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의 빈곤생활 - 20 : 히키가야 하치만은 돈을 얻을 기회를 얻는다.
 
 
"암여우!! 이 자이모쿠자 요시, 이 자이모쿠자 요시세이의 눈이 검은한 네놈 멋대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나와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입술이 겹쳐지려던 그때.
 
마치 노린듯한 타이밍으로 자이모쿠자 요시세이의 말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기행을 저지한다. 그리고 자이모쿠자 선배는 험악하게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걸어온다.
 
"…네놈. 확실히 네놈과 히키가야 1학년은 범상치 않은 관계라고는 알고 있었다."
 
자이모쿠자 요시세이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올곧게 쳐다본다. 아니, 쳐다본다기보다도 노려본다.
 
――――아니라구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선수를 잡혔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 어느샌가 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발을 밟히고 있떤 것이다.
 
하려고 하면 통증을 느끼지 않는 나이지만, 이렇게나 노골적이게 입막음을 요구당하면 그걸 깬 후의 그녀의 보복이 무섭다.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일단 항의의 시선을 보내기 위해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본다.
 
당연히 예상은 적중하여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무시는 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겸사로 말하자면 다리도 치워주지 않는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차가운 사람이군.
 
나에게 차가운 사람이라고 평가받은 그녀는 어딘가 재미없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라고는 해도 그녀는 평소처럼 미소의 철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생판남이 그녀를 보면 그저 예쁜 여성이 미소짓는걸로밖에 보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그녀가 언짢아한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함께한 만큼, 나는 그녀의 세세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게 되버렸다. 그건 아마 내가 특기로 하는 『인간관찰』의 능력이, 어지간한 외톨이보다는 우수한 탓이겠지. 과연, 내가 진성 외톨이였나….
 
뭐, 그건 그렇다치고 실제로 언짢은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즐겁거나 기쁘다거나 그런 밝은 기분은 아니라는건 안다.
 
결론, 나는 허튼 짓을 해선 안 된다.
 
"그래, 그럼 해도 상관없잖아."
 
그 말은 조금 생생하니까 그만뒀으면 싶다.
 
"여기는 학교라고? 거기다 히키가야 1학년은 싫어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자이모쿠자 선배는 정론으로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상대하려고 한다.
 
"그런건 내 알바 아냐. 나는 히키가야랑 키스를 하고 싶으니까 키스를 해. 거기다 간접적인 말이었다고는 해도, 먼저 유혹한건 히키가야라구?"
 
물론, 그녀에게 정론은 통하지 않는다.
 
라고할까, 그 말로는 내가 전부 나쁜것 같잖아. 반쯤 이상은 틀리지 않지만.
 
"뭐…라고? 설마…히키가야 1학년…"
 
이 사람도 힘들겠구만. 어째서 자기가 암여우라고 평가한 인간의 말을 덜컥 믿는거야…. 확실히 8할 정도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아냐아냐라고 손을 흔든다.
 
"…므으…뭐 좋다. 오늘 나는 바쁘다. 묵인할 생각은 없지만 오늘은 넘어가주지."
 
커흠, 자이모쿠자 선배는 고의라는듯이 헛기침을 하고 급하게 이 자리를 떠나갔다.
 
…그치고는 꽤나 산뜻하다기보다도 드물다. 평소의 그라면 이 자리에서 끝낼 생각이 없는 언어의 나열을 해서 설교를 할 텐데.
 
"마지막으로, 이건 충고다. 입맞춤은 랑데부 도중에 해야한다."
 
조심히 돌아보며 나를 보고 자이모쿠자 선배는 말했다.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나는 중얼거리지만 물론 자이모쿠자 선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
 
 
"그치고는 꽤 싱거웠네."
 
자이모쿠자 선배가 교내로 돌아가는걸 묵묵히 지켜보는 나에게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가볍게 자전거에 기대면서 말한다.
 
그라는건 역시 자이모쿠자 선배를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도 별로 재미없는 일이었기 때문일까, 그녀 자신의 어투도 퉁명스럽다. 어조도 어딘가 날카롭고. …그렇게나 나하고 키스하고 싶었냐고.
 
