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 약속이야. 나를 잊지 말아줘』
『아아. 절대로 잊지 않아』
『그럼……또 봐』
『아아』
이건 지금으로 3년 전, 추위가 심해질 무렵의 슬프게 마음에 새겨진, 잊을 수 없는 기억.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라는 레포트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사랑의 채찍(정권제제)를 받고 어떤 장소로 연행되고 있다. 기분은 팔려가는 송아지. 누구도 사주지 않는, 홀로 쓸쓸하게 외톨이가 되어가는 미래가 보인다.
"히라츠카 선생님.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겁니까"
"무얼. 부활동에 넣는것 뿐이다"
"함정카드 오픈! 거부권을 발동!"
"나한테 함정카드는 통하지 않는다"
그거 어디의 삼환신?
"괜찮다. 육체노동을 강요하는 부활동이 아니야"
"당연하죠. 그런 부라면 바로 도망칩니다"
뭐가 좋아서 스스로 육체를 혹사하는 세계에 뛰어들어야 하는건데. 그거다. 운동계 부활동에 들어간 녀석은 M이다.
반대로 문학계 부활동에 들어간 녀석은 바깥의 더위나 추위를 차단한, 쾌적한 공간에서 운동부를 비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저건 S다. 틀림없다.
"여기다"
"하아. 뭐 아픈건 싫으니까, 거부는 하지않겠지만. 무슨 부활동입니까?"
"그건 본인한테 듣거라"
선생님은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연다. 거기에 따라 나도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는 그림책에 장식하여 보존해두고 싶을만큼 그림이 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무는 해가 창문으로 스며들어와, 한 명의 소녀를 비추고 있다. 그건 아름답고도 외로워 보이며, 덧없으면서도 확실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볼때까지, 데쟈뷰를 느끼기엔 충분할 정도의 시간지었다.
"……하치, 만……?"
"여, 여어. 유키노"
유키노시타 유키노. 중학교 시절에 내가 구해준 소녀이며, 해외로 전학가,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여자애.
"하, 하치만……커, 커흠. 히키가야, 안녕"
"아아. 안녕"
쓰담쓰담
"자, 잠깐만! 선생님이 있잖……후냐"
"여전히 머리 쓰다듬어지는거 좋아하는구만"
중학교때부터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재회해도 머리 쓰다듬어지는건 좋아했고.
"두, 둘은……그, 사귀고 있는건가?"
"아뇨. 사귀지는 않습니다"
"그, 그러냐? 그나저나……거리, 가깝지 않나?"
그런가? 중학교때나 여름방학에는 늘 이랬으니까. 잘 모르겠다. 거기다 사귄다기보다 유키노가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거였고.
"히키가야"
"…………"
"……히키가야?"
"…………"
"……하치만"
쓰담쓰담
"정말이지……후후"
조금 뚱해졌지만 바로 미소로 돌아온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
하지만 유키노가 여기에 있을줄은 몰랐구만. 뭐, 방과후에는 나 즉시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내, 내 앞에서 히히덕대고……우으……!"
아, 도망쳤다.
"……결혼하고 싶어"
진짜 누가 업어가줘라.
"하치만. 저기……"
"왜? 안아줘?"
"그건 점심시간에 했어. 그보다, 왜 여기에?"
"아아. 왠지 인격교정을 위해 여기로 끌려왔다"
"인격……네 다정함을 어떻게 교정하라는거니?"
"뭐, 그걸 알고 있는건 너 정도니까. 평소의 나는 비굴하고 음습하고 최악이거든"
"가끔 보여주는 다정함이나 자기희생 정신, 그리고 곤란해하는 사람을 도와줘서 멋진 사람"
"……그렇게 생각하는건 너 뿐이야"
뭐,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혼자서 살아가는데, 그저 주위에 신경을 쓸 뿐이다. 주위가 불쾌하지 않도록, 주위가 우중충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신경을 쓰는것 뿐이다.
"그 썩은 눈을 깨끗하게 하면 될까"
"그만둬. 인체연성은 금기에 저촉한다"
"이, 인체……?"
큭. 이 드립은 통하지 않나. 유키노하고는 가끔 대화가 통하지 않는게 뼈아프다.
"그래서, 여기는 무슨 부활동이야? 특별히 기재도 없어 보이는데……"
"글쎄? 맞춰보겠니? 맞추면……그, 그게……키슈, 해줘도……"
"어? 기습? 덮쳐도 돼?"
"바, 바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가슴을 퍽퍽 때려오는 유키노. 틀렸다. 귀엽다. 집에 갖고 가서 한바탕 귀여워해줬더니 어느샌가 도망쳐서 내가 소리내어 울 수준이다. 에, 도망치는거냐.
"그렇군……문예부지"
"뿟뿌-"
음. 틀렸나.
"……GJ부?"
"왜 나는 『잘 했어』라고 듣는거니?"
아, 이 드립도 안 통하나.
"힌트. 너를 흉내내서 만들었어"
"나? ……모르겠다. 전혀"
"후후. 너처럼 곤란해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해서 만든 부활동이야. 이름은 『봉사부』야"
"…………"
……딱히 나는 곤란해하는 녀석을 도와주고 싶었던게 아니다. 나의 평온한 생활을 보내는데는 괴롭히기 같은건 방해였을 뿐이다. 보고 있으면 신물이 달린다.
그 분위기를 헤아렸는지, 유키노는 나의 가슴속에 포근히 안겼다.
"너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걸로 구해졌어.
네 다정함을 접했어.
네 강함을 접했어.
네 슬픔을 접했어.
네 고독을 접했어.
그리고 너 자신을 접했어"
………….
"그러니까 나는 너를……"
"……나를?"
"따라 갈거야"
…………뭐, 뭐어. 중학교때부터 고양이처럼 따라붙었으니까 새삼스런 느낌은 들지만……그래도 조금 기쁘다.
"하지만 나도 너도 줄곧 함께 있을 수는 없겠지. 서로,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서 결혼할지도 모르잖아"
……어라? 나 결혼 할 수 있어? 러브레터나, 지금까지 여자의 벌게임으로 밖에 받은 적이 없는데.
내가 고백을 해도, 뭔가 사양하듯 거절당하고. 그거냐, 다른 여자한테 경계받았었지. 핫핫하. ……그 후로 스도의 눈이 차가웠지이…….
"……바보"
바보라니 뭐가 바보냐.
"하치만, 오늘은 이만 부활동을 끝내자. 오랜만에 카마쿠라랑 놀고 싶어"
"음. 그럴가. 그럼 집 가자"
뭐, 앞으로 한동안 유키노와 함께일테지. 적어도 대학까지는 말이야.
묘하게도 유키노가 부장을 맡은 봉사부에 들어가게 됐다. 뭐, 거의 매일 만나고 있으니까 신선미는 없지만.
"아, 하치만. 오늘 걸어서 집에 가지 않을래?"
"에. 하지만 걸어서 가면 좀 먼데?"
"괜찮아. 하치만이랑 같이 걸어서 가고 싶은거니까"
"……알았어"
자전거는 내일 타고 가면 되나.
그리고 오랜만에 유키노랑 나란히 걸으면서 귀가길을 걷고 있는데……
"있잖아 유키노. 왠지 주위에서 시선을 느끼는데, 뭐 알고 있어?"
"짐작은……없어"
"그렇지"
왜 내가 그런 적의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거야? 나는 딱히 모두의 증오를 받는것도 아니거니와 호의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반에서조차 '누구?' 라는 의문이 떠오를 수준.
"하치만.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에에-"
"괜찮잖아. 서로 먹여주기 하자?"
"……하는 수 없구만. 지갑 꺼낼테니까 팔 놔줘"
"10초 만이야"
"짧아. 하다못해 아이스크림을 살 시간을 줘"
유키노가 팔에서 떨어지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다가간다. 그것과 동시에 주위의 시선이 조금 약해졌다.
뭐냐고 대체.
"나는……초코"
"나는 딸기로"
"네. 600엔이에요"
지갑에서 600엔을 꺼내서 초콜렛과 딸기 아이스크림을 산다. 그걸 내가 딸기를 들고 유키노가 초코를 들었다.
"유키노, 아-앙"
"아앙"
우물
응. 귀엽다. 작은 입으로 우물대는 모습이 미의 여신이 맨발로 도망칠 느낌이다.
"하치만도. 아-앙"
"아-앙"
음. 역시 초코는 대단하다. 엄청 맛있다!
"맛있어?"
"아아"
"그래. 후후"
그 미소로 배가 부릅니다.
"……저, 저기. 나도 초코먹어도 돼?"
"음? 엉. 그 대신에 나도 조금 먹을게"
"그, 그래"
라고는 해도 베어먹는건 좀 짓궂은데. 조금 핥는 정도면 됐나.
할짝
이, 이건……청산가리!?
일리가 없다. 맛있다. 딸기도 괜찮네.
"자, 잘 먹겠습니다……"
할짝
"응……맛있어"
"다행이다"
쓰담쓰담
"""""""칫!""""""
""!?""
뭐야 방금 혀차는거!? 엄청 무서운데!
"하치만……"
아- 정말. 이렇게 부들 떤다니까.
"얼른 집에 가자. 괜찮아?"
"괘,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리 유키노라도 저 혀를 차는건 견딜 수 없었던것 같다. 가엾게도.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면서 길을 걷고, 잠시 후 집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선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일은 백발이 되는거 아냐?
"다녀왔어-"
"실례합니다"
"으응? 아, 오빠야, 어서……아! 유키노 언니!"
"오랜만이야, 코마치"
이 동생, 유키노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있다. 가끔 언니야라고 부르고 있고.
"오늘은 어쩐 일이에요? 아, 부모님께 인사?"
"그럴리 없잖아. 카마쿠라랑 놀러온거야"
"그 말대로야. 제대로된 인사는 그가 졸업하고나서"
"어, 어이"
"오오! 그럼 오늘 저녁은 팥밥인가요!? 첫째 아인가요!?"
"코마치. 그쯤 안하면 네 일기를 이웃집에"
"미안해요 오빠야"
"좋아"
솔직한 아이는 좋아한다. 사랑스럽게마저 느낀다.
"어이, 유키노. ……유키노?"
"처, 첫째 아이……아이……여, 여보! 아이는 축구팀 3개는 만들거지!?"
"진정해"
그보다, 세 팀은 너무 많다. 하다못해 네 명이 좋다.
마침 발밑을 지나가던 카마쿠라를 집어들어 흥분한 유키노의 팔에 안겨준다.
"……냥♪"
좋아. 진정했다.
그 후에 진정한 유키노를 공주님 포옹하여 거실 소파에 앉혔다.
"코마치. 오늘 저녁은 세 사람 몫 만들어줘"
"호-이. 오빠랑 유키노 언니가 정말 좋아하는 햄버그로 할게. 아,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그럼 나는 숙제할테니까"
"우와-. 무시하는건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낮아"
"네네. 네 밥은 맛있으니까,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어"
"……포인트 높아!"
좋아. 어떻게든 포인트를 높게 쌓았다. 이 녀석, 가끔 포인트가 너무 낮으면 요리가 맛없어지니까. 기분 좋게 해주지 않으면 맛없는 밥을 먹게 된다.
"오늘 숙제는……켁. 수학……유키노는……"
"냥 냐앙 냐앙♪"
"……틀렸나"
어쩔 수 없다. 혼자서 할까.
"모 르 겠 다"
뭐야 이거 죽고 싶다. 아니,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오히려 수학 죽어라. 수학을 만든 녀석은 만번 죽어 마땅하다.
똑똑.
"하치만. 밥이 다 된 모양이야"
"아아. 벌써 그런 시간인가"
나중에 유키노한테 배우자. 라고할까 배끼자.
"음, 그럼 가자"
"그래. ……그, 저기. 미안해……"
"어, 뭐가?"
"나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카마쿠라에게 빠져버려서……"
고양이에게 빠져있던게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 숙이는 유키노. 뭐야 이 애. 뀽뀽하잖아.
그러니까 무심결에 안아버린건 내 탓이 아니다. 이렇게 하게 만든 유키노가 나쁜거다.
"히야! 하, 하치만?"
"왜? 이런건 늘 그렇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기습은 치사해"
"미안미안"
머리카락을 흘리듯이 쓰다듬으니, 바로 몸을 맡겨온다. 이 행위도 왠지 모르게 고양이같다.
"저기-? 밥이 식어버리는데요-"
"읏. 아-, 미안. 유키노, 가자"
"그, 그래"
나는 새삼 코마치에게 보여진들 상관없지만 유키노는 아직 부끄러운 모양이다.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다.
"정말이지. 자"
"앗. 자, 잡아당기지 마"
"남자는 여자를 잡아당기는거야"
"그, 그게 아니라……너하고는 나란히 걷고 싶어……"
……아-. 그. 뭐냐……응. 귀엽다.
"……그럼 나란히 걸어가자"
"그래"
나란히 걸어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는다. 어째선지, 이 작은 손을 놓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밥을 먹을때까지 손을 잡지 않아도……거봐, 너 밥 못먹잖아"
"하치만이 먹여줘♪"
"……코마치는 배불러. 라고할까 너무 달달해서 가슴이 쓰려"
『이건……뭐지?』
발밑은 하얀 구름으로 덮여있고, 그것이 지평선 저너머까지 이어져있다. 너무 하얘서 머리가 이상해질것 같다.
그 운해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서 검은 연기같은게 나타났다. 뭐야 이거. 마왕 대부활?
그 연기가 형태를 만드니, 한 명의 익숙한 여자로 변했다.
『……유키노……?』
중학교 시절부터 아는 사이로, 뒤로 쫄래쫄래 따라게 됐던 여자애. 유키노시타 유키노. 하지만 지금까지 포근한 분위기가 아닌,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유, 유키노……지?』
『가볍게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주겠니. 신물이 나. 아니, 신물은 물론 염산을 끼얹어진 기분이야』
『……어?』
뭐, 무야? 무슨 일이야, 유키노?
『그 저열한 눈으로 보는거 그만두지 않겠니. 왠지 균이 옮을것 같아서 무서워. ……설마, 시간? 그럼 질이 나쁘구나. 경찰에 신고할거야』
『자, 잠깐만!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평소엔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데, 왜……』
『마침내 눈 뿐만 아니라 뇌까지 썩어버렸구나. 원래 유감스러운 머리가 더욱 유감스러워진걸까. 귀, 들리고 있니?』
『…………』
뭐야 이거. 유키노한테 이렇게까지 듣게 되면 진심으로 울고 싶어진다. 지금이라면 1리터 정도 눈물은 여유롭다.
『히, 히키가야 우, 울지 마』
『유키노……』
아아. 그렇지. 어쨌든간에 유키노는 다정――
『네 눈물로 환경오염이 진행되면 어떡할거니? 죽어서 책임질거니? ……오히려 죽으면 그건 그거대로 환경파괴구나. 살아도 죽어도 세상에 피해를 주다니, 과연 히키가야구나』
그만! 하치만의 라이프는 벌써 제로야!
나, 유키노한테 이런식으로 대해졌구나. ……큰일이다. 우울하다. 죽자.
일단 뭉개뭉개한 구름에 얼굴을 묻어 질식사를 시도해본다. 응. 부드럽다. 부드럽지만……뭔가 조금 뼈같은 울퉁불퉁한게 있는데.
아, 의식……이 멀어져간다……잘 자, 세계. 수고했어, 나.
"……은……치……만……하……은……하치……은……하치만……하치만!"
"읏!?"
우오. 갑작스레 귓가에서 소리를 질러서 쫄았다. 귀아파라.
"하치만 괜찮아? 가위에 눌렸는데?"
"유, 유키……노? 진짜야……?"
"왜 그래? 몸 상태 안 좋아?"
정말로 걱정스러워보이는 유키노. 그 볼을 잡아당기며,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진다.
"하, 하치만? 간지러워……"
음. 이 기뻐보이는 얼굴. 진짜 유키노다.
그럼 그건……
"꿈인가아……"
다행이다. 진짜로 다행이다. 그게 현실이었으면 배드 스트라이크가 아닌 하치만 스트라이크 할 참이었다. 나, 혼자서 죽는건 무섭다. 그러니까 모두를 말려들게 하자.
"꿈? 무슨 꿈을 꿨어?"
"……네가――"
꿈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하니, 그게 새삼 꿈이었다는걸 재인식한다. 설마, 내가 그런 꿈을 꿀 줄이야…….
"……하치만. 나는 너를 그런식으로 생각한 적도 없고, 그런식으로 말할 생각도 없어. 절대로 하지 않아. 약속할게"
"유키노……그렇구나. 유키노가 그런 말을 할리가 없지……미안"
"사과할거면 내가 만든 밥을 칭찬해줘. 아래에서 기다릴테니까"
"아아"
유키노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깨어난 머리에 한 가지 의문이 솟았다. 그건 용수처럼 서서히.
오늘, 부모님은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 코마치는 친구 집에 자러 갔다. 어제 여자아이 친구가 왔으니까 남자가 아닌건 확실하다. 뭐, 나를 봤더니 겁에 질렸지만.
요컨대. 이 집에 들어올 수단은 없다. 문단속도 제대로 했고, 문도 잠궈뒀다. 집에 침입할 수단은 없다.
……어떻게 들어온거야?
"유, 유키노. 어떻게 집에 들어온거야?"
"부모님께 열쇠를 받았어. 현관열쇠는 무론 화장실, 거실, 네 방에서 코마치의 방, 자전거 열쇠까지"
"뭐하는거야 그 바보 부모"
"얘. 부모님을 바보라고 하면 안 돼. 떽"
"으윽……미안"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유키노를 너무 신용한다. 뭐, 나도 엄청 신용하지만. 너무 신용해서 숭배해버릴 수준이다.
"그리고, 오늘은 하치만에게 선물이 있어. 이거야"
"……이건?"
"맨션 열쇠와 내 방 열쇠야. 언제든지 와줄래?"
"아니, 남자가 여자 집에 멋대로 들어가도 되겠냐. 너, 나를 너무 신용해"
"당연하잖아. 하치만인걸"
"그건 영광이다"
"우와-. 국어책 읽기"
그런건 아니다. 그거다. 부끄럼 감추기. 딱히, 남자로서 보여지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한건 아니니까.
"가능하면 밤에 와줬으면 싶어"
"그야, 낮에는 학교에 있으니까"
"따,딱히, 하치만이 원한다면 학교에서도……"
"아니아니. 언제나 안아주거나 머리 쓰다듬어주잖아"
오히려 유키노가 바라는거니까.
"……바보"
요즘 유키노한테 바보라고 듣는것 같다. 슬슬 마음이 꺾인다.
"자, 얼른 옷 갈아입고 밥을 먹자. 지각할거야"
"아아"
잽싸게 교복을 입고 얼굴을 씻는다. 좋아. 오늘도 평소처럼 눈이 썩었다. 스스로 말해놓고, 뭐가 좋은건진 모르겠지만.
아, 유키노의 요리는 평소처럼 맛있었슴다.
아, 그러고보니 자전거 두고 왔었지. 이런, 서둘러야겠다.
"하치만. 차 불러뒀으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어라? 나 소리냈어?"
"하치만이 생각하는것 정도는 알아"
뭐야 이 오래 같이 살아온 부부같은 구도. 너무 행복하잖아.
집을 나오니 거기에는 검은 고급차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 때의 사고가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그 때, 유키노의 우는 얼굴……귀여웠지……. 그걸 볼 수 있다면 뼈 하나 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 역시 거짓말. 아픈건 싫다.
"……미안해"
"야. 그때로부터 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거냐. 신경쓰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하치만을 잃어버릴것 같았고……"
"나는 물건이 아냐. 그렇게 간단하게 없어지겠냐"
생물이라는건 생각보다 끈질기다. 특히 바퀴라던가. 그 끈질김은 어떤 의미로 기네스다.
유키노와 나란히 서서 차에 탄다. 여전히 승차감이 좋은 차다. 내가 쓰는 침대보다도 푹신푹신하다. 이게 격차 사회인가.
"잘 부탁합니다"
"네. 그럼 출발합니다"
이 차 안에서는 유키노는 상당히 얌전하다. 가족의 시선이 있으면 아가씨가 되는것 같다. 뭐, 엄청 손을 움켜쥐고 있지만. 뭔가를 전하고 싶은것 처럼 손가락에 힘을 넣고 있고.
