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2. 생각외로 히키가야 하치만은 그녀를 신뢰하고 있다.
 
 
…………결국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채로 수학여행 당일을 맞이해버렸다.
과자 상자를 들고 가려고 해도 오체투지로 사과하려고 해도 유키노시타는 뚱해진 언짢은 얼굴을 풀어주진 않았다.
"기분 풀어줘, 유키노시타. 너랑 얘기를 못하면 나는 누구랑 얘기를 하면 되는건데"
"………………"
나의 전신전령의 사죄마저도 그녀는 무시를 했다.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그녀를 상처입혀버린걸지도 모른다.
"…………왜 그러는걸까"
"뭐가?"
신간센, 옆에 앉은 토츠카가 고개를 기울인다. 귀엽다. 나와 토츠카의 사랑의 보금자리 뒤에선 하야마 그룹이 화기애애거리고 있다. 보조는 현지에 가고나서 하면 되는 모양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슬슬 후지산이 보이는거 아냐?"
"정말로!?"
순진하게 눈동자를 반짝이는 토츠카에게 뺨이 풀어진다.
"하치만도 보자!"
"아아, 그렇군"
"자, 옆에!"
옆이라아…………. 가깝네에.
"아직일까-…………아, 보인다!"
"오오, 굉장한데. 과연 일본의 얼굴"
"크네-"
"그렇군"
초 지근거리에서 웃는 토츠카를 보고 나의 후지산도 커져버릴것 같다구요………….
"…………불온한 기척이 나네"
요즘 듣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유키노시타"
"안녕, 변태가야"
"대뜸 변태 취급하지마…………. 이런곳까지 어쩐 일이야? 너네 반의 차량은 좀 더 앞쪽이잖아?"
유키노시타의 반만 왠지 VIP같은 모양이다. 아까전에 미우라가 불평을 했었다.
"…………그 자리, 앉아있기 거북해"
"아아, 너무 부드럽나. 그런거 좀 있지"
"그래. …………그러니까 여기 앉을게"
"하?"
내 의문을 무시하고 유키노시타는 토츠카에게 다가가기 때문인지 반쯤 비어있던 내 자리에 앉았다.
"좁앗…………!"
이 녀석, 몸을 움츠리지도 않고 평범하게 앉았어…………! 뻔뻔한데도 정도가 있지! 토츠카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없어서 필연적으로 내가 움츠리게 된다. 토츠카의 몸 부드럽네에………….
"시끄러워, 참아"
"나는 괜찮아도 토츠카가 싫어할거 아냐…………!"
"나, 나는 딱히 괜찮은데? 하치만만 괜찮다면 하치만의 위에 앉아도 되고…………"
뭐…………라고…………!?
토츠카 on 나 라고!?
"그래도 돼? 토츠카"
"노, 농담이야"
그렇지요-.
"하지만 나랑 유키노시타가 조금만 몸을 움츠리면 하치만도 비좁지 않게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에"
"…………랜다 유키노시타. 좀 더 움츠려라"
"잘난듯이 말하지마. …………폐를 끼쳤구나, 토츠카"
"으응, 괜찮아-. 나도 득보고 있으니까"
뭘 득보고 있는걸까…………. 유키노시타가 마이너스 이온이라도 뿜고 있는걸까. 아니구만. 차가운 오러는 있지만.
"이 정도는 어떠니?"
"어때, 토츠카?"
"괜찮아-"
"좋아. 그럼 오케이다"
"…………히키가야한테 물은건데"
"나? 아니, 나는 딱히 좁아도 상관없어. 부수입이니까"
"부수입이라니…………"
그 의미를 곱씹듯이 중얼거리고 몸도 성격도 백점만점인 유키노시타.
"정말, 하치만도 참…………"
수줍어서 찰딱 내 팔을 때리는 토츠카(결혼하자).
양쪽에 이 두 사람이 있어놓고 부수입이 없다고 하지 않을 남자가 있겠냐. 아니, 없지.
수줍어하는 토츠카와 떠들고 있으니 꾸욱꾸욱 소매를 잡아당겨졌다.
