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초등학생때 괴롭힘당했다.
그런 결과, 모든걸 버리고 게임에 뛰어들었다.
우정, 인연 따윈 단순한 버그 덩어리. 친구 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이야기.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화
『청춘이란 신이 하는 인생게임이다. 운이 좋으면 대부호가 되고 운이 나쁘면 거지가 된다. 청춘이나 러브코메디 같은건 랜덤 조율 방식이며 좀처럼 나오지 않는 SP보스처럼 마주치는건 엄청 낮은 확률이다. 마주친 녀석들을 승리자, 마주치지 못한 녀석들을 패배자라 부르며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가 문제다. 나――히키가야 하치만은 그걸 실행하기 위해 NPC처럼 주위를 돌아다니는 모험자에게 말을 걸리는 정도의 인간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리고 미래도. Coming soon』
국어교사 히라츠카 시즈카 선생님은 핏줄을 띄우면서 내가 제출한 작문을 큰 소리로 똑바르게 낭독하여, 그게 끝나자 나는 눈에 눈물을 띄우면서 성대한 박수를 보내지만 째려보아서 강제로 저지되었다.
"뭐냐, 이건"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본다는 과거편이네요"
"뭐든지 게임이랑 연관짓지 마라"
나는 게임을 무지 좋아한다. 우정이니 인연이니 하는건 풋내나는걸로 인생을 즐기는것 보다도 나는 게임에서 인생을 즐기려고 결심한 이래, 줄곧 나 홀로라는 커맨드를 관철하고 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크게 한숨을 쉬고, 끊어질듯이 부풀어오른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어 거기에서 한 개피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100엔짜리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윽. 독 상태에 걸렸습니다. 그러므로 보건실로 회피하겠습니다"
"충격요법이라는걸 알고 있느냐"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주먹에서 빠직빠직 관절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 펀치만큼은! 펀치만큼은 용서를"
"그럼 왜 이런 장난스런 작문을 쓴거냐"
"선생님이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본다는 작문을 내셔서 저는 필사적으로 쓴거라구요……게임 시간을 5분이나 축소해서"
그렇게 말한 순간, 내 뺨에 바람이 불었다.
사람은 그걸 주먹펀치라고 한다. 히라츠카 교수님의 주먹이 내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칠 곳을 통과해간 것이다.
오, 오오. 나이스 펀치……라고 하면 세컨드 피스트가 오겠지.
"다음은 맞춘다"
번뜩 말아올려진 눈동자 속에서 괴기스런 빛이 뿜어져서 조건반사적으로 내 몸은 움츠러든다.
"히익, 네, 죄송합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다시 쓸테니까 에너지 차지를 그만두세요!"
"당연하지. 너는 수학 확률 분야나 문과 교과는 우수한 주제에 왜 이런 작문 하나 못 쓰는거냐"
"아, 아니 그게~. 게임을 공략해가면 결국은 확률론이라서 공부한거라구요. 그리고 문과 과목을 잘하는건 게임 루트를 기억했더니 자연히 기억력이 단련되어서 지금은 한번 본건 거의 기억한다고 할까요"
"완전히 게임 두뇌군. 직원 회의마다 네 게임기가 몰수함에 있을법하군"
그, 그런 눈초리를 받고 있었나! 그러니까 요즘, 되게 선생님이 내 책상 주위를 두리번거렸군. 하지만 내 입장으로 보면 화면을 보지 않고 게임하는건 여유롭다.
통통, 재떨이에 담배 재를 떨어뜨리고 선생님은 말한다.
"너 친구 없지
"실례네요. 게임이 친구입니다"
"그건 친구라고 안 하잖느냐"
"게임은 오세요. 다른건 필요없습니다"
"어디의 단장이냐……하아. 연인도 없겠지"
"흐흥……선생님도'
"흐읍!"
"크허억!"
내 배에 선생님의 밉살스런 주먹 제트 피스트가 직격해서 내 몸이 삐걱삐걱 금이 가는것과 동시에 전신에 엄청난 충격이 달렸다.
서, 설마 저 메가칩을 체현하다니……커헉.
"레이디에게 체중과 연령, 연인의 유무를 물어선 안 된다고 못 들은거냐?"
"죄, 죄송합니다"
"다음은 제트펀치를 먹인다"
"죄송컥"
게다가 주먹 제트 피스트 급의 위력을 자랑하는 제트 펀치라고? 에리어 스틸 3장부터 나오는 유성군보다도 흉악한 위력기잖아.
……하지만 친구가 필요없는건 사실이다. 저런건 불확정 요소에 지나지 않아……아니, 버그다. 패치를 계속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버그다. 그런건 필요없다.
문득 선생님이 조용해진걸 깨닫고, 선생님을 쳐다보니 턱에 손을 대고 나를 보고 있었다.
어, 뭐야? 혹시 히라츠카 시즈카 루트에 들어간거야?
그때,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울었다.
"아, 실례. 오, 게릴라인가. 이 참에"
"몰수다"
"그, 그것만큼은!"
스마트폰이 손에서 벗어나, 나는 반사조건적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양다리를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댄다고 하는 제패니즈 엎드려 빌기를 한다.
"……돌려주길 바라나"
"네. 돌려주세요. 안 그러면 육성 프로그램이"
"……그럼 조건을 달마. 레포트는 다시 제출. 너는 봉사활동을 명한다. 여기에 응하면 돌려주마"
또, 또 내 게임 시간이……하지만 여기서 반론을 하면 더욱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사태가 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몰수당하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일상적으로 게임기를 몰수당하고 있는 나다……자칫 잘못하면 1개월 이상 몰수당할지도 모른다.
엎드려 빌기를 멈추고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고 선생님에게 묻는다.
"봉사활동이라니 뭔데요"
"흠. 따라오거라"
그렇게 듣고 따라가니 교무실을 나와 특별동이 있는 복도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치바시립 소부고등학교의 교사 모형은 상공에서 보면 카타카나 'ㅁ' 글자를 하고 있다.
도로측에 교실동이 있고, 그와 마주보듯이 특별동이 있고, 각각을 2층 부분에 있는 건널 복도가 잇고 있는데다 거기에 둘러싸인 중앙에 있는 중앙정원은 리얼충들의 에덴으로 변해있다.
점심시간은 커플들이 사랑을 얘기하고,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하고 방과후에는 석양에 비추어지면서 또 사랑을 얘기한다……나에게는 뭐가 즐거운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청춘 따윈 버그 덩어리다. 친구, 연인, 인연……그런건 패치를 충분히 해도 사라지지 않는 악질 버그다. 왜 그들은 버그를 받아들이는걸까. 나는 과거에 버그에 전신을 칠해져서 기반부터 다시 만들었다……정말로 잘 모르겠다.
"선생님"
"뭐냐"
"봉사활동이라고 했는데요 저, 힘 없다구요"
"너에게 맡길건 힘쓰는 일이 아니야…… 오히려 모든걸 게임으로 보고 있는 네 기준으로 보면 천직이다"
내 기준으로 보면 천직……왜 그것이 봉사와 관계가 있는걸까……아가씨에게 써먹히는 집사같은 봉사라면 아가씨♡게이지를 채워가는 게임으로 못 볼것도 없다……하지만 그런게 현실에 있을리가 없으니……뭐지?
"여기다"
도착한 곳은 플레이트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는 평범한 교실 문앞.
드르륵 문이 열리고 교실 안이 시야에 펼쳐진다.
끝에 책상과 의자가 쌓여져 있고, 마치 창고로서 쓰이는것 말고는 아무 특이점 없는 교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결론 지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교실에 한 명의 소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녀는 의자에 앉아 그저 묵묵히 문고본을 읽고 있고, 이따끔 불어오는 바람으로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번거롭다는 듯이 손으로 누르고 있다.
그런 아무 특이할 점이 없는 행동마저도 어딘가 아름답게 보인다.
"히라츠카 선생님. 들어올때는 노크를 해주시라고 전에 말씀드렸는데요"
"노크를 해도 너는 반응 하지 않잖느냐"
"……그런데 거기 얼빵하게 서 있는 눈이 썩은 소년은"
"그는 입부 희망자인것과 동시에 나의 의뢰 상대다"
"……이, 입부!? 저 들은거 없어요. 게임 시간이 줄어듭니다"
"너는 어디의 액셀의 아내냐"
아는구나.
"너에겐 페널티로서 여기서 봉사활동을 명한다. 이론 반론 저항 질문 말대답 혁명 반란은 소용없다"
와, 와오. 엄청난 독재자다. 설마 내 반격수단을 모두 권력으로 봉쇄하다니.
"보다시피 그는 일상보다도 게임을 우선시킨 결과, 외톨이가 되어버린 불쌍한 남자인것과 동시에 비굴하고 치우친 생각밖에 못해서 말이다. 그래서 유키노시타. 너에게 교정을 부탁하고 싶다"
유키노시타라고 불린 소녀는 빤히 나를 보고는 어째선지 몸을 감싸듯이 손을 감고, 사삭 나로부터 거리를 두듯 의자를 뒤로 움직였다.
"거절합니다. 그 남자의 음흉함이 가득찬 눈을 보고 있으면 제가 덮쳐질거에요"
"안심하거라. 그는 2차원 밖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아"
"언제부터 2차원 집착남이 된겁니까"
"아닌가?"
"아닙니다. 저, 저도 3차원에 욕정한다구요"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 씨는 더욱 의자를 뒤로 스슥 물리며 가까운 의자를 마치 벽처럼 자신의 앞에 세우고 어째선지 손에 휴대폰을 잡았다.
……진짜로 경찰을 부를 생각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이 녀석은 게임을 못하게 되는 환경이 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범죄는 저지르지 않고 여성을 덮치는 일도 안 해. 그런걸 할 시간이 있으면 게임을 할 정도다. 소심한 놈이야"
"하다못해 선악은 가린다고 말해주세요"
"……갑자기 믿기 어려운데요"
야, 나는 그런 범죄자로 보이냐……해질녘에 교복 차림으로 걸고 있더니 제복을 입은 경찰에게 심문을 몇번 당한 경험이 있는 이상, 어딘가 부정할 수 없어!
"내 의뢰는 이 녀석의 교정이다. 게임 따위에 빠지지 않고 친구를 만들 수 있을 정도까지"
"……선생님의 의뢰를 헛되게 할 수는 없으니……할 수 있는 만큼은요"
"부탁한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나를 남기고 부실에서 나간다.
"아, 제 스마트폰!"
"아, 그랬지"
아슬아슬하던 차에 그걸 떠올리고 황급히 선생님으로부터 스마트폰을 돌려받아 게임을 기동하지만 이미 게릴라는 종료되어 있었다.
……하아. 마법석 3개 소비 확정이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PFP를 꺼내서 기동한다.
"거기의 좀비같은 눈을 가진 좀비"
"너무해라. 하다못해 게임이라는 별명을 붙여줘"
"게임좀"
게임이랑 좀비가 융합해버렸어! 레벨2의 융합 몬스터니까 통상 몬스터 확정이군. 좀비인 주제에 사람을 습격하지 않고 게임만 하는 좀비다! 같군.
"네 이름은?"
"…………먼저 자기부터 이름을 대야하는거 아니냐"
"이건 실례였구나. 2학년 J반 유키노시타 유키노야. 봉사부 부장을 하고 있어"
……과연. 그러니까 선생님은 여기서 나더러 봉사활동을 명한거군. 봉사부라고 할 정도니까 봉사활동을 주체로 한 부활동이겠지.
"2학년 F반 히키가야 하치만"
"게임을 하면서 말하는건 실례가 아닐까. 게임좀"
"아니, 지금 말했거든……2학년 F반 히키가야 하치만"
게임을 일시정지하고 그녀를 보고 자기소개를 하고 다시 게임으로 돌아간다.
"봉사부는 뭐하는데"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풀어준다. 노숙자에게는 밥을, 빈곤한 사람에게는 급부금을, 여자애와 대화가 없는 남자애한테는 여자애와 대화를. 그걸 사람들은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해"
소리 높이 선언하고 가슴에 손을 대며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어서와, 봉사부에. 환영할게"
"어디에서 뭘 어떻게 봐도 나를 내려다보는걸로 느끼는건 내 눈이 이상한건가?"
"어머, 내려다보지 않았어. 게임 따위라는데 사로잡힌 슬프기 짝이 없는 가엾은 왕자님의 세뇌를 풀기 위해 아름다운 공주님이 하는 말이야. 감사하렴"
SAO라는 작품을 근본부터 부정했군, 이 녀석.
그보다 자기를 아름다운 공주님이라고 말하나……뭐, 이 녀석이 말해도 아무 문제는 없다만.
"그 피코피코의 뭐가 재미있는거니"
"피코피코라니 너……우리 엄마라도 패미컴이라고 말한다고"
"패, 패미……피코피코잖니"
"너는 우리 할머니냐"
우리 할머니도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을 피코피코라고 하지……그보다 가끔 컴퓨터도 피코피코라고 말하는 사람 있지.
"딱히 상관없잖아. 특별히 곤란한것도 아니고"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안 되잖니"
윽……엄마한테도 동생한테도 작작하고 그만해라고 듣고 말다툼을 하게 됐을때 가장 먼저 들은 말을 들었다……화, 확실히 도움은 안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꺾여버리면 모든 게이머들에게 미래는 없다.
"바, 바보같은 소리 마. 게, 게임도 도움이 된다고"
"예를 들면?"
"그, 그게……친구와 대화를 원활하게"
"네가 말해도 설득력이 없어"
"기, 기억력을 단련할 수가 있어. 그래서 나는 수학 확률 분야랑 문과 과목은 학년 톱클래스다!"
"화학은? 물리는?"
"그, 그건"
이, 이런. 화학은 무기물과 유기물의 범위밖에 못하고 물리에 이르러선 공식밖에 기억 못하니까 늘 낙제점에서 줄다리기 하는 점수다. 뭐, 뭔가……뭔가 수는 없나.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풀 회전시켜서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타도하는 무기를 찾아간다.
"어차피 게임 따위는 사회에 도움이 안 돼. 이렇게나 어려운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라며 면접에서 말할거니? 게임으로 안정도니 돈을 벌 수 있어? 게임에 빠지면 너처럼 친구가 없어지잖아. 애시당초 게임이라는건 오락의 하나에 지나지 않아"
"크헉!"
확인사살 일격을 받고 나는 바닥에 엎드렸다.
이, 이 무슨 머신건이야……이렇게까지 게임에 저평가를 하는 녀석은 없다.
"갱생에 고생을 하는 모양이구나"
"노크를"
"미안미안. 이 녀석도 좋은 녀석이지만……조금 게임이라는 마약에 지나치게 범해진거야"
"더는 무리에요. 이 남자한테서 떼어내는건 불가능하다고"
"……그러고보니 왜 내 성격을 바꾸니 게임을 떼어놓니 하는 전제로 진행하는거야?"
내 한 마디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크게 한숨을 쉬고 유키노시타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겠다는 모습으로 나한테서 시선을 피한다.
"나는 딱히 변하지 않아도 돼. 애시당초 친구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 출처는 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친구를 잃었지만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왔으니까"
유키노시타는 "전쟁 반대! 무장은 전부 버려라!" 라는 정론을 하는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보지만 이번에는 시선을 피할 생각은 없다.
"너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이란다? 자각 못하는거야?"
"그건 네 기준으로 본 판단이지. 변하나 변하지 않나는 나 자신이 정하는거잖아"
"그건 도망이야. 자신을 귀여워할 뿐이야"
"다들 자신을 귀여워하잖냐. 자신에게는 무르고 남에게는 엄하고. 그게 본질이지. 거기다 변하지 않는다는 선택도 어엿한 선택이다. 애매한것 보다는 훨씬 낫다"
"논점을 흐트리지 마. 변하지 않는다는 선택이랑 애매하다는게 좋다는 얘기가 아니야"
"변한다는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새로운 자신을 긍정한다는거지. 그런건……그런걸 할 수 있다면 진작에 했어"
문득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초등학생때, 어제까지 같이 놀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받아, 웃으면서 쫓아가는 놀이에서 일방적으로 비웃어지면서 얻어맞는 놀이로 변했다.
그건 퍼져간다. 내가 모르는곳 까지.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신이 되어 다른 길을 걷고 싶다고……하지만 그건 허락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변하면 가던 길이 부서지고 결국 이전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는 녀석도 있어"
"…………그런건……아무도 구원받을 수 없잖아……과거의 자신을 부정할 수 있도록 한다……그게 봉사부의 활동 목적이야"
어째선지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를 보면 어딘가 나와 닮은점을 느껴버린다.
이 녀석도 분명 나와 같다……부정하고 싶은 자신이 있는데 부정할 수 없다. 그게 자신의 일부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과연…… 두 사람의 정의가 부딪쳤을때, 옛부터 주먹과 주먹을 부딪친다는 규칙이 있지"
"엥, 그거 규칙입니까?"
"소년 만화의 규칙이야. 그럼 표백제나 마찬가지지. 너희들은 승부를 하거라. 이론은 인정하지 않겠다. 누구의 정의가 올바른지. 승자는 내 독단과 편견으로 결정한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부실에서 나갔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승부가 시작되버렸다……게임이라면 나, 지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완전하교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퍼졌다.
유키노시타는 그걸 듣고 나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돌아갈 준비를 해서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나도 돌아가서 게임하자"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화
"히키가야. 부활동 할래? 아니면 봉사부 갈래? 아니면 철・권・제・재?"
봉사부에 입부한 다음날 방과후, 나는 바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가장 먼저 교실을 나가려고 했지만 문을 열었더니 이미 미소를 지은 선생님이 서서 그렇게 말했다.
이 무슨 선택지야. 마지막에 이르러선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가, 갈게요. 갈테니까 주먹을 뽀각거리지 마세요"
그런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거스를 수도 없어서 나는 선생님의 옆을 걸으면서 특별동으로 향한다.
옆에서 보면 백의를 입은 미인 여교사를 기다리게 한다는 식으로 보이지 않는것도 아니지만 실제로는 공포라는 끈으로 이어진 불쌍한 심복이랑 주인님이다.
이렇게나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평일은 없다.
"네 눈에는 그녀는 어떻게 보이느냐?"
"그녀?"
"유키노시타 말이다"
"그렇군요……한 마디로 말하자면 입 험악한 녀석이네요"
"그런가……되게 우수한 학생이지만 말이다. 가진자 특유의 괴로움을 안고 있다고 할까……그녀는 때때로 올바르지. 하지만 세상이 올바르지 않으니까 괴로워하는거야"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말하는건 아무 거짓없는 진심이며, 사실이다. 실제로 게임 따위는 사회에 도움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다.
옆에서 보면 내가 그 녀석의 정론에 꼬리말고 도망친거나 마찬가지다.
"뭐, 너는 조금은 바뀌어야겠지. 특히"
"아야야야야!"
뒤에 숨어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던게 들켰는지 관절기를 당하면서 손을 강제로 앞으로 내밀어져서, 선생님의 손에 스마트폰이 건내지고 만다.
선생님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이마를 잡으면서 살짝 한숨을 쉬었다.
"너는 이 열정을 인생에 걸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
"게임 = 인생인데요"
"……뭐라고할까, 말기 증상이로군"
그런 말을 하면서도 결국 봉사부 부실 앞에 도착해버려서 마지못해 부실 문을 열자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문고본을 읽고 있다.
선생님에게 스마트폰을 돌려받고 의자에 앉아 평소처럼 PFP를 기동시킨다.
"어머, 왔구나. 더는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나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선생님에게 연행됐다"
"너는 M이니? 스토커야?"
"왜 내가 너한테 호의를 품고 있다는 전제야?"
"아니야?"
유키노시타는 진심으로 이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게까지 전력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 나도 할 말은 못한다.
"애시당초 나는 너 모르거든"
"어머. 대부분의 사람은 내 이름을 알고 있을텐데……그렇게까지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자의식 과잉에도 정도가 있지"
"나, 너하고는 달리 인망만큼은 있으니까 이름만큼은 알려져 있어"
"그것치고는 너. 학교생활은 즐기지 못하는것 같구만"
그렇게 말을 하니 유키노시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나를 쳐다보지만 나는 바로 시선을 피하고 태그 포스로 페어를 결정해 결투를 시작한다.
애시당초 친구가 있는 녀석이 재적하는 클럽이 이 녀석만 있다는건 이상한 이야기다. 친구가 있다면 적어도 이쪽으로 대화를 하러 올 것이다. 아무도 없으니까. 거기다 방과후가 되고나서 조금밖에 지나지 않은 내가 와도 가장 먼저 왔으니까, 자연히 혼자인걸테지.
"……그렇구나.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냐고 묻는다면 NO라고 대답할거야……나, 귀여우니까 옛날부터 이성에게 호의를 받았거든"
"엥, 뭐야? 자기자랑?"
"끝까지 들어. 이성에게 호의를 받았다……하지만 동성에게는 미움을 샀어"
이성의 시선을 너무 모으는 녀석은 대체로 동성으로부터는 빈축을 사서 철저하게 박살나거나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져서 멋대로 자멸하는 둘 중 하나다. 그러고보니 내가 초등학교일때도 있었지~. 되게 귀여운 애가 다음 학년이 되니까 없어졌다고. 그것도 이 녀석이랑 똑같은거겠지.
"나는 실내화를 60번 정도 감추어졌지만 그 중에 50번은 동성이 감추었어"
"남은 10번은 뭔데"
"5번은 남자한테, 2번은 선생님이 빼돌렸고, 3번은 개가 숨겼어"
"너 개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아무 짓도 안 했어……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 그렇기에 질투나 비뚤어짐처럼 추악한 마음을 품고 완벽한것을 배제하려고 하지. 이상하게도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지내기 힘들어. 그러니까 바꿀거야……사람과 함께 이 세상을"
왠지 엄청난 방향으로 얘기가 나아가지 않나? 유키노시타의 과거 이야기가 갑자기 세상을 바꾼다는 규모로 커져버렸다.
"아, 그래. 뭐, 힘내라"
"……의외네"
"뭐가?
"너라면 그런건 무리라고 말할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PFP를 슬립 모드로 바꾸어 게임을 일시중단하고 유키노시타를 쳐다본다.
"……남의 꿈을 헐뜯어서 뭐하게. 그 녀석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 정말로 하고 싶은거니까 그 녀석이 자유롭게 시키면 되잖아. 네 꿈에 불평을 달 정도로 고상한 녀석은 없어"
"그, 그래"
유키노시타는 당혹스런 어조로 말하고 의자에 앉아 다시 문고본에 시선을 떨군다.
확실히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말하는 소리는 비현실적이라서 현실미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꿈을 헐뜯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꿈은 그 녀석이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누구에게도 깔보여지는 일이 없는 절대불가침 영역 속에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PFP를 기동시켜서 결투를 속행한다.
"그보다 아무도 안 오는데 괜찮은거야?"
"그게 일상이야. 행렬이 생길만큼 오면 그 쪽이 이상해"
뭐, 그것도 그런가.
결국 그 날은 아무도 오지 않고 하루가 종료됐다.
다음날, 나는 다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눈총을 사며 교무실에 서 있었다.
이유는 조리실습을 빼먹은 벌로 제출한 레포트에 대해서인 모양이라, 아까부터 볼펜을 몇 번이나 책상에 툭툭 치며 무언의 압력을 뿜고 있다.
"히키가야. 레포트에 쓰라고 한건 뭐지?"
"그, 그게 말이죠…… 왜 선생님이 담당인데요"
"츠루미 선생님한테 떠넘겨졌다. 생활지도 담당도 나다"
레포트는 카레 만들기에 대해서 제출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 화가 난 모양이다.
제대로 평범하게 썼잖아? 도움이 되는 가정조리학이라는 소프트한 본체를 사서 그 지시에 따라 만들면 문제없이 만들 수 없습니다라고 썼잖아?
"뭐든지간에 게임이랑 연관지어버리면 장래에 곤란해진다?"
"그, 그럴까요? 연애라는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서"
"그런건 도움 안 돼……안 된다고"
"……왠지 죄송합니다"
멀리 쳐다보는 시선을 지으면서 말하는 선생님의 표정에 무심코 입을 막고 눈물을 참으면서 사죄의 한 마디를 하니 선생님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용서해주었다.
"하지만 이 레포트는 용서할 수 없다"
"그, 그렇지요~……다, 다시 쓰겠습니다"
"당연하지. 봉사부에 가서 쓰고와라……빼먹으면 알겠지?"
"아흑"
펜 뚜껑을 틱! 튕기니 내 이마에 저스트 미트해서 수수하게 아팠다.
레포트를 받아 교무실을 나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수수께끼의 봉사부로 향한다.
봉사부에 재적하고나서 약 3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 부활동이 뭘 하는 부활동인건지 전혀 모르겠고 부장님의 성격은 더 모르겠다. 뭐,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부실 문을 여니 평소처럼 유키노시타가 문고본을 읽고 있다.
거리를 둔 곳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평소처럼 PFP를 기동하려고 한 그 때.
"들어오세요"
"시, 실례합니다~"
겸양스런 노크 소리와 함께 긴장했기 때문인지 높아진 목소리의 여자가 들어온다.
……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보니 부실로 들어온건 블라우스 단추를 셋 정도풀고 가슴팍에는 반짝 빛나는 목걸이, 치마는 짧고 하트챠임, 밝은 색으로 탈색된 갈색 머리카락과 교칙 완전 무시한 여자가 있었다.
……아, 이 녀석 나랑 같은 반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어라, 힛키 왜 여기에 있어!?"
"……왜 내가 힛키?"
"에, 그치만 히키코모리 같으니까 힛키"
수수하게 마음의 상처를 후비는구만……그보다 나, 그런 별명을 몰래 붙여졌던거야? 그보다 자주 말한적도 없는 녀석에게 그런 별명으로 부르려고 하지마. 역시 화려한 여자, 줄여서 화려자.
"분명 2학년 F반 유이가하마 유이였지"
"아, 내 이름 아는구나"
PFP를 하면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어쩌면 유키노시타는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다 알고 있는거 아냐? 나는 얼굴은 완벽하게 기억하지만 이름은 전혀 기억 못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PFP에 집중하고 있으니 내 바로 옆에 누군가가 서 있는걸 느끼고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내 옆에 서서 게임 화면을 보고 있다.
"매일 게임 하고 있지. 안 질려?"
"따, 딱히 안 질리거든. 하는 게임을 바꾸니까"
"흐응. 그러니까 히키코모리같다고 듣는거야"
이 녀석 나를 바보 취급려는 눈을 본 순간, 겨우 이해했다.
이 녀석은 늘 교실 뒤쪽에서 소란피우는 축구부 녀석들 중 한 명이다. 대개 그 녀석들은 나를 이런 눈으로 쳐다보니까.
"시끄러워. 빗치가"
"뭣!? 누, 누가 빗치야! 나는 아직 처――――앗, 무슨 소리를 하게 하는거야!"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야. 고등학교 2학년이 버지"
"와-! 유, 유키노시타는 여자력 낮은거 아냐?"
"하찮은 가치관이네. 그래서 무슨 용건이니"
"어, 그게……쿠키를 만들고 싶다고 할까"
힐끔 유이가하마를 봤을때 우연인지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바로 외면됐다.
뭐, 딱히 저 녀석들의 대화에 흥미없으니까 상관없지만.
"히키가야. 잠깐 자리를 비켜주겠니"
"에~ 지금 좋은 참인데……아, 알았으니까 그 영원히 사라져주지 않을래? 같은 눈으로 보지마. 이어폰 낄테니까 그거면 되잖아"
"안 돼. 지금 당장 사라져주지 않겠니"
"말했다. 이 애 말했어……알았다고"
마지못해 의자에서 일어나서 부실을 나가 조금 떨어진곳까지 걸어가 벽에 기대서 결투의 속행을 한다.
음~. 여기서 체인을 해야하나……아니, 상대가 접촉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수패에는 사이클론이 있으니까 체인을 해서 파괴도 할 수 있지만 첫번째 턴부터 엎어둔 저 카드……서, 설마 카운터인가!?
으으으으으음……체인이다!
O버튼을 눌러 카드를 발동하지만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쪽으로 처리를 들어온다.
"좋아! 내 승리다……끝난거냐?"
승리에 기뻐한 순간, 문이 드르륵 열리며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부실에서 나왔다.
"그래, 네가 없는 덕분에 부드럽게 끝났어"
"나는 게임밖에 안 하니까 있으나 마나 똑같잖아"
"그럴까?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가 힐끔 유이가하마를 쳐다봐서 나도 힐끔 쳐다보지만 얼굴을 붉힌 유이가하마가 시선을 홱 피해버렸다.
"이런 반응인데도?"
"이런 반응인데도야. 그럼 가볼까"
"어딘데"
"가정과실이야"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화
가정과실로 들어와 가장 먼저 생각한건 달짝지끈한 것이었다.
방금전 수업으로 바닐라 엑센스라도 쓴건지 교실 안이 충만해져 있고, 게다가 창문도 열어두지 않아서 환기도 되지 않았다는 최악의 상황이다.
유키노시타는 멋대로 냉장고를 열어 쿠키 재료를 꺼내고 사발이랑 국자 등 요리기구도 탁상 위에 올려둔다.
"유이가하마. 너 에이프런 삐뚤어졌어"
"헤? 어디?"
에이프런을 입는게 익숙치 않은건지 어깨 부근에서 크게 틀어져있었다.
"이리로 와. 고쳐줄테니까"
"에, 고, 고마워"
게임을 중단하고 유이가하마를 눈 앞에 세워서 비뚤어진 부분을 고치고 다시 게임에 집중한다.
……어라? 내가 여기에 있는 의미 없지 않아?
"저, 저기 힛키"
"아?
"그, 그게 말야……가정적인 여자는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좋아"
"에, 에에~"
"나랑 같이 게임해주고 나를 길러주는 여성이라면 좋지"
"히키코모리 니트가 하는 소리를 들으면 안 돼, 유이가하마"
그 말이랑 완전히 똑같은 소리를 엄마한테 들었다.
동생이 게임에 흥미를 가져서 이때라는 듯이 세뇌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엄마에게 저지되었고, 그 한마디를 들은 것이다.
그날 이래로 집에서 내 별명은 히키코모리 니트가 되버렸다. 오빠는 슬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쿠키 만들기기 시작된건지 사발에 계란을 떨어뜨리는 소리(콰직)이 드리고, 사발에 우유를 넣는 소리(텀벙텀벙텀벙!), 그리고 어째선지 밀가루를 넣는 소리가 폭삭 들려왔다.
…………뭘 만드는거야.
문득 생각하고 게임을 일시중단하여 사발 안을 쳐다보니 물체X가 완성되어 있었다.
"………계란 껍질 많지 않아? 밀가루 많지 않아? 왜 커피 가루?"
"그치만 남자는 달콤한거 싫어하는 사람 많잖아? 그러니까 숨은 맛으로 쓴맛을"
"숨기지 않잖아. 그보다 주장이 너무 세잖아"
"그럼 설탕으로 감출거니까 됐다 뭐"
그렇게 말하며 유이가하마는 사양없이 설탕을 집어넣고 커피 가루를 감추지만 원래 많은 가루 산에 더 얹어서 산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그걸 국자로 섞어서 으적으적 소리를 내며 형태를 만들어서 오븐에 집어넣는다.
…………이거 먹을 수 있으려나.
그런 바람은 허무하게도 박살나서 만들어진 쿠키는 시커먼 핫 쿠키로 변했다.
"냄새로부터 보아 위험하네"
"홈센터에서 파는 목탄이군"
"너, 너무하지 않아!? 겉보기는 그렇다치고 맛은 괜찮아! 힛키, 먹어봐!"
"싫어. 이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는 쿠키는 싫어"
그렇게 말하고 게임을 기동시키려고 하지만 문득 유이가하마가 에이프런을 꾹 움켜쥐고 있는게 보여서 얼굴을 쳐다보니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나를 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
"뭐니"
"내가 죽으면 게임들을 부탁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가 만든 쿠키를 입에 넣은 순간 시야가 블랙아웃했다.
"히, 힛키?"
"……핫! 나, 나는 왜 과정과실에"
"너무 맛없어서 기억을 지운걸로 자신을 보호했구나"
라는건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엄청 맛없었지만 의식이 날아갈 정도로 맛없다면 나는 사양없이 싱크대에 토해버린다.
"여, 역시 나 재능 없는걸까……요즘 다들 이런건 안 한다고 하구"
"우선 그 인식을 고치는 편이 좋아"
"어?"
"실패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사람을 보고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다고 해. 하지만 그건 성공한 사람이 쌓아올린 노력을 보지 않고 하는 소리야. 노력도 하지 않고 재능이 없다고 하는건 어리석은 소리야. 그리고 주위에 맞추려고 하는것도 무척이나 불쾌해. 왜 주위에 맞추려고 하는거니"
유키노시타의 머신건에 유이가하마는 어쩔줄을 몰라 재기불능이 되어간다.
외야에서 듣고 있던 나마저도 너무한 위력에 작은 목소리로 우와아, 중얼거릴 정도의 위력을 유이가하마는 그 몸으로 모두 받아내는 것이다. 그 대미지는 측정할 수가 없다.
"머, 멋있어!"
""하아?""
무심코 PFP를 떨어뜨릴뻔했다.
순전히 이제 집에 갈래! 라고 말하고 뛰쳐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했던 멋있어입니까.
"확실히 좀 심하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말한다고 할까. 왜지 말하는게 파앗! 몸에 울리는 느낌이라서 멋졌어!"
"얘, 얘기를 들은거니. 이래봬도 괘 심한 소리를 했는데"
"미안해, 유키노시타. 이번에는 제대로 할게"
그 말에 유키노시타는 마침내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정론을 말해서 분노를 보이는 녀석은 있었지만 사죄의 말을 하는 녀석은 없었던 걸테지.
"이거 써"
"뭐야 이거"
나는 주머니에서 도움이 되는 가정 조리학이라는 소프트가 들어있는 휴대용 게임기 본체를 전원을 켠 상태로 유이가하마에게 건냈다.
"요리나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임. 꽤 하기 쉬우니까 해봐"
"힛키 요리 공부 같은거 하는구나"
"동생이 꼭 사라고 시끄러우니까"
화면을 터치해서 과자 메뉴로 이동시켜서, 쿠키라는 페이지를 여니 재료가 표시되어서 음성을 통해 유이가하마에게 쿠키 조리방법을 설명해간다.
그 음성을 놓쳐듣지 않듯 귀를 기울이며 때로는 일시정지 시켜서 조리를 하고, 때로는 되감아서 재생하는 등 만드는 그 모습은 진지 그 자체였다.
할 일이 없어진 유키노시타는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뭘 화내는거야"
"화난게 아니야……피코피코에게 조리 방법을 배워도 몸에 익지 않는거 아니니"
"피코피코라니……그럼 너는 위성통신을 사용한 공부를 부정하는거냐"
"그런 말은 안 했어"
"똑같아…… 디바이스로 배우든 본인에게 의욕이 있으면 사람에게 배우는거랑 똑같잖아……네가 말하는 게임은 오락의 일종이지만 오락도 가끔은 일상에 도움이 돼"
"……그 우쭐대는 표정은 그만두지 않겠니"
어이쿠. 무심코 우쭐댄 표정이 나와버렸나.
나는 필사적으로 우쭐댄 표정을 감추려고 노력하지만 유키노시타를 게임으로 패배하게 만든데 어딘가 우월감 같은걸 느끼고 있어서 자연스레 얼굴이 우쭐해지고 만다.
"다 됐어-!"
"…………음. 뭐 형태는 따로 치더라도 중요한건 맛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하나 집어 들어서 유키노시타에게 건내지만 미소를 지은 유키노시타에게 손으로 도로 밀리지만, 나는 그에 지지 않겠다고 손을 도로 밀지만 도로 힘으로 밀려진다.
"좀! 둘 다 너무하지 않아!?"
"전례가 있으니까"
"윽! 화, 확실히 그렇지만 음성대로 만들었다 뭐!"
"…………잘 먹겠습니다"
나는 게임을 믿고 쿠키를 한입 집어넣어서 깨문다.
"어, 어때?"
불안하단 표정의 유이가하마가 내 얼굴을 쳐다본다.
"…………뭐어, 맛없지는 않아"
"저, 정말? 거짓말 아냐?
"거짓말 아냐……뭐, 맛있다고도 말 안했지만"
"그, 그런가……힛키. 이거 좀 빌려가도 돼?"
유이가하마는 본체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다.
"딱히 상관없긴 한데"
"고마워! 유키노시타도 고마워! 도와줘서"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본체를 들고 교실 출구로 향한다.
"유이가하마. 이후로는 어떡할 생각이니"
"아- 한번 더 스스로 만들어볼래! 다음에 또 봐!"
미소를 지으면서 유이가하마는 가정과실에서 나가 우리 둘 만이 가정과실에 남겨지고, 나의 PFP 딸깍거리는 소리만 가정과실에 울렸다.
"……왠지 모르는 사이에 끝났군"
"그렇구나…… 나는 유이가하마를 위해서라면 한계까지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잖냐. 무슨 일이든 노력이고……뭐, 그게 자신의 결과에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게임도 마찬가지잖아. 럭키 조우율 적이랑 만날때까지 몇 번이나 레벨을 올리냐 하는 얘기다"
"……그 예시는 잘 모르겠어"
"요컨대 노력을 해도 희망대로 결과가 되는지 아닌지는 모른다는 소리야"
며칠 후 방과후, 항례가 되어버린 부활동에 나는 참가하고 있었다.
겨우 이 봉사부의 주목적이 학생의 고민 상담해결이라는걸 알았다. 요컨대 의뢰 게시판에 붙여진 의뢰를 해내면 팁이나 돈을 손에 넣는 대신에 학생의 고민이 해결된다는 보수를 손에 넣는 부활동이다.
선생님이 내 기준으로 천직이라고 말한건 이것일테지. 하지만 나는 천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선가…………게임을 못하잖아.
오늘도 여전히 유키노시타는 문고본, 나는 PFP에 집중하고 있다.
"얏하로-!"
"으으읏! 앗…………아"
"힛키, 왜 몽크의 절규같은 표정 짓는거야?
"유이가하마, 뭉크의 절규야"
……유, 유이가하마가 큰 소리 지른 탓에……세이브 데이터를 실수로 지워버렸다……거, 거짓말이지……겨우 레어 드롭 아이템이 떨어졌는데……내, 내 노력의 결정이.
"아, 그렇지. 얼마전의 답례"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에게 깨끗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건냈다.
"쿠키?"
"응. 왠지 만들기 시작하니까 재미있어져서. 다음부터 도시락을 만들까나~ 해서. 저기, 유키농은 평소 어디에서 점심 먹고 있어?
"평소엔 이 부실에서…… 그 유키농은 뭐니. 기분 나쁘니까 그만해"
"에, 혼자서 먹는건 쓸쓸하지 않아? 같이 먹자~. 아, 나 방과후에 한가하니까 봉사부 도울게!"
노도의 머신건에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헬프 콜을 눈으로 보내지만 나도 눈으로 꼴좋다고 송신하고, 데이터가 사라져버린 PFP를 가방에 집어넣고 아무말 없이 부실을 나갔다.
하아……역시 봉사부 따위에 들어가지 않을걸 그랬다……저 분위기는 싫다.
"힛키!"
"응? 우오"
뒤돌아본 순간 무언가가 던져져서 황급히 캐치하지만 엄청 삐뚤어진 형태를 한 하트모양의 쿠키가 든 봉투가 손 안에 있고,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어딘가 얼굴이 붉다.
"그, 그게……힛키한테도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 답례. 그럼!"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부실로 돌아갔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의뢰보수 같은건가…….
"음……맛없지는 않아……맛있지도 않아"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화
게임……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면 너머로 이어주는 멋진 것이다.
설령 현실에서 친구 같은게 없어도 이쪽이 강하면 친구 추가를 하고, 이쪽이 약하면 무시한다.
현실세계의 축도와 많이 닮아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녀석에게는 친구 추가를 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녀석은 무시, 혹은 친구 추가를 거절하는것 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거에 의지할 생각은 없다. 사실상 나는 아무리 친구 신청이 오든 모두 거절하고 혼자서 퀘스트를 공략해간다. 그래……마치 SAO 주인공처럼 고고한 전사라고.
"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실에서 몬스터 헌터를 하고 있으니 내가 하고 있는 퀘스트에 멋대로 참가해온 녀석들이 있었다.
"세, 세다! 이 녀석 뭐야!?"
"레벨 맥스, 스테이터 맥스라고!? 이 녀석 쩔어!"
뒤쪽에서 뭔가 왁자지껄 거리고 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퀘스트를 진행해, 재빠르게 보스를 쓰러뜨리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니 메일 수신란에 NEW마크가 떠오르고, 대충은 알았지만 표시를 하니 친구 신청이 와 있었다.
…………흥. 폭발해라.
나는 마음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친구 신청해온 녀석들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고 슬립 상태로 바꿨다.
"하아!? 이 새끼 뭐야!? 매너 모르네"
"우와, 죽어라니. 어차피 이런거 보내오는 놈은 이상한 놈 뿐이래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상하지 않아……게임에서 이틀 철야하는것 정도는 보통이지? 어, 어라 나는 보통이지!?
그런걸 물어봐도 아무대 대답해주는 일도 없어서 나는 교실에서 혼자 끙끙거리며 자문자답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뒤쪽에서 떠들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쪽을 힐끔 쳐다보니 축구부 직부장 후보라고 일컫는 학교 카스트 1위인 화려계 핸섬 하야마 하야토를 필두로한 줏대없는 토베, 유이가하마, 너는 화교냐고 딴지를 걸고 싶어질 정도로 교복을 흐트리며 어깨를 드러내보이는 우리 교실 여왕님, 미우라 유미코 외에도 여럿 멤버가 주절주절 대화를 하고 있다.
"아니, 오늘은 무리려나"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아? 오늘 서티원에서 더블이 싸다구. 나아 쇼콜라랑 초코 더블을 먹고 싶어"
그거 둘 다 초코잖아……어이쿠야, 그만 딴지 걸어버렸다.
나는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책상에 엎드려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방과후, 나는 평소처럼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특별동 복도를 걷고 있으니, 문득 시야에 두 사람의 다리가 보여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째선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부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쳐다보고 있다.
대체 저 둘은 뭘 보고 있는건지…….
"뭐하는거야?"
"히얏!"
"히, 히키가야……놀랬잖니……"
유키노시타가 놀란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겠지만……유이가하마는 보통이지. 왠지 이 녀석은 하루 종일 놀라는 느낌이 든다.
"변태가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잖아"
"학교에 변태가 있는 시점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해라"
"그렇구나. 네가 있는 시점에서 이상해"
"나랑 변태를 묶지마…… 그래서 뭐하는데?
"교, 교실에 거수자가 있어! 힛키, 어떻게든 해줘!"
그렇게 말을 듣고 떠밀려서 교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한 차례의 바람이 불어 마치 트럼프가 하늘을 나는것처럼 대량의 종이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날아가는 용지 중에 홀로, 이런 더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코트를 입고 손가락 없는 장갑을 끼고 있는 좀 살찌고 안경낀 남학생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군, 하치만……아니 갓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는 그 순간 두 발짝 물러나서 문을 닫았다.
"네 지인인 모양인데"
"하아? 너 세이브 데이터 망가진거 아니냐. 내 메모리에 저런 녀석은 존재하지 않아. 좀 더 말하자면 조연 캐릭터조차도 저런 놈은 없다"
"이, 일단 들어가보자"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지만 또 둘에게 떠밀려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다시, 아까보다도 조금 땀을 흘린 상태인 남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더우면 코트 벗어.
"기다리다 지쳤다,하치만. 이 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저기, 지인 아니야?"
"몰라"
"쿡훗훗후. 파트너의 이름을 잊어버리다니 다시 봐야겠군, 하치만"
둘이서 파트너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소리야 라는 얼굴로 쳐다본다.
아아, 알고있다마다…… 저 녀석의 이름은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교실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학년인 녀석이고 체육 시간에 딱 한번 조를 짠 적이 있지만 그 이래로는 계속 주위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진심으로 경찰을 부를지 망설였다만.
"하치만. 왜 네놈은 채팅을 하지 않는거냐……진짜로 친구 삭제 당했다고 생각했잖아"
야, 마지막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하치만"
"뭔데"
"여기는 봉사부가 맞지?"
"그래, 그 말대로야"
나를 대신해 유키노시타가 대답을 하지만 자이모쿠자는 힐끔 유키노시타를 보고 바로 나에게 시선을 돌린채 히쭉 입가를 올려 불쾌한 미소를 짓는다.
"히, 히라츠카 교수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치만은 본관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훗훗후. 모습은 변해도 혼을 이어받은 동지, 주종관계는 변하지 않는 모양이군"
"아니, 그건 아니야. 우리는 어디까지나 보조를 할 뿐. 이루는지 아닌지는 너에게 달려있어"
"후, 후히! 하치만, 본관에게 힘을 빌려줘"
"싫어. 그보다 집에 가줘, 집에 가주세요. 네 자리는 없으니까"
"큭훗후…… 진짜로 그만둬"
마지막 부분에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왠지 비슷한 경험이 있는걸테지……아니, 나는 마지막 녀석은 아니지만 처음 둘이라면 조용한 중압으로 들은 적이 있다. 그건 초등학교 1학년때 일이다. 사토를 놀자고 불러서 공원에 갔지만 우연히 친구와 만났는지 이미 사토는 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지만 사토의 시선에서 빨리 돌아가주지 않으려나 하는 시선을 느꼈다……슬프게도.
"얘, 그는 뭐니?"
"어음, 간단하게 말하자면……중이병이다"
중이병이라는 단어를 들은적이 없는지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생각했지만 여자애가 중이병이라는건 왠지 귀엽지.
"뭐니? 그는 병에 걸린거니?
"아니, 병이 아니라……대충 설명하자면 자신에게는 남에게는 없는 특별한 힘이 있고 그 특별한 힘을 써서 악의 조직과 남모르게 싸운다……라는 설정을 있지도 않으면서 마치 있는것 처럼 연기하는거야"
"요컨대 마음의 병이구나"
이 또한 팍 잘라서……마음이라고 할까 머리 아냐? 애시당초 설정을 생각하는건 머리……아니, 나는 저 녀석이랑은 다르거든! 절대로 나는 설정 같은건 생각 안 했거든!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자이모쿠자에게 다가간다.
"요컨대 우리는 네 마음의 병을 고치면 되는구나"
"……므하하하하하! 유쾌유쾌!"
"말투를 고치렴. 그리고 이쪽을 보지 않고 말하는건 예의 나쁘지 않아?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나 더운데 코트를 입고 있는거니. 그 손가락 없는 장갑은 뭐야?
"어, 어음……딱히 병이 아니라고 할까"
유키노시타의 고속 머신건에 견딜 수 없었는지 결국 정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변명을 시작해버렸다.
안다. 이해한다 자이모쿠자. 저 녀석의 머신건은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으니까.
문득 바닥에 어질러져있는 용지 중에서 가느다란 글자가 빼곡 쓰여져 있다는걸 깨닫고, 그 한 장을 주워서 쓰여있는 내용을 읽어보니 단번에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건 뭐야?"
"소설의 원고겠지…… 자이모쿠자, 왜 원고 같은걸"
내가 말을건 순간, 자이모쿠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잘 물어봐줬다, 하치만! 본관은 어떤 신인상에 응모하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친구가 없어서 감상을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그대의 감상을 듣고 싶은거다"
"일부러 여기에 안 와도 투고 사이트에서 비판을 받으면 되잖아"
"그건 안 된다……그 놈들은 처음부터 클라이막스니까"
요컨대 혹평받고 싶지 않다고……마음 약해라~. 뭐, 혹평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모르는것도 아니지만 설령 이 작품이 프로에 뽑히면 지금보다도 훨씬 굉장한 소리를 들을거다.
"요컨대 우리는 그 소설을 읽고 평가를 하면 된다는거니"
"그러하다"
"……음~. 너,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해둬"
"어째서냐"
"저 녀석……엄청나니까"
다음날 방과후, 우리는 자이모쿠자의 원고 카피를 손에 들고 봉사부 부실에 집합했다.
유키노시타의 원고에는 포스트잇이 대량으로 붙여져 있고 유이가하마와 내 원고에는 주름 하나도 잡혀있지 않다.
나는 어제 게임에서 랭킹 이벤트가 개최되었으니까 철야해서 1위를 확고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안 읽었고 유이가하마는 평범하게 잊어먹었던거겠지.
"왠지 둘 다 꽤 졸려보이네"
"그래,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었으니까. 별로 호감은 가지 않아"
"뭐, 라노벨의 모든 종류가 이런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게 좋아. 평범하게 순애계열도 있고, 미스테리 계열도 있으니까. 참고로 내 추천은"
"다음에 읽을게"
PFP를 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대개 저 녀석이 말하고 있는걸 가로막으면서 저런 말을 하는건 읽지 않는다, 안 본다, 안 산다 삼원칙을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다. 뭐, 유키노시타가 이런 참담한 책을 읽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도 별로 호감은 가지 않아"
"너는 읽지도 않았잖아"
"히, 힛키도 그렇잖아!"
"나는 됐어. 어제 철야해서 랭킹에 올랐으니까"
"게임으로 철야를 하는것 만큼 쓸데없는건 없어"
……뭐, 뭐어 그건 받아들이자. 평범한 게임조차도 철야는 아니지(웃음) 라고 하니까.
"실례하오!"
고풍한 외침과 함께 문이 타앙! 세게 열리며 모두의 시선이 자이모쿠자에게 집중한다.
자이모쿠자의 체력은 다했다! 눈 앞이 새카매졌다! 용돈 전액 몰수……라고 하면 식겁할것 같으니까 절대로 말하지 않지만.
"그럼 감상을 들어보실까"
어째선지 잘났다는 듯이 팔짱을 끼면서 의자에 앉는 자이모쿠자를 보고 이 후의 전개를 읽어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PFP 음량을평소보다도 조금 크게 설정해서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집중한다.
자 그럼……사이타마 2000의 귀신이라도 하고 있으면 풀콤보를 하는것과 동시에 끝나겠지.
『50콤보!』
진짜로 이 노래 풀콤보를 하는게 달인급의 입구에 선다는 느낌이지. 정말로 한 때는, 이걸 풀콤보하는데 정열을 부었었지……사고로 입원중에는 미친듯이 했었고.
『풀콤보!』
후우, 끝났나……자 어디.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드니 자이모쿠자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훗……유키노시타 머신건의 위력은 중이병의 경우 100배로 부풀어 오르니까……이 녀석에게는 너무 괴로울테지.
"하, 하치만……너라면 알아주겠지?"
눈물을 지으면서 나에게 도움을 바래오는 자이모쿠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하치만"
"……랭킹 1위는 꽤 어렵지"
"읽지도 않았어-!"
마지막 일격을 넣어주니 자이모쿠자는 소리지르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너, 나보다도 심하잖아"
"어쩔 수 없잖냐. 랭킹 이벤트가 왔으니까. 너라면 알겠지, 자이모쿠자"
"…………또 읽어줄건가?"
자이모쿠자는 고개를 들어 유키노시타와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온다.
"혹평받았는데?"
"흠.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비판받지 않는 작품 따윈 없으니까. 또 읽어줄건가?"
"……랭킹 이벤트랑 부킹하지 않으면 읽을게"
"므하하하하하하! 기대하고 기다리거라!"
며칠 후, 나는 자이모쿠자와 함께 돌아갔다.
"그런데 하치만.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건가"
"여러가지. 에로겜은 18살이 되고나서 살거지만"
"좋아, 게임 센터에 가자. 신의 힘을 본관에게 보여봐라"
"어디에서 그렇게 되는건데. 그보다 그건 네가 위세 떨치고 싶은것 뿐이잖아"
"큭! 아, 아무튼 가자!"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는 중이병이다……하지만 그 마음에 품고 있는 정열은 진짜다. 나하고는 달리.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화
"물러! 물러! 무르다고!"
나는 아침바람부터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컨트롤러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통신이 가능해진 현대,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통신대결이 가능해져서 아무 벽도 없이 대화를 할 수가 있다. 뭐, 보내오는 대화는 전부 무시하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건 세상에 대히트 하고 있는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어디의 특촬 히어로의 대사라고 처음에는 스포일러 당했지만 그 재미에 점차 그 드립은 살아나서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폭 빠져있는 게임이다.
무장을 장비한 상태로 플레이어가 모여있는 에리어에서 그저 싸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전차나 항공기, 거기다 거대 로봇까지 있다고 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나도 물론 폭 빠져서 이렇게 아침부터 하고 있다.
"오빠, 아침부터 게임하지마~. 텔레비전 못 보잖아"
"중학생은 아침 텔레비전을 봐선 안 됩니다. 눈이 나빠져요"
"어두운데서 게임하는 오빠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기막힌 태도로 내가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내 동생 코마치.
현재 중학교 3학년이며 학생회 멤버이며, 교사로부터 받는 평가는 최고, 친구도 나 이상으로 있다. 거기다 자신의 의사로 외톨이도 될 수 있다고 하는 하이브리드형 차세대 외톨이다.
뭐, 중학교 시절 내 평가가 엄청 위험했으니까 하는 보정도 있겠지만.
"게다가 오빠는 게임 동영상 올리잖아"
"그렇군. 그걸로 용돈정도는 벌고 있어"
모 동영상 사이트에 동영상을 투고하니 의외로 이게 좋은 평가를 받아버려서 지금으론 꽤 유명한 게임 공략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뭐, 덕분에 게임비는 벌고 있지만.
"그걸 친구가 봤는데 말야. 부끄러웠어"
"그럼 보지마. 싫으면 보지마"
"증말-! 빨리 끝내줘! 코마치 지각해!"
"알았다고"
퍽퍽 등을 때려서 하는 수 없이 게임을 멈추고 옆에 놓아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온다.
문을 잠그고 자전거를 타려고 생각하니 어느샌가 코마치가 자전거를 꺼내놓고, 거기다 그 뒤에 이미 타고 있었다.
"렛츠 고-!"
"예예"
기막히다는 듯이 말하고 가방을 바구니에 집어넣고 경쾌하게 달린다.
우리 집의 권력 관계도는 엄마가 톱, 다음이 코마치, 그리고 카마쿠라라고 하는 애완용 고양이가 있고, 넘사벽이 몇 개 있는 후에 아빠, 그리고 나다.
왜 아빠가 코마치보다도 밑이냐고 하면 이 아빠가 코마치에게 약하기 때문이다. 코마치가 오른쪽이라고 하면 오른쪽을 보고, 왼쪽이라고 하면 왼쪽을 본다. 반대로 내가 오른쪽을 보라고 하면 뒤를 본다.
가족여행으로 돈을 내는건 아버지지만 여행 목적지를 정하는건 코마치다. 무시무시하구만.
"오늘은 코마치도 있으니까 사고 치지마"
"나 혼자 있을때는 되는거냐"
"그럴리 없잖아……그치만 오빠 입원중에 기뻐하면서 게임 했었지"
작년 고등학교 입학식 당일. 그 날에 나는 평소처럼 아침에도 게임하려고 생각했지만 코마치에게 케이블을 뽑혀서 입학식날 정도는 빨리 가라고 듣고 학교에 갔다. 1시간이나 일찍.
그래서 가던 길 도중에 개를 산책시키고 있던 여자애의 손에서 개 목줄이 떨어져서 운 나쁘게도 시커매서 비싸보이는 리무진이 달려왔다.
그래서 어재선지 나는 가방을 집어던지고 개를 구했다……대신에 골절해서 입원했지만.
"왠지 그냥 입원이 아니라 병원에 놀러간 기분이었던거 아냐?"
"그런가? 하지만 왠지 개인실이었지. 게임을 맘대로 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게다가 오빠, 아침부터 밤까지 게임하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기막혀했어. 이렇게나 즐거워보이는 입원환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래"
"나는 간호사가 식겁했지만 말야"
"아, 맞다맞아. 개 주인이 고맙다는 인사하러 왔었어. 과자 맛있었어~"
"……너, 그거 나 안 먹었는데? 그보다 처음 들어"
"그랬나? 그치만 꽤 귀여운 사람이었어. 과자 준 사람"
뭐, 아무래도 좋아……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우가 좋았지. 개인 병실이었고, 게임할 수 있는 소형 모니터도 준비해줬고……그때는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하지만 같은 학교라고 했으니까 얘기 안 했어?"
"호오. 그건 나한테 친구가 있냐고 묻는 시비냐?"
"테헷☆ 아읏!"
조금 열받아서 브레이크를 전력으로 밟아주니 내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켁! 꼴 좋다.
"도착했어. 자 얼른 다녀와"
"고마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한테 경례하고 코마치는 학교로 들어간다.
나는 그 개 주인이 있다고 하는 고등학교로 향한다.
딱히 사죄는 하러 왔다는 모양이니까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딱히 입원기간은 고통스럽지 않았고……오히려 천국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즐거웠으니까. 만약 만났는데 신경쓰고 있다면 고맙다고 말이라도 할까……아니, 역효과인가.
뭐 됐어.
점심시간, 특별동 2층, 보건실 옆, 매점의 대각선 뒤쪽이 나의 정위치다.
무슨 정위치냐고 하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위치이며, 교사도 여기는 지나가지 않으므로 몰수당하는 일도 없다.
얼마전에는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교실에서 했었지만……역시 여기는 좋다. 마침 테니스 코트를 지켜보는 위치에 있지만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연습하는 녀석은 한 사람 정도라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음. 슬슬 끝인가"
이어폰을 끼면서 하고 있으니 갑자기 바람 방향이 변했다.
그 날의 날씨에 따르지만 임해부에 소속하는 이 학교는 점심시간을 경계로 바다측에서 불고 있던 바람이 육지측으로 돌아가듯이 분다.
대충 이 시간대가 점심시간 종료 15분 전이다.
"어라? 힛키잖아"
"……누구십니까?"
"힛키, 그 농담은 웃을 수 없어"
"칫. 유이가하마라면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그거 무슨 의미야!?"
그렇게 말하면서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는 내 옆에 앉는다.
젠장……내 게임 시간이 없어지잖아……왜 리얼충들은 아는 사람을 보면 시간과 장소를 생각하지 않고 가까이에 오는걸까.
"아, 또 게임하고 있네. 그렇게나 재미있어?"
"재미없으면 안 해. 그래서, 쿠키는 어땠는데"
"진짜 최고! 있잖아, 힛키. 또 빌려주지 않을래?"
"다음에 말이다……"
PFP에 시선을 떨구니 어째선지 좋은 냄새가 나서 옆을 쳐다보니 유이가하마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 어째서 여자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화면을 엿보려고 하는걸까……너무 보지마……라며 황급히 뿌리칠 수도 없다……하아.
"우왓. 굉장한 손가락 놀림……힛키는 우주인?"
"블라인드 터치하는 놈은 죄다 우주인이구만"
"부, 부잉 터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하지만 실수하는 방식이 장난이 아니라서 매력이 반감하고 있다.
부잉 터치는 뭐야. 양키가 부이부이 거리면서 터치하는거야?
"저기, 들어봐 힛키"
"시러"
"너무해!? 방금전 일인데 유키농한테 가위바위보에 져서 벌게임을 하고 있어"
어이, 나 지금 싫다고 말했지……이 녀석의 귀에 뭐가 틀어막고 있나?
"호호오. 요컨대 나랑 말하는게 벌게임이라고. 그럼 나는 지금부터 유이가하마를 무시하는 게임을 하마"
"아, 아니야! 히, 힛키하고는 좀 더 얘기하고 싶다고 할까……그게"
……흥. 그 정도 쭈뼛거리는걸로 내가 낚일거라고 생각하나. 수많은 벌게임의 대상이 되었던 나다. 그런건 이 하치만 스캐너로 한방이다!
"그래서 말야! 유키농 처음에는 『자신의 양식은 스스로 손에 넣는거야』라고 해서 의욕이 없었는데 지는게 무섭구나 라고 했더니 덤벼들었어! 그리고 이겼을때 살짝 승리 포즈 취한게 귀여웠어!"
"헤- 호-"
나한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정보다. 이거라면 아직 게릴라 시간대의 정보가 훨씬 더 유익하다. 최근 여러모로 방해가 들어오니까 육성 프로그램이 지연되고 있지……한번 더 다시 짜야한다.
"그보다 힛키 잘도 입학했네"
"그 말 그대로 돌려주마. 잘도 붙었군"
"뭣! 바보 취급하지마! 나는 이래보여도 공부 한단 말이야! 힛키야말로 게임만 하니까 점수 아슬아슬했던거 아냐!?"
"작년 학년말 시험 문과 과목 전과목 만점. 수학 61, 물리・화학 둘 다 25점입니다만?"
그렇게 말하니 유이가하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적의 AI를 완벽하게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자연스레 기억력이 단련되어서 지금이 되어선 보거나 들은건 대개 머리속에 남아있다. 화학이랑 물리에 관해서는 암기과목이 아니므로 사망. 수학은 간단한 계산과 확률계산이라면 특기. 이걸 게임의 폐해라고 부르는건 그 사람에 달려있다.
"……그런데 말야. 힛키는 입학식때 일 기억해?"
"입학식? 아아, 그 때 멍청한 애의 개를 감싸고 사고당해서 입학식에 안 나갔어"
"……그, 그 여자애 기억해?"
……나, 여자애라고 했던가? 뭐, 바보 녀석이라고 하면 대개 남자의 상상은 아니지.
"아니. 기억 못 해……뭐, 입원한 덕분에 게임 삼매경이었지만. 의사한테 이렇게 즐겁게 입원생활을 보내는 사람은 처음입니다고 들을 정도다"
"…………그렇……구나"
아까와 비교해 되게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낮아진거 같지만 그런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PFP에 집중한다.
"아, 사이야-!"
갑자기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질러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니 방금전까지 테니스코트에서 연습하고 있던 여자 테니스부 녀석이 땀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 연습?"
"응. 우리 부 약하니까. 거기다 이번 대회에서 3학년이 은퇴해버려서 자연히 내가 부장이 되어서 레귤러가 되었으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이거야말로 청춘이군……뭐, 내 기준으로 보면 몸을 혹사해서 뭘 하고 싶냐는 이야기지만.
다칠 정도로 까지 운동을 해서 그래서 왜 좋은 추억으로 새겨지냐고 버그에 침식당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라면 당장 데이터 삭제다.
"유이가하마랑 히키가야는 뭐해?"
"아무것도 안 해-. 그치만 사이는 점심시간에도 연습하고 체육시간에도 테니스 선택했지?"
"응. 좀 더 잘해야지. 아, 히키가야 테니스 잘하지. 폼이 깨끗했어"
"핫핫하. 그러십니까- 기쁘네- ……그래서, 누구?"
"하아아!? 힛키 몰라!? 최악! 같은 반이잖아!"
"아니, 일단 여자하고는 체육 따로하고. 그보다 같은반 이름을 모르는것만으로 그렇게까지 말하냐?"
"어쩔 수 없어, 유이가하마. 늘 게임하고 있으니까. 나는 토츠카 사이카야"
그 글썽거리는 눈동자는 마치 치와와처럼 뭔가를 호소하는게 있어서 나는 무심코 게임하던 손을 멈춰서 그 토츠카 라는 애의 눈을 빤히 쳐다보니 부끄러운듯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피했다.
뭐야 이 생물은……왠지 치유된다.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는데……기억 못하려나"
"힛키 최악!"
"어째서!? 나한테 같은반애 이름을 외우라는게 더 최악이다!"
"이름 정도는 외우는게 보통이잖아"
"사이 좋구나"
"전혀 좋지 않아! 살의밖에 없는걸! 살의살의!"
"와- 큰일이다- 경찰 불러야지-"
스마트폰을 꺼내들지만 순식간에 유이가하마에게 빼앗겨버린다.
"아하하……그런데 말이야 나…… 남자앤데?"
"하?"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내 시간이 모두 멈춰버렸다.
……마, 말도 안 돼……이런 남자애가 있을까보냐! 어디에서 뭘 어떻게 봐도 남자로밖에……피부는 예쁘고, 목덜미는 요염하고 허벅다리는 희고 예쁜데……거짓말이지.
"그, 그런가……미안, 불쾌하게 해서"
"으응. 그런데 히키가야는 경험자야?"
"아니. 마이로 테니스라면 있지만"
"아, 그거 나도 있어! 더블즈 재미있지!"
"아 그래. 영원히 결착이 나지 않으니까, 그거"
"어?"
"어?"
어? 마리오 테니스 더블즈 모드는 혼자서 컨트롤러를 두 개 들고 조작해서 랠리랑 필살기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지 다투는 게임 아니야? 나 그걸로 8시간을 한 적이 있어.
그런 미묘한 분위기를 깨부수듯이 점심시간 종료 종이 운다.
"슬슬 돌아갈까"
"그러게"
"……너, 심부름은"
"하아? ……앗!"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화
며칠의 시간이 지난 오늘, 다시 체육시간이 찾아와버렸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체육 따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먹거나 하는 게임밖에 없으므로 체육 담당 선생님한테 '오늘 몸 상태가 나빠서 모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벽치기를 할게요' 라고 했더니 간단하게 혼자서 벽치기를 하게 해준다.
역시 매일은 쓸 수 없지만 한 번이라도 이렇게 해두면 나 이외의 사람은 죄다 조를 결정 지으므로 필연적으로 다음 번에도 그 녀석들은 그 녀석이랑 짜고, 나는 남는다. 벽치기. 이 흐름을 생각한 나는 신이다.
"응?"
어깨를 톡톡 때려져서 뒤돌아보니 볼에 손가락이 꽂혔다.
"아하하, 걸렸어"
……에, 뭐야 이 미소. 케어야? 광범위로 회복마법 거는거야? 그럼 케어가 아니라 나만 케어 걸어주지 않을래?
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보아도 남자로는 보이지 않는게 신기하다.
체육이니까 체유복이지만 만약 이게 평범하게 양말이 아니라 검은 타이츠를 입고 있었으면 확실하게 나는 토츠카를 여자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있었다니……낭자애가.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지만 설마 현실에 있을 줄이야……신님은 우수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왜"
"실은 오늘 나랑 같이 하는 애가 쉬어서 말이야. 괜찮으면 같이 해주지 않을래?"
그러니까 볼을 붉힌 상태로 올려다보기를 하지마. 나 워울프가 아니야. 암석의 거병에게 달을 파괴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잖아.
"아, 아아 좋아"
그런고로 토츠카와 마주보듯 서서 가볍게 랠리 한다.
……왠지 토츠카와 대화하고 있으면 게임을 잊어버릴것 같은데……아, 안 돼 안 돼! 오늘은 초기장비로 사람은 어디까지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는가에 도전해야해! 그 무장을 바꿔선 안 되! 어음, 우선 껍질 팬티
"갈게-"
"어!"
핫! 나는 왜 청춘 반짝반짝☆ 거리고 있는거야!
"그럼 히키가야! 갈게-"
토츠카가 나에게 공을 치지만 너무 세게 쳤는지 공이 높게 떠오른다.
"아, 미안"
"신경 쓰지마"
…………네 심장에 스매쉬!
그런걸 중얼거리고나서 가볍게 점프해서 공을 내려치듯이 라켓을 치자 토츠카의 발밑을 지나 공이 벽에 부딪쳤다.
"아, 미안. 괜찮아?"
"…………대단해"
"헤?"
"대단해, 히키가야! 그런 스매쉬를 치다니"
자연히 토츠카에게 칭찬을 받으니 볼이 풀어진다는걸 안다.
어, 어랄라? 나 이런 성격이었나?
"조금 쉴까"
"어"
벤치에 앉는다. 토츠카도 내 옆에 앉는다.
잠깐만. 왜 토츠카도 내 옆에 앉는거야? 그보다 조금 거리가 가깝지 않아? 조금 더 허벅지 끼리 붙어서 달라붙는데.
"히키가야. 상담이 있는데 괜찮겠어?"
"어, 어어. 좋아"
"실은 말야……우리 테니스부는 약해. 이번 대회에서 3학년은 은퇴하고, 1학년은 초심자가 많아서 필연적으로 우리 2학년이 열심히 해야하는데 2학년도 그렇게 잘 한다고는 말을 못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동기도 낮아졌다고 할까. 뭔가 이거……모두가 맞서는 분위기가 없어"
왠지 모르게 말하는건 이해했다. 요컨대 3학년이 은퇴하면 안 그래도 약한 테니스부가 동기 저하로 인해 연습질이 떨어져서 더욱 약해져버린다. 게다가 경쟁하는 분위기가 없기 때문에 더욱 질이 떨어져버리다는건가.
"그래서……히키가야가 괜찮다면 말인데……테니스부에 들어와주지 않을래?"
……그 글썽거리는 얼굴로 내 썩어버린 몸도 마음도 씻어주라.
"아까 스매쉬를 보고 생각했어. 분명 연습을 하면 잘 하게 될거라고 생각해. 거기다 잘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모두의 동기도 오를거라고 생각하고"
"……그런가?"
"어?
"잘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모두 그 녀석에게 다 맡기는거 아냐?"
다수가 잘 하면 그 중에 한 명정도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다수가 못하는데 한 명만 잘하는 녀석이 있으면 그 녀석이 있으면 시합에 이길 수 있으니까 더 연습에 전념 안 하는게 아닌가?
"게임에서도 곧잘 있어. 자기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녀석에게 싸움을 다 맡기고 자기는 뒤에서 그 녀석이 보스를 쓰러뜨리는걸 기다리는 패턴이. 나라면 그 녀석들을 때려부수고 방치하고 나오지만……그게, 부활동은 그럴 수 없잖아?
"……그런가"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응. 그렇지……미안해, 이상한 소릴 해서"
나는 놓치지 않았다. 토츠카의 눈에 눈물이 머금어지고 있는걸.
"무리야"
"어 그래. 너한테 상담한 내가 실수였다"
방과후에 토츠카에 관해서 유키노시타에게 재빠르게 얘기해봤지만 단번에 거부당해버렸다.
"설령 네가 입부해서 테니스부가 결속한다고 해도 그건 숙달하기 위한게 아니야. 너라는 이물질을 배제하기 위한거야. 배제하기 위한 노력은 해도 숙달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아. 그게 집단심리라는거야. 출처는 나"
"아 그래……출처?"
"그래. 나 중학교는 해외에서 이쪽으로 돌아왔지만 전학왔을때 여자애들은 다들 나를 배제하려고 했어. 뭐, 나는 귀여웠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그녀들은 자신을 나 이상의 존재로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 않았는걸"
"뭐, 너처럼 귀여운 녀석이 남자의 인기를 몽땅 쓸어가면 그렇게 되겠지"
PFP를 하면서 그렇게 말하니 순간 유키노시타가 있는 방향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중단하고 유키노시타를 쳐다보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 가끔 이러네.
나는 다시 시선을 PFP로 돌려서 게임에 집중한다.
뭐, 토츠카에 관해서는 유감스럽지만 포기해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군. 어차피 나는 게임 오타쿠고 조금 기억력이 좋을 뿐인 외톨이니까.
"그럼 너라면 어떡할건데. 소질은 불명. 의욕은 최악의 테니스팀을 어떻게 시합에서 그럭저럭 이기는 팀으로 키울건데"
"그렇구나. 죽을때까지 휘두르고 죽을때까지 벽치기, 죽을때까지 근육 트레이닝, 죽을때까지 달리기"
"오, 오버 워크에도 정도가 있지. 몬헌도 체력최대라도 게이지가 없어지면 늦어진다고"
"무슨 소리니"
"요컨대 자신의 체력 이상의 일을 시켜도 효율이 나쁘다는 소리야"
"그러니? 몸은 정직해. 기술이라는건 반복하면 금방 몸에 익어"
기술은 몸에 익어도 정신이 거기에 쫓아가지 못하면 어딘가 표백제에 나오는 부장처럼 100년후까지 기분 나쁘게 될거라고.
"얏하로-!"
훗. 오늘은 유이가하마의 바보 인사대책은 만전이다. 데이터를 두 개 만들어뒀으니까. 이걸로 저 녀석 때문에 데이터가 삭제되든 복원하는건 가능해.
"아, 히키가야"
"으읏! 토, 토츠카…………아아아아아아아-"
순간 토츠카를 쳐다봤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해 GAME OVER글자가 화면에 표시되어 버렸다.
거, 거짓말이지……럭키 엔카운트 에너미 드롭이었는데에에에에에!
나는 시선도 꺼리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슬픈 나머지 눈물을 뚝뚝 흘려버렸다.
"어, 그게, 히키가야?"
"괜찮아. 그는 내버려둬도 돼. 그런데 유이가하마"
"아, 괜찮아 괜찮아! 그게, 나도 봉사부의 일원이니까 의뢰인을 데려오는것 정도로 인색하진 않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너는 여기 부원은 아닌데"
"에-!? 아니야!?"
"그래. 입부 신청서도 받지 않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허가도 없어"
"쓸게! 입부 신청서 정도는 쓸게!"
주위에서 그런 대화가펼쳐지지만 나는 그런걸 신경쓰지도 않고 그저 슬픔에 잠겨있었다.
젠장……젠장! 겨우 5번째를 손에 넣는다고 생각했는데……역시 이 봉사부는 나에게 저주를 걸고 있어! 얼마전의 데이터 삭제도 그렇고! 아까전도 그렇고!
"토츠카 사이카. 네 용건은?"
"아, 그게……테니스를 강하게 만들어주는거지?"
"유이가하마가 무슨 소리를 한건진 모르겠지만 봉사부는 바뀌려고 하는 사람의 도움을 줄 뿐이야. 변하는지 아닌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어"
"그, 그런가"
그러는 유이가하마는 뒤적뒤적 가방을 뒤지고 있다.
"유이가하마"
"응?"
"네가 무슨 소리를 한건진 모르겠지만 소년의 옅은 희망이 깨졌어"
"헤? 뭐가? 힛키랑 유키농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마치 PFP의 전원을 켤때같은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유키노시타의 머리카락이 사락사락 흔들리는것 처럼 보였다.
……이상한 스위치 들어갔군.
"말해주잖아. 나를 시험하는 발언을 하다니……좋아, 토츠카. 네 의뢰를 받아들일게. 점심시간, 테니스 코트에서 집합하면 되겠니"
"아, 응"
"히키가야. 너도야"
"에- 어째서-"
"원래 따지자면 네가 갖고 온 의뢰잖니"
"그렇슴다"
다음날 점심시간부터 지옥의 특훈이 시작됐다.
유키노시타 감독에 의한 카리스마성 스파르타 연습 메뉴는 이렇다. 테니스에 필요한 근육을 하나부터 죽기 일보직전까지 근육 트레이닝으로 괴롭히고, 거기다 그리고나서 휘두르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 나는 테니스 게임으로 테니스 연습을 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왜냐면 근육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통으로 게임을 못하게 되는걸.
"옷. 완력 증강 대성공인가. 오오, 이 수치는 꽤나……이건 키우면 유명 플레이어가 될것 같은데"
"너도 조금은 운동해서 그 게임뇌를 떨어뜨리는게 어떠니"
"바보 소리마……나는 게이머라고?
"그게 뭐?"
"……운동 따위를 하면 게임을 못하잖 앗 내 PFP-!"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으니 유키노시타 감독 PFP를 집어들어버렸다.
"너도 조금은 운동을 하는 편이 좋을것 같아. 알겠니? 이 피코피코를 공 삼아서"
"할게! 할테니까 그것만큼은"
PFP를 인질로 잡혀버린 나까지도 근육 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꼴이 되버렸다.
이렇게해서 우리의 테니스 훈련은 제 2페이스로 이행한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화
며칠 후, 살 빠진다며 기쁘게 참가하고 있던 유이가하마는 토츠카의 서포트로 돌고 나는 평소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아 PFP를,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귀신 감독을 발휘하고 있다.
결국 근육 트레이닝한 다음날은 근육통을 일으키지, 레어 드롭 에너미는 나타나지 않지……이젠 싫다.
하아……그 녀석이 나오는 확률은 상세한 결과는 모르지만 1230분의 1정도의 확률인데……그 녀석이 나오는 퀘스트만 했는데 조우조차 못 하고……하아.
그 때, 문득 시야에 여자의 발이 보여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째선지 테니스 코트에 미우라네 리얼충 군단이 들어왔다.
"우리 연습하는데"
"어? 안 들리는데"
"우리 연습하고 있어"
"하지만 부외자도 섞여있으니까 남자 테니스만 하는건 아니잖아?"
…………완전 무시. 나는 관계 낫띵입니다~.
"히키타니"
"으으읏! 가, 갑자기 말 걸지마"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못 들은것 같으니까. 괜찮으면 우리도 토츠카의 연습에 함께 해도 될까"
"왜 나한테 묻는데"
"유이가 힛키한테 물으라고 하니까"
유이가하마 자식.
원망을 듬뿍 담아 노려보지만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와 대화하고 있었다.
"나한테 결정권 없어. 유키노시타한테 물어"
"라고는 해도 둘 다 얘기중이니까"
"나아 빨리 테니스 하고 싶은데"
금발 세로롤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감으면서 짜증난다는 듯이 미우라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하야마는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 조금 생각하고나서 내 쪽을 돌아본다.
나는 바로 PFP에 집중하려고 시선을 떨구고, 이어폰을 끼려고 하지만 하야마에게 손목을 잡혀서 이어폰을 꽂는 임무를 방해받아버렸다.
"지금 생각난건데 부외자끼리 코트를 걸고 시합하는건 어때? 물론 토츠카의 연습에도 어울릴게. 잘하는 사람이랑 연습하는 편이 좋잖아?"
"맘대로 해. 나는 관계없어"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의 손을 치우고 이어폰을 꽂고 다시 PFP에 집중한다.
나는 관계없다고……애시당초 이 부활동에 있는것도 히라츠카 선생님의 명령 같은게 있으니까 참가한거지 아니었으면 이런 부활동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그 때, 눈 앞에 누군가가 선것을 느끼고 시선만 돌려보니 테니스 라켓을 두개 든 토츠카가 뭔가를 부탁하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이어폰을 빼서 토츠카를 본다.
"히키가야……더블 태그로 하는 모양이라서……같이 해주지 않을래?
본래라면 나는 여기서 유키노시타에게 맡겨라고 말해야했지만 어째선지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아, 진짜.
짜증을 감추듯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토츠카한테서 라켓을 받아들고 코트에 서니 맞은편에 미우라와 하야마가 서 있었다.
"히키가야. 전위랑 후위, 어디가 좋아?"
"그렇군…………"
문득 PFP로 시간을 확인하니 시각은 점심시간이 종료되기 20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좋아.
"후위면 돼"
"알았어"
PFP를 유이가하마에게 맡기고 라켓을 쥔다.
"말해두겠지만 나아, 테니스 엄청 잘하거든"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가 서브를 친 순간, 오른측으로 이동해서 공도 보지 않고 라켓을 휘두르지 딱 가드 중앙에 부딪쳐, 라인과 미우라의 다리 사이에 공이 튀었다.
"……리턴 에이스라는건가?"
"으, 응"
토츠카가 미소를 짓는것과 동시에 미우라의 귀신 같은 표정이 보였다.
……위험해라.
그 후에 치열한 시합이 펼쳐져, 소문을 들은 구경꾼들이 줄줄이 모여들었고 어느샌가 소규모 대회의 결정전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포인트는 4 - 4라는 듀스가 되어서 특별 규칙으로 5포인트 선취한 쪽이 승리라는 규칙이 되어 있지만 솔직히 이미 나는 체력이 다 했고 토츠카도 끊기기 직전이다.
그에 비해 저쪽은 한 쪽은 축구부 캡틴이 있어서 한 명은 살아남는다.
……역시 위험하다.
"여, 역시 무리일까"
"…………토츠카"
"뭔데?"
"후우……한발 역전 디스티니 샷을 보여주지"
뭐가 뭔지 잘 모른다는 모습이지만 위치에 선다.
미우라도 이미 숨이 헐떡이고 있어서 처음 무렵의 서브 기세는 없다.
"흡"
기세가 약해진 서브를 가볍게 라켓으로 쳐주자 공이 높게 떴다.
지면에 쳐지고 천천히 드는걸 보고 기회라는 듯이 미우라가 자세를 잡지만 육지 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이 불어, 공은 크게 왼쪽으로, 금속망 펜스가 있는 방향으로 간다.
"물러나 유미코!"
하야마는 깨달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지르지만 공을 쫓는데 집중하고 있는 미우라는 그 목소리에 따르지 못하고 위를 쳐다보면서 금속 펜스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간다.
아, 위험해.
나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금속망이 크게 쳐지는 소리가 들리고 라켓이 지면에 떨어진다.
"후우"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우라의 벽이 되듯이 금속망과 미우라 사이에 들어간 하야마는 얼굴을 붉힌 미우라의 몸을 다정하게 감싸고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그 순간, 주위로부터 엄청난 환성이 울려퍼졌다.
"하야토! 하야토!"
마치 일대거편 러브 스토리의 최종작 엔딩처럼 오딘스는 영웅 하야마 하야토의 이름을 부르고, 그 용사를 추켜서 칭찬한다.
아니, 너네는 어디의 검은 공이 튀어나오는 만화의 최종화냐고.
이 일련의 사건은 하야마 하야토의 영웅전설로서 영원히 일컬어……질지도.
하야마 하야토의 영웅전설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방과후, 나는 봉사부에서 PFP에 빠져있었다.
"너, 이 부활동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너도 문고본을 읽는것 뿐이잖아"
"너는 게임밖에 안 하잖아"
"최근에는 별로 못 했으니까"
"매일 하는걸로 보이는건 나 뿐이니"
흥.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그렇게 중얼거리든 지금 나에겐 아프지도 근지럽지도 않아.
결국 그 테니스 시합 이래로 토츠카는 부활동에 열심히 불을 붙이고 지금도 필사적으로 테니스 연습을하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토츠카의 의뢰가 해결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녀석의 안에서 완결했다면 우리가 손을 댈 필요도 없을거라고 한 이래, 우리는 토츠카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미우라의 태도가 조금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그 테니스 시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진 모르겠지만……뭐, 여왕님은 변하지 않았지만.
"실례하마"
"…하아"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이미 선생님의 노크하라는걸 포기한듯이 크게 한숨을 쉬고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우고 선생님을 봤다.
"히키가야. 너는 또 게임이냐"
"네. 절호조입니다"
"하아……"
선생님은 한숨을 쉬면서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그 승부의 중간보고를 하려고 말이다"
승부……아아, 뭐라고 했던가. 결국 무슨 승부인지는 모른채 끝났는데.
"지금은 2대 2 접전이군"
"무슨 기준으로 한겁니까"
"내 독단과 편견으로 인해 어느 쪽이 의뢰를 많이 해결했는가다"
"자이언에도 정도가 있죠"
"독단과 편견이라고 했잖느냐……하지만 뭐, 꽤나 재미있게 싸우고 있다는건 틀림없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쁜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아…………역시 내 일상은 잘못됐어.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8화
문제입니다. 학교에서 제일 외톨이에게 방해를 받지 않는 장소는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정답은…………옥상입니다.
대개 학교는 옥상은 출입금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학교는……어떠려나.
그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지만 물건 방치장으로 변해있는건지 전부터 쓰이지 않는 책상이나 망가진 의자가 난잡하게 놓여있고, 사람 한 사람이 지나가는것도 고작인 폭이다.
그 좁은 폭을 지나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서니 자물쇠가 걸려있었을 남경 잠금쇠가 둥 떠있는게 아닌가.
"후우……가자"
외톨이의 외톨이를 위한 낙원으로 발을 내딛은 순간, 지면에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는걸 깨닫고 위를 쳐다보니 급수탑에 길고 등까지 늘어진 푸른색이 곁든 머리카락에 패기없는 눈, 리본은 하지 않고 개방감이 만개인 가슴을 가진 여학생이 기대 서 있었다.
순간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지만 나는 말을 걸지 않고 입구 근처 벽에 기대서 주머니에서 PFP를 꺼내서 전원을 켜서 게임을 기동시킨다.
흐흥. 역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은 좋지……누구에게도 게임을 하고 있어도 불평을 듣지 않는다.
"방해"
의욕없는 나른함 MAX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전의 여학생이 돌아가려고 하는건지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아무말 않고 옆으로 비키려던 순간, 한 차례의 바람이 불었다……덧붙여 치마도 불었다.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치마를 누르지만 그 사이에 나는 PFP 화면에 시선을 떨구어 배틀을 끝내버렸다.
여학생은 화났는지 성큼성큼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나가버렸다.
"…………검은 레이스"
중얼거린건 나밖에 모른다.
『게이머는 직업이다. 체스나 장기, 카지노에 대표되는 메이저한 게임이니까 휴대용 게임기 하나로 억 단위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고, 광고탑으로 회사와 계약을 맺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가운데서 나는 자택 아르바이트로 B테스터를 몇 가지 해내어서 급료도 얼마정도 받고 있습니다. 거기다 동영상으로 돈을 벌고 있으므로 장래에는 이걸 발전시켜서 집에 있으면서 억단위로 돈을 버는 일을 합니다. 그런고로 저는 직장인 자택으로 직업견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게임 제작 회사 등도 보고 싶습니다』
교무실에는 응접실이 있다. 거기에 재떨이가 놓여져 있으므로 지금은 교사들의 흡연장소가 되어 있지만 거기에 나는 호출받았다.
물론 상대는 히라츠카 선생님이다.
여성인데 판츠 수트를 차려입은 사람은 적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에 조여진 허리, 그대로 시선을 위로 올리면 두 개의 산이 보인다. 그야말로 판츠 수트를 입은 여성의 견본이다……아마.
그런 예쁜 여성에게 호출받은 나였지만 시선을 두리번두리번 움직이면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걸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다.
왜냐…………목 위로부터는 대마왕.사탄이기 때문이야.
"히키가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
"그, 글쎄요"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할 정도로 나는 바보는 아니다.
어, 언제 월드 엔딩을 맞을지 움찔움찔한다. 이 사람, 스킬마에 맞춰서 스킵 20개 정도는 탑재하고 있으니까. 개시와 동시에 큐잉이다. 큐잉.
선생님은 귀신 표정을 지은채로 손가락을 손서대로 접어가, 관절을 울린다.
"이 새끼 손가락이 접혔을때, 너는"
"죄송합니다! 다시 써서 제출할게요! 그보다 제출하게 해주세요!"
"당연하지. 봉사부에서 보낸 나날은 쓸모없는 나날이었나"
"저, 저는 옵저버 바디칩을 달고 있으므로 어떤 충격이 오든 날아가지 않는다구요. 그러니까 봉사부의 나날은 단순히 나날밖에 아니라고할까"
"충격의이이이이! 퍼스트 블리트으으으읏으!"
"크허억!"
주, 주먹 제트 피스트만으로는 부족해서 스, 스크라이드까지 손에 넣었다니.
"다음엔……죽인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내 마음을 상처입혔으니 개표작업을 돕거라"
그런고로 미인 여교사와 두근! 도 하지 않는 단순한 공장 단순작업같은 작업을 한다.
하아…………이제 곧 게릴라가 올텐데~.
직업견학이라는 행사가 우리 학교에는 있지만 그게 행해지는건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다. 정말이지 민폐 말고는 아니구만. 게임을 못 하잖아.
"왜 이런 귀찮은 행사가 있는건가요"
"말하길 3학년 다음에 있는 진로선택을 위해서다. 막연하게 시험을 칠 수는 없으니 장래를 내다보고 시험을 치라는 소리지. 히키가야는 문과로 가겠지"
"물론이죠. 이과는 인간이 갈 곳이 아니에요"
그렇게 단언을 하자 선생님은 이마를 잡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가능하면 문과도 가고 싶지 않지만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격멸당할것 같다.
"끝났어요. 게릴라게릴라"
"어흠!"
"……읏, 실례. 그럼"
스마트폰을 꺼내려던차에 전력의 헛기침이 들려와서 황급히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교무실에서 나가고나서 게릴라에 잠입한다.
솔직히 학교에 오지 않고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니트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므로 일단 제대로 대학도 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프리덤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옷. 럭키 조우. 행운이네 행운"
"앗! 힛키 겨우 찾았다!"
"나왔군, 데이터 브레이커 자식"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이 녀석 뭐라하는거야, 라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남이랑 대화할때 정도는 얼굴을 보는게 예의가 아니니"
차가운 음성이 들려와서 시선만 돌려보니 예상대로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유이가하마의 뒤에 서 있었다.
"잠깐 타임. 지금 좋은 참……음. 그래서 무슨 일인데?"
"네가 부활동에 오지 않으니까 찾으러 왔어. 유이가하마가"
"일단 도치법으로 자기는 아니라는 부정은 그만해. 알고 있으니까"
"힛키는 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거야? 다들 누구야 그거라고 하던데"
그렇겠지.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것 보다도 게임을 우선하는 내가 교실 녀석들에게 이름이 기억될리도 없다. 아마 게임만 하고 있는 히키코모리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그, 그러니까말야……그, 그게 힛키의 휴대폰 번호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할까……거, 거봐! 부활동이라던가 엇갈릴때 여러모로 연락이 번거롭잖아"
"어, 지금? 지금은 참아줘. 지금 딱 게릴라거든"
일단 유이가하마의 부탁을 일단 물려두고 게릴라에 집중한다.
진짜로 요즘 육성계획이 늦어진다니까. 여기서 늦어진걸 되찾아야지.
"끝났다……그래서, 뭐였더라"
"그러니까 휴대폰 번호랑 메일 주소"
"음. 주소록에서 쳐줘"
"엥, 보통 남에게 건내?"
"나, 동생이랑 맥도날드랑 아마존에만 오거든. 아, 그리고 게임 가게밖에 안 와"
"우왓, 정말이다!"
유이가하마는 내 메일 이력을 보면서 그렇게 말한다.
이력을 봐도 좋다고는 말한 기억은 없는데.
유이가하마도 데코데코로 데코레이션된 휴대폰을 꺼내서 상당한 속도로 내 메일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간다.
"너, 슬픈 휴대폰이구나"
"시끄러. 거기다 기종을 바꾸고나서는 부모님이랑 동생 말고는 전화한적이 없거든"
"그건 자랑할 수 있는거니"
슬픈 자랑이다.
"완료. 빈메일 보냈으니까 등록해둬"
"예이예이"
수신이력란을 열어보니 확실히 본 적이 없는 메일 주소에서 메일이 와서 그걸 메일 주소 등록을 하지만, 그 때 어떤 이름으로 등록할지 망설였다.
…………데이터 브레이커면 알겠지.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그렇게 입력했다.
"그럼 부활동 갈까, 유키농!"
"그래"
그렇게 말하며 둘은 먼저 걷기 시작한다.
이대로 집에가도 들키지 않겠다고 생각해 조용히 뒤를 돌아본 순간, 교무실 문이 열리며 히라츠카 선생님의 얼굴이 빼꼼 나왔다.
"노, 놀래라"
"음? 아아, 미안하다. 잊고 있었지만 직업견학은 3인 1조다. 좋아하는 녀석이랑 짜도록 해라"
"에~. 저희 집에 교실 녀석들이 오는건 싫은데요"
"아직도 그 소리냐……아무튼 용지는 다시 제출해라"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교무실 안으로 돌아갔다.
특별동 4층에 봉사부 부실은 있다.
마침 운동장을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솔직히 시끄럽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PFP,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또닥거리고 유키노시타는 가죽 북 커버를 끼운 문고본을 읽고 있어서, 이미 2권째인지 책상 위에 한 권이 놓여있다.
자……여기서 의식 소환인가, 아니면 1턴 대기인가……음~. 놈이 엎어둔 카드가 신경쓰이네……대충, 저건 나락의 함정이겠지……좋아. 세트하자.
"왜 그러니?"
그때, 유키노시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PFP에 집중한다.
음~. 과연 그렇게 왔나……그럼 이걸 발동해야지!
"으응. 이상한 메일이 왔어"
"외설스런 내용은 보내지 않는 편이 좋아, 히키가야"
"어이. 왜 내가 범인인데. 그보다 무슨 얘기야"
"어머, 시치미 뗄 생각이니? 너, 유이가하마에게 외설스런 사진을 보냈잖니?
"안 보냈어. 애시당초 나는 태어나고나서 그런 동영상은 보존하지 않아"
"아마, 힛키는 아니라고 생각해. 왠지 교실에 대한 내용이었구"
아니, 나도 댁이랑 같은 교실인데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구나"
"우옷호. 증거능력 인정해버렸다"
"요즘 가끔 오긴 하지만, 무시해도 되니까 됐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서 나도 PFP에 의식을 되돌리고 다음 수를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자……여기는 소환인가, 아니면 대기인가……음~. 망설이네.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을때 문득 좋은 냄새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니 유이가하마가 내가 하고 있는 게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왜 이렇게 리얼충은 바디 터치를 좋아하는거지.
"어라? 얼마전에 한거랑 다른거네"
"당연하지. 고금동서 여러 게임을 하고 있어. 트럼프, 체스, 오셀로, 장기, 바둑 등 스포츠물에서 농구, 축구, 야구, 테니스, 그리고 RPG, 미연시 등 여러가지다. 참고로 이건 TCG 게임이야"
"헤에~. 왠지 재미있을것 같아"
"그만두렴, 유이가하마. 그거랑 똑같은 미래를 걷게 될거야"
"어이, 언제부터 너는 미래예지를 할 수 있게 된거야?"
"어머, 미래예측을 잘못 말한거 아니니"
예측도 예지도 거의 같은거다만.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게임에 흥미를 보일 줄이야……이 녀석이 없는 틈에 유이가하마도 게임의 늪에 빠뜨려버릴까.
"그치만 나, 돈이 없으니까 됐어"
"빌려줄게. 한 작품 클리어할때까지"
"그치만 비싸지?"
"오오~. 그런거 아닙니다. 놀랍게도……공짜! 공짜라구요"
"아, 여보세요? 경찰인가요? 변태가 건전한 여자애를 세뇌하려고"
"잘못했습니다! 경찰은 참아주세요!"
반사적으로 엎드려 빌기를 해서 유키노시타에게 용서를 구하자, 쉽사리 용서해준 모양인지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칫. 역시 이 녀석이 없을때 하지 않으면 방해가 들어오는군.
"아, 그치 유키농! 공부 모임하자!"
"왜?"
"유키농은 머리 좋잖아! 그러니까 밥먹으면서 공부 모임 하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물론, 그 안에 나는 들어있지 않다. 이거야말로 나 퀄리티.
"아……하아아아아아아-. 레어 적 등장-!"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9화
중간고사 2주전이 된 오늘. 선량한 고등학생이라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고, 덮쳐오는 불안과 공포를 쓰러뜨릴 것이다.
허나 나는 달라! 나는 게임을 하는거다! 이미 시험 범위인 부분은 통째로 암기했고
이번 화학 범위는 유기물이랑 무기물이 범위니까 단번에 통째로 암기했고, 물리는 그냥 버렸다.
"후하하하하하하하하! 어설퍼! 어설프다아!"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 소리지르고, 컨트롤러를 만져간다.
탄환이 끊기면 상대 공격을 받기 전에 리로드하고, 상대가 리로드하는 틈에 헤드 샷으로 일격에 상대를 쳐죽인다. 상대가 수류탄을 던져오면 회피하면서 헤드 샷.
"흥. 신"
Win이라는 문자가 표시되고 대미지량과 스코어 량이 표시된다.
음음, 그 스코어를 지켜보고 있으니 스마트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서 힐끔 화면을 쳐다보니 코마치한테 와서 무시하고 제 2라운드로 하려고 하던때, 애완 고양이 카마쿠라에게 고양이 펀치를 먹어서, 빨리 받아! 코마치 아가씨의 전화잖아! 라는듯이 노려보지만 홱 무시하고 제 2라운드로 가려던 순간, 화면이 새까매졌다.
"――――――――! 카마쿠라 이 자식!"
비명으로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주범인 카마쿠라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어서 스스로도 알 정도로 핏발친 눈으로 집안을 뒤진다.
저 자식! 용서 못해! 오토 세이브 기능이 있다고해도 플로그 전원을 뽑는다는 기행을 용서할 수는 없다!
그 때, 현관쪽에서 카마쿠라의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흥분한채 현관이 보이는 복도로 나가니 카마쿠라가 현관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회!
"카마쿠……라"
"…………"
"…………"
카마쿠라를 덮치기 위해 도약한 순간, 문이 열려 코마치와 모르는 남자가 눈 앞에 나타났다.
타악, 조용히 현관쪽에 내 발소리만 울려퍼졌다.
"……히키코모리 니트"
"큭!"
코마치의 차가운 시선이 꽂힌다.
"게임 오타쿠"
"으윽!"
"히키코모리 니트 게임 오타쿠. 줄여서 히키니쿠"
"크허억!"
코마치의 확인사살 일격이 내 급소에 들어가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코마치는 카마쿠라를 사랑하고 카마쿠라도 코마치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쪽을 내가 상처입힌 순간, 더는 월드 엔드 급의 일격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로 엄마의 경우엔 스페이스 엔드 급이다.
"코, 코마치 씨야. 그, 그 옆에 있는 녀석은 설마"
"아,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히키가야하고는 친구입니다"
"좋아. 들어와라"
카와사키 타이시라고 자처하는 남자를 안으로 들이고 일단 의자에 앉혀 차를 내오지만 코마치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 차는 따뜻한데 몸은 차갑다.
칫, 카마쿠라 자식, 노렸겠다.
"네가 친구를 데려오는건 드무네"
"……뭐, 오빠가 이거니까"
"어흑……커흠. 그런데 무슨 일?"
"아, 그래. 분명히 오빠는 봉사부라는 부활동에 들어갔지?"
"뭐, 일단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부활동이지만.
"실은 타이시가 무슨 걱정이 있대"
"……실은 저, 누나가 있는데 요즘 아침에 돌아온다고 할까. 뭘 하냐고 부모님이 물어봐도 관계없다고 싸운다구요……그 탓인지 요즘 동생도 체하는 일이 많아져서요"
…………뭐라고 할까, 닮는구만. 남매가 있다는건 말이지. 오빠의 스트레스가 동생에게 알게모르게 전염해버려서 그래서 체해버린다. 옛날에도 있었지, 우리 집에도.
"헤에……그래서?"
"실은 누나는 형님이랑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슴다. 그러니까 조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할까"
……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해도, 나 외톨이에다 게임 오타쿠니까 조사하려고 해도 조사할 수 없는데……라고는 해도 이대로 내버려두면 조만간에 카와사키가가 붕괴해버릴 수도 있을것 같다……하아. 왜 나는 봉사부 따위에 들어간거지……하지만 이것만큼은 보고 못 본척을 할 수가 없다.
"그 밖에 다른 정보 같은건?"
"어음……누나는 원래 성실하게 대학교 진학을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진학교인 소부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어째선지 2학년이 되고나서 아침에 돌아오게 됐슴다. 그리고 가끔 집에 엔젤 뭐라고 하는 가게의 점장이라는 녀석이 전화걸어옴다!"
"어, 어어"
갑자기 흥분한 카와사키 타이시를 따라가지 못해 어리둥절하면서 진정시켰다.
"저, 누나가 걱정이 되서"
그렇게 말하는 타이시의 눈에는 조금 눈물이 보인것 같았다.
……뭐라고 할까, 누나를 생각하는 좋은 동생이잖아.
"그러니까 오빠. 게임 의뢰라고 생각하구, 응?"
"하아……일단 네 누나의 이름 가르쳐줘"
"카와사키 사키임다"
그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옥상에서 만난 소녀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기억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자신이 있다. 그러니까 한번 들은 이름은 기억하고, 본 얼굴도 거의 잊지 않는다. 얼굴과 이름이 이어지게 되면……그 녀석이 카와사키 사키인가……확실히 어딘가 타이시도 닮은 기분도 들지 않는건 아니군……뭐, 됐어. 그보다 같은 반이잖아.
"어라, 형님 게임하심까?"
문득 타이시가 거실에 펼쳐둔 게임기 산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오빠는 게임 폐인 수준이야. 엄마한테 몇 번이나 그만두라고들었는데도 그만두기는 커녕 게임으로 용돈까지 벌고 있어"
"딱히 상관없잖냐. 외국에선 프로게이머는 당연하다고"
"……굉장함다"
"…………괜찮다면 빌려줄까?"
"아, 괜찮슴다. 저, 게임 같은건 안 해서요"
내가 실망하니 어째선지 코마치는 이겼다는 포즈를 잡고 있었다.
칫. 역시 세뇌작업은 꽤 어렵나.
그 후에 타이시는 돌아가고 코마치는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나는 게임 속행을 개시한다.
"그치만 오빠가 받아들여줄 줄은 생각 못했어~. 또 게임이~ 라고 하면서 거절할거라 생각했는걸"
"싯꺼"
……뭐라고 할까, 내버려둘 수 없지……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입장으로는……아마, 코마치도 그걸 이해해서 이 얘기를 나한테 들려주자고 생각한거겠지……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며칠후 쉬는 시간, 나는 꾸벅거리면서 교실의 소란의 중심에 몸을 두고 있었다.
평소라면 어제 텔레비전은 어땠니 저 사람은 어떠니 등 애기를 하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말은 마치 외국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다.
그 이유로는 직업체험이 있기 때문이겠지. 조 결정은 모레라고 하는데.
그때, 내 앞 자리에 누군가가 앉은것 같아서 얼굴을 힐끔 들어보니 거기에는 천사가 있었다.
"안녕, 히키가야"
"……천사다"
"어? 처, 천사?
"아, 미안"
무심코 생각하던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테니스 사건 이래로 얼굴을 마주치면 두 세 마디는 대화하게 됐다.
세간으로는 친구가 아닌 지인 관계이겠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게 딱 좋은 수준이라 지금 관계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좋아하는 편이다.
"오늘은 게임 안 하네"
"훗. 밑을 봐"
그렇게 말하자 토츠카가 얼굴을 책상 아래로 향하자, 마침 눈 앞에 화면을 보지 않고 리듬 게임을 하고 있는 내 손이 보인 것이다. 그걸 나타내듯이 벌떡 고개를 든 토츠카의 얼굴은 놀람 반 당혹 반이다.
리듬 게임은 암기 게임이랑 같다. 그 중에는 소리를 들은 상태가 아니면 화면상에 할 수 없다는 녀석이 있어서 그걸 본 일반인들이 쩔어! 라고 추켜세우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상식이다.
무음 상태로해야 진짜로 쩌는거야……뭐, 친구가 없으니까 늘 코마치의 경직된 얼굴 밖에 못 보지만.
힐끔 교실 쪽을 쳐다보니 타이시의 누나인 카와사키 사키가 나른하다는 표정을 짓고 턱을 괴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외모는 그대로 양키구만…….
"히키가야, 굉장한건지 잘 모르겠어"
"그게 보통이야. 너는 이쪽에 오면 안 돼"
토츠카가 이쪽에 오면 종교단체가 생길것 같다.
"어디에 갈건지 정했어?"
"아니. 마음속으로는 감기 걸렸다고 하고 쉴까 생각하던 참이야"
"그건 안 돼……만약 괜찮으면 나랑 짜지 않을래? 나도 아직이야"
"…………딱히 상관없지만 나는 게임밖에 안 하니까 대화 상대도 안 될거야"
"괜찮아……하, 하치만이랑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즐거운걸"
삐로링……어, 어라……왜 내 심장은 쿵쾅쿵쾅 고동을 치는거야……호, 혹시……이, 이게……사랑? ……진정해! 토츠카는 남자애……훌쩍. 신님 바보.
방과후, 평소처럼 나는 봉사부에서 PFP를 하고 있지만 평소 멤버 말고도 어째선지 자이모쿠자도 섞여있고, 모두 자이모쿠자를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었다.
……힐끔힐끔 쳐다보지마, 자이모쿠자……하아. 산만해서 집중할 수 없어.
"자이모쿠자, 너 왜 있는건데"
"잘 물어봤다, 하치만! 본관은 마침내 엘도라도로 가는 길을 손에 넣은 것이다!"
왜 이 녀석, 안데스 산지에 있다는 전설상의 토지의 편도티켓을 손에 넣은데 기뻐하는거야……이 녀석의 기준으로 보면 전설의 대지인가?
"본관은 이번에……출판사로 직업체험하러 가는거다! 므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자이모쿠자는 펄럭 코트를 나부끼며, 높은 웃음소리를 흘리지만 나는 조금도 시선을 향하지 않고 PFP를 하고 있어서 어딘가 쓸쓸하게 느꼈는지 자이모쿠자의 웃음소리는 불과 몇 초만에 끊겼다.
출판사에 직업체험하는것만으로 되게 기분 좋구만.
"그래서, 왜 기분 좋은건데?"
"훗. 본관의 재능이 드디어 뽑힌거다"
"그 뽑힌 상자가 출판사가 아니라 쓰레기통이 아니길 기도하마, 자이모쿠자"
"지금 봐두거라. 이 나라에, 아니 세상이 본관의 이름이 울려퍼뜨리마! 하치만! 네놈이 가진 PFP는 조만간 본관의 서적이 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자이모쿠자는 껑충 뛰며 나갔다.
……PFP가 내 손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 그러고보니 힛키는 직업체험 어디로 가?"
유이가하마는 눈을 두리번거리며 약간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
……잘 모르겠군.
"게임 회사……하지만 다른 놈들의 의견도 있으니까"
"히, 힛키가 다른 사람이랑 간다니"
"삼인일조잖아"
유이가하마는 아, 그런가 하며 손뼉을 친다.
괜찮나……하지만 토츠카가 게임회사라도 좋아라고 말해줄지 어떨지. 나한테는 즐거운 곳이지만 토츠카한테는 미묘해보이는 곳이니까.
"유키농은 어디 갈거야?"
"나는……어딘가 싱크탱크나 연구개발직일까. 지금부터 고를거야"
뭐, 학년 톱 클래스 녀석이 말할법한 장소군.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형무소나 재판소가 어울리는데 말이야. 신랄한 말을 형수자에게 해서 고통을 주는게 취미인 여형무관……아, 하지만 그게 소문이 퍼져서 반대로 범죄율이 오를것 같네.
"유이가하마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갈래"
"발상이 히키가야 수준이야"
"어이. 이 녀석이랑 같은 취급하지마"
"뭣! 너무하지 않아!?"
드물게도 나와 유이가하마의 더블 어택이 먹혀들어서 유키노시타는 조금 주춤한다.
PFP에 집중하려던 그 때, 문이 노크되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0화
부실로 들어온건 핸섬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남학생.
갈색머리에 부드럽게 칠해진 핀 파마. 화려한 플레임 안경을 끼고, 그 속에 있는 눈동자로 꿰뚫어지면 그 녀석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릴것이다……뭘 감추랴. 학교 카스트 제 1위. 하야마 하야토다.
"이런 시간에 미안해. 좀처럼 부활동을 빠져나올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유키노시타의 정면에 의자를 끈다.
"서두는 됐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온거지?"
하야마를 대하는 그녀의 말은 어딘가 날카롭다.
나를 대해서도 그렇긴 하지만 어딘가 종류가 다르다……뭐, 관계없지만.
나는 바로 이어폰을 끼고 싶었지만 우선 참고 귀로 들으면서 머리로는 PFP에 집중해서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다들 용건이 있으면 다른 날로 바꾸겠는데"
"네네-. 나 오늘은 좀 해야하는 일이"
"그래서, 여기에 온 이유는?"
"무시냐……이제 됐어"
조금도 쳐다보지 않고 대화를 진행해서 완전히 삐쳐버려서 이어폰을 양귀에 꽂고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PFP에 집중한다.
오늘은 몬헌에서 초기장비로 어디까지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나하는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가능하면 동영상을 찍으면서 하고 싶었지만 한 번 해보지 않으면 효율이……하지만 의외로 간단하잖아. 보스 하나당 한 시간이나 있으면 여유롭게 쓰러뜨리고……이거라면 일주일이면 모든 보스 한 번은 쓰러뜨리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 하고 있으니 어깨를 툭툭 건드려졌지만 무시하고 보스를 공격해간다. 자 그럼……마지막 일격!
보스에게 공격이 히트한 순간, 화면 전체를 비추는 앵글로 뒤바뀌어, 보스가 쓰러진다.
이야~ 시간제한이 있었으면 불가능했지만 무제한 게임이니까 즐겁네……응. 이 상태로 동영상 사이트에 올릴까……여름 방학이 좋으려나?
"힛키, 무시하지마!"
"가, 갑자기 큰 소리 지르지 마"
이어폰을 뽑힌 순간, 유이가하마의 큰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힛키도 조금은 얘기를 듣지 그래? 같은 반이니까"
"에- 나는 힛키니까-"
"스스로 인정하구……아무튼 힛키도 와!"
"어, 어이!"
의자 다리를 잡아당겨져서 그대로 하야마와 유키노시타 근처까지 끌려갔다고 생각하니 내 감시역인건지 유이가하마가 내 옆에 찰딱 앉았다.
뭐, 뭐야 이 녀석……왜 나는 이런곳에 있는거지.
"그래서, 의뢰는 그 체인메일을 보낸 범인을 찾으면 되는구나"
"범인찾기 보다는 수습하고 싶어. 이 메일 때문에 교실 분위기도 나쁘고"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을 힐끔 쳐다보니 『토베는 이나게 컬러갱 멤버고 게임 센터에서 니시고 애들 잡고 있었어』, 『야마토는 세 다리 걸치고 있는 쓰레기 자식』, 『오오오카는 연습시합에서 상대학교의 에이스를 박살내기 위해 거친 플레이를 했다』등 다수 실명을 거론한 비방중상이 쓰여있었다.
"이런건 나은 편이잖아"
"이것보다도 심한 내용이 있어?"
"게임 채팅은 한벌 불 붙으면 매도는 무론 비방중상의 말로 가득 채워지고, 자칫하면 운영진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어"
뭐, 대개는 나를 향한거지만. 채팅을 쓰라니 과금 쓰레기 자식은 사라지라니 니트는 사회의 쓰레기니까얼른 죽어서 사라져라던가 위험한 놈들이 대량으로 보내온다.
뭐, 나는 채팅기능은 OFF로 해두는 일이 많으니까 가끔 보고 소재로 삼는 정도지만.
"친구의 험담을 들으면 화가나고 기분도 나빠.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어"
"그럼 모두 교실 메일 주소에서 지우면 되잖아. 그러면 수수께끼 메일도 오지 않게 돼. 출처는 나. 게임채팅에서 이런 말이 오면 대개는 OFF로 한다. 간단한 얘기지"
"하지만 그래선 모두와 대화할 수 없잖아"
"교실에서 만나니까 딱히 상관없잖아"
"그런게 아니라……좀더 이렇게……안 만나는 날에도 얘기하고 싶다고 할까"
"유이가하마. 친구가 없는 그에게 말해도 소용없어"
"그 말대로. 모두 나처럼 되면 돼"
"그러면 국가가 멸명할거야. 히키가야 균"
"어이, 남을 살인 바이러스처럼 말하지마"
게다가 왜 배리어 효과가 없는건데……하이 터치. 배리어 쳤으니까 소용없습니다-! 히키가야 균에게 배리어는 통하지 않습니다-! 라고 얼마나 들었는데.
"그럼 범인찾기 밖에 없군. 원점을 박살내면 사라지겠지"
"그렇구나. 왠일로 같은 의견이네, 뾰루지"
"어이, 얼굴 씻으면 나 사라지거든? 그렇게까지 싫냐?"
"메일은 언제부터 보내진걸까"
"저번 주말부터야, 유이"
"으, 응"
아무래도 리얼충은 이름으로 서로 부르나……아, 토츠카는 예외지. 그 녀석은 치외법권이니까 법률도 통하지 않고 헌법도 통하지 않으니까……치외법권이 아니라 그냥 천사면 되잖아. 천사.
"저번주에 무슨 일이 있었지?"
둘은 기억의 서랍을 열지만 실마리는 아무것도 없는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래……일단 묻겠지만 기억머신은?"
"이젠 이름의 흔적조차 안 남았군………저번주라……하야마가 매스컴 계열이나 외자계열 기업에 직업 체험 가고 싶다고 했고, 토베는 진짜 쩔어-, 요즘 부모 존경한다고 했고, 미우라는"
"그렇게까지 상세한건 필요없어"
"대단한데, 히키타니. 기억력 좋구나"
적어도 남의 이름을 틀리는 너보다는 좋다.
"직업체험의 조 결정도 있었군"
"아, 그거야 분명해. 좋아하는 사람이랑 짤 수 없어서 화가 난 사람이 한거야!"
"하야마, 아까 이름이 쓰여졌던건 친구라고 했었지. 네 그룹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셋 중에서 고를거라고 생각해"
"그 세 명이 용의자네"
"잠깐만! 나는 그 셋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기다 그 녀석들을 나쁘게 말하는 내용의 메일이었어. 그 녀석들은 범인이 아니잖아"
하야마가 드물게도 목소리를 올리지만 유키노시타는 끄떡않고.
"어설프군. 나라면 자신도 의심받지 않도록 자기 이름도 넣고, 더군다나 더 심한 소리를 쓴다. 그러면 하야마의 생각 방식을 가진 녀석은 적어도 나를 제외한다. 그리고나서는 마음대로 하는거지"
라고 말하니 유이가하마도 하야마도 유키노시타도 우와아, 라고 할법한 표정을 짓고 나를 한 발짝 물러난 눈으로 쳐다보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나는 PFP에 집중한다.
애시당초 누군가는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 짓는 시점에서 끝이다. 모두가 범인이라고 일단 정하고 거기에서 모순점을 찾아서 후보에서 제외하는게 제일 좋다. 성과 없는건 아니니까.
하야마는 설마 자신의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지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일단 아까 쓰어졌던 멤버의 특징을 가르쳐주겠니"
"아, 아아. 토베는 밝고 모두의 무드 메이커라는 느낌이야. 문화제나 체육대회에서 선진을 치고 모두를 추켜주는 좋은 녀석이야"
"시끄럽기만 하고 능력이 없는 아첨꾼……다음은?"
꽤나 신랄하시군.
