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맛은 어떤 맛? Ⅲ
 
 
 
휴일이 밝고 나는 지금 학생회실 앞에 있다. 평소대로 잇시키한테 "선배~, 큰일이에요 큰일났어요오~" 라고 듣고 평소 이상으로 박력이 있어서 한숨을 쉬면서도 승낙해버렸다.
 
……하지만 막상 입구까지 왔더니 내 외톨이 센서가 부응없이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건 위험하다고. 무엇에 대한 위험인건진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나에게 있어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금요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와 어쩌다가 키스를 해버리고 휴일에는 코마치의 부탁으로 동생과 진심으로 키스를 해버렸다. 그 일이 머리를 스쳐버리는걸지도 모른다.
 
뭐, 잇시키는 하야마를 좋아하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 응, 내 지레짐작이다.
역시 그만큼 했으니까 자의식과잉이 되어버린걸지도 모른다.
 
"좋아!"
 
나는 다짐하고 학생회실 문을 연다. 거기에는 평소대로 학생회장 의자에 잇시키가 앉아있기만 하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앗, 선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안 오면 협박할거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저, 선배를 협박하는 그런 심한 짓을 안 해요"
 
누구의 입이 말하는거야.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귓가에서 『진실된 것』이라고 속삭이고. 언젠가 반드시 보복해주마.
 
"그럼 선배. 이 서류를 부탁할게요♪"
 
"……알았어"
 
……내 외톨이 센서, 이번에는 불발로 끝나준건가? 뭐, 일단 경계해둘까.
 
 
―――
 
 
하며 나의 경계에 대해서 평범하게 작업이 진행되어갑니다. ……정말로 내 지레짐작이었나? 한 가지 신경쓰이는게, 이 양이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도 그럭저럭 일의 양도 적어서 거의 끝나버렸다. 마지막 처리로 확인을 마치고 있는 힘껏 기지개를 한다. 내내 앉아있으니까 피곤해.
 
"잇시키, 끝났어"
 
"앗,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여전히 약삭빠르게 좋은 미소구만.
 
"그럼 난 돌아간다"
 
"앗, 기다려주세요!"
 
내가 일어서서 학생회실을 나가려고 문 손잡이에 손을 대자 잇시키가 팔을 잡아왔다.
 
"야, 뭔데. 이제 끝났잖아"
 
"네, 그렇네요 시간을 잡기 위해 점심시간도 여기서 일을 했던 보람이 있었어요"
 
……무슨 소리야? 왜 굳이 점심시간에 일을 하면서까지 빨리 끝낸거야? 어차피 방과후가 되면 나한테 의지하는 주제에. ……하지만 일이 적었던 것에는 납득했다.
 
"저기 잇시키. 빨리 끝났으니까 보통은 집에 가잖냐"
 
"저는 선배한테 과감하게 할 얘기가 있어요"
 
"아니, 나한테는 없으니까 집에 간다"
 
나는 다시 외톨이 센서가 경보를 울려서 손잡이를 있는 대로 돌린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잠겨 있던 것이다.
 
"왜, 문이 잠겨있는거야! 나 들어올때, 열어뒀는데……!"
 
그렇다. 그러고보니 한번 잇시키는 방을 나갔지. 혹시 이렇게 되는걸 예측해서 문을 잠근거 아냐? 이런, 잇시키 진짜 책사!
 
"선배, 포기해주세요♪"
 
"……어"
 
나는 일단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잇시키의 얘기를 들을 자세에 들어간다.
 
"……선배, ……코마치한테 어제 들었는데요, 선배는 유키노시타 선배랑 유이 선배, 코마치한테까지 키스했지요?"
 
역시 그 얘긴가. ……그보다 어디까지 퍼져있는거야? 이래선 내가 최저 최악의 인간 같잖아! 앗,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저기 잇시키. 그 얘기에는 이유가"알고 있어요♪""
 
"선배가, 자신의 의사로 그 둘에게 키스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키스한건 사실이죠?"
 
"……어"
 
내가 인정하니 잇시키는 나의 가까이까지 걸어와서 귓가에서 속삭였다.
 
"코마치한테는 깊은 키스를 했지요?"
 
"!"
 
나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질뻔했다. ……코마치, 그런것까지 잇시키한테 말한거냐.
 
"……뭐, ……그렇군"
 
코마치가 말해버렸다면 여기서 내가 변명을 해도 소용없겠지. 그럼 인정하는 편이 얘기는 진전된다. 잇시키는 귓가에서 더 속삭인다. 귀가 간지러우니까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선배~, 저한테도 해주세요오~"
 
"아, 아니. 너는, ……하야마를 좋아하잖아?"
 
나는 잇시키의 아양떠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의식하지 않으려고 반론한다. 하지만 더욱 아양떠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지금의 저는, ……하야마 선배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그런가?"
 