나도 거기에 맞춰 힘을 넣으니 기쁜듯이 웃었다. 의미는 전혀 모르겠지만.
학교에 도착하니 나와 유키노에게 시선이 모였다. 그야 학교 제일의 미녀와 알 사람이 없는 내가 같이 고급차에서 내리면 이렇게 되겠지.
"어라? 유키노시타?"
"……하야마……"
유키노를 부르는 소리가 나서 왠지 모르게 그쪽을 본다. 거기에는 아침부터 산뜻한 분위기를 띠는 나랑 같은반인 톱 카스트. 하야마 하야토가 있었다.
"무슨 일이니?"
"아니, 그냥 있어서 말을 걸어본것 뿐인데……안 되려나?"
나왔다. 산뜻한 얼굴로 '안되려나?' 공격. 보통 여자애는 여기서 볼을 붉히며 '아, 하야토가 나를……' 같은 착각을 하겠지만, 가땅치않게도 유키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 안 돼. 나랑 하치만의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하지 마"
"하치만……어라? 너는……히키, 히키타니?"
누구야, 히키타니는. 여기에 그런 이름인 녀석은 없어.
"용건은 끝났니? 그럼 우리는 갈게. 하치만, 가자"
"아, 아아"
유키노는 손을 잡을 뿐만 아니라 팔 자체를 얽어왔다. 뭐, 늘 있는 일이니까 신경쓰지는 않지만……하야마의 눈이 아프다. 지금까지 신경쓰지않았지만, 저 녀석의 쏘아죽일듯한 시선에는 뭔가 담겨있는 느낌이 든다.
"괜찮아, 하치만. 저 사람은 너를 어떻게 할 배짱은 없으니까"
"또 얼굴에 나왔어?"
"맞아"
여기까지 오면 에스퍼구만. 뭐야, 포켓몬? 아니면 파쿠노다?
"그럼 점심시간에 봐"
"아아. 오늘은 부실에서 먹을까?"
"네가 그걸로 좋다면"
"음. 그럼 부실에서 보자"
"그래. 그럼"
허나 아쉬운듯이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자"
쓰담쓰담
"응. 후후. 만족이야"
볼을 붉히며 J반으로 향하는 유키노. 나도 자신의 반으로 갈까.
유키노와 단 둘이 있을때는 주위의 시선이 굉장하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역시 나 한 명에게는 흥미없나. 하하. 울고싶네.
F반에 들어가고나서 스텔스 힛키를 구사해서 아무도 말걸지 않고, 말 걸어오지 않고, 민폐 끼치지 않고, 민폐 끼쳐지지 않고, 무시하고, 무시 당하는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방과후. 나와 유키노는 의뢰인이 오지 않아, 한가로운 방과후를 보내고 있었다.
"있잖아, 유키노. 여기 정말로 의뢰인 오는거야?"
"와. 빈도는 낮지만
"한 달에 몇 번?"
"한번 오면 좋은 편이야"
그거 부활동으로서 기능 안하는거 아냐?
"아, 하치만. 손이 멈췄어"
"아-. 미안미안"
쓰담쓰담
"호후으……"
빌려온 고양이처럼 내 무릎 위에서 포근해지는 유키노. 평소대로 정위치다. 중학교때부터 변함없다.
"하지만 방과후에 이렇게 보내기만하는건 지루――"
""울먹울먹
"하지는 않아. 오히려 행복. 너무 행복해서 천원돌파해버릴 수준"
""생긋
이 녀석도 행복해 보이는구만.
그러자 그런 평소대로 보내던 일상이 갑자기 깨졌다.
똑똑
저 문을 두드릴때 나는, 무기질적이고 부실에 몹시나 울리는 소리. 그 순간 유키노는 자신의 정위치인 의자에 앉고 책을잡고 시침떼고 있다.
똑똑
"들어오세요"
기분 나빠한다. 딱봐도 기분 나빠한다. '화 안낼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하렴'하고 말하는 초등학교 원생급으로 기분 나쁘다. 솔직하게 말했는데 결국 혼내다니 이상하잖아. 그 탓에 어른에 대한 불신감이 생겨났다고. 사과해라.
"실레합니다-"
그리고나서 들어온건 머리카락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여자였다. 머리 우측을 경단모양으로 묶고, 교복은 살짝 풀어져 있다.
"헤에. 이런 곳이구나……"
들어온 적이 없는 교실이기 때문일까, 희귀하듯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째서 힛키가 여기 있는거야!?"
"어째서냐니. 나 여기 부원이니까"
그보다 힛키는 뭐야. 히키코모리 같잖아.
"너는……유이가하마구나"
"알고 있냐, 이 녀석"
"그래. 언제나 눈에 띄는 집단에 잇어. 2학년 F반 유이가하마"
"헤-"
"헤- 라니. 힛키도 같은 반이잖아"
"나는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거니와 폐를 끼쳐진 적도 없다. 요컨대 나는 반에 있는 녀석들은 안중에 없고, 반대로 녀석들은 내가 안중에 없지. 그러니까 나는 너 따위 몰라. 오히려 알 생각도 없어"
"우와. 최악-"
"뇌의 용량을 효율 좋게 쓰려고 진화한 결과다"
공부라던가. 책을 읽는다거나. 철학을 생각한다거나. 세계평화라던가. 유키노를 생각한다거나.
"그런데 유이가하마. 무슨 일로 온거야?"
"아, 응. 실은 어떤 사람한테 쿠키를 주고 싶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 유이가하마.
"자리 피해주는 편이 좋나? 그럼 내객용 음료정도는 사올게"
"돼, 됐어! 신경쓰지 않아도……"
"신경쓰지마, 유이가하마. 그는 다정해. 그 다정함에 맡겨보는건 어떠니? 하치만, 나는 야채생활을"
"아, 나는 뭐든 좋아"
"알았어"
야채생활과 MAX커피, 그리고 적당하게 남자의 카페오레를 구매하여 부실로 돌아오니 둘은 사이 좋게 담소……
"므읏"
""후샤아-!
하지 않았다.
"무, 무슨 일이야?"
"……하치만, 이 애 너무해"불룩…
"힛키, 이 사람 너무해!"불룩…
"뭐, 뭐가?"
라고할까 겹칠듯한 신음소리 내지마. 노려보지마. 그리고 힛키라고 부르지 마.
"힛키랑 사이 좋은거 자랑만 하잖아!"
"반에 있는 하치만 자랑만 하잖아!"
"……하?"
미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힛키한테 쓰다듬받거나 포옹받거나, 뺨을 문질러주거나!"
"쿨한 하치만을 보거나 주위를 경계하는 하치만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웃는 하치만을 보거나!"
""치사해!""
"진정해"
모르겠다. 이 녀석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전혀 모르겠다.
X X X
"진정했어?"
""응……""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얌전히 앉는 둘. 고양이 귀과 강아지 귀가 보인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거야?"
"네가 음료수를 사러 간 뒤에, 유이가하마의 상담을 듣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한테 쿠키를 주고 싶었거든? 그랬더니 유키노시타한테 『그는 그 정도로는 함락하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포기해』라고 했어"
"너하고 중학교때 같이 보낸 일이나 지금까지 있던 일을 얘기해줬어"
아니, 그렇게 으스대면서 말해도…….
"아니, 유키노는 무슨 부끄러운 소리를 하는거야?"
"미, 미안해"
"유이가하마는 왜 나한테 쿠키를 만들어주고 싶은거야? 독? 반에 있는 나는 그렇게나 짜증나는 존재야?"
"아, 아니야! 그, 그게……입학식 날에, 사브레……개를 구해줘서……으읍"
"바, 바보야"
유이가하마의 입을 황급히 막고 유키노를 본다. 거기에는,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광채가 사라진 유키노가 내 허리에 매달려있었다.
"뭐, 뭐야? 왜 그래?"
"실은……"
유이가하마한테 그 날의 차에 대해서 말하니, 유이가하마는 갑자기 어색해했다. 그도 그런가. 유이가하마의 입장에서 보면 이 자리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대하고 있는 셈이고, 거기다 유이가하마가 원인이니까.
"유, 유키노시타. 그……몰랐다고는 해도, 미안……"
"잠깐, 유이가하마. 지금 이 녀석한테는 무슨 소리를 해도 안 들려"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용서해줘……"
우와아……진짜 깬다. 그보다 무섭다. 어쩌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병들었다.
하지만 이럴때 치료법은 알고 있다.
우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목 부근을 매만지고, 등을 살살 문지르면서 무릎 위에 앉힌다. 마지막으로 뒤로 살살 껴안는다.
"히, 힛키!?"
"뭐, 보고 있어"
그대로 기다리길 십여초.
"……읏……으응. ……아, 하치만. 잘 잤니"
"어, 잘 잤냐. 자, 유이가하마.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다"
"그, 그 전에 놓을 순 없어?"
"최소한 10분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버리는데, 그래도 되겠냐?"
"아, 아니. 저기 유키노시타. 몰랐다고는 해도 미안해"
"아니. 나야말로 착란해버려서 미안해.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되니?"
"응. 지금부터……"
"그런고로 가정과실에 왔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된거야"
"뭐, 괜찮잖아. 답례하고 싶으니까 수제 쿠리를 만드는건 꽤나 소녀틱하다구"
"겉보기는 빗치인데 말이다"
"빗치라고 하지마! 나 아직 처……우, 우와아! 아, 아무것도 아냐!"
바쁜 녀석이구만.
"에……유이가하마. 너 고등학생인데도 아직이야?"
"어? 유키노시타는 있어?"
"상대는 하치만이야. 흐뉴"
"태연하게 거짓말 하지마. 진짜로 해버린다"
뺨을 잡아당기고, 뭉클거리고 꼬집어 돌린다. 그래도 괴롭혀지는 유키노 씨 귀엽다.
"그마네~……"
"거짓말은 안 돼. 알겠어?"
"네헤~"
좋아. 용서해주지.
"그럼 얼른 만들자. 라고는 해도 도와주는건 유키노지만. 나는 뭘 하면 돼?"
"아, 맛보기를 해주면 돼"
"어. 그럼 힘내라. 유이가하마도"
"으, 응!"
X X X
"""…………"""
약 1시간이 지나자 우리들의 눈 앞에는 두 종류의 쿠키가 놓여있었다.
하나는 유키노가 만든 완벽한 쿠키. 늘 휴일에 먹는 쿠키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만든 쿠키는 이렇게나 빛나는거야? 유리라도 넣었어?
그에 비해 다른 하나.
"뭐야 이거? 목탄? 아니면 석탄?"
"시, 실례잖아! 제대로 된 쿠키야!"
"제대로 된 쿠키가 이런 께름찍한 연기를 뿜겠냐"
검다라고 할까, 보라색이다.
"자, 자아 힛키!"
"어, 나?"
"응. 그치만 맛보기잖아?"
"이건 말이다, 맛보기라고 하지 않아. 독검사라고 하는거다"
"독 아냐! …………역시 독일까?"
독이잖아. 겉보기라던가. 오러라던가.
"죽지 않으려나?"
"관둬"
이런걸 먹으면 아마 임사체험을 맛볼거다.
"역시……재능 없는걸까아……"
"해결방법은 노력에 있을 뿐이야. 유이가하마, 너 재능이 없다고 했지?"
"어? 아, 응……"
"우선 그 인식을 고치렴. 최저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재능을 부러워할 자격은 없어"
우와아, 신랄해.
"……그, 그치만 말야. 이런건 요즘 다들 안한다고 하구……역시 이런건 안 맞아……헤헤……"
아, 바보.
"……그 주위에 맞추려고 하는거 그만두지 않겠니. 되게 불쾌해. 자신의 서투름, 꼴사나움, 어리석음의 원인을 남에게 구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나왔다. 유키노의 독설어린 시선연설. 중학교시절의 처음 만났을때도, 이 녀석은 이렇게해서 주위를 멀리했지. 그 탓에 괴롭힘을 당했고, 내가 구해줬지만. 그보다 나 말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버릇 아직도 안 나았냐.
"……머"
머?
뭐? 머야, 엄마한테 일러줄테다! 라는거냐? 아, 그건 초등학교 시절의 나인가.
그리고 엄마한테 말해도 "아 그래" 라고 들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나 진짜 불쌍해.
"머……멋져……"
""……하?""
"겉치레나, 그런 소리 하지 않고……그런 모습 되게 멋있어. 존경해"
"너, 너 말야. 내 얘기 들은거 맞니? 나, 지금 꽤 심한 소리 했어"
"응. 확실히 심한 소리 했구, 솔직히 가볍게 깼지만……그래도 진심이 느껴졌어. 나, 남에게 맞춰주기만 하니까, 이런건 처음이라서……"
그 피곤해보이는 인생으로 잘도 스트레스가 안 쌓였구만. 나라면 스트레스 500엔짜리 땜방이 생길 수준이다.
"미안해. 다음엔 제대로 할게. 그러니까 한번 더 부탁해!"
"에, 아……"
오-. 그 유키노가 당혹하고 있다. 게다가 초대면인 애를 상대로. 이건 꽤 귀중한 장면이다. 일단 휴대폰으로 찍어두자.
"……올바르게 만드는법 가르쳐줘"
"그래. 알았어. 내 자존심에 걸어서라도――"
"확실히 그것도 그렇지만, 그게 아니야"
""……헤?""
……이녀석들, 근본적인걸 잊고 있다.
"그걸 먹고 내가 배탈나기라도 하면 위자료를 청구할거다. 라고할까, 최악의 경우 죽기라도 하면 귀신이 되서 나타나줄테다"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과연. 확실히 그렇구나"
"유키노시타!?"
"맡겨줘, 하치만. 절대로 완벽하게 해보일게. ……네가 죽으면 나는……"
"울지마 울지마. 그럴 짬이 있으면 얼른 가르쳐줘라"
좋아. 유키노에게 의욕을 생기게 할 수 있었다. 남으건 유이가하마의 노력에 달려있나.
거기서 1시간 후.
아까보다는 제대로 됐지만 역시 시커먼 암흑물질이 책상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으……어째서 유키노시타의 쿠키처럼 안 되는걸까……"
"……어떻게 가르쳐야 전해지는걸까……"
둘은 의기소침해있었다. 조만간 입에서 혼이 빠져나오겠다.
"……저기 말이다. 왜 너희들 맛있는 쿠키를 만들려는거야?"
"하아? 그치만 힛키가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 소리는 아무도 안했어. 나는 올바른 쿠키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유키노에게 말한것 뿐이지, 딱히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은건 아니야"
그보다, 유키노의 밥이나 쿠키는 지나치게 먹은 탓에 코마치 말고 만든 밥은 대게 맛이 떨어진다.
"남자를 먹여주기 위해 성의를 담아 만든것에 맛은 관계없어. 맛에 구애받으면 유이가하마의 밥은 10년은 못 먹는다"
"그, 그렇지 않다 뭐!"
"잠자코 들어. 제대로 된 소리는 못하겠지만, 네 요리 스킬로는 그건 무리다. 그러니까 맛없어도 성심성의것, 마음을 담아서 만든걸 나는 먹고 싶다"
"……정말로 맛있지 않아도 돼?"
"제대로 된 소리를 못하겠다고했잖아. 거기다 노력해서 극복해가면 돼"
"…………"
무슨 생각하는게 있는지, 얼굴을 미미하게 붉히는 유이가하마. 겉모습은 빗치여도 이런 모습은 귀엽구나.
그보다, 유키노 씨는 옆구리 꼬집지 말아주세요. 찢어진다 찢어져!
"그래서, 어떡할거니 유이가하마?"
"아. 응. 나, 스스로 만들어볼게. 고마워, 유키노시타"
"…………"
아야아야야야! 부끄럼 감추기로 내 등을 꼬집지 마!
"그럼 갈게! 힛키도 고마워-!"
"어이 청소……벌써 갔냐"
집에 가는거 빠르잖아. 아니면 도망쳤나.
"적에게 소금을 보내버렸어……"
"뭐가?"
"……바보"
"네네. 삐지지 마. 자, 정리하자"
X X X
"얏하로-! 쿠키 만들어왔어-!"
머리가 나빠보이는 인사와 함께 유이가하마가 난입해왔다. 그보다 노크를 해라.
"유이가하마……왜 종투가 두 개나 있는거니?"
"어? 그치만 유키농은 쿠키 만드는법을 가르쳐줬구, 힛키는 사브레를 구해준 답례가 있구! 자, 두 개!"
"별로 식욕이 없으니까 사양할게. 하치만, 둘 다 줄게"
"입으로 먹여주려고 생각했는데, 유감이다"
"자아, 유이가하마. 쿠키를 하나 이리 주겠니"
약삭빠르다. 과연 유키노. 약삭빠르다.
"그, 그건 안 돼! 신성한 배움의 터라구!?"
"괜찮아. 가끔 하니까"
"가끔이지만"
내 기분이 좋을때만. 라고할까 이번에는 혼자서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진짜로.
"유키농 유키농. 나하고도 입으로 건내기-. 응-"
"잠깐, 그만해. 아니, 유키농이라고 부르지 말아주겠니. 하, 하치만 살려줘"
"뭐, 괜찮지 않냐? 유이가하마 녀석,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것 같고"
유이가하마한테 받은 쿠키를 하나 꺼내든다. 검다. 답이없는 검은색 하트다. 검은색 하트라니 뭐야? 누구의 누구를 대한 애정이야? 무서워.
콰득
효과음 이상하다니까.
"……맛없어"
하지만……유이가하마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만들어준거다…….
"유키노옹-"
"그, 그만"
"정말이지. 맛있구만"
"……심심하네에……"
"……그렇구나……"
"……그렇구만……"
방과후. 의뢰인도 없는 시간은 한가하다. 뭐, 요즘엔 유키노는 유이가하마의 시선을 신경써서 인지, 너무 달라붙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책에 집중 할 수 있다.
……따, 딱히 외롭거나 하지 않거든!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거나 생각하지 않으니까!
"유키농! 지금부터 놀러가자!"
"하치만이 가면"
"힛키!"
"패스"
"그럼 나도"
"에-!"
기운찬 녀석이구만.
"괜찮잖아. 그렇게 책만 읽고 있으면 몸에 이끼 자란다?"
"알고 있냐. 밖에 너무 돌아다니면 몸에 엽록체가 생겨서 피콜로처럼 구석구석 초록색이 되는 모양이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왜 믿는거야 이 애. 바보냐.
"유, 유키농. 거짓말이지……?"
"사실이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녹색이 된 인물이 있어"
"……정말이구나……"
이 녀석, 이렇게 쉽게 믿어도 괜찮나? 왠지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
일단 아이컨택트.
"(어이)"
"(왜?)"
"(유이가하마, 왠지 믿어버렸다)"
"(어머. 재미있으니까 조금 상태 볼까? 거기다 하치만이랑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벌이야)"
"(귀여운 벌이구만)"
""
음?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아. 얼굴이 빨개. 이렇게되면 잠시 방치해두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겠군.
"어이, 유이가하마. 지금 그거 말인데, 거짓말이거든. 믿지 마라"
"헤? 거짓말? ……그, 그렇지! 응, 안 믿었어! 알고 있었어!"
"……그렇슴까"
얼버무리는 쪽이 초등학생 수준이다.
"아무튼 나는 자주적으로 밖에 나가지는 않아. 밖에 있기보다, 방에서 책을 읽는편이 더 즐겁다"
"그치만, 책은 어떻게 사?"
"그건그거, 이건이거다. 가끔 Amazon을 쓴다"
"정말로 힛키잖아……"
힛키라고 하지마.
"유이가하마. 너, 왜 그렇게 놀러가고 싶은거야? 애냐? 바람난 애냐?"
"그치만 친구랑 놀러가는거 대개 밖이잖아?"
"친구 없어"
"유키농 있잖아"
"유키노하고는 그런 사이가 아냐. 우리 집에 가거나, 유키노네 집에 갈 뿐이다"
"유키농네 집!? 갈래갈래! 나 유키농네 집 가고 싶어!"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그런건 유키노한테 직접 말해"
"응! 유키농 유키농!"
유이가하마가 유키노를 설득하는 사이, 일단 집에 갈 준비를 한다. 유키노다, 어차피 또 나한테 맡기겠지.