"야마토는 럭비부. 과묵하지만 그 만큼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 둔중하지만 그런 페이스가 도리어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는 좋은 녀석이야"
"반응이 둔한데다 둔중……계속 말할래?"
"아, 아아. 오오오카는 야구부야. 친근감이 있어서 누군가의 편을 들어줘. 예의도 바르고 상하관계도 완벽하게 분별해"
"남의 안색을 엿보는 박쥐……죄다 범인이구나"
"네가 범인으로 보인다"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화가 났는지 허리에 손을 대며 나를 노려본다.
"나라면 정면으로 부술거야. 하야마의 이야기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유이가하마……히키가야. 뭔가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 없니"
지금 간격은 분명 나를 포함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거군요, 압니다. 나는 평소부터 혼자서 PFP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으니까.
"벼, 별로 그 셋이랑 대화한 적이 없으니까 모른다고 할까"
"그래……그럼 조사해주겠니"
"……으, 응"
유이가하마처럼 누구하고도 대화를 하는 녀석의 입장에서 보면 유키노시타가 준 임무는 힘들 것이다.
좋은 정보를 모은다면 모를까 이번에는 그 녀석의 나쁜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모으라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유키노시타도 그걸 깨달았는지 조금 면목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별로 기분 좋지는 않겠구나"
"……하아. 내가 할게"
"힛키……"
"교실에서 아무 취급도 안 받을 내가 하는 편이 낫겠지……하지만 내 방식으로 하겠어"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약간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승낙해줬다.
다음날 쉬는 시간.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게임을 하면서도 토베, 오오오카, 하야마, 야마토 넷이 대화하는 모습을 시야 구석에 넣고 있었다.
딱히 말하고 있는 내용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다……셋의 모습만 기억하면 그거면 된다.
하야마를 둘러싸듯 창가석에 셋은 모여있지만 때때로 대화에 끼어들기 힘들어보이는 녀석이 나오거나, 그렇게 생각하면 모두가 대화에 참가하거나.
이것도 하야마 하야토의 능력일 것이다. 모두가 사이좋게, 즐겁게 대화하도록 때로는 화제를 제공하고, 때로는 주어진 화제를 확장해서 받아 쳐준다……너는 어디의 2배 리턴 능력자냐…………시선 끝에서 안경을 낀 여자가 흥분한듯이 넷을 쳐다보고 있는건 없던걸로 하자……그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녀는 나와 동류의 존재다. 안다……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잡아당기듯이 오타쿠는 오타쿠를, 외톨이는 외톨이를 끌어모은다.
그러자 하야마가 그룹에서 빠져나와 내 앞에 앉아서 이어폰을 벗으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뭔데. 지금 태고의 달인으로 풀콤보를 노리고 있는데"
"괴, 굉장한 손가락 놀림이네……화면 안 봐도 돼?"
"패턴은 기억했어"
"헤, 헤에"
아, 지금 이 녀석 깼군……뭐 됐어……호오.
힐끔 하야마가 빠져나온 그룹을 쳐다보니 방금전까지 그렇게 즐겁게 대화하던 녀석들이 다른 방향을 보고, 휴대폰을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과연 그렇군……게임이랑 같은 구도구만, 나참.
"뭔가 알았어?"
"……뭐, 방과후를 기대해라"
자, 방과후가 됐다.
"그래서, 어땠니"
"한 마디로 말하자면……범인은 몰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역시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 녀석들의 특성은 알았다"
"특성? 이제와서 그런걸"
"중요해. 언제 어느 때라도 보스의 특성은 머리에 넣어둬라……철칙이야"
그렇게 말하지만 나를 제외한 녀석들의 머리에 물음표 마크가 떠있어서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라는 눈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수수하게 아프다.
칫. 하야마는 옛날에 게임은 조금 한 적이 있을거라고 느꼈는데. 잘못 생각했나.
"요컨대 언제 어떠한 때라도 남의 성격은 파악해두라는 소리다……그 셋은 말하자면 하야마라는 캐릭터에 장비된 무장 같은거야"
"그 소리는?"
"무장은 싸울때밖에 쓰지 않잖아?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은 네가 모였을때만 힘을 발휘한다고. 말하자면 방해꾼 델타 허리케인 카드가 너고 세명은 발동조건을 채우는 방해꾼이다"
"……적당히 피코피코로 예시해서 말하는건 그만두지 않겠니"
하다못해 게임이라고 말해줘……엄마도 패미컴이라고 말한다고? 아니 뭐, PE3을 패미컴이라고 들어도 그건 그거대로 좀 그렇지만.
"요컨대. 네가 없으면 친구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는 복잡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녀석들이 자신이 없으면 친구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걸 알면 하야마처럼 모두 사이 좋게라고 말하는 정신을 가진 녀석은 복잡하겠지.
왠지 자신이 억지로 잡아둔것 같아서……뭐, 나 같은건 일상다반사지만. 내가 로그인했을때 채팅이 떠들썩해지는 주제에 내가 빠져나가면 한 마디도 안 하니까.
"해결책은 있어"
그렇게 말하자 순식간에 하야마의 표정이 밝아지지만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미묘하다는 표정 밖에 짓지 않는다.
"알고 싶어?"
"…………그걸로 이 일이 수습된다면"
하야마 하야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점심시간, 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셋은 즐거운듯이 떠들고 있다.
내가 한 것은 지극히 간단. 하야마가 놈들과 조를 짜지 않고 저 녀석들을 하나의 조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싫어도 상대와 대화하게 되어서 표면상이라도 놈들은 친구로서 이어진다.
이어폰을 끼우고 PFP에 집중하고 있으니 다시 내 앞에 하야마가 앉아서 벗으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중단하고 이어폰을 벗는다.
"내가 짜지 않는다고 하니까 놀랬지만 잘 됐어"
"그렇군요-. 잘 됐네요-"
나의 흥미없다는 목소리에 하야마는 쓴웃음을 짓는다.
"히키타니는 의외로 좋은 녀석이구나"
"나는 그저 그늘에서 힛키라고 불릴 뿐인 남학생이다"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쓴웃음을 짓는다.
"나는 아직 조를 안 짰으니까 너랑 짜도 될까?"
"에- 그건- 곤란해-"
"하치만.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어쩔 수 없군. 너랑 짜마"
마이 엔젤 토츠카에게 들어선 어쩔 수 없다……하지만 절대로 게임 제작 회사는 허락해주지 않겠지. 특히 하야마는 게임에 흥미 없어보이고.
"아, 하야토 거기 가는구나. 나아도 여기 들어갈래!"
"아, 나도!"
핸섬남이 있는곳에 미인 모이리……그걸 체현하는것처럼 하야마가 이름을 쓴 장소에 점차 여자애들의 이름이 쓰여져서 내 이름은 지워져버렸다.
왜 토츠카의 이름은 깨끗하게 남아있는데 나는 깨끗하게 지워지는거야……뭐 상관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어폰을 기고 다시 게임에 집중한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1화
문득 생각하는 것이 있다.
만약 게임처럼 상대의 감정을 게이지로 알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살기 어려워질까.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사람은 생각하고, 사고하고, 사랑할 것이다.
게임은 세상이 아니다. 유사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 혼자 있는건 현실에서도 혼자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혼자 있는것이 유사 세상에서 혼자 있다는건 아니다.
그래, 이렇게 세상은 상대의 얼굴만 보지 않으면 성립하는 것이다.
얄궂게도 현실보다도 평화가 찾아온다.
본래는 금지되어 있을 옥상의 침입을 하고나서 며칠이 경과하여,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지만 나는 일절 공부하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시험도 암기 게임이다. 기억해야 하는것만 기억하면 남은건 어떻게든 된다……수학 등의 이과는 별개로 치고 말이지. 장래의 꿈은 지금 후보는 복수 있다. 하나는 게임 회사에 취직하는 것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측으로 도는 것, 다른 하나는 영원한 팬으로 있으면서 평범하게 취직하여 쉬는 날에 게임을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외부와 접점을 일절 차단하여 게임 동영상을 투고하는것으로 돈을 번다.
세상은 그걸 이상하다고 한다. 뭐가 이상한 것일까. 확실하게 헌법으로 국민의 삼대의무 중 하나라고 정해져 있는 근로를 하지 않는다는건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게임도 노동은 아닐까?
내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건 아닌가?
연예인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감동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사회인이다. 왜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하는 도구가 게임이 되면 사람은 비판을 하는걸까.
대답은 간단하다…………게임 = 오락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괴롭힘을 당해,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해 게임에 빠져버린 나는 게임 = 인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도 상식은 있다. 언제까지 부모님에게 길러질 생각은 없다. 나는 게임으로 돈을 번다.
이상하게도 게임 개발자는 칭찬을 받는데 게임을 하는건 칭찬받지 않는다.
"너 말야, 매일 게임 하고 있는데 안 질려?"
문득 고개를 들어올리니 급수탑에 등을 기대고 있는 카와사키 사키의 모습이 있었다.
여기 최근 계속 여기서 만나던 사이에 저쪽에서 말을 걸어오는 관계가 된 것이다. 뭐, 내가 말을 거는건 일절 없지만.
"딱히. 질리지 않아……오히려 게임을 질리는 마음을 모르겠다"
"아 그려……"
카와사키 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나른하단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소녀는 무엇을 생각하여 부모님에게 비밀로 삼고, 가족도 속이는걸까…….
그걸 찾아내는걸 카와사키 타이시한테 부탁받았다. 타이시는 누나를 생각하는데 누나는 무엇을 생각할까.
가족 문제라고 들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나는 그 가족 문제를 보고 넘길 수는 없는 사정을 품고 있었다.
갑자기 시작된 괴롭힘……동생은 걱정하고, 부모님도 걱정했다……하지만 신기하게도 괴롭힘의 피해자라는건 감추고 싶어한다. 하지만 숨기는것이 좋은것만은 아니다……사실, 진실을 알게 됐을때 가족은 나를 위해 울어주었다.
그 후에도 그 전에도 그것 뿐이었다……게임을 하게 되어, 틀어박히게 된 것으로 슬픈 나머지 훌쩍 울은적은 있어도 나를 생각해서 운건 그때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다른 가족이 겪지 않았으면 싶다…….
"저기 말야, 카와사키"
"뭔데?"
"…………우리 동생이랑 네 동생이 같은 학교인데 말야……"
"……아 그려"
그 이외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평소, 남과 대화를 하지 않는 나는 대화를 잇는건 서툴다.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처럼 계속해서 말하는건 할 수 없다.
"동생……타이시랬던가. 너를 걱정하더라"
"…………"
"요즘 네가 돌아오는게 늦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시 대화가 끊기어, 바람 부는 소리가 울린다.
이미 몬헌은 보스를 쓰러뜨리고 소재도 다 털어냈지만 이 대화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 문제야"
"말씀대로지"
리절트 화면으로 이동하여 다음 보스로 진행한다.
"…………걱정"
"아?"
"…………아니, 요즘 게임 친구가 밤 늦게나 이른 아침에 밖에 로그인을 안 하거든. 이쪽은 걱정이 든다고……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 해서. 무지 걱정되서 감기 걸릴 정도다"
만약 여기에 유키노시타가 있으면 불쾌하단 얼굴을 하고 게임으로 예시 드는거 그만두지 않겠니? 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오늘은 그 녀석은 없다. 나와 카와사키의 일대일 격투전이다.
"너……게임 의존증 아냐?"
어흑……의존은 물론 생활의 일부입니다만 뭐가?
"딱히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고, 동생이 감기 걸린것도 밤에 알몸으로 뛰어다녀서고"
"……왠지 모르게 안다는게 분해"
옛날에 코마치도 유치원 시절에는 알몸으로 집안을 뛰어다녀서 감기걸렸지…….
"네가 더 폐끼치는거 아냐?"
"호오. 내가?"
"매일 게임하고 말야. 너 알바도 안 하잖아"
"으윽. 하, 하지만 나는 게임으로 용돈을"
"게임으로 철야하는건 당연한거 아니잖아?"
"크헉. 하, 하지만 공부로 철야하는 사람은 있잖아"
"화면속 여자애한테 초콜렛을 준다거나"
"그건 아냐"
그건 오타쿠를 편견으로 보는것 뿐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미연시는 별로 좋아하는 부류의 게임이 아니라서……청춘을 하는 놈들의 보조를 하는것 만으로 속이 갑갑하다.
"기저귀 같은거 차고 하고 있지"
"안 해. 그보다 그건 매스 미디어 보도잖아. 모든 게이머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마"
"아무튼 나는 노는건 아니거든"
……즉 이 녀석은 심야 알바를 하고 있다는건가. 어떻게든 유도는 했는데. 뭐, 작년에는 성실했다고 타이시도 말했으니까.
"실례"
그렇게 듣고 문으로 퇴장하는 카와사키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오, 레어드롭……"
그날 저녁, 저녁밥을 겸해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타이시와 만나서 대화를 했다.
화제는 물론 카와사키 사키에 대해서.
"요컨대 누나는 알바를 하고 있는검까?"
"아마도. 작년에는 성실했었지?"
PFP를 조작하면서 메론 소다를 쪽쪽 빨고 있으니 옆에서 코마치의 작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알바……그러니까 점장이라는 녀석한테 전화온거군요"
"하지만, 어떡할거야 오빠야"
"뭘"
"알바 그만두게 만들거야?"
우리 18세 미만 고등학생은 심야 알바를 하는건 금지되어 있다는걸 생각하면 카와사키는 나이를 속여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게 된다.
대체 뭘 위해서 알바를 하고 있는거람……코마치와 같은 학년이라는 타이시는 지금 중3인가…….
"딱히 노는것도 아니고, 알바에 관해서는 그냥 넘어가주는게 어때"
"……저는 알바하는건 딱히 상관없슴다……왜 누나가 우리에게 감추면서까지 하는지 그게 알고 싶슴다"
"음~. 뭔가 좋은 방법 없어, 오빠?"
"라고 해도……아, 이제 게릴라 시간인가"
PFP를 슬립 모드로 바꿔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행하여, 게임을 기동시키자 마침 게릴라 던전이 출현했다.
팀을 짜서 막상 잠입하려던 순간에 메일이 왔다는걸 알리는 팝업이 화면에 나타나, 무심코 살짝 혀를 차면서 메일을 읽어보니 아마존에서 온 광고 메일이었다.
시간을 생각해서 메일을 보내라고……메일…………채팅…………진심…….
"방법은 있기는 있어……하지만 성공률은 낮다. 자칫하면 사이가 험악해질 가능성도 있어"
"…………그래도 누나의 진심을 알고 싶슴다"
"…………하아. 일단 힘내보긴 해볼게. 코마치, 잠깐 와라"
"네이네이"
타이시를 자리에 남기고 조금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서 내가 생각한 계획을 귓가에서 작게 말을 하니 처음에는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못해 수긍해주었다.
남은건……신에게 의지할 뿐이군.
시험 1주일 전에 들어간 오늘, 나는평소처럼 옥상으로 가자 급수탑에 기대듯이 카와사키 사키가 서 있었다.
라고할까 내가 불렀지만.
"뭐야? 갑자기 메일을 보내오고. 그보다 왜 네가 아는거야?"
"타이시한테 들었어.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게 있어……자"
"하아?"
나는 다른 한 대의 PFP를 카와사키 사키에게 건내자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이 녀석 뭐하는거야, 같은 차가운 시선을 받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카와사키에게 PFP를 건냈다.
"팀전이 아니면 받을 수 없는 아이템이 있으니까 도와줘"
"왜 나까지 게임을 해야하는건데?"
그렇게 말하고 출구로 가려고 하지만 나는 문에 기대서 그 이상 카와사키가 못 가도록 벽이 된다.
카와사키는 짜증난다는 듯이 노려보지만 그래도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왜 카와사키의 째려보기는 이렇게나 무서운거야.
"5분이면 끝나"
"…………해본적이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음속으로 이겼다는 포즈를 잡고 카와사키에게 기본 조작을 가르쳐주자 도시에 미리 OK해둔 채팅을 열고 출격준비 화면으로 이동한 순간, 카와사키의 표정이 조금 놀란걸로 보였다.
팀에 자신의 동생과 같은 이름의 플레이어가 있으면 그야 놀라겠지.
일단 카와사키의 반응은 무시해두고 미션에 참가하자 스테이지가 표시되고 네 명의 플레이어가 화면에 비친다.
이거 진짜로 4대 몫을 내가 갖고 있었으니까 됐지, 안 갖고 있었으면 성공 못해.
"저, 저기"
"응?"
"뭐, 뭔가 튀어나왔는데"
호호오. 타이시는 게이머의 소질이 있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면을 들여다보고, 딸깍딸깍 조작하면서 카와사키에게 조작을 가르쳐주고, 화면상에 나타난 채팅 기능을 오랜만에 보니 타이시한테서 『왜 요즘 돌아오는게 늦는거야』라고 왔다.
그런 둘……라고 할까 코마치에 이르러선 만지지도 않겠지만 셋을 방치하고 나는 혼자서 미션을 수행한다. 그래, 나는 고고한 전사야.
『너하고는 관계없잖아』
『관계 있어……누나가 밤늦게 돌아오니까 케이카도 걱정해서 사짱이 돌아올때까지 자기도 안 자겠다고 말해서 엄마가 곤란해하고 있어』
호오. 카와사키는 사짱이라고 불리고 있나……다음에 노려보면 나도 그렇게 말하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팀전 한정 보스가 출현하여, 전력으로 사냥을 한다.
흥, 네놈의 AI 따위 이 나에게 있어선 예측 범위에 있지……네놈의 공격에 맞지 않고 잡아주마.
『……딱히 걱정 끼칠만한건』
『하고 있어! 가족에게 안 보이는 배리어 치면서까지 알바 하지마!』
그게 표시됐을때부터 카와사키의 손은 멈췄다.
『누나가 뭘 위해서 알바를 하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왜 비밀로 하는거야! 누나는 옛날에 말했잖아! 가족한테 만큼은 비밀을 만들지 말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누나한테 상담하라고 말한 주제에 자기는 가족에게 상담하지 않는다니, 그런건 이상하잖아!』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상대가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사람은 본심을 말한다. 사람은 그걸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일도 있다.
뭐, 처음부터 타이시가 따지려고 얘기를 했으면 그 순간 끝이니까……말 안한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보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넣은 순간, 앵글이 전체를 비추듯이 바뀌어, 미션 달성 표시가 되고 자동적으로 채팅이 종료된다.
"………………"
"……알바하고 있는 이유는……학원비용 때문이지"
"……알고 있었구나"
"일단 이 학교도 진학교를 자칭하는 이상, 대학진학은 시킬테고, 타이시가 작년까지는 성실했다고 하는거랑 학년을 생각했더니 왠지 모르게………… 스칼라십이라고 알고 있어?"
중간고사가 바람처럼 시작하여, 바람처럼 끝난 날의 아침, 나는 게임을 귀신처럼 하고 있었다.
전날 보수로 손에 넣은 무장을 최고 랭크로까지 키우기 위해 자는 시간도 아끼며 해서, 설령 코마치가 잔소리를 하든 엄마에게 『옛날에는 하면 하는 애라고 생각했는데에』라고 들어도 그만두지 않는다.
아, 카마쿠라가 케이블 근처로 가면 덥석 잡아서 내 다리로 잡아두지만.
"오빠야. 시험이 끝났다고 너무 하는거 아냐? 오늘 직업체험 가잖아?"
그래. 코마치의 말대로 오늘은 직업체험 및 시험 끝날이다.
라고는 해도 3인 1조가 15인 1조라는 대규모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내 의견따위 통할리도 없이 어딘가의 공장으로 가게 되버린 것이다.
"후, 코마치. 내 기준으로 보면 그런건"
"역시 공장 안에선 안 하겠지?"
"…………스테이터스 MAX 완료!"
"지금 간격은 뭘까. 카군"
해야할걸 끝내고 테이블로 가니 이미 코마치가 구워준 빵은 식어있었다.
"아, 그래맞아. 얼마전에 말했던 과자 줬던 사람 있잖아"
"응? 뭔가 말했지. 그게 왜"
"얼마전에 돌아가던 길에 우연히 봤어"
"헤에"
"분명히……밝은 갈색머리였어. 분명……유……유이……유이라고 불렸던것 같아"
"…………"
그걸 들은 순간, 일순간 움직임이 멎었다.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유이라고 붙는건 유이가하마 뿐이다……설마, 개 주인이 유이가하마……그러고보니 그 녀석, 내가 여자애라고 말 안했는데 여자애 기억 못해? 라고 했었지…….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남은 빵을 입에 집어넣었다.
시험도 끝나고 직업체험 장소인 카이힌 마쿠하리역 근처에 있는 전자기기 메이커에 나는 있었다.
유동 작업을 하고 있는 종업원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하야마의 지망한 곳에 모두가 맞춰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맞춰서 여기에 온 것이지만, 아침에 코마치와 한 대화가 머리속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다.
개 주인이 유이가하마……아니, 내가 신경쓸건 아니다……신경쓸건 아니지만 어째선지 나는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요즘 유이가하마는 자주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를 찾아내면 그건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할때여도 말을 걸어오고, 평소 게임 스포트로 가면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가 가끔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친구는 없다……아니, 자신의 의사로 친구라는 이름의 버그를 배제했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친구는 아니다……하지만 지인이 아니라는건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그것에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 두번 다신 지인도 친구도……버그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을텐데 나는 어느샌가 만들어버렸다……버그라는 이름의 지인을.
그럼 배제하면 된다. 간단한 이야기다. 배제라는 커맨드를 누르면 되니까. 그러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걸 전신으로 전한다.
하지만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이 커맨드를 누를 수 없는 것이다. 몇 번이나 누르려고 해도 화면이 떨어진다.
친구・지인은 가져야할게 아니다……또 그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나에게는 없다.
"히키가야. 이런곳에 있었느냐"
"선생님……순찰입니까?"
"뭐 그래"
드물게도 히라츠카 선생님은 백의를 벗고 있었다.
뭐, 백의 같은걸 입으면 종업원이랑 헷갈리니까.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걸 맞춰볼까?"
"하아"
"게임 세상에 들어가는 도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큭. 선생님의 우쭐대는 얼굴에는 짜증을 느끼지만 딱 그대로라서 아무 반론도 할 수 없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걸어가지만 내 옆을 선생님이 같은 보조로 걷는다.
"얼마전에 말했던 승부말이다만, 조금 방법을 변경하려고 한다"
"방법입니까……버그때문에 패치라도 하는겁니까?"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규칙으로는 평가할 수 없어서 말이다. 개입이 많아"
아마 그건 유이가하마라는 멤버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는 유키노시타와 나의 일대일 싸움에서 시작된 승부지만 거기에 유이가하마가 들어오는건 이레귤러니까.
"뭐, 나쁜짓은 안 하마. 음, 여기서 끝인가……나는 순찰하러 돌아가마. 그럼"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내 옆을 떠나 원래 왔던 길을 돌아갔다.
방금전까지 바로 앞에 있던 하야마네 군단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버려서, 나 혼자라는것도 있어선지 주위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집에 갈까"
홀로 향해, 출구로 나가려고했을때 시야 구석에 낯익은 경단머리 여자가 보여서, 무의식중에 그 여자쪽을 쳐다봐서, 그쪽이랑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 힛키 늦어! 다들 가버렸어"
"……왜 너는 안 간건데"
"에, 왜라니……어, 어음……힛키랑 같이 가고 싶다고 할까……"
그걸 듣고, 어딘가 기쁘게 느끼는 나와 짜증을 느끼는 내가 있다.
"그때 사고 났을때 있던 개주인……너라며"
"……알고 있구나"
"코마치한테 들었어"
우리 사이에 말이 사라지고, 잠시 동안 정적이 찾아온다.
뭘 당혹하는거지……실행해야할 커맨드는 이미 보이잖아……왜…….
"……아니지"
"헤?"
"아까 모두와 안 간다는 얘기야…… 미우라나 하야마한테 기다려주라고 들은거겠지"
"아, 아니야~. 나는"
"아니 됐어……너도 힘들겠군. 나 같은 히키코모리에다 게임 오타쿠인 나를 떠맡아서……다음부터는 나에 대해선 생각 안 해도 돼"
"어?"
"너도 폐가 되잖아. 나같은 녀석의 돌보기 같은걸 떠넘겨져서……다음부터는 나한테 말 안걸어도 돼……여러모로 너도 폐니까"
유이가하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홀에 내 목소리가 더 울린다.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유이가하마의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눈에 눈물을 머금은 모습이 보이고, 내 옆을 유이가하마가 지나간다.
……버그는 제거했다…………이게 정상이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2화
"오, 오빠가……모닝 게임을 안 하다니!"
"뭐야 모닝 게임은"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코마티에게 딴지건다.
내 안에서 다시 만연해졌던 버그의 소거에 성공한날 이래로 나는 어딘가 허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게임을 하고 학교갈 시간까지 시간을 죽이지만 우연인지 아닌지 마침 컨트롤러의 충전이 끊겨버려서 지금은 충전중이다. 게다가 둘 모두 다. 이런 우연이 있나?
하지만 스마트폰은 충전하고 있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 손으로 조작하고 있다.
…………하아. 봉사부에 들어가고나서 이상한 일만 일어나고 있다.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아무것도 아냐"
타악 키보드 엔터키를 누르듯이 기세 좋게 화면을 터치하자 풀콤보가 표시되고 리절트 화면으로 들어간다.
"……응. 게임 기술은 평소대로고, 눈에 빛이 없는것도 평소대로……어라? 그치만 뭔가 이상해"
"까기 and 까기로군"
다 구워진 빵을 들어 뻐금 한입 베어문다.
몇 번이나 시스템의 완전 스캔을 실행하지만 문제가 한 건 있습니다라는 표시만 되고 원인은 전혀 모르는 상태인 컴퓨터 같은 느낌이다.
"……슬슬 갈게"
"아, 잠깐만 코마치도 갈래!"
방과후, 평소처럼 봉사부 부실에서 PFP에 빠지지만 평소와 다른건 초기 멤버인 나와 유키노시타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녀석이 없으니까 둘 모두 얘기하는 일은 없고, 그녀는 문고본을 읽고 나는 그저 PFP에 집중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와 버튼이 고속으로 눌러지는 소리 밖에 울리지 않는다.
평소대로의 광경인데……어째선지 부족함을 느껴버린다. 뭔가 조각이 부족한듯한.
"……오늘도 유이가하마는 오지 않는 모양이야"
"아 그래"
무기질적으로 그렇게 답한다. 그리고나서 조금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이윽고 들리지 않게 됐다.
"유이가하마, 더는 안 올 생각일까"
"그럼 물어보면 되지 않아? 메일 주소 알고 있잖아?"
"그래……하지만 내가 말하면 유이가하마는 올거야. 설령 너하고 무슨 일이 있어서 오고 싶지 않더라도"
그걸 듣고 순간 손가락이 멈출뻔하지만 보스전이라면서 자신에게 말하고 바로 손가락을 움직이는걸 재개시키지만 방금전의 행동은 유키노시타에게 보여졌을 것이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화면으로부터 시선을 피했을때 유키노시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뭔가 있었구나"
"……아무것도 아냐……싸울정도로 사이가 좋은것도 아니고"
"그래……그럼 삐걱임일까"
"……맞지도 틀리지도 않아"
"그럼……엇갈림일까"
대체 어디에서 그 단어가 나온거냐고 딴지걸고 싶을 정도지만 맞으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한채로 PFP를 슬립모드로 이행시키고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엇갈림이라고 하면 엇갈림 통신. 저건 확실히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외톨이 섬멸 작전의 비장의 패라고도 할 수 있는 카드다. 친구가 없으므로 엇갈리는 사람이 없는 녀석은 채울 수 없는 도감을 슬픈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뭐, 나는 그 점도 빠짐은 없다. 왜냐면 2개씩 사서 유저 네임은 바꿨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의 친구 일람에 자신이 있다는 이상한 상황이 됐지만. 통신진화도 그걸로 끝냈으니까 나는 외톨이이면서 도감을 전부 컴플리트 한다는 이상한데까지 달성했다.
"유이가하마는 생각이 얕고 신중함이 없고 남의 영역에 성큼성큼 내딛어 들어오는 배려마저도 없고"
"옆에서 보면 네가 시비거는걸로 보인다"
"끝까지 들어. 무척이나 소란스럽지만……나쁜 애는 아니야"
마지막 부분은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오므려서 잘 못 들었다.
……유키노시타의 안에선 이미 유이가하마는 친구에 한없이 가까운 지인이겠지……그럼 내 안에선?
의자의 등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그 자문에 대한 자답을 검색하지만 몇 억이라는 정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원인은 너한테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유이가하마가 오지 않게 된건 내 행동 때문일것이다……하지만 그 행동이 잘못됐다고는 나는……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선지 지금 생활에 부족한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 없다.
"……너는 왜 그렇게까지 게임을 우선시키는 거니?"
"좋아하니까 잖아. 오타쿠도 그 작품에 빠지고나서 오타쿠의 길에 들어가. 나도 예외는 아니야"
"그럴까……실례되는 말이지만 너는 게임으로 도망치는걸로 보여. 게임을 하는걸로 현실의 싫어하는 부분에서 눈을 피한다……나에게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아"
…………아아, 그래. 나는 현실을 포기하고 게임으로 도망쳤다……현실의 모든것을 의심하고, 청춘・우정을 버그로 인식해서 배제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쉽게 부서지는거잖아. 이번에도 그거야. 한번에 만남이 하나 있다는거지. 그거다 그거. 만남이 있으면 다음엔 이별이 있어"
"왜 네가 말하면 불쾌한 단어로 들리는거지……하지만 관계가 맥없이 부서지는건 잘 알아"
"하지만 맥없는걸로도 이어지는것도 있지"
또 노크없이 거침없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등장에 유키노시타는 이마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유이가하마가 오지 않게 된지 일주일인가……지금의 너희라면 자기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우리들 사이에 의자를 끌고 앉았다.
"히키가야의 게임 중심 생활은 나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유이가하마는 유령 부원으로……제대로 하고 있는걸로 보이고 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히키가야. 딱히 너를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게임가지고만 살아갈 순 없다"
"알고 있다구요……그런건 처음부터 알고 있어요"
"내가 말하는건 돈이나 집이 아니야"
그리 말을 듣고 나는 조금 놀라면서 선생님을 쳐다보지만 다리를 꼰 상태로 어딘가 화난듯한 눈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과눈이 마주쳤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무서운것을 느낀다.
"네가 부정하는 우정이나 인연 말이다. 게임도 친구가 있겠지. 인생도 마찬가지야. 한 명의 친구도 만들지 않고 인생을 완수시키는건 불가능해"
"……그럼, 어쩌라는겁니까"
"그걸 찾아내는건 네가 해야할 일이다. 왜 친구가 필요한건지, 왜 인연은 필요한지……그 해답을 발견하는거야말로, 지금 네가 해야하는 숙제가 아니냐? 히키가야 하치만"
인연이나 우정 따윈 단순한 버그다. 버그를 내버려두면 심각한 에러를 일으키고, 이윽고 기동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붙여져서 새로 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온건 아닌가요?"
"음? 아아, 그랬지. 얼마전의 승부 말인데 이제부터는 배틀 로얄 방식으로 하려고 생각한다. 이 부활동이 한 사람 늘어난것 만으로 이렇게까지 활성화 되었다는걸 알았으니까. 그러는 편이 판정도 하기 쉽겠지. 따라서 유키노시타 유키노, 히키가야 하치만 둘에게 결원보충을 명한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유이가하마는 그만둔게"
"유령 부원은 필요없다. 여기는 사이 좋은 클럽이 아니야. 여기는 어엿한 소부 고등학교의 부활동이다. 청춘 놀이를 하고 싶으면 나가라는거지. 할 의욕도 없는 사람을 잡아둘 정도로 고등학교는 무르지 않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에 유키노시타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떨군다.
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그럼.
"저, 저기 저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생님의 순소 100% 원한과 손가락 뻑뻑 앞에서 나는 순식간에 짓밟혀버린다.
무, 무서워……이러니까 결혼 못하는거 아냐?
"자, 돌아가라 돌아가. 오늘은 이마 끝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랑 유키노시타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잡아당겨져서 억지로 밖으로 끌려나와 그대로 봉사부 문이 닫히고, 그 열쇠를 쥔 인물은 성큼성큼 가버린다.
에, 에에에에에~. 뭐야 이 권력행사…….
"히라츠카 선생님. 결원 보충을 하면 되는거죠?"
"아아, 결원보충을 하면 된다"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교무실로 돌아간다.
자, 나도 돌아갈까.
그런고로 나도 돌아가려고 할때, 교복 소매를 있는대로 잡아당겨져서 하마터면 자빠질뻔해서 잡아당긴 장본인인 유키노시타를 쳐다봤다.
"뭐하는거야"
"너는 누군가와 대화한다는걸 조금이라도 배우는게 좋을거야…… 결원 보충 말인데"
"보충이라고 해도 누구를 들일건데. 토츠카? 토츠카냐?"
나의 엄청난 토츠카 대쉬에 유키노시타는 질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도 들어와줄것 같지만 아니야……유이가하마야"
"그 녀석 더 이상 안 오잖아"
"그럴지도……하지만 선생님은 결원 보충을 하라고만 했지 유이가하마를 제외하고 넣으라고는 안 했어"
이, 이 무슨 상자 구석을 이쑤시개로 긁을법한 생각방식이야. 그거 애들이 싸울때 『지구 몇 바퀴 돌았을때 말한건데!?』 라고 하는거랑 별반 차이 없는 이론이잖아.
"그리고 유이가하마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으면"
"너, 되게 의욕 있네"
"……나는 유이가하마가 있던 날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걸……오히려 즐거웠어"
유키노시타는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즐거웠다……라.
"……집에 간다"
한 마디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매고 다시 걸어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3화
유이가하마가 빠진걸로 인한 결원을 유이가하마를 다시 한번 더 돌아오게 하는걸로 보충을 한다고 유키노시타로부터 선언받고나서 20분 후, 나는 주륜장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뭘 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이럴때 L버튼으로 열었으면~"
"하치만!"
뒤에서 이름을 불려서 돌아보니 등 뒤로 라켓을 짊어진 토츠카가 그 눈부신 샤이닝 스마일을 주위로 뿌리면서 나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이런데서 뭐해?"
"뭐, 뭐어 조금. 토츠카야말로 뭐하는거야"
"나는 학원이 있으니까 먼저 부활동에서 나왔어"
학원……서, 설마 토츠카, 나를 위해 게임을 배우는 학원으로 가준다는건가!? 대체 어디의 학원이야! 그런 달콤한 이야기로 토츠카로부터 돈을 걷으려는 악덕업자……아니, 그럴리가 없나. 왠지 나 역시 요즘 어딘가 이상해.
"학원?"
"응. 간단하게 말하자면 외부 테니스 교실. 부활동으로는 기초적인 연습만 배우니까. 괜찮으면 같이 집에 갈래?"
"……아, 아아, 그렇군"
순간 혼자서 돌아간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토츠카를 보고 잇으면 어딘가 그렇게 말하는게 꺼려져서 그렇게 말해버렸다.
자전거 잠금쇠를 풀어서 토츠카가 걷는 속도에 맞춰서 자전거를 밀면서 걸어간다.
……그러고보니 누군가와 함께 돌아가는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라고 할까 초등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이래로 처음인거 아냐? 뭐, 초등학교 시절에도 누군가랑 같이 돌아간 적은 없지만.
"저, 저기 하치만. 하치만은 게임 좋아하지"
"뭐, 좋아하긴 하는데"
"그, 그럼 괜찮으면 역 앞에 있는 게임 센터에 가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운듯이 꾸물거리는 토츠카를 보고 순간 내 심장이 두근, 고동을 쳤지만 바로 머리에서 토츠카는 남자라는 말이 흐르며 진정화된다.
진짜로 토츠카를 여자애로 의식할지도 몰라……그러고보니 나, 왜 자이모쿠자나 토츠카는 받아들이는거야……유이가하마 때는 거절한 주제에 왜 받아들인거야……애시당초 나는 왜 유이가하마를 거절한거야…….
나는 유이가하마를 거절했을때 자신의 생각을 떠올리지만 도무지 그 이유만 나오지 않는다.
"하치만? 이봐~"
"아, 미안. 무슨 말 했어?"
"응. 게임 센터 안 갈래? 라고"
"……학원 가는게"
"밤부터 시작하니까 시간이 조금 있어. 안 돼……려나?"
특별히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아무말 않고 고개만 저어서 승낙을 하니 토츠카는 기쁘다는듯이 미소를 짓는다.
"……하치만"
"응?"
"유이가하마하고 무슨 일 있었어?"
"…………왜"
"어음, 늘 유이가하마는 하치만을 보고 있는데 오늘은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할까"
토츠카는 급우를 잘 보고 있구나. 나 같은건 하루 종일 PFP 화면과 마주보기 하거나 칠판을 쳐다보면서 머리속으로 공략밖에 생각 안 하는데.
……하지만 이건 좋은 기회다.
"있잖아 토츠카"
"왜?"
"…………그게……만약, 네가 나한테 더는 말걸지 않아도 된다고 들으면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자 토츠카는 으음~ 하며 귀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금 슬프려나"
"……게임 오타쿠에 히키코모리 자식이고 외톨이인 녀석이라도?"
"응. 왜냐면 하치만에게 미움산게 아닐까 생각해버리고, 뭔가 해선 안 되는 짓을 해버린게 아닐까 생각해버리는걸…… 거기다 친구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슬퍼"
그 한 마디를 듣고 나는 무심코 발을 멈춰버렸다.
친구……아니야……친구라는건 버그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야……버그는 배제해야……하지만, 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건 뭐야……왜 나는…….
"하치만?"
"……아, 미안. 갈까"
그렇게 말하고 토츠카와 대화하면서 걸어가, 역 앞의 로타리를 빠져나간 곳에 있는 종합 어뮤즈 멘트 파크인 무일대의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엘레베이터로 게임 코터로 올라간다.
문이 열린 순간, 우리들의 눈 앞에 눈부신 전기장식, 게임 기동음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웃음소리로 가득찬 외계하고는 조금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빈번하게 와서 익숙하지만 토츠카는 처음으로 온 모양인지 그 눈부신 전기 장식이랑 굉장한 소음에 당혹하면서도 주위 게임기에 눈을 둔다.
"하치만은 평소 뭐해?"
"전부 다. 토츠카는 뭐하고 싶어?"
"나는 잘 모르니까 하치만에게 맡길게"
그렇게 듣고 토츠카에게 어울릴만한 게임을 찾기 위해 걸어간다.
토츠카에게 맞을법한 게임은 뭘까. 슈팅 게임은 미묘하고, 호러 게임 등은 제외고 탈의마작도 제외……역시 여기는 하키나 리듬 게임일까.
"하키 할까?"
"응, 하자"
100엔을 서로 넣으니 판에 공기가 흐르기 시작해, 하키 원반을 두자 슥, 멋대로 흘러간다.
"그럼, 갈게!"
"어, 어어"
토츠카가 원반을 튀기는 녀석을 잡고, 세게 스매쉬를 해온걸 팔을 조금 옆으로 틀어서 최저한의 움직임만으로 건너편으로 튕겨낸다.
……하키 게임은 나 못했었지. 몸 움직이니까.
"이얍!"
토츠카의 귀여운 기합이 든 목소리와 함께 원반이 쳐내져서 내 가드가 늦어져서 그대로 구멍에 들어가 토츠카에게 점수가 들어간다.
토츠카는 점수가 들어간게 기뻤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작게 뿅뿅 뛴다.
뭐야 이 생물……엄청 귀여워.
결국 그런 귀여운 모습에 넋이 팔린 사이에 보코스카와 골에 원반이 들어가서 40vs0이라는 콜드 게임 패배를 당해버렸지만 어딘가 후련한 기분이었다.
"재밌었어~. 다른거 뭐 할까?"
"그렇군……리듬게임이라도 할래?"
"리듬 게임?"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도 귀엽다. 구헤헤.
태고의 달인으로 이동해서 대충 규칙을 가르쳐주니 토츠카도 의욕이 생긴건지 100엔을 넣으려고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먼저 100엔을 넣었다.
요즘 태고의 달인은 편리하지. 같은 패턴을 하면서도 다른 난이도로 할 수있게 됐으니까.
일단 나도 맞추기 위해 이지 모드로 설정하고 유명한 아이돌이 부르는 곡을 두드린다.
…………그러고보니 누군가와 이 게임을 하는건 처음이군.
힐끔 토츠카 쪽을 쳐다보지만 두드릴때 힘을 넣어서 치는걸로 보여서 뀽 와버렸다.
『풀 콤보 다 쿵』
"아자! 꽤 즐거웠어!"
…………즐겁다……라.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와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고 했었지……나는……지금의 토츠카와 놀고 있는 이 시간을 적어도 재미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이가하마와 보낸 시간은?
"이지 모드로 풀콤보는 당연하잖아"
"이런걸로 보통 기뻐하나?"
그런 대화소리가 들려와서 힐금 뒤쪽을 쳐다보니 교복을 입은 놈들이 히쭉히쭉 조소의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하는 토츠카를 보고 있었다.
…………후우.
"토츠카"
"왜?"
"잠깐만 눈 감아줄래?"
"으, 응"
토츠카는 눈을 감았다.
자아, 여기부터는 내 스테이지다.
나는 태고의 달인에서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난 성불 2000이라는 곡을 선택하고 모드 선택시에 최고난이도인 어렵다로 가져가서, 거기서 태고의 북을 몇 번인가 두드리니 귀신 모드가 출현한다.
그걸 선택하자 뒤쪽에서 또 나를 경멸하는 말이 들려온다.
"흥"
놈들을 비웃으면서 음악이 시작됐다.
"하치만, 이제 떠도 돼?"
"아아, 떠도 돼"
"……왓!"
눈을 뜬 토츠카는 자신들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많은 수의 사람들을 보고 어깨를 움찔거리며 놀랬다.
태고의 달인에서 가장 어렵다고 정평들은 곡을 선택해, 시작하고나서 몇 분이 지난 시점에서 비웃고 있던 학생들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경꾼이 모여들고 700콤보를 넘겼을 무렵에서 점원까지 보러 오는 꼴이다.
"뭐한거야, 하치만?"
"응? 뭐어……여러모로"
"그런가……아, 슬슬 시간이니까 나 갈게"
그렇게 말하고 토츠카는 인파를 해치고 가버렸다.
……한번 더 남았으니까 적당하게 놀고나서 돌아갈까.
화면을 쳐다본 순간 손가락 없는 글러브와 코트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 보여서 놀란 나머지 휘두르는것과 동시에 쥐고 있던 막대기를 휘둘러 내려서 훌륭하게 날개짓을 당해서 받아냈다.
"큭훗후. 하치만이여. 본관에게 손을 댈 줄이야"
"자, 자이모쿠자. 왜 너 여기에"
"방과후에 여기서 본관의 소울을 회복하는거다……하치만. 부탁이 있다!"
"뭐, 뭔데. 나 지금 게임하고 있는데"
음악과 난이도만을 선택하고 자이모쿠자를 쳐다보면서 나는 태고를 치고 있다.
참고로 방금전까지 있던 관중들은 지금 나를 본 순간, 처음에는 놀랬지만 경직된 표정을 짓고 결국 전부 돌아가버렸다.
"애쉬를 쓰러뜨려줘!"
"애쉬? 누구야 그건"
"애쉬 The 하운드 도그. 이름대로의 놈이다. 그 놈들은 모 격투게임에서 이 곳에선 최강의 이름을 대는 놈들이라 말이지. 순서를 바꾸지 않는 등의 밀행도 하고 있는거다!"
"하아……왜 내가"
"므하. 뻔하지……네놈 밖에 이길 놈이 없는거다"
요컨대 자기가 못 이기는 상대를 이겨달라는 소린가.
"공짜로는 안 한다"
"알고 있다. 보수는 본관의 신작 소설이다!"
그렇게 말한것과 동시에 풀콤보 달성했으므로 막대기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게임센터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자이모쿠자에게 팔을 잡혀서 억지로 그 모 격투 게임기 앞으로 끌려간다.
이 녀석 덩치가 크니까 못 이긴다고. 힘으로는.
"부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에덴의 평화와 질서가 무너져, 본관의 손으로는 대처못할 크라이시스가 발동하는거다!"
"……알았어. 쓰러뜨리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자이모쿠자한테서 100엔을 징수하여 게임을 시작시킨다.
대전 상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정말로 애쉬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참가해와서 온라인 대결이 시작됐다……하지만. 상대가 얼마나 강하든 그런건 관계없다. King of 게이머인 나에겐 말이지.
『You Win!』
고작 5분만에 결착이 났다.
"므하하하핫하! 이걸로 여기의 에덴은 지켜졌……하치만?"
자이모쿠자………용서해라.
게임센터에서 나간 직후 자이모쿠자의 비명이 들려온것 같았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4화
토요일……그건 모든 학교에 있어서 최강의 휴일이다.
왜냐면 다음날도 휴일이기에 잠부족 등을 신경 쓰지 않고 하루 종일 게임에 몰두할 수가 있어서, 이 날만큼은 부모님한테서도 동생한테서도 아무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래……토요일은 말 그대로 KING OF HOLIDAY! 다만 하나의 불안요소가 있다……1년에 한번 열리는 도쿄 왕냥쇼라는것이 있는데, 그 개최시기가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빈틈은 없다. 어제부터 철야한 나에게 코마치가 일어나기 전에 조간 신문에 세공을 하는 등 여유로웠던 것이다. 이미 광고 부분은 접어서 아무 이상한 점은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나는 신명나게 컨트롤러를 잡으면서 코마치의 동향에 주의한다.
지금 적1은 테이블에서 휴식중……좋아, 아무 수상한 점은 없다. 이후 감시를 계속한다.
라……지령지령! 적2가 코마치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뭐라!? 지금 당장 배제하라!
라저!
머리 속에서 1인 사령관 놀이를 하면서 코마치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카마쿠라의 목덜미를 잡아다 내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고양이의 쾌락 포인트를 한 손으로 자극해서 무력화한다.
훗. 내 작전은 완벽해……이렇게해서 나의 평화는 지켜졌다.
"오빠는 매일 게임하고 안 질리네"
"뭐 그래. 내 인생은 게임으로 되어있다고 해도 좋아"
"딱히 상관없지만 한밤중에 이상한 웃음소리를 지르면서 하는건 그만해. 코마치 깨니까"
"조심할게"
좋아, 그놈은 완전히 잊은 모양이다. 이걸로 참된 평화가
"오빠야~"
……이머진시 이머진시! 코마치가 앙탈부리는 목소리로 뒤로 안겨붙었다!
코마치가 앙탈부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나한테 붙을때는 대개 무언가를 부탁할때라고 정해져 있지만, 이 경우에는 무엇을 부탁받을지는 뻔히 알고 있다.
"뭐, 뭔데. 코마치"
"코마치는~. 지금 무진~장 외출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호, 호오~. 그건 좋은 일이다. 엄마도 기뻐할거야. 나를 반면교사 삼아서 이렇게착한 아이로 자란 널 보면 말이야. 너는 자랑스런 동생이야"
"그치~. 그래서 말야~. 오빠한테 부탁이 있어요~"
……아, 안 돼! 더 이상, 이 녀석의 얘기를 들으면 확실하게!
"그, 그런데 타이시는 어떻게 됐어? 그 이후로"
"타이시? 누나랑 왠지 좋은 일이 있었는지 휴대폰을 보고 자주 히쭉거려"
"그, 그런가. 그건 다행이군……"
위, 위험해. 얘깃거리가 사라져버렸다! 누, 누가! 누가 나에게 얘깃거리를 줘!
"그래서 말야~"
"아, 아아 그치! 코마치, 오늘 친구랑 놀러 안 나가?"
"으응. 다들 맹공부 시작하니까 없어…… 있잖아, 오빠야~"
기분탓일까, 목 주위에 감겨있는 팔에 힘이 팍팍 들어가서 지금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조르려는건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필사적으로 화제를 피하기 위해 얘깃거리를 생각하면서 눈 앞의 게임도 생각하면서 컨트롤을 움직이지만 전혀 얘깃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큭! 망했나!
"코마치는 도쿄왕냥 쇼에 가고 싶어요. 그치만 코마치같은 여자애가 혼자 있으면 나쁜 오빠가 말을 걸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서 오빠의 차례라고 생각해"
"…………알았어. 가면 될거 아냐. 가면"
"아싸-! 오빠 사랑해!"
"……시끄러 뒈져 바보 남매"
코마치가 기쁨을 지르면서 나에게 안겨붙는 힘을 굳힌 순간, 침실에서 좀비 스타일의 엄마가 머리카락을 버석버석한 상태로 기어나와서 우리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캐리어 우먼은 힘들겠구만……나도 결혼하면 사모님을 충분히 일하게 하자.
엄마는 침실로 들어가려던 차에 우리들 쪽으로 빙글 돌아봤다.
"나가는건 좋지만 사고 당하지 않도록 해. 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차도 짜증날테니까 속도를 낼테니까. 코마치랑 자전거 하나에 둘이서 타지마라"
"아 네네. 코마치를 다치게 하진 않아. 나도 게임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다칠 수도 없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너 말이다"
어, 엄마……어느새 이렇게 다정해진거야. 내가 사고로 입원했을때 마저도 웃으면서 들어온 주제에……역시 엄마도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라는건가.
"코마치를 다치게 만들면 너 이 집에 들여보내지 않을거야"
전언철회. 이 엄마는 다른 어머니랑은 조금 다른 엄마다.
"괜찮아-. 버스로 갈거니까. 아, 버스비 줘"
"얼마?"
"어음-"
어이어이. 편도 150엔 왕복 요금 정도는 암산으로 계산해줘. 게임밖에 하지 않는 나조차도 그런건 암산으로 팍팍 할 수 있어.
"왕복 300엔. 점심비도 포함하면 1300엔 정도 아냐?"
"자, 여기 2000엔"
"아싸-!"
"……저기 엄마. 나도 가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는 하아? 라는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본다.
"너는 게임으로 용돈벌고 있으니까 거기서 빼. 잘 놀아라"
큭! 여기서 프로게이머가 적이 될 줄이야!
한숨을 쉬면서 지갑을 확인하고, 충분하게 돈이 들어있는걸 확인하고 주머니에 충전만땅인 PFP와 마찬가지로 충전만땅인 스마트폰을 넣고 신발을 신는다.
"오빠야. 이럴때 정도는 게임기 두고가지 그래?"
"야야. 나한테 게임을 빼면 뭐가 남는데"
"음~. 히키코모리 니트?"
어흑. 유키노시타 씨의 신랄한 말이구만……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한테서 게임을 빼면 코마치의 말대로 히키코모리 니트밖에 안 남잖아. 다행이네, 게임을 해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코마치의 기운찬 목소리가 집안에 울린다. 어느샌가 카마쿠라도 현관까지 배웅하러 나온 꼴이다. 내가 나갈때는 오지 않는 주제에.
도쿄왕냥 쇼의 회장인 하쿠하리 멧세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
그 버스도 회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서 회장에 가까워질수록 애완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이나 가족끼리, 연인과 함께 온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목적 정류지에서 내리자 가벼운 발걸음의 코마치에게 손을 잡힌다.
옛날에는 내가 코마치의 손을 잡고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코마치가 내 손을 잡고 돌아다니다니……남매의 관계가 역전한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회장 안으로 들어가니 코마치는 소리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눈 앞에는 개나 고양이 등 메이저한 동물에서 시작해서 햄스터, 새, 펭귄, 고슴도치 등 진귀한동물 등이 부스채로 구분되어 있다.
"오빠야 오빠야! 펭귄이야! 아핫! 아장아장 걸어서 귀여워!"
"그러게- 귀엽네-"
나로 말하자면 한 손으로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코마치가 데려가는 장소로 걸어갈 뿐이다.
"뿌우-. 이럴때 정도는 게임 그만해. 여자애한테 미움살거야"
"좋아해주는 여자애가 없으니까 딱히……"
그때,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랑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나는 그 둘의 얼굴을 떠올린건지.
"……이후로 조심할게"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오빠 상처입는다……응?"
문득 시선을 돌릴때 낯익은 흑발이 비쳐서 그 흑발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둘로 묶은 검은 머리카락, 네 등분으로 나뉜 크림색 가디건, 백색의 원피스, 걸을때마다 맨발로 신은 스트랩 샌달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평소하고는 머리형태나 복장이 다른 탓일까 평소보다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느낀다.
그 소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유키노시타는 홀 번호를 확인하면서 팜플렛으로 시선을 내리지만 바로 한숨을 쉬고 벽밖에 없는 곳으로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거기는 벽밖에 없다"
"으읏. 어머, 여기에는 히키코모리 게임 오타쿠라는 생물도 전시되어 있구나"
"만나자마자 사람과 게임과목의 동물 인정하지마라. 그래서, 뭐하던건데"
"길을 잃었어"
유키노시타는 지금 당장이라도 자살할것처럼 씁쓸하게 말한다.
길을 잃었다니 여기 그렇게 넓지 않고 적당하게 걸으면 목적지에는 도착할거 아냐.
유키노시타가 펼치고 있는 팜플렛을 쳐다보니 이상하기까지 빨갛게 칠해진 부분이 보여서, 놀라면서 그걸 쳐다보니 어째선지 고양이 부스부분만 이상할 정도로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너, 고양이 좋아하냐"
"그, 그래. 그게 뭐?"
"아니 딱히……조금 의외. 너라면 고슴도치 같은걸 좋아할것 같은데"
접근하는 사람을 모두 찔러버리는 동물. 유키노치……왠지 내 모습을 보면 바늘 미사일을 날릴것 같으니까 무서워.
"오빠야~, 뭐해?"
"동생?"
"음, 아아. 동생"
코마치가 내 뒤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본 순간, 어째선지 순간 나를 보고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오빠가 늘 신세를 지고 있어요-. 동생인 코마치에요"
"나는 그의……참으로 유감스럽지만 같은 부활동을 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야"
"어이, 유감포를 발사하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꽤 슬프니까"
"……오빠야"
"아?"
"코마치는 조금 보고 싶은 부스가 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각자행동! 집에 갈때는 연락해줘!"
그렇게 말하고 어째선지 코마치는 만면의 미소를 지음녀서 나를 향해 썸즈업을 하고 작은 동물 코너로 들어가 소리를 지르면서 작은 동물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저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싶은걸까.
"괜찮겠어? 동생 가버렸는데"
"괜찮지 않겠냐? 애시당초 나는 끌려온것 뿐이고……고양이 부스 가고 싶지?"
"그래. 하지만 너에겐 의지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다시 벽을 향해 걸어가서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곧장 고양이 부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잠깐, 히키가야"
"너한테 맡기면 밖에만 갈거 아냐"
"그, 그래도 손을 잡을 필요는"
"…………"
그 말을 듣고 그것도 그런가 다시 생각해서 손을 놓으니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좀 붉었다.
그대로 고양이 부스로 들어가니 주위 일면에 새끼 고양이가 자유로운 모습으로 있어서, 그 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안아 올려서 폭신폭신푹신푹신거리고 어째선지 응 하고 끄덕인다.
뭐가 응인건진 잘 모르겠지만……일단 고집하는건 있나.
유키노시타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게임하려고 걸어가지만 어째선지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내 다리에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시험삼아 약하게, 하지만 크게 다리를 흔들어보지만 고양이는 내 다리에 찰싹 달라붙어서 전혀 떨어지기는커녕 팍팍 위로 올라온다.
어느샌가 새끼고양이가 내 머리위를 방석처럼 앉아버렸다.
"……치사해"
"하? 뭐라고?"
"아무 말도 안했어. 치사가야"
어느틈에 내 이름이 늘어난거야.
"네가 이런 곳에 있다니 의외인데"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머리 위에 오른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부스에서 나오자 유키노시타도 만족했는지 함께 나왔다.
그 순간, 개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쪽을 쳐다보니 롱코트 미니튜어 닥스훈트가 하품질을 하면서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지만 나를 보자마자 달려온다.
"아, 잠깐 사브레! 앗, 목줄 망가졌어!"
"개, 개가. 히, 히키가야"
아무래도 유키노시타는 개가 거북한지 지금까지는 본 적이 없을정도로 초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 뒤로 숨어버렸다.
개는 그대로 내 냄새를 킁킁 맡고 내 다리 주위를 빙빙 돌고는 배를 보이며 누웠다.
…………잠깐만. 이 개 본적이 있어.
자신의 기억력으로 과거의 영상을 순서대로 역재생해간다.
"……그런가. 너"
"죄송해요-! 사브레가 폐를"
내가 개의 정체를 떠올리는것과 동시에 눈 앞에 개 주인인 인물이 다가왔다.
"히, 힛키랑 유키농"
"……"
"유이가하마.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유키노시타의 목소리에 유이가하마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반응한다.
"아, 으, 응……두, 두 사람이 같이 있는것도 보기 드물네"
일주일이나 만나지 않은 탓인지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에게 우물쭈물거리면서 개를 안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들이 함께 있는 이유는 우연히 만난것 뿐이니까 그 이외에 이유는 없다.
"그저 단순히 우리는"
"그, 그렇지! 휴일에 둘이서 함께 있다는건 그런거지……미, 미안해! 나 분위기 읽는것만큼은 특기였는데 왜 깨닫지 못했던거지"
……왠지 엄청난 방향으로 착각하는 느낌이 든다.
"유이가하마"
"뭐, 뭔데?"
"우리들의 일로 조금 할 얘기가 있으니까 월요일 방과후에 와주지 않겠니"
"……"
"……나, 이런 성격이니까 제대로 말해두고 싶어"
……으, 응.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재빠르게 사라졌다.
"……6월 18일"
"하?"
"유이가하마의 생일이야. 그녀의 메일 주소에 0618이라고 쓰여있으니까……유이가하마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감사의 마음은 제대로 전해두고 싶어. 너도 그녀에게 전해줘야할게 있지 않겠니"
……내가 유이가하마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것……그런건…….
필사적으로 부정하려고 하지만 그 이후의 말이 무언가에 걸린듯이 나올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짜증을 감추기 위해 머리를 벅벅 긁지만 그것만으로 짜증이 사라질리도 없어서 내 가슴속에 남아서 내 몸을 좀먹는다.
"얘, 히키가야"
"아?
"그, 그게……좀 어울려주지 않겠니"
"…………하?"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5화
일요일, 곧잘 쓰이는 역의 안내 게시판에서 코마치는 자신의 차림이 이상하지 않은지 휴대폰 화면에 비치는 음영으로 확인하고 나는 게임을 하면서 유키노시타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모처럼 게임하기 좋은 날이……왜 나는 거절하지 않았던거지.
평소라면 일요일에 약속을 잡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절할텐데 어째선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서 수락해버린 것이다.
"그치만 오빠가 거절하지 않다니 왠일이래"
"……"
옆에 있는 코마치의 얘기를 나는 무시하고 게임을 한다.
"……슬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줘, 오빠"
그렇게 말하는 코마치의 목소리는 어딘가 슬퍼보이고 어딘가 걱정스러운 음성이었다.
"…………과자준 사람……뭐, 유이가하마라고 하는데……간단하게 말하자면 버그를 제거했어"
이 말투에는 평소라면 통하지 않지만 동생이라면 통한다.
사실상 코마치는 으응~ 하며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런가…………오빠"
"응?"
"……옛날 일은 리셋했지?"
……옛날 일……그래. 나는 확실히 버그를 제거해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으로 과거를 제거하고, 게임에 빠져가는 현실을 새로 데이터 보존했다.
"일단은"
"……유이가하마 언니는 분명 오빠랑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말을 건거라고 생각해……확실히 오빠의 안에선 청춘도 친구도 전부 버그일지도 모르지만……유이가하마 언니까지 그 생각을 강요해서 적용시키는건 조금 안 된다고 코마치는 생각해"
"…………"
"오빠가 친구라던가 전부 다 버려도……오빠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진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 유이가하마 언니도 그럴거고……아마, 유키노시타 언니도"
나의 손가락은 이미 멈춰버렸다.
"그게……오빠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가 옛날에 그 사람들이랑 똑같은건 아니라고 생각해"
"…………"
"그러니까…………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오빠야……유이아가하마 언니를 믿어줘"
――――토츠카 사이카는 말했다. 친구한테 말을 걸지 말라고 들으면 슬프다고.
――――히키가야 코마치는 말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가 옛날 녀석들이랑 똑같진 않다고.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했다. 인연이나 친구의 필요성을 찾아내는게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말했다. 나는 현실의 불쾌한 부분에서 눈을 피해 게임 속 세상으로 도망치는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뭘 하면 좋은가. 뭘 실행하면 좋은가.
게임 세상처럼 L버튼을 누르면 누군가가 가르쳐주는건 아니다. 모르는게 있으면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후우"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 PFP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코마치"
"응?"
"……그게……뭐냐……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자 미소를 지었다.
"기다렸지"
"오요, 유키노 언니. 안녕하세요"
"안녕. 미안해, 휴일인데 어울리게 해버려서"
"아뇨아뇨! 저도 유이 언니의 생일 선물을 사고 싶어요!"
어라? 너 아까전까지 유이가하마를 이름에 언니라고 붙이지 않았냐? 후우. 이러니까 리얼충놈들은…… 만나고나서 며칠, 그것도 유이가하마하고는 한 번 밖에 만나적이 없는데 이름으로 부르다니. 무시무시하구만.
"슬슬 전차가 올테니까 가자"
그렇게 말하고 개찰구로 들어가니 딱 그 타이밍에 목적하는 역에 멈춰선 전차가 와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문이 닫히고 전차가 출발한다.
일요일 이 시간에도 의외로 손님은 있군……아, 내가 안 나가는것 뿐인가.
"유키노 언니는 뭘 살지 정했어요?"
"일단 돌아봤지만 아직 정하진 못했어"
"그런가요~. 일단 묻겠는데 오빠……는 정하지 않았나"
"심하지 않냐? 야, 나한테도 제대로 물어봐줘"
"네 경우에는 유이가하마에게 게임을 줄것 같아서 불안해"
잠깐 생각하고 있던걸 듣고 움찔거리면서 창밖을 쳐다보니 코마치와 유키노시타가 둘이서 기막히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아직 그 녀석에게 게임의 본체를 빌려준 상태니까 소프트만 주면 일단은 할테고……하지만 왠지 그 녀석이니까 그 날만 하고 방치할것 같다.
"나, 다른 사람한테 생일 선물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코마치는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핫. 나는 받은 적 있어"
"엥, 거짓말. 오빠가 받은적이 있었던가?"
"아아, 있고말고. 매년 말이지"
"일단, 참고삼아서 들어두겠는데, 뭘 받았니"
"훗…………게임 통화랑 생일 한정 장비"
그렇게 말하니 코마치는 이마를 누르며 한숨을 쉬고 유키노시타는 물어본 자신이 바보였다고 하고 싶은듯 후회의 뜻을 듬뿍 담은 한숨을 쉬었다.
미나미후나바시 역에서 조금 걸어, 육교를 건너자 거대한 쇼핑몰이 보였다.
이 주변에서도 최대급으로 소문날 정도로 넓은 옷가게가 있는건 물론 영화관이 있거나 푸드 코너가 있는 등 하루만으로는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넓이를 자랑한다.
참고로 나도 한번만 여기에 게임을 목적으로 온 적이 있지만 게임센터는 별로 우대받지 못한듯 UFO캐처 등 가정용 게임밖에 없었다.
"놀랬어. 상당히 넓구나"
구내 안내게시판을 보면서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한다.
"효율을 생각해서 나눠서 행동할까. 나 저쪽, 코마치 이쪽, 유키노시타는 그쪽"
"잠깐 타임!"
"아얏!"
안네 게시판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꾸직! 소리를 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코마치로 인해 손가락이 관절하고는 반대로 굽혀졌다.
너, 너어! 내 손가락은 게임을 위해 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그 손가락을……아파라.
얘기를 듣지 않는 코마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속으로 울었다.
"뭔가 문제라도? 그가 말한대로 효율을 생각하면 하루만으로는 도저히"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자연스럽게 단독행동을 하네요~. 안 된다구요~. 코마치 기준으로 여기만 찾으면 유이 언니의 생일 선물은 좋을거에요!'
코마치가 안내 게시판을 가리킨곳을 보니 '잣신'이니 '리사리사'등 딱 보아도 여자애용 가게가 모여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손가락, 아직 아프다.
"그럼 그쪽으로 갈까"
유키노시타도 이론은 없는지 말업이 끄덕였다.
"그럼 렛츠고-"
코마치의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쇼핑몰 안을 걸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성용 가게나 아이용 가게가 몇개나 늘어서 있고, 쇼핑몰 안은 작은 음량이지만 BGM도 흐르고 있어서 처음으로 오는 곳이지만 시시하지는 않다.
유키노시타도 나와 같은지 아까부터 바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주위 가게를 보고 있다.
…………그나저나 왜 내가 선두를 걷고 있는거야.
평소 나라면 가장 뒤에 포지션을 잡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걷지만 어쨰선지 오늘은 내가 가장 앞에 나서서 걷고 있다.
그대로 직진해 가니 오른쪽 블럭, 왼쪽 블럭으로 나뉘는 분기점이 보였다.
"야, 코마치. 이쪽에……아니 없잖아"
확인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만 이미 코마치의 모습은 거기에는 없었다.
코마치에게 전화를 걸면서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지만 코마치가아닌, 인형을 감정하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보였다.
……저 예리한 이빨과 날카로운 손톱, 그리고 흉악한 눈을 갖고 있는 저 생물……판다 판씨다.
도쿄 디스티니 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판다 판이며, 그걸 테마로 만든 놀이기구는 3시간 대기는 당연한 초인기 놀이기구다.
지금은 치바의 인간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을 마스코트 캐릭터…….
"유키노시타"
뒤로 말을 거니 어깨를 움찔거리며 황급히 판씨 인형을 두고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선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면서 이쪽을 돌아보지만 수상함 Max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니?"
"아니, 뭐하……아무래도 좋아. 코마치가 없는데 어떡할래"
"……최종목적은 같으니까 집합장소만 정하면 되잖니. 코마치도 뭔가 갖고 싶은게 있는걸지도 모르고"
"과연. 너처럼 말이지"
그렇게 말한 순간 노려보기를 당했지만 평소의 위력은 없다.
나는 코마치에게 메일을 보내고 유이가하마의 선물을 고르는 목적의 가게로 향한다.
처음에 발견한 옷가게에 유키노시타가 들어가서 나도 들어간 순간, 뒤로 점원이 바싹 붙어서 내 걷는 속도에 맞춰서 따라온다.
…………나는 거수자냐.
"히키가야. 이건 어떠니"
유키노시타가 옷을 들고 나에게 말을 걸자 납득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진다.
"어떠냐니……나 옷같은건 엄마가 적당하게 사주는걸 입기만 하니까 몰라"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일반 여고생하고는 동떨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어"
"자각 있던거냐……그렇다고 해도 그 녀석, 복장 같은건 꽤 요란하지 않냐? 맨날 하야마나 미우라같은 리얼충 집단이랑 놀고 있으니까. 우리가 어중간한 지식으로 고른 옷을 줘도 안 입을거 아냐"
"……그것도 일리 있구나……그럼 뭘 보내면 좋을까?"
뭘 보낸다라……옷은 아니지. 화장품 등 나에게는 잘 모르는 분야고, 유키뇌타에게도 기대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나에게 맡기면 게임만 되버린다……필기용구라도……아니아니. 필기용구를 생일 선물로 보내는것도 아닌가……뭘 보내면 된담.
"인형 같은건"
"내 경우엔 판다 판씨밖에 안 고를거야"
"그러십니까……게"
"각하"
나 아직 중간밖에 말 안했는데……잠깐만. 분명히 나 아직 유이가하마에게 가정 조리학이랑 본체를 빌려준 상태였지……한번 돌려받긴 했지만 또 빌려갔다는건……그 녀석, 혹시 요리에 빠진건가?
"에이프런 같은거 괜찮지 않아?
"에이프런……어째서 또"
"그 녀석 가정 요리학이라는 게임을 빌려간 상태거든. 그러니까 아마"
"…………우리가 이 이상 생각해봐도 나오는게 없으니 그걸로 하자"
의외로 선뜻 납득하고 옷가게를 나와 그쪽으로 향해 비스듬히 있는 부엌 잡화점으로 들어가자 입구 바로 근처에 에이프런이 대량으로 놓여져 있었다.
……왠지 코마치가 오면 기뻐서 살것 같군.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불러서 돌아보니 얇은 흑색 에이프런을 입은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전체를 보여주기 위해선지 마치 왈츠라도 추는것처럼 빙글 한바퀴 회전한다.
회전한 기세로 둘로 묶은 끈이 흔들려, 허리의 잘록함을 강조하듯이 깨끗하게 묶인 매듭이 조금풀어져, 마치 고양이의 꼬리처럼 흔들렸다.
……흑발인 탓도 있어선지 되게 청초계 아이템이 어울리는군.
"어떠니"
"……어, 어울리는거 아니냐. 엄청"
"그래, 고마워……하지만 나한테 어울리는게 아니라 유이가하마한테 어울리는가 묻는건데"
아, 그랬습니다. 나는 뭘 진지하게 평가한거야.
"유이가하마한테는 안 어울리지 않겠냐. 뭔가 좀 더 폭신폭신하고 머리 나빠보이는게 그 녀석한테 어울리지 않아? 왠지 그 녀석 바보 같으니까"
"되게 심한 소리지만 너무 정확하니까 곤란하네"
사실상 유이가하마의 첫인상을 물으면 나는 바보같다고 말할 것이다. 평소의 행동을 알고 있다면 하는 얘기지만…………결국 나는 유이가하마와 지인 관계를 기뻐했던걸까……코마치는 조금 믿어주라고 말했지만…………역시 모르겠다.
"그럼 이건 어떠니"
그리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연분홍색 에이프런이 눈에 들어왔다.
양옆에는 주머니가 하나씩 달려 있고, 배꼽 부근에 4차원 주머니처럼 큰 주머니가 있다.
"괜찮지 않냐?"
"그래. 그럼 계산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검은 에이프런과 분홍색 에이프론을 들고 큰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기분 탓일까. 유키노시타가 들고 있던 바구니 안에 판다 판씨의 손이 있던것 같은데…….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6화
유키노시타가 계산하고 있는 동안, 나는 가까운 펫샵에서 유이가하마에게 줄 선물을 사고 있었다.
솔직히 여자애 생일 선물 등을 산 적이 없어서 일단 기르고 있는 개의 목걸이와 그 외 기타등등 작은 도구를 사서 선물용으로 포장한다.
"감사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려고 할때 시야 구석에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여서 그쪽을 쳐다보니 울타리에 둘러싸인 곳에 있는 새끼고양이의 옆에 무릎을 굽혀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그 모습은 평소 모습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워 보였다.
…………설마 그 유키노시타가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좋아했다니. 게다가 가끔 작은 목소리로 "야옹-" 거리고 있고.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니 새끼고양이가 귀만 빼꼼 내 쪽으로 돌리고, 그에 맞춰서 유키노시타도 이쪽을 쳐다봤다.
"빨랐구나. 뭘 산거니"
"딱히…………나 나름대로 선물"
"그래…… 개를 좋아하는구나"
"하? 내가 너한테 개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아니…………필사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것 뿐이야"
필사……나 개를 위해서 필사적이 된 적이……아, 인생중에 한번 있다. 유이가하마의 손에서 벗어난 개를 구할때다. 그 때만 어째선지 개를 위해서 필사적이 됐었지……하지만 나 사고에 대해서 얘기했던가?
"용건도 마쳤으니 돌아갈까"
"그래"
펫샵에서 나와 출구까지 걷고 있으니 문득 유키노시타의 발소리가 딱 멎은걸 깨닫고 돌아보니 게임센터 쪽을 응시하고 있어다.
응시하고 있는 곳을 보니 UFO캐처에 판다 판씨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
"게임하고 싶냐"
"너도 아니고"
……기분 탓일까, 인형만 갖고 싶어, 라는 목소리가 들린것 같다.
"갖고 싶으면 하면 되잖아. 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도발적인 어투네. 내가 못한다고 말하는거니"
"의외로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렵다. 코마치는 매번 여기에 와서 1000엔은 날리니까"
뭐, 어떤 의미로 그게 내 작전이지만. 용돈을 게임으로 벌고 있는 나에게는 용돈 제한은 없고 코마치만 받고 있어서 그 용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게임 센터에 들르는 것이다.
그리고 코마치가 반쯤 울어서 1000엔 정도 써버렸을때 내가 단번에 뽑아준다. 이정도로 시원스러운건 없다.
"그럼 익숙해지면 될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지갑에서 천엔을 꺼내서 환전기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크레인 게임기에 100엔 동전을 쌓아올리고 하나를 투입구에 넣는다.
"……"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코인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버튼에 손을 뻗으려고 하지 않는다.
……설마 모르나.
"오른쪽 버튼으로 팔이 좌우로 움직이고 왼쪽 버튼으로 앞이나 안쪽으로 움직여.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는 움직이니까 갖고 싶은 인형의 바로 위보다도 조금 앞으로 가져가면 돼"
"그, 그래.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화악 붉히면서 버튼을 누르고 팔을 움직인다.
목표인 판씨의 직선상까지 팔을 움직여서, 이번에는 그 직선을 따라 팔을 안쪽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내가 말한대로 팔을 조금 앞에서 멈춘다. 그러자 팔은 멋대로 손을 벌려서 판씨의 몸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린다.
"……땄다"
승리 포즈를 취하며 그렇게 말한 순간, 팔이 최종점까지 올라갔을때 흔들려서 판씨가 떨어졌다.
"……잠깐. 지금 완전히 집어들었잖아. 어째서 떨어지는거야"
"그런거잖냐. 한번만에 따는건 별로 없어. 방금 그걸로 위치도 움직였고"
"그렇구나. 힘이 약한 만큼 횟수를 늘린다는 거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운 동전을 투입해서 팔을 조작하지만 또 낙하. 세 번째 동전을 투입하지만 또 낙하.
…………어째서일까. 코마치 때는 시원스렀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저금통이라는 이름의 게임기에 100엔 동전을 넣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보고 죄악감밖에 느끼지 않는다.
"너 허접하구나"
"뭣.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너는 상당히 잘 한다는 소리구나. 게임가야"
이제 아무래도 좋아.
"100엔"
"…………"
"야, 그 자기 돈으로 해라는 시선은 그만둬"
그렇게 말하자 마지못해 유키노시타는 나한테 100엔 동전을 하나 건냈다.
"아, 게릴라"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고 황급히 꺼내서 게임을 기동시키고 UFO 캐처는 한 손으로만 조작하고 두 눈과 한쪽 팔을 스마트폰 게임으로 넘긴다.
어쨌든간에 방금 그걸로 위치는 기억했으니 여유롭겠지.
버튼을 눌러서 팔을 움직이면서 게릴라 던전으로 잠입해서 파닥파닥 나타나는 적을 쓰러뜨려간다.
"오, 몹 등장. 축하축하"
그걸 기뻐하고 있으니 수취구에서 덜컹 소리가 나서 손을 집어넣어서 안에 있는걸 꺼내자 유키노시타가 갖고 싶어하던 판다 판씨였다.
"자. 판다 판씨"
"…………너, 그 정열을 다른데 돌리면 분명 국제교양과에 있었을거야"
"중학교 담임이랑 똑같은 소리 하지마. 자, 줄게"
"아니, 그건 네거야. 네가 뽑은거니까"
뭐라고 할까, 이 녀석은 모두 정석대로 하고 싶어한다고 할까, 완고하다고 할까.
"이 대가를 지불한건 너잖아. 그러니까 네거야"
그렇게 말하고 억지로 유키노시타에게 건내자 그렇게 기뻤는지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지으면서 판다 판씨를 꼬옥 껴안았다.
"그나저나 정말로 좋아하는군"
"그래, 옛날에 받은거야"
"인형을?
"아니, 원작이야. 영어로 된걸"
"판씨에게 원작 같은게 있나?"
그렇게 말한 순간 유키노시타의 스위치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뭔가 말해선 안 된 소리를 했나?
"판다 판씨. 원작명은 『헬로우 미스터 판다』. 개명전의 제목은 『판다 지가든』. 미국 생물학자였던 랜드 매키토쉬가 판다의 연구를 위해 가족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게 시작이라고 일컫고 있어"
"하, 하아"
"보다 캐릭터성을 중시해서 데포르메된 디스티니판이 유명하지만 원작도 멋져. 한번 원서를 읽는걸 추천할게"
"너, 그 무렵부터 영어를 했던거냐"
"아니. 사전을 들고 퍼즐처럼 하나하나 조사해서 연결이 됐을때는 기뻤어. 거기다 생일 선물이었으니까 몹시 애착이 있던걸지도 몰라……그, 그러니까 그게……뽑아줘서……기뻤어"
그 한마디와 유키노시타가 지은 작은 미소를 본 순간,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그런가. 하지만 그 마음 잘 알지. 나도 생일에 받은 게임의 조작방법을 몰라서 하나하나 확인했을때 그 고양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고, 그 게임은 아직도 데이터를 삭제해서 다시 하고 있어"
"그거랑 같은 취급을 하는건 조금 불쾌한데"
"……뭐, 내 경우에는 환경이 환경이었으니까"
"어?"
유키노시타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휴식을 하기 위해 벤치에 앉으니 옆에 유키노시타도 앉는다.
그때 괴롭힘을 받아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라며 부모님이 사준 게임이니까…… 뭐, 이렇게까지 빠져들줄은 부모님도 생각 못했겠지만.
"…………하아……"
한숨을 쉬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어라-? 유키노? 역시 유키노구나-!"
"어, 언니"
"하?"
배려없는 목소리와 함께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가 들려와서 황급히 앞을 쳐다보니 유키노시타랑 쏙 닮은 여성이 만면의 미소를 지은채 이쪽으로 뛰어왔다.
방금전까지 부드러웠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유키노시타는 인형을 세게 꼬옥 껴안고 있다.
유키노시타를 무동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눈 앞의 여성은 유동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아, 데이트야? 데이트지! 요놈요놈!"
콕콕~ 팔꿈치로 유키노시타를 찌르지만 유키노시타 본인은 진심으로 귀찮다는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여성을 보고 있다.
여성은 미소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유키노시타에게 참견을 한다.
…………왠지 이런 느낌을 품은 적이 있는것 같은데……뭐지, 이 느낌은.
"남친? 여기 있는 남자애는 남친이야?"
"아니야, 동급생이야"
"또 또 그런다-! 유키노의 언니인 하루노에요. 유키노를 잘 부탁해"
"하, 하아. 히키가야입니다"
"히키가야……헤에"
하루노 씨는 턱에 손을 대고 내 다리 끝부터 머리 끝까지 품정하듯이 쳐다본다.
보여지고 있는 동안은 금박이라도 당한것 처럼 움직일 수 없다.
"헤에. 아, 판씨다! 좋겠다-! 남친이 뽑아줬구나! 부럽네-!"
"만지지마"
그렇게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심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차가움이 더해져서, 역시 언니도 내밀었던 손을 물리고 경직된 미소를 짓는다.
"와아, 놀래라. 미안해 유키노. 남친이 뽑아준거지 응"
"그러니까 그는 동급생이라고 아까"
"농담이라니깐-! 아, 그치만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해. 엄마, 아직 혼자 자취하는거 화내고 있으니까"
그 단어가 나온 순간,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굳고 판씨를 껴안는 힘이 강해진다.
"……언니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야"
지면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를 보고 나는 가볍게 충격을 받는다.
유키노시타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인물인가……괴물이군.
"아하하. 유키노는 머리 좋으니까 생각하고 있지. 그럼 히키가야. 진짜 연인이 되면 누나랑 같이 차 한잔 마시자! 바이바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그렇게 말하고 사라질때 말한 순간, 겨우 이해했다.
겨우 알았다…………그 느낌.
"네 언니 대단하구만"
"처음 만난 사람은 다들 그렇게 말해. 용모단려, 성적최고……모두 다 칭찬해"
"우수한 언니 자랑하냐"
"하?"
유키노시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나를 쳐다본다.
"뭐라고 할까, 미연시에 나올법한 히로인이군"
"……무슨 의미니"
"……왜 미연시에 나오는 히로인은 못생긴 사람이 없고 죄다 미인인지 알고 있어?"
"……글쎄"
미연시라는 단어조차 모르는것 같지만 뭐 됐어.
"남자의 이상을 집어넣은 게임이기 때문이야. 현실로는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이상으로 매운다. 네 언니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 만들어진 누구로부터도 사랑받는 이상적인 여성. 하지만 이상을 현실로 갖고 오면 어떻게든 간에 흔들리게 되어 있어. 어디까지나 이상이니까"
"……그래. 저건 언니의 외면. 업무상 장녀인 언니는 자주 밖을 돌아다녀. 그 결과, 만들어진게 저 가면……그런 이유로 간파되었다는걸 알면 기막혀할거야"
"시끄러……거기다 명백하게 미소의 종류가 다르잖냐. 너하고는"
"어?"
"……얼른 돌아가자. 할 일도 끝났으니까"
"……그래"
다음날 방과후, 나와 유키노시타는 봉사부에서 유이가하마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안녕"
소극적인 노크 소리 후, 유이가하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부실로 들어온다.
"유이가하마"
"뭐, 뭔데?"
"우리들의 일로 할 얘기가 있어"
"으, 응……"
"그, 그게"
둘이서 입을 다물어버려서 부실에 정적이 채워진다.
"…………지금까지 네가 있던 시간은 무척이나 즐거웠어……그러니까 그 답례를"
마지막은 들리지 않았지만 가방에서 어제 산 에이프런을 유이가하마에게 건낸다.
"……헤?"
"생일 축하해"
생각지도 못한 축복을 받은 유이가하마가 멍하니 입을 벌린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뜯어봐도 돼?"
유이가하마의 확인에 유키노시타는 입을 다물고 끄덕이며, 부실에 포장을 찢는 소리만 울린 후, 유이가하마의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 에이프런……귀여워……고마워! 유키농!"
유이가하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를 껴안는다.
유키노시타는 답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유이가하마를 떼어놓으려고 하지 않고 자연히 떨어지는걸 기다리고 있는지 그대로 가만히 있는 상태였다.
…………내가 해야할 일은……
"유, 유이가하마"
PFP의 전원을 오랜만에 끄고 가방 속에 집어넣는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꺼내고 그녀의 옆까지 다가가서 상자를 건냈다.
"히, 힛키……"
"그, 그게……미안"
"어?"
"……나, 나는 말야. 옛날 경험으로 친구니 청춘이니 하는건 버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나에게는 필요없는거라고 결론 지어서……그, 그 생각을 너한테까지 강요해서 거절한건……미안해. 지금까지대로는 안 되겠지만……또, 또 말 걸어주면……기, 기쁘겠어"
"…………헤?"
"하?"
유이가하마의 얼빵한 말에 나까지 따라 얼빵한 소리를 내버렸다.
"어, 어? 힛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무슨 말을 하냐니, 너를 거절했다는걸 사죄라고 할까, 속죄라고 할까"
"……엥, 그거 사고 말하는거 아니었어!?"
"하, 하아? 아, 아니 내 입장으로는 그 사고는 좋았다고할까……덕분에 입원중에 게임 삼매경이었다고 할까……뭐, 뭐야 그거"
전신의 힘이 빠져버려서 의자에 휘적휘적 앉아버렸다.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완전히 엇갈림이었군.
"하……하하하하. 힛키……그게……사고는"
"딱히 아무 생각도 안 해. 구해준 개의 주인이 우연히 유이가하마였다는것 뿐이고……거기다 입원중에는 게임 삼매경이었고"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도 힘이 빠졌는지 휘적휘적 가까운 의자에 앉아버렸다.
"뜯어봐도 돼?"
"어, 어어"
그렇게 말하자 방금전하고는 달리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가, 안에 들어있는걸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대로 상자에 들어있는걸 목에 대고……어, 야.
"어, 어때?"
그녀의 목에는 검은 레저를 몇 가닥 나누어서 짜고, 중앙에는 실버 태그. 갈색 모색에 좋다고 생각해서 샀지만 설마 인간이 찰줄은 생각 못했다.
"어떠냐니……그거 애완견용 목걸이다"
"……하, 하아!?"
"유이가하마. 설마……그의"
"아, 아니야! 이, 이건 그게…………힛키 바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들고 유이가하마는 출구로 곧장 뛰어가지만 문을 열려던 차에 움직임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봤다.
"고, 고마워"
"어, 어어"
문이 닫히고 유이가하마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잘 모르겠지만 해결한걸까"
"글쎄……해결한거 아니겠냐"
기막혀하면서도 나는 어딘가 지금 상황에 안도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7화
여름방학……그건 나에게 있어선 최강이며 최상의 휴일이다.
학교 따위 잊고 평일.휴일 관계없이 게임을 하고 있어도 아무 소리를 듣지 않는 말 그대로 나를 위한듯한 기간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오늘, 나는 그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식사는 식빵을 한입 무는것 뿐이고 화장실・목욕을 제외하면 나는 계속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설령 아버지랑 어머니가 돌아와서 잔소리를 하든 여름방학이라는 말로 격침시키고 코마치에게 텔레비전을 보여달라고 엉켜오면 여름방학 숙제 안 도와준다는 협박으로 쫓아낸다.
그래. 세상은 지금……대 게임시대!
"그후후후후……어설퍼, 어설프다!"
지면에 설치되었던 지뢰를 밟는걸로 보여놓고 점프로 뛰어오르면서 상대를 헤드샷으로 한방에 쓰러뜨리고 또 롤링해서 일어서는것과 동시에 헤드 샷.
이미 왼쪽 상단에 표시되어 있는 맵에는 몇 명밖에 플레이어가 없고, 마지막 플레이어도 내 헤드샷으로 인해 스테이지에서 제거됐다.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야말로 신! 카미하치!"
"오빠야~. 텔레비전 보여줘~"
"거절한다. 지금 나는 바쁘다고"
"바쁘다고 해도 오빠 말고는 플레이어 없잖아"
"바-석-. 언제 어떠한 때도 경계를 태을리지 않는다. 상식이야"
"하아……있잖아, 조금은 밖에 나갔다와. 코마치, 오빠가 걱정이야"
"안심해라. 태양빛은 들이고 있어"
커튼을 전개해서 마침 나에게 닿도록 하고 있어서 게임을 하면서 태양빛을 쐰다는 말 그대로 궁극의 효율을 중시한 스타일이다. 이걸 만든 나는 진짜 대단해.
뒤쪽에 큰 한숨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런건 문제 낫씽.
"코마치, 텔레비전 보고 싶은데"
"참아. 지금 너 수험생이잖아"
"오빠, 중3때도 평범하게 했었지"
그래. 나에게 수험기같은건 없다. 에브리데이가 게임날이며, 얼웨이즈 게임인 것이다.
공부라는건 암기 게임이다. 게임 관련 회사에 필요한 지식은 조금씩 외우고 있고, 남은건 사립 문과계 수업료 면제를 받아서 힘내면 취업할 수 있다……아마.
"오빠야!"
"음……뭣, 앗, 너!"
코마치의 큰 목소리에 마지못해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코마치는 내 소중하고 소중한 PFP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 카마쿠라의 목덜미를 잡고 붕붕 흔들고 있었다.
"카군에게 PFP에 손톱질을 당하던가 2시간 외출하고 오던가! 자 어디!"
"와악-! 2시간 나갔다 올게"
뛰어서 PF3을 정리하고 코마치한테 PFP를 돌려받고 지갑과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황급히 밖으로 나가자 후덥지는 더위가 나를 덮친다.
"더, 더워……더워 죽어……일단 게임 센터로 갈까"
자전거를 타고 종합 어뮤즈멘트 파크인 무대륙으로 향한다.
젠장. 설마 여름방학에 이런 폐해가 있었을 줄이야……다음에 돈이 쌓이면 나 전용 모니터라도 사서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을 할까.
그때, 전방에 낯익은 여자가 둘 정도 보이지만 일단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하면서 옆을 지나가려고 한다.
"아, 힛키!"
"저기, 누구신지?"
"아니, 그거 이제 됐거든"
들키지 않도록 작게 한숨을 쉬고 자전거를 멈춘다.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아니, 힛키의 모습이 보이니까"
평소의 경단머리에 검은 캐미솔, 투명하게 짠 하얀 카디건과 핫 팬츠, 그리고 다리에는 글래디에이터라는 여름을 즐기는 리얼충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아래는 스웨트, 위에는 I LOBE Summer라고 쓰인 어디에서 사온건지도 모를법한 반소매와 가드닝 샌달이라는 히키코모리 스타일이다.
……얼마전에 또 말을 걸어줘라고 말하기 전에 거절 못했네.
"덥네~"
"그러게-. 덥구만-"
"뭐야, 히키니쿠잖아"
"히, 히키니쿠?"
유이가하마의 뒤에서 등이 뻥 뚫려있는 미니스커트 원피스를 입은 학교 카스트상위 소부 퀸 미우라 유미코가 나오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는 허둥거린다.
"유, 유미코! 본인을 앞두고"
"히키니쿠는 뭐야"
"히키코모리・니트・오타쿠. 줄여서 히키니쿠"
왜 코마치가 생각했던 별명이 여기까지 퍼져있는걸까.
"유이-. 나아 에비나에게 전화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휴대폰을 한 손에 든 미우라는 처마로 그늘이 된 부분으로 가서 휴대폰을 귀에 댄다.
카스트 상위 사람은 재미있을 정도로 아랫녀석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시야 구석에도 넣지 않는다. 설령 넣는다고 해도 길가의 돌맹이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않는다. 어째선가? 자신에게 이길리가 없기 때문이다.
"유미코네랑 놀고 있어. 힛키는?"
"나? 코마치한테 2시간동안 나가라고 들었어"
"뭐라고 할까 힛키답네……힛키 여름방학 동안 뭐해? 괜찮다면 저기……어디 같이 안 나갈래? 강이라던가"
"게임"
"……그 밖에는?"
유이가하마는 경직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묻는다.
"게임"
"외, 외출은 안 해?"
"어? 오히려 왜 휴일에 나가는건데. 휴일은 게임 삼매경이야. 참고로 나의 최근 3일간 수면시간은 토탈 6시간이다"
"하루에 2시간 자는걸로 살 수 있어?"
"살 수 있어. 나, 너랑은 달리 에너지 절약주의니까"
"캐, 캠프 같은건 안 가? 바베큐 같은것도 즐겁잖아"
"하아? 보쿠나츠로 충분하잖아"
그건 명작이지. 왜냐면 외톨이가 집에 있어도 여름방학 행사를 한 차례 다 할 수 있으니까. 바베큐, 벌레채집, 벌레를 사용한 배틀, 일기. 이제 저것만큼 외톨이의 아군은 없다.
"아, 힛키의 생일 가깝지. 분명히 8월 8일이랬던가?"
"……엥, 너 왜 아는거야. 혹시 스토커?"
"아, 아니다 뭐! 그, 그게 힛키한테 빌린 게임에 힛키의 생일이 쓰여있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그 게임기, 생일 세팅해두면 그 날에 축하해주는 기능 있었지. 적당하게 넣으면 되나~ 같은 감각으로 입력했지, 그러고보니.
"생일 파티하자! 힛키의"
"됐어. 귀찮고"
"에-. 힛키 게임밖에 안 해?
"안 해. 오히려 게임 말고는 하고 싶지도 않아……그런데 뒤쪽에 있는 사람은 괜찮냐?"
"헤? 아! 그, 그럼 힛키!"
뒤돌아보니 미우라의 표정이 짜증나보인다는걸 눈치챘는지 유이가하마는 황급히 미우라에게 다가가서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은 105분인가……게임센터가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무대륙으로 향하고 있으니 순간, 낯익은 여성이 보인것 같았지만 뭔가 깨끗한 드레스같은 차림을 하고 반쯤 울고 있어서 일단 무시해뒀다.
왠지 머스트 데드 몬스터랑 만난것 같아서 견딜 수 없네……만나지 않기를 빌어두자.
무대륙의 무료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엘레베이터로 게임센터가 있는 층까지 올라가자 낯익은 소음이 들려오는것과 함께 냉기로 뜨거워졌던 몸을 식혀준다.
"우선 몸풀기로 UFO캐처라도 할까"
지갑을 확인하자 잘그락잘그락 5000엔 분량의 100엔 동전이 들어있는게 보였다.
일단 2, 3번 할까.
UFO캐처의 앞에 서서 코인 투입구에 동전을 정리해서 넣고 팔을 조작해서 적당한 인형을 집어간다.
"크아아아~. 졸려……"
문득 발밑을 쳐다보니 작은 여자애가 내가 집은 두 인형을 갖고 싶은것 처럼 보고 있는게 보였다.
인형은 하나가 판다 판씨, 다른 두 개가 메이저한 큐트한 마스코트 인형.
"음"
"받아도 돼?"
여자애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여자애는 귀여운 두 마스코트를 골라서 판다 판씨에겐 눈도 주지 않고 가버렸다.
"……안심해. 너에겐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상대가 있잖아"
어째선지 판씨가 울고 있는걸로 보여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다음 게임을 하러 간다.
판다 판씨를 한 손에 들고 휘적휘적 걷고 있으니 게임 센터에는 없는 현란한 빛이 보여서 그쪽을 쳐다본 순간, 어째선지 나는 반대 방향을 보고 말았다.
…………안 봤다. 울면서 격투게임을 하고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 따윈 안 봤어!
자신에게 일러주듯이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동전을 넣고 통신 모드를 선택해서 상대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으니 ☆시즈시즈☆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참가해왔다.
……그러고보니 유이가하마의 메일 주소도 어째선지 처음에는 이랬었지.
결정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 선택에서 나는 평소 쓰는 모든 파라미터가 균형 좋게 배분되어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상대가 고르는걸 기다린다.
"……왠지 보면 볼수록 너 무섭구만"
무릎에 올려둔 판씨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 상대도 선택을 끝낸 모양인지 대단히 험악한 캐릭터가 표시된다.
우와, 완전 파워 타입이냐……후, 파워 따윈 상대도 안 된다는걸 가르쳐주지.
대전이 개시된 직후, 상대가 공격을 걸어오지만 점프로 공격을 피하면서 공중기로 상대에게 일타 공격을 먹이고, 더욱 움츠러든 차에 콤보를 먹여간다.
정말로 기술발전은 대단하네. 옛날에는 평면이었는데 지금은 안쪽까지 가니까.
컨트롤러를 빙글빙글 돌리며 움츠러든 상대에게 퍽퍽 콤보를 먹여간다.
더욱 상대를 가볍게 위로 치는것과 동시에 점프, 그리고 공격을 먹이고 또 점프, 이걸 반복해서 마지막은 강공격으로 상대를 지면에 때려눕혔다.
상대가 일어난 순간, 화면이 암전하여 상대 캐릭터의 모션포즈가 표시된 순간, 컨트롤 스틱과 R버튼을 구사해서 긴급회피를 하자 기술에 들어가기 위한 일격이 공중을 가른다.
"훗, 이걸로 끝이다"
내 캐릭터의 필살기가 발동하여 처음 일격이 상대에게 맞아 공중으로 던져지자, 공중 콤보를 먹이고 마지막은 에너지로 주먹을 거대화시켜서 그걸 상대에게 때려박으니 승부가 났다.
"후우. 송사리군……상대는 누구…………"
"후, 후후후후……나는 결혼에 있어서도 게임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패배자로구나"
…………못 본걸로 하고 가자. 응.
"음? 히키가야가 아니냐!"
선생님은 코를 킁킁 냄새를 맡듯이 움직여 내 쪽을 돌아보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개인가? 저 사람은 개급의 후각을 갖고 있는건가? 그럼 왜 결혼해주는 남자의 냄새를 못 맡는거야.
"아, 안녕하세요"
"이야-! 우연이구나! 가끔은 게임센터도 좋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차림은 마치 파티에 갈법한 휘황찬란한 목걸이와 파티 드레스라서 딴지걸곳이 가득했지만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그러심까……그래서, 뭐하는겁니까"
"잠깐 스트레스 발산이다. 이야~ 그나저나 강한 상대였다. 카미하치라는 상대였는데"
그건 저라구요……라고는 안한다.
"히키가야, 어차피 한가하지? 조금 어울려라!"
"에-"
"히키가야. 한 바퀴 어울려라"
싫다구요 오러를 MAX로 방출하지만 그런건 선생님에게 통하지도 않아서 손을 잡혀서 가까이에 있던 레이싱 게임에 억지로 앉혀진다.
"좋아, 이걸로 대결이다. 나도 옛날에 학생 시절에는 자주 탔지"
"하아……대체 몇년전의 일인지"
"아?"
"아, 아뇨 아무것도"
왜 중얼거리는 정도의 작은 목소리를 주위 소음 속에서 들을 수 있는거야. 선생님의 귀는 지옥귀인가?
차종 선택이 끝나고 레이스가 개시된다.
"이게! 이얍!"
내가 조종하는 차의 몸체에 몸통박치기를 먹이고 1위로 달려나가는 선생님. 거기다 선생님은 폭주모드를 발동시켜서 통상의 10배의 속도로 단번에 나아간다.
"하하하하하하! 이대로 돌파해주마!"
"어설프다구요. 싸움은 지금부텁니다!"
우측 상단에 표시되는 코스 맵을 확인한다.
"칫! 커브인가"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폭주모드를 해제하고 통상속도로 돌아온다.
"훗. 우습네요"
"뭣!? 폭주모드로 코너에 들어갈 생각이냐!? 자폭행위다!"
"훗. 봐라! 그리고 괄목하라!"
"마, 말도 안 돼!"
폭주모드에 들어가, 차의 몸체가 옅은 푸른색 빛을 뿜는 상태로 속도를 Max까지 올려, 브레이크를 밟는것과 동시에 핸들을 꺾어서 가드레일 아슬아슬한 부분에서 드리프트를 해서 그대로 직선 레인으로 들어가 폭주모드한채로 골인했다.
"훗. 이거야말로 나, 그야말로 나, 정말로 나"
"…………그 정열을 면학에 부어주면 나는 기쁘겠는데 말이다"
"그걸 말해선 끝이라구요"
"히키가야. 점심은 먹었느냐?"
"아뇨, 아직인데요"
"좋아! 나랑 먹으러 가자! 좋은 가게를 알고 있다!"
"에, 잠깐만요!"
그 후, 나는 2시간은커녕 5시간이나 히라츠카 선생님의 결혼에 대한 푸념을 듣게 되버렸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8화
7월도 끝나 여름방학도 3주 정도 남게 된 오늘, 나는 옆에 판다 판씨를 두고 게임에 몰두하면서 아까부터 옆에서 느끼는 살기로 위험하다.
인형에서 살기를 느끼다니, 나 위험한거 아냐?
유키노시타에게 건내려고 생각해도 내가 외출하지 않으니까 만나는 일도 없고, 코마치에게 물어봤지만 이번에 내가 뽑은 타입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그런데다 카마쿠라까지 위협하는 꼴이다.
그런고로 나의 게임 관객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음?"
그 때, 판씨에게 기대뒀던 스마트폰이 진동하고 있는걸 깨닫고 화면만 쳐다보니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어서 무시했다.
이거면 됐다. 모르는 메일 주소・번호로부터 연락 따위는 모두 무시하는게 최고다. 출처는 나. 스마트폰으로 막 바꾸었을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왠지 모르게 받았는데 정신나간 여성한테 주구장창 전화가 오게 된 것이다. 뭐, 어떻게든 착신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메일……☆시즈 시즈카……"
단번에 상대를 알아챈것도 있어서 일단 게임을 중단하고 메일 수신 박스를 열어서 송신받은 메일을 쳐다보지만 내 예상대로 히라츠카 선생님이었지만 내용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거면 됐다. 지인한테서 온 메일은 무시하면 된다. 그리고 밤늦게 미안~, 휴대폰 전원 떨어졌어~ 라고 보내면 된다. 출처는 나. 위원회에서 같은 조였던 여자랑 하는 수 없이 메일 주소를 교환해서 다음날 위원회에 대해서 문자를 보냈더니 그게 돌아왔다. 멸망해라.
"…………하?"
직후 스마트폰이 덜컹덜컹 몇초간 계속해서 진동하더니 이어서는 메일이 보내오는것과 동시에 착신까지도 팍팍 들어왔다.
엥, 뭐야 이거. 어디의 착신아리?
그 덜컹덜컹은 1분 정도만에 그쳤지만 엄청난 충격에 무심코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을 확인하니 전부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온 것이었다.
『히라츠카 시즈카입니다. 메일을 보면 연락해주세요……봉사부 여름방학 예정에 관한 일이므로 바로, 가능하면 지금 당장 메일을 보내주면 고맙겠습니다……혹시 아직 자고 있나요(웃음). 히키가야, 너무 오랜시간 게임하는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전화 받으 전화 받아』
"무, 무슨 음양사 메일?"
엄청난 장문에 공포를 느끼면서 메일을 거꾸로 올라가봤지만 모두 공통 내용으로 여름방학에 봉사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거니까 거기에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굳이 말하지……거절한다!
안그래도 내 여름방학 게임 파라다이스는 무너져가고 이다. 이런 장기간 집을 나가고 배길소냐. 여름방학은 게임을 위해 있는거라고. 이제 부탁이니까 여름방학이 아니라 게임 방학으로 해주지 않을려?
그 때, 두다다다 발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니 거실 문이 기세 좋게 열리고 속옷위로 내 갈아입을 T셔츠를 입은것 뿐인 코마치가 들어와서 냉장고에서 차가운 보리차를 단번에 마셨다.
"풋하-! 겨우 공부 끝났어어~"
"축하"
코마치는 카마쿠라에게 키스 폭풍을 날리면서 육구를 폭신폭신 만진다.
내가 하면 태연하게 고양이 펀치를 하는 주제에 코마치가 하면 왜 저렇게 행복해보이는 웃음을 짓고 달게 받아들이는거야? 나는 고양이한테도 미움사는거야?
"있잖아 오빠야"
"오?"
"코마치는 무지 열심히 해서 공부를 끝냈습니다"
"그렇군. 독서감상문도 끝났으니까 잘 됐잖아"
"그래그래……그러므로 코마치에겐 상이 필요해요"
너는 OL이냐. 자기가 힘냈다고 포상을 주면 뚱보 일직선 행동이잖아. 뭔가를 달성하면 맛있는걸 포상으로 주고, 또 열심히 하면 준다. 그대로 뚱보가도로 일직선 코스군.
"아, 그래. 먹는것 말고 딴걸로 해둬. 뚱보가 되니까"
"그러므로 오빠는 코마치랑 치바로 가지 않으면 안 돼요"
"왠지 엄청난 비거리의 점프했다. 새인간 콘테스트에 새가 참가할 정도로 엄청나구만"
그렇게 말하지만 코마치는 볼뚱한 얼굴을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무래도 나에겐 NO라는 선택지는 내용이지만 그런건 새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며, 강제 행사는 아니므로 나는 기쁘게 회피하자.
"코마치만 다녀와. 나는 게임하느라 바쁘니까"
"…………"
"코마치?"
게임에 집중하고 있으니 갑자기 코마치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등을 껴안았다.
뒤를 돌아보아 코마치의 모습을 보지만 얼굴을 등에 묻고 있어서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그 분위기는 슬프다는것처럼 느꼈다.
"……코마치, 오빠랑 여행……가고 싶어"
"……왜 또"
"그치만 지금 가지 않으면……오빠는 계속 집에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코마치도 수험생이니까"
코마치는 내년에 소부 고등학교를 수험칠 수험생이다. 스스로 공부가 중심인 생활로 전향하고 있어서 지금처럼 텔레비전을 보여주라고 하는 말은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두자는건가…………하아.
마음속에서 한숨을 쉬고 세이브하고나서 PF3 전원을 끄고 뒤를 돌아보고 코마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알았어. 갈게……이번만이다"
"이에에에이! 그럼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갈아입어!"
방금전까지 슬퍼보이는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마치 옷을 벗는것처럼 시원스럽게 분위기를 털어내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코마치는 방으로 돌아간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일단 적당하게 T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입고 양말도 신고 PFP 외출 세트를 주머니에 담고 있으니 두 개의 큰 가방을 든 코마치가 거실로 들어와서 그 두 가지를 바닥에 놓았다.
…………이 단기간에 이 두 짐을 준비할 수 있나?
놓여진 가방은 부풀어진 만큼 짐이 들어있어서, 자크에 이르러선 완전히 잠기지 않아서 조금 열린 상태다. 일단 거기에 판다 판씨를 어떻게든 집어 넣는다.
"그럼 출발 진행!"
"……하아"
두 사람의 가방과 외출 세트를 매고 집을 나와 문을 잠그고 걸어서 역으로 향한다.
왜 이런 무거운걸 들때 꼭 남자가 솔선해서 들어야한다고 하는 어리석은 풍습이 있는걸까. 마른 여자는 딱히 상관없지만 덩치 큰 여자에게도 적용하는건지 모르겠다.
명백히 나보다도 힘이 있는 여자가 큼직한걸 보고 네가 들어라고 들었을때는 괴물 말고는 처음으로 살의에 가까운걸 품었으니까. 아니, 네가 들으라고.
"오빠야, 또 게임 갖고 왔어?"
"상관없잖냐. 그보다 너 스마트폰을 게임 말고 어디다 쓰는데"
"어디냐니 물론 코마치는 수험생이니까 공부 어플을 넣었어. 아, 그리고 일기에 오빠의 게임 오타쿠스러움을 쓰기도 하고.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어디가. 내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푸념이다"
"그보다 오빠 게임 어플 너무 넣었어. 거의 게임 뿐이잖아"
"하아? 스마트폰은 게임어플을 맘대로 넣어도 되잖아. 저건 게임기 98% 나머지가 그 기타다"
그렇게 말하자 코마치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나는 얼마나 리뷰로 불평을 받든 호평이든 무료 어플은 대체로 다운로드해서 한 차례 플레이를 하면 계속할지 말지를 선택. 결과 남은것은 다운로드한 전체의 68%정도지만.
뭐, 나의 주된 게임기는 PFP랑 PF3니까.
"그치만 오빠 정말로 질리지 않네. 코마치도 게임 안 한다구?"
옛날에는 코마치도 했었지만 모두 졸업하고 전부 나에게 이어진 것이다. 뭐, 그 원인은 같은 날에 샀는데 내가 그 날에 클리어 한탓이지만.
그 무렵은 자주 엄마도 코마치에게 빌려주렴 라고 말했지만 이젠 말하지 않게 됐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로 가려고 하니 코마치에게 옷소매를 꾸욱꾸욱 잡아당겨졌다.
"오빠야, 이쪽이쪽"
"하? 치바 갈거니까 전차잖아. 아니야?"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채로 코마치가 버스 로타리 근처로 가서 나도 거기에 따라가지만 전방에 원박스카가 멈춰있는걸 보고, 거기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옷자락을 묶은 검은 T셔츠, 데님 핫팬츠, 신발은 등산가같은 스니커를 신은 여성이 기대서있었다.
그 여성은 나를 보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이런. 나 왠지 몸상태가 나쁘니까 돌아갈게"
"뭐, 기다려라. 히키가야"
뒤를 돌아본 순간 어깨를 콱 잡혀서 쭈뼛쭈뼛 뒤를 돌아보지 시커먼 미소를 지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손가락을 뻑뻑 울리고 있다.
"어, 어째서 여기에 있는겁니까"
"메일을 안 봤느냐. 봉사부 합숙하러 갈거다.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말이지. 이전 일도 있어서 온갖 수단을 써서 네 동생에게 연락을 한거다"
대체 어떤 경로를 취하면 코마치의 메일 주소로 도착하는걸까.
"힛키 늦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한숨을 쉬면서 돌아보니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봉사부 활동으로 가는거니까 이 녀석들이 있어도 당연한가……하지만 왜 코마치도 부른거야?
"유이 언니! 얏하로~!"
"코마치! 얏하로~!"
코마치는 유이가하마와 손을 잡고 붕붕 흔든다.
"유키노 언니도 얏하로~!"
"얏……안녕, 코마치"
"너네 언제 교류한거야. 그보다 그 인사 바보같으니까 그만해"
진짜로 언제부터 유이가하마와 코마치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이가 된거야……하아, 이것도 리얼충의 특성인가……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 한번 만났었지. 고맙다는 인사하러 왔을때.
"코마치도 불러줘서 기뻐요!"
"나도 유키농에게 불려졌지만 코마치도 부르자는 얘기가 됐어!"
"그런가요-! 유키노 언니 고마워요! 사랑해요!"
갑작스런 고백에 유키노시타가 순간 당혹한다.
"…………저걸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잖니"
"어이. 나는 폭력 칩을 탑재한 기계냐. 어디의 수화야"
"코마치도 빨리 저걸 넘겨주고 싶은데 말이에요~"
셋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젠 인기 절정기냐고 착각해버릴 수준인데…… 뭐,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야.
"더우니까 빨리 가죠"
"뭐, 기다리거라. 한 사람 더 온다"
한 사람? 누가 오는건데. 그보다 나 엄청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하치만!"
전언철회. 나는 이 때를 위해 코마치에게 호출받은걸테지.
손을 댄것을 순식간에 정화하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샤이닝 스마일을 주위로 흩뿌리면서 토츠카 사이카는 조금 땀을 흘리며 나를 향해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
"앗! 토츠카 오빠 얏하로~!"
"얏하로~!"
"그러니까 너네들 어디서 교류한거야? 야, 오빠가 모르는데서 친구 늘리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오빠는 슬퍼서 울어버린다"
내 잔소리는 무시하고 코마치는 꺄아꺄아 토츠카와 손을 잡는다.
"전부 다 모였군"
"전부? 일단 묻겠지만 자이모쿠자는?
봉사부에 무슨 관계가 있는 코마치와 토츠카가 불렸다는건 일단, 관계가 있는 자이모쿠자도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도 일단 불러봤지만 격투가 어쩌니 마감이 어쩌니 코미케가 어쩌니 하면서 거절했다"
"…………아-! 나도 오늘부터 랭킹 이벤트가 시작되니까 집에 가야-! 그럼 선생님-! 안"
"바이스 클로-!"
"헤븡!"
머리에 손을 맞은것과 동시에 움켜쥐어져서 강제로 앞을 쳐다보니 대마왕 사탄이 눈 앞에 있었다.
"간다"
"……녜이"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9화
차에 올라타서 출발한건 좋지만 어째선지 차는 고속도로로 들어가서 곧장 달린다.
"선생님. 왜 치바에 가는데 고속도로임까"
"언제부터 치바에 간다고 착각하고 있었지?"
왠지 이 사람 찔끔찔끔 소년만화 드립이 팍 나오는군……이게 게임 드립이라면 나도 순식간에 딴지를 걸텐데 만화를 별로 안 보는 나에게는 조금 모른다.
"유감! 치바마을이었습니다!"
"헤-. 그렇구나-"
텐션을 따라가지 못해서 주머니에서 PFP를 꺼내서 슬립 모드를 해제하고 몬스터헌터를 기동시켜서 사냥을 재개시키고 있으니 동시에 스마트폰이 게릴라를 알리듯이 진동해서 그것도 꺼내지만 몬헌은 양손을 쓰는 게임. 아무리 나라도 이 둘을 동시진행하는건 조금, 이 넓이로는 어렵다.
하지만 그건 손을 쓴다는 이야기다.
나는 신발을 벗어서 맨발이 되자 왼발의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끼우고 오른발가락으로 게릴라를 돌리고 동시에 손으로 몬스터를 잡는다.
"오, 몹 등장"
"…………히키가야. 나는 슬프다"
"코마치. 저런 식으로 되면 안 돼"
"괜찮아요. 식겁하니까요"
"우와아~"
"어, 어음 괴, 굉장하네 하치만"
입에서 쏘아지는 말이 꽂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게임을 계속한다.
후, 됐어……된건가?
주위를 돌아보자 나무, 나무, 나무. 뭐, 산 위에 있으면 주위는 나무투성이가 되는건 당연한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밖으로 나오니 도시하고는 달리 태양이 쨍쨍 비쳐서 지상을 비추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딱 좋은 기온처럼 느꼈다.
역시 자연 속이군……전파가 엄청 불안정하다.
아까부터 전파 안테나가 2개가 되다가 1개가 되는 등 바쁘게 높이를 바꾸고 있었다.
"자, 짐을 내리거라. 이야, 산 속은 좋구나. 불쾌한걸 잊을 수 있는 기분이다"
그 속에서 결혼이라는것도 포함하고 있는걸까 생각하면서도 가방을 으랏차 내리고 있을때 문득, 맞은편에 서 있는 건물을 본 순간,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 생각났다.
"여기 치바마을인가. 자연교실 하던데"
"확실히 군마현에 있는 치바시의 보양교실이었지"
"알고 있냐"
"그래. 하지만 나 3학년때 돌아왔으니까 앨범으로 밖에 몰라"
"참고로 나는 갔지만 게임밖에 안 했으니까 기억 못해"
"자랑스럽게 말할 소리는 아니잖아"
기막힌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듣지만 어쩔 수 없어. 왜냐면 선생님이 게임을 갖고 가도 된다고 했으니까 나는 버스에서 숙박시설 안, 그리고 식사중에도 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간 다음해부터는 게임은 소지금지가 되어버린 모양이고.
"자연교실과 마찬가지로 2박 3일인데 괜찮겠느냐?
"어, 3일이나 게임할 수 있어?"
"너는 조금 게임에서 떠나는게 어떠니"
"유키노 언니. 여기에 말해도 소용없어요. 오늘도 PFP5대랑 UMD25개 정도 갖고 왔구요"
"힛키는 그렇게나 돈 있어!?"
"부모님이 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네"
"멍청아. 스스로 번 돈이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끝내는 히라츠카 선생님까지 경악의 표정을 짓는다.
"히, 힛키가 알바?"
"아냐아냐. 게임으로 용돈을 벌었다고"
"친구가 오빠가 투고한 게임 공략 동영상을 보고 있는거 보면 부끄럽다고 하니 말도 안 되요"
코마치의 보충설명에 유키노시타는 완벽하게 나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 에에에-? 순전히 "어머, 너도 돈은 스스로 버는구나" 라고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설마했던 차가운 시선? 울어도 됨까?
