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맛은 어떤 맛? Ⅳ
"옷, 있다 이거야"
나는 학교 마치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갖고 싶은 라노벨 신간 발매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샀다. 진짜, 이거 한 권밖에 놓여있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운이 좋은걸지도 모른다.
"앗, 힛키가야 햣하로-!"
"켁"
……정정.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운이 나쁜 날인걸지도 모른다.
"히키가야, 갑자기 『켁』은 너무하다고 생각해~"
"아뇨,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만한 짓을 해왔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렇게 말할때 또 하나의 목소리가 하루노 씨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하루 선배, 기다려주세요~"
앗, 치유계 포지션 메구링 선배다.
"앗, 히키가야 오랜만~"
"네, 오랜만입니다. 시로메구리 선배"
"히키가야, 나하고 태도가 너무 다른데"
"그렇네요, 유키노시타 씨가 시로메구리 선배처럼 대해준다면 생각하겠습니다"
"응~……무리네"
그렇지. 그런건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빨리 돌아가서 이 신간을 오늘 내에 독파한다는 야망을 이루어야지.
"그럼 시로메구리 선배. 저는 지금부터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실례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가려고 했더니 어깨를 붙잡혔다. ……하루노 씨한테.
"뭐, 뭡니까?"
"히키가야, 우리들 지금부터 노래방 갈건데……시간 되지?"
"엣, 하루 선배 그래요?"
"에이차암, 메구리. 아까 얘기했잖아"
"……응, 그랬죠"
잠깐 시로메구리 선배. 절대로 거짓말이죠. 거짓말이라고, 당신의 대답에 간격이 있다고요.
"저기, 제 얘기 들었습니까?"
"응, 들었어. 우리랑 같이 돌아다녀서 기쁜거지?"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 일언일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건 도망칠 수 있을것 같지 않아. 여기는 강행돌파하는 수밖에 없나?
"앗, 그렇지. 얘, 히키가야"
"뭐, 뭡니까?"
갑자기 톤을 낮추어 말을 해오니까 공포가 배로 늘어나는데.
"히키가야는 말야, ……『키스』라고 듣고 뭐 짐작가는건 없어어?"
"!"
그 말을 들은 순간에 깨달았다. 나는 만난 순간부터 탈출불가능한 개미지옥에 빠져있다는 것을.
내가 어깨를 떨구는걸 확인하고나서 내 팔을 잡고 말을 해왔다.
"그럼 히키가야. 노래방 갈건데, 괜찮지?"
괜찮지? 라니 그거 그냥 협박이죠!?
"……하아, ……기쁘게 가겠습니다"
시로메구리 선배는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는것 같아서 걷기 시작한 나와 하루노 씨의 뒤를 따라왔다.
―――
노래방에 도착하고 접수를 마치고 8번째 방으로 들어간다. ……앗, 내 번호다. 아싸-!
……하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내 팔은 구속당하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니 겨우 팔을 놓아줬지만 내 옆에 앉아있다. 무의식인건지 반대쪽에는 시로메구리 선배가 앉아있다.
"히키가야, 괜찮아?"
"에, 네 괜찮습니다. ……일단은요"
역시 이 푸근 폭신한 느낌이 힐링되네. 하루노 씨가 없었다면 완벽한데. ……하지만 그러먼 시로메구리 선배와 단 둘이서 긴장해버린다. 그럼 안 되겠네. 그보다 안 오면 돼. ……어라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였더라? 책을 사러 온것 뿐인데.
"그럼 히키가야. 노래 부르자-!"
"오-"
나는 하루노 씨에게 억지로 노래부르게 되어 이래저래 1시간 정도 하루노 씨와 시로메구리 선배와 듀엣을 부르게 됐다.
―――
"……이, 이젠 참아주세요"
"에-, 좀 더 부르자-!"
"진짜로 참아주세요. 이젠 목이 너무 아파요"
일단 나라도 부를 수 있는 곡을 리퀘스트 해주니까 괜찮지면 역시 너무 지쳤다.
