게 묻는다.
"힛키. 이 사람, 누구?"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6
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
"………………"
테이블을 사이에두고 마주보는 형태로, 우타하 선배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소파에 앉아있다. 나는 끝의 1인용 소파에 카마쿠라와 같이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참고로 사브짱은 유이가하마의 무릎 위에 앉아있다.
무거운 공기가 감돌지만, 용기를 쥐어짜고 나는 입을 연다.
"유, 유이가하마.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게――"
"아빠한테는 한 시간 뒤에 마중나오게 말해뒀으니까. 아직 괜찮아"
"그, 그러냐"
격침이다. 내 옷이 날아가도 아무도 기뻐하지 않으므로 더 이상 펼치진 않지만, 그래도 순살이DIE. 뭐여 이거.
내 모습에 선배는 한숨을 쉬고, 짜증내는 어조로 나에게 묻는다.
"슬슬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치만 군, 이 언뜻보기에 다리 느슨해보이는 여자애는 대체 누구니?"
"――――――읏! 그보다, 힛키를 이름으로……!"
선배의 말에 수치와 분노가 뒤섞인듯한 표정으로 유이가하마가 나를 노려봤다. ……엥, 왜 나를 노려봐!?
"선배, 말이 지나쳐요.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확실히 빗치스런 외모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른바 패션 빗치"
"패션 빗치는 또 뭐야!? 나, 나는……그……"
유이가함가 부끄러운듯이 몸을 꼼질거리는 모습에 뭔가를 눈치챘는지, 우타하 선배가 유이가하마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유이가하마, 양으로 부르면 되겠니? 아까전의 무례는 사죄할게"
"아, 아뇨 딱히"
선배의 말에 유이가하마는 위축하지만, 선배는 그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고마워. 나는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하치만 군하고는……어떤 관계인걸까?"
선배가 나를 돌아본다. 유이가하마도 나를 군침을 삼키며 지켜본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유이가하마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우타하 선배는 전에 말했던 알바 선배인데. 실은 내가 편집하고 담당하는 작가가 이 사람이야"
내 설명에 유이가하마가 눈을 크게 뜬다. 그에 비해 선배는 어째선지 뚱해져 있었지만.
"헤에-……앗. 저는 유이가하마 유이라고 해요. 힛키하고는 같은 반이고, 그리고 같은 부활동에……"
유이가하마가 여전히 종합하지 않은 말투로 필사적으로 설명한다. 선배는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점점 미간에 주름을 모아간다.
"같은 반이고, 같은 부활동? 게다가 별명으로 부르고……하치만 군, 너는 학교에서 아싸니까 친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라고 자주 자학했었는데, 거짓말이었니?"
"아, 아니 그건……"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끼어들어왔다.
"힛키는 친구 없어요. 늘 교실에서 자고 있구, 아무도 말 안걸구요"
"야이 바보야, 이런 나한테 말을 걸어주는 토츠카를 잊고 있잖아"
"사이 뿐이잖아……그리고 내가 말을 걸어도 힛키 무시하잖아"
"나한테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라고, 네 목소리는"
"그럼 왜 지금 대화할 수 있는건데!?"
"장하다 유이가하마. 제대로 주파수의 의미를 알고 있구나"
"바보 취급하지마!"
우리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우타하 선배가 짜증난다는듯 말을 한다.
"――시시덕, 시시덕…… 둘만의 세계를 만들지 말아주겠어?"
"아, 아니, 그런게……"
내가 말을 하려고 하자 있는 힘껏 노려봐서 입을 다문다. 엄청 무섭다.
휙 돌아본 우타하 선배는 다시 유이가하마에게 묻는다.
"그래서, 유이가하마랑 하치만 군은 어떻게 알게 된 거니?"
선배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힐끔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마지못해 끄덕인다.
유이가하마는 무릎 위에 앉아있던 사브짱을 안아올리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1년 전에, 차에 치일뻔한 사브레를 힛키가 구해줬어요. 힛키는 그 탓에 다리가 부러져서, 그래서 입원해버렸지만요……"
"입원, 그건……"
유이가하마의 설명에 우타하 선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의문에 나는 끄덕였다.
"――맞아요. 그 때 입원한게 계기가 되어서, 저는 선배의 작품과 만났죠"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감개깊게 턱에 손을 댄다.
"돌고 도는구나……"
선배의 한 마디에 나는 끄덕였다. 정말이지, 인과라고 느낀다.
유이가하마의 개를 내가 감싸고, 감쌌을때 다쳐서 입원하고, 코마치의 변덕으로 카스미 우타코와 만났다. 그리고, 그리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사인회에서 카스미가오카 우타하와 만났다. 돌고 돌아, 지금 상황에 수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인과인 것이다.
거기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녀석도……유키노시타도, 이거에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때 차에 타고 있던건…….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선배가 빤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나저나 하치만 군. 실컷 아키 군을 비웃던거에 비해선, 너도 상당히 농담같은 플래그를 세우고 있잖아?"
큭, 아픈 곳을 찔렸다. 별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그렇게 생각하니, 유이가하마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플래그?"
"깃발이라는 의미다"
내 대답에 이 녀석은 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엥, 힛키 깃발 흔들어?"
왜 내가 깃발을 흔드는건데. 세끝이냐. 오히려 나는 SESANG E SO NAHOLRO인데. 뭐야 그거 슬퍼라.
정신을 차리니 선배는 유이가하마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감정하는 듯한――아니, 설마.
"바보 빗치 거유계라……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유이가하마를 자신의 작품에 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의 작품에 살리는데는 장난이 아니지, 선배는.
"……뭐, 이 녀석이 바보인것도 외모 빗치인것도 거유인것도 부정하지 않지만, 캐릭터로 만들어도 됩니까, 그거"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거윳!? 힛키 진짜 소름! 바보! 호색한!"
"진정해, 유이가하마 양. 하치만 군이 거유를 좋아하는건 알고 있잖니?"
"뭣"
우타하 선배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엥, 왜 들킨거야?
그 의문을 긍정하듯 유이가하마가 나를 흘낏보고나서 입을 연다.
"뭐, 뭐어 힛키는 늘 내 가슴 보고 있지만……"
"느, 늘 보는건 아니잖아"
"그러게. 하치만 군은 늘 내 가슴과 다리를 잡아먹을듯이 보고 있지"
우타하 선배도 동조한다. 그러니까 늘 보는게 아니라고. 다리는 늘 보고 있지만.
"………………"
"………………"
둘 모두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본다. 카마쿠라가 『너 새끼 어떻게든 해라』라는 눈으로 쳐다보지만, 나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안, 카마쿠라.
잠시 쳐다보고 있으니, 이윽고 선배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구분을 짓듯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이야기를 되돌릴까. 요컨대 유이가하마 양도……그런걸로 보면 되겠니?"
"그런거?"
내가 되물어보니 수상쩍은 눈동자로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쳐다본다.
"힛키는 입다물어. ……그런걸로 봐도 좋아요"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본다. 나는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선배가 이쪽을 쳐다봤다.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잠깐 둘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하치만 군의 방. 써도 되겠어?"
"에? 뭐, 상관없지만요"
내 대답을 닫자마자 두 사람은 일어서서 내 방으로 향해갔다.
유이가하마는 일단 돌아보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힛키, 훔쳐들으면 안 돼!"
"안 해"
나는 따라가려고 한 사브짱을 안아들고 대답을 했다. 그걸 들은 유이가하마는 혀를 메롱 내밀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사브짱을 착지시키자, 놈은 카마쿠라엑 달려갔다.
그 모습을 쳐다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대체 내 방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라며 한쪽에 떠오른 가능성을 지운다.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있겠냐. 두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품는다는 환상은, 빨리 죽여버리는게 좋은 것이다. 그거 무슨 소게부.
하지만, 어쩌면――그렇게 생각해버린다. 1년전의 사건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최종권. 극적인 만남을 이루어 서로 이끌리던 주인공과 사유카는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는 형태로 끝을 고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히로인인 마이와 주인공이 맺어지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 때, 우타하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결말을 냈던걸까.
――그 때, 세상에 나오기 전, 최종권의 원고를 읽는걸 거부한 나를,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유카――――선배는, 왜 내 앞에서 모습을 갑춰버린걸까. 지금도 모른다.
거실로 돌아오니 카마쿠라와 사브짱이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사브짱은 놀고 싶은 모양이라, 카마쿠라에게 기대의 눈빛을 향하고 있었다.
"……놀아주지 않는거냐?"
"………………"
내 물음에 흥, 하며 한숨을 내쉰 카마쿠라는 성큼성큼 그 자리를 떠나간다. 되게 귀염성 없는 녀석이다.
"……하는 수 없구만"
나는 보스턴백에서 장난감을 꺼내고 사브레에게 갔다.
× × ×
그리고나서 30분은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니 유이가하마의 아버지가 마중나올 시간이 되서 현관에서 바래다주게 됐다.
"사브……사브……사부로라면 맡겨둬"
"사브레라구!? 슬슬 외워줘!"
가슴을 치면서 기세좋게 말한건, 바로 유이가하마에게 딴죽을 들었다. 사브레라, 외웠다 외웠어.
유이가하마는 진정하듯 숨을 내쉬고, 우타하 선배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서로 쳐다보는 형태가 된다.
"……그럼, 그런걸로!"
"――그래, 조심해서 가렴"
되게 간단한 한 마디로 끝내고 현관 문에 손을 댄다.
"그럼 힛키, 선물 사올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오냐, 너무 이상한건 사오지마"
내 말에 유이가하마는 『바-보!』하고 대답하고 우리 집에서 나갔다.
현관 문을 쳐다보고 있으니, 내 옆에 선배가 섰다.
"……착한 애잖아. 마치 마이같아"
"바보같은 구석은 닮지 않았지만요"
선배는 한숨을 쉬고, 내 손을 부술기세로 세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사이는 좋은것 같네……사랑한다고 말했다며……!?"
"그건 감사의 마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무심코 한심한 비명을 질러버린다. 그걸 보고 신물이 가셨는지 힘을 풀어 잡아줬다.
"흥……. 뭐, 하치만 군은 마이를 마음에 든것 같으니 어쩔 수 없나?"
"……저, 그런 말했던가요?"
실은, 지금까지 한번도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더블 히로인 중에서 누구를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한 적이 없었다. 선배는 다정하니까, 『내가 마음에 든 캐릭터를 픽업해서 과잉 팬서비스를 할지도』라는 너무나도 뼈아픈 착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닭살이 돋는다.
"읽는 느낌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글쎄요, 어떨까요?"
……라는건 농담. 실은……전부터 나는. 사유카파였기도 하지만.
나는 발꿈치를 돌려 계단으로 올라가자, 당황한 모습의 선배가 따라왔다.
"엣, 잠깐만. 하치만 군?"