그 때, 다른 한 대의 원박스카가 우리들로부터 떨어진 곳에 정차하여 문이 열리자 리얼충 오러를 풍풍 뿜어내는 집단이 내렸다.
남자 둘, 여자 둘……켁. 어차피 2인 커플이 성립했구만. 대개 여자와 남자가 함께 캠프에 오면 커플이 성립한다. 출처는 나. 중학교때 수학여행에서 남자3, 여자3 조가 결정됐지만 나를 제외한 남자는 전부 여친을 갖게 됐다.
"아, 히키타니"
"…………켁"
이름을 불리니 자세히 보니 그 집단 속에 하야마가 있었다.
거기다 자세히 보니여왕 미우라, 토베, 안경을 낀 나와 동류일 안경을 낀 여자……분명히 에비나였을 것이다.
"흠, 전부 모인 모양이군"
……우와아~. 왜 이런 리얼충 집단이랑 같이 2박 3일을 보내야하는거야.
"이번에 너희가 불린건 알고 있지?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들었는데요"
"봉사활동으로 내신점을 가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캠핑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하야마랑 토베가 같은 지붕 아래서 ㅎㅇㅎㅇ!"
"그냥 게임기간이라고 들었는데요"
"…………뭐, 뭐어 대충 맞다"
어이, 지금 노골적이게 나한테서 눈을 피했지.
"너희는 2박 3일간 초등학생의 임간학교 서포트 스태프를 해야겠다. 아동, 직원, 치바마을 직원의 서포트가 주된 활동내용이다. 뭐, 노예지. 활동내용에 따라선 내신점의 가산도 생각하고 있다"
내신가산이라고 해도 나, 나쁜짓 만큼은 저지르지 않으니까 이대로 가면 평범하게 공모추천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평정은 있는데.
"그럼 본관으로 짐을 두는대로 활동 개시다"
자신들의 짐을 들고 선두에 선생님, 그 뒤에 나와 유키노시타가 나란히 서고 그 뒤에 코마치네가 서고, 뒷부분에 하야마 집단이 있었다.
본관까지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는 만큼 걷기 쉽지만 조금 덥다.
"저기……왜 하야마네가 있는건가요"
"인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니까. 모집을 했었다"
뭐, 초등학교 임간학교 서포트스태프를 봉사부 + α의 인수로 커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자원봉사하러 오는 녀석들도 녀석들대로 모처럼 여름방학을 날리고 싶지 않으니까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신점 가산이라는걸 내세운거겠지.
"그리고 히키가야"
"네?
"초등학생 앞에서 게임은 금지다"
"…………어, 어째섭니까"
"악영향의 덩어리밖에 아닌걸. 어쩔 수 없어"
"어이, 그건 악성종양이라는거냐?"
"그렇구나. 항암제도 통하지 안을 미지의 악성종양이야. 악성가야"
왠지 이 녀석의 네이밍 센스가 없는건지 있는건지 잘 모르게 됐다.
"초등학생 한 명 정도는 갖고 온 녀석 있을거 아냐"
"초등학교 마지막 행사라서 많은 학교가 게임 소지를 허가했지만 갑자기 금지가 됐다. 소문에 의하면 아무래도 목욕하러 들어갈때, 잘때를 제외하고 계속 게임을 하고 있던 바보가 있는 모양이다"
네, 그건 접니다! 얘들아 미안해! 나 때문에 게임을 못 갖고 오게 되서! 너희 몫까지 나는 게임을 즐길테니까 용서해줘!
본관에 도착해서 짐을 두고 강당이라는 곳에 끌려가니 이미 100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꺅꺅꺄아꺅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어서, 소음기가 되어 있었다.
참고로 나는 등 뒤로 화면도 보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도 얘기를 시작하지 않는데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서서히 소음은 사그라들고, 3분 정도만에 소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네. 여러분이 조용해질때까지 3분이 걸렸습니다"
우선 친숙한 설교부터 시작해서, 다음으로 오늘 하루의 스케줄을 편성표를 보면서 얘기를 한다.
아무래도 오리엔테이링부터 시작하는 모양이다. 참고로 나는 그 오리엔테이링 따윈 게임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서 퀴즈가 놓인 장소를 추리하고, 단 혼자서 게다가 5분 정도만에 끝내서 혼자서 골 지점에서 게임하고 있었다.
"그럼 여러분을 도와줄 형・누나에게 인사를 합시다"
『잘 부탁합니다-!』
하야마가 교사한테 메가폰을 받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
"이제부터 3일간 여러분을 도울겁니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지 물어봐주세요. 3일동안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듭시다"
초등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그럼 오리엔테이링 개시!"
이미 반 배정을 했는지 재빠르게 초등학생들은 조원을 찾아가고, 재빠르게 오리엔테이링 부대가 숲 속으로 돌입해간다.
"초등학생 진짜 젊어-! 우리는 그냥 노땅이잖아!"
"하아? 그래선 나아가 할머니 같잖아"
미우라의 위협에 토베가 황급히 양손을 흔들며 부정한다.
왠지 모르게 모두 하나로 굳어있지만 나는 그래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호호~오"
"으으읏! 뭐, 뭐지?"
내 뒤로 에비나가 들여다봐서 무심코 몸을 경직시켜버렸다.
"히키타니, 굉장하네. 여기까지 키웠구나. 우와, 랭크가 MAX? 돈도 MAX라니 굉장하네. 혹시 과금제?"
"아, 아니. 무과금인데"
"호호오. 진짜 무과금이라……혹시 네가 카미하치야?"
으으읏! 어, 어떻게 내 스마트폰 화면을 본것 만으로 그렇게까지 간파하는거야? 역시 동류는 동류를 부른다는 말은 진짜였나.
"그, 글쎄? 무슨 소리야"
"히라츠카 선생님의 전언. 골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락과 음료 배급을 돕는다고 하니까 갈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물으러 갔던 하야마의 그 한마디에 겨우 에비나가 떨어져줘서 나는 안도의 숨을 쉬지만 이후 에비나를 보는 눈이 조금 변한것 같다.
산길을 걸으면서 내 시선은 스마트폰에 주어지고 있다.
"오빠, 산길에서 게임은 그만해"
"어!? 이 애 히키타니의 동생이구나-! 유키노시타의 동생이라고 생각했어"
"유키노시타에게 동생은 없어"
에비나의 한 마디에 하야마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충설명을 한다.
……왜 하야마가 아는거야……소꿉친구인가? 설령 그렇다고 하면 하야마를 대한 유키노시타의 말이 신랄한것도 사리는 맞다……뭐,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0화
산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초등학생조와 마주치는 일이 많이 있지만 녀석들의 기준으로 고등학생은 자신에겐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존재로 보이는지 빈번하게 말을 걸어온다.
거의 하야마가 처리하면서 걸어가거나 보도에서 꺾이는 길에서 하나의 여자 그룹과 마주쳤다.
모두 이미 미의식이 싹트고 있는건지 하야마를 보자마자 자신의 복장을 고치고 손빗으로 머리를 다듬고 타이밍을 맞춰서 하야마에게 말을 걸어온다.
하야마는 무릎을 굽혀서 초등학생들과 같은 시선으로 말을 건다.
딱히 그런건 하야마에겐 일상다반사의 광경이라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지만 내가 신경쓴건 그 두 걸음 정도 뒤에서 보라색이 곁은 흑발의 여자애가 서 있는 광경이다.
옆에서 보면 같은조로 보이지만 어딘가 그 소녀의 사이에는 얇은 막같은게 쳐져있는걸로 보인다.
"그럼 여기만 도와줄게"
모두가 일제히 환성을 지르지만 그 소녀만 음울한 표정인 상태다.
유키노시타도 그걸 깨달았는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왠지 옛날 나를 보는 느낌이군. 뭘 하든 어디로 가든 외톨이, 대화의 축에도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그저 혼자서 조소의 표적이 된다. 뭐, 그것도 1년에 끝나서 게임으로 이행했지만.
"……후우"
"변함없군.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그래……같은 인간인걸"
캠프라고 하면 카레일 것이다. 왜 그런가 물으면 모르겠지만 게임에서도 캠프가 있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카레 식재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도중에 사건에 휘말려서 동료와 함께 그 사건을 해결하고, 그 후에 다 같이 카레를 먹는다. 정석중의 정석이다.
"우선 내가 견본을 보여주지"
그렇게 말하자마자 숯을 쌓아올려, 그 아래에 착화제와 구깃구깃 말은 신문지를 두고 착화제에 불을 붙이자 신문지에 불이 옮겨붙어서 숯을 부추기기 위해 적당하게 부채로 부치고 있지만 귀찮아졌는지 샐러드유를 뿌려서 단번에 불을 붙여버렸다.
초등학생한테서 비명과도 같은 환성이 솟아오른다.
"익숙하네요"
"훗. 이래보여도 대학생 시절에는 자주 서클에서 바베큐를 했었지. 내가 불을 붙이는 사이에 커플들이 시시덕……칫. 짜증나네. 남자는 불준비, 여자는 식재 준비를 하거라"
선생님의 지시에 초등학생들은 새끼거미 흩어지듯이 확산하고 대기장소로 향한다.
나도 준비를 하려고 돌아보자 이미 하야마가 숯을, 토츠카가 착화제와 신문지를 들고 있는게 보여서 왠지 모르게 가까이 놓여있던 부채를 들고 토츠카가 불을 붙이 곳에 부채로 부추겨서 바람을 보낸다.
"덥네"
"여름에 불 앞에 있으니까"
"나, 마실것 갖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나와 하야마를 남기고 토츠카는 가버렸다.
학교 카스트 톱 하야마와 학교 카스트조차 들어있는지 모를 히키니쿠인 나 사이에 대화가 생겨날리도 없어서 그저 단순히 부채를 좌우로 움직이는 소리만 울린다.
물론 한손은 스마트폰이다. 내 왼손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지는 일은 잘때와 밥을 먹을때 정도다.
"루미, 이거 해"
그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여자애가 따돌려지던 소녀에게 쌀이 든 뒤주를 건냈다.
…………과연. 단순한 따돌리기가 아닌가.
"…………뭐가?"
"아, 아니. 계속 게임하고 안 질리나 해서"
왜 녀석들은 같은 소리만 묻는걸까. 뭐야? 녀석들은 풀 싱크로라도 하고 있나? 어디의 빛의 오타쿠처럼 카운터를 하면 풀 싱크로하는거야?
땀을 흘려서 목장갑으로 닦는다.
"히키타니는"
"기다렸지"
하야마가 말을 하려던 차에 음료수를 가질러 갔던 토츠카가 귀환하고 우리에게 깡깡 얼은 음료를 건내는것과 함께 식재료를 가질러 갔던 여자들이 점차 돌아온다.
말하는걸 포기했는지 하야마는 어딘가로 가버렸다.
"왠지 도마의 걸이 구멍을 보면 넣고 싶어져"
"플래그 인! 아니, 어디의 빛의 오타쿠"
뒤에서속삭이듯이 말한 에비나의 한 마디에 오타쿠의 성질상 딴지를 걸어버린 순간, 번뜩! 에비나의 안경테가 빛나며 나에게 그 두 눈을 향한다.
아, 아뿔싸아아아아아! 그만 딴지 걸어버렸다……이런 큰일이다 큰일……얽혀버린다.
마치 불량배에게 포위당한 것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그 떨림을 이용해 부채를 움직이지만 그 바람도 허망하게 히쭉거리는 얼굴의 에비나가 내 옆에 다가온다.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느꼈지만 설마 동류였다니……게흐흐흐흐"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에비나"
이마에서 불길한 땀을 흘리면서 조금 몸을 틀지만 그 거리를 좁혀진다.
"역시 레츠x사이지! 특히 풀 싱크로가 나왔을때는 부하아아아!"
"제대로 자중해. 입다물고 있으면 귀여운데"
미우라가 휴지로 에비나의 코피를 닦고 뒤로 갖고 간다.
사, 살았다.
이마의 땀을 닦고 불도 딱 좋은 온도가 되서 일어서자 유키노시타로부터 세안 종이를 건내받았다.
"목장갑으로 얼굴을 닦는건 그만해. 흉하니까"
"……고맙다"
세안 종이를 받아 얼굴을 닦으면서 테이블에 놓여있는 식재를 보지만 돼지 삼겹살, 당근, 감자 등 정석대로 카레 식재가 올려져 있었다.
"초등학생의 야외취사로는 타당하네"
"오히려 그거 말고는 없잖냐. 집이라면 두부튀김이나 돈까스 같은걸 넣었겠다만"
"있지 있지. 어묵같은것도 넣고 말야"
"어, 어어"
갑자기 말을 걸렸더니……라고할까 팍팍 들어오면 반응하기 곤란하다.
"우리집 카레는 왠지 전에 잎사귀만 넣어서 말야. 우리 엄마가 멍한 구석이 있어~. 아, 그래그래, 이런거였어"
당근 껍질도 그런대로 가까이 자라있는 덤불에서 잎사귀를 하나 뜯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거 너, 로리에잖아"
"로, 로리에?"
"월계수야. 수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 증진이나 소화를 도와서 유럽의 전승요법으로는 매일 아침 2장의 월계수 입을 먹는걸로 간장을 강하게 할 수 있다고 해. 그 밖에도 벌에 찔렸을때 류마치,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어"
"…………로리에는 휴지라고 생각했어"
왠지 그냥 디지몬에서 말하는 착각 진화는커녕 궁극 착각 진화다. 모녀간 이세대 사이에서.
식재 준비도 종료하고 남은건 냄비채로 가만히 삶기만 하면 됐다.
중간에 에비나가 내습해왔지만 미우라가 머리를 쳐서 끌고가줘서 나의 실질적 피해라는 이름의 정신적 대미지는 없었다.
저리 보여도 미우라는 상냥하구나. 감사감사.
주위를 돌아보니 쫑쫑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처음이라는것도 있어선지 고전하고 있는 몇 조도 보였다.
"한가하면 초등학생이랑 어울리고 오거라. 좀처럼 없으니까"
그리 말을 듣고 조금 생각한 후에 하야마네는 초등학생 조로 간다.
아무래도 동경이 있는건 정말인지, 어느 반도 하야마네를 쾌히 받아들이고 즐거운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모르는 점이나 잡담을 즐기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불을 보고 있다.
"히키가야. 너도 다녀오거라. 무얼. 불은 내가 봐두마"
"아, 네"
어깨를 붙들려 마치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반론을 하지 못해, 준비를 하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떨어져서 PFP를 꺼내서 몬헌을 시작한다.
몇 시간 만이군……자, 이번에는 누구를 쓰러뜨릴까? 티거 사우르스? 첸가오가오? 아니면 대활투 퀘스트라도 할까. 모두 나오니까.
"카레 좋아해?"
하야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앉은 상태로 힐끔 쳐다보니 따돌려지고 있던 여자애한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 녀석들은 하야마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로 소녀를 보고 쿡쿡 조소의 웃음을 짓고 있다.
……기분 탓인가? 다른 녀석들의 손, 되게 깨끗하지 않나?
"딱히. 카레 흥미 없구"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하야마로부터 떨어져 곧장 나한테 걸어와 옆에 앉았다.
그때 소녀의 손을 보니 내내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던 탓인지 피부가 빨개져있다.
"아, 몬헌"
"응? 알고 있냐"
"응……마지막부터 2번째 긴급 퀘스트를 못하는데"
"……잠깐만. 이거 15금이다"
"처음에는 아빠가 했지만 조만간 안 하게 되서 시작했어"
그러는 패턴은 의외로 많다. 부모가 하지 않게 된 게임을 아이가 하면 생각외로 빠져버려서 그대로 히키코모리 니트가 되어버린다는게 최악의 패턴이다.
뭐, 초등학생이니까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안 하겠지만.
"……이름"
"아?"
"이름을 묻고 있어. 지금 그걸로 알거 아냐"
"보통은 자기부터 이름을 말하는거야"
심하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하니 유키노시타가 이쪽을 향하면서 소녀를 쳐다보면서 꿰뚫어버릴듯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이라고 해도 가감은 없나……어느쪽이냐고 하면 아이라서 그런가. 아이는 정도를 모른다. 그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제지 받으면 정도를 알게 되고 멈추지 않으면 폭주한다.
"……츠루미 루미"
"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그쪽은……히키……히키니쿠 하치만이야"
"야, 하다못해 이름의 원형은 남겨둬라. 그보다 남겨주세요……히키가야 하치만이다"
"……왠지 두 사람은 저쪽이랑 달라. 나도 다른걸……모두 바보 투성이야"
"세상은 다 그런거야. 게임 세상도 나 말고는 전부 다 송사리고"
"그거랑 이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데"
유키노시타가 그렇게 말하지만 루미는 이해하고 있는지 아무 말도 안 한다.
"……안 노냐"
"안 놀아. 다들 애들인걸. 카레 같은걸로 흥분하고 말야……중학생이 되면 다른데서 오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랑 같이 놀거야"
"안 됐지만 중학교로 올라가도 지금 상태는 계속될거야. 그 다른데서 왔다는 사람도 이번에는 더해져서 말야"
유키노시타의 똑바른 부정에 처음에는 우울해보이는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어딘가에서 느끼고 있었는지 이윽고 그 눈동자는 사라지고 서서히 고개를 숙여간다.
초등학교부터 괴롭힘은 계속되어, 중학교에선 규모가 커져간다. 그 괴롭힘은 그 녀석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되어, 끝이 없는 영원의 지옥의 완성이다. 출처는 나.
내 경우엔 게임만해서 반응하지 않게 되서 질렸는지 금방 사라졌지만.
"정말로……바보같은 짓을 했어……누군가를 따돌리는건 몇 번인가 있어서 나도 했어……그래서 사이가 좋은 애가 그 대상이 되어서 조금 거리를 뒀더니……어느샌가 타겟이 나로 변해서……처음에는 따돌려지기만 했지만 따돌리는것 만이 아니었어. 신발을 감추어지거나, 필통을 버려지거나"
누군가가 정한건 아니다. 단 한 사람이 말한걸 모두가 공유해서, 이윽고 그것이 조직 전체의 결정사항이 된다. 그것이 설령 조직의 상위에 있어도 말이다.
초등학생이라는건 사람을 간단하게 배신한다. 비밀이라고 말한걸 다음날에는 웃음거리로 퍼져서 공유하고 있던것이 자신에게 이를 들이댄다.
"중학교에서도…………이렇게 되는걸까"
오열섞인 루미의 목소리와 저쪽에서 들려오는 즐거워보이는 환성 소리 사이에는 마치 멀리 떨어진 나라같은 거리가 있던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1화
루미가 자신의 장소로 돌아가는걸 확인하고나서 우리도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거기에 설치되어 있는 목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카레를 먹고 식후 티타임에 들어가지만 그 분위기는 어둡다.
하지만 나만 그런건 상관없이 PFP로 즐거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딱히 나랑 관계있는것도 아니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괜찮으려나……루미"
유이가하마의 한 마디에 모두가 얼굴을 숙인다. 아무래도 루미의 일은 이미 주지의 사실인 모양이다.
"흠. 뭐가 걱정이냐"
"고립하고 있는 애가 있어서요"
"그치~, 엄청 불쌍해"
고립? 고립 같은건 문제도 아니고 불쌍하지도 않다. 문젱니건 괴롭힘이 있다는 점 하나 뿐이다. 괴롭힘이라는 바이러스에 교실 전체가……아니, 루미의 그룹 전부가 이상한 바이러스에 전염된것 뿐이다. 그런건 바이러스 버스터로 배제하는게 최고지만 어차피 바이러스 버스터는 초등학생에게는 효과가 들기 어렵다. 외부인 우리들이 손을 대면 쓸데없이 바이러스는 광폭화하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오른다.
"그래서 어떡하고 싶은거냐"
"가능한 범위에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요"
"너로는 무리야. 그랬잖니"
하야마의 모범적인 대답에 유키노시타는 크게 빨간펜으로 가위표를 긋고 내다버린다.
부실에서도 느꼈었지만 여기서도 느끼나……유키노시타는 어딘가 하야마에게 차갑다.
자신의 의견을 썩둑 잘린 하야마는 쓰딘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깨문다.
"이번에는 우리가 나올 차례는 없겠지"
내가 말한 한 마디에 모두가 반응하여 이쪽을 쳐다본다.
"무슨 소리야?"
표정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분노를 느낀다.
"우리는 이번 한번 밖에 그 녀석들이랑 교류 안하잖아"
"하지만 눈 앞에서 괴로워하는 애가 있어.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나도 PFP를 책상에 두고 하야마와 대치한다.
"어떻게 돕겠다는건데"
"피해자와 가해자, 쌍방의 의견을 들을거야. 왜 괴롭혀졌는지, 왜 괴롭혔는지를 생각해서 원인을 찾아내서 그 원인을 제거하면 괴롭힘은 사라져. 우리들이 다리가 되어주는거야"
너무 모범적이라서 만점밖에 주고 싶지 않은 해답……하지만 그런건 정말로 괴롭히는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외부 인간이 생각한것에 지나지 않는 방법이다.
"…………너는 괴롭힘 받는 피해자를 아무 생각도 안 해"
내 한마디에 하야마는 벌레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나로부터 눈을 피한다.
"하아? 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야토 생각하고 있잖아"
미우라의 노려보기에 무심코 움츠릴뻔했지만 지금은 참는다.
"하야마는 괴롭힘을 사라지게 하려고 밖에 생각 안 해"
"그게 뭐가 나쁜데?"
"피해자를 생각하지도 않고 괴롭힘을 사라지게 해도 해결되지 않아. 괴롭힘은 말판 위의 싸움이야. 하지만 그렇기에……거기에 음험함이 생겨나지. 네 방식으로 괴롭힘을 해결하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 표면상으로는 사라져도 뒤에서 그 이상의 괴롭힘이 또 피해자에게 가해질 뿐이야"
"어째서 그렇게 되는데"
"괴롭힘은 보이지 않는데서 일어나는게 많아. 외부 인간이 가해자에게 괴롭힘에 대해서 얘기를 물어보면 피해자가 외부 인간에게 괴롭힘을 밀고한걸로 되서 표면상으로는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데서는 보다 심한 괴롭힘이 시작될 뿐이다. 출처는 나"
"……그럼 내버려두라는 소린가"
"그러니까 말했잖아. 우리가 그 녀석들이랑 만나는건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지금은 대처해도 다음에는 대처 못하잖아. 결과는 눈에 보여…………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괴롭힘을 해결했다고 기고만장해져서 영웅인마냥 행동하는게 제일 필요없다고"
그렇게 말한 순간, 하야마의 손이 내 멱살로 뻗어오자마자 옷을 잡혀서 멱살을 잡아당겨져, 목제 테이블이 덜컹흔들리고 지면에 종이그릇이나 컵이 떨어진다.
갑작스런 일에 히라츠카 선생님 말고는 반응하지 못한다.
"하야마!"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잡아당겨져서 억지로 나로부터 떼어진 하야마의 눈은 증오가 아닌, 분노도 아닌 색으로 물들어있고, 그 색의 진의를 아는건 하야마 뿐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진정된 하야마는 모두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죄하고 움막으로 돌아간다.
"아무튼 이 문제는 조금 미뤄두마"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하야마가 걸어간 방향으로 갔다.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몰라…………괴롭힘을 없앤것 만으로는 아무도 구제받지 못해. 반대로 구했다고 기고만장해하는 녀석만큼 짜증나는 녀석은 없지……생각하는것만으로도 역겨워진다.
"너 말야!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잖아?"
"…………그럼 저 괴롭힘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두번다시 저 녀석들 사이에 괴롭힘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해결방법을 너는 갖고 있냐고"
"그러니까 그걸 생각하기 위해 얘기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외부 인간이 괴롭힘에 대해서 얘기해본들 뭐가 나오는데. 불쌍하네, 라고 말하고 끝이잖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그래. 자기들 안에서 멋대로 해결책을 내놓고 그걸 실행해서 멋대로 만족하지. 그렇게 기고만장해져서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고"
"오, 오빠. 진정할래?"
"애시당초 괴롭힘에 대해서 얘기하는것 자체가 틀려먹었어. 괴롭힘이 발생하면"
"오빠야!"
코마치의 제지를 무시하고 나는 본심을 토해낸다.
"가해자 놈들을 전부 쳐죽여버리면 돼"
증오, 원한, 살의……거반 마이너스의 감정은 초등학생때 품었다. 그저 내가 실행에 옮길만큼 배짱도 힘도 없었으니까 그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는다. 온다하더라도 잠깐 끝날 뿐이지 또 괴롭힘은 부활한다.
내 발언에 미우라는 충격받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코마치는 내 손을 굳게 움켜쥐고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와 토츠카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미우라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돌아갈란다"
코마치의 손을 놓고 움막으로 간다.
오후 11시, 모두가 잠에든 시간에 나는 밖으로 나와 나무에 기대어 PFP를 하고 있었다.
움막에 돌아가고나서 바로 목욕하러 들어가, 혼자서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토베나 토츠카가 돌아오자 둘로부터 주어지는 시선이 신경쓰여서 PFP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건 하야마가 목욕하고 돌아오자 보다 현저해졌다.
서로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9시라는 이른 시간대에 움막의 불은 꺼졌다.
그래서 잔건 좋았지만 이상한 시간대에 일어나버려서 지금에 이른다.
"누구?"
"……나야"
눈 앞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PFP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그렇게 말하지만 상대의 대답은 없어서 슬립 모드로 바꾸어서 고개를 든다.
"……누구?"
"너무해라. 일단 이름은 아는 사이잖아"
"이런 시간에 이런데서 뭘 하고 있는거니. 영면은 제대로 하는 편이 좋아"
"다정한 죽음의 말 정말 고맙다. 이상한 시간에 깨어나서 PFP하고 있었어"
"그러니…………"
우리들 사이에 그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고, 바람에 불어져서 잎이 스치는 소리, 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몹시 크게 귀에 들어온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어둠속이라 잘 모른다.
"…………미우라, 너에게 심한 소리를 했어"
"그렇겠지. 옆에서 보면 그냥 정신나간 발언이니까"
하야마 하야토를 화나게 만든데다 살인 선언을 하는 방송사고에서도 엄청난 폭탄을 투하했으니까……하지만 그 말은 정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괴롭힘 대표일때는 진짜로 생각했다. 사고를 당해서 몽땅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라고.
"그러니까……30분 정도 거쳐서 완전논파했더니 울려버렸어"
"왜 네가 미우라를 혼내는건데"
"그만큼 심한 소리를 했다는거야"
만난지 얼마 안 된 유키노시타라면 나에 대한 폭언 따윈 흘려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봉사부로서 교류를 한 지금은 같은 부활동 동료라는건가…………유이가하마의 사건이 있고나서 더는 버그라고는 인식하지 않는다……하지는 않지만 왠지 근지럽다.
"얘,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
"해봐"
"……어째서 하야마가 괴롭힘의 피해자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거야?"
"…………해결책을 말하는 눈이 초등학교 시절의 교사랑 완전히 똑같았어. 괴롭힘을 사라지게 하는데 필사적이라서 피해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아…………괴롭힘을 해결하면 멋대로 만족하고 사라지지……영웅인 척을 할거면 처음부터 오지 말라고 생각했어……"
사실, 그녀석은 루미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머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해자의 의견과 피해자의 의견을 묶는 연결역 같은 소리를 했다. 그런걸 만들면 더욱 심해질 뿐이다. 노골적이게 괴롭힘에 대해서 물어올테니까 상대는 피해자가 꼰질렀다고 생각하겠지.
"…………네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하나의 미래가 보일것 같아"
"하?"
"말했잖아. 나는 귀여웠으니까 여자애들이 시비걸어왔다고……만약 나도 너처럼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거를 만났으면 완전히 똑같아졌을까"
"너라면 판씨 오타쿠가 됐을지도"
"그렇구나"
달빛에 비추어진 유키노시타의 살짝 지은 미소는 신묘하게 무언가로 보이는것과 동시에 빨아들이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깃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 말대로 하야마는 피해자를 보지 않았어……영웅인척은 하지 않았지만"
"……옛날에 무슨일 있었나"
"초등학교가 같았던것 뿐이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우리 회사의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어"
가족 관계로 사이가 좋았나……아무래도 좋지만.
"가족 관계로 사이가 좋은것도 힘들것 같군"
"그렇겠지"
"남일같은 소리구만"
"표면상에는 계속 언니가 나오니까……나는 대역밖에 안 돼……오늘은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못 온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째서냐고 이유를 묻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가족 사정에까지 간섭할만큼 잘나지도 않다.
"……너라면 그녀를 어떡할래?"
"그런걸 굳이 묻냐?"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기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괴롭힘은 외부 녀석이 없애니까 안 되는거야……당사자가 없애면 그걸로 만사해결이다. 출처는 나. 게임에 몰두해서 머리에서 괴롭힘이 사라졌더니 어느샌가 괴롭힘이 사라졌다"
"……과연. 그것도 하나의 수단이구나"
"왠일이래. 게임을 부정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처음은 말야…………생각을 조금 고쳤어. 피코피코는 가끔은 현실을 구한다고"
뭐가 그녀의 생각을 개변시킨걸까, 그건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생각을 바꿀정도로 큰 일과 만났다는것 자체가 귀중한걸테지.
유키노시타는 이따끔 올바르다……그 올바름을 조금 방향수정한것에 지나지 않는다.
"슬슬 돌아갈게"
"잘 자라"
"그래, 잘 자렴"
유키노시타는 내 옆을 지나간다.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그 가슴에 무얼 감추고 있는지……그걸 알 생각도 없고, 남이 깊게 파고드는걸 싫어하는 내가 반대로 남에게 깊게 파고드는 일도 없다.
유이가하마 유이도 하야마 하야토도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나도……모두가 과거로부터 계속 사슬을 끌고 있다.
그 사실은 영원히 사라지는 일 없이, 영원히 그 녀석을 좀먹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2화
꿈을 꿨던것 같다. 과거의 꿈……그건 초등학교 시절의 꿈이다.
들뜬 기분으로 초등학교 문을 지나 새로운 환경, 교실, 의자, 책상, 선생님, 친구……그 모든것에 신선함을 느끼고 내 눈은 반짝거렸다고 생각한다.
친구도 여기저기 생기고, 함께 놀게 되었던 어느날. 그건 작은 일이었다.
실내화가 감추어졌다. 찾아낸 결과 화장실 쓰레기통에 있었지만 그게 게임개시의 신호가 됐다.
어제까지 함께 급식을 먹었던 녀석이, 어제까지 함께 떠들었던 녀석이, 어제까지 함께 놀았던 녀석이 나의 적이 됐다.
그 결과, 나는 지금 상태가 됐다.
"……일어나, 하치만"
그 목소리는 아름답게, 머리에 달라붙어있던 악성종양들을 단번에 소멸시켜줬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꺼풀을 천천히 뜨니 내 배게맡에 토츠카가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졸음기는 단번에 날아가고 뛰쳐일어나듯이 일어나자 내 옆에 토츠카가 자고 있었던 이불이 놓여져 있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결혼했더라.
"겨우 일어났네. 다들 갔다구?"
……아, 그래. 나 치바마을에 자원봉사하러 왔었지.
움막에는 이미 토베와 하야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깨끗하게 이불이 개어져있다.
"미안……너무 잤나"
"시간상으로는 괜찮지만……하치만, 여름방학에 불규칙한 생활 보내고 있지"
"뭐, 뭐어. 매일 게임 삼매경이야"
"운동하지 않으면 몸에 좋지 않다구? 다음에 나랑 테니스하자! 운동하면 지쳐서 푹 잘 수 있어"
토츠카랑 테니스인가……미니스커트 입어……줄리는 없나.
"뭐, 뭐어 예정이 맞으면. 적당하게 연락줘"
"응……아, 나 하치만 메일 주소 몰라. 교환하자"
"아, 아아. 여기"
토츠카에게 스마트폰을 건내자 유이가하마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스마트폰과 자신의 휴대폰을 교대로 보면서 메일 주소문자열을 입력한다.
수수하게 내 연락처에 남의 이름이 늘어가는군. 자이모쿠자도 그렇지, 유이가하마도 그렇지, 히라츠카 선생님도 그렇지, 부모님이랑 코마치도 그렇지, 그 다음은 토츠카도 그렇잖아? 인생 역사상 최다구만.
"이걸로 맞으려나? 한번 메일 보낼게"
그렇게 말하자마자 스마트폰이 부들부들 떨리고 토츠카로부터 메일이 온다.
"음, 맞아"
"잘 됐다. 이걸로 언제든지 하치만이랑 얘기할 수 있어"
……만약 SAO처럼 메뉴바를 공중에 불러내서 매리드라는 커맨드가 있으면 나 속공으로 토츠카에게 프로포즈 메일을 보낼거야.
"아침 먹으러 갈까"
"그 전에"
평소의 항례행사인 게임 일정 갱신과 아이템 배포를 마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간다.
"하치만, 걸으면서 스마트폰 보는건 위험해"
"길은 외우고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한번 본 경치, 길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그러니까 길을 잃는 일도 없고, 경치의 그림을 그리세요라고 하면 가장 빠르게 쓰고 가장 빨리 끝나니까.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못 그리는지는 별개로 치고.
"안녕하세요"
"아아, 안녕"
"힛키, 안녕-!"
"안녕. 눈을 떠버렸구나"
"나는 봉인된 라스보스냐"
그런 평소 대화를 하면서 하야마의 옆을 지나가지만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의 식당으로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몇 개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그런건 무시하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준비된 아침을 먹는다.
아까부터 미우라가 미간에 주름을 모아 노려보지만 내 스킬・무시 앞에선 그런건 무의미다.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조작하면서 아침을 입에 넣는다.
"오빠, 예의나빠"
"응? 이미 끝났어"
오늘 첫번제 과제를 마치고 아침을 먹어치운다.
나토, 된장국, 김, 생선구이랑 샐러드, 백미라는 전형적인 재패니즈 일식아침을 먹지만 낫토와 김이 있는 시점에서 밥이 충분할리도 없어서 김만으로도 밥이 사라져버렸다.
"오"
"히, 힛키 한 그릇 더 먹을래!? 먹을거지!?"
"어, 어어. 부탁해"
코마치를 재치고 유이가하마가 급하게 일어나서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밥공기를 들고 뭐가 즐거운지 음표라도 보일 정도로 기분 좋게 밥그릇에 밥을 퍼온다.
"자, 여기!"
"아, 어, 응"
너는 후지산이냐고 백미에 딴지걸고 싶어질 정도로 높게 퍼올려진 백미가 담긴 밥그릇을 받으니 손목에 묵직하게 지금까지 느낀적이 없을 정도의 무게가 올려진다.
…………이거 낫토만으로 다 먹을 수 있으려나.
그런 일말의 불안을 안으면서 낫토로 밥을 먹어가지만 역시 부족할리도 없이, 마지막 부근에는 백미만 먹고 아침을 마쳤다.
"좋아, 전부 다 먹었군. 오늘 예정을 알려주마. 오늘밤까지는 초등학생은 자유시간이다. 밤부터 캠프파이어와 담력시험이 있으니까 그 준비를 해줬으면 싶다"
"캠프 파이어……핫. 절망의 강설기가"
"아, 춤추는거다!"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말하자 코마치는 탁! 손을친다.
"벤트라 벤트라 춤추는거네요!"
"오클라호마믹서가 아닐까"
유키노시타가 기막힌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지만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코마치의 바보는 지금 시작한게 아니다. 따라서 나에겐 아무런 책임도 없다.
"담력시험에 대해선 사전에 코스는 생각해뒀고, 의상도 준비되어 있다. 가볍게 놀래키는 정도로 좋다고 하니까 뭐, 부탁하마. 그럼 준비 개시"
식기를 치우고 남자, 여자로 나뉘어 주위를 숲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같은 곳에 모여서 히라츠카 선생님의 설명하에 토베・하야마가 목재를 도끼로 쪼개고 토츠카가 운반, 그걸 내가 받아서 우물 정자로 쌓아올린다.
여자들은 내가 쌓아올리는 목재를 중심으로 백색 선으로 원을 그려간다.
밤의 캠프파이어는 내가 할때도 있었지만 강제가 아니었으므로 방에서 계속 게임했었지. 창밖에서 본 녀석들의 움직임이 마치 우주인과 교신하고 있다고 이상한걸 느꼈지만.
준비는 금방 다 됐다.
"남은건 자유시간으로 써도 상관없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듣고 순간 방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하야마와 만날 확률리 높다고 느껴서 가능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려고 걷고 있으니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쪽으로향해 걸으니 깨끗한 강으로 나왔다.
"……좋아. 여기면 됐나"
"차가웟-!"
"꺅! 증말 코마치!"
PFP를 기동시키려던 순간 낯익은 MAX 목소리가 들려와서 그쪽을 쳐다보니 수영복을 입은 코마치와 유이가하마가 강 속에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슬슬 나에게 정적을 주지 않겠냐.
"아, 오빠다!"
"헤? 힛키?"
슬슬 장소를 옮기려고 하지만 순식간에 들켜버렸다.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준비하느라 더워졌으니까 물 쬐려고! 선생님이 수영복도 갖고 오라고 했으니까. 근데 어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그라비아 아이돌 바리케이트의 포즈를 잡으며 자, 자, 어때? 라는듯이 남국 트로피컬한 옐로우 수영복을 입은 귀여운 나를 전면에 과시하지만 나는 비웃어줬다.
"아- 귀엽다 귀여워. 욕정해버릴것 같아서 위험하네-"
"우와- 적당해라. 그럼 유이 언니는?"
"조, 좀 코마치!"
옅은 청색 비키니를 입은 유이가하마는 부끄러운듯 가슴 주위를 손으로 가리지만 그게 괜시리 매혹을 드러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탁 오지 않는다. 잠깐 우홋! 은 와지만.
"괜찮지 않냐. 나는 수영복은 잘 모르겠다만"
"고, 고마워"
뭘 부끄러워하는건지…….
"오? 오빠, 이거 뭐야?"
"아? 뭐가"
"이거"
코마치가 내민 손을 쳐다보려고 허리를 낮춘 순간, 뒤로 발차기를 먹고 몸이 앞으로 쓰러지는것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손을 돌려서 PFP가 내 손에서 떠나 공중으로 던져진다.
"PFP-!"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기 전에 한 발짝 세게 발을 앞으로 내밀어 PFP가 떨어지는 지점으로 손을 뻗으면서 뛰어들자 나는 강에빠져 물에 잠기지만 PFP는 무사히 캐치했다.
"이 자식들-!"
"도망쳐-!"
"와-!"
뒤를 돌아본 순간 히쭉거리는 얼굴로 하얀 비키니를 품위있게 입고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나 몰라 태도로 파레오를 입고 있는 유키노시타가 있지만 내가 뒤쫓은 순간, 히라츠카 선생님과 코마치, 유이가하마가 도망친다.
하지만 이쪽은 히키코모리・니트・오타쿠인 히키니쿠라서 쫓아갈 수 있을리도 없어서 결국 쫓는걸 포기하고 유키노시타가 있는 곳까지 돌아왔다.
"젠장, 저 녀석들"
"즐거워보이네"
"남일처럼 말하고 있네"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놀라면서 나를 쳐다본다.
"너도 저 안에 있잖아"
"…………그렇구나"
지금 그걸로 알았다……유키노시타는 어째선지 저 안에 스스로는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 닮아있지만 그건 비슷하면서 다른 것이며, 전혀 다르다.
나는 자신의 의사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거지만 이 녀석은 의사가 아니라 뭔가 다른 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뭐, 틀 안에 들어가나마나는 그 녀석이 결정하는것이지 내가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PFP를 하려고 생각한 순간, 시야 구석에 작은 신발이 보여서 고개를 들어보니 PFP를 손에 든 츠루미 루미가 내 옆에 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3화
"……하자"
"……좋아"
그렇게 말하자 루미는 옆에 앉아 PFP를 기동시킨다.
"갖고 온거냐. 왜 안했던건데"
"그치만 게임 금지구"
어이쿠야, 그건 내 탓이었지. 루미, 미안하다.
"뭐할래. 너 긴급 퀘스트 할거냐"
"……응"
통신집회소로 들어가자 루미루미라는플레이어가 쌍검을 매고 집회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플레이어의 앞에서 서서 O버튼을 누르자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가 표시된다.
호오. 여기까지 키운다는건 이 녀석도 숙련자 수준에 들어가긴 들어갔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아직 어설프다. 장비 수준은 MAX가 아니고, 능력치도 적당하게 배분됐다.
"……카미하치……거짓말"
"뭐가. 츠루미 루미"
"이, 이름이면 돼"
방금전까지 무뚝뚝한 말투는 어디론가 사라져, 어째선지 얌전하게, 나이에 어울리는 말투가 됐다.
잘 모르겠지만 뭐, 관계없나.
"루미, 너 뭘로 갈래"
"어, 어음 쌍검으로 갈까 해서"
"쌍검이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군. 이 긴급 퀘스트의 보스는 발밑을 공격하면 꽤 쓰러지고, 공격도 하기 쉽지만 그 만큼 상대의 공격도 당하기 쉬워. 뭐, 귀신화하면 관계없이 공격할 수 있지만 이 방어구 수준으로는 그 작전도 별로 추천할 수 없군……하는 수 없다. 이번에는 서포트로 할까"
그렇게 말하고 한번 집회소를 빠져나가 홈으로 돌아가, 솔져로부터 거너로 바꾸어서 모든 종류의 탄환을 MAX상태까지 아이템 BOX에 집어넣고 다시 한번 집회소로 향한다.
"…………이, 이 거너 장비는 전부 퀘스트를 거너로 최고난이도로 클리어했을때 받는거네"
"간단한데? 1개월만에 했어. 일단 퀘스트 받아"
"으, 응"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유키노시타에게 어깨를 툭툭 두드려진다.
"뭔데"
"……너, 자기가 해야할 일은"
"안 잊어……뭐, 보고 있어라"
그렇게말하고 화면에 퀘스트 모집이 표시되어, 참가한다를 누르지 자동적으로 퀘스트 화면으로 넘어간다.
"있잖아, 루미"
"뭔데……어음"
"하치만이면 돼"
"하치만"
"음. 너 말야……지금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데"
보스까지 가던 도중에 그렇게 말을 하지만 루미의 입에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채팅 기능을 사용해서 내 화면에 표시된다.
……아무래도 좋다……라. 아무래도 좋다면 지금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은 안 할거 아냐.
채팅 기능을 사용해서 루미에게 메세지를 보낸것과 동시에 보스가 있는 공간으로 침입해서 BGM이 장대한 것으로 바뀌어 보스의 포효가 들려온다.
"루미. 너는 회복을 신경쓰지 말고 공격만 해"
"으, 응"
루미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 서서 주변에 있는 송사리를 처리하고나서 보스에게 탄환을 꽂으면서 루미의 체력도 지켜본다.
루미의 체력이 반 정도 떨어졌을때 회복탄 레벨4를 두발 연사해서 쏘아주자 단번에 체력이 완전 회복은 아니지만 7할정도 까지 회복했다.
"괴, 굉장해"
"그대로 대미지를 신경쓰지 말고 공격해. 아, 하지만 제대로 공격은 피해라"
루미가 보스를 지근거리에서 공격하고, 내가 원거리에서 보스에게 탄환을 먹여간다.
루미의체력이 반 정도로 내려가려고 하면 회복탄을 쏘아서 회복시키고 보스가 날아오르려고 하면 날개를 중심으로 확산탄을 먹여서 지상에 떨어뜨린다.
힐끔 루미를 쳐다보니 처음 봤을때 우울한 표정이 아닌, 즐겁다는 감정을 얼굴 전체에 나타내는 미소를 짓고 있다.
………………유키노시타나 하야마는 이런 방법을 싫어하겠지만 이번에는 내 독단과 편견으로 간다.
보스의 움직임을 보고 바취탄을 몇발 연속으로 쏘아주자 보스의 움직임이 멈추고 감전한듯이 전기를 발생하면서 움찔움찔 경련한다.
"때려눕힌다"
"응!"
보스가 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는 틈에 들고 있는 탄환을 전부 소비하는 기세로 쏜다.
루미가 마지막 일격을 보스에게 박아넣은 순간, 앵글이 전체를 비추듯이 변하여 퀘스트 완료를 우리에게 알렸다.
"아자! 쓰러뜨렸어"
"표정표정"
"아, 치사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츠루미의 얼굴에는 웃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퀘스트가 종료하고 보수와 리절트 화면이 화면에 표시되고 그 몇초 후에 암전했다.
"후우……왠지 지쳤어"
"칵칵카. 이 정도로 지치다니 아직 애로구만"
"그보다 레벨도 장비도 MAX인 하치만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흥………그래서, 대답은 어떤데"
"…………어떻게든 하고 싶어"
툭툭 짜내듯이 말한 루미의 말 구석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젠 무리……다들 도와주지 않고, 선생님도 어떻게든 한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해주고"
그건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교실 선생님에게 가버리면 자신의 교실에 괴롭힘이 있다는게 들켜버린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생각하거나 모른다는 챗바퀴를 할 뿐이다. 뭐, 무리하게 파고들어서 휘젓는 바보같은 선생님과 비교하면 훨씬 낫지만.
"우리가 그 괴롭힘을 없애는건 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자 루미의 슬픈 표정이 한층 더 증폭하여 얼굴을 숙인다.
"……하지만 네가 괴롭힘을 없애는건 할 수 있지"
"어?"
"도망치면 돼. 게임으로"
그렇게 말하자 지금까지 입다물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지만 이쪽에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어. 도망치는것도……모두가 죄다, 괴롭힘을 이길만큼 강하지 않아. 게임으로 도망쳐서 거기에 몰두해서 그 녀석들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면 자연스럽게 사라져. 출처는 나"
게임으로 도망치는데 저항감이 있는건지 루미는 고개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괴롭힘은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야……스스로 어떻게 하는 수 밖에 없어"
"으으읏…………"
"나는 게임으로 도망쳤다……루미, 너는 어떡할건데. 참고로 정면으로 부딪쳤을 경우에는 저녀석이 된다"
"나는…………"
루미는 유키노시타와 나를 교대로 보면서 생각한다.
다음 행동에 따라서 인생 그 자체가 크게 변한다고 해도 좋다. 게임으로 도망치면 나처럼 되고, 무슨 일이든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면 유키노시타처럼 된다. 완성예상도는 이미 눈 앞에 있다.
남은건 그 한 쪽을 손에 넣는가다. 그걸 결정하는건 우리가 아니다. 루미다.
"나는…………"
루미는 내 손에 살짝 손을 뻗고, 그리고 조금만 더 뻗으면 잡을 수 있지만 거기서 손을 멈췄다.
"…………하치만. 나…………도망 안 쳐"
"…………"
"도망치지 않고 모두와 얘기할래. 스스로 어떻게든 할게. 왜냐면……스스로 어떻게든 하는 수 밖에 없잖아?"
"…………그런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어. 유키노시타 선생님한테 상대를 논파하는 기술이라도 가르쳐달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 PFP로 시선을 떨구자 내 옆에서 루미는 사라지고 유키노시타에게 향한다.
조금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강가에서 둘이서 앉아서 얘기를 시작해서 나는 갖고왔던 이어폰을 PFP에 꽂고 주위의 소리를 차단한다.
괴롭힘은 없앨수는 없다. 인간이 인간인 이상, 다툼이 사라지지 않는거랑 마찬가지로 인간이 인간은 그만두지 않는한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마주쳤을때 그 녀석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부 인간이 손을 대선 안 된다. 이건 철칙이다. 손을 대는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조언을 한다.
괴롭힘은 당사자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는 일은 없다……영원히. 만약 당사자가 도망을 선택했다면 등교거부나 히키코모리가 되고, 도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루미처럼 된다.
나는 전자를 택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됐다…………나에게는 강함이 없었다.
그때, 시야에 두 신발이 보여서 고개를 들었다.
"끝났어…………지금부터 가는 모양이야"
"그런가…………뭐, 힘내라"
그렇게 말하면서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내 손을 가볍게 쳐내고 천천히, 하지만 굳게 걸어간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간다.
아무래도 이미 휴식시간에 들어갔는지 게스트 하우스 앞에 루미의 조가 있었다.
우리는 멀찌감찌서 쳐다보면서 루미네가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가는걸 확인하고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가지만 문득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너, 그 차림으로 되겠냐"
"어머, 파레오는 묶는 위치를 바꾸면 원피스로도 쓸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매듭을 느슨하게 풀어 위치를 높게 잡고 한번 더 묶으니 어깨를 조금 크게 드러낸 원피스가 됐다.
파레오, 진짜 쩌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가자 식당에 루미네 모습을 쳐다보고 문에 들러붙어서 안에서 하는 대화를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
"무슨 일? 우리 아직 놀고 싶은데"
"그치~. 루미는 혼자라도 되잖아.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저기말야. 왜 나를 괴롭히는데"
결심하고 루미가 그렇게 말하자 생각지 못한 반격에 멤버는 놀라지만 바로 평정을 되찾는다.
"하아? 딱히 괴롭히지 않았잖아. 놀이야 놀이. 그치?"
"응. 놀이야 놀이"
"……필통을 버리거나 실내화를 버리는게 놀이야? 히토미의 실내화가 사라졌을때, 다같이 범인을 찾아도 범인을 말로 심하다고 말했잖아. 너희도 그 범인이랑 똑같아"
……어째선지 루미의 논파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유키노시타로 보여서 견딜 수 없다.
"그거랑 이건"
"다르지 않아. 똑같아. 내 필통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을때 웃었지"
"그, 그치만 루미가 따돌렸으니까"
"그래……그럼 다 똑같네. 모두 다 따돌렸는걸. 나도 나쁘고 모두 다 나빠……그럼 나일때만 괴롭혀? 너네였을때는 금방 그쳤으면서"
루미의 정확한 지적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멤버는 아래를 쳐다본다.
진짜로 유키노시타의 논파술 쩝니다.
"다 같이 선생님한테 사과하러 가자. 따돌려서 죄송합니다라고"
루미가 그렇게 말하자 멤버들의 표정이 얼어붙고 어깨를 움찔거린다.
이미 정신적이 성장이 시작됐다고는 해도 아직 초등학생인 그녀들에게 있어선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귀신처럼 무서운 존재인 모양이다.
"그리고 따돌린 애들을 같이 사과하러 가자. 나도 너희랑 마찬가지로 잘못했으니까"
"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루미. 이런건 단순한 놀이잖아. 뭘 정색하는거야?"
허세를 부리지만 아무리 봐도 그 얼굴에는 공포의 색이 보인다.
"놀이라면 남의 물건을 막 버려도 돼? 남의 실내화를 숨겨도 돼?"
"이, 이제 가자 얘들아!"
한 명의 목소리에 죄다 출구로 뛰어가서 우리는 모퉁이에 모습을 감추고, 그 녀석들이 사라진걸 확인하고나서 교실로 들어가자 루미가 남아있었다.
"잘 했어"
"네 논파술 나한테도 가르쳐줘"
"싫어. 너한테 가르쳐주면 좋지 않은데 악용할거잖니"
우와오. 범죄자 예비군 감사합니다!
"…………하치만"
내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하니 루미는 나를 껴안았다.
"어, 어이………"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루미의 어깨가 잘게 떨고 있는게 보여서 떼어놓으려고 해도 놓지 못하고, 루미가 진정할때까지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줬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4화
담력시험……그건 산에 캠프하러 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발생하는 행사이며, 흔들다리 효과로 인해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고 착각시키는 어리석은 행사다.
그 어리석은 행사의 준비를 위해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된 코스의 사전준비를 하러 가서, 어디에 귀신을 배치할지 등을 정하고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 담력시험 의상을 가질러 대기장소를 겸한곳으로 향한다.
"저기 힛키"
"응?"
"루미랑 무슨 얘기 했어?"
……정말로 이 녀석은 분위기를 읽는게 특기인가? 아니, 하지만 이것도 좋은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루미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걸 실행한것 뿐이야"
"헤에~……실행?"
"실행. 괴롭힘은 해결했다……아마도"
그렇게 말하자 나와 유키노시타를 제외한 모두의 놀라운 시선을 받는다.
그, 그렇게 나를 보지마……헤드 샷 피하고 싶어지잖아.
"뭘 한거야"
하야마의 씁쓸한 목소리가 울린다.
"딱히. 루미에게 선택지를 줘서 그걸 실행시킨것 뿐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한건 너잖아"
미우라가 성가신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말한다.
"뭐, 뭐어. 안에 들어가서 휘젓지 말라는거야"
"그걸로 해결했다는거야? 너도 기고만장해졌잖아"
"안 했어. 애시당초 외부 인간이 파고들어서 휘저으니까 안 되는거야. 우리 외부 인간이 해야할건 휘젓는게 아니야. 이 문제는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아. 그러니까 그걸 보조한 것뿐이야. 해결한건 내가 아니라 루미다. 그 녀석의 의사로, 그 녀석의 행동으로 해결했어"
"그러니까"
"유미코. 이제 됐어"
"하야토……"
"먼저 가줘"
그렇게 말하고 다른 녀석들을 먼저 보내고나서 내 옆으로 온다.
"…………어제는 미안했어"
"……왜 네가 사과하는건데. 딱봐도 그건 내가 도발한게 나쁜거잖아"
"아니, 네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 했어……옛날 얘기를 좀 해도 될까"
"싫다고 해도 할거 아냐"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옛날에 괴롭힘이 있었어. 나는 그걸 내버려두지 못해서 중재하러 나섰지. 그래서 화해해서 해결했다고 생각했어……하지만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았어. 이번에는 훨씬 더 심해졌지…………이번에야말로 그렇게는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지금 생각하면 네 말대로, 나는 영웅인척 하고 있던걸지도 몰라"
자조적으로 웃는 하야마가 말하는 상대는 아마 유키노시타겠지……하야마는 아직도 품고 있군. 그때 해결 못했던걸, 유키노시타를 구해주지 못했던걸. 그러니까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고 싶었다.
"딱히 네가 말한 해결방법은 잘못되지 않았으니 그게 제일이겠지…………그저 피해자의 시선이 없었던 것뿐이지만 너는 잘못되지 않았잖아. 저번 일도 있었던 탓에 현실보다도 이상이 지나치게 앞선것 뿐이야. 내 경우는 이상보다도 현실이 앞섰지만"
어느쪽이냐고 하면 모든것에 있어서 게임이 앞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럴려나…………만약 네가 나랑 같은 초등학교에 있었으면 달랐을지도"
"하아? 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히키니쿠 자식이 한 명 늘어날 뿐이잖아"
"그럴려나"
"그런거다. 단언해도 좋아"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대기장소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니 대량의 박스가 놓여있는것과 동시에 핑크색이랑 힁색, 검은색 등의 천이……하아?
"히, 힛키 바보오오오오오오오!"
"크허억!"
여러가지 물건이 던져지고, 마지막으로 왕관같은것을 맞아 미간에 묵직한 통증과 함께 어째선지 있었던 라켓까지 얻어맞고 나는 쓰러졌다.
하야마가 황급히 문을 닫는다.
"어, 어째서 나만……이, 이게 리얼충과 히키니쿠의……취급 차이인가"
"하, 하하하"
하야마는 내 한마디에 경직된 미소를 지으면서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참고로 미우라의 새까만 속옷은 꽤나 에로했습니다……나중에 풍평피해 입지 않으면 좋겠는데.
비틀비틀 맞은곳을 문지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문이 열리고 유이가하마의 시선과 함께 들어오라는 신호가 나와서 안으로 들어가지만, 여기는 북극이냐 싶을 정도로 공기가 차가웠다.
"어머, 늦었구나. 변태가야"
"잠깐만. 나는 나쁘지 않아. 문 앞에 누군가를 세우지 않았던 너희들의 책임이다"
"어머, 책임전가? 보통은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게 아니니?"
"""맞아 맞아!"""
유이가하마는 그렇다치고 왜 미우라까지 유키노시타에게 동조하는거야. 그보다 코마치, 너는 내 동생인 주제에 나를 비판하는구나.
흥! 이런데서 질 내가 아니지!
"어이어이. 나는 늦게 왔다고? 그쪽이 옷을 갈아입는다는걸 알 도리가 없잖아. 따라서 나에게 책임은 없다!"
"훗, 유치한 생각이네. 그럼 너는 불이 켜져있고 문이 잠기지 않은 화장실에도 노크하지 않고 들어간다고 하는거니?"
"""변태변태!"""
"크흑! 그, 그거랑 이건 얘기가"
"똑같아. 불이 켜져있고 문이 잠기지 않았다. 같은 상황이잖니"
"""맞아 맞아!"""
지, 진정해라 히키가야 하치만! 뭔가! 뭔가 돌파구를 찾아내는거다!
필사적으로 머리로 생각하고 있으니, 나는 최강의 무기를 발견했다.
"그럼 물으마! 왜 너희는 다른데서 옷을 갈아입지 않은거야?"
"그 소리는?"
"남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방을 따로 찾아야 했을거야. 남자가 모두 모여있다면 남자를 쫓아내면 되지만 사정을 모르고 늦게 온 녀석은 어쩔 수 없지 않냐?"
유키노시타는 돌파구를 잃어버렸는지 분하다는듯이 입술을 깨문다.
훗. 이걸로 겨우 유키노시타와 대등한 상황까지 갖고 왔다……자아, 끝장을 낼까!
"…………히키타니"
"뭔데, 지금 좋은 참이야"
"아니……되게 말하기 힘들지만……"
"그러니까…………"
하야마의 끈질긴 물음에 나는 화내면서 뒤를 돌아보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하야마가 남자 금제라고 크게 쓰여진 팻말을 나에게 보여주듯이 들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하야마의 눈에는 나의 뭉크의 절규같은 얼굴이 비쳤을 것이다.
"그, 그게……쓰러진 상태로 벽에 기대져 있었어. 얘기하면서 들어왔으니까 눈치 못 챈걸거야"
"자아……변태가야"
모든것을 얼려버리는 이터널 블리자드를 전신에 두르면서 나는 빙글 돌아보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은 유키노시타가 서 있었다.
『엎드려 빌기 or UPDDURYOBILGI or 도망친다』
내 눈앞에 선택지가 나타난다.
……훗. 그런건 뻔하잖아.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엎드려빌기 하는게 뻔하잖아.
오후 8시, 어두워져서 담력시험이 개최되었다.
설녀, 마법사, 괴물고양이……담력시험에 이건 어떨까 생각할 수준의 의상이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에겐 효과는 있는지 의외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코스는 일직선이라는 간단한 코스에 골인 지점에는 기상관측 상자를 개조해서 사당과 닮은 박스에 부적을 두고, 그걸 갖고와서 골인점으로 오면 종료라는 흐름이다.
참고로 나는 아무 변장을 안 했다. 어째서냐고? 간단하지……벌게임이다. 여자 회의를 통해서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재판장으로, 변호인을 미우라, 검사를 유이가하마로 한 재판에서 나의 유죄는 몇초만에 확정되고 아무 변장도 하지 않고 초등학생을 위협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하아……최악이다"
"우, 우와아아아아! 좀비아아아아아!"
"하아?"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진심으로 겁에 질린 표정의 초등학생 남자 못브이 보여서 이쪽을 쳐다보면서 골인지점인 사당으로 향해 부적을 집어들고 쏜살같이 도망간다.
……어, 어라 어째설까. 눈물이 흘러나와.
"조금 반성 했니, 변태가야"
"네. 엄청 반성했습니다"
"그래……저 조를 마지막으로 끝이야"
유키노시타와 나의 대기위치는 가깝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끔 말을 걸어온다.
"그나저나 너 기모노 어울리네"
"그럴려나"
유키노시타가 입고 있는건 하얀 기모노지만 멀리서 보면 설녀로도 안 보이는건 아니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차분함과 길고 예쁜 흑발에 맞춰 쿨뷰티로 보인다. 와풍미인이다, 와풍미인.
그때, 스마트폰이 주머니에서 부들부들 진동해서 화면을 확인하니 코마치한테 메일로 종료라고 쓰여진 간결한 메일이 보내졌다.
"츠루미, 결국 고립한 상태였지만 적어도 상대는 손을 대는걸 망설이는 모양이야"
"그야 그렇겠지. 지금까지 감춰온 약점을 선생님한테 말한다는 수단으로 움켜쥐었으니까. 손을 대려고 해도 댈 수 없겠지. 언제 일러질지 모르니까. 야, 수업료 낼테니까 그 논파술 나한테 가르쳐줘"
"싫어"
"체엣. 돌아갈까"
"그래……그런데 히키가야"
"뭔데"
"……어디였니"
……일직선 길에서 헤멜 수준까지 오면 존경스럽다.
"어느쪽이냐니 이쪽이잖아"
사당이 있는 방향하고는 반대방향을 가리키며 유키노시타와 함께 걸어간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누군가와 마주치기는커녕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주위 경치가 변하지 않았다.
이, 이상한데……이쪽이 맞을텐데.
"저, 저기"
조금 겁에 질린 음성으로 유키노시타는 내 허리부분을 잡는다.
"뭐, 뭐어 기다려. 진정해. 여기에 문명의 이기・스마트폰이 있어. 이걸로……어라?"
전원을 켜서 코마치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지만 방금전까지 적어도 하나는 있었던 전파 세기가 0을 가리키며 권외라는 두 문자가 표시되어 있다.
이상한데……라고할까 글자 다르잖아. 방금전까지 평범하게 연결됐던 곳에서 권외라는건 이상하잖아.
"유키노시타, 너 휴대폰은"
"두고 왔어. 주머니가 없는걸"
"…………길을 잃은걸지도 몰라"
일직선 길에서 길을 잃은 나와 유키노시타는 그냥 최악의 수준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으읏!"
"뭐, 뭐야. 단순한 바람이잖아"
바람이 세게 불어, 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난 순간, 유키노시타는 어깨를 크게 떨며 허리춤을 잡고 있던 손을 내 팔부근까지 와서 놓지 않겠다며 붙잡았다.
나도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솔직히 조금 무섭다. 집안에서 이상한 사건이라면 무슨 착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자연속에 있는 산속에서 어두컴컴한 상태에 놓이면 무섭다고.
"이, 있잖아"
"뭔데"
"그 방향으로 가니까 루프한것처럼 보인게 아닐까"
"……설마 너, 반대방향으로 가라고"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한쪽 방향으로 가서 루프한다면 반대 방향으로 가서 로프에서 벗어날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거대로 위험성이 오를법한 느낌도 들지만 지금 상황으로 가도 소용이 없어서 반대방향을 향해 걸어간다.
"히키가야. 놓으면 화낼거야"
"저, 저기 놓기는커녕 잡지도 않았는데요"
그 이래로 계속 내 팔은 유키노시타의 작은 손에 잡힌 상태다.
"얘, 저건"
유키노시타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전방에 사전준비하러 갔을때 발견한 작은 사당이 보였다.
"분명히 사당 앞에 토사재해가 일어나기 쉬운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산쥬미에켄 미야가와 마을 이야기야. 지장보살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지만
"…………아무튼 닫아둘까"
작은 여닫이 문을 닫고 뒤를 돌아본 순간.
"으으으으읏으읏!"
"히야아아! 아, 놀래라"
우리의 눈과 코앞 거리에 하얀 기모노가 둥 떠있어서, 유키노시타는 충격받은 나머지 풀썩 주저앉아버리고, 나도 소리 지를뻔했지만 기모노의 띠로 고정되듯 풍선같은게 들어가있는게 보였다.
"히, 히키……히키가야"
"시, 심장에 너무 나쁘잖냐. 아마 풍선에 헬륨 가스를 넣어서 기모노를 입혀서 띠로 고정한거겠지"
이과가 질색인 나라도 역시 알고 있다. 헬륨은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기체다. 그러니까 풍선에 넣으면 부풀어오르고 둥둥 하늘을 떠오른다.
죽는줄 알았네……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런걸 설치해두면 초등학생이라면 운다고. 에라"
회중전등으로 가볍게 툭 찌르자 기모노를 입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라, 내가 찌른 방향으로 사라져간다.
"하아……일단 갈까"
걸어가려던 순간, 유키노시타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뭐, 뭔데"
"………………"
"……너 설마"
그렇게 말하자 회중전등에 비추어진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씁쓸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마 방금전의 풍선때문에 놀라서 힘이 빠진걸테지……역시 유키노시타도 여자애구만.
곰곰히 생각하면서 유키노시타를 업고 걸어간다.
"히키가야. 이상한 곳을 만지면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말해서 경찰에 넘길거야"
"안 만져……메일인가. 미안 유키노시타, 봐줘"
"그래……코마치한테 왔어……고마워라고 쓰여있는데"
"하아?"
유키노시타가 내 앞에 스마트폰을 이동시켜서 화면을 쳐다보니 정말로 고마워라는 세 글자만 쓰여있다.
고마워라니 나 그 녀석에게 그런 소리 들을만한거라도 했나? 오히려 막말한것 밖에 안한것 같은데……하지만 왜 그런걸 설치해둔거야. 설치는 우리가 가장해서 놀래키는것 밖에 안 들었는데……하지만 기모노가 있으니까 역시 비밀 설치같은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전방에 불이 피어오른게 보이고, 그걸 중심으로 초등학생들이 원을 그리고 있는게 보였다.
"도착했군"
"그래. 그나저나 신기한 경험이었어. 이제 됐어"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를 내려주는것과 동시에 코마치네가 달려왔다.
"증말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늦어요-! 걱정했다니까요~"
"미안……그런데 너, 뭐가 고마워인데"
"호에? 무슨 소리야?"
"아니, 뭐냐니 이거말야"
그렇게 말하며 코마치한테 온 메일을 보여주지만 코마치의 표정은 곱지 않다.
"코마치, 이런 메일 안 보냈어"
"하아? 확실히 코마치라고"
……잠깐만………분명히 준비되었던 도구 중에…………헬륨 가스가 있었나? 애시당초 풍선같은게 있었던가?
"오빠야?"
"아, 아, 아니……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 일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5화
등골이 얼어붙는건 물론 전신이 얼어붙은 호러 사건에서 10분후, 피로회라는 이름의 불꽃놀이 대회가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토베는 바보처럼 어디의 불량처럼 손가락으로 불꽃을 몇개 집어들고 "터져라!"거리고 있고, 하야마는 하야마대로 미우라랑 함께 선향불꽃을 하고 있고, 에비나는 아까부터 희번득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고.
그런 나는 PFP를 하고 있다. 참고로 1대째는 충전이 다해서 지금은 2대째다.
"히키가야"
"히라츠카 선생님……수고하십니다"
"음……어제일 말인데"
"……왠지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니, 상관없다. 그 후에 하야마하고 어떻게 됐느냐"
"뭐, 그럭저럭이네요"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조금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뭐, 정말로 그럭저럭이겠지. 사이가 좋아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빠졌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 문제는 해결한거냐"
그 문제……루미 일이겠지.
"어떠려나요……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빠져나온거 아님까?"
"그런가…………그럼"
말할 내용이 사라져버렸는지 선생님은 내 곁을 떠나 가버렸다.
루미는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훌륭하게 이겼다. 이 이상 상황이 악화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정말로 수습이 될까……아니, 수습되겠지. 어쨌든 루미는 나하고 달리 강하니까. 나는 게임이라는 낙원으로 도망치고 현실이 사라지는걸 기다렸다. 유키노시타와 루미, 그리고 나 사이에 있는 차이는 그거다. 정면으로 맞서, 승리했다는것과 뒤로 도망쳐 패배했다는 것. 여기서부터 루미는 나하고 달리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히키가야"
"어"
돌아보니 이미 옷을 갈아입은 유키노시타가 서 있었다.
"……이번에 너는 누구보다도 봉사부의 정신을 발휘해구나"
"그럴려나……나도 봉사부에 너무 있어서 독이 든거 아니냐"
"오히려 정화됐다고 하는 편이 좋지 않겠니"
"어이어이, 원래는 독들었다는 말이구만"
"어머. 독 그 자체잖니"
어익후. 큰거 한방 먹었네……독 그 자체를 정화할 수 있는 그 환경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건 나 뿐인가.
"힛키! 유키농! 불꽃놀이 하자-!"
큰소리를 지르면서 유이가하마가 불꽃놀이 세트랑 바구니와 불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와서 내 눈앞에 세트를 두고 미소를 지으면서 불꽃놀이를 건냈다.
나는 PFP를 중단시키고 불꽃놀이에 불을 붙였다.
"자, 유키농도"
"……그래"
드물게도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의 제안을 받들고 불꽃놀이를 손에 들어 불을 붙였다.
"즐거웠지! 다음에는 셋이서 어디 가자!"
"나는 됐어. 게임하고 싶어"
"에에~. 즐거운데. 유키농은"
"나도 이제 됐어"
"유키농까지~"
하지만 나는 어느샌가, 이런 상황이 다시 찾아오는걸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대하고 있었다.
귀가깃 차 안은 전멸하고 있었다.
준비 등 몸을 움직였던 뒷좌석에 앉아있는 녀석들은 전멸하고, 나도 꾸벅꾸벅거렸지만 어떻게든 눈을 뜨고 게임에 집중한다.
"……조금 자는건 어떠냐"
"괜찮아요. 조, 조금만 더"
거기까지 말하고서 내 의식은 소멸했다.
덜컹덜컹 몸이 크게 흔들려지는 감각을 느끼고 눈을 떠서 창밖을 보니 소부고등학교 교정이 보였다.
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공기를 느껴서 잠이 깬것도 있어서 기분은 최악이다.
각자 기지개를 펴거나 하면서 지금까지의 피로를 풀고 있다.
"다들 수고했다. 집에 돌아갈때까지가 합숙이다"
우쭐댄 표정인건계속 말하고 싶었던걸 말했으니까 그런건가.
"오빠는 어떡할래?"
"치바선이랑 버스로 집에 가자. 왠지 지쳤다"
"네넹! 유키노 언니도 어때요?"
"……그래. 중간까지는"
"나랑 사이는 버스로 갈까나"
그런고로 각자 다른 방법으로 귀가에 이르려고 작별 인사를 하려던 순간, 스윽, 조용하게 검은 하이어가 우리의 눈 앞에 멈춰섰다.
왼쪽 핸들 운전석에는 회색 머리카락의 댄디한 초로의 남성이 타고 있고, 한번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익숙한 손짓으로 문 손잡이를 열자 한여름인데 어째선지 봄날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분것 같다.
"안녕~, 유키노"
"언니"
"엥? 어, 언니? 유키농의?"
새하얀 서머 드레스를 입고 그 표정은 세상 남성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는 멋진 미소를 짓고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친언니인 하루노 씨가 차에서 내렸다.
"유키노도 참 여름방학이 되어도 돌아오질 않으니까 걱정되서 마중나왔다구☆"
어이어이, 왜 유키노시타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건데. 혹시 도청기라도 쓴거야? 하지만 이 사람이라면 그럴지도 모르니까 무섭네.
"오? 오오? 새 캐릭터네~"
그렇게 말하면서 하루노 씨는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 히키가야의 여친?"
"아, 아니에요! 힛키의 반 친구인 유이가하마 유이에요!"
"뭐어야~ 놀래라-! 순전히 여친인줄 알았잖아-! 유키노의 언니인 유키노시타 하루노에요. 잘 부탁해. 아, 얘는 유키노꺼다? 손을 대면 언니 화낼거야"
반짝! 별이라도 떠오른듯한 윙크에 역시 유이가하마도 허둥댄다.
"하루노. 그쯤 해둬라"
"시즈카짱 오랜만!"
"그 호칭은 그만해"
"아는 사이인가요?"
"제자다. 너희들과 엇갈리고 졸업했지"
토츠카의 질문에 선생님은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말한다.
이 사람도 선생님의 고민 종류였던거겠지……뭐, 날뛰었던거겠지.
"그럼 갈까, 유키노. 엄마도 기다리고 있어"
그 단어에 유키노시타는 움찔 반응하고 마지못해 걷기 시작했다.
"아. 유키노시타"
그녀를 부르고 뒤돌아볼때 가방에 잠자고 있던 판다 판씨를 던졌다.
"……이건"
"얼마전에 뽑은거. 나 필요없으니까"
"……이미 갖고 있는건데"
"뭐, 뭐라……고"
"……하지만 고맙게 받아둘게. 학교에서 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가타고 하루노 씨가 올라타자 차는 또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우리들로부터 멀어지듯이 일정 속도로 달리다 모퉁이에서 사라졌다.
"저기, 힛키……저 차는"
"검은색 하이어는 썩을만큼 있잖아. 돌아가자"
실은 눈치채고 있었다……저 차도. 나는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는 않는다. 그날, 그때……유이가하마의 개를 구했을때 그 차다.
하지만 그런건 관계없다…………그 사고는 단순한 사고니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6화
――――이걸로 여러분도 몬헌 숙련자다!――――
몬헌――――그건 대히트를 계속하는 몬스터헌트 게임이며, 적은 공룡에서 괴조, 거기다 기분 나쁜 박각시나방이랑 귀여운 요정, 그리고 전설의 생물들.
내 앞에 서는 몬스터는 모두 쓰러뜨린다.
하지만 다 클리어하지 못해서 곤란해하는 몬스터가 있지? 그래! 가메고지기도모스키류야!
이 녀석의 AI는 외우기에는 좀 많다. 하지만 기합을 넣으면 외울 수 이어! 게다가 이상하게도 공부도 외울 수 있고! 해냈네! 자, 이 가메고지기도모스키류를 쓰러뜨리려면 어쩌면 좋을까.
우선 레벨・스테이터스를 전부 MAX 찍고 방어구와 태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적 AI를 외웁니다.
남은건 간단. 그 AI에 따라 적의 공격을 간파하고 베고베고 마구 벤다. 이걸로 여러분도 다들 숙련자!
"이런거냐. 가능하면 확률 같은것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중학생이니까 됐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노트북 엔터키를 탁탁 누르고 Word를 구사해서 만든 자유연구를 보존하고 프린터로 정보를 보낸다. 그러자 그 정보를 받은 프린터가 움직이고 미리 세팅된 용지가 빨려들어간다.
후우. 동영상 참조는건 내 전용 보존 파일에서 끌어오면 되니까 간단했지만, 그걸 설명하는게 꽤 어려웠지.
이 멋진 자유 연구가 가능한것도 Word와 Exel 자격증을 땄기 떄문이지……잘 생각해보면 히키코모리・오타쿠・니트인 히키니쿠 자식인 나, 꽤 스펙 높네.
"코마치~. 다 됐어"
복사된 자유연구 용지를 한되 모아 호치키스로 펀치로 묶고 파일에 넣어서 코마치를 부르자 평소대로 속옷위에 내 남은 T셔츠를 입은 뿐인 마이시스터 코마치가 거실로 들어온다.
"과연 오빠!역시 컴퓨터 작업은 오빠가 최강이네!"
"훗. 이걸로 게임 제작 회사에 들어갈까 생각하는 나다. 이 정도는 어렵지도 않아"
라고해도 두 자격증을 따는데 년 단위로 시간이 걸렸지만 말야. 거봐, 나는 매일 바쁘잖아?
"오빠는 말야, 쓸데없이 스펙은 높으니까 공부하면 될텐데"
"하아? 스펙이 높은건 게임이랑 관계있는 것뿐이야. 물리랑 화학같은건 비참한 숫자잖아. 수학에 관해서도 확률 분야 제외는 망이잖아"
"그치만 문과 과목은 전과목 만점이잖아"
"문과교과는 암기 게임이야. 특히 영어.사회는 말이지"
영어는 단어와 구문.문법을 완벽하게암기하면 왠지 모르지만 점수를 딸 수 있게 되고, 사회에 관해서는 게임에 빠진 이래로 만점 말고 딴 적이 없다.
덕분에 중학교 시절에는 사회 평가는 꽤 최고 랭크다. 뭐, 영어는 쓸 수 있지만 발할 수 없으니까 OC는 늘 점수가 미묘하지만. 그리고 리스닝도 미묘해. 읽은 몫을 기억해도 못알아들으면 의미가 없고.
"정말로 왜 그렇게까지 게임에 특화한거지. 코마치도 했는데"
"하아? 스테이터스 분배・레벨업・경험치 효율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 플레이가 게임을 했다고? 훗. 내 기준으로 보면 실소가 나온다. 알겠어? 게임이란건 말이야"
"아, 손님이야~"
내가 게임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려던 순간, 손님을 알리는 인터폰이 울려퍼지고 코마치는 기회라는듯이 거실에서 나가 1층 현관으로 향한다.
나는 기막혀하며 한숨을 내쉬고 PF3를 기동시킨다.
그때, 미독의 메일이 표시되어 있는걸 깨닫고 메일 화면을 열어보니 동시에 표시된 송신자의 이름을 보고 순간 놀랬다.
"루미루미…………이건 분명히"
츠루미 루미겠지. 여름 합숙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애. 하지만 그녀석 PFP밖에 안 갖고 있지않았나?
"하치만에게……나도 PF3을 샀습니다. 우연히 발견했으니까 메일을 보내므로 보면 답신주세요……왜 그 녀석 내가 플레이 하는 게임을 하는거야. 그보다 대개가 15금 이상뿐인데……뭐, 아버지꺼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루미루미에게 메일 답신을 잽싸게 끝내고 태고의 달인 디스크를 세팅해서 기동시키자 낯익은 화면으로 들어가 음악을 선택하고 가장 어려운 모드로 치바 2000이라는 치바현에 사는 사람에게만 배포도니 오리지널 곡을 고른다.
인터넷 부근에서는 어렵다 어렵다고 일컫지만 내 기준으로는 눈을 가려도 할 수 있다. 패턴이 변하는것도 없고 특수한 패턴도 필요한게 아니다. 뭐 도중에 속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면 쉽다.
그때,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차피 코마치가 들어온것 뿐이라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컨트롤러를 조작해간다.
"코마치~. 차 줘"
하지만 코마치의 대답은 없다.
"코마치 무시하네……"
"야, 얏하로-"
마침 노래가 끝나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옷을 갈아입은 코마치와 캐리어백을 안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명백하게 식겁하고 있다.
"뭐, 뭐어 앉아주세요. 유이 언니"
"으, 응"
일단 나는 못봤던걸로 하고 앞을 돌아봐 노래 선택을 하려고 한 순간, 팔을 핥아지는 듯한 감촉이 나지만 어차피 카마쿠라일거라고 생각해서 화면을 보면서 왼손으로 쉭쉭 쫓아내지만 내 다리로 이동해왔는지 내 발을 건드려서 간지럽다.
"뭐야 카마…………너, 너는 어느틈에 개로 변신한거야"
"오빠야, 유이 언니네 사브레야"
"사브레에? 아, 왕냥쇼때 나한테 왔던 개인가"
그러고보니 이런 개가 내 발밑에 와서 배를 까뒤집었지…… 지금도 나한테 배를 뒤집고 놀아줬으면 싶은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데……그보다 왜 우리 집에 이 녀석이 풀어져있는거야?
"왜 유이가마네 개가 우리집에 있는건데"
"미, 미안해 힛키. 실은 지금부터 가족 여행 가거든"
가족여행이라……그리운 단어를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행보다도 게임에 빠진 나였지만 찔끔찔끔 가기는 했지만 중학생이 되고나서 게임에 너무 폭 빠져들어서 중학생부터는 가족여행에는 일절 가지 않았다.
왜냐고 하면……거기에 게임이 있으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왜 우리집에 이 녀석이 있는데"
역시 번거롭게 해서 목덜미를 잡아다 내 다리에서 떼어놓지만 『학학학』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내 발밑에 쉭쉭 다가와서 배를 보여주므로 손으로 벅벅 긁어주자 어지간히도 기뻤는지 기분 좋다는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여행가는 동안만이라도 좋으니까 사브레를 맡아줬으면 싶달까나-"
유이가하마는 살짝 올려다보며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훗. 다른 남자라면 그걸로 순살일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게임으로 되어 있는 나에게 그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유이가하마와 대화하면서 사이타마 2000 귀신 모드를 노미스로 하고 있으니까.
"굳이 우리 집에 오지마. 애완동물 호텔이나 미우라나 에비나한테 가서 맡겨"
요즘은 일본에도 애완동물은 파트너라는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애완동물 호텔 같은것도 옛날과 비교하면 충실하게 되어 있고, 유이가하마는 나와 달리 친구도 많다. 그런데 왜 우리 집에 온걸까.
"유미코도 히나도 애완동물을 길러본적이 없어서 말야. 거기다 이 계절이니까 애완동물 호텔도 모두 가득 차서 맡길 수가 없어. 처음에는 유키농한테 부탁할까 생각했지만 왠지 친가로 돌아간것 같아서 바쁜 모양이라서 메일이나 답신도 늦어"
유키노시타랑 누구보다도 교류가 깊은 유이가하마 마저 못 만난다면 내가 그 녀석을 만나는 일은 없다.
합숙때 느낀 유키노시타의 한 발짝 물러난듯한 방식……합숙 중에는 몰랬지만 합숙 마지막날, 해산장소에서 봤던 그 검은색 하이어를 보고 조금 깨달은것이 있다.
뭐, 유키노시타가 품고 있는 기분은 내가 알리도 없다……거기다 남에게 파고드는걸 싫어하는 내가 남을 파고들려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대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나 저질러버린걸까……"
분위기를 읽는걸로 교실 내정치를 살아온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의 한발짝 물러난듯한 방식을 눈치 못챌리가 없다. 오히려 이 녀석이 제일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일단 이 녀석은 맡아줄테니까 여행 갔다와"
"미안해 힛키. 선물 사올게"
"기대하지 않고 기다려주마"
"거기는 기대해줘……그럼 부탁할게"
사브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나서 코마치랑 같이 유이가하마는 거실에서 나갔다.
남아있는건 내 다리를 침대처럼 누워있는 사브레와 게임을 하고 있는 나뿐이었다.
………왜 이 녀석은 나를 이렇게나 친숙하게 따르는걸까.
마음속으로 조금 기막혀하면서 사브레를 발밑에서 치우려고 하지만 마치 놀아주라는 듯이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내 주위를 돌아다닌다.
………이 녀석이 있으면 케이블이 뽑힐것 같아서 무서워.
이런 불안을 품었으므로 PF3을 멈추고 옆에 세팅해둔 PFP로 바꿔서 소파에 누워서 PFP를 하려고 하지만 내 배위로 사브레가 올라탄다.
"카마쿠라……아니 뭐냐 그 눈은"
카마쿠라를 놀이 상대로 해주려고 카마쿠라를 찾지만 어느틈에 올라갔는지 냉장고 위에 앉아서 사브레와 나를 한발짝 물러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어디의 유키노시타 씨입니까, 라는 얘기다.
한 발짝 물러난 관계……나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7화
사브레가 우리집에 온 다음날, 나는 사브레를 데리고 츠다누마에 있는 게임센터에 왔다.
코마치가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나로서 최대배려인 PFP나 이어폰이라는 상태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빡친 코마치가 나더러 사브레의 산책을 시킨것이다.
나랑 산책하는게 그렇게 즐거운지 아까부터 사브레는 꼬리를 흔들흔들거리면서 조금 빠른 페이스로 걸어간다.
휴식이라 칭하고 게임 센터로 온 나였지만 아무래도 아까부터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서 시끄럽다.
"크아아아……졸려…………사브레. 앉아"
리듬 게임을 하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걸어가려고 하던 사브레에게 앉으라고 명령을 내리자 어째선지 남인 내 명령에도 순종하게 따라 내 발밑에 착 달라붙어서 앉았다.
보통 남이 명령을 해도 이렇게까지 잘 따르지는 않지 않나? 카마쿠라는 코마치가 하는 말은 잘 듣는 주제에 내가 하는 말은 일절 듣지 않는다고……아, 그런가. 카마쿠라한테 있어서 코마치는 가족이고 나는 남인가. 납득……왠지 납득하는것과 동시에 슬픔이 밀려오는데. 슬프다, 사브렛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NEW beat라는 리듬 게임이라 음악에 맞춰 4x4 16칸의 패널이 항색으로 발광하므로 그걸 타이밍 좋게 패널을 누르면 점수가 들어간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가 Extream.
그보다 이미 거의 대부분 발광 패턴을 외웠고 말이지~……응?
그때 주위를 둘러싸는 군중 속에 푸른빛갈이 섞인 흑발의 여자애 모습이 보여서 패널을 치면서 여자애를 쳐다보니 일곱색갈래 정도의 셔츠에 데님 반바지, 그리고 레깅스, 어깨로부터 느슨하게 짊어진 가방이라는 모습을 하고 있는 카와……카와뭐시기의 모습을 발견했다.
순간 눈이 마주치지만 특별히 할 얘기도 없어서 시선을 피하고 게임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미 게임이 종료하고 FULL COMBO라는 황색 문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다음 뭐하지. 가자 사브레"
목줄을 잡아당기면서 그렇게 말하자 일어서며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걷기 시작한다.
뭐할까. 태고의 달인은 할 기분이 아니고, 리듬게임도 할 기분이 아니니까……그치만 어째선지 리듬게임을 하고 싶어지는데.
"…………"
문득 UFO캐처가 보일때 아까 카와 뭐시기와 유치원아같은 작은 여자애 모습이 보이고, 그쪽을 쳐다보니 뭔가 엄청난 형상으로 100엔 동전을 쌓아올리며 UFO 캐처에 도전하는 모습이 있었다.
"사짱"
"괜찮아. 언니가 뽑아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팔을 움직여 인형을 뽑으려고 하지만 익수하지 않은지 표적에서 벗어난 장소를 집고 툭 떨어지고 만다.
…………응. 나에겐 관계 낫씽이지.
그렇게 결론짓고 그 자리에서 떠나려고 하지만 어째선지 사브레가 움직이지 않아서 사브레를 쳐다보니 나에게 호소하는듯한 눈빛으로 빤히 나를 쳐다본다.
…………하아. 알았어.
"아, 멍멍이다"
"어……아"
유치원아가 와서 이쪽을 돌아봤을때 사브레가 보였는지 얼굴을 풀면서 주저앉아 사브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유치원아의 얼굴은 낯이 있었다.
이 애, 히라츠카 선생님의 푸념을 들었던 날에 인형을 줬던 애가 아닌가……과연. 카와뭐시기의 동생인가……분명히 이름은……아, 케이카다.
"어, 어째서 너 여기에"
"아니, 한가해서……뽑아줄까?"
"돼, 됐어! 내가 할거야!"
"아! 얼마전에 인형을 준 오빠다!"
케이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카와뭐시기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어, 왜 그렇게 놀라는거야? 나 무슨 짓 했어?
"너였구나……인형을 준거"
"뭐, 뭐어……그래서 뭐 갖고 싶은데"
"돼, 됐어! 이 정도는 내가"
"…………사짱, 돈 막 써도 돼?"
사브레를 안으면서 복화술처럼 그렇게 말하자 카와뭐시기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바둥바둥 손을 공중에서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지갑에서 잽싸게 100엔 동전을 꺼내서 투입구에 넣고 팔을 조작해서 아까 노리고 있던 인형의 조금 앞에서 멈춰,허리 부근에 묶여있는 끈의 매듭부분에 딱 걸리는 느낌으로 팔을 내려서 노리던대로 기계팔이 매듭부분에 들어가, 그대로 들어올려서 덜컹 흔들려도 떨어지는 일 없이, 그대로 투입구에 인형을 떨어뜨렸다.
"음"
"와-! 고마워 오빠!"
미소를 지으면서 케이카는 받아든 인형을 껴안았다.
"그, 그게……고, 고마워"
"아니 딱히 상관없는데……뭐라고 할까 너, 별로 도박같은건 안 하는게 좋을지도"
"아니, 아직 100엔 밖엔 안 썼는데"
…………뭐여 그거. 그 기백으로는 800엔은 썼다고 생각했는데……아니, 원래 얼굴이 무서우니까 그렇게 보인것 뿐인가……뭐라고 할까.
"뭐, 뭐 됐잖아. 뽑았으니까"
"으, 응…………그, 그게 고마워"
"두번 말 안해도 돼"
"아냐. 얼마전에 타이시 말이야……너 덕분에 스칼라십? 이라는것도 얻었고, 타이시랑 잘 됐으니까……그 감사"
"아 그래…………"
그 이후로 우리 사이에 대화 주제가 다 떨어져버려서 대화의 캐치볼이 사라져서 게임센터의 특유한 소음이 주위를 지배한다.
"그, 그러고보니 너 하기강습은 안 해?"
"안 해"
"왜 또. 이 시기라면"
"나 사립 문과고, 수학 일요없으니까. 문과과목은 암기 게임이고"
"……얼마전 시험 점수는"
"문과 과목은 전부 만점. 그거 말고는 묻지마"
진짜로 그건 리얼하게 컨닝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물리 문제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몰랐고, 공식만 암기했는데 그 공식조차 쓰지않았다고. 진짜로 죽을뻔했다.
"왜 게임밖에 안 하는 너한테……"
……뭔가 까인것과 동시에 충격을 받은것 같은데……뭐 됐어.
"뭐, 뭐어 힘내라. 그럼"
"오빠야 바이바이-!"
다음날 아침, 내 스마트폰에 한 통의 메일이 온것으로 인해 오늘 사건은 발생했다.
진정해라……진정하는거다. 방금전까지 행동을 떠올려라.
나는 관자놀이를 잡고 자신이 방금전까지 하고 있던 행동을 조심스레 떠올린다.
우선 일어난다……라고할까 오늘은 철야했으니까 계속 깨어있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게임을 계속해서 코마치가 일어나는 시간대까지 PE3를 하고 거기에서 PFP로 손을 뻗었다. 그래. 그때는 이 메일이 왔었다.
스마트폰에는 한 통의 메일 문장이 표시되어 있고, 그건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진짜로 갈게! 스트라이크 슛! 이라고 소리지르고 싶어질 정도로 진짜로 생각할 문제다.
『오늘 괜찮으면 나랑 같이 놀지 않을래?』
그래, 이 문장이다. 이게 단순한 잘못 보낸 메일이라면 나는 속공으로 삭제하고 게임의 속행을 했겠지만 보낸 상대는 그 엔젤 토츠카다. 이건 그냥 그거밖에 없잖아…………토츠카와 노는 수밖엔 없잖아.
그저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하지만 여기서 토츠카의 권유를 거절한다고 치자…………토츠카의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봐주세요! 나의! 결단!
어디의 특촬 히어로 잘 부탁한다는 비명을 지르면서 토츠카에게 메일 답신을 하고 PFP랑 지갑,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했던 카이힌 마쿠하리 역에서 나는 PFP를 하면서 토츠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로 갈지 망설였지만 여기라면 대개는 갖추어져 있어서 올마이티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토츠카를 심심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치만!"
자, 오늘도 천사가 강림했어. 누구도 이길 수 없는……엔젤 토츠카 강림.
"미안. 기다렸어?"
"설마. 지금 온 참이야"
거짓말이다. 1시간 전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이었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떡할래"
"으~응. 생각해봤는데 하치만은 게임을 좋아하니까 게임 센터 같은건 어때? 나, 또 그 태고 게임 하고 싶어"
…………동지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기쁘지만 토츠카가 동지가 되는 미래는 조금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상한 종교단체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고.
일단 게임 센터로 가기 위해 시네플렉스 마쿠하리로 가기로 하고 둘이서 나란히 천천히 걸으면서 가볍게 잡담을 나눠간다.
시네플렉스 마쿠하리에 도착해서 곧장 엘레베이터로 향하지만 멈칫 토츠카가 멈춰선걸 깨닫고 돌아보니 영화광고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아, 이 영화 벌써 하는구나"
"……그럼 영화관에 갈까"
"아, 나한테 안 맞춰줘도"
"괜찮아. 가끔은 영화 보는것도 나쁘지않고"
뭐 가능하면 나로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게임 센터에 가고 싶지만 상대가 토츠카니까 욕망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토츠카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튼간에 엘레베이터에 타고 세니마 플로어로 올라가, 토츠카가 카운터에서 티켓을 사러간사이에 나는 PFP를 기동시킨다.
영화라면 적어도 80분은 만지지 않을 테니까. 이 틈에 해야할걸 해두자.
그나저나…………오랜만에 영화관에 왔네. 옛날에는 엄마의 쇼핑하는 동안 시간 죽이기로 코마치랑 떠밀려진 기억밖에 없는데.
"기다려지. 갈까?"
"응"
해야할걸 끝내고 토츠카한테서 티켓을 받아 극장 스태프에게 건내고 반권을 받아 극장안으로 들어가 E25석을 찾아 거기에 앉으니 내 옆에 토츠카가 앉았다.
"어떤 영화야?"
"호러 영화"
…………나 소리지르지 않을 자신이 없는데.
이래보여도 나는 호러는 싫어한다. 아니, 게임이라면 참을 수 있지만 영화가 되면 3차원 영상이라서 진짜라고 착각해버리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평생 낫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극장 안이 어두워지고, 영화 예고가 시작되지만 전날부터 철야한것에 새카매서 서서히 졸음이 몰려왔다.
이런……예고 끝날때까지 조금 자자………….
흔들흔들 몸을 흔들어지는 감각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뜨니 눈 앞에 토츠카의 얼굴이 비쳤다.
…………아뿔싸.
황급히 일어서서 주위를 돌아보지만 이미 여기저기 있던 손님의 모습은 없고 조명도 전부 켜져있었다.
"미안, 토츠카. 자버렸어"
"으응. 괜찮아. 그치만 하치만, 불규칙한 생활은 좋지 않다구? 갈까"
토츠카에게 불규칙한 여름방학 라이프를 가볍게 꾸짖어지고 극장에서 나오지만 굉장히 미안한 짓을 해서 내가 사는걸로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뭐 먹을래? 내가 살게"
"정말로 괜찮아?"
"괜찮아. 아까전의 사죄야"
"그래? 그럼……아이스 커피로"
"나도"
"본관도 받도록 하지"
셋이서 함께 메뉴를 점원에게 주문하고 요금을 건내자 바꾸듯 커피 셋을 건내받고, 각각 손에 들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다.
…………잠깐만.
어째선지 토츠카의 옆에 자못 당연하게 처음부터 있었던것 같은 얼굴로 자이모쿠자가 앉아있었다.
"왜 네가 있는거야"
"므하하하하. 네놈이 있는 곳에 본관은 있다. 이 관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혹시 하치만의 친구? 나는 토츠카 사이카야. 잘 부탁해"
"본관은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라고하오"
나는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었다.
왜 이녀석, 늘 내가 있는곳에 진짜로 있는거야. 내가 게임센터에 가면 높은 확률로 이 녀석이랑 만나고……왠지 진짜로 연결된것 같다. 끈이나 무언가로.
"그보다 너, 커피값 내라-"
"으음? 네놈이 산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말한건 토츠카한테 사준다는건데. 그보다 언제부터 있던거야"
"므흐흐. 영화관부터다"
…………이 녀석 진짜로 닌자나 무슨 말예인거 아냐? 영화관에 이 녀석의 모습 안 보였다고.
"자이모쿠자도 왔으니까 게임 센터 가자. 하치만"
큭! 토츠카의 미소가 눈부셔서 자이모쿠자의 얼굴이 안 보여!
그런고로 결국 자이모쿠자도 포함해 셋이서 그날 하루를 보내게 되버렸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8화
토츠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어느날 저녁, 나는 평소처럼 PFP를 하고 있어다.
본래라면 PF3를 하고 있지만 유이가하마한테 맡은 사브레가 카마쿠라를 쫓아 돌아다닌 탓에 케이블을 뽑힐지도 모르므로 마지못해 PFP로 참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간에 맡은 기간은 오늘까지니까 됐긴 됐지만……카마쿠라는 재난이군.
방안을 쫓기고 있는 카마쿠라는 번거롭다는 듯이 나보고 어떻게든 해라는 시선을 보내와서 하는 수 없이 사브레의 목덜미를 잡아다 다리 위에 올리자 방금전까지 기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내 다리를 침대로 삼은듯 배를 나한테 보이며 누웠다.
겨우 해방된 카마쿠라는 지친듯이 코마치에게 가버린다.
"네네. 벅벅벅. 귀여워라-"
적당하게 사브레를 귀여워하고 있으니 인터폰이 울어서 PFP를 슬립 모드로 바꾸고 주머니에 집어넣어 모니터를 쳐다보니 머리형태를 허둥지둥 다듬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이 비쳤다.
"겨우 주인님의 귀가다"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자 손을 흔들었다.
"얏하로~. 이거 선물"
그렇게 듣고 건내받은 봉투는 상당히 무거웠다.
이 녀석 뭘 사온거야……뭐, 고맙게 먹을거지만. 주로 코마치가.
"사브레~. 잘 지냈어?"
사브레를 안아올려 머리를 쓰다듬지만 당사자인 사브레의 꼬리는 어째선지 추욱~ 늘어져있다.
어이어이. 설마 며칠만에 진짜 주인님의 얼굴을 잊어먹은건 아니지……이제 사브레가 집에 오는건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주로 카마쿠라가.
"이야~ 미안해. 사브레가 폐 끼치지 않았어?"
"엄청 폐 끼쳤지. 게임하고 있을때 돌아다녀서 쌓아뒀던 소프트 패키지가 쓰러지지, 충전시키고 있는 PFP코드를 뽑지, 게임하고 있더니 얼굴을 핥아오지"
"증말~ 사브레도참~"
이 녀석, 전혀 폐를 끼친다는 생각 없지.
"하아. 왠지 지쳤어"
"정말로 미안해. 힛키한테 맡겨서"
"가능하면 이젠 참"
"또 맡기러 와주세요-! 다음에 과자들고 부모님이 계실때요!"
"응! 올게올……앗, 왜 부모님한테!?"
어느틈에 뒤에 있던건지 어깨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그렇게 외치자 유이가하마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듯이 사브레를 껴안았다.
"그럼.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말하고 집 안으로 돌아가려고 한 때였다.
"히, 힛키!"
"응?"
"그, 그게…………오늘 불꽃놀이 대회 안 갈래?"
"안 가. 나 게임 하고 싶고"
"그, 그런가……그렇지"
…………왜 권유를 거절한것 정도로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을 짓는건지. 부를 상대는 이 녀석이면 썩을만큼 있잖아.
"아- 코마치는 수험생이에요"
"뭘 갑자기 소리지르는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불꽃놀이 대회 가고 싶어! 그치만 코마치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런고로 오빠. 불꽃놀이를 카메라에 찍어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노점에서 야키소바나 솜사탕 같은것도 사줬으면 좋겠어!"
"그, 그래! 코마치는 가고 싶어도 못 가니까! 그, 그러니까 같이 안 갈래?"
척척 다가오는 둘에게 무심코 뒷걸음질을 치고 만다.
…………이렇게 들이닥치는거 나 싫어하는데.
"…………알았어. 나중에 적당하게 연락줘"
"오, 오케이! 또 봐, 힛키!"
유이가하마는 그렇게 말하고 사브레를 캐리어 케이스에 넣고 간다.
"오빠야. 지금 그거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낮아~"
"하? 왜"
"하아~. 뭐, 그게 오빠답다면 오빠답지만"
기막혀하며 한숨을 쉬면서 코마치는 집안으로 돌아갔다.
"…………의미 모르겠네"
사브레가 집에서 사라지고나서 1시간 후, 유이가하마로부터 집합장소와 집합시간이 보내졌다.
적당한 옷으로 갈아입고 집합장소로 가기 위해 전차를 탄다.
야곡 장소로 지정된 역으로 가는 전차 속은 불꽃놀이 대회로 가는건지 유카타 차림의 여성이나 시트를 든 가족들로 붐비고 이었다.
문에 기대어 도착할때까지 PFP를 하면서 시간을 죽인다.
하아…………역시 사람 붐비는건 싫어.
『이쪽 문이 열립니다』
약속 장소 역에 도착해서 인파를 역주하듯이 걸으면서 개찰구를 나와, 중앙광장 기둥에 기대면서 유이가하마가 올때가지 시간을 PFP로 죽인다.
그 사이에 불꽃놀이 대회로 가는 녀석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친구랑 연인이랑 아이랑……각자 소중한 사람이랑 함께 보는 불꽃놀이 대회는 각별하겠지. 하지만 내 입장으로 보면 불꽃놀이 대회라는건 아무 의미도 없는행사…………그런데 왜………….
그 때, 따각따각 나막신을 울리면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올리니 북쪽 입구에서 연분홍색 유카타를 입은 유이가하마가 종종걸음으로 이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인다.
평소의 경단머리가 아닌, 머리를 올려서 묶고있다.
"좀 허겁지겁 와버려서……미안해"
"아니……나도 지금 막 온참이고……갈까"
"으,응"
서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개찰구를 들어가 전차가 오는걸 홈에서 기다린다.
딸깍딸깍 평소처럼 PFP를 하지만 도무지이 분위기에 견디지를 못해서 슬립 모드로 바꾸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왠일이래. 힛키가 게임을 안 하다니"
"전차 기다릴때는 안 해"
거짓말이다. 전차를 기다릴때도 나는 한다……그런데 어째선지 지금은 분위기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전차가 들어와서 올라타지만 불꽃놀이 대회를 가는 사람으로 전차는 가득차서 유이가하마를 문측에 세우고 나는 그 뒤에 선다.
"힛키는 말야, 불꽃놀이 대회에 온 적이 있어?"
"옛날에 한번만. 그것도 게임을 해서 기억 안하지만"
"힛키답네"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목적하던 역에 도착해서 내리자 이미 홈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우우에……벌써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말로는 하지 않고 개찰구를 나와 불꽃놀이 대회 회장으로 향하지만 평소는 한산한 역 앞의 광장이 지금은 사람으로 붐벼서 꽤나 앞으로 못 걸어간다.
개시시간은 19시 반쯤. 지금 시간은 18시 조금……음.
"어쩔래. 집에 갈까?"
"안 가! 그보다 불꽃놀이조차 시작 안 했는데!?"
"그럼 어떡할래?"
"코마치한테 선물 리스트 메일 받았어"
평소의 고데고데 데코레이션 휴대폰을 꺼내서 나에게 코마치한테 받았다고 하는 메일 문장을 보여준다.
야키소바, 솜사탕, 레모네이드,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불꽃놀이의 추억 프라이스리스……대체 우리 동생은 어디서 성장과정을 잘못한걸까. 이런건 히키니쿠 자식인 나조차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먼저 사러 갈까"
"응"
인파를 따라 걸어가, 가게가 보인데서 흐름에서 벗어난다.
어느 가게도 대성황이라서 아까부터 점주의 화기차고 좋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뭐 먹을래? 사과사탕, 사과사탕이지"
"그거 리스트에 없고, 네가 먹고 싶은것 뿐이잖아……이미 샀고"
내가 딴지걸기 전에 유이가하마의 손에는 사과 사탕이 쥐여져 있고 맛있다는 듯이 먹고 있다.
하아……일단 코마치에게 부탁받은것부터 사갈까.
야키소바를 사고 솜사탕을 사고, 레모네이드,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를사고 그러는 김에 나도 오징어구이를 사서 먹는다.
그보다 저 녀석, 너무 많이 주문하잖아.
"야키소바 먹고 싶어졌어"
"분명히 저쪽이지"
"아, 유이다!"
"오, 사가밍!"
뒤를 돌아본 순간, 마찬가지로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유이가하마의 이름을 부르자 유이가하마도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터벅터벅 걸어서 손을 맞잡았다.
풀싱크로냐. 다음 공격력 2배라도 돼?
"아, 이쪽은 같은 반인 히키가야. 이 애는 사가미 미나미"
"……흐응~……나는 여자투성이 축제인데~. 나도 청춘하고 싶어라~"
나는 그 순간, 그녀가 지은 표정을 놓치지는 않았다.
조소……녀석은 친구일터인 유이가하마가 데리고 다니는 남자인 나를 보고 확실히 그걸 지었다.
순수하게 그건 유이가하마가 데리고 다니는 남자에게 확실히 부어졌다.
사가미라는건 유이가하마와 대화하면서도 내 모습을 시야에 넣고 품정을 한다……라고할까 사가미라는 녀석 나랑 같은 교실에 있는 녀석이잖아.
"…………전혀 그런거 아니야~"
유이가하마는 조금 뜸을 두고 사가미를 맞춰서 미소를 짓는다.
뭐라고할까 그거구만………요즘 만나지 않았으니까 조금 그리워졌다. 저 동정이라고 할까 바보취급하는 듯한 웃음. 초등학교 시절에는 매일같이 봐왔으니까~. 역시 매년 보지 않으면 내성이 떨어진다니까. 전성기 무렵이라면 여유롭게 보고 못본척을 했을텐데.
"먼저 갈게"
"아, 응"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로부터 떨어진다.
히키코모리・니트・오타쿠・게임 식의 KING인 히키니쿠 자식의 칭호를 얻은 나는 녀석들 같은 카스트 상위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표적 대상이겠지. 그게 친구의 가까이 있으면 그 녀석도 같이 부순다. 이른바 새크리파이스 전술이라는거지. 가끔 있지~. 나랑 함께 쳐라! 라는 녀석이. 참고로 그 전술의 파훼법은 지극히 간단. 상대가 걸어온 강력한 기술의 방패로 삼으면 된다.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쓰레기 자식이라고. 내 기준으로 보면 칭찬이다. 쓰레기자식? 거 좋네. 현실의 쓰레기랑 비교하면 훨씬 낫다.
게임 세력도와 현실의 세력도는 닮아있다. 두 가지의 차이로 말하자면 얼굴이 보이나 아니나. 고작 그것 뿐인데 인간은 아무리 현실에서 칭찬받는 인간이라도 쓰레기로 깎아내릴 수가 있다.
"미안해……"
유이가하마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그렇게 말했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뭐에 대한 사죄인지 모르겠다.
"뭐가. 그보다 이제 불꽃놀이 시작하는거 아냐?"
"…………으, 응. 갈까"
유이가하마는 내가 말한데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느꼈는지 순간 아연해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평소의 미소를 짓고 내 옆을 걷는다.
이제 곧 불꽃놀이 대회가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메인 회장이 되어 있는 곳으로 향해 걸어간다.
"아, 게릴라인가"
주머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이 진동해서 꺼내서 화면을 쳐다보니 알람이어서 바로게임을 기동시키고 게릴라 던전으로 침입한다.
그렇다고는해도 엄청난 수의 사람이 주위에 있어서 패턴을 순식간에 암기하고 적을 쓰러뜨리고 또 패턴을 보고 암기를 반복하면서 회장으로 향한다.
"굉장한 사람수네"
"그렇군. 조례처럼 쓰러질것 같다"
"아- 그런 사람 있지~. 그치만 요즘 그런거 못 보지"
"우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조례는 한 달에 한번만 하잖아"
"어라, 그랬던가?"
뭐, 유이가하마니까 조례 도중에도 친구랑 잡담을 하겠지……참고로 나는 게임 공략을 오로지 생각하고 있다.
"우와~. 사람 엄청 많아"
메인 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곤란하다는듯이 웃으면서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말한다.
눈 앞에는 사람, 사람, 사람으로 매워져 있고, 지면은 거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부터 술잔을 나누는 아저씨, 아이 우는 소리, 부모같은 어른의 노성소리랑 메인 회장은 여러가지 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뭔가 신문이라도 갖고오면 좋았으려나"
"처음이야?"
"으, 으응. 매년 친구랑 왔어"
그럼 왜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은거야. 나처럼 오랜만에 온 녀석이라면 모를까 매년 오는 녀석이라면 당일 상황 정도는 기억할거 아냐……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나. 유이가하마니까.
"일단 비어있는 곳을 찾을까"
"그러게"
그런고로 어딘가 비어있는 곳을 찾기 위해 사람을 헤치면서 걸어간다.
이럴때 외톨이는 앞을 걸어가지. 평소부터 누구에게도 신경쓰이는 일이 없으니까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갈 스킬이 이미 스킬 마스터다…………아.
문득 유이가하마의 존재를 떠올리고 뒤를 돌아보니 연분홍색 유카타가 보일 정도지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
"헤? 히, 힛키?
"너, 나막신에 익숙하지 않잖아"
"으, 응"
"일단 인파에서 벗어날때까지 이렇게 걷는게 낫잖아"
자주 혼잡한 데서 코마치의 손을 잡고 걸었던 것처럼 유이가하마의 손을 잡고 사람 사이를 지나가면서 두 사람 몫의 공간이 없는지 주위를 보며너 걸어가지만 이미 사람으로 가득채워져 있어서 비어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아, 힛키. 저기"
들은 장소를 쳐다보니 지면이 보일 정도로 텅텅 빈 공간이 보여서 그쪽으로 가지만 규제선이 쳐져 있어서 거기만 특별취급 받고 있었다.
그 주위를 알바생 같은 남성이 돌아다니고 있다.
"귀빈석이군"
"그러게"
주위보다도 조금 높은 언덕에 서있기 때문에 귀빈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벤치에 앉아서 불꽃이 쏘아지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볼까"
"어라? 히키가야?"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9화
이름을 불려서 뒤돌아보니 대백합과 연초문양이 시원스런 유카타 차림의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귀빈석 속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온다.
"하, 하아.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어쩐 일이야?"
"뭐, 뭐어 장소 찾고 있다고 할까요"
"흐응-……괜찮으면 이리로 와. 누나가 특별히 좋은 곳에서 보여줄게"
그리 말을 듣고 하루노 씨에게 손을 잡혀 억지로 귀빈석으로 끌려가 나와 손을 잡고 있던 유이가하마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조금 걸어, 마치 여제가 앉는 의자처럼 주위에서 사람을 배제하듯 아무도 없는 의자에 억지로 앉히고 내 옆에 하루노 씨가 앉았다.
"아버지의 대리야. 인사만 하고 있어서 되게 지루했어"
걱정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시간죽이기용 게임기입니까……뭐, 이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자기 말고 다른 인간이 그런 식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겠지만.
"……부루주아다"
"그야 회사 사장 겸 현의회 의원인걸. 우리 아버지는 업무상 자치체계의 일에 강하거든"
이렇게까지 타의없는 자랑을 들어선 이쪽도 호에~ 라고 감탄하는 수 밖에 없어서 비아냥을 하는것 마저도 어째선지 꺼려지고 만다. 이거야말로 하루노 씨의 목적이겠지만……아무래도 좋아.
특별히 불꽃놀이에는 흥미가 없어서 PFP를 꺼내서 기동시켜서 태고의 달인의 속행을 하려고 하지만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들어보니 하루노 씨가 화면을 엿보고 있다.
"뭐, 뭠까"
"누나랑 대화하는 것보다도 게임이 더 좋아?"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물어오지만 나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유이가하마 쪽으로 기울여, 하루노 씨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지도록 해버린다.
역시 거북해……이 사람이 사적 공간에 들어오는 지나치게 이상한 한 발자국이.
"후훗……과연~. 유키노가 왠일로 게임 동영상을 본다 싶더니"
"유키노시타가?"
"응. 유키노, 판씨를 껴안으면서 고양이 동영상도 늘 보는데, 어째선지 그때는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었어. 그게, 분명 카미하치라는 사람이었던가?"
어째서 내 주위 녀석들은 바로 나의 인터넷상 이름을 알아채는걸까. 에비나도 그렇고 유키노시타도 그렇고……하지만 유키노시타가 내 동영상을……게임에 대한 생각이 바뀐것도 그게 영향인가?
"너무 드물어서 말을 걸었는데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하, 하아"
적당하게 대답하면서 PFP로 시선을 떨구어 게임을 계속한다.
그 직후, 첫번째 불꽃이 쏘아졌는지 엄청난 소리가 울리지만 그래도 나는 위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PFP에 집중하고 있다.
"저, 저기!"
"음……무슨 가하마였더라?"
"유, 유이가하마에요. 저, 저기 오늘은 유키농은 안 왔나요?"
"유키노라면 집에 있는게 아닐까. 옛날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역할은 내가 했었고. 아버지 대리로 나온거니까 노는게 아니고 말이야"
"그건 유키농은 오면 안 되는건가요?"
"음-. 엄마 의견이니까-……그러는편이 좋지 않아?"
"뭐, 언니니까요"
아마도 그건 아닐테지. 마지막은 외면이다. 외면상으로 하루노 씨가 좋은 인상이라는 소리겠지. 우리집도 그런건 있다. 친척의 인사에서 나를 보이는것보다도 코마치를 보이는 편이 좋다는걸로 되어는지는 모르겠지만 친척이 모였을때 인사는 대개 그 녀석의 역할이다.
"우리 집은 말야, 엄마가 제일 힘이 세거든!"
"헤-"
"으으. 흥미없어 보이네"
"당연하죠. 남의 가족만큼 흥미없는건 없습니다"
"흐음……우리 엄마, 뭐든지 자기가 정해서 따르게 만드는 사람이니까. 이쪽이 굽혀주면 되지만 유키노는 그런거 잘 못하니까. 그치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 혼자 자취하고 싶다고 말했을때는 놀랬어-. 생떼를 부리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그 녀석 그 나이에 혼자 자취하나……얼마나 돈이 많은거야.
"그래서 딱 좋게 아버지가 고급 맨션을 준거야. 하지만 아직 엄마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말로 오늘은 아무래도 좋은 정보만 머리로 들어온다.
"…………후후후"
"뭡니까"
갑자기 하루노 씨가 재미있다는듯이 작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어딘가 차가움을 느끼게하는 듯한 웃음이다.
"조금 말야…………너는 유키노가 지금까지 만난적이 없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다시 생각했어"
뭐, 우정이니 인연이니 하는 풋내나는걸 전부 버리고 게임에 모든 신경을 붓고 있는 인간은 전 세상을 뒤져봐도 몇 명 없겠지.
세상에서 몇 명 수준의 인간이 유키노시타와 만나는것 자체가 레어하고 말야.
"얘, 누나한테도 하게 해줄래?"
"싫습니다. 저 남에게 게임을 빌려주지 않는 주의거든요"
거짓말입니다-. 이 사람에게 빌려주면 그야말로 평생 돌아오지 않을것 같다.
"우으-. 짠돌이네……나는 붐비는거 싫으니까 이제 돌아갈건데, 어떡할래?"