"하치만"
"괜찮잖냐. 그보다 네 집이니까 네가 정해"
"……그럼 유이가하마, 하치만. 가자"
"아싸-! 유키농, 고마워-!"
"아, 안겨붙지 마……"
이래저래 말하면서도 유키노도 그리 싫은 얼굴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싫어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싫어하지 않는다. 내 수준이 되면 유키노의 일거수일투족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
"……여기, 유키농네 집……?"
"맞아"
"혹시 유키농, 아가씨야?"
"아니. 아버지가 현의원일 뿐이야"
"그거 아가씨잖아"
아니, 어느쪽이냐고 하면 유키노는 공주님이지. 귀엽고. 치유받으니까.
오토락을 풀고 고속 엘레베이터에 탄다. 중력이 아래로 끌려가는 감각, 늘 그렇지만 좋아지지 않는다. 이건 이미 증오해야할 사상일 것이다.
"자, 들어와"
"우와아……넓어-"
"그러니?"
나도 몇번이나 여기 왔으니까 더는 느끼지 않지만, 처음 왔을때는 놀랬다. 이런 곳에 혼자서 사니까, 부럽기 그지 없다.
"후우……"
"하치만-♪"
"어이쿠야. 정말이지"
쓰담쓰담
"♪"후냐
역 무릎배게. 이게 평소 정위치다. 그보다, 이걸 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니까 해줘야한다.
"……유키농은 학교에서 들은 소문이랑 완전 다르네"
"뭐가?"
"학교에선 머리 좋고, 쿨하고, 운동도 잘하는 완벽미소녀라고 듣는데"
"틀린건 아니구만. 이 녀석, 내 앞에 말고는 주위를 경계하는것 같고"
요즘,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가 되버리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수준이다.
"……유키농, 부럽다아"
"너도 무릎배게 받고 싶은거냐?"
"그, 그런거 아니다 뭐!"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말해도 곤란한데. 조금 화나게 만들었나.
"유키노, 차를 타올테니까 조금 비켜주겠어?"
"아. 내가 내올게. 하치만은 앉아있어"
"아니, 내가 타올게. 유이가하마한테도 얼마전에 쿠키 만들어준 답례하고 싶고"
"……그래. 차과자는 냉장고에 있어"
"어"
자, 오늘 차과자는……양갱인가. 그럼 녹차를 끓일까.
유키노의 집에 오게 되고나서 차를 올바르게 타는 방법을 조사했다. 뭐, 홍차랑 녹차랑 삼백초 차 정도 밖에 끓일 줄 모르지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삼백초 차 끓이는법을 조사한걸까. 그 때의 나한테 묻고 싶다. 그리고 반성 레포트를 쓰게 하고 싶다.
"오래 기다렸……왜 유이가하마를 무릎배게 해주는거야?"
"방금 그걸 봤더니, 무릎배게 받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어. 하는 수 없어서 내 무릎을 빌려준것 뿐이야. 하치만의 무릎배게는 내 전용이니까, 다른 여자를 눕히면 안 돼"
"안심해. 나한테 그런걸 부탁할 여자는 너말곤 없다"
첨부해서 말하자면 남자 지인조차 제대로 없다. 아, 마음의 땀이…….
"하치만. 울지 말래?"
"안 울었어. 마음의 땀이다"
"여름 말고도 제대로 담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마음의 땀을 흘리겠니"
키득키득 진심으로 즐거운듯 웃는 유키노. 이 미소를 보는것 만으로 마음이치유된다. 음, 유키노 말고는 필요없지, 나는.
"힛키, 운동 안해?"
"뭐, 그래. 내 운동은 주로 자전거랑 체육할때 뿐이다"
"아니, 대단하게 말할거 아니구. 그보다 그것밖에 운동 안하는데 왜 안찌는거야?"
"하치만은 옛날부터 그랬어. 나도 여자애니까, 그런대로 식생활로 몸은 유지하고 있지만……하치만은 밥 먹은 뒤에 과자를 먹어도 찌지 않아"
"항상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에너지가 가고 있다"
세계평화? 라던가?
"므으. 힛키 치사해!"
"원망할거면 먹은만큼 살로 바뀌는 자신의 몸을 원망해라"
"어, 어떻게 그걸!?"
진짜였냐. 그러니까 그렇게 꿈과 희망이 쌓여있는거냐?
"하치만?"
"개인적으로는 다소곳한 꿈과 희망을 좋아합니다"
"용서할게"
다행이다. 지금 유키노의 눈, 고르고처럼 무서웠어.
"자, 차 끓여왔다"
"고마워-!"
"고마워"
1인용 소파에 앉아 녹차를 마신다. 응, 맛있다.
"그럼 뭘 할까?"
"유키농의 방 보고 싶어!"
"절대로 싫어"
"왜?"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
"유이가하마, 포기해. 이 녀석의 방은 나도 들어간 적이 없어"
너무 고집을 피우잖아. 고양이과냐?
"므으……그럼 어쩔 수 없네"
"그래. ……저런 방을 보여줄 수 있을리 없잖니……"
"유키농, 뭐라고 했어?"
"아니"
유이가하마는 못 들은것 같지만, 쓸데없이 단련된 내 귀에는 들렸다. 진심이 되면 현대의 쇼토쿠 태자가 될 수준이다.
"그럼 Blu-ray 볼까. 잠깐만 기다려줘"
"판씨냐?"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호러로 하자"
……어라? 잘못 들었나? 호러라고?
유키노가 방에서 갖고 나온것은 무척이나 호러스러운 표지의 호러 영화였다. 잠깐, 그건 나도 인터넷이나 CM으로 본 적이 있다. 소문으로는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게 된 관객이 8할을 넘은거 아니었나? 게다가 장편 3시간이라는 의미 모를 분량일 것이다.
"유, 유키농, 그거……"
아무래도 유이가하마도 눈치챈 모양이다.
"산건 좋았지만, 역시 혼자서 볼 용기가 없었어. 하치만도 있으니 오늘은 이걸 보자"
유키노……용기 있구만. 나마저도 보는걸 포기했을 정도다. 코마치는 친구랑 보러 갔다가 후회했다고 했었고.
디스크를 세팅하고, 나를 소파 한 가운데에 앉혔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안겨붙는다. 유이가하마도 무서운지 반대측 손을 잡았다.
바야흐로 양손의 꽃.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될 영화를 생각하면 흥분은 커녕 도리어 안심이 든다.
영화가 시작되어, 첫 30분은 따끈따끈한 영상이 흘러갔다. 하지만, 서서히 형세가 수상스럽게 변해갔다.
그리고……
남은 2시간 반. 방에는 세 명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롤이 흐른다. 과연 제패니즈 호러. 끝이 없다고 할까, 구제할 길이 없다. 여기가 외국 호러와 다른 점이구나. 응.
"으에에에엥……히끅……"
"흐에에……무서웠어어……"
"로구만-. 무서웠지-"
확실히 무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화장실에 못갈 정도로 무서웠던건 아니다. 뭐, 지금까지 보아온 호러영화 중에선 머리 하나 빠질 만큼인건 확실하군.
정말 좋아 홀드 상태인 유키노와, 내 팔이 구겨질정도로 껴안고 있는 유이가하마. 뭐야 이거, 되게 행복하네.
"자, 슬슬 집에 갈까. 이제 오후 5시 쯤이고"
"싫어! 집에 가면 안 돼!"
"이렇게 겁에 질린 여자애 둘을 두고 집에 간다니, 힛키 너무해!"
"아니, 그치만 집에 안 가면 가족이 걱정하잖아"
"자고 가! 자고 가줘……부탁해……"
"좋아, 맡겨라"
울상 + 올려다보기 + 간원의 최강 콤보가 작렬. 하치만의 AT필드는 지워졌다.
"유키농, 나도 자고가도 돼……?"
"……하치만"
그것도 나한테 맡기기냐.
"제대로 부모님께 연락해라"
"으, 응!"
자, 나도 코마치한테 연락――
"아, 코마치? 유키노야"
『유키노 언니? 안녕하세요, 언제나 오빠가 신세지고 있어요-』
어째선지 코마치가 내 아내마냥 말하는데. 그보다, 그거 내 휴대폰 아냐?
"미안하지만 하치만, 오늘밤은 우리집에서 자기로 했어"
『수, 숙박!? 기성사실인가요!? 알콩달콩 결정사항인가요!? 코마치, 숙모가 되는건가요!?』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후오오오오오오!』
"잠깐 너희들. 무슨 얘기하는거야"
뭔지 모르겠지만 불길하다, 지금 대화.
"그래. ……그럼 끊을게. 하치만, 오늘 밤은 줄곧 함께야"
"에, 아, 응. 어"
그러니까 그 유무를 말하지 않겠다는 눈은 그만해. 거부 못하잖아.
"정말로! 엄마, 고마워-! 유키농, 나도 자고 가도 된대!"
"그래. 유이가하마의 잠옷은 내걸로도 괜찮겠니?"
"응! 아, 힛키는……"
"괜찮아. 하치만용 숙박세트는 언제나 집에 상비되어 있어"
"과연-. ……응? 언제나?"
저기, 슬슬 놔주지 않겠슴까?
X X X
결국 유키노는 포옹자세로, 유이가하마는 내 손을 잡는 느낌으로 진정했다. 그나저나 유키노 너무 가볍다.
"그럼 슬슬 저녁 먹을까"
"너무 소리 질러서 배고파……"
"그렇구나. 그럼 만들어볼까"
……….
"……유키노?"
"……하치만이랑 같이 안 하면 싫어"
"……하는 수 없는 녀석이구만. 자"
유키노를 한손으로 안아들고, 유이가하마와 손을 잡은채로 부엌으로 들어간다.
"하치만. 나는 요리 만들건데, 절대로 없어지면 안 돼?"
"알았다니까"
유키노는 흠칫거리면서 냉장고 안을 보고, 솜씨좋게 조리해간다. 여전히 훌륭한 칼솜씨다.
"유키농. 나도 도울까?"
"아니. 유이가하마는 거기서 보고 있어줘. 보는것도 또한 공부야"
"흐-응"
확실히, 자신이 잘 하기 위해선 상대가 하는걸 보고, 그 기술을 훔치는 편이 빠르니까. 이 녀석이 그걸로 요리를 잘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유이가하마와 둘이서 유키노를 쳐다보고 있으니, 유이가하마의 손이 떨어졌다. 고등학생이니까 이제 괜찮은 걸테지.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바싹
이번에는 팔을 잡아왔다. 그것도 연인끼리나 하는것 처럼. 아니, 정말로 하는건진 모르겠지만.
뭉클
"읏"
어이어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깝잖아!
곁눈으로 유이가하마를 바라보니,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귀까지 새빨개져있었다. 그렇게나 부끄러우면 떨어져! 아니, 무서운건 알겠지만 말이야!
"다 됐어. 옮겨……유이가하마. 너무 가깝지 않니?"
"후에에!? 그, 그런건……맞을지도……"
확신범임까.
"……자, 유이가하마도 하치만도 도와줘. 그리고 하치만의 팔을 놔줘"
"미, 미안……그치만 유키농만 치사해"
"……뭐, 이번에는 용서해줄게……무서웠으니까……"
"응……무서웠어……"
""……우으……""
"무서운건 알았으니까 슬슬 요리를 옮기자고"
그보다 요리 들고 있는 팔에 안겨붙는건 그만둬주세요.
평소처럼, 유키노의 맛잇는 밥을 먹는다. 레스토랑을 차려서 돈을 벌어도 좋겠다, 이거.
그리고 그 후에 유키노와 유이가하마는 둘이 사이 좋게 입욕중이지만……
"하치만, 거기 있어?"
"힛키, 사라지면 안 돼?"
"아아. 있으니까 안심해"
왜 나는 눈가리기 한 상태로 의자에 묶여있어야하는겁니까? 그보다, 탈의실에서 이런 상태로 있는건 지나치게 수상쩍잖아. 나라면 즉각 신고다. 아, 내가 신고 당해버리는건가?
"하치만?"
"있거든"
이 녀석들, 너무 겁에 질렸다. ……조금 놀래켜줄까.
"힛키?"
"…………"
"하, 하치만? 나쁜 농담이라면 그만두지 않을래?"
"…………"
"……히, 힛키. 있지?"
후후후. 무서워하고 있다.
인간이라는건 방금전까지 벽너머로 애기하던 인물이 갑자기 조용해지면 불안해진다. 아마. 실증한 적은 없지만.
거기다 방금전까지 엄청 무서운 호러 영화를 봤다. 공포심 증폭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후에……히끅……하찌만……"
"있어-. 나라면 여기 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마-. 나중에 머리 쓰다듬어 줄테니까-"
역시 무리. 유키노가 우는건 견딜 수 없다.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짓을 하는게 아니다.
"힛키……성격 나빠……정말로 무서운데……"
"……알았어. 유이가하마도 머리 쓰다듬어 줄테니까"
"으, 응!"
여자는 머리 쓰다듬받는걸 좋아한다. 이건 코마치나 유키노 뿐만이 아닌것 같다. 다음부터 사이 좋아진 여자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이후 30년은 그럴 기회는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달칵
"후우. 기분 좋았어"
"응. 유키농의 피부 매끈매끈해. 부럽다아"
"그럴려나. 식생활을 제대로 하니까 피부 관리를 하지 않아도 돼"
"그런거야? 그럼 앞으로 영양 밸런스를 생각해서 요리 힘낼게"
"관둬라, 유이가하마. 석탄을 먹어도 몸은 다이아몬드가 되지 않아"
"무슨 의미야!"
그 말 그대로 의미인데.
"유키노. 다음은 나 들어가고 싶은데"
"혼자서 괜찮아?"
"괜찮다, 문제없어"
저건 창작이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이 세상의 모든걸 거의 믿지 않는 내게 있어, 저런건 무섭고 자시고 아무렇지도 않다.
"후우. 겨우 해방됐다. 그보다 너희들은 괜찮냐?"
"뭐가?"
탈의실을 나가는 둘을 보고 문에 손을 댄다.
"아까 영화, 거실에도 침실에도 화장실에도 창고방에도, 거기에다 부엌이나 서랍, 베란다, 커튼 뒤, 그외 기타 여러곳에 머리가 반쯤 없어진 소녀 유령이 나왔잖아?"
그것과 동시에 문을 닫고 잠근다.
………….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하, 하치만! 여기 열어줘! 안에 들여보내줘!"
"싫어어! 무서워어!"
"뭐, 금방 나갈테니까 둘이서 자고 있어. 그럼"
""냐아아아아아앗-!""
그리고 한동안, 이라고 할까 내가 나올때까지 줄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옆집에 폐가 되잖아. 원인은 나지만.
결국 진짜로 무서웠던 유키노와 유이가하마를 침실로 데려가 셋이서 사이좋게 내 천자로 잤다. 뭐, 유키노하고는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누군가 씨의 꿈과 희망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고만 말해두자.
유키노의 집에 묵고나서 2주일이 지나자, 유이가하마가 있는 봉사부에도 대충 익숙해져갔다.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찔끔찔끔 바디 터치해오지만, 그건 무시하는 방향으로.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마.
지금은 수학 수업을 받고 있지만……왜 유이가하마도 수학도 히에로그리프를 쓰는거야? 그렇게나 이집트를 좋아해? 파라오야?
이야기를 바꾸겠지만, 인간은 자고 있을때 뇌를 정리한다는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요컨대 사람은 자면 잘 수록 머리가 정리되고, 지식으로서 쌓을 수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면학습을 하는 나는 정의이며, 누구도 이것에 대해 비난을 할 수 없다. 왜냐면 과학이 증명하고 있으니까. 과학 대승리!
잽싸게 교과서를 정리하고, 필기도구도 모두 가방에 집어넣는다.
잘 자라.
X X X
사락사락……
"……응"
……어라? 지금……아아, 마침 수학 끝났나. 그렇다는건 나는 완전히 수업동안 졸았다는거로군. 수면학습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 나는 수학의 천재가 되는게 아닐까.
그나저나 왠지 따뜻한데. 모포라도 덮었던가? 아니, 여긴 교실이고. 그런건 없나……아, 좋은 냄새. 그보다 그 전에 나한테 모포를 덮어줄 인물이 같은반에 없었을텐데.
……왠지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유키노와 항상 있기 때문일까, 주위 시선에 민감해져버렸다. 너무 민감해져서 초직감을 사용할 수준
"응, 으응……"
"아. 하치만, 일어났구나"
"……유키노야?"
"맞아"
모포라고 생각했던건 유키노였던것 같습니다. 유키노가 뒤에서 나를 껴안는 형태로, 턱을 내 머리에 올리고 있다.
"뭐 하는거야?"
"하치만이 춥지 않도록, 따뜻하게 해주는거야"
"그러냐. 너, 여기가 우리 반이라는거 까먹은거 아니냐?"
"뭐가?"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다.
"내가 밤길에 등뒤로 찔리기라도 하면, 유키노의 탓이 된다고"
"괜찮아. 누가 너를 찌르기라도 하면 유키노시타가의 총력을 다해서 그 사람을, 가족을, 가정을 붕괴시킨 후에 나도 하치만을 따라 투신할거야"
"뭐가 괜찮은건지 전혀 모르겠다"
옛날부터 붕 뜬 방향으로 사고가 틀어졌는데……뭐, 머리는 좋지만.
"아니면……피해 돼……?"울먹울먹
"그럴리 없잖아. 행복하다 행복 만세"
"후후. 나도 행복해"
그런 얼굴을 보면 거절할 수 없게 되잖아. 너는 책략가냐.
"유, 유키노시타……"
"하치만.이제 점심인데 부실에 오지 않으니까 마중나왔어"
"아-. 그러고보니 수학 다음은 점심이었나. 일부러 오게해서 미안"
"으응. 빨리 만나고 싶었으니까, 미안할 일 없어"
말하면서 더욱 어리광부리듯 세게 안겨온다. 그보다 달콤한 냄새가 비공을 찔러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뭐야, 콜론? 향수? 저거, 같은거?
"저, 저기. 유키노시타……?"
"하치마-안♪"
"야, 유키노. 너한테 말 걸고 있어. 하다못해 반응 해줘라"
"……왜, 하야마"째릿
"아, 아니……그……아, 아무것도 아니야……"
유키노의 눈, 무섭다.
"자, 가자"
"유이가하마는?"
"오늘은 감기 걸려서 쉬는 모양이야. 그보다 같은반인 네가 모르면 어쩌자는거니"
"같은 반 따윈 몰라. 자, 얼른 가자"
"하다못해 부원은 알아둬……뭐, 그런 점도 하치만 답지만"
유키노를 안은 상태로 일어서서, 어부바를 한다. 아, 왠지 자연스럽게 해버렸지만, 여기 교실이었지. 주위에서 드센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읏"
아-, 하야마. 그리 무서운 눈으로 나 보지마. 너한테도 언젠간, 이런걸 자연스럽게 해줄 여자가 나타날거다.
아, 그러고보니 저 녀석 주위는 꽤나 여자률이 높았지. 죽어.
"하치만 따뜻해-"
"유키노도 따뜻해. 뭐, 슬슬 여름도 가까우니까, 도리어 더울 정도지만"
"늘 그렇잖니"
그렇지-.
춘하추동, 올 시즌 항상 달라붙어있으니까. 중학생일때는 주위가 신경쓰였지만, 이젠 그렇지도 않고.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음? 아, 히라츠카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너희들, 교실에서 그건 그만둬라. 딱히 유키노시타가 다친것도 아니잖아"
"헤? 딱히 평소대로 하는건데요"
"그렇구나. 특이한건 없어"
"아니, 어부바하고 있잖아"
""에, 안 되나요?""
이거 안 되는건가? 음-?
"큭……고, 공공 장소에서……게다가 남녀가 그렇게 밀착하면――"
"선생님. 자기가 못한다고 저희들의 사이를 짖으려고 하는건 그만두세요. 질투깊으면 결혼할 수 없어요"
"커헉! 겨, 결혼……결혼하고 싶어……"
……누가 받아줘라. 진짜로.
부실에 도착할때까지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어째선지 바로 시선을 피했다. 게다가 전원 얼굴을 시퍼렇게 지리고. 어째서지?
"후우……있잖아, 유키노. 크헉!"
며, 명치……!?