"그런가~, 그럼 다른 얘기라도 할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내 목에 팔을 감고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해왔다.
"유키노네랑 키스했지"
""!""
갑자기 들어서 놀래버렸다. 옆에선 시로메구리 선배도 놀라고 있다.
"엣? 히키가야, 정말이야?"
"음……뭐, 뭐어 그렇긴 하지만요"
왠지 시로메구리 선배를 보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얘, 어땠어? 유키노랑 가하마의 입술♪"
"어, 어떠냐고 들어도"
……부드러웠다 한 마디밖에.
"……히키가야, 키스는 어때?"
"엑, ……어떠냐니요?"
설마했던 시로메구리 선배의 질문이 날아왔다.
"앗, 메구리. 혹시 키스에 흥미 있어?"
"엣, 그, 그런건 아니지만……저, ……한적 없구요"
새로운 정보. 시로메구리 선배는 키스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판명됐다!
"……그럼 히키가야한테 해달라고 할래?"
"뭣!(엣!)"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하루노 씨?
내 입술은 그렇게까지 싸지 않다구요!?
……어라, 나 꽤나 여러가지로 했지.
"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어도 부끄럽다구요"
아니, 그야 그렇지요! ……그보다 키스 얘기로 처음으로 정상적인 반응을 들었군.
"흐응~, 그런가아~. ……그럼 히키가야. 나하고 할까♪"
"하? 아니, 뭐를……읍!"
나는 하루노 씨에게 억지로 입술을 포개졌다. 지금까지 키스를 해왔지만 동의없는 키스는 이게 처음이다.
"……푸하아! ……머, 머햐는겁미까!"
……마구 씹었다.
"아하하! 히키가야, 제대로 말 못하네"
"나, 남의 순정을 갖고 놀지 말아주세요!"
"……히키가야한테 순정 같은게 있는걸까아~?"
"으윽!"
확실히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코마치, 잇시키에게 키스를 해놓고 순정이니 뭐니 있진 않지.
"네 사람이랑 키스를 해놓고 순정은 없지~"
"잠깐 기다려주세요! 유키노시타네는 그렇다치고 어째서 다른 둘도 알고 있는거에요!?"
"……알고 싶어?"
"……아, 아뇨 됐어요"
여기서 이유를 들으면 되돌릴 수 없어질것 같다. 여기는 덮어두는게 선책이군.
"그럼 한번 더 할래?"
"……아뇨, 이제 참아……읍!"
얼굴을 고정당해 다시 입술이 포개졌다. 하루노 씨의 좋은 냄새가 내 몸을 채워간다. 잠시 입술을 맞대는 키스였지만 갑자기 하루노 씨가 혀를 넣어왔다.
하루노 씨는 키스에 익숙한게 아니겠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잘 했다. 천천히 내 입 속을 풀듯이 집요하게 침입해온다.
"……읍……앙……"
처음에는 조금 저항했던 나지만 어느샌가 저항하기는커녕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아……하아"
"……어라, 왜 그래?"
"유키노시타 씨가……갑작스러웠으니까 호흡을 못 한거라구요"
"후훗, 미안해♪"
전혀 사과받는 느낌이 안 들지만. 뭐, 실제로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거겠지.
"……하아, ……저기, 시로메구리 선배?"
문득 생각나서 시로메구리 선배를 쳐다보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아와아와 떨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요? 시로메구리 선배?"
"……엣? ……앗, 응……괜찮아!"
앗, 응.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네요.
"저기, 어땠어? 메구리?"
"괴, 굉장했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반쯤 덮쳐진 느낌이 있었고요.
"얘, 메구리도 해보지 않을래?"
"아니, 유키노시타 씨. 해보지 않을래라고 할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시로메구리 선배에게 눈을 돌려보니 여전히 얼굴을 붉히면서 꼼질꼼질하고 있었다. 엑, 뭐야 그거? 메구링 귀여워!
