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의 봉사.

2015. 9. 16. 18:57

봉사부의 봉사.
 
 
 
 
 
 
 
 
방과후의 학교.
사람이 오는 일이 천문학적인 확률밖에 되지 않는 빈 교실.
그 살풍경인 부실에 요염한 헐떡이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그건 받아들이는걸 진심으로 바라면서도, 생물이 가진 자기보전을 위한 방어기구가 일으키는 생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으흥……학……하…"
 
받아들이는 대상은 말 그대로 고통 그 자체이며.
그러면서도 자기보전에도 많이 관여한다.
그건 모순은 아니다. 먼 원초의 시대보다도 생명은 그 이원로 속에서 살아왔다. 고통이 확인시켜주는 부응없는 삶의 증거에로스고통이 일으키는 죽음으로 가는 통행수형타나토스.
그것들의 근본을 동원으로 하는 두 가지의 요소는 상반하지 않으며 코인의 앞뒤밖에 되지 않는다.
 
"읏후우? ―――아. 아팟"
 
한숨의 호흡숨결에 섞여나오는 의미있는 말에. 나는 무심코 움직임을 멈춰 귓가에서 속삭인다.
 
"……괜찮아? 유키노시타. 이제 그만둘까?"
 
아뿔싸, 기어올라버렸다.
후회가 뇌리를 스친다.
 
"괘, 괜찮으니까……계속해줘. 히키가야……참을 수 있으니까……"
 
숨을 헐떡이면서 허세를 부리는 유키노시타를 보면 이성브레이커날아간다폭발.
―――유키노시타 유키노.
이 학교에 있어서 버금갈 자가 없는 재녀로서, 이 빈 교실을 점거해서 하고 있는 부활동봉사부절대군주부장.
약간 발육이 늦은 지체는 낙원의 과실. 아이어른경계석양에 거주하는 그녀. 미발달이며 미성숙한 손발이나 목은, 아주 조금이라도 힘을 잘못 넣어버리면 간단하게 꺾을 수 있을 정도로 덧없다.
극상의 비단실을 상상하게 만드는 길다란 머리카락은 밤의 어둠에 먹물을 흘린듯한 흑발. 그러면서도 무게를 느끼게 하지 않는 가벼운 윤택큐티쿨을 가진다.
무언가의 실수로, 본래 있어야할 하자를 어머니의 태내에 잊고온듯한 살결은 그것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는가 소리지르는것 처럼 그 이름이 나타내는새로 쌓인 눈것처럼 눈에 꽂히는 백색.
그리고 지금 말 그대로 새로 쌓인 눈을 거칠게 밟고 있는건 나다.
빠득, 유키노시타의 지체를 누르고 있는 자신의 양손에 힘을 넣는다. 눌러져서 도망칠 길이 없는 유키노시타의 몸에, 나의 일부가 진입하려고 시험해본다.
 
"으앗――아파――아파앗……안―돼"
 
고개를 젖히며 고통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 움직임을 억누르듯이, 더욱 유키노시타의 몸의 중심을 겨냥해서 구멍을 낸다.
 
"――아, 안 돼―――이런건――견딜 수 없어"
 
"안 될건 없잖아? ………자"
 
귓가에서 속삭이면서 더욱 깊게.
히끅. 하고 울은 유키노시타의 몸에 전류가 달린다.
얄팍한 가슴을 펴듯 젖히는 유키노시타.
하지만 나는 등 뒤에서 힘껏 그녀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도망칠 도리는 있지 않다.
 
"――으읏, 아――?"
 
눈가에 눈물을 띄우는 유키노시타.
그 표정을 보고나서 힘을 푼다.
유키노시타에게서 안도의 숨결이 흘러나왔다.
길고, 뱉어내는 한숨의 끝에 맞추어.
나는 오늘 최대의 힘으로 유키노시타의 어깨에 자신의 엄지육체를 밀어댔다.
 
"아파아파아파! 히키가야, 이제 됐어! 그만해!!"
 
평소 모습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으로 바둥바둥 날뛰는 유키노시타의 어깨에서 손가락을 뗀다.
 
"뭐야, 벌써 포기냐"
 
"――그렇게 아플줄은 생각 못했어"
 
홱, 고개를 돌린 유키노시타가 삐친듯이 말한다.
 
"뭐, 어쨌든간에 참고는 됐어. 땡큐, 유키노시타"
 
"……그래"
 
지압을 위해 이동했던 유키노시타의 뒤에서 자신의 정위치로 돌아온다. 유키노시타도 시술을 위해 벗어둔 블레이저에 소매를 넣고 책을 폈다.
나도 방금전까지 읽던 책을 손에 든다. 제목은 '외톨이라도 할 수 있어! 지압 마사지 입문'
어째서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유키노시타에게 마사지를 하게 됐느냐고 하면.
 
 
 
 
~ 회상 ~
 
『어머? 히키가야, 보기 드문 책을 읽고 있구나?』
 
『아아, 요즘 코마치 녀석이 수험공부로 어깨가 뭉친다고 하니까』
 
『그래, 여전히 시스콘이구나』
 
『시끄러. ……음, 뭐 대충 이런건가? 오늘밤에 아버지로 실험해서………』
 
『음, 흠! 그러고보니 요즘 어깨가 뭉치는구나~』
 
『하?』
 
『……그 의심스런 눈이랑 동시에 동정의 시선을 내 가슴에 향하는건 그만해』
 
『뭉치지 않으면 엄청 아픈 모양인데?』
 
『그러니까 뭉쳤어. 거기다 히키가야의 아버님이나 코마치가 히키가야의 마사지로 컨디션을 무너뜨려선 안 되니까, 실로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내가 실험대가 되어 줄게』
 
~ 회상 종료 ~
 
라며, 이러저러해서 유키노시타의 어깨를 주무른고로, 결코 신성한 학교 내에서 꺼림찍한 행위에 빠져있던건 아니다.
참고로 결국 유키노시타의 어깨는 뭉치지 않았다.
한번 더 불쌍하단 시선을 유키노시타쪽으로 향하니, 그녀는 아무래도 홍차를 타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가 타주는 홍차에 입을 대면서 생각한다.
――역시 내가 마사지를 하는건 잘못됐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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