"딱히 찌지 않았어. 2킬로정도 찌지 않았어"
"말하고 있다 너. 언제나 포옹이나 어부바로 이동하니까 그런거 아냐?"
"므으……어쩔 수 없구나. 한동안은 팔짱을 끼는것만으로도 좋아"
"음. 그거라면 괜찮지 않아?"
아마……응. 괜찮겠지, 그걸로도.
"아, 오늘 도시락은 하치만이 좋아하는것만 해봤어. 얼른 먹을래?"
"내가 좋아하는건 네가 좋아하는거잖아?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찐다"
"크흑! ……머, 먹는 양을 줄여야……"
어라라. 침울해졌다.
"자자, 그렇게 침울해하지마. 혹시 가슴이 커질――"
"잠시 보건실 다녀올게"
빨라!?
어느샌가 부실에서 나가는 유키노. ……먼저 먹을까.
"……응, 맛있어"
확실히 내 위장을 움켜쥐고 있다. 좋아하는 맛이고, 영양도 생각하고 있어서, 채색이 풍부해서 보기에도 좋다.
드륵
"다, 다녀왔어……"
"오-. 어땠어?"
"……1센치……늘었어"
"진짜로!?"
1센치……그거 꽤 바뀐거 아냐? 아니, 모르지만.
"하치만……하치마-안!"
"우오!?"
가, 갑자기 안겨붙지마! 머리부터 떨어져서 아까전의 수면학습 효과가 사라지면 어떡할거야!
……잘 생각해보려고 해도, 수학 공식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테헤.
"잘 됐다. 그래 착하지"
"응.……에헤헤"
유키노 진짜 천사. 미소 진짜 여신.
"아-앙"
"아-, 응. 마시써. 우물, 하치만이 먹여주니까 배로 맛있어"
그저 먹는것 뿐인데 호들갑은.
그나저나 나날이 이 녀석이 만든 밥은 맛있어져가는 느낌이 든다. 무슨 일이든 타협하지 않는 점이 유키노답다.
"뭐, 어쨌든간에 잘 됐구나"
"이것도 매일밤 하치만한테 사랑을 받은 덕분이야. 아얏!"
"이상한 소리 하지마. 아직 그런 짓을 한 기억은 없다"
"아직 이라는건 언젠간 할거란 소리지?"
"아직 그런 관계 아니잖아"
"봐, 또 말했어"
"……얼른 먹자"
"수줍어하는 하치만도 귀여워"
수줍어 하지 않았다. 수줍어 하지 않았다고 이 녀석아. 나는 단연코 인정 못해.
그 후론 평소대로 밥을 먹고, 고양이처럼 달라붙는 유키노의 등이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보냈다. 그 사이에 유키노는 줄곧 책을 읽고 있었지만……나도 읽고 싶슴다.
달의 마지막 일요일. 이 날은 나와 유키노에게 있어 꽤나 특별한 날이다. 뭐, 이것도 유키노의 제안이지만.
토요일은 하루종일 같이 있고, 밤에는 같이 자고, 일요일은……유키노 말하길, 데이트인 모양이다. 데이트로 데레데레시켜서 함락시킨다거나? 죄송합니다, 분에 넘칩니다.
"하치만, 아침인데?"
"으응……"
"하치만? 하치마-안?"
푸니푸니. 뭉클.
"…유히노, 그마네"
뭉클뭉클
"햐왓, 햐치만, 그마헤-"
"너더 그마네"
서로 볼을 잡아당긴다. 매번 생각하지만, 이 녀석 뺨 부드러운건 뭐지? 떡?
"몽실몽실~"
아침부터 안구행복.
"오빠야, 언니야. 슬슬 내려와"
"엄허, 코마히"
"미한미한"
"무슨 말을 하는지 안 들리니까 떨어져.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일요일이잖아? 뭣하면 코마치가 숙모가 되어줘도 좋아. 그 편이 코마치 입장으로는 기쁘답니다"
"그렇다는건, 내가 엄마가 되어도 괜찮니?"
"네!"
"네가 아니지. 유키노도 지나치게 올랐다. 그보다 뺨 비비지 마"
얼굴 가깝다 가까워. 베리 좋은 냄새.
"아, 코마치가 집에서 나가는 편이 좋아? 그러면 돈 쓰지 않아도 되지? 지금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잠깐, 코마치. 그런 돈을 쓸 곳을 가르쳐준 기억은 없다"
"오빠야, 요즘 중학생 잡지 모르지? 요즘은 꽤 과격한게 많아-"
"몰수해서 폐기결정이다"
다음 책 버리는 날은 언제였더라?
"오빠의 시스콘에는 좀 깨는데에"
"그런 차가운 눈으로 보지마. 우옷"
"므으. 하치만, 나를 봐"
"읍-! 읍-!"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다소곳한 꿈과 희망에 얼굴을 묻지 마!
"유키노 언니, 오빠야 죽어버리니까 좀 그만하세요"
"응. 그렇구나. 착란해버렸어"
착란하는건 언제나 그렇잖아.
"아무튼 결국 코마치는 친구랑 놀러갈 예정이 있답니다. 뒷일은 젊은 사람끼리 알아서. 엣헷헷헤"
야, 코마치. 지금 너 되게 아줌마 스럽다. 맞선 자리에 동석하는 아줌마 수준으로 짜증난다.
"하치만, 밥 먹을까?"
"그렇구만. 왠지 매번 미안한데. 이번에는 내가 만들게"
"신경 쓰지마. 하치만이 먹여줬으면 하니까 만드는거야. 애정을 담긴 애처의 아침이야"
"뭐, 확실히 유키노가 시집와주면 기쁘겠는데"
""
……응? ……어머 싫다. 죽었어.
거짓말. 거짓말입니다. 그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채 굳어있는것 뿐입니다.
"유키노-? 유키노 씨-이? ……대답이 없다. 단순한 석상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다. 아래까지 옮겨둘까. 그보다, 지금 대사로 굳어버리다니 얼마나 순정인거야.
새삼 부끄러울일도 아니다.
X X X
결국 내가 전부 다 먹을즈음에 부활했다. 금색 바늘도 갖고 있지않는데 석화에서 회복이라니. 아니, 유키노라면 그럴법한가?
"하치만, 오늘은 어디 갈까?"
"그렇구만……동물원이나?"
"고양이 있을까?"
"아니, 고양이는 없지 않겠어? 사자라면 있겠지만"
"사자라도 좋아"
좋은거냐. 과연 유키노. 고양이과에는 정신이 팔리는가.
"뭐, 나는 하치만이 있으면 어디라도 좋아"
"네네. 이쪽을 보지말고 제대로 테이블을 보면서 밥을 먹어. 갈 곳은 밥을 다 먹고나서 정하자"
"알았어"
정면위치에서 후면위치로 바꾸고, 작은 입으로 연어를 저작한다. 마치 고양이같다. 카마쿠라의 10배는 귀여운데. 진짜 고양이보다 귀엽다.
"하치만"
"예이예이"
쓰담쓰담
"후뉴……"
이 녀석은 왜 하나하나 나의 핵심을 찌르는걸까. 언젠간 이성이 사라져서 덮쳐도 내 탓은 아닐것이다. 귀여운 유키노가 나쁘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답니다"
쓰담쓰담
"므으. 먹는것 정도는 할 수 있어"
"요즘엔 내게 먹여주기만 했잖아"
"젓가락 쥐는법 정도는 잊지 않아"
조금 뚱해지면서도 내게 몸을 맡겨온다. 키가 큰 유키노를 앉히자 마침 머리가 눈 앞까지 와서, 냄새를 그대로 맡아버린다. 그보다, 지금 새삼스럽지만 이 자세 에로하다. 정말로 새삼스럽지만.
"하치만? 왜 그래?"
"뭐가?"
"맥박수가 평소보다 한 템포 빨라. 거기다, 살짝 손이 젖어있어"
"네가 귀여우니까"
"……정마알. ……후후. 나도, 언제나 두근거리고 있어"
"서로 같구나"
"서로 같네. 기뻐"
더욱 몸을 맡겨온다. 어깨에 턱을 얹고 머리를 쓰담쓰담. 이 귀여움은 세계유산 수준이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보호해야할 생물이다. 한 명밖에 업속. 멸종위기종이다.
"자, 어딜 갈까"
"음-. 저번 달은 유원지. 그전에는 동물원. 그 전에는 영화관이고 그 전에는 펫 샵. 그 전에는 디스티니 랜드……아, 수족관에 갈까?"
"수족관이라……그거 좋은데. 그럼 조금 준비하고 올테니까 기다려줘"
"네-에"
발밑에 있던 카마쿠라를 유키노의 팔 안에 안겨주고 방으로 돌아간다.
그것만으로 나한테서 의식이 떨어지는건……슬프기도 하면서 허무하기도 한데……어라? 결국 마이너스 감정밖에 없지 않아?
"여, 유키노. 기다렸지"
"냐- 냐-. 아, 냐치만"
"…………"
"아……~~~~~~으으읏!!!!"
냐치만 발언에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어라……이거 나까지 부끄러워지는데.
"……어, 그러니까. 가자?"
"아, 응……"
조금 거북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거기에 속박될 내가 아니다. 그보다 거북한 분위기는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기분 탓이라고 해두자.
"데이트, 데이트♪"
"지나치게 들뜨진 마"
"들뜨는게 당연하잖아. 한달에 한번 있는 중요한 날이야. ……혹시 하치만은 즐겁지 않아……?"
"항. 얕보지 마. 나는 일주일 전부터 기대하고 있어. 주위에서 히히덕댄다고 걱정할 수준이다"
"유감이지만, 나는 한달 전부터 기대하고 있어. 거기다, 주위에서 히히덕댄다고 하는건 항상 그렇잖니"
"에, 그렇게나 히히덕거려?"
"그래. 내 머리를 쓰다듬을때, 굉장한 얼굴이야. ……나도 남말 못할만큼히히덕대지만"
"……하하. 역시 서로 같구만"
"후후. 그렇구나"
그리고나서 나와 유키노는 주위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히히덕거리면서 수족관으로 향했다. 도중에 이상한 아저씨가 엉켜붙었지만 유키노가 합기도로 던져버려서 격침시켰다. 뭐야 이 아이, 엄청 만능.
"일단 경찰에 전화할까"
"됐어. 이런 인간 쓰레기같은걸 더 이상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그런가"
지금 유키노가 아저씨를 보는 눈이 절대 0도급으로 차가워졌다. 무심코 지갑을 헌상할 참이었다. 내가.
하지만,
"하-치-마-안♪"
그 후의 반동으로 엄청 친근하게 따르지만.
그리고 그때,
"어라? 유키노랑 하치만?"
"응? 하루노 누나?"
"……언니"
"햣하로-. 하치만, 오랜만이야-"
"네, 오랜만이네요"
유키노랑 쏙 닮은 누나, 하루노 누나. 유키노는 하루노 누나가 거북한듯, 언제나 내 뒤에 숨어서 팔에 매달린다. 뭐, 나도 처음에 만났을땐 이 사람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리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어디 외출나가니?"
"네. 수족관에요"
"수족관! 좋겠다-. 나도 가고 싶은데-?"
"안 돼. 오늘은 나랑 하치만의 데이트야. 언니는 집에 가"
"데이트라아. 나도 하치만이랑 데이트하고 싶은데-. 안 돼?"
"안 돼"
어라? 왠일로 유키노가 내 앞에 섰는데.
"후후"생글생글
"므"후샤아-!
위협하는듯한 유키노의 안력을 생글생글 받아흘리는 하루노 누나. 보고있는 이쪽은 거북하지만.
"언니한테 하치만은 넘기지 않아"
"어머. 유키노 모르니? 남자애는 간단하게 빼앗기는거야"
빼앗지 말아주세요. 랄까, 빼앗길 처지가 아니잖습니까.
"뭐 됐어. 오늘은 유키노에게 양보해줄게. 그럼 다음에 봐-"
유키노와 내 옆을 지나, 싹싹하게 가려고 할때――
쪽
"!?"
"바이바-이"
……뺘, 뺨에……얼굴, 가까웟…….
"하치만? 왜 그래?"
"읏. 아, 아무것도 아닌데?"
유키노에겐 사각이 되어서 안 보였나……? 왠지 쓸데없이 죄악감이…….
"……거짓말이구나. 하치만, 거짓말을 하면 내 머리에 손을 올리는걸"
어? 아, 진짜다. 무의식이라는거 무섭네.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
말할게요. 말할테니까 울먹거리지 말아주세요.
"……뺨에 키스 받았어"
""
……어라, 또 굳었다.
"……어쩔 수 없다"
회복할때까지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있을까.
X X X
"읍-! 읍읍!"
"잠깐만! 날뛰지 마!"
부활한 유키노가 대폭주. 뭐, 예상대로였으니까 바로 대처가능했지만.
대금을 치루고 아무튼 밖으로 나간다. 가게 안에서 날뛰기라도 하면 폐가 되니까. 나라면 출입금지시킨다.
"하치만! 어, 어디, 어디 당했어!?"
"오, 오른 뺨……"
"오른쪽……"
유키노의 오른손이 내 왼쪽 뺨에 닿는다. 이런. 싸다귀인가? 한번 맞아본 적이 있는데, 그거 되게 아팠다. 날아갔다고 해도 좋다.
"오른쪽……"
"유, 유키――"
쪽
""
""
……어라? 유키노의 얼굴이 가깝네? 그쪽을 보니 좀 더 얼굴이 가깝잖아? 입술에 뭔가 감촉이있는데? ……응, 이건……해버렸구만.
"유, 유키노……어 그게, 이건……"
"……좀 더……"
"어? 으읍"
얼굴 가까웟. 그보다 키스당하고 있어!?
"읏, 푸핫. 자, 잠깐만 유키노! 이런건 제대로 사귀고나서……아"
"……그래. 요컨대 하치만은 나랑 사귈 마음이 있다, 라는거지?"
"아, 아니. 지금 그건 말이 헛나왔다고 할까, 잘못 말했다고 할까……"
"아니야?"
"단연코 아니지 않아"번뜩
번뜩이 아니잖아. 나 바보 아냐?
"……하아. 알았어. ……유키노, 나는 너를 좋아해. 그러니까 사귀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평생 나를 길러주세요, 부탁합니다"
"마지막 말때문에 엉망이야. ……하지만 그걸 포함해서 전부 좋아해. 전부 정말 좋아해. 전부를 사랑하고, 전부다 사랑스러워.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주세요"
"……이거 대답은"
"그래. 우리들답게……"
쪽
"앞으로도 잘 부탁해. 유키노"
"그렇다고는해도, 지금까지도 반쯤 사귀던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우와아. 잘생각해보니 단순한 바보 커플이잖아"
"그게 우리잖니?"
"……틀림없네"
딱히 사귀어도, 사귀지않아도, 우리들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려고 한들……특별히 없구만. 응.
"후후. 있잖아, 하치만"
"응?"
쪽
……또냐.
쪽, 쪽, 쪽
많아! 키스 많아! 그보다 여기 역 앞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잖아!
"잠깐만 유키노! 여기선……응읍!"
"줄곧, 이러고 싶었어. 읍"
쪽
"전부터 줄곧. 기다리다 지쳤어"
쪽, 쪽
"하치만, 사랑해"
……정말이지. 유키노가 이렇게나 키스에 굶주렸다니…….
"아아. 나도 사랑해"
아마 이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으니까……그러니까 슬슬 목에 감은 팔을 풀어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엄청 부끄러우니까.
……뭐, 평소 스킨쉽이랑 별 차이없나. 아마.
"음……후아아……"
아-, 졸려. 왜냐고?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했으니까. 딱히 유키노랑 이런짓 저런짓 한게 아니야.
그나저나 수업중에 크게 하품을 하다니……아, 지금 현대국어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수업이잖아.
"호오……히키기야. 내 수업은 그렇게 재미없느냐?"
"아뇨, 아닙니다. 하품이라는건 뇌가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 하품을 하는겁니다.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있으면 뇌는 산소를 사용하고, 그 만큼 산소가 필요해집니다. 그렇기 대문에 반사적으로 하품이 나오는 것이지, 결코 제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 엄청 우등생"
음, 완벽하다. 완벽한 변명이다. 변명이 좋지? 네, 좋습니다.
왜냐면 변명이라는건 상대의 분노를 감지할 수 있는 본능적인 동작이다. 요컨대 방어본능이며, 그 본능에 따르고 있는 나는 어떤 의미로 야생. 야수 하치만. 뭐야 그거 멋져.
"그래서? 달리 할 말은?"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좋다. 수업이 끝나면 교무실로 와라"
에. 진짜로? 사과했는데 교무실로 연행이라니, 사기잖아. 교육위원회에 연락하면 이길 수준이다.
마지막 발버둥으로 책상 위에 있는걸 조심히 정리한다. 그리고 수분 보급. 음, 수분 보급은 중요하다.
"히 키 가 야 ?"
"네, 죄송합니다!"
무, 무셔……선생님, 눈이 진심이라고요…….
하아, 어쩔 수 없다. 갈――
"하치마-안!"
"흐걱!"
갑작스런 습격에 무심코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보다, 이 충격은……
"유, 유키노……"
"왜? 아, 알았어"
뭘?
"응"
쪽
"……유키노, 아니잖아"
"뭐가?"
정말로 모르나.
"키스는 어제 잔뜩 했잖아. 아직 학교인데다 다들 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쉬는시간마다 하고 싶어"
그건 지나쳤다.
"……히키가야……"
"아. 아니, 이건 그게……"
"……유키노시타. 지금부터 히키가야에게 설교를 할테니까 떨어져주지 않겠나?"
"싫어요. 하치만과 저의 사이를 찢어놓으려고해도 소용 없어요. 저희들은 사랑하고 있어요. 늦깍이 선생님하고는 다르다구요"
"크헉!"
"구체적으로는 졸업하고 바로 결혼할거에요. 희망은 졸업식이 끝난 날에 하고 싶네요"
"잠깐. 여러모로 잠깐만"
거기까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아니, 결혼할 생각은 있지만.
"훌쩍……우으……오늘은 이만 집에 갈래……"
선생님, 아직 학교 안 끝났는데요?
"아, 하치만. 오늘 도시락은 팥밥이야. 기대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키스를 하고 만면의 미소를 짓고 교실을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교실안은 소란스러워진다.
"히, 힛키-! 유, 유키농이랑 사귀는거야!?"
"아, 아아. 어제부터"
"어제……하, 하하. 그렇구나……응,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네에……중학교때부터니까……축하해, 힛키. 유키농을 울리면 용서 안할거야!"
"어, 어어……?"
뭐, 상당히 날카로워서 민감해진 나다. 유이가하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바로 헤아릴 수 있다.
"미안. 유이가하마"
"응……역시, 힛키는 다정하구나"
마지막으로 미소를 짓고 톱 카스트 자리로 돌아가는 유이가하마. 그 대신에 이번에는 하야마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히키타니…점심시간에 할 얘기가 있는데"
"할 얘기가 있는 놈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녀석하고 할 얘기는 없다"
"잠깐만 너. 하야토가 말하는데 뭐야 그 말씨"
우와아……왠지 요즘 여자애라는 느낌인 애가 노려봤다. 뭐야 저 사람 무서워. 좀 쫄아버렸잖아.
"유미코"
"읏……흥"
"미안. 히키가야.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 주지 않겠어?"
"……딱히 상관없어. 유키노한테 허가를 받으면. 그건 네가 설득해라"
유키노에게 전화를 걸자, 한번의 뜸도 없이 바로 받았다. 여전히 빠르구만.
"아, 유키노? 지금 괜찮아?"
『그래, 괜찮아. 무슨 일이야?』
"하야마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대. 부탁한다, 얘기해줘"
『……알았어』
"미안"
말없이 노려보는 하야마에게 전화를 건낸다. 왜 나를 노려보는거야? 무섭다, 무서워.
"……유키노시타? 히키가야랑 점심시간에 할 얘기가……아, 그게……그러니까……미, 미안……아니, 그건……무, 무리……읏……미안해……죄, 죄송합니다 유키노시타 님……"
어, 뭐야? 왜 마지막에 유키노시타 님이라고 부른거야? 저 녀석, 무슨 소리 한거야?