"……우리도 돌아갈까"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PFP를 슬립 모드로 바꿔서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서 하루노 씨를 따라가면서 유료 공간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색길로 걸어간다.
돌아가서 못했던 만큼의 게임을 하고……그리고 뭐하지.
그런걸 생각하고 있으니 검은 하이어가 우리들이 걷고 있는 보도에 주차되어 있다.
…………지금 왠지 모르게 알았다. 왜 유키노시타가 한발짝 물러난 곳에 서 있는지……내 기억이랑 이으면 그런건 금방 알 수 있다……왜 몰랐던거지.
"그렇게 쳐다봐도 보이는곳에 흠집은 없어"
아무래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지 하루노 씨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
"……역시"
"……어라? 유키노한테 안 들었구나"
"듣지 않았지만 딱히 따질것도 아니라서요. 제 기준으로 보면 그 사고는 매일 철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날을 준 하늘의 선물이라구요"
"아하하……역시 너는 특이한 사람이야"
"최상의 칭찬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한번 더 하루노 씨는 미소짓는다.
"그럼 그런고로"
"또 봐. 바이바이"
크게 손을 흔들고 배웅하지만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다.
"저기, 힛키는 유키농한테 들었어?"
전차를 유이가하마의 집 근처 역에서 내려 바래다주고 있는 와중에 그런 말을 들어다.
"아니, 못 들었는데……너는?"
내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가장 사이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이가하마마저 못 들었다는걸 다른 녀석들이 알리도 없나……뭐, 왜 그 녀석이 말 안했는지는 아무래도 좋고.
"유키농, 말하고 싶어도 말 못했던게 아닐까. 집안 사정같은걸루"
"흐응~. 그런걸지도"
"…………저기, 힛키.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발걸음을 멈추고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쳐다본다.
"어째서 그렇게나 무관심해?"
"…………"
"딱히 이제와서 힛키게 왜 게임을 하는지는 말 안하겠지만……어째서 무관심해?"
"알아서 뭐하게. 너도 부분적으로 알고 있잖아……나는 청춘이니 친구니 전부 버렸어……그러니까 남을 깊게 알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무관심한거야"
"……나는……나는 유키농을 좀 더 알고 싶어. 유키농이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기뻐하는것, 슬퍼하는것……잔뜩 알고 싶어. 나는……유키농이랑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많이 알고 싶어"
"힘내라. 응원할게"
"그리고……힛키도 알고 싶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고,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보지만 그 눈은 나를 곧게 쳐다보고 있다.
"나, 힛키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힛키를 좀 더 알고 싶어"
그건 나에게 있어서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갖고 있으면 자신이 좀먹어가는 듯한 감각마저 느끼는거지만, 나는 이미 그와 비슷한걸품고 있다.
그건 비슷하긴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바라는 관계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다.
내딛지 않으면 상처입지 않고, 내딛으면 상처입는다. 이전에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나는 게임 세상으로 도망치고 있는것 뿐이라고. 그 대답을 지금 긍정하자. 나는 도망쳤다. 츠루미 루미처럼 강함을 갖지 않은 나는 도망쳤다. 상처입는걸 두려워해 결코 상처입지 않는 세상으로 도망쳤다. 그 세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만, 나는…………뭘 바라고 있는걸까. 상처입는걸 두려워한 내가 뭘 바라는걸까.
"여기까지면 됐어. 집도 가까우니까"
"……그런가"
"응. 그럼 학교에서 봐"
그렇게 말하고 나막신을 따각따각 소리를 내면서 유이가하마는 걸어간다.
나는 현관으로 사라질때까지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나는 대체 그녀에게 뭘 바라고 있는걸까
――――――어떤 사람은 그녀는 이따끔 올바르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아름답고 명석하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멋있다고 평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훌륭하다고 평한다.
――――――그렇다면 그 어떤 사람 = 나는 그녀를 뭐라고 하는걸까.
여름방학도 끝나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고 그걸로 갈아신고 교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려고할때, 바로 위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오랜만이야"
"……격조했네"
이 반년정도로 우리는 확실하게 거리를 좁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거리는 서로의 손이 닿는 일이 없이 먼 거리를 조금 좁혔을 뿐인 거리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까지 거리를 좁히는것이 가능한 것이다.
나와 그녀는 다르다. 승리자와 패배자. 딱 그대로다. 나는 게임 세상으로 도망치고 그녀는 맞서 싸워 이겼다.
"……언니와 만났구나"
"……우연히"
오른쪽으로 가면 그녀가 속하는 J반과 I반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내가 속하는 반이 있다.
서로 반대 방향에 서 있어서 교실로 가기 위해 거리를 좁힌다.
"…………저기"
"방과후에 보자"
그녀에게 불렸지만 그렇게 말하고 교실로 걸어간다.
나는 너무 다가서고 말았다……불에 손을 너무 가져가서 화상을 입은듯이, 나는 승리자에게 너무 다가가서 패배자의 상처를 쓸데없이 깊게 입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거면 됐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교차하는 일은 없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가 패배자인 나에게는 어울린다.
"어차피 나는…………히키니쿠 자식이야"
그 중얼거림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나만이 들리는 중얼거림이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0화
가을……그건 문화제가 찾아오는 계절. 그런고로 2학년 F반도 문화제 출점 기획을 얘기하고 있지만 전날에 제재가 뮤지컬이라는걸로 정해져서 재빠르게 각본가가 세워지고, 일단 이야기의 기축이 되는 부분을 응축한 책자를 받고, 읽었지만 단번에 누가 쓴건지 이해했다.
에비나 히나……그래, 그 나와 동류인 부녀자가 쓴 그 명작이라고 일컫는 어린왕자를 각본한 결과, 어린왕자가 아니라 썩은 왕자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캐스트는 여러가지로 있지만 그것들 전부가 남자다. 힐끔 봤을때 『이 솟아오르는 욕망을 따라, 단련된 몸에』라는 문장을 본 시점에서 나는 덮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에비나의 안경테가 반짝 빛나며 나를 포착하고 있다.
진짜로 심장에 나쁘다…………이도저도 합숙중에 딴지를 건 탓이다. 뭐가 플러그 인이야! 플러그 인은커녕 플래그인해버렸잖아!
"그래서, 어때?"
부끄러운듯이 꼼질꼼질거리면서 교단에 반장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하야마에게 묻지만 귀여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썩은 오러가 보인다.
"이, 일단 질문점이나 개선점을 말해볼까"
"여자애는 안 나와?"
"어? 나올 의미 있어?"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해도 뀽도 심쿵도 안 와. 썩은건 오겠지만.
"나는 좋다고 생각해"
그런 와중에 용사가 있었다. 아첨꾼인 토베다.
"평범하게 하는것보다 먹힐거라고 생각하는데"
보통이 아닌건 물론 이건 그냥 이상하다. 왜 고등학교 문화제에서 전연령 대상판 BL 뮤지컬을 해야하는건데. 평생 구전되면 흑역사가 된다고.
"토베의 말대로 보통이라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나도 좋다고 생각해. 캐릭터 설정 같은건 전부 삭제하고 웃음 요소를 세게 해서 코미디 뮤지컬을 하는건 어때?"
그 이상한 작품을 깨끗하게 정리한 하야마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할 사람은 없어서 짝짝거리는 소원한 박수소리가 하야마의 의견에 찬성하는 의사표명을 하게 됐다.
"내일 역할을 정하고 싶으니까 지각하지 마. 만약 지각했을 경우엔 남은 역할이 될테니까 절대로 지각하지 말아줘. 그럼 이만 끝낼까"
기나긴 LHR을 모두 다 쓰고 겨우 방향성을 굳힌 F반은 문화제를 향해 움직인다.
올해도 또 게임 시간이 오는거다……올해는 몰수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뭐, 뭐……라고"
다음날, 교실에서 나는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PF3을 아침 3시까지 하고 있어서 4시간 정도 자자고 생각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다음에 눈을 떳더니 놀랍게도 시간은 9시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나. 허둥대지 않고 평범하게 전차를 타고 평범하게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칠판을 쳐다본 순간, 실행위원・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다는걸 깨달았다. 참고로 짝은 그 여름축제때 만났던 사가미 미나미다.
잘못 본거라고 눈을 비벼봤지만 그 문자가 변하는 일은 없어서 나에게 절망이라는 것을 주고 있다.
"설명이 필요하느냐?"
히라츠카 선생님의 한 마디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에겐 남은 역할을 준다……하야마는 그렇게 말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어제 하야마가 끝날때 말한게 이제와서 생각이 났다.
저 자식……내가 지각한다는걸 간파하고 저딴 소리를……할리는 없다. 하지만 곤란한데……실행위원을 떠넘겨진다는건 문화제에는 반드시 나가야만 한다……못 쉬잖아.
"됐으니까 자리에 앉아라. 수업을 시작 못하겠잖느냐"
그리 듣고 나는 뾰로통해지면서 자리에 앉으니 수업이 시작됐다.
방과후, 바로 위원히가 시작하는 모양이라, 나는 수업이 끝나면 바로 위원회 회장으로 정해진 회의실로 가지만 이미 사가미는 다른 교실 위원과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윳코도 위원이라서 다행이야~. 왠지 어느새 위원이 되어서 말야~. 게다가 상대가 누구라고 생각해?"
"에, 누군데?"
"힛키야~"
"거짓말!?"
어이어이. 눈 앞에 짝이 있는데 험담을 합니까. 그보다 그 별명, 우리 교실 뿐만 아니라 다른 교실에도 퍼져있는거군. 왠지 기쁜건지 슬픈건지.
개시시각이 다가오는것과 함께 사람이 팍팍 들어온다. 그에 따라 조용했던 회의실이 떠드는 소리로 묻혀가지만 어떤 등장인물로 인해 단번에 조용해졌다.
어, 뭐야? 유키노시타는 이터널 에어 블리자드라도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고 싶어질 정도로 유키노시타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단번에 조용해졌지만 또 떠들썩해진다.
그리고 개시시각이 되는것과 동시에 히라츠카 선생님과 체육교사 아츠키, 그리고 서류를 든 학생 집단이 교실로 들어와서 회의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프린트를 안은 몇 명의 학생이 각 사람에게 배포하기 시작해, 그걸 끝내자 여학생 한 명을 봤다.
"네. 그럼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깨까지 뻗은 미디어 헤어는 앞머리가 핀으로 고정되어 있고 보이는 이마는 예쁘다.
……아, 분명히 학생회장이다. 학생회 일보에서 용지로 얼굴 사진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으니까 기억하고 있다.
"학생회장인 시로메구리 메구리엥. 올해도 문화제를 열게 되서 기쁩니다. 다같이 최고의 문화제를 합시다-……어, 어음 여러분 힘내요~. 오-"
모두의 반응이 곱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자포자기로도 볼 수 있는 말로 이르자 학생회 멤버같은 학생들이 짝짝 박수를 치자 착착 박수소리가 생겨나서 이윽고는 교실 안이 박수소리로 감싸였다.
"고마워요~. 그럼 위원장 선출로 할까요. 3학년은 할 수 없으니까~. 그럼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직업이든 장이 붙는 포지션에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한다. 모두 귀찮다는 말로 치우고 있지만 실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것 뿐이다. 뭐,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지만. 아, 하지만 게임은 별개라고? 뭐, 장은 물론 신급마저도 되어버리지만. 위원장이아닌 위원신? 왠지 추한데.
"뭐냐 너네들. 너네들의 문화제잖느냐. 패기가 부족하구만, 패기가"
체육교사 아츠키의 굵은 목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퍼지지만 그래도 아무도 손을 들려고는 하지 않는다.
"저기……"
조심스런 그 한마디와 함께 손이 들어올려져, 모두의 눈이 그곳에 집중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제가 해도 되는데요"
"정말로!? 그럼 자기소개를 할까"
"아, 네. 2학년 F반 사가미 미나미에요. 어음……저, 이런걸 하는건 처음이지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여러분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도와주시면 기쁘다고 할까요"
"응응. 처음에는 다들 그래~. 박수박수~"
메구리 선배가 짝짝 박수를 치자 뒤늦게 박수소리가 보내져서 화이트 보드에 마카로 실행위원장 사가미 미나미라고 쓰여졌다.
이럴때 중요한건 나같은 녀석은 그늘에 숨는다는것.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서 입후보하면 끝. 인생이 종언을 맞이한다. 출처는 중학교 외톨이 학생A.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입후보한건 좋지만 외톨이라서 남들을 대하는 방법을 몰랐던 그는 제대로 일을 못하고 결국 등교거부하게 되어버렸다.
"그럼 바로 역할을 정해볼까. 나눠준 의사록을 봐. 5분 정도로 희망을 말할테니까"
그렇게 듣고 의사록을 팔랑 넘겨보니 가장 첫 페이지에 문화제 역할명이 주르륵 쓰여져있다.
유지통제, 선전광고, 물품관리, 보건위생, 회계검사, 기록잡무……음. 죄다 나하고는 맞지 않지만 재보는 나를 위한것이군. 오히려 기록잡무(외톨이 전용)이라고 써야한다.
"어쩌지~. 어쩌다 되버렸지만 괜찮을까"
"사가밍이라면 괜찮아. 우리도 도울게"
"그래그래. 그러니까 사가밍 힘내!"
눈물 나오는 이야기가 회의실에 울린다.
"이제 괜찮아~? 그럼 사가미. 뒷일은 잘 부탁해"
"에, 버, 벌써요?"
사가미의 질문에 메구리 선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가미는 약간 싫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어서서 교단 앞에 서자 순간 얼굴을 경직시키며 메구리 선배를 쳐다보지만 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럼 지금부터 정하겠습니다. 서, 선전광고가 좋겠다는 사람"
마지막 부분은 너무 오그러들어서 안 들렸다.
"선전이다? 여러군데 가버린다구? 라디오나 텔레비전이나"
메구리 선배의 보충설명을 듣고 겨우 응모하는 역할을 깨달은건지 툭툭 손이 올라가고, 인원수를 세어 이름을 화이트보드에 쓰고 다음 역할로 넘어간다.
"그, 그럼 유지통제"
교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가, 너무 많아서 사가미가 허둥거리고 있다.
유지라고 하면 문화제의 꽃이며, 가장 관객이 모이는 개최. 그걸 대성공으로 이끄는것이 가능하면 자신의 평가는 용솟음치고, 그 뒤에 자신의 자랑이 될 것이다.
"어, 어음"
"네네! 숫자가 많으니까 가위바위보로 정해"
남들 앞에 나선 숫자가 다른건지 사가미하고는 달리 정체할뻔했지만 해결되어서 다음 역할을 정해간다.
물론 나는 기록잡무에 들어갈 수가 있고, 유키노시타도 그건 같다.
모든 역할을 정해서 끝낼 무렵에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는 메구리 선배의 주문으로 인해 멤버가 자기소개를 하지만 뭐, 그 분위기가 차갑다.
기록잡무의 리더는 3학년 뭐시기 선배가 떠맡게 되고, 오늘은 할 일도 없어서 해산하게 됐다.
교실에서 나가려고 할때,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윙크를 받았지만……불길한 예감이 든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1화
다음날 교실은 절망에 빠진 남자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것도 불사조의 꼬리 등으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절망이며 그 원인은 제작.각본.감독 세 작품의 축을 모두 에비나 명기 프로듀서가 겸임했다는데서 시작하여, 역할도 모두 프로듀서가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주인공인 어린왕자로 뽑힌 그 하야마조차도 약간 얼굴이 하얗게 보인다.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다.
"…………왜 내가 '비행사' 야"
'비행사'는 삐뚤어진 우주비행사이며 어린왕자의 히로인같은 역할이지만 어째서 나인가. 아니, 뭐, 삐뚤어졌다는 점에선……삐뚤어진건 아니지만.
하지만 에비나는 얼굴에 옅은 분노를 배이며 돌아본다.
"하아? 히키x하야는 얇은 책이라면 머스트 바이잖아? 삐뚤어진 경향의 비행사를 어린왕자가 순진무구하고 다정한 말로 데운다. 이 이상 없는 커플링이야!"
명작이라고 듣는 원작팬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키타니는 문화제 실행위원이니까 연극이 되면 연습도 필요하니까 히키타니는 무리가 아닐까"
그래. 하야마 나이스 서포트.
"그런가……그럼 비행사를 토츠카로 하고 왕자님은 하야마야. 삐뚤어진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어쩔 수 없나"
"나는 결정인가"
풀썩 어깨를 떨구는 하야마를 곁눈으로 나는 무사 복귀를 해냈다. 하마터면 이세계가 아닌 썩은세계로 갈뻔했다. 토츠카의 그 샤이닝 스마일이라면 썩은 오러 따윈 튕겨내겠지.
"나,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오히려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런가……응. 나 힘낼게"
평소의 토츠카 스마일을 지은 후, 캐스트 미팅에 불려서 토츠카는 교실의 축 안으로 돌아가고 나는 교실에서 나와 봉사부 부실로 향하고 있으니 뒤쪽에서 실내화 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빠른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부실 갈거지?"
"뭐 그래. 어차피 앞으로 문화제 실행위원 참가하느라 참가도 못할테니까. 그걸 말하러. 그 녀석도 문화제 실행위원이고"
"그렇구나. 유키농, 별로 이런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패션쇼랑 잡무라면 잡무를 하는게 훨씬 낫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아, 그런가라는 듯이 입을 벙 벌리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제에서 클럽으로 출점하는건 다도부나 일부 클럽 뿐이며, 대부분이 유지로서 참가하던가 교실로서 상연물을 내는것 말고는 없다.
그래서인지 특별동으로 향하는 복도에선 기타나 악기를 연습하는 녀석들이 많이 보였지만 특별동에 들어가니 그것도 사라져서 무척이나 조용하다.
"저기, 힛키는 말야"
"응?"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문화제, 힘내자. 문화제 실행위원이라서 바쁘겠지만 가끔은 교실 쪽에도 와줘. 안그래도 존재감 옅은데 잘못하면 사라져버린다구?"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내 입장으로 보면"
"그건 아니야……………왜냐면 내가 힛키를 기억하고 있는걸"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에게 어딘가 근지러움을 느끼고 적당한 곳을 긁지만 그 간지러움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서 계속 남아있다.
…………상대가 거리를 좁혀오면 거리를 뗀다…………대개는 그걸로 사라지는데 유이가하마만 계속 거리를 좁혀오는 느낌이 든다…………그걸 나는 어딘가에서…….
"얏하로~"
봉사부 부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평소처럼 문고본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와 실행위원장으로 뽑힌 사가미 미나미와 그 친구 A, B가 있었다.
"어라? 유이는 여기 부활동이었구나"
"으,응. 뭐어……그래서 어쩐 일이야?"
"응. 조금 말야……유키노시타. 위원장이 된건 좋지만 불안해서 말야. 그러니까 도와주지 않을래?"
"…………왜 나인거니. 너에겐 친구가 있잖니"
"응. 하지만 둘 다 부활동으로 바빠서 계속 붙어서 도와주는건 못하니까. 거기다 유키노시타는 엄청 머리 좋으니까. 안 될까?"
사가미의 부탁에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썩 좋지 않다.
"……요약하면 네 보좌를 하라는걸로 보면 되겠니"
"그래그래. 다 같이 즐거워야지 문화제잖아? 그런데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가미의 발언에 뒤쪽에 있는 친구 A, B도 납득한 모습으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유이가하마는 그걸 보고 납득이 가지 않는지 별로 좋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위원장을 관두면 될 것을"
툭 중얼거릴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목소리가 울렸는지 사가미와 그 친구 A, B가 이쪽을 쳐다보고 노려보지만 일단 시선을 피해서 무시한다.
"……알았어. 그 의뢰 받아들일게"
"고마워-. 그럼 위원회에서 봐. 갈까"
기세 좋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듯이 나를 시야 구석으로 노려보면서 부실에서 나갔다.
"저기, 유키농"
"뭐니 유이가하마"
"……봉사부는 언제부터 해결사로 변한거야?"
평소하고는 다른 패턴의 대화. 지금까지는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묻는 적은 있어도 반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성립하고 있다는건 지금 사정을 유이가하마가 납득하지 못했다는 것.
"봉사부는 그 사람이 성장하는걸 도와주는 부활동이라고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었어……하지만 지금 그건 단순히 사가밍의 부탁을 듣는것 뿐이잖아"
"이건 봉사부로서가 아니라 나 개인으로 받아들인것 뿐이야. 운영에 효율을 생각하면 같은 위원인 내가 그녀의 보좌를 하는걸로 효율을 오를거야"
"그렇겠지만…………힛키라면 모를까 유키농이 자신을 우선시키는건 좀 이상해"
어이, 그건 무슨 의미야. 지금 대뜸 나한테 대미지를 준것 같은데.
"유키농, 지금까지 남을 위해 자신을 우선 시킨 적은 없었잖아"
"…………슬슬 위원회가 시작하니까 갈게"
그 순간 처음으로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그녀라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왠지 유키농 좀 이상해"
"……그런가? 내가 보기엔 평소랑 똑같은데"
"……있잖아, 힛키……이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유키농을 신경 써줘"
"왜 내가. 네가"
"나로선 무리야……봐, 나는 주위에 휩쓸리기 쉬우니까 주위에서 무슨 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못하게 돼. 그치만 힛키라면 주위가 뭐라 말하든 말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유키농을 신경써줘"
뭐, 확실히 친구 = 게임같은 구석이 있는 나라면 주위 따위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시타에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말만 할 수 있는거지 통할지 아닌지는 모르잖아.
"뭐, 뭐어 선처할……지도"
"응, 고마워. 그럼 문화제 실행위원회 열심히 해"
유이가하마에게 배웅받고 나는 회의실로 향한다.
…………신경쓰라고 해도 뭘 신경쓰면 되는건데.
회의실로 가는 도중, 살찌고 코트를 입고 손가락 없는 장갑을 낀 녀석의 모습이 보였지만 화려하게 무시하려고 한순간, 팔을 굉장한 힘으로 덥석! 잡혀서 어째선지 뒤를 돌아보니 자이모쿠자가 내 팔을 놓치지 않겠다고 필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쳤다, 하치만. 마침 전화하려던 참이다"
"아니, 나 문화제 실행위원인데"
"거짓말은 됐다. 그대가 문화제 실행위원이라는 헬홀로 들어갈리가 없잖나"
"아니, 진짜로……잉여 인력으로 떠넘겨졌어. 너라면 알거 아냐?"
"…………없다고 착각당해서 떠넘겨졌다……후힛"
자이모쿠자는 주륵 한 줄기의 눈물을 흘렸다.
안다. 울고 싶은건 잘 안다. 나도 중학교 시절에 없다고 착각당해서 하마터면 반장으로 뽑힐뻔한적이 있었으니까. 만약 손을 들어서 존재증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으련지.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후후후, 잘 말해줬다! 이걸 봐라!"
"라노벨 원고라면 안 본다"
"라노벨이 아니다! 괄목하라! 절망하라!"
일단 받아들고 팔랑 펼쳐보니 자이모쿠자치고는 대사 기반의 글이 줄줄 쓰여져있었다.
왠일이래. 이 녀석의 라노벨은 제대로 일단은 라노벨스러운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대본 형식……대본 형식? 야, 잠깐만. 설마 이 녀석.
"흐흥. 네놈도 깨달은 모양이군"
"너, 너 제정신이냐?"
"제정신이고 뭐고 처음부터 제정신이다! 본관이 각본한 교실 연극이다!"
자이모쿠자는 코트를 펄럭 나부끼며 그렇게 외치지만 나는 머리를 싸매고 기막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말할것도 없는 중이병이다. 중이병인 이 녀석이 각본한 작품은 스스로 중이병 필터를 거치고 말아, 발언 하나하나가 모두 중이병에 감염되고 만다.
왜 죽음의 폭렬렬화라고 쓰고 헬. 다이브. 크림슨 블래스터인데. 다이브와 블래스터는 대체 어디에서 따온거야.
"나쁜 소리는 하지 않으마. 지금 당장 각본을 바꿔달라고 해라"
"무슨 소리를 하나! 그 놈들은 평범한 연극은 싫다고 했다고!?"
"확실히 평범한건 싫다고 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상상해봐라. 자기가 좋아하는 애가 히로인이고 주역이 너인 연극을 보고 남자는 어쩌는데. 여자는 어쩌는데………웃와아~. 저 녀석 중이병이잖앜ㅋㅋ. 에엑~ 혹시 저 녀석, 너 좋아하는거냨ㅋㅋㅋㅋ. 엥~ㅋㅋ. 진짜 자제좀ㅋㅋㅋ……싫어 진짜로 혐오스러워라고 뒤로 들을거다"
각본가 데뷔로 들뜬 머리에 냉수를 붓는것처럼 차가운 말을 해주자 겨우 머리가 식어서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는지 창백한 얼굴로 바들바들 떤다.
"자이모쿠자…………내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현실을 봐라"
"…………하치만……………그대에게 듣고 싶진 않다"
그 순간, 나는 자이모쿠자의 비명을 듣게 됐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2화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사가미 미나미의 보좌로서 움직이고나서 유키노시타의 평판은 용솟음 치고 거꾸로 사가미의 평판은 약간 떨어져갔다.
유키노시타는 우선 제출된 스케줄을 일신하여 정체기미였던 진전상황을 개선하여 모든 부서에 그날 활동을 적은 일보를 쓰도록 사가미에게 촉구를 한다.
그런고로 어디가 어느만큼 정체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되어, 지시도 날리기 쉬워졌다.
사실, 선전광고가 붙일 장소에 곤란해하면 통행 수 등을 고려하고 시선이 모이기 쉬운 곳을 고르고, 유지를 할 수 없어서 곤란해하는 유지통제에는 지역상을 주는 것으로 지역 주민들을 모으는 작전을 내세웠다.
하지만 하나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왜 내가 서류정리계를 하고 있는거냐.
확실히 기록잡무의 일은 문화제 당일에 한다. 하지만……왜 서류정리라는 잡무를, 게다가 어째선지 나만 떠넘겨진걸까. 괴롭힘이냐? 새로운 괴롭히기야? 게다가 문장이 가벼운 갱생까지 하게 되는 꼴이다. 뭐, 할걸 끝내면 바로 돌려보내주니까 떠맡지만 이걸로 잔업해달라고 들으면 속공으로 사표를 쓰고 돌아갈거야.
그리고 몇번째의 정례 미팅이 시작된다.
"그럼 정례 미팅을 시작합니다. 우선 선전광고부터"
"네. 게시 예정 설치물은 7할 종료했고 포스터 제작에 대해서도 반쯤 끝났습니다"
"순조롭네요"
"아니오, 늦어요. 오히려 지나치게 늦어요"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말이 분위기를 찢는다. 리얼하게 저 녀석의 말은 칼인거 아냐? 날이 예리하고 말야.
"문화제는 3주 후. 방문객의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오늘 안에 종료해두지 않으면 안 돼요. 설치 장소 교섭과 홈페이지 게시는 끝났나요"
"아, 아니오. 아직입니다"
"당장 끝내주세요. 사회인이라면 모를까 수험생이나 보호자 분들은 정보를 홈페이지로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확실한 정보를 손에 넣으려면 홈페이지가 중요합니다. 사가미 위원장, 다음"
"아, 응. 다음은 유지통제"
"어음, 유지참가 단체수는 10곳 입니다"
"늘었네. 지역상의 덕분일까?"
"그건 교내외를 포함한 숫자인가요? 지역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이상, 작년도 이하의 유지참가 수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무대 할당은? 무대에 쓸기재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무대에서 쓰는 인원의 내역은? 시간표에 일람해서 제출해주세요. 그럼 다음 기록잡무"
어느샌가 의사진행조차 유키노시타가 장악하고 기록잡무에게 묻지만 우리에게 일따위는 없는거나 마찬가지라서 3학년 아무개가 특별히 없다고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납득하지 않는다.
"문화제 당일에 쓸 기재에 대해서 얘기했나요? 동영상 녹화를 한다면 카메라가 필요한데, 유지통제와 교섭하는것도 부정할 수 없으므로 대화를 해주세요. 내빈대응은 학생회 쪽에서 부탁드릴 수 있나요?"
"응, 좋아"
"내객에 관해서는 호위와 일을 합니다. 위원장"
"어,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노호의 속도로 진행된 회이에 따돌려진 사가미는 황급히 호령을 하고 회의를 끝낸다.
저마다 유키노시타의 수완을 칭찬하며 교실에서 나간다.
그 와중에 친구와 셋이서 마치 도망치듯이 교실에서 나가는 사가미의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거니, 히키가야. 서류정리와 교정을"
"하아"
한숨을 쉬면서 오늘 제출된 필요서류에 눈을 두고, 문자의 오자가 있으면 그걸 수정하고, 수정 끝낸걸 내역과 함께 분별해간다.
힐끔 유키노시타를 쳐다보지만 그녀는 마치 무언가에 사로잡힌것 처럼 일을 끝내고 있다.
과연 그녀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걸까. 나도 사로잡힌 것처럼 게임을 하는 일이 있다. 그건 대게, 랭킹 이벤트에서 1위를 확고히 만들기 위한 것이며, 한정 아이템을 위해서다.
사람은 아무 목적도 없이 노동하지 않는다. 무언가의 이유를 위해 노동을 한다.
――――그녀는 대체 뭘 목적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
"과연 하루 선배의 동생이네"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그날 주어진 과제를 해낸 나는 잽싸게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유키노시타가 대활약한 정례 미팅으로부터 하룻밤샘한 다음날 방과후, 교실에는 에비나의 노호가 울린다.
"넥타이를 풀때는 좀 더 관능적이게! 뭘 위한 수트라고 생각하는거야!?"
에비나의 귀신 지도에 남자들은 울상을 짓지만 그것하고는 맞싸우듯 주역인 하야마의 대우는 다른 남자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 주위에 여자를 거느리고 화장을 받고 있으니까.
"저, 저기 이제 괜찮은게"
"아직 멀었어!"
"아직 한참 남았어!"
기합으로 하야마를 누르며 여자들은 메이크 도구를 한손에 들고 하야마를 메이크업해간다.
아무래도 여기에 와서 리미트 해제인 엔젤 풀슬롯 상태인듯, 평소엔 하야마에게 얌전한 여자애들도 묘하게 고압적으로 되어 있다.
그건 토츠카도 마찬가지로 헤어 메이크까지 되어서 메이크업 받고있지만 다른 남자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담백한 반응을 보이는게 여자다.
오오오카나 토베 등은 단 몇분만에 네네 끝으로 끝냈는데 말이야.
"그보다. 사진 어떡할거야. 포스터같은거"
"그래! 핸섬 뮤지컬 캐스팅 사진이 모든걸 말하잖아! 다른 배우 따윈 아무래도 좋아! 포스터 중앙에는 크게 팡! 하야마랑 토츠카의 사진을 실으면 호객률은 발군이야!"
그건 부녀자 호이호이가 되는게 아닐까.
"하지만 의상 같은건 어떡할거야? 빌려? 만들어?
"적어도 주역의 의상은 기존의 것은 쓸 수 없어. 비주얼은 정해졌으니까"
"의상 대여는 좀 어려우려나. 예산도 빡빡하고"
제작 진행 담당인 유이가하마가 머리를 펜으로 벅벅 긁으면서 종이를 보고 그렇게 말한다.
"만들면 되잖아"
여왕의 한 마디에 여자애들은 쁘띠 회의를 시작하지만 한 사람만 다른 반응을 보인 녀석이 있던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푸른 빛깔이 곁든 머리카락을 흔들거리면서 카와뭐시기는 여자애들을 힐끔 쳐다보면서도 스스로는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시간이 됐으니까 갈까.
카와뭐시기의 상태는 무시하고 정례 미팅을 하려고 교실문 앞에 선 순간.
"음음음!"
"…………"
"음음음음음음음!"
"…………"
"음음음음음음음음음음음!"
일부러라는듯이 하는 헛기침을 무시하고 나가려고 하지만, 아까전보다도 긴 헛기침을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나가려고 하지만 또 긴 헛기침을 했다.
"말 좀 걸어"
"뭔데. 지금부터 문화제 실행위원회 가야하는데"
"아, 아니 그게…………나, 나 재봉할 수 있는데"
아니,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서 쭈뼛거리면서 말해도 나는 아무것도 못해.
그렇게 결론을 짓고 나가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팔을 잡히고 응시받았다.
"협박?"
"아, 아냐! 그, 그게……재, 재봉 할 수 있으니까 괜찮으면 도와줄까라고 해줬으면 좋겠달까"
"에~. 니가 말해"
"그, 그걸 못하니까 너한테 부탁하는거잖아"
왜 히키니쿠 자식인 나한테 그런걸 부탁하는거야……나 같은것 보다도 훨씬 말 걸기 쉬운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건 나뿐인가……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살려보내주지 않을 분위기고.
"유이가하마"
"응? 왜 그래?"
유이가하마를 불러서 카와사키가 재봉할 수 있다는걸 전했다.
그러자 카와사키는 말하지도 않았는데 수제 슈슈를 꺼내고, 유이가하마에게 보여주자 그대로 잡아당겨져서 에비나 명기 프로듀서에게 끌려갔다.
"사가밍, 문화제 실행위원 괜찮아?"
"어……아, 응. 괜찮아. 내가 가면 도리어 폐가 된다고 싶어서. 거기다 유키노시타가 엄청 듬직하고"
그건 요컨대 자기가 아니라 유키노시타가 위원장이라고 인정하는거잖아……뭐, 나하고는 관계없지만.
카와사키가 팔려가는걸 쳐다보며 문을 열자 메이크 지우기 종이로 얼굴을 벅벅 닦고 있는 하야마가 서 있었다.
"지금부터 문화제 실행위원회 가?"
"뭐, 그런데"
"나도 같이 가도 될까? 유지 서류가 필요해"
"딱히 안 물어도 되는데"
"그렇군"
오늘은 정례회의는 없다. 하지만 드물게도 잡무기록으로 할 일이 있어서 하야마와 함께 회의실로 향한다.
역시 눈에 띄는 녀석은 눈에띄는 곳으로 가는 법칙은 맞았어. 그 역방정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눈에 띄지 않는 녀석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간다는 법칙도 올바르다고 증명되었다. 따라서 나는 문화제에 안 와도…………그런 짓을 하면 히라츠카 선생님이 돌격! 옆자리 히키가야! 라고 외치면서 날아올것 같으니까 그만두자.
"루미, 잘 지내려나"
"…………잘 지내. 가끔 메일이 온다"
"그런가…………점점 그때 내가 잘못했다는게 드러나네"
"아직도 그러냐…………피해자의 시선만 있으면 너는 완성했을거 아냐"
"하지만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피해자의 시선은 알 수 없다고 하잖아………나는 시간이 지나도 너처럼은 될 수 없어"
"히키니쿠 자식이 되고 싶어한다는건 처음 듣네"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는 하하하,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하야마가 가진 집단을 하나로 묶는 힘은 나에게는 없고, 남에게 사랑받는 능력도 없다. 나에게는 없는걸 이 녀석은 거의 다 갖고 있다. 아무리 봐도 하야마가 승리자고 내가 패배자다.
복도 모퉁이를 도니 회의실 입구 부근에 학생들이 모여있다.
"무슨 일 있었어?"
하야마가 그렇게 묻자 여자애들은 볼을 붉히면서 입구를 연다.
교실에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시로메구리 메구리, 그리고 유키노시타 하루노 세 사람이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러 왔어"
"에이참~. 유지 모집을 보고 왔어. 관현악부 OG로서 말야"
유키노시타의 따지는 말에 하루노 씨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유키노시타는 입학하지 않았으니까 모를지도 모르지만 하루 선배는 유지에서 밴드를 했었어. 그게 엄청났거든. 유지도 부족하다고 하니까……안 될까?"
메구리 선배의 소극적인 부탁에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 어금니를 세게 물었다.
"아! 히키가야잖아! 햣하로~"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에 나는 뒤로 물러나지만 그걸 마치 도로 잡아당기듯 하루노 씨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자기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기고 꼬옥 내 팔을 안아왔다.
으으으으으으으읏! 어, 어째서 이 사람은 늘 남의 개인 공간을 박살내고 들어오는거야! 유이가하마라도 개인 공간은 부수지 않는다고!
필사적으로 떨어지려고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건지 내가 몇 번을 밀어내도 빼내도 내 팔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슬슬 놔줘, 하루노 누나"
"오, 하야토. 얏호"
하야마가 도와주러 오지만 그래도 내 팔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유키노시타네 집이랑 하야마네 집은 옛날부터 사이가 좋았던가……하루노 씨를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설마 하야마가 반말로 말하다니.
"유키노. 참가해도 되지?
하루노 씨는 아직도 내 팔을 놓아주지 않은채로 뒤에 있는 유키노시타에게 말을 한다.
"멋대로 하면 되잖아. 나에게 결정권은 없어"
"얼라? 유키노가 위원장이 아니구나. 메구리는 3학년이니까 못할테고……아, 혹시 히키가야가 위원장이야?"
"아닙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막 열린다.
"죄송합니다-. 교실 쪽을 들르느라 늦어버렸어요"
지각한걸 캥겨하지도 않는 모습으로 사가미가 방으로 들어온다.
진척상황으로는 대부분의 일이 전도해서 행해지는 현재 상황상, 마음이 풀어지는것도 뭐 무리는 아니다.
"하루 선배. 이 애가 위원장이에요"
메구리 선배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방금전까지 따뜻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미소를 지은채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며 사가미를 측정하듯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쳐다본다.
그 차가움인지 혹은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됐는지 사가미는 조금 뒤로 물러선다.
"……사가미……미나미에요"
"흐응~. 위원장이 지각. 그것도 교실에 들러서라는 이유라~"
밑바닥을 얼리는듯한 착운 목소리. 이게 저 사람의 본성인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Yes라고 판단한 자에게는 호의적으로 대하고 NO라고 판단한 인간은 철저하게 베어버린다.
"그렇지~! 문화제를 최대한으로 즐기지 않으면 안 되지-! 뭐, 힘내! 아, 얘, 나도 유지 참가해도 돼? 위원장"
"에, 아……OG분이 참가해주신다면 지역과 관계 같은것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얏호~! 그럼 친구도 불러도 돼?"
"네. 불러주세요"
기분이 좋아졌는지 사가미는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순식간에 말이 되버렸군. 진짜로 저 인심 장악술을 배웠으면 좋겠어……아니, 세뇌에 가깝나? 어느쪽이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가르쳐줘.
"사가미, 잠깐만"
"괜찮잖아. 유지도 수가 부족하지? 언니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계없잖아"
"읏"
처음으로 유키노시타의 위에 섰다는게 기쁜지 사가미는 미소를 지으면서 회의실로 들어가고, 적당하게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책상위에 던지고 제일 위에 있는 교탁 위에 섰다.
"저기, 여러분 잠깐 괜찮나요-?"
사가미의 목소리에 일을 하고 있던 모두가 반응한다.
"조금 생각해봣는데요, 스스로도 문화제를 즐겨야만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지금은 일도 앞당겨서 하고 있으니까 조금 교실 쪽에 시간을 투자해도 될까 생각해요"
"사가미, 그건 잘못 생각한거야.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 앞당겨서 하는거지"
"아니~ 내가 할때도 문화제 실행위원회를 하면서 교실 쪽도 즐겁게 했어~"
순수하게 옛날일을 떠올리고 있는거겠지만 솔직히 지금 발언은 사가미의 발언의 공격력에 보정을 더해주는것이라서 도리어 유키노시타에게는 반감을 준 것이다.
사실상 위원들은 사가미를 쳐다보고 있다. 유키노시타는 머리에도 없다.
"전례도 있으니까, 좋은 점은 따라가야겠죠? 그게 선인들의 지혜라는거? 그러니까 여러분도 교실 쪽에도 시간을 써주세요. 모두 다 즐기는 문화제를 위해서도요"
시종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가미의 의견에 찬성을 하듯 여기저기서 박수가 보내진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이 공간은 그녀로 인해 장악된거나 마찬가지겠지.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3화
사가미의 공고는 다음날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지각자는 없었던 정례미팅에 여기저기 지각자가 보이게 되고, 그 중에는 그날 하루 아예 안 온 부서의 멤버도 있다.
전원 오지 않는다는걸 비교하면 낫긴 하지만 그래도 일의 지연은 눈에 보인다.
당연히 없는 멤버의 몫을 끌어모으면 출석하는 멤버가 할 수 있지만 또한 그게 안 됐다.
쉬고 있는 녀석들이 놀고 있는데 왜 자기들만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하는건데 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툭툭 지각자의 수가 늘어나는것과 함께 결석자의 숫자도 늘어간다.
이윽고 붜의 일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지각자가 생겨버려서, 집행부 쪽에서도 인원이 조달되어서 매꾸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이도저도 죄다 일하는 중에 메구리 선배에게 즐겁게 말을 거는 하루노 씨 때문이다. 왜 거기서 선제 공격으로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반감과 사가미의 서포트를 한거야! 약점속성 커버하면서 서포트하는건 이상하잖아. 게임이라면 나에게는 흐응~, 아 그래. 정도지만 현실세계는 다르다.
힐끔 시야에 무언가를 찾는 모습의 사가미의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자신의 할당 몫은 끝내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자, 집에 돌아가서 게임하자 게임.
"왜 그래? 위원장"
"아, 어음 실은 서류가"
"어떤 서류? 나도찾을게"
"예산 내역결정서입니다"
유키노시타가 그 말을 듣고 두통이 오는건지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예산 내역 결정서를 잃어버리다니 위원장으로서 아니잖아. 그보다 그런 중요한걸 왜 잃어버리는거야. 나라면 갖고 있는게 무서워서 유키노시타에게 맡기겠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 안 나?"
"아, 네.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뒀는데요"
메구리 선배의 조금 화났어요~ 어필 목소리에 약간, 당혹해하면서 책상 위에서 허둥대며 서류를 물리며 찾는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 어제 주머니에서 꺼내고 그 주변에 적당하게 놔뒀었지……뭐, 어디에 있는것까지는 모르니까 잽싸게 돌아갈까나~.
"히키가야"
"…………뭐, 뭡니까? 나도 할당 몫을 마쳤으니까 돌아가려고 하는데"
왜 무시 스킬이 녀석한테는 안 통하는거야.
"예산 내역. 기억하고 있지"
"유키노시타. 기록잡무인 녀석이 예산 내역을 기억할리 없잖아. 애시당초 그 서류는 보여주지도 않았고"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왠지 짜증나네.
"금년도 예산편성 가안. 선전광고――――――"
각부서에 할당된 예산액을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그걸 메모용지에 기입하고, 그 외의 녀석들은 나를 이상한 놈이라도 보는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지만 그런건 무시하고 암기해뒀던 숫자와 문장을 일언일구 틀리지 않고 머리속에서 끄집어낸다.
어쩌면 이걸 위해 저 녀석은 나에게 서류정리와 문장의 교정을 시키고 있던건가……라고할까 왜 저 녀석, 나한테 예산 내역을 보여준거야.
"이상을 예산편성 가안으로 한다……이상"
"……맞아. 수지 통계액도 정확해"
"어? 어, 어째서"
"확실히 그는 눈도 머리도 게임에 침식되어 있지만 기억력만큼은 신뢰할 수 있어. 서류의 분실도 생각해서 그에게 서류 정리와 교정작업을 맡기고 있었어"
어이, 그건 요컨대 기억력 말고는 신뢰할 수 없다는겁니까. 그보다 눈도 머리도 게임에 침식되어있다니 병 걸린것처럼 말하지마. 상처입잖아.
"그럼 나는 이만"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아직 네 일은 남아있어"
"하아? 내 할당 몫은 이미 끝났어"
"아니, 잔업이야. 지금 진척상황으로는 도저히 만전의 상태로 문화제를 맞이하는건 무리야. 따라서 너도 남아서 일을 해줬으면 싶은데"
"나더러 서비스 잔업을"
『유키농을 신경써줘』
거기까지 말하던 차에 전날, 유이가하마에게 들은 소리가 머리속에서 재생되었다.
"서비스가 싫다면 급료는 줄게"
"……뭔데"
"…………별로 허락하고 싶진 않지만 30분만, 여기서 게임하는걸 허락할게"
뭐, 뭐, 뭐, 뭐라고!? 지, 지금 이 녀석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한건지 이해하고 있나!? 하, 하지만 매력적인……잠깐잠깐잠깐! 이건 함정이다. 아버지도 말했잖아. 미인 여성의 달콤한 유혹에는 절대로 따르지말라고. 아버지는 거기에 걸려버린 탓에 론에 얽혀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지……하,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30분 따위가 아닐 만큼 할 수 있어…….
『유키농을 신경써줘』
"유키노시타. 잠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저도 별로 허락하고 싶지는 않아요…………하지만 분하게도 그의 기억력만큼은 진짜에요. 진행상황이 늦은 현재, 이번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요. 그에게 기억해달라고 하면 진행상황 관계없이 일은 할 수 있어요"
"…………4, 40분"
"30분이야. 그 이상은 양보할 수 없어"
…………하아. 유이가하마 너, 실은 책사지.
"알았어. 잔업할게"
"그럼 바로 서류 정리를 부탁할게"
"예이예이"
유이가하마의 말이 확인사살을 꽂아서 나는 회의실에 남아 제출된 서류 정리와 암기, 그리고 남아있는 일을 유키노시타네와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30분 게임시간은 정말로 줬다.
최종하교시각이 되어 겨우 오늘 일이 끝나, 남아있는건 나와 유키노시타 둘 뿐이었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서 가로등 빛이 밤을 밝히고 있다.
"끄, 끝났다……겨우 게임할 수 있어"
"콜록. 정말로 너는 게임 일색이구나"
순간 유키노시타가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그녀를 쳐다보니 방금전까지하고는 달리 어딘가 안색이 나쁘게 보이고, 기분탓인지 손도 떨리는걸로 보인다.
뭐, 요즘 기온차가 격하니까. 유키노시타도 감기 걸리겠지.
가방을 들고 회의실을 나가 유키노시타가 문을 잠그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려던 순간, 유키노시타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어오는게 보여서 반사적으로 그 어깨를 안았다.
"어, 어이 괜찮아?
"그래. 조금 콜록. 비틀거린것 뿐이야"
"비틀거렸다니 너, 안색 나쁘다고"
"괜찮아. 너야말로 안색이 썩어있어"
평소의 신랄한 딴지가 날아오지만 어딘가 목소리가 미약하고 평소의 위력을 느낄 수 없다.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지만 복도에 그녀의 기침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역시 이런 상황으로 내버려둘 정도로 나는 게임 일색은 아니다. 거기다 유이가하마한테도 신경 써주라고 들었고……그러고보니 그 녀석도 왠일로 쉬었군. 그 녀석도 감기인가? 바보와 오타쿠는 감기 안걸린다고 하는데.
"바래다줄게"
"……상관없어. 혼자서"
"도로 중앙에서 쓰러지면 이쪽이 곤란해"
"…………고마워"
신발장까지 가서 신발로 갈아신으니 어느샌가 유키노시타는 교문을 나가 걷고 있어서 황급히 주륜장에 자전거를 가질러 가서 유키노시타의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타. 걷는것도 힘들거 아냐"
"…………그래"
조금 뜸을 두고 체념했는지 앞쪽 바구니에 가방을 두고 뒤에 앉으니 상당히 힘들었는지 내 등에 얼굴을 툭 박고 약한 힘으로 옷을 잡는다.
…………어라? 나, 코마치말고 다른 여자애를 뒤에 태우는거 처음 아냐? 설마했던 연애 플래그……가 아닌 파멸플래그가 서진 않겠지. 얼마전에 했던 전연령 대상판 미연시를 했을때 이거랑 비슷한 장면이 시작되서 행복하게 했더니 차에 치여서 BAD END가 됐다.
너무 갑작스런 스태프롤에 아무말도 못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콜록. 역앞이면 돼"
"……이 시간대, 아저씨로 가득차잖아"
"…………거기를 오른쪽으로 꺾어서 다음 편의점까지 직진으로 가줘"
역시 유키노시타도 상상한것 만으로 불쾌해졌는지 자택까지 가는 길을 나에게 구두로 전해줬다.
나도 한번 이 시간대에 전차를 탄 적이 있지만 그 때는 피로에 쩔은 회사원, 특히 중년으로 접어든 아저씨들이 뿜는 악취는 그냥……윽. 떠올린것 만으로 구역질이. 착한아이인 코마치마저도 아버지가 돌아오면 스프레이를 뿌리니까……아, 그러니까 요즘 아버지가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심한건가. 이 놈의 코마치!
"콜록콜록!"
"어이, 괜찮은거냐. 잘도 그래놓고 학교에 왔네"
"하아……아침에는 아무렇지 않았어"
뭐, 감기 걸린 적이 없으니까 모르나……아니, 게임하게 되고나서 감기를 걸린 기억이 전혀 없는데. 뭐, 게임을 위해 걸릴까보냐라는 정신이 있었던거지만.
유키노시타의 지시대로 가자 이 주위는 고급 맨션이 가득차있다고 평판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타워 맨션앞에서 멈추도록 들었다.
……엥, 이 녀석 여기서 혼자 사는거야?
"고마워, 콜록! 여기면 돼"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좌우로 흔들리면서 홀로 들어간다.
그럼 나도 돌아갈까.
페달을 밟으려고 다리에 힘을 넣은 순간, 가방을 세게 지면에 두는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자 벽에 기댄채 주저앉아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이! 괜찮냐!"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리고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자 너무 뜨거웠다.
"어, 어쩌면 좋아…………아, 럭키"
유키노시타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 있는게 보여서 그걸 집어 홀에 있는 우편 수취 속에 유키노시타의 문자를 찾으니 15층에서 시작되는 방 번호에 그 문자열이 보여서 모니터의 아랫부에 있는 열쇠구멍에 밀어넣어 왼쪽으로 돌리니 자동문이 열렸다.
"하, 하는 수 없네"
유키노시타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 양 무릎을 안듯이 그녀를 공주님 포옹으로 안아들어 엘레베이터를 찾고, 마침 왔던 엘레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향한다.
……왜 이런 상태가 될때까지 일한거야.
15층에 도착해서 홀에서 확인한 방번호를 찾으니 표찰에 이름이 쓰여있지 않는 방 앞에 도착해서 방금전 집어든 열쇠로 열어간다.
"하아!? 왜 안 열려……앗, 이중 락이냐"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지만 잠금쇠가 걸린듯이 문이 열리지 않아서 황급히 열쇠구멍을 쳐다보지만 구멍이 두 개 있어서 황급히 두 번째에 밀어넣고 돌려서 문을 당기자 이번에는 제대로 열렸다.
복도를 곧장 지나 거실로 가서 바로 소파가 보여서 거기에 유키노시타를 눕히고 주위를 돌아보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두터운 코트가 보여서 그걸 집어 누워있는 그녀에게 덮어주고 문을 잠그고 현관으로 돌아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4화
"자 남은건…………구급상자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젖은 수건"
코마치가 감기를 걸렸을때 자주 수건을 적셔서 이마랑 목덜미에 뒀었지……뭐, 처음 한번만 해주고 그 다음은 계속 게임하고 있어서 집에 돌아온 엄마한테 된통 터졌지만.
부엌에 써도 좋아보이는 수건이 없는지 찾아보지만 수건이 보이지 않았지만 문득 가방 안에 긴 수건이 들어있는걸 떠올리고 가방에서 수건을 꺼낸다.
비내리는 날에 PFP를 감싸는 수건을 넣어둔게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이야.
적당한 길이로 가위로 잘라서, 쥐어짜고나서 유키노시타의 이마와 목덜미에 올려주려고 하지만 문득 소파가 신경쓰여서 내가 입고 있는 코트를 유키노시타의 목 부근에 덮어주고 목덜미와 이마에 젖은 수건을 둔다.
"후우……좋아, 돌아갈까"
가방을 어깨에 매고 현관으로 향하려고 할때 문득 생각했다.
……내가 나가면 집 열쇠 못 잠그잖아…………어? 설마 나, 유키노시타가 깨어날때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거야?
몇번을 생각해도 그 답밖에 보이지 않아서 돌아가는걸 단념하고 자고 있는 그녀의 곁에 앉아서 PFP를 기동시키려고 하지만 PFP 특유의 키잉하는 소리가 불쾌한지 유키노시타가 괴로운듯이 미간에 주름을 잡아서 PFP의 전원을 껐다.
문득 차분히 집안을 돌아보듯 주위를 쳐다본다.
거실에서 외측으로 드러나듯 나온 발코니, 큰 텔레비전과 그 밑에 있는 비디오에는 디스티니 작품이 수많이 수납되어 있다.
평소엔 내객을 상정하지 않는건지 필요 최저한의 가구밖에 놓여있지 않아서 간소한 느낌을 받았다.
그나저나 디스티니 작품 많네……Blu-ray랑 DVD 두 개나 있고……설마 이 녀석, 이걸 위해서 좋은 텔레비전을 산건 아니겠지……아.
그게 눈에 들어온 순간 무심코 소리를 지를뻔했다.
내가 이전에 줬던 두 개의 판다 판씨가 사이좋게 놓여있었다.
"…………정말로 좋아하는군"
중얼거리면서 판다 판씨를 보고 있을때 문득 밖이 어두워지는게 보여서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자 이미 시간은 7시를 넘기고 몇 번인가 코마치한테 전화가 왔었다.
현관까지 오고나서 코마치에게 전화를 한다.
『아,여보세요!? 겨우 받네』
"아아, 미안……좀 늦게 돌아가게 될거야"
『왠일이래. 혹시……아, 오빠는 친구가 없으니까 잡소리는 됐나』
순간 끊어버릴까 생각했지만 맞는 말이라서 일단 참는다.
『그럼 오늘 코마치는 카군이랑 단 둘이라는거야?』
"아, 그렇게 되네. 저녁은 내건 생각 안 해도 돼"
『라저-! 카뀨우우우우웅!』
그 외침과 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왠지 복잡하네"
스마트폰 게임을 기동시키면서 거실로 돌아와, 유키노시타에게 얹어둔 수건을 만지자 방금보다는 조금 따듯해져서 한번 더 냉수에 묻히고 쥐어짜서 올린다.
스마트폰 게임으로 시간을 죽이면서 유키노시타가 깨어나는걸 기다리고 있었지만 문화제 실행위원회의 활동으로 피로가 쌓였는지 게임에 집중을 못할만큼 졸음이 와서 조금 자기로 했다.
"…………너무 잤다"
문득 눈을 떴을때,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니 이미 시간은 날짜를 넘겨 시간을 30분 넘기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소파 위에 누워서 자고 있을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어"
"…………"
유키노시타 자신이 별로 기억이 없는지 왜 내가 있어? 라고 할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이윽고 자신의 안에서 결론을 이끌어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춥지는 않아?"
"뭐 그래. 너는 어떤데"
"……조금 추워"
"그런가…………이불 어디에 있는데"
유키노시타에게 이불이 있는 곳을 듣고, 가질러 가지면 역시 내객은 생각하지 않았는지 이불은 1인 몫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여름용 이불로서 타올켓이. 겨울용으로 깃털 이불이 있을 뿐이었다.
일단 깃털 이불을 끄집어내서 누워있는 유키노시타에게 걸쳐주고 나는 소파에 기대는 자세로 앉는다.
이미 전차가 다닐만한 시간이 아니다……걸어서 돌아갈까.
"히키가야……으읏"
그녀가 일어나는것과 동시에 이마에 손을 대니 아까보다도 열이 내렸는지 열은 느끼지 않았다.
이 정도로까지 열이 내려가면 내가 없어도 괜찮겠지……그다지 여자랑 단 둘이 있는다는것도 왠지 뭐하고……하지만 자전거를 홀 주륜장에 내버려둔 상태니까……맨션에 주민 말고 주차를 인정하려나……뭐, 됐나.
"이제 열도 내린것 같으니까 나 돌아갈게"
"하지만 이런 시간인데?"
"뭐, 자전거 있으니까"
"……너라면 경찰에 체포될거야. 확실해"
윽. 확실히 미성년, 그것도 교복을 입은 녀석이 밖을 돌아다니면 확실히 경찰관이라도 말을 걸겠지.
"그렇다고해도 자고 갈 수도 없잖아"
"…………자고 가면 되잖아"
그 한마디에 내 시간은 순간 멈췄다.
지, 지금 이 녀석 뭐라고 한거야……자, 자고 가? 감기 걸린 탓에 얌전해진건가? 코마치도 왠지 감기 걸렸을때는 평소 이상으로 얌전해져서 응석부렸는데…….
"괘, 괜찮은거냐"
"그래……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렇지만"
"하겠냐"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기대지만 역시 가을이 가깝다는것도 있어서 조금 쌀쌀하다.
타올켓을 갖고올껄 그랬군.
"너는 안 춥니?"
"딱히……엣취!"
너무 추워서 무심코 재채기를 해버려서 코를 훌쩍이지만 나에게 덮어주듯 유키노시타에게 덮어뒀던 두터운 코트가 덮어졌다.
"괜찮은거냐. 네거잖아"
"상관없어……네가 감기 걸리면 코마치가 걱정하잖니"
그 후로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벽에 걸려있는 시계소리나 냉장고의 대기음 등 무기질한 소리가 몹시 크게 방이 울릴 정도로 정적이 퍼진다.
초기 봉사부의 상황을 떠올리는군. 둘 밖에 없는 봉사부도 지금 상황과 같을 정도로 조용했지……뭐, 내 PFP 딸깍거리는 소리는 언제나 울렸지만.
"하나……물어봐도 되겠니"
"뭔데"
"……너는 유이가하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갑작스런 질문에 순간 당혹한다.
유이가하마라……이래저래 지인 관계를 맺은 첫 사람이니까. 그야 지인이지만……친구는 아니지…………몰라. 아마, 나는 이 대답을 내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해서……그래도 고민한다.
"너는 어떤데"
"그렇구나…………유이가하마와 함께 보내온 지금까지의 시간은 나쁘지 않아……오히려 즐거웠어……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그녀는…………"
유키노시타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서로 과거를 갖고, 친구를 갖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다른가. 그건 승리자와 패배자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 승리자이기에 신뢰라는것을 알고, 패배자이기에 신뢰를 버렸다. 딱히 유이가하마를 신뢰하지 않는건 아니다. 지인 관계를 맺을 정도로는 신뢰하고 있다……그저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아니다……내가 상처입는걸 우려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그렇다면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단순한 부활동 동료? 단순히 학교 같고 유명한 미소녀? 어느것도 긍정할 수 없다……또……다른 무언가가 내 안에는 있다.
그 때, 뒤쪽에서 작은 숨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도 눈을 감고 졸음에 몸을 맡겼다.
다음날 방과후, 평소의 정례 미팅이 행해지지만 회의실은 잡담으로 넘쳐나고 있다.
문화제 슬로건을 정하는걸로 회장한테서 연락이 모두에게 전달됐는지 오랜만에 각부서가 모두 출석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슬로건을 정하는 미팅은 시작하지 않는다.
유키노시타도 병석에서 갓 나와서 피폐해져 있고, 적어지기만 하는 인원을 집행부 쪽이 커버해서 집행부 멤버도 피로곤비하다. 종합해야하는 사가미도 친구랑 주절주절.
결국 그 후에 샤워실을 빌려서 졸음을 깨고, 아침까지 대접받았다.
힐끔 옆을 쳐다보니 유지단체 대표로서 하야마……와 어째선지 싱글벙글 미소를 지은 하루노씨가 가로일렬로 앉아있다.
왜 굳이 내 옆에 앉는거야……덕분에 나한테 시선이 모이잖아.
"사가미. 시작할까"
"아, 네"
이 상황을 보다못한 메구리 선배의 한 마디로 겨우 사가미가 움직이고 정례미팅이 시작된다.
"그럼 문화제 슬로건을 정하려고 합니다……뭔가 의견 있나요?
사가미는 그렇게 묻지만 얘기만 하지 아무도 손을 들어서 그걸 발표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야 그렇지. 자신이 대표한 슬로건이 채용되기라도 하면 문화제 기간 중은 공개처형이 되는거나 마찬가지다. 나라면 절대로 발표 안 한다.
서서히 커져가는 잡담소에서 하야마가 손을 들었다.
"모두에게 묻는것 보다 종이를 나눠서 거기에 쓰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미소를 지으면서 하야마가 그렇게 말하자 반대의견 따위가 나올리도 없어서 순식간에 그게 결정사항이 되어, 백지 메모용지가 배포되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녀석이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 대개는 드립으로 생각한 슬로건을 친구에게 보여줘서 웃는 정도다. 참고로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쓴다. ……라고할 수도 없어서 적당하게 그럴법한걸 써둔다.
5번 정도 지난 후에 용지가 회수되어 슬로건 후보가 화이트 보드에 쓰여진다.
우정.노력.승리. 어디의 소년만화냐.
그리고 마지막에 쓰여진게 ONE FOR ALL.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그런건 게임 세상에선 한쪽밖에 성립하지 않는다. 출처는 나. 대개 온라인 서방비러 대전에서 모두는 한 명, 즉 나를 노리고 공격을 해온다. 한 사람을 위해 모두 다 행동한다는것 전무하다. 그건 현실에서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행동하는 일은 업다. 모두를 위해 모두가 행동하는 일은 있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하나"
사가미가 자신만만하게 화이트보드에 쓴건『인연~ 상부상조하는 문화제 ~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 슬로건으로 합니까. 인연이라는건 순식간에 부서지는데. 신기하지, 인간이라는건. 무의식중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한다. 실은 인연따위는 믿지 않으면서 믿는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인연이니 우정이니 하는건 가짜다.
"……하아"
"히키가야, 무슨 의견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내 한숨이 사가미에게 들려버렸는지 가볍게 노려보면서 지적당했다.
지옥귀냐고. 어디의 데빌 맨이냐.
"아니, 딱히 사가미의 의견에 대한 한숨이 아냐"
"싫으면 다른 안을 내라고"
왜 이 녀석 나를 이렇게 찔러대는건데……설마 얼마전에 교실에서 말했던 위원장 때려쳐라는 말에 아직도 꽁해하는건가?
힐끔 하루노 씨를 쳐다보니 재미있다는 듯이 히쭉히쭉, 힐끔 유키노시타를 보니 아무래도 좋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서류를 보고 있다.
"그러니까 싫지 않대도. 한숨 정도는 누구나 쉬잖아"
"자자, 사가미. 지나치게 신경 썼어"
메구리 선배의 참견을 받고 사가미는 나를 노려보는걸 그만두지 않게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네네-. 그럼 나도 하나 내도 될까?"
나왔군, 전능신. 하루놈. 이번에는 어떤 의견으로 자리를 휘저을까.
재빠르게 앞으로 나가서 사가미에게 마카를 뺏들고 술술 화이트보드에 쓰면서 다 쓰고 자신만만하게 화이트보드를 팡! 쳤다.
『치바의 명물, 춤과 축제! 똑같은 바보라면 춤추지 않으면 sing a song!』
…………대체 어디에서 그 영감이 솟아나온거야. 그보다 문화제를 뛰어넘어서 치바 전체의 슬로건이 되지 않았나?
"얘, 어때? 유키노"
"나한테 묻지마. 결정권은 사가미 위원장에게 있어"
"어때? 위원장"
"어, 어음……평범한 슬로건보다는 임팩트가 있다고 할까요"
"그치? 이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
어느샌가 모두를 장악한 그녀가 사회진행을 하고, 슬로건에 대한 찬성인지 아닌지를 묻자 모두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쳐다보면서 한 사람이 손을 드니 그걸 따라 들어, 서서히 늘어나서 최종적으로는 대부분의 학생이 그녀가 제안한 슬로건에 찬성했다.
"위원장! 뒷일은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과연 이건 우리들의 문화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을 품으면서도 문화제는 가까워진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5화
어두운 무대 뒤에서 나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되게 귀찮은 문화제가 마침내 시작해버려서 지금은 체육관에서 행해지는 순서대로 개시시간이 바로 다가오는 오프닝 세레모니를 위해 인컴을 끼고 대기하고 있다.
아까부터 빈틈없이 각부서와 유키노시타와 통신이 들어온다.
최근엔 게임 안 했네……하고 싶어. 엄청 하고 싶지만 이제 1시간만 버티면 나는 하루종일 게임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것이다. 그때까지는 금욕이다, 금욕.
그렇게 생각한 직후, 시야가 눈부실 정도의 섬광이 무대에 집중한다.
"너희들 문화하고 있어-!"
메구리 선배의 그 노성에 체육관에 모였던 학생들은 미리 맞춘듯이 큰 환성을 지르며 문화제가 시작되는걸 즐기고 있다.
하아. 마침내 시작해버렸나……젠장. 그때 늦잠만 안 잤다면 이런 귀찮은 일에 참가하지 않고 끝났을것을! 그때 나 바보! 바보!
"그럼 사가미 위원장! 인사를 하세요!"
메구리 선배의 목소리에 맞추듯이 관객들로부터 성대한 박수가 보내지지만 그 엄청난 대음량에 무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 사가미는 어깨를 움찔거리고 마이크를 든 손을 떨고 있다.
무대 중앙에 서서 첫 소리를 마이크에 하려고 한 순간, 키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와서 관객들러부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웃음소리는 악의는 없다고 알고 있지만서도 사가미의 손은 더 떨린다.
대본을 보면서 겨우 얘기를 하지만 이미 기존 시간이 지나서 타임 키퍼 역할인 내가 감듯이 팔을 빙글빙글 돌리지만 그조차도 긴장하고 있는 사가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글렀구만, 이거.
『히키가야. 지시를 내렴』
"보내고 있지만 너무 긴장하는지 안 본다"
『역시 존재감이 옅은 너를 거기에 둔건 이쪽의 실수구나』
"심해라. 좀 더 부드럽게 말해주라. 상처입잖아"
『주위가 너무 어두워서 안 보이는거야』
"그건 무슨"
『부위원장. 인컴 연결되있어요』
『…………이후, 스케줄을 짜겠습니다. 각자 그런줄 아세요』
겸양쩍은 문화제 실행위원의 보고에 유키노시타는 황급히 수정을 했는지 뚝 끊어버렸다.
뚝 끊고 싶은건 이쪽이다.
그 직후에 겨우 위원장의 인사가 끝난다.
전도다난하고 성가시기 짝이없는 문화제의 시작이다. 하아.
문화제는 이틀간 행해지지만 첫날인 오늘은 학교에만 공개고 이틀째인 내일만 일반공개 된다. 그러니까 오늘은 학생이 없을터이지만 복도를 왕복하는데 고생할 정도의 수의 학생이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플래카드를 들고 소리 지르거나, 싸구려 코스프레를 하는 녀석들이 돌아다닌다.
겨우교실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이쪽 준비도 이미 가득차 있었다.
문화제 실행위원이라 거의 교실 쪽에 참가하지 않았던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벽에 기대어 있으니, 순간 시야 구석에서 반짝 빛난것을 깨닫고 황급히 문쪽을 돌아보지만 어느샌가 슈파팟, 순간이동을 한 에비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뭐, 뭐지?"
"게흐흐흐. 유 나오라구"
"돼, 됐습니다. 나, 나는 문화제 실행위원 일이 있으니까"
"그런가……그치만 그건 이틀째부터지? 그치?"
"아, 어"
"그럼 접수 맡아주지 않을래? 공연 시간을 가르쳐주는것만 해도 되니까"
"오, 오케이. 나 힘내겠슴"
그렇게 말하고 경직된 미소를 지으면서 문을 나와 닫고, 한숨을 쉬지만 벽에 크게 하야마의 사진이 있다는걸 깨닫고, 무심코 두번 정도 보지만 공연시간이 아래쪽에 작게 쓰인 포스터가 펼쳐져 있어서 어디에서 뭘 어떻게 보아도 어딘가의 배우 사진처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하야마랑 토츠카밖에 안 찍혔어.
벽에 기워뒀던 의자와 책상을 깔고 바로 PFP를 기동시키지만 교실에서 토베의 큰 소리가 들려와서 무심코 안쪽을 보기 위해 힐끔 문을 열어보니, 에비나를 중심으로 원진이 만들어져 있었다.
엥, 뭐야? 오타쿠 우주인이라도 부르는 예식을 하는거야? 그럴리가 없나……우와아. 사가미라던가 엄청 있기 거북하다는 얼굴하고 있고……안 들어가서 다행이다.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몇 번을 씹었던 그녀의 추태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은 이미 학교 전체에 퍼졌을테고, 그건 F반 녀석들도 예외는 아니다.
문을 닫고 나는 PFP에 집중한다.
문화제라는고로 다소 들뜬건 넘어가는 자세인건지 내가 게임을 하고 있어도 교사도 말을 하지 않고 내 앞을 지나간다.
설마 이런 꿈의 직업을 주다니……에비나 씨 진짜 쩝니다.
이틀째는 기록잡무의 일로 하루종일 걸어다니니까 오늘 하루종일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준건 내 입장에서 보면 진짜 감사감사다. 뭐, 누구의 발안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영차"
"으읏. 놀래라"
"미안미안"
갑자기 눈 앞에 쿵! 하고 비닐봉투가 놓여져서 놀라면서 고개를 들어올리니 유이가하마가 서있어서 남아있던 의자를 설치하면서 내 옆에 앉았다.
PFP로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어서, 점심시간에 들어갔는지 어느새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이 봉투 뭐야?"
"점심밥. 힛키 몫도 사왔어"
"흐응-"
특별히 배고픈것도 아니라서 다시 PFP에 집중한다.
"힛키도 저 안에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것도 안 한 내가 있어도 거북할 뿐이잖아……그보다 내가 없다는거 알고 있었나"
"물론. 힛키가 앉은 순간, 게임하던것도 계속 보고 있었……아니 지금거 아냐! 안 봤어! 힛키가 하는거 보면 눈 버려!"
스스로 굴욕 스위치를 눌러버렸는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방금전의 발언을 취소하려고 필사적으로 양손을 작게 좌우로 흔든다.
이 녀석은 뭘 그리 허둥대는건지…….
"…………있잖아, 전에 했던 말 기억해?"
툭툭 나온 말에 순간 손가락을 멈출뻔하지만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면 하나……불꽃놀이대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은 그 말이 떠올랐다.
나랑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좀 더 알고 싶다였나……유키노시타의 질문하고는 마치 대답과 문제의 관계 같은거군…………하지만 나는 그 있을터인 대답을 찾아낼 수가 없다.
"그리고나서 좀 생각했어…………기다리고 있어도 힛키도 유키농도 이쪽으로 다가와주지 않는다고……그러니까 내가 다가가려고 생각해. 유키농한테도, 힛키한테도. 내가 먼저 다가갈거야"
"다가온것 이상으로 떨어지면 어떡할건데"
"그때는 그 이상으로 다가갈거야"
"………그걸로 상처입어도 말이냐"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숙이고 조금 입을 다문다.
남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그 몸에 상처는 늘어가고, 그 상처는 영원히 낫지 않고 평생 그 녀석의 몸을 좀먹어가는 버그가 된다. 나는 그게 싫어서 버그를 포함한 자기자신을 버리고 새로 만들어냈다……하지만 새로 만들어낸 그 몸조차도 또 침식되어가는 느낌이 든다……하지만…………이상하게도 나쁜 느낌은 안 든다…………모르겠다. 나는 대체 뭘 기대하고 뭘 바라고 있는걸까. 목표도 없는 게임만큼 재미없는건 없다.
"……남에게 접근한다는건 상처입는게 아니려나"
"으읏"
"그 사람에게 다가가면 지금까지 안 보였던게 보여서 보고 싶지 않았던것도 보이겠지만……그게 사람에게 다가선다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 이상으로……………보고 싶은것도 보일거라고 생각해. 유키농도 힛키도 지금은 멀지만 언젠간 반드시 그래"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그 날은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온다.
――――나는 그런 예언같은 것을 품고 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6화
문화제도 이틀째로 들어가, 일반공개 되어서 소부고등학교를 수험치려고 하는 수험생이나 축제 독특한 분위기에 취해서 들어온 가족들, 가끔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대량으로 들어온걸로 교내외 불문하고 어디든 사람으로 가득찼다.
그런 와중에 나는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문화제 모습을 적당하게 찰칵찰칵 찍고 있다.
사진을 찍은 순간에 불쾌하단 표정을 짓지만 상관쓰지 않고 문화제 실행위원 완장을 면죄부로 삼아 게임을 하지 못하는 최근의 울분을 털듯이 찰칵찰칵 찍어간다.
그 때, 등뒤로 뛰어드는듯한 충격이 달렸다.
"코마치냐"
"정답-. 오빠를 보러 왔어!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아 네네. 기쁘다 기뻐. 욕정해버리겠다"
"우와아-. 교과서 읽기랑 그건 포인트 낮아-"
방금전까지 반짝거리던건 어디로 사라졌는지 단번에 차가운 눈이 됐다.
"역시 중학교하고는 다르네~"
"그러게-"
내 기준으로 보면 중학교 합창 콩쿠르도 고등학교 문화제나 마찬가지지만. 그저 노래를 부르나 일하나의 차이 정도밖에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오빠는 카메라 들고 뭐해?"
"일해"
"…………오빠의 입에서 게임 말고 다른 단어가 나오다니!"
코마치는 뭉크의 절규처럼 입을 쩍 벌리고 놀라움을 보인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게임! 밖에 소리 지른것도 아니고. 그보다 왜 내가 일하는것 자체가 레어 에너미 조우한것처럼 듣는거야.
"그래서, 뭐하는거야?"
"그러니까 일하는 중이라고. 기록잡무 일이라서 문화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거야"
"헤~. 아, 그럼 코마치도 찍어줘!"
"싫어"
"엥~. 뭐, 됐어. 그럼 오빠! 코마치는 탐색 다녀올게!"
나한테 경례하자마자 코마치는 잽싸게 계단을 뛰어올라가 순식간에 모습을 지웠다.
코마치는 차세대형 하이브리드다. 게임에 빠져 고독을 사랑한 나라는 실패작을 반면교사로 삼아 적당하게 놀면서도 적당하게 집중하고, 그리고 적당하게 혼자가 된다. 즉 뭐든지 조정 나사가 있는것 처럼 간단하게 조정해버리는 것이다.
부모님은 그걸로 크게 기뻐했지만 나로서는 조금 복잡하다……뭐, 관계없지만.
그때, 3-E교실 앞에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해서 자세히 쳐다보니 『애완뒹굴. 우냥-, 우-멍』이라고 쓰인 간판 앞에 그녀는 서 있었다.
"뭐하는거야"
"으읏. 어머, 땡땡이?"
"카메라를 들고 땡땡이 치는건 뭔데. 기록잡무 일하는 중이다"
"……땡땡이?"
"복창하지마. 상처입잖냐"
그녀가 보고 있던 방향을 보니 창밖으로 교실로 고양이 몇마리가 있는게 보였다.
"고양이 보고 싶으면 들어가"
"……다른 사람이 있잖아……사진"
"……아 네네"
그리 듣고 나는 기막힌듯 교실로 들어가 안의 모습을 고양이를 중심으로 찍고, 일단 밖으로 나와서 유키노시타에게 카메라를 건내자 이따끔 히쭉거리면서 보존된 사진을 쳐다본다.
"……귀여워"
"으읏!"
유키노시타가 고양이 사진을 보고 미소를 지은 순간, 심중이 두근! 하고 크게 고동을 쳤다.
뭐, 뭐라고 할까……평소 웃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으니까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할까…….
"그, 그렇게 좋아하면 다음에 우리집에 올래?"
"어?"
"우리집에 고양이 기르니까……나는 따르지 않지만"
"…………히키가야라서 그런게 아니니?
그냥 몰래 사버려. 개처럼 멍멍 짖는것도 아니고. 조용하니까.
"그럼 가볼까"
"어디로"
"체육관이야"
그리 듣고 유키노시타를 따라가 체육관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 없을 만큼 사람이 들어차있고, 조금 체육관 안은 후덥지근했다.
관객들은 아직이냐며 기다리고 있는듯 상당히 소란스럽다.
"뭐가 시작되는데"
"그렇구나……연주야"
그때, 소란스러웠던 체육관이 단번에 조용해지고, 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져서 그쪽을 쳐다보니 몸의 라인의 강조를 하는듯한 가느다란 롱 드레스를 입은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무대 옆에서 나타나 단상 중앙에 멈춰서서 관객을 향해 치마 양자락을 살짝 들고 정숙하게 인사를 한다.
그 뒤에는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집단이 대기하고 있다.
택트를 가볍게 들어 레이피어를 흔들듯이 날카롭게 흔든 순간, 선율이 흘렀다.
그 음색에 모두다 매료되어 무대위를 그저 쳐다본다.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있어서 인심장악은 쉬운 일이겠지만 거기다 프로에 뒤지지 않는 연주라는 요소가 더해지면 틀림없이 그녀를 처음 본 손님들은 지배된다.
유키노시타 유키노하고는 또 다른 재능을 가진 언니…………이 자매는 평범한 자매하고는 조금 다른 복잡함이다.
허나 한 가지 말할 수 있는건……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절대적인 승리자다.
무대 뒤에서 나는 학생회 비품인 맥북에 들어있는 파이널 컷 프로를 구사해서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에 찍혀있는 편집작업을 재빠르게 끝내간다.
유지의 연주를 기록하는것도 기록잡무의 일이지만 내가 왔을때 이 작업이 상당히 막혀있어서 내가 지적하면서 진행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내 일이 되어버렸다.
뭐, 평소부터 동영상 작성을 하는 나한테는 익숙한 작업이지만 전부 맡기냐.
귀찮은건 비품인 맥북을 모두 가져버려서 동시병행해서 지금 연주하고 있는 유지 연주의 하나 전까지 작업을 끝내서 시종 메구리 선배를 놀래키게 했다.
"히키가야는 의외로 컴퓨터를 잘하는구나"
"아니, 그저 동영상 작성만 익숙한것 뿐입니다"
엔딩 세레모니 직전의 큰 연주를 맡는건 하야마네의 유지단체다.
무대뒤에서 각각 담당악기를 만지면서 긴장을 풀지만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막대기를 돌리고 공중에 보이지 않는 드럼을 치고 있는 토베에 이르러선 아무리 봐도 막대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까부터 우왕좌왕하면서 안달난 모습을 보이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아까부터 힐끔힐끔 시야에 들어오는게 좀 성가시다.
"뭐하는거야"
"얘, 사가미는?"
그리 듣고 주위를 돌아보지만 확실히 위원장인 사가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스케줄표에서는 이미 이 시간에는 무대뒤에 집합해서 엔딩 세레모니 미팅을 해야할 것이다.
메구리 선배도 사가미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건지 휴대폰을 귀에 대거나 놓거나 반복하지만 연결되지 않는듯, 마침내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안 돼, 연결이 안 돼. 아까부터 방송으로 부르고 있긴 한데"
"왜 그래, 유키농?"
현장의 나쁜 분위기를 느낀건지 걱정스러운 표정의 유이가하마가 와서 유키노시타로부터 사정을 듣는다.
"사가밍이 안 왔구나……"
"딱히 상관없지 않냐? 그 녀석이 없어도 엔딩 세레모니는 할 수 있고"
"안 됐지만 그건 무리야. 지역상과 우수상의 집계결과를 알고 있는건 그녀뿐인걸"
동영상 작성을 하면서 그렇게 말하지만 유키노시타에게 딱 잘려버렸다.
이거 또 귀찮은 사태가 발생했군……하야마네 유지가 종료하면 바로 엔딩 세레모니가 들어가는 관계상, 별로 시간은 들일 수 없다. 하지만 사가미가 없으면 유지를 목적으로 온 우수상이나 지역상 발표를 할 수 없어져서 단번에 문화제는 붕괴하게 된다.
뭐, 나하고는 관게없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할당 몫을 할 뿐이다.
"무슨 일이야?"
유이가하마와 마찬가지로 불온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하야마도 다가와서 메구리 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부위원장. 프로그램 변경으로 한곡 추가해도 될까? 시간도 없으니까 구두승인이면 되겠지?"
"할 수 있어?"
"아아. 유미코, 한곡 더 칠수 있어?"
"어!? 무, 무리무리! 진짜로 긴장해서"
"부탁해"
하야마의 미소를 정통으로 먹고, 미우라는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린 후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하야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엉, 뭐야 저거? 나도 갖고 싶은데.
하야마는 멤버 전원을 추가하면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LINE이나 트위터라는 SNS로 취할 수 있는 연락망 모두에 연락해서 사가미를 찾도록 하는 작전인가……그보다 왜 리얼충은 저렇게나 연락처를 갖고 있는거야? 되게 신기하네.
"벌어도 10분이야"
"그거면 충분해"
그리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휴대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연락을 한다.
하야마네의 차례가 돌아와, 무대위로 올라간것과 동시에 무거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가 무대뒤에 울렸다.
"햣호~. 유키노가 먼저 연락을 해주다니 왠일이래~"
"언니. 도와줬으면 좋겠어"
생각지도 못한 바람에 하루노 씨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지만 바로 평소의 여유로 가득찬 미소를 짓고 유키노시타를 들여다보듯이 얼굴을 본다.
"헤에~. 그 유키노가 나한테 부탁이라……좋아. 처음이니까 그 부탁 들어줄게"
"착각하지 말아줘. 이건 부탁이 아니야. 조직도상으로 부위원장인 내 밑에 유지참가자인 언니가 있어. 이른바 이건 명령이야"
"음~. 그치만 그건 페널티가 있는거 아니지?"
"……그래. 하지만 나에게 빚을 만들 수 있다는 메리트는 있어. 이게 어떠한건지는 언니에게 달려있지만"
그렇게 말하자 하루노 씨는 살짝, 더욱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를 본다.
"그래서, 뭘 할거야?"
"시간을 벌거야. 나와 언니. 그리고 두 사람이 있으면"
"그런가~……아, 그래!"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무대뒤에서 나가, 금방 돌아오지만 그 손에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있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사정을 들었는지 기막혀하면서도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은 한 명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서서히 유이가하마에게 걸어간다.
"유이가하마, 조금 부탁해도 될까"
"……그 말을 기다렸어"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미소를 지으며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메구리 선배도 멤버에 들어가있는게 묘하게 의욕이 가득찬 표정으로 팔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맡고 있던 할당량의 동영상 작성이 종료한 뜻을 고하는 팝업이 열리고, 그걸 닫아 보존하고 주머니 속의 PFP로 손을 뻗으려고 할때, 시야 위로 두 사람의 발이 보였다.
"힛키"
"히키가야. 도와주지 않겠니"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
"……엔딩 세레모니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거지"
"그래"
유키노시타에게 마지막 확인을 한 후에 나는 무대뒤를 나가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7화
유키노시타네에게 부탁받고 밖으로 나온건 좋지만 집계결과표를 갖고 있는 사가미를 찾기 위해 어디를 찾으면 좋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서 신발장에서 조금 생각하기로 했다.
방송을 했다고 하니까 교사들은 움직이고 있는건 확실하고, 그 중에는 보건실 선생님도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아마 보건실일 가능성은 없다. 그럼 여자화장실……도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찾을테고, 남자 화장실 등은 선택에서 빼야할 것이다. 냄새나고.
남아있는 선택지는 교실인가……하지만 대부분이 체육관에 모여있다는걸 생각하면 가게를 접고 문을 잠궈뒀을 테니까……하야마의 친구 연락망도 일하고 있으니까 교실 등은 그 녀석들이 갈테지……그럼 달리 갈 만한 곳은 어딘가. 보건실도 아니고 여자화장실도 아니고 교실도 아니다……귀가했나? 귀가했다면 이렇게까지 찾아도 못 찾는것도 납득이 간다……일단 확인할까.
신발장에 쓰여있는 이름을 보고 사가미의 이름을 찾아 신발장을 열어보지만 안에는 제대로 깨끗하게 정리된 신발이 들어있다.
귀가의 선택지는 사라졌나………특별동……도 교사는 갔겠지……반대로 생각하자. 교사나 하야마 친구들이 없는 곳을 생각해라. 거기에 사가미는 있다………….
"아……있네"
아무도 가지 않을법한 곳이 한 군데 머리에 떠올라,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그 곳으로 향한다.
"우왓!"
"어이쿠"
종종걸음인 탓에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온 사람에 반응하지 못해 부딪쳐서 서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아, 카와사키"
"너 문화제 실행위원인 주제에 뭐하는거야"
"뭐, 사람찾기"
"어디 가는데"
"옥상"
"옥상 문 잠겨있어"
카와사키의 말에 무심코 다리가 멈춘다.
뭐, 뭐라고……역시 교사들도 맹꽁이 자물쇠가 망가져있다는걸 깨닫고 새걸로 바꿨나……자칫하면 엔딩 세레모니 시간에 안 맞잖아.
"그런가……일단 묻겠는데, 그 열쇠 여는법 알아?"
"……알아"
……신님. 당신은 나에게 대체 뭘 시키고 싶은겁니까? 선행을 쌓게해서 천국에 보내줄거야?
"가르쳐줘"
그렇게 말하면서 카와사키의 손을 잡으니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내 손을 뿌리쳤다.
"매, 맹꽁이 자물쇠에서 다이얼식으로 바뀌었지만, 누가 그 번호를 기입한 모양이야"
"그 번호는?"
"분명……801"
그 세자리 숫자를 들은 순간, 어째선지 단번에 그 숫자를 누가 기입한건지 알것 같았다.
왜 그 사람이 다이얼록 번호를 써둔거야……뭐,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굿잡. 과연 사짱. 진짜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고 아까보다도 빨리뛰어서 옥상으로 향하자 뒤쪽에서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일단 시간이 없어서 무시하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지만 문화제의 물건 방치가 되어 있는듯, 올라갈때마다 짐 등으로 공간이 좁아지지만 옥상에 가까워지니 서서히 공간이 넓어져갔다.
역시 위쪽까지는 갖다놓으러 오는 무리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 조금 트인 곳으로 나와 다이얼 록식 자물쇠가 걸려있는 문이 보여서 801이라고 입력을 하니 달칵, 하고 열렸다.
"……에비나, 진짜 쩔어"
문을 열자 한 차례의 바람이 부는것과 함께 목표를 시야에 담았다.
사가미는 기대로 가득찬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지만 내 얼굴을 본 순간 실망감을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고 싶은건 이쪽이라고.
"미안하지만 돌아가줘. 시간이 없어"
"딱히 내가 없어도 되잖아. 유키노시타는 뭐든 할 수 있고"
"그렇군.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집계결과를 갖고 있는건 너뿐이잖아. 그게 없으면 세레모니를 시작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하야마랑 유키노시타가 시간을 벌고 있어"
"그렇구나……"
순간 하야마라는 단어에 사가미는 반응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대로 내가 설득해도 움직일 기색은 없군…….
그 때,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돌아보니 사가미의 친구 A, B와 연주를 마친 모양인 하야마의 모습이 보였다.
"겨우 찾았어"
친구 A, B가 사가미에게 다가가서 그 손을 잡았다.
"미나미. 돌아갈까? 다들 기다리고 있어"
"미나미가 없으면 문화제는 끝나지 않아"
친구들의 다정한 말과 따뜻한 손의 온기를 느끼고 감동했는지 사가미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야마가 여기에 왔다는건 이미 유키노시타네의 연주는 시작됐다는 소리다. 유키노시타와 엔딩 세레모니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약속을 나눈 이상 깰 수는 없다.
"야, 사가미. 집계결과만 줘"
"어?"
사가미는 왜? 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집계결과만 있으면 세레모니는 할 수 있어. 사가미, 딱히 네가 문화제에 있든 없든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집계결과만큼은 이쪽으로 넘겨줘. 여기까지 온 이상 실패하는건 싫잖아"
사가미가 출석하든 말든 나하고는 관계없다. 솔직히 말해서 사가미는 있어도 없어도 아무래도 좋은 부속품이다. 집계결과만 있으면 그걸로 끝날 이야기다.
"…………이거"
그러자 사가미는 주머니에서 집계결과가 기입된 종이를 꺼내서 내 발가에 그 종이를 던졌다.
"…………뒷일은 맡긴다"
"……알았어"
내용을 확인하고 집계결과라는걸 확인하고 나는 출구로 향해 걷기 시작해, 지나가듯이 하야마에게 살짝 말하고 옥상을 뒤로 한다.
내같은 현실선행형 인간이 설득하는것 보다는 하야마같은 이상선행형 인간이 설득하는 편이 이번에는 사가미의 설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다.
사가미가 하야마의 설득에 응해, 세레모니를 하기까지 오면 그걸로 되고, 안 오면 거기까지다.
종종걸음으로 체육관으로 향해, 뒷무대로 들어가자 마침 간주 부분에 들어갔는지 관객의 흥분도도 최고조가 되어서 연주하고 있는 본인들도 즐거운 듯이 보인다.
나는 순간……아주 잠깐만 그 광경을 보고 '즐거워보여'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저너머로 날려버리고, 의자에 앉아 PFP 전원을 킨다.
하야마의 설득이 사가미를 움직이는게 빠른지, 아니면 엔딩 세레모니가 시작되는게 빠른가.
5분정도 지나고나서 한 차례 큰 환성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들어보니 연주를 마쳤는지 서로 손을 잡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유키노시타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저런 식으로는 평생 될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네가 돌아온다.
"아, 힛키……어라? 사가밍은?"
"음"
유이가하마가 주위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가미한테 회수한 집계결과를 유키노시타에게 건낸다.
"히키가야. 사가미는"
"찾았어……찾았지만 사가미보다도 그쪽이 중요하잖아. 그것만 있으면 엔딩 세레모니까지 사가미가 돌아오지 않아도 네가 대역할 수 있어. 거기다 나로선 시간까지 데려오는건 불가능해"
"……그래"
"그러니까 의뢰했다"
"누구한테?"
유키노시타의 그 한 마디 직후, 기세 좋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돌아보니 무대뒤로 사가미와 그 친구 A, B, 그리고 설득을 맡긴 하야마의 모습이 있었다.
사가미는 유키노시타로부터 집계결과를 받아내고 마이크를 들고 단상에 선다.
그 모습에는 오프닝 세레모니만큼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그 대신에 친구 A, B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말야.
"과연 카스트 1위인 핸섬. 하야마로군"
"……그 일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어"
"하?
"……사가미를 데려올때……너를 핑계댔어"
하야마는 면목없다는 듯한 얼굴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 소리는?"
"……저런 녀석한테 그런 취급을 받고 좋냐고……그렇게 말해버렸어"
과연. 카스트 최하위에 위치하는 히키니쿠 자식인 나한테 바보취급 당한 분노를 사가미의 안에서 폭발시키기 위해 나라는 기폭제를 이용해서 사가미의 안의 분노를 폭발시켜서 이쪽으로 데려왔다는건가.
순전히 네가 없으면~ 이나 너밖에~ 같은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도 의외로 써먹을 수 있는건 전부 다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군.
"괜찮지 않냐? 그 상황에선 최선책이잖아"
"하지만……쓰고 싶지 않았어"
모두 사이 좋게……그런 생각이 밑바탕에 있는 이 녀석의 기준으로 보면 누군가를 희생해서 누군가를 구한다는 방법의 존재자체를 용서할 수 없겠지. 이번 일로 스스로 그 방법의 존재를 증명한것 뿐만 아니라 이용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그 상황에선 가장 좋은 최선책이었겠지. 이상만 주절주절 들어놓아서 사가미를 위로해도 세레모니까지는 데려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딱히 상관없잖아……금단의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될때도 있어. 게임에서도 치트라는 금단의 수를 써서라도 나를 쓰러뜨리려고 오는 놈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뭐, 그 녀석들 전부 때려눕혔지만. 치트를 쓴다는 방심에서 오는 빈틈을 찌르면 된다.
박수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들어 무대뒤로 돌아오는 사가미의 모습이 보여, 거기에 모이는 친구 A, B와 대기하고 있던 토베랑 오오오카 등이 모인다.
"미나미 최고였어!"
"미나미가 위원장이라서 정말로 다행이야! 어디의 누구씨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여기서부터 팍팍 퍼지겠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으니까. 소문도 75일이라고 하고, 게임하고 있으면 조만간 멋대로 사라지겠지.
그때, 문득 맥북의 화면이 눈에 들어와서 작업이 완료했다는 팝업이 뜨여있어서 그걸 닫고, 작업내용을 원반에 구워 케이스에 넣으니 무대뒤에 호탕한 소리가 울린다.
"어이, 문화제 실행위원들 모여라"
아츠키의 목소리에 문화제 실행위원들이 전부 모인다.
"내가 봤던 가운데 꽤 좋은 문화제였다. 수고했다. 이후 사후처리가 있지만 그것도 힘내라. 그리고 이 뒤에 뒤풀이에서 정도껏 하도록. 그럼"
그렇게 말하고 아츠키는 무대 뒤로 사라지고 문화제 실행위원 멤버는 다시 정리하러 들어간다. 나도 생각을 하면서 뒷정리를 한다.
저 녀석들은……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뭘 기대하고 있던걸까.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집계결과를 건낼때, 명백하게 둘의 얼굴은 조금 맥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녀석들은 내가 사가미를 데려와주는걸 기대하고 있던걸까……아니, 그건 아니겠지. 그 녀석들은 내 성격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내가 사가미를 데려오지 않는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그 녀석들은 대체 뭐에 맥이 빠졌던걸까.
"히키가야"
뒷정리도 대충 끝났을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뒤에 메구리 선배가 있었다.
"이거. CD굽기 끝났어요"
"일처리가 빠르네…………순전히 나는 사가미를 데려와줄거라고 생각했어"
"저에게 뭘 기대하는겁니까. 제가 말해서 돌아오는 녀석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집계결과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하야마에게 맡긴겁니다"
"확실히 그게 제일 확실하게 문화제를 성공시키겠지만………… 내 입장으로는……조금 남을 너무 안 보는게 아닐까……그치만 고마워. 너 덕분에 문화제는 성공했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사라진다.
…………유이가하마네도 메구리 선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걸까.
"히키가야"
뒤돌아보니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여. 굉장했어"
"……보고 있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어딘가 기뻐보였다.
"간부 부분만이지만"
"…………히키가야"
"어, 어이"
갑자기 유키노시타는 내 이름을 부르고 거리를 좁혀서 바로 옆까지 다가온다.
하얀 눈처럼 깨끗한 피부, 투명하게 비치는 눈동자, 그리고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붉은 입술……늘 보고 있는 그것들이 어딘가 지금은 무척이나 요염하게 보여서, 심장 고동이 쿵쿵 빨라졌다는걸 알 수 있다.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문화제는 못 했을거야"
"그, 그런거 아니잖아"
"그럴까? 서류를 분실했을때도, 내가 쓰러졌을때도 너는 구해줬어……슬슬 너는 눈치를 채야해"
"뭐, 뭘 말이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생각에 잠기듯이 눈을 감고, 그리고 뺨을 조금 붉히면서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너는 이미 필요한 존재야"
"으읏!"
그 말을 들은 순간, 단번에 심장고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개져가는걸 안다.
무엇에 대해서 필요한 존재인가……그건 모른다. 하지만……별로 나쁜 느낌은 아니다.
부끄러움을 감추듯이 아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키노시타로부터 시선을 피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녀를 쳐다보고 만다.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빠른걸음으로 체육관을 나갔다.
…………아직도 심장고동이 빠르다. 뭐냐고 이건…….
"정말로 너는 재미있네"
어느샌가 내 앞에 하루노 씨가 서 있었다.
"남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가하마나 유키노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
"치, 친하지 않다고요. 같은 부활동인것 뿐입니다"
"그럴까나~? 같은 부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꽃놀이 대회를 같이 보러 가거나, 판다 판씨 인형을 주거나 집에 묵으면서까지 간호를 해줄까? 네 안에선 같은 부활동이라는 것 만으로 그런 짓을 하는거니?"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겁니까"
"후후……뭐, 됐어. 너는 말야………………그렇게나 남이 다가와서 상처입는게 싫어?"
그 목소리를 귓가에서 속삭여진 순간, 등골은 물론 전신이 얼어붙고,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후후후. 히키가야는 역시 재미있네-"
"그, 그거 고맙네요"
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남의 개인 공간에 들어와야 마음이 풀리는걸까……대체 얼마나 남을 휘저어야 내키는걸까.
"문화제 즐거웠어. 또 봐, 히키가야!"
손을 흔들면서 하루노 씨는 체육관에서 나간다.
…………이제 영문을 모르겠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체육관을 뒤로하여 교실로 향했다.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로 SHR이 종료하여, 기록잡무 일이 아직 남아있던 나는 조용한 봉사부에서 일을 끝내려고 혼자서 특별동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머리속에는 하루노 씨에게 들은 말이 몇 번이고 재생된다.
확실히 왜 나는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 둘하고 관계를 계속하고 있는걸까. 나는 대체 뭘 바라고 있는걸까……전혀 모르겠다.
고민하면서 부실 문을 열자 평소와 다를바 없는 풍경 속에 유키노시타가 펜을 굴리고 있는 모습이 비치지만 어딘가 평소 익숙한 그 광경이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고 말았다.
거기다 방금전의 광경도 플래쉬백해서 더 그렇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거니?"
"아, 아니 딱히"
그렇게 말하고 평소의 정위치에 앉아 책상에 기록잡무 일을 두고 착수한다.
"게임은 안 하는구나"
"오늘 끝내두면 일.월요일은 게임을 마구 할 수 있잖아. 효율 좋게 게임을 하는거야"
"그걸 일상생활로 삼으면 대단히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네 부모님의 우는 얼굴이 떠오르는구나"
"야, 그만해. 리얼하게 울린 나로서는 상처입잖아"
고1때 한번, 리얼하게 울린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릇을 만들고 있던 스승이 납득이 안 됐는지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깨는 장면을 보면서 "실패작을 그 자리에서 부수는건 좋구나"라고 들었으니까.
그때 빡쳐서 어거지로 PF3를 해서 텔레비전을 1개월간 못 보게 만들었지만.
"……고마워"
"헤?"
"얼마전에 말이야. 네가 있어준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어"
"그, 그러십니까"
그리고나서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정적이 부실을 채워간다.
이것이 승리자와 패배자의 차이인걸까. 승리자는 칭찬, 박수갈채를 받고, 패배자는 모독험담, 증오를 받는다. 딱히 이런 인생을 후회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나는 어딘가 승리자에게……승리자가 선 장소를 동경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나 루미가 서있는 장소……그건 어떤 경치가 보일까, 남의 얼굴은 대체 어떤식으로 보일까……결코 볼 수 없는 것을 나는 바라고 있는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또 하나를 내 가슴 속에는 있었다.
『너는 가하마나 유키노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
하루노 씨의 말이 머리에 울린다.
"저기, 유키"
"얏하로-!"
내가 하려던 말을 지우듯이 밝은 목소리가 부실 내에 울렸다.
"어라? 둘 다 뭐해?"
"나는 진로희망표. 그는……뭘 하고 있는걸까"
"기록잡무 일이다. 게임하는걸로 보여?"
"흐응-. 아, 후야제 가자, 후야제!"
""안 가""
"둘 다 거절했어! 그보다 호흡 딱이잖아! 왜 안가?"
"게임 하고 싶고. 구석에서 하고 있어도 그 녀석들이 화낼거 아냐"
"애시당초 나는 그런데 갈 생각은 없어"
"에- 가자~. 셋이서 노래방가자! 아, 밥먹는것도 괜찮은데!?"
유키노시타의 팔을 안고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고 유키노시타는 싫지는 않은걸로 보인다.
어느샌가 내가 하려던 말은 유키노시타의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부실의 분위기에서도 사라져간다.
나는 기록잡무 일도 끝내고 가방에서 PFP를 꺼내려고 하지만 잠깐 생각을 하고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아주 조금만……아주 조금만 지금 분위기를 느껴두자.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분위기에 몸을 맡긴다.
승리자만이 느끼는 것을 허락받은 분위기. 그걸 패배자인 내가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딘가의 SNS――――
『문화제 수고했어-!』
『수고~. 진짜 엄청 즐거웠어!』
『그치~. 있잖아, 좀 들어봐~』
『왜?』
『위원장인 사가미 있잖아? 그 애한테 문화제에 너는 없어도 된다고 말해서 울린 녀석이 있어~. 너무하지 않아?』
『넘해라~. 그 녀석 누구야?』
『2학년 F반의 히키가야라는 녀석』
『진짜!? 나 같은 반이야~』
『거짓말~! 어떤 녀석인데?』
『맨날 게임만 해서 우리들 사이에선 히키니쿠라고 부르고 있엌ㅋㅋㅋ』
『뭐야 그겈ㅋㅋㅋ?』
『히키코모리・니트・게임오타쿠를 줄여서 히키니쿸ㅋㅋ』
『뿜었닼ㅋㅋㅋ. 다음에 보면 나도 불러볼까』
『게다가 여름방학에 산에 갔었는데 그때, 히키타니가 하야마를 화나게했어』
『하야마를?』
『응. 영웅인척 나대지 말라고 했으. 게다가 괴롭히는 가해자를 전부 죽여버리면 된다던가. 그때부터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위험해~. 히키타니 진짜 위험혀~』
『무셬ㅋㅋ』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8화
"푸엣취!"
아침 6:50. 그날 나는 셔터를 내린 게임가게 앞에 방한구로 완전무장한 상태로 아직인가 하며 개점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내가 기대하고 있던 게임의 발매일이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배틀시티3. 그 이름대로 온라인 게임에서 세상을 무대로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운다는 초 대히트 게임이다. 물론 1, 2도 한정판을 예약해서 철야로 기다리고, 첫날에 첫번째로 구입해서 그 날에 거의 클리어했다. 지금 되어선 모든 요소를 클리어해서 지금은 재워두고 있지만 가끔 꺼내서 놀고 있다.
참고로 오늘은 평일이다. 문화제가 종료하고 밤은 얇은 상의를 입지 않으면 추울 정도의 가을이다.
"이제 10분인가……참자 참아……응?"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추위에 참는 자신에게 들려주듯 중얼거리고 있으니 내 발밑에 낯익은 느낌 만개하는 개가 학학학 숨을 토하고 있었다.
…………아니아니아니. 그런건 없다.
"좀 사브레! 주인인 내 말을 제대로 들어야……힛키?"
"유이가하마……너 파자마로"
"와-왓-! 그, 그런거 여자애한테 말하면 안 된다구!? 힛키 여자력이 아니라 남자력 부족한거 아냐!?"
뭐야 남자력은. 그건 배려라는 말 안 쓰나? 뭐, 유이가하마라면 어쩔 수 없나……자주 파자마로 아침산책을 하네……파자마로 철야 게임을 하는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유이가하마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행렬을 본다. 사브레는 내 다리에 배를 기댄다.
"이거 무슨 행렬이야?"
"게임가게 개점 대기 행렬"
"게임가게? 힛키 게임 사? 이런 시간부터?"
"뭐, 그래. 신작 발매 소프트고 인기작이니까 금방 사라진다고. 어제부터 철야했다"
"어, 어제부터!? 힛키 안 잤어?"
"잤어. 여기서"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말도 안 된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붕붕 좌우로 저었다.
그때, 셔터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일어서보니 점원이 무거운 셔터를 열고 개점 준비를 시작해서 일어서서 돌격준비를 갖춘다.
뭐, 첫번째니까 상관없지만.
"유이가하마. 조금 떨어지는 편이 몸에 좋을거다"
"헤? 왜?"
"그럼 지금부터 발매 개시합니다-!"
점원이 메가폰으로 그렇게 외친 순간, 대쉬해서 점포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두두두두두두! 눈사태처럼 다른 손님도 대쉬하고, 신작 발매칸부터 작은 박스에 들어간 UMD를 손에 넣고 계산대로 건내어 미리 쥐고 있던 1만엔 지폐를 점원에게 건내고, 산뜻하게 계산을 마치자 얼빵한 모습으로 유이가하마가 밖에 있었다.
이, 이거 게임 판다고 할까 경쟁이잖아
"훗. 이게 신작발매일의 숙명이야……그럼 돌아가서 바로 해볼까"
"엥? 오늘 학교 가잖아"
"아직 1시간 있으니까"
"힛키답네. 그럼 학교에서 봐. 바이바이!"
"음"
유이가하마와 헤여저 나는 따끈따끈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1시간 게임한 후, 나는 자전거로 학교로 향해, 교실에서도 내내 게임을 하고 있었다.
1교시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수업이고, SHR도 없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오늘은 느긋하게 할 수 있겠군. 체육도 없으니까 특별히 교실에서 나가는 일도 없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서 하고 있지만 시야 구석에서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이고, 힐끔 그쪽을 쳐다보니 침울해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어딘가 당혹스러운 모습의 사가미와 친구 A, B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기보다도 어딘가 교실 녀석들이 이쪽을 쳐다보는 것처럼 느꼈다.
토츠카가 쳐다보는건 좋지만 다른 녀석들이 쳐다보는건 싫어……아, 시간인가.
PFP시간이 이제 곧 선생님이 올 시간대를 표시하고 있어서 슬립모드로 바꿔서 주머니에 PFP를 집어넣어 몸을 뻗었을때, 문득 책상 속에 무언가가 들어있는게 보여서 손을 집어넣어서 손을 꺼내보니 엿봉지니 껌종이 등이 들어있었다.
어이쿠. 언제부터 내 책상은 쓰레기통으로 직업교체 한거야?
나는 쓰레기에 약간 놀라고 있으니 쿡쿡 웃음는 작은 소리가 들려와서 그쪽을 힐끔 쳐다보니 사가미의 친구 A, B가 노골적이게 비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사가미와 눈이 마주치지만 조금 지나고서 고개를 피한다. 어딘가 그 얼굴은 침통한 모양이다.
…………뭐, 아무래도 좋아.
그렇게 생각한것과 동시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이 시작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소와 완전히 같은 일상이 지나, 방과후가 된 지금 나는 봉사부 부실로 가려고 하지만 아까부터 끈적하다고 할까 찐득하다고 할까 찰딱붙는다는 그런 종류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고 있다.
아까부터 힐끔힐끔 뒤쪽에서 일부러라는듯이 히키니쿠라는 단어가 들려오지만 그걸 무시하고 특별동으로 들어가니 그런 시선도 사라졌다.
……문화제 일이겠지만……뭐, 아무래도 좋아.
"여"
문을 열고 그렇게 말한 순간, 홍차의 좋은 향기가 나는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는 황급히 휴대폰을 덮고 주머니에 넣어서 허둥대며 평온을 꾸리려고 하지만 도리어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뭐하는거야 이 녀석……야한 사이트라도 보고 있던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수제 머핀으로 작은 차모임이라도 열고 있었는지, 종이접시와 김이 솟는 컵이 둘 각각 놓여있었다.
홍차 향이 난건 이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자에 앉아 오늘 산 게임을 기동시킨다.
1교시에 스토리는 라스보스까지 갔고 에리어에 있는 모든 아이템도 입수했고, 무기 강화도 순조롭게 진행했고 남은건 라스보스를 박살내서 온라인에서 놀까.
"아, 힛키의 컵이"
머핀을 맛있다는 듯이 우물거리고 있던 유이가하마가 그렇게 말하자 컵을 두고 유키노시타가 주위를 돌아보지만 그리 금방 새로운 컵이 발견될리도 없다.
"나는 됐어. 안 마실거고 지금 게임에서 손을 뗄 수 없고"
라스보스와 전투를 개시시키면서 그렇게 말한다.
호호오. 라스보스는 불사조인가…………그렇게 되면 몇 번인가 강화소생을 한다는게 있을지도……라고해도 AI는 적은것 같고 공격 범위도 그리 넓지 않다. 그저 건물을 벽으로 삼는건 무리같군. 순식간에 건물이 소멸하니까……뭐, 근접장비로 도전하는 녀석은 거의 없을테지만 나는 일부러 근접무장인 도로 간다!
불사조가 내려서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액션을 한 순간, 보스의 뒤로 돌아 콤보로 공격을 하자 화면에 붉은 피를 토하는 모습이 표시되고, 보스가 순간 기가 꺾인다.
뭐, 이 게임은 스토리보다도 온리인에서 세상을 무대로 삼아 싸우는게 인기니까. 중국이나 한국, 끝내는 브라질까지 갈 수 있게 되어 있고, 거기로 가는 배 속에서도 살극을 할 수 있으니까.
역시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처럼 정신나간 머신은 안 나오지만.
"유키농, 그거 뭐야?"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받은거야. 새로운 일이래"
유키노시타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일어서버렸다.
"왜, 왜 그래 힛키?"
"훗……역시 나. 게임은 최강이다. 발매일 당일에 클리어해버렸다"
이미 PFP 화면위에는 엔딩 크레딕이 흐르고 있고 스토리 모드를 모두 클리어 했다는걸 나에게 가르쳐준다.
바로 이 게임 동영상을 작성해서 올리자. 라스보스 직전까지는 이미 집에서 녹화해뒀고, 남은건 찔끔찔끔 편집하면 되고, 라스보스는 어디의 록맨처럼 라스보스에게는 몇 번이나 도전하고나서 또 모든 무장으로 클리어하는 동영상도 올리자. 실패 도전은 모든 요소를 클리어 한 후니까.
"유이가하마, 그처럼 게임에 흥미를 가지면 저렇게 돼"
"괜찮아 유키농. 나 가정 조리학밖에 안 하니까"
"아, 적당히 하고 돌려줘"
유이가하마에게 따지니 노트북 화면이 순간 보여서 문득 신경쓰여서 그녀들의 뒤로 가서 들여다보듯 화면을 봤다.
『봉사부 여러분에게. 새로운 활동내용으로 메일로 고민 해결을 시작합니다. 그 이름도 치바현 횡단 고민상담 메일. 각자 분발해서 고민해결을 힘내주세요. 고문. 히라츠카 시즈카.』
또 귀찮은 일을……메일로 고민 해결을 하는건 의미 없지 않아?
"대충 알았어. 수신 받은 고민을 메일로 해결하라는 거구나"
"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메일로는 착실하게 쓰는구나"
"그야, 저쪽도 나이 찬 어른이니까. 문장상으로도 평소대로라면 깬다 야"
"어머. 평소부터 메일을 주고받는듯한 말투구나"
"뭐, 받기만 한다고……하아"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 이상은 둘 다 추궁하지 않았다.
왜냐면 게임하고 있더니 엄청 긴 메일이 보내오고, 거기에 답신하지 않으면 전화가 오고, 그런데다 내 PF3에까지 메일을 보내오는 사람이니까. 대체 어디에서 보내는거람. 메일이라고 해도 요즘은 자주 루미한테 메일이 온다. 가끔 같이 게임하기도 하지만.
"아, 바로 온것 같아!"
"……무거워"
유키노시타는 어깨에 얹어진 그 둘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추궁하면 얻어터질것 같으니까 추궁하지 않지만.
"수신자는 플래그 인 씨한테서……이건 무슨 의미니"
"안 읽어도 돼. 오히려 삭제해줘"
P.N만으로 누가 보낸건지 알겠다. 읽으면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암흑의 세계로 내딛어버릴것 같아서 무섭다. 무시무시하구만 무시무시해.
"에~ 읽자~"
"그래. 보내온 이상 읽지 않을 순 없어"
두 사람은 내 요청을 무시하고 메일을 펼친다.
왜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한테 그렇게 무른건데……참아주라.
【플래그 인 씨로부터 상담】
『문화제 이래로 교실 남자들(H와 H)의 사이가 무척이나 좋아 보입니다! 하야마가 히키가야의 옆을 지나갈때 늘 웃으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부적절(腐適切)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이 진척되서 기쁘지만 이 후에,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더는 이름 감추지도 않고 말이지"
"히나……그치만 요즘 힛키 사이 좋지? 얼마전에도 체육때 얘기했었구"
"기분 탓이야"
확실히 문화제 사건 이래로 이따끔 말을 걸어오긴 온다.
"히키가야. 빨리 답신해주지 않겠니"
"왜 내가 하는건데"
"왜냐면 국어 성적은 네가 높잖니"
"전체적으로 보면 네가 높잖아"
"어머, 중요한건 성적이 아니야. 중요한건 진솔함……은 안 되겠구나"
어이, 마치 나한테 진솔함이 없다는 듯한 소리잖아. 일단 나도 진솔함은 있다고. 제대로 게임은 공략할 수 있을때까지 계속 생각하니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없고"
어째선지 유이가하마까지 끼어들어서 나의 장점 찾기를 시작해버렸다.
"아, 다정함 있지 않아? 힛키 이따끔 다정하구"
"그럴려…………그, 그렇구나"
"이따끔이라는건 심하지 않냐?"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가 말한걸 부정하려고 한 순간,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이쪽으로부터 시선을 피하고,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면서 긍정의 말을 했다.
왜 이 녀석은 얼굴을 붉히는거야.
"하지만 배려는 미묘하네"
"어이어이. 나는 배려는 SSS잖아"
"어디가 말이니. 일상보다도 게임을 우선시켜서 나한테 폐를 끼치고 있잖니"
"폐? 늘 소음으로 게임하고 있잖아"
"피코피코의 딸깍거리는 소리야"
윽. 그건 확실히 그럴법하다. 태고의 달인을 할때는 그냥 딸깍딸깍 축제니까. 라고할까, 이 녀석도 입다물지 말하고 말하면 될걸……뭐, 개선은 하지 않을거지만.
"일단 힛키가 답신하면 만사해결 아냐?"
"예이예이"
유이가하마와 자리를 바꾸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우왓. 역시 힛키 타자치는거 빠르잖아"
블라인드 터치라는것 까지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쓰고 있으면 익숙해지니까 문자를 치는것도 빨라진다. 하지만 주로 쓰는건 컴퓨터가 아니라 게임기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장을 완성시켜, 타악 엔터키를 누르니 자동적으로 송신이 시작된다.
"뭐라고 보냈어?"
"당신의 그 망상은 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실을 보고 사세요라고"
"그걸 너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어"
유키노시타가 홍차를 마시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때, 화면 구석에 NEW마크가 나타나서 대수롭지 않게 커서를 갖고 가서 클릭하고 메일을 열었다.
"P.N : 언니야"
"지우자"
"허나 거절한다"
방금전의 보복이라는듯이 유키노시타가 마우스를 잡기 전에 메일을 뜯어봤다.
