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 1. 놀랍게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히키가야"
복도에서 말이 걸려왔다. 늠름한 목소리. 유키노시타다.
"뭐야?"
"오늘은 부실 올거니?"
"아아, 갈게 가. ……………어제 뭐 의뢰가 있었어?"
"아니. 아무것도. 평소대로 조용한 부실이었어"
"그런가"
"그것만 물으러 온거야"
그럼, 하고 유키노시타는 교실로 돌아간다.
"…………유키노시타"
"뭐니?"
"…………어제는 쉬어서 미안해"
"…………딱히 괜찮아. 가정 사정이었잖니? 그럼 어쩔 수 없어"
시원스런 얼굴로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이번에야말로 가버린다.
나는 그저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봉사부에 들어가고나서 반년이 지났다.
사고를 당해 입원하여 고등학교 데뷔가 늦은, 왠지 모르게 특별히 아무 이유도 없이 고등학교에서 외톨이가 된 나는 2학년 봄에 봉사부에 배속받았다. 거기에 있던게 유키노시타였다.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고 싶어"
"너 중2병 안 빠졌냐…………"
"시끄러워 고2병"
말은 신랄했지만 친구가 없다는 유키노시타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그쪽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봉사부는 이른바 학생들의 고민 상담실같은거라서 이 반년간 나와 유키노시타는 몇 가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쿠키를 어째선지 조이풀 혼다에서 파는 목탄처럼 만든 소녀.
테니스를 잘하고 싶어하는 여자애같은 소년.
동생과 사이가 나빠진 누나.
초등학교 임간학교에도 실례했다.
문화제도 어떻게든 해결했다.
이도저도 나의 경이적인 수완과 유키노시타의 넘치는 지성, 그리고 나의 몇 가지 희생으로 해결했다. 이제 왠지, 그 쿠키 소녀나 산뜻한 핸섬남에게 마저 경멸스런 눈으로 보여질만큼 교실에서 내 평가가 웃긴 얘기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내가 쓰레기가 되든 유키노시타는 평소처럼 대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드러웠다고 생각하는 문화제를 뛰어넘었을때도 그녀는 나에게 미소짓고 겨우 나를 알았다고 말해줬다.
그러니까, 라는건 아니지만 일단 교실 평가는 신경쓰지 않게 됐다. …………토츠카는 예외로 하고.
 
"오"
종업후, 빠르게 부실로 왔지만 거기에는 이미 유키노시타가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빨리 왔네, 유키노시타"
"벌레 걸음이랑 비교하면 말이지"
"나를 벌레 취급하지마"
"이거 뭐라고할까, 너한테는 곤충같은 꺼림찍함이 있거든"
"바삭바삭 움직인다고 할 생각이냐"
"실제로 그렇잖니? 늘 뒤에서 몰래 바쁘게 돌아다니지. 마치 벌레야"
"………그런가"
매도가 칭찬으로 들린건 기분탓이겠지. 그 녀석은 나를 까는데 인생의 즐거움이라도 얻고 있다고 의심할정도로 까대고 있으니까. 아마 내가 매도에 너무 익숙해져서 감각이 마비된거겠지.
"차 마실래?"
"아아, 받을게. 늘 미안한데"
"겸사로 하는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미소 지으며 유키노시타가 일어나고 부실 구석의 간이 화로에서 주전자를 불에 올린다.
거기에 멈춰서는 유키노시타.
할 일도 없이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는 나.
잠시간의 침묵.
"…………슬슬 수학여행이네"
"…………"
"…………트라우마?"
"조금 말이지……………"
"…………미안해"
"딱히 상관없어. 그래서? 수학여행이 왜?"
"…………"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침묵했다.
"…………유키노시타?"
"…………그게. 히키가야"
드물게도 대단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유키노시타는 입을 열었다.
"그게…………수학여행은 나랑…………"
그녀가 마지막까지 다 말히기 전에,
"힛키타니이!"
기운 좋게 부실 문이 열리고
"헬프, 부탁함!"
토베가 고개를 숙였다.

 
"…………에비나한테 고백이라"
"맞어-, 어떻게든 안 될까나 히키타니!"
평소 내 취급을 뒷전으로 하고 토베는 오로지 빌고 있다. 그만큼 그가 필사적인건 잘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은 꽤나 강하다는것도 알았다. 몇 번이나 착각을 당해서 몇 번이나 꺾였으니까. 잘 안다.
"…………하야마로는 어떻게 안 되는건가?"
"나로선 도무지"
쓴웃음을 짓는 하야마. 과연, 토베가 고백하면 그 사이좋은 그룹에 균열이 갈지도 모른다라, 그렇군.