"……휴대폰 고마워……"
"어, 어어……"
휴대폰을 건내고 진심으로 울려고 하는 얼굴로 교실을 나갔다. ……어라……어쩌면 좋지?
"잠깐! 하야토! 너, 하야토한테 무슨 짓 한거야!?"
"나는 아무짓도 안했다. 유키노랑 전화했더니 왠지 울었어"
"……유키노시타……"
아, 이번에는……드릴 머리가 교실에서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반 애들이 조금씩 웅성이기 시작했다.
어라……나는 어쩌면 좋지?
결국, 하야마와 드릴 머리가 돌아온건 오전 수업이 다 끝난 후였다. 둘 다 눈이 부어있어, 울었다는게 훤히 보였다.
그보다, 드릴 머리도 울렸나. 과연 유키노 씨. 그것에 동경한다!
"힛키, 오늘은 유키코랑 같이 밥 먹을게?"
"음, 그런가. 그다지 나랑 유키노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신경쓰여! 밥 먹을때 옆에서 히히덕거리면, 거북하잖아!"
"그, 그러냐. 그럼 방과후에는 올거지?"
"응. 나도 봉사부 일원이니까"
"알았다. 그럼"
"응. 또 봐"
정말이지, 분위기 읽는 애는 바쁘구만. 나라면 커플 옆에서 라노벨을 당당하게 읽을 수준.
"하치만!"
"어, 유키노. 뛰어와도 괜찮아?"
"하아, 하아. 무, 무리일지도?"
"어이어이……"
체력이 너무 없잖아, 유키노 씨.
"하치만 업어줘-"
"네네"
여기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거절해야하겠지만, 유키노의 얼굴을 보면 도저히. 응?
"있잖아, 왜 오늘은 팥밥이야?"
"어제부터 정식으로 사귀게 됐잖아? 그러니까 그거 축하야"
"어제밤은 연어를 먹고 오늘 아침은 장어, 카레, 소간요리……뭔가 타의가 있는것 같은데"
"응, 그래"
"쉽사리 인정하는구만"
"뭐, 팥밥은 사전축하야. 오늘밤에 첫 아이가 생길거니까"
"붓!"
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그, 그런건 아직 이르지 않아? 거, 거봐, 우리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고. 아이는 졸업하고나서 키우는게 이상적이라고 할까……"
"어머. 유키노시타가의 힘을 쓰면 육아에 곤란하진 않아"
"그게 아니라……그보다, 아이 정도는 우리 손으로 기르고 싶잖아. 그걸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공부하고나서 해야지"
"그, 그렇구나. 응. 우리들의 손으로……후후"
……왜 이 녀석은 이렇게나 행복한 얼굴로 나의 마음을 자극하는거야? 너무 귀엽잖아 젠장.
"아, 그렇지. 하치만, 내일 방과후에 시간 돼?"
"……내 예정을 묻는거야?"
네네. 어차피 예정의 예자도 없다구요.
"그럼 내일 나랑 와줬으면 하는 곳이 있어"
"헤에. 어딘데?"
이때, 나는 거짓말이라도 예정이 있다고 해두면 좋았을걸 이라 후회했다.
"실가야. 어머니가 데리고 오래. 오랜만에 같이 밥먹고 싶은 모양이야"
"……진짜냐……"
그 사람들이랑 먹는건가……뭐, 처음은 아니지만……이런. 도망치고 싶다.
"사귀게 됐다고 말하니까, 기쁘다면서 돌아오래"
"그 사람이 기쁘다니……상상할 수 없는데"
"어머니도 너를 마음에 들어하니까 당연한게 아닐까"
"……어쩔 수 없다. 알았어"
내일인가……가고 싶지 않은데.
"아- 집에 가고 싶다. 바로 가고 싶어"
"하치만, 각오를 하렴"
무리 싫다 집에 가고 싶다. 왜 레벨1 용사가 난데없이 마왕성의 근거지에 뛰어들어야 하는건데.
유키노시타 본가로 가는 벤 택시. 그 중에는 긴장하는 나. 냉정한 유키노가 옆에 나란히 앉아있다.
지금 나의 긴장지수로 말하자면, 남이 보면 가볍게 식겁할 수준.
"괜찮아. 어머니는 하치만을 마음에 들어하는걸"
"하, 하지만……"
"……긴장하는거면, 손바닥에 사람이라고 쓰고 삼키면 된다고 해. 뭐, 어차피 미신이니까 그런 시답잖은 짓을 하는 사람은 적겠지만"
"어? 긴장할때는 사람을 삼키라고? 나한테 카니발○즘 취미는 없어. 그보다 하는 사람이 적다니, 보통은 없는거잖냐. 에,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카니발○즘하는 녀석 있어?"
"너무 당황했어. 아무도 식인주의 얘기는 하지 않았어. 정말이지, 하는 수 없다니까……"
쓰담쓰담
이, 이건……!
"의, 의외로 좋은데……이거……"
"그치? 나도 하치만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언제나 진정이 돼. 앞으로는 나도 해줄게"
"……고마워"
확실히 진정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정이되면……
X X X
"막상 집에 도착했을때 긴장 리바운드가 대단해……"
언제 봐도 큰 집이다. 그 만큼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저택이나 맨션, 가게가 늘어선 가운데 그 중에서도 한층 이채를 뿜고 있는 서양풍 건물. 정말 오러가 다르다.
"어서오십시오. 유키노 님, 하치만 님"
"다녀왔어요. 자, 하치만. 들어가자? 에스코트 부탁할게"
어, 어어"
에스코트는 해본 적이 없다고. 뭐야, 먼저 걸어가면 대?
일단 팔장을 끼고 사용인이 열어준 문을 지나간다.
대리석 현관이라니 돈이 꽤 들었겠는데. 그보다, 그걸 밟고 있는 나라던가, 일반 피플치고는 너무 크잖아.
"유키노 님, 하치만 님. 사모님은 이미 식당에 계십니다"
"알았어"
모르겠다만. 그보다, 식당이라니 뭐? 그런거 정말로 있어? 거실에서 밥을 먹는 나는 모른다.
붉은 융단 위를 긴장하면서 걷는다. 아, 화장실 가고 싶어졌다.
"유키노, 화장실 가고 싶은데……"
"참으렴. 내가 같이 있어. 긴장하지 않아도 돼"
아니, 분명 FBI나 SAT가 호위해도 긴장할거야. 슬슬 긴장한 나머지 토할것 같다.
"도착했어"
"어……어어……"
"……정말이지. 남자라면 배짱을 보이렴"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뺨에 닿는다. 눈에 비치는 유키노의 길다란 머리카락, 좋은 냄새, 사랑스런 얼굴.
……좋아.
"갈까. 물론 레이디 퍼스트로"
"각오를 정했을때 하치만의 얼굴, 정말 좋아해"
쪽
……지금이라면 한마 ○지로한테도 이길 수 있다. 왠지 엄청 자신감이 붙었다.
가볍게 노크를 하니,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이 아플만큼 맥박치고 있지만, 이제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실례합니다"
이 집에 오는것도 처음은 아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 식당에 오는것도 처음은 아니지만……이 광경은 처음이다.
"햣하로-, 하치만"
유키노의 언니이며 항상 적으로서 맞서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누나.
"안녕 하치만. 오랜만이구나"
딸바보.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아버지, 이름은 할애. 나는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다.
"오랜만이구나, 하치만"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까지 꿰뚫어보는듯한 날카로운 안광. 유키노와 하루노 누나와 쏙 닮은 미인. 유무를 말하지 않겠다는 오러를 두른, 내 입장의 견해로 대마왕 확정인 어머니. 이름은 할애. 나는 아줌마라고 부르……아, 죄송합니다. 장모님입니다.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주세요. 기절할것 같습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평상심. 평상심. 항상 마음을 평탄하게 가져라. 이럴때는 과거의 트라우마를……아니, 그 보다도 유키노와 추억을 떠올리자.
……좋아. 진정했다.
그나저나 유키노시타 집안이 전원 모여있는 광경을 처음 봤다. 희귀함 10배, 무서움 100배.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유키노, 어서오렴"
"오오! 나의 아름다운 천사야! 어서와라!"
우와아……여전하시구나, 아저씨. 변함없는 불쾌감에 내가 식겁했다.
"자, 앉으렴"
"실례하겠습니다"
"시, 실례합니다……"
사용인이 의자를 빼주어서 자리에 앉는다. 뭐야 이거 완전 부자.
눈 앞에 펼쳐진 호화찬란한 요리들. 본 적이 없는 요리도 있지만, 어떻게 먹으면 되지? 그보다 먹어도 돼?
"여보"
"아아. 그럼 주역도 모였으니 건배 선창을 하겠습니다. 건배!"
"건배-!"
"건배"
"하치만, 건배"
"거, 건배……"
하루노 누나, 당신만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아무튼, 수박 겉핥기식 매너를 구사하여 요리를 먹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서양절충 풀 코스에서 매너도 뭐도 없지만.
"그럼 하치만"
"아, 네!"
"후후.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주겠니"
"하, 하아……"
긴장한다고요. 갑자기 말을 걸었으니까요.
"그래서, 손자는 언제 볼 수 있니?"
"읏! 콜록, 콜록!"
갑작스런 소리에 목이 막혔다. 그보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 사람!
"그, 그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괜찮아. 유키노라면 학업도우수하고, 조금 휴학해도 문제 없는걸"
있다고요!
"하, 하지만 저랑 유키노의 아이는 저희들이 기르고 싶습니다. 아직 학생이니까 거기까지는"
"……둘이서 기른다라……우리들이 떠오르는걸. 당신"
"그렇네요. 풋풋했던 그 무렵의 저희들을 보는것 같네요"
과거를 그리워해도 곤란한데요.
"유키노, 유키노"
"……왜, 언니?"
"벌써 했어?"
"했어? 뭘?"
"하, 하루노 누나! 그런거 묻지 말아주세요!"
"음-. 그 반응으로하면 아직 동정이구나"
"하다못해 DJ라고 해주세요!"
반론은 하지 않겠지만! 할 수 없지만!
"하, 한다니……그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 숙이는 유키노. 귀엽다 진짜 천사.
"그래, 아직 기성사실은 하지 않았구나……뭐,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운 연애를 해줘야지. 졸업하면 제대로 손자를 보여줘야해"
"알고있습니다, 장모님"
아-, 나랑 유키노가 결혼하는건 결정됐구나. 부정하진 않겠지만. 결혼하고 싶고.
"하치만. 아이는 몇 명을 원하는가?"
"그, 그게……둘 일까요"
"나는 축구팀 다섯팀은 만들거라고 전에 말했는데"
"전보다 늘어났다"
그보다, 아이 55명이라니, 어떻게 할건데. 무섭다고 그거.
"……뭐, 어쩔 수 없구나. 결혼, 손자, 기타 등등은 졸업하고나서 하자"
휴우. 다행――
"단지, 이것만큼은 써줘야겠어"
"……써요?
장모님이 사용인을 부르고, 시커먼 사각 받침을 갖고왔다. 그걸 내 앞에 보여준다.
『혼 인 신 고 서』
……진짭니까…….
이미 유키노의 이름은 쓰여져 있고, 도장까지 찍혀있다. 남은건 남편이 될 사람이 쓰는곳만이 공백으로 되어 있었다.
"하, 하지만 도장이……"
"여기"
사용인이 꺼낸것은 하나의 도장. 아니, 그거 우리집거잖아!
"하치만네 어머니께 부탁했더니 바로 빌려줬어"
뭐하는거야, 그 사람!?
"……아, 아직 이른게――"
"남자라면 잠자코 쓰렴"째릿
"아, 네!"
떨리는 손을 잡음녀서 어떻게든 깨끗한 글자로 써간다. 장모님 진짜로 무섭다.
다 쓰고나니 사용인이 다섯 명 정도 달라붙어서 누락한 곳은 없는지, 오자탈자가 없는지 확인한다.
없었는지, 장모님에게 그걸 갖고 갔다.
"……좋아. 그럼 엄중하게 금고에 보관해두세요"
"알겠습니다"
아아……내 미래, 정해져버렸다…….
"그럼 하치만. 네 장래인데, 유키노시타가의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세요. 당신의 아버지처럼은 되지 않도록 할테니, 그 점은 각오하세요"
"……아버지를 알고 계십니까?"
"그래요. 당신의 부모님과 우리는 고등학교시절 동급생이니까요"
""!?""
그런 얘기는 들은적이 없었는데. 그보다 유키노도 놀라고 있는건 몰랐던건가, 너도.
"그의 비뚤어진 여성관은 옛날부터 그랬죠. 결국은 갱생은 못했지만, 그녀와 결혼해서 일단 안심했어요"
"그렇지. 그 녀석, 나한테까지 여성은 사기 덩어리라던가, 미인은 조심해라고 하니까……나 참"
아버지. 당신 유키노시타가의 사람한테 무슨 소리를 한거야?
"그런 비뚤어진 남자가 되선 안 됩니다. 다정한 구석은 이어받은 모양이지만, 그 이외에는 전부 배제합니다"
오 마이갓. 내 인격 전면 부정함까.
"하치만, 괜찮아. 내가 함께 있는걸"
"유키노……아아. 일단 힘내볼게"
힘내는 척을 하고, 실은 힘내지 않는다. 나의 특기 중 하나다.
"……그럼 딱딱한 이야기도 여기까지하고, 식사를 재개할까요"
나로선 이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딱딱한데요.
"하아……어떻게든 다 먹었다……"
극히 평범하게 힘냈지만, 그것만으로 지쳤다. 평범하다는건 의외로 지치는구나.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리!
"응? 코마치?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빠가 사랑하는 코마치에요-』
"무슨 일이야?
『아니-. 코마치 오늘 친구네 집에 자고 갈거거든-. 엄마도 아빠도 집에없으니까 오빠는 열쇠가 없어. 이거 의미 알겠지?』
"……설마……"
『예스! 그럼그럼, 유키노 언니한테 잘 부탁해-!』
"잠!"
……끊겼다…….
"……어쩔 수 없다. 장모님한테 부탁할까"
라고는해도 어디에 있는지…….
"아, 하치만. 왜 그래? 화장실?"
"아, 하루노 누나. 실은……"
열쇠가 없어서 집에 못 돌아간다는것, 여기에 묵기 위해 장모님이 있는 곳을 안내해줬으면 하는걸 전달하자, 기꺼이 안내해주었다.
"있잖아, 하치만. 지금부터라도 나하고 결혼하지 않을래? 유키노가 못하는걸 잔뜩 해줄게"
"아뇨, 사용하겠습니다. 저는 유키노를 좋아하니까요"
"그걸 빼앗는거, 왠지 흥분 되네"
어이어이.
"……이제 그런 연기는 그만두죠"
말했다. 그만 말해버렸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 이런 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이미 늦었나.
"……후후. 무슨 의미니이? 누나 잘 모르겠네-♪"
"지금까지 한 소리도, 그때 했던 키스도, 전부 연기잖아요. 언제까지고 결심하지 않는 저와 유키노를 붙이기 위해서"
"……흐-응. 그 이유는?"
"우선 지금까지 언동이나 행동으로 유키노의 연적이라는 입장이 된다. 유키노는 그에 지지 않겠다며 같은 학교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나에게 들러붙는다. 하지만 나와 유키노는 사귀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당신은 그 때 키스해서 유키노의 진짜 연애감정과,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생각대로 저와 유키노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노 누나는 그저 잠자코 듣고 있었다.
"뭐, 유키노와 사귀게 되어서 그건 기쁩니다. 감사하고 있어요"
"……아하하! 거기까지 간파했구나아! 과연 하침나! 옛날부터 변함없구나! 아, 엄마는 여기 있어"
"감사합니다"
장모님이니까 바로 준비해주겠지.
"아, 그러고보니 하나 잘못 안게 있어"
"뭡니――"
눈 앞에 확대되어 비치는 하루노 누나의 얼굴. 목 뒤로 감겨진 팔. 입술과 입술이 겹쳐져, 놓치지 않겠다는듯 굳세게 껴안아온다.
1분은 그랬을까. 아니면 10초? 시간 감각을 모를 만큼 충격적이었다.
"응-. 푸핫. ……후후후"
"무, 무무무, 무슨……!?"
"확실히, 유키노랑 하치만이 사귀어주면 나로서는 기뻐. 하지만 나 자신도 좋아해"
귀엽게 윙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져간다. 갑작스런 일에 조금 방심해버렸지만, 지금은 잠자리 확보다.
"장모님, 잠깐 괜찮습니까?"
"하치만? 그래, 좋아"
"실례합니다"
각오를 정하고 나서, 만나니, 조금이지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출처는 나. 맞을 각오로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가면 한대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장모님에게 잠자리 일을 말하니, 눈동자 속이 희미하게 빛나던걸 놓치지 않았다. 뭔가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계시구만.
"알겠어. 바로 준비할게"
"감사합니다"
"후후. 분명 놀랄거야"
놀라?
사용인의 뒤를 따라가니,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여자애다운 독특한 냄새가 비공을 찌른다. 랄가, 이 냄새……
"……하치만? 무슨 일이야?"
"역시 유키노의 방인가……"
확실히 놀랬다. 보통 손님방으로 안내할텐데, 난데없이 이 전개는 놀라지.
"아니, 오늘 집에 못 돌아가서 말야. 사용인에게 안내받았는데, 설마 여기일 줄이야……"
"요컨대 오늘도 하치만이랑 잘 수 있는거지?
"아아. 우옷"
기뻐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안겨붙는 유키노. 하지만 바로 눈썹을 찡그리며 떨어졌다.
쉭쉭. 킁킁
"뭐, 뭔데……"
"……언니의 냄새가 나"
네 코는 개냐? 고양이 좋아하면서 그런거냐.
"자, 잠깐만. 장모님의 방으로 안내해줬어. 그때 붙은걸거야"
"흐-응……좋아. 먼저 목욕하러 들어가. 옷은……어머, 갖고 있네"
"어?"
발밑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소지하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준비가 좋구만 어이.
"욕실은 어디야?"
"여기야"
팔장을 끼면서 욕실로 안내받는다. 탈의실에서 욕실 안까지, 전부 노송나무로 되어 있는 욕실이다.
"……뭐야 이거"
우리 집하고는 너무 다르다. 이게 격차사회라는건가…….
"그럼 방에서 기다릴게"
"어"
X X X
남자의 목욕 장면은 할애. 누가 좋아하는데.
"다녀왔어-"
"어머, 어서와"
침대에서 책을 읽고있었는지, 고양이 북 커버가 달린 책을 몇 권 두고 있었다.
"하치만, 여기 앉아"
"예이예이"
유키노의 말대로 침대에 앉아, 유키노를 무릎 위에 앉힌다. 이 녀석도 샤워를 했는지, 머리카락에 살짝 윤기가 나오고 있다.아니 언제나 매끄럽지만.
"나, 지금 행복해"
"아아. 나도 행복해"
"정말로?"
"물론이지"
"……기뻐"
몸을 맡겨온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고 키스를 한다. 역시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키스가 최고다. 뭐, 하루노 누나의 키스도 장난 아니었지만.
"졸업할때까지 앞으로 1년 반 정도구나. 기대가 돼"
"바람은 피우지 마라?"
"나는 하치만 이외의 남자는 벌레라고 생각해. 벌레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는 없는걸"
"그런가. 그럼 안심이다"
짧으면서도 길다. 하지만 그런 연인이라는 시간이 소중하니까.
오늘은 필요이상으로 달라붙지 않고, 유키노와 대화하면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만끽했다.
"있잖아, 하치만"
"……왜?"
"너랑 나의 관계는?"
"……약혼자지"
"그래. 약혼자야"
"아아……"
"그래서. 이렇게 귀여운 약혼녀가 있는데 왜……"
유키노는 일어서서 내 앞에 가슴이 큰 여성이 그려진 책을 내밀었다.
"이런걸 갖고 있는거니!?"
"이런거라니, 실례다"
"……왜 그렇게 당당한거니? 게다가……가, 가슴……"
"가슴? ……아아, 그거 말이구나……"
그보다 이 녀석, 제대로 표지 못 보잖아. 이렇게나 착란해버리다니 으음…….
"하치만……나, 매력 없어?"
"그렇지 않아. 나는 너 말고 보이지도 않아"
"그럼……어째서?"울먹울먹
하우왓!? 귀, 귀엽다…….