"…바쁘다는건 자이모쿠자 선배도 제대로 학생회장을 한다는거겠죠."
 
"그러게. 내가 없으면 그는 이 학교의 좋은 지도자가 됐을거야."
 
이야기를 끝낼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아마 의도해서 그녀는 얘기를 이었다.
 
"…자이모쿠자 선배는 충분히 훌륭한 학생회장《지도자》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나의 거짓없는 진심이다.
 
전교생 앞에서 몇 번이나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패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과소평가하기 쉽상이지만 애시당초 그처럼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같은 발판에 서서 맞설 수 있는 인간은 그리 없다.
 
유키노시타 하루노 자신도 그의 도전을 몇 번이나 받아들이는게 그 증거다.
 
"안 됐네~. 그는 제대로 학생회를 집행하려고 해도 내가 이 학교를 지배해버렸으니까 그가 지도자가 되는 일은 없어요-."
 
꽤 뚱해져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말한다.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걸지도, 이 사람. 할 수 있는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이 사람한테서 무언가를 이겨볼까. 만약 이기면 재미있어질것 같다.
 
하지만 뚱해져도 똑바로 지배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점은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해야할까.
 
"그러십니까."
 
나는 멈춰있던 다리를 움직여서 겨우 목적지로 향한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같은 타이밍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말야. 나, 증명해줬지?"
 
증명이라는건 역시 방금전의 입맞춤일까. 아니, 아마 그렇겠지.
 
확실히 그대로 자이모쿠자 선배가 제지하러 와주지 않았다면 나와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입술은 겹쳐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말하자면 확실히 그녀는 나에게 증명했다는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이런걸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나와 밀접한 관계를 바라는 모양이다.
 
그것이 건전한 남녀 관계인건지, 아니면 단순히 주종관계로서인지는 아직 나에게는 알 수 없지만.
 
"뭐, 그렇네요."
 
의미없다는건 알고 있어도 나는 조금 애매하게 대답한다.
 
"그럼, 짐칸에 타도 되지?"
 
그러고보니 그런 잡담에서 방금전의 사태가 됐었나. 나도 증명해보라고 말 안했으면 이런 귀찮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몇분 전의 나를 때려주고 싶다.
 
"…맘대로 앉아주세요."
 
내가 단념하고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만족스러운듯이 끄덕이고 내 자전거 짐칸에 탄다.
 
"그럼 목적지는 늘 가는 찻집인데요, 괜찮겠어요?"
 
일단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확인을 했다. 특별히 이유는 없지만 아무 말 안하는것도 뭐하다고 생각한다.
 
"좋아-, 그럼 렛츠고-!"
 
자전거 짐칸에 탄 그녀는 내 복부에 양팔을 감아 자전거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잡는다. 그때, 그녀는 의식한건지 나에게 몸을 밀어붙인다. 그렇기에 등 뒤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 감촉을 느끼지만 방금전의 상황을 경험한 나에게는 사소한 일이었다.
 
"체에~, 히키가야 익숙해지는거 빨라-."
 
말은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그 어투는 밝았다.
 
"…저는 썩어도 남자라고요. 그러니까 조금은 그 다운 행동을 해주세요."
 
적당하게 대답하고 자전거를 밟는데 집중한다. 우리 히키가야가는 교통사고하고는 끊어도 떼어놓을 수 없는 질긴 인연같은 관계에 있으니까 신중해진다.
 
뭐,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당하는대로 반응하는것도 뭐하다. 그런 의미로 말하자면 내 말은 전부 적당하지는 않고, 오히려 본뜻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얘, 히키가야."
 
"뭔가요."
 
"히키가야는 계속~, 내 상대 해줄거야?"
 
유키노시타의 그 목소리는 나를 재미있어서 놀라기 때문이지 무척이나 활기차다.
 
이 말의 의미와 어투로 보건데 그건 일종의 사랑의 고백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다. 어차피 또 뭔가가 있다.
 