"저, 저기……시로메구리 선배? 유키노시타 씨에게 들었다고 해도 무리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엑, 그건 무슨 의미로 말하는겁니까? 여러가지 의미로 볼 수 있어서 오해를 부르는 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메구리, 히키가야랑 키스는 싫어?"
하루노 씨의 그 질문에 시로메구리 선배는 고개를 젓는다. ……엑, 고개를 젓는다는건 싫은건 아니라는 소립니까?
"해보고 싶다고 생각 안 해?"
이 질문에 메구리 선배는 살짝 수긍했다.
……엑, 괜찮은거야?
"그럼 히키가야. ……남은건 히키가야에게 달렸어"
"……하아"
아니, 뭐가 저에게 달린건진 전혀 모르겠지만……그보다 어느새 한다는 흐름이 되어 있는건 기분 탓인가?
"히, 히키가야, 잘 부탁해?"
"……하아"
응, 기분 탓이 아니었어. 어느샌가 그런 루트로 들어간겁니까?
"……저기, ……정말로 괜찮습니까?"
"……응, ……부탁해"
왠지 점점 나의 키스 경력이 늘어간다.
……그보다 지금 생각했지만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거 아닌가? 어라, 나의 착각?
"……히키가야?"
"엑, 앗, 죄송합니다"
이런, 지금 생각해야할건 거기가 아니다. 여기서 내가 안 하면 시로메구리 선배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품게 해버린다.
"……그럼, ……괜찮습니까?"
"……응"
왠지 유키노시타와 키스하는 감각이랑 닮았네.
……아니아니, 이런데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틀린것 같다.
나는 괜한 생각을 하는걸 그만두고 메구리 선배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댄다. ……힐끔 하루노 씨를 쳐다보니 엄청 즐거운듯이 보고 있네, 이 인간.
시로메구리 선배와 입맞춤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힐링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어디가 라고 들으면 솔직히 곤란하지만 치유 성분이 나에게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난다.
"……읍, ……히키가야……어때?"
"……음, ……최고입니다"
나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입술을 댄다.
하지만 역시 뭐라고 할까, 차분해진다. 그 한마디면 족하다. 키스라는건 사람의 성격에 좌우되는 느낌이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있다가 나는 시로메구리 선배로부터 입을 뗀다.
"……히키가야, ……고마워"
"아, 아뇨……저야말로"
우리는 서로에게 얼굴을 맞추면서 얼굴을 붉히고 있다. ……뭘까, 지금까지보다 어색하다.
"좀, 둘 다. 나를 잊고 있는거 아냐아?"
""!""
앗, 이런! 반쯤 잊고 있었다.
표정은 웃는 얼굴이지만 완벽하게 화내고 있네.
"이, 잊지 않아요. 그저 좀, 여운에 잠겼다고 할까"
"흐응~, 그럼 됐어"
"저, 저도 잊지 않았어요"
"……거짓말이지?"
얼라아~? 어째서 들킨걸까아?
"……네, 거짓말입니다"
"응응. 누나, 솔직한 히키가야는 좋아해"
진짜 싫다, 이 사람.
"저기, ……용건이 끝났다면 돌아가도 됩니까?"
이젠 한 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떠나고 싶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잔뜩 불러야지♪"
"……네"
이후 결국 시간이 아슬아슬해질때까지 노래를 부르게 됐다. 하지만 그 탓에 다음날, 목이 쉰건 또 다른 이야기다.
하루노 씨와 키스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어른스런 느낌이 났다.
시로메구리 선배와 키스는 역시 힐링받는다.
후기.
안녕하세요 M입니다.
졸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스 묘사는 어려워 솔직히 그렇게까지 패턴은 없다구요. 그러니까 또 이 패턴이냐 라던가, 그런 불평은 참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지금 깨달았지만 제가 시로메구리 선배를 쓰는건 별로 없네요. 솔직히 어투를 잘 모르겠어요.
자, 이번 화로 4작째가 되어버린 키스 시리즈. 앙케이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코멘트 등이 있으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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