"햣하로~. 요즘 유키노가 어떤 남자애가 뽑아준 판씨 인형만 잘때 꼭 안고"
유이가하마가 거기까지 읽었을때 유키노시타의 주먹이 노트북에 직격해서 닫혀버렸다.
냉기가 보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키노시타가 두르는 분위기는 차갑고, 조금이라도 건들면 순식간에 얼어붙을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의 그 변모에 나는 물론 유이가하마조차도 아무 말도 못한다.
"……내가 이 메일을 답신할게"
"으, 응"
"그, 그래"
노트북을 건내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엔터키를 눌렀다.
마음이 풀렸는지 유키노시타는 숨을 살짝 내쉬고 다시 홍차를 마신다.
"의외로 오네. 아, 또 왔어"
그렇게 듣고 화면을 보지만 또 NEW마크가 표시되어 있고, 마우스를 조작해서 메일 화면을 열자 제일 위에 yumiko☆라고 쓰여 있어서 단번에 송신자를 알았다.
"유미코다"
"인터넷 상에서 본명이냐"
"그럼 안 돼?"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정보는 별로쓰지 않는 편이 좋아. 그게 보이지 않는 상대의 무기가 되니까"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상대는 대개 IT에 정통한 녀석이 쓰는 일이 많고, 이름만 보고도 본명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특정하여 출신 학교, 성별, 연령, 얼굴사진부터 모든걸 찾아내서 그걸 협박 소재로 삼아온다.
본인에게 보낸다면 모를까 세계규모로 넓은 인터넷에 그 정보라는 비를 내리게 하면 더는 멈출 수단은 없다.
사실, 리벤지 포르노라는 걸로 알몸 사진이 올려지면 그걸로 끝이다. 일은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히고 마지막엔 자살을 한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니까.
"현실 세계에서 당당하게 밝히는건 좋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당당하게 밝히는건 별로 좋지 않아. 연예인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이 당당하게 공개하면 인생파멸이다"
"평소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는 네가 말하면 엄청난 설득력이 있구나. 인터넷가야"
"그럼 등록 같은것도 안 돼? 그게, 회원서비스라던가"
"딱히 전부 다 자신의 정보를 올리지 말라고는하지 않겠지만 취급 주의하라는 소리야. 자칫하면 개인정보 유출이 되서 인생 끝장나는 녀석도 있으니까"
"흐응~"
"그런데 미우라의 메일, 내용은 뭐니?"
그리 말을 듣고 메일 화면을 비춘다.
『요즘 또 체인 메일이 와서 짜증나. 사가미 떨거지 짜증나. 히키가야도 게임만 해대서 짜증나고 기분 나빠』
왜 나만 더블 콤보인거지……하지만 미우라한테 왔다는건 다른 녀석들에게도 체인 메일이 왔다는거 아냐?
힐끔 유이가하마를 쳐다보지만 내 시선을 깨닫지 못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다.
"체인 메일은 그렇다치고 사가미는 어떠니"
"음~. 왠지 아직 문화제 일을 끌고 있는것 같아서 어두우려나? 일단 친구하고는 즐겁게 대화하고 있지만 왠지 캥긴다고 할까 경직되어 있다고 할까"
아마 그것만이 아니겠지.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가 모르는 옥상의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뭔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사가미는 확실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건 친구 A, B도 그렇지만 확실히 종류가 다르다.
"내버려두면 되겠지. 어차피 조만간 잊혀질거야. 누군가에게 폐를 주는것도 아니니까"
"…………정말로 그럴까"
"……무슨 의미야"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너, 혹시 모르니?
"그러니까 뭐"
"……힛키, 그게 말야"
유이가하마가 말하려던 그때, 부실 안에 내 스마트폰의 착신음이 울려퍼졌다.
"……미안"
일단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 스마트폰을 쳐다보니 상대는 자이모쿠자였다.
드물다. 그 녀석이 전화를 걸다니.
"여보세요"
『본관이다』
"보면 알아.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음. 지금 그대는 시간 있나?』
"시간 있다고할까, 지금 부실인데"
『……그런가. 부활동이 끝나면 도서실로 와라. 기다리고 있겠다』
"아, 야……끊었네"
뭐야 대체…… 평소의 자이모쿠자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는데.
"미안. 그래서 무슨 얘기하려고 했던거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우선 사가미에 대해서는 조금 상태를 지켜보고나서 해결책을 찾아내자"
"하아? 왜"
그렇게 말하자 둘 다 놀란 모습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왜냐면 메일로 왔잖아"
"확실히 그렇지만 그런건 사가미 자신의 자업자득이잖아. 그 녀석이 제대로 위원장의 역할을 다해냈으면 이런 일은 안 됐을테니까"
"그래. 하지만 봉사부에 의뢰로 와버린 이상, 무시할 수는 없어"
…………언제부터 해결사가 된거야.
저 녀석 자신도 말했던 소리다. 봉사부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곳이 아니다. 그 녀석이 소원을 이루는걸 보조할 뿐인 자원봉사부라고. 그것이 지금 어째서 사가미를 구하려고 하는가. 설령 의뢰로 왔다고 해도 일너건 그 녀석 자신의 자업자득이 낳은 결과다.
"왜 그 녀석의 꽁무니를 닦아줘야 하는건데? 어디에서 어떻게 봐도 그 녀석 자신의 과실이잖아. 그 과실을 굳이 구제할 의리는 우리에겐 없잖아"
"미우라가 불쾌감을 느끼는 이상, 해결하는 의미는 있어"
"해결하는 의미는 있어도 할 의미는 없겠지. 조만간에 미우라가 행동을 일으킬테니까"
"미우라가 행동을 일으키면 교실 분위기는 최악이 되는게 아니니"
"……하아. 부장인 네가 그리 말한다면야. 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봉사부를 나와 자이모쿠자가 기다리고 있는 도서실로 향한다.
왜 굳이 사가미를 구하려는 짓을 해야하는건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녀석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결말이잖아…………왜 내가 화내는거야.
도서실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바로 자이모쿠자의 모습은 보였다.
"음. 왔는가. 기다리다 지쳤다, 이 때를"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자이모쿠자와 대면하는 형태로 앉으니 자이모쿠자는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들고 내 앞에 두었다.
"어이. 소설 설정집이라면 안 읽는다"
"아니야. 뭐, 봐라"
그렇게 듣고 마지못해 파일의 내용을 꺼내보니 어떤 SNS상 대화의 모습이 인쇄된건지 3장의 종이에 거쳐서 그 모습이 찍혀있다.
"뭐야, 이거"
"으음. 라인이다. 본관도 하고 있어서 말이지……아무도 친구는 없지만"
그거 하는 의미 있냐.
"커흠커흠……그건 아니다. 이건 소부 고등학교 그룹 라인이다"
그런거 만들엇었냐. 그보다 나 그거 처음 들었는데.
"그래서, 그 그룹의 라인이 어쨌…………"
그렇게 말하다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황급히 한번 더, 처음 대화부터 쳐다보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처음 봤던 내용과 문장은 변할리도 없어서 계속 같은 문장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이거 언제부터야"
"문화제가 끝난 날부터다. 지금도 그 화제는 끊이지 않는거다"
…………과연. 미우라한테 체인메일이 보내진 내용은 라인으로 하고 있는 토크 내용이랑 거의 같다는 소린가……그렇다면 유이가하마한테도 보내졌을 것이다.
라인 토크 내용……그건 얼마나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남자가 악랄하고 비도한지에 대한 내용이며, 처음 부분은 문화제였지만 중반이 되어서는 사실무근한 일 투성이다. 뭐, 그 중에는 나를 옹호하는 의견도 보였지만 그런건 소수다.
"……하치만"
"내버려두면 되겠지. 딱히 실질적 피해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수수하게 나오지만 그런건 실질적 피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런건 조만간 사라질거야. 뭐, 일부러 가르쳐줘서 고마워"
"으음.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와라. 본관과 하치만의 관계는 그 어떠한걸로도 찢을 수 없으니 말이다"
팔짱을 끼면서 그렇게 말하는 자이모쿠자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고 나는 도서실을 나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9화
다음날 아침, 마침내 내 신발장은 쓰레기통으로 변신을 마쳤다.
해냈네! 신발장은 쓰레기통으로 진화했어! 레벨이 1 하락했어! 쓰레기통은 추한 냄새, 차가운 시선, 끈적한 시선, 조소의 미소를 익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사가미를 제외한 친구 A, B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벽에 기대어 즐거운듯이 대화를 하면서 내가 있는 쪽을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본다.
…………핫. 이 정도로 비틀거릴 내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쓰레기를 진짜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교실로 가려고 계단을 오르려고 할때,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져서 돌아보니 하야마가 있었다.
"안녕. 히키타니"
"음, 안……안녕"
순간 시야 구석에서 번쩍! 하고 빛난것이 보인것 같지만 일단 무시해두자.
하야마는 내 옆에서 서서 같이 걸어간다.
아마 하야마도 그 라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무근한게 쓰여있던 라인 중에서 나를 옹호했던 소수 중 한 명이다.
"……히키타니. 미안해"
"왜 사과하는데"
"내가 너를 핑계삼은 탓에"
"아니지. 착화제는 네가 핑계를 대기 전에 내가 말한거잖아"
나는 하야마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하야마의 표정은 의연하게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아"
진지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하야마를 봤다.
"더는 유키노시타같은 일은 만들지 않아…………이 문제의 원인은 나인 이상,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더 이상 눈 앞에 있는 것에서 눈을 피하지 않아. 절대로 너를 지켜내겠어"
"붓호오오오오오오! 하야하치 최고오오오오오오!"
"좀, 히나!?"
응……뒤에서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하자.
"……뭐어, 그 뭐냐……조심해라"
"아아. 물론"
그런 정색하는 얼굴로 들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히, 히키가야!"
"응? 카와사키?"
어두운 분위기를 뿌리치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뒤돌아보니 어째선지 처음부터 얼굴이 빨간 카와사키가 머리카락을 되게 만지면서 서있었다.
"아, 안녕"
"안녕"
"카와사키, 안녕"
"음, 아아. 안녕"
엥, 뭐야 이 역차별? 왜 히키니쿠인 나한테는 기운차게 인사했는데 화려계 핸섬인 하야마한테는 차갑게 인사하는거야? 설마 새로운 괴롭히기야? 역차별로 기대시켜놓고, 같은건……아닌가.
카와사키는 내 왼쪽에 서고 아직도 빨개진 얼굴로 같이 교실로 걸어간다.
……왜 나는 같이 교실로 가는거지? 아니, 교실은 같지만 말야.
그때, 어째선지 오한을 느껴서 가방을 방패삼아 뒤를 돌아보니 입가에서 침을 흘리며 코에 붉은 휴지를 틀어박힌 에비나와 여왕 미우라가 있었다.
"그, 그후후후후. 하야하치, 하야하치하야하치"
"그러니까 자중해"
미우라에게 머리를 가볍게 얻어맞고 스위치가 변했는지 바로 평소 느낌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반짝 안경테가 빛나며 나를 쳐다본다.
모드 체인지해도 둘 다 거북한 타입이라고.
"히키가야, 하야토, 카와사키 안녕!"
"아아, 안녕. 히나"
"아, 안녕"
"안녕"
우리 셋의 뒤로 에비나, 여왕 미우라도 포함되어서 어째선지 나를 중심으로 더욱 큰 집단이 되어버렸다.
왜 히키니쿠 자시의 주위에 학교 카스트 상위진이 이렇게나 모여있는겁니까……여기에 유이가하마가 추가되면 나는 그냥 노예잖아. 노예로밖에 안 보여.
"하야토, 오늘 서티원 안 갈래?"
"오늘은 부활동이니까. 거기다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고"
"괜찮아. 나아 전부 성장하는데 쓰고 있구"
그건 대체 어디로 쓰고있는걸까……뭐, 생각만 하지 묻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순식간에 방과후가 되어버려서 나도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게임 속행을 하지, 동영상을 찍지, 저녁을 먹지, 게임을 하지, 자지……응. 완벽한 예정을 세웠군.
"힛키"
교실에서 나와 특별동으로 가려고 할때, 뒤로 부르기에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가방을 든 유이가하마가 있었지만 교실에서 나와 불쾌한 시선을 느껴서 반응하지 않고 특별동을 향해 걸어간다.
무시당한게 화가 났는지 유이가하마도 나를 쫓아온다.
"왜 무시하는거야?
"무시 안 했어. 앞으로는 그다지 교실에서 말 안거는게 좋을거야"
"…………힛키도 알고 있구나"
"어제 알았어"
아마 어제, 유이가하마가 말하려고 하던건 사실무근한 일을 채워넣은 체인 메일일 것이다.
나도 어제 자이모쿠자가 보여줘서 처음 알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확산하고 있었다니……하지만 조만간 수학여행과 체육대회라는 큼지막한 행사가 온다. 열기도 그쪽으로 가겠지.
"……이번 체인 메일, 범인은 왠지 모르게 알았어"
"그렇겠지. 오히려 모르는 편이 이상하지"
아마 체인 메일을 돌려서 사실무근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건 사가미의 친구 A, B 둘 중 하나거나, 혹은 둘 다겠지. 라인에서 정보를 발언한것도 그룹 라인으로 보려고 했지만 본명으로 등록하지 않았으니까 몰랐지만.
"이제 곧 체육대화랑 수학여행이 오니까 열은 식겠지"
"그러면 좋겠지만…………사가밍 말인데, 아직도 힛키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생각해. 어디에서 뭘 어떻게 보아도 자업자득이잖아. 그 녀석이 직무포기만 안 했으면 적어도 그렇게까지는 안 갔겠지. 그저 단순히 일을 못한 위원장인것 뿐이야"
"…………그치만 말야. 유미코가 짜증내고 있구, 교실 분위기도 그래서 나빠지고 있으니까 그걸 해결하려고 생각해서 말야"
"내 입장으로 보면 교실 분위기가 나빠지든 말든 알바 아닌데"
"힛키는 상관없어도 다른 애들은 싫어해……저래 보여도 유미코는 영향력이 있구"
와오. 그냥 공인으로 여왕님이냐……하지만 유이가하마의 말대로다. 우리 교실의 여왕은 미우라가 틀림없고, 그 녀석이 짜증을 내면 교실 분위기는 떨어진다. 뭐, 기뻐해도 분위기는 평범해지는것 뿐이지만.
내 입장으로 보면 분위기는 아무래도 좋지만…………하아. 이번에도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얏하로~!"
오늘도 여전히 부실에 유이가하마의 기운찬 목소리는 울린다.
"안녕, 유이가하마"
"어이, 나는 무시냐"
"어머, 있었구나. 투명가야"
"간단하게 존재를 지우지마"
평소처럼 정위치에 앉으려고 했을때, 유키노시타가 생각에 잠기는듯이 팔짱을 끼고 노트북 화면을 본다.
"왜 그래, 유키농. 아, 새로운 메일이 왔구나"
"그래. 하지만 조금 어려워"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고민한다면 내가 풀 수 있을리도 없다. 따라서 나는 볼 필요는 없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PFP를 기동시키려고 하지만 유이가하마에게 팔을 붙들려서 질질 유키노시타의 옆까지 끌려와버려다.
"힛키도 게임 하지 말고 봐"
"하아"
한숨을 쉬면서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치바현 횡단 고민 상담 메일로 보내진 메세지를 본다.
【P.N : 메구☆메구 씨】
『체육대회를 성공하기 위해 재미있는 안을 모집하고 있어요! 올해 마지막이니까 반드시 이기고 싶어요!』
"체육대회라"
"벌써 그런 시기구나"
그러고보니 귀가 HR에서 홍팀 백팀으로 나뉘었던 기억이 있는듯한 내용이……거의 게임 공략밖에 생각 안 했으니까 기억 안 해. 참고로 나는 홍팀. 어째선지 그것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소문으로 들었는데, 작년 체육대회는 물건 빌려오기 경주였잖아? 그래서 친구를 데리고 오도록 들은 사람이 이상한걸 갖고 와서 혼났다고 들었는데"
"그러고보니 그렇구나"
그거 나다. 친구를 데리고 오라는 주제에 PFP를 들고 갔더니 그때는 면식이 없었던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헤드락을 당한채로 학부형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끌고가서 주구장창 설교를 당했지.
설마 소문으로 퍼졌을 줄이야……무시무시해라.
"저기, 힛키는 작년에 뭐 나갔어?"
"잊었어"
절대로 방금전에 말한 두 가지에 출전했었습니다라고 하면 또 성가신 일에 말려든다는건 틀림없다. 이건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로 삼자.
그때, 부실 문이 조용히, 그리고 경쾌하게 노크되어서 모두의 시선이 그쪽에 집중한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포근한 분위기, 매끄럽게 빛나는 이마, 묶여늘어진 머리카락. 그것들을 포인트로 갖고 있는건 이 학교에 한 사람 밖에 없다. 그 인물이야말로 학생회장. 시로메구리 메구리.
"여기가 봉사부구나~. 전에 체육대회에 대한 메일을 보냈는데 직접 물어보러 오는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화면에 시선을 옮기니 메구☆메구라는 사용자명과 화면에 있는 마지막 단어가 이어져서 이 메일의 송신자가 메구리 선배라는 해답에 도달해서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하지만 학생회장이 여기에 왔다는건 또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게 아닐까.
"오, 히키가야. 네가 여기에 있는건 뜻밖이네~"
"그, 그렇슴까?"
고개를 처억 갖고오면서 그렇게 들어서 무심코 한발짝 물러선다.
"응. 너는 게임밖에 안 하니까. 부활동에 안 들어갈거라고 생각했어"
뭐, 이 부활동도 어거지로 들어간 느낌이 장난이 아니지만.
"시로메구리 선배. 그건 내버려둬도 좋으니까 의뢰의 상세 내용을 가르쳐주세요"
"아, 그래맞아. 너희에겐 남자.여자 메인 경기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딱히 메인 경기라는건 생각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반 대항 릴레이와 구슬넣기나 줄다리기나 기마전만으로도 충분히나 이외의 녀석들은 들뜰거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운동부 녀석들은 그렇다. 평소 귀찮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부활동하는 스포츠가 체육 수업에서 하게 되면 이상하게 살아나는 그거다. 그게 체육대회에서도 반영되는 것이다. 귀찮다, 나른해,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막상 하게 되면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그보다 작년에 뭐했더라?
"…………뭐였더라"
작년일 정도는 기억해둬라……뭐 나도 기억력이 좋으니까 멋대로 기억하는 것뿐이지 기억력이 좋지 않았으면 속공으로 잊었겠지만.
"코스프레 레이스잖아. 코스프레 하면서 달리던거"
"역시 예산편성을 통째로 암기한 만큼 기억력이 좋네~. 그치만 정말로 다들 기억 못하는구나. 그러니까 이번에는 모두가 쭈욱 기억할 수 있을만한 화려한 메인 경기를 생각하고 싶어"
"개요는 알겠어요. 그래서 언제까지 대안을 내면"
"그거 말인데, 체육대회 실행위원회가 열리니까 거기에 참석해주지 않을래?"
이제 싫어~. 또 위원회에 출석해야하는거냐고.
"이미 위원장은 추천으로 정해뒀으니까. 응?"
"아, 에, 아, 아니 그게"
윙크하면서 그리 말을 하며 나에게 한 발짝 다가와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일에 몸이 굳어서 평소처럼 말을 할 수가 없다.
필사적으로 쥐어진 손을 떼려고 하지만 어째선지 위로 흔들어도 아래로 흔들어도 오른쪽으로 흔들어도 왼쪽으로 흔들어도 같은 방향으로 흔들뿐이라 전혀 놓아주지 않는다.
"위원장은 벌써 정했나요?"
"응. 체육대회 책임자인 히라츠카 선생님이 독단과 편견으로 정했대. 아, 그리고 부위원장도"
또 그 사람에게 맡견거냐. 슬슬 거절하면 좋을텐데……하지만 그 사람이 독단과 편견으로 정한다고 하면 지금까지 일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위원회는 내일부터니까 잘 부탁해. 그럼 또 봐"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포근한 분위기를 풍긴채로 나갔다.
"그치만 위원장은 누굴까"
"히라츠카 선생님이 독단과 편견으로 정했다는건 별로 좋은 느낌은 안 드는데"
"동감. 그 사람이 독단과 편견으로 정하면 제대로 된 적이 없어. 주로 내가"
봉사부에 나를 입부시킨것 말고도 그렇고, 배틀로열을 하는것도 그렇고……애시당초 선생님의 독단과 편견은 나에게 대미지를 준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0화
다음날 방과후, 체육대회 실행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해 갔다.
여전히 끈적, 찐득한 시선을 느끼지만 히키니쿠라는 조소의 미소니 쓰레기니 하는건 좀 전과 비교하면 줄었다.
뭔가 하야마가 움직여주는것 같지만…………리얼충에게 뭘 한거야. 변함없이 친구 A, B한테서는 계속되는 중이지만 그래도 거북한 시선은 줄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친구 A, B랑 사가미가 같이 있는 모습을 봇 봤는데……뭐, 이것도 아무래도 좋지만.
체육대회 실행위원회 회의 장소는 문화제 실행위원 회의와 마찬가지로 학생회에서 하는 모양이다.
멍하니 학생회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이미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둘은 앉아있고, 그와 대면하듯 체육복 차림의 남녀 몇 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는 사가미의 친구 A, B의 모습이 있고 내 모습을 보자마자 쏙닥쏙닥 말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평범하게 옆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다.
"히라츠카 선생님……"
"오, 왔느냐"
시야에 낯익은 백의가 비쳐서 기막혀하면서 그 이름을 부르자 평소의 수트 위에 백의 차림인 히라츠카 선생님이 서류를 팔랑거리면서 앉아있었다.
나도 유이가하마네한테 가서 앉으려고 그리로 가려고할때, 선생님한테 팔을 잡혔다.
"뭐, 뭔가요"
"너는 여기다. 히키가야"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이 가리키는 곳은 어째선지 모두가 보이는 칠판의 앞이며, 거기에 수제 네임 플레이트가 보여서 힐끔 이름 있는 곳을 쳐다보니 무려 실행위원장.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쓰여있고 그 옆 플레이트에는 사가미의 이름이 있었다.
무, 뭐, 뭐라고오-!?
"좀, 왜 제가"
"응? 시로메구리가 말 안했느냐? 내 독단과 편견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건 아니라고요"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한숨을 작게 쉬고, 나에게 귀를 대라는 제스처를 해서 귀를 대니 내 귓가에 선생님의 얼굴이 다가왔다.
"지금, 네 평가는 알고 있겠지"
귓가에서 나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이 말한다.
아마 라인이나 체인메일을 말하는거겠지. 하지만 학교의 그룹 라인을 왜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는거야. 체인 메일이라면 모를까……누가 말했나?
"네, 뭐"
"그래서다. 네가 이 체육대회를 최고로 성공시켜봐라. 어떻게 되겠나"
그렇게 되면 확실히 내 평가는 바뀌어서 사실무근한 일이 불어지는 일은 적어지겠지.
"하지만 저는 단순한 히키니쿠 자식이라구요? 만약 실패하버리면"
"안심하거라.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서포트 요원은 만비해뒀다. 나도 전력으로 서포트하마. 부탁한다"
어깨를 두드려맞고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앉은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고 그쪽을 쳐다보자 마침 사가미와 눈이 마주치지만 바로 회피된다.
"좋아, 시로메구리"
"네. 그럼 지금부터체육대회 실행위원회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내가 시작할게. 오늘 의제는 올해 체육대회에서 남녀의 메인 경기를 생각하는것. 자, 두 사람은 화이트보드에 써"
메구리 선배에게 듣고 둘이서 동시에 일어나 매직펜으로 손을 뻗지만 어째선지 하나 밖에 놓여있지 않아서 서로 조금 쳐다보지만 결국 사가미가 펜을 집어서 화이트보드에 쓰게 됐다.
"그럼 두 사람. 사회진행은 부탁해!"
"하, 하아…………어, 어음 뭔가 있습니까?"
"네!"
"네, 유이가하마"
어떤 의미로 첫 스타터는 유이가하마처럼 분위기를 읽는……뭐, 유이가하마가 분위기를 읽는걸 특기로 하는건 둘째치고,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녀석이가장 먼저 말하면 그걸 따라 줄줄이 의견도 나온다.
"부활동 대항 릴레이라던가!"
"부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에게 배려가 말이지"
각하된것인지 사가미가 주욱, 펜으로 쓴 문자를 지워간다.
"그, 그럼 다음 의견이 있는 사람"
슥, 조용히 유키노시타가 손을 든다.
"유키노시타"
"물건 빌려오기 경주"
"학생의 물건을 빌리면 망가뜨리거나 분실했을때 항의가 말이지"
또 히라츠카 선생님으로 인해 각하되어, 사가미가 화이트보드에 쓴 물건 빌려오기 경주라는 글자에 주욱 가로선을 그어서 제거됐다.
과거에 이런 사례가 있어서 상당히 삐친걸테지…………히라츠카 선생님 수고하심다.
"그럼 다음. 뭔가 있는 사람"
"빵먹기 경주!"
"위생면 문제가 말이지. 음식을 막 다루면 항의가 오고 말이야"
또 히라츠카 선생님의 잔소리로 유이가하마의 제안은 제거되었다.
그리고나서 계속 제안은 나오지만 보호자의 항의니 위쪽의 항의니 PTA의 항의니 계속 나오는 선생님의 잔소리로 의견은 막혀간다.
물건 빌려오기도 안 돼, 음식도 안 돼……이렇게까지 안돼 안돼거리면 제안도 못하지.
"메인 경기 말고도 각각 종목 담당도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그런가요?"
"음. 꽤나 짜증나는 일이다"
"그럼 먼저 그쪽을 할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힐끔 사가미를 보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음, 프로그램은"
"있어. 얘들아~. 부탁해"
메구리 선배가 말하자 벽 쪽에서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일어서서 모두에게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사가미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각종 이름을 쓴다.
메인 경기는 나중에 정해도 되고, 지금은 빨리 끝낼 수 있는것부터 처리하는게 최고다. 게임도 시간이 걸리는것 보다도 단시간에 매울 수 있는 부분부터 처리하는게 철칙이고.
"각자 희망하는걸 써주세요"
사가미의 그 한 마디에 몇 명의 학생이 일어서서 희망하는 담당처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사가미로 말하자면 잽싸게 친구 A, B한테 간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둘에게 시선조차 맞추지 않고 구석에서 모두가 다 쓰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문화제 실행위원회때는 그렇게나 떠들었는데 말이지……뭐, 상관없나.
"저기~. 저희 부활동이 있어서 별로 준비가 거창한건 좀 무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 말해도……그건 다른 부활동 사람들도 같으니까"
"그치만 대회도 가깝고~"
친구 A, B는 노골적이게 나를 깔보는 어투로 말한다.
만약 이 제안을 이쪽이 받아들이면 다른 부활동 녀석들도 주섬주섬 손을 들어서 준비조차 못하는 상태로 빠져버린다.
"대회가 가깝다고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걸 허락하면 다른 부활동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에~? 미나미, 안 돼?"
사가미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방금전과는 달리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에 비해 사가미는 어딘가 어두운 표정을 지은채 대응한다.
"으, 응. 그러면 준비를 못하게 되잖아? 거, 거봐……문화제때 처럼 또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뭐야. 의외로 자기분석은 하고 있나……그걸 문화제 준비중에 해줬으면 나도 그런 귀찮은 일은 안 해도 됐을테지만…………과거 일을 말해봐야 소용없나.
"그런가~……"
그렇게 말하고 친구 A, B는 마지못해 일어서서 화이트보드에 남아있는 역할이 있는곳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자리로 돌아간다.
의외로 겹치는 부분은 없어서 마지막 확인을 하고나서 역할을 최종결정하고 한 장의 용지에 화이트보드에 쓰여있는 역할과 그 이름을 쓰는것과 동시에 머리속에 입력해간다.
"메인 경기 쪽은 어떡할거야? 히키가야 위원장"
"일단 내일 하죠. 각종 종목의 준비는 각각 부활동에서 와준 사람들에게 맡기고 메인 경기 준비는 저희쪽에서 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종목의 담당자에게 하루 보고를 제출해줬으면 생각합니다. 메구리 선배"
"응, 좋아. 메인 경기 준비때는 말해야한다? 이쪽에서도 사람을 보낼테니까"
"슬슬 시간이다. 오늘은 이만 마치자"
히라츠카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위원회는 종료하고 체육복을 입은 부활동에서 파견되어 온 사람들이 잽싸게 돌아가는 가운데 친구 A, B 두 명은 사가미와 합류하지 않은채 돌아간다.
"하후우"
"히, 히"
"꽤 일을 잘 하잖느냐. 위원장"
"그러십니까? 유키노시타가 했던거랑 똑같이 한것 뿐인데요"
일일보고를 제출시켜서 진행상황을 파악하는것도 그 녀석이 했던걸 그대로 이쪽에 가져온것 뿐이고, 메인 경기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선생님보다 먼저 순간,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그쪽을 쳐다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인가.
"완전히 똑같더라도 그걸 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겠니. 위원장"
"너 일부러 그렇게 말하지마. 선생님, 의사록 필요합니까?"
"요점만 정리해주면 된다. 너희들도 빨리 돌아가거라"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이 나가고 학생회 멤버도 할 일이 없어져서 돌아가지만 메구리 선배는 돌아가지 않고 나에게 다가온다.
"아직 사가미랑 맞물리지 않지만 꽤 잘 했어"
"하아……"
메구리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금전의 회의에서 정한것을 요점으로 정리하면서 백지 종이에 써가며, 그러는 김에 그날 위원회 모습도 기입해간다.
"이걸로 사가미랑 맞물리면 굿잡인데. 그럼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회의실에서 나간다.
"먼저 돌아가도 돼. 아직 시간 걸리니까"
"으응. 힛키가 다 쓸때까지 기다릴래. 그치, 유키농"
"그래……기다릴까"
그렇게 말하고 둘은 내 앞에 의자를 갖고와서 앉는다.
…………어째선지 이 녀석들이랑 대화할때는 평소처럼 얘기할 수 있는데 다른 녀석들이랑 남들 앞에서 얘기할때는 도무지 경어가 되어버려서 애탄다고 할까…………신기하게도 말이지. 익숙치 않는다는것도 있겠지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1화
"헤~ 오빠가 체육대회 실행위원장을 하는구나~"
"뭐어……최악이다만"
그날 밤 19시, 우리 히키가야가의 저녁이 이제 곧 시작될 시간이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라서 밤은 우리들이 자고 있는 사이에 돌아오고, 아침에도 우리가 자고 있는 틈에 일어나서 먹고 나가니까 얼굴을 마주보는건 두 사람이 집에서 일하고 있을때나 일요일 정도다.
그래서 밥 준비는 코마치가 담당하고 나는 밥을 만드는걸 제외한 가사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PF3를 하면서 코마치의 저녁준비가 다 되는걸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치만 설마 또 오빠가 위원, 그것도 이번에는 위원장을 한다니 해가 서쪽이 아니라 바다에서 떠오르는거 아냐?"
"선생님의 독단과 편견의 피해야"
뭐, 선생님 나름대로 생각해서 고른거겠지만……설마 나의 사실무근한 소문이 퍼지는거랑 사가미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하다니……그보다 내가 위원장이 되는 것보다 사가미가 위원장을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아? 그 녀석은 위원장 직에서 실수했으니까.
하지만 불안요소가 없다는건 아니다. 첫번째는 사가미와 그 친구 A, B의 관계다. 아마 이 점에 관해서는 선생님의 판단미스다. 내가 말하는건 효과가 없으니까 사가미가 하는 말을 듣게 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지금 그 녀석들의 관계를 보면 그건 무리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반항심이 다른 부활동을 하는 녀석들에게 전염해버리면 문화제의 제 이막이다. 그리고 그 두번째 불안요소는 내가 위원장이라는 것에 대한 반발심. 현재 녀석들의 밑으로 보이는 내가 지시를 내려도 순순히 들을지가 문제다…………뭐, 그에 대한 무기는 이미 준비하고 있다.
"다 됐어~"
PF3를 일시중단하고 테이블에 앉는다.
"호오. 오늘은 카레인가"
"맞아~. 아, 채널 바꿔도 돼?"
"그래"
코마치가 기쁜듯이 얼굴을 풀면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꾸니 마침 탈주중이라는 방송을 하고 있어서 그대로 채널이 고정되었다.
탈주중이라…………확실히 열쇠를 감추어진 장소의 힌트가 쓰여있는 종이가 처음에 나누어지고 그 힌트를 풀어서 탈주해라는 이름의 게임이었지. 이래저래 인기였는데…………아.
문득 내 머리속으로 메인 경기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잠깐만…………먹는것도 안 돼, 물건 빌리는것도 안 돼, 항의가 붙을만한건 안 돼…………이건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라면 먹을것도 쓰지 않고, 사적인 물건이 파손되는 일도 없고, 항의도 붙지 않는다.
나는 저녁을 다 먹은 후, PF3가 아니라 PFP로 수행하며 드물게도 코마치에게 텔레비전을 넘기고 방에 틀어박혀서 메인 경기의 기획서를 작성한다.
며칠 후 방과후, 체육대회 실행위원회가 열러서 아직 정하지 못한 메인 경기를 의제로 한 회의가 시작됐다.
이미 오늘 안에 메인 경기의 개요를 발표해두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현장에 나와서 체육대회 준비를 시작해버려서, 도저히는 아니지만 회의 시간을 할 수가 없다.
롤 스크린이 내려지고, 거기에 컴퓨터가 접속되어 있는 프로젝터로부터 노트북 화면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정말로 이걸 위해 USV에 들어있는 데이터의 이름을 전부 그럴법한 이름으로 바꾸는건 꽤 힘들었다니까.
참고로 오늘 사회진행은…………어째선지 나였다. 왜!? 거기는 보통 사가미 아냐!?
"어, 어음 그럼 메인 경기를 결정하는 회의를 시작합니다"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 와중에 역시 친구 A, B는 쿡쿡 거리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전에 히라츠카 선생님"
"뭐지?"
"메인 경기는 남녀 모두 하나씩 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아니. 그렇게 정해진건 아니다"
그럼 더더욱 이 제안은 좋은걸지도 모른다.
"어, 어음. 제가 제안하는건 남녀혼합……이라고 할까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경기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지금까지 흥미없어보였던 녀석들의 표정이 조금 흥미를 가진듯한 표정으로 바뀌고, 메구리 선배도 지금까지 없던 무언가를 느꼈는지 어딘가 즐거운 느낌으로 나를 쳐다본다.
"부활동 시합도 가까워서 연습에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체육대회는 하고 싶다………그러니까 일부러 남자여자로 나뉘어서 하는 경기는 그만둡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건 이거입니다"
USB에 있는 찾고자한 파일을 더블클릭하자 파일이 열려서 PowerPoint로 만들어진 개요가 표시된다.
최상단에는 크게 메인 경기 가안이라고 쓰여있고, 종목의 개요가 문장으로 간결하게 쓰여있다.
"보물찾기……같은걸까"
"뭐, 대충은 맞아. 하지만 단순한 보물찾기가 아니지"
클릭을 해서 다음 개요로 넘어간다.
"우선 참가자가 되는 전교생에게 당일날 보물이 되는 경품이 놓여진 장소의 힌트가 쓰여져있는 종이를 나눠줍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참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는겁니다. 부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은 하지 말고 휴식해도 오케이입니다. 그리고 남은건 그 힌트를 풀어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가서 교환권을 갖고 가서 교환소로 가서 경품과 교환"
"저요저요!"
"뭐지, 유이가하마"
"모두가 참가한다는건 경품 숨기는 장소는 어떡할거야?"
"경품 숨기는 장소? 주변에 숨겨두면 되잖아. 선생님의 주머니 속이라도 좋고, 화장실 안이라도 좋고, 교실 천장이라도 좋고, 의자 뒤라도 좋아. 숨길 수 있는 곳에 전부 숨긴다"
"그래선 경품의 숫자는 방대한 양이 되는게 아닐까"
"그것도 생각했어. 경품은 전부 물품인게 아니야……특전을 주면 돼"
내가 말하는게 조금 이해가 안 되는지 모두의 머리 위에 ?가 보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지만 경품의 단계마다 힌트의 난이도를 높일거야. 간단한건 전교생의 숫자만큼 준비할 수 있는 작은것. 위로 갈 수록 경품의 수를 줄여가면 돼. 그러니까 가장 어려운건 하나나 둘. 가장 난이도가 낮은건 휴지나 지우개 같은거면 돼. 난이도가 가장 어려운건 학교식당 1개월 무료라던가, 하루만 수업 빼먹어도 아무 소리 안 듣는다거나"
여기서 굳이 강제참가하지 않았던건 불안요소인 친구 A, B나 부활동에서 파견된 녀석들로부터 오는 공격을 튕겨내기 위해서다. 여기서 튕겨두면 강제참가가 아닌 이상 참가하지 않으면 되어서 딴지를 걸어올 일은 없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즐겁다고 생각하는 녀석들만 참가하는 것으로 체육대회는 정말로 즐거워진다.
재미도 없는 게임을 하고 있을때 만큼 고통스러울 때는 없다. 무슨 일이든 즐겁지 않다면 그 녀석의 의욕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목 준비도 있고 부활동도"
"…………그러니까 메인 경기 준비는 이쪽에서 하겠어. 부활동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종목의 준비만 해주면 그거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자 나를 공격할 수단이 사라져버렸는지 석연치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좋네 좋아! 지금까지 없던 전교생 참가형 종목이고, 상품도 있고, 왠지 즐거울것 같아!"
메구리 선배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그렇게 말한다.
"뭐, 이거라면 항의도 오지 않나. 경품도 학업에 필요한걸로 하면 되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반응도 꽤 좋다…………남은건 다른 녀석들의 찬성을 얻으면 그걸로 나의 승리다.
"그, 그럼 다수결로 정하려고 생각합니다. 어, 어음 히키가야가 제안한것을 메인 경기로 삼아도 될까요?"
부위원장인 사가미의 질문에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메구리 선배는 바로 손을 들고, 부활동에서 파견되어온 녀석들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하나 둘 손을 들어간다.
예상대로 친구 A, B 둘만 손을 들지 않고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서 결국 내가 제안한 종목이 메인 경기로 채택되어서 이쪽에서 경품이나 힌트, 그 외 세세한 것을 정하는걸로 오늘 회의는 종료가 됐다.
"지, 지쳤다"
피로가 팍 몰려와서 무심코 그 말을 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잘도 그런걸 떠올렸구나"
"하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히키니쿠 자식이라고? 다른 녀석들이 생각하지 않을 법한 생각을 하는건 어렵지도 않아"
"그건 스스로 자신이 혼자라고 말하는거 아니니"
"자각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뭐?"
"어째서 그런걸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는지 나는 모르겠어"
왠지 유키노시타가 가슴을 편다고 하니 뭔가 모순을 느끼는데. 히라츠카 선생님이나 유이가하마라면 모를까……아니,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안 그래도 히키니쿠 자식인데 거기에 변태까지 추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품 같은건 어떡할거야?"
"그건 이 녀석들만 회의해서 정하면 된다. 예산도 생각해서. 딱히 히키가야랑 사가미만 회의를 해도 상관없다. 마침 같은 반이니까"
어흐윽. 거기서 이 둘을 만나게 합니까.
힐끔 뒤에 있는 사가미를 쳐다보니 마침 눈이 마주쳐서 조금 쳐다보지만 먼저 저쪽이 눈을 피해버렸다.
결국 오늘도 사가미는 그 둘과 대화는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지………….
"딱히 저는 상관없는데요"
"……나, 나도 딱히"
"좋아. 그럼 이틀 후까지 경품이나 숨길곳 등을 정한걸 제출해라. 그럼"
그 한마디를 하고 우리들도 해산하게 됐다.
"……집에 갈래"
"어라, 오늘은 빠르네"
"뭐, 한게 없으니까"
오늘도 기다려준 두 사람과 함께 회의실을 나온 순간, 금발의 방패롤이 시야 구석에 보여서 그쪽을 쳐다보니 친구 A, B와 뭔가 불온한 분위기를 내면서 대화하고 있는 미우라의 모습이 있었다.
……왠지 공갈협박 당하는걸로 밖에 안 보여.
일단 그건 무시하고 회의실 문을 잠그고 신발장에서 신발로 갈아신고 유이가하마는 버스라서 도중에 헤어지고 둘이서 역까지 같이 걸어간다.
문화제 그때 이래로 어딘가 유키노시타와 함께 있으면 긴장을 한다.
"…………히키가야"
"응?"
"체육대회, 기대할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내가 생각한거니까"
"그럴까?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게 네가 아니었니"
이 녀석, 남이 한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거냐.
"일단 뭐, 힘낼게"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자택이 있는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다음날 점심시간이다.
"히, 히키가야"
"…………"
평소처럼 PFP를 하면서 점심을 먹고 있으니 놀랍게도 그 사가미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사정을 아무거도 모르는 다른 녀석들의 시선에서 보면 심한 소리를 듣고 울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스스로 말을 걸러 간다는 세상의 기묘한 것이라도 보고 있겠지.
특히 사가미의 친구 A, B의 눈으로 보면 말이지.
"정했지"
"아, 아아. 뭐어……앉지 그래?
비어있는 앞자리를 가리키면서 일단 세이브하고나서 PFP를 슬립모드로 바꾸어서 아침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건내받은 계획서를 책상위로 꺼낸다.
하지만 여기는 교실이므로 어디까지나 여기서 정하는건 경품뿐. 남은건 인목이 없는 회의실 같은데서 둘이서 모여 대화하는 수 밖에 없다.
"……경품은 어떡할거야"
"일단 난이도는 세가지 패턴으로 나누려고 생각해. 너무 많아도 이쪽이 힘들어"
"그, 그래. 그럼 경품이 없어지면 방송을 할까? 난이도가 가장 어려운건 시간제한도걸지 않으면 체육대회 중에 못 찾았을 경우를 생각하면"
"그럴 생각이야. 힌트는 적당하게 쓰면 그걸로 됐고"
"하지만 난이도가 가장 낮은건 상당히 많이 준비할거잖아. 그 때마다 숨길 장소를 생각하면"
"적당하게 쓰면 돼. 선생님의 수트 주머니도 좋고, 책상 서랍도 좋아. 힌트의 문장은 내가 적당하게 쓸테니까 너는 배치 위치를 생각해줘. 오늘 방과후, 회의실에서 정하고 싶어"
"알았어"
의외로 부드럽게 회의는 진행된다.
이래저래해서 체육대회 개최의 날은 시시각각 가까워져간다.
며칠후 방과후부터 현장에 나와 준비를 시작한것과 동시에 나의 불안요소이기도 한 것이 나온다……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현장 준비 인수는 모이고, 그런건 물론 보조를 자처하는 녀석까지 나왔다.
그 덕분에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했던 각종목의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왠지 의외인데"
"뭐가"
툭 중얼거린 목소리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뒤돌아보니 부활동 도중에 빠져나왔는지 동아리 복장의 하야마가 서 있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인수가 모일줄은 생각 못했어"
일단 도와줄 사람도 모집은 학생회를 통해서 하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모일줄은 나도 메구리 회장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생각 못했다.
"……너, 뭐한거야"
아마, 최근 주위의 변화는 이 녀석이 일으킨거겠지. 내 신발장이나 책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조소의 웃음이나 끈적한 시선 등도 줄어든것도 그렇다.
솔직히 이렇게나 빨리 줄어들줄은 생각 못했지만.
"직접 중심을 두들겨서 휘저은것 뿐이야……주위를 박살냈어"
"주위를?
"거짓 정보를 박살냈어"
솔직히 진실을 알고 있는건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다섯명 뿐이다. 다른 녀석들은 친구 A, B가 퍼뜨린 사실무근한 일에 놀아난것 뿐이라고 해도 좋다. 요컨대 거짓 정보를 박살내면 그 만큼 놀아나던 녀석들도 사라진다는 소린가. 확실히 이 녀석이 말하면 믿는 녀석도 있나.
"그들은 정보를 모르니까 거기에 응한거야. 그렇다면 진짜 정보를 가르쳐주면 돼. 그때 일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될것을 말했어"
"하지만 너만으로는 이렇게까지 안 퍼질거 아냐"
"나만이 아니야……사가미도 함께야"
"……사가미가?"
"아아. 사가미도 도와줬으니까 이렇게까지 퍼질 수가 있었어"
그 사가미라아……최근 친구 A, B와 같이 안 다니는것도 그게 이유인가?
피해자인 사가미와 학교 카스트 1위인 하야마…………이 두 명이 말하면 그런대로 신빙성은 있으니까.
"그럼 나도 준비를 도와주고 올게. 체육대회, 기대하고 있을게"
미소를 지으면서 하야마는 준비하고 있는 녀석들 속으로 들어간다.
"히키가야 위원장"
"아, 네"
갑자기 호출받고 뒤를 돌아보니 낯선 체육복 차림의 여자가 둘 정도 뒤에 서 있었다.
"뭔가 도와줄것 있나요?
"어, 그게"
나는 황급히 파일에 끼워뒀던 일일 보고서를 꺼내들고, 각각 담당종목의 진척상황을 확인한다.
"어, 어음 그럼 아직 트랙 경기가 늦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알겠어요"
"위원장!"
"아, 녜"
호탕한 목소리로 불려서 뒤돌아보니 되게 근육질인 녀석들이 몇 명 서 있었다.
"저희는 뭘 하면 됨까!"
"그, 그럼 텐트 설치를 도와주세요"
"알겠슴다! 가자 짜식들아!"
뭐, 뭐야 이거………나 히키니쿠 자식 아니었나? 리얼충이라고 착각해버리잖아.
"힛키!"
"아니 유이가하마……랑 미우라"
"나도 있어"
"힉! 에, 에비나"
뒤를 돌아보니 유이가하마, 미우라, 에비나, 그리고 하야마와 같은 부활동 복장인 토베가 뒤에 서 있었다.
"다들 도와준대!"
"딱히 유이가 해주라고 말했으니까 그런거구. 너를 위한게 아니거든"
"어, 어음 그럼 의자 꺼내는거 도와줘. 거기가 조금 늦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자 에비나, 미우라, 토베 셋은 운동장으로 간다.
"유미코 말야, 힛키를 걱정했어"
"하아? 미우라가?
"응. 체인 메일이 돌때 진짜 말도 안 된다고 했어"
일단 유이가하마가 흉내낸 미우라의 흉내는 전혀 안 닮았다고 말해두자.
……음~. 내 기준으로는 걱정이라고할까 내가 한 짓에 대해 진짜 말도 안 된다고 했다는 식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겠는데……혹시 전에 친구 A, B랑 같이 있을때……하지만 뭐, 도와주니까 됐나.
그런고로 체육대회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어 간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2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운동장에는 이미 체육복 차림으로 목이나 이마에 붉은색이나 흰 띠를 두르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채워져 있고, 죄다 꺄악꺄악 우후후후 떠들어대고 있다.
한 마디 말하자……너네는 어디 출신 인간이냐. 이런 날에 왜 그렇게 떠들어대는건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체육대회 같은건 출석하지 않으면 어째선지 백안시당하는 이른바 공개처형 자리이며, 다리가 느리면 비판당하고 실수를 저지르면 개털린다.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탄 남작도 말했잖아.
"참가하지 않는데 의의가 있다"
"그건 어디의 히키니쿠 남작의 말이니"
운영 텐트에서 뚱해져서 의자에 앉으면서 돌아보니 체육복 차림의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기막힌다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너는 왜 즐거워보이냐?"
"그치만 힛키가 생각해낸 경기가 재미있어보이는걸! 다들 말했다구? 마지막 경기 왠지 재미있을것 같다고"
사가미랑 나만 힌트와 숨긴 장소를 생각해서 실질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건 나와 사가미 정도이므로 그 이외 사람들은 힌트도 숨겨진 장소도 모른다. 참고로 난이도는 넷으로 늘렸다.
참고로 경품의 존재는 밝혀뒀고 난이도가 제일 어려운건 하나,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누구에게라도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경품권. 두 번째로 어려운건 학교식당 이용요금 반값 할인권. 세 번째는 그날 하루 선생님에게 지명당하지 않는권, 마지막은 지우개.
이것의 숨기는 장소와 힌트를 생각하는건 고생했다. 참고로 이걸 위해서 체육복 등교, 운동장 집합으로 했으니까.
"그치만 우리들 모두 홍팀이라서 럭키네! 반드시 이기자!"
"뭐, 힘내라"
"얏호-, 봉사부 얘들아"
여기에 나타난건 같은 홍팀 학생회장 시로메구리 메구리. 아무래도 상당히 이 날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아까부터주위에 음표가 보일 정도로 흥을 내고 있다.
진짜로 이렇게까지 즐기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나에게 가르쳐줬으면 싶을 정도다.
"그치만 정말로 봉사부에 부탁해서 다행이야. 히키가야는 위원장으로 충분히 역할을 다 했고, 메인 경기도 생각해줬어. 유이가하마는 교실 애들을 도우미로 불러줬고, 유키노시타는 스케줄과 경기간 휴식시간 이나 세세한 시간 계획을 만들어줬어. 다들 굿잡!"
"아직이에요. 시로메구리 선배"
유키노시타가 냉정하게 대답을 하자 메구리 선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직 의뢰는 반 밖에 안 끝났다구요. 반드시 이겨요!"
메구리 선배가 봉사부에가져온 의뢰는 체육 대회를 성횡시키는것과 고등학교 생활 마지막 체육대회에서 승리한다는 유종의 미를 장식한다는 것. 이젠 이기면 의뢰는 완수된다.
메구리 선배는 우리의 얼굴을 순서대로 쳐다볼때마다 눈가에 눈물을 머금어간다.
"……그래. 이기자!"
이래저래 경기는 순조롭게 시간대로 소화되어 가지만 메구리 선배의 마음은 순조롭게 소화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백팀 150점에 비해 홍팀 100점이라고 보드에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 게터 하야마가 점차 점수를 벌어가지만 다른 녀석들이 그걸 따라가는 포텐셜이 있다고 하면 그건 NO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서 점점 점수차이가 벌어져서 이렇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시작된다.
『그럼 마지막 경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사가미 부위원장. 규칙 설명을 부탁합니다』
방송석에서 그리 말을 듣고 긴장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조례대에 세워져있는 마이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서 내 옆을 지나가 조례대 위에 선다.
문화제 때하고는 달리 실수없이 순조롭게 규칙 설명을 하고, 그리고 시작을 알리는 총성음과 함께 마지막 경기가 개시되어서 운동장에 있던 모두가 거미새끼 흩어지듯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구슬을 찾으러 간다.
고안자인 나와 사가미는 운영 텐트에서 자리지키기다.
"……히키가야"
"아?
"…………그게…………문화제때는 미안"
"……하?
"나 때문에 네가 나쁜 소리를 들어서……나쁜건 나인데 나는 아무 말도 듣지 않고 너만 비판당한건 내가 제대로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테니까……내 책임이야. 정말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사가미는 재빠르게 교환권을 발견한 학생이 교환소 텐트까지 오고 있는 도중에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체인 메일을 보낸건 윳코랑 하루카야. 내가 그 둘에게 말해서 그만두도록 할게……새삼스러울지도 모르지만 히키가야. 정말로 미안"
…………딱히 실질적 피해는……라고는 못하나. 사실 내 책상과 신발장이 쓰레기통으로 변신을 했고, 여러모로 내 평가도 팍팍 깎였으니까……하지만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딱히 상관없어. 사과해준다면 그걸로 퉁쳐"
"……정말로 미안"
그렇게 말하고 사가미는 고개를 든다.
"뭐라고 할까……히키가야는 대단하네"
"뭐가"
"왜냐면 그 유키노시타에게 신뢰받고 있고, 이렇게 재미있는 체육대회를 생각하고"
유키노시타가 나를 신뢰……그럴리가 있나. 신랄한 딴지로 늘 내 마음의 상처에 소금은 물론 와사비 반죽을 발라오는 녀석이 나를 신뢰할리가 없잖아. 지인 관계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하지만 문화제때 나더러 서류정리랑 교정을 미리 부탁했었고…………나 신뢰받는건가?
그리고나서 점차 숨은 장소를 찾아낸 녀석들이 교환권을 들고 교환하러 오지만 지금은 대부분 세 번째랑 네 번째 상품밖에 찾아내지 못하고, 2번째와 1번째 상품은 아직 못 찾아냈다.
참고로 첫 번째 힌트는 ALONE 주머니. 단 그것뿐. 두 번째 힌트는 복수 있지만 하나만 말하자면 아름답고도 답답한 선생님의 주머니 속이다.
그때, 하야마가 교환권 한 장을 들고 교환소로 다가온다.
"자, 이거"
"……칫"
내가 혀를 차는것과 동시에 방송이 들어온다.
『두 번째 교환권은 이제 남은 한 장입니다! 아직 첫 번째 교환권은 못 찾았으니까 열심히 찾아주세요-!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입니다!』
역시 못 찾는다고 포기한 녀석이 나왔는지 여기저기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잡담을 떠드는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 소수다.
네 번째 지우개는 꽤 많이 남아이지만 세 번째는 남은 세 개, 두 번째는 1개고 첫 번째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었다.
남은 시간이 5분쯤 남았을때, 이미 반 정도의 학생이 포기하고 운동장에 모였다.
"역시 너무 어려웠나"
『거기까지입니다-!』
종료 방송이 학교 전체에 흘렀을때, 내 등 뒤로 발소리가 셋 정도 들려서 뒤돌아보니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그리고 어째선지 에비나까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같은 안광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유키농도 알았어?"
"그래. 유이가하마도?"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살짝 끄덕인다.
참고로 대답은 ALONE, 즉 고독의 주머니라는 의미로 외톨이인 내 주머니를 말하는거지만……역시 아는 사람을 편든 힌트였나.
"그래서, 어느쪽인데. 틀린 쪽은 거기서 탈락이다"
나는 교환권을 움켜쥐면서 셋에게 물었다.
절대로 에비나는 뽑지마뽑지마뽑지마뽑지마! 이 사람에게 뽑히면 나는 평생 헛수고한다!
"오른쪽이야"
"그럼 나는 왼쪽!"
"그럼 나는 오른쪽"
동시에 주먹을 펴자 유이가하마는 충격을 받았는지 털썩 무릎을 찧으며 쓰러졌다.
다시 한번 더, 뒤로 손을 돌려 교환권을 움켜쥐고 주먹을 쥐고 둘에게 내밀었다.
"어, 어느쪽입니까"
부탁이니까 유키노시타가 뽑아줘! 에비나가 뽑으면 내 인생은 끝이야! 부탁해! 신님 부처님 유키노시타님!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어느 주먹에 있는지를 깊게 생각한다.
어째선지 나까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운동장에 모여있는 녀석들고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는지 한 마디도 떠드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에비나는 백팀, 유키노시타는 홍팀인 이상 이 선택이 운명의 갈림길이 된다.
에비나가 당첨을 뽑으면 백팀이 이기고 유키노시타가 뽑으면 홍팀이 우승하게 된다.
방송담당 녀석도 흥분하고 있는건지 방금전까지 울려오는 방송에 열이 너무 들어갔다.
『자아, 어느쪽이 이길것인가! 홍팀인가! 백팀인가! 그럼 고르세요!』
"왼쪽"
"오른쪽으로"
에비나가 오른쪽을 선택하고 유키노시타가 왼쪽을 선택했다.
그 순간, 방송이 소리를 내고 내 뒤쪽에서 엄청난 대환성이 울려퍼졌다.
가을도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는지 부실 안에 들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즐거웠지! 체육대회!"
"그래.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놓고 패하다니 말이야"
그래, 우리 홍팀은 패배한 것이다. 라는건 에비나가 하루 하는 말을 듣게 하는 쿠폰을 손에 넣었다는 것이며, 그 선고는 나에게 절망과 공포의 매일을 주게 된다.
매일, 되게 반짝거리며 빛나는게 시야 구석에 보이고, 일부러라는듯 나에게 보여주듯이 쿠폰을 팔랑팔랑 내 책상 주위에 떨구는 등.
"그치만 체육대회에 지는건 이렇게나 분하는 일이었구나"
"내년에는 이기자!"
그때는 더는 절대로 체육위원에는 안 간다. 또 독단과 편견으로 정해지면 모든 회의를 땡땡이 쳐주마!
"그런데 사가미 쪽은 어떻게 됐니"
"외톨이 동료가 됐다고만 말해두마"
그날 이래로 사가미 자신이 친구 A, B에게 직접 그만두도록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가미와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은 교실에선 보이지 않는다.
뭐, 다른 교실로 가면 친구는 있겠지만.
"하지만 잘 됐잖아. 덕분에 유미코도 기분 풀렸구"
"나는 매일이 최악이지만 말이다"
PFP를 하면서 그렇게 말한다.
결국 이 결말이 사가미에게 있어서 좋았는지는 모르고, 애시당초 나는 그 녀석을 구제하는것 자체를 별로 좋은 느낌은 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가미는 외톨이가 된다는 것으로 교실 분위기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것 자체는 별로 칭찬할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한 가지 말할 수 있는건 적어도 사가미는 문화제 이전의 사가미가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문득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대화 나누는게 눈에 들어온다.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 일상, 이전의 나라면 거절했을 일상. 거기에 몸을 두고 있는 이상, 나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이다……이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일상에 대체 뭘 바라고 있는걸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3화
문화제, 체육대회라는 큰 행사가 종료해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전날처럼 다채롭게 서서 친구와 시시덕거리며 떠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여전히 PFP를 하고 있다. 이전에 철야해서 산 배틀시티3의 온라인 대전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현재 랭킹은 훌륭하게 당당히 제 1위. 2위 이하를 현저하게 떨쳐놓은 것이다.
물론 그 모습도 동영상에 올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호평인 모양이라서 꽤 괜찮은 재생숫자였다.
자, 이야기는 내 체인메일로 넘어간다. 문화제 이후로 흐르고 있던 사실무근한 정보는 잠적한 모양이라, 자이모쿠자에게 말해서 그룹 라인을 확인 받았지만 지금 화제는 체육대회의 마지막 종목이나 수학여행이랑 관련된 모양이다. 그리고 유이가하마에게 확인을 해서 체인메일도 오지 않게 된 모양이다.
체인 메일에 관해서는 사가미의 공적이겠지. 친구 둘을 잃는다는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체인 메일을 대충 없애준 것이다. 지금은 친구 A, B하고는 다른 녀석들이랑 떠들고 있다.
자, 방금전에도 나온 수학여행. 그것이 눈 앞에 다가오는 것이다.
"수학여행 어떡할거야"
"디스티니 랜드 가자!"
"그거 치바야! 수학여행 교토야!"
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셋은 껄껄 큰소리로 웃으면서 수학여행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 안에서도 이미 내 악평 이야기는 붐을 지나간 모양이다. 딱히 나는 아무래도 좋지만…………그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
"왜 너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하? 안 돼?"
"딱히 상관없잖아, 힛키"
"맞아, 하치만"
어째선지 유이가하마와 카와사키가 내 오른쪽과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토츠카는 됐다. 오히려 웰컴이다. 유이가하마도 이해는 한다……아니, 그것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허용은 가능하다. 왜 카와사키가 여기에 있는거야! 늘 혼자서 메일 보냈었잖아.
"유이가하마, 너 미우라한테 가야지"
"지금 유미코네는 화장실 갔으니까"
"카와사키. 너 맨날 혼자 있잖아
"괘, 괜찮잖아! 가, 가끔은 나도 누구랑 얘기하고 싶을때도 있어"
뭐야 얘네들……변덕이 너무 심하잖아.
이도저도 체육대회에서 위원장을 한 탓이다. 진짜로 히라츠카 선생님 원망스럽다.
"그러고보니 토베 말야, 그거 어떡할거야?"
"묻습니까-. 묻는건가-……그야, 해야지"
""오오오!""
뭐야? 역이라도 났어? 미츠루해?
"그러고보니 하치만은 조 결정했어?"
"아니. 정하지도 않았고 생각도 안 했어"
"그렇구나. 그럼 나랑 조를 짜자"
"알써"
토츠카가 함께라면 그 날은 평온할테니까.
"히, 힛키!"
"히, 히키가야!"
유이가하마와 카와사키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노려본다.
노려본다고 할까 카와사키가 노려보고 유이가하마가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카와사키를 보고 있다는 편이 올바르지만.
"그보다 남은 조원은 두 명이고"
"그러게. 있잖아, 힛"
"히키타니"
그 순간, 엄청 어깨를 경직시키며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지만 목소리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후우, 기분탓"
"이 아니야"
"히야아, 어, 어디에서"
갑자기 창문이 열렸다고 생각하니 사다코처럼 주르륵 창문이 미끌어질때 레얼 부근에 이불을 말리는것 같은 자세로 에비나가 강림했다.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어"
"참고로 본관도다"
"우와아!"
창문에서 빼꼼 고개부터 나타난 자이모쿠자에게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자빠졌다.
어, 어째서 에비나도 자이모쿠자도 창문 틀 위로 고개부터 드는거야. 너, 너무 무서워서 쫄아버렸잖아. 그보다 진짜로 무섭다.
"훗. 이 정도로 놀라다니 우습군. 우리는 항상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작별이다"
그렇게 말하고 자이모쿠자는 사라졌다.
"뭐, 뭐였던거야……그래서, 무슨 용건이야"
"아니~. 하야하치의 속편은 없나 해서"
"없습니다. 평생 안 나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창문을 닫고 에비나를 복도 밖으로 쫓아냈다.
체육대회 이래로 에비나의 습격 빈도와 끈질김이 배로 늘어난 느낌이 든다……대체 뭐가 그녀에게 부스터를 달아주는걸까.
복도로 쫓겨난 에비나는 밖에서 마침 미우라네와 합류했는지 함께 뒷문으로 들어와서 그것과 동시에 하야마와 토베가 앞문으로 교실로 들어온다.
"그래서, 무슨 얘기였더라"
"으응. 역시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미우라네한테 돌아갔다. 여전히 카와사키는 내 곁에 있는 상태다.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런 두리뭉실한 느낌을 품으면서도 시간은 흘러, 순식간에 방과후가 되어버렸다.
종례를 마치고 교실을 나와 봉사부 부실로 향한다.
가을도 끝나갈 무렵이라 겨울 초입이 보이는지 요즘 특별동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을때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린다.
추워……이래선 게임을 못 하잖아.
"여"
"아, 힛키 얏하로-!"
평소처럼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만 들리고 유키노시타는 문고본을 보는 상태다.
평소 일상, 평소와 다를바 없는 부실.
"힛키도 왔으니까 오랜만에 하자! 치바현 횡단 고민상담!"
"에-. 나 지금부터 게임하려고 생각했는데"
"유키농은 괜찮지?"
"딱히 상관없어. 부활동의 일환이니까
어흑. 내 의견은 완전 무시다-. 와- 기쁘지 않아-.
마음속으로 퉁명스러워지면서도 마지못해 노트북 앞에 서니 이미 유이가하마가 기동했는지 컴퓨터가 표시되어 있고 아래쪽에 NEW 마크가 달려있는게 보였다.
그걸 더블클릭해서 기동시키자 너무 많은 양에 조금 깼다.
"우리 학교, 이렇게나 고민하는 녀석이 있었냐"
"30건……이건 아무리 그래도 많은게 아닐까"
"뭐, 뭐어 일단 보자!"
유이가하마가 제일 상단 메일을 연다.
『P.N : 가르쳐주세요 씨한테 온 의뢰』
【최근, 우리 학년 사이에 2학년에는 그 카미하치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특정하고 싶지만 역시 개인정보의 관점으로 봐서 특정하지 않는 편이 좋을까요? 가르쳐주세요】
…………왜 내 인터넷 네임이 유출된거야! 참아주라고. 이제 시선을 모으는 작업을 하는건 질린다고. 나에게 정적을 줘.
"카미하치는 누구지"
"그러게…………모르겠지만 별로 특정하는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보내자"
아, 그러고보니 이 녀석은 알고 있었지……하지만 카미하치라는 이름만 알 뿐이지 그게 나라는건 모르나. 딱히 아무래도 좋지만.
유키노시타가 딸깍딸깍 키보드를 치고 송신자에게 메일을 답신했다.
"그럼 다음거 보자!"
"묘하게 텐션있구만"
【P.N : 풀싱크로! 역시 레츠x사이지 씨한테 온 의뢰】
"지워. 지금 당장 삭제다. 다크 메시아로 날려버려"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혐오가야"
"혐오가야든 뭐든 좋으니까 지워주세요, 유키노시타 씨!"
"싫어"
무정하게 클릭되었다.
【체육대회에서 하야하치가 너무 최고라서 다른 커플링으로 망상을 해도 영감이 솟아나지 않아요! 얼른! 얼른 새로운 하야하치를 보여주지 않을까 매일 고민되서 밤에도 잘 수 없어요! 부탁합니다!】
"…………히나는 여전하네"
"이젠 싫어……조개가 되고 싶어"
"이건 네가 대답해야할 내용이구나"
유키노시타와 자리를 교대하고 에비나에게 답신 메일을 써서 속공으로 보냈다.
"뭐라고 썼어?"
"일단 당신이 보고 있는건 전부 환상. 당신은 BL이라는 마약에 침범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냈어"
"흐응~……그런데 BL은 뭐야?"
"몰라도 돼. 오히려 몰라주세요"
이게 에비나 앞에서 하는 발언이었으면 확실하게 유이가하마도 부해에 먹혀서 육체는 겉으로 나와있지만 정신은 부해 속에 남아버렸다고 하는 어딘가의 세 번째 작품의 ED처럼 될테니까 절대롤 유이가하마에게는 말하지 못하도록 신경쓰자.
"그럼 다음이군"
【P.N : 장래의 처형한테】
『요즘 내 동생이 어떤 남자애한테 폭 빠
거기까지 읽은 순간, 또 유키노시타의 주먹이 노트북을 내려쳐서 다 읽기도 전에 화면이 닫혀버렸다.
"이건 내가 보낼게. 알겠지?"
"아, 네"
"으, 응"
유키노신V2 강림이군.
유키노시타는 그저 화면을 쳐다보면서 딸깍딸깍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 시간은 아까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어서 자칫하면 메일작성 홤녀상의 제한 문제수까지 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자를 입력하고 만족했는지 엔터를 누르고 송신했다.
"아, 아무튼 마음을 도로 먹고 다음걸 볼까"
"그래…………"
다음 메일을 여러보고 몇 초후, 갑자기 유키노시타의 움직임이 멎었다.
"야, 왜 그"
"히키가야. 나, 배가 고파"
접근하려던 순간, 갑자기 정색으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을 들었다.
"하, 하아"
"배가 고파"
"……나보고 어쩌라고"
"뭐라도 사오렴. 가능하면 역 앞의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주먹밥을 세 개정도"
"하아!? 왜 역 앞으로 가야하는데"
그렇게 말하자 신경쓰였는지 유이가하마도 노트북 화면을 엿봤지만 몇 초 정도 지난 후에 유키노시타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굳었다고 생각하니 이쪽을 쳐다봤다.
"힛키. 가능하면 나도 음료수를 사왔으면 좋겠어. 역 앞의 편의점에 팔고 있는 종이팩 오렌지주스"
"너, 너까지 그러냐…………아, 알았어. 사러갈테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마지못해 나는 둘로부터 돈을 징수해서 부실을 나갔다.
"하아, 하아……왜 나는 심부름 당하는거야?"
"안녕, 히키가야"
"켁, 하야마"
역 앞과 학교 사이를 자전거로 왕복한 탓에 숨을 조금 헐떡이면서 둘에게 요구받은 것을 들고 계단을 올라 복도로 나온 순간, 하야마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봉사부에 들렀는지 드물게도 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하야마라는 평소의 그룹이 봉사부의 부실이 있는 방향에서 걸어나왔다.
"먼저 가줘"
그렇게 듣고 토베네는 왁자지껄 떠들면서 먼저 걸어갔다.
"그 후는 어때"
그 후……아마 친구 A, B가 꾸민 히키가야 하치만 포위망을 말하는 거겠지. 체육대회가 성공한것, 그 주역이 나라는것, 그리고 사가미와 하야마의 행동으로 인해 거짓 정보에 놀아나고 있던 녀석들의 평가는 뒤집혔다. 친구 A, B는 모르지만.
"그럭저럭. 평소대로 게임 삼매경이다"
"그런가…………정말로 미안해. 그때 너를 핑계대지 않았으면"
"최선의 대책이 그거였잖아. 평소처럼 네가 없으면~ 라고 말하면 시간에 늦었겠지. 그리고 끈질기네. 내가 됐다고 하니까 됐어"
"그런가…………역시 히키가야에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못 이길것 같아. 또 봐"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는 먼저 간 셋을 종종걸음으로 쫓아간다.
…………하아.
한숨을 쉬고 부실로 들어간다.
"사왔다"
"힛키,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유이가하마는 나한테 봉투를 받아들고 유키노시타와 함께 봉투를 펼치고 있어서 나는 숨을 가다듬기 위해 의자에 앉아 PFP를 하려고 한 순간, 유이가하마가 내 앞에 서서 종이팩 주스를 나에게 건낸다.
"하? 이거 네거잖아"
"한입 줄게. 힛키 목 마르지?"
확실히 목은 마르지만……이대로 내가 마신 후에 이 녀석이 마시면 얼굴을 붉히고 주스를 집어던지는 미래밖에 안 보이는데……뭐 됐나.
유이가하마한테 종이팩을 받아들고 쪽쪽 마시니 차가운 오렌지 주스가 내 마른 목을 다스려준다.
"있잖아 힛키"
"응?"
"아직 조 안정했지?"
"두 자리는 남아있는데"
"힛키가 괜찮으면 거기에 하야토를 넣어도 돼?"
가능하면 거절하고 싶지만 교실 안에서 조를 정하는 이상 이런 패턴도 있을법해서 거부만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조는 정해지지 않는다. 출처는 나. 중학교 수학여행에서 조편성때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말을 걸었지만 거절당하고 또 말을 걸었지만 거절당하는 되풀이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나 한 사람만 남아버린 것이다.
"그 부분은 다음 HR로 정하면 되지 않아?"
"아, 그것도 그런가. 그리고 말야 수학여행 셋째날에 셋이서 놀자"
"유키노시타는 반이 다르잖아"
"거기는 연락을 해서 만나면 되잖아"
"그렇게까지 자유롭게 해도 될까"
"모르지만 괜찮지 않아? 문화제에서 힛키가 접수처에서 게임을 해도 아무 말도 안 했구"
"보고 있었냐"
"…………아, 안 봤어! 지, 지금 그거 거짓말!"
요즘 유이가하마의 자폭이 많다.
"아, 아무튼 예정을 맞추면 되니까. 같이 돌자"
"그래……예정이 맞으면"
유키노시타도 같다는 의미를 담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PFP를 딸깍거린다.
다음날 LHR은 평소 이상으로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수학여행 조결정이라는것도 있어서 LHR의 한 시간을 주어졌지만 대개는 사이가 좋은 녀석들이랑 재빠르게 조를 짜서 딱히 1시간도 필요없다. 우리 조 결정은 제외하고.
유이가하마가 선두에 서서 조 결정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다. 토츠카와 나는 결정사항인 모양이라, 둘을 모아서 방치되고 있지만 남은 두 사람이 정해지지 않는다.
에비나는 내 조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카와사키도 마찬가지다. 유이가하마는 무슨 이유가 있는건지 토베와 에비나를 같은 조에 넣으려고 한다.
뭐어, 어떻게든 조는 정해졌지만…….
"왜 이렇게 됐어"
"게흐흐흐흐. 하야하치하야하치"
"하, 하하하하"
에비나와 하야마가 나의 남은 조 2명이 된 것이다. 어째선데-……왜 하필이면 하야마와 같은 조가 된거야-. 하다못해 하야마와 나를 같은 조로 삼을거면 에비나는 다른 조로 해줘……수학여행 중에 위가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일단 어디 갈지 정하자"
토츠카의 그 한마디로 어디에 갈지 대화가 시작됐다.
그날밤, 수학여행 준비를 마친 나는 마지막 PF3를 하고 있었다.
수학여행은 3박4일이라서 4일간은 이 녀석을 할 수 없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이 녀석도 갖고 가려고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코마치에게 저지당해버려서 하는 수 없이 PFP 3대와 충전 케이블 3개, 그리고 UMD 26장을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준비완료했다. 참고로 호텔 속에서 입을 옷은 공통으로 스웨터다. 귀찮게도 밖에 나갈때는 교복이고.
"오빠야. 가방 안에 옷보다 게임이 더 면적이 넓은데"
"그야 그렇지. 수학여행에서 게임을 안 하고 뭘 하는데"
"응, 그렇지. 오빠에게 기대한 코마치가 바보였어"
"그보다 너, 수험공부는 하고 있냐"
"물론! 오빠가 다니는 소부고등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어!"
동생이 오빠와 같은 고등학교에 온다……평범한 오빠라면 거기는 기뻐해야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이 녀석은 그저 내 평가가 엉망일때 들어가서 달달한 평가를 받고 싶어할뿐인 책사다.
"선물 리스트 넣어뒀으니까 잘 부탁해-! 그리고 신사에 기도도 부탁해!"
"네네. 기억한다면~"
이래저래해서 하루는 지나간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4화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평소보다도 일찍 일어나 수학여행을 가기 위한 최종준비를 하고 있으니 엄마와 아빠한테도 선물을 사오라고 돈을 건내받았지만 아빠의 술 사오라는 돈은 주머니에 몰래 넣어뒀다.
심부름이라도 미성년은 술은 못 사니까. 고마워, 아빠.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면서 집을 나와 자전거로 가까운 역으로 가서 각역정차에서 츠다누마까지 휘청휘청 가서 츠다누마에서 소부선 쾌속으로 도쿄역까지 간다.
각역정차를 내리는것과 동시에 앞에 쾌속이 멈춰있어서 뛰어서 올라탄다.
"아"
"히, 히키가야"
놀라탄것과 동시에 낯익은 푸른빛이 섞인 머리카락이 보여서 고개를 들어보니 카와사키가 서 있었다.
"아, 안녕!"
"소리 커. 안녕"
카와사키는 평소처럼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나에게 인사를 하지만 목소리가 적이 컸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모아서 더욱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나서 서로 말없이 도쿄역에 가는 30분을 보내고 도쿄역에 도착하는것과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신간센구로 다가가니 소부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많아져서 신간선구가 보이는 곳에는 이미 주위는 대부분이 소부고등학교 학생들로 매워져있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니 여자애들이 원을 그리듯 모이고, 그 주위를 남자애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향한다.
진짜로 하야마 편리. 이런 혼잡할때는 진짜로 저 녀석은 등불이다.
"하치만! 안녕"
이쪽은 진짜 천사.
"안녕, 토츠카"
"오늘부터 3일간이 기대돼"
토츠카와 대화하고 있으니 교사로부터 집합 구령을 듣고 교실마다 점호를 해서 모두가 모였는지 확인이 되자 신간선 승강장 홈을 지나 이미 도착했던 신간선에 탄다.
신간선의 좌석 구조는 신기하게도 1열에 5석이 있지만 3자리와 두 자리로 나뉘어 있다.
하야마, 에비나, 나, 토츠카 조원을 생각하면 나와 토츠카로 나뉘어야할 것이다.
"나, 신간선을 타는건 처음이야"
"신간선이나 비행기는 타면 텐션이 오르지-"
뒤에서 토베네 조가 들어오는것과 동시에 통로를 유이가하마, 카와사키, 미우라, 에비나가 들어온다.
"나아 창자리-"
과연 여왕. 승낙을 얻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통보해서 두 자리의 좌석을 빙글 회전시켜서 창측에 앉았다.
"그럼 나, 창자리. 어음 히나랑 토벳치는"
유이가하마는 중얼거릴 생각으로 말했겠지만 나에게는 똑바로 들렸다.
왜 이녀석, 조를 정할때도 그랬지만 에비나랑 토베를 붙이려고 하는거야?
"그럼 히키타니는 내 옆이네"
"엥, 좀 히나!?"
"자자"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의 등을 밀며 에비나는 유이가하마를 미우라의 옆에 앉히고 자기는 미우라의 정면에 앉고 내 손을 잡아다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미우라의 시선이 무서운데-.
힐끔 토츠카를 쳐다보니 토베, 오오오카, 하야마, 토츠카, 카와사키랑 세 자리석에 앉아있지만 뭐라고 할까 카와사키가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잠들 자세에 들어가 있다.
"자아, 히키타니"
"아, 어"
"얼른 하자"
그렇게 말하자마자 에비나는 가방에서 PFP를……앗, 그 PFP는!?
"그, 그건 게이머즈 샵 점포한정으로 10대밖에 판매되지 않은 초대 PFP!"
"옷. 과연 히키타니. 네가 갖고 있는것도 그렇지"
서, 설마 에비나의 오타쿠스러움이 여기까지였을 줄은……단순한 부녀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유일하게 동성대에서 나와 같은 수준의 오타쿠일지도 모른다.
"훗. 몬헌……할까"
"음"
몬헌을 기동시켜서 온라인 집회소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에비에비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서 있고, 내가 들어가자마자 속공으로 다가왔다.
"그훗. 과연 카미하치. 모든 수치가 MAX인것 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를"
"훗. 게이머로서 상식……라고할까 에비나 공격력으로 스테이터스 너무 치우치지 않아?"
"응? 아아, 이건 공격전용 캐릭이야. 수비 전용 캐릭터는 방어 스텟에 올빵이야"
……일단 무시해두자.
"우와. 히키타니의 스테이터스 전부 MAX잖아. 어느 정도 걸렸어?"
"여름방학 일주일 동안 했어"
"오. 게다가 이 무장은 모든 난이도를 초기장비로 클리어했을때 받는다는 환상의 장비가 아닌가"
"역시 이건 힘들었지. 아무리 그래도 초기 스테이터스로 가메고지기도모스키류는 고생했지……하지만 그것도 해치웠어. 3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해서"
"굉장하네~. 과연 카미하치. 동영상은 올렸어?"
"내구 동영상으로 올렸어. 분할Ver도 있어"
"저, 저기 힛키"
"응?"
"모, 모처럼 수학여행 온거니까 다른거 하자. 트럼프라던가. 저기, 유미코도 괜찮지?"
"딱히 상관없는데"
그런고로 유이가하마의 제안대로 트럼프가 개최되었지만 대부호, 도둑잡기, 포커 등을 할때마다 어째선지 분위기가 내려가는걸 느끼는것과 함께 미우라의 시선이 세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거나 뽑아줘"
"시, 시끄러워! 좀 다물어!"
미우라는 마지막 둘 중 어느걸 뽑을지 상당히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첫 번째 도둑잡기에서도 미우라에게 조커가 돌아가서 미우라가 패배, 대부호에서도 미우라가 알거지, 포커에서도 미우라가 최하위가 됐다.
"앗! 수패 위치교환하지마!"
아니, 교환을 저지당하면 여러모로 곤란한데…….
툭툭 유이가하마에게 발끝을 차여서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귀를 대라고 손으로 제스처를 해서 귀를 대니 귓가에서 속삭인다.
"슬슬 유미코한테"
"알고 있어……역시 여기서 폭발하면 곤란하니까"
"히키오! 뭐한거야!?"
"아, 아니 아무것도. 자, 자아 뽑아"
미우라는 조금 생각하고 왼쪽 카드로 손을 뽑지만 그건 조커. 응, 겨우 이걸로.
"라고 하면서 이거…………"
뒤를 잡을 생각으로 다른 카드를 집었지만 미우라의 수패에 또 조커가 넘어가버려서 내 수패는 유이가하마에게 뽑히는 일도 사라져서 다시 내가 1위가 됐다.
"헤에. 히키타니는 트럼프도 강하구나"
"뭐, 뭐어"
미우라의 등 뒤로 대마왕이 보이는 느낌이 드는건 나 뿐인가?
결국 그 승부도 미우라의 패배가 되버렸다.
이 승부에서 알게된 것이 있다……미우라는 지기 싫어한다.
신간선에 탄지 2시간. 겨우 교토에 도착해서 2시간만에 바깥 공기를 접하지만 이 시기의 교토 바람은 치바와 비교해서 차가웠다.
하지만 그 바람은 지금도 평온하다……미우라의 날카로운 시선과 비교하면.
오늘 예정은 키요미즈사로 가는 모양이다. 반대로 버스에 탄다.
거기서도 좌석 선택이 있었지만 신간선과 마찬가지로 내 옆에 에비나, 유이가하마와 미우라, 토베와 하야마, 오오오카와 야마토, 카와사키와 토츠카라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물론 버스 안에서도 게임은 한다. 선생님의 시선은 날아오지 않고……미우라의 시선은 날아오지만.
10분 정도 후에 버스에서 내려, 키요미스사로 가지만 역시 거기는 교토에서도 굴지의 인기를 자랑하는 관광장소. 이 시기에도 관광객은 많아서 배관입구는 먼저 들어간 학생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있잖아 히키타니 히키타니"
"뭐, 뭔데"
"저기 재미있어 보이는걸 찾아서 다들 가 있으니까 히키타니도 가자"
"엥, 아니 나는 아니 좀-"
부정하기 전에 에비나에게 팔을 덥석 잡혀서 그대로 뭐라 말도 못하고 질질 끌려가자 배관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사당이 있고, 거기에 미우라나 하야마, 토베, 유이가하마가 모여있었지만 아저씨의 설명을 흠흠 듣고 있었다.
주절주절 들려오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무래도 어둠 속에서 사당을 돌아다니는걸로 이익이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 거부권이 있을리도 없어서 100엔을 지불하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니 완전히 불은 사라져서, 원주형 난간에서 손을 떼고 걷지 못할 정도로 어둡지만 그런건 상관없이 나는 스마트폰으로 불을 켜서 안을 비춘다.
"힛키,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 좀 읽어"
"훗. 나한테 바라는게 착각이야"
유이가하마의 기막힌 목소리에 그렇게 반론하고, 비추면서 걸어가니 앞에 희미한 빛이 빛나는게 보여서 가까이까지 가보니 라이트업 되어 있는 돌이었다.
"소원을 빌면서 돌면 소원을 이루어준대"
"헤- 대단하네-"
"힛키, 안 믿는구나"
"엥, 너 믿는거야?"
그렇게 말하지만 유이가하마는 한번 헛기침을 하고나서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빙글빙글 라이트업된 돌을 돌고 짝짝 손을 두번 쳤다.
그건 신사에서 하는 작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이 돌이 골인 설정되어 있었는지 그 앞을 조금 걸은것 만으로 밖으로 나왔다.
"어떤가요? 다시 태어난 기분이죠"
"뭐랄껴, 다시 태어났다고 할지 왠지 새로워진 느낌이라고 할지"
토베, 그걸 다시 태어났다고 하는거 아닐까.
"아, 그보다 돌아가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아!?"
"느긋하게 가도 여유롭잖스"
유이가하마만큼 허둥대지는 않는 토베지만 그 다리는 아무리 봐도 허둥대고 있다.
어떻게든 해서 우리 교실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합류해서 오늘 하루 키요미즈사의 참배를 즐겼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5화
목욕도 식사도 전부 마치고 이불이 깔린 방에서 나는 토츠카에게 PFP를 빌려줘서 태고의 달인을 사이좋게 하고 있다.
역시 남자.여자 방은 나뉘어져 있어서 하야마, 오오오카, 야마토, 토베 그리고 나와 토츠카가 한 방에 들어가 있지만 나와 토츠카를 제외한 우리반 남자는 마작을 하고 있다.
"아자! 풀 콤보야!"
"역시 토츠카. 그럼 이번에는 어려운 난이도로 해볼까"
"어려운가……한번 하치만을 보고 정해볼래"
토츠카가 본다고 해서 나는 어째선지 텐션이 올라서 통신모드를 멈추고 싱글모드로 바꾸어서 토츠카에게 선곡을 부탁하고 나는 아이마스크를 준비한다.
게흐흐흐……여기서 토츠카에게 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토츠카도 게임에 빠져줄거야……하지만 문제는 하야마네다. 녀석들은 게임에 대한 체세는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포기 플레이나 같은 외야다……뭐, 상관없나.
"자. 이거면 어때?"
"오, 보여주지 않아도 돼. 보고 있어 토츠카. 이게 나의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마스크를 끼고 토츠카한테 PFP를 받아 음악을 스타트 시키자 전주가 흐른 순간에 무슨 곡인지 알아맞추고 머리속으로 흘러오는 패턴을 보면서 손가락을 움직여간다.
호호오. 이건 모 아이돌이 무른 라이트 로테이션이 아닌가. 후후후후……내 앞에선 이런 노래든 보지 않아도 풀콤보라고.
『풀 콤보!』
"훗. 어때 토…………"
풀콤보를 달성한걸 확인하고나서 아이마스크를 벗어 토츠카를 보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내 뒤쪽을 쳐다보고 있고, 그걸 따라 나도 뒤를 돌아보지만 마작을 하고 있는 손을 멈추고 노골적이게 경직된 표정을 지은 남자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토, 토베가 졌잖아!"
"우, 웃와-! 진짜인겨-!"
"그런고로 모두 몫의 주스 사와-"
"체에-. 하야토는 뭐가 좋아?"
"나는 뭐든 좋아"
별로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토츠카에게 조금 나갔다온다고만 말하고 PFP를 하면서 호텔에 병설되어 있는 선물 로비에 있는 푹신푹신한 소파에 앉아 혼자서 게임을 즐긴다.
흥. 됐어……나에겐 PFP만 있으면 마음의 상처 따윈 치유할 수 있고……따, 딱히 하야마네의 식겁한 시선은 아무렇지도 않거든!
마음속으로 통곡하는 츤데레, 이른바 통데레를 연기하고 있던 그때, 옆에 누군가가 앉은걸 느끼고 옆을 쳐다보니 머리카락을 올린, 드물게도 러프한 차림의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내 옆에 앉아있었다.
"어"
"이런 밤중에 우연이네. 쫓겨난거니"
"나는 바퀴벌레냐. 혼자서 게임하고 싶으니까 나온거야. 어차피 너는 교토 한정 판다 판씨라던가 사러 온거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지금 간격은 뭐였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하면 내가 반대로 따져질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는 왜 여기에 온건데"
"……같은반 애들의 화제 끝이 이쪽으로 돌아왔으니까야"
화제? 화제 소리 들을만한게 이 녀석에게 있었나?
"왠일이래. 아무 화제도 안 가질 네가"
"그렇구나. 너랑 같이 있는 탓일까"
"하아? 왜 나?"
"…………너 조금은 자신에 대한 주변 평가를 알아야하는게 아니니"
"내 평가? 그딴거 신경써봐야 소용없잖아"
그보다 옛날 경험상,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않아서 굳이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것 뿐이고, 딱히 모르면 죽는것도 아니니까.
"신경 써야해……특히 체육대회가 끝난 지금은 말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나를 신경쓰고 있다……어느쪽이냐고 하면 설교하는 느낌인가. 아무튼간에 나를 신경쓰는건 드문 일이다.
"가장 가까이 있어서 나에게 얘기를 갖고 와"
"헤에. 어떤 얘긴데?"
"…………말할 필요는 없어"
이 녀석은 왜 화를 내는거야.
문득 고개를 들었을때 수트 위로 코트를 입고 어째선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서, 노골적이게 당황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 어째서 너희가 여기에"
"그냥 얘기 좀 하는것 뿐인데요……왜 선생님이야말로 이런 시간에"
"으, 음……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아"
"지금부터 라면을 먹으러 갈거다"
그 순간, 나와 유키노시타의 한숨이 동시에 나와, 선물홀에 울려퍼졌다.
이 시간부터 라면을 먹으러 간다니……그야 결혼을 못하겠지. 아니, 그거랑 이건 관계없나.
"유키노시타는 말 안할거라고 믿을 수 있지만……너는 조금 미묘하군"
"너무해라. 저도 말 안합니다"
"허나 믿을 수 없다는게 분하군"
그럼 믿어달라고요. 당신의 학생이잖아요? 귀엽고 귀여운 학생이라고요? 눈은 좀 썩었지만.
"좋아. 그럼 입막음료를 내마. 라면 같이 어떠냐?"
으음. 확실히 이 시간에 먹는 라면은 어째선지 각별하게 맛있다. 나도 여름방학때는 밤중에 편의점까지 가서 컵라면을 사와서 먹었지.
거기다 사준다고 하니까 여기는 받아들일까.
"뭐, 사주신다면야"
"그럼 저는 이만"
"뭐, 유키노시타도 그러지 말고 따라오거라"
"하지만 이 차림인데요?"
유키노시타는 드레스로 인사하듯이 살짝 남은 소매를 잡아당기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지 히라츠카 선생님이 코트를 입혔다.
"이걸로 상관없겠지"
"거부권은 없는것 같네"
"그렇군"
포기한건지 유키노시타는 마지못해 입혀진 코트를 입는다.
호텔을 나오자 밤중이라는것도 있어서 부는 바람은 차가워서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목을 움츠리고 냉기를 옷 속에 들이지 않도록 한다.
선생님이 멈춰서서 가볍게 손을 들자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유키노시타, 타거라"
선생님에게 듣고 인사하고나서 택시에 올라타자 이번에는 나에게 눈으로 얼른 타라고 말해서 그에 따라서 정 중앙 자리에 앉으니 내 옆에 선생님이 앉았다.
"이치죠지까지"
그렇게 말하자 택시는 조용히 달린다.
역시 3인석의 정 중앙은 괴롭네……아, 공간의 의미 없지 않을까. 유키노시타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여성 중에선 가느다란 편이니까 공간은 여유롭지만 양 옆이 여자라는 공간이 정신적으로 힘든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도착한건지 택시가 머머추고 선생님이 계산을 마치고나서 내려서 따라 내리자 눈 앞에 아주 큰 총본점 라면가게가 있었다.
"굳이 여기에 안 와도"
"훗, 어설프군 히키가야. 체인점에선 맛도 조금 변한다. 총본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을 즐기는게 정통이지"
왠지 리얼하게 들리니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콧테리"
안으로 들어가서 카운터에 앉고 메뉴조차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저도 콧테리로"
"저, 저기 히키가야. 저, 저건 정말로 수프인거니"
뭐, 그 반응이 보통이다. 수프라고 하면 찰랑찰랑할텐데 어째선지 찐득찐득한 수프니까, 라면에 감기니까 다 먹은 후에는 수프는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기분 나빠지는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어떡할거냐"
"아, 아뇨 저는 보기만해도 배가 불러서요"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라면이 와서 젓가락을 집어서 잘 먹겠습니다 말하고나서 라면을 한입 들이키자 입안에서 흉폭한 맛이 날뛴다.
진해……맛이 아주 진하지만 맛있다.
"그보다 교사가 이런데 있어도 됩니까?"
"그러니까 입막음료를 내는거다"
"그 시점에서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유키노시타의 정확한 지적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라면을 들이킨다.
"교사도 인간. 실수를 저지르면 혼나는 일은 있다. 안 그러냐, 히키가야"
"왜 저한테 동의를 구하는겁니까"
"너는 거의 매일 혼나는거나 마찬가지잖니"
확실히 PFP를 몰수당해서 혼나는적은 있지만 요즘은 이젠 포기한건지 구두주의 뿐이다.
"나는 특별히 혼날만한 짓도 안 하니까 상관없지만"
"혼난다는게 나쁜것만 있는건 아니다. 그 사람을 봐준다는 소리지"
"……그렇군요"
"그러니까 실수를 얼마든지 저질러도 좋다. 그때마다 혼내주마"
미소를 지으면서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지만 어차피 이 후에 호출당하겠지.
결국 그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것도 아니어서 히라츠카 선생님도 나도 라면을 다 먹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바깥의 조금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다.
귀가도 마찬가지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나는 술자리용 술을 사올테니까 너희는 먼저 돌아가도 좋다"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호텔 방향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우리는 호텔 방향으로 걷다가 신호 앞에서 멈춘다.
신호등이 청색으로 변해서 막상 건너려고 할때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니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왼쪽으로 돌고 있어서 황급히 그 손을 잡았다.
"히키, 히키가야?"
"반대다. 오른쪽이야"
"그, 그래……저기……손"
"……미, 미안"
그만 반대방향으로 가는 코마치의 손을 잡듯이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아버려서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황급히 손을 놓고 조금 거리를 둔다.
틀렸다……역시 문화제 그날 이래로 유키노시타와 단 둘이 있으면 영 상태가 이상하다.
서로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걷지만 묘하게 유키노시타의 거리가 나와 떨어져있다.
"그렇게 떨어지면 또 헤멘다"
"아니…………그게…………"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얼굴을 붉힌채로 코트 옷깃에 얼굴을 묻고 있다.
이런 유키노시타는 지금까지 본 저거이 없다. 주위에 신경을 쓰듯 되게 주위를 쳐다보고, 얼굴을 붉힌 상태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뭐, 뭐야"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더욱 허둥댄다.
"……이 시간대에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지면…………좀……"
그런거냐.
"나랑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인 정도로 아무것도 변할리 없잖아?"
"그, 그럴까"
"그래. 히키니쿠 자식인 나랑 국제교양과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같이 있어도 아무도 뭐라 생각 안하겠지. 생각해도 유키노시타가 혼자서 걷고 있다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겠지. 아무도 나랑 네가……그게……그런 관계라고 생각도 안 할거 아냐"
"…………얘"
"음?"
걸어가려고 할때, 유키노시타가 불러세워서 돌아보니 얼굴은 아직 조금 붉지만 눈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지금 네 주위 사람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한적 있니"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주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건 초등학교때 그 사건 이래로 생각한적도 없고 신경쓴적도 없다. 줄곧 계속 게임을 했다.
"없군……아무래도 좋잖냐, 그런거"
"……또 너는 그렇게 말하네. 어째서 알려고 하지 않니?"
"어째서냐고 해도…………알 의미가 없잖아"
"…………너는…………너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 사람을 생각한 적은 있어?"
내 눈을 쳐다보는 유키노시타가 말한 말에 나는 무심코, 살짝 뒤로 뒷걸음질쳤다.
나를……생각해주는 사람………….
"……돌아가자. 밤도 늦었으니까"
"아, 아아. 그렇군"
유키노시타의 한 마디로 겨우 호텔을 향해 걷고, 로비로 들어가려던 차에 헤어졌다.
방으로 들어가니 이미 떠들다 지쳤는지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어있고 방은 상당히 조용하고 어두웠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
유키노시타가 말한 말이 머리속에서 반향하는걸 느끼면서 나는 누워서 눈을 감았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6화
다음날 아침, 우리가 향한 곳은 토에이 영화마을.
실제로 영화촬영에서도 쓰인다는 관광객이 한번은 찾아온다고 하는 장소인만큼 그곳으로 가는 버스 안은 가득 채워졌다.
승차율 200% 들어갔을 붐비는 상황에 질려하면서도 어떻게든 올라타고, 출구로부터 토해내듯이 버스에서 내렸다.
"지쳤어"
"굉장히 많았지~. 아, 티켓인데"
"다녀올게"
"아, 잠깐만 힛키!"
유이가하마가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 티켓 판매소의 기나긴 행렬에 줄서고 있으니 옆에 같은 교복이 보여서 문득 쳐다보니 "어? 왜 있어?" 라고 할법한 표정을 지은 토베가 서 있었다.
진짜로 유이가하마는 뭘 하려고 하는거야?
"……있잖아, 히키타니"
"응?"
조금씩 나아가는 가운데 토베가 말을 걸어서 그쪽을 돌아보니, 어째선지 미안하다는 얼굴을 지으면서 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뭐랄까……미안"
"하? 갑자기 뭐?"
"아니, 거……문화제랄까"
그걸로 겨우 토베가 나한테 사과한 이유를 알았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의 이름도 그룹 라인에 있었지……그걸로 사과하다니 의외로 솔직한 녀석이군……뭐, 아첨꾼이라고 해야하나.
"하야토한테 들을때까지 오해하고 있었어. 진짜로 미안하다고 할까, 주제넘게 여러모로 해선 안 될 소리도 해버렸고"
"됐어…………딱히 생각도 안 했고"
"진짜로 미안"
그렇게 말하고 토베가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나의 사실무근한 정보를 듣고 뭔가 생각했던걸까…………뭐라고할까, 근지럽다고 할까.
두 사람이 나를 걱정했다는걸 상상하니 근지러움을 느끼고, 적당한 곳을 긁지만 잘못 짚었는지 간지러움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인원수 만큼 티켓을 사고 모두가 모여있던 곳으로 돌아와, 티켓을 나눠주지만 어딘가 유이가하마는 볼퉁해진 모습이다.
"뭘 화내는거야"
"딱히"
영화마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에도시대풍 가옥이 많이 보이고 사무라이 모습도 보인다.
오이란 행렬이나 갑자기 시작되는 쇄진지남에 놀라면서도 곧장 나아간다.
"있잖어, 다음에 저기 안 갈래?"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가 가리킨 곳은 공포의 귀신의 집이라고 크게 쓰여있는 간판이 걸려져 있는 낡아빠진 귀신의 집이었다.
공포라고 해도 어차피 사람이 놀래키는 거잖아? 과거에 진짜를 본 적이 있는 내 기준으로 보면 무섭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아무도 불참가자가 나오지 않아서 걷는 우리들.
"하야토 나아 귀신같은거 무서워어-"
"나도 별로 좋아하는건 아니야"
그럼 그만둬, 라고 말하면 또 미우라의 차가운 시선이 날아올테니까 그만두자.
세간일반으로 저건 귀신이 무서운 나라는 귀여운 점을 어필하는것과 동시에 놀란 나머지 껴안는다는 대의명분을 얻는 모양이다.
결국 그룹 나누기로 하야마・미우라, 토베・에비나, 나・유이가하마, 카와사키・토츠카가 됐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귀신의 집 안으로 사라지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BGM이 흐른다.
"나, 나 이런거 무서워……"
"왜 들어갔냐"
"어? 아, 아니 그게…………"
어두워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 유이가하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아우아우아우아우아악. 이거 진짜 위험해애애애!"
앞쪽에서 토베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이쪽이 더 무섭다.
"구헤헤"
"힉! 지, 지금 뭔가 들렸어"
"카와사키. 내 팔 잡지 말아줘. 부러지니까"
이래보여도 카와사키 힘 세니까.
"토츠카는 안 무서워?"
"응. 나 이런거 좋아해"
의외다 의외. 다음에 토츠카랑 영화보러 갈 기회가 있으면 호러 영화를 보자. 나는 잘지도 모르지만.
"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캬아아아! 아파아파아파!"
어둠을 틈타 피투성이 여성이 나온 순간, 화재장소의 바보력이라는 스킬이 발동한건지 내 양팔을 움켜쥐고 있는 여성진의 힘이 몇 백배로 강화되어서 카와사키는 움켜쥐고, 유이가하마는 피부를 꼬집는다는 더블 콤보를 먹고 나까지 놀라지 않았는데 비명을 질러버렸다.
"우아우아우아우아!"
"좀! 가, 갑자기 뛰면 크헉!"
두 사람이 동시에 뛰어서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는지 우연인건지 모르겠지만 서 있던 기둥을 두 사람이 피하고, 한 가운데 있던 나는 도망치지도 못한채 안면부터 기둥에 부딪쳐버렸다.
"크, 크오오오! 코, 코가"
"하, 하치만 괜찮아!?"
"요, 용서 못해 카와사키랑 유이가하마……진짜로 아파"
토츠카에게 부축받고 코를 잡으면서 일어서서 두 사람이 뛰어간 방향으로 가니 어째선지 도중에 유이가하마가 주저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 뭐하는거야"
"히, 힛키……허리에 힘 빠져버렸어"
"…………토츠카, 미안하지만 먼저 가줘"
"응. 알았어"
"자. 타라"
"헤? 그, 그치만"
"됐으니까. 예정 틀어지잖아"
"으, 응"
허리에 힘이 빠져서 일어설 수 없는 유이가하마를 업고 귀신의 집 출구로 향한다.
…………유키노시타와 달리 주장이 격한 두 개가 등에 닿고 있지만 일단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출구까지 간다. 출구로 나가고나서 생각하자……그러고보니.
문득 유키노시타에게 어제 들었던걸 떠올리며 유이가하마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있잖냐, 유이가하마"
"뭐, 뭔데?"
"…………문화제때 내 악평이 돌았을때 너는 어떻게 생각했냐"
"…………싫었어. 보는것도 듣는것도"
내 목 주위에 추욱 올려져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마치 뒤로 나를 껴안는듯한 형태가 됐다.
"어째선데. 내 악평 따위는 너하고 관계없잖아"
"……관계있어…………왜냐면………왜냐면 나는……………으응. 유키농도 힛키를…………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걸"
그 순간, 두근! 심장이 크게 고동을 쳤다.
"친구가 나쁜 소리를 듣는건 싫은걸"
"…………그런가"
유키노시타가 말했던건 주위에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소리인가……그래도 나는 어쩌면 좋은거냐…………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나는 변하지 않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바깥 불이 보여와서 거기서 유이가하마를 내려주고 밖으로 나가자 이미 하야마네가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힐끔 유이가하마와 하야마가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는게 보였다.
…………저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싶은건지.
휴식시간을 충분히 츃나 후,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지만 돌아가는 손님 시간대와 겹치고 말아서 버스에 못 탈정도로 붐비고 말았다.
이미 몇 대는 놓쳤고, 이 이상 시간 지연은 썩 좋지 않다.
"택시 탈래? 더치페이하면 그리 안 비쌀거 아냐"
"에, 그치만 택시는 돈이 좀"
"이대로 버스를 기다려도 어차피 다 못타고, 예정했던 곳도 다 못돌게 될거 아냐. 그렇게 되는것 보다는 조금 비싸도 택시로 가야하지 않냐?"
"그렇군. 확실히 히키가야의 말대로야. 여기는 택시를 탈까"
하야마의 뒷받침 설명에 택시 정거장으로 가던 도중에 어떤 멤버로 탈지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있으니 한 대의 택시가 앞에 멈춰섰다.
"어이, 택시 왔어"
"하는 수 없군. 우선 토베가 타줘"
"오케이"
하야마의 지시에 따라 토베가 조수석에 탄다.
그 사이에 나는 문을 여는 역할이었다. 나는 어디의 호텔보이냐.
"그럼 다음은 유미코"
"응-"
대체 어디에서 그런 귀여운 목소리를 내는건지 딴지걸고 싶어질 정도로 소녀 보이스를 내면서 미우라가 뒷자리 오른쪽 문 근처에 앉았다.
"그럼 다음은"
"히키타니 가자아-!"
"하? 좀"
에비나에게 손을 잡혀서 그대로 택시로 들어가자 내 왼쪽 옆에 에비나가 타고, 다른 녀석들이 놀라고 있는 틈에 에비나가 운전수에게 닌나지까지 가도록 말해서 그대롤 출발해버렸다.
"하? 왜 나아의 옆에 히키오야?"
"나, 나한테 말하지 마"
미우라의 시선이 따갑다……좋은 냄새는 나지만.
"만지면"
"안 만집니다"
만지면 문화제 이상이라고 할까 그 시점에서 인생 종료잖아……하아. PFP라도 하면서 시간 죽이자.
PFP를 기동시켜서 태고의 달인을 하려던때, 옆에서 색이 다른 PFP가 휙 나오며 왼쪽 옆을 쳐다보니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에비나가 있었다.
"할까. 히키타니"
"아, 으어"
통신 모드로 바꿔서 음악 선택을 에비나에게 맡기고 있을때 힐끔 그녀의 PFP 화면을 쳐다보니 선택하는 음악 모두가 풀 콤보를 표시하는 왕관이 표시되어 있었다.
음악을 선택해서 딸깍딸깍 PFP를 조작한다.
……대체 유이가하마는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음악이 종료하는것과 동시에 택시가 정차해서 넷이서 나눠서 승차비를 내고 유이가하마네의 차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으니 5분 후에 합류했다.
합류해서 뭉쳐서 닌나지를 관광한다.
나는 뒤에서 하야마네를 관찰하면서 걷지만 역시 아무리 봐도 유이가하마네는 에비나를 토베에게 붙이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그걸 막듯이 카와사키나 토츠카를 사이에 둔다.
거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 한 발짝 물러난 느낌이군.
"그럼 다음 갈까"
이미 돌아볼곳을 다 돌아봤는지 유이가하마의 제안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료안지로 향한다.
배관접수를 마치고 부지내로 들어가니 넓은 못이 보였다.
그 사이에도 유이가하마는 자연스럽게 걷는 위치를 바꾸어 토베를 붙이려고 하지만 에비나는 뒤에 물러나있던 카와사키를 사이로 잡아당긴다.
정말로 유이가하마는 뭘 하려고 하는거야…………전혀 모르겠네.
"어머, 우연이네. 히키가야"
"유키노시타"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일행이라고 생각되는 얌전하게 생긴 여자 몇 명이랑 같이 있는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유키노시타와 함께 있는 얌전해보이는 여자애들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놀란 표정을 짓고 소근소근 얘기를 시작하지만 그 분위기에 경멸같은건 느껴지지 않는다.
순수하게 신기해하는거겠지…………뭐, 설마 유키노시타같은 녀석이 나같은 녀석에게 말을 거는것 자체가 조금 신기한 일이지만.
"미안해. 그하고 조금 얘기할테니까 먼저 가주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어딘가 존경스런 눈빛과도 같은 눈빛을 하면서 끄덕이고 먼저 걸어간다.
"왠일이니. 피코피코를 안 하다니"
"여기서 게임하면서 걸어다니다 중요한걸 부수기라도 하면 무섭잖냐"
"그것도 그렇네"
"…………저기말이다"
"뭐니"
"너네 대체 뭘 하는거야?"
내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머리에 물음표 마크를 띄운다.
"무슨 이야기니"
"유이가하마가 하고 있는거 말야. 너도 하고 있는거 아냐?"
그렇게 말하지만 유키노시타는 정말로 무슨 소린지 모르는지 나를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거수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마……하지만 이걸로 유키노시타가 참가하지 않는다는게 되면 봉사부로서가 아니라 유이가하마가 멋대로 하고 있다는 소린가.
"정말로 무슨 소리니"
"……아니, 모른다면 됐어"
유이가하마 개인이라……음~. 교실 분위기를 읽어왔던 그 녀석이 개인적으로 말이지…….
"……얘, 내가 하려고 하는 것. 기억하고 있니"
……이 녀석이 하려고 하는 것?
필사적으로 과거 대화를 머리 서랍에서 찾아내서, 조금 지나고서 정답을 발견한다.
"사람과 함께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거? 그게 어쨌는데"
"너는 지금도 그걸 듣고 그 때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녀석은.
"변함없어. 뭣하면 한번 더 말해주마. 남의 꿈을 깎아내려서 어쩌게. 그 녀석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그 녀석에게 자유롭게 시키면 되잖아"
그 때와 완전히 같은 소리를 해주자 유키노시타는 조금 생각한 후에 만족스럽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어딘가 결심을 한 듯한 얼굴이었다.
"아, 유키농"
그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가 선두에서 이쪽으로 돌아와서 나는 그 자리를 떠나 걷는다.
뭐, 유이가하마가 뭘 하든 나하고는 관계없나.
그렇게 결론짓고 나는 걸어간다.
그날밤도 나는 선물 코너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혼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반 남자가 대부분 방에 모여서 마작왕 결정전이라고 하면서 내 기준으로 보면 민폐스러운 짓을 시작해서 빠져나온 것이다.
"히키타니"
"에, 에비나"
"옆에 앉아도 될까?"
"그, 그래"
평소하고는 달리 사복차림의 에비나에게 조금 다른 공포를 느끼면서 옆에 앉는걸 승낙학고, 게임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오러에 무심코 게임을 중단하고 옆을 본다.
"뭐, 뭡니까"
"잠깐 바람쐬러 왔더니 히키타니가 거기에 있었으니까"
여기가 보통 여자애라면 나도 두근거리겠지만 상대는 그 에비나다……두근은커녕 히익! 이라는 느낌의 소리를 지를지도 모른다.
"…………있잖아, 히키타니"
"어?"
"만약 히키타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히키타니는 그걸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고 치고……히키타니라면 그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할거야? 아니면 고백받고나서 말할거야?"
갑작스런 질문에 순간 당황하지만 그 질문의 상황이 어딘가 지금 에비나의 주위를 둘러싸는 상황과 쏙 닮아있어서 일단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형태를 정리해서 대답을 낸다.
"나라면 고백받기 전에 말한다…………라고해도 그런 경험은 벌게임 말고는 없다만"
"그 근거는?"
"아무래도 좋아"
"하하하. 너답네……고마워, 또 봐"
그렇게 말하고 에비나는 가버렸다.
…………흠, 그녀는 대체 뭘 묻고 싶었던걸까.
PFP를 다시 하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옆에 누군가가 앉은걸 느끼고 기막혀하면서 옆을 쳐다보지 놀랍게도 그 여왕 미우라가 앉아있었다.
"너네 말야. 대체 뭘 하려는거야?"
"하? 뭐냐니 그게 뭔데"
"그러니까 에비나한테 뭘 하려는거냐고 묻고 있는건데"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그보다 유이가하마가 개인적으로 하는거니까 이 녀석도 알고 있는거 아니었나?
"전혀 몰라.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하아? 그렇게나 에비나한테 간섭해놓고 그런 소리를 하네"
"오히려 간섭당하고 있는건 나다만"
에비나의 옆에 억지로 앉혀지거나, 같은 택시에 타게 되거나.
"……………저래보여도 에비나는 꽤 흔들리고 있어. 그 녀석이 재주 좋으니까 어떻게든 되고 있지만 그게 제일 위태롭다고"
"그렇다면?"
"하아? 너 유이랑 같이 있는 주제에 몰라?"
오히려 그 녀석이랑 같이 있는걸로 아는게 있다면 가르쳐줬으면 싶은데.
"유이는 요즘은 말을 잘 하게 됐지만 분위기를 읽어서 맞추는 애잖아?"
그건 일리있다. 아마 유이가하마같은 여자가 미우라 그룹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주위 분위기를 민감할 정도로 눈치채서 그에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거랑 에비나는 관계있나?
"하지만 에비나는 분위기를 안 읽어서 맞추고 있어"
요컨대 에비나는 분위기를 읽지 않고 주위가 맞추도록 자신을 변모시키고 있다고……확실히 미우라의 말대로 그건 대단히 위태롭다. 어느샌가 어느것이 진짜 자신인건지 모르게 되버린다.
"입다물고 있으면 남자한테 인기 있으니까 꽤 소개해달라는 녀석은 많아. 하지만 소개할때마다 이래저래 말하면서 거부하니까 나아도 끈질기게 소개했어. 그랬더니 『아, 그럼 이제 됐어』래. 완전 남일처럼 말했어"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의 얼굴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그 말의 진의는 나는 물론 미우라도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알 수 있는건 그 시점에서 에비나는 거부하는 자신을 멈추고 받아들이는 자신이 됐다는 정도다.
"나아 말야, 지금을 꽤 좋아해. 에비나네랑 바보짓하는게. 그치만 에비나가 떠나가면 그런 바보같은 짓도 못하게 되잖아. 그러니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에비나에게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아줘"
그건 아마 에비나도 같다. 미우라네랑 바보짓을 하는 지금을 즐거워한다. 그러니까 지금을 바꿔버릴지도 모르는 유이가하마네의 행동을 거절한다.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으니까…………하지만 지금의 에비나의 행동은 내 시선을오 보면 악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을 바꾸려고하는 요소로부터 떠나는게 아니다……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그 요소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야 한다.
"요컨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은거잖아. 에비나도 미우라도"
"뭐, 그렇게 되지"
"…………"
왠지 모르게 유이가하마가 하고 있는 짓을 알것 같다.
그럼 나는 뭘 해야할까. 내버려둘까? 남일이니까라면서 내버려둔다…………단 하나만, 나는 에비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그걸 하고나서 나는 내 인생을 즐길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7화
3일째 아침, 나는 숙면을 탐내며 사랑스런 이불을 옷장 속에 집어넣고 몸 단장을 모두 마쳐서 2층의 홀에서 토츠카와 행복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맛있네, 이 생선"
"그렇군…………그런데……왜 카와사키가 계신겁니까"
홀에서 막 식사를 먹으려고 앉은건 좋지만 어째선지 또 카와사키 씨가 내 옆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엉, 뭐야? 나 지금부터 아침 공갈당하는거야? 이 피망이랑 그 달걀을 교환해라 짜샤, 처럼.
"있으면 안 돼?"
"아, 아니 딱히 그런게……그리고 자이모쿠자. 내 튀김을 훔치면 네 소설 원고를 투고 스레에 투고해버린다"
"크헉!"
시야 구석에서 힐끔 보인 자이모쿠자의 밀행에 못을 박아두면서 즐거운 아침을 먹는다.
아까부터 하야마나 유이가하마네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뭐 됐나. 어차피 에비나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나는 남은건 자유로운데 에비나의 모습도 안 보여.
"저기, 하야마나 어디 있는지 몰라?"
"하야마네라면 밖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했어. 아, 그리고 아라시야마에 간대"
과연. 역시 토츠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안하고 정보수집을 하다니……꼭 장래에 우리 집에 들여서 밖에서 정보수집을 맡기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되면 어차피 거기에 에비나도 있을테고, 아라시야마에 먼저 가서 PFP라도 해둘까.
아침을 다 먹고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마친 나는 적당하게 교토 관광명소라고 하는 곳을 걸으면서 대충 즐겼다…………어째선지 옆에 카와사키 씨를 데리고 다녔지만.
숙소에서 마지막 저녁을 다 먹은 나는 어두컴컴한 가운데 어떤 장소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 곳이란 아라시야마의 관광가이드에도 쓰여있는 죽림의 길에 밤이 되면 등롱으로 죽림자체가 라이트업 되는 모양이라 그 경색은 멋지다고 한다.
왜 나는 그런 곳으로 향해 걷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에비나에게 한 마디 하기 위해서다.
에비나는 지금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무슨 이유로 지금의 일상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딱히 나는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남의 일상이 바뀌든 안 바뀌든 남을 생각할 마음도 없거니와 머리 구석에도 없다. 하지만 나는 에비나의 악수만큼은 놓칠 수가 없었다.