"착하지 착해. 이쪽으로 와, 이리로 와"
"응……"
유아퇴행하는 유키노를 껴안고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있잖아, 유키노. 이 책의 이름을 제대로 읽어봤어?"
"이름?"
빤히……
『매○진』
"……매거진? 뭐야, 이거?"
"이건 말이야. 만화야. 소년의 소년에 의해 소년을 위한 만화. 오K?"
"……다행이다아……"후냐
그 미소가 나의 하루 원동력입니다.
하지만……수영복 여성이 실려있는것 만으로 에로책 확정하는 유키노 진짜 순정. 그게 귀여워서 죽을 수준.
"하지만, 유키노"
"왜에?"
"왜 평일 아침 5시에 여기에. 우리 집에 있냐"
그래, 지금은 아침 5시. 갑자기 두들겨 깨워져서, 정좌하고, 매○진을 눈 앞에 들이대여진 것이다.
"그게 말야? ……커흠. 하치만을 놀래켜주려고 이른 시간에 집에 왔어. 아침밥을 만들기 전에 방 청소를 하려고 했더니, 이런게"
"불법침입이라는 단어, 알고 있어?"
"그 정도는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불법도 뭐도 아니야. 나는 사랑하는 남편이 사는 집에 온것 뿐이야"
"……그, 그러냐……"
그렇게 똑부러지게 사랑한다고 들으면 부끄럽잖아. 어? 언제나 부끄러운 짓을 한다고? 시끄러워!
"그나저나 아직 시간은 있는데"
"아이 만들래?"
"어째서 그렇게 되는건데"
아침부터 발정하지는 않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자. 나도 도울게"
"괜찮아?"
"키워질 생각은 있지만, 베품을 받을 생각은 없다"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좋아. 하치만이랑 나랑 사귀고나서 처음으로 하는 공동작업이구나"
"앞으로 잔뜩 처음을 많이 해가면 돼"
……왠지 외설스럽게 들리는건, 내가 사춘기라서 그런가?
"아, 그 전에"
"왜 그래. 유키――"
쪽
"아침 키스"
"……진짜 신혼부부네"
부부는 이런건가……왠지 엄청난 감동.
"그럼 이번에는 하치만부터"
"어"
쪽
"……하치만……"
쪽
"유키노……"
쪽쪽
그리고나서 1시간 정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줄곧 키스를 했었습니다. 코마치의 난입이 없었으면 언제까지고 계속했을 수준.
학교까지 자전거로 둘이서 타고 가며, 손을 잡으면서 교사로 들어간다.
이미 학교 녀석들에겐 우리들의 일은 퍼졌는지, 질투나 선망의 눈빛이 나에게만 꽂히고 있다. 지금까지 일을 보아왔으니까, 새삼 그런 눈을 해도……응?
"아직 HR까지 시간 있지. 하치만의 교실로 갈까?"
"가봐야 할건 아무것도 없어"
"알콩달콩할 수 있어"
"그것도 그런가"
여기서 납득해버리는 나는 상당히 좀먹은걸까.
"아, 유키농. 힛키, 얏하로-"
"어머, 유이가하마. 안녕"
"여어"
"에헤헤. 우와-, 여전히 찰딱 달라붙어있네. 아침부터 너무 달짝지끈해서 숨이 막힐것 같아"
"숨이 막힌다는 말을 알고 있었냐. 가하마 씨도 성장했구만"
"그 정도는 알아! 힛키, 너무 바보 취급해!"
그러니까 힛키라고 하지마.
담소하면서 교실로 들어가니 반 안의 녀석들이 시선을 보냈다. 너희들, 그렇게나 나랑 유키노가 알콩달콩거리는게 마음에 안 드냐.
"그럼 유키농. 방과후에 봐"
"그래"
유이가하마, 그렇게 뿅뿅 뛰면서 걷지마. 팬티 보이잖아. 핑크색.
"후우"
"영차"
내 무릎 위에 앉아 몸을 기대오는 유키노. 요즘 폭 안기는게 좋은 모양이라, 내가 유키노를 안아주기 좋은 형태가 된게 아닐까 의심할 수준.
"……행복해"
"그렇구만……행복하다"
세간 일반적으로 행복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나랑 유키노는 상대가 거기에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돈을 벌어는것도, 몸을 겹쳐 나누는것도 아닌, 그저 그곳에 상대가 있는것 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유키노, 슬슬 시간이야"
"그렇구나. 유감스럽지만 교실로 돌아갈게. ……아, 그래 하치만. 다음주 토요일에 시간 되니. 라고할까 예정 없다고 했지? 하치만은 나랑 코마치말고 일정이 천지가 뒤집혀도 있을리 없는걸"
"심한 소리 하는구나, 내 인생"
하지만 반론할 수 없다. 그 말대로니까.
"그럼 반지사러 갈까?"
"반지?"
"그래. 결혼반지야"
그 단어에 반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랑 유키노 주위만 통상운행.
"아아. 괜찮긴 한데……나, 돈 없다"
"출세하고나서 갚아도 돼. 이번에는 어머니가 내주는 모양이야"
그 사람, 왠지 사전조치가 대단한걸.
"장모님이……하지만 말야……정말로 괜찮겠어?"
"응. 오히려 집을 사주고 싶다고 했는걸. 반지랑 새집, 어느걸 원해?"
"새집은 아무리 그래도 사양할게. 그보다, 둘 다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있을거라 생각해?"
……그렇지요-.
"……알았어. 출세하고나서 갚을게"
"그래. 약속이야"
쪽
마지막으로 가벼운 키스를 하고 유키노는 교실을 나갔다. 그것과 엇갈리듯 들어오는건 반야의 얼굴을 한 하야마다.
"히, 히키가야……1교시가 끝나면 조금이라도 좋아. 얘기를 하고 싶어"
"……알았어. 수업 준비시간이라면 좋아"
"……알았어"
우와아. 하야마 씨 진짜 아수라. 안면이 엄청 무서운데요.
하느님 부처님 유키노 님. 아무쪼록 피를 보지 않도록 해주세요.
수업이 끝나고 하야마에게 납치당하는것 처럼 교실에서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눈 앞에 테니스 코트가 보이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부는 곳이었다. 이런 좋은 곳이 있었을 줄이야. 맑은 날은 여기서 밥을 먹는것도 좋겠다.
"히키가야, 아까 유키노시타가 말했던 결혼반지는……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냐니, 그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나, 졸업하면 그 녀석이랑 결혼해. 장모님이랑 장인어른의 허가도 받았고, 혼인 신고서도 썼어"
도망칠 곳이 없었다고. 싫은건 아니지만, 아직 이르다고는 생각한다.
"……하, 하하……정말, 이구나……젠장"
……뭔진 모르겠지만, 돌아가지 마라. 나보고 어쩌라고?
"하치만, 왜 그래?"
"우왓!? 유, 유키노구나. 놀래키지 마"
"그보다, 이런데서 뭐 하는거야?"
"……하야마가 결혼반지에 대해서 진짜냐고 물었어. 진짜라고 대답하니까 왠지 눈물 흘리고 돌아갔어. 어째서지"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질리네"
"포기해?"
"……나, 중학생일때 그에게 고백받았어. 그 무렵부터 하치만을 좋아했으니까 일도양단으로 거절했지만"
아, 저 녀석, 유키노를 좋아했나. 그래서 하나하나 파고들었구만.
"……응? 유키노, 너 왜 여기 있는거야?"
"하치만이랑 하야마가 창밖으로 보여서 급히 왔어. 하치만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너는 하야마를 살인귀로 착각하지 않냐?
"하아.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마"
쓰담쓰담
"후아……에, 에에. ……후후. 기분 좋아……"
………….
꼬옥……
"히얏!"
"유키노, 되게 귀여워"
"……고, 고마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유키노 진짜 여신.
띵-동-댕-동(생략
"아, 종 쳤구나"
"지금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정말이지. 어리광쟁이라니까"
"싫어?"
"그럴리 없잖아"
쪼옥
"좋아해, 하치만"
"사랑해, 유키노"
그 1시간. 나랑 유키노는 수업을 땡땡이 쳤습니다.
그 시간이 히라츠카 선생님의 수업이라는걸 잊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네. 정답.
"하치만……음냐……"
유키노의 안고자는 배게가 되어 있습니다.
뭐, 유키노네 집에 놀러가서, 그대로 알콩달콩하다가 유키노가 껴안은채로 잠들어서 침실에서 같이 자고 있는것 뿐이지만.
그나저나 가볍구만, 이 녀석. 하루밤 내내 내 위에 올라탔는데, 숨쉬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유키노. 어-이, 오늘은 토요일이야-"
"……새근"
"……어-이"
뺨을 몽실몽실.
"으응……음냐……"
몽실몽실. 쭈욱-.
"후햐……냐?"
"여. 겨우 일어났나"
그나저나 진짜로 말랑말랑하네. 마쉬마론? 너무 부드럽잖아.
"햐와와, 햐치먄, 나뎌"
"오오. 미안미안"
"아으……정말. 너무하잖아"
"미안하대도. 자자"
쓰담쓰담
"응……후후. 좋은 아침, 나의 왕자님"
"좋은 아침, 나의 공주님"
……싫다. 무슨 부끄러운 소리를 하는거야, 우리들. 구멍이 있으면 묻히고 싶다.
"……으응. 슬슬 일어나자. 오늘 반지 사러 갈거잖아?"
"맞아. 어떤게 좋을까?"
"예산 상한은?"
"100만엔이야"
……이게 격차사회라는건가…….
"배, 백만엔은 좀 비싸지 않나?"
"1인당 100만엔이야. 어머니가 100만엔 이하는 유키노시타가의 수치니까 그만두래"
"……새삼 생각하지만 너네집 부자구나……"
"그건……이번 일로 나도 새삼 그걸 실감했어"
……뭐, 유키노시타가니까.
"그러는김에 나도 유키노시타 하치만인가……"
"굴림 나쁘네"
냅둬.
"아, 하치만. 아침……"
"오, 깜빡했다. 뭐, 안고 있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나도, 안겨져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지만,"
쪽
"이거랑 그건 별개"
"……유키노……혀 넣어도 돼?"
"하, 하치만이……그러고 싶으면……"
"유키노……"
쪽, 츄릅쪼륵
"후아아……"
츄릅, 찔꺽, 할짝
우와-아. 딥 키스 되게 기분 좋잖아. 이런, 이성이 못 버티겠다.
"유키노, 나……"
"……좋아. 와줘"
"유키――"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띵띵띵띵도옹……
『유키노-! 하치마-안! 놀러 왔어-!』
"……저 사람은……"
"언니……"
하아…… 나중으로 미룰까…….
결국 유키노의 집을 나온건 2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무슨일이 있었냐고?
하루노 누나한테 오늘 일정을 말한다.
↓
가고싶다고 조른다.
↓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집에 보낸다.
↓
방심한 틈을 찔러 쓰러뜨려저서 유키노의 눈 앞에서 격렬하게 깊은 키스를 당한다.
↓
수라장은 강력한 결계마법인거네요!
↓
유키노 운다.
↓
둘이서 달랜다.
↓
결국 1시간동안 키스하고서야 겨우 진정됐다.
여기까지 2시간. 아침부터 우리들 뭐하는거야.
유키노가 보아둔 보석상이 조금 먼곳에 있어서 유키노시타가의 차로 이동중.
유키노는 나의 무릎 위, 정말 좋아하는 홀드 중. 하루노 누나는 옆에서 쓴웃음중.
"우으……하치만. 시러……"
"그렇지-. 유키노 말고랑 키스하면 싫지-. 하루노 누나, 장난이 지나치다구요"
"나는 농담이"
"하루노 누나"
"뿌-. 알았어. 유키노. 미안해?"
"히끅……하치만, 안 뺏을거야?"
"안 뺏어, 안 뺏어. 나는 둘의 아군이니까. 응?"
"……응"
유키노, 언제나 가족들 앞에선 늠름한데, 그럴 짬이 아닌것 같다.
"하루노 누나는 어디까지 갈겁니까?"
"음-. 실은 따라가고 싶지만, 유키노가 이러니까……역 앞에서 산책하고 나서 갈거야"
"알겠습니다"
보석상에 가기 전에 역 앞에 도착하고 하루노 누나는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도중에 남자에게 얽혔지만, 뭐라 한 마디 하자 남자는 떨어졌다.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저 사람.
"츠즈키 씨,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하치만 님"
우왓, 부끄러워.
"……유키노, 괜찮아?"
"응……이제 괜찮아. 미안해, 착란해서"
"정말이지. 하지만, 지금 떨어지는건 위태롭겠지……"
"그렇구나……그럴거야. 하치만이 안전벨트가 되어주면 좋겠어"
"……요컨대?"
"……좀 더 세게……안아줘"
"네네"
꼬옥
"앗……"
"이거면 돼?"
"응. ……안심 돼"
유키노가 안심해준다면, 이 정도는 쉬운 일이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먼저 유키노가 내리고, 뒤로 내가 내린다.
그리고 눈 앞에는 쓸데없이 거대한 보석상……이 아닌, 호텔?
"뭐야 이거?"
"현의원 전용 호텔이야. 여기 1층에 보석상이 있어"
과연 장인어른의 딸. 이런곳에서 사는건가…….
"유키노시타 님, 히키가야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안으로 들어오시죠"
초로의 남성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우리들을 안내하러온다.
"다녀오세요. 유키노 님, 하치만 님"
그만! 왠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자, 오른팔이 약간 무거워졌다.
"에스코트 부탁해, 하치만"
"……아아"
에스코트 같은거 지금까지 세볼 정도 밖에 없어. 뭐, 평범하게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초로의 남성 뒤를 따라 호텔로 들어간다. 안은 굉ㅈ아히 호화로워 보이는 소파나 관엽식물이 놓여 있어서, 내가 봐도 평생을 들여도 변상 못할것들 투성이다.
"이쪽입니다"
입구 옆에서 또 고개를 숙이는 남성. 일반 피플인 내게 그렇게까지 하면, 묘하게 죄악감이 생기는데…….
"하치만, 어떤 반지가 좋을까?"
"그렇구만……금은 안 어울릴테고, 그렇다고해도 은은 싸보일지도……저기, 100만엔짜리 반지는 있습니까?"
"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있는거냐.
반지나 목걸이, 왕관의 가격을 보고 경악하고 있으니, 남성이 검은 상자에 들어있는 반지를 둘 갖고왔다.
"순 플래티나 반지입니다"
"……이거, 100만엔입니까?"
"네. 세트로 100만엔입니다"
"세트로 200만엔 짜리는 있나요?"
"잠깐, 유키노……!"
"네. 기다려주세요"
있는거냐!
잠시 기다리니 이번에는 하얀 상자에 든 반지를 갖고왔다.
"이쪽이 순 플래티나와 18금을 나선으로 짠겁니다. 틈새에는 골든 쥬빌리라 불리는 고급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습니다. 이쪽은 세트로 200만엔입니다"
"대금은 유키노시타에 달아주세요"
"네"
"잠까아아아안!?"
무거워 그거! 뭐가 무겁냐면, 짐이 무거워! 100만엔 반지를 끼고 생활하라는 거야!?
"아, 사이즈는……"
"괜찮습니다. 사모님과 어르신께 두 분의 손가락 사이즈는 들었습니다. 이미 세공도 마쳐뒀습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전조공작이 빠른거야? 아니면 내가 뭐 잘못한거야? 그보다, 이걸 살거라고 에상한다니, 초능력자잖아.
"유키노, 반지 말인데……"
"물론, 늘 끼고 생활할거야. 나와 하치만을 이어주는거니까"
"……그러십니까"
하아……유키노한테 그런 말을 들은 이상, 거절도 못 하겠는데…….
"그럼, 여기"
"자. 하치만, 끼워주겠니?"
"……알았어"
하는 수 없다. 엄청 긴장되지만.
100만엔짜리 반지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든다. 그리고 유키노의 왼손을 들고 약지에 끼운다.
"이번에는 내가"
유키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지를 들어 내 왼손 약지에 끼웠다.
우와아. 진짜로 끼웠어, 100만엔.
"오, 오늘은 이제 빼두자. 상처입기라도 하면 그러니까"
"……그것도 그렇구나"
좋아. 빠지……빠지질……
"……안 빠져?"
"어? ……아, 정말……"
"사모님의 의뢰로 쉽게 들어가지만 절대로 빠지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사이즈로 해뒀습니다"
굉장하구만, 그 기술! 그보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계산하고 있어!
"뭐, 잘 됐잖니. 나, 원래부터 뺄 생각은 없었고"
"하아…… 내일부터는 마음 놓지 못할 일상의 시작인가……"
망가져서 변상하는건 아니지?
"그럼 감사합니다"
"네. 또 이용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남성에게서 돌아, 호텔에서 긴장된 발걸음으로 나간다.
"……하아……이런. 진짜로 긴장돼, 이거"
"나는 그렇지도 않은걸. 하치만이랑 함께 있는 편이 긴장이 돼"
그렇게 보이지 않는건 기분 탓인가?
"……하치만, 오늘은 어때?"
"어?"
"……오늘 아침에 그거 계속 할래?"
"읏! ……그래"
"후후. 그럼 얼른 돌아갈까"
……아아, 안녕. 내 오른팔.
……뭐, 유키노도 행복해보이고……됐나.
"그럼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 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지를 구입한 다음 일요일. 나는 유키노시타가의 가정교사와 6시간이나 수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1시간을 준다니, 의미불명임다. 가정교사, 되게 엄하고.
게다가 방과후는 매일 3시간, 이 집에서 공부한다니……코마치, 외로워서 또 가출해버리는게 아닐까.
그보다 어제 너무 힘냇 탓에 허리가 위태롭다. 아무튼 아프다.
"침대가……침대가 필요해……"
아무튼 누워서 허리를 쭉 피고 싶다. 비교적 진심으로.
달칵!
"햣하로- 하치만!"
"돌아가주세요"
"만나자마자 너무하네!?"
너무하지 않다. 지금 나로선 하루노 누나의 텐션에 딴죽을 넣을 수 없으니까. 집에 가줬으면 싶다.
아, 여기가 하루노 누나의 집이지.
"훗훗후. 그렇게도 안 돼-. 자아, 가자!"
"잠깐!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 진짜로!"
"유키노가 기다리고 있어. 서두르는 편이 좋아"
"……알았어요"
어째설까. 유키노의 이름을 들으면 도저히 거스를 수 없다. 물론 코마치의 소원이라면 지구 반대측까지 갈 자신은 있다. 이동비는 청구하겠지만.
"그래서, 어디로 갈겁니까?"
"도장이야"
……하? 도장?
유키노시타 가를 가로질러, 그 앞에는 유서바른 The 도장이라는 느낌의 건물이 있었다.
"여기서 뭘 하려는건가요?"
"훗후-. 실은 말야, 하치만은 유키노를 몸을 던져서 지켜야할 중요한 의무가 생겼어! 결혼할거니까!"
……설마.
드르르륵!
문을 연 그곳에는 검도 방어구를 착용한 아저씨. 유도복을 입은 훈남. 공수도 복장을 입은 여성. 가슴팍에 『고무술』이라는 자수를 새긴 할아버지. 그리고 구석에서 정좌하고 있는 유키노.
"그런고로! 전국에서 모은 검도, 유도, 공수도, 고무술 달인에게 힘껏 지도를 받습니다! 유키노를 지키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과보호잖아요, 이거!
죽는다고!? 지금까지 일부러 운동을 자제하던 나보고 죽으라고!?
"일단 시즈카짱한테 말해서 하치만은 1주일간 공결 취급받게 했으니까. 우선 기본적인 유연성이나 근육 트레이닝부터야-"
"아, 아니, 저 100만엔짜리 반지를 기고 있어서……"
"괜찮아-. 자 봐"
뻐벅. 뻑. 뚝.
"……네?"
어? 빠졌다? 진짜로?
"뼈를 뽑고 붙이는것 정도는 간단해"
……새삼스럽지만 이 사람한텐 거스를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4시간 정도는 힘내-. 나는 유키노랑 응원할테니까"
"4시간!? 잠깐, 스톱!
꺄아아아아아아아!"
4시간 후.
"……불탔다……새하얗게……"
착색이 적다는 사태에 빠졌습니다.
