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고백
 
……이런, 지갑 깜빡했다. 설마 오늘에 한해서 지갑을 깜빡할줄은 생각 못했다. 지각할것 같았으니까 아침도 안 먹었다. 유이가하마가 감기로 쉬어서 점심비를 빌릴 수가 없고, 뭐 있어도 안 빌릴거지만. 토츠카에게 빌리는건 나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어! 주머니에는 맥캔을 사려고 했던 잔돈만 갖고 있었다.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딘가 교실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고 할까, 이 교실에 이질적인 존재가 나타났다……같은거?
 
그리고 내 예상은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로 적중했다는걸 알았다.
 
"히키가야는 있니?"
 
……여러가지로 딴지걸고 싶은 곳은 있지만, 우선 첫번째로 어째서 여기에 유키노시타가 있는거야? 유이가하마가 쉰다는건 알고 있을테고, 그보다 아까 내 이름 불렀고.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살살 어깨를 두드려졌다. ……간지러워.
 
"……히키가야, 깨어있니?"
 
"……어. ……왜 그래?"
 
이게 하야마나 유이가하마였다면 한 번은 무시하겠지만 유키노시타에게는 그럴 수 없다. 뭐, 무섭다는것도 있지만 주목을 받는걸 좋아하지 않는데 일부러 왔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겠지.
 
"……히키가야"
 
"……음?"
 
"……그게, ……지금부터 봉사부에 안 가겠니?"
 
"하?"
 
아니, 갑자기 왜 이래? 말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째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상상을 할 수 없다.
 
"……그, 그게……늘 유이가하마가 있잖아?"
 
"……뭐, 늘 같이 먹으니까"
 
"……그런데, ……그게……혼자라면 어쩐지 겸연쩍어서……안 될……까?"
 
아니,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들으면 곤란한데. 주위에 있는 여자도 남자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과연 유키노시타, 파괴력 발군이군.
 
"……히키가야?"
 
"엑, 아아……그럼 갈까"
 
일단 이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므로 유키노시타의 제안에 편승하기로 한다. 따, 딱히, 너무 귀여워서 거절할 수 없었던게 아니거든! 하치만 거짓말 안 해!
 
 
―――
 
 
나는 교실을 나와 자판기에서 맥캔을 사고나서 유키노시타와 함께 봉사부로 향했다. 함께 걷고서 다시 생각했지만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 이래선 쉴 겨를이 없겠지.
 
"들어가도 돼"
 
"어, 어어"
 
점심시간에 봉사부에 오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왠지 그거군.
 
"……히키가야, 도시락은?"
 
"엑, 아아 오늘은 돈을 갖고 오는걸 깜빡했거든"
 
왠지 유키노시타가 교실에 와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왠지 떠올렸더니 엄청 배고파 졌다.
 
"……자, 히키가야"
 
"……뭐야, 이거?"
 
유키노시타는 가방에서 도시락 상자를 하나 꺼내어 나에게 건냈다.
 
"……하아, 여기까지 해놓고 모르겠니? 이걸 너에게 주겠다는거야"
 
"……이걸, 나한테?"
 
"그래 맞아. 원래 유이가하마에게 만들어온건데 쉰다고 들어서 아까우니까 받아주지 않겠냐고 하는건데"
 
유키노시타는 빠르게 말을 한다.
 
"아, 알았어. 그런거라면 받아둘게. 땡큐"
 
"차,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싶어. 어디까지나 유이가하마 대신이야"
 
"하나하나 지적 안 해도 알았어"
 
뭐, 이래저래 식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됐다 치자. 거기다 유키노시타가 만든건 맛있으니까.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여러가지 요리가 들어있었다. 미니 햄버그와 민스 커틀릿. 달걀부침과 비엔나, 그 밖에도 여러가지로 들어있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먹으렴"
 
나는 햄버그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굉장한데 이거, 식었는데도 육즙이 엄청 나오고 진짜 맛있어!
 