미우라의 말대로 에비나는 분위기를 읽지 않고 자신을 변모시켜서 주위를 맞춘다.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한 악수다. 자신을 변모시켜서 맞춘다면 일상을 바꿀 수 없다는것도 무리한 이야기다…………일상은 자신이 바뀐 순간부터 바뀌어버린다.
일상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이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걸 집어버리면 된다.
라이트업된 죽림속을 걷고 있으니 전방에 에비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에비나"
"어라? 히키타니"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는 모르고 알 생각도 없다……그저, 비슷한 사람끼리 하고 싶은 말만 말한다. 일부러 '지금'을 부수러 가려고 하는걸 막기 위해.
"왜 그래?"
"뭐, 조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이 앞에 뭐가 있어?"
"유이가 좀 불러서"
……그럼 더욱 말해야겠군.
"에비나……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자금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걸 집어내야해"
갑작스런 내 발언에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이지만 바로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야?"
"지금 상태로 가면 확실하게 지키고 싶은 '지금'은 부서져"
"……그럼 어떡해야 한다고 생각해?"
"간단한 이야기지만 지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접근시키지 않으면 돼"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은 쓸 수 없어. 왜냐면 여기서 떠나면 그야말로 지금이 부서지는걸"
에비나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을 변모시켜서 맞추는 법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러니까…………진짜 에비나의 모습으로 가능성을 집어내면 돼. 지금을 이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걸 없애버리면 돼. 이후로 나오지 않게 될 정도로 말이지……자신을 주위에 맞춰서 바꾸는게 아니야. 주위를 자신에게 맞춰서 바꾸면 돼"
내 이야기가 얼마나 그녀에게 통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미우라가 말한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랑 같은 정도다.
만약 이 앞으로 걸어가서 지금을 부서버리면……확실하게 우리 교실은 붕괴하겠지. 그것도 피하고 싶다……그럼 가능성을 집어내는 수 밖에 없다. 그 방법 말고는 현재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분위기에 맞추는걸로는……지금을 지키는건 무리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런가. 그게 네 답이구나"
"내 답이 아니야. 생각이지……물사의 사례라는거야"
"……고마워. 히키타니"
그렇게 말하고 에비나는 라이트업된 죽림 속을 걸어간다.
에비나가 간 곳에 뭐가 있는지는 나는 모르고, 알 생각도 없다. 그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는 녀석들이 여럿 있는 이상, 쉽사리 '지금'을 부수러 가는걸 내버려둘 수는 없다.
바꾸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지금을 순식간에 없애버린 내 기준으로 보자면.
걸어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 죽림의 입구 부근에 있는 벤치에 앉아 PFP를 기동시킨다.
하고 싶은 말은 다 말했으니까 조금 게임하고나서 숙소로 돌아가 자면 그걸로 나의 하루는 끝난다.
15분 정도 벤치에 앉아 게임을 하고, 하나 구별을 짓고 세이브하고 나서 자, 돌아갈까 하며 일어났을때, 죽림의 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나왔다.
"어라? 힛키 이런데서 뭐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너네야말로 뭐하는거야. 이런 시간에"
"어, 어음……"
"유이가하마. 이제 괜찮지 않을까. 의뢰도 끝났으니까"
"의뢰?"
"으, 응……실은 말야. 토벳치한테 의뢰가 왔어. 히나에게 고백하는걸 도와달라고"
"너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토베에게 들었어. 그러니까 이번에 너에겐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래서 그때 이 녀석들은 나한테 역앞의 편의점까지 갔다오라고 해서 나를 떼어놓았나.
유키노시타의 이야기를 듣고, 이 3일간 유이가하마의 행동의 의미를 겨우 이해하고 어딘가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토베와 에비나를 자꾸만 하나로 묶으려고 하던건 이런거였나. 그래서 미우라가 나한테 간섭하지 말라고 했나. 과연.
"그래서 그 의뢰는 어떻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일까"
뭐, 그렇겠지. 지금을 바꾸고 싶지 않은 에비나가 지금을 크게 바꿔버릴지도 모를 토베의 고백을 받아들일리도 없을테고.
"그저…………왠지 평소의 히나답지 않다고 할까. 응~. 뭐라고 하면 좋을까"
"딱히 괜찮지 않냐? 우리하고는 이제 관계없잖아"
늘 함께 있는 유이가하마가 에비나에게 위화감을 품었다는건 내가 그때 말한건 어느정도 에비나에게 통했다는 소린가.
"거기다 토벳치도 왠지 처음때보다도 의욕을 내서 반드시 에비나를 함락시킨다! 라고 했구"
그건 포기해라. 뭐, 당분간은 토베도 아무짓도 안 하겠지. 차여서 엉엉 우는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덕분에 에비나가 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지금도 변하지 않은것 같고.
"슬슬 돌아가자"
"그러게~. 그보다 힛키는 밖에 나오면서까지 게임하고 싶어?"
"하아? 밖에 나왔으니까 하는거잖아"
"유이가하마. 그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소용없어. 그치, 글러먹은가야"
"심해라. 적당히 그 쓸데없는 별명만드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상처받잖냐"
우리는 평소처럼 담소하면서 숙소로 향해 걷기 시작한다.
3일째를 보낸 교토와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신간선 탑승장에서 위리가 탈 예정인 신간선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나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삑삑거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게임도 요즘은 진화를 계속해서 거의 PFP 등 가정용 게임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스펙의 스토리를 가진것도 많다.
"…………"
옆에 낯익은 인물이 서 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히키타니. 고마워"
"뭐가"
"너에게 듣고 말야. 조금 착각했던것 같아…………지금을 지키는데는 비장의 패를 꺼내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방어중시 캐릭터라도 방어가 뚫렸을때 큰 대미지를 입잖아. 그거랑 같지 않냐?"
"아하하하하! 그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는건 나 정도라구?"
에비나는 배를 안고 홈에서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에비나가 생각하는 지금은 지켰어?"
"지킨게 아닐까. 아까도 평범하게 토벳치랑 얘기했고……있잖아, 하나 물어봐도 돼?"
"음?"
"나한테 물사의 사례라고 했지? 사례라는건 비슷한것이 있다는거야?"
신간선이 홈에 들어오는걸 알리는 전자음성이 홈에 울려퍼진다.
"……글쎄. 나는 경험풍부하니까. 뭘 사례로 든건지 모르겠어"
"그럴까나……분명 나와 똑같은게 네 안에도 있다고 생각해. ――――――"
에비나가 그 뒷내용을 말하기 시작한 순간에 신간선이 우리 근처를 지나가, 레일에 걸리는 브레이크 소리로 내 귀에 들어오기 전에 말이 떨구어진다.
신간선이 완전히 정지하여 문이 열리고 손님이 내리고나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탑승한다.
그걸 따라 에비나도 차내로 들어가고, 나도 그 뒤를 쫓듯이 차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해서 수학여행은 끝났다.
――――――――『너에게도 있는거 아닐까? 지키고 싶은 '지금' 이라는게』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8화
"…………하?"
수학여행도 무사히 끝나고 평소처럼 부실에서 PFP를 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히라츠카 선생님은 평소처럼 노크 없이 문을 열고 드높게 선언하지만 셋 모두 이해하지 못해 굳어있고, 유일하게 나만 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못 들었나? 한번 더 말하마. 오늘은 부활동 쉰다!"
"아니, 그렇게 크게 선언해도 곤란합니다. 그보다 선생님 왜 오늘은 수트가 아닌데요"
그래. 왠일로 선생님은 사복 위에 백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아마 여자 화장실이나 어딘가에서 재빠르게 옷 갈아입은 거겠지만……진짜로 맨날 이 상태를 유지해서 무거운 메일을 안 보내면 지금쯤 결혼해서 아이도 세 살입니다! 라고 자기소개할 수 있는데.
선생님은 핑크색 치마를 입고 위에는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바디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조금 탄력있게 입고 있고 그 위로는 검은 자켓을 입고 있었다. 참고로 하이힐을 신고 긴 머리카락을 슈슈로 하나로 묶고 있다.
들어왔을때 무심코 유이가하마가 귀엽다고 말했을 정도다.
"히라츠카 선생님. 그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이, 이유!? 그, 그건 나의 일신상의 사정이다! 나는 지금부터 가야할 곳이 있어서 말이지.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대처할 수가 없다"
"딱히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니라도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이라면 누구든 괜찮은게 거짓말입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내가 말한 순간 관절을 뽀각뽀각 울려서 반사적으로 입에 자크를 채웠다.
"……뭐,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저는 상관없지만요"
"나도"
"나, 나도 히라츠카 각하에게 경례!"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무서운 나머지 말해버렸다.
그런고로 오늘 봉사부는 갑작스런 휴부가 되어버려서 우리는 부실 열쇠를 선생님에게 반납하고 잽싸게 돌아가려고 했지만 뒤로 휙 잡아당겨졌다.
"뭔데"
"저기말야, 신경쓰이지 않아? 오늘 히라츠카 선생님 차림"
"신경쓰이기야 쓰이지만 냅둬. 우리가 손을 댈 안건이 아니잖아"
"저기, 유키농도 신경쓰이지!?"
"신경은 쓰이지만 선생님의 사적인 일까지 파고들 생각은 없어"
"절대로 오늘 데이트야!"
이 녀석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히라츠카 각하님이라고 해도 본질은 여성이다. 남성에게 사랑을 하고, 누군가와 데이트라는 이름의 외출을 즐기는 일도 있다.
자칫하면……이 이상 말하면 커맨드 입력한 제트 펀치를 먹을것 같으니까 그만두자.
"응? 중간까지라도 좋으니까 쫓아가보자!"
"유키노시타 각하. 말하주세요"
"그 말투는 조금 불쾌하지만 유이가하마. 남의 사적인 부분까지 파고드는건 좋지 않아"
"우-! 아! 그럼 내 의뢰라는걸로 하구! 진짜 히라츠카 선생님이 신경쓰여서 밤에도 못 자게 될지도!"
유키노시타와 얼굴을 마주보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유키노시타와 풀 싱크로한것 같다.
"알았어"
"야. 그건 거절해"
"의뢰라면 어쩔 수 없는걸……거기다 나도 조금 신경쓰여"
"그치!? 자, 힛키도!"
"……알았어. 어울려주마"
그런고로 히라츠카 시즈카 스토커 부대가 결성되어 잽싸게 신발로 갈아신고 걸어가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로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쫓아간다.
……라고할까.
"왜 너네 당연하다는 듯이 내 자전거 바구니에 가방을 넣은거야"
"그 정도는 괜찮잖아"
히라츠카 선생님은 이따끔 점프를 섞으면서 곧장 걸어가, 학교와 좀 가까운 곳에 있는 역 앞의 편의점에서 자꾸만 시계를 확인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역앞의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선생님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역시 데이트야!"
"그래. 하지만 학생시절의 친구를 기다린다는것도 가능해"
"어쩌면 엄마를 기다리는걸지도"
그러자 어째선지 유이가하마한테 너 분위기 좀 읽어, 라는듯한 시선을 받았다.
왜 여자는 이렇게나 연애 토크를 좋아하는거지……응?
그때, 선생님에게 한 명의 남성이 다가와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있다.
남성은 추정 30대 전반, 키는 170cm~174cm 정도의 남성이며 외모에도 신경을 썼는지 손목 부근에 반짝 빛나는 것이 보이는 잘생긴 남성이다.
지, 진짜로 데이트냐.
조금 담소를 나눈 후에 둘은 미소를 지으면서 발권기에서 표를 산 후에 개찰구로 들어가서 우리도 적당하게 표를 사서 개찰구를 지나, 둘하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을 감시한다.
"음, 일부러 표를 사면서까지 쫓아갈 일이야?"
"신경쓰이잖아. 딱히 1000엔을 쓴것도 아니구"
왠지 이 녀석 돈에 세세한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군. 써야할 곳은 팍 쓰고 안 써야할 곳은 일절 안 쓴다는 느낌인가.
각 역 전차가 들어오자 우리는 선생님네가 탄 옆 차량에 올라타서 접속구로부터 둘의 모습을 살핀다.
"저기, 이제부터 두 사람은 어디 가는걸까"
"남녀가 가는곳이라고 하면 역시 커플들이 가는 곳이 아닐까"
"야경이 보이는 곳일까"
여자 두명이 꺅꺅 사랑얘기로 들떠있는 가운데 나는 좌석에 앉아서 PFP로 몬헌을 한다.
솔직히 사랑 얘기에 관해서는 나는 노터치가 좋다. 그보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에 끼어들면 제대로 된 일이 없다. 출처는 나. 중학교 시절에 벌게임 대상이 됐으니까. 특별히 추억도 없나.
"아, 내렸어. 힛키!"
"예이예이"
PFP를 슬립모드로 바꿔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전차에서 내리자 출발한 역에서 4역 정도 지났지만 별로 여기에 커플이 올만한 아경이 예쁜 곳이라고는 들은 적이 없다.
환승 청산으로 출장권을 받아들고 개찰구를 나가자 이미 태양은 반쯤 이상 지고 있어서 가로등이 여기저기 빛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를 두 사람은 담소하면서 걸어간다.
"그러고보니 이 부근은"
"뭔가 있어?"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 많이 들어선 곳이야. 완전 예약제, 코스는 싸도 2만엔이야"
"어? 코스는 뭐야? 세트가 아니라?"
"우리하고는 인연이 먼 곳이야"
유이가하마의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하지만 유키노시타의 친가가 부자인걸 생각하면 아마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일은 몇 번인가 있었을 것이다.
뭐, 우리 집은 1접시에 100엔 하는 초밥이나 만두가 맛있는 중화요리점이 주된 외식 장소지만.
"…………뭐, 뭐야 여기"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딱보아도 하룻밤 당 10만엔은 태연하게 들만한 방이 있어보이는 고급 호텔.
"우리들이 들어갈 수 있는건 여기까지네"
"신경쓰여! 저 사람 선생님의 연인일까?"
"그건 아니겠지. 연인이 있다면 여름방학에……역시 아무것도 아냐"
순간 여름방학에 드레스를 입은 선생님과 만났다고 말할뻔 했지만 바로 선생님에게 철권을 맞는 미래가 떠올라서 바로 입을 닫았다.
"슬슬 돌아가자. 배고프다"
"그래. 우리가 쫓아갈 수 있는건 여기까지인 모양이고"
"우-. 신경쓰여~"
마지못해하는 유이가하마를 데리고 우리는 역으로 돌아가 각역 정차를 타고 처음 역까지 돌아왔다.
"그럼 나는 버스로 돌아가니까"
"나는 전차로 돌아갈게"
"그럼 간다"
유키노시타하고는 개찰구에서 헤어지고 유이가하마하고는 버스 로타리 부근에서 헤어졌다.
주륜장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자, 돌아갈까 하고 조금 나아가던 차에 아까 헤어졌던 유이가하마의 뒷모습이 보여서 신경쓰여서 옆에 섰다.
"너 뭐하는거야"
"아, 힛키……그러고보니 오늘 버스 정기표를 잊어서 말야"
"뭐야 그거……음"
"헤?"
자전거 짐칸을 쳐서 타라고 하자 유이가하마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지만 바로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조금 붉히고 뒤에 타서 내 배 부근에 팔을 감았다.
그걸 확인하고 자전거를 탄다.
"있잖아, 힛키"
"음?"
"히라츠카 선생님 말야, 결혼하는걸까"
"하는거 아니냐? 그 모습을 보면"
어쨌든간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그 장문 메일이라는 공격을 견뎌낸 남자니까. 거기다 저런 고급 레스토랑에 여성을 초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고급 직종이겠지. 의사나 변호사나 사장이거나. 뭐, 평소부터 결혼결혼거리는 사람이니까 돈으로만 낚인건 아니겠지만.
"있잖아, 만약 힛키는 말야. 눈 앞에 부자 여자애랑 평범한 여자애가 있으면 누구랑 결혼할거야?"
"갑자기 뭐야"
"됐으니까 대답해줘"
어떠려나…………인간, 외모만 보고 고른 생활은 확실하게 파탄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패키지로 구입한 게임은 확실하게 재미없다. 재미있다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게임도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아마도 연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돈이나 지위만을 보고 사귀는 녀석들은 무슨 형태로 붕괴한다.
"결국은 내 마음이 향하는 쪽이겠지"
"……의외네. 힛키라면 게임을 많이 사니까 부자를 선택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야야. 나를 바보 취급하면 안 되지. 게임비 정도는 번다고?"
"게임비 정도라니……그런가. 힛키에게 달려있는거지"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팔에 힘을 꼬옥 넣고 내 등에 기대온다.
뭘까……이 상황에 싸여있는 내 마음은.
그런걸 생각하면서도 시간은 지나간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9화
다음날 아침, 평소처럼 자전거를 삐그덕삐그덕 학교로 타고 가고 있으니 전방에 낯익은 뒷모습이 보여서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지나가려고 했다……라고할까 통과했다.
어, 얼라!? 평소라면 말을 걸어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아서 뒤를 돌아보니 어딘가 깊게 고민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채 걷고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아아 안……히키가야가 아니느냐"
여기까지 다가가서야 깨닫다니……뭔가 고민인가. 평소라면 뒤에 있을때 돌아볼텐데.
"무슨일 있었슴까"
자전거를 밀면서 그렇게 물어보지만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뭐, 학생의 고민 상담도 아니고, 사회인의 고민을 제자에레 들려줄리 없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아무것도"
그렇게 중얼거리고 선생님은 걸어간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우리가 파고 들 의미도 없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무심코 딴지걸고 싶어질 정도의 하루가 시작된다.
우선 수업에 있어서 우리에게 제시해야할 숙제를 교무실에 잊고 오거나, 교과서 제재를 선생님이 읽고 있을때 같은 곳을 읽어버리거나, 그리고 평소 습관으로 내가 수업 쉬는시간에 PFP를 하고 있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둥, 무슨 일이 있었다고 딴지 걸고 싶어질 정도의 일이 일어났다.
그 얼빵한 모습에 나를 제쳐두고도 교실 학생들은 수근수근 히라츠카 선생님의 상태를 말한다.
"있잖아 힛키"
"아?"
"딱 봐도 선생님 이상해"
사정을 알면 더욱 선생님의 얼빵한 모습은 눈에 남나.
"그렇군. 여러모로 있었던거 아니냐. 차였다거나"
"선생님은 차여도 활발했잖아"
…………확실히 차여도 "얼른 결혼하고 싶어"라고 중얼거리기만 하지 행동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지.
"그치만 우리가 손을 댈 안건이 아니잖아. 유키노시타도 말했잖아. 사적인 일까지 파고드는건 좋지 않다고"
"확실히 그렇지만……저건 좀 신경쓰여"
나도 유이가하마의 앞에서 저렇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신경쓰인다. 평소 행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해버릴만한 일이 선생님에게 일어났나.
하지만 신경은 쓰이지만 손을 댈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이가 어른의 고문에 손을 대면 화장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른의 사정은 어른의 사정이야. 아이인 우리가 손을 대서 좋을게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려퍼져서 PFP를 주머니에 집어넣는것과 동시에 다음 수업 담당교사가 교실로 들어왔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얼빵한 모습은 그날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리고나서 이틀정도 지난 지금도 그 얼빵한 모습은 낫기는커녕 어딘가 심해지고 있어서 역시 주의를 받았는지 교무실에서 교장에게 꾸짖어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학생까지 나오고 있다.
역시 그런 선생님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입소문으로 저런게 아닐까, 이런게 아닐까 고찰을 말하며, 그게 소문이 퍼지기 일보직전 상태까지 됐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봉사부는 통상운행.
평소처럼 유키노시타는 문고본을 읽고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똑딱똑딱, 나는 PFP를 달칵달칵하면서 부실에 의뢰자가 오는걸 기다린다.
"……오늘은 더는 안 오는것 같으니까 고민 상담 메일이라도 해결하자"
"그래"
유이가하마의 제안에 유키노시타가 편승하고 나도 아무말하지 않고 PFP를 하면서 의자를 노트북이 놓인 책상 근처까지 가져가서 거기서 PFP를 계속한다.
낡은 타입의 노트북인지 기동할때 위이잉 하는 소리가 부실에 울리며 화면까지 가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한다.
1분 정도 기다려서 화면으로 바뀌었는지 유키노시타가 마우스를 조금 움직인 후에 더블클릭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PFP를 일시중단해서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니 오늘은 NEW마크는 있어도 이전만큼 많지는 않지만 5통정도 와 있었다.
【P.N : 신경쓰이니까 씨에게 온 엽서】
『국어담당 히라츠카 선생님의 상태가 이상해서 신경쓰입니다. 평소에는 건너뛰지 않는데 건너뛰어버리거나 과제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도와주세요』
"……꽤나 사랑받는 모양이네"
"학교 인기로 말하자면 톱이 아닐까"
일단보류로 정했는지 유키노시타는 그 메일을 일단 덮고 다음 메일을 연다.
【P. N : yumiko☆ 씨에게 온 엽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이상해. 나아의 주위 녀석들이 그걸로 이상하다니까 해결 잘부』
"…………뭐라고할까 평상운전이군"
그리고나서 다음 메일을 열어보지만 죄다 히라츠카 선생님에 관한 내용 뿐이다.
이 메일에서도 학교 학생들이 히라츠카 선생님을 얼마나 흠모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것과 동시에 히라츠카 시즈카라는 교수가 얼마나 우수한 인물이었는지를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파고들어서 좋은 안건이 아니다. 상대는 어른이다. 우리는 조용히 쳐다보는 수 밖에 없다……어디까지 내 의견이지만. 최종결정권은 유키노시타에게 있다.
"어떡할거야, 유키노시타"
"유키농"
유키노시타는 조용히 눈을 감고 팔짱을 낀채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을 냈는지 조용히 눈을 떴다.
"이 의뢰, 받아들이자"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거야? 선생님의 고민은 못 들었으니까 모르잖아"
"그래……하지만 원인다운건 알고 있어"
아마 저번에 본 남성이겠지. 직무에 손이 가지않을 정도로 동요를 주는거라고 생각하면 아마 하나밖에 없다. 오히려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뭘 어떡해서 해결한다는거야"
"그래……이전의 히라츠카 선생님이 된다면, 이라는걸로 하자"
"그렇게 되면 근본적인 해결인가"
"……아마 선생님, 고민하는게 아닐까. 갖고 싶었던거랑 지금의 상황 사이에서"
선생님이 왜 고민하고 있는지는 그 장면을 쳐다본 우리라면 쉽게 상상이 간다. 아마 그 남성에게 프로포즈를 받은것이다. 하지만 그런걸로는 선생님은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기뻐서 그 프로포즈를 받아서 잽싸게 결혼해서 성씨도 바꿀 것이다.
유이가하마의 말대로 선생님은 남성에게 무슨 부탁을 받은것이다.
그것이 이상인지 아니면 현실을 선택할지 하는 경계선에서 고민하는 이유일 것이다.
"……전업주부인가"
내 중얼거림에 유이가하마는 살짝 끄덕였다.
아마 남성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집에 있어달라는 조건으로 프로포즈를 한 것 이다.
"그만큼 결혼결혼 거리던 사람이 막상 결혼으로 고민하다니"
"그런거겠지……이상은 늘 직시하면 고민을 해"
현실과 갭 차이에 고민한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겨우 깨닫는다.
부실에 불길한 정적이 감돌기 시작한다.
뭔가 대안은 없을까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제대로 사안은 나오지 않아서 결국 입을 다물어버린다.
"가령 히라츠카 선생님이 전업주부로서 가정에 들어가, 일을 그만둘지 아닐지로 고민한다면 그 결단을 낼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어떻게 할건데"
"내가 없어도 이 녀석들은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엥, 우리는 문제아야?"
"물사의 사례야"
놀래라. 우리가 문제아 집단이라고……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문제아 투성이지만.
한 쪽은 친구가 없는 학업우수 미소녀, 한 쪽은 게임밖에 안 하는 히키코모리・니트・오타쿠가 융합한 최강의 히키니쿠 자식, 그리고 마지막은……어라? 왜 유이가하마 여기에 있어? 이 중에선 정상이잖아.
"왠지 네가 정상적인 녀석으로 보인다"
"하아!? 심하지 않아!? 나는 정상적이야!"
"일단 할 수 있는건 해보자"
"하지만 어떡할건데. 선생님의 고민을 없앨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게 있어?"
그렇게 말하자마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동시에 나를 빤히 쳐다봤다.
…………엉? 내가 제일 문제아야?
"그래, 있어"
"있잖아"
"너무하지 않냐?"
나는 단순한 히키니쿠 자식인데……훌쩍.
"선생님의 고민을 없애기는커녕 결단을 단번에 짓게 할 방법이 하나 있어"
"아. 나도 왠지 생각났을지도!"
…………어째서일까.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웃고 있는데 웃고 있는걸로 보이지 않아.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0화
다음날, 변화는 빨리 일어났다.
교실의 시선이 모두 내 좌석에 집중하고 있고, 모습을 보러 온 자이모쿠자는 "거짓말이다!" 라며 울부짖으며 복도를 뛰어가고, 수업을 하러 간 선생님들에 이르러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사람도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는 팔을 바들바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다음 수업의 예습을 하고 있다.
"이제 5분이야! 힘내 힛키!"
"가가가기기기고고고"
인내의 한계가 가까운지 내 입에서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이상음이 멋대로 나온다.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히라츠카 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안건……그건 나라는 존재로부터 게임을 삭제하고 새로운 공부라는 데이터를 인스톨해서 정상적인 인간으로 Verup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거절했지만 어느틈에 교환했는지 유이가하마가 전화로 코마치한테 연락을 하자 엄청난 속도로 봉사부 부실로 찾아와서는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오빠가 참된 인간이 되는걸 진심으로 환영하옵니다!"라며 울었다.
결국 귀엽고 귀여운 동생의 부탁을 버릴수는 없어서 이렇게 됐다.
"게, 게임을……3분이라도 좋으니까 게임을 하게 해줘"
"안 돼. 이것도 선생님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커흑"
교실 녀석들은 이렇게나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데 어째선지 제지는커녕 환영모드다. 주로 하야마・미우라・에비나 등의 녀석들이.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다음 수업 종이 울린다.
"자, 끝. 그럼 힛키, 약속조항을 따라"
"커흐으"
그리고 오늘 아침, 약속조항이라는걸 코마치에게 건내받아서 전문을 읽었을때는 절망으로 떨었다.
조항1 : 1번 수업에서 3번은 거수해서 질문을 할것.
조항2 : 제시된 문제는 솔선해서 풀것. 정답자가 없을 경우에는 거수해서 솔선해서 칠판에서 풀것.
조항3 : 수업이 끝난 후, 반드시 다음 단원의 질문을 할것.
조항4 :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유이가하마에게 게임을 건낼것.
"그럼 수업을 개시한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P106부터다. 어제 숙제에서 이 마지막 문장에 둔 작자의 생각을 유추해라는 문제를 냈는데 자신이 있는 녀석은 대표해서 발표해도 상관없다. 내가 채점해주마"
그렇게 말하자마자 유이가하마가 시선으로 가라가라가라! 라고 말한다.
"저, 저요!"
"음, 그럼 히키가야…………히키가야!?"
나를 지목하고나서 조금 뜸을 둔 후, 엄청 뜻밖이라는 반응으로 나를 두번 쳐다본다.
선생님은 들고 있던 교과서를 무심코 떨어뜨리고 입을 반쯤 벌리며 눈을 끔뻑끔뻑 몇 번이고 끔뻑인다.
"이, 이 작자의 생각으로는 죽어버린 아들을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건 자주 있는 오류이며 이 문장 끝에 있는 한 마디는 아들이 아닌, 아내를 생각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로는 대부분의 페이지를 아들을 생각한 문장을 쓰고 있고, 거기다 제목에서 아들의 이름을 썼으니까 마지막 문장도 아들에게 한것이 나리까 착각하기 쉽지만 마지막에서 두 번째 행에서 아내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이후는 아들이 아닌, 그 아들을 배 아프게 낳아준 아내에게 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필사적으로 집에서 생각한 전력의 해답을 선생님에게 말하자, 선생님은 눈자위를 잡고 어깨를 떨었다.
"기, 기쁘다. 게임밖에 하지 않았던 네가 이렇게나……이렇게나 훌륭해지다니"
시, 심해라…………심해.
그 후에도 조항에 따라 3번, 거수해서 문제를 풀고 그 때마다 선생님은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거기다 수업 종료후에는 다음에 배울 부분의 질문을 하러가자 머리를 쓰다듬받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기쁜 모습으로 교실에서 나갔다.
"커흑……더, 더는 무리"
이게 3번이나 더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식은땀밖에 나오지 않는다.
"힛키 하면 되잖아"
"게, 게임을"
"안-돼"
"커흑"
왜 유이가하마는 이렇게나 즐거워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한테 게임을 빼앗는거야. 귀신! 귀신 빗치!
이러저러해서 나의 고통으로만 가득찬 일상은 지나간다.
그날 방과후, 우리 봉사부원은 역앞에 있는 게임센터에 있었다.
라기보다도 나의 보수를 녀석들이 받아들여서 여기에 있는것 뿐이지만. 뭐, 이유는 둘째치고 게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마음껏 하고 있다.
슈팅 게임은 물론 리듬게임, UFO 캐처, 격투 게임에 이르는 거의 모든 게임을 한 번씩 모두 하고 있다.
"……뭐라고할까, 대단하네"
"여기까지 오면 병이야"
뒤쪽에서 꽂히는 말이 날아들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나는 게임을 만끽한다.
역시 게임은 최고다. 내 상처를 팍팍 치유해준다.
"저, 저기 힛키!"
"뭐야……응?"
뒤로 어깨를 두드려져서 하는 수 없이 태고를 치면서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거기에 얼마전하고는 다른 멋진 차림을 한 히라츠카 선생님과 그 핸섬 남성이 사이 좋게 걷고 있다.
마침 게임도 끝나서 우리는 두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아케이드 게임 뒤로 숨어, 둘의 모습을 관찰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라 싸고 맛있는 대중 레스토랑으로 온 모양이다.
그러자 두 사람은 뭔가 쑥덕쑥덕 얘기했다고 생각하니 게임 센터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황급히 두 사람이 오는 방향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 선생님들의 뒤로 돌아서 둘의 모습을 관찰하지만 아무래도 태고의 달인을 하는 모양이라 둘이서 막대기를 들고 음악을 선택한다.
"선생님, 고민을 뿌리친걸까"
"하루정도 만에 뿌리칠만한 고민이 아니잖아"
"어머. 네 위력이 너무 강했던게 아닐까"
심해라. 내가 갱생한게 기가톤급 폭탄이냐.
두 사람은 즐거운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막대기로 리듬 좋게 두드려간다.
"아, 거기는 쿵……끄악! 거기는 탁이라고!"
"왜 보이는거야?"
"그 이전에,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음악을 아는거야?"
"하아? 패턴을 보면 알잖아"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뭔가 무시무시한것을 봤다는듯한 표정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훌쩍……안 울어. 나, 안 울어.
"하지만……왠지 선생님 즐거워보여"
"그러네"
유이가하마의 말대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까전부터 근심없는 미소를 지으며 정말로 즐거운 듯이 막대기를 두드린다. 저게 본래 사랑하는 소녀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가 경험한 적은 없다.
"음, 해결로 보면 되지 않냐? 그보다 해결한걸로 해주세요"
"아, 걸어가!"
"쫓아가자"
"끝내주라고"
내 불평이 통할리도 없고 둘의 뒤를 쫓아가면서 따라가니 옥상에 있는 데이트 스팟으로 약간 유명한 전망대같은 곳에 도착했다.
확실히 여기는 데이트 스팟 같은 곳으로 전망대스런 곳이라서 프로포즈를 하면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을법한 곳이잖아.
두 사람은 난간을 잡으며 야경을 쳐다보지만 우리는 설치되어 있는 가로 화분에 어떻게든 숨으면서 둘을 관찰하고 있다.
그보다.
"왜 너네는 내 위에 올라서 쳐다보는거야"
"어쩔 수 없잖아. 심어져 있는 나무에 잎사귀가 없는걸"
가로 화분에 따르듯이 내가 제일 아래, 그 위에 유키노시타, 그 위에 유이가하마가 올라타있고, 아무리 여자애라고 해도 역시 여자 둘이 올라타면 무겁다.
오늘은 쾌청했다는것도 있어서 바람도 거의 없으니까 둘의 목소리가 잘 들려온다.
"시즈카 씨"
두 사람에게 따지려고 생각한 순간,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입을 다물고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 생각해주셨나요?"
그것……아마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거겠지.
선생님은 남성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조금 생각하고 있었는지 소매를 꼬옥 쥐고 눈을 감고 있다.
어, 어라아? 저런 소녀스런 여성은 정말로 히라츠카 선생님인가……평소 그렇게나 주먹을 뽀각뽀각 울리면서 제트 펀치를 날리는데 오늘은 어디세 회복하면서 공격해오는 데레나비같다……그거 수수하게 통신대전으로 덤벼오면 성가신데. 특히 4번째 작품에선 차지해서 공격하면 칩이 파괴되고.
선생님은 결심이 섰는지 주머니에서 사각형 상자를 꺼냈다.
………….
선생님은 상자를 꺼내고 그대로 열지 않고 남성에게 돌려줬다.
"죄송하지만……거절할게요"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그게……제가 고문을 하고 있는 동아리에 문제아가 있습니다. 그 녀석들은 한 쪽은 머리가 너무 좋아서 친구가 없고, 다른 한 명은 게임 중심인 생활을 하는 녀석입니다…………그 녀석들을 바래다주고 나서가 아니면 안 되겠네요……거기다 지금 이 일도 즐겁습니다. 교사로서……그 녀석들을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그러니까 지금은 거절할게요"
남성은 조금 슬프다는 표정을 짓지만 살짝 미소를 짓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손에 있던 상자를 받아들고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럼 그 문제아들이 졸업한 무렵을 보고 한번 더 올까요"
남성은 미소를 지으면서 히라츠카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의 옆을 떠나 출구로 내려갔다.
왠지…………정말로 어른의 사정을 본걸지도 모른다.
"자 그럼…………얼른 나와라. 문제아들아"
"……드, 들켰습니까"
"당연하지. 이런 시간에 외출이라니, 역시 너네는 문제아구나"
"그 문제아를 모은건 선생님이라고요"
"그렇군……좋아. 조금 어울려라"
이 패턴은 푸념을 들으면서 밥을 먹게 되는 패턴인가?
"설교 시간이다"
달빛을 배경삼으면서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 관절을 뻑뻑 울리며 그렇게 말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1화
히라츠카 선생님의 고민 해결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방과후, 평소처럼 나는 부실에 있었지만 오늘은 드물게도 봉사부 멤버가 모두 모여있지 않고, 그런데다 그 오지 않은 인물은 봉사부에 없으면 안 될 존재라서 더욱 그 녀석이 안 온데 불신감을 품는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봉사부의 부장이다.
"왠일이래. 유키농이 이런 시간이 되어도 안 오다니"
"그렇군. 국제교양과에서 뭐 하는거 아냐?"
유키노시타가 있는 국제교양과는 이른바 특진 교실이다. 어디의 명문이라고 하는 사립이나 국립, 공립 대학을 지향하는 녀석들이 재적하고 있고 9할이 여자를 점하고 있다고 하는 거의 여자학교 같은 반이다.
그 중에서도 유키노시타는 톱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른바 우리 학교 전체 공통의 고령의 꽃이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크리스마스지"
"그렇군-"
"교토에서 돌아와서 케이요선을 탔더니 벌써 크리스마스 광고가 붙어있었어! 놀랬어. 아, 그러고보니 디스티니 랜드도 이제 곧 크리스마스 행사 시작하지 않아!? 새로운 놀이기구도 시작했다고 들었구"
"헤-. 그렇구만-"
아까부터 유이가하마가 말이라는 이름의 공을 던지지만 나는 PFP를 하면서 대답한다는 이름의 번트로 데구르르 굴리고, 또 그걸 주워서 강속구를 던지지만 또 번트로 되쳤다.
크리스마스는 이쪽도 여러모로 행사가 있으니까 바쁘다고. 크리스마스 한정 아이템을 받는 랭킹이 시작될 예정이고, 크리스마스 특별 던전도 시작되고.
"아, 그러고보니 이제 곧 학생회 의원 선거 있지 않아?"
"그렇군-. 그러고보니 서기는 모이지 않았다고 해서 실은 체육대회전에 할 예정이 틀어졌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미묘한 시기에 하는 모양이다"
"어, 그런거야?"
야야. 모처럼 내가 플라이 쳐줬는데 못받아내냐……뭐, 학생회 의원 선거는 강제참가 행사도 아니니까 기억 못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여기에 올때 얘깃소리가 들여와서 듣기만 한게 머리에 남아있을 뿐이다.
"유키농 늦네~"
"이제 곧 수험기간이니까, 그런 설명하는거 아니냐"
스스로 말하고 문득 생각했다.
새해가 밝으면 우리도 이제 3학년이다. 대학 수험을 대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하고, 그에 따라 여기서 보낼 시간도 사라져 갈 것이다.
그건 결정사항일텐데 어딘가 나는 그걸 쓸쓸하다……라고 느끼는것 같다.
"실례하마"
평소처럼 노크없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침입에 고개를 들어 대응하려고 하지만 그 뒤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만두려고 고개를 숙였다.
"히키가야♪"
"아, 안녕하세요"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쳐다본건 우리 소부 고등학교 학생회장. 시로메구리 메구리다.
늘 포근한 분위기는 건재한가……라고할까 저건 누구야.
또 한 사람, 내객이 있었다. 교복을 조금 흐트리게 입으며 남은 가디건을 겸양쩍게 쥐고, 천연인듯한 밤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본 적이 없는 얼굴의 여학생이 있었다.
"아, 이로하야"
"유이 선배, 안녕하세요~"
"얏하로~"
두 사람은 면식이 있는지 이로하라고 불린 여자애는 포근포근한 목소리를 내고 유이가하마한테 가슴 앞에서 살짝 손을 흔들었다.
내가 멍하니 있으니 아무래도 눈치를 챘는지 유이가하마가 이로하라고 불린 여학생의 소개를 시작한다.
"이 애는 한 살 밑인 잇시키 이로하야. 축구부 매너지를 하고 있어"
"안녕하세요~. 잇시키 이로하에요"
"하, 하아……그래서, 무슨 일이죠?"
"학생회 선거가 있는건 알고 있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전까지 그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다. 뭐, 유이가하마의 미스로 게임세트 해버렸지만…….
"실은 체육대회 전에 해둘 예정이었지만 입후보자가 모이지 않아서 연기를 했다. 학교측도 시로메구리에게 물러서 말이지. 이런 어중간한 시기에 하게 됐어"
"나는 이미 지정학교 추천이 정해졌거든"
지정학교 추천은 빠른 시간에 합격이 정해지면 이른바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입학시험이며, 빠르면 여름방학 전에는 합격이 결정되어 햣하- 하고 놀 수 있는 것이다.
뭐, 메구리 선배니까 놀지 않겠지만.
"아, 그래 맞아. 그래서 우리 현역팀이 마지막 일로서 선거관리 위원회를 하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해서 공시도 끝났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메구리 선배는 힐끔 이로하를 쳐다보자 하하하, 라며 잇시키는 마른 웃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마음이 웅성거린다. 또 귀찮은 일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것이다.
내 귀차니즘 레이더가 경계태세를 요란스럽게 울리지만 그런게 다른 사람에게 들릴리도 없어서 메구리 선배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래서 그녀는 말야……학생회장 후보야"
그렇게 들은 순간 무심코 잇시키를 쳐다보자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지금 안 어울려보인다고 생각 안했어요~?"
알면 왜 입후보 한거야. 지금 그걸로 알았지만 이 녀석은 남의 시선을 받는데 익숙해져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녀석을 보고 있었는지 눈을 마주친것 만으로도 단번에 깨달은 것이다. 이른바 조금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는 여고생이다.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는건 아니지만 조금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걸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다.
"그래서, 그 학생회장 후보님이 왜 여기에"
"응. 실은 말야……선거에서 당선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할까"
"…………요컨대 학생회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겁니까?"
그렇게 물어보자 잇시키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요~. 저는 학생회장 따윈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후보가 됐다고 할까요~"
너는 어디의 아이돌 유닛을 배출하는 사무소냐. 멋대로라는건 그러는 괴롭힘……비슷한것 같은 느낌도 없고, 축구부의 매니저를 할 정도니까 어차피 또 그 이상한 교실내 분위기 사정이라는 거겠지.
"추천인도 30명을 모았으니까 작당을 한 괴롭히기지. 여기에 가담한 녀석들 모두에겐 지도를 할 생각이지만 공시도 끝나버린 이상 도저히 어찌할 수도 없어"
"하아. 그때 우리가 제대로 확인했으면"
추천인 30명이라는건 교실 녀석들이 대부분이랑 그 장난에 기꺼이 참가한 바보 녀석들을 조금 합친 정도의 숫자인가. 뭐, 여러모로 선거관리도 바빴겠지. 일부러 본인확인을 해서 승인할 정도의 시간이 없는것도 뭐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걸 잘도 교사가 허락했네요. 눈치 못 챈겁니까?"
"아니. 이야기는 했지만 담임교사의 안에선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진 모양이라서 이쪽 얘기를 전혀 듣질 않아. 입후보를 내리려고해도 규칙에 취하 방법은 명시되어 있지 않고, 곤란하게도 한번 후보해버리면 선거가 끝날때까지 어떻게든 안 돼"
"그럼 이로하가 선거에서 지면 그걸로 되는게"
"뭐, 그렇긴 하지만……그렇게 되면 교실내 분위기가 말이다"
확실히 이대로 방치해두면 선거가 시작되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잇시키에겐 나쁜 장난에 가담한 바보 녀석들의 적잖은 표밖에 들어가지 않아, 거의 낙선은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교실에서 지위가 조금은 물론 상당히 위험한 위치가 되어버린다. 괴롭힘으로 발전할지도 모르고.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하면 교실내에서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반대로 이겨버리면 학생회장은 될 수 있지만 본인은 하고 싶지 않고……타협점으로는 잇시키가 근소차이로 패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아, 그런가. 근소차이라면 아쉽네~ 로 끝날테구. 힛키 머리 좋아!"
"핫. 겉멋으로 벌게임 대상이 된게 아냐"
초등학교 시절, 멋대로 추천됐던 반장 선거때 싫을만큼 맛봤으니까.
하지만 메구리 회장은 반짝 빛나는 이마에 손을 대며 고민한다.
"그건 우리도 한번 생각했지만…………입후보자가 말야"
"잇시키 말고 없나요?"
잇시키밖에 후보자가 없다면 신임투표하게 되어, 거의 확실하게 학생회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학생회장 선거는 나를 포함해서 진지하게 투표하는 녀석은 없다. 드립으로 신임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 녀석에게 학생회의 추천이 올 정도니까.
하지만 메구리 선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한다.
"그게 아니라…………상대가 상대라고 할까"
"상대가 상대……하야마입니까?"
"아니, 다르다. 설마 공시를 안 본거냐?"
선생님의 물음에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회 선거같은 참가하지 않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쪽에서 축제 좀 하고 있네 정도의 감각밖에 없으니까 공시 따위 보지 않고, 공시가 되었다는것 조차 모른다.
"유키노시타야"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우리들의 시간은 멈췄다.
유,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잠깐잠깐. 왜 나는 동요하는거야. 잘 생각해보면 유키노시타만큼 우수한 학생이라면 학생회장에 입후보하는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오히려 주위에서 기대는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문화제 실질위원회 때는 학생회의 평가는 높았다고 한다. 그저 그것이 평범한 학생이라면 이야기다. 유키노시타는 봉사부의 부장이다. 만약 선거에 이겼을 경우는 어쩔 생각인걸까.
"유, 유키농이 학생회장에 입후보……저, 정말인가요?"
"뭐냐, 그 녀석한테 안 들은거냐. 수학여행이 끝나고 바로 말했으니까. 순전히 너희에게는 이미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수학여행은 아주 최근이잖아.
"상대가 그 유키노시타가 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에게 표가 몰릴거야"
유키노시타의 우수함은 이미 알려져있는건 물론 문화제 실행위원회에서 더욱 박차가 가해져서 초기의 평가보다도 배 이상은 평가받고 있을 것이다.
주위에서 보면 이제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타협하려고해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여기에 온거다만"
"부탁해요, 선배~. 이제 선배들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는 말해도 우리도 우리대로 경악스런 진실을 막 알게 된 참이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도 유키노시타가 입후보한다는걸 지금 알았으니까……"
"그런가……아무튼 다음에 회의하도록 하지"
"그렇네요. 이로하"
"네~. 또 올게요, 선배"
줄줄이 손님은 돌아가지만 우리들 사이에 있는 분위기는 솔직히 미묘하다.
"요즘 늦었던것도 준비 때문인걸까"
"그렇겠지. 하지만 놀랄일은 없겠지"
"왜?"
"주위에선 이미 유키노시타 학생회장론은 적지 않게 있었을거야. 그게 겨우 이루어졌다는걸로 주위에선 축복 모드에 들어갔을테고, 그 녀석도 그 녀석대로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게 있으니까 입후보한거겠지"
"그, 그치만!"
유이가하마는 거친 목소리로 나에게 한 발짝 다가온다.
"만약 유키농이 학생회장이 되어버리면 봉사부는 어떻게 돼?"
확실히 그 문제는 있다. 그 녀석이 부장인 이상은 학생회장에 입후보한다고 하면 겸부라는게 되지만 과연 그 녀석에게 그게 가능할까. 문화제 실행위원회에서 과로한 나머지 감기를 걸려서 쓰러졌던 그 녀석이다. 또 학생회와 봉사부의 피로가 쌓여서 쓰러지는건 있을 법하다. 학생회장에 입후보한다면 봉사부는 퇴부하고 시간날때 얏하로~ 같은 느낌으로……아니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없어지지는 않겠지만……셋에서 둘로 변하겠지. 실질상"
"…………그렇지…………"
"딱히 봉사부가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규모를 축소해서 재출발하겠지"
"……그러면 좋겠지만"
문득 시간을 보니 이제 곧 완전하교 시간이 될 시간대여서 PFP를 가방에 넣고 매고나서 부실에서 나오자 그 뒤를 유이가하마가 열쇠를 들고 나와서 문을 닫는다.
"그럼"
"응. 내일 또 봐"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2화
그날밤, 학교를 나온 나는 국도를 곧장 자전거로 달려 치바로 향해, 중앙역 쪽에 있는 영화관 맞은편에 있는 도너츠 샵에서 혼자 PFP를 하면서 도너츠를 먹고 있었다.
역시 파운드 쇼유는 맛있네. 정말로 부활제가 행해질때마다 먹고 있지만 요즘은 여러모로 있던 탓에 못 먹었으니까.
"상석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세요"
PFP를 하면서 파운드 쇼유를 먹고 있을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얼굴도 들지 않고 대응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걸 집으려고 했을때 남의 손이 닿았다.
상석한 사람이가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손을 움직이지만 거기서도 손이 닿아서, 또 다른 곳으로 움직여도 닿길래 짜증이 나서 고개를 들어 확인했을때 순간 목에 걸렸다.
"부헉"
"햣하로~. 히키가야"
하얀 블라우스를 옷깃을 세우며 꼬임 니트 가디건과 롱 스커트를 입고 있는 봉사부의 부장인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능가하는 괴물.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미소를 지으면서 파운드 쇼유를 먹고 있었다.
왜 이 사람은 멋대로 내 파운드 쇼유를 먹는걸까.
"왠일이래, 이런 시간에 네가 이런데에 있다니"
"자택 주위에 도너츠 가게가 없어서요……그래서, 뭡니까"
"친구랑 밥먹으러 갈때까지 시간죽이기야"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듣고 나는 바로 이어폰을 준비하고 귀에 꽂으려고 하지만 가늘고 길고 눈처럼 흰, 예쁜 손가락에 한쪽 이어폰을 잡혀서 황급히 고개를 드니 그녀의 귀에 들어있지 않은가.
에-. 이 사람 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왜 남이 귀에 꽂으려던걸 사양없이 꽂는거야?
"헤~. 게임은 이런 BGM이구나~"
"하, 하아. 뭐어……그래서 진짜로 뭐하러 온겁니까"
"거기에 네가 있으니까, 려나?"
멋진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듣지만 두근거리지도 않는다.
평범한 남자라면 "어? 호, 혹시 이 사람 나 좋아해? 고백해?"같은 착각을 하겠지만 수많은 벌게임 대상이 되어온 나에겐 그런건 효과없다.
그래. 나는 주위 남자들하고는 다르다. 강철의 마음을 갖고 있다. 아이언하트……왠지 멋지네.
"역시 너는 재미있네. 지금 그건 볼을 붉히고 시선을 피해야했어♪"
"헤- 우와-. 왠지 두근거림이 불끈불끈하네요-"
"아하하하! 역시 너는 재미있네-!"
하루노 씨는 정말로 재미있는지 주위 사람은 신경쓰지도 않고 웃는다.
"후우. 정말로 너는 재미있네. 남에게는 흥미가 없으면서 점점 남을 바꿔가"
"그렇슴까?"
"그렇다구……왜냐면 유키노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할 정도인걸"
손가락이 멎었다.
……무슨 의미일까.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나에게 말했다. 자신은 정직한 녀석일수록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을 사람과 함께 바꾸고 싶다고. 그러니까 봉사부에 있는거라고. 그런 그녀의 터무니 없이 커다란 꿈을 위해 학생회장이라는건 머스트 플레이한 행동이며, 머스트 아이템일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가 바뀌었기에 겨우 입후보했다고 하는것처럼 이 사람은 말하는걸까.
"저래 보여도 유키노는 부끄럼쟁이거든. 학생회장이나 남들 앞에 서는 일은 좋아하는 애가 아니었어"
"잘 알고 있네요. 도청기라도 달아뒀나요?"
"설마. 하야토한테 편지가 왔어"
아아, 과연. 하야마가 거기에 있었나. 뭐, 언니인 이 사람을 싫어하는 구석이 있는 유키노시타가 "나,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할거야!" 라고 말할리도 없나……코마치에겐 들어보고 싶네.
"그런가~. 마침내 유키노가 학생회장이라~……조금 늦네"
불쑥 중얼거린 말의 진의는 뭘까.
좀 더 빨리 행동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좀 더 빨리 그 생각에 도달해라는 의미인지. 전자라면 어딘가 나무란다고도 할 수 있지만 후자가 되면 의미는 전혀 다르게 된다.
――――――절대적 승자가 보는 동정의 말.
유키노시타는 아마……아니, 확실하게 이 사람을 보고 입후보한건 아닐 것이다. 만약 이 사람만 보고 있다면 유키노시타 학생회장은 좀 더 빨리 탄생하여, 소부고등학교 역사상 최고의 학생회장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걸 돌아보면 이 사람을 보고 입후보한건 아니겠지.
그럼 왜 지금이 되어서…….
"어라, 히키가야?"
그때 내 이름을 뒤에서 부르기에 돌아보니 근처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두 명의 여고생이 있고, 한쪽은 빙그르 감은 파마가 걸린 짧은 보브컷 여자가 있었다.
"엄청 그립네! 레어 캐릭터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찰딱찰딱 내 어깨를 때리지만 나는 만면에 싫다는 표정을 짓지만 그런건 신경씃지 않고 그 여학생은 한가함 Max인 친구를 두고 말을 걸어온다.
"졸업하고나서 처음보지!? 1년 조금!? 그립다-! 아! 아직도 게임하네! 중학교 시절부터 계속 그랬지!"
"히키가야, 아는 사람이야?"
"글쎄요? 같은 중학교같긴 하지만요"
"무슨 소리하는거야-!? 같은 반이었잖아! 오리모토! 자주 대화했잖아!"
아아, 기억하고말고.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서 벌게임으로 나에게 고백해온 녀석이다. 좋게 말하자면 누님처럼 누구하고도 거리를 두지 않고 친근한 느낌으로 거리를 좁혀오는 프렌드 메이커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남의 개인 공간에 흙발로 내딛어 와서 어지르고 그대로 나가는 관심종이다.
"히키가야는 소부고등학교였구나"
현내 유수의 진하가교인 소부 고등학교는 드물게도 블레이저다. 보면 단번에 알겠지.
"근데. 히키가야는 머리 좋았구나. 이쪽은 여자친구?"
"응. 맞아~"
"아냐. 세살 위 선배다. 여친은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노려보지만 하루노 씨는 윙크를 하면서 소악마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짱나.
"그렇지~. 게임밖에 안 하는 히키가야한테 이런 미인 여친은 없지-!"
깔깔 웃는 오리모토를 따라 일행도 쿡쿡 웃는다.
"아, 히키가야랑 동급생이었던 오리모토 카오리에요"
"헤에~……동급생인가~……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있잖아, 히키가야의 중하가교 시절 얘기 듣고 싶은데!"
"에~. 뭐 있었던가~"
그렇게 말하면서 오리모토는 내 옆에 앉고 일행도 하루노 씨의 옆에 앉아서 대화에 들어가서 꺄아꺄아 남의 과거 얘기로 들뜬다.
특별히 듣고싶지 않은 얘기는 아니니깍 딱히 상관없지만……아무래도 좋아.
15분 정도 지났을가. 문득 대화가 없어졌다.
오히려 15분이나 초대면인 사람끼리 대화를 끈거다. 이걸로 해산하겠지.
"아, 그래. 히키가야. 소부고등학교라면 하야마 알아?"
왜 다른학교의 여자까지 알고 있는걸까.
"소개해줬으면 좋겠다는 애가 꽤 있어서 말야~. 이 애도 그렇지만. 아, 이 애는 말야. 나카마치 치카, 친구야. 저기, 연락처 같은거 몰라?"
"알것같냐"
"그치~. 게임밖에 안 하는걸"
"아, 나 알고 있어!"
또 이 사람은 옆에서 귀찮은 일을 갖고 오는구만-……그러니까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루노 씨는 재미있어보이는걸 발견했다는듯이 기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어 하야마에게 전화하고, 바로 오도록 연락을 하고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다.
"뭐하는거에요"
"재미있어 보이잖아"
그 한마디에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늘은 검게 물들고, 그걸 가로지르듯 모노레일이 달리며 환락가의 고개를 내민 거리 속을 젊은이들이 걸어다닌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하루노 씨가 그쪽을 쳐다보자 마침 부활동이 끝나서 돌아가다가 그대로 들렀는지 교복을 입고 에나멜 가방을 매고 있는 하야마 하야토가 와서 우리 모습을 보고 기막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하루노 누나, 이건?"
"하야토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애들!"
크게 손을 벌리면서 둘을 하야마에게 소개한다.
하야마를 보자마자 둘은 얼굴을 모아 텐션을 올리고, 그러면서도 작게 얘기를 한다.
하야마는 미간에 주름을 모으고 집중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할 정도의 한숨을 쉬고 스위치를 넣은건지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는다.
"하야마 하야토입니다"
그리고나서 셋의 즐겁고 즐거운 환담은 시작됐다.
그 사이 나는 자리 이동했기 때문에 옆에 온 하루노 씨의 간섭을 피하면서 PFP를 하면서 얼른 끝나지 않으려나~ 같은 느낌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10분은 경과했다.
"아, 저기. 다음에 다같이 놀러가자!"
"아, 그거 좋네!"
그 안에 나는 안 넣어도 됩니다. 그보다 진짜로 안 넣어도 됩니다.
"아, 슬슬 갈 시간이야"
"그러네. 그럼 또 봐, 하야마"
멋졌지, 위험했어 등 담소하면서 재빠르게 내 존재를 삭제하고 마치 하야마와 셋이서 떠들었다는 만족감을 내면서 오리모토네는 계단을 내려갔다.
둘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금까지 미소를 짓고 있던 하야마가 슥 차가운 표정을 짓고, 힐끔 하루노 씨를 노려봤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한거야?"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천진함도 악의가 없다고 써서 천진함이라고 읽지만, 천진함도 도가 지나치면 단순한 악의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가 웃으면서 벌레를 죽이는거랑 같다. 언뜻 천진하게 보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그건 악의가 된다.
"뭐, 일단 놀러 갔다와. 어쩌면 잘 되서 즐거울지도 모르잖아? 거봐, 곧잘 말하잖아. 편식은 좋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소매를 걷어 핑크 실버 시계를 봤다.
"아, 슬슬 갈 시간이야. 좋은 시간 죽이기가 됐어 히키가야. 또 봐"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토토톳 경쾌하게 내려간다.
"너는……하루노 누나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가방을 들고 돌아가려고 할때 그런 말을 들었다.
"아냐. 저건 놀리기다. 괴롭히기지. 괴롭히기"
"저 사람은 말야.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만 호의적으로 대해. 반대로 흥미가 없는 사람에겐 일절 손을 대지 않아……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귀여워해서 죽여버리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박살내버려"
"아 그려……나하고는 관계없어. 저 사람이 S든 아니든 알바 아니지"
"그것도 그렇군"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가게를 나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3화
다음날 아침,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다는 정보가 돌았는지 아침부터 그 이야기만 귀에 들어온다.
거기에 잇시키 이로하라는 이름은 없다. 오히려 이대로 자연소멸해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장난을 친 녀석들이 바라던 바가 되겠지. 타협점으로 근소차이로 진다고 해도 상대는 그 완벽초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인 이상 득표수에 있어서 큰 차이로 패배하게 되는건 자명한 도리. 그럼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주륜장을 지나 신발장으로 이동하던 중에 유이가하마와 만났다.
"오늘, 부실……갈거지?"
"갈거야. 어차피 그 녀석이 할 얘기도 있을테고"
얼마전에 봉사부의 존재, 그리고 그녀가 학생회장 선거에 어째서 이제와서 입후보한건지 하는 설명도.
"……이대로 봉사부가 사라지는건 아니겠지?"
"글쎄. 그저……지금까지대로는 안 되겠지만"
평소와 다를바없는 일상인데 어딘가 불고 있는 바람은 평소 이상으로 차갑게 느껴졌다.
수업 따위 듣고 있으면 금방 지나가버려서 순식간에 방과후가 되버렸다.
왠일로 미우라네와 얘기도 하지 않고 유이가하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그대로 같이 특별동에 있는 익숙한 부실로 향해 천천히 내 옆을 걸어간다.
아마도 유키노시타는 봉사부를 떠날것이다. 유이가하마한테 부장을 맡기고 봉사부를 떠나면 원만한 엔딩을 맞이하고 엔딩 크레딕이 흐르는 속에 사라져, 역사 최고의 학생회장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사족 만개의 애프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뭐, 봉사부가 사라진다는 BAD 엔딩을 맞이하는거랑 비교하면 훨씬 낫겠지. 봉사부가 남는다는건 유키노시타가 한가할때 와서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지~ 라는 추억 회상 이벤트도 나온다.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든 하면 그걸로 HAPPY 엔딩이다. 뭐, 유키노시타니까 겸임할것 같지만.
"잇시키는 어떻게 됐어?"
"이로하는 부활동을 못 빠질것 같으니까 좀 늦는다고 아까 메일 왔어"
"아 그래. 하아, 귀찮네"
"힛키도 참……유키농에게 의뢰 말할거야?"
아직 유키노시타에게는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는 말하지 않았다. 격돌할 상대와 시합전에 만나서 그 녀석의 고민 상담을 들을만큼 그 녀석도 만능은 아니다. 선언문 제작, 응원 연설자, 연설내용 작성. 그것들은 유키노시타라고 해도 병행작업은 불가능하다. 라고할까 보통은 하고 싶지 않다.
"말 안하는 편이 좋겠지. 토베때랑 마찬가지야. 이번에는 말 안하는 편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겠냐?"
"그런가……어떻게 될까"
"글쎄"
그렇게 말하고 드르륵 부실문을 열자 오랜만에 그녀의 문고본 읽는 모습을 봤다.
"얏하로~. 유키농"
"안녕, 유이가하마"
"여전히 나는 무시냐"
"어머, 있었구나. 벌레로 보였어, 벌레가야"
"큼직한 벌레구만"
평소 대화를 나누면서 평소 정위치에 앉지만 부실 분위기는 평소같지 않았다.
유키노시타는 문고본에 책갈피를 끼우고 책을 탁 덮고 우리를 본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했어"
"처음에는 듣고 놀랬지만……힘내 유키농! 응원할게! 아, 괜찮으면 여러모로 도와줄게!"
"고마워, 유이가하마"
실은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에게 봉사부의 일원으로 남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지금까지 즐거운 일상을 졸업할때까지 계속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멈출 수 없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제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 나도 그에 따른다. 오히려 제지할 이유가 없다.
"히키가야"
"……그 뭐냐. 힘내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방금전과 변함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
"하지만 쓸쓸해지겠어~. 유키농이 사라지다니"
"그래……하지만 매일 못 만나는건 아니야"
"헤?"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매일 일이 있는건 아니야. 행사전 등에는 못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이외의 날은 가능한 얼굴을 내밀게"
뭐, 그걸 선택하는군. 봉사부는 거의 한가하니까.
"그, 그런가! 순전히 유키농이 봉사부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했어!"
"괜찮아. 학생회장과 봉사부 부장은 겸임할거야. 과거 회장중에도 부활동 회장과 회장직을 겸임한 사람이 몇 명인가 있는것 같으니까"
유이가하마는 지금의 즐거운 공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걸 알고 기쁜건지 아까부터 미소가 끊이지 않고 유키노시타와 대화하고 있다. 나는 그걸 BGM으로 삼으면서 PFP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학교는 유키노시타 색으로 물드는건가…………조만간 유키노시타 각하에게 경례! 라는 바보같은 녀석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때 문이 가볍게 노크되었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들어온 학생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어디에선가 지금부터 최악의 일이 일어나는게 아닐까하는 예언과도 같은 예감을 느꼈다.
이런……상당히 곤란하다.
"너는……잇시키 이로하였던가"
"네. 의뢰한것 때문에 왔어요~"
그걸 듣고 유키노시타는 머리에 ? 마크를 띄우고 그걸 본 잇시키도 머리에 물음표를 띄운다.
"어라? 못 들었나요? 저 봉사부에 의뢰했는데요"
유키노시타는 어떻게 된 일이야? 라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입다물고 있을 생각이 순식간에 붕괴했군.
이런 상황에서 잇시키의 의뢰를 덮어둘 수도 없어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잇시키 이로하가 우리 봉사부에 교실의 나쁜 장난으로 입후보된것과 본인에게는 의지는 없고 선거에서 지고 싶다는걸 의뢰하러 왔다는걸 얘기하지만 어딘가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분노에 가까워진다.
"그래……그래서 선거에서 지고 싶다고"
"네! 저, 회장은 할 생각이 없거든요~"
"……히키가야. 설마 이 의뢰를 받을 생각이니?"
"어쩔 수 없잖냐. 이 녀 석이 나쁜 장난으로 올려진 이상, 동정을 끄는 형태로 지지 않으면 여러모로 그 후에 문제가 일어날테고, 애시당초 본인에게 의지가 없어"
"히라츠카 선생님의 지도는 들어가잖니? 그럼 교실 쪽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말이다. 압도적인 차이로 너한테 패하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데. 사정을 모르는 녀석이 뒤에서 비웃을거 아냐.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유키노시타는 컵을 책상위에 두고 부실에 컵이 놓이는 소리만 크게 울려서, 무심코 나는 그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명백하게 유키노시타는 화내고 있다.
"미안해. 미안하지만 그 의뢰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아"
그야 그렇지. 유키노시타는 진지하게 선거에 참가했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단순히 짜고치는 레이스가 되어버린다면 저 녀석의 성격상 그런건 허용할 수 있을리가 없다.
"에~ 그럴수가~. 이제 선배들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구요-"
"그럼 선거로 싸우면 돼. 네가 진지하게 선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그에 이끌려서 적지않은 표를 넣어줄거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우리에게 의지하지 마"
"유키노시타. 네가 화내는것도 알겠지만"
"알고있다면 왜 의뢰를 맡은거니"
푹 찌르는 유키노시타의 말을 뽑아낼 수가 없다.
확실히 그렇다. 유키노시타의 분노를 깨달으면서도 왜 나는 잇시키의 의뢰를 맡으려고 하는가.
그건 내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초등학교때 억지로 회장 선거에 참가된 나는 마치 입을 짠듯이 아무에게도 표를 받지 못하고 굴욕을 입었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다. 아무리 지도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건 그 교실 이야기다. 사정을 모르는 놈들은 뒤에서 웃는다.
"…………경험에서다"
"경험이니까 뭐? 같은 일을 체험했다고 선거에서 지게 만드는 이유는 되지 않아. 그녀의 선거활동을 서포트하는거라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하지만 지는걸 전제로 서포트하는건 봉사부의 의념에 반하는 짓이야"
"그럼 너는 앞으로 잇시키가 선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해서 뒤로 비웃어지는 학생 생활을 보내라는거냐. 자신의 악평은 신경쓰는 주제에 남의 악평은 신경 쓰지 말라는거냐"
"그말 그대로 돌려줄게. 너, 남의 평가는 신경쓰지 않는거 아니었니"
또 유키노시타의 말이 깊게 꽂혀서 뽑을 수 없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응석부리게 해주는 부활동은 아니야…………만약 잇시키의 의뢰를 해결하고 싶다면 너희들만 해줘. 나는 빠지도록 할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재빠르게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문으로 향한다.
"부장인 내가 부활동에 나오지 않는 이상…………부활동은 자유참가로 할게"
그렇게 말을 남기고 부실에서 나갔다.
유키노시타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저 녀석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의뢰다.
"……너, 학생회장 할 생각은 없어?"
"에~. 절대로 싫어요~. 학생회장이라니"
잇시키는 멍한 목소리로 말한다.
"……유이가하마. 너는 어떡할래"
"나, 나는…………"
유키노시타가 참가하지 않게 된 이상, 잇시키의 의뢰는 우리 둘에게 하거나 말거나 결정권이 있다. 둘 중에 싫다고 말하면 남은 쪽에서 하면 되고, 두 사람이 싫다고 하면 이번 의뢰는 없던 일이 된다.
"……일단 내가 할테니까 너는 천천히 생각해둬"
"…………응. 미안해, 힛키"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가방을 들고 부실에서 나갔다.
뭐라고할까 성가신 사태가 되어버렸군……유키노시타에게 들키지 않도록 잇시키가 진지하게 선거활동을 하는걸 내가 돕는 정도 밖에 방법은 없군.
"그런데 너 공약은 생각했냐. 유키노시타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하는 이상은 연설도 해야할거 아냐"
"…………"
내 물음에 아무 대답 못하는 잇시키를 보고 나는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쉬었다.
전부 봉사부에 맡기는거냐……하다못해 공약 정도는 생각해줬으면 싶었다.
"일단 연설을 하기 위한 공약 만들기. 그것부터군"
"그렇네요~. 그럼 점심식사 장소의 자유화같은건 어떤가요?"
"그건 이미 자유잖아. 게임 자유화가 훨씬 낫다"
"그거야말로 아니라구요~"
심해라. 1학년에게 부정당하는 나는 대체 어떤 입장인거야?
"그럼 간단하고 빠른 정기시험의 과거문을 가저오도록 할까"
"아, 그거 좋네요! 늘 곤란하거든요~.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구요"
아마도 정기시험 자체는 하가교에 보존되어 있을테니까 그걸 겉으로 꺼내서 학생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면 지정학교 추천을 노리는 녀석들이라면 기꺼이 이용하겠지. 여러모로 제한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참에 공약 같은건 한개라도 좋다. 문제는 선거다.
"연설문은 네가 생각해줘. 적당해도 좋으니까"
"에~"
선거전에 하는 연설 정도는…………아뿔싸. 응원 연설도 있다. 나쁜 장난으로 이름이 올라가버린 이상, 잇시키의 반에 응원연설을 맡아줄만한 녀석은 없다. 응원연설은 딱히 없어도 할 수 있지만 그래선 별로 인상에 남지 않는다……아, 지면 되니까 응원연설 따윈 필요없나.
그 후에 우리는 공약을 둘 정도 생각하고나서 해산하게 됐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4화
며칠후 아침, 나는 평소처럼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의뢰의 결말을 생각한 결과는 어떡하면 잇시키에게는 대미지는 가지 않고, 더군다나 동정을 끌어낼만한 폐막으로 선거에 지게 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서 컨트롤러를 잡아가지만 게임 화면에선 성공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머리 속에서는 실패화면만 나온다.
유키노시타와 대화한 날 이래로 그 녀석은 부실에 오지 않는다. 그 대신에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선거공보의 기사에선 자주 그 녀석의 얼굴은 보고 있다.
전교생 중에 대체 얼마만큼의 사람이 유키노시타를 지원하고 있을까. 아마 같은 학년의 지원율은 거의 100%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3학년은 40~50. 하급생에 해당하는 1학년에 관해서는 거의 유키노시타를 모르는 녀석이 많으니까 3학년의 반 이하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표를 모은다면 거기다. 거기다 다른 반의 녀석들……아니, 아마 히라츠카 선생님의 철권제제라는 이름의 설교를 받은 이상, 녀석들에게 표를 따는건 가능할 것이다. 그걸로 30명은 손에 넣는다고 해도 다른 반 녀석들은 조금 고생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어쩌지……어떡하면 다른 반 녀석들의 표를 잇시키에게 집중시킬 수가 있나.
"오빠, 아침 다 됐어~"
"음. 알았어"
게임을 일시중단하고 테이블로 가자 평소처럼 구운 빵,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라는 기본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사이에도 잇시키의 의뢰에 대해서 생각한다.
뭔가……뭔가 쉽게 확산할 수 있고, 거기다 녀석들의 표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왠지 오빠의 눈이 빛나고 있네"
"나는 어디의 영화에 나오는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녀석이냐. 나는 언제나 눈은 썩어있어"
"음~. 뭔가 평소랑 달라……무슨일 있었어?"
"아니. 평소대론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머리속으로는 표의 집약방법을 생각한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평소 일상이 변모한것 뿐이다. 나에겐 아무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마치의 집요한 질문에 나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는걸 계속 지적받는다는게 몹시 화가 났다.
"있잖아,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진짜 끈질기네"
우유를 단번에 다 마시고 테이블에 컵을 가볍게 둘 생각이었지만 짜증이 손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외로 세게 두어서 거실에 컵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뭐, 뭐야 그 어투! 이쪽은 걱정해서 묻고있는건데!"
"걱정 안해줘도 돼. 평소엔 걱정도 안 하는 주제에"
"이제 됐어! 오빠 따위 이제 몰라!"
뿡뿡 화내면서 철컥철컥 바쁘게 식기를 치우고 싱크대에 집어넣어 말없이 거실에서 나가, 이미 현관에 준비해뒀던 가방을 들고 학교로 가버렸다.
코마치가 화내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까 그 이상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지는것 같아서 화가 난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시간. 학교는 변함없다. 변한건 우리 봉사부의 관계 뿐이다.
유키노시타는 그날 이래 부활동에는 오지 않고, 착실하게 다가오는 학생회 선거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고, 소문으로는 메구리 전 학생회장이 응원연설에 들어간다던가. 지지율로 말하자면 유키노시타가 압도적 우세이며, 대항마인 잇시키 이로하는 말 그대로 배수진. 하지만 이대로 진행시켜버리면 그녀의 입장이 위태로워진다.
잇시키가 그 녀석에게 이기려면 적어도 유키노시타의 관심이 옅은 1학년의 표를 집약시키는것과 함께 선거에 흥미가 없는 녀석들로부터 쥐어짜는 수 밖에 없다.
그 상대는 지금은 국공립, 혹은 사립대학을 일반수험이나 센터 이용등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줄리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체육대회에서 어느 정도 지명도를 가진 내가 잇시키에게 표를 모아주려고 해도 유키노시타의 지명도와 비교하면 먼지다.
"있잖아, 힛키"
"음? 왜 그래"
"…………부활동, 어떡할거야?"
부활동이 자유참가가 된 이상, 나는 갈 생각은 없고 그 녀석도 갈 생각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이가하마다. 저 녀석은 지금 나도 아니고 유키노시타도 아닌 미묘한 위치에 있다. 그 미묘한 위치이기 때문에 가장 싫어하는 위치다. 둘 모두의 모습이 보이니까.
"자유참가잖아. 그 녀석은 당분간 선거로 바쁠테고, 이쪽도 잇시키를 돕느라 돌아다닐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가……역시 이로하의 의뢰는 하는구나"
"…………이번만큼은 내버려둘 수 없어"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이상, 잇시키 이로하를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나는 부실에 갈게. 의뢰자가 와도 곤란하니까"
"음"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나로부터 떠나, 다시 미우라네의 원 안에 들어간다.
수학여행이 끝나도 미우라의 주위에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건 물론 수학여행 이전과 완전히 같은 구도다. 에비나와 토베가 웃고 하야마도 미우라도 웃는다. 그게 저 녀석들이 바란 결과다.
이 만큼 좋은 상황 유지는 없다.
"히키가야"
"아?"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 하야마가 있었다.
"이번주 토요일 말인데"
"……무슨 소리야"
"오리모토네 말이야. 같이 놀러가자고 해……혹시 연락 안 갔어?"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을 체크하지만 오리모토한테서 메일 따위는 오지 않았고, 애시당초 오리모토의 메일 주소 따위는 모른다. 학년 초에 교실 모두가 교환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PFP를 하고 있었으니까 휴대폰조차 안 꺼냈고, 애시당초 말을 걸린적도 없다……아, 아니 그래도 오리모토만 말을 걸러 왔던것 같네.
"못 들었어. 딱히 너만 가도 되지 않냐? 그쪽은 그걸 바라고 있을테고. 그보다 휴일에 외출 안 해. 휴일은 게임하는 날이라고 내 안의 휴일 결정기관이 말했다고"
"그래선 인원이 맞지 않아. 와주지 않을래?"
하야마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부탁하는것도 드물지만 애시당초 카스트 톱과 최하위인 내가 논다는건 말도 안 된다.
"네 친구라도 데려가. 인원수를 맞춘다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그런가…………알았어. 미안해, 말 걸어서"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는 미우라네한테 돌아간다.
……결국, 우리가 보내온 시간은 이렇게나 간단하게 부서지는군.
밤 11시 30분. 나는 그런 시간이 되어도 혼자서 거실에서 PF3를 하면서 발로 카마쿠라의 배를 롤러를 굴리듯이 빙글빙글 굴리고 있었다.
놀아주는 코마치가 분노를 원동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시종인 나한테 와서 배를 쓰다듬어달라고 하자 얼른 원하는 수준까지 쓰다듬어라, 자, 자 라는듯한 얼굴로 뒹구르 배를 보여서 발로 빙글빙글 돌려주니 "뭐, 뭐……라고!? 하, 하지만……분해! 기분 좋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라고 할법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참고로 나는 지금은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라고 질질 끄는 초대형 로봇을 상대로 수류탄만으로 이긴다는 폐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뭐, 상대는 나를 쓰러뜨리려고 덤벼오지만 내 입장으로 보면 카마쿠라를 한 손으로 돌리는거랑 같은 수준이다.
"아, 약해"
귀찮아져서 시간차이로 펑펑 수류탄을 로봇의 다리를 향해 던져주자 그게 의외로 위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연속으로 폭발한 후, 로봇의 양 다리가 분쇄하여 그대로 쓰러져서 상대가 강제 로그아웃을 먹어서 내 승리가 결정됐다.
그때 거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는것과 동시에 내 미간에 무언가가 직격했다.
"아야……너"
"전화"
퉁명하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거실에서 나갔다.
던져진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니 보류화면으로 되어 있어서 그걸 해제하고 귀에 댔다.
『햣하로~』
"무슨 용건입니까. 그보다 왜 동생 번호를 알고 있는거에요?"
『아니~. 문화제에서 우연히 만나서 얘기를 했더니 네 동생이라는걸 판명해서 말야! 가만 있을 수 없어서 메일 주소를 교환했어!』
"그건 뭐……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들었어-. 데이트 초대받았는데 안 간다고 했다며. 어째서 안 가는거야?』
하야마로군……정말이지, 놈의 정보망은 헐렁하군.
"그럼 반대로 묻겠는데요, 제가 갈 의미 있습니까? 두 사람은 하야마와 데이트를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제가 가도 방해꾼이 될 뿐이죠"
『그럴려나~. 모처럼 중학교 동급생이랑 만났으니까 쌓인 얘기도 있을거 아냐? 그 오리모토라는 애는 하야토에게는 그런 마음도 안 품은것 같았구』
"쌓이고 자시고 저의 중학교 시절은 엄청 깨끗했거든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정말이지 진짜…………정말로 너를 구성하고 있는건 게임이구나. 거기에 남이 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야』
"잘 아시네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말에 답변할 말을 찾을 수 없다. 그걸 긍정으로 본건지 하루노 씨는 쿡 살짝 웃는다.
『지금은 유키노도 가하마도 네 안에 존재하고 있지. 둘 중 누가 큰게 아니야. 둘 다 네 안에서 서서히 커지고 있어. 아니야?』
"…………글쎄요. 어떠려나요"
『후후. 일단 데이트에는 갈것. 요일도 금요일로 세팅해뒀으니까』
왜 이 사람은 내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거지.
『안가면 집까지 부르러 간다~』
"그때는 거수자로 쫓아냅니다. 제 스토커로 말이죠"
『우으~. 그럼 또 봐』
거기서 전화는 끊겼다.
너머로 뚜- 뚜- 하는 무기질적인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아서 테이블 위에 코마치의 휴대폰을 두고 문득 시간을 쳐다보니 이미 시간은 12시를 가리키고 있고, 날짜도 바뀌어 있었다.
의외로 길게 얘기했던 모양이다.
PF3 전원을 끄고 소파에 누우면서 카마쿠라를 배 위에 올리고 천장을 본다.
뭘 하고 싶은건지, 나는 둘에게 뭘 바라고 있는건지, 대체 나는 어떤 ED라면 납득하는걸까……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싫어진다.
불을 끄고 나는 눈을 감았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5화
하야마와 놀러가는날 아침, 오늘도 역시 코마치와 얘기하는 일은 없이 조용한 아침을 즐긴 후, 학교로 가지만 거기에서도 역시 나.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 조용히 PFP를 기동했다.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있다고는 해도 그리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다. 얼른 하지 않으면 유키노시타에게 전역을 지배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하다못해 잇시키네 반 녀석들의 표는 확약을 받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뭐, 나쁜 장난의 대가라고 하면 놈들도 반항은 할 수 없다……바로, 점심시간이라도 갈까……내가 돌격할 의미는 없지만.
"히키가야"
"음?"
"오늘 일 말인데, 몇시 정도에 갈까"
엉? 나랑 같이 갈 생각이야?
"현지 집합하면 될거 아냐"
"그런가……일단 연락처 물어봐도 될까?"
마지못해 노트를 찢어서 자신의 번호를 써서 하야마에게 건내자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소를 살짝 짓고 메모용지를 보면서 등록하고 책상 사이를 지나 미우라네에게 돌아가려고 한다.
"아, 하야마"
"응?"
"잇시키네 교실 아냐"
"이로하? 왜"
"됐으니까"
하야마의 추격을 도중에 막고 잇시키 이로하의 교실을 듣고 나는 다시 PFP에 집중했다.
할 일을 생각하면 시간이 지나는것도 빠르게 느껴지지만 평소라면 이제 2교시라고 생각할 무렵에는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을 걸리는 일은 없이 교실을 나와 잇시키 이로하의 교실로 바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스스로 남의 교실로 가는거 처음 아냐? 나 어느틈에 활동적이게 된거지……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이번한정이고.
"어라? 선배"
잇시키 이로하의 교실에 도착하는것과 동시에 당사자가 나왔다.
마침 잘 됐다.
"네 의뢰로 조금 할 얘기가 있어. 지금 할 수 있냐"
"괜찮아요~. 아, 뭣하면 교실에서"
"그건 됐어"
이 녀석은 나에게 "엥, 저 사람 왜 이 교실에 있어?" 같은 따가운 시선을 받게 할 생각인가. 나참. 이러니까 리얼충들은 외톨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아……아니, 이해하는 편이 이상하지만.
"일단 장난에 가담한 놈들에게 표를 넣어라고 압박해둬"
"에? 왜 그래요?"
"아니, 그러니까. 그 녀석들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그래서 그 녀석들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설교를 받았어. 그 녀석들에게 표를 쥐어짜는건 간단하잖아. 협박하면 돼. 너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까 물론 나한테 표를 넣어줄거지? 라고"
"왠지 선배 야비하네요"
"어이어이. 이건 전략중 하나야"
어쨌든간에 장난에 가담한 녀석들에겐 책임을 지게할 필요가 있다는걸 잇시키에게 투표하는것만으로도 좋다는 온정을 주는걸로 간단하게 낚을 수 있다. 이걸로 적어도 모든 표가 유키노시타에게 모이는 일은 없을테지.
"하지만 괜찮나요~? 상대는 그 유키노시타 선배구요"
"글쎄? 하지만 하는 수밖에 없잖아"
"뭐, 해보기는 하겠지만요"
"부탁한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잇시키의 교실을 뒤로 한다.
멍하니 걷고 있으니 맞은편에서 유키노시타가 걸어오는게 보이지만 그쪽도 나도 시선을 마주하는 일도 없이, 마치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녀석들이 지나가는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옆을 지나간다.
……결국은 나는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를 왜 승낙한걸까. 물론 경험으로 잇시키 이로하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어차피 나는 그 녀석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뿐인 자의식과잉 자식이고 히키니쿠 자식이다. 남의 마음을 생각도 하지 않는 주제에 동류가 되려고 하는 녀석들은 도와주려고 한다. 결국은 나는 동족혐오를 하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녀석들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유키노시타에게 반기를 들어서라도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를 해낸다.
결론을 말하자. 나는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나는 나와 같은 놈을 보고 싶지 않은것 뿐이다.
HR이 끝나자 나는 바로 교실을 나와 집합장소인 역앞 비젼으로 향했다.
학교가 끝나고 바로 나와버렸기 때문에 집합시간까지 1시간이나 있어서 나는 가까운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주위를 조금 걸은 곳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거기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커피를 주문해서 창측 좌석에 앉는다.
여기라면 시계도 보이므로 PFP를 하면서라도 고개를 드는것만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봉사부는 명실상 공중분해 일보직전이다.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가버리고 있는 이상, 봉사부로서 모이는 일은 선거기간중에는 없을 것이다.
……잇시키의 의뢰를 수행하면 봉사부는 틀림없이 붕괴한다……그렇다고 해서 잇시키의 의뢰를 폐기하면 잇시키의 학생생활은 암흑이 될 것이다. 경험자로서 그런건 보고 못 본척은 할 수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자택일. 언제나 인생은 그렇다. 둘 모두 함께인건 선택할 수 없다. 성공이거나 실패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비쳐들고 있던 빛이 무언가에 가로막힌듯이 그늘지고 유리를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 방향을 쳐다보니 어째선지 하루노 씨가 있었다.
그대로 하루노 씨는 안으로 들어와서 커피를 사고 내 앞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동생같은거랑 제부의 데이트를 신경쓰이지 않을 누나는 없다구♪"
그렇게 웃는 얼굴로 들어도 말이지……동생은 하야마라고 쳐도 제부는 누구야……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로군.
"제부는 뭡니까"
"응? 유키노랑 히키가야가 결혼하면 나는 네 처형이 되잖아?"
그렇게 듣고 순간 그런 광경을 떠올리지만 그런건 말도 안 된다고 일소를 짓는 나와 그런 미래도 나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내가 있다는데 이상하다는걸 느끼고 무심코 PFP를 하면서 웃어버렸다.
말 그대로 자긱모순. 지금 내 상황과 완전히 같다……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대의명분을 들어놓고서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른 이유를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이유조차 모른채로.
"어라어라~? 부정하지 않는다는건 기대한다는걸까~?"
"설마요……그래서, 진짜로 무슨 일입니까. 그렇게나 한가해요?"
"돈이 있고 학업우수한 학생은 다 이런거야. 하야토가 그렇게까지 해서 너를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이유가 신경쓰여서. 와 버렸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저만 불리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안 든거겠죠. 그 녀석의 이상은 모두 다 사이 좋게니까요. 같이 있으면서도 모르는겁니까?"
"그럴까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그런 미소에도 다른 속셈이 있는것 같아서 무섭다.
그때, 밖에 있는 시계를 쳐다보니 이미 약속한 17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어서 잽싸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하루노 씨도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해, 같은 타이밍에 가게를 나왔다.
"오늘은 방해 안 할거야. 힘내"
"뭐, 그런대로요"
역 앞에서 손을 흔드는 하루노 씨와 헤어지고 약속 장소로 향하자 가장 먼저 왔다.
벽에 기대어 스마트폰 게임을 기동시키려고 할때 낯익은 복장이 보여서 고개를 드니 하야마가 가볍게 손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미안, 늦었어"
"어디가 늦었는데. 딱 맞춰 왔잖아"
"하하하……어울리게해서 미안해"
"딱히. 나는 겉절이 정신으로 힘내겠습니다~"
오히려 겉절이 이하지만. 과자에 들어있는 온기방지 건조제같은거다. 사진촬영때 슬쩍 보이는 위치에 있을 정도의 조연 캐릭터다. 아니, 마을사람A도 좋다.
"저거 아닐까"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드니 확실히 오리모토와 그 친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기다렸지-"
"미안, 늦어서"
"괜찮아. 그럼 갈까. 우선 영화부터였지"
셋이 걷기 시작하고 그 뒤를 쫓듯이 나는 걷는다.
셋은 나를 신경쓰지도 않고 즐거운듯이 대화하면서 걷는다.
이거면 됐다. 오늘 나는 겉절이 이하 마을사람A 이상의 존재감을 내면 된다. 어차피 저 대화 속에 들어가도 제대로 대화도 못할것 같다. 라고할까 오히려 하고 싶지 않다.
이따끔 하품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겨우 영화관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하야마가 빠른걸음으로 티켓 카운터로 가고, 이미 정해뒀던 티켓 구입수속을 한다.
그 사이 나는 말 걸지마 오러를 뿜으면서 PFP를 하고 있으니 옆에서 슬쩍 오리모토가 끼어들어와서 게임화면을 쳐다봤다.
"우와아~. 여전히 게임하네. 아, 이거 CM에서 본 거야!"
"하야마랑 말해"
"치카가 하야마랑 얘기하고 싶어하고,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괜찮잖아"
……오리모토는 이런 녀석이었나?
인원수의 티켓을 가져온 하야마가 돌아와서 극장안으로 들어가자 하야마를 사이에두듯 오리모토네가 앉고 나는 오리모토의 옆에 앉았다.
솔직히 영화는 토츠카랑 같이 본 이래로 일절 보지 않았다. 애시당초 영화에 흥미는 없고. 그보다 진짜로 게임을 실사영화화 하는건 그만두라고 영화사에 말하고 싶다. 게임은 보는것이 아니다. 자기가 하니까 재미가 있는거지 실사화로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는 캐릭터 따윈 봐도 아무 재미없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할거면 그 오리지널 스토리 데이터를 다운로드 데이터로서 배포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때 툭툭 맞아서 무시해도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오리모토를 쳐다보니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중학교 친구한테 히키가야랑 같이 영화 봤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 녀석 누구였더라? 가 아냐?"
"……그런가"
오리모토의 반응에 조금 맥이 빠졌지만 또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다.
중학교 시절, 오리모토 말고 제대로……뭐, 오리모토와 제대로 얘기한 기억도 없지만 그래도 이 녀석 말고 별로 얘기한 기억은 없다. 1학년은 이어지는 괴롭힘이 있었고, 2학년때는 매일 게임, 3학년때도 매일 게임을 해서 자기소개도 안했거니와 인사도 안 했다……어라? 하지만 오리모토하고는 종종 얘기했던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극장내의 조명이 떨어지고 나는 흥미 없는 영화에 집중했다.
2시간 후, 우리는 여성 패션이나 잡화 등이 모여있는 건물로 곧장 걸어갔다.
물론 처음과 같은 차림이 좋다고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하야마가 그걸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스리슬쩍 시선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나도 시선으로 들어가겠냐 멍청아 라고 돌려주니 그것도 없어졌다.
건물에 도착해서 2층으로 올라가니 여고생다움이 폭발했는지 옷을 들고와서 하야마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묻고 쁘띠 패션쇼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셋을 멀찌감찌서 보면서 벤치에 앉아 PFP를 하고 있다.
내가 들어가면 거수자로 신고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까부터 왠지 뒤쪽에서 속닥속닥 말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하자. 정신위생상.
"플래그 인!"
"록○ 에그○ 트랜스……헉"
"햣하로~"
오타쿠의 피라 끓어서 일어서면서 그 말을 한 순간,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뭐어 상상대로 에비나가 있고 그 옆에는 기분나쁘다는 얼굴의 미우라도 있었다.
나왔다아아아아-! SP 보스다! 게다가 개조 카드로 개조했더니 나오는 에비나XX다!
"야, 히키니쿠"
"꾸에. 괴, 괴로버"
불쾌함 Max에 핏발친 눈을 한 미우라에게 멱살을 잡혀서 그대로 앞뒤로 흔들린다.
"하, 하야, 하야토랑 같이 있는 년들은 뭐야?"
"구, 구 전에, 놔줘 커헉!"
손을 착착 치자 겨우 놔줘서 크게 헛기침을 한다.
"그래서, 저 녀석들은 뭐야. 서 , 서, 설마 하야하야하야토의"
"아냐. 그저 단순히 놀고 있는것 뿐이야. 사정은 얘기하면 길어지지만 미우라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냐"
"그, 그런가……아니 그거 무슨 의미야!?"
"꾸에! 괴, 괴로버!"
왜 솔직하게 말했는데 또 교살형을 겪어야하는건데.
"자, 유미코. 히키타니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놔주자"
"에비나가 그리 말한다면……저어어어어어엉말로 아니겠지"
"아니야. 단언한다"
그렇게 말하자 겨우 안심했는지 미우라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바로 사랑하는 소녀인가……사랑 쩔어.
"또 봐, 히키타니"
위기 가자 또 위기……그런 말이 현실에 일어날리도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하야마네가 이동을 시작해서 종종걸음으로 쫓아가자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이로하스-. 이제 됐지 않아?"
"안 돼요. 한채 더 있으니까 거기로……어라? 선배?"
이번에는 잇시키 이로하와 토베 2인조와 마주쳐버렸다.
아무래도 토베는 하야마를 깨달은듯이 순간 말을 걸려고 하지만 오리모토네와 사이 좋게 대화하는 모습을 본 순간 뭔가를 눈치챘는지 내 눈을 보고 순간 끄덕였다.
나도 끄덕였다.
"여, 여어 토베"
"얼뤠에? 히키타니잖아"
쓸데없이 나는 몸을 크게 벌리며 잇시키의 시야를 가로막는다.
토베도 그거랑 동조해서 쓸데없이 몸을 벌려서 나와 하이터치를 하지만 이미 늦어서 어느샌가 잇시키는 내 뒤로 돌아 빙글 내 쪽을 돌아보곤 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선배~………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어, 어흑. 지금 속모습이 보였는데.
"누, 누구냐니 그냥 놀고 있는 친구인데"
"흐응~……놀래라. 순전히 여친이라고 생각했다구요~. 아, 그리고 선배. 선배에게 들은대로 했더니 놀랄만큼 간단하게 표가 모였어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이 애는 대체 뭐인걸까.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노리고 하는건지……노리고 하는거겠지만.
"그, 그런가"
"우으~. 믿지 않네요~? 봐요!"
그리 듣고 잇시키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며 내 눈과 코 앞 거리에 화면을 보여주자 아무래도 같은 반으로 형성된 그룹 트위터 어카운트인듯 가장 위에 교실 이름이 쓰여있고, 대화 내용에 잇시키가 배상으로 투표해줘 라고 쓰여있고 거기에 찬동, 혹은 나쁜 장난을 사죄하는 내용이 보였다.
…………잠깐. 이건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기, 조금 물어보겠는데. 그 밖에도 이런거 같은게 따로 있어?"
"있다구요~ 페이스북도 라인도 있어요. 저는 라인은 안 하지만요"
이건 쓸 수 있다. 이걸 쓰면 간단하게 확산이 되고, 의견도 집약하기 쉽다.
"그런가. 그럼 이만"
"힘내주세요~. 자아, 토베 선배. 다음 가게로 가요~"
"이제 진짜로 살류"
토베, 굿 럭!
뭐에 대해 힘내라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잇시키와 헤어져서 나는 종종걸음으로 하야마네한테 향했다.
인터넷상이라면 그 녀석의 인심장악도 쉽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하기 쉽다……왜 지금까지 이걸 깨닫지 못한거지. 지금부터 하면 늦지 않을까…….
나는 그런 불안을 가지면서도 자이모쿠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 라인이랑 소부 고등하가교 그룹 라인에 초대하도록 말하자 어째선지 바로 돌아오는것과 함께 초대가 왔다.
이 녀석 너무 빠르잖아.
일단 나는 라인 이름을 카미하치로 하고, 초대를 받고 들어가 그룹 라인에 참가하여, 재빨리 어떤 문장을 기입해서 그걸 보냈다.
전에 상담 메일에서 카미하치는 누구인가요 라고 올 정도다. 1학년 애송이들 중에 게이머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그걸 이용하는거다. 카미하치와 통신대전이라는 먹이를 늘어뜨리면…….
자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잇시키 이로하의 패배를 위한 싸움이.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6화
아무래도 쇼핑은 만족한 모양인지 오리모토와 나카마치는 만족스런 얼굴로 폐점에 가까운 가게에서 나오지만 하야마의 얼굴은 적이 피로한걸로 보인다.
고생하십니다. 하야마.
"배고프지 않아?"
"고파-!"
하야마가 시계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물으니 오리모토는 여자애다운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자칭 소탈녀. 누님스런 배려를 하는 오리모토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여자애를 연기해도 별 수 없을 것이다.
"뭐 먹을래?"
"뭐든 좋아"
"히키가야는?"
하야마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눈으로 너네들이 정해, 라고 보내지만 아무래도 튕겨버렸는지 빤히 나를 쳐다봐서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곳에서 배를 채울 곳을 찾는다.
일부러 비싼걸 먹을 생각도 없으니……여기는 무난한 곳에 갈까.
"사이제면 되겠지"
"에-. 사이제는 아니지"
"사, 사이제 좋잖아! 싸고 맛있구!"
나카마치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한다.
그 반응에 오리모토는 황급히 사이에 기어들어서 분위기를 흐트리기 위해선지 필사적으로 내가 한 말을 긍정한다.
오리모토는 설령 이런 나라도 일단 중학교를 같이 보낸 사이니까 해도 될 부분과 해선 안 될 부분의 경계선은 다른 녀석들과 비교하면 제대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나카마치에겐 그게 없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발언을 해도 특별히 캥기는 모습은 없다. 뭐, 오리모토랑 같은 경계선을 타라는게 무리한 이야기다.
"일단 거기 카페라도 들어갈까"
"오케이"
횡단보도를 건넌 곳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는 없나 찾아보니 문득 유리로 구분 지어져 있는 흡연석에 모자를 깊게 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낯익은 여성과 눈이 마주치고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진짜로 저 사람 따라왔어…………무시무시.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해 앉으니 나를 제외한 녀석들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가 와도 셋은 즐겁게 대화를 한다.
"헤에~. 하야마는 축구하는구나"
"뭐 그래. 제대로 시작한건 중학교 정도지만"
"그렇구나. 우리 학교는 죄다 약했으니까~. 그치, 히키가야"
"그랬던가. 잊어버렸어"
"계속 게임 하고 있었는걸-. 아, 그래 맞아! 히키가야 말야! 중학교때 유명한 게임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말야! 그때 비디오를 선생님한테 보여졌어!"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뭘 생각한건진 모르겠지만 내 담임이 카메라를 갖고 마치 수험칠때 응원하는 사람처럼 대회 모습을 녹화했지. 뭐, 그 영상을 본 녀석들은 나의 폐인스러움에 식겁해서 마른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는 사태가 됐지만. 그러고보니 오리모토만 웃었지.
"헤에. 그 무렵부터 히키가야는 게임을 잘 했구나"
"그래 그래! 그래서 왠지 되게 굉장했어! 손가락이 말미잘 같았는걸!"
오리모토는 손짓발짓으로 그때의 모습을 말하면서도 웃고, 하야마도 평소의 미소를 짓고 나카마치는 오리모토를 따라 웃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이 말미잘이라는 표현은 미묘하잖아.
"중학교 시절부터 그랬어? 왠지 깬다-"
어, 깨라 깨. 실컷 깨서 그대로 깨져버려라.
"거기다 방금전에 사이제는 아니지"
그 순간, 하아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오리모토의 웃음이 얼어붙었다.
"여자애랑 놀고 있으니까 좀 더 분위기를 읽어줬으면 좋겠어. 맥도날드면 모를까 사이제라니"
나카마치는 진짜로 순수하게 재미있는건지 그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지만 오리모토는 아와와 허둥대며 나와 나카마치를 교대로 본다.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치-"
"아니. 너 말이야"
하야마는 다정하게, 하지만 독을 가득 칠한 칼날을 나카마치라는 대상을 향해 위협하듯이 들이댄다.
그때, 또각하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왔나"
그렇게 말하면서 하야마가 돌아본 방향을 나도 돌아보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내 모습을 보고 서로 전혀 다른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본다.
"히키가야는 너같은 애보다도 훨씬 멋진 애들과 만나고 있어. 오리모토처럼 그의 과거도 모르는 네가 히키가야를 그렇게까지 바보 취급하고 웃는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하야마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은 없다.
나카마치는 갑작스런 하야마의 변모에 당혹하고 있다.
"미, 미안해. 자, 이제 오늘은 돌아가자"
오리모토는 가방을 들고 나카마치의 팔을 잡아 재빨리 가게에서 나가지만 한번만 나를 쳐다보고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가게에서 나갔다.
미안해……라.
"용건은 뭐니"
"왜 부른거야"
나와 유키노시타의 질문이 동시에 하야마에게 꽂힌다.
"미안. 특별히 용건은 없어"
왜 하야마는 둘을 부른걸까. 하야마의 진의는 늘 잴 수 없다.
미안하다는 듯이 하야마가 그렇게 말하는것과 동시에 흡연석에서 여성 한 명이 일어서서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언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났는지 유키노시타는 진심으로 싫다는 소리를 낸다.
"학생회장 한다며~? 지금까지 엄마처럼 떠넘겨지기만 해온 유키노가 겨우 자기 의사로 움직이네~. 언니는 기뻐"
하루노 씨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의 머리를 쓰다듬지만 바로 그 미소는 지우고 그 희고 가는 손가락이 유키노시타의 목으로 슥 내려간다.
"그래서, 지금 짜고치는 레이스를 하는 기분은 어때?"
유키노시타는 분하다는듯 입술을 깨물고 하루노 씨의 팔을 쳐내고 조금 거리를 두고나서 노려보지만 그런건 그녀의 싱글벙글 배리어로 흘려진다.
그것과 동시에 하루노 씨의 말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나에게도 꽂힌다.
…………유키노시타가 자신의 의사로 내딛은 한 걸음을 나는 짓부순건가…….
"언니하고는 관계없어"
"그래. 그러니까 감상을 듣는것 뿐이야. 지금까지 남이 시키는것만 강제받고 자신의 의사가 아닌데 자신의 의사처럼 칭찬받아온 유키노가 겨우 자신의 의사로 걸어가는데 실은 지금까지대로 똑같은 걸음을 하고 있다는걸 깨달은 기분은 어떨까 해서"
"……용건이 없다면 돌아갈게……히키가야. 너 아직 잇시키의 의뢰를 하고 있는거니"
"아아……"
"……그래"
유키노시타는 슬프다는 얼굴을 지으면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계단으로 간다.
"아, 유키농 기다려!"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듯이 돌아보는 유이가하마가 순간 나를 쳐다보지만 그 시선을 잠시만 맞추고 그대로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아 가게를 나갔다.
"……꽤나 너무한 언니도 있군요"
"그래? 동생을 신경쓰는게 언니 아니야?"
"신경쓰인다고 할까 참견을 해서 재미있어하는것 뿐이잖아요"
나에게는 그렇게 밖에 안 보인다. 참견을 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걸 재미있어하며 보고 있을 뿐이다.
"너는 남에게 다가가서 상처입는걸 두려워하면서 남을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누나의 입장으로는 좀 마이너스려나"
마이너스는 물론 마이너스 무한대다. 나는 과거의 경험만을 우선시켜서 유키노시타의 발걸음을 짓밟았다.
"왠지 흥이 깨졌으니까 나도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가게에서 나간다.
남은건 나와 하야마 뿐이다.
"……일부러 자신의 추한 면을 보여줄 일은 없잖아"
"그래. 더는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아……그저, 너에게도 알아줬으면 했어"
"뭘"
"자신의 가치를 말이야. 주위가 안고 있는 평가나 마음……………너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이"
그 이상은 말하지 말라는덧이 어미를 세게 말하자 하야마는 후웃,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한번 부숴버렸어. 그걸 되찾는 방법을 지금도 모색하고 있어……너도 있지 않아? 부수고 싶지 않다고 하는게"
그 순간, 지금까지 보내온 일상이 고속도로 재생되는 영상처럼 머리속을 흘러간다.
…………부수고 싶지 않은것……에비나에게도 같은 소리를 들었던가.
"슬슬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들고 가게를 뒤로 했다.
나는 결국은 그녀들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전혀 이해하지 않은 거겠지.
그러니까 유이가하마가 바란것, 유키노시타가 바라는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빌어먹을 생활을 보내고 있던거겠지.
지금 시간은 4교시째. 이미 진작에 판서를 옮기는 행동은 멈춰있다.
집에 돌아가고나서 라인을 바라보지만 생각외로 1학년들에게 반향이 있던 모양이라, 나에게 들러붙는게 장난 아니게 강해졌다. 그러니까 거기에 두 종류의 먹이를 뿌려뒀다. 남은건 그 먹이를 물고 늘어지는 녀석들의 숫자를 계측해서 잇시키라는 그릇에 담아주면 된다. 하나의 먹이는 3학년 용으로. 또 하나의 먹이는 1학년 용으로다.
힐끔 유이가하마를 쳐다보니 노트를 쓰고는 있지만 꾸벅꾸벅 의식이 지평선 너머로 가는지 아까부터 제대로 판서를 보고 있지 않다.
……지키고 싶은 지금, 부수고 싶지 않은것………….
"히키가야"
"아, 네"
"나중에 교무실로 오도록"
그리 듣고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수업은 끝나있고 주위 녀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트와 교과서를 그대로 두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니 교무실의 칸막이로 가려진 응접 공간으로 안내받고, 거기의 검은 소파에 앉았다.
"요즘 모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담배를 피우면서 선생님은 핵심부분부터 건드렸다.
"……뭐, 그 녀석이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서 바쁘다고요"
"그래도 너와 유이가하마는 모일 수 있을텐데"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재떨이에 재를 떨구고 다시 담배를 핀 후에 나를 곧게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뭐, 있었다면 있지만요"
"말해봐라"
"…………딱히. 그 녀석에게 미움산것 뿐입니다"
사실은 아니다. 나는 유키노시타가 달리는 길을 부숴버렸다. 자신의 의사로 걸어가기를 선택한 길을. 나의 경험이라는 사소한걸 우선시켜서 유키노시타의 큰 꿈을 망가뜨렸다.
그 탓에 봉사부는 공중분해 일보직전이다.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이 되어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 녀석이 회장이 되어도 봉사부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유키노시타의 발걸음을 막고 유이가하마를 고통주고 있다.
"요즘 모이지 않았던것도 그 탓인가"
"그렇네요. 전부 제 책임입니다"
"……평소의 히키가야라면 잇시키의 의뢰는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잇시키가 경험할것 같은 일의 심한 Ver을 경험했으니까요"
교실 안의 비밀이었던게 순식간에 학년전체의 공개적인 비밀이 되어버렸다.
"너는……뭘하고 싶은거냐"
"저는 잇시키 이로하가 적어도 동정을 끄는듯한 패배법으로 지도록 합니다……그 후에는 책임을 지고 봉사부에서 사라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순간 놀라고, 조금 뜸을 둔 후에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껐다.
"……이번 소동의 책임이냐"
"뭐, 그렇네요. 유키노시타의 자존심을 상처입히고, 유이가하마를 괴롭게 만들어서 봉사부를 공중분해 직전까지 만들었으니까요……책임은 져야겠지요…………가능하면 퇴부서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조금 생각한 후에 응접공간에서 떠나 한 장의 용지를 갖고 한번 더 응접 공간으로 돌아와 내 앞에 그 용지를 내밀었다.
"이야기는 이상이다…………히키가야. 책임지는 방법은 그만두는것만이 아니다"
"그렇네요……그럼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매일 열쇠를 가질러 온다"
응접실을 나가기 직전에 그리 듣고 교무실을 나온 후, 나는 그 다리로 봉사부 부실로 향했다.
봉사부 부실로 향하는 다리는 평소보다도 어딘가 빠르게 느껴진다.
"아, 힛키"
부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쓸쓸한듯이 혼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모습밖에 없고,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여"
"응…… 어쩐 일이야?"
"아니……딱히"
조용해져버린 부실에 있는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보면 뭔가를 찔린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껴서, 무심코 부실을 나가려고 뒤돌아서 문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손을 가볍게 쥐여지는걸 느끼고 뒤돌아보니 고개를 숙인 유이가하마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가지말라고 부모에게 말하는것처럼.
"…………봉사부, 없어지는걸까"
툭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는 심하게 슬퍼보였다.
이대로가면 자연소멸하겠지.
"……그렇겠지"
"……어"
"하?"
"싫어!"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를 못 들어서 되물어보니 이번에는 부실을 울릴 정도의 큰 소리가 정면으로 들려온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받아낼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문에 기댄다.
"어, 어이 유이가하마"
"나는 말야……좋아해. 힛키가 있고……유키농이 있어서……그래서……"
때때로 코를 훌쩍이면서 유이가하마는 울면서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한다.
"셋이서 함께 있는 이 부활동을 좋아해……사라지는걸 원하지 않아……실은 유키농이 학생회장 같은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그래도 그런건 나는 말할 수 없어…………싫어어……"
유이가하마가 바란 것은 셋이서 보낸 일상. 그럼 그걸 부수는 원인을 만든건 누구냐……누구도 아닌 나다. 그때, 잇시키의 의뢰는 거절한다, 혹은 유키노시타가 말한것처럼 선거활동을 서포트해야했다.
나는 그저 단순히 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불필요하게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이가하마는 지금 울고 있다. 그럼 내가 해야할 일은 뭐냐…………유이가하마가 원하는건 지금을 지키는 것이다. 내 손으로 부숴버린 지금을 수정해서, 한번 더 유이가하마의 손으로 건낸다.
나는 우는 유이가하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런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7화
그날밤은 나는 평소처럼 게임을 하면서 테이블에 스마트폰용 스탠드를 설치하고 거기에 스마트폰을 가리켜서 언제든지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표시되고 있는건 소부 고등학교의 그룹 라인의 대화 모습이다. 아까부터 끊임없이 대화가 진행된다.
먹이는 두 종류. 그 모두 다 등록하고 있는 대부분의 녀석이 걸려들어줬다. 첫 번째는 1학년 애송이들한테 뿌린 카미하치와 통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다. 아무래도 상당히 화제가 되었는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올라왔다. 하지만 나와 통신시켜주니까 표를 줘, 라는 단순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두 번째 먹이가 여기서 유효한다.
『잇시키 이로하라는 학생회 선거에 교실 애들의 나쁜 장난으로 등록되어버린 애가 있습니다. 그 애는 학생회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항하는 사람에게 모든 표를 빼앗겨서 잇시키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줄 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잇시키에게 투표를 해주셨으면 하는데 안 됩니까? 딱히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근사치로 패하면 됩니다』
이런 먹이를 뿌려두면 의외로 3학년같은 사람들도 낚여서 가엾다니 모여들어서 대부분의 인간이 잇시키에게 표한다고 까지 말해줬다.
뜻밖에도 우리 고등학교 녀석들은 리얼충이 괴롭혀지면 그걸 지원해주는 엄청 다정한(웃음) 녀석들이 많은 모양이다. 거기에 2학년같은 녀석들은 없다. 알고 있거나 모르는 녀석에게 투표한다면 알고 있는 녀석에게 투표를 하는게 뻔하다. 한 쪽은 유명한 초 미소녀 완벽 초인이니까.
자, 무기는 갖춰졌다. 남은건……잇시키 뿐이다. 내 목적은 이미 정해졌다. 내가 무책임하게 부숴버린 유이가하마가 원하는 지금 일상을 다시 한번 되찾는다.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다.
조금 목이 말라서 게임을 일시중단하고 일어서서 냉장고로 향하려고 한 순간, 거실 문이 열리고 큰 체육복을 입은 코마치가 들어왔다.
코마치는 나를 힐끔 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지만 원하는게 없었는지 그대로 냉장고 문을 닫고 나가려고 한다.
"코마치"
"……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다.
"……그게……미안해. 얼마전에는……좀 말이 지나쳤어"
"…………용서해줄게"
내려다보는 시선 약았네.
"그리고……코마치도 미안했어"
되게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기에 무심코 웃음을 지어버린다.
"조금 얘기를 하고 싶어. 괜찮겠어?"
"좋아. 들어줄게"
코마치를 옆에 앉히고 PF3 전원을 끄고 나는 코마치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유키노시타가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한것, 어떤 의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을 부숴버린것, 그리고 내가 지금 해야할것.
긴 이야기를 끝낸 무렵에는 이미 날짜는 변해있었다.
"과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코마치는 기뻐"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코마치를 나는 무심코 쳐다봤다.
그 표정은 정말로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고, 어디에도 평소 만든듯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게임밖에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한 적이 없었던 오빠가 남을 생각하고 있어"
"아니야…………그게 아니야"
코마치가 말한데 고개를 좌우로 저어 부정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지금의 내 얼굴을 감추듯이.
"나는 유이가하마가 원하고 있던걸 부숴버렸어……남은 결국 생각할 수 없었어.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몰랐어. 그러니까 유키노시타가 왜 학생회장이 되려고 하고 있는건지도 이해하지 못했어. 나는 그 녀석이 걸어가려고한 자신의 작은 발걸음을 나 사소한 위선으로 짓밟아버렸어. 그 녀석의 꿈을 긍정해놓고서 나는 그걸 부숴버렸어……유이가하마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 녀석을 아무것도 몰랐어. 그 녀석이 울면서 나한테 말해줄때까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 그 녀석이 원하고 있던 지금 일상을 무책임하게 부숴버린것도……태연하게 나는 유이가하마에게 괴로운 위치에 서게 만들었어……결국은 나는 아무것도"
거기까지 말했을때 코마치의 가슴에 안겨서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받는다.
"코마치"
"…………그렇지. 오빠는 옛날부터 그래. 게임밖에 생각 안 해서 남을 상처입혀도 전혀 깨닫지 않았어. 코마치도 들었어……중학교에서 오빠의 평판 같은거 말야. 싫어도 귀에 들어오는걸……그치만 오빠는 부숴버렸다는걸 깨달았어"
"으으읏"
"그건 남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아닐까. 부숴버렸다고 깨달았다는건 오빠는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게 아닐까"
"……유이가하마에게 듣고 처음으로 깨달아도 말이야?"
"맞아……왜냐면 오빠, 남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아무 생각도 안 했잖아. 유이 언니가 울면서 말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알았잖아? 코마치는 오빠가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
…………나는 바뀐건가……그건 모르겠다. 하지만……그래도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것이 그 녀석들과 함께 보내온 일상을 긍정하는거니까.
"오빠는 코마치의 오빠야. 오빠가 잘못하면 코마치가 몇번이든 몇십번이든 말해줄게. 오빠를 전부 알고 있는 코마치가 몇번이라도 말해줄게…………오빠. 지금의 오빠는 히키니쿠 따위가 아니야"
"…………그러면 좋겠네"
"맞아.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코마치가 말하는걸"
"…………고마워. 이제 자는게 좋을거야"
"응. 그럴게. 잘 자"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거실을 뒤로한다.
자, 코마치에게 해답 예시는 들었다……남은건 그걸 내 해답으로 만들 차례다.
다음날 방과후, 나는 도서실에 있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한숨을 쉬고 있는 잇시키 이로하가 있다.
"선배. 하야마 선배랑 같이 있던 애들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부활동 빠져왔는데~"
오히려 그런 이유만으로 부활동을 빠져온 네 연심이 더 무섭다. 잘도 의심받지 않을만한 이유를 대고 빠져나왔군……이것도 주위에 주목받는다는 자각이 있는 리얼충의 특성일까.
"뭐, 그 정도라면 딱히 아무렇지도 않지만요-"
무섭다……그 혼잣말이 무서워.
왜 여자는 연애 일이 되면 남자가 식겁할 정도로 무서워지는걸까. 중학교때 응석쟁이 야마모토가 데이트 약속을 한 여자애 둘에게 협박을 했더니 모든 여자애한테 온갖 미움을 샀을 정도니까. 그 탓에 야마모토, 멋지게 생겼으면서 여친이 한 명도 안 생겼다고 한다. 꼬시다.
"그런데 왜 부른거에요?"
"음, 아아 그렇군…………너, 하야마 좋아하지"
"………하,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소름 돋는다구요, 선배"
"그 하야마한테 어쩌면 멋진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순간, 잇시키의 눈썹이 순간 움찔거렸다.
"나, 실은 이래보여도 하야마랑 종종 얘기하는 편이니까 그 녀석의 취향인 여자는 알고 있거든 말야~. 그런거라면 그것도 가르쳐줄 마음은 안 드네~. 안 됐네-"
"가르쳐주세요 히키가야 선배. 선배 무지 좋아해요!"
흥, 쉽구나. 하야마여. 문화제에서 나를 핑계삼은것, 원망은 품고 있지 않지만 귀찮은 일이 되었으니까 그 앙갚음으로 너를 제물로 바쳐주마.
