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는 그녀를 상처입힌다.
 
그는 그녀를 상처입힌다.
 
 
4교시 종료 종이 울자 내 옆자리의 여자애가 벌떡 일어난다.
 
 
"어라어라? 사랑하는 소녀 카나짱은 오늘도 사랑하는 후배한테 가는거야-?"
 
 
그렇게 묻자 그녀는 아주 살짝만 볼을 붉히며 대답한다.
 
 
"아니라니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파닥파닥 교실 문앞까지 가자 앗! 하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인가 보고 있으니 책상까지 돌아온 카나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너 뭘 동요하는거야. 도시락 먹으러 가는데 도시락을 잊어서 어쩌잔거야"
 
"………테헷☆

 
약았다고 말하자 시끄허-! 라고 하면서 도시락을 잡아채고 교실에서 나갔다.
주위 남자가 마이너스 이온이~, 라고 하고 있어서 일단 노려봐둔다.
 
저엉말로 카나는 남자에게 인기가 있으니까 난처하다.
그런 주제에 카나 자신은 딱히 남자에게 흥미가 있는건 아니니까 주위 여자애한테 질투사고 있지만.
 
 
하지만 그런 카나가 흥미를 가진 남자애가 있다니, 나는 그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떤 남자애일까.
 
 
멋있어?
부자?
얘기하면 재미있어?
친구가 많아?
 
 
 
나의 예상은 몽땅 빗나갔다.
 
멋있어?
얼굴은 그럭저럭 멋있지만 썩은 눈이 모두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부자?
딱히 특별히 부자라는건 아닌것 같다.
 
얘기하면 재미있어?
재미있기는커녕 말부족이다.
 
친구가 많아?
카나가 말하길 자기랑 마찬가지로 외톨이인 모양이다. 그럼 나는 네 뭔데!
 
 
 
그런 그를 카나는 좋아하게 됐다.
그보다도 좋은 남자는 치고썩을만큼 있겠지.
 
이상하게 생각해서 한번 물어본적이 있다.
어째서 그인가.
그러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얼굴을 하며 카나는 가르쳐줬다.
 
 
 
"히키가야는 제대로 『나』를 봐주고 있어"
 
 
 
저도 모르게 하아? 라고 대답했더니 미카는 몰라-, 라며 히죽거리면서 들어서 촙을 먹여줫지만.
 
 
 
그런 행복해보이는 미카를 본건 함께 있는 12년 중에서 처음이었다.
 
 
 
 
× × ×
 
 
 
점심을 다 먹은 나는 홍차라도 마실까 생각해서 친구에게 음료를 사오겠다고 말하고 자동 판매기로 향한다.
 
 
자동판매기에 돈을 넣는다.
오후가 있다면 오전도 내놔라GO! 라며 적당한 생각을 하면서 홍차 버튼을 누르고 캔을 꺼낸다.
 
자아, 돌아갈까! 하며 발꿈치를 돌리려고 하자 어제도 봤던 바보털 남자애가 눈 앞을 걷고 있다.
조오아, 조금 정도 정보를 GET할까! 총총 어깨를 두드린다.
 
 
뒤돌아본 그를 보고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는걸 알 수 있다.
 
썩어있던 눈은 더 썩고 그 눈아래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왼쪽 뺨이 조금 부어있는걸로 보인다.
그런 초췌한 그에게 해줄 말을 찾지 못해서 저도 모르게 말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만다.
 
 
"으음, 무슨 일인가요, 미카미 선배"
 
 
제정신을 차린 나는 그에게 동요를 들키지 않도록 말을 쥐어짠다.
 
 
"으음……그거 왜 그래?"
 
"아아, 조금 굴렀거든요. 딱히 보기만큼 심하진 않으니까 괜찮아요"
 
"아아, 그렇구나……"
 
 
뺨을 가리키고 말한 나에게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댇바하고 그럼 이만, 하고 말하며 교실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가 말한것이 거짓말이라는것 정도는 나도 안다.
그렇다면 카나에게는 더욱……
 
 
 
스르륵 내 손 안에서 캔이 떨어지고 덜컹 하는 큰 소리로 사고를 멈추고 있던 나는 그걸 주워들고 교실로 급하게 돌아갔다.
카나에게 히키가야에 대해서 들어야해!
 
 
 
 
× × ×
 
 
 
 
결국 카나는 그후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5교시가 끝나 스마트폰을 보니 짐을 집까지 갖고 와줘, 라는 취지의 메일이 와 있어서 나는 교실에 온 6교시째 선생님한테 머리가 아프니까 돌아가겠다고 전하고 내 가방과 카나의 가방을 끌어안고 급하게 카나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해서 조금 호흡을 가다듬고나서 종을 누른다.
띵동- 하는 기계음이 나를 열받게 한다.
 
조금 지나서 한번 더 누르지만 대답이 없는건물론 누군가 있다는 기척조차 나지 않는다.
 
어쩌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걸지도 모르지만 일단 현관이 열려있는지만이라도 확인해두려고 문에 손을 댄다.
 
 
그러자 문은 아무 저항도 없이 열렸다.
 
쳐다보니 카나의 로퍼가 벗어던져져있다.
 
 
실례합니다, 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집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올라 카나의 방 앞까지 가서 조금만 문을 열려있었다.
 
일단 노크를 해보지만 대답은 없다.
살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다고………?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방구석에서 다리를 모은 자세의 지박령같은게 눈에 들어온다.
 
 
"자, 가방 갖고 왔어"
 
 
대답은 없고 마치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는 가방을 둑도 억지로 카나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린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이 점점 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갑자기 그 눈에서 눈물이 벌컥 흘러나온다.
 
 
"에엑! 왜, 왜왜그래?"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뒤집힌다.
 
 
길고 긴 침무끝에 겨우 카나가 쉰 목소리를 쥐어짰다.
 
 
 
 
"……히키가야가…"
 
"히키가야가?"
 
"……나하고는 더는 만나고 싶지 않대. 내버려두래……나 어쩌면 좋아?"
 
 
 
………
 
 
 
………………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카나는 이젠 싫어, 하면서 팔에 얼굴을 묻고 있다.
 
 
 
 
하아……
 
 
 
 
나는 일어서서 있는 대로 카나의 머리를 때렸다.
놀란 나머지 울음이 멎었는지 바보처럼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아야앗! 좀, 뭐야!"
 
 
나는 놀라고 있는 카나한테 지금 지을 수 있는 최대의 허무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얼굴이 경직됐어.
 
그리고 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선언했다.
 
 
 
"좋아! 나한테 맡겨라앗!"
 
 
부훗, 하며 뿜은 카나는 조금 웃었다.
 
 
"……바보"
 
"너는 그렇게 웃고 있으면 돼"
 
 
 
 
× × ×
 
 
 
 
카나의 집을 나오고 깨달은게 있다.
 
 
 
우왓, 엄청 부끄러운데요!
 
나도 울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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