솔직히 그 고백에는 놀랬다. 아니, 그렇다고해도 이러저러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 선배랑 키스하고 싶어요"
 
"……야, ……일단 진정해. ……진정하고나서 얘기를 하자"
 
이대로라면 정말로 키스해버릴지도 모른다. 잇시키의 진의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유키노시타 선배나 유이 선배, 코마치한테는 해줬는데 저한테는 해주지 않는거에요오?"
 
"아, 아니 그러니까……그건"
 
잇시키의 아양떠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뇌가 저앙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저기, 선배. 저하고는 키스……싫어요?"
 
여기에 와서 조금 슬픈듯이 말하는 잇시키. 잇시키는 만났을때부터 남자를 잘 다룬다. 이것도 그 기술 중 하나겠지. 하지만 기술이라고 알고 있어도 지금의 잇시키에게는 거스를 수 있을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것도 사실이다.
 
"……잇시키"
 
"……뭔가요?"
 
나는 목에 감긴 잇시키의 손을 천천히 떼고 잇시키와 시선을 맞춘다. 방금전까지, 내내 귓가에서 속삭여져서 깨닫지 못했지만 잇시키의 얼굴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너, ……정말로, 하야마는 좋아하는게 아니지?"
 
"……네. 지금은 전혀 좋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잇시키는 굳게 긍정한다. 이 질문은 확인을 위해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키스해라고 들어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확실한 긍정으로 나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생각하는 시점에서 틀렸다만. 실제로 여기까지 오면 거절할 수 있을거라는 느낌도 안 든다.
 
"……선배, ……저, ……선배의 걸……원해요"
 
그만해! 그 오해살법한 말투는, 나의 정신위생상 좋지 않습니다!
 
"……선배, 부탁할게요"
 
지금의 잇시키는 약삭함이 전혀 없어서 엄청 귀엽게 보인다.
 
자, 여러분에게 질문이다. 여기에 꾸밈없는 얼굴로 키스해주세요라며 얼굴을 붉히고 울상으로 졸라오는 귀여운 후배가 있다. 이걸 거절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거절할 수 있다는 느낌이 전혀들지 않는다.
 
"……알았어"
 
"……정말인가요?"
 
나는 끄덕인다. 그리고 말없이 잇시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얼굴을 가져간다. 잇시키는 눈을 감고 내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다.
 
"……음"
 
"읍"
 
잇시키와 입술이 닿는다. ……이렇게 네 명의 여성과 키스를 하면 모두 저마다 다르다고 알게 된다.
 
모두에게 공통적인건 입술이 부드럽다는 것이다.
 
"……선배, ……코마치에게 한것 처럼……해줬으면 싶어요"
 
나는 끄덕이고나서 한번 더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혀를 스스로 잇시키의 입 안에 넣는다. 잇시키는 필사적으로 나와 혀를 감는다. ……굉장해, 몸이 뜨거워서 녹아버릴것 같아.
 
키스를 하고 있으니 시간 감각을 전혀 모르게 된다. 잇시키와 키스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 눈을 뜨니 귀여운 잇시키의 얼굴이 눈 앞에 있어서 저도 모르게 껴안아버렸다.
 
"서, 선배?"
 
"미, 미안!"
 
잇시키는 얼굴을 붉힌채 또 숙여버린다. ……이런, 거북해. 뭔가, 그 셋일때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거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선배?"
 
"어, 어어. 왜?"
 
먼저 입을 연건 잇시키였다. 아직도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지만 어떻게든 얘끼를 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저, 저기, ……이후에 시간 있어요?"
 
"……아아, 그렇군"
 
나는 끄덕인다.
 
"……그게, ……괜찮다면……어디 들렀다가 안 갈래요?"
 
그렇게 말하는 잇시키는 오늘 몇 번이나 본 꾸밈없는 얼굴의 잇시키였다. 그러니까 나는 잇시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아, 그렇군"
 
"……네!"
 
나는 잇시키를 데리고 학생회실을 나온다. 그리고 열쇠를 반납하고나서 학교를 나왔다.
 
잇시키와 한 키스는 감귤향으로 감싸여서 굉장히 평온한 키스가 됐다.
 
 
 
 
 
 
 
 
 
 
후기
 
안녕하세요 M입니다.
졸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후기는 조금 길어질지도 모릅니다.
 
일단 잇시키를 썼습니다.
……자, 긴급사태입니다. 『키스의 맛은 어떤 맛?』은 시리즈가 아니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연속으로 쓰고 있으면 시리즈로 보이네요. ……어떡할까나아?
 
원래 제가 처음에 쓴건 사귀지도 않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하치만과 키스를 한다. 라는걸 주제로 해서 써보고 싶었던것 뿐인데요.
 
그런데 어느샌가 코멘트에 쓰여진대로 써서 3연작까지 써버렸습니다.
 
……하아, 어째서 이렇게 됐지?
 
그럼 코멘트가 있으면 보내주세요. ……하아~.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12-25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