"빨리 원고를 시작해주세요, 카스미 선생님"
"여차할때 담당으로 돌아오는건 그만해!"
방문이 닫혔다. 그리고나서 또 원고집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름방학은 아직 남았다. 선배는 어떤 이야기를 써갈까. 한 명의 카스미 우타코 팬으로써, 이 정도로 기대되는건 없었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7
내가 카스미 우타코의 담당편집이 된지 몇 개월. 엄청 번거로운 성격인 카스미 우타코――우타하 선배와 신작 만들기는 여러가지로 있었다. 정말로 여러가지로 있었다. 어라, 생각하면 작품이랑 별로 관계 없는것 같다. 기분탓이다 기분탓.
뭐, 그런고로, 마침내 초고까지 도달한 것이다.
"네, 데이터 받았어요, 카스미 선생님"
내가 수화구로 그렇게 보고하니 졸린듯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뒷일은 부탁할게, 민완 편집가 씨?』
"알고 있다구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을 하니, 잠시 무언이 이어진다.
"……우타하 선배?"
내가 물어보니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 후, 결심한듯이 우타하 선배가 조용히 말한다.
『저기, 일단락이 났으니까 뒷풀이를 하는걸로 내일……와고 시에 가보지 않을래?』
"네?"
× × ×
――그런고로, 나는 우타하 선배와 함꼐 전차로 2시간 가까이 들여서 와고시에 와 있었다. 오자마자 대선생님의 『피곤해』 한 마디로 인해 찻집에 들어가게 됐다.
나는 카페라떼를 빨대로 빨아들이고 한입 맛봤다. 흠, 역시 MAX 커피가 더 달다. 딱히 카페라떼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우타하 선배는 블랙 아이스 커피를 조용히 마시고 있었다. 흑발 롱에 검은 스타킹, 그리고 블랙 커피다. 조만간 코난에 나오는 진짜 범인같은 모습이 될것 같아서 싫다.
그나저나 초고가 끝나서 정말로 다행이다. 하지만 담당편집으로서는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왜냐면 편집의 일인 교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교정 일은 처음이었지……"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던건지 우타하 선배는 잔을 코스터 위에 두고,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머, 그럼 초판에서 한자의 오타가 유출할때마다 내 명령을 하나 듣는걸로 할까"
"그거, 엄청 불합리하잖아요……"
확실히 오자를 유출시키는건 내 책임이 되지만 어째서 오자를 만들어낸 본인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거야.
"힘내렴, 국어 성적 학년 3위인 하치만 군?"
왜 그걸……하고 생각했지만, 아마 코마치가 떠벌렸겠지.
"뭐, 선처는 할게요. 그리고 하나 상담이 있는데요"
"상담?"
선배가 그렇게 물으니, 나는 끄덕였다.
"소설 일러스트레이터에 관해서요. 『사랑하는 메트로놈』과 같은 마츠바라 호즈미 선생님에게 의뢰하려고 연락했더니 많이 바쁜것 같아서, 얘기를 하지 못했어요. 뭐, 본인은 무척 원통해했지만요"
이것도 사랑하는 메트로놈이 히트한 덕분인지, 지금 폭발적으로 의뢰라 들어오는것 같아서, 기쁜 비명을 지르는 모양이다.
"……안 됐지만 어쩔 수 없구나"
선배는 유릿잔에 입을 대면서 대답한다. 나는 그 반응을 보면서 말을 잇는다.
"그저, 마츠바라 선생님의 그림이라면 이번 작품에는 안 맞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 말에 선배가 흠, 하고 끄덕였다.
"확실히. 신작은 러브코메디 요소가 강하니까……좀 더 모에계열 그림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모에계열이라……"
라고해도, 실제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그렇게 자세하지 않다. 그림을 보고 『이 사람 ○○라도 그린걸까-』 정도 밖에 모른다. 게다가 그럴때에 한해서 꽝이다.
실은 마치다 씨에게도 상담했지만 『우타짱의 담당편집이니까, 우선 스스로 해볼까♪』라고 듣고 책임을 다 떠넘겼다. 뭐야 이 요령은 알아서 잡아라는 발상.
참고로 또 예상인물 중 한 명인 아키에게 밑져야 본전으로 전화해보니 『아 지금 토보 바쁘니까 다음에 해줄래요?』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박살나버려라.
"……우타하 선배는, 누구 희망하는게 있나요?"
내 질문에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기 시작한 우타하 선배가 핫, 하며 표정을 지었다. 그 후에 평소의 놀리는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럼, 지금부터 찾아볼까"
× × ×
"――아니, 가까워가까워, 가깝다고요"
나는 우타하 선배에게 도내 인터넷 카페로 끌려가, 개인실에서 단 둘이 있게 되버렸다.
"이렇게나 좁은 곳인걸. 몸이 닿지 않을리 없잖아?"
여전히 외설스런 단어를 선택해서 나에게 동요를 걸어온다. 큭, 팔에 가슴 감촉이…….
"너, 너무 붙는다고요, 그나저나"
우타하 선배가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때때로 다리를 꼬는 그 몸짓이, 되게 요염해서 왠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이, 이거 화제를 바꾸지 안흥면 위험하다. 뭔가 화제화제……고민하고 있으니,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읏차, 일러스트레이터 찾는게 목적으로 들어온거였죠"
"………………칫"
옆에서 혀차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신경쓰지 않고 나는 일러스트레이터 검색을 시작했다.
잠시 조사하고 있으니, 어떤 인물의 이름이 눈에 멈췄다. 지루하다는듯이 화면을 보고 있던 선배의 어깨를 잡는다.
"선배, 이 그림, 이번작의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 안해요?"
"음……사가노, 후미오……?"
선배가 화면이 쓰인 이름을 중얼거린다. 그래, 내가 눈을 둔건 사가노 후미오라는 인물. 최근 동인 행사 등에서 떠오르고 있다고 인터넷의 매상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눈을 둔건 그 그림이다. 마츠바라 선생님하고는 정반대를 가는듯한 화려한 그림이지만, 그런 만큼 이번작의 테마인 학원 하렘물에 맞는다, 그렇게 나는 봤다.
"조금 조사해볼까"
선배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한테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빼앗아 달칵달칵 조작해간다. 그러자 얼마지나지 않아 사가노 후미오의 인물상이 떠올랐다.
"대학생 정도의 핸섬남 작가, 흐응……"
"엥"
선배의 말에 어리둥절한다. 저렇게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인물이 핸섬남……이라고……?
그녀는 검색을 계쏙해간다. 이어지는 정보는 빈번하게 술자리에 초청받는다, 교우관계는 넓고 얇게……거기다 애인을 빼앗겼다, 라는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수상쩍은것가지 점점 폭로되어 간다.
"……재능과 인격은 별개, 라는것 같네"
그렇게 선배가 말하지만, 나는 수상쩍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그 행동이 『그렇게 보이기 위한』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악적, 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어쩌면 핸섬남인건 틀림없는 사실이라서, 질투로 쓸데없는 꼬리가 들러붙을 가능성은 있다.
어쨌든간에 만나보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핸섬남……인건 어째선지. 되게 걸리적거렸다.
"하지만 뭐, 지금 이 사람이 제일 카스미 우타코 신작 일러스트레이터에 적합하다고는 생각해요. 제가 교섭하고 올테니까 선배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바로 뭔가를 깨달았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만나고 싶은거니? 아니면……나랑 만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 핸섬남 대학생이랑"
"읏! 그런……건"
말이 막혀있으니, 우타하 선배는 훗 웃으며 내 무릎에 몸을 기대었다.
"농담이야. 나, 이래보여도 낯가린단다?"
나는 무심코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왠지 간파당하는것 같아서 부끄럽다.
"……알고 있어요, 그런것 정도는"
그걸 듣고 만족스러운듯이 숨을 내쉰 선배는 그대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는 얼굴은 무척이나 안심한듯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고양이가 아니거든.
뿌리칠수도 없어서 그대로 우타하 선배를 무릎배게 해주기로 한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라……나, 이 자세로 계속 있어야해?"
――다음날, 소지금 부족으로 연장요금을 낼 수 없는 나를 대신에 우타하 선배가 대금을 지불해주었다. 덧붙여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여자에게 연장요금을 내게 하다니, 기둥서방의 귀감같아. 장래의 꿈은 전업주부니?"
"………………"
그 말대로입니다, 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 × ×
후일, 나는 사가노 후미오와 계약을 하기 위해, 어떤 장소에서 행해지고 있던 즉매 모임 행사장에 찾아왔다.
아니, 까놓고 말해 이런거 첫 참가라서 전혀 방법을 몰라서 곤란하지만 말야? 젠장, 자이모쿠자라도 데리고 올껄 그랬다.
사가노 후미오의 서클은 『Cutei Fake』라는 모양이다. 눈을 응시해 찾아보니, 그거같은 문자를 발견했다.
탁상 쪽으로 가보니 한 명의 청년이 판매처에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복장이 세련되어 있고, 거기다 그걸 잘 차려입고 있다. 얼굴도 확실히 핸섬남이다. 젠장, 질투나잖아.
갑자기 말을 걸 수 있을 배짱은 나에겐 있을리도 없다. 그렇다면, 하고 생각한 나는 인생 첫 동인지 구매에 발을 내딛었다.
"하, 한부 주세혀"
있는 힘껏 깨물었다. 부끄럽다. 하지만 사가노 후미오는 그런 내 모습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책을 손에 쥐고 나에게 내밀어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대응도 핸섬남이엇다. 열등감을 자극받으면서, 나는 본론을 꺼냈다.
"당신이 사가노 후미오 씨가 맞으신가요?"
"네, 그런데요"
익숙한 태도로 대답하는 사가노 후미오에게 나는 마치다 씨에게 받은 명찰을 꺼냈다.
"저, 판타스틱 문고의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합니다"
그가 명찰을 받아드는걸 보고, 나는 말을 이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는 할 수 없지만, 이전부터 사가노 씨의 일러스트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서――――"
대단히 실례되는 이야기지만, 알게 된건 아주 최근입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라며 마음속으로 덧붙이면서 나는 계속 말한다.
"꼭, 소설 일러스트를 담당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내 말에 얼빵한 표정의 사가노 후미오였지만, 이윽고 뺨을 손가락으로 긁적이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난처하네……상업 정식 의뢰가 되면, 저희도 솔직히 얘기하지 않으면 곤란하네요"
그걸 듣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의미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가 내 귓가에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실은 저……사가노 후미오를 자칭하고 있지만, 이 책을 그린건 제가 아니에요"
"에……?"
거기다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야-! 에고리리가 마지막 하나엿어-!"
그렇게 말하며 목소리 주인인 소녀가 사가노 후미오에게 구입했다고 생각되는 책을 내밀었다. 뭐야, 아는 사이야?
일단락 짓는 편이 좋나, 그렇게 결론을 지었을때, 그가 소녀를 가리켰다.
