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전에 보려고 생각한 최종화인만큼 놓칠 수 없던 애니메이션이다.
화면 안에서 흑발과 금발의 남자끼리 격하게 검을 맞대고 있다.
 
『우오오오오오!!』
 
장면이 바뀌고 이번엔 오렌지 색의 교복을 입은 소녀와 세일러복을 입은 검은 소녀가 싸우고 있었다.
 
『하앗!!』
 
『……미코토…나, 지금이라면 알거 같아…』
 
검은 소녀가 원심력을 이용해 검을 휘두른다.
 
(…응…?)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꼈다.
 
『…이익!!』
 
끼긱, 하는 격돌음이 울린다.
 
『…정말로 좋아한다는게 뭔지… 자신의 마음은 진짜라고 믿는거야. 의심하면 안돼…』
 
슬픈 눈동자를 검은 소녀에게 향한다.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너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 안하면 전해지지 않아…』
 
오렌지 색 교복의 소녀가 검을 막으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꺄아!? 이런 최고의 타이밍에…)
 
솔직히 머리를 감싸고 싶다.
 
(…아-…제길…어쩌면 좋지…)
 
『윽!!』
 
끼낑!
오렌지색의 교복을 입은 소녀의 시선이 금발의 소년 쪽으로 향한다.
 
『…하아…앗!!』
 
검을 휘둘러내리는 금발의 소년.
 
(…히메가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그게 최대의 문제점이며,
 
『…무섭지만 기뻐…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신기한 마음…』
 
(…왠지 뭉개뭉개한데…)
 
딱 잘라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답이다.
 
『…따뜻하고 바꿀 수 없는 내 마음속의 오로지 한 명의…하지만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마음이…』
 
(…히메가미한테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스스로에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제길. 마음속으로 욕을 한다.
만약 히메가미의 좋아라는 마음을 받아들여도, 이런 마음상태론 언젠간 히메가미를 상처주게 되버린다.
거절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알고 있기 때문에, 카미죠에겐 그 어느쪽도 천칭에 걸 수 없고, 걸고 싶지 않다.
라고 해도 이대로 주욱 대답을 지연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 하나를 고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제길…!)
 
스스로도 분명치 않은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히메가미를 좋아하는건가?)
 
좋냐 싫냐 이다 선택이라면 망설임 없이 좋아한다를 고른다.
 
(…하지만 그건 히메가미와 똑같은『좋아』하는건가?)
 
그건 모른다.
받아들일지 고민한다.
지금도 아직, 여러가지 망설임이 너무 많아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심하군…)
 
카미죠가 자신의 마음 정리로부터 자기혐오에 빠지기 시작했을때,
 
"…응…후아…"
 
후키요세가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후키요세"
 
자기도 모르게 부른 카미죠.
 
"…뭐니…?"
 
막 일어나서 또렷하지 않은 어조로 후키요세는 되물었다.
 
"…응, 조금은 상태가 좋아진것 같아. 고마워"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해준 것이다. 감사의 말 하나 하지 않는건 실례일 것이다.
 
"그래, 다행이네"
 
카미죠의 얼굴을 보며 눈썹을 찡그리면서 아무렇지 않은 대답을 하는 후키요세.
 
(…? 평소 이상으로 차갑지 않나?)
 
그 모습에 약간 의문을 가지지만,
 
"…으갸아!? 버, 벌써 끝났어어!?"
 
고민하고 고민하던 사이에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민해…?)
 
카미죠의 표정은 굉장히 어둡고, 한눈으로 봐도 뭔가 큰 고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진지하게.
그래, 굉장히 진지하게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닿지가 않아…)
 
눈 앞에 넘을수 없는 벽이 있는것 처럼.
초조해졌다.
카미죠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후키요세"
 
카미죠가 후키요세의 이름을 불렀다.
 
"…뭐니…?"
 
막 일어났다는 사실을 잊고 평범하게 대답해버린다.
 
"…응, 조금은 상태가 좋아진것 같아. 고마워"
 
그리 말해준것이 솔직하게 기뻐서,
 
"그래, 다행이네"
 
부끄럼 감추기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버렸다.
 
(…아-…)
 
자기혐오에 빠지지만 사고를 바꿔먹고 그걸 회피한다.
그 과정에서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제부터 자고 있다는 소리는…목욕하지 않았다는거구나. 아마도…)
 
뭐 그런 일도 있겠다 해서 후키요세도 목욕 세트를 가지고 와있었다.
무슨 일이냐, 라는 딴죽은 없는 방향으로.
 
(…입욕을 하면 또 땀을 흘릴테고, 땀으로 젖은 옷으로 냅두는건 좋지 않네…)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면서,
 
"…카미죠!  목욕하러 가자!"
 
