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는 그녀에게 고한다.
 
그는 그녀에게 고한다.
 
종이 울어 교실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진다.
라고해도 언제나 수업이 끝나면 왁지지껄해지지만 이번에는 평소 이상으로 왁자지껄하다.
 
 
"저기저기, 어디였어-?"
"나 빨강이었어-!"
"에-, 나는 하양이었는데-!"
 
 
그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여기만 들으면 팬티 얘기라고 생각해버리지. 아니, 생각 안 해.
참고로 검은 팬티는 왠지 에로하다고 생각합니다.
 
 
빨강이니 하양이니는 팬티 얘기가 아니라 체육대회 일이다.
우리 소부고교는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교실 내에서 홍팀과 백팀으로 반으로 가른다. 아무래도 매년 출석번호 홀수와 짝수로 나누는 모양이다.
그런고로 나는 홍팀이 됐지만 나에게 무슨 조가 됐냐고 물어오는 녀석이 있을리도 없어서 누구에게도 말을 걸리지 않은채 교실을 나간다.
오히려 말을 걸려지긴커녕 존재를 인식받지 못한다.
역시 장래는 전업주부 부업으로서 닌자나 암살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스텔스 전개로 주륜장까지 가서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밟고 있으니 어째선지 선배의 얼굴이 흘끔거렸다.
 
 
선배는 어느쪽일까.
내일이라도 물어볼까……
 
 
 
 
× × ×
 
 
 
"얘얘 히키가야. 히키가야는 어느 팀이었어~?"
 
 
조금 늦게 베스트 플레이스로 온 선배는 내 옆에 앉고 갑자기 찰딱 달라붙으면서 물어왓다.
에에이! 가까워 가까워 좋은 냄새 부드러워 가까워 부드러워 가까워!
나는 조금 몸을 젖히면서 대답한다.
 
 
"빨강이었습니다. 선배는요?"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재미없다는 듯이 하양, 이라고 중얼거리고 도시락을 펼치더니 우걱우걱 먹기 시작한다.
 
 
"하아~, 좋겠다~ 미카는. 히키가야랑 같아서……"
 
"아니아니, 저랑 같아도 재미없다구요?"
 
"그야 그렇겠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선배는 아직 조금 뚱해져있는지 반찬을 젓가락으로 마구 헤집는다.
그보다 나랑 같아도 재미없다는걸 알고 있다면 왜 같은게 좋았던건데요!
그런거 아니라고 말해주는걸 아주 조금 기대했는데! 아주 조금!
 
그보다 미카미 선배랑 같나……
 
 
"하아…… 재미없어………"
 
 
이 사람은 언제까지 삐질거람……
이미 점심을 다 먹은 나는 음료를 사올게요, 라며 선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동판매기로 간다.
 
자동판매기까지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 차에 나에게 위험하다고 고스트가 속삭인다.
얼른 로지코마를 불러야해!
 
 
"오, 뭐시기 군이다!"
 
 
들은적이 있는듯한 없는듯한 목소리가 난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보니 그 사람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뭐시기 선배"
 
"잠깐? 히키가야 알면서 그러는거지! 미카미야, 미―카―미!"
 
"선배도 제 이름 알고 있잖아요"
 
"아, 히키가야는 무슨 조였어?"
 
 
OH… 완전 무시네……
하치만 울지 않아! 장하지?
라며 뇌내에서 메이짱스럽게 중얼거린 후에 질문에 대답한다.
 
 
"빨강입니다. 미카미 선배도 그렇죠?"
 
 
그러자 미카미 선배는 핫, 설마! 라며 그 주장이 적은 가슴을 감추듯이 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킨다.
 
 
"설마, 스토커겠다!"
 
"좀, 목소리가 너무 크다구요. 저 엄청 주목받고 있잖아요!"
 
 
초조함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아하하, 웃으면서 내 등을 팡팡 때린다.
잠깐만, 힘 너무 세……
엄청 아픈데요……
 
 
"아하하, 미안미안! 카나한테 들은거지? 그 애 백팀이었으니까-……아, 그 아이 침울해했어?"
 
"아뇨, 침울해했다기보다는 삐졌네요"
 
 
호호오, 하며 히죽거리면서 미카미 선배는 자동 판매기 쪽으로 걸어가서 돈을 넣고 뽀직, 뽀직 하며 버튼을 2번 누른다.
나온 캔을 꺼내고 나를 돌아본다.
 
 
"이야아, 좋은 정보를 들었어. 아, 그리고 이거 최근에 카나가 이것만 마시는것 같으니까, 히키가야도 이거 좋아하지?"
 