그걸 왠지 모르게 안다.
 
아마, 『내 상대』라는건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그녀가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내가 그녀에게 휘둘린다』라는, 유쾌도 뭐도 아닌 이 관계 그 자체를 가리키고 있는거겠지.
 
그만큼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런 말을 나에게 굳이 말하는거지?
 
잘 생각해보면 안다.
 
애시당초 그녀의 질문은 도중부터 파탄난 것이다. 거기다 내가 해야할 대답은 그녀 자신이 이미 제시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따르면 될 뿐이다.
 
"…어차피 제가 고개를 저어도 유키노시타 씨는 제 의견 따윈 무시할거잖아요? 그럼 간단하게는 뒈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 정도는 할게요."
 
자전거를 몰면서 말한다. 빈말이라도 2살 연상의 선배에게 할 발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대하는 태도다. 이 사람에게 사양따위를 하면, 바로 삼켜지고 만다.
 
최저한 경어는 쓰고, 그녀에게 대해서 어느 정도 존경도 갖춘다. 그래도 나는 방심을 할 생각도 없거니와, 그녀의 마음대로 될 생각도 없다.
 
――――합격.
 
자전거로 이동했기 때문에 바람소리가 방해를 해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뭘 어째서 합격인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던 거겠지.
 
 
뭐, 하지만 뭔가.
 
이렇게까지 함께 있는 일이 많은거다. 의외로 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싫은게 아닐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고생은 하겠지만.
 
 
그 후에는 특별히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끝났다.
 
 
―――――――――――――――
 
 
"우울해."
 
그 다음날 아침, 신문배달을 끝낸 나는 학교에 붙어있는, 어떤 이벤트 관련 포스터를 보면서 한숨쉬었다.
 
 
그 이벤트의 이름은,
 
 
 
 
『여름방학』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쌓아온 커뮤니티 멤버끼리 마음껏 노는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자신의 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연인과 시시덕거릴 수 있는 빌어먹을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PC 앞에 앉아서 혼자 슬프게 놀 수 있는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색바라는 일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를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보내는 법을 할 수 있는 연휴 중 하나.
 
그건 학생에게 있어서 통틀어 『최고』로 평가받는 연휴.
 
 
 
하지만 그런 학생이라고 해도 좋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인간은 그 반을 맛보고 있는지도 의심쩍다. 라고할까, 십중팔구 맛보고 있지 않다.
 
라는것도 이 여름방학이라는거. 나에게 있어선 지옥말고는 아니다.
 
"우울해."
 
나는 다시 중얼거린다.
 
왜냐면 우리 집은 빈곤하니까, 이 연휴의 대부분을 바보처럼 알바를 충실히하는 예정이라구요~. 핫하하~ 웃어라 웃어~~ 웃지 않으면 못해먹는다고요~
 
…응, 못 웃겠지. 비교적 진심으로.
 
"…하아"
 
나는 너무나도 의욕없어서 작은 한숨을 쉬었다.
 
 
뭘 하고 있는건지.
 
이미 결정한 내용을 하나하나 한숨 쉬는건 되게 한심하다.
 
그건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나라는 녀석은 일하는걸 정말로 싫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방심을 하면, 그만 여자스럽게 불평을 늘어뜨린다.
 
하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이 여름방학의 3분의 2정도 배분으로 일할 수 있다면, 실은 먹는데 곤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부족하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일해서, 그 여유로 생긴 돈을 이사를 하기 위해 쓰고 싶은 것이다.
 
역시, 그 낡은 아파트에서 남매 둘이서 사는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고할까 애시당초 어머니가 타계되지 않았으면 그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일은 업 ㅅ었던 것이다…. 용서못해, 우리 부모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못 해먹겠네에.
 
"이거, 단기간에 파팍, 돈이 들어오는 일은 없나아…"
 
문득, 마음속으로 생각했던걸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행동은 깨닫지 못했다고는 해도 너무 부주의했다.
 
"있어."
 
바로 옆에서 그거 참 유쾌한 생각을 떠올렸다는 듯이 낯익은 밝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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