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역시 나의 남국 리조트는 잘못됐다. 11일째 오전
 
 
 
 
 
정신을 차리니 거기는 암흑이었다.
나아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는것 같았다. 홀로 마음 졸이며 나아는 마음속으로 하야토를 생각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하얀 연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연기는 점점 큰 덩어리가 되어, 마지막에는 인간형태가 되어서, 그건 하야토의 모양이 됐다.
하야토 뿐만이 아니라, 교실의 평소 풍경도 만들어져갔다. 하야토는 얼굴 모를 다른 애들에게 평소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아는 하야토가 깨달아줬으면 싶어서 큰 목소리로 하야토를 불렀다.
 
유미코"하야토-!"
 
하야토는 나아를 깨닫고, 이쪽을 돌아봤다.
 
유미코"하야토-, 하야토오!"
 
하지만 하야토는 웃고만 있지 조금도 이쪽으로 와주는 기색이 없었다.
 
나아는 저 미소를 좋아했다. 모두에게 보여주는 산뜻한 미소. 그 미소를 보고 있는것 만으로 주위의 공기가 산뜻한 느낌이 된다.
저런 식으로 모두를 미소짓게 할 수 있는 남자는 고등학교에 입학할때까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나아도 그 산뜻한 분위기 속에 몸을 두게 됐다. 하야토의 주위는 정말로 기분이 좋다. 아마, 나아 말고도 여러 애들이 그렇게 생각할거라 생각한다.
저 산뜻한 공간 속에 있는 사이에, 좀 더 좀 더 하야토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야토와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다고 굳게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그런 눈으로 하야토를 보기 시작했더니, 하야토의 미소가 나에게 향하고 있지 않다는것도 금방 알게 됐다.
만약, 하야토의 특별한 사람이 되면, 분명 좀 더 특별한 미소를 볼 수 있는게 틀림없어. 나아는 하야토의 특별한 미소를 보고 싶었다.
 
하야토와 알게되고나서, 가능한 하야토와 같이 있으려고 했지만, 하야토는 점점 나아를 주위에서 꺄아꺄아 떠드는 애들하고는 다른 특별한 틀에는 넣어주게 됐다.
하야토가 자신이 이끄는 그룹으로서, 나아를 그 일원으로 곁에 두게 해줬다.
하야토는 자신을 따르는 많은 여자애들이 섣불리 자신에게 접근해오는걸 거북하게 생각하는걸로 보였다. 하지만 적어도 나아 자신은 하야토에게 거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아는 하야토의 가장 곁에 있는건 나라고, 자타공인 상태가 되도록 주위에 어필을 했다. 하야토에게 섣불리 접근하는 여자에게 강한 견제를 걸었다.
하야토는 나아의 행동에 특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나아도 하야토의 특별한 미소를 볼 수는 없었다.
그건 나아에게 있어선 쓸쓸한 일이었지만, 하지만 다른 애들보다는 앞서고 있고, 시간을 들이면 어쩌면, 하고 생각하게 됐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 하야토의 안에서 나아가 더욱 소중한 존재로 변할지도, 라고 희미한 기대를 품으면서 보내왔다.
 
하야토를 안지 2년. 지금은 확실하게 안다. 하야토의 그 미소는 어느 방향에도 향하지 않는다. 아마도지만, 하야토의 마음에는 나아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아의 마음이 욱신 아팠다.
그 순간, 하야토도 주위 많은 여자애들도 사라져버렸다.
또, 나아는 어둠속에 혼자가 되었다.
 
 
 
 
잠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시커먼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서있는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히키오였다. 하야토처럼 빛나지 않는다. 평소처럼 눈을 흐리며, 절대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최근들어 히키오는 하야토하고는 정반대의 남자라고 생각했다. 유이가 히키오를 의식하고 있는건, 2학년이 되어서 바로 알았지만, 나아에겐 히키오의 장점은 몰랐다.
놀랬던건, 하야토가 명백하게 히키오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야토 정도의 남자가 어째서 히키오 따위를,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잠시 지나니 점차 이해할 수 있었다.
유이를 통해 히키오를 보던 가운데, 히키오는 실은 엄청나게 남의 심리를 읽어낸다고 생각했다. 임간학교에서 루미를 구해냈을때 작전의 신선함은, 나아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나아는 유이를 응원했다. 하지만, 히키오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이 없다. 유이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히키오에게 다가가고는, 그 때마다 상처입기를 되풀이한다.
그런 의미로 히키오는 하야토하고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섬에서 생사에 관여하는걸 히키오와 함께 경험하고 있으니까, 히키오를 진정한 의미로 이해하게 됐다.
 