"…………미안해, 조금 좁으니까 그쪽으로 좁힐게"
"응? 어, 와라 와"
"고마워"
"상관없어. 매달리는 자세가 되어줘도 괜찮으니까. 이런 좁은 곳이긴 하지만 말야"
"그래…………"
그러고 유키노시타는 툭, 머리를 어깨에 올려왔다.
"…………졸려?"
"…………그래, 조금"
"그런가. 그럼 자둬. 도착하기 전에 깨워줄테니까"
"……………………20분 정도면 돼"
"알았어"
끄덕이자 유키노시타는 눈을 감았다.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건 익숙치 않은 배게라서 일까.
"와, 유키노시타 대담해…………"
토츠카가 경악을 보이고 있다. 움찔, 유키노시타가 떨었다. 자고 있을때에 몸이 경련한다. 이거 뭘 표현하는거였더라.
"유키노시타…………혹시 하치만을 좋아하는거 아냐?"
닿아있는 부분에서 유키노시타의 고동이 높아지는걸 느낀다. 자기 전에 일단 높았으니까 서서히 가라앉는거였던가?
뭐 됐어. 안이 그보다도.
"바보, 그런게 아니야"
토츠카의 말을 부정했다. 움찔, 유키노시타가 떤다.
"그래도 반년간 부활동에서 행동을 함께 했으니까. 나와 유키노시타의 사이에는 사랑이나 그런게 아니라 신뢰라는게 있어"
"!?"
움찔, 유키노시타가 떨었다.
"그런거야?"
"아아. 나도 솔직히 오늘 이 날까지 혼자 그렇게 생각했나 싶어서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야"
또 움찔 떨었다. 바이브레이션에 가깝게 떤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깊게 남을 신뢰했다고 생각해. 정말로 기쁜 얘기야"
"그런가…………다행이네, 하치만"
"아아. …………정말로 다행이야"
말하고서 자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왠지 땀 흘리고 있네. 자다 흘리는건가?"
그것도 줄줄. 자다 흘리는 땀 수준이 아닌데.
"난방이 더운걸까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아아, 나랑 밀착하고 있으니까 그야 덥겠네"
"그렇구나. 수건으로 닦아주지 그래?"
"그렇군…………"
가방에서 꺼낸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깨워버리는게 아닐까 불안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좋아. 또 땀을 흘리면 닦아주지"
"그게 좋아. 그럼 유키노시타를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얘기할까?"
"그렇군"
그리고나서 한 동안 토츠카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이따끔 유키노시타가 "저질러버렸어" 나 "나 바보" 라고 신음거렸다. 가위 눌린걸까. 땀을 닦는것밖에 못하는 배게라 미안하다.
 
"…………유키노시타"
"…………벌써 20분이야?"
"아아. …………가위 눌렸던데 괜찮아?"
"…………그래, 괜찮아"
어딘지 모르게 탁한 눈으로 유키노시타는 먼곳을 보고 있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매일 아침에 거울로 보고 있었다.
"아니, 너 괜찮지 않잖냐. 조금 더 자둬.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아니, 자기 자리로 돌아갈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으니까"
그러고 유키노시타는 일어섰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면 말해라? 그게…………나랑 네 사이잖아"
혼신의 나의 데레를 유키노시타는,
"…………지금 너하고의 관계로는 불만이야"
훌륭하게 딱 잘라버렸다.
"그헉…………"
"하, 하치만!"
생각외로 큰 대미지에 쓰러지는 나를 뒷전으로 유키노시타의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역시 나 정도로는 유키노시타와 신뢰관계에 있다는건 생각도 심히 멀었던걸까………….
"…………히키타니"
뒷좌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쳐다보니 하야마가 뒤쪽 자리에 앉아 나와 토츠카를 보고 있었다.
"오오…………뭐야 하야마. 지금 좀 상심한 상태니까 나중에 해도 되냐?"
토츠카의 무릎배게로 정신을 힐링받으면서 말하자 하야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폭발해라"
"너도 토츠카를 노리는거냐!"
"아냐!"
울부짓듯이 말하고 하야마는 원래 자세로 돌아가 담소에 끼어들었다.
"함께 연극을 했으니까 말이지, 하야마…………그야 좋아하게 되겠지…………"
"그, 그런가아, 에헤헤…………"
"그러니까 아냐!"
하야마의 변명같은 포효를 가볍게 흘려들으면서 우리는 교토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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