"마침 돌아왔네요. 실은 이 책을 그리고 있는게 제 동생――진짜 『사가노 후미오』입니다"
옆을 보니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뭣――――――"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리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유, 너한테 일 의뢰한대. 게다가 그 후지가와 서점이야"
"후지가와 서점……이 사람이?"
소녀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본다.
왜 내가 소리를 질렀는가. 그건.
그녀가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마유와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8
"여보세요, 우타하 선배? 지금부터 사가노 씨랑 협의하러 갈게요"
나는 수화구로 그렇게 말하자, 여전히 단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그래서, 받아줄것 같아?』
"……어떨까요? 상업에는 흥미 없어보였어요"
실제로 사가노 씨의 반응은 나빠싿. 턱에 손을 대면서 끙얼거리고 있던것 뿐이니까.
그런 나의 모습을 헤아렸는지, 우타하 선배는 도발하듯이 말한다.
『그래서 쉽게 포기할거야? 꽤 고집하던것처럼 보엿는데』
"……뭐, 그 쪽에 그럴 의사가 없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네요"
내 발언을 듣고 선배가 쿡 웃었다.
『핸섬남을 상대로는 담백하구나. ……나에게는 끈적하게 유혹한 주제에』
큭, 1년전 일을 끌어내면 괴롭다. 그 때는 나도 정신이 나갔었다고!
"아, 아무튼. 결과가 나오면 연락할게요. 그럼"
일방적으로 말을 하고 나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마침 만나기로 한 이케부쿠로로 가는 전차가 와서, 나는 올라탔다.
덜컹, 전차가 움직이던 차에, 나는 한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뭐어, 핸섬남이 아니었지만.
× × ×
이케부쿠로 역에 도착한 나는 지정받은 찻집으로 발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파르페를 양껏 베어먹는 사가노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끈질기네에, 후지가와 서점 씨. 일러스트라면 이전에 거절했잖아"
내 인사에 사가노는 숟가락을 문채로 대답을 한다.
"자자. 얼마전에 건내준 『사랑하는 메트로놈』은 읽어봤어요?"
내 물음에 사가노는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대답한다.
"……뭐어, 일단 마지막까지는"
……뭐야, 그 미묘한 반응은.
"그래서, 어땠어요?"
이 화제를 돌린 순간, 사가노의 표정이 빛났다.
"엄청 귀엽지, 마이짱!"
당신이랑 닮았지만. 사가노는 이어서 말한다.
"2권 24페이지에서 뒤돌아보는 일러스트 있잖아? 거기서부터 정말 빨려들어갔어! 3권이라면 베스트 샷은 180페이지에 있는 석양 지는 옥상일까!?"
말하고 있는건 전부 마유의 장면이고, 그리고 당신은 마이랑 판박이입니다. 이젠 나는 아까부터 자화자찬하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치만 역시 최고는 마지막권 242페이지의 고백후 그 우는 얼굴!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껴안고 싶어졌어!"
셀프 허그는 ZAZEL같은 포즈가 되지 않나……최종적으로 사가노는 마이랑 싱크로합니다, 가 되는건가.
스스로 생각해놓고 뿜을뻔해서 헛기침을 하고, 나는 사가노에게 동의했다.
"뭐, 사유카 뿐만 아니라 마이도 매력적인게 이 작품의 장점이니까요"
"그래 맞아! 더블로 메인이라는게 말야!"
사가노가 표정을 빛내면서 말한다. 이거라면 잘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카스미 우타코의 신작 삽화, 그리고 싶다고 생각 안해요?"
"으응, 전혀"
즉답이었다. 꽁뜨냐, 싶을 정도로 즉답이었다.
"어, 어째서?"
내 물음에 다시 파르페를 양껏 물면서 사가노가 대답했다.
"그게. 내가 감동한건 일러스트 뿐인걸. ……솔직히 내용쪽은 별로 콕 오지 않았어"
"……참고로, 왜 콕 오지 않았는지. 알겠어?"
담당편집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저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노에게 묻고 있다.
내 태도가 변한걸 눈치챈건지, 순간 얼굴을 긴장하지만, 사가노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대답해줫따.
"으-음……왠지 말야, 다들 꾸물거리고 있다고 할까, 등장인물이 고민만 해서 지루한 느낌을 받앗어. 좀 더 반짝반짝한 표정을 보고 싶어. 나, 귀여운걸 좋아하니까"
……돼지냐!! 모에돼지냐!? 나의 뇌내에서 이 여자의 별명이 엔보로 결정하고 있었따.
뭐, 귀여운건 좋아해, 라는건 진심인것처럼 느껴졌다. 그림도 그렇다. 귀여움울 추구하고 있고, 자신의 복장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수습하면서도 귀엽게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스미 우타코 팬으로써 꾸물거리고 있어서 일축받는건 참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등장인물이 인간답게 고민하는게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진면목이야"
내 말에 반론하듯이 사가노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건 히로인의 귀여운 표정이야. 놀랄 정도로 끌어당기는 순간을 추구하고 있어"
사가노가 뺨에 턱을 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아깝네에. 모처럼 일러스트가 그렇게나 귀여운데"
……두 번째 교섭은 다시 결렬한 것이었다.
× × ×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우면서 점심시간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콕 오지 않는다라. 그걸 들어버리면 거기까지지만, 어떻게든 그녀에게 삽화를 부탁할 수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나의 고집일지도 모른다. 카스미 우타코의 팬으로써, 콕 오지 않는다니 지루하다니 듣고 머리에 피가 솟구친것 뿐일지도 모른다. 뭐, 실제로 솟구쳣지만. 엄청 분노했지만.
직권남용 뿜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갑자기 전화기가 진동했다. 바라보니 유이가하마의 문자.
안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간단하면서도 기세를 느끼게 하는 문자가 보였다.
『엄청 재밌었어! 다시 읽고 싶으니까 아직 빌려도 돼!?』
――무슨 이야긴가 하면, 여행에서 돌아온 유이가하마가 사브레를 데릴러 왓을때, 갑자기 그 녀석한테 이런 말을 들은 것이다.
『히, 힛키! 우타하 선배가 슨 책, 나 읽어보고 싶어!』
나는 즉시 방에서 사랑하는 메트로놈을 전권 꺼내어서 유이가하마에게 건냈다. 팬사이트 관리인으로써 거절할 도리는 갖고 있찌 않았따.
까놓고 말해, 유이가하마에게 문장은 괜찮은건지, 자이모쿠자때 안 읽었찌, 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장르가 연애물이라서 다소는 첫인상이 좋았는지, 실제로 유이가하마는 카스미 우타코의 세계에 빠진 모양이다. 훗, 포교 완료다.
메일을 답신하려고 생각했지만, 조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수신음이 두 번 울었을때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여보세요?』
"미안, 전화 걸어서"
『저, 저혀 그런거 아냐!』
수화구 너머로도 손을 붕붕 흔들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반응이었다.
나는 본론을 꺼내려고 유이가하마에게 입을 열었다.
"너 말야. 그 작품의 등장인물을 어떻게 생각했어?"
『어? 그러게에……사유카랑 나오토가 만난 후에, 마이랑 만났잖아? 마이가 필사적으로 나오토의 마음을 끌려고 하는게, 굉장히 잘 알겠어』
"……그런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읽었지만, 그런건 생각도 안 했다.
유이가하마는 기막힌듯이 한숨을 쉬면서 얘기를 계속했다.
『증말, 몇 번이나 읽었으면서 몰랐어? 그게, 잘 모르는 남자애한테, 그렇게 말을 걸리가 없잖아. 게다가 나오토는 이미 사유카랑 만나고 있다구?』
모, 몰랐다……. 단순히 마음이 맞을것 같으니까 말을거는것 뿐인가 생각했다. 진짜냐, 유이가하마한테 배우다니.
……아니, 유이가하마이기에 알았던건가. 누구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이 녀석이니까.
"――과연. 이야, 진짜로 무시무시하네"
유이가하마는 『그치-?』 라며 자랑스럽게 대답했지만, 갑자기 신묘한 목소리로 툭 중얼거린다.
『……그치만, 마지막에 사유카가 빠질때도 이해하려……나?』
"왜 빠졌다고 생각해?"
내 질문에 유이가하마가 『으-응』하고 끙얼댄다.
『……그건 그거야』
유이가 하마가 말을 흐린다. 뭐야, 계속 나 신경쓰고 있었는데.
"그거는 뭔데?"
『그건……그거야』
왠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라는건가? 나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을 한다.
"뭐, 그런걸로 해둘게. 그나저나 전부터 생각했던건데, 너 마이랑 좀 닮았네"
『에, 그럴까나?』
유이가하마의 신기하다는 목소리에 나는 어, 라고 수긍한다.
"바보같은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밝고, 누구에게도 말을 걸어주고……뭐, 얼굴도……"
『히, 힛키. 못 들었으니까 한번 더』
"――바보같은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유이가하마가 잡아먹을듯이 되물어서 바로 대답해줬지만, 유이가하마는 불만스러운듯이 소리를 질렀다.
『우으, 거기 말고! 힛키 바보!!』
초등학생급 어휘력으로 한차례 나를 욕한 후, 갑자기 툭. 유이가하마가 중얼거렸다.
『……그치만, 사유카는 역시―――――――――――――――――――인거야』
유이가하마의 중얼거림은 중요한 대목이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고 한건지는 왠지 모르게 알았다.
"오늘은 고맙다. 고마워, 유이가하마"
『어? 응, 천만에. 에헤헤……』
"아직 책은 빌려가도 괜찮아. 그럼"
『응, 잘자』
나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잠시 대기화면을 쳐다봤다.
유이가하마와 전화로 나는 확신을 얻었다. 사랑하는 메트로놈은……카스미 우타코의 세계는. 결코 지루한것이 아니다.
나는 휴대폰을 조작해서 메일 작성 화면을 연다. 수신처는……사가노 후미오.
문장은 간단하게. 내가 말해도 무의하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가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한번만 더. 다시 읽어보지 않겠어? 이번에는 뛰어넘지 말고, 차부히 읽어줬으면 싶어.』
고작 그것만. 하지만, 내 바램을 담은 한 문장.
나는 한번 호흡을 하고 결심하고 송신 버튼을 눌렀다.
"……후우"
남은건 사가노가 어떻게 느끼는가, 그것 뿐이다.
나는 불을 끄니 피로도 있어서인지 바로 잠에 빠졌다.
× × ×
"어두운 표정이네"
"…………………………"
달칵달칵 키보드를 치는 소리만 울리고 있던 우타하 선배의 방에, 그녀 자신의 질문이 울려퍼졌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나서 며칠이 지나도, 사가노에게서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못 들었슴까, 결과"
우타하 선배는 손을 멈추고, 뒤돌아서 나를 쳐다본다.