나아의 기준에서 보면 히키오는 실은 어린 아이와 같다. 절대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은 정말 믿고 싶어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히키오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똑바로 받아들여줘서,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진실된' 상대를 찾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길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가, 울면서 엄마를 찾고 있는 느낌?
거짓된 엄마는 필요없다. 거짓된건 사라져버리라고 생각한다. 히키오의 평소 그 태도를 보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아의 엄마는 아마, 무조건으로 나아를 사랑해준다. 지금까지 여러 일이 있었지만, 때로는 엄청 꾸중받을때도 있지만, 엄마는 나아를 굉장히 소중하게 대해주었다.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지금의 나아는 그걸 알 수 있다.
 
히키오와 코마치의 부모님은 두분 다 건재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히키오는 아무 말하지 않지만, 아마…그런거라고 생각한다.
 
히키오는 매번 동생인 코마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다. 코마치도 히키오를 정말로 잘 알고 있고, 알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시스콘 오빠와 브라콘 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코마치의 눈에는 히키오를 돌보는건 물론, 무슨 일이든 전부 포함해서 받아들일 각오가 있는것 처럼, 나아에게는 보인다.
동생이 그렇게까지 오빠의 인생의 모든걸 짊어지려고 하다니, 나아에겐 좀 이해할 수 없지만, 코마치가 그렇게 결심해버릴 무언가가 있었던걸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나아의 기준에서 보면, 역시 동생은 동생이야. 중학생인 코마치에게 고등학생인 히키오의 모든걸 받아들이는건 할 수 없다. 10년 후, 25살인 코마치가 27살인 히키오를 받아들인다면, 못할것도 없지만.
 
어제 저녁, 유이에게 봉사부에 대해서 여러모로 들었다….
체인 메일, 문화제, 체육대회, 수학여행, 학생회장 선거, 크리스마스 이벤트.
 
몽땅 전부를 듣고나서 상각한건, 여러가지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감정이 마음에 세게 치솟아 오르니, 다음으로 여러 사람이 암흑속에 떠오른다. 유키노시타, 유이, 히나, 히라츠카 선생님, 하루노 언니, 오리모토, 메구리 선배.
 
나아는 어둠 속에서 떠오른 그녀들에게, 거의 폭언 수준의 소리를 감정에 맡겨서 질렀다.
 
"왜, 그렇게나 히키오를 욕하는거야?"
"왜, 나아한테 아무 상담도 안 해준거야? 우리 친구 아냐?"
"왜,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로 히키오를 때리는거야?"
"왜, 히키오를 억제로 억지로 봉사부에 집어 넣은거야?"
"봉사부의 활동은, 히키오가 단순히 샌드백처럼 얻어맞는것 뿐이잖아."
"왜, 히키오가 가장 열심히 한 결과를 부정하는거야?"
"왜, 관계없는 히키오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거야?"
 
히키오의 괴로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주제에, 적극적으로 히키오를 이용하는 인간, 소극적으로 히키오를 써먹는 인간, 히키오의 진정한 굉장함을 모른채 바보취급하는 인간, 히키오가 그저 상처받으며 어떻게든 낸 결과에 불평을 하는 인간. 모든걸 용서할 수 없 어….
 
나아는 마음에 쌓인걸 토해내는걸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온갖 몽땅 폭언을 한 후에는 모두가 허무한 시선이 되어,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이번에야말로, 나아는 혼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눈을 뜨니, 거기는 평소의 침실이었다.
 
몸, 땀투성이다.
꿈…이었구나.
최악의 꿈이었어….
눈물이 나올것 같아.
하지만, 울고 싶지 않아. 꿈 같은거에 지고 싶지 않아.
 
분명 그건 나아의 약한 마음이 보여준 꿈…. 여기서 울어버리면 약한 마음에 져버리는게 된다. 그것만큼은 싫다.
꾸욱 참고 있으니, 점점 꿈의 내용을 되짚을 수 있을 정도로 진정이 들었다.
꿈속의 하야토는 중요한건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나아는 하야토가 감정을 드러낸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야토가 진심으로 화내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야토의 진짜 모습을 아무도 모른다는것…이지.
2년이나 같이 보내도 결국, 그렇게 옅은 교제밖에 안했구나….
 
잘 생각해보니,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 가장, 진심으로 맞붙은 적이 있는건 실은 유키노시타였다.
물론, 나아는 그 여자를 싫어하고, 그쪽도 분명 나아를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서로의 금선이나 역린이라는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도 웃음이 나온다.
 
아마, 방금 꾼 꿈은 있을법한 미래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마음에 맡기고 무슨 말을 하면, 분명 방금전처럼 모두가 틀어져셔, 이제 아무래도 좋아지게 되버린다….
 
싫어! 이런건, 나아가 바라는 결말이 아니야.
하지만, 히키오에게 모든걸 다 짊어지게 하는것도 싫다. 그걸 보고 못 본척을 하는건 더 싫다.
그런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 그것이 설령 하야토였다고 해도….
 