"……히키가야, 어떠니?"
 
"맛있어. 엄청 맛있어!"
 
"그, 그러니. 솔직하게 말하는구나"
 
"당연하지. 맛있는걸 맛있다고 하지 않는건 식재와 만들어준 사람에게 폐가 되잖아?"
 
"……그래.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아, 그러니까 맛없는건 솔직하게 맛없는다고 해"
 
"……너답네"
 
하지만 이렇게해서 유키노시타와 둘이서 밥을 먹는건 왠지 신선하군. 하지만 이런 맛있는 도시락을 받았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키노시타, 이후에 뭐 사주게 해줘"
 
"엣, ……딱히 됐어. 그것도 남기면 아깝잖니"
 
"아니, 그래선 내가 납득할 수 없어. 그러니까 갖고 싶은게 있으면 말해줘"
 
유키노시타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듯이 자세잡고 나서 나에게 물어온다.
 
"……뭐든지 좋아?"
 
"엑, ……아아, ……아니 잠깐, 너무 비싼건 못 사니까 싼걸로 해줘!"
 
"……히키가야,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응, 조금 정도는 비싼걸 조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뭐 갖고 싶은거라도 있어? 뭐든지 좋아"
 
"……음, ……그게"
 
유키노시타는 조금 말하기 어렵다는듯이 꼼실꼼실거리고 있다. 평소의 유키노시타와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데. 잠시 유키노시타가 말하기 어려워하고 있더니 나의 옆까지 와서 말했다.
 
"……시간"
 
"……엑?"
 
나는 난청계 주인공은 아니지만 유키노시타가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로 말해서 못 들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네 시간을 달라고 말했어"
 
"야, 그건 무슨……읍!"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입을 막혔다. 팔을 목에 감기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키스를 당했다.
나는 유키노시타가 떨어질때까지 내내 경직해 있었다.
 
"……유키……노시타"
 
"……나에게, ……당신의 시간을 주세요"
 
나는 유키노시타가 하는 말을 일단 이해하고 있다. 요컨대,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듣고 깨닫지 못할만큼 나는 둔감하지 않다.
 
"……히키가야?"
 
"엑, ……으음"
 
내가 대답에 궁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는 불안하다는 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 표정을 봤더니 내 대답은 순식간에 정리가 된 느낌이 든다.
 
"……하아, 뭐 그렇군"
 
"?"
 
"……좋아. ……뭐든지 좋다고 했으니까"
 
"……정말로?"
 
"……아아, 뭐든지 준다고 했으니까"
 
내가 여기까지 말하자 유키노시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넘쳐나왔다.
 
"어, 야 잠깐. 나 이상한 소리 안 했잖아!"
 
"……바보"
 
그렇게 말하고 껴안아왔다. 거기서 깨달았지만 유키노시타는 떨고 있었다. 분명, 내 대답을 듣는게 무서웠던거다. 거절당하면, 관계가 무너지니까.
 
그게 전해졌으니까 나는 유키노시타를 껴안아줬다. 그리고 나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을 전한다.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내 시간을 주는 대신에, 유키노시타의 시간은 내가 받아갈거야"
 
내 말에 순간 눈을 크게 뜨고, 하지만 바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온다.
 
"네가 그런 말을 하면 기분 나빠"
 
"야"
 
"하지만, ……좋아. 너에게 내 시간을 줄게. 그러니까 유효하게 쓰렴"
 
"……알았어"
 
이때본 유키노시타의 미소는 지금까지 본것 가운데서도 최고로 예쁜 미소였다.
 
 
 
 
 
 
 
 
 
 
후기
 
 
안녕하세요 M입니다.
졸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걸 쓰는건 황송하지만 슬럼프에 빠져버렸습니다. 이야아, 여기에 와서 지금까지 남발로 투고하던 대가가 돌아온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한 동안은 단발로 투고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앙케이트를 합니다.
 
그럼 코멘트가 있으면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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