"되겠어?"
"네"
내가 얼굴을 가져가자 잇시키도 진지한 눈빛으로 얼굴을 가져온다.
"하야마는 저래 보여도 일을 잘 해내는 여자애를 좋아해. 일을 빼먹는 녀석은 외야, 라고할까 안중에도 들어있지 않아. 거기서 네가 학생회장을 해봐라……적어도 안중에는 들어갈거라 생각해"
"……그치만 저, 부활동 하고 있는데요"
"그게 포인트지. 너는 축구부 매니저라는 위치에 있는 이상 하야마와 위화감없이 대화할 수 있어. 만약 학생회에서 힘들면 하야마에게 상담하면 돼. 밤늦게까지 남아서 말이지. 마지막에는 배웅받는다는 애프터 케어까지 있지. 1학년인 너에게만 있는 특전뿐이잖아?"
"확실히……선배는 머리 좋아요?"
"아니. 게임 말고는 전혀다……그리고 이거"
나는 가방에서 최종병기를 꺼내들고 잇시키의 앞에 펼쳤다.
그 최종병기란 그룹 라인에서 모은 잇시키 이로하를 지원한다고 선언한 녀석들의 대화를 이어붙인 것이다. 물론 쓸데없는 대화는 전부 생략했다. 마치 모두가 잇시키 이로하를 지원하도록 세공했다.
"이거 전부 네 지지자야"
"……왠지 요즘 다들 되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더니 선배의 수작이었군요~"
"심한 소리구만……하지만 너를 지지해주는 녀석은 이렇게나 있어"
잇시키는 한 장의 용지를 들어 대화 내용을 쳐다본다.
만약 잇시키가 라인을 하고 있었으면 불가능한 방법이다……뭐, 다른 방법을 생각했겠지만 이게 제일 빨랐다. 게임으로 표를 모은다는것도 생각했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포기했다.
"잇시키…………학생회장이 되어라"
한번 부서져버린 것을 수복하는 유일한 방법……그건 잇시키의 의뢰 그 자체의 존재를 말소하면 된다. 의뢰가 사라진다는건 잇시키가 학생회장을 지향하고, 분투한다는것. 그리고 그걸로 이기면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은 다시 돌앙온다.
"너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이렇게나 있어. 너를 나쁜 마음으로 추천한 녀석들에게 한방 먹여주자고"
"……후우. 알겠어요. 이번에는 선배의 뜻을 따라줄게요. 이렇게나 지지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그 대신에, 선배도 도와주시라구요? 선배가 말한거니까요"
"아아, 도와줄게……뭐, 그래도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상관없어요~. 실은 하고 싶지 않구요"
하지만 이걸로 잇시키 이로하가 압도적인 큰 차이로 패배를 하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적어도 유키노시타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의 힘은 얻은 것이다. 이제 남은건 하늘에 비는 수 밖에 없다. 잇시키 이로하에게 미소를 지을까, 아니면 완벽초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미소를 지을까.
내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이번 선거로 모든것이 정해진다. 부서져버린것을 수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서져서 소멸해버릴지.
"만약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가끔은 도와주세요"
"아아, 도와줄게"
자, 내 미래는 어느 쪽이냐.
12월에 들어가, 이제 방한구 없이는 밖을 못 걸어다니게 되어버렸다.
잇시키와 도서실에서 대화한 날로부터 며칠간, 나는 잇시키의 연설 보조를 하고, 어떤 때는 연설문을 생각하고, 또 어떤때는 공약을 생각하고, 또 어떤때는 잇시키의 응원연설을 해줄 사람을 찾는 등 교내를 이래도냐 싶을만큼 돌아다녔다.
결국 유키노시타와 비교하면 적은 숫자밖에 연설은 못했지만 그래도 반응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설을 마친 다음날, 마침내 선거가 시작됐다. 라고는해도 그저 단순히 후보자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를 일제히 펼쳐서 누구에게 동그라미를 치나 마나하는 간단한 작업이다. 나는 물론 잇시키 이로하에게 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방과후, 선거결과가 선거공보 게시판에 붙어져서 유이가하마와 함께 게시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 저거 아냐?"
고개를 드니 한 장의 큰 종이가 게시판에 붙여져있고, 종종걸음으로 보이는 곳까지 가서, 그 종이를 위에서 아래까지 차분히 읽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근소차이로 패하면 좋았다고 했지만……근소차이로 이겨버렸냐"
유키노시타의 특표수는 599. 그에 비해 잇시키 이로하의 득표수는 놀랍게도 601표라는 불과 2표 차이를 유키노시타에게 주고 잇시키 이로하는 학생회장에 당선했다.
마침 그 녀석이 2학년 모두와 3학년의 반, 잇시키가 1학년 모두와 3학년의 남은 반과 한 사람의 표를 모았다는건가…………결국, 내가 한건 뭐였던걸까……잇시키의 의뢰는 패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유키노시타는 화를 내고 나를 부정했다. 하지만 이기어서 잇시키는 학생회장을 하겠다는 의욕을 냈다. 의뢰가 근본부터 소멸해버린 것이다.
본인도 의욕이 생긴것 같고……하지만 한번 생겨버린 도랑은 의뢰가 사라졌다고 해도 사라지는건 아니다.
"……갈까. 부실"
"응"
유이가하마와 함께 차가운 특별동까지 가는 복도를 걸어간다.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여니 거기에는 평소처럼 문고본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모습이 있었다.
"얏하로~. 유키농"
"안녕, 유이가하마"
평소의 정위치에 앉는다.
"그, 그게 안 됐네. 유키농"
"그래. 설마 패할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또 다음 기회를 노릴게"
"그런가……이제 곧 학교도 끝이지~. 있잖아, 크리스마스에 파티 안 할래? 피자 사서 말야!"
"피자는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 그래? 우리집은 특별한 날 말고는 안 사"
…………과연 정말로 이 일상이 한번, 부서져버린걸까.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유키노시타, 평소처럼 기운차게 말하는 유이가하마. 그리고 평소처럼 PFP를 하고 있는 나. 선거가 시작되기 이전과 완전히 같은 구도인데 어딘가 분위기는 다르다.
외면만 갖추고 속은 텅 비어버린 게임같은 것이다. 정말로 내가 한 선택은 잘못되었던걸까. 그때, 잇시키의 의뢰를 거절해야했던건 아닐까. 나는 부숴버린것을 수복하기 위해 분주했다는 대의명분을 보이며 그저 단순히 엉망진창으로 만든게 아닐까…………그렇다면 이 분위기가 되어버린 원인은 전부 나에게 있다.
정말로 지키고 싶었던건 대체 뭐인걸까.
조금 전에 깨달았을텐데 나는 또 보이지 않게 되버렸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8화
이미 12월도 반. 장갑없이는 손이 춥고 머플러 없이는 너무 추워서 밖에마저 나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봉사부는 오늘도 겉만 보면 평상운전이지만 속은 엉망진창이다.
그 선거이래로 나는 유키노시타와 일대일로 대면해서 말한 기억이 없고, 대부분 유이가하마를 통해서 대화밖에 안 한다. 말하자면 유이가하마가 이 부실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생회장에 입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걸 무책임하게 부수고, 그리고 자신의 이유만으로 원래대로 돌려놨다. 깨진 그릇을 똑같이 조립해도 똑같은 그릇이 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부서져버린 것을 재조립해도 그건 똑같지 않다...
유키노시타와 화해……그것이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일. 그걸 나는 아직 못 하고 있다.
잇시키 이로하의 의뢰를 수행했기 때문에 유키노시타의 화를 산 상태다.
"유미코가 쪼끄만 가습기를 갖고 와서 말야! 수업중에 엄청 보글보글했어!"
유이가하마의 대화에 유키노시타는 이따끔 맞장구를 치고 미소를 지으면서 대응한다.
……내가 있는 의미는 뭐야. 나는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것을 부서버린 장본인이며, 유키노시타의 꿈을 향한 한 발짝을 짓밟아버린 장본인이며 지금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내가 있는 의미는……없다. 오히려 사라지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지금 사라질 수는 없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나서 사라져야한다.
"춥네~ 라고 생각했더니 곧 크리스마스지~. 선생님한테 부탁하면 스토브라도 넣어줄까?"
"그건 어렵지 않겠니"
유키노시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PFP를 만진다. 역시 내가 여기에 있을 의미는 없다.
"유키노시타"
오랜만에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동시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받은 퇴부서를 책상 위로 내밀었다.
"……이건?"
"퇴부서. 오늘로 나는 봉사부 그만둘게"
갑작스런 일에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번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어. 그 책임을 지고 퇴부하마……미안하다 유키노시타. 네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걸 부정하는 짓을 해서"
"에, 좀. 힛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유이가하마도 미안하다. 네가 좋아했던 곳을 부숴버려서……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일단은 고쳤다고 생각해. 정말로 폐끼쳐서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아무말을 하지 않지만 그거면 된다.
"……그래. 알았어"
"유키농!?"
"네 성격을 고치지 못했던게 평생의 후회야"
"내 성격은 고칠 수 없어…………신세졌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매고 봉사부 부실에서 나와 신발장으로 향하지만 뒤쪽에서 다다닥 거리는 실내화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종종걸음으로 유이가하마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힛키!"
걸음을 멈추지 않는 나를 멈추기 위해 유이가하마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뭐야"
"뭐야가 아니야! 왜 갑자기 그만둔다는거야"
"이번 일은 내가 잇시키의 의뢰를 수행한 탓에 일어났어. 본래는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잇시키의 의뢰를 버리거나 선거활동을 서포트 하는것만으로 끝내둬야했지"
"하, 하지만 힛키가 그만둘 필요는"
"어쨌든간에 남아있어도 분위기가 나쁠 뿐이야…………그럼"
그렇게 말하고 나는 유이가하마의 옆을 지나 그대로 걸어간다.
신발로 갈아신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어둠으로 불들어 있고, 운동장을 비추는 가로등불이 조금 현관에 비칠 뿐이지 상당히 어둡다.
어쨌든 내가 남아있는 의미는 없었다. 봉사부를 공중분해 직전까지 몰고간 장본인이 봉사부에 있는건 허락되지 않는다. 그 녀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것 뿐이지 본래는 규탄받아야 한다.
"선배-!"
뒤에서 그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눈에 눈물을 머금은 잇시키 이로하가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바로 옆에서 멈추고 남은 가디건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회장취임하자마자 뭐야…….
"뭔데"
"학생회 일이 위험해요, 엄청 위험해요-"
"헤- 그렇구나-. 힘내라-"
"선배-!"
"쿠엑!"
돌아가려고 하지만 뒤로 힘껏 머플러를 잡아당겨져서 목이 졸려, 가볍게 콜록거리면서 잇시키를 쳐다보지만 방금전과 완전히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 녀석, 나를 죽일 생각인가.
"뭐야"
"이제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래서 지역의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합동으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게 됐어요-!"
"합동? 어디랑"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라는데인데요"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아아, 꽤 옛날에 3교를 통합했다고 하는 고등학교인가. 분명히 엘리베이터나 우스꽝스러운게 있어서 출석은 ID카드, 거기다 단위제라고 하는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 인기 고등학교 중 하나였지. 하지만 우리랑 거기는 별로 접점이 없었던것 같았는데.
"어디에서 그런 기획이 올라온거야"
"그쪽에서 하자고 한게 뻔하잖아요-. 크리스마스는 저도 예정이 있다구요"
학교행사보다도 자신의 예정을 우선시키는 학생회장이라는것도 또 신선한데……라고는 해도 잇시키도 잇시키대로 고민하고 있겠지. 새 학생회를 지도하고나서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고, 이도저도 모르는 와중에 합동 행사 기획이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왜 그걸 나한테 말하는거야"
"선배 말했잖아요-. 제가 학생회장이 되면 도와준다고"
……아~. 그런 소리를 도서실에서 말했던것 같은 기억이 있다……성가셔. 그보다 왜 이 녀석은 메구리 선배한테 안 묻는거야. 나한테 묻는것 보다도 이전 학생회장에게 묻는게 더 좋지 않아?
"일단 같이 와주세요!"
"하? 어이. 나 자전거 타고 왔는데"
"그럼 바로 갖고 와주세요"
소탈한 태도의 잇시키에게 그리 듣고 나는 마지못해 주륜장에 자전거를 가질러 가고 교문 앞에 있는 잇시키가 잇는곳까지 돌아오자 지극히 당연하다듯 잇시키는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뒤에 올라탔다.
왜 여자는 당연하다는것처럼 내 자전거에 짐을 두는걸까?
"역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 알겠어요?"
"음"
"거기서 회의가 열리니까 거기까지 가주세요"
약간 불만을 느끼면서도 나는 소리내어 말하진 않고 마지못해 자전거로 커뮤니티 센터로 향했다.
커뮤니티 센터로 가던 도중에 있는 편의점에서 회합 차림용인지 대량의 과자나 빵 등을 구입하고 역앞의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더럽게 무거운 짐을 들고 회합이 열린다고 하는 방으로 향한다.
"너, 의외로 세심하네"
"의외라니……저는 이래보여도 배려를 잘 한다구요-. 뭐, 그쪽이 준비해주겠지만요"
"그럼 갖고 올 필요 없잖아. 어차피 저쪽 경비를 쓸테니까"
"그렇게는 안 된다구요"
그렇게 말하는 잇시키의 표정은 조금 무겁다.
뭐, 그쪽이 준비해주는데 받기만할 수도 없을테고, 애시당초 이번에는 합동으로 준비하자는 이야기다. 서로가 선 위치상으로는 동등. 그렇다면 저쪽에서 준비해준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쪽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귀찮게시리…….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무래도 도서관이 되어 있는지, 소음 하나 없지만 잇시키를 따라가서 회담을 하는 2층으로 올라가자 그것도 변해서 이번에는 사람 소리가 들려오고, 거기다 위층인 3층에서는 음악이 들려온다.
"3층에 큰 홀이 있는 모양이라서 거기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모양이에요"
"호-"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걷고 있으니 어떤 방 앞에 멈춰 섰다.
강습실이라고 쓰여져 있는 방에선 왁자지껄 사람들의 대화소리같은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네-, 들어오세요-!"
잇시키가 긴장한 모습으로 문을 노크하자 그런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와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평범한 교실 분위기와 비슷한 공간이 펼쳐져있고,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녀석들과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녀석들이 한 곳에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어서 그 탓인지 부외자인 내가 들어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 이로하 여기야 여기"
상대편 교복을 입은 남자에게 불려서 잇시키가 가는걸 그 뒤로 따라가니 역시 눈치를 챘는지 남자가 수상쩍다는 얼굴로 잇시키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희쪽 도우미 요원이에요-"
잇시키의 잡스런 설명에도 납득했는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타마나와.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을 하고 있어. 다행이야-. 소부 고등학교랑 같이 기획을 할 수 있어서. 서로 리스펙트 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쌓아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
"……하, 하아"
시원스런 자기소개랑 되게 많은 영어 사용에 약간 식겁하면서 나도 인사를 하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바로 PFP를 꺼내서 평소처럼 오늘은 태고의 달인을 한다.
오늘부터 새롭게 크리스마스송을 다운로드 할 수 있으니까. 데이터는 USB 메모리에 넣어뒀으니까 남은건 귀신과 어려운 난이도로 클리어하면 그걸로 끝이다.
바로 흥흥, 크리스마스 송을 선택해서 게임을 개시하니 시야 구석에 누군가의 신발이 보였지만 무시하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스윽, 어깨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나온다.
"히키가야도 학생회야?"
"오, 오리모토"
내 시야에 들어온건 파마머리를 한 오리모토였다.
"또 만났네. 혹시 학생회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치-"
꺅꺅꺅거리면서 오리모토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돌아보고 나를 쳐다본다.
"그쪽 사람 수 적지 않아?"
"몰라"
그리 듣지만 지금은 게임에 집중하고 있어서 적당하게 대답을 하니 오리모토는 흥미를 잃었는지 내 근처에서 떠나 같은 고등학교 녀석들에게 돌아간다.
그것과 교체하듯이 잇시키가 이쪽으로 돌아온다.
"선배. 슬슬 시작하니까 게임 그만두세요"
"신경 쓰지마"
그리 말하니 일부러인건진 모르겠지만 큰 한숨을 쉬어졌다.
그때, 짝짝 손을 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힐끔 잠시만 고개를 들어보니 타마나와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좌석의 위치는 회의실같군. 가로 일렬로 세워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로 의견을 나누는 그거. 딱히 나는 상관없지만.
"그럼 시작할까. 의제는 저번곽 마찬가지로 브레인스토밍부터 시작할까"
그리고나서 툭툭 저쪽에서 손을 들고 생각하고 있었던 의견이 나오고 그것들이 화이트보드에 쓰여진다.
저쪽의 의욕과 비교하면 이쪽의 텐션은 낮다. 뭐, 주최자측과 협찬측으로는 온도차이가 있는건 지극히 당연하다. 길드에서도 리더가 이거 가자고 해도 주위에선 어쩔 수 없이 어울려주는 느낌이다.
"우리 고등학생에게 올 수요를 생각하면 젊은 마인드를 넣어서 이노베이션을 높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요컨대 고등학생다운 생각을 넣어서 상상하는 편이 좋다는건가. 그보다 아까부터 쓰잘데기없이 영어를 쓰는군. 덕분에 잇시키는 호에에~ 라는 느낌으로밖에 얘기를 듣지 않고.
"그렇게 되면 커뮤니티측과 우리의 관계를 WINWIN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네. 이쪽은 즐겁지만 그 쪽은 즐겁지 않다는 필링은 안 된다고 생각해"
요컨대 수요와 공급을 맞추다는 소리군.
그리고나서 의식 높은 계열 발언을 연발해서, 컨셉산스니 이미지네이션이니 영어 용어만개한 회의는 카이힌 주도로 행해져서 우리 소부는 맞장구를 치거나 호에~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회의도 지금은 끝나서 잇시키는 카이힌 녀석들과 무슨 대화를 하고, 나는 PFP다.
"선배~"
"왜"
"게임하지 말고 도와주세요~. 이쪽 일은 의사록 작성 같은거니까요~"
"그럼 왜 나를 부른거야"
"어, 어음 그건 말이죠……"
"이로하"
잇시키를 부르는건 타마나와지만 그 손에는 한 장의 용지가 쥐어져있었다.
"이것도 부탁할 수 있을까? 큰건 이쪽에서 해둘테니까"
"네~. 알겠어요~"
잇시키는 그 용지를 받아들고 대기하고 있던 멤버를 소집해서 일을 분담하고 나에게도 그 일을 배분해서 서류를 쿵, 하고 내 앞에 두었다.
……우리는 잡무를 위해서 불린거로군.
사실 그건 맞다고 생각한다. 카이힌 녀석들이 큰 일을 하고, 우리 소부가 작은 잡무 등을 하며 합동이라는 이름의 작업을 한다. 그거라면 카이힌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다.
팔랑, 서류를 쳐다보지만 그 대부분이 대량의 기획안.
"야, 이거 전부 나온거냐"
"네. 왠지 브레, 베프로? 같아서 나온 기획안을 보고 의사록을 만드는거에요"
시험삼아 종이 한 장에 듬뿍 쓰인 기획안을 쳐다보지만 일단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딱 봐도 이번 행사에는 적합하지 않은것까지 나왔다.
부적합한 것정도는 제대로 빼두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기획안의 개요만 의사록에 쓰고 그 서류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바로 그걸 주워져서 원래대로 돌려졌다.
"버리면 안 돼"
"아니. 이건 딱 봐도 적합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그걸 생각하는거야. 정말로 필요없는지 아닌지. 그걸 생각하면 다른 기획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 예예"
그렇게 말하고 주워진 서류를 옆에 두고 다음 기획안을 보면서 의사록을 작성한다.
"오, 하고 있군"
그런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수트 위에 백의, 하이힐을 신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들어온다.
이 사람 정말로 일을 자주 떠맡는구만.
"오? 히키가야 혼자냐? 다른…………아아, 그랬지"
"그렇슴다. 이번에는 저 개인으로 잇시키를 돕는것 뿐이에요"
이미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내 퇴부서는 건내졌는지 선생님은 어딘가 슬프다는 눈을 지으면서도 그 이상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는건 그 총리대신마저도 하는 짓이다. 요컨대 세상의 상식이다. 무언가를 실패하고 손해를 입히면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
"슬슬 시간도 시간이다. 저쪽도 할 생각이 없어보이니 돌아가라"
그리 듣고 저쪽을 쳐다보니 와아와아 담소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기획안이 부적합했던 덕분에 오늘 건내받은 몫은 이미 끝났고, 잇시키 쪽도 끝난것 같으니 돌아갈까.
"그럼 선배. 내일도 이 시간에 잘 부탁드려요~"
"음"
적당하게 손을 들고 나는 방을 나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9화
코타츠 = HUMAN EATER라고 나는 생각한다. 옆에서 보면 그저 단순히 원적외선을 발생하는 장치를 쌓은 테이블에 이불을 덮어놓은걸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안에 다리를 넣어보면 어머나 신기해라. 마치 독늪에 아무 장비도 없이 내딛은것 처럼 내 성실한 HP가 1씩 줄어가는 것이다. 그것 어디의 포이즌 플라워야! 라고 딴지 걸고 싶어질 정도의 속도다. 저거 에리어를 뺏어넣고 마지막 줄에 마스를 설치하면 파괴하는 방법이 거의 없으니까. 거기에 독 패널도 넣어 봐봐. 붉은 검사 FZ마저도 노 대미지로 이긴다고! 그런 상태 이상이 되버러니 나는 코타츠에 하반신을 넣고 뒹굴거리면서 PF3를 하고 있다.
그때 내 다리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코마치지"
"띵동-! 오빠의 다리 따뜻해"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공부하면서 내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감아온다.
"너 공부하면서 코타츠에 들어가는건 좋지 않다고? 그대로 꾸벅꾸벅 졸아버리니까"
"게임하고 있는 오빠가 훨씬 좋지 않다고 코마치는 생각해"
"바보같은 소리 마. 코타츠+게임은 상식이잖아?"
그렇게 말하자 코마치는 하아 한숨을 쉬고 코트차 안에서 카마쿠라를 끄집어내고 콕콕 샤프펜 뚜껑으로 쾌락부위를 자극하자 카마쿠라는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코마치의 다리에 올라 미안해 자버린다.
왠지 미안해 잔다 스타일은 긴장감이 전혀 없을때 일어나는군.
"다녀왔어-"
"아, 엄마 어서와"
"어서와요. 아버지는요?"
"글쎄-?"
심해라. 그게 사랑하는 남자를 걱정하는 아내냐……뭐, 이미 몇 십년이나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좋아지나.
"아, 그렇지. 하치만, 너 파티 배럴 예약해둬. 그리고 케이크도"
"하아? 왜 내가? 나 크리스마스 랭킹하느라 바쁜데"
"하아? 너 케이블 뽑아버린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건방진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케이블을 뽑으려고 하지마세요오오오오오오!"
케이블을 움켜쥐는 엄마를 보고 저도 모르게 코타츠에서 빠져나와 엎드려 빌기를 하자 용서해준건지 케이블을 놓고 일감이 들어있는 가방을 방으로 가져간다.
"아, 미안해. 지금 돈 없으니까 네 용돈에서 써줘. 나중에 줄테니까"
"예이예이"
근처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미리 등록해둔 번호에 전화를 걸자 기운찬 점원의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울려서 파티 배럴 예약의 뜻을 전하자 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어서 마지막에 이름을 말하자 완성예정일을 고지받고 거기서 전화를 끊었다.
"그 정도라면 내가 할텐데……그보다 전화하면서 발로 컨트롤러 잡지마 오빠야"
"딱히 상관없잖아. 너는 수험생이니까 공부 힘내라"
그렇게 말하자 코마치는 기분나쁘다는듯 볼을 부풀린다.
"수험생한테 힘내라는 안 된다구"
"그럼 뭐라고 하면 되는데"
"거기는 사랑해라고 말해야지"
"사랑해. 그러니까 코마치 공부 힘내라"
그렇게 말하자 코마치가 방석을 집어던져서 세게 안면에 직격당했다.
다음날 방과후, 나는 드물게도 교실에 남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회합이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카이힌 측과 소부 고등학교 측의 텐션의 차이는 주최자 측과 협찬 측이라는 입장도 있겠지만 큰 요인은 아직 잇시키가 다른 학생회 멤버와 거리감을 잡지 못하과 있는 거겠지. 잇시키의 주위에 같은 학년의 멤버가 없다는것도 있어서 말을 걸기 힘들다. 그건 멤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부드럽게 진행시키지 못해서, 불협화음이 생겨나버린다.
물론 그걸 없애도록 노력하고 있겠지만 그것도 허탕을 치고 있겠지.
"박사. 이건 어울립니까?"
"포르테! 아니, 에비나"
또 오타쿠이기에 딴지를 걸어버려서 황급히 돌아보니 거기에는 구헤헤헤 라며 좋지 않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에비나의 모습이 있었다.
"포르x코사도 괜찮지!"
"그, 글쎄?"
"그보다 히키오, 요즘 유이랑 무슨 일 있었어?"
"유이가하마랑? 딱히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말하자 미우라는 어딘가 나를 의심하는지 미간에 주름을 모아 나를 노려본다.
"아무것도 없으면 유이가 너를 계속볼리 없잖아"
"…………딱히 아무것도 없대도"
"그치만 히키타니, 부활동 안 가? 지금도"
"뭐, 나 봉사부 그만뒀으니까"
PFP를 하면서 에비나가 말하는걸 끊고 말하니 그 이상 나에게 아무 추궁도 하지 않고 에비나도 미우라도 교실에서 나갔다.
이제 교실에는 나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나서 조금 지났을때 고개를 들어보니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적당한 시간대를 표시하고 있어서 PFP를 덮고 주륜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커뮤니티 센터로 향한다.
결국은 나는 봉사부에 있어서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변할리도 없이, 오히려 심해졌다.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입구로 향해 걷고 있을때 뒤로 충격이 왔다.
"선배-"
뒤돌아보니 등 부근에 잇시키 이로하의 모습이.
우와아, 약았네……왠지 책략이 착 들러붙은 느낌밖에 나지 않는다. 코마치라면 껴안아줄텐데 어째선지 잇시키를 보고 있으면 껴안을 생각도 들지 않는다.
"선배, 반응 없다는건 심하다구요~"
"너 약삭바르고……오늘도냐……자"
"호에?"
그렇게 말하면서 잇시키가 들고 있던 페트병 등이 잔뜩 든 편의점 봉트를 들어주자 순간 얼이 나간 표정을 짓지만 바로 볼에 손을 대고 미소짓는다.
"우와아. 약았어"
"맨얼굴이라구요, 선배"
어느쪽이 맨얼굴인지 전혀 모르겠네……뭐 됐어.
짐을 들고 어제와 같은 방으로 들어가니 카이힌 녀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옆에서 소부고등학교 녀석들이 한되 모여서 마치 밤샘한것 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안다 알아. 이인조로 대화해주세요라고 들으면 이렇게 되지. 특히 학기초에 모르는 사람이랑 짜라던가.
"아, 이로하"
"수고하셨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마지막이었는지 우리가 앉은걸 확인하자 타마나와가 일어서서 호령을 했다.
우선 처음에 우리가 작성해서 제출한 의사록을 보고 지친건지 미간을 잡으며 조금 지나고서 입을 열었다.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까 어제의 브레스트의 후속으로 할까"
조금은커녕 아직 시작조차 안 했는데 말이지. 의사록도 추상적이고 항목을 쓴것같은것 밖에 못 썼고.
"좀 더 화려한걸 하고 싶네"
"아, 그거 그렇네!"
오리모토는 의연하게 의욕만만한 모습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찬동하자 맥북 에어를 만지고 있던 타마나와가 그걸 듣고 뭔가를 깨달았는지 놀란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조금 작은것만 생각했던걸지도 몰라"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정해놓은건 일시와 장소, 그리고 어린애나 데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로층의 자원봉사 활동이라는 정도이며,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인건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정하지 않았다.
"좀 더 규모를 크게 해보자"
"잠깐만. 이 이상 규모를 크게 해도"
"안 돼. 브레스트에선 다른 사람이 말한 의견을 부정해선 안 돼. 시간적 문제, 인수상 문제라면 어떻게 대응해갈지. 그렇게 의론을 펼쳐가는거야"
타마나와가 그렇게 말하자 거기에서 더욱 의론을 펼치며, 지역 커뮤니티를 넣니 근처 고등학교를 더 집어넣니 이야기를 하지만 무한하게 부풀어가는 풍선처럼 부풀어간다.
하지만 풍선에는 한도가 있다. 너무 불어나면 파열한다. 명백하게 이번 행사라는 그릇을 생각한 경우 넣을 수 있는 크기를 생각하지 않았따. 틀렸다 이거……게임이라도 전체 강화를 해도 최종적으로는 너무 넓어서 결국은 일점집중형 강화로 바꿔서 한다.
하지만 이 이상 이야기를 크게 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라니 다른 학교를 더하면 지금 이상으로 이야기가 커질 뿐이잖아"
"그게 좋아. 다중다양한 의견을"
"이제와서 다른 학교 녀석들이 의욕을 가져준다고도 생각하지 않잖아? 거기다 우리랑 같은 고등학생을 여기에 넣어도 결국은 비슷한 의견을 낼테고 말이야"
"……확실히 그렇네……그럼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은 어떨까"
…………왠지 이 녀석이랑 회의하는거 피곤해졌다.
"확실히 고등학생이라면 생각하는것도 비슷해질지도. 하지만 초등학생이라면 아직 앳된 구석이 남아있으니까 그걸 포인트로 삼아서 어르신들의 치유도 된다고 생각해. 어때"
다른 녀석들로부터는 특별히 부정의견도 나오지 않고, 타마나와의 안에선 결정사항이 되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들의 이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초등학교의 어포인트와 네고시에이션은 이쪽에서 할게. 소부고등학교는 그 후의 대응을 부탁할 수 있을까"
미소를 지으면서 잇시키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잇시키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이걸 받아들이면 확실하게 우리의 일이 늘어날 뿐이다. 그 점에서 잇시키는 망설이고, 지금 상태로 이어지는거겠지.
"……네! 알겠어요!"
조금 생각하고서 결국 받아들여버렸다.
"그보다 이 홀에서 수용가능해? 데이 서비스하는 사람도 몇 명이 올지 모르고, 초등학생도 도움받고는 네 수고로 끝낼 수도 없잖아"
"그것도 확인해야겠네. 다른 연락사항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면 돼. 초등학생에 대해서는 참가인원을 정해서 얘기하자"
결국 저쪽이 데이 서비스에 연락을 하고, 이쪽이 유치원, 그리고 그런데다 초등학생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서 어떻게든 홀에 들어갈 정도의 인원으로 끝내는 모양이다.
제한없이 나오는 인간과 대면하고 싶지 않으니까.
잇시키는 나를 포함한 소부 고등학교 멤버를 한곳에 모은다.
"어음, 저로서는 일을 분담하고 싶어요~. 의사록을 만드는 사람이랑 유치원에 가는 사람으로 나누고 싶은데요"
"거기는 보통 회장이 유치원을 가야겠지"
내 발언에 멤버는 살짝 끄덕이고 잇시키는 에엑 소리를 낼법한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마지못해 승낙한것처럼 휴대폰을 꺼내어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유치원에 사전에 약속을 잡는거겠지. 역시 난데없이 가서 얘기를 하는것도 캥긴다.
그보다도…………하아. 회의는 몇 번을 나갔으니까 익숙해져도 이래저래 지친다.
의자에 앉아 추욱 사지를 뻗는다.
문화제 실행위원회도 체육대회 실행위원회때도 상당한 숫자로 회의는 했을텐데 어째선지 참가하고난지 2번째인 이 회의는 어딘지 이전의 둘과 비교해 피로감이 쌓이는것처럼 느낀다.
왜 지치는걸까…………하고 있는건 대개 같은데.
그때, 살짝 손을 들어 오리모토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있잖아, 히키가야는 학생회 했었어? 왠지 꽤 익숙하지 않아?"
"안 했어. 이런 회의는 몇번 출석한것 뿐이다"
"헤~. 드무네"
확실히 드물긴 하다. 중학교때는 그런 회의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그럼 왜 돕는거야?"
"뭐, 부탁받았으니까"
잇시키를 학생회장을 하도록 만든건 나고, 돕는다고 말해버렸으니까.
"저기 있잖아"
"뭔데"
"얼마전에 본 여자애 둘 중에 누구랑 사귀는거야?"
무심코 나는 발로 차줄까 생각을 해서 발을 들지만 그럴 배짱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내려버린다.
이 녀석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내가 그 둘 중 누군가랑 사귈리가 없다…………그런 관계가 될 정도로 친한것도 아니고……애시당초 이미 봉사부를 그만둔 시점에서 관계는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머리속에서 힐끔힐끔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럴리 없잖아"
"그렇구나"
"게임밖에 안 한다는건 너도 알고 있는 주제에"
"그렇긴 하지만. 왠지 히키가야를 보는 눈이 그런 식으로 보였다고 할까, 분위기가 그렇게 말했다고 할까"
이 녀석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어느틈에 에어 리더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한거야? 그보다 그런 어플이 있으면 내가 갖고 싶다!
"거봐, 여자애는 연애같은데 민감하잖아"
"몰라"
"……뭐, 너는 둔하니까"
"하? 뭐라고?"
"딱히"
마지막 말을 못 들어서 되묻지만 오리모토는 나한테서 고개를 홱 돌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것과 동시에 약속을 잡았는지 잇시키가 돌아왔다.
…………뭐야.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0화
약속을 따낸 잇시키와 함께 커뮤니티 센터에 인접해있는 시립 유치원으로 향한다.
시립이라는것으로 학교에서 제안도 기꺼이 승낙해준 모양이라, 이런 시간에 약속을 해도 오히려 웰컴한 상태였던 모양이다.
유치원 문에 있는 인터폰을 누르고 사정을 얘기하니 바로 안으로 안내받는다.
이미 수업은 끝났는지 직원들은 유아들과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고, 작은 교실에서 블럭 쌓기 등을 하며 놀고 있지만 아까부터 보육원들에게 뭔가 소근소근 듣고 있다.
"왠지 나 환영받지 않는거 아냐?"
"선배, 눈이 위험한걸요……"
뭐, 유아로부터 보면 교복을 입은 언니랑 오빠는 무섭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하다못해 나에게 보일만한데서 소근거리지 말아줘.
"일단 여기서 기다릴게"
"그러는 편이 좋을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조금 앞에 있는 직원실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벽에 기대어 그대로 웅크려앉아 PFP를 하려고 생각했지만 옆에서 보면 수상함 Max로 밖에 안 보여서 경찰을 불리는것도 싫어서 결국 일어선채로 PFP를 하기로 했다.
역시 PFP는 좋네. 마음을 치유해준다. 하지만 유치원이라…………전혀 기억이 없다. 그 무렵에는 게임에 빠지지 않아서 제대로 된 평범한 애였는데 전혀 기억이 없어……어라?
필사적으로 유치원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분투하면서 PFP를 하고 있을때, 옷자락을 꾹꾹 잡아당겨져서 문득 고개를 드니 푸른색이 섞인 머리카락을 둘로 나누어 헤어슈슈로 묶은 여자애가 있었다.
"아. 케이카……였나"
"응. 인형 오빠 오랜만"
분명히 카와사키의 동생이었지……그런가. 여기 유치원에 다니나……그보다 나이 차이가 장난 아니지 않아? 10년 이상 차이나잖아.
"사짱이 안 와"
"그런가. 사짱은 이제 곧 올거라 생각해"
"……이름 뭐라고 해?"
"하치만"
"하군이다!"
왜 이 애는 이름의 첫글자를 따서 군을 붙이고 싶어하는거야……딱히 상관없지만 하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진건 처음이다.
"있잖아 있잖아"
꾸욱꾸욱 잡아당겨와서 하는 수 없이 PFP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어 케이카의 상대를 해주기 위해 그녀를 빙그르 그녀쪽을 돌아봤다.
"사짱이 말야. 하짱 얘기를 많이 해"
"헤-. 어떤 얘기인데"
뭐, 대충 예상은 되지만. 저런 사람을 보면 안 돼! 게임에 감염되서 마지막엔 살해당하니까! 같은 소리를 했겠지. 딱히 상관없어……슬프지 않다 뭐!
"응 그게 말야. 멋있대!"
무심코 미끌거리고 말았다.
대단히 엉뚱한 발언이 왔다. 기분나쁘다고 듣는다면 모를까 설마 그 정반대에다 평생 들어본적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말을 들을 줄이야……그보다 그 녀석, 집에서 나를 뭐라고 가르친거야.
"사짱이 말야. 인형을 꼬옥 안고 있어!"
"헤-"
설마 그 녀석에게 그런 취미가 있었을 줄이야……무서운 얼굴의 뒤에는 귀여운 얼굴이라는건가.
"케짱"
"아, 사짱이다!"
그렇게 불린 그녀는 파앗 얼굴을 빛내며 내 옆을 지나가 껴안았지만 바로 맞이하러 온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따뜻한 눈빛으로 케이카를 보고 안아올리는 카와사키의 모습이 있었다.
"……어, 어째서 네가 여기에"
"일이야"
그렇게 말하자 카와사키는 내 뒤를 엿보듯이 본 후에 나를 본다.
"유키노시타네는?"
아아, 그런가. 평소 내가 일이라고 하면 봉사부 일로 온거니까……어라? 그보다 나, 이 녀석의 앞에서 봉사부 일을 한적이 있었나? 왠지 타이시때는 나 혼자서 해결했던것 같은데……뭐, 봉사부에 유키노시타가 있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나.
"부활동은 이미 그만뒀어"
"……왜 또"
"그 뭐냐……책임 사임이라는거지"
그렇게 말하자 하아?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보다 너네집에서 여기는 멀지 않아?"
"요즘은 어느 유치원도 빈데가 없으니까 조금 먼곳이라도 어쩔 수 없어. 거기다 여기는 시립이라서 값이 싸고. 갈때는 부모님이 차로 태워주니까"
자녀 간소화 운운하는 이유로 유치원도 줄어든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뒤로 파닥파닥 발소리가 들리고, 뒤돌아보니 회의를 마친 잇시키가 직원실에서 나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문득 카와사키를 보니 교실 문을 열고 안에 있는 보육사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럼"
"아, 응. 또 봐"
그렇게 말하고 카와사키는 케이카의 손을 잡고 돌아갔다.
"아는 사람인가요?"
"같은 반. 그래서 어땠는데"
"네. 완벽해요. 참가인수도 정했고. 그저 조심해달라는 요망을 받았지만요"
"그야 그렇겠지. 유아를 맡고 있는 입장으로는 다치게 하면 배상 문제니까……돌아갈까"
그런고로 무사히 유치원 약속을 잡은 우리는 커뮤니티 센터로 돌아갔다.
다음날 종례 종료 직후, 나는 하품을 하면서 PFP를 하고 있었다.
어제 일단 결과는 냈지만 요만큼의 성과는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애시당초 할 일조차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지금 상황으로는 진행되지 않은거나 거의 같다.
유아들의 참가인수는 정했다. 하지만 유아들에게 뭘 해달라고 하나. 장소는 정했다. 일시도 정했다. 그럼 뭘 하지? 합동으로 하는 이상 카이힌 측이랑 정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애시당초 놈들이랑 회의를 하면 귀찮게도 회의가 확산될 뿐이다. 뭐가 부족하지? 대체 저 회의에 뭐가 부족한걸까. 옆에서 보면 무거운 회의로 보이겠지. 하지만 거기에 부족한것은 뭔가……어떻게하면 이 늦춰진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정도의 파츠를 찾을 수 있는거야.
"……힛키"
"아? 왜 그래"
"…………지금, 이로하를 도와주고 있지?"
어디에서 그런 정보를 입수한거야…….
"뭐, 그 녀석이 회장이 된건 내 책임도 있으니까"
"괘, 괜찮으면 말야, 봉사부에서"
"아니. 됐어"
유이가하마가 그 이상 말하는걸 막으니 어째선지 방금전까지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단번에 조용해지고, 우리들 쪽으로 시선이 집중한다.
"됐다니 왜"
"내가 잇시키를 학생회장으로 만든 책임을 지는것 뿐이니까. 그 책임에 봉사부를 말려들게할 수도 없잖아"
"그, 그치만 말야. 힛키 왠지 힘들어 보이고, 이럴때야말로 봉사부의 차례가 아냐?"
"됐대도. 딱히 봉사부에 상담한것도 아니고"
"하지만……하지만 힛키"
"됐다니까"
회의가 늦어지고 있는것과 피로가 겹쳤는지 평소 이상으로 어투를 세게 유이가하마에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놀란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지만 바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없이 교실에서 나갔다.
교실 녀석들의 시선이 더욱 짜증을 증폭시켜서 나는 PFP를 주머니에 찔러넣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 시간은 아직 이르지만 교실에서 나갔다.
밖은 공교롭게도 비. 나는 PFP를 수건으로 감고 가방을 매고 우산을 한 손에 들고 커뮤니티 센터까지 한손 운전으로 간다.
…………다음에 유이가하마에게 사과하러 가자. 멋대로 짜증내서 멋대로 화풀이를 해버렸다……그 녀석에겐 아무 책임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전거를 몰고, 역 앞의 주륜장에 세워두고 평소 가는 강의실이라고 쓰인 방으로 들어가니 초등학생같은 여자애가 한 곳에 모여있고, 그 속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츠루미 루미……임간학교에서 괴롭힘에 승리한 승리자다.
루미도 나를 깨달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지만 바로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이었는지 타마나와가 앞으로 나온다.
"지금부터 모두 함께 결정하자! 적극적으로 여러모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는 말하지만 뭘 할지조차 정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초등학생에게 오라고 해도라는 말을 듣는게 솔직한 기분이다. 어차피 타마나와가 초등학생의 의견도 듣는답시고 부른거겠지만.
"그럼 나중에 대응을 잘 부탁 해볼까"
타마나와의 부탁에 잇시키는 어려운 표정을 짓는다.
"어떡하죠"
"일단 필요한걸 하면 되겠지. 트리를 장식한다거나. 물건 사러가서 작업을 해달라고 하면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네요~. 하지만 트리 같은거 장식다는거 방해가 되지 않아요?"
"상자나 어디 넣어서 보존하면 되겠지. 일단 초등학생 쪽을 부탁한다"
잇시키에게 초등학생쪽을 맡기고 나는 타마나와에게 간다.
"타마나와"
"뭐지?"
"내용을 정하지 않으면 늦게 될거야. 일단 지금까지 기획안을 정산해뒀지만 대부분 다 쓸모없어. 시간도 부족하고, 어쨌든 예산이 부족해. 외부위탁은 무리라고 생각해주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그럼 그것도 다 같이 정하자"
무심코 크게 한숨을 쉰다.
이 녀석, 왠지 합숙때의 하야마랑 닮았어. 모두 사이 좋게……타마나와의 경우엔 뭘 정하려고 해도 모두 사이 좋게, 모두 함께 정하자는 녀석이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턱없는 소리 하지마. 스케줄도 밀려있어. 여기는 잇시키와 네가 얘기를 나눠서 전체를 결정해야해. 그러지 않으면 규모만 커지고 속은 엉망이 되버린다고"
"그건 안 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게 아니면 전체의 사기도 오르지 않잖아?"
"……그럼, 그 회의를 지금 당장 하는 편이 좋아. 하지만 지금 처음부터 시작하면 늦어.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아, 둘 모두가 참가하는걸로 회의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게. 그것도 다 같이 정하자"
오늘 제일 짜증을 느꼈다.
장식을 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감독역으로 한 명 남고 겨우 회의는 이번 행사에서 뭘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한 걸음 진행했지만 너무 늦은 한 걸음이다……대체 이 회의에 뭐가 부족한거야.
"그럼 얘들아. 이번 의제는 행사 주최에 대해서 생각하자. 제로 베이스에서 디스커션이니까 모두 적극적으로 발언해줬으면 좋겠어"
"역시 크리스마스다운걸 하는게 좋지 않아?"
"젊은 마인드를 집어넣는다면 밴드 같은거 아냐? 아니면 재즈나 성가대라던가"
한 손으로 의사록을 쓰면서 이전하고는 비교도 안 될정도로 올라가는 기획안을 메모하지만 그 대부분이 내가 정산한 결과, 부적격이라고 판단한것과 비슷한것, 혹은 거의 같은거라서 소부 고등학교 멤버가 찔끔찔끔 말하는 의견이 훨씬 현실미가 있다. 라고할까, 아까 말한거 잊고 있나?
"좋아. 대충 나왔으니까 다 같이 생각하자"
"잠깐 타임"
"왜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시간이 없다고. 그런걸 전부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획에 치여서 끝나. 아까도 말했지만 젊은 마인드라던가 넣고 싶다면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아를 주역으로 세워서 하면 돼. 그렇게 어려운 연극이나 재즈같은것 보다는 데이 서비스로 온 사람들이 더 좋을거야. 대부분이 손자가 있는 연령이니까 귀여움도 늘어나겠지. 유치원측에서 조심해달라는 요망도 달성할 수 있으니까"
"그 대안도 넣어서 생각할까"
타마나와의 그 한마디로 카이힌 측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결합시킬 생각인지 아까부터 영화가 어쩌니 뮤지컬이 어쩌니 이야기가 시작되버렸다.
겨우 알았다. 이 회의에는 부정이 없다. 뭐가 브레스트냐. 뭐가 부정하지 않고 화합해서 생각하자냐. 그저 다나순히 회의에서 뜨겁게 떠들어대는 자신을 좋아하는것 뿐이다……정말로 옛날 어딘가의 누구씨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서 짜증나는데도 정도가 있다. 자신에게는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이미 의사록을 정리하는 손은 멈춰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1화
다음날 같은 장소. 오늘은 회의가 열리는 일은 없어서 개인으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기로 한 모양이라, 모두가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내 생각은 정해졌다. 유치원아랑 초등학새애이 서로 손을 잡으면서 데이 서비스로 노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걸로 작은 물품을 선물, 그리고 마지막에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른다는걸 생각하고 있지만 아마 그것도 생각하자는 만능약의 아래에 주물러지겠지.
이미 나에게 할 수 있는건 없다. 남은건 행사가 눈 앞에서 와해되어 가는걸 보는 수밖에 없다.
문득 강습실 구석에서 혼자 작업을 하고 있는 루미의 모습이 보여서 기분전환으로 루미에게 가려고 하니 아무래도 작업은 끝났는지 PFP를 주섬거리고 있었다.
"여"
"읏! 하, 하치만……놀래라"
루미의 옆에 파이프 의자를 두고 옆에 앉아 화면을 쳐다보니 몬헌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꽤나 진행했구나"
"응. 하치만의 동영상을 찾아내서 봤더니 가능했어"
그러니까 왜 내 지인은 다들 나를 특정하는거야?
"하치만은 정말로 대단해"
"그런가?"
"응. 멋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듣고 루미를 쳐다보니 마침 시선이 마주쳤다.
"아, 딱히 이상한 의미는 아니야"
"예이예이"
어째서일까……루미의 분위기가 유키노시타로 보인다.
게임을 하고 있는 루미의 허리는 쭉 펴서, 어딘가 말하는걸 꺼리게 하는듯한 차가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어서 그 모습은 흡사 유키노시타 그 자체다.
"작업, 끝났나"
"응. 이런 작업은 스테이터스 배분이랑 비교하면 간단해. 왜냐면 그림 형태대로 자르면 끝인걸"
"알아. 스테이터스 배분이랑 비교하면 인생은 편한거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어윽. 동류에게 처음으로 부정당했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없어?"
"그 사람?"
"임간학교에 있던 머리 긴 사람"
아아. 유키노시타 말인가.
"의외로 기억하고 있네"
"……그 날부터 바뀌었는걸"
그야 그런가. 나도 처음 받은 게임의 개시시간과 클리어시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왠지 지금 하치만은 힘들어보여"
"내가?"
"응"
그렇게 말하고 루미는 PFP의 전원을 끄고 나를 쳐다본다.
"임간학교때 하치만은 왠지 늘어져 있었어. 하지만 지금 하치만은 야무져보여……하지만, 얼굴은 왠지 힘들어보여"
그건 좋은 일이 아닐까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기본이 늘어져있는 내 기준으로 보면 야무져보인다는건 상태이상같은거니까.
힘들어보인다…………유이가하마에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지. 힘들어보인다고.
"……돌아갈까"
"있잖아, 하치만"
"응?"
"…………게임에서 친구는 중요하지"
"……훗. 어설프네. 내 수준이 되면 친구 따윈 없어도 이겨"
그렇게 말하자 우엑, 같은 얼굴을 하며 루미는 PFP로 시선을 돌린다.
친구라………….
2시간 후, 이미 초등학생은 돌아가고 남아있는 우리는 서류 정리를 하고 있지만 카이힌 측은 아직도 뜨겁게 디스커션을 하고 있어서 화이트 보드에는 대량의 글자가 쓰여있다.
우리 부회장이 몇 번이나 전자 계산기를 두드리고는 크게 한숨을 쉰다. 카이힌 측에서 제시된 기획의 예산을 확인하고 있겠지만 이도 저도 죄다 예산 오버. 혹은 아슬아슬한것이 많다. 깎으려고 해도 회의로 정하자고 해서 결국 이쪽 측에서 담아두며 한숨을 쉬는 수 밖에 없다.
"더는 할 것도 없으니까 돌아가도 되지 않아?"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시계를 보고 으응, 신음짓는다.
"그렇네요. 슬슬 돌아갈까요"
"그럼 먼저 갈게"
"수고하셨어요-"
한발 먼저 강습실에서 나와 밖으로 나오니 연말도 가깝다고 해서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이 들려오고, 시야에는 커플이 시시덕거리는게 눈에 비친다.
올해 연말은 수수하게 바쁘다. 크리스마스 랭킹이니, 크리스마스 한정 던전이니, 크리스마스 한정 장비니……죄다 크리스마스구만. 응.
스스로 적당하게 납득하면서 주륜장으로 향하려고 하지만 오늘은 아침은 비가 내려서 버스와 전차로 왔었다는걸 떠올리고 한숨을 하아 내쉬고 개찰구로 향한다.
문득 에스컬레이터로 눈이 가서 별뜻없이 그쪽을 쳐다보니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포착하고 말았다.
추운듯이 목 주위에 머플러를 고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그쪽도 깨달았는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본다.
"…………안녕"
"아아…………"
가는 방향이 같은지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퇴부서를 낸 그날이래로 유키노시타와 만나는건 오랜만이다.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만나고,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만날 수 없는건 게임이든 현실이든 같군.
"……잇시키의 일, 돕고 있구나"
어딘가 평소와 비교해 패기가 없는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머리속에서 반향한다.
마치 해선 안 되는 것을 지적받은 것처럼.
"그 녀석을 학생회장으로 추천한건 나니까…………그 책임도 있어"
"…………더는 돌아올 생각은 없구나"
"……퇴부서는 냈고, 봉사부를 공중분해직전까지 몰고간 내가 있을 자격은 없잖아. 거기다 네 자존심을 현저하게 상처입히고 유이가하마를 울렸다……그런 녀석이 있어도 부실 분위기를 더럽힐 뿐이야"
책임 사퇴라는 말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쓰레기 자식은 꺼져라는 매도폭언을 듣는데 나에게는 맞다. 그저 단순히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다정할 뿐이지 보통이라면 소외 당하고 괴롭힘 당하는게 좋은 꼴이다. 그런 다정함에 응석부려선 안 된다.
"그래……확실히 자존심을 상처입었어. 선거에 나와서 내가 이긴다는걸 알고 있는 짜고치는 레이스인데 노력하는 내가 바보같아질 정도로……내가 입후보하는걸 빨리 말하지 않았던 책임도 있어…………하지만"
그때, 내 손에 문득 따뜻한것이 닿은걸 느끼고 손을 쳐다보니 유키노시타의 가늘고 희고 예쁜 손가락 하나하나가 손가락을 감듯이 만지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깨달아줬어. 그걸 메우려고 너는 노력했어. 그러니까 잇시키 이로하가 학생회장이 됐어……네가 부서버린 봉사부도 수복했어……틀린거 있니"
"…………"
자신의 실수를 수복하는데 남을 의지해선 안 된다. 그런 당연한 것을 나는……나는 실제로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부수고 그대로 방치해서 퇴부하는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낫기만 할 뿐이지 틀린건 틀린거잖아"
"그래……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언제라도 기다릴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역의 인파속으로 사라져간다.
유키노시타가 사라지고나서 나는 조금 하늘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서 있었지만 조금 걷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인파에 섞이면서 보도를 걸어간다.
어쩌면 좋지……어쩌면 크리스마스 행사를 개최할 수 있지. 오히려 이 늦어버린 상황 속에서 어떡하면 늦어진걸 되돌리면서 타마나와에게 회의로 몰고가지 않고 할 수 있나.
"히키가야"
"헤? 어라, 히라츠카 선생님"
갑자기 이름을 불려서 차도를 쳐다보니 프론트가 길다란 인상을 받는 검은 스포츠 타입의 차에서 고개를 내미는 선생님이 보였다.
"뭐하고 있나요?"
"음. 행사까지 일주일 남았으니까 상태를 보러 가려고 했더니 벌써 끝났지 뭐냐. 돌아가려고 했더니 교복이 보이길래 얼굴을 봤더니 너였다는거지"
"하아……"
"바래다주마. 타거라"
아니, 됐는데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뒤로 차가 오는게 보여서 마지못해 올라타자 미터와 조작부근은 알루미늄과 메탈릭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뭐야 이거. 그보다 원박스카가 아니었나……아무래도 좋아.
선생님에게 나의 집 위치를 말하자 차는 조용히 구동음을 내면서 움직인다.
"조금 들렀다 가도 되겠느냐?"
"하아"
할 일도 없어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게임을 기동시키자 이미 크리스마스 던전은 모두 클리어 마크가 붙어있고, 나와있는 스테이지도 클리어해서 할 일이 없어서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PFP를 기동시켜서 달칵달칵 평소처럼 만진다.
조금 지나자 차가 멈춘걸 느끼고 밖을 쳐다보지만 어두운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선생님이 차에서 나가는걸 따라 나도 나가자 문득 바다내음이 났다.
여기는 됴코만……으로 가는 다리 위인가.
"어떠냐, 상태는"
"……뭐어, 상당히 최악이라고 할까요"
"호오. 어떤 식으로 말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회의를 하기만 하지 해답이 나오지 않아요. 저쪽은 무슨 일이든 죄다 회의로 모두의 의견을 듣고 정하고 싶어하고, 이쪽은 이쪽대로 기동만 해서 잇시키와 멤버와 거리감도 묘하게 벌어져 있으니까 그게 쓸데없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할까요…………"
회의를 거듭해 의견을 듣는것으로 나만이 정하는것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손에 넣고 싶은거겠지. 나도 그렇게 한다. 자신의 판단만으로 정하지 않고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그걸로 판단한다. 그것이 가장 실패했을때 회복하기 쉬우니까……타마나와의 경우엔 지나친다고 생각하지만……오히려 그게 올바른걸지도 모른다. 회장이 된지 얼마 안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납득도 간다.
"과연…………히키가야. 너는 사람을 잘 보고 있구나"
"……그런가요"
"남의 싫어하는 면에 민감해. 너는…………그러니까 너는 토츠카를 돕고, 초등학생을 돕고, 잇시키 이로하를 도왔지……싫어하는 면을 보아온 인간은 동시에 남의 좋은 면도 민감하게 느껴. 특히 너는 현저하게 그래.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 둘과 함께 있어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둘은 너의 좋은 면을 느끼고 있던거야"
"…………"
"하지만 너는 느끼기만 하지 이해를 하지 못해. 그 사람의 분노나 슬픔, 그러한 것을 너는 모두 셧 아웃하고 있어.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결과적으로 상처입히고 말았다…………히키가야. 튕겨내지 마라. 모든걸 받아들여라. 거기서부터야……모든걸 받아들이고나서 겨우 이해를 할 수 있어"
"논점이 바뀌지 않았어요?"
"바뀌지 않았어. 처음부터 둘에 대해서 묻고 있었어"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둘을 상처입히고, 그 책임을 지고 봉사부를 그만뒀다……세상 사람들이 보면 그건 지극히 평범하다고 밖에 보이지 않겠지.
"히키가야. 전에도 말했지만 책임지는 방법은 그만두는것만이 아니야…………계속 옆에 있는것도 나는 하나의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이번 경우는 그렇지만 말이다"
……상처입혔기에 사라지는게 아니라, 상처입혔기에 계속 옆에 있으라는 말인가…… 옆에 있는것 만으로 상처입히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그만둔다는 결론을 냈다.
"상처입혀버렸지만 그렇기에 계속 곁에 있어서 그 상처를 달랜다……그건 좋은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자신의 실수라는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잖아요"
"그렇군…………하지만 혼자서만 질 수 없는 일도 있다……자신의 실수를 혼자서만 회복할 필요는 없어. 할 수 없다면 의지하면 돼. 어른도 그래. 부하가 실수를 하면 상사가 그걸 꾸짖고, 회복시키지만 부하 혼자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때, 상사도 함께 사과를 하겠지. 그거랑 비슷하다. 혼자서 수복할 수 없다면 누군가를 의지해서 물어보면 된다. 무엇이 안 되는지,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건 가족이고, 친구이기도 해……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차에 기대는걸 그만두고 문을 연다.
"고민하고 고민해라. 모른다면 누군가를 의지하면 돼"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보인다.
방금전까지 꽂히듯이 불고 있던 한풍은 더는 불지 않았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2화
다음날 방과후, 나는 봉사부의 문 앞에 있었다.
결국 어제는 생각하느라 거의 자지 못하고, 오늘 하루 자던 탓일까 지금은 심하게 의식이 또렷하다.
어제 하루 생각한 결과, 나는 결론을 냈다. 힌트는 이미 받았다. 남은건 나 나름대도 답을 내고 그걸 그녀들에게 제시하는것 뿐이다. 왜 내가 이 공간에 머물렀는지, 왜 부숴버린것을 필사적으로 수복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이 이렇게나 힘든건지. 그것들의 대답은 모두 여기에 있었다. 나는 눈 앞의 진실을 깨닫지 못했다.
문을 가볍게 노크하려고 했을때.
『유키농은 말야, 어떻게 생각해?』
유이가하마의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서 저도 모르게 노크하는걸 그만뒀다.
『……뭘 말이니』
『힛키가 없어진거 말야』
『……부원이 한 명 줄어든것 뿐이야』
『……나는 슬퍼』
……유이가하마.
『힛키는 말야. 늘 게임게임거리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불평을 하면서도 생각해줬고, 힛키가 아니면 해결 못했던 일도 있었잖아…………확실히 힛키가 이로하의 의뢰를 받고나서 여러모로 위험한 일도 됐지만……결국은 고쳐줬어……나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
『유이가하마. 그건 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어째서 그때, 힛키를 막지 않은거야?』
『우리에게 그를 막을 자격따윈 없어. 그는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 퇴부했어……그대로 여기에 있어도 그는 힘들어 할 뿐이야. 우리가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전처럼 말했다면……히키가야는 분명 고민할거야……그러니까 나는 그가 그만둔다고 말했을때 막지 않았어』
『…………나는……만약, 내가 유키농의 입장에 있었으면 힛키를 막았을거야』
부실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힛키랑 일대일로 얘기해서 많이 화내고 많이 말하고……그래서 많이 힛키에게 사과를 받고……그래서 나는 끝냈을거라고 생각해』
『그건 선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네 선택도 내 선택도 틀린것은 없어……뭐가 정답이니 하는건 지나고나서가 아니면 모르는거야』
『그럼 유키농은……지금 어떻게 생각해?』
유이가하마의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생각하고 있는건지 부실에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게 됐다.
『……모르겠어』
의식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놓쳐버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모르겠어. 그때의 선택이 올발랐는지 아닌지…………그를 용서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두 가지가 있어서……어느게 정답인지 나는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때, 힛키에게만 맡기지 않고 나도 뭔가 도왔으면 좋았던게 아닐까……그저 단순히 나, 힛키에게 응석부리고 있던것 뿐이었어……어딘가에서 힛키라면 해줄거라고 생각했던걸지도 몰라…………그러니까 나……지금 봉사부는……』
거기부터의 말은 마치 말하게 하고 싶지 않은듯이 세게 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평소 정위치에서 유이가하마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유키노시타는 책상위에 문고본을 올려두고 있었다.
조금 오지 않았던것만으로 심히 그립게 느낀다.
"힛키……"
"…………조금 얘기를 하고 싶어. 괜찮겠어?"
지금까지 고개숙이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걸 승낙을오 본 나는 둘에게 대면하듯 조금 떨어진 위치에 의자를 두고 앉는다.
"…………나는 초등학교때 괴롭힘을 당했어"
그렇게 말하고 한박자 두고나서 얘기를 한다.
"정말로 갑작스러웠어. 어제까지 평범하게 얘기나누던 녀석이 괴롭히는 측으로 섰어……그러니까 나는 게임으로 도망쳤어. 누구하고도 얘기 하지 않아도 돼. 상처받지 않아도 돼……우정이니 청춘이니 하는건 단순한 버그라고 생각해서 계속 게임에 빠져들었어. 그러니까 줄곧 혼자 있었어. 친구 따위 만들지 않고, 어디에서 나 때문에 관계가 붕괴해버리든 그런건 관계 없다며 보내왔어…………하지만…………"
머리속에선 그보다도 먼저 말이 나오고 있는데 둘을 보고 말을 하려고 하자 마치 말하는걸 잊어버린 것처럼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말해버려도 우리들의 관계가 바뀌는건 아니다. 도리어 나쁜 방향으로 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움직인다.
"봉사부에 들어가고나서 달랐어……처음에는 귀찮다고 밖에 생각 안 했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와서 정해진 시간까지 있어야만 했고…………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됐어. 이젠 그곳에 있는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느끼게 됐어. 줄곧 방과후에 여기로 와서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와 대화를 하고 시간이 오면 돌아가고 의뢰자가 오면 함께 해결책을 생각하고……그런 매일을 보내는게…………즐거웠어"
그 한마디에 유이가하마도 유키노시타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유이가하마의 말에 딴지를 걸거나 유키노시타의 말에 내심 상처입거나, 고민상담 메일로 함께 생각해서 답신을 하는…………그런 매일이 즐거웠어. 너희와 함께 있는 시간이, 이 공간을 좋아하게 됐어…………그러니까……결국 나는 그래선 부족해져서…………"
서서히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는 뜨거워지고 목은 말라온다.
"……원하고 있었어…………전부터……훨씬 전부터 버렸던 친구나 청춘이나 인연이나 우정이나 여자친구나 친구나……누군가와 쉬는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게임 얘기를 하거나, 친구와 싸우거나……………게임처럼 얄팍한 가짜가 아니라 만지면 상처입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즐거운 일도 나에게 주는것…………나는………나는 그런 진짜를 원했어"
목소리가 떨리는걸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둘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만 시야가 흐릿하게 변해서 제대로 둘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그 이상 더는 목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상처입는걸 두려워서 모든걸 버렸을터인 청춘이나 우정같은걸 한번 더 원하는건 주제넘을 짓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버려놓고서……하지만 그래도 나는 한번 버린 청춘이나 우정을 원한다. 그런걸 나는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에게 바라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답.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 나온 답.
하지만 늦었다……그 답은 잇시키의 의뢰를 할때 냈어야 했다. 이미 둘을 상처입힌 후에 내야할 답이 아니었다.
유키노시타는 아무 말없이 슥 일어나서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오고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네가 말하는 진짜가 뭔지 몰라…………하지만……알 수 있는건……나도 너랑 마찬가지로 셋이서 보낸 시간을 좋아해……네가 말하는 진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진짜는 이거라고 생각해"
"…………진짜야. 다같이 보내온 지금까지는……왜냐면 그렇지 않으면……슬프잖아"
유이가하마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는다.
"나도 힛키랑 유키농이 말하는 진짜는 뭔지 모르겠지만…………나는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은 진짜라고 생각해. 힛키가 말하는 청춘이나 우정도"
"…………둘에게 의뢰가 있어……이젠 나 혼자서는 어찌할 수도 없어……너희들을 의지하고 싶어"
나는 둘의 손을 굳게 잡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둘 모두 동시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리고나서 30분 후, 우리는 회합이 열리는 커뮤니티 센터에 있었다.
지금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에게 지금까지 정리해온 의사록을 보여주고 사정을 얘기하니 유이가하마는 고만고만한건지 아까부터 쓴웃음을 짓고 있고 유키노시타는 허술하기 짝이없는 기획서에 한숨을 쉬었다.
"잘도 이런 기획서로 끈질기게 회의를 했구나"
"라고해도 저쪽이 회의니 뭐니 시끄러웠어"
그쪽에 있는 타마나와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한다.
이미 두 명의 새로운 헬프 요원을 넣었다는건 타마나와에게도 잇시키에게도 말해뒀으니까 특별히 문제는 없다.
"……그 이전에 이 기획은 합동으로 할 필요는 있니"
"헤? 그치만 이건 합동으로 하는게"
"같은걸 두 고등학교가 해도 의미는 없어. 각각 특성이라는게 있는데 일부러 그걸 망가뜨리는 짓을 해도 소용이 없어"
"그런가! 다른 학교가 하니까 그 차이가 나와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이 회의에 없는건……부정이네. 브레인스토밍은 확실히 회의방법 중 하나지만 나온 정보를 상세하게 종합하는게 필요. 하지만 이 회의에는 그게 없어. 말하자면 이건 유사행위야. 브레인 스토밍은 남의 의견은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명백하게 불가능한건 부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는 일은 없어"
…………그래. 왜 깨닫지 못한거야. 지금까지 나는 합동이라는 말이 머리속에 남아서 저 녀석들이랑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으니까 이렇게나 성가신 회의가 계속된건가……그렇지. 합동 행사라고 해도 하나의 행사를 두 학교에서 정할 필요성은 전혀 없다.
"이건 네가 할 말이 아니니. 지금까지 함께해온 네가 말하면 저쪽 학생회장도 납득하지 않을까"
"그렇군……"
"그럼 시작할까"
강습실에 타마나와의 목소리와 손을 치는 소리가 울린다.
"얼마전에 브레인스토밍을 받아서 내쪽에서 안을 생각해봤어. 레듀메를 만들어봤으니까 읽어줬으면 좋겠어"
배포받은 개요를 펼치고 내용을 쳐다보지만 얼마전 회의에서 나온 가스펠이니 찬미가니 연극이니 박아넣어서 이젠 키메라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대단히 휘황찬란한 기획이 쓰여있다.
왠지 그냥 일종의 유원지로구만……어디를 봐도 즐거울것 같은게 있다고 하는……확실히 수를 늘리면 한가함을 느끼게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럼 바로"
"저기 말야. 잠깐 괜찮겠냐"
손을 들어서 그렇게 말하자 타마나와를 포함한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뭐지?"
"……이 기회니까 말할게……현실미 너무 없지 않아?"
개요에는 엉성한 비용밖에 쓰여있지 않지만 세세하게 계산을 하면 상당한 액수의 예산이 필요해지고, 외부에도 발주한다면 시간도 걸린다.
요컨대 꿈같은게 아니라 실제로 꿈의 무대다.
"이만큼의 숫자라면 한가함을 느끼게 하지 않겠지만 상대는 데이 서비스의 고령자라고? 이런 테마가 정해지지도 않을걸 봐도 혼란해할 뿐인게 아냐?"
"그렇네.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너에게 다음 턴은 돌아오지 않아. 계속 내 턴이다!
"비용은 어떡할건데. 찬미가나 가스펠은 전부 외부 발주할거지? 거기다 그쪽 스케줄의 상황도 있잖아. 우리만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게 아니야. 여기도 저기도 크리스마스 행사를 개최하잖아? 그러니까 그걸로 올인하면 어떡할건데. 이쪽의 행사 개최일시는 바꿀 수 없잖아? 거기다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아는 어떡할건데. 연극을 시키려면 연습이 필요하지만 딱 봐도 날짜가 부족하고, 유치원 측의 조심해달라는 요망을 잊은거냐고. 그럼 여기는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아들에게 좀 더 간단한걸 시켜야해. 대사가 필요한게 아니라 노래 같은걸 해야하지. 거기다 이렇게 많은 행사를 기획하는건 좋지만 대기장소는 어떡할거야. 악기도 갖고 올테고, 관객도 있어. 3층 홀은 대충 봐도 100명이 들어갈지 말지 한 정도야. 게다가 데이 서비스의 도우미도 만약을 대비해서 옆에서 대기하지 않으면 안 돼. 어느 정도 공간에 여유는 필요하지 않아? 데이 서비스라고 해도 모두가 다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야.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1~2명 그리고 간호가 필요한 1~5명의 사람이 이용하고 있어. 그 중에서도 간호가 필요한 사람 3명 이상은 도우미가 있지. 딱 봐도 홀의 허용량을 넘어서잖아"
역시 이렇게 길게 말한건 처음이니까 말을 다 끝냈을 무렵에는 조금 숨이 찼다.
강습실은 시계바늘이 크게 울릴 정도로 조용해지고, 아무도 말을 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차가운 시선만은 어느 정도 날아온다.
"우리에겐 시간은 이제 없어…………그러니까, 한 가지 제안이 있다"
"뭐지?"
"그냥 합동으로 하는거 그만두지 않을래?"
이 회의에서 근본적인 실수는 두 고등학교가 손을 잡고 하나의 행사를 정한다는것에 있었다. 그러니까 한번 부딪쳐버리면 정체해버린 것이다.
"두 고등학교가 함께 하는걸로 시너지를 낳는"
"시너지 따윈 이미 없잖아. 있는건 회의 놀이뿐이야…………처음부터 우리는 잘못했던거야, 타마나와. 브레인 스토밍은 이번 행사에는 맞지 않았어. 나뉘어가는 의견 하나하나를 회의에 갖고 와서 거기서 또 나뉘어간다……그런 다람쥐 챗바퀴 놀이를 하는것보다도 보통, 초등학생이 할것 같은 안을 몇 가지 내서 어떤게 현실적이고 어떤게 이번 행사에 어울리는지를 정해야했어"
타마나와는 지금의 상태가 붕괴되는걸 우려하고 있는지 빠른 말로 나를 다그친다.
"기획의도랑 틀어졌고. 여기에 있는 모두와 그랜드 디자인은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
"기획의도는 전혀 틀어지지 않았어"
"두 고등학교가 합동으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한다……그게 기획의 의도였을거야"
"누가 두 고등학교가 하나를 하라고 했는데. 너는 그저 단순히 시너지를 꾀기 위해 그랜드 디자인을 공유하자고 한것 뿐이잖아. 그랜드 디자인은 말야……크리스마스 행사를 무사히 개최하고, 노인들을 즐겁게 하는거 아냐?"
아무도 반응하지 않고,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고, 누구도 나를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음~. 어려운건 잘 모르겠는데"
조용한 회의실에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울린다.
"똑같은것 보다는 다른걸 만들면 서로 고등학교의 장점을 알 수 있지 않아? 그치, 이로하"
"어, 아……네"
잇시키는 유이가하마의 물음에 겸연쩍게 대답을 하자 이번에는 유이가하마의 시선이 오리모토에게 향한다.
"어, 어때-?"
"어, 아, 으, 응. 괜찮지 않아?"
부정의 바다에 긍정이라는 물질을 낳으면 그건 폭발적으로 연쇄하고, 증식해가고, 이윽고는 부정의 바다가 긍정의 바다로 단번에 변한다.
겨우 길게 끌어진 회의가 끝났다.
후우,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앉지만 옆에서 느끼는 시선이 아까부터 엄청 따갑다.
"뭐야"
"하마터면 행사가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에요-"
"아니, 뭐라고 할까……쌓인 스트레스의 발산?"
"우으으-. 이제부터 어떡할거에요? 출발점으로 돌아왔다구요-"
"그래. 설마 이 남자가 0으로 되돌린다고는 생각 안 했어"
유키노시타는 게슴츠레한 시선을 나에게 보내면서 그렇게 말한다.
엥, 아까 나한테 말한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
"그치만 어떡할거야? 크리스마스 행사로 뭐할래?"
"…………그야, 너 본고장에서 배울 수 밖에 없잖아"
"본고장?"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렇게 말한다.
"……과연. 확실히 우리들이 하나부터 만드는것보다는 나을거야"
"어? 본고장은 어디인가요-?"
"그야 너, 연인들의 낙원……도쿄 디스티니 랜드일거 아냐"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3화
다음날 토요일 아침, 나는 아침바람부터 게임을 하면서 집합시간까지 느긋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빤 좋겠다~. 디스티니 랜드에 가다니"
"바아보. 노는게 아냐. 취재야 취재"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뭘 할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정하지 않아서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만한것을 찾으러 가자는고로 디스티니 랜드로 가게 된 것이다.
코마치는 물론 수험생이라서 자택에서 대기다.
"아, 그리고 오빠"
출발시간 10분전이 되어서 PF3를 정리하고 갈 준비를 하고 있을때 코마치가 말을 걸어서 뒤를 돌아보니 어째선지 허리에 손을 대고 나를 보고 있었다.
"코마치랑 약속조항. 오늘 정도는 여자애한테 상냥하게 대할것!"
"하아? 왜"
"됐으니까 응. 여자애의 반응을 제대로 봐야해. 놀이기구 쪽을 보고 있으면 가고 싶다고 말해서 그대로 데려가"
강제 헌팅 자식같잖아.
"암・튼・간・에! 배려할것!"
"예이예이. 그럼 다녀올게"
"선물 부탁해!"
적당하게 손을 흔들어 대답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합장소인 마쿠하리 역으로 가기 위해 가까운 역으로 향한다.
마쿠하리역은 전차로 20분 정도지만 역의 구조에서도 이미 디스티니 랜드 일색이 되어있는지 사전조사로는 시계 모양이 캐릭터였다거나 발차때 소리가 관련노래였다고 하는 모양이다.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마쿠하리에 멈추는 전차에 타서 20분을 PFP로 날린다. 얼마전에 잇시키의 의뢰로 응모한 카미하치인 나와 통신할 수 있는 권리같은걸로 모집한 인수가 5은 물론 10배 정도나 와버렸다. 성가셨으니까 적당하게 골라서 통신했지만……훗. 역시 다들 귀엽군. 숙련자 수준에 도달못한 녀석들 뿐이었다.
그 모두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리니 의외로 호평이었던것 같아서 정기적으로 해달라고 들어버렸다.
뭐, 정기적으로는 안 하지만……저건가.
창밖에 시선을 주니 디스티니 리조트가 보이고 주위에 커플들은 활기를 띤다.
가능하면 너네가 가주세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합동을 포기한 내가 안 갈수도 없어서 결국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했다.
목표인 마쿠하리 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를 나와 주위를 돌아본다.
분명히 개찰구를 나와 바로 근처라고 들었는데……
"힛키!"
그쪽을 쳐다보니 안내판 앞에 두 명이 서 있었다.
"얏하로-!"
"그 인사는 밖에서도 하는거냐"
"뭐어"
"잇시키는?"
"이로하는 저기"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니 역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잇시키, 그리고 그 뒤로 하야마, 에비나, 미우라, 토베 넷도 나오는게 보여서 무심코 고개를 피했다.
하야마는 아직 이해한다. 딱봐도 잇시키는 사랑하는 소녀니까……왜 에비나도 미우라도 토베도 있는거야……우으! 하, 한기가. 또 에비나XX에 당한다!
"왜 저녀석들이 있는거야"
"워, 원래부터 놀 예정이었으니까 겸사로 불러버렸어"
"불러버렸어가 아니잖아……딱봐도 돌봐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잖아"
"괘, 괜찮아! 볼 수 있어!"
"딱히 괜찮지 않을까. 우리들이랑 같이 있는 일은 별로 없을테고"
그건 암묵적으로 따로 행동할테니까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는거랑 같다.
뭐, 하지만 취재를 도와줄것 같으니까 딱히………….
갑자기 뒤에서 살기가 아닌 썩은기를 느껴서 조심조심 뒤를 쳐다보니 안경테를 반짝 빛내는 에비나가 후헤헤헷 불쾌한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었다.
"어, 얼른! 얼른 하야하이의 속행으으으으을!"
"배, 배리어! 배리어 치고 있거든!"
팔을 크로스 시키며 그렇게 말하지만 에비나는 움츠러들지 않는다.
"하야하치에 배리어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것도 있을까해서 복종이 아닌 히키가야 커스터마이저로 사이트 패치 넣었거든"
"블루 문레이!"
"크허억!"
얼마나 강력한 탄환이야, 하야하치. 그보다 이 드립 통하는거냐.
"뭐야, 히키니쿠잖아"
"아니아니, 유미코. 히키니쿠가 아니라 히키타니야! 엄청 웃긴다-"
둘 다 아니거든, 멍충아.
"슬슬 갈까요"
잇시키의 목소리로 입장 게이트 근처에서 어째선지 연간 패스포트를 갖고 있는 유키노시타를 제외하고는 당일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가지만 사진이 어쩌니저쩌니 하면서 파크 사람이 각각 순서대로 촬영해간다.
남자만, 여자만, 미우라와 잇시키와 하야마,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만 등 세세한 패턴으로.
"네-. 그럼 다음은 거기 남자애의 팔을 안아볼까요!"
파크의 사람이 그렇게 말한 순간, 어째선지 에비나가 코피를 뿜지만 그걸 무시하고 있으니 오른팔에 유키노시타가 안기고 왼팔에 유이가하마가 안겼다.
"어, 어이. 안지 않아도 잡으면"
"양손에 꽃이네-! ……칫"
어이. 지금 셔터음과 동시에 혀를 찼지. 혀를 차고 싶은건 나야, 멍충아. 라고할까 왜 이 둘은 아무 망설임 없이 껴안는겁니까.
그대로 앞으로 가니 겨우 공원 안으로 나와서 바로 눈 앞에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있다.
이거, 크리스마스 던전이라면 가장 먼저 로켓트 런처를 먹여서 날려버리는 녀석 있지……아니, 뭐어. 나지만. 왠지 쏘고 싶어진다고.
라고는 해도 취재하러 왔으므로 적당하게 크리스마스다운 부분을 찍듯이 카메라로 찰칵찰칵 찍어간다.
가까운 놀이기구부터 타지만 거기에서도 미우라vs잇시키의 구도는 변하지 않고 그 사이에 이따끔씩 들어가는 토베의 위치가 상당히 불쌍하다.
크리스마스 전이라 상당히 사람이 많고, 조금 방향을 실수하는것 만으로도 놓쳐버릴것 같다.
오늘 코스는 잇시키가 생각해준 모양이라, 대기 시간 등도 세세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어디에서 퍼스트 패스를 타니 여기서 놀이기구를 타고 시간을 버는 등 상당히 세세하게 정해뒀다.
그걸 따라 놀이기구에 타면서 행사에 참고가 될지도 모르는 부분을 사진으로 담아간다.
"다음, 판씨로 갈까"
탑승장에서 내렬와 예정표를 보고 있는 유이가하마의 지시대로 판시 놀이기구로 가려고 하지만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뒤를 쳐다보니 조금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다.
"어이, 괜찮은거냐"
"그, 그래. 조금 인파에 치인것 뿐이야"
"……헤맬것 같군"
크리스마스라는것도 있어서 주위는 사람, 사람, 사람.
그때, 손을 가볍게 쥐여져서 두근거리면서 돌아보니 유키노시타가 가볍게 내 손을 잡고 있었지만 본인도 그럴 생각은 없었는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뭐하는거야"
"네, 네가 손을 움직였으니까"
"엥, 내 탓이라니 위험"
"좀, 히키가야"
앞 쪽을 걷고 있는 유이가하마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뻔해서 황급히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고 사람을 피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쫓아가, 어떻게든 합류할 수 있었다.
위험해라. 이런데서 길 잃으면 합류하는건 고생한다.
"……히, 히키가야"
"응?"
"그, 그게……손"
그리 듣고 손을 쳐다보니 아까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고 있던걸 떠올리고 황급히 손을 놓는다.
"……미, 미안"
"따, 딱히……어쩔 수 없는 일인걸"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재빠르게 유이가하마의 옆으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는 내 심장은 크게 고동을 치고 있었다.
"아, 저기 아냐?"
판씨 대나무 파이트라는 연중 하고 있는 어트랙션에 타기 위해 줄을 선다. 아무래도 제트 코스터같은건 아니라서 와- 예쁘네~ 라고 말하는 계열의 놀이기구인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와서 탈것을 타지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왜 내가 유키노시타랑 유이가하마의 사이야"
"에- 괜찮잖아"
아니. 나는 됐다고요 딱히……토베를 생각해줘라. 잇시키랑 미우라에게 튕겨나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판씨를 타고 있잖아. 하지만 그게 에비나의 옆이라면 낫다. 모르는 사람이 사이에 들어있으니까. 토베, 웃고 있지만 울고 있거든.
"예쁘지, 힛키"
"그렇구만"
"조용히"
유키노시타에게 쓰게 듣고 우리는 마지못해 입을 다문다.
힐끔 유키노시타의 표정을 보니 어떤 경치도 놓쳐선 안 되겠다고 하고 싶은것처럼 주윌 180도를 구석구석 관찰하고 있다.
놀이기구 하나로 이렇게까지 집중할 수 있는 네가 대단하다.
판씨 월드는 5분 정도로 끝나서 탈것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니 묘하게 유키노시타의 분위기가 윤택이 나는것처럼 보여서 견딜 수 없다.
방금전까지 인파에 휩쓸린 녀석의 얼굴이 아니야.
"힛키. 그러고보니 코마치의 선물 괜찮아? 저기에 판씨 상품이 있는데"
"……뭐, 일단 보러 갈까"
"판씨라……유미코는 어떡할래?"
"나아 패스"
"라고할까 점심 엄청 붐비니까 줄서는 편이 좋지 않아?"
"그것도 그렇군……히키타니, 나중에 합류하자"
"아아, 미안"
하야마가 가면 미우라도 잇시키도 그에 따라가고, 에비나는 특별히 판씨에겐 흥미가 없는건지 둘과 마찬가지로 하야마가 있는 곳으로 향해서 우리는 판씨 상품이 다수 놓여져 있는 가게로 들어간다.
오른쪽을 봐도 판씨, 왼쪽을 봐도 판씨. 위아래를 봐도 물론 판씨 투성이다.
"그럼 코마치의 선물을 골라볼까"
"아아, 부탁해"
일단 판씨의 권위자이기도 한 유키노시타를 따라가자 인형 코너에서 멈춰서서 몇 개를 관찰하면서 가끔 손으로 잡으면서 선정해간다.
그렇게까지 진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문득 시야에 무슨 캐릭터인건지 강아지귀와 고양이귀 카츄사가 눈에 들어와서,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고양이귀를 유키노시타에게, 강아지 귀를 유이가하마에게 슥 올려줬다.
"히, 힛키?"
"……히키가야?"
"…………어울리네"
카츄사를 쓴 둘을 보면서 툭 그렇게 말하자 하나같이 둘은 얼굴을 붉히고 나한테서 시선을 홱 피한다. 뭔가 나 해선 안 될 소리라도 했나?
"저, 저기 히키가야. 이런건 어떠니"
유키노시타가 들고있는 산더미만큼의 판씨 인형 중에서 코마치가 기뻐할만한걸 적당하게 고르고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지만 아직도 둘은 고양이귀랑 강아지귀 카츄사를 쓰고 있었다.
"산거야?"
"뭐, 뭐어. 어때?"
"괜찮잖냐. 너 사브레 기르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풀어진 미소를 지으면서 강아지귀 카츄사를 만진다.
"…………"
"너도 괜찮잖냐. 너 그런건 좀처럼 하지 않으니까"
"그, 그래……"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만큼 표정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뺨을 붉히고 고양이귀를 만졌다.
흠. 코마치한테 배려하라고 들었지만 이런걸로 괜찮을까……지금까지 남을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뭐가 정답인진 모르지만.
밤이 되자 임해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무척이나 춥다.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에 한번 더 타고 가자고 해서 놀이기구로 향해 걷고 있었지만 올때와 비교해 피로가 쌓였는지 걷는 속도는 다들 느리다.
에비나와 유이가하마는 아까부터 꺅꺅꺅 거리고 있지만 체력에 자신이 없는게 틀림없는 나, 유키노시타는 둘이서 집단의 뒤에 위치하고, 잇시키와 미우라도 조금 지친 느낌이다. 라고할까 운동하는 하야마나 토베도 지쳐있는 모습인데 왜 저 둘은 지치지 않을걸까.
그때, 잇시키가 토베를 부르고 쏙닥쏙닥 작전회의를 하자 순간 토베는 싫다는 표정을 짓지만 잇시키의 진지한 눈빛에 밀렸는지 목덜미를 벅벅 긁더니 잇시키와 함께 하야마네가 있는 선두로 향했다.
문득 뒤를 쳐다보니 힘들다는 듯이 걷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괜찮아?"
"그래, 아직은 괜찮앗"
"어이!"
피곤한건지 다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부츠의 끝이 지면에 미끌려서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는걸 황급히 껴안듯이 잡지만 내 양손은 마침 유키노시타의 옆구리를 지나가서 옆에서 보면 포옹하는듯한 자세로 받아내버려서, 정진정명 껴안고 말았다.
처음으로 여자애를 껴안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키노시타를 껴안았기에 그런걸까 아까부터 맞은편에 들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장이 고동을 친다.
…………왠지…………응…….
"저, 저기……히키가야?"
"어……아, 미안"
조금 껴안고 있었는지 지금이라도 사라질것 같은 유키노시타의 목소리로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유키노시타를 놓지만 심장은 여전히 고동을 치고 있어서 제대로 유키노시타를 볼 수 없다.
뭐, 뭐야 이거…………역시 나 이상하네.
"……가, 가볼까"
"아, 아아 그렇군"
유키노시타에게 듣고 걸으려고 하지만 퍼레이드용 진로확보를 위해서인지 파크 직원같은 사람들이 로프로 진행방향을 제한하고 있었다.
"……어쩌지"
"가는 곳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합류할 수 있겠지. 일단 전화해둘까"
연락처를 펼쳐서 데이터 브레이커라고 표시된 유이가하마의 번호를 터치해서 전화를 걸지만 이 공원 내의 소음 탓인지 깨닫지 못한 모양이라, 7번을 콜한 후에 부재중 서비스로 이동해서 끊었다.
"못 듣는것 같으니까 멀리 돌아갈까"
"그래"
길을 헤멜 유키노시타를 앞에 두고 나는 조금 뒤를 걷는다.
밤이 되면 화려하게 라이트업된 놀이기구를 촬영하려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어서 꽤나 생각대로 갈 수가 없다.
문득 유키노시타가 있는 방향을 보고 멈춰서버려서 나도 그쪽 방향을 쳐다보니 판다 판씨의 인형이 상자에 들어있고 검은 모자를 쓴 파크의 캐스트가 뭐라 손님을 모으려고 소리지르고 있다.
"지금밖에 손에 넣을 수 없는 판다 판씨입니다-! 갖고 싶으신 분이 있으면 크게 손을 들어주세요! 저와 승부를 해서 이기면 드리겠습니다!"
…………왠지 엄청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군.
유키노시타의 두 눈은 이미 판다 판씨를 록온하고 있어서 움직일 기색은 없다.
"갖고 싶어?"
"따, 딱히 갖고 싶은건…………"
부정하려고 하는 유키노시타의 뒤로 핵미사일 버튼을 누를까말까로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것 같았다. 이 녀석 얼마나 고민하는거야.
"이기면 될거 아냐. 이기면"
"이길 수 있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게임에 관해서는 최강의 남자라고?"
"옷! 거기의 커플은 이쪽으로!"
커, 커플……뭐, 뭐어 둘이서 있으면 그런 착각도 당하겠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줄겁니가?"
"하아. 뭐어"
"좋네요-! 박수!"
왜 오사카의 거기도 치바의 여기도 캐스트들은 다들 하나같이 하이텐션인걸까. 그리고 왜 거기에 어울리는걸까……역시 캐스트에게 하이텐션의 차이에 끌려간건가?
"그럼 남친이 해줘야할것은 이것! 틀린그림 찾기 게임!"
그렇게 말하면서 눈 앞에 내밀어진건 아무리 보아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판씨의 인형.
"한 군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걸 1분 이내로 찾아내면 이 인형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남친분! 준비는 되셨나요!?"
"하, 하아"
"그럼 시작!"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서 놓여있는 두 판다 판씨 인형을 구석구석 쳐다보지만 특별히 차이다운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어둠을 보고 온듯한 어두컴컴한 눈, 모든것을 찢어가르는 날카로운 손톱, 날카로운 이빨……설마 등 뒤에 있는 씰의 차이인가?
두 개를 뒤로 돌려보지만 씰은 붙어있지 않다.
"남은 30초!"
이건 의외로 어렵네…………응?
문득 고개를 들어 캐스트 형씨를 보니 어딘가 위화감을 느껴서 인형이 아닌 캐스트 형씨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뭔가 수상해……캐스트의 공통 복장, 신발, 이어폰, 갈색 모자…………아……아니, 하지만……뭐어 판씨에게 차이가 있다고는 안 했으니까 되나.
차이점을 찾아내고 손을 들자 마이크가 휙 다가온다.
"자아, 어디가 다른가요!"
"형이 쓰고 있는 모자. 방금전에는 검은색이었는데 갈색이 됐어"
그렇게 대답한 순간, 미리 스탠바이하고 있었는지 모든 방향에서 캐스트가 나와서 폭죽을 터트리며 박수를 친다. 그걸따라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박수를 친다.
"축하합니다! 간파한 손님에게는 이 한정 판다 판씨를 선물합니다!"
판다 판씨를 캐스트 형에게 받아내자 더욱 큰 박수를 받는다.
박수를 받으면서 판다 판씨를 들고가서 유키노시타에게 건내주자 아첨꾼들이 휘파람을 분다.
일단 엄청 부끄러워서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나, 유이가하마네와 합류장소로 향한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4화
판다 판씨를 무사히 손에 넣은 우리는 조금 쉬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아까부터 유키노시타는 한정 판씨를 폭신폭신 만지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소를 짓고, 그걸 본 나는 두근두근 심장이 고동치는걸 감추듯이 음료수를 단번에 마신다.
뭔가 이상해…………뭐가 이상한건진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고마워, 히키가야. 설마 이런데서 네 그 쓸데없는 재능이 도움될 줄은 생각 못했어"
"쓸데없다니 심하구만"
"어머. 쓸데없다는것 말고 뭐라고 말하면 되겠니"
윽. 그리 들으면 아무 소리도 못해.
내가 아무 소리도 못하는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유키노시타는 입가를 판씨로 감추며 전신을 떨며 필사적으로 웃는걸 참고 있다.
"후우…………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한숨을 내쉰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한다.
……아마 유이가하마와 제 1차 싸움을 일으켰을때를 말하는거겠지.
"그때는 하루노 씨도 있었지……설마 여기에도 있는거 아냐"
"……있을것 같아서 무서워"
둘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고 하루노 씨같은 인물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있을리 없나"
"그러네…………초대면이면서 그 사람을 간파했으니까 놀랬어"
"지나치게 이상적이야. 미연시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랑 똑같아"
만화책이나 미연시 등에 나오는 메인 히로인 등은 100% 미인으로 그려진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만화나 게임에서 남자의 이상을 드러내면 인기가 좋다. 그러니까 못생긴건 절대라고 해도 좋을만큼 나오지 않는다.
"언니는 옛날부터 모두에게 사랑받아왔어. 뭐든지 다 해내서 칭찬받으며 자라서……나는 그 뒤에 줄곧 있었어. 인형처럼 조용히. 손이 가지 않는 애라고 들었지만 뒤에서 귀염성 없는애, 차가운 애라고 듣고 있는것도 알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비교당해버린다. 공부, 운동……그 모든것이 오빠나 언니의 그림자가 보인다. 뭐, 내 경우는 반대지만. 동생이 우수하고 오빠가 못났으니까 대체로 표면으로 내세우는건 코마치다.
새해 인사도 코마치가 하고, 학교에서 평가도 그 녀석이 높다.
"그야 겉밖에 모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어?"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잖아. 나라면 게임밖에 안 하는 히키니쿠. 너라면 차가운 애……그럼 유이가하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확실하게 말하는 인상은 다를거 아냐"
……왠지 나는 히키니쿠라고 들을것 같지만.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야. 패키지를 샀을때는 재미있어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미묘하다는 느낌이야"
"…………옛날부터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언니에겐 있어도 나에겐 없는걸 깨달았을때는 실망에 가까운 감정을 품었어. 왜 안 갖고 있는걸까 라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 이미 익숙해졌는걸…………너도 나에게는 없는걸 갖고 있어"
"내 기준으로 보면 너도 나에겐 없는걸 갖고 있어"
"그럴까…………하지만 언니도 너도 갖고 있지 않는걸 손에 넣으면……구원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무엇을, 이라고는 묻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유키노시타 자매의 관계는 복잡하고, 그녀의 가슴 속에 있는 생각도 이해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저 진짜를 원한다고 말한 이상…………나는 언젠가 유키노시타가 말하는 진짜라는걸 보고 싶다……그렇게 생각한다.
"슬슬 갈까"
"이제 괜찮아?"
"그래. 괜찮아"
일어서는것과 동시에 데이터 브레이커양에게 전화를 하고, 대충 집합장소 위치를 듣고 거기로 향하자 이미 퍼레이드도 끝났는지 손님수도 서서히 줄어들어가서 어느정도 걷기 쉬워졌다.
"아, 힛키!"
크게 손을 흔드는 유이가하마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자 조금 앞쪽에 하야마와 잇시키의 모습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토베, 미우라, 에비나의 모습이 보였다.
"퍼레이드는 찍었니"
"응! 완벽해!"
유이가하마한테 카메라를 받고 찍힌 사진을 보는 도중에 유키노시타는 분하다는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말해줬으면 퍼레이드 갔을텐데.
그때, 오늘 마지막 행사인 불꽃이 성대하게 쏘아올려지고 밤하늘에 여러 색의 큰 원형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주위에서는 박수가 들려온다.
그때, 문득 잇시키와 하야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불꽃이 쏘아올라갈때마다 서서히 둘의 거리가 가까워져가고, 더는 불꽃보다도 하야마네가 신경쓰여서 그쪽만 쳐다보니 마지막 큰 불꽃이 쏘아올려진 순간, 하야마가 잇시키로부터 떨어졌다.
마치 거절하듯이.
"좀, 이로하스-!?"
불꽃이 끝난 직후, 잇시키는 입가를 잡으며 뭔가를 눌러죽이듯이 인파속을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토베, 미우라, 에비나 셋이서 쫓아간다.
지금 그걸로 대충 알았지만 나는 하야마에게 간다.
"……여어"
"…………그런 표정을 지을거면 사귀어주지 그랬냐"
"그럴 수 없어…………거기다 이로하의 마음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정말로 너는 남을 바꿔가는구나"
"갑자기 뭐야…………너는 좋은 녀석으로 보여놓고 그거구만"
"그렇군……그거다. 잘 알고 있어"
"그런대로 친교는 있었어. 다른 녀석들하고는 질이 다르지만"
서로 '그거'에 대해서는 똑바로 말하지 않는다. 똑바로 말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
"먼저 돌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도 인파 속으로 사라져간다.
40분 후, 나와 잇시키는 모노레일을 타고 목적지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자신의 목적하던 역에서 내려, 아무래도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네 집에 자는듯 같은 역에서 내려갔다.
"역시 안 됐네요-"
"알고 있다면 가질마"
"들떠버린거라구요-………… 선배랑 유키노시타 선배를 보고 있으면요"
"하? 왜 나랑 유키노시타를 보고 들떠버린건데"
"음~ 그게 말이죠……저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요"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 이 녀석, 히키니쿠와 완벽초인의 슈퍼 하이브리드 학생회장이라도 될 생각인가?
"이 패배는 다음을 위한 포석이에요. 차였으니까 저에게 동정이 모여서……그래서……"
하야마에게 차인게 상당히 깊은 상처가 됐는지 잇시키는 고개를 숙이지만 작은 오열까지는 감출 수 없다.
"……후우"
"선배?"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잇시키의 머리에 손을 두고 코마치를 달래듯이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잇시키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그 뭐냐…………수고했다"
"……바보"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울상지으며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나서는 말없이 목적지 역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그건 파티 배럴을 탐하면서 코타츠에 들어가 게임을 하는 최고의 날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홀 안의 의자를 꺼내고 노인의 안내, 거기다 크리스마스 송을 부르는 유치원아, 초등학생들의 안내. 그리고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작은 선물을 들게하는 등 잡다한 일로 어제부터 일하고만 있다.
회의 결과, 소부고등학교 측은 적은 예산과 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일로 초등학생, 유치원아 합동으로 크리스마스 송을 간단한 산타 코스프레한 차림으로 메들리로 부른다는 간단한걸로 정했다. 산타 코스프레는 파티용품을 팔고 있는 가게에서 사온 값싼것을 사용했지만 의외로 유치원아에겐 호평이었다.
그저께가 졸업식, 어제가 휴일이어서 거의 준비는 다 됐다.
카이힌 측은 처음에 제시했던것보다도 어느정도 볼륨 다운했지만 외부에서 클래식 콘서트 출장 서비스와 카이힌 고등학교의 밴드를 가져온 모양이다.
손님의 반응은 꽤 좋았다.
"귀여워-! 역시 유치원아는 귀엽네요~. 선배"
"그러네-. 귀엽네-"
아까부터 잇시키는 무대 옆에서 미니 산타 클로스로 변한 유치원아와 사진을 찍으면서 뺨을 몽실몽실 만지면서 즐기고 있다.
무대 옆에서 힐끔 쳐다보니 하야마나 카와사키의 모습이 보인다. 카와사키는 케이카를 보러 온거겠지~……아까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자꾸만 확인하고 있고.
그리고 카이힌 고등학교측 연주가 전부 끝나, 산타클로스 모습의 유치원아와 초등학생이 일제히 무대로 올라가자 나이드신분들로부터 올라오는 환성, 그리고 찰칵찰칵 울리는 카메라와 녹화모드의 비디오 카메라.
너는 엄마냐.
피아노 반주를 틀어준 유치원 선생님이 연주를 시작하자 산타클로스들은 노래를 부른다.
그 속에는 물론 루미의 모습도 있다.
"좋네요……왠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흐응~…………"
초등학생이 부르고 있는 노래, 유치원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수제 작은 소품을 건낸다.
"여러모로 있었지만 성공했네요"
"그런가? 뭐어……합격점은 줄 수 있지 않겠냐?"
"솔직하지 않네요~. 실은 기쁘죠?"
……솔직히 말하면 기쁘다. 임간학교에서 도와줬는지 못 도와줬는지 몰랐던 루미의 그 뒷모습도 볼 수 있었고, 내가 정말로 원했던것도 자각할 수 있었고…………무엇보다 무사히 지금을 맞이한게 기쁘다.
"선배. 뒷정리는 저희가 치울테니까 돌아가도 되요"
"아니, 하지만 뒷정리 정도는"
"원래 선배는 외부인이구요. 괜찮아요. 여긴 학생회장인 잇시키 이로하에게 맡겨주세요!"
어째선지 묘하게 밀기가 센 잇시키에게 들어서 그에 달게 받들고 나는 한걸음 먼저 가방을 들고 커뮤니티 센터를 나오려고 1층까지 내려갔을때, 뒤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가방을 든 오리모토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엽.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에-"
"그렇게 싫다는 얼굴 보통 해?"
어쨌든간에 중간까지는 같으니까 딱히 상관없나.
밖으로 나오자 꽤나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코트 자락을 세우고 머플러를 틈새없이 매우듯이 두르고 주륜장으로 향해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기 시작하니 옆에 오리모토가 따라온다.
"저기 있잖아"
"뭔데"
"히키가야는 말야, 변했네. 옛날에는 그렇게 누구에게 대들지 않았잖아"
"……그야 몇 년이 지나면 나도 변하겠지"
봉사부에 들어갔으니까 그런거겠지……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상의 히키니쿠가 됐다.
"그치만 그립네~. 중학교 시절"
내 기준으로 보면 거의 즐거운 기억이 없는 중학교 생활이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오리모토 말고 별로 말한 기억이 없으니까 도리어 굉장하다.
"……그러고보니 말야, 졸업식 기억해?"
"졸업식? 아아, 내가 없는 상태로 학우 사진 찍은 그건가?"
"아니라니까……그보다 없었구나"
어흑. 그 자리에 있던 이 녀석마저도 눈치 못채다니 나는 당시에 얼마나 강력한 무시 스킬을 발동하고 있던거야. 지금은 그조차도 통하지 않는 녀석이 곁에 있으니까.
"무슨일 있었나?"
"……거봐. 고백했잖아"
그리 듣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확실히 졸업식 당일 아침에 오리모토에게 호출받고 고백받은 기억도 있지만 그 후에 오리모토의 친구가 나왔으니까 그거 벌게임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오리모토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나도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이쪽을 곧게 오리모토가 쳐다보고 있었다.
"했었지. 하지만 그거 벌게임이잖아?"
"……그게, 미안……새삼스럽지만 그런 짓을 해서"
"딱히 상관없지만"
"……그치만, 뭐 벌게임이 아닌것도 섞여 있달까나~ 진심으로 말한것도 있다고 할까"
"하?"
오리모토는 볼을 조금 붉히면서 나를 쳐다본다.
"…………라는건 농담! 히키가야, 그 얼굴 재미있어!"
아까전의 면목없어보이는 얼굴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푸하하하하 라며 배를 잡고 웃는 아저씨처럼 오리모토는 소리를 참지 않고 웃는다. 하지만 어딘가 그 미소는 오리모토의 평소 즐거워보이는 미소가 아닌, 필사적으로 짓는 미소라 지금 당장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을 감추려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 오리"
"말 안해도 돼"
이름을 부르려고 하니 오리모토에게 저지되었다.
"너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잖아? 옛날보다도 지금을 소중히 여겨"
"…………"
"너는 둔하니까 말야. 그 둘도 고생하겠지만"
"왜 고생을 하는데"
그렇게 말하자 오리모토는 기막혀하며 한숨을 쉬지만 곧장 미소를 지었다.
"후우. 뭐, 조만간 깨닫지 않겠어? ……그럼 나는 이쪽이니까…………바이바이"
"……아아, 또 봐"
그렇게 말하자 오리모토는 순간, 울것같은 표정을 짓지만 바로 평소짓는 미소를 지었다.
"또 봐. 히키가야"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졸업식날에 했던 고백은 아마 저녀석의 진심이겠지. 지금 듣고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가 나왔을때 그 놀란 표정은 정말로 놀란 얼굴이었으니까…………하지만 끝난 일이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페달을 밟는 힘에 힘을 넣으려고 했을때, 착신음이 울리고 화면을 쳐다보니 데이터 브레이커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여보세요"
『아, 힛키!? 지금 어디!?』
"어디냐니……커뮤니티 센터에서 나온 참인데"
『마침 잘 됐다~. 실은 지금 유키농의 집에서 크리파하고 있어! 힛키도 와!』
…………뭐어, 봉사부로서가 아니라면 딱히 상관없나.
"알았어. 그리로 갈게"
『오케이! 그럼 기다릴게! 아, 오는김에 다같이 할 수 있는 게임 있어?』
"있기는 있지"
『그럼 그것도 갖고와! 그럼!』
거기서 유이가하마의 전화는 끊겼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 게임 큐브 본체와 3인용 컨트롤러와 파티 게임을 가방에 집어넣고 유키노시타의 집으로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간다.
참고로 코마치도 불렀지만 수험공부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페달을 밟는 힘은 마치 기대라도 하고 있는것처럼 서서히 강해져가는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5화
몇분 만에 도착하여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홀에서 방 번호를 입력해서 인터폰을 누르자 잠시 유키노시타의 목소리가 들리고나서 자동문이 열렸다.
엘레베이터에 타고 15층을 누른다.
뭐라고 할까…………새삼스럽지만 나, 전에 유키노시타네 집에 잤었지.
그때 광경이 어째선지 지금되어 플래쉬백하고 묘한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목표로 하던 층에 도착해서 표찰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는 방 앞으로 가서 인터폰을 누르자 이번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고 문이 개폐되었다.
문을 열어보지만 안은 시커멓다.
"어이어이. 설마 없었습니다~ 라는 결말은 아니겠지……실례합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벽을 잡으며 걸어가 거실 문을 연 순간.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갑자기 불이 켜졌다고 생각하니 산타클로스 코스프레를 한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가 구석에서 나왔다.
…………왜 유이가하마의 코스프레가 그런 미니스커트 산타인걸까.
"이거봐! 나랑 유키농이 케이크 만들었어!"
"엥, 네가 케이크……폭발하지 않겠지"
"너무해!"
"괜찮아. 유이가하마는 테이블에 옮긴것 뿐이니까"
그거 같이 만들었다고 안 하잖아.
"그래서, 왜 너는 코스프레 하고 있냐"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홱 돌린다.
"……유이가하마가 남자애는 다들 좋아한다고 하니까"
……뭐, 뭐어 산타 코스프레는 좋은거지……특히 유키노시타와 갭이 더 좋다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어딘가 부끄러워져서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의자에 앉고 케이크를 자세히 보니 한 가운데에 우리 셋을 모방한듯한 설탕과자가 셋 놓여있다.
……진짜로 유키노시타의 요리스킬은 뭐야.
자세히 주위를 돌아보니 방 여기저기에 장식이 붙여져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반짝반짝 예쁘게 빛나고 있다.
"자, 얼른 먹자! 배고팠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파티 배럴 상자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치킨을 맛있다는듯이 중얼거리면서 보고 있다.
"그러네. 히키가야도 왔으니까"
"게임 갖고 왔는데"
"그것도 나중에 하자!"
그리 듣고 적당한데 게임기가 든 가방을 두고 앉으니 종이그릇과 컵이 놓여졌다.
탄산음료와 사과 주스, 오렌지 주스……잘도 뭐 이렇게나 샀군.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크리"
"메리 크리스마스"
유이가하마의 기운찬 목소리로 셋 뿐인 크리스마스파티가 시작되어, 치킨을 먹으면서 추억담을 꽃피운다.
"그러고보니 힛키는 봉사부에 들어가기 전에는 뭐했어?"
"게임밖에 안 했어. 그보다 너 나랑 같은 반이잖아"
"유이가하마의 눈에마저도 들어가지 않았구나. 옅은가야"
"맞으니까 할 말이 없다"
사실 2학년에 올라가고나서 처음 며칠 동안은 누구하고도 얘기하지 않고 그저 게임만 하고 있었으니까. OC에서 겨우 주위 녀석들이랑 대화하기 시작했지만.
"그러는 너도 교실에서는 존재감 옅잖아"
"어머. 나는 초청받는단다. 수학여행에서도 많은 조에게 초대받았는걸"
"뭐……라고"
나도 게임에서는 친구 신청은 썩을만큼 오지만 현실세계에선 친구 신청은 오지 않는거나 같다. 아니, 게임 친구 신청도 거의 안 받지만.
"그치만 말야, 여러모로 있었지. 지난 1년간"
이 1년간 정말로 여러가지로 있었다. 우선 내가 봉사부에 입부했고, 그 후에 유이가하마가 입부해서 토츠카를 도와주고 자이모쿠자를 돕고 카와사키를 도와주고……아, 그건 나 개인이 했던가. 그리고 문화제, 체육대회, 수학여행……그리고 학생회선거에서 공중분해 직전까지 가고 관계를 청산짓고 크리스마스 행사가 끝났다. 정말로 지난 1년간, 지금까지 없을정도로 바쁜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탄산음료를 꿀꺽 마시니 목이 타듯이 아팠지만 그것도 또한 여흥이다.
"그래. 여러가지로 있었어"
"…………"
소란스러웠던게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힛키"
"응?"
"자"
그리 듣고 건내받은건 예쁘게 포장된 작은 사각 상자.
"뭐야 이거"
"뭐, 열어봐"
그리 듣고 포장을 깨끗하게 벗겨서 상자를 열어보니 깨끗하게 접힌 한 장의 종이가 있어서 그걸 펼쳐보니 내가 이전에 유키노시타에게 냈던 퇴부서였다.
왜 퇴부서 같은게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안에 있는거야.
"그게……이제 슬슬 괜찮지 않을까해서. 돌아와도"
"……아니, 하지만"
"딱히 나는 이제 신경쓰지 않아"
"유키노시타……"
"고등학생일때 안 된다면 대학생때 하면 될 뿐인걸"
그거 괜찮은거냐고 딴지걸고 싶지만 그걸 하면 좀 더 카오스하게 될것 같고……여기는 둘의 다정함에 감사하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나.
나는 퇴부서를 찌익찌익 찢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걸로 내가 퇴부서를 냈다는 사실은 사라지고, 결국 또 봉사부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뭐어……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래, 잘 부탁해"
"힛키도 봉사부에 돌아왔으니까 게임하자!"
그런고로 게임 큐브를 세팅하고 전원을 키자 파티 게임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는 그 M이라고 쓰인 붉은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나오는 캐릭터들이 대집합한 게임이 기동했다.
"피코피코를 하는건 처음인데"
"엥, 게임 큐브 해본적 없어?"
"그래. 너와 달리 내 안에서 게임을 한다 = 상식이라는 등식은 없어"
유키노시타에게 하나부터 조작을 가르쳐주고 바로 프리 게임으로 배틀로얄 방식으로 미니 게임을 개시한다.
규칙은 A버튼을 누르면 발사되는 탄을 상댕에게 맞추면 된다고 하는 지극히 간단한 게임이지만 필드가 이상하게 변화한것으로 인해 조작성이 수수하게 필요해지는 것이다.
"아"
그 작은 목소리와 함께 유키노시타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떨어졌다.
"아-! 당했어……"
"……한번 더"
그런고로 한번 더, 같은 게임을 하지만 이번에는 스테이지에서 떨어지지 않는데 너무 집중했는지 유이가하마한테 한방 맞고 게임오버가 됐다.
참고로 두번 다 내가 이겼다.
"큭……이게"
3회전. 역시 요령을 얻었는지 스테이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탄을 발사하지만 아직 어색하다는것도 있어서 탄은 맞지 않는다.
이 녀석…………상당히 지기 싫어하네.
"뭣……지, 지금 그건"
"그야 너 벽에 쏘고 폭풍에 휘말리면 죽을거 아냐"
"다음은 다른거 하자~"
유이가하마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이번에는 유이가하마에게 게임을 선택하게 한다.
"저기, 힛키는 못하는 게임같은거 있어?"
"못하는건진 모르겠지만 정신쇠약은 싫어. 그리고 운이나 확률이 관계없는 게임도 별로 좋아하진 않아"
"예를 들면?"
"예를 들면……금붕어 뜨기"
"그거 게임 아니잖아"
"그리고 낚시도"
"그건 게임이라기보다도 오락이 아닐까"
정말로 금붕어 뜨기만큼은 못한다. 그 녀석들 자신의 의사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퍼도 종이를 찢고 수조로 돌아가버리니까. 그것만큼은 몇 년을 해도 코마치에게 연패중이다.
"이번에야말로 이길거야"
"절대로 이길거야……힛키한테"
"핫. 게임 KING인 나에게 도전하는건 100년이나 이르다는걸 보여주마"
"…………크아아아~"
……이런. 게임을 너무 해서 유이가하마가 잠들고 유키노시타도 잠들어서 마지막에 내가 전원을 끄고 잤던가……설마 그렇게까지 들뜰줄은 생각 못했다.
문득 눈을 뜨고 일어나니 방의 불은 모두 꺼져있고 유이가하마는 소파에서 쿨쿨거리며 기분 좋게 자고 있지만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주위를 돌아보니 발코니에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여"
"어머, 일어났구나"
창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지금까지 따뜻한 곳에 있었던 탓인지 조금 기분 좋게 느낀다.
"……미안하다, 학생회장말야"
"이제 됐어……너는 네 생각으로 잇시키를 도우려고 생각한거니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겠어"
확실히 나는 내 생각으로 잇시키를 도우려고 했다……하지만 그 생각 속에 봉사부도 넣고 생각을 했어야 했다. 잇시키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 그런 사태까지 가버렸다……더는 그런 일은 가능하면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나와 유키노시타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깬것은 유키노시타였다.
"얘, 히키가야"
"음?"
"…………언젠가는 봉사부는 사라질거야. 우리도 수험이 가까우니까"
"그렇군…………하지만 우리는 또 만날 수 있겠지"
설령 봉사부라는 틀이 사라져버려도 이세계에 사는게 아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있고, 연락을 해서 만나는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자연소멸하는것도 아니잖아. 그보다 저 녀석이 정기적으로 모이자고 말해올테고"
자고 있는 유이가하마를 가리키면서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살짝 미소짓는다.
"그래…………정말로 너는 남을 바꿔가는구나"
"……그럴까나"
남을 바꿔간다고하면 그 순간부터 나도 조금씩 바뀌어간거겠지.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있다.
슬슬 안으로 들어가려고 창문에 손을 대려고 한 순간, 뒤로 유키노시타가 껴안아서 머리도 팔도 전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버렸다.
"유, 유키"
"얘, 히키가야"
내 말을 가로막듯이 유키노시타가 말을 한다.
"언젠가 나를 구해줘"
"…………아아"
고동치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유키노시타의 손에 내 손을 겹치며 그렇게 말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6화
겨울방학, 섣달 그믐날, 정월……그건 1년간 잠들어있던 게임을 노호같이 올 클리어하기 위한 기간이며 결코 그해 마지막 날에 폭소하면서 제야의 종을 듣기 위한 날이 아니다. 라고할까 제야의 종은 시끄럽고 말야. 108 번뇌는 뭔데. 내 번뇌는 108식까지 있습니까냐. 108식째 번뇌는 뭔데. 에로냐? 에로인거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양손으로 자고 있던 UMD를 갖고와서 2대의 PFP를 구사해서 스토리만 간단하게 클리어해간다. 참고로 이거 전용 USB 메모리도 8G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양발로 PF3를 조작하고 태고의 달인 이제 곧 연말이야! 전원 집합! Ver 선곡을 두드린다.