단번에 말했다.
 
 
 
 
 
 
불룩불룩….
일단 바지로 몸을 비『벼』지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된거지? 신이여, 사백자 채운 원고용지 2장에 정리해서 대답해주세요…!)
 
당연히 카미죠의 몸을 비비고 있는 바지는, 카미죠 자신이 움직인 것이 아니다.
 
(…불행!? 불행한건가 이건!?)
 
마음속으로 절규한다.
카미죠의 뒤에서 바지를 움직이고 있는건 뭔가를 숨기듯이,
 
"…자, 뭐하는거야! 팔을 들어!"
 
감색의 학교 수영복 같은 수영복을 입고 부끄러운 듯한 자세를 취하는 후키요세 세이리였다.
회상개시.
 
"…카미죠! 목욕하러 가자!"
 
선언 뒤에 후키요세의 행동은 무엇보다도 빨랐다.
척척 욕실에 물을 준비하고, 어떤 기술을 사용한건지 단번에 카미죠를 알몸으로(이 때 후키요세의 뺨이 굉장히 빨갰다는건 기술해두자), 욕실로 집어넣었다.
찰나의 일이라 카미죠가 한동안 아연해하고 있자, 뭘 이성을 잃었는지 학교 수영복 같은 수영복을 입은 후키요세가 욕실에 난입해 온것이다.
 
"…부, 부푸아!? 후, 후키요세 씨!? 무, 무츤 모습을!?"
 
후키요세의 모습을 본 순간 코피를 뿜을 뻔 했다.
감색 천으로 감싸인 바디 라인은, 수영복이 작은지 더욱 강조되어 있다.
보기좋게 강조된 그 몸체는,『미인인데 조금도 색기가 없다』라는 평판(환상?)을 일격에 부숴버릴 정도의 파괴력이 있었다.
평범한 수영복이 아니다.
 
"누아아!? 왜 들어온거야!! 카미죠씨는 혼자서 목욕 못하는 어린이가 아니라구요!?"
 
게다가 마침 흉부에는 하얀 이름표가 달려져 있어, 거기에는 어린 느낌을 주는 히라가나 이름으로『세이리』라고 쓰여져 있다.
 
"…라고할까 어떻게 그런 희소한 수영복을 손에 넣은거야!?"
 
평정을 잃었는지 그만 그런 소리를 해버리는 카미죠.
후키요세도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지,
 
"…하, 하는 수 없잖아! 몸의 라인의 건강을 좋게, 더욱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까 사봤다고! 그렇게 했더니 처음부터 이런 상태였어! 남 앞에서 입을 수 없지만 너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거야!"
 
고속으로 본래 말할 필요따위 전혀 없는 소리도 고속으로 해버렸다.
이런 상태로선 이름표라던가 이름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또 통판에서 산거냐…그보다 나라면 괜찮다니 복잡한 심경이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수영복 후키요세를 바라본다.
과연, 확실히 평범한 학교 수영복관느 디자인이 미묘하게 다른걸 알 수 있다.
한동안 바라본 뒤,
 
"…으…"
 
코를 잡고 억지로 시선을 돌리는 카미죠.
후키요세의 보기 좋은 바디는, 순정 소년인 카미죠 토우마에게 있어서 자극이 너무 강한 것이었다.
 
"…자, 등을 보여!"
 
말대로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미쳤다.
까놓고 말해 숨기고 있는게 아니다.
뭘로 뭘 한다고?
그야, 한반신에 아른거리는 카미죠 주니어가 뻔하잖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핀치!? 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응, …응, …응"
 
바디 비누를 문지른 스펀지를 사용해 일정 리듬으로 혼신의 힘으로 고뇌하는 카미죠의 등을 비비는 후키요세.
 
(…그보다 의문도 생긴다고!! 뭘 어찌 잘못하면 이런 상황이 됩니까!! 사건이냐? 사건인거냐!? 또 멋진 마술이 어딘가에서 발동해서 그 피해를 불행한 카미죠 씨가 받고 있는겁니까-!? 게다가 어조가 코모에 선생님 식으로 되버렸는데요!!)
 
구오오, 하며 짐승같은 신음을 지르면서 고민.
스펀지가 등을 골고르 비비어, 팔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회상 종료.
 
"…자, 뭐하는거야! 팔을 들어!"
 
고민한느 카미죠를 아는지 모르는지 재빠르게 그리고 조심스레 카미죠의 몸을 씻어간다.
 
(으갸아아아아아!? 어쩌지 나!? 어쩌냐고, 나아!?)
 