"하지만 뭐냐. 남의 사랑길을 방해하는건 좀…………"
괜히 말려들면 귀찮아질것 같고.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히키타니 씨!"
"그런 소리를 들어도 말이지…………"
으음, 하고 고개를 기울이는 나.
그 전에 힐끔, 옆을 봤다.
"………………………………"
무섭다.
유키노시타 씨, 무서워.
왠지 화났어.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화나있다.
토베가 의뢰를 말한 순간,
"…………히키가야 좋을대로 해"
그것만 말하고 조용히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의 무표정에 차가운 오러를 부가한 유키노시타에게는 토베는커녕 그 하야마조차도 말을 걸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나와 얘기하고 있다.
"뭐, 유키노시타한테는 좋을대로 하라고 들었으니까 내 독단으로 정해도 되지만, 으음-…………"
"받아주지 않겠어, 히키타니? 나도 부탁할게"
"…………뭐, 봉사부는 학생 모두의 아군인 모양이니까. 거부하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호되게 혼날것 같고"
수긍하자 토베는 얼굴을 빛내며,
"! 지, 진짜 감사!"
"기뻐해줘서 다행이구만. 그래서? 뭐 대안은 벌써 있어?"
"아아, 그거 말인데…………"
하야마가 입을 열었다.
"히키타니가 우리랑 같이 돌아다녔으면 싶어서"
"하?"
"…………싫어? 하지만 부탁해"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짐작이 가는지 미안하다는 듯이 하야마가 웃는다. 아니 하지만
"지금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에…………"
경악을 보인 하야마가 눈을 돌린곳
"…………"
유키노시타가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다.
"…………유키노시타가 왜?"
"아니, 아무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기울이던 하야마였지만 갑자기 '아아' 하며 뭔가를 깨닫고 손을 쳤다.
"……………첫날 조끼리 행동할때만이면 돼. 2일째랑 3일째 자유행동은 안 와도 되니까"
"오오, 그런가…………"
"그거라면 괜찮지?"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가 내 옆을 힐끔 본다.
"…………히키가야가 괜찮다면 뭐든 좋아"
"…………그런가"
시원스런 얼굴로 대답하는 유키노시타에게 하야마는 쓴웃음을 짓고,
"…………히키타니도 그거면 되겠어?"
"아아. …………그보다 딱히 2일째랑 3일째도 같이 다녀도 된다고? 어차피 혼자 행동할테니까"
"아, 아니, 그건 됐어. 응…………"
바로 내 옆을 힐끔 보면서 하야마는 식은땀을 흘린다. 뭐야, 유령이라도 있는거냐. 있는건 유키노시타 뿐이라고. …………설마 유키노시타가 유령? 아니아니, 유키노시타는 설녀니까. 요괴거든.
"그, 그럼 자세한건 조 편성할때라도"
"정말로 감사 히키타니!"
어째선지 허둥대는 하야마와 기운 가득한 토베가 가고 부실에 정적이 돌아온다.
"…………유키노시타?"
"왜?"
"왠지 하야마가 너를 눈치보고 있었는데, 무슨 일 있던거 아냐?"
"그러니?"
우와, 유키노시타 씨 차가워. 대답이 차가워.
하지만 하야마는 되게 유키노시타를 신경쓰는 기질이 있지………….
"…………아, 혹시 그거 아냐?"
"그거라니?"
"2일째 자유행동때 유키노시타를 꼬시고 싶은거 아냐?"
"하?"
무서워, 무서워 유키노시타. 하지만 이 목소리 어디선가 들었는데………….
"뭐, 뭐어 고등학생이 되어서 그런 들떠버리는 짓을 하는 녀석도 없나. 아, 아하하…………"
어떻게든 웃어서 넘기려고 하니,
"…………"
유키노시타가 뚱해져있었다.
어라, 실수였어?"
"들떠버리는 짓, 이라…………"
"미, 미안. 누구를 부를 생각이었어?"
그럼 사과해야지. 좋아하는 녀석과 같이 돌아다니고 싶다는건 평범한 일이니 방금전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딱히 비난받을만한 짓도 아니다.
"…………"
유키노시타는 그저 말없이 나를 노려봤다.
"…………미안"
사과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오늘은 돌아갈게"
유키노시타는 일어서서 가방을 챙기고 부실에서 나갔다.
"유키노시타…………"
"따라오지마"
"아, 어"
기세 좋게 닫히는 문에 몸을 움츠린다.
"…………저렇게 화난 유키노시타는 처음 봤는데"
다음에 제대로 사과하자. 과자 상자라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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