 
그렇게 말하고 미카미 선배는 나한테 맥캔을 둘 건내고 아, 위험해라, 하며 뛰어갔다.
뭐가 위험한거야?
 
 
지금까지 저 사람이랑 제대로 대화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의외로 좋은 사람인걸지도 모른다.
얼굴도 미인이고 스타일도 좋다.
그저…그저 좀 가슴이……
 
 
그러자 갑자기 오싹하고 한기가 돈다.
벌써 추워졌구만, 하며 자신의 보신을 위해 굳게 생각하고 나는 선배가 기다리고 있는 베스트 플레이스로 가기 위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낯익은 소리를 들었다.
 
 
뭘 감추랴, 수업종이다.
 
 
이런, 5교시 시작해버렸다. 테헤페로☆
그보다 알고 있었으면 가르쳐주세요 미카미 선배……
 
 
 
 
× × ×
 
 
 
 
다음날 점심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던거랑 미카미 선배한테 괜한 소리를 한걸 끈적지근하게 혼난 나는 점심시간이 전부 날아가버렸다.
 
어떻게든 5, 6교시를 자면서 보내어 공복을 넘기고 겨우 하교 시간이 된다.
하치만, 배가 고픕니 나우.
그런 리얼충(웃음)같은 중얼거림을 뇌내로 하면서 맥캔이라도 사서 돌아갈까, 하며 자동판매기로 향한다.
 
무사히 내 마음을 MAX로 해줄 MAX커피를 사고 주륜장으로 발을 옮긴다.
 
 
하교 시간에서는 상당히 시간이 지나있어서 학생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도 흐리멍텅하며 구름이 두터워져서 지금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다.
이제 곧 내 자전거가 있을 곳에 도착하지만 내 자전거 근처에 누군가가 서있다.
순간 선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남학생인 모양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3학년인 모양이다.
되게 리얼충(웃음)이라는 느낌이라 키도 크다.
 
 
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겠거니 하며 아무 생각않고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가니 눈이 마주친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자전거 열쇠를 따고 있으니 어이, 하고 말을 걸렸다.
순간 달리 다른 사람한테 말했나 생각했지만 여기에는 나밖에 없다.
고개를 드니 아까 눈이 마주친 3학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이"
 
"뭡니까"
 
"너, 카나한테 찝쩍거리는 녀석이지"
 
 
카나는 누구야? 라고 순간 생각하고 카나미 선배의 이름이 분명히 그런 이름이었다는걸 떠올린다.
 
 
"아뇨, 찝쩍거리지 않는데요"
 
 
그러자 3학년은 조금 열이 받쳤는지 조금 눈썹을 찡그린다.
 
 
"뭐, 딱히 그거라면 그거대로 상관없지만 말야, 카나가 착하다고 해서 막 까불지 마라?"
 
"딱히 안 까불었는데요"
 
 
그 말을 말한 후에 아차, 했다.
나는 멱살을 잡혔다고 생각한 순간, 눈 앞에는 지면이 펼쳐져 있었다.
 
뒤늦게 뺨이 얼얼하게 통증이 난다.
아무래도 입안이 찢어졌는지 피맛도 난다.
 
 
눈 앞에 사람의 다리가 다가온다.
올려다보니 아까전의 3학년이었다.
 
 
 
 
 
 
"두번 다신 카나한테 접근하지마"
 
 
그렇게 내뱉고 발꿈치를 돌려서 걸어간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연해하고 있으니 뚝뚝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의식이 또렷해진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자전거에 올라타 밟기 시작한다.
 
 
잠시동안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를 밟고 있으니 의식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해했다.
 
 
 
나는 선배에게 알게모르게 응석부리고 있었다고.
 
나는 선배에게 어울릴리 없다.
한 쪽은 귀엽고 인기도 있는 여학생.
한 쪽은 외톨이에 존재조차 인식받는지 모를 남학생.
 
 
분수에 안 맞는짓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는 것이다.
분명 이후로도 선배의 옆에 있으면 폐를 끼치게 되겠지,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많이 끼쳐왔던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 × ×
 
 
 
 
다음날, 평소처럼 베스트 플레이스로 가니 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히키가야!"
 
 
그렇게 말하고 여기로 와~, 하며 자신의 옆을 통통 두드린다.
 
 
거기에는 앉지 않고 있으니 왜 그래? 라며 선배가 이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올려다본다.
 
 
"……선배"
 
 
꿀꺽 침을 삼키는걸 알 수 있다.
어젯밤에 실컷 생각한, 생각했는데 이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에겐 카드를 고르는건 할 수가 없다.
 
 
왜냐면 나에겐
 
 
 
 
한 장밖에 없으니까.
 
 
 
 
"……선배하고는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저같은건 내버려두세요"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19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