머리 속에 카드가 아른거리는건 기분탓일까.
다음은 웨이브로?
완전히 혼란스러워진 사고가 더욱이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다음 순간.
이제 슬슬 등 주위를 다 씻었을 무렵에,
 
"그럼, 다음은…"
 
수영복 차림의 후키요세는,
 
"…아, 앞을 씻을테니까 여기를 바라봐!"
 
터무니 없는 위력의 폭탄(발언)을 투하해온것이었다.
 
 
 
 
 
이쪽은 장소를 바꾸어 카미죠가 사는 기숙사 앞.
 
(…여기가. 맞겠지…)
 
그 기숙사 앞에 한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그 광경에 격하게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일까.
흰 살갗에, 요즘 일본에선 드물게 일본식 흑발의 소녀.
히메가미 아이사다.
 
(…감기 걸린것 같은데. 카미죠 군. 괜찮을까…)
 
솔직히 걱정됬지만 고백의 일도 있어, 말을 거는것도 주저했다.
다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컨디션이 나쁜건 신경이 쓰여 결국 카미죠의 기숙사까지 찾아간 것이다.
 
(…여기. …였을 거야…)
 
엘레베이터에 올라타서 카미죠가 있는 층을 가리키고 그리고 생각에 둘러싸인다.
 
(…나는. 괜찮아…)
 
대답을 듣는게 끝없이 불안했다.
 
(…많이. 울지도 몰라. 하지만…)
 
마음을 먹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 친구만으로도 좋으니까. 곁에 있도록…)
 
어떤 대답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거절 받아도 평소처럼 맞이한다.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언젠가 받아들일 대답까지, 이 몸을 기대에 잠기게 하자.
결코 내가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결의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도착을 알린다. 내리고 가볍게 주위를 돌아보고,
 
"있다"
 
카미죠의 방을 발견하며 중얼거린다.
방 앞까지 걸어가 그리고 인터폰을 누르려한 하얀 손가락이 딱 멈춘다.
 
(…으. 긴장. 하고 있네…)
 
한번, 전에 온 적은 있었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긴급사태였다.
하지만, 이번엔 스스로 찾아왔다.
 
(…하지만. 누르지 않을 수는…)
 
찾아 왔다는걸 전할 수 없다. 그래선 굉장히 난처하다.
까놓고 말해 공기 취급은 심하다고 생각한다.
 
"…므. 므-…"
 
딱 인터폰을 누르려던 손가락과 장절하게 노려보기를 반복하기를 몇분.
마치 소녀같은 목소리로,
 
"꺄아아아아아!! 거기만큼은 안돼에!?"
 
카미죠 토우마의, 진심어린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럼, 다음은…아, 앞을 씻을테니까 여기를 봐!"
 
문답무용으로 정면을 보게 하려는 후키요세한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카미죠.
 
"잠! 잠깐잠깐, 타아임 후키요세!! 너, 너말야! 뭘 눈을 헤까닥 뒤집고 그런 짓을!?"
 
가까이 있던 나무통을 쥐고, 고간을 가리면서 도망친다.
 
"왜 도망치는거야!! 얌전히 나한테 씻겨지라구!!"
 
후키요세가 팔을 뻗어 잡으려고 한다.
 
"무리무리 여기만큼은 절대로 무리!!"
 
카미죠는 거기에 잡히기 직전에 회피한다.
그렇게 하기를 몇분. 다만 공교롭게도 여기는 좁은 욕실. 몇분 버틴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 단념해!!"
 
구석에 몰아붙여져, 후키요세의 (카미죠 왈)마의 손이 카미죠가 가진 목욕 통을 꽈악 잡는다.
 
"꺄아아아아아!! 거기만큼은 안돼에!?"
 
더욱 강한 힘으로 목욕통을 잡지만, 여러가지로 발 딛일 곳이 미끄러지기 쉬운데다 불안정하다.
 
"……으? …윽! 오오오오!?"
 
미끌
 
"으닥!?"
 
그대로 잡아당겨져 바닥에 등부터 떨어졌다. 그래도 통은 놓지 않는다.
 
"…아야야…!"
 
순간, 이걸 좋은 기회라는 듯이 카미죠를 홀드.
 
"…우오!? 그, 그만둬!"
 
잡아벗기려고 하지만 꽈악 쥐고 있어서 무리였다.
막 목욕통을 벗겨질뻔한 그 때,
 
"…카. 카미죠 군!?"
 
끼익!! 하는 굉음을 울리며 욕실 문이 열렸다.
문 저편에 서있던 것은 그래,
 
"…히, 히메가미!?"
 
걱정과 수치와 왠지 여러가지로 섞인 복잡한(카미죠한테는 그렇게 보인것 같다) 표정을 지은 히메가미 아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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