"하치만. 착하지 착해. 이리로 오렴"
"우으……유키노. 죽는줄 알았어……"
"그렇구나. 역시 낙법을 실패했을땐 틀린게 아닐까 생각했어. ……정말로……다행이야아……후에에……"
"울지마 유키노. 봐, 나는 멀쩡하니까"
아무튼 유키노가 울어선 안 된다. 내 아내가 울다니, 참을 수 있겠냐.
"좋아 착하지 착해. 유키노는 착하구나-. 착하지 착해. 그러니까 울지마-"
"하치만이 죽는거 시러-. 후에에엥……훌쩍, 히끅"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안 죽으니까"
차에 치여도 골절만으로 끝났으니까.
"휘유- 휘유-! 누나한테 잘도 보여주는구나!"
"하루노 누나, 장난치지 말아주세요"
"미안미안. 아, 구급세트 갖고올게. 그리고 이거, 반지. 제대로 끼렴"
"감사합니다"
하루노 누나한테 반지를 받아 약지에 낀다.
……응. 역시 안 빠져.
"유키노, 올려다봐"
"후에? 읍"
쪽――――……
"……푸하. 괜찮아?"
"……좀 더……좀더 해줘……"
"예이예이"
결국 하루노 누나가 돌아올때까지 우리들은 줄곧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하루노 누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역시 유키노를 제일 좋아하니까. 실컷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고나서 1주일 후.
"살아 있었다아아아아아아!"
낮에는 공부나 훈련, 밤에는 유키노와 알콩달콩 못했던 만큼 알콩달콩하여, 겨우 1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다는건 훌륭해!
"……하아……아-, 텐션이 오른 만큼 텐션이 떨어지네"
역시 억지로 텐션을 올리는건 안 된다.
"하치만, 잘 했어. 대단해"
쓰담쓰담
"어. 이것도 매일밤 유키노가 마사지를 해준 덕분이야. 고마워"
"나는 하치만을 만지고 싶어던것 뿐이야"
맨날 만지고 있잖아.
"하치마-안! 유키노-! 어머니가 불러-!"
"당신은 기운차군요"
"나는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그 말대로라서 반론할 수 없다.
"그보다, 어머니가 불러?"
"응. 얼른 가는 편이 좋아-"
"……갈까"
"그렇구나"
요 일주일 사이 스스로도 알만큼 근육이 붙었다. 내가 얼마나 말랐는지 이제와서 알았다.
수학도, 상당히 실력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저 선생님 실은 굉장한 사람이야?
"어머니, 유키노에요"
"하치만입니다"
"들어오렴"
장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서재로 들어간다. 늘 그렇지만 장모님의 앞에 서면 긴장한다.
"그럼. 츠즈키, 차를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저기, 장모님. 어째서 차를?"
"어디 나갈건가요?"
"그래. 너희들도 따라오렴"
……어째서?
"어, 어디로 갈건가요?"
설마, 도장깨기하러 간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리 긴장하지 마, 하치만. 내가 둘에게 줄 선물이 있어"
선물? 그건 반지가 아니었나?
"……설마, 어머니……"
"그 설마야"
어, 뭐야? 둘만 대화를 진행하지 말고. 그리고 설명해줘.
"사모님. 준비가 다 됐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장모님, 어디로 가는건가요?"
"……아직도 모르다니, 과연 그 남자의 아들이구나"
어, 아버지를 말하는거야? 그 사람이랑 같은 취급하지 마아주세요. 가족이지만 쓰레기라구요, 저건.
"지금부터 갈 곳은, 새집이야"
"새집?"
"그래. 유키노랑, 하치만의 새로운 가족의 보금자리. 새집"
……진짭니까.
차로 이동하길 30분. 겨우 차가 멈췄다.
"……크다……"
뭐야 이거, 문? 목조 문으로, 외벽에는 무려 유사철선이 설치되어 있다.
"이건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있어. 이거, 여기 열쇠야"
건내받은건 크레딕 카드같은것. 그보다, 카드키잖아, 이거.
"전자 마그넷처럼 이 패널에 대면 열릴거야"
"유키노, 해봐"
"에, 에에"
유키노가 카드키로 패널에 대자 문이 좌우로 자동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지는, 우리집 6개는 될 정도의 넓이의 정원. 연못에 다리까지 세워져있다.
그리고 그 배는 될 크기의 집 한채.
"……뭐야 이거"
"……어머니, 괜찮겠어요?"
"그래. 유키노와 하치만이 살 곳인걸. 이 정도의 지출은 아무렇지도 않아. 아, 나는 지금부터 일이 있으니까 실례할게. 이건 여기 일대의 지도야"
"하아……감사합니다"
장모님한테 집안 지도와 이 부근의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차에 타서 우리들을 두고 가버렸다.
"……아무튼 들어가볼까"
"그렇구나……"
어 그게……정원에는 연못, 작은(이라고는 해도 우리 집보다는 크지만) 석원. 창고나 차고가 떨어져 있었다.
"아, 연못에 잉어가 있어"
"여기에 둘이서 사는구나……"
"……둘이 아니지. 한 명 더……새로운 가족이랑"
"……그렇구나"
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대면하는건 졸업후겠지.
카드 케이스를 슬라이드시켜 문(5미터 정도?)을 열자, 먼저 나타난것은 대리석 현관. 내 방보다도 큰건……뭔가 분하다.
"우와아…… 나 지금 대리석 밟고 있는거냐"
"유키노시타가에 장가오는거니까, 이 정도는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돼"
"예이예이"
신발을 벗고 옆에 스모선수가 세 명 나란히 서도 남을 넓은 복도를 걷는다. 바닥? 이건 평범하게 플로링이다.
"어, ㅡ겍. 우선 이 방은 응접실인 모양이야"
응접실을 열어보니, 거기는 옛 귀족이 앉아있을법한 의자가 넷. 칠흑의 탁상이 하나. 족자나 고급스러워보이는 단지. 아메지스트 원석과 비취 원석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니아니아니. 응접실 너무 호화스럽잖아"
"이게 응접실이라고 해도 나도 못 믿겠어……"
다음!
"『응접실 ~ 서양실 ~』"
달칵
서양실 버전에는 유키노 가에 있는 소파보다도 고급스러워보이는 소파. 유리 탁상 중간에는 꽃무늬 공기가 들어있다. 샹들리아, 난로, 붉은 융단, 은식기.
"……뭘까. 이 격차는……"
"하, 하하……자, 자아 하치만. 다음으로 가자"
응. 여기에 있으면 감각이 마비될것 같다.
"자, 여기는……욕실인가"
달칵
탈의실은……뭐 평범한가. 좀 넓지만.
욕조는……
"이, 이건……노송나무 욕조지?"
"그렇구나. 이건 뭐 평범해. ……아, 하치만. 노천 욕실도 있는것 같아"
유키노가 문을 연 곳에는 석조로 된 노천욕실이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게 아니면서 안쪽에서는 밤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구조다.
"유키노, 이 노천목욕 물이 솟고 있는데"
"솟고 있다……라기보다는 끓고 있는게 아닐까. 가스비는 아마 어머니가 낼거라 생각하고"
"무시무시한걸, 장모님"
"……하치만, 나중에 같이……"
"알았어"
쪽
"읍……후후"
"뭐, 뭔데"
갑자기 웃지마. 부끄럽잖아.
"아니. 정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가자"
"하치만, 얼굴 빨개"
"시끄러-"
다음다음-!
화장실1. 화장실2. 화장실3.
왜 화장실이 이렇게 많아.
"다음은……유키노의 방인 모양이네"
"내 방……기대 되네"
"역시 그런가?"
"나도 인간이야. 새로운거엔 그런대로 흥미가 있어"
"……그런가. 그럼 들어가자. 유키노의 방이니까, 유키노가 열어줘"
"알았어"
유키노는 문을 열고……
콰앙!
엄청난 기세로 닫았다.
"유, 유키노?"
"……자아, 하치만. 다음 방으로 가자"
"어? 하지만……"
"됐으니까. 잊지 않으면 싫어할거야"
"……그거, 네가 참을 수 있어?"
"…………"
유키노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에 잠기고는 뚝뚝 울기 시작했다.
"흐에에엥! 싫어!"
"자기가 못할 소리를 하지마"
유키노를 안고서 아이를 달래듯이 등을 문지른다.
"하치만을 싫어하는건 싫어!"
"네네.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내가 유키노를 싫어할리 없잖아.
아직 훌쩍이는 유키노를 포옹에서 어부바로 바꾸어 내 방으로 간다.
"내 방은……오오……"
한쪽 벽에는 거대한 책장. 반대측에는 거대한 선반. 값이 비싸보이는 오디오.
옷장 옆에는 별실이 있어보이는 문.
문 반대측에 사장이 쓸법한 책상과 의자. 최신형 초고화질 컴퓨터.
바닥은 흑색과 갈색체크 무늬 융단. 중앙에는 이 또한 고급스러워보이는 소파와 고급스러워보이는 책상.
전체적으로 갈색의 느낌이지만, 내 이미지에는 딱이다.
"자자. 슬슬 그만 울어"
소파에 앉아 유키노를 무릎에 올리고 껴안는다.
후우. 부드러워-.
"앞으로는 스스로 못할 소리는 하지마"
"응……미안해……"
"좋아"
그나저나……내 방의 6배는 크다. 좀 진정이 안 되는데.
"후우……하치만, 이제 괜찮아. 다음 방으로 갈래?"
"아아. 그렇구나"
내 방 바로 옆에는 아이 방이 셋 정도 있었다. 아이 셋이라……뭐, 이상적이구만.
아이 방의 반대측은 우리들의 침실. 킹 배드. 그 옆에는 작은 냉장고와 어두컴컴한 난색계열의 전등. 커다란 텔레비전. 발코니 바닥은 장판이며, 평범하게 파라솔이나 자동으로 각도를 바꿔주는 소파가 둘 있었다.
"밤이 기대되네"
"어느 의미로?"
"……바보"
유키노의 '바보'에 모든 내가 모에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니 테니스코트 2면적의 크기의 거실이 펼쳐졌다.
소파도 크다. 탁상도 크다. 텔레비전은 벽에 묻혀있고, 일면은 유리창.
바닥은 플로링. 천장은 샹들리아 둘. 온기나는 식물이나 열대어가 헤엄치는 거대한 수조.
그리고 부엌인데……딱봐도 업무용 냉장고. 사용법을 모르는 기구같은것도 갖추어져 있었다.
냉장고의 속은 고급 식재의 산. 뭐어, 이건 예상대로.
"……유키노……이거, 세 사람 정도 도우미를 고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가?"
"그렇구나……그건 나도 생각했어. 필시 밖에 떨어진 거주치는 도우미용이라 생각하니까"
"그렇지……아직 다 돌아보지 못했지만, 이걸로도 충분할 정도야"
"그렇구나. ……여기서 하치만과 신혼생활……후후"
읏. ……그 미소는 반칙이잖아.
"하치만……땀 흘렸으면 씻으러 갈까?"
"아아. 그렇구나"
오은……아마 자실에 걸려있겠지. 틀림없다. 왜냐면 그 사람들인걸.
그 날은 다음날이 학교가야하는것도 잊어버리고 듬뿍 힘내버렸습니다. 테헤.
너무 왕성하게 보내버려서 폭면하고, 결국 하루 학교를 쉬어버렸다. 유키노가 너무 귀여운게 잘못된거야.
"하치만, 오늘은 학교 갈거지?"
"아아. 피곤하지도 않으니까 오늘은 괜찮아"
체력도 붙었으니까, 조금 쉬기만 해도 피로가 풀린다. 체력은 중요하구나.
"유키노, 슬슬 준비해야지"
"괜찮아. 츠즈키한테 부탁해서 학교까지 보내달라고 할거니까"
너희들, 츠즈키 씨를 너무 부려먹잖아. 왠지 매번 죄송합니다.
"그럼 좀 더 세게 안아줘"
"네네"
꼬옥……
"응……안심돼"
"나도"
누워있는 내 위로 누워서 꾸물거리는 유키노. 뺨을 비벼와서 마치 고양이같다.
"유키노의 볼 부드러워-"
몰캉몰캉. 푸릉.
"으므. 그마네-"
"그럼 엉덩이?"
"앙대에!"
아아……귀여워. 뭐야 이거. 귀여워 유키노.
"후우……슬슬 샤워할까"
"그렇구나. 지금대로라면 땀냄새 날테고. 먼저 들어가도 좋아"
"같이 안 들어갈거야?"
"또 학교 쉬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안 돼"
발정난 고양이냐, 이 녀석은.
둘이서 따로 들어가, 어째선지 옷장 속에 들어있던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러자 문을 두드리는 가벼운 소리가 두번 들렸다.
"하치만, 들어가도 돼?"
"아아. 무슨 일이야?"
"저기, 어제랑 그저께는 어쩌다보니 그냥 자버렸는데……언제부터 여기에 살거야?"
"그렇구나……코마치랑 부모님한테도 말해야하니까……뭐, 어차피 가볍게 승낙해주겠지만"
코마치는 기뻐할것 같다. 아직 결혼한다고 보고는 안 했지만.
"그럼 오늘은 하치만 집에 들르자. 부모님께 인사하고, 짐을 꾸려서 내 맨션 방에서도 짐을 옮기고 해약하고……할 일이 많이 있어"
"아아. 하지만 신혼부부라는 느낌이 나서 좋은데"
"……부부……에헤헤헤. 하치만이랑 부부라……후후. 기뻐"
그러니까 그 미소는 반칙이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찬가지로 놓여있었던 가방을 들고 차에 타면서 바깥 경치를 본다. 어딘지 모를 곳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평소 사용하는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것뿐이었다.
그보다 학교도 히키가야가도 자전거라면 10분도 걸리지 않는 입지라니, 상당히 좋은 곳 아냐? 걸어도 아마 역까지는 5분 정도면 도착할테고.
"유키노 님, 하치만 님. 도착했습니다"
"고마워요"
아, 멍때리고 있는 사이에 도착한 모양이다.
"하치만. 멍때리고 왜 그래?"
"아니, 그 집의 입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좋은 곳에 있구나- 해서"
"……그러니?"
……아니, 유키노한테 지도니 길이니 얘기를 해도 소용없나. 이 녀석 방향치니까.
"다녀오세요, 유키노 님. 하치만 님"
"갔다 올게요"
"다녀 올게요"
차에서 내려 팔짱을 끼고 교문으로 들어가는 광경은, 이미 다른 학생들도 익숙한 광경이다. 뭐, 아직은 질투나 살기의 시선이 많지만.
"앗, 유키농-! 힛키-! 얏하로-!"
"공중의 면전에서 내가 히키코모리라고 야유하는 소린 그만두지 않겠냐? 괴롭히기냐?"
"안녕, 유이가하마. 왠지 오랜만이네"
"그러게-. 둘 다 일주일이나 공결했다고 들었는데, 어쩐 일이야?"
"유키노시타가에서 하치만을 조교했어"
어떤 의미로 말이지.
"조교!?"
"조교에 매달리다니, 과연 빗치가하마"
"빗치라고 하지마! 그, 그치만 조교라면, 그……"
"뭐, 각 과목 공부를 철저하게 하고, 유키노를 지키기 위해 무도 기본단련을 철저하게 당한것 뿐이다"
"뭐어야. 아, 그치만 힛키 좀 다부지게 변한것 같아"
저기, 가슴판 만지면서 말하는거 그만두지 않겠어? 유키노라면 문제없지만 다른 사람이 만지는건 좀 부끄러워서…….
"아, 그러고보니 결혼반지 샀지!? 보여줘 보여줘!"
"그래. 이거야"
"우와아……비싸보이는 반지. 얼마들었어?"
"세트로 200만"
"이백!?"
"어이, 유키노. 그 금액은 그다지 공언하지마"
나도 요즘 마비되었지만, 이 금액은 우리들에게 있어 초고급 품이야.
"유이가하마. 이건 그다지 말하지 말아줘"
"으, 응……그, 그치만 말야. 힛키 잘도 태연하네. 그렇게 비싼걸 달구……"
"아아. 빠지지 않으니까, 이제 익숙해졌어"
아무리 그래도 1주일이나 차고 다니면 익숙해지지.
"므으. 하치만, 나하고도 얘기할래?"
"아아. 미안미안"
뚱해지는 유키노의 머리를 쓰다듬고 뺨에 키스를 한다.
"으음……가끔은 볼도 좋구나"
"그러게"
부끄럽지만.
"어라? 둘 다, 왠지 교복이 새거네?"
"어떻게 안거야. 스토커냐?"
"아냐! 보통 1년 이상 입으면 주름이나 얼룩이 묻을텐데, 둘은 새롭구나 싶어서"
유이가하마는 생각이상으로 관찰력이 예리하군. 바보이면서.
남의 안색만 살피니까, 그런데만 눈이 가는건가?
"아-. 그게-…… 유키노, 말할까?"
"하치만이 하고 싶다면 괜찮아"
뭐든간에 나한테 맡기는거냐.
"……실은, 나랑 유키노는 같이 살게 됐어. 새 집에서"
"어!? 뭐야 그거 부러워!"
"어이"
지금 왕창 부럽다고 말했다. 어디가 부럽다는건데.
"헤에-. 새 집이구나-. 그치만 그게 왜 새 교복이랑 이어져?"
"유키노의 어머니가 준비해줫어"
"……유키농네 엄마 굉장하네"
"그러게……확실히 굉장해"
특히 나랑 유키노에 대해서 말이지.
"유키농. 나, 유키농이랑 힛키집 보고 싶어!"
"그래, 좋아"
아, 그건 나한테 안 묻는구나.
띵-동-댕-동(생략
"이런. 너무 얘기했다. 유키노, 점심시간에 봐"
"그래"
쪽
"……치사빤스"
아니, 결혼하니까 치사하고 자시고 없잖아.
그리고 방과후.
나와 유키노와 유이가하마, 그리고 어째선지 히라츠카 선생님과 함께 귀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정방문때 찾아가야할지도 모른다던가. 조금 괴로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납득했다.
"아, 모처럼이니까 코마치도 부를까? 시누이니까"
"아-, 그렇구만. 잠깐만 기다려"
유키노보고 팔을 놓아달라고 하고, 코마치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그렇게 어두운 오러를 뿜지 말아주세요. 분위기가 무거워지니까요.
『호이호-이? 오빠야, 당신이 사랑하는 동생 코마치에요-. 이야-, 오빠도 큰일이네요-. 그래서, 어쩐 일이야-?』
"어. 코마치가 사랑하는 오빠다. 실은 말이다……"
지금까지 일주일간 일은 알고 있었는지, 코마치는 묘하게 밝은 목소리였다.
그래서 새 집에서 유키노와 살게 됐다고 전하니까 엄청 흥분한듯 매달려왔다.
『오오오오! 오빠, 마침내 거기까지 갔나요!』
"아아. 그래서, 너도 안 올래? 올거면 대로의 사이제 앞으로 와줘"
『갈게갈게-! 잠깐만 기다려, 오빠야』
달칵
이야아, 기운차네.
"코마치 온데. 사이제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알았다. 그럼 그쪽으로 가지. 둘의 집은 사이제에서 가까운가?"
"걸어서 5분도 안 걸려요"
"근처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으니 좋겠다-. 동경했는데"
아니, 치바는 집 근처에 사이제가 있는거 꽤 평범한거 아냐?
~~~~~~~~~~~~~~~~~~~~~~~~~~~~~~~~~
"우와-, 오빠-! 일주일간 적적했어-! 아,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아!"
"어. 그렇구나, 포인트 높구나-. 오빠도 일주일간 못 만나서 적적했다"
"우와-. 지금 시스콘 발언은 깬다"
먼저 브라콘 발언한건 누구냐.
"다 모였구나. 그럼 가볼까"
"…………여기가 둘의 집이에요?
"아아"
"아니……너무 크잖아"
"굉장해……"
뭐, 문만 해도 크니까. 이 집은.
카드키로 문을 여니, 셋은 정원의 크기에 압도되었다.
"우왓. 코마치, 연못있어 연못!"
"집에 연못이 있는 집은 처음 봤어요!"
"나는 몇번이나 본 적은 있지만……석원이 있는 집은 처음 봤다. 여기, 정말로 둘이서 살고 있나?"