"그런건, 보면 알잖아. 놀려도 재미없으니까"
"……죄송해요, 저――――"
내 말을 가로막듯이, 우타하 선배가 내 옆에 앉아서 나를 껴안았다.
"――사과하지마. 또 함께 찾으면 되잖아. ……그나저나, 그렇게나 어두운 표정을 짓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반쯤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아니, 그건……선배의 작품이 콕 오지 않는다고 들어서. 납득이 안되서……그래서……"
"~~~~~읏!"
힐끔 곁눈으로 우타하 선배를 보니, 뭐라 말 못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그 반응?
하고 생각하고 있더니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졌다.
"그, 그렇구나. ……하치만 군은 납득이 안 됐구나"
"에, 뭐어……그렇지만요"
"……………………이 타이밍에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비겁하잖아……"
잠시, 나는 우타하 선배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9
문득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커튼 틈새로부터 햇빛이 들어온다.
일어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점점 의식이 각성된다.
――여기, 우타하 선배의 방이다. 어제 그대로 잠들었나……머리를 쓰다듬받고 잠들다니, 나는 애냐.
벽에 붙은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오늘은 특별히 예정은 없지만 너무 오래 있어도 뭐하다. 우타하 선배에게 인사하고나서 집에 돌아갈까.
그럼 중요한 우타하 선배는, 하고 찾으려다 겨우 나는 누군가에게 팔을 잡혀있다는걸 깨달았다.
거기에는 내 팔을 잡고, 조용히 숨소리를 고르고 있는 우타하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평소의 단려한 인상과는 다른, 무방비한 자는 얼굴.
……하지만 자고 있을텐데 내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굉장히 집념깊은걸 느낀다. 등 뒤에 으슬으슬하게 추운걸 느끼면서도 선배의 자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응……"
그러자 갑자기 우타하 선배가 눈을 떴다. 선배는 잠에 취한 눈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우타하 선배"
우타하 선배는 잠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지만, 서서히 눈을 크게 떠간다.
"………………하치만, 군?"
잠시 멍해하던 선배였지만, 갑자기 『아아』 하고 생각난듯이 소리를 내고, 느린 동작으로 일어났다. 그 박차에 모포가 벗겨져서――――, 엇!?
"서, 선배! 왜 옷을 안 입고 있는거에요!?"
직시할 수 없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만, 순간 보인 하얀 피부가, 부응없게도 내 심장고동을 빠르게 만든다.
"……그런건 벗었으니까 뻔하잖아"
새침하게 선배가 대답한다. 옷 스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힐끔 곁눈으로 쳐다보니, 몸을 굽힌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읏!"
내가 숨을 삼키는걸 보고 선배가 쿡 웃는다. 그대로 나에게 다가온다.
"……잘 잤어?"
"~~~~~~읏!?"
선배의 한 마디에 뺨이 뜨거워지는걸 자각했다. 내 반응에 미소를 지으면서 선배가 말을 이었다.
"나는 잘 잤어. 편안한 수면 기능이 있다니, 담당으로서 우수하잖아?"
"저는 수면배게입니까……"
"어머, 무릎배게 해줄거야? 아니면 팔배게?"
큭, 저쪽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선배를 돌아봤다――하지만 바로 옆을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슬슬 돌아갈게요. 코마치도 걱정할거라 생각하니까요"
내 말에 선배가 한숨을 쉬었다.
"여자와 한번 자면 바로 돌아가다니, 너무한 남자구나"
"그거 엄청 어폐 있잖아요……"
평소 대화에 곤혹해하면서 나는 준비를 시작했다. 우타하 선배는 모포로 몸을 감추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다시 잘까"
"그러세요. 하지만 제대로 옷 입어주세요? 아, 제가 돌아간 후에 입으면 되요"
모포를 벗으려던 선배에게 못을 박아둔다. 선배는 혀를 찬 후에 새침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어제는 그렇게 솔직해서 귀여웠는데……"
선배의 푸념을 흘려들으면서 나는 준비를 마치고,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선배 쪽을 돌아봤다.
"――늘 삐죽여서 죄송하네요. 그럼 돌아갈게요"
발꿈치를 돌리자, 선배가 『아――』하며 소리를 지르는게 들려왔다.
……조금, 앙갚음 해볼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뒤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는 얼굴. 귀여웠다구요?"
"―――――――――――――읏!"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우타하 선배의 반응을 보고, 나는 작게 승리 포즈를 취하고 이번에야 말로 맨션에서 나왔다.
× × ×
그리고나서 며칠 후, 나는 마치다 씨와 사전협의에 참가하기 위해 도내에 있는 편집부로 향했다.
전차에 흔들리고 있으니, 휴대폰이 진동했다. 쳐다보니 우타하 선배한테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사전 협의에는 늦을거야, 먼저 마치다 씨랑 얘기하고 있어줘』
선생니임……. 어차피 이제 일어난거겠지. 시간에 늦는건 어떻게든 안 되나. 어디의 천체전사도 자신이 기둥서방인걸 짐짓 넘어가고 연락도 없이 5분 지각해서 오는 녀석에겐, 사회인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줬다고?《파이어 버드 폼》
뭐, 여기서 삐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바로 『알겠어요』라고 담신하고 창문으로 보이는 경치를 도로봤다.
잠시 있으니 다시 메일이. 우타하 선배한테서 이번에는 그림 파일이 첨부되었다.
『대기화면으로 써도 된단다?』
"――――붓!?"
그런 본문과 함께 보내진 그림에 나는 무심코 뿜었다. 주위 사람이 기이한 눈으로 나를 보지만, 그럴참이 아니었다.
화면에는 무방비하게 잠든 나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의 선배가 찍혀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거다. 사후다. 드라마였으면 암전한 후다.
요놈의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다음날 아침, 알몸이었던건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가……!
……내가 자는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지?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지!? 아, 아니 괜찮아……나는 아직 샤바두비 터치 변신할 수 있을거야…….
자신의 정조를 걱정하면서 나는 전차에 흔들렸다.
편집부의 회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마치다 씨가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대로구나, 과연 HIKI 군. ……하지만, 같이 안 왔어?"
"늦는 모양이에요"
내 보고에 마치다 씨는 『뭐, 우타짱이 늦는건 늘 그러니까-』라고 대답했다. 맨날 늦는거냐.
오늘 협의는 일러스트레이터 건도 포함되어 있다. 보고가 늦은 이상, 먼저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조심 입을 연다.
"저기……일러스트레이터 말인데요……"
내 말에 마치다 씨가 평소대로 명랑하게 『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윽, 말하기 힘들어…….
결심하고 얘기를 꺼내려고 했더니, 먼저 마치다 씨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펼쳤다.
"윽!?"
테이블에 펼쳐진 자료에는 낯익은 그림이 수두룩. 그래, 그건 사가노 후미오의 손그림, 그것이었다.
"너무 다 떠넘긴건가아, 걱정했지만 말야. 이런 장래성 있는 인재를 잘도 발견햇어, HIKI 군. 반년만 늦었으면 다른 곳에 뺏겼을지도 몰라"
마치다 씨는 감탄한것 처럼 말한다. 이어지는 말에, 나는 그저 혼란해하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줘……사가노는…….
내 모습을 신경쓰지도 않고, 마치다 씨가 말을 이었다.
"이야아, 그치만 받아줘서 정말로 다행이야-. 전임한테서 거절당했다고 보고 받앗을때는 어떡하지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ㅅ니작 분위기에 맞는 인재를 발굴해낸건 요행이야"
"받아줬다니, 정말로――――"
말을 하려던 차에, 회의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건……사가노.
"그렇게나 믿을 수 없어?"
그녀의 물음에 나는 말이 막힌다. 아니, 그치만…….
"……대답을 못햇던건 필사적으로 읽고 있어서야. 제대로 읽었어. 지루하다고 말해서 미안해"
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숙여서 나는 얼타고 말았다.
사가노가 말을 이었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왔어. 영문을 몰라서 다시 읽었더니, 이번에는 눈물이 멎지 않게 됐어"
"에……"
"사유카도 마이도, 처음에 일러스트를 봤을때보다도 훨씬……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졌어. 그러니까, 알고 싶어졌어. 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그걸 알기 위해서, 일러스트를 받아들이기로 했어!"
사가노는 진솔하게 말을 해간다. 그건, 작품과 마주봤다는 증거.
읽어줬구나. 그것도……제대로 『사랑하는 메트로놈』을……카스미 우타코를, 이해해주었다.
"――사가노,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나는 감사의 마음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사가노는 수줍은듯이 고개를 홱 돌리고 우물쭈물 말을 했다.
"읏! 따, 딱히 내가 멋대로 빠진것 뿐이고……"
……뭐야, 이 반응?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치다 씨가 불쑥 나에게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내라고는 말했지만, 꾀라고는 안 했는데?"
"아,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필사적으로 부정하면서 사가노를 돌아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카스미 우타코의 팬이니까, 처음에 콕 오지 않는다고 여러모로 들었을때 솔직히, 발끈했어. 그러니까 감정적으로 된건 정말로 미안해"
"………………"
사가노는 올려다보며 수상쩍다는듯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한번 더 읽어줘서 정말로 기뻤어. 그래서, 제대로 카스미 우타코의 세계를 마주봐줬어. 받아들여줬어. 한 명의 팬으로써, 이렇게나 기쁜 일은 없다고 생각해"
나는 사가노의 눈을 곧게 쳐다보고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다시 잘 부탁합니다, 사가노"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또 고개를 홱 돌리며 대답했다.
"자, 잠깐만 그때 너 좀 무서웠거든? ……그러니까 이젠 염려따위 안 해줄거야"
"……새겨둘게"
사가노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이걸로 겨우 사가노와 스타트 지점에 설 수 있었다.
이제부터다. 남은건 우타하 선배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라.
――나, 우타하 선배에겐 사가노가 핸섬남이 아니라 여자애였다는거 말하는거 잊었지?
괘, 괜찮겠지……?
× × ×
"………………………………………………마이?"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0
추기 : 이 세계에서 하치만은 임간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깊게 팔 생각은 없으므로 전말을 쓰면, 하야마의 개입을 유키농이 어떻게든 저지합니다. 그러므로 악화도 개선도 없습니다. 평행선입니다. 그저, 루미루미는 유키농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조금 심경에 변화가 생긴 상태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가 시작된다. 나태한 몸에 채찍질을 하며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어슬렁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 가까이 가면서 학생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방학이 끝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있는걸까.
하고 싶은 얘기라……. 방학이 끝나 나태해진것 이상으로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게 있다. 하지만 긴 시간……라고할까, 태어나서 줄곧 외톨이였던 나는 남의 고민을 상담한다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 부록으로 남과 대화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지 않는다. 버그 아닙니다, 기능입니다.
문득 여름방학이 시작되고나서 계속 만나지 않은, 흑발 소녀가 머리를 스쳤다.