틀렸다.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뚝뚝 흘러나와서 멈추지 않아.
히키오에게 모든걸 짊어지게 한 사람에겐 의지할 수 없고, 의지하고 싶지 않다.
하야토조차도 그랬어…. 더는 하야토에겐 의지하고 싶지 않아.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걸까? 나아는 어떡하면 좋지?
 
 
 
 

 
 
 
 
쏴아- 하는 소리로 눈을 떴다.
내 방에는 창문이 없으니까 확인하는건 할 수 없지만, 바깥 날씨는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다. 아직 완전히 각성하지 않은 머리러 멍하니 생각한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는건가.
 
어제 아침, 떌감을 주워둔게 정답이었다.
오리모토와 유키노, 유이의 대결을 하루노 씨가 스토커틱하게 보고 있었다는 구도는, 잘 생각해보면 꽤 무섭지만 인원수가 많았던 탓에 분위기는 그렇다쳐도 땔감은 그런대로 재고를 만들 수 있었던건 결과로서 좋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제, 오리모토하고도 얘기했지만, 불이 없으면 여러가지 의미로 위험하다. 물을 살균할 수 없으니까, 그냥 물을 마시는것 만으로 위생면으로는 상당한 위험을 짊어지게 된다. 물을 마시는것만으로 복통이라면 모를까, 성가신 감염증 같은건 목숨에 직결한다. 거기다 불을 사용한 조리를 할 수 없으니까, 식사는 오로지 바나나, 파파야가 된다. 물고기는 회로 먹을 수 있는 물고기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육고기나 조개는 상당한 위험이 된다.
뭐, 긴급피난적으로 그저 며칠을 사는것 뿐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살 수 있지만, 여기에는 아마 년 단위로 살게 될테니까. 하루하루의 생활질을 유지하는데다, 마른 상태의 떌감 재고가 있다는건,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서 여력이 있게 활동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제 바디 비누를 사용하는것도, 재고가 없어서 이것뿐이라고는 해도, 쓰지 않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갈아입을 의류도 갖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든 위생면으로는 엄한 상태다. 적어도 피지를 벗기는것만으로도 크게 다를지도 모른다.
새로운걸 손에 넣을 수는 없지만, 그 이전의 문제로 컨디션이 무너지면, 거기서 게임오버 가능성이 있다.
 
 
 
오늘은 유키노, 유이, 하루노와 미우라와 에비나를 데려나갈 필요가 있지만, 아무튼 이 비가 좀 걷히지 않으면 힘들어질 것이다. 구실은 어제 자기 전에 일단 생각했지만, 조금 더 보강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라며, 왼쪽으로 누워있던 나는 머리가 어느 정도 각성해서, 자신의 등 뒤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누가 옆에서 자고 있는것 같다. 숨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어제, 혼자서 이 방에 들어가서 잠에 들었다. 물론 아무도 방에는 없었으니까, 누군가가 나중에 들어왔다는게 된다.
아니, 확실히 이 침실은 문은 커녕 아무 칸막이도 없으니까 들어오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지만.
생각할 수 있는건 유키노, 유이, 하루노 씨, 이로하, 사키 정도인가. 아니, 의외로 코마치도 있을법하다. 지금은 거의 그러지 않지만 중학교 2학년 정도까지는 혼자서 자는게 무섭다면서 가끔 내 침대에 기어들어왔으니까.
 
아, 아무튼 이 숨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면 가능한 온경하게 주위를 자극하지 않는 대처가 필요하다. 아무튼, 우선 상대를 확인해야지. 나는 천천히 몸을 젖히면서, 돌아서 몸을 왼쪽으로 바꿨다.
 
켁, 메구리 선배…. 어? 왜? 대체, 언제 들어온거야?
 
 
메구리 선배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음냐음냐- 라며 입을 움직이고, 쿨- 쿨- 하며 귀여운 숨소리를 내고 있다.
 
지근 거리에 얼굴이 있는 탓이지만, 빤히 메구리 선배의 얼굴을 쳐다보고 만다. 이사람, 정말로 포근폭신계열이군. 예쁘다기보다 귀엽다는 느낌이다. 애시당초 천연치유계지만, 자고 있으면 그 순수함이 한층 돋운다.
 
나는 잠시 메구리 선배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봐버렸다. 아니아니, 안 되지. 치유받는건 좋지만, 어느 정도에서 끝낼 필요가 있다.
 
다른 누군가가 일어나서 이걸 목격하면 상당히 위험하게 된다. 다행히, 아직 시간은 이르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을테니, 메구리 선배가 스스로 평소 침실로 돌아가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거랑 같겠지.
 
너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메구리 선배에게 말을 건다.
 
"메구리 선배! 메구리 선배!"
"응-…."
"메구리 선배, 일어나주세요. 메구리 선배, 일어나주세요."
"응-, …아직 졸려…어-. 좀 더어어…."
 