평소라면 여기서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으로 식겁해하는 카마쿠라와 코마치의 시선이 꽂히겠지만 오늘에 한해서 그건 없었다. 어째선가, 그건.
"훌쩍……이젠 무리~!"
저런 느낌으로 아슬아슬하게 소부고등학교에 합격 못할것 같은 성적표를 보면서 소파 위에서 퍼덕퍼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정기시험이라기보다는 학력을 재는 실력시험인 측면이 있었던 모양이라, 편차치나 평균 등도 산출되어서 지망학교의 합격판정이 단계적으로 되어 있지만 그건 미묘했던 모양이다.
뭐, 일단 우리 학교도 현내 유수의 진학교 간판을 달고 있으니까.
"성적 안 올랐어"
"성적표 보여줘봐"
코마치한테 성적표를 받아들고 일단 게임을 중단해보니 딱히 비참한건 아니지만 끝 부분에 저번 시험과 점수비교가 쓰여있어서 확실히 별로 오른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뭐, 이과는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치더라도……문과 교과는 만점이 아닌건 힘들잖아.
"오빠야-! 어떡하면 오빠처럼 문과 교과목 만점을 받을 수 있어!?"
"게임 공략을 한 글자 틀림없이 풀 암기. 게임 스테이터스 배분을 보다 폭 넓게 전부 기억"
"아, 이제 됐어. 카뀨우우우우웅!"
치유를 얻기 위해서인지 코마치는 소파에서 누워있던 카마쿠라를 껴안고 뺨을 비비적거린다.
나, 이렇게나 수험생때 고민했던가……아, 나한텐 게임이라는 치유가 있어선가.
"오빠야!"
"아?"
"오빠는 코마치의 숨돌리기에 어울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왜……라고하고 싶지만 정월이라면 딱히 상관없어"
"얏호-! 과연 오빠!"
게임을 하고 있는 내 등에 안겨오지만 동생이 안겨와도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어차피 동생은 어머니랑 아버지의 피가 들어가고 성별이 조금 다른……아니, 대충 성격이 다를뿐인 나와 비슷한 녀석인 것이다.
그렇기에 동생의 속옷 따위는 단순한 천이다.
"적당하게 이익이 있을법한 신사라도 갈까. 이 부근이라면 아버지가 철야해서 간다던 카메이도텐진같은데 아냐? 소부선으로 갈 수 있고"
"아빠의 그런 구석은 기분 나빠"
그거 말하지마. 딸을 위해 철야를 해서라도 카메이도텐진에 합격기원하러 가는 아버지는 보통은 없다고. 하지만 엄마에게 저지당하지 않았다면 다자이후까지 가려고 했고……그에 비해선 나때는 차가웠지만 말야. 나만 정월 세뱃돈은 주지 않고.
"음~. 코마치 기준으로는 고등학교에 가까운 곳에 있는 신사가 이익이 있을것 같은데"
"그런거 없어……하지만 그런거라면 센겐 신사같은거 아니냐?"
"오~. 맨날 축제하는데"
"맨날 하는거 아냐. 네 머리속은 에브리데이 페스티벌이냐"
어디의 48 카츄샤도 아니고……에브리데이 페스티벌로 말하자면 1일부터 3일간 연속으로 한정 던전이 배신되지. 물론 공략하러는 갈거지만 올해 1년도 잘 부탁한다는 면이 강하니까 편한 스테이지겠지만.
"그러고보니 오빠야"
"아?"
"유키노 언니하고는 안 가?"
"그흑!"
게임을 중단하고 코타츠 위에 올려둔 컵에 넘실넘실 따라뒀던 오렌지 주스를 한입 마신 순간, 코마치가 말한 소리에 놀라버려서 기관지에 오렌지 주스가 들어가서 캑캑거렸다.
이, 이 녀석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그보다 왜 거기서 유키노시타가 핀포인트로 나오는거야.
"오빠야, 유이 언니나 유키노 언니하고 사이 좋잖아"
"쿨럭! 저기 말이다, 코마치. 그쪽도 집안 사정이 있다고"
"아, 그것도 그런가……전화 왔어"
"아?"
그 말을 듣고 코타츠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잡아 화면을 쳐다보지만 등록되지 않은 번호같아서 이름이 아닌 번호만이 표시되어 있었다.
장난 전화인가? 내 기준으로는 씁쓸한 경험이 있으니까……뭐, 됐나.
"네. 여보세요"
『안녕. 히키가야』
"…………엥, 왜 네가 내 번호를 아는거야?"
설마했던 상대는 유키노시타였다.
『유, 유이가하마한테 들었어……』
"아, 아 그래……그래서, 무슨 일?"
『괜찮다면 말인데……첫 참배라도 가지 않겠니. 코마치도 불러서』
"코마치-! 유키노시타가 첫 참배 가자고 하는데"
"갈래-!"
"그런고로 갈게"
『그래……센겐 신사 부근이면 어떠니』
"마침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나서 유키노시타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통화를 끊은 후 속공으로 통화이력의 제일 위에 있는 번호를 연락처의 유키노시타 란에 등록했다.
올해는 아무래도 소란스런 연말이 될것 같다.
1월 1일. 근하신년……나는 평소대로 철야로 게임하고 있었지만.
하품을 눌러죽이면서 사람으로 혼잡한 전차에 흔들리길 몇 역. 인파에 맡겨 전차에서 토해지듯이 나와 그대로 개찰구를 나와서 인파에 올라타면서 매끄러운 언덕을 내려가자 센겐 신사의 토리이가 보인다.
유키노시타와 약속으로는 토리이 근처라고 들었을 것이다.
"아, 저기 아냐?"
그리 듣고 코마치가 걸어가는걸 따라가자 경편 니트에 베이지 코트, 긴 머플러를 목에 감고 있는 유이가하마와 그 옆에 하얀 코트와 체크 미니스커트, 검은 타이츠를 입은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아, 힛키 새해복얏하로-!"
"너 그런 인사 만들어내지마"
"…………새해 복 많이 받아"
"어, 어어. 복 많이 받아"
……어째선지 어색한 분위기? 그보다 왜 정월부터 두근두근? 혹시 심부전?
"야 코마치. 왜 히쭉대는거야"
"누후후후. 딱히이-"
"참배하러 갈까"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로 유이가하마와 코마치가 앞을 걷고 그 뒤를 뒤쫓듯이 나와 유키노시타가 걸어간다.
역시 정월이 되면 사람이 너무 많군. 가능하면 이런 혼잡한 곳에서는 빨리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가서 따끈따끈한 코타츠에 다리를 집어넣고 게임을 하고 싶다.
아무래도 정월이라는것도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눈을 끄는 노점도 없고, 그대로 인파를 따라 걸어가니 의외로 빨리 경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 이례이박을 충실하게 하는 참배객이 앞에서 굳어있는 탓에 전혀 나아가질 않는다.
"오빠야, 게임 빌려줘~"
"싫어. 안 갖고온 네가 나빠"
"우-. 짠돌이"
짠돌이라도 됐어……그보다 이 녀석, 3BLACK 데이터를 지운걸 완전히 잊고 있구만. 그 이래로 이 녀석에겐 절대로 게임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러저러하고 있으니 서서히 줄이 앞으로 나아갔고, 5분을 지나니 선두까지 왔다.
각각 5엔 동전을 새전함에 던져넣고 이례이박을 하지만 나는 이런걸 믿는 성격은 아니라 5엔 동전을 새전함에 던져넣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신에게 기도해봐도 어차피 이루어주지 않고,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마지막은 운이 좋은가 나쁜가의 승부지……뭐, 코마치의 합격 정도는 빌어둬도 괜찮겠지.
기도도 마치고 휘적휘적 경내를 걷고 있으니 유이가하마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소리를 지른다.
"아, 운세뽑기! 다들 뽑으러 가자!"
"코마치도 뽑고 싶어"
"……예이예이"
육각형 나무 상자 옆에 있는 새전함에 100엔을 넣고 드르륵 돌아온 막대기에 쓰여있는 번호를 무녀에게 말해서 무녀에게 종이를 받아서 열어본다.
"아, 나 대길이야!"
"……그래. 잘 됐네"
설마 이 녀석 완성형 뽑기가 아닌 완성 제비는 안 하겠지……대항심이 이글거리는 눈을 봤더니 그런 걱정이 든다. 자, 나는……하?
"대흉……훗"
"어이, 그 이겼다는 표정을 짓지마"
"코마치는 길이었어요~. 오빠 덕분일지도"
"그래. 그가 코마치의 불운을 전부 빨아들여 줄거야. 평생"
"어이, 나는 어디의 흡입력이 변하지 않는 불운 클리너냐"
오히려 그런 클리너의 회전력은 떨어뜨리고 싶다.
그때, 꾸욱꾸욱 옷소매를 유이가하마에게 잡아당겨저서 얼굴 근처까지 허리를 낮추지 귓가에서 속삭인다.
"유키농의 생일, 이제 곧인데 내일 갈 수 있어?"
호오. 유키노시타의 생일은 이런 신년 인근인가. 요컨대 이 녀석은 겨울방학이니까 누구에게도 축하받은 적도 없고, 나도 여름방학이니까 축하받은 적은 없다……공통점이 있으면 왠지 상징성을 느낀다. 아, 풀 싱크로는 아니지만.
"뭐, 갈 수 있는데"
"오케이~. 그럼 내일 연락할게"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다시 유키노시타의 근처로 돌아간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마라톤 대회인가……왠지 달마다 이래저래 하면서 1월말에 할 예정이었지만 2월달로 밀려버린 모양이다. 왜 이런 더럽게 추운 가운데 해변을 달려야하는거야.
"슬슬 돌아갈까"
"엥, 벌써 돌아가? 지금부터 유미코네랑 밥먹으러 갈건데"
"첫 참배만 하러 나온거니까. 거기다 코마치는 공부해야지"
"하아. 왜 오빠는 이렇게 남의 신경을 거스르는거람……오레기 쉬키"
"심해라……유키노시타는 어떡할건데"
화제가 돌려질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유키노시타는 조금 놀라지만 바로 평정심으로 돌아온다.
"그래……나도 돌아갈게. 혼잡한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가……뭐, 학교에서 또 볼 수 있으니까! 그럼 학교에서 봐!"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참배객 속으로 사라져간다.
우리도 돌아가려고 신사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때 갑자기 코마치가 멈춰섰다.
"아, 부적사는거 깜빡했어! 오빠! 유키노 언니 잘 부탁해!"
"엥, 어이"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내 의견따윈 쌩무시하고 다시 신사 안으로 들어가 참배객 속으로 사라졌다.
갑작스런 코마치의 이탈에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지만 일단 돌아갈까라는게 되서 서로 말없이 역으로 향해 걸어간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언덕길을 천천히 걸어가, 역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말없는 상태다.
그대로 표를 사고 개찰구를 지나 전차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전차가 와서 거기에 올라타지만 첫 참배객으로 차내는 혼잡해서 자리는 금방 없어졌으므로 결국 서서 타게 되는 꼴이 되버렸다.
유키노시타를 운전실 벽 근처에 세우고 나는 유키노시타의 수직이 되는 방향을 보며 멍하니 선다.
졸린데……돌아가면 잘까. 아니, 3일 한정 던전을!
그때 급브레이크가 걸려서 나는 전차의 진행방향, 즉 유키노시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이 기울지만 벽에 손을 대어서 어떻게든 그녀에게 부딪치는것 만큼은 막았……을 것이었다.
"꾸헤에"
"죄송합니다"
뒤쪽에서 기울어진 승객의 태클을 받고 코끝이 닿을 정도까지 유키노시타에게 다가붙었다.
그리고나서 내 심부전이 재발해서 그 영향인지 스스로도 알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진다.
"미, 미안"
"그, 그래. 딱히 상관없어"
방송 말하길, 긴급정지 버튼이 눌러져서 지금 안전확인을 하는 모양이라 5분 정도 멈추는 모양이다.
그런 정보가 머리속에 둥둥 뜨기만 하지 대부분의 기억능력이 방금전 지근거리까지 가까워졌을때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작동하고 있다.
유키노시타도 부끄러운지 머플러로 입가를 감추려고 한다.
…………역시 이상해……왠지 나, 역시 이상해.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러고보니 실가는 괜찮아?"
"어?"
"너, 혼자 사니까 집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나 해서"
"아아, 그런거구나……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걸. 거기다 연시는 바쁘다고 서로 좋은 일은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겨우 움직이는 경치에 눈을 둔다.
"너도 마찬가지잖니?"
"오히려 없는 편이 좋다고 들을 정도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훗하며 살짝 미소짓는다.
내가 내리는 역 이름이 안내되고, 조금 지나고나서 전차가 감속한다.
"그럼 나는 여기니까"
"그래"
"……조심해서 돌아가"
그렇게 말하고 내리는 사람에 맞춰서 전차에서 내리자 바로 전자음성이 울려퍼지고 전차의 문이 닫힌다.
올해도 바쁜 해가 된다.
그런걸 생각하면서 나는 개찰구로 향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7화
첫 참배하고나서 다음날 아침, 나는 치바역의 비전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나서 금방 유이가하마한테 메일이 와서 집합시간과 집합 장소가 쓰여있었다.
그보다 제안한 사람이 늦으면 안 되잖아……하지만 왠지 유이가하마라면 항례행사처럼 느끼니까 화가 나지 않는다……신기하구만. 코마치가 늦으면 한대 때렸을텐데.
그나저나……좀처럼 안 떨어지네. 어제부터 300번 정도는 쓰러뜨렸는데……역린을 하나만 더 모으면 모든 장비・방어구가 MAX소유인데……하아. 아까부터 최대신장과 최소신장을 하도 개싱해서 우울하다……왜 안 떨어지는걸까. 그보다 300번을 해서 안 떨어진다니 무슨 확률이야. 뭐? 확실히 역린은 떨어지기 어렵다고는 하지만……너무 안 떨어져.
"힛키!"
"읏! 놀래라. 갑자기 소리지르지마"
귓가에서 듣고서 황급히 옆을 쳐다보니 베이지 코트를 입은 유이가하마가 얼굴을 부풀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불렀구. 게임에 너무 집중해서 남의 목소리를 못 듣다니, 역시 힛키는 힛키네"
"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되는건지 묻고 싶은 참이다……그래서, 어디부터 갈거야"
"일단 저기부터 가자"
"음. 잠깐만. 라스트 한 마리"
"아오-!"
이 이상 화내게 만들면 내 PFP가 분쇄될지도 몰라서 잽싸게 쓰러뜨리지만 또 역린은 떨어지지 않아서 어깨를 떨구어 실의하는 가운데 유이가하마가 기리킨 몰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고 저기고 죄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세일 같은걸 하고 있고, 거기다 복주머니 상전? 같은걸로 사람이 붐비고 있다.
"굉장히 많네~"
"그렇군. 그나저나 뭐 살……아니 없잖아"
옆에 있었을 유이가하마의 모습이 안 보여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자 신경쓰이는 옷이라도 찾았는지 유이가하마는 되게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만져보고 있었다.
양이냐고 딴지걸고 싶어질 정도로 복실복실하군.
그러자 갑자기 유이가하마는 코트를 벗고, 거기다 그 아래에 입고 있던 스웨터까지 벗고서 나에게 건내고 그 되게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입는다.
"어때?"
"……괜찮지 않냐. 복실복실한 느낌이 유이가하마의 바보스러움과 매치하고 있어"
"뭣! 누가 바보야!"
뿡뿡 화내면서도 스웨터를 벗고 내 손에서 옷을 받아들고 잽싸게 입고는 살 생각인건지 복실복실한 스웨터를 들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뭐 살건데"
"생각해봤는데, 유키농은 고양이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양이 관련 상품이 좋다고 생각해"
"고양이 잠옷 같은거 보내면 기뻐하지 않겠냐?"
"……정말로 기뻐할것 같지만 그런거 어디에도 안 팔잖아! 증말! 제대로 생각해"
"나한테 묻는게 나빠. 그보다 왜 나인데. 여자의 옷 취향은 모른다고"
대개는 이런 경우 동성 친구를 데려가주면 좋다는걸 왜 유이가하마는 이성인 나를 데려온걸까. 에비나라던가 미우라를 데려가면 될텐데.
"저기, 이 장갑은 어떨까"
"얘길 안 듣네……고양이손 장갑이라……인형옷의 파츠잖아"
"힛키도 안 골라?"
"엥, 나도 사?"
"당연하잖아. 자, 힛키도 봐봐"
그리 들어도 말이지……판씨……왠지 이런곳에 놓여있을리도 없고 말야. 그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 그 녀석에게 판씨 상품 너무 많이 주지 않았냐? 대부분이 인형이지만.
유이가하마는 고양이 장갑과 실내 양말인가……그럼 나는 뭘 주면 좋을까.
문득 시선을 준 곳에 판씨 그림이 보여서 그쪽을오 가보니 아무래도 처분 세일인듯, 큰 바구니에 대량의 판씨 무늬 헤어슈슈나 리스트 밴드 등의 일용품 소품이 놓여있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은 판씨 관계 소품 같은거 갖고 있지 않았지.
바구니에 손을 넣어 적당한걸 골라서 유이가하마와 함께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조금 걸어서 지쳐서 주변에 적당한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나는 아까 하던 역린을 떨어뜨리는 몬스터 난획을 한다.
역시 떨어지지 않으면 곤란하지.
"힛키 뭐 샀어?"
"소품류. 나는 옷같은건 모를니까. 그리고 이거"
봉투에서 강아지 얼굴이 크게 그려진 헤어 슈슈 등 소품류가 들어있는 봉투를 유이가하마에게 건냈다.
"헤?"
"그 뭐냐……평소의 답례"
"…………고,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바로 봉투 안에 있는걸 꺼내면서 호에~ 늘어진 얼굴로 쳐다본다.
이어폰을 끼고 외부 소리를 셧 다운하고 몬스터의 난획을 하고 있으니 문득 내 어깨 부근에서 좋은 향수 냄새가 났지만 어차피 유이가하마가 들여다보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서 전투를 속행하지만 멋대로 이어폰이 뽑혔다.
"뭐하는…………켁"
"요놈요놈. 남의 얼굴을 보고 싫다는 얼굴을 지으면 좋지 않다구♪"
옆에 있던건 유이가하마가 아니라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친언니이며 라스보스인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평소와 다를바 없는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고 있고 그 뒤에는 하야마의 모습도 보인다.
엥, 뭐야? 나는 이 사람 전용 적탐지를 디폴트로 기동시킨거야? 닌자 대쉬로도 회피할 수 없을정도로 강해? 그거 진짜로 참아줬으면 싶은데.
두 사람은 결국 우리들의 앞에 앉아버렸다.
"둘이서 뭐해? 데이트? 그러면 못 써~. 히키가야는 유키노꺼니까"
"리얼하게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솟아나는겁니까"
"그런데 둘이서 뭐했어?"
얘기 안 듣네.
"유키농의 생일 선물을 사러 와서요……"
"헤~. 그러고보니 이제 금방이지……아, 그래!"
일단 나는 하루노 씨의 장난에 말려들지 않도록 외부 셧 다운 퍼펙트 폼으로 이행하여 PFP에 집중한다.
왜 정월인데도 이 사람을 만나야 하는거야. 진짜로 닌자 대쉬 버그라도 일어난거 아냐? 리얼하게 이 현장에서 플래그 뽑아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어폰이 뽑혔다.
"패스!"
"에, 좀!"
하루노 씨에게 휴대폰을 떠밀려져서 돌려주려고 하지만 화면을 자세히 쳐다보니 유키노시타에게 이미 통화가 걸리기 시작해서 나는 하는 수 없이 귀에 휴대폰을 대는것과 동시에 연결됐다.
『……여보세요』
"……야, 얏하로~?"
일단 적당하게 유이가하마의 인사를 하자 건너편에서 왠지 부들부들하고 소음과 휴대폰 자체를 떨어뜨린건지 둔탁한 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온다.
『어, 어째서 언니의 휴대폰으로』
"아니, 왠지 건내받았어"
『언니를 바꿔줘』
그리 듣고 하루노 씨에게 휴대폰을 건내자 즐거워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한 두마디 말한 후에 전화를 끊었는지 휴대폰을 귀에서 떼며 주머니에 넣었다.
"유키노 온대. 가족끼리 가자는 식사는 거절했는데 히키가야가 있는곳에는 온다니, 누나 질투나네~. 유키노같은 애한테 사랑받는 너는 행복하겠다~"
"방약무인한 임금님이네요"
그렇게 말하자 하루노 씨는 생긋 미소를 짓는다. 옆에 있는 하야마는 기막힌 표정을 짓지만 시종 웃음을 흐뜨리지 않는다.
유키노시타의 맨션에서 이곳까지 오는데는 상당히 걸릴 것이다……가능하면 그 사이에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이 그렇게 해줄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화장실 가는척하고 돌아갈까……어쨌든간에 생일 선물을 건내줄 필요가 있고……도망칠 길이 없는거냐. 데스매치3부터 생츄어리냐고.
"히키가야는 유키노에게 뭐 사준거야?"
"저말임까? 적당하게 샀습니다"
"어라어라~. 혹시 급료 3개월치의"
"그 해피엔딩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만 말해두죠"
그렇게 말하자 뺨을 가볍게 부풀리며 나를 가볍게 노려본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결혼 하는건 없겠지. 그보다 아마했다고 해도 쫓겨나는게 눈에 보인다.
그러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하루노 씨는 나를 히쭉거리면서 쳐다본다.
"얼레~?"
"뭐, 뭡니까"
"히키가야의 안에서너 유키노랑 결혼한다는건 해피엔딩이 되는구나~"
그렇게 들은 순간 지금까지 없던 부끄러움이 솟아오르는것과 동시에 스스로도 알 정도로 얼굴이 빨개지고, 방금전까지 땀 하나 흘리지 않았을텐데 주룩주룩 땀이 나온다.
"그, 그야 그거라구요……결혼이라는건 미연시 게임에서도 해피엔딩으로 설정됐으니까요?"
"그치만 말야~. 해피엔딩이라는건 거기에 갈때까지 선택지가 있다는 소리지? 그렇다는건 히키가야는 그런 선택지를 준비하고 있다는거지? 하야토"
"어, 아, 아아 그럴지도"
하야마아아아아아아! 네놈 거기서 배신하냐아아아아! 네가 한 짓은 에리어 스틸 x3에서 수속성 상대에게 풀 싱크로에 파이어+30을 3장 더해서 유성군을 맞추는거라고.
"요놈요놈. 장래의 의리 동생. 아, 의리가야다!"
"이제 좀 봐줘……"
옆에 있는 유이가하마는 나 항복, 같은 느낌으로 마른 웃음밖에 짓지 않고, 하야마다 하야마대로 손쓸 수 없다고 멋대로 진단한 환자처럼 방치 플레이고……유키노시타, 빨리 와줘. 내 HP는 이미 위험해.
"아, 유키노옹!"
유키노시타에게 전화하고나서 약 30분 후, 겨우 유키노시타가 카페에 도착하여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 근처까지 빠른걸음으로 다가왔다.
겨, 겨우 이 공간에서 해방되나.
"유키노 늦어-!"
"갑자기 불러놓고……하아"
"뭐, 유키노도 앉아"
……과연.
평소하고는 다른 호칭에 유키노시타 자신도 놀란 표정을 짓고 하야마를 쳐다보지만 자신의 실수를 겨우 자각했는지 얼굴을 잠시 찡그리고 얼버무리듯 미소를 짓는다.
아마 학교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만들어낸 외면이겠지. 본래는 저렇게 부르고 있겠지……뭐, 가족관련으로 옛날부터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면 딱히 이상한 점은 없지만.
"언니가 또 폐를……"
"괘, 괜찮아! 아, 여기 앉아!"
유이가하마가 이쪽으로 밀고와서 한 사람 몫의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유키노시타를 부른다. 필연적으로 하루노 씨하고는 정면으로 마주봐야하는 위치다.
"히키가야도……그게……"
"……딱히 상관없어……"
어디까지나 사양이긴 하지만 유키노시타 자신에겐 아무 책임은 없으니까……있는건 이 나의 정면에 앉아있는 라스보스님이 나쁘다. 예를 든다면 조우할때마다 공격방법이 쉭 바뀌는것 같은거다. 대책을 만전으로 해도 공격방법을 슥 바꿔서 그 대책을 헛되게 만든다.
"옛날에는 이렇게 같이 모여서 놀았는데~"
"따르게 했다는걸 잘못 말한거잖아"
"동물원도 굉장했지"
셋의 추억담에 남이나 마찬가지인 우리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셋만의 절대불가침 영역. 그것만큼은 일절 건드리는것도 보는것도 허락되지 않은 곳……뭐, 그런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나는 신경쓰지 않고 역린 수집에 힘쓰겠습니다- 음……근데 왜 안 떨어지는거야.
"하지만 지금은 왠지 재미없네"
그 한마디로 둘은 말을 잃는다.
"뭐, 지금은 히키가야가 있으니까 괜찮지만~"
"……안 떨어지네"
"얼레, 안 듣고 있네. 그런 구석이 재미있단 말이지…………남의 얘기는 안 듣는 척을 해놓곤 실은 남의 몇배는 생각하고 있어. 특히 두 사람에 대해선 말이야"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PFP를 계속한다. 아마 지금 고개를 들면 눈 앞에 하루노 씨의 미소가 있겠지. 약간 어두운 미소가.
"하루노……어머, 유키노도"
"……엄마"
어이쿠야, 유키노시타의 어머니 등장이냐……아, 앗! 이쪽도 등장했다! 몇 백번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헌트하면 확실하게 역린을 떨어뜨리고, 거기다 40%의 확률로 역린을 능가하는 역왕린을 떨어뜨린다고 하는 환상의 금색Ver! 나도 아직 3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녀석이다……이번에야말로 역왕린을 얻는다!
"아, 이제 이야기는 됐니?"
"네. 이 후에 식사하러 갈거니까 불러왔어요. 하야토도 미안해"
"아뇨,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가 있던 덕분에 즐거웠으니까요"
"친구들……아아. 너네가 유키노의……유키노의 엄마에요"
"아! 유키농의 친구인 유이가하마에요!"
훗. 내 기준으로 보면 금색Ver이든 뭐든 관계없다고……구헤헤헤헤헤! 네놈을 사냥해서 역왕린을 반드시 손에 넣어보겠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자, 잠깐 힛키"
"잠깐 타임. 지금 중요한 국면이야"
"어, 어음 마찬가지로 유키농의 친구인 히키가야 하치만이에요. 자, 얼른!"
필사적으로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데 뭐야 그거. 지금은 이쪽이 중요해.
"어머, 그래……슬슬 가자. 유키노, 너도 올거지"
"저, 저는……"
"안돼. 유키"
"앗싸아아아!"
PFP를 든채로 일어서서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게흐흐흐……떨어졌다……마침내 떨어졌다아아아아! 역왕린! 구하하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히키가야 하치만입니다"
모두에게서 엄청난 시선을 느끼고 무심코 PFP를 슬립 모드로 바꾸어 방금전의 무례를 사죄하듯 자기소개를 하면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어, 어음 저는 집중하면 그만둘 수 없어서"
"꽤나 개성적인 분이네요"
절대로 화나있어 지금! 웃는 얼굴이지만 왠지 무서운 미소다…….
……지금 처음봤지만 유키노시타랑 판박이군. 하지만 뭐라고할까……아는 사람의 어머니라는걸로 가볍게 말을 거는걸 망설이게 만드는듯한 분위기라고 할까…….
"괜찮다면 너희도 어떠니"
"에, 그래도"
"아뇨, 이 이상 오래 있는것도 뭐하니까……돌아가자"
"엥, 잠깐"
유이가하마의 말을 자르듯이 대답을 하니 유키노시타의 어머니는 미리 대답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안 됐네~ 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완전히 가족끼리 모여있는 곳에 우리가 가도 분위기에 눌릴뿐이다. 그러니까 저런 대답을 했던걸테고.
유이가하마와 함께 가게를 나오자 우리를 바래다주는건지 유키노시타가 따라왔다.
"……미안해. 괜히 신경쓰게 해서"
"으응! 그런건 아니야! 아, 그렇지! 이거, 조금 이르긴 하지만 생일 선물!"
그렇게 말하고 갖고 있던 봉투를 건내서 나도 그러는 김에 유키노시타에게 봉투를 건내자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우리 둘을 쳐다본다.
"축하해. 이르긴 하지만……그리고 사과해줘. 실례스런 짓을 해버려서"
"…………알았어. 선물 고마워"
"그럼 유키농! 학교에서 봐!"
거기서 우리는 헤어졌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8화
겨울방학도 끝나, 학교도 통상운영을 시작한 어느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자전거를 삐걱거리며 학교로 가고 있었다. 겨울방학은 방학이 아니지. 어느쪽이냐고 하면 연말 전이니까 쉬어도 좋다는 느낌이다. 여름방학이나 봄방학은 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겨울방학만큼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주륜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터벅터벅 걷고 있으니 순간 뒤에서 쳐다보는 그리운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평범하게 친구와 얘기 나누고 있는 여자 두 명이 있었다.
…………자의식 과잉 ㅅㄱ. 번뇌퇴산 번뇌퇴산.
머리속에서 사념을 뿌리치며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어 갈아신지만 또 방금전과 비슷한 시선을 느끼고 힐끔 뒤를 쳐다보지만 아무 변화는 없다.
……아, 그런가. 나 지금까지 봉사부 관계 녀석들밖에 만난적이 없으니까 시선을 착각했구나. 뭐어야. 나 바보네☆!
머리속에서 키라링 윙크 피스를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새해복~ 이나 올해잘~ 이라는 말이 교차한다.
리얼충들의 틈새를 지나가듯 통과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평소처럼 이어폰과 PFP를 준비하고 오늘은 배틀시티3를 한다.
크리스마스 한정장비 스테이터스 분배는 이미 끝났으니까 남은건 이걸 실전에서 어떻게 쓸지다. 크리스마스 한정인것도 있어서 무기의 스테이터스는 낮다. 게다가 휘두르면 반짝반짝 빛나는 연출이 나오고……하지만 이걸로 스토리 보스를 쓰러뜨린다는건 할 수 있었다.
잽싸게 보스공략을 위해 미션을 받으려고 생각했지만 왼쪽 끝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이 이제 곧 선생님이 올 시간을 표시하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나는 PFP를 가방에 넣었다.
이제 1월도 1주일이면 끝인가~……하아. 이제 곧 3학년인가……아니, 뭐 3학년이 되어도 게임은 여전히 할거지만. 사립 문과를 전념하는 나에게 있어서 솔직히 센터 시험은 받지 않고도 사립 일반시험을 쳐서 그 전에 추천입시를 얼마든지 받는다는게 베스트 스토리지. 국립 문과로 하게 되면 거의 센터에서 수학이 필요하고……나, 수학 확률 분야 말고는 못 한다.
밖과 안의 온기가 다른 탓인지 창이 흐려지고 있다.
그 흐려진걸 손으로 닦으면 바로 나타난다…………이런 학생생활의 추억도 언젠간 간단하게 지워질까.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도 끝나 이미 교실에는 몇 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참고로 나는 유이가하마가 얘기를 끝내는걸 그저 PFP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지만 전혀 끝나라 모습이 보이기는커녕 대화의 텐션은 올라간다.
"에비나는 어디로 할거야?"
"나는 문과려나"
"유이는?"
"나도 문과"
아무래도 평소 하야마 그룹 녀석들은 진로희망 조사표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교실을 바꿀 수 없는 국제교양과를 제외하면 문과・이과로 반이 크게 변하여, 지금까지 1년간 함께 지내온 멤버하고는 거의 못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거기서 유리한것은 외톨이다. 외톨이는 누군가에게 좌우되는 일없이 문과를 정할 수가 있다. 뭐, 이과로 가는 녀석은 거의 없지만. 이과를 하는 녀석은 우리하고는 조금 머리 구조가 다른거겠지.
"유미코는?"
안경을 척 올리며 에비나가 물으니 미우라는 나른하게 금발 머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감으면서 조사표를 응시하고 으음, 생각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이과는 아니겠지……아니, 하지만 나아씨가 수학을 팍팍 풀면……왠지 그건 그거대로 멋지네. 여기에 X를 대입해서~ 라고 하면서 안경을 척 올린다거나……아니군.
"토베, 너는?"
"나? 나는 아직 안 정했지만 암기 못하니까 이과할지도"
"하아?"
토베의 말에 미우라는 바보취급하는 표정을 짓는다.
토베과 이과……안 어울려. 아니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 문제가 아니지만 왠지 토베가 이과라는건 생각할 수 없군. 그야말로 유이가하마가 이과를 선택할 정도다.
"네가 이과라니 좀 더 생각하지 그래?"
"맞아-. 이과는 단위 따기 힘들다고 했어-"
"우리랑 같이 문과 골라서 놀자-"
"아- 진짠가-! 그럼 문과로 할까"
빠르구만 어이. 아무리 그래도 인생의 분기점이다. 뭐, 아첨꾼인 토베니까 별로 그런건 생각하지 않나……게임 제작회사도 실은 별로 자격증 같은건 필요없으니까. 따두면 최고지만 어느쪽이냐고 하면 다른 녀 석들이 따지 않을만한 자격이 있으면 붙는게 좋은 모양이다. 그보다 이력서에 게임대회의 우승횟수를 쓰면 먹혀들려나……아, 그리고 해외전개한다면 TOEIC같은것도 필요한 모양이고……뭐, 단어는 전부 외우고 있으니까 영어 점수는 항상 좋지만.
그나저나……드물게도 하야마가 대화에 참가하지 않는군. 평소라면 맞장구를 칠텐데 오늘은 멍하니 있다고 할까……뭐, 아무래도 좋아.
"하야토는 어디로 할거야-? 나아, 하야토랑 같이 할까 하는데-"
과연 사랑하는 여왕. 자신의 인생을 연심 하나로 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건 그거대로 굉장한데……라고할까 얼마나 하야마를 좋아하는거야……왠지 차이면 얀데레가 될것 같은데……얀데레 여왕화……무서운데.
"……진로는 남에게 들어도 말이야. 자기 일이니까 스스로 정해야지"
"어, 아, 으, 응"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는지 미우라는 당혹의 표정을 지으며 금발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린다.
확실히 정론이라고 하면 정론이라고 할까, 완전 모범 정론이지만 하야마치고는 드물게도 남을 떼어놓는 해답이군. 대개는 그걸 따르고 이야기를 펼칠텐데.
"아. 유미코 그 소문 들었어?"
정말로 소문 좋아하는구만, 이 학교 녀석들은……결국 2학년에 카미하치가 있다는게 얼마전 통신대전에서 판명되버렸고 말야. 뭐, 지금은 1학년 애송이들은 일단 양심이 있는지 특정해오진 않지만……가능하면 이대로 졸업하고 싶은데. 내년에는 코마치도 들어오고, 카미하치의 동생이라고 들으면 확실하게 그 녀석 울거 아냐……그걸로 아버지나 엄마한테 죽어라 터지면……그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피해야.
그나저나 배틀시티3는 역시 재미있네. 스토리 모드는 스토리 모드라서 재미가 없다고 해도 온라인 대전이 뜨겁다. 참고로 나는 지금 전세계를 손안에 집어삼키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각각의 나라 최강의 플레이어를 박살내는거다……게후후후. 보고 있어라, 아직 못 본 적아.
그때 시야 구석에 누가 서 있는게 보여서 그쪽을 쳐다보니 가방을 든 유이가하마가 서있어서 나도 PFP를 슬립모드로 바꾸고 가방을 매고 일어선다.
"히키타니 히키타니"
"응?"
문에 손을 대려던 순간에 에비나에게 불려서 그쪽을 쳐다본다.
"히키타니가 유키노시타랑 사귀고 있다는거 정말이야?"
직후 교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불행중의 다행인건 우리를 제외하고 이미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일까.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유이가하마와 나의 비명이 풀싱크로해서 교실에 울려퍼진다.
"히히히히히히힛키! 그, 그, 그, 그건 저저저저저저정말이야!?"
"지, 진정해"
지금까지 없을 정도의 기세로 유이가하가 캐묻지만 조금 떨어져서 진정시킨다.
어, 어, 어어째서 그런 소문이……그런가. 아침에 그 끈적한 시선은 착각이 아니라 그런 소문이 퍼져서 그런거였나.
"아, 그거 나아도 들었어. 그보다 그거 단순히 소문이잖아"
"그치만 문화제때 히키타니의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같이 돌아가는거 봤다고 하구"
"어, 진짜? 내가 들은건 디스티니 랜드에서 둘이서 같이 있었다는건데"
"아, 그건 아니야. 왜냐면 우리랑 같이 갔거든. 그치- 하야토"
"아아. 디스티니 랜드는 우리랑 함께 갔으니까 아니야"
후자는 유이가하마라는 증언자가 있으니까 됐다. 문제는 전자다……그때는 유키노시타가 감기로 비틀거렸으니까 뒤에 태우고 돌아간것 뿐이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겠지……그보다 왜 나같은 히키니쿠 자식이랑 유키노시타같은 완벽초인 사이에 그런 소문이 생기는거야.
"유이가하마, 가자"
"아, 응. 또 봐!"
교실에서 나온 순간, 아침에 느낀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래도 끈적한 표현은 나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라 끈적하지 않고 살랑살랑하지만 거기에 흥미관심이 듬뿍 담겨져있는 느낌이다.
유키노시타랑 사귀고 있대! 거짓말-!? 그런거 말도 안 되잖아! 라는 느낌인가?
"히, 힛키, 유키농이랑 사귀고 있는거 아니지?"
"안 사귀어. 제일 가까이 있으니까 그 정도는 알거 아냐"
"그렇긴 하지만……왠지 요즘 유키농이랑 힛키의 거리가 가깝다고 할까"
부정하려고 했지만 머리 속에 짐작가는 장면이 몇 가지나 머리속에 동시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보통은 간병을 위해서라고 해도 여자집에 잠을 자진 않지……라고할까 보통은 뒤에서 껴안기지도 않지……보통은 전차 안에서 키, 키스를 가능할정도의 거리가 되면 화내겠지……아니아니아니.
끙끙거리고 있으니 어느샌가 부실 앞에 도착했다.
……이 정도로 긴장하는것도 이상한 이야기군.
"얏하로-!"
평소처럼 기운 좋은 소리를 지르면서 부실로 들어가자 평소처럼 문고본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와 어째선지 학생회장 잇시키 이로하가 앉아있었다.
"왜 네가 있는거야. 일 땡땡이 치지마"
"땡땡이 치는거 아니에요-. 이 시기는 아무것도 없다구요~"
"아 그려"
평소 앉는 정위치에 앉고 PFP 전원을 킨다.
"그보다 선배 왜 첫 참배가는데 안 불러준거에요-"
"하? 왜 아는거야"
"유키노시타 선배한테 들었어요~. 선배가 있다는건 하야마 선배도"
"없어. 그보다 왜 내가 있는 곳에 그 녀석이 있는건데"
"그치만 선배 사이 좋잖아요~"
사이 좋다니, 그 정도로 사이 좋다고 하면 지금쯤 내 주위는 친구투성이라 행복한 라이프로군……아니 잠깐만. 친구가 많다고 행복한건 아니잖아.
"그러고보니 힛키, 하야마랑 자주 얘기하네. 체육시간에도"
"그건 우연히 그 녀석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잖아"
"선배 치사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잇시키는 내 어깨 부근을 퍽퍽 때린다.
치사하다니 이 녀석은 축구부 매니저니까 맨날 보잖아.
"아, 그러고보니 역시 선배 그랬었잖아요~"
"하? 무슨 얘긴데"
"증말~. 유키노시타 선배랑 사귀는게 아닐까 하는 얘기에요~"
손목이 미끌어져 나는 PFP를 떨어뜨릴뻔하다 공중에서 움켜쥐고 유키노시타는 놀란 나머지 다리가 위로 들어져, 손에서 문고본이 떨어지지만 발군의 운동신경으로 공중에서 문고본을 낚아챈다.
"이, 이, 잇시키"
"네?"
"그건 무슨 농담이니?"
"숨기지 않아도 돼요~. 지금 선배들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에요~"
유키노시타는 살짝 책을 덮고 잇시키를 본다. 그러자 그 날카로운 안광에 순간 잇시키는 쫄고 마치 뱀에게 노려진 개구리처럼 움직이지 못하게 되버렸다.
"잇시키"
"아, 네에"
"그런 웃을 수 없는 농담은 싫어해"
"제, 제가 말한게 아니에요~. 지금 이 소문으로 학교가 난리에요오"
마지막 부근은 목소리가 잠겨져서 거의 못 들었다.
"그래…………"
그 이후로 유키노시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문고본을 읽고, 잇시키도 그 이상은 그 화제를 건들지 않고 유이가하마와 꺅꺅우후후한 대화를 하고 나는 나대로 PFP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오랜만에 고민 메일 보자"
그렇게 보고 먼지가 쌓인 컴퓨터를 책상 위에 두고 전원을 키자 기동음이 울린다.
조금 더 나은 세대의 컴퓨터 비품 정도는 있을텐데……뭐,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모르는 사정이 있는거겠지……OS 업데이트해도 더럽게 늦네.
"아, 한건 왔어"
장소를 이동해서 노트북 앞에 위치를 바꾸자 확실히 NEW마크가 붙어있고, 더블클릭을 해서 그걸 열어보니 상대는 그 여왕・yumiko☆한테 온거였다.
"다들 문과이과 선택은 어떻게 정했어……래"
"아, 그거 저도 신경쓰여요. 실제로 어디가 좋아요?"
"어디라고 해도 어차피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녀석은 그걸 참고로해서 정하면 되고, 아직 장래가 위태로운 녀석은 좋아하는 교과목이 있는 쪽으로 가면 되지 않아?"
"우왓. 선배는 의외로 머리 좋네요"
"지금 너 우왓거렸지? 선배라고 생각 안 하고 있구만"
"그러네. 수학 36점, 물리 24점, 화학 45점. 이전 시험에서도 여전히 이과 과목은 모래알같지만 문과과목은 전부 만점이었는걸"
이것도 게임의 산물이야. 게임을 하고 있기에 기억력이 강화되어서 지금은 한번 교과서를 보거나 듣거나 한건 거의 머리속에 남아있다는 말 그대로 세이브 데이터나 같은거지.
"역시 유키노시타 선배는 히키가야 선배를 뀨우, 죄송해요"
엄청난 안력으로 노려보아진 잇시키는 내 뒤로 숨었다.
약았어……이렇게 세상 남자들을 착각시키는거로군. 게다가 얼굴에 나오지 않으니까 이건 소악마다. 참고로 코마치는 얼굴에 다 드러나니까 바로 간파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하야마 선배는 어디로 정했나요?"
"음~. 하야토는 이미 조사표를 내버렸으니까~……아, 혹시 유미코"
"그렇겠네요~. 하야마 선배랑 같은 반이 되고 싶은거에요, 분명해요!"
예년 3학년의 다음 반 편성은 문과 7반, 이과 3반이 되는 일이 많고, 같은 반이 되는건 운도 필요하지만 애시당초 문과 이과가 다르면 같은 반이 되는 일은 없고, 게다가 교실이 있는 층도 2층과 1층으로 전혀 다르게 되니까 사랑하는 소녀의 입자에서 보면 사활문제랑 같다. 그러니까 고민상담으로 잘하면 들어내서 최소한 어디로 추측을 세울 수 있는지 생각한거겠지.
"하지만 문과 이과 선택은 말하자면 인생을 정하는거야……그걸 연심만으로 정하는걸까"
"사랑은 맹목이라고 할 정도니까 그런것도 있는거 아냐?"
"……즉 너처럼 무슨 일이든 게임을 우선시키는 그런걸까"
"그런거지"
뭐야 지금 예시. 엄청 알기 쉬워.
"음~. 슬슬 돌아가야겠네요. 선배, 실례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나간다.
"미우라의 의뢰는 어떡할까"
"음~.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문과 이과 선택을 묻는건 금방 끝날테구"
"히키가야는?"
"아무래도 좋아. 너네가 한다면 나도 도울건데"
"알았어. 그럼 봉사부에서 받아들이는걸로"
그나저나……왜 그런 소문이 퍼진걸까. 평범하게 생각해서 어울리지 않는데도 정도가 있지……하지만 왠지 싫지는 않군. 아니, 나는 그렇지만 유키노시타는 별개겠지만……뭔가 이상하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69화
슬슬 시간이 되어서 내가 열쇠를 반납하러 가게 되어, 모두가 나간걸 확인하고나서 교무실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반납하러 간다.
"실례합니다~"
"히키가야. 이제 끝났느냐"
"네. 오늘은 안 오는것 같아서요"
"뭐, 그도 그렇군. 조심해서 돌아가거라"
교무실을 나오자 안이 따뜻했던 탓일까 방금전까지 아무 생각하지도 않았던 복도가 조금 춥게 느껴서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린다.
이 버릇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왜 추우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싶어지는거람. 그나저나 하야마의 문과이과 선택을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라……이미 제출해버린 이상 우리가 보여달라고 해도 선생님이 보여줄리도 없고 말야. 본인에게 직접 말해도 미우라가 물어서 안 됐으니까 나로서는 안 될테고……아, 게릴라.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이 부들부들 떨려서 확인을 하니 게릴라 알람이 기동하고 있어서 주륜장의 자전거를 밀면서 랏차랏차하고 있으니 축구부 같은 녀석들이 회의라도 하고 있는건지 유니폼을 입은 녀석들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여있었다.
이렇게 겁나 추운데 저렇게 얇은 옷으로 운동할 수 있다니……생각만으로 몸이 떨린다.
그런 와중에 하야마의 모습이 보였지만 여기서 물어봐도 딱봐도 위화감이 넘쳐나서 묻지 않기로 했다.
"얼레-? 히키타니잖아"
아무래도 회의가 끝났는지 모두가 해산하고 토베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돌아가?"
"아, 아아 뭐어"
왜 리얼충은 아는 사람을 보면 바로 말을 걸어오는거야. 친구라고 착각해버리잖아……토베한테 물어봐도……역시 같은 그룹이라고 해도 모르나.
"아니- 왠지 지금 그 소문이 퍼진것 같아서 말야. 후배한테는 말해뒀어"
"거 고맙네. 그보다 그런 소문이라면 오히려 대환영이다"
"오- 역시 히키타니도 남자라는건가-"
어이, 나라도 미소녀랑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면 역시 기쁘다고. 호모도 아니고……한 사람만 나를 되게 호모인정하는 녀석은 있지만. 에비나라던가 에비나라던가 에비나라던가!
"그럼 또 봐-"
적당하게 손을 흔들고 겨우 교문을 나오려고 했을때, 무심코 자전거를 멈추고 물고늘어지듯 쳐다봐버렸다.
교문 근처에서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고 얘기하고 있었다.
어두워서 남자쪽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는 어둠 속에서도 똑바로 알았다.
"괜찮다면 저와 사귀어주지 않겠습니까?"
"민폐입니다"
엄청난 절단력. 사모님, 지금이라면 유키노시타 식칼이 이 가격. 배송비랑 수수료는 유키노시타가 부담합니다.
차인 남자는 자신에게 자신이 있었는지 딱 잘라 거절당한데 충격을 받앗는지 어깨를 떨구며 귀가길인 방향으로 걸어갔다.
"…………여보세요. 엿보기범이 있어요"
"어이. 리얼한 어투로 말하지마. 두근거리잖냐"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기분나쁘다는 얼굴을 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우와아. 상당히 성가셨던거겠지……나도 한번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째선지 여자애랑 친하게 지내고 있으면 부부라던가 러브러브라고 들어서 참견을 당했지……뭐, 그 상대는 울면서 소리를 빽빽 지른 나머지 호흡과다를 일으킨다는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가버린 탓에 그런 참견은 전교 집회에서 엄청 빡친 교장으로 인해 분쇄됐지만.
"왠지 여러모로 성가셔보이는구만"
"그래.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야……뭐, 어느 의미로 이전 이상의 정신적인 대미지가 있지만"
이전만큼……아마 초등학교 시절이겠지. 초등학생의 성격을 생각하면 같이 있었을 하야마와 사이를 들은건가.
"너는 어떠니"
"나? 물을것도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
납득해버렸다.
"…………너는 이쪽이 아니잖니"
"밤도 늦었으니까 겸사다 겸사"
유키노시타가 걷고 있는 옆을 자전거를 밀면서 같이 걸어간다.
"……꽤나 남을 배려하게 됐구나"
"시끄러. 나도 성장은 해"
"지금까지 성장하지 않았던 남자가 말해도 설득력이 없어"
역시 지금까지 일을 경험하면 어떤 녀석이라도 성장은 하잖아…….
"미우라 말인데"
"뭐, 그건 유이가하마와 어떻게든 할게……문제는 하야마가 말해줄지 아닐지잖아"
오늘 하야마를 보고 생각한건 어딘가 미우라네와 떨어지려고 한다는 점. 대개는 토베네랑 함께 있는 모습이지만 하야마가 혼자 있는 광경은 오늘만으로도 볓 번인가 봤다.
딱히 그런건 내 기준으로 보면 아무래도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우라에게 대미지가 가겠군……그걸로 교실 분위기에도 대미지가 갈테고……하아. 영향력 장난아니네.
"그나저나 왜 그런 소문이 퍼진걸까"
"그러게…………신기하게도 말이야……얘, 히키가야"
"아?"
"……너는 그 소문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니"
"어떻게냐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쁘다는 한 마디다. 그야 미소녀와 소문이 퍼지만 세상 남자라면 울면서 기뻐할 수준이겠지……그저 생각하는건……그게 미소녀라는 큰 틀속에 있는건지, 아니면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개인과 사이에 생겨났으니까 기쁜건지…………범벅이다.
"뭐, 뭐어 그야 기쁜게 뻔하잖아……유키노시타랑 소문이 퍼진다는건……"
"그, 그래……"
……뭐야 이 부끄러운 분위기는……남의 소문도 75일 정도니까 조금 지나면 사라지겠지만……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내 경보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왠~지 귀찮은 사태가 일어날것 같은데~.
"여기까지면 돼"
"그런가……그럼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봐"
다음날도 아무래도 그 소문이라도 퍼진 모양인지 아까부터 시선이 모여서 성가시다.
판다라도 된 기분이다……이래선 느긋하게 게임조차도 못 하겠고……불행인지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교실 녀석들로부터는 그런 시선은 느낄 수 없다.
어떤 의미로 나를 이해해주는 교실이군……뭐,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그런가.
지금은 화장실에라도 가고 있는지 토베네가 떠들고 있는 그룹 속에 하야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아씨는 아까부터 쓸쓸하다는듯이 금발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감고 있다.
애시당초 함께 있는 녀석이랑 떨어지고 싶을때는 어색한 일이 일어났을때다. 출처는 나. 잇시키의 의뢰를 받은때는 만나고 싶지 않은데 유키노시타와 조우하니까……그저 저 그룹에 그런 거북한 일은 일어난 모습은 없어보이지만……그렇게 되면 다른 이유에서인가………….
"힛키"
"응?"
"……토벳치도 못 들었대"
"그렇겠지…………토베가 안 된다면 다른 녀석들도 안 되겠지"
PFP를 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는 비어있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오히려 힛키라면 가르쳐주지 않을까? 사이 좋으니까"
"좋지 않아……내가 물어봐도 결과는 똑같을거야. 그 녀석은 머리 좋으니까 바로 눈치 채겠지"
"그것도 그런가……아, 트위터 같은건?"
"요즘 이 시대에 그런 개인정보를 쓰면 안 돼. 특히 하야마라면"
"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쉬는것과 함꼐 장래의 이 녀석의 프라이버시가 걱정이 됐다.
요즘 시대 SNS로 그런 개인정보를 퍼뜨리면 정보누설이 될지 모르고, 하는 녀석은 과거 속삭임이나 개인 정보로 특정해오니까. 무섭다 무서워.
"그 녀석은 학교에서도 인기 많잖아. 그런건 질리지 않겠어? 그러니까 아마도지만 SNS에 그런 말은 안 할거라고 생각해"
"아, 과연……그치만 라인은 하는데?"
"그룹 라인 뿐이잖아. 그 녀석의 친구 등록같은거 봤냐"
"안 봤는데"
그 녀석은 과거에 연애에 관해서 성가신 일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때 유키노시타와 관계가 소문이 퍼진것 같고, 이제 질렸을테니까 안 한다는게 확률상으로는 높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들을거야?"
"주위 정보로 생각해가는 수 밖에 없겠지. 집안 정보, 부모님의 직업이라던가"
분명히 하야마의 부모님의 일이 의사랑 변호사였나……변호사는 문과같지만 의사는 완전히 이과니까……일단 문과에서도 될 수 있는 모양이지만 입시를 치는 시점에서 더는 완전히 이과가 아니어선 힘들지.
"그치만 유키농 괜찮을까"
"뭐가"
"그게, 그 소문으로 상당수가 유키농에게 고백한다고 들었구"
그리 듣고 어제 광경이 재생된다.
"유키농은 미인이고 머리도 좋으니까 남자애들 사이에서 꽤 노린다는 사람 많아"
"흐응-……"
"그러니까 이 기회에 노리자는 느낌으로"
"반대 아냐? 그런 소문이 있으니까 못 하는거 아냐?"
"음~.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 리얼충들이 생각하는건 전혀 모르겠다.
"유미코도 그렇지만 유키농도 어떻게든 해줘야지"
"……하아"
방과후, 유이가하마와 함께 국제교양과 교실 근처까지 왔다.
가끔은 봉사부 부실로 함께 가자고 해서 부르러 가는 모양이라, 나는 소문으로 화제거리인 존재라서 일단 교실에서는 떨어진 곳에 서 있다.
남의 소문은 금방 사라지니까……뭐, 사라지지 않고 남는것도 있지만……미우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고……요즘 하야마의 행동은 자주 눈에 띈다. 누군가와 함께 행동하던 저 녀석이 혼자서 있는 일이 많아졌으니까……혼자가 되고 싶을때는 대개 거북한 일이 일어났을때지만 그 그룹에 그런 일은…………잠깐. 거북한 일인진 모르겠지만 최근에 생긴 일을 생각하면 그것밖에 없군……어쩌면.
"힛키!"
"뭐야. 갑자기 큰 소리로"
"자, 잠깐만 와봐!"
"어, 어이 잡아당기지마!"
황급한 태도의 유이가하마에게 팔을 잡아당겨지면서 국제교양과 교실로 다가가자 여자애들이 뭔가 웅성거리면서 둘러싸듯이 서 있었다.
조금 발돋음을 해서 안을 쳐다보니 남자 한 명이 유키노시타의 눈 앞에 서 있었다.
……엥, 뭐야 이 분위기.
어딘가 여자애들의 분위기는 들뜬다고 할까 꺄삐꺄삐라고 할까 소녀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눈을 반짝거리면서 보고 있다.
"좋아합니다. 괜찮으면 저와 사귀어주세요"
…………배짱있구만 어이. 공개 고백이냐……자칫하면 공개처형이 될지도 모른다.
"민폐입니다. 누구하고도 사귈 생각은 없습니다"
유키노시타가 경어를 사용한데 의문을 품고 남자를 자세히 보니 3학년이었다.
"어, 그치만 유키노시타는"
"소문은 소문입니다"
"그럼 나하고"
"두번이나 말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민폐입니다"
정말로 성가셔보이는구만…………이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저 녀석 자신이 어떻게 된다……하지만 소문을 없애는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으니까……어떻게 소문을 지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위 여자가 소리질러서 앞을 쳐다보니 선배가 유키노시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놔주세요"
"누구하고도 사귀지 않는다면 나하고 사귀어도"
"놔주지 않겠습니까"
정신을 차리고보니 3학년 선배의 팔을 잡고, 최대한 노려보고 있었다.
"너, 누구지?"
"이 녀석의 지인입니다. 놔주지 않겠습니까. 선배도 이제 곧 졸업하는데 이상한 문제를 일으켜서 졸업 취소나 합격 취소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요"
그렇게 말하자 졸업이니 합격이라는 단어가 통했는지 3학년은 마지못해 유키노시타의 팔을 잡고 있던걸 포기하고 가볍게 나를 노려보면서 국제교육과 교실에서 나갔다.
다행히도 그 소문으로 퍼져있는건 내 이름뿐인지 주위 여자는 갑작스런 난입자에 조금 놀라면서도 교실로 들어가거나 뿔뿔이 흩어져간다.
"미안해. 유이가하마도"
"으응, 괜찮아?"
"그래"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조금 지쳐보이는 얼굴이었다.
……이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그대로 부실로 가지만 그 사이에도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평소처럼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나서는 조금은 나아진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피로해보이는 표정이 보인다.
어쩐다……하야마는 거의 알았다. 아마 그 녀석은 잇시키의 일이 감겨있다. 뭐, 그것만으로 거리를 둔다고 하면 고개를 젓겠지만 확실하게 잇시키의 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약하군.
그때, 문이 노크되었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0화
"아, 유미코"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혹시 메일 얘기?"
미우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적당한 의자에 앉는다.
일단 나도 PFP는 집어넣고 일단은 미우라쪽으로 돌아본다.
"그래서 할 얘기는 뭐니"
"그게……하, 하야토가……어디로 가는지……알고 싶다고 할까"
평소의 여왕님다운 말투는 어디로 갔는지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는 미우라의 모습은 어딘가 어디에나 있는 여고생과 별반 차이없어 보였다.
아니, 미우라도 여고생이지만 평소엔 주위보다도 자신을 높게 보여서 어른스러운척 보인다고 할까……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높이지도 않고,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말하는걸로 보인다.
"요즘, 하야토가 왠지 우리랑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할까, 멀다고 할까"
"확실히 그러게. 토벳치하고도 왠지 떨어져있구"
"왠지 이대로 내버려두면 아주 먼곳으로 가버리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언젠가는 멀리 떨어질거야. 졸업하면 대학에서 떨어지는걸"
정론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야마의 학력은 위에서부터 세는편이 빠르다. 그러니까 미우라하고는 다른 대학으로 가는건 확실하고, 애시당초 문과 이과 선택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것 이다.
"그러니까……그러니까……조금만 더 이대로가 좋다고 할까……계속 이대로가 좋다고 할까"
미우라 자신도 그런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하다못해 고등학교 3년간 정도는 같은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이 닿는 범위의 가까운 곳에서 모두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그런 느낌인가.
"왠지 요즘 하야토가 우리랑 거리를 두려고만 하고 있고, 대화를 해도 무뚝뚝하고……왠지 나아 미움받을만한 짓이라도 한걸까"
……에-. 이렇게까지 얌전해진 여왕님은 처음 보는데.
미우라는 고개를 숙이며 치마 자락을 꼬옥 움켜쥐고 있다.
"…………반대로 하야마가 거리를 두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떡할건데"
"좀, 힛키"
"그치만 그렇잖아. 지금까지 같이 있던 녀석이 갑자기 거리를 두면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거기다 말하지 않는다는건 이미……떨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잖아"
내 발언에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할 요소가 없다……지금까지의 하야마와 지금의 하야마를 비교했을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거라면 그걸로 됐어"
"유미코……"
"하야토가 우리한테서 떨어지고 싶다고 말한다면 됐어……하지만 왜 떨어지는건지 알고 싶어…………나아가 하야토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사과하고, 그걸 고치고……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떨어지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의 눈에선 마침내 눈물이 뚝뚝 흘렀다.
소매로 눈물을 닦지만 그 탓에 화장이 번져서 얼굴이 엉망이 되어도 미우라는 신경쓰지 않고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다.
딱히 떨어져도 좋다. 그것이 자신이 원인이라면 그걸 고치고 사죄도 한다……하지만 원인도 아무것도 모른채 멀리 떨어져가는건 싫다………….
"…………알았어. 어떻게든 할게"
"어떻게든이라니"
"어쨌든간에 유키노시타의 소문도 어떻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됐잖아. 하야마에게 직접 물어보면 끝날 얘기고"
"하지만 누구에게도 안 가르쳐줬는데?"
"평범하게 물어보면 그렇겠지"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평범하게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다……다른 방향에서 물어보면 된다. 어쨌든간에 이제 곧 마라톤 대회도 있으니까 물어볼 타이밍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반 정도는 하야마의 생각을 알았고……가장 큰 문제는 유키노시타의 소문이지. 이것만큼은 불특정 다수의 인간이 상대니까 어찌할 수도 없다.
"승부는 마라톤 대회 당일……만약 그 날에 못 들으면 미안하지만"
"괜찮아……그때는 그냥 포기할래……이제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는 터벅터벅 부실을 나갔다.
"자신이 있니?"
"반반……이라고 할까"
"그런가……그치마나 유키농의 소문은 어떡할거야?"
"그게 문제다……지금 당장 해결책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소문은 무척이나 성가시다. 처치를 잘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꼬리를 물고 날아가버리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이번 소문의 경우에는 졸업할때까지 갈테고. 이대로 방치해도 유키노시타가 민폐를 겪을 뿐이다.
"딱히 나는 신경쓰지 않아. 그러니까"
"그에 비해선 피곤한 얼굴이고……벌써 몇 명째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고개를 숙이고 나로부터 시선을 삭 피했다.
이미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가 아니겠지. 유키노시타는 학년은 물론 전교생 중에서도 고령의 꽃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이번 일로 움직이는 녀석은 많을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자칫하면 위험한 방향으로도 갈지 모른다.
"하지만 섣부르게 손을 대면 그야말로 위험하지 않아?"
"뭐 그렇지…………소문을 없애려면 다른 소문을 퍼뜨리면 되지만……그것도 말이지"
나와 사귄다는 소문이 있다면 다른 녀석이랑 사귄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나 자신은 해방될지도 모르지만 유키노시타는 사로잡힌 상태니까 이 안은 보류.
"…………그, 그, 그러면"
드물게도 말을 더듬는 유키노시타가 고개를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만들면서 슥 일어서서 나를 곧게 쳐다본다.
""그러면?""
"차, 차라리"
""차라리?""
"……소문을 사실로 만들면 되는게 아닐까"
그 말이 마치 어딘가의 요괴 스트라이크처럼 부실 안의 벽을 땡땡팅팅 부딪치면서 돌아다녀, 마지막에는 쑤욱 우리 머리속으로 들어오지만 머리서속에서도 땡땡팅팅 부딪치면서 돌아다닌다.
그 말은 유이가하마 킬러라도 갖고 있었는지 유이가하마는 크게 입을 벌리고 완전 정지하고 있다.
완전 정지한 우리를 보고 유키노시타는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어디까지나 소문을 소문이 아니도록 하기 위할뿐이지 정말로 여, 연인 관계가 되는건 아니야"
"아, 아아……과연. 사실로 해두면 고백해오는 녀석도 없어진다는 얘긴가"
"뭐어, 진짜가 아니라면……하지만 저기, 이걸 기회로 두 사람이……"
아까부터 유이가하마가 중얼중얼거리지만 일단 방치해두고 어떤 의미로 유키노시타의 제안은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 소문이 소문이니까 고백해오는 녀석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문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면 아무도 고백은 해오지 않을거라고……너무 잘 생각한것 같기도 하지만.
"적어도 사실이라면 매달리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상대가 나니까 말이지……하야마 정도라면 모를까"
"하지만 소문으로 사귈지도 모른다고 하는거랑 진짜로 사귄다고 하는건 고백하는 용기의 크기도 다를거라고 생각해. 내 친구도 그랬는걸"
"하아……하지만 언제까지 계속할건데. 졸업할때까지 계속 할 수도 없잖아"
"그것도 그러네"
졸업까지 할 생각이었냐……아니, 딱히 싫진 않지만.
"우리가 자유등교하게 될때까지면 괜찮지 않을까"
"……거의 1년인가……딱히 나는 상관없지만"
"결정됐네……그런데 뭐라고 부르면 될까"
"하? 평소대로 부르면 되지 않아?"
"음~. 그래선 신빙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네……왜 나는 응원모드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말해도 나는 모릅니다.
"……그, 그럼 이름으로 부르는건 괜찮을까"
"그, 그렇게 되는군"
"…………하, 하치만"
부끄러운듯이 조금 볼을 붉히면서 이름을 불린 순간, 두근하며 심장이 고동을 크게 치고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게 이렇게나 부끄러운 일이라니…….
"…………유, 유키노"
그렇게 부르자 그쪽도 부끄러움이 정수리를 관통한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나한테서 시선을 피한다.
"우으으으으"
"왜 너는 뚱해진건데"
"딱히……오늘은 더 이상 안오려나"
시간을 보니 확실히 적당한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안 올것이다.
"그것도 그러네……오늘은 이만 끝낼까"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로 부활동이 끝나고 각자 정리를 시작한다.
"오늘도 내가 반납하고 올게"
유키노시타에게 열쇠를 받고 한번 헤어져서 교무실로 향한다.
그나저나 유키노시타랑 연인인척이라…………이제 나 외톨이가 아니라 청춘만끽하는거 아냐? 나의 러브 코메디는 이미 왕도 루트에 올라탄걸지도 몰라……이대로 탈선해서 어둠바닥에 전락하는 미래가 쉽게 떠오르지만.
자, 문제는 하야마다. 아마 그 녀석은 잇시키의 일에 대해서 무슨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우라네와 거리를 두는 이유라는것도 약하지. 한번 일격, 강공격을 먹이면 정답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실례합니다~"
"마침 잘 됐다. 내일 방과후는 비어있겠지?"
"엥, 질문이 아니라 확인?"
왠지 수수하게 너는 한가한놈이니까 라고 들은 기분이다……아니, 뭐 그거에 관해선 부정하지 않지만.
"내일 진로상담회가 있지만 인원이 부족해보여서 말이다. 학생회에서 정식발주가 왔다"
"또 잇시키인가요"
"뭐 그래. 그 녀석도 고문에게 확인하러 온 점에서는 조금 성장은 한 모양이다……그런데 너는 어디로 할거냐"
"문과라구요. 저 기억력 좋으니까요"
"그게 수학계열도 좋았으면 불만은 없는데 말이다"
수학이라는건 인류가 해야할게 아니다. 물리는 우주가 모두가 아니다. 화학은……화학은 뭐, 특별 취급으로 고등학생이 할 일은 아니라는걸로 하자. 내 기억력이 통하는 분야가 너무 적은게 안 되는거다. 공식을 기억해도 그걸 못 쓰면 어쩌자는건데.
"역시 이미 결정하고 제출한 녀석은 많은가요"
"극히 소수지만 말이다. 월말까지라고 말한 이상, 마감기간에 내는 녀석이 많다. 하지만 하야마는 제출했지……그런데 하나 확인이다만……그 소문은 사실이느냐"
선생님의 귀까지 들어간거냐……아니 딱히 상관없지만.
"어음 단적으로 말하면 아니지만요……그게 여러모로 있어서"
"흠. 뭐, 그런거라면 깊게는 묻지 않으마……하지만 설마 너와 소문이 퍼지다니. 순전히 하야마 부근이랑 퍼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은 다리를 꼬며 어깨에 얹힌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지당합니다. 뭐, 문화제 부근부터 여러모로 거리가 가까워지는 이벤트가 많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뭐, 조심해서 돌아가거라. 나는 아직 일이 있다"
"고생하시네요"
그렇게 말하고 교무실에서 나오니 어째선지 출구 부근에 유키노시타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아, 아아 뭐어……그리고 왠지 내일 진로상담회가 있으니까 그걸 도우래"
"그래……그럼 돌아갈까"
"……아, 아아"
엥, 뭐야? 연인인 척을 하면 함께 돌아간다는 이벤트도 발생하는거야? 아, 그치만 그런가. 밖에서 보여지는 일이 많으니까 같이 돌아간다는것도 어쩔 수 없나.
그대로 주륜장으로 함께 가서 내 자전거를 꺼내고 그대로 손으로 밀며 교문으로 향하던 도중에 힐끔힐끔 시선을 느끼고 그쪽을 쳐다보니 부활동이 끝난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바로 효과 있나…….
"유, 유키노"
"읏. 뭐, 뭐니 하치만"
"……탈래? 가는김에 집 앞까지라면"
자전거의 뒤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가방을 바구니에 담고 의자에 앉듯 뒤에 앉고 내 허리에 손을 감았다.
설마 또 이런 이벤트가 발생하다니……번뇌퇴산은커녕 불러일으키잖아.
자전거를 천천히 밟으니 힐끔힐끔 시선을 느끼지만 학교에서 조금 떨어지자 금방 그 시선도 사라졌다.
…………청춘은 이런걸 말하는거겠군.
허리에 꼭 감겨진 온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갔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1화
다음날 방과후, 연락을 넣은 유이가하마와 직접 말한 유키노시타, 그리고 선생님에게 들은 우리 셋은 문화제 실행위원회 회의때 사용된 회의실에서 잽싸게 파티션과 책상과 의자를 깔며 여섯개의 부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진로상담이라고 말해도 역시 현내유수의 진학교, 우수한 대학에 합격한 졸업생에게도 말을 걸어서 튜터로서 연락을 해온 모양이다.
하지만 졸업생인가…………절대로 그 사람은 오지 말기를.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하면서 의자와 책상을 옮기고, 그걸 파티션으로 구분지어간다.
"선배 살았어요~"
"……왜 너는 아무것도 안 해?"
"제대로 하고 있어요-. 저는 구분짓는게 끝난 책상에 여러모로 올려둔다구요"
앉아서 그렇게 말하는 잇시키의 무릎에는 대량의 서류가 있다.
딱히 모든 구분이 끝날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다 된곳부터 놔두면 되지 않을까.
"하치만. 거기 남아있는 의자를 이쪽에 주지 않겠니"
"음"
아직 이름을 불리는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제와 비교하면 아직 내성은 붙은 편일 것이다. 어제 난데없이 이름 부르기는 진짜로 심장이 뛰쳐나갈뻔했다.
그때, 있는 힘껏 교복을 확 잡아당겨져서 성가시단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보니 잇시키였다.
"서, 선배 언제부터 유키노시타 선배와……그건 거짓말이었나요?"
"여, 여기에는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아무튼 꼬치꼬치 캐묻는건 그만해"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조금 생각하고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나에게 서류의 산을 내밀어온다.
……이 자식……남을 발밑에 보고 있어………….
"잇시키"
"뭔가요-?"
"……선배는 존경하는 편이 좋다-"
"아야야야야야!"
방에 잇시키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역시 화가 난 나는 양손을 주먹으로 꾹 움켜쥐고 잇시키의 양쪽 관자놀이를 빙글빙글 돌린다.
"죄, 죄송해요-"
"흥"
사과해서 일단 빙글빙글을 그만두자 관자놀이를 잡으며 울상지으며 나를 가볍게 노려보지만 그런건 지금의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른바 데스머신3를 사용한 후에 생츄어리를 발동, 거기에 500 배리어를 펼친것 같은 무적 상태다.
잇시키는 아직도 아픈 관자놀이를 잡으면서 준비가 끝난 책상에 서류를 올려둔다.
"힛키가 이로하를 괴롭혔어~"
"안 괴롭혔어. 그보다 너는 왜 기분 나빠하는거야"
"딱히~"
"…………"
"왜 너까지 그렇게 차가운 눈으로 보는거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시선을 홱 피한다.
왠지 내 취급이 나날로 높낮이 차이가 장난이 아닌것 같은데…….
그때 회의실에 산뜻한 한 차례의 바람과 포근한 분위기가 흘러들어온걸 느끼고, 문쪽을 쳐다보니 반짝 빛나는 이마의 메구리 선배와 하루노 씨가 있었다.
"오, 히키가야 햣하로~"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지만 나는 경직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든다.
그렇지이~. 우수한 대학에 간 졸업생이라고 하면 이 사람밖에 없지이……라고할까 이 시람에게 지금 그 소문을 들키면 그야말로 위험하지 않나.
그런 불안을 알고 있는건지 지금 당장이라도 여기서 떨어지고 싶을만큼 히쭉거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하루노 씨가 손짓을 한다.
……이거 안 가면 좀 더 귀찮아지겠지.
하는 수 없이 하루노 씨의 근처로 가자 어깨를 안겼다.
"요놈요놈~. 유키노랑 사귀지 않는다고 해놓고 사귀고 있잖아~. 메구리 한테 들었어~. 유키노랑 사귀고 있다며"
"단순한 소문입니다"
이 사람에게 사귀는 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의리가야도 참~. 요놈요놈"
"하아……그런데 하야마의 진로라던가 못 들었습니까?"
"갑자기 난데없네……하야토의 진로? 몰라~. 아, 그치만치만! 의리가야의 진로라면 알아!"
"헤에~. 그건 대단하네요~. 참고로 그건"
"들을래?"
"역시 됐습니다"
"히키가야가 장가오기~"
말하는거냐……라고할까 그건 대학 진로가 아니라 인생의 진로가 됐잖습니까. 나는 학업 진로를 물을 생각인데……역시 이 사람은 모르겠다.
"하루 선배. 슬슬 시간이에요"
"오케이-. 그럼 또 봐, 의리가야"
낭랑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라지는 하루노 씨를 보고 겨우 나는 해방됐다고 생각했다.
"유키노"
"뭐야"
"언니는 기뻐~……그치만, 유키노가 원하는건 진짜가 아닐까?"
나에게 말할 생각인전기 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잇시키의 안내대로 파티션으로 구별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건 못 들은걸로 치자.
"……슬슬 돌아갈까"
"그, 그래"
진짜…………그건 그때, 내가 말한것과 조금 의미가 다르다는걸 나는 무의식중에 이해하고 있었다.
유키노시타를 역앞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뒹굴어 배를 식히지 않도록 유탄포 대신에 카마쿠라를 배 위에 올려서 PFP를 하고 있었다.
이제 곧 마라톤 대회가 시작되는것과 동시에 진로희망 조사표의 제출기한이 다가온다.
결국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 하루노 씨마저도 하야마의 진로를 모른다는건 늘 함꼐있는 에비나나 토베 등은 못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야마의 주변 정보를 토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도 상당한 난이도다. 한쪽이 변호사고 다른 한쪽이 의사라는걸 생각하면 어느쪽의 선택을 해도 아무 이상한 점은 없고, 성적면을 봐도 문과・이과 둘 다 유키노시타를 추구하는 기세로 우수한 성적이기에 두 가지의 가능성은 어느쪽으로 좁힐 수 없다.
――――――너는 좋은 녀석으로 보이면서 실은 그거구만.
문득 디스티니 랜드에서 하야마에게 말한 자신의 말이 뇌리에 스쳤다.
……그래. 주위 정보로 모른다면 하야마 하야토라는 인물을 한번 더 재평가하면 된다.
하야마 하야토……소부 고등학교의 학교 카스트에서 톱에 군림하는 명실상부 다정한 임금님. 누구에게든 다정하고 산뜻한 미소를 짓고 모두 사이좋게의 정신을 맡바탕에 두고 있다. 축구부 부장을 맡고 학업에서도 유키노시타와 견줄 우수함으로 교사에게 받는 기대도 높다. 부활동 내에서도 아마 지지율을 높을 것이다. 주위 학생의 신뢰도 두텁고 초연해하는 여자는 많다…………의사와 변호사 사이에 태어난 아이……그건 내가 상상한 적이 없을 정도로 기대와 선망의 소용돌이에 감싸인 인생이라는것과 동시에 실망과 실의의 눈치를 가장 많이 받은 인생이기도 할 것이다…………만약이다……만약 그 녀석이 모든걸 던져버리고 싶다고 가정하자. 선망, 기대, 그런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무엇을 할까. 배제, 배척……선망, 기대를 하는 존재를 튕겨낸다……하지만 그 녀석의 밑바탕인 생각이 어느 정도 억지력으로 움직일 것이다…………잇시키 이로하의 사건, 그리고 떼어놓는 발언…………그런건가.
한번 쌓아올린 신뢰나 기대라는것은 자랑이 되는 한 편으로 그 인물을 짓누르려고 하는 장해도 될 수 있다. 하야마는 쌓아올린것을 부수고 싶은게 아니다…………뭐어야.
"역시 너는 그거다……하야마"
그렇게 말하는것과 동시에 화면에 You win이라고 표시되었다.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 아침, 1, 2학년 남녀가 출발 지점의 공원에 모여있지만 모두 하나같이 춥다니 귀찮다니 말하면서도 제대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확실히 엄청 춥다. 게다가 입고 있는 체육복이 바람을 통과시킨다. 춥다고 하면 진짜 춥다.
이미 남자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선두에는 물론 과거 우승해서 연패의 기대가 걸려있는 하야마 하야토의 모습이 보이고, 그걸 응원하려고 여자가 선두 라인 부근에 있다.
참고로 나는 최후미다. 이거면 된다……나, 지구력같은거 무리고.
"하치만"
"음……유키노"
직후에 엄청난 양의 시선을 느끼지만 뒤돌아보니 나의 정신적으로 위험해질것 같아서 일단 유키노시타 쪽을 빤히 쳐다본다.
"미우라의 의뢰, 오늘이 한계야"
"알고 있어"
"하지만 너 계속 게임하고 있으니까 체력은 나 이상으로 없을텐데 정말로 괜찮아? 체육 수업때도 선생님한테 걷지 말라고 혼났잖아"
"…………자, 잘도 보고 있구나 너"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저질렀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볼을 붉히면서 입 다물고 있어라고 하는것처럼 커흠 헛기침을 한 후에 가볍게 노려본다.
그렇게 얼굴 붉힌 상태로 노려봐도 무섭지도 않아……그나저나 왠지 시선을 받으면 부끄럽네.
"이, 일단……힘내 하치만"
"어, 어어. 힘낼게……유키노"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빙글 돌아보니 이미 떠들고 있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럼…………배틀 오퍼레이션 세트
"위치에 서고……준비"
땅!
직후에 마라톤 대회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퍼지고 남자들이 일제히 달려가는 가운데, 나는 느릿느릿 천천히 뛰기 시작해, 열의 최후미까지 일부러 떨어져서, 힐끔 주위를 확인하면서 달려간다.
공원구획을 빠져나가면 보도로 나온다. 교사의 눈은 거기서부터는 거의 없으므로 이번 내 작전은 최고로 좋다.
주위에 교사, 및 학생들이 없는걸 확인하고 미리 공원에 준비해둔 어떤 그늘로 들어간다. 내 눈 앞에는 애용하는 자전거가 있었다. 바구니에는 물론 장갑, 상의, 머플러의 완전방한구가 들어있다. 운동부에 들어간 적도 없고, 거기다 운동은 체육에서 밖에 안 하는 내가 선두 집단의 톱을 달리는 하야마를 쫓아갈 리도 없다. 그러니까 이런 작전을 한거다……하지만 하나면 주의할 점이 있다……내가 죽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좋아"
완벽하게 방한구를 장비하고 따뜻한 차림으로, 거기다 아버지의 품에서 슬쩍해온 니트모와 선글라스를 끼고, 거기다 긴 바지까지 입고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필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나온다.
거기서 하나의 난관이 보였다.
"짜식들아! 뭘 걷고 자빠졌냐!"
아츠키다. 그 후덥지근 아츠키다. 한번 더 말하자……아츠키다. 저 녀석에게 들키면 끝. 설교다……하지만 안심을. 들킬리가 없다.
"아, 안녕하세요. 학생이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뇨아뇨"
거 봐라. 그 아츠키가 학생에게 고개를 숙였다고? 쿡쿡쿠……자 그럼.
나는 페들을 밟는 힘을 늘리고 선두집단으로 향해간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2화
내 작전은 무사히 궤도에 진입해서 지금은 집단의 반 정도까지 따라갔다.
그 도중에 자이모쿠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깨닫지 못한듯이 고개를 홱 돌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보스보스 라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마구언 발걸음으로 뛰고 있었다.
후우. 서두르지 않으면 하야마가 골인해버려……골인하기 전에 하야마와 접촉하지 않으면……음?
그때, 뒤쪽에 있는 녀석들이 되게 공포로 가득찬 소리를 점차 지르더니, 어떤 사람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어떤 사람은 몰래 갖고 왔던 음악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뽑고 있다.
"뭐길…………"
"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를 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 뒤를 백의를 입고 어째선지 운동화를 신고 최근에 남성에게 프로포즈 받아서 지금은 약혼기간중이라고 멋대로 내가 생각하고 있고 미인인 귀신 형상의 히라츠카 시즈카 교수가 엄청난 속도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본 순간 비명을 지르면서 페달을 전력으로 밟는다!
어, 어째서야! 내 계획은 완벽했을텐데! 그보다 저 사람 너무 빠르잖아!
"너라는 녀석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은!"
그래, 지금 상황은 마치…………보스를 쓰러뜨리고 안심하고 돌아가려고할때 갑자기 뒷길이 붕괴하기 시작해서 황급히 전력으로 달리기 버튼을 눌러서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붉은 모자에 수염을 기른 아저씨!
이런데서 붙잡혀선 안 돼! 어떻게든……어떻게든 해서 히라츠카 선생님을 뿌리치지 않으면……그렇지!
"아-! 저기에 선생님의 미래의 남편이!"
"뭣! 어, 어디!?"
내가 소리지른 순간, 히라츠카 선생님은 황급히 그 다리를 멈추고 황급히 여기저기로 뻗쳐있는 머리카락을 손질해서 다듬어간다.
"안녕"
선생님이 없는 약혼자 남성을 찾고 있는 사이에 나는 전력으로 페달을 밟아 선두집단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지만 뒤가 무서워서 가끔 뒤를 확인하면서 마라톤 대회에서 정해진 코스를 뚫고가니 어떤 지점에서 거의 달리는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 녀석, 얼마나 이상한 체력을 갖고 있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페달을 밟고 있으니 전방에 낯익은 금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카락의 녀석이 보여서 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리면서 경적을 계속 울리자 이쪽을 쳐다봤다.
"히이, 히이, 히이 쌔액 쌔액, 썌액빠, 빠르자나아"
"어, 어음……마실래?"
그리 듣고 주머니에 들어있었을 미니사이즈 페트병을 건내받고 사양않고 그걸 받아 꿀꺽꿀꺽 마시자 작은 사이즈였기 때문인지 사라져버렸다.
"후우……미안, 전부 다 마셨어"
"딱히 상관없어……그치만 왜 자전거를"
"아~ 뭐어, 그거 말인데……뭐, 뛰면서 해도 돼"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는 나를 맞추기 위해선지 방금전과 비교해 조금 속도를 떨군 상태로 달리기 시작하고 나는 그 옆을 떨어지지 않도록 자전거를 밟는다.
"너, 진로 어디로 했는데"
"……누구에게 부탁받았나"
"고객의 비밀은 지키는 주의거든"
하야마의 질문은 긍정한다. 이미 몇 명에게도 들었을테니까.
"가르쳐줄 필요는 없겠지. 진로선택은 장래를 생각해서 정하는거니까"
"그렇군…………그럼 질문을 바꾸마……너는 미우라한테서……아니, 미우라를 포함한 모든 친구・지인한테서 거리를 두고, 이른바 잊혀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거지"
그렇게 물으니 하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금 속도를 올렸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지친거야. 잘생긴데다 다정해서 모두로부터 기대나 선망의 시선을 받는 하야마 하야토를 연기하는게. 그러니까 미우라에게 떼어놓는 말을 하고, 토베나 에비나한테 거리를 두는 행동을 시작한거야"
"…………"
"……하지만 너는 그걸 못 했지……아니, 끝까지 하는걸 허용할 수 없었어. 끝까지 해버리면 네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걸 놓아버리는 일이니까…………너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지금 상황을 마음에 들어한거야, 하야마. 기대도 선망도 받지 않는, 그냥 하야마 하야토로서 봐주는 녀석들이 있는 그룹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거야. 그러니까 그런 어중간한 행동밖에 못하지"
"……어중간했던걸까"
"아아, 나에겐 그렇게 보였어. 정말로 혼자가 되고 싶다면 쉬는 시간에는 자거나 공부를 하는 등 남을 접근시키지 않는 오러를 두르면 돼. 하지만 너는 그 어느것도 하지 않았어. 아니, 하고 싶지 않았지. 그걸 해버리면 미우라네가 상처입는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모두 사이좋게……그런 생각을 밑바탕에 둔 하야마에게 있어서 누군가와 관계를 끊는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거기다 누군가를 상처입히는것도 싫어할터……그러니까 그런 어중한간 행동밖에 못했다.
"그런 어중간한 행동밖에 못한다면 솔직하게 그 녀석들이랑 같이 있어줘라……그 어중간한 행동이 그 녀석들을 상처입히고 있어.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떠나간다…………그게 싫다고 생각하는 녀석도 있잖냐?"
"…………"
"게임도 마찬가지야. 동료라고 생각했던 CPU가 갑자기 스토리 중반에 영문모를 이탈을 하잖아? 그래서 대개는 그 애, 괜찮을까? 라는 대화에 들어가지. 그거랑 똑같아"
"………………역시 나는 너에겐 못 이기겠네"
"하아? 인생의 승리자가 무슨 소릴 하냐"
"인생에서 승리해도 한번, 큰걸로 패했어"
가장 큰걸로……게임인가? 게임이라면 솔직히 어디의 누구한테라도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마음을 간파하는 힘이야……너에겐 그게 있어. 루미때도……그리고 유키노도"
"…………"
이 녀석이 사적도 아닌 곳에서 그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 못해서 놀란 나머지 발이 조금 멎어버려서 황급히 내딛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발이 떨어져서 페달로 발을 치고 말았다.
아얏……피 나오네.
"그렇지. 히키가야"
"아?"
"하나, 경험자로서 충고야"
"대단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군"
"뭐 그러지마……소문을 없애려면 다수의 눈 앞에서 사실을 보여주면 간단하게 사라져. 몰래 하지 말고"
…………과연. 확실히 경험자에게서 받는 큰 충고다.
"참고로 할게"
문득 고개를 드니 이미 골인 지점인 공원의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여자를 기다리게만 하면 뼈아프게 돌아올거야. 출처는 나. 그럼"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는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저 녀석은……나도 얼른 자전거를 어디 숨기고.
"으읏!"
자전거를 내린 그때, 뒤에서 어깨를 덥석 잡혀서 끼끼긱! 소리가 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린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니 뒤에 대마왕이 있었다.
그야말로 히든 보스.
"여, 히키가야. 꽤나 피곤한 모양이구나"
만면의 미소를 짓는 히라츠카 선생님. 하지만 내 어깨를 잡는 힘은 서서히 힘이 늘어간다.
……나, 죽었네.
"내가 특별히 마사지를 해주마"
"아, 아뇨. 선생님을 번거롭게 할 수는"
"자라"
"네"
차가운 한 마디에 거스르지 못해, 공원에 들어가서 바로 누운 순간, 내 허리부근에 앉아, 그대로 양다리를 붙잡고.
"아야야야야야야!"
그대로 새우꺾기.
"너라는 녀석은! 봉사부에서 지금까지 보낸 생활은 뭐였던거냐! 나는 안타까워서 견딜 수가 없구나!"
"아야야야야야! 여,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문답무용!"
그대로 모두가 골인하고, 표창식이 행해지는 시간까지 나는 선생님한테 지옥의 고문 108식의 모든걸 그 몸에 새겨지고, 마지막에 철권을 받고 겨우 해방되었다.
젠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불안이 적중해버리다니……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이라 다행이다. 이게 아츠키였다면 학생지도실에 감금되어서 설교타임이다.
공원 광장으로 향하자 학생회장인 잇시키가 우승한 하야마에게 마이크를 대며 인터뷰같은걸 하고 있는게 멀찌감찌서 보이고 되게 좋아 죽어보이는걸로 보인다.
"아파라……진짜로 허리 아파"
"뭘 한다고 생각하니 그런 짓을 하다니"
"유키노……왜 너는 천연덕 스러운거야?"
"조금 쉬고 있었더니 실격처리 되버렸어. 마지막까지 달릴 예정이었는데"
상당히 실격당했다는게 분했는지 유키노시타는 진심으로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슴 부근에서 주먹을 움켜쥐며 부들부들 전신을 분함으로 떨고 있다.
그나저나…………하야마가 아까 했던 말……다수의 앞에서 사실로 만들면 된다고……뭘 하면 되는데……그, 그치만 키, 키스 같은건 할 수 없고, 껴안는것……도 할 수 없고…….
"그래서, 어느쪽인진 들었니"
"나는 못 들었지만……그 녀석의 입으로 미우라에게 말할거야"
그 증거로 멀리서지만 미우라와 하야마가 담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분하다는 얼굴을 짓고 있는 잇시키의 모습도 보이는것 같다.
"……하지만 모르겠어"
"뭐가"
"……그, 그게 사랑 하나로 인생을 정해버릴지도 모르는걸 결정하다니"
……그건 나도 모른다……하지만, 미우라의 안에선 하야마와 함께 있는게 최우선 사항일테지. 내 안에서 게임이 최우선 사항이었던 것처럼.
"그 뭐냐……사랑은 모든걸 뛰어넘는다는거 아니겠어?"
"……사랑……연심……"
유키노시타는 그런 단어를 툭툭 말하면서 팔짱을 끼고, 이따끔 볼을 조금 붉히면서 생각의 바다에 들어갔다.
표창식은 종료했는지 공원 광장에 모여있던 녀석들이 점차 출구로 향해 걷기 시작해, 우리들 쪽으로 다가온다.
……한다면 지금이군.
"으읏……하치만?"
나는 유키노시타의 머리에 손을 두고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다정하게 쓰담아주니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지만 고개숙이는건 싫은건지 내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않고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본 녀석들의 입에서는 여러 말이 나왔지만 죄다 소문이 사실이었다는데 대한 놀라움 등이라 확실히 효과는 있는것 같다.
거저 경험한게 아닌 모양이군, 하야마.
"저, 저기 하치만?"
얼굴을 붉히며 젖은 눈으로 유키노시타가 올려다본 순간, 내 심장이 두근, 크게 고동을 쳤다.
……너, 너무 귀엽잖아.
"너네 뭐하는거야"
""으읏!""
뒤에서 기막히단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하야마와 미우라가 뒤에 서 있었다.
"어이, 하야마. 그 히쭉대는 얼굴은 뭐야"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유미코, 먼저 갈게"
"응"
어디에서 그런 소녀틱한 목소리가 나오는거냐고 딴지걸고 싶을 정도다.
"……들었어?"
하야마가 사라지고나서 그렇게 물으니 평소의 퉁명한 얼굴로 돌아와 빙글빙글 손가락으로 금발을 감기 시작한다.
"뭐, 뭐어……하야토, 문과로 한대…………그, 그게……여러모로 고마워, 히키니……히키가야"
"어, 어어"
그렇게 마랗고 미우라는 하야마의 뒤를 쫓듯이 빠른걸음으로 사라졌다.
"힛키, 유키농 얏하로~"
"유이가하마. 수고했어"
"이제 진짜로 지쳤어~. 그러고보니 유키농은 문과 이과 선택은 어디야?"
"나는 국제교양과니까 별로 관계없어……일단은 문과지만"
"그런가-! 모두 같네! 모르는점이 있으면 가르쳐줘!"
일단 구분은 같은 문과라는 바구니에 들어갔지만 남은 1년도 지나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관계는 계속 사라지지 않는다……그런 식으로 느낀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관계는 남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남는 관계……그것도 있을지도 모른다.
"햣하로~. 하야토"
"하루노 누나……또 무슨 생각해?"
"딱히 아무 생각 안해…………유키노의 진로는 들었어?"
"안 들었어. 내가 들을 자격은 없어……지금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건 그 두 사람이야. 하루노 누나도, 나도 아닌 그 두 사람이야"
"……신뢰……가 아니지. 좀 더 심한 무언가야"
"…………더는 하루노 누나의 뒤는 쫓지 않는걸로 보여……하지만 그것뿐인걸지도 몰라. 아직 그는 깨닫지 못한것 같지만…………그래도 언젠가, 그녀를 구하는건 그라고 생각해. 나로선 손에 넣을 수 없었던걸 그는 손에 넣어버렸어. 정말로 뭐가 히키니쿠야……나보다도 훨씬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후후후. 그렇지~. 상처입는걸 무서워하는 주제에 어느샌가 남에게 다가가서 빼앗아버리는걸"
"그런 그를 바꾼건 그녀이며, 또한 그녀를 바꾼것도 그라고 생각해. 물론 그 사이에는 그녀가 있어"
"유키노, 소문이 퍼지는건 이제 지긋지긋할텐데~. 정말이지……진심으로 사랑에 빠져버린걸까?"
"그게 내가 손에 넣을 수 없었던거야. 하루노 누나"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3화
한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2월로 들어가자 히터 등의 난방기구가 놓여있지 않은 부실은 숨이 하얀 기체로 나오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무척이나 춥다. 실내인데 코트와 머플러를 끼고 게다가 장갑까지 껴서 게임을 하고 있고,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큰 무릎덮개를 둘이서 써서 밀착하고 있어서 따뜻한 모양이다.
왜 저기에 남자가 들어가면 비판당하는걸까……그럼 설산에서 조난당했을때 껴안는것도 비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앗 바로 미국 최강 플레이어 발견!
진심을 내기 우이해 지금까지 봉인하고 있던 장갑을 해방하고 늘 진심모드로 미국 최강 플레이어를 박살내기 위해 고속으로 버튼을 누르고 컨트롤러 스틱을 조작한다.
"……우와아. 말미잘이 됐어"
"유이가하마. 보면 안 돼. 보면 너도 히키니잘이 되버릴거야"
어이, 히키니쿠랑 말미잘을 퓨전 시켜서 새로 내 별명을 완성시키지마. 뭐야 히키니잘은. 쌍절곤 같잖아.
역시 미국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만큼 나도 노대미지는 아니다……하지만 이 카미하치에게 걸리면 모든 최강은 평범으로 떨어진다.
"구헤헤헤헤……이걸로 미국도 내 손에 떨어졌다"
"힛키 소름"
어이쿠, 그만 마음의 목소리가 나와버렸나. 하지만 이것도 게이머의 숙명……폐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말면 일반인들이 식겁하는건 이미 익숙해졌어! 나는 살아서! 이 폐인 플레이를 잇는다!
점프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것과 동시에 공격 버튼을 누른 순간, 내 화면에 Win이라는 문자가 표시되고 최강의 플레이어를 쓰러뜨린 증거인 골드 스타가 내 화면에 추가되었다.
훗. 이걸로 골드 스타는 15개. 즉 15개국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후우……추워"
게임을 하고 있어서 뜨거워졌지만 그것도 휴식에 들어간 탓에 단번에 추위를 느낀다.
"그래. 역시 난빙기구도 없는 1월은 춥지"
"히터 아직일까"
며칠전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히터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직 전혀 히터가 오지 않는다.
"물어보러 갈까? 역시 히터가 없으면 춥잖아"
"그래. 물어보러 갈까"
오오, 유키노시타네가 가준다면 나는 안 가도 될것 같군.
그렇게 생각해서 PFP에 집중하지만 어째선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아서 고개를 들어보니 불만스런 표정의 두 사람의 눈이 빤히 나에게 꽂히고 있다.
…………이거, 나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패턴인가.
살짝 한숨을 쉬고 PFP를 슬립 모드로 바꾸고나서 주머니에 찔러넎고 부실에서 나오자 너무 추워서 몸을 떨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린다.
"우으, 추워! 아, 그렇지!"
"좀 유이가하마"
유키노시타의 싫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뒤돌아보니 싱글벙글한 얼굴의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의 팔을 안고 있어서 꽤 따뜻해보인다.
……이럴때 여자는 좋겠다. 남자가 저런짓을 하면 호모냐고 듣는데……윽. 호모라고 듣고 그 사람의 표정이 언뜻 보여!
필사적으로 고개를 붕붕 좌우로 저어서 에비나의 얼굴을 뿌리친다.
그때, 지나가던 길에 있는 학생회실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 이로하 얏하로-!"
"아, 유이 선배! 유키노시타 선배! 안녕하세요-"
"어이, 나를 잊지마"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앗, 이런☆ 하는 말을 윙크를 하면서 나에게 하지만 그런걸 받아도 열받을 뿐이라서 얼마전에 했던 머리 빙글빙글을 먹여줄까 하고 주먹을 움켜쥐어서 허공 빙글빙글을 하자 잇시키는 그 통증이 되살아났는지 관자놀이를 잡고 한발짝 뒤로 물러난다.
"그래서, 어쩐 일이야?"
"아뇨~ 히터가 좀 망가진것 같아서 선생님에게 봐달라고 생각해서요"
"우리도 교무실 가던 참이니까 같이 가자!"
"그래도 되나요-?"
또 내 입지가 좁아진다…………여자가 모이면 간음하다고 곧잘 말하지……게다각 모인 여자가 죄다 최고의 미녀라고 보고……어라? 나는 존재가치 없지 않아? 퍼즐 게임에서 말하는 방해 드롭처럼 존재가치 없지 않아? 우와앙!
마음속으로 통곡하면서 잇시키를 포함한 파티로 교무실이라는 이름의 보스룸으로 향한다.
딱히 됐어……보스룸에서 싸우는건 이 녀석들 셋이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경험치 팍팍 들어오니까 조만간 저 녀석들을 넘을 정도로 강해질테고.
"실례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후끈하게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뒤덮는다.
젠장. 왜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이렇게나 차이가 있는거야……복도에도 난방기구 설치해주면 불평없이 따를텐데.
잇시키는 다른 선생님에게 용건이 있는지 우리하고는 헤어지고 우리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향한다.
"응? 어쩐 일이냐, 너희들 모두 모여서"
"선생님~. 히터 아직인가요~? 너무 추워요"
"분명히 며칠전에 신청했을텐데요"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선생님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히터? 얼마전에 너희들에게 갖고가도록 부탁했을텐데"
"누구한테 말인가요"
"잇시키한테"
그 순간, 방금전에 잇시키가 말했던 히터가 망가졌다는 대사가 어째선지 내 뇌리에 클록 업급의 속도로 통과해가는것과 동시에 분노라는 여파를 나에게 벌려온다.
저 쉬키……학생회실로 갖고 갔겠다.
"이로하가 그러고보니 아까 히터 망가졌다고 안 했어?"
"말했지…………"
"선생님. 새삼스럽지만 저 녀석의 학생회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가 있는 사람을 추천한건 어디의 누구니"
뒤에서 푸슉 예리한 말이 꽂힌다.
일단 교무실을 돌아보지만 잇시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학생회실 부근까지 돌아가, 도장깨기처럼 문을 쾅! 열자 안에는 잇시키밖에 없었다.
"어라? 왜 그러세요?"
"잇시키……너,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히터맡았지"
"…………"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거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두리번두리번 움직이고,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필사적이다.
"잇시키……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망가진 히터라는건"
"…………죄송해요"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는지 잇시키는 체념한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히터를 갖고 가도록 들은 날에 마침 일이 있어서 일단 학생회실에 두고, 나중에 갖고가자고 한 모양이지만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잊어버린 모양이라, 그대로 학생회실 물건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죄송해요~"
"그보다, 학생회실은 히터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꽤 연식이라서 멈춰버려요~"
"아무래도 좋지만 갖고가도 되겠지"
그렇게 말하자 잇시키는 울먹울먹 눈을 적시며 버려진 강아지처럼 나에게 스타라이트 샤워를 보내지만 이미 사이트 배치라는 최강의 프래그램을 장비하는 나에게는 그런건 통하지 않는다……그 에비나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하아, 알겠어요-. 아무쪼록 갖고 가주세요"
"하치만"
"예이예이"
그리 듣고 콘센트를 뽑아 양 옆의 홈을 잡고 히터를 들어올려, 학생회실을 나와 잽싸게 추운 복도를 걸어 봉사부 부실에 도착하고 바로 기동 시키려고 콘센트를 꽂으니 파직, 전원 버튼을 누르지만 어째선지 디스플레이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고 난방도 나오지 않는다.
"어라? 여보세요-"
"아, 어이 치지마"
"에, 그치만 치면 고쳐진다고 하잖아. 우리 텔레비전도 가끔 꺼지지만 때리면 켜져"
너는 어느 시대 인간이냐. 그보다 이 녀석, 절대로 회중전등의 전지가 다 닳면 전지를 뽑고 반대방향으로 꽂은 다음에 아, 잠깐이지만 켜졌어! 같은 짓을 하겠지. 그리고 게임 카세트 시대에 전원이 잘 안켜지면 카세트를 꽂는 곳에 후 바람을 불어넣을 타입이다.
"…………새로운걸 사는 수밖에 없겠네"
"예산 있냐"
"일단은 부활동으로 인정받고 있으니까 있기는 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부탁하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 히터라면 비품으로 받을 수 있나.
"그럼 내일 휴일에 사러가자! 다 같이!"
"에-. 나 주휴 2일제인데"
"괜찮잖아! 가끔은 밖에 안 나가면 힛키 비타민……비타민 뭐였더라?"
"D아냐? 그보다 외출하거든……일단 9시 정도에 여기서 만나면 되지 않겠냐"
"오케이! 유키농도 되지!?"
"그래, 상관없어"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약속한 우리들이었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어보니 시간대로 도착한건 나 뿐이었다.
어이, 유이가하마는 그렇다치고 유키노시타까지 지각이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늘 봉사부에 가장 먼저 오는 그 녀석이 지각이라는건 꽤 희귀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머니속의 스마트폰이 울리며 화면을 쳐다보니 데이터 브레이커한테 왔다.
"여보세요"
『아, 힛키!? 미안! 오늘 못가게 됐어!』
"어째선데"
『사브레가 컨디션이 나쁜것 같아서 병원에 가야만해! 미안!』
그리고 유이가하마의 전화는 끊겼다.
그럼 유키노시타랑 단 둘이라는건가…………이거, 데이트같지 않아?
"하치만"
"…………어, 어어"
고개를 드니 검은 코트에 검은 머플러를 감고 체크무늬 치마에 검은 타이츠의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을 보고 무심코 빤히 쳐다봐버렸다.
아무래도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이 보였다.
"유이가하마한테 연락은 들었니"
"아아, 사브레의 병원이지…………일단 갈까"
"그래"
일단 전자제품이라고 하면 HOSHIN이라서 그곳으로 가기 위해 나란히 걸어서 치바역으로 가지만 우리들 사이에 좀처럼 대화가 생겨나지 않는다.
"너 드물게도 지각했네"
"그, 그래 뭐어…………여러모로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여자애 준비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런거겠지. 코마치도 5분만 기다려라고 하면 확실히 그 3배는 시간을 내다보지 않으면 안 될정도의 기세로 기다리게 하니까.
그것만 대화다운 대화도 하지 않고 걸으며 HOSHIN이 들어있는 쇼핑몰로 들어가, 엘레베이터로 4층으로 가니 연도 말이라는것도 있어선지 가전제품이 상당히 값이 싸게 됐다.
"예산 얼마 받았는데"
"5만엔이야"
5만이나 받으면 좋을 정도잖아……그보다 히터로 5만이나 받을 수 있는건가……받을 수 있나.
일단 넓은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때때로, 너무 싼 가격에 경탄하면서도 그 제품을 쳐다보니 히터를 찾아냈지만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주위를 돌아보니 액정 텔레비전을 집어먹을듯이 보고 있었다.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유키노시타의 뒤로 가니 큰 화면에 새끼고양이가 비치고 있었다.
"너 정말로 고양이 좋아하는구나"
"으읏, 히, 히터는 찾았니"
"이쪽"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의 뒤를 내가 걸으며 하나하나 방향을 지시하면서 걸으니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목적지가 놓여있는 코너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히터라고 해도 여러 형태가 있어서 길고 가는 히터도 있거나 곧잘 가정에 있을법한 스토브 형태의 히터까지 상당히 폭이 넓다.
"어느게 좋을까"
"어느거라고 해도 말이지…………평범하게 스토브형이면 좋지 않아? 교실에 있는것도 스토브형이니까"
"하지만 수납장소도 생각하면 이쪽이 좋지 않을까"
가리킨 곳에는 길고 가는 타입의 히터가 놓여있다.
14,650엔인가……어차피 살거면 이걸 2개 사는 편이 이득보는걸지도……확실히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수납장소를 생각하면 스토브형보다 길고 가는 타입이 장소도 먹지 않으니까.
"거기다 히터의 은혜를 받는건 우리뿐이니까"
"그것도 그런가…………그럼 이거 두개를 살까"
"그래"
그런고로 길고 가는 타입의 히터를 둘을 들고 계산대로 갖고가서 계산을 마쳤다.
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74화
히터 계산을 마친 우리는 조금 배가 고픈것도 있어서 휴식이라는 점심을 먹기 위해 1층 아래의 플로어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뭘 주문할지 메뉴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대화가 너무 없네 우리……평소부터 남이랑 대화하지 않도록 살아왔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면 어쩔 수가 없지만 새삼 유이가하마의 중개역이 있나없나로 이렇게까지 대화 성립에 영향을 미칠 줄이야……무섭다, 유이가하마 유이.
메뉴도 정하고 점원을 불러서 그걸 주문한다.
"얘, 하치만"
"아?"
"코마치는 잘 지내고 있니"
"아아, 잘 지내. 수험공부로 피곤해하긴 하지만"
얼마전에는 카마쿠라에게 투덜투절 불평을 했으니까. 역시 그래도 고양이한테 불평을 털어놓는 코마치를 봤을때는 조금 공포를 느꼈지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프렌치 토스트 세트 커플Ver입니다"
""……하?""
점원이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린것을 보면서 같은 소리를 동시에 중얼거리자 점원이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면서 우리를 쳐다본다.
아니, 확실히 주문한건 맞다……그저 커플Ver은 뭐야. 왜 프렌티 토스트가 하트형태로 담아져 있는거야. 왜 유키노시타와 내가 주문한 레몬티가 큰 컵에 빨대 두 개가 꽂혀있는 상태야? 그리고 왜 빨대가 도중에 하트 형태를 그리고 우리에게 입을 돌리고 있는거야? 그리고 왜 초콜렛 막대기가 올려져 있는걸까.
"어, 어음 메뉴는 맞는데요"
"……그게 아니라 왜 커플Ver?"
"아아. 오늘은 커플 데이라고 해서 찾아오신 커플 여러분에게 둘이서 즐기실 수 있도록 어레인지한 메뉴를 드리는 날입니다"
아니,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소리를 해도.
"밖에 놔둔 메뉴판으로 안내되어있는데요"
"아, 아아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겨우 안심했는지 점원은 안도하고 어깨를 떨구고는 미소를 짓고 느긋하게 드세요~ 라고 하면서 안쪽으로 사라지지만 우리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부스터가 가해진다.
정말로 요즘 커플로 착각당하네……학교에서 사귀는 척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역시 밖에서 착각을 당하면 부끄럽다.
"…………어, 어음 어떻게 먹지?"
"그, 그래………반으로 자르자"
그런고로 나이프로 하트모양의 프렌치 토스트를 세로로 반으로 자르려던 순간, 유키노시타에게 손을 잡혔다.
"……저, 저기 유키노?"
"그, 그건……옆이 아닐까"
뺨을 붉히면서 그렇게 듣고, 왠지 모르게 눈치를 채고 가로로 반으로 잘라서 빈 접시에 유키노시타의 몫을 담고 그 그릇을 둔다.
그리고 거기서 깨달았다. 왜 나이프와 포크가 한 세트밖에 없는거야.
어디를 어떻게 찾아봐도 한 세트밖에 보이지 않고, 주위 손님을 쳐다보지만 이도 저도 죄다 아~앙 으로 남친, 혹은 여친에게 먹여주고 있다.
""…………""
그 모습을 보고 둘이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버린다.
"이, 일단 이걸로 먹어. 나는 손으로 먹을테니까"
"그, 그러면 네 손이 더러워지잖아"
"냅킨으로 닦으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고 냅킨을 찾아보지만 그것도 없다.
대체 어디까지 철저하게 우리를 괴롭히러 오는거야……데스 매치냐.
"뭐, 뭐 일단 써"
그렇게 말하고 프렌치 토스트를 손으로 집으려던 그때, 갑자기 코 앞에서 달콤한 향이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뺨을 붉게 물들인 유키노시타가 포크로 프렌치 토스트를 찔러서 내 근처로 가져왔다.
"…………저, 저기 유키노?"
"어, 얼른 해주지 않겠니?"
그리 듣고 창에 비친 얼굴이 빨간 나를 보면서 한입 베어물자 달콤한 프렌치 토스트가 10배 정도는 달게 느껴졌다.
너무 달아……이거 설탕 범벅인거 아냐.
그런걸 2번정도 반복하고, 프렌치 토스트를 다 먹은 우리의 얼굴은 완전히 홍당무였다.
뭐, 레몬티에 관해서는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아서 이건 여유롭게 클리어했다……자, 남은건 어째선지 하나밖에 준비되지 않은 가는 초콜렛 막대기.
힐끔 방금전의 커플쪽을 쳐다보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초콜렛 막대를 좌우 각각 물고, 그걸 먹으면서 서서히 다가가서, 마지막은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보질 못했다.
"이건 줄게"
"아, 아아. 그럼 사양않!?"
내가 한쪽을 가볍게 입에 물은 순간, 유키노시타가 몸을 앞으로 내밀어서 덥석하고 다른 반쪽을 물었다.
그 거리, 눈과 코 끝은커녕 코와 코가 닿을 거리다.
"다 먹었으니까 학교로 돌아갈까"
"에, 좀 어이! 내가 드냐!?"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은 옆에서 힐끔 보였지만 조금 붉고, 그리고 어딘가 웃고있는걸로도 보인것 같았다.
나는 쿵쾅쿵쾅 고동을 올리는 심장을 느끼면서 유키노시타의 뒤를 쫓기 위해 황급히 계산을 마치고 두 히터를 들고 가게를 나왔다.
겨우 옆에 쫓아가서 얼굴을 보지만 방금전의 표정은 없었다.
"잘 먹었어, 하치만"
"아, 아아"
"그리고…………얼굴 재미있었어"
"……시끄러"
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에게 나는 부끄러운 나머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그렇게 대답하고, 학교까지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그날밤, 나는 코타츠에 들어가 PFP를 달칵달칵하지만 밖의 춥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덜컹덜컹 떨리는 창을 보고 겨우 밤도 늦었다는걸 깨달았다.
부모님은 결산처리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라, 돌아올 시간은 상당히 늦어진다고 아까 전화가 와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입시가 가까운 우리 동생・코마치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소리가 큰 PF3는 멈추고 PFP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사랑하는 고양이・카마쿠라 님도 코타츠에 몸을 반쯤 넣고 잠들어있다.
고양이는 좋네에. 아무리 못생겨도 못귀엽이라는 장르가 있는 이상, 따돌려지는 걱정도 없고……부럽다.
그때 카마쿠라의 귀가 척 서고 문쪽을 본것과 동시에 거실문이 달칵 열리고 내 남은 셔츠를 입은 코마치가 거실로 들어왔다.
시간상으로도 이젠 수험생은 자는 편이 좋은 시간이다.
"너 아직도 깨어있었냐. 얼른 안 자면 생활리듬이 무너져서 내일 힘들다~"
"알아. 그치만 왠지 이상한 시간에 꾸벅거려서 지금 엄청 눈이 맑아"
아~ 그거 있지. 밤에 침대 위에서 꾸벅거려서 지금이라도 자려고할때 소음이 들리면 그걸로 완벽하게 눈을 떠서 그날은 못 잔적도 있으니까.
"오빠, 배고파-"
"냉장고……아, 그러고보니 아무것도 없었지"
"맞아-. 그러니까 뭐 사러가자!"
"이런 시간에 혼자서 밖에 나가면 안 됩니다"
"혼자 안 나가면 되지?"
그렇게 말하는 코마치의 얼굴이 내 시야에 확대되어 들어온다.
아무래도 나더러 따라오라고 하는 모양인지, 몇 초 정도 쳐다보지만 크게 한숨을 쉬고 코타츠에서 나와 PFP도 슬립 모드로 바꿔서 테이블 위에 두고 코트를 입고 한밤중의 거리로 나왔다.
역시 이런 시간이 되면 바람은 몸을 가를듯이 차갑고, 발밑은 잘 안보인다.
"추웟-! 엄청 추웟-!"
"그렇구만-. 춥네-"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팔 부근에 퉁 충격이 달리는것과 동시에 온기가 생겼다.
"이거라면 따뜻하지, 오빠. 아,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높지 않아…………그래서, 너는 어떤데"
"어떠고 자시고 열심히 하고 있어. 오빠랑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은걸! 아, 지금 것도"
"포인트 제도 금지"
그렇게 말하자 우- 하며 작게 끙얼거린다.
코마치의 수험이 끝나면 나도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급하고 반년이 지나면 싫어도 수험 분위기에 빠져서 공부에 집중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지금같은 봉사부 중심의 생활은 그림자를 감추고 이윽고는 그 부실을 떠나게 된다.
더는 유키노시타가 타주는 홍차의 향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유이가하마의 기운찬 목소리도 사라질지 모르고, 나의 PFP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소리도 없어지겠지.
하지만…………그 관계는 없어진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형태를 바꾸어, 앞으로 이후에 죽을때까지 인생 속에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유이가하마가 원했던 관계, 내가 원했던 진짜,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원했던 것……그것들은 형태를 바꿔서 계속 우리들의 곁에 있다. 코마치도.
"코마치"
"응-?"
"고등학교에서 기다릴게"
"…………응"
지금 이 생활이 사라진다면……미우라가 하야마와 관계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한것처럼 나도 사라지는 그 날까지 옆에 있는 이 녀석과 그 녀석들과 함께 이 밤하늘을 쳐다보기로 하자.
'추천 종합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약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소꿉친구였다면 (0) | 2015.06.04 |
---|---|
나는 너를 돌봐준다. (0) | 2015.05.01 |
약삭빠른 후배 시리즈【완결】 (0) | 2015.02.12 |
【스레】유키노"호감도 MAX로" 유이"강하게 뉴게임"【콤마】 (0) | 2015.02.08 |
내청춘x시원그녀 - 역시 내가 작가 담당편집을 하는건 잘못됐다 (1) | 2015.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