그녀는 어떨까. 어쩌면 유이가하마에게 『유이가하마, 저기, 그게, 말야. 여름방학에――』라고 하면서 열심히 여름방학에 생긴 일을 보고할지도 모른다. 뭐야 그거 엄청 귀여워.
뭐, 아마 평소대로겠지만, 유키노시타는. 평소대로, 부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부실에 누군가가 들어오는걸 기다리고 있겠지.
……오늘은 부실에 얼굴을 내밀까. 다행히, '혼잣말'은 특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았다.
× × ×
방과후, SHR이 끝나고 나는 잽싸게 챙기고 교실을 나온다. 그러자 유이가하마가 말을 걸었다.
"힛키!"
"……앙?"
뒤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오늘, 부실 못갈것 같아……유미코네랑 약속이 있어서"
유이가하마는 『물론, 유키농한테는 메일 보냈다구?』라고 말을 잇는다. 평소라면 그런 보고는 메일로 끝내면서. 왜 그래?
"그 밖에도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내가 물으니 유이가하마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끄덕였다.
"빌린 책 말인데, 돌려주는거 어떡할까 해서"
"……아-, 그렇구만"
뭐, 갖고오는건 5권 분량이니까 대단한건 아닐 것이다. 그저 교실에서 반납하게 되면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 유이가하마가 힘들테니,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끝내는 편이 좋을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두 가지 제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럼 부실에서 돌려주는거랑 우리 집까지 오는거, 어느 쪽이 좋――"
"지, 집에서!"
"어, 어어……"
달려들듯 대답을 듣고 얼빵한 표정을 짓는다. 엄청 반응 빨랐다, 지금 그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유이가하마에게 손을 휙휙 흔들었다.
"그럼 그런걸로. 돌려주러 올때는 메일 해줘"
유이가하마는 내 말을 듣고 『응, 알았어』라고 대답하고, 가슴팍에소 살짝 손을 흔든다. 그녀에게 배웅받는 형태로, 나는 교실을 나갔다.
× × ×
"――여어"
부실 문을 여니 생각했던대로 유키노시타가 부실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는 나를 흘낏 보고 다시 책을 돌아본다. 이쪽도 평소대로라서 어째선지 안심해버린다.
"……안 들어와?"
갑자기 유키노시타가 묻는다. 얼타고 있었는지, 정신을 차리니 입구에서 멍하니 서 있어버렸다.
"예이예이"
나는 부실을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서 정위치로 변한 자리에 앉는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니, 유키노시타가 지켜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왜 그래?"
내가 수상쩍게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눈을 감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여름이니까 부패가 심해진건 아니니?"
변함없는 매도에 어째선지 안도하면서 나는 평소대로 대답을 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계속 있었으니까 부패가 진행될리 없잖아"
"어머, 봉사부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고 너는 대체 어디에 보관되어 있던거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키노시타가 묻는다. 그러고보니 여름방학 중에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스토커스러웠다》 연락이 온 적이 있었지.
그 때 사전협의 중이었으니까 엄청 성가시는 느낌이었는데, 혹시 그거 봉사부 행사였나?
의문스럽게 생각하면서 나는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대답한다.
"……집, 빌딩있는 회의실, 집?"
"……왜 집을 두 번이나 말한거니"
수상쩍은 눈동자로 유키노시타가 나를 본다. 『너 바보니?』라는 마음이 비쳐보인다.
뭐, 바보짓도 뭐도 아닌, 들어가야할 주석을 굳이 말 안한것 뿐이다. 나의, 라던가. 선배의, 라던가.
"됐잖냐, 딱히. 그런데 봉사부 행사는 어땠는데?"
"………………"
내가 물으니 유키노시타의 표정에 그늘이 비친다. ……무슨 일 있었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 이상 파고들 일도 없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었다.
"……히키가야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건, 반쯤 혼잣말 같은 것이었다. 질문받은것도, 힐책도 아닌. 그저 중얼거려진, 단어의 나열.
"――딱히, 변함없겠지"
내 중얼거림을 듣고, 유키노시타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보고 한번 더 중얼거렸다.
"딱히 변함없어. 그러니까, 생각해봐도 소용없고, 대답도 정해져 있어"
"……………………그럴까?"
유키노시타가 확인하듯이 묻지만, 나는 말없이 쳐다볼 뿐이다. ……반복한들 별수가 없다.
"……그래"
포기한듯이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쉰다.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나서 잠시 말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들려오는건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열려진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부활동의 기합소리.
문득, 손이 멈췄다.
창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에 페이지가 날렸다. 그것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침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혼잣말인데"
내가 얘기를 꺼내니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쉬면서도 대답을 했다.
"혼잣말은 선언하는게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멋대로 하렴"
그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나는 '혼잣말'을 시작한다.
"내 지인이 어떤 출판사의 편집 알바를 하고 있는데. 어떤 작가의 담당이 됐어"
"어디서 들은적이 있는 얘기구나"
……그러고보니 알바 내용을 얘기 했었지. 뭐 됐어. 혼잣말이니까.
"엄청 까탈스런 작가라 신작 개요부터 도입부분을 정하는데 꽤나 고생했지만, 어떻게든 형태를 잡을 수가 있어서, 다음 단계――삽화를 그려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선택으로 넘어갔어"
"………………"
유키노시타는 묵묵히 듣고 있다. 나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작가의 전작에서 담당해준 일러스트레이터는 스케줄이 비지 않아서 의뢰를 하지 못해, 하나부터 찾을 필요가 있었어. 지인은 작가본인과 협력해서 신작의 분위기와 매치되는 그림을 그리는 한 명의 인물을 찾아냈어"
"……잘 됐잖니"
"여기까지는. ……얘기를 되돌린다. 지인은 그 인물에게 일러스트 의뢰를 하기 위해, 그 인물이 참가하는 이벤트에 가서 교섭을 하기로 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그 사람은 청년……이라고 생각했찌만, 실제로는 지인하고 동년배의 여자애였어"
"……그래"
어째선지 유키노시타의 음색이 낮아진 느낌이 들지만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한다.
"처음에 나왔던 청년은 여자애의 오빠라, 그림자무사 같은 역할이었던 모양이야. 실제로 펜네임은 남성명이고 지인도 작가도 남성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놀라움도 있었지만, 지인은 다시 여자애한테 일러스트 발주를 부탁했어. 하지만 여자애의 반응이 나빴어. 지인은 이짓저짓 다해서 어떻게든 일러스트 의뢰를 받아주도록 하게 됐어"
"……이짓저짓?"
유키노시타의 중얼거림에 어째선지 등뒤로 오한이 달렸지만,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인은 작가에게 일러스트레이터가 실은 여자애라는걸 깜빡하고 말하는걸 잊었어. 게다가 믿을 수 없게도 작가의 전작 등장인물 중 한 명이랑 그 여자애는 완전히 판박이었어. 이렇게해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대면 자리에서 깜짝 기믹으로 그 사실을 알게된 작가는 지금까지 본것 중에서 가장 기분 나빠졌어. 지인은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지금도 망연자실하고 있는, 모양인데……"
유키노시타 쪽을 돌아보니 미간을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다. 관자놀이가 움찔움찔거리고 있따. 어라, 왠지 엄청 화났네?
"……참고삼아, 그 작가의 성별은?"
"엥, 여자인데?"
"………………"
내 대답에 말없이 나를 노려봤다. 무서워. 라고할까 이미 혼잣말의 체제가 아니고.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거든.
"히킥……그 공상상의 지인은 그 현상을 어떡하고 싶은거니?"
"야, 그만해. 마치 나한테 지인이 없는것 같잖――"
"――――――됐으니까"
엄청난 박력에 밀렸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유키노시타를 돌아본다.
"그야,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 은거 아냐? 그 이래로 엄청 기분 나쁘니까"
내 말을 듣고 유키노시타가 묻는다.
"……구체적으로는?"
구체적인가……. 나는 최근의 대화를 떠올린다.
× × ×
우타하 선배의 방에서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앉아있었다. 방 안에는 딱딱딱딱 폴더가이스트같은 소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읏!"
그런 소리를 내고 있는건 우타하 선배 본인. 진정되지 않는듯 계속 딱딱딱딱 거리고 있다.
"저, 저기……선배?"
내가 물어보니 선배는 빤히 나를 쳐다보고 한 마디 말했다.
"……얼굴로 골랐어?"
"그럴리가 없잖아요"
내가 바로 부정하니, 뚱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분나쁘다는듯 중얼거린다.
"……그치만, 마이랑 저렇게나 닮다니"
"그야, 저도 생각했다고요? 엄청 닮았구나 라고"
내 발언에 우타하 선배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 양도 마이랑 닮았고. 실은 마이파인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니래도요"
곤란해하면서 대답을 하고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선배가 기분나쁘다는듯 쳐다본다.
"――있잖아요 선배. 왜 이번에 한해서 그렇게 성가시게 구는거에요"
"……그치만"
우타하 선배가 나한테서 눈을 피하면서 삐친다. 나는 말을 들려주듯 말한다.
"딱히, 얼굴로 뽑은것도 마이랑 닮았다고 뽑은것도 아니에요"
"………………"
"그저 자저는 사가노의 일러스트가 카스미 우타코의 신작에 맞으니까 고른거에요. 뭐……사가노 자신의 실력도 본것도 있지만요"
"………………읏"
아직도 뚱해져있는 선배를 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어쩌면 좋아…….
"일단, 그런 상태인 선배는 사가노와 만나게 할 수 없으니까, 협의는 제가 나갈게요"
"……둘이서?"
"뭐, 선배가 안 나간다면 그렇게 되겠네요"
내 말에 우타하 선배는 고개를 들고 한 마디.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위치를 알아내서 감시할까"
"아니, 그거 스토커거든요"
――결국, 그 날은 협의가 되지 않았다.
× × ×
"――뭐. 이런 느낌으로……"
"………………"
유키노시타가 미간을 모아 눈을 감은채로 굳어있다. 아니 저기, 유키노시타 씨……?
어쩌면 좋을지 몰라 쭈뼛거리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짧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어디까지 말하면 될까"
"어?"
무심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보니, 유키노시타가 수상쩍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일단, 담당하고 있는 작가 씨는 왜 네가 『작중의 인물중 누구를 좋아하는가』에 고집하고 있는걸까. 그것부터 가르쳐보렴"
"엥……"
무슨 소리야? 확실히 선배는 끈질기게 내가 실은 마이파가 아닌가, 하고 묻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이번에는 도끼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 왜 아까전의 질문에, 굳이 집이라고 두번 말했던건지도 파악이 돼. 주어를 빼먹었구나, 히키가야"
눈치가 너무 좋은거 아닙니까, 유키노시타 씨.
"……이건―――――로―――――하는 편이 좋으려나――――"
유키노시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고 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이쪽에는 들리지 않았다.
"저, 저기……유키노시타……?"