"네. 실은 도우미를 세 명 고용하고 싶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호오……도우미가 있는 집이라……히키가야도 출세했군"
"쓸데없는 참견입니다"
꺄아꺄아 떠들어대는 마이 시스터와 가하마 씌를 데리고 현관을 연다.
"오-! 대리석 현관이라니, 코마치 처음 봤어!"
"넓어! 복도도 넓네!"
"코마치, 유이가하마. 조금은 조용히 못하나"
"아니, 이 녀석들은 이 정도 떠드는 정도가 딱 좋다구요. 거실은 2층입니다"
희귀한걸 보듯 구석구석 쳐다보는 셋을 안내하고 계단을 오른다.
"……오빠야, 되게 넓어……"
"뭐, 처음 봤을때도 그렇게 생각했어. 홍차 타올테니까 앉아있어"
"히키가야, 나는 커피로 부탁하마"
무척이나 뻔뻔스런 선생님이다. 그러니까 결혼 못하――
"히-키-가-야-?"
"힉! 죄, 죄송합니다!"
무셔. 진짜로 무셔.
선생님, 쓸데없이 감이 좋다니까. 그걸 자신의 연애로 묶지 못하는게 슬픈 현실.
~~~~~~~~~~~~~~~~~~~~~~~~~~~~~~~~
"기다렸지. 코마치는 MAX커피면 되겠지"
"오-! 오빠야 잘 아네-! 과연 코마치의 오빠!"
"까놓고 말해 유키노보다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귀여운 동생이라면 싫어도 다 알게 돼"
"……아니, 그게……에헤헤"
어이. 그 반응은 뭐야.
"하치만……바람?"
"바람 아냐!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 목소리로 광채 지우지 마!"
왠지 되게 무서우니까! 죽음의 위험을 느끼니까!
넷의 앞에 홍차와 커피를 두고, 유키노의 옆에 앉으니, 자연스런 흐름으로 유키노가 내 다리 사이에 앉았다.
"정말이지……"
쓰담쓰담
"음냐……"
기분 좋은듯 몸을 맡겨오는 유키노. 그걸 보고 부러워하는 유이가하마. 분해하는 히라츠카 선생님. 눈을 반짝이며 흥분하는 코마치.
"우으……유키농 치사해……"
"하아……결혼하고 싶어"
"옷호-! 유키노 언니, 잘한다-!"
이 녀석들, 텐션의 폭이 너무 다르다.
"후아……하치만……"
"유키노……"
쪽
"우와아아아아앙!"
"히, 히라츠카 선생님!"
"노 필터 키스장면 왔다----------!"
"하치만, 하치만……"
아니, 조르는건 기쁘지만, 지금은 좀 분위기를 못 읽었나. 반성.
그보다 코마치. 너는 너무 흥분했다고. 진정해.
"……떠들썩하구만, 정말이지"
이렇게 너무 넓은 집에 단 둘이 있으면……진정이 안 되니까. 아니, 외톨이는 환영하지만, 너무 넓은건 사양하고 싶다.
외톨이는 혼자서 좁은 곳을 좋아하니까. 사실, 자실에서도 책상 아래나 책장과 책장 사이가 가장 진정된다.
하지만……가끔은 떠들썩한것도 좋나.
"히키가야아! 나랑 결혼해라! 결혼하고 싶어!"
"아, 치사해! 가 아니라, 힛키는 이미 유키농하고 결혼한다구요!"
"수라장인가요, 이건!? 수라장이죠!?"
"하치만.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보면 안 돼. 나를 봐. 나만 봐줘. 나만 사랑하고 나에게만 사랑 받아줘. 괜찮지? 괜찮은거지 하치만"
"너희들 자중해라"
유키노와 동거를 시작한지 3주가 지나니 이 생활에도 익숙해져왔다.
여전히 유키노의 방은 보여주지 않지만, 뭐 가까운 사이에도 예의라는게 있으므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 3주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
"다녀왔어-"
"……또, 구나……"
"그렇구만……"
우리들이 학교를 간 사이, 집의 모든 청소가 끝나있는 것이다. 필시 유키노시타가의 사람이 와서 해준거겠지만……일이 너무 완벽해서 도리어 무섭다.
"뭐, 이렇게 넓은 집을 둘이서 청소하는것도 힘드니까 불만은 없지만"
"하치만과 알콩달콩할 시간이 생겨서 기뻐……"
"아아, 그렇구나……"
쪽……츄릅, 할짝……
"앗……하치만, 여긴 밖이야……"
"어차피 밖에서 안보여"
보이기라도 하면 공포마저 느낀다.
"하치, 만……"
"자, 여기까지"
"……에……?"
"오늘은 느긋하게 하자. 피임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틀 간격으로 하는건 힘들잖아"
"아, 저기……미안해……"
"왜 사과하는거야?"
뭐 잘못이라도 했나? ……하지 않았지?
"그게……너무 달라붙어서……"
"뭐야, 그거 말한건가. 사랑하는 남녀가 한 지붕안에 사니까 그렇게 되는건 필연이잖아"
토끼같은건 암수 같이 넣어두면 멋대로 번식하니까.
"오늘은 느긋하게 쉬자"
"그렇구나. 그럼 목욕하러 갈까"
"어"
나와 유키노가 동거하면서 약속을한게 몇가지 있다.
첫째『목욕은 함께 들어간다』
둘째『집에선 가능한 서로가 보이는 곳에 있는다』
셋째『바람 피우면 죽음』
넷째『키스는 하루에 50번』
다섯째『잘때는 내 위에 유키노가 잔다』
아직 더 있지만 뭐, 이 정도면 되겠지.
목욕하러 들어가서 서로의 몸을 씻는다. 몇번이나 하고나니 서로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졌다. 유키노는 되게 참고 있었지만……새빨개진 유키노가 너무 귀엽다.
"후에에……살겠다……"
"오늘도 수고했어, 하치만"
내 위에 앉듯이 목욕물에 잠기는 유키노. 그 예쁜 어깨에 턱을 얹고 머리를 쓰다드믄다.
"응……하치만이 쓰다듬어주는거 좋아해"
"나도 유키노를 쓰다듬어 주는거 좋아해. 고양이같아"
"……고양이……냐"
아, 자신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이렇게 되면 잠시동안은 돌아오지 않지…….
……어쩔 수 없다.
30분 정도 목욕물에 잠겨 내 몸과 유키노의 몸을 닦고 옷을 입힌다. 그리고 유키노를 안아서 거실 소파에 앉혔다.
"자, 오늘 식사당번은 나니까 이제 시작할까"
……간단하게 스파게티여도 되려나. 분명 유키노는 미트 스파게티를 좋아했지.
스파게티는 나도 좋아한다. 간단하고, 맛있고, 그리 실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샐러드와 옥수수 수프도 좋나.
~~~~~~~~~~~~~~~~~~~~~~~~~~~
"완성"
음, 개인적으로 회심의 완성이다.
"어-이, 유키노-?"
"냐?"
아직도 세계여행중인가.
"저녁이야. 스파게티여도 괜찮겠어?"
"냥. ……으응. 하치만이 만든거라면 뭐든지 맛있어"
부끄러운듯 얼굴을 돌리는 유키노 귀엽다. 여신이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치만, 아-앙"
"아-음"
음……완벽한데.
"유키노는 처음에 샐러드부터 먹었었지. 자"
"아-앙. ……응, 드레싱도 직접 만들었구나"
"아아. 칼로리를 줄여서 몸에도 좋아"
손으로 받쳐주는건 안한다. 한번 해줬더니 약 1시간 동안 매도당했고. 그때만큼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뭐, 울상이 된 순간에 유키노의 기분은 풀렸지만.
"하치만도 요리 실력 많이 올랐구나"
"아직 유키노만큼은 아니지만"
"나날이 정진할뿐이야. 하치만이라면 금방 나를 쫓을거야"
쓰담쓰담
밥먹는 중에 쓰다듬는거 아닙니다.
""잘 먹었습니다""
응, 자화자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맛있었다.
"아, MAX커피 없어"
"켁. 진짠가……잠깐 사고올게"
"나도 갈래"
"밖에 추워"
"손 잡으면 문제 없어"
"……그것도 그런가"
자실에서 검은 코트를 입고 스턴건과 나이프, 가스건을 든다. 그리고 지갑과 면허증이면 되나.
현관에 가니 이미 유키노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갈까"
"그래"
유키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낙나다. 얼굴에 불어드는 바람이 너무 차갑다.
"아으……"
"괜찮아?"
"그, 그래……어라? 하치만, 장갑 하나밖에 없는데?"
"그러는 유키노도 안 꼈잖아"
""…………양손에 다 끼면 손을 잡을 수 없으니까(잖아)""
……생각하는건 같은 모양이다.
서로의 존재를 확신하듯 손을 잡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는 둥근 달이 신비스럽게 떠올라 있었다.
"유키노"
"왜?"
"달이 아름답구나"
"읏……그렇네……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네가 더 아름답게 보여.
"……그거, 내가 너한테 하려고 한 말인데"
"어머. 하치만한테는 안 어울리니까 그만두렴. 말주변이 안좋아서 누구에게든 오해받아서 존재마저 인식받지 못하는 너니까"
"어이"
"그런 네가, 나한테 말만으로 전달될거라 생각해?"
"읏……이 녀석"
말보다도 행동으로 하란 소린가. 정말이지…….
달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그림자가 겹쳐진다. 그 키스는 평소같은게 아닌, 차분하고 달콤한, 평소보다도 애뜻한 맛이 났다.
오늘은 평소처럼 츠즈키 씨의 배웅을 받고 교문에서 내린다. 그러자 거기에 어째선지 하야마가 서 있었다.
"안녕, 둘 다. 오늘도 열렬하네"
"……또니, 하야마. 너 끈질겨. 지금 당장 사라져주겠니. 하치만과 나의 공간에 끼어들지마"
"미안미안. 지금 좀 히키타니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왠지 하야마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듯한……얼굴은 평소 미소짓는 훈남이지만, 왠지 다른 느낌이 든다…….
"또 하치만의 이름을……!"
"잠깐 유키노"
발을 내딛으려던 유키노를 막고 내가 그 앞에 선다. 그 순간, 하야마의 눈이 잠깐이지만 주춤해진다. 달인들에게 배우고 성장을 몸으로 느꼈다.
"무슨 일이냐, 하야마"
"말했지? 히키타니랑 할 얘기가 있을 뿐이라고"
……뭐지? 이 하야마한테 느껴지는 위화감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한 발작, 또 한 발작 다가오는 하야마. 그 모습을 깨달았는지 학교에 들어가려던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꾼이 된다. 구경거리가 아니거든. 외톨이가 구경거리라니, 지옥보다도 괴롭다.
"멈춰. 거기서 그 상태로 말해라"
"……하하. 미움받았구나, 나도. 뭐, 알고 있었지만"
하야마와 거리는……약 2미터 정도인가. 거기다 발걸음이 어색한……읏!?
"치잇!"
"꺄악!"
유키노를 있는 힘껏 밀쳐내고 나도 그 자리에 웅크린다. 순간, 머리위로 바람이 갈랐다.
그리고 떨어지는 검은색 실. 틀림없는 내 머리카락이다.
"어라? 피하면 안 되잖아. 목을 못 베잖아!"
"크윽!?"
추, 축구부의 발차기는 반칙이잖아……!
아슬아슬하게 팔로 막고 물러서자, 손에 접이식 나이프를 든 하야마가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은 내게는 없다.
"이 자식……진짜로 덤볐겠다"
"당연하지. 너를 죽이면 유키노시타를 독점할 수 있잖아?"
"아니, 그 이론은 이상하다……!"
하야마는 시원스레한 표정으로 나이프를 찔러온다.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옆으로 뛴다. 켁, 교복 찢어졌어.
"하치만!"
"유키노, 물러나! 하야마, 네가 진심이면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주겠어"
"좋네. 한 명의 여자애를 두고 두 남자가 다툰다. 로맨틱하네"
어디가 로맨틱이냐. 이쪽은 목숨을 걸었다고.
"너, 무슬을 배웠구나. 그럼 그걸 나한테도 보여주실까"
"켁. 후회하지 마라"
하야마와 거리를 두면서 허리를 낮춘다. 그리고 오른손을 앞에, 왼손을 조금 낮춘 자세를 취한다.
발산개세. 힘은 산을 뒤집듯이 강하게, 기는 세상을 뒤덮듯이 크게. 검도 선생님께 배운걸 실전으로 써본다. 뭐, 요컨대 마음가짐이라는 거다.
"간다"
"와라"
하야마는 반신을 앞으로 내민 자세를 취하고, 왼팔을 뒤로 돌려 나이프를 든 오른손을 크게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단검술!?
"쉭!"
"큭……!"
목을 틀어 피했지만, 뺨이 베여 살짝 피가 나왔다. 하지만 오른손을 너무 앞으로 내밀었다!
"잡았다! ……우오!?"
라며 오른손을 잡으려던 순간, 굉장한 로우킥으로 다리를 차였다.
"얍!"
바로 위로 닥쳐드는 나이프를 회전으로 피한다. 있는 힘껏 아스팔트에 부딪친 나이프는 부러져서 어딘가로 날아갔다.
"어라, 부러졌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예비는 있으니까"
"용이주도하잖아……"
이 녀석이 사용하는 검술, 그것도 단검술은 몸을 낮게 낮추어 상대의 공격범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축구로 익힌 각력과 순발력, 동체시력, 그리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는』힘이 있다.
거기다 이 녀석의 단검술은 나같은 벼락치기가 아닌, 아무리 봐도 오랜 시간동안 배워온 움직임이다.
"얼마나 고스펙인거냐, 너"
"그것 밖에 주먹을 나누지 않았는데, 나의 스펙을 대강이나마 감지하는 히키타니야말로 고스펙이라고 생각해. 좀 더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게 좋아"
"멍청아.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남이 보는 나 자신이 전부잖아"
"……틀림없군"
하야마도 생각하는게 있는지 쓴웃음을 짓는다. 서로 큰일이다.
"자아, 아직 멀었다. 선생님이 오기전에, 너를 죽일 각오로 해치운다"
"그럼 나는 너를 죽을 각오로 막는다"
"무리지. 왜냐면, 너와 나는 익혀온 시간이 달라!"
하야마는 한발짝만에 자신의 간격에 들어와, 복부를 향해 나이프를 뻗는다. 그걸 나는 하야마의 손목에 수도를 날렸다.
"크윽……!? 아, 직이다!"
"큭!"
여, 여기서 머리박치기냐……! 랄까 코피가 장난 아니네. 이거 코피 수준이 아니잖아.
"죽어!"
"어느틈에……!"
지금 순간에 또 하나 숨겨뒀던 나이프를 꺼냈나……!
"하지만!"
나이프와 복부 사이에 오른팔을 끼워넣어, 나이프를 팔로 막는다.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있는 지금의 내게, 그런걸 신경쓸 겨를은 없다. 그저 놀라 굳은 하야마의 멱살을 잡고,
"이! 바보천치가아아아아아!"
주먹을 휘두를 뿐!
"컥……!"
운 좋게도 턱에 맞고 날아가 움직이지 않게 된 하야마. 그리고 마침 거기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그 외 선생님이 달려왔다.
"이건……!? 선생님들, 바로 구급차를 두 대!"
"아,네!"
"하치만! 저기, 하치만, 괜찮아!?"
"아, 아아.아야야. 그렇게 흔들지 마……!"
아직 나이프가 꽂혀있으니까.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무슨 일이냐, 이건!"
"그건……"
"잠깐, 하치만. 상처에 좋지 않으니까 내가 설명할게"
"……부탁해……"
아아……왠지 긴장이 풀려……단번에 피로감이…….
유키노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일련의 사정을 얘기한다. 그걸 듣고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아마 경찰일 것이다.
"하치만, 바로 구급차가 올거야. 그때까지 참아"
"아아. 알았……유키노!"
확
"……헤?"
유키노를 안고서 앉은채로 회전하여 위치를 바꾼다.
푸욱!
"아하하! 방심하면 안 되지, 히키타니"
"……하핫. 그 말대로구만……커헉……!"
이런……이상한데 찔렸나……? 피가 안 멈춰…….
"……거짓말……하치, 만……?"
"유키노……다친덴 없어……?"
"이, 있을리 없잖아……우, 우에에……우와아아아아아아앙! 하찌만, 주그면 안돼애애애애애애!"
흔들지마 흔들마. 진짜 죽으니까…….
"뭐하는거냐, 하야마!"
"이걸로 유키노시타는, 유키노는 내거다! 앗하하! 아하하하하!"
"이 자식이!"
선생님들 몇 명에게 제압된 하야마는 아직도 미친듯이 웃고 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마저 점점 멀리 들려오는데…….
"빌어먹을……졸려……"
"하치만! 하치만! 우에에에엥!"
아아……유키노, 울려버렸다…….
"미, 안……해……"
여기서 내 의식은 끊기고,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
"……읏……응, 으응……?"
……모르는 천장이다…….
라는 드립을 끼울만큼 의식은 또렷한것 같다. 무진장 푹 잔듯한 기분이다.
창 밖을 보니, 잎이 떨어져 적적해진 나무가 있었다. 과연, 아무래도 아직 겨울인모양이다.
"……으윽"
드, 등이랑 오른팔이 아파……! 그렇다면 그건 꿈이 아니었구나……가능하면 꿈이길 바랬다.
"……이 노트는……"
『하치만에게. 유키노로부터』
유키노……? 뭘 쓴거야?
『오늘부터 하치만이 깨어날때까지, 매일 이 일기를 쓰기로 했다. 언제 일어나도 좋도록, 우선은 인사부터 씁니다. 안녕, 하치만』
『안녕, 하치만. 오늘부터 사건때문에 학교는 잠시 쉬게 됐어. 그러니까 매일 하치만과 있을 수 있어』
『안녕, 하치만. 미안해, 참지못해서 키스를 많이 해버렸어. 하치만이 깨어나면 이번에는 하치만이 키스해줘』
『안녕, 하치만. 오늘은 여러 사람들이 문안하러 왔어. 하치만의 가족은 물론, 나의 가족도, 유이가하마도 왔어. 다들 정말로 걱정하고 있어. 얼른 눈을 떠줘』
『안녕, 하치만. 오늘은 언니가 왔는데, 그렇게 당황하던 언니는 처음 봤어. 언니자 조금 가여워져서, 눈을 뜨고 언니를 만나면 조금 달래줘. 하지만 바람피우는건 안 돼. 바람피우면 죽을거니까』
『안녕, 하치만. 하야마 말인데, 소년원에 갖힌 모양이야. 그것도 그럴거야. 왜냐면 나의 하치만을 상처입혔으니까. 오히려 소년원으로 끝나서 럭키야. 본래라면 유키노시타가의 힘으로 하야마를……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하야마는 퇴학. 그리고 하야마 변호사의 신용은 땅에 떨어졌어. 자업자득이야!』
『안녕, 하치만. 오늘부터 학교 가게되서 떨어지게 되지만,여기에 묵을 수 있도록 병원측에 수배해뒀으니까 걱정하지마. 다녀올게』
『다녀왔어, 하치만. 학교에 갔더니 모두가 말을 걸어왔어. 걱정을 끼친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이 수작 걸어온건 화가 났어』
『안녕, 하치만. 하치만과 함께 있던때는 고백받지 않았는데, 또 고백받게 됐어. 죽으면 좋을텐데, 그 원숭이 놈들. 내가 하치만 말고 흥미없다는건 알고 있을텐데』
……흘려 읽었는데, 유키노 괜찮을까? 설마 어느놈한테 마음이 흔들려지거나……
"하치만, 다녀왔어!"
"그렇지요-"
유키노에 한해서 그런 일은 있을리 없나.
"……하치만……? 정말로……?"
"……아아. 유키노, 안녕"
"……후에……후에에에엥! 하찌마안!"
"어이쿠야. ……극……!"
껴, 껴안은 곳에 상처가아……!
"유, 유키노. 진정해, 응? 응?"
아니, 진짜로 진정해주세요, 유키노 씨. 아프달까 진짜 아파……!
"훌쩍……있잖아, 하치만……"
"응?"
"……안녕"
"……어. 안녕"
……뭐, 유키노의 미소를 볼 수 있었으니 조금 정도는 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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