내가 쭈뼛쭈뼛 물어보니, 유키노시타는 나를 돌아보고 생긋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히키가야.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겠니? 아까 유이가하마의 이름이 나온게 신경쓰여"
"아, 아니, 저기……"
어째선지 굉장함을 느끼게 하는 미소로 유키노시타가 다가온다. 나는 후퇴하면서 말을 하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벽구석까지 몰려있었다.
"――자아, 얼른"
"~~~~~~~~~~~~~~~~~읏!?"
유키노시타에 의한 경이적인 심문술에 의해, 나는 여름방학의 사건을 몽땅 털어놓게 됐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1
여름방학 끝나고 첫 토요일. 나는 숙면을 탐하……지도 못하고 사가노와 일러스트 협의를 하고 있었다.
"아무튼, 비지니스 라이크로 가자"
"………………"
사가노가 신묘한 얼굴로 말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하는게 있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버린다. 그런 나를 신경쓰지 않고 그녀는 계속 말한다.
"편집 씨는, 필요최저한의 정보를 제시할 뿐. 나도 캐릭터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밖에 안 들어. ……그거면 되지?"
물어오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반론 따위 허용치 않겠다는 어조다.
"뭐, 딱히 그건 상관없어. 하지만, 말야……"
"……뭐?"
수상쩍게 나를 보는 사가노에게 나는 현재 상황을 있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아니, 그럼 왜 내 방에서 협의를 하는건가, 해서"
그래. 우리들은 지금 히키가야가의 방――요컨대 내 방에서 협의를 하고 있었다. 물론, 단 둘이서다.
"그게, 편집 씨가 『내 동생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라고 하니까 신경쓰이잖아"
내 지적에 사가노가 새침하게 대답한다.
확실히 내가 그런 발언을 한것도, 코마치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신경쓰였다고 해도 잘 모르는 남자의 집에 가는걸까. 엄청난 행동력이다.
"그래서, 우리 동생은 어땠어?"
"――엄청 귀여웟어! 조금 약삭빠른 구석도 있지만 거기도 귀엽다고 할가! ……편집 씨랑 피 이어진거 진짜야?"
열변을 들었다. 게다가 대뜸 내가 까이는 느낌이 든다. 뭐야, 나는 눈 말고는 핸섬남인 모양이라고-! 코마치 말고는 들은 적이 없지만!
하지만 그런것 보다도 코마치한테 『……오레기, 확실히 아내 후보는 많은편이 좋지만. 요즘 너무 많다고 코마치는 생각해』라고 들은게 엄청 신경쓰인다. 그보다, 엄청 오해당하고 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사가노에게 말했다.
"……일단 사전협의를 할까"
"그러게"
내 말을 시작으로 다시 협의가 시작됐다. 서두대로 나는 사가나ㅗ에게 신작 정보를 제시해간다.
그러자 빨리도 사가노가 기분나쁘다는듯 말을 했다.
"난데없이 욕실에서 마주치기, 부모의 일 사정으로 갑작스런 동거, 거기다 같은 반에 전학을 온다……뭐야 이 끈적끈적한 전개. 대체 몇년 전의 러브코메디야"
사가노가 기분나쁘다는 표정인채로, 툴툴 지적해가지만, 지적할때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게 옆에서 보면 바로 알았다.
그러니까 나는 심술궂게 되물었다.
"――싫으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당연히 엄청 좋아하지!!"
사가노가 즉답했다. 뭐, 저 반응으론 그렇게 되겠지.
그녀에게 대해서 이쪽이 파악하고 있는 몇 없는 정보로서는 기본적으로 『귀여운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끈적끈적한 러브코메디라는 알기 쉽게 캐릭터의 매력이 흘러넘치는 작품은 그녀가 정말 좋아한다고 쉽게 상상이 갔다.
……일러스트 교섭할때, 먼저 신작 정보부터 전달했으면 좀 더 얘기가 빨랐다고 생각한것도 아니지만, 카스미 우아코의 본래 작풍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라는건 제일 먼저 우선해야할 점이라서 이걸로 다행이다, 라며 자신에게 말을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사가노도 알고 있는 모양이라, 조금 이상하다는듯이 나에게 물어온다.
"그나저나 카스미 선생님의 작풍으로, 이런 끈적끈적한 전개는 맞는걸까?"
그녀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없이 끄덕인다. 그게 이번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각도 못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게 아닐까 생각해. 이미 양식미로 변한 왕도적인 전개를 답습하면서, 카스미 우타코가 아니면 못할 생생하고 순수한 감정의 전개가 펼쳐져서――――"
내가 술술 말해가는 모습을 사가노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야기를 멈추고 되려 쳐다보니, 그녀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너, 평소 일이니까, 라는 느낌으로 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대하는데 말야. 카스미 선생님의 일이 되면 저어어어엉말로 뜨거워지네. ……보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워질 정도야"
그녀의 말에 나는 허를 찔린다. 에, 그렇게 뜨겁게 말했나………………말했지………………죽고싶다.
"그, 그런건 아닐, 거야……"
우물쭈물하면서 반론하지만 당연히 설득력 따윈 전혀 없다. 사가노에게도 도끼눈으로 노려보아지는 꼴.
"다, 다음부터 조심할게"
내가 사죄하자, 사가노는 숨을 내쉰 후에 턱을 괴면서 대답을 한다.
"뭐……아무래도 좋지만 말야. 그러고보니"
"어?"
"나, 아직 카스미 선생님이랑 만난적이 없는데. ……어떤 사람이야?"
사가노의 질문에 나는 하늘을 쳐다본다. 어떤 사람이라…….
내가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었다. 확인해보니 거기에는 유이가하마라는 글자가.
『책, 지금부터 돌려주러 가도 돼?』
나는 힐끔 사가노를 본다. 그녀는 수상쩍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뭐, 협의도 그리 오래 끌지 않을테니까 괜찮으려나.
나는 그렇게 결론을 짓고, 『알았음』라고 한 마디만 메일을 답변했다.
휴대폰을 집어넣으니 사가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온다.
"뭐야, 여친?"
"아니에요. 단순한――――"
말을 하던 차에 현관 초인종이 울었다. 엥, 유이가하마가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잖아.
잠시 있으니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노크받았다. 대답을 하니 코마치가 들어왔다.
"오빠, 우타하 언니가 왔어"
"……하?"
오늘은 사전협의도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뭘 하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사가노가 반응했다.
"우타하 언니라니?"
"……카스미 우타코 선생님입니다"
내 말에 사가노가 손을 탁 치며 소리를 질렀다. 왠지 엄청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럼 마침 잘 됐네. 얼굴한번 봐야지"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일어선다. 아니아니아니, 그러니까 우타하 선배랑 사가노는 만나게 하고 싶지 않대도!
나는 사가노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서서 그녀를 만류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세 넘친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앗"
"꺅!?"
……정신을 차리니 침대에 그녀를 밀쳐뜨린 모습이 되버렸다. 내 가슴팍에 사가노가 탁 들어가있다.
"우와아, 오레기. 동생 앞에서 일을 저지르는건 역시 좀 아니라고 생각해.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엄청 낮아"
식겁한듯한 음색으로 코마치가 말한다. 시끄러, 딱히 하고 싶어서 한게 아냐!
"………………빠, 빨리 비켜엇"
사가노는 사가노대로 눈을 꼬옥 감으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홱 돌리고 있다.
"아, 미안――――"
사가노에게 사고하면서 그 자리에서 비키려고 하던 차에.
"――――――뭘 하고 있는거야?"
바닥부터 얼어붙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조심 돌아보니, 거기에는 우타하 선배의 모습이. 옆에 있는 코마치는 엄청난 박력에 허둥대고 있었다.
어쩌지, 히키가야 하치만. 이 절체절명의 위기, 뛰어넘으려면 어떡하면 좋은가.
……이런, 아무리 시뮬레이션해봐도 무리인것 같다. 이젠 이 상황, 넘길 수 없지 않아?
"하, 할거면 빨리 끝냇"
"좀!?"
혼란한건지, 사가노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다. 아니, 이 상황에서 그 발언은 위험하대도. 진짜로 위험하대도.
"………………"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띠면서 우타하 선배가 이쪽을 쳐다본다. 식은땀이 분출했다. 진짜로 위험해.
그런 가운데 다시 초인종이 울었다. 코마치가 이건 살았다, 라는듯이 『코, 코마치 다녀올게!』라고 말하고 잽싸게 내려간다. 박정한 녀석.
내 방이 정적에 감싸인다. 들려오는건 가슴팍에 있는 사가노의 숨소리와, 나의 이상하게 고동치는 심장소리 뿐. 라고할까 빨리 비키고 싶은데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우타하 선배는 아직 말없는 상태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표정은 한없이 무표정이지만, 정체모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엄청 무섭다.
이러저러 하는 사이에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복수 들려왔다. 또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나는 아직 경직에서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 방을 문을 열고 들어온건――――.
"………………힛키?"
"………………히키가야?"
――망했다.
× × ×
"………………"
"………………"
"………………"
"………………"
장소는 거실로 바뀌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네 명의 소녀가 대치하고 있다. 안쪽 소파에는 카마쿠라가 태평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카마쿠라의 정반대편 자리에서 넷에게 노려보기를 당하고 있었다. 아니, 더는 방어력 안 떨어진다니까아!!
"앗, 힛키. 책 돌려줄게. 여기"
처음에 얘기를 꺼낸건 유이가하마였다. 가방에서 내가 빌려준 『사랑하는 메트로놈』 전 5권을 꺼내어서 테이블 위에 둔다.
"어머……"
우타하 선배가 독기가 빠진듯이 순간 원래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으로 유이가하마가 한 말에 다시 임전태세가 된다.
"재미있었어, 마지막에 마이랑 나오토가 맺어졌구!"
"――――읏!!"
우타하 선배가 분노의 표정으로 유이가하마를 노려보지만, 그에 비해 그 녀석은 싱글벙글 미소짓는 상태다.
그런 긴박한 상황 가운데 미간을 모은 유키노시타가 입을 연다.
"히키가야, 그쪽 분들의 소개를 해주지 않겠니? ……대충 상상은 가지만"
"이쪽의 흑발의 사람이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선배, 내가 담당하고 있는 작가 분이야. 이쪽의 머리를 묶고 있는 사람이 사가노 후미오, 우타하 선배의 신작 삽화를 담당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야"
내가 설명을 하자 유이가하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후미오는 남자 이름이……"
유이가하마의 의문에 대답하듯 사가노가 입을 열었다.
"본명은 사가노 마유. 후미오는 펜네임이고 오빠의 이름을 빌리고 있어"
"……참고로 나도 펜네임은 카스미 우타코라고 해"
우타하 선배도 보충설명한다. 유키노시타는 그 설명을 듣고 테이블에 놓여진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표지를 빤히 쳐다보고, 납득한것처럼 끄덕였다. 눈치가 좋군.
"자기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라고 합니다. 눈과 근성이 썩은 이 남자가 소속하고 있는 부활동의 부장을 맡고 있어요"
"저는 유이가하마 유이라고해요. 힛키하고는 같은 반이고, 같은 부활동에 들어가 있어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각자 자기소개를 한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나를 까다니, 오늘도 유키노시타는 평상운전이군.
"……부활동은 무슨 부야?"
"봉사부인데"
사가노가 나한테 질문해서 대답하자 어째선지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놀랬다.
"――편집씨는 학교에서 외설스런짓을 하는거야!?"
"안 해!"
바로 딴죽을 넣으니, 옆에서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쉬면서 보충설명을 시작했다.
"봉사부라는건 간단하게 말하면 학생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도와주는 부활동이에요. 그저 그 부활동은 해결까지 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의 범주에서 끝나요"
유키노시타의 설명을 듣고 사가노가 헤-, 하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봉사하고는 다르지? 오히려 스켓트다――――"
"――그 이상은 그만해주세요"
나는 사가노가 말을 끝내기 전에 손으로 제지했다. 말하고 싶은 기분은 굉장히 잘 알겠지만.
우타하 선배는 지금까지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숨을 가볍게 내쉬고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소개도 끝났으니, 왜 이렇게 하치만 군의 집에 다들 모여버렸는지, 슬슬 가르쳐주겠어? ――응, 하치만 군?"
희번뜩, 우타하 선배가 나를 노려봤다. 아, 아니아니아니아니 나한테 물어도. 나는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말한다.
"제가 알고 있는건 사가노랑 유이가하마 뿐이라고요. 사가노는 귀여운걸 좋아한다고 해서, 저의 귀엽고 사랑스런 동생이 정말로 귀여운지 확인한다면서 저희 집에서 협의를 하게 됐어요. 유이가하마는 아까 말한대로 제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러 온것 뿐입니다. ……오히려 우타하 선배랑 유키노시타가 왜 여기에 있는지가 더 의문인데요?"
내 말을 듣고 유이가하마가 끄덕인다.
"……확실히 신경쓰일지도. 나도 힛키네 집에 가던 도중에 갑자기 유키농이랑 만났으니까 놀랬어. 게다가 목적지는 힛키의 집이라고 하구"
"그, 그건……"
왠일로 유키노시타가 말을 흐린다. 뭐, 나도 신경쓰였지만. 왜 유키노시타가 우리 집에 온건지는.
잠시 네 방향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안쪽에서 꾸벅거리고 있던 카마쿠라를 가리켰다.
"더, 더위먹은게 아닐까 상황을 보러 온거야"
"유키농……그건 좀 심하지 않을까"
유이가하마에게 지적을 받았다. 뭐, 유이가하마가 아니라도 누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가 있었다. 실로 고양이 좋아한다는 사정을 모르는 우타하 선배랑 사가노조차도 수상쩍게 유키노시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딱히 은혜를 팔아두는것도 아니지만, 드물게도 궁지에 빠져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이런 나라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부탁했어, 상황을 보러 와주라고"
"힛키!?"
내 말에 유이가하마가 반응했다. 설마 도와줄거라고는 생각 못한걸테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히키가야……"
유키노시타도 유키노시타대로 어째선지 젖은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야 그 반응?
하지만 내 말에 납득하지 않았던건 우리들의 대선생님이었다.
"……너, 아까 알고 있는건 유이가하마 양이랑 사가노 양 둘 뿐이라고 하지 않았어? 설마 고작 몇분전에 자기의 언동마저도 기억못하는 왜소한 두뇌인거니?"
발언내용이 심하게 내 위치에서 보아 왼쪽 앞에 있는 사람《유키노시타》과 닮아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학년성적 1위, 학교내 유수한 미녀, 독설, 이라는 기호적으로 보면 둘은 닮았군.
단, 일부분은 굉장히 안 닮았지만.
"――아얏!?"
왼쪽 엄지 발가락에 격통이 달려 무심코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유키노시타가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무척이나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던것 같아"
아니, 그러니까 왜 아는건데. 마음속으로 태클을 넣고 있으니, 오른쪽에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
"남이 얘기하고 있는 도중에 시시덕대고……"
우타하 선배도 대단히 화가 많이 났다. 아아, 진짜 어쩌면 좋아 이 상황.
절망감에 잠겨있으니, 뒤에서 사가노가 흥미깊게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이게 수라장이라는 거구나……"
"아하하……"
사가노의 말에 유이가하마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그래, 가하마 씨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줄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유이가하마에게 아이컨택트를 보내지만 중요한 녀석은 미안하다는듯이 손을 모을 뿐이다. 젠자아아아아아앙!!
"――하치만 군!?"
"――히키가야!?"
더블 흑발 롱(한쪽 거유, 한쪽 빈유)에게 힐책당해서 나는 어쩌지도 못했다.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2
……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히키가야!?"
"――――하치만군!?"
유키노시타와 우타하 선배, 둘에게 몰아붙여지는 이 상황아래. 나는 어떡하면 빠져나올 수 있을까.
머리를 풀 회전시켜 생각하고 있으니, 나에게 있어서 복음이 울려퍼졌다. 현관 초인종이 운 것이다.
"읏!?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앗, 잠깐 하치만 군!?"
반쯤 비명처럼 선언하고 나는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난다. 뒤쪽에서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돌아볼 수 있겠냐!
"네, 누구십니――――――까?"
"기다렸지, 오빠야♪"
현관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거기에 있던건 코마치였다. 양손에는 큰 짐을 들고 있다.
무거워보여서 빼앗듯이 짐을 받아드니, 손바닥에 묵직한 무게가 전해졌다. 비닐 안을 들여다보니 음료수랑 과자가 대량으로 들어있었다.
"……뭐야, 이거?"
내가 물어보니 코마치는 빙그레 웃었다.
"그게, 오빠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도와줄까 생각해서"
"코마치……!"
감격한 나머지 울상이 된다. 엄청 착한 동생을 뒀구나, 나는……!
"오빠, 코마치 갖고 싶은 가방이 있어-"
아저씨한테 헌물을 조르는 여자같은 소리를 했다. 라고할까, 그 자체였다. 되게 악착스런 동생을 가졌구나, 나는……!
뭐, 다행히 담당편집 알바비는 모아뒀다. 어지간히 비싼게 아닌한 문제 없을 것이다.
"……알았어, 교섭에 응하마"
내 말에 코마치가 승리 포즈를 취하고는 기세 좋게 선언했다.
"그럼 연회의 시작이야!"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나를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
× × ×
"제 1회, 다같이 오빠를 따져보아요 모임――"
입으로 두구두구 쿵쿵 말하면서 코마치가 선언한다.
테이블에서는 빼곡히 채워진 과자와 주스. 마치 파티같다.
코마치야……나를 도와주는거 아니었어……?
그런 생각으로 쳐다보니, 『코마치에게 맡겨줘♪』라는듯 윙크를 했다.
"자자, 다들 우리 바보 오빠에게 여러모로 쌓인것도 있으신 모양이니, 과자랑 주스를 즐기면서 평화롭게 오빠를 따져보면 어떨까 생각해서요"
뭐야, 평화롭게 따진다니. 마음속으로 태클을 넣고 있으니, 옆에서 우타하 선배가 말을 한다.
"……딱히 쌓인건 없지만. 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아니, 가장 쌓인건 당신이잖아. 라고 생각했더니 희번뜩 노려봤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유이가하마가 입을 연다.
"뭐, 뭐어 괜찮잖아. 파티같아서 즐거울것 같구! 그치, 유키농?"
"따, 딱히 상관없는데……"
질문받은 유키노시타는 곤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한다.
힐끔 사가노를 보니, 눈이 딱 마주쳤다. 한숨을 쉬면서 나에게 그녀가 말한다.
"……나도 딱히 상관없어. 좀처럼 없는 체험이니까 공부도 되고"
"………………그거 다행이다"
당사자 측에서 보면, 쌓인건 없지만. 이런 체험은 두번 다신 하고 싶지 않다.
일련의 동작을 싱글벙글 쳐다보던 코마치는 주스를 부은 컵을 손에 들고 우리에게 눈짓을 한다.
마지못해 우리도 컵을 손에 든다.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끄덕인 코마치가 드높게 말했다.
"그럼, 선창은 불소하지만 저 히키가야 코마치가 하겠습니다. ――건배엣!"
『거, 건배-』
겸연쩍은 다섯 목소리가 실내에 울리고, 그것과 동시에 컵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주스를 한입 마신 후, 유이가하마가 우타하 선배에게 묻는다.
"그러고보니 우타하 선배는 왜 힛키네 집에 온거에요?"
"……일이 없으면 오면 안 되는거니"
우타하 선배는 빼빼로를 입에 물면서 새침 대답했다. 내 눈을 쳐다보면서. 왜 나한테 묻는겁니까…….
나는 한숨을 쉬고, 우타하 선배를 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뭐든 좋으니까 이유를 대주세요"
선배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하고는,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다.
"………………보고 싶어졌으니까, 로는 안 돼?"
"뭣!?"
"후엣!?"
"……읏!"
"호-"
"와옷"
우타하 선배의 발언에 나,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 ,사가노, 코마치 순서대로 각각 반응을 했다.
"――얘, 어때?"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그으면서 우타하 선배가 나에게 물어온다. 그 요염한 분위기에 나는 숨을 삼키고 만다.
"그, 그건……"
내가 허둥지둥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유이가하마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를 지른다.
"히, 힛키! 나도 보고 싶어지면 집에 와도 돼!?"
"너는 매일 보잖아……"
얼마나 보고 싶은건데……니시노 카나냐. 떠는거냐, 라고 생각했더니 유이가하마가 볼을 부풀렸다.
"그러니까 교실에 있어도 말 안하잖아! 늘 나 보고 있지만……아니, 지금 그거 아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손을 붕붕 흔들기 시작한 유이가하마를 보고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우타하 선배가 노려보고 있다는걸 꺠달았다.
"잘도 몇 번이나 눈 앞에서 다른 여자랑 시시덕 시시덕……!"
"아, 아니, 딱히 그런건……"
다시 궁지에 빠져있으니 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쉬면서 끼어들었다.
"……딱히 만나는 횟수 문제는 아니잖니"
"아? 무슨 의미야――――"
유키노시타에게 질문을 하려고 했더니, 미간을 모은 사가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런건 사리가 아니라니깐! 편집씨, 사랑메트 팬인 주제에 그런것도 몰라!?"
"뭣―――!?"
탁, 왔다. 사랑하는 메트로놈을 언급하면 나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다. 몸을 앞으로 내밀어 사가노에게 들러붙는다.
"웃기지마! 나는 겉멋으로 사랑메트의 팬사이트를 관리하는게 아냐!"
"그럼 아까 유이가하마 양이랑 유키노시타 양이 한 말의 의미, 알고 있지!?"
사가노가 한 말에 순간 멈춘다.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머리 구석에 치워두고 있던것이 떠오른다.
유키노시타는 그렇다쳐도, 유이가하마는――――――.
"그건……, 알고는, 있지만……"
내 말꽁무니가 약해지는 지점에, 그거 봐, 라는듯한 표정으로 사가노가 다그친다.
"알고 있지? 그럼 말해봐"
"………………읏"
사가노의 물음에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치만 군, 거기에 있는 책. 치우고 오지 그래?"
"에……?"
목소리 주인――우타하 선배를 쳐다보니, 눈을 감고 무관심인척을 하면서도 배려하는 말투로 이어싿.
"이런곳에 내버려두면 더러워질거야. 그래도 돼?"
"맞아 힛키, 갔다 와"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도 미소를 띄우며 덧붙였다. 신경쓰게 만들어서 미안한 기분이 든다.
"미안……. 그럼, 일단 방에 갑니다"
"그래"
"응, 다녀와"
나는 일어서서 구석에 놓아둔 『사랑하는 메트로놈』을 손에 든다.
"………………"
사가노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내가 그 자리를 떠날때 큰 한숨을 쉬었던게 뒤로 들려왔다.
계단을 올라 방으로 돌아가고, 나는 책장에 책을 다섯권 꽂아넣었다.
"………………"
나열된 뒷표지를 만지면서, 나는 방금전을 생각한다.
――그 때, 말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유이가하마하고는 지금까지 관계로는 있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인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럼 우타하 선배는 어떻게 되지? 아마, 그 사람과 관계도, 뭔가 변할……것 같다.
나는 문득, 얼마전에 유키노시타에게 들었던걸 떠올렸다.
……왜 『내가 사랑하는 메트로놈의 등장인물 중에서, 누구에게 고집하고 있는가』라는걸 우타하 선배가 신경쓰고 있는건지.
그건, 즉……………….
하나의 대답에 수속되어가는 가운데, 방 문이 열렸다.
"……………………"
거기에는 근심을 띤 표정을 지은 우타하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이런 한심한 후배의 모습을 보는건, 『그 때』이래……일까.
――사랑하는 메트로놈, 최종권 발매전에 최종화 초고를 읽는다, 라는 팬에게는 꿈같은 제안을 내가 거절했을때하고.
『읽을 수 없어요, 이건……』
『네가 퍼뜨린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편집가의 허가도 받았는걸?』
『그래도 저는……알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 나가기 전에, 네가 읽어줬으면 싶은데』
『어째서요?』
『할 수 있다면, 인정받고 싶으니까. 하치만 군에게』
『그러니까……왜……』
『………………』
『최종권이 서점에 올라오면 반드시 살거에요. 감상도 제대로 선배에게 전할거에요. 어떤 전개라도……받아들일텐데』
『그런 맹목적인 추종은 나는 필요없어』
『……저에게 뭘 바라는거에요?』
『읽으면 알……거야. 분명』
『분명……?』
『네가 이 결말에서 뭘 느꼈는지. 그런데다 어떤 해답을 줄건지――――한번 더 물을게. 여기에 있는 최종회의 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읽어줄 수 없어?』
『거절, 할게요』
『――읏』
『왜냐면 이 작품은………………. 아무튼, 그런 제안을 받아도, 저는 책임을 못 져요』
『어째서……?』
『………………』
『아무말도 해주지 않을거야?』
『말 안하면……모르는거냐고……』
『에……』
『그런건……당신의 팬이니까 당연하잖아! 왜 모르는거야!!』
그 때……내가 선배를 거절했을때와 같은 눈을, 지금 우타하 선배가 하고 있었다.
"……하치만 군"
선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른다.
모르지만, 한 가지만. 머리속에서 이어진게 있었다.
그 때, 나는 『카스미 우타코』의 팬으로 있고 싶었다. 그리고나서는, 내딛어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스미 우타코는,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는, 어떻게 생각했던걸까. 적어도, 나하고는 다른 마음인건 확실했다.
지금이라면――――그런 생각을 떠올리지만, 글너건 생각해봐도 소용없는 이야기다.
엎어진 물은 쟁반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다시 채워넣는건 가능할지도 모른다.
"전에, 저는 사유카파라고 말 안했던가요?"
맥락없는 말에 우타하 선배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바로 삐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제대로 말로는 안 했잖아"
"그랬던가요?"
"그래"
명확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다시 말이 없어진다.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똑바로 우타하 선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부터, 사유카를 좋아해요. 지금도"
내 말에, 우타하 선배의 볼에 주홍색이 물든다. 몇 번이나 끔뻑이면서 나를 쳐다본다.
"……이제와서 그런 달달한 말로 잡아도 늦었어"
"……그런가요"
그렇게 입가를 풀면서 말해도, 아무 설득력도 없지만요, 안 그래요?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2.5
삼가, 오빠에게.
"………………"
"………………"
"………………"
"………………"
――오레기 때문에 지금 거실이 무척이나 긴박해져 있습니다. 코마치 그냥 집 가고 싶어, 여기가 우리 집이지만.
"왜 편집씨를 그대로 놓아준거야?"
사가노 언니가 물꼬리를 틀었다. 그 표정은 아연해하면서, 명백하게 납득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나저나 사가노 언니랑 유이 언니, 우타하 언니랑 유키노 언니가 각각 뭔가랑 닮은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작다, 크다, 크다, 작다, 라는 느낌이지만, 코미치는 남말을 못하므로 이 이상은 생각하는걸 그만둡니다.
그런 작은 사가노 언니와, 큰 우타하 언니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렇게나 급하게 얻은 대답따위, 나도 유이가하마 양도 바라지 않아. 유키노시타 양은――――정확하진 않지만"
"……읏"
유키노 언니가 얼굴을 돌립니다. 아-아, 고집 부리고 있어요, 이거. 옆에서 보면 다 뻔하지만요.
"아아아아아 답답하네! 왜 다들 이렇게 솔직하지 못하는거야!?"
사가노 언니가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귀여운 용모가 엉망이 되지만, 오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의문에 대한 답은 뻔합니다. 역시 이건 코마치가 말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말이죠, 그건 오빠가 번거롭기 짝이없기 때문이에요"
"코마치, 모처럼 다들 하치만 군을 일축하지 않도록 말을 고르고 있었는데……뭐,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우타하 언니가 코마치에게 태클을 걸어옵니다. 왜냐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번거로운 사람에게 번거롭다고 취급받는 오빠도 힘들겠네.
그 맞은편에서 유이 언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끼어들어왔습니다.
"뭐, 힛키는 그거지"
그거 취급이라니, 유이 언니도 대개 심하다.
"……단순한 사실이야"
유키노 언니가 툭 중얼거리지만 유키노 언니도 심하다구요? 그 부분이 귀엽긴 하지만.
그런 셋의 반응을 보고 사가노 언니가 아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너네, 편집씨를 되게 좋아하는구나"
그 한 마디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지 알기 쉬워요.
……이야-, 오빠가 인기 많아서 장래 새언니 후보가 많은건 기쁘지만, 어떻게 수습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가노 언니가 우타하 언니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선생님은 사랑메트를 집필했을때부터 이미 편집씨랑 만났어?"
'
그 말을 듣고 확연하게 우타하 언니가 동요했다.
"읏! ……그걸 듣는다 한들, 뭐가 그래?"
마치 서스펜스 드라마의 범인같은 대답을 우타하 언니가 합니다. 감출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에, 코마치는.
그리고 사가노 언니는 사가노 언니대로 범인을 따지는 형사처럼 겁없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표정을 바꾸지도 않고 사가노 언니가 말을 잇습니다.
"사유카의 일러스트만으로는 딱 오지 않아서 난처했는데……이걸로 확실해졌어. 역시 선생님, 당신은――――"
"――하치만 군의 모습,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우타하 언니는 갑자기 일어서서 그 자리에서 떠났습니다.
"……유이가하마, 사가노랑 닮은 등장인물의 이름은 뭐라고 하니?"
"어? 아아, 마이짱이라고 해"
유키노 언니는 유이 언니에게 물으니 유이 언니는 바로 대답했다. 오빠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유이 언니를 작품에 빠지게 하다니, 역시 우타하 언니는 작가로서 굉장한걸까.
"그나저나, 정말로 사가농은 마이짱이랑 닮았네"
"사, 사가농?"
의아스런 질문을 하는 사가노 언니에게 유키노 언니가 덧붙였다.
"……그녀는 애칭을 붙이고 싶어해. 싫으면 거절하는 편이 좋아"
"아, 아아 그런거구나. 뭐, 딱히 싫지 않으려나? 아까 얘기 말인데, 그거라면 유이가하마도 마이랑 닮았는데?"
"에, 그럴려나……? 에헤헤……"
사가노 언니의 말에 유이 언니가 수줍어한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유키노 언니가 툭 중얼거렸다.
"자기투영인걸까. 아니면 자신을 모델로 삼지 않을 수 없었던걸까…………어느쪽이든 지나치게 집어넣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강적인데? 유키농?"
"뭣!?"
유이 언니의 말에 유키노 언니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든다. 이거 오빠에게 보여주면 순살이라고 생각하는데에. 아니, 오레기니까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할 가능성이……우리 오빠지만 한심하다.
유키노 언니는 헛기침을 하고 마음을 도로 잡고 말을 이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가로막는다면 베어버릴뿐이야"
유키노 언니가 사무라이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거 요컨대 우타하 선배랑 정면승부 하겠다는 소릴까요?
"……므흐"
이야-, 즐거워졌네요. 오빠가 사랑받는것 같아서, 코마치 기준으로 엄청 포인트 높아요.
"……코마치, 얼굴이 히쭉거리고 있어"
사가노 언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코마치를 쳐다보면서 주의해온다. 핫, 안 돼 안 돼. 그만 얼굴로 나와버렸다.
"그럼- 그런걸로-, 코마치 기준으로는 유키노 언니랑 유이 언니, 그리고 사가노 언니도 힘내줬으면 싶으므로 대책회의를 짭시다-!"
"오-!"
"나, 나는 그러니까 딱히……"
"아니, 나도 딱히 편집 씨는"
"자자-. 사가노 언니도 오빠한테 밀쳐뜨려졌을때 완전히 싫은것도 아니었잖아요-. 유키노 언니도 솔직해지세요-"
"~~~~~~~~~~읏!!"
"코, 코마치……!"
뭐, 그런 고로. 두 사람의 반응을 즐기면서 여자 넷이서 이후 대책에 대해서 대화하게 됐습니다.
아, 하지만 코마치 기준으로는 우타하 언니가 새언니가 되어도 전혀 문제 없지만요, 테헤페로.
그러니까 오빠, 확실하게 이 네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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