틀렸다, 이 사람, 의외로 성가셔. 큰 소리를 내면 주위가 깰지도 몰라.
 
특별한 관계인것도 아닌데 자고 있는 여성의 몸을 직접 만지는건 여러가지 의미로 저항이 있지만, 이 기회에는 어쩔 수 없다.
 
나는 메구리 선배의 두 팔을 잡고 메구리 선배를 흔들었다.
 
"메구리 선배, 일어나주세요. 메구리 선배."흔들흔들
"응-, 왜에? ……………………어라?"
"아니, 어라? 가 아니라구요. 일어나주세요. 라고할까 왜 제 침실에서 자고 있는거에요?"
"음-……아-, 그런가-……."머엉-
"겨우 눈을 뜬것 같네요. 왜 제 침실에서 자는거에요?"
"응 그게 말야, 어제 밤에 술 마셨잖아? 그래서, 나 꽤 취해버렸는데, 밤에 물을 마시고 싶어서 일어났을때, 어제 여자애들과 대화를 히키가야에게 묻는거 깜빡했다는걸 생각해서."
"하아…."
"그래서 일어나면 물어봐야하는데- 생각해서, 히키가야의 방에 들어가서 옆에서 자기로 했어-."
"했어-, 가 아니잖아요. 이런걸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떤 오해를 받을지. 아무튼 일어나주세요. 그리고, 자기 침실로 가주세요."
 
이쪽의 초조함하고는 대조적으로 메구리 선배는 아직 졸림모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응-, 히키가야는 말야-, 어제는 누구랑 어떤 행동을 했어-?"
 
이 사람, 아직 완전하게는 눈을 못 뜬걸지도. 그렇다고는 해도, 얘기는 빨리 끝내는 편이 좋다.
 
"어제 아침은 제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더니, 오리모토가 나와서 그 후에 유키노와 유이도 같이 나와서, 마지막에 하루노 씨가 왔어요. 전부 그쪽에서 왔어요."
 
"흠흠…"머엉-
 
메구리 선배는 미묘하게 졸린 얼굴로 내 얘기를 듣고 있다.
 
"밤에는 다들 취해널부러졌으니까요. 거기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샤워는 없었어요. 누구하고도 행동하지 않았어요."
"그런가-…."머엉-
 
메구리 선배는 여전히 머엉-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아직 완전하게는 각성하지 않은 느낌일까.
 
"아, 아무튼 어제 보고는 끝났으니까 방으로 돌아가주세요."
"응-, …그러게-. …히키가야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머엉-
"아니, 딱히 폐가 되는건 아니지만요."
"……히키가야는 벌써 일어날거야-?"
"메구리 선배 덕분에 완전히 눈을 떴으니까요."
"그런가-, 미안해."
"뭐, 됐어요. 부엌에 가서 물이라도 마시고 올게요."
"우-… 그럼 나도 같이 가둘까나-. 목도 마르구."
 
일단 내 침실에서 나와준다면 뭐, 아무래도 좋지만.
 
"알겠어요. 그럼 가죠."
"응…."머엉-
 
 
 
 
 
메구리 선배와 부엌에서 물을 마신 후, 나는 바나나를 두 개 정도 갖고 가서 토끼에게 먹이를 주기로 했다.
 
같이 따라온 메구리 선배가 대뜸 말을 했다.
 
"얘, 히키가야. 밑져야본전으로 물어보는데, 칫솔은 어떻게든 안 될까? 여기에 온지 11일째인데, 역시 이만큼 닦아두지 않으면 좀 신경쓰여."
 
듣고나서 나도 자신의 혀로 이를 그어본다. 확실히 꽤 미묘한 느낌이다.
 
"아-, 그렇네요. 여기 며칠간 식사에 당분이 늘어났으니까요."
"응, 여기에 막 왔을때는 그럴 참이 아니었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여기 이틀 정도는 이가 까끌까끌해서 좀 기분 나빠. 그건 역시 설탕을 손에 넣은 탓일까?"
"뭐, 설탕이나 얌이나, 그리고 코코넛 꿀 등 치석이 생길법한게 늘어났네요."
 
그러고보니 어제 유키노랑 유이와 끈적키스를 했지만, 유이의 입속이 되게 끈적거렸던 느낌이 든다.
 
"배에 가면 칫솔이랑 치약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첫날에 바베큐 식량을 쌓을때, 같이 어메니티(amenity - 어메니티; 생활 환경의 쾌적성) 같은것도 쌓았거든요."
"그렇구나."
"일단 코마치는 그 배에서 2박 정도는 숙박할 생각이었던것 같고요. 그저, 짐이 든 상자는 객실에 넣어뒀을 뿐이라, 회오리때 잃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요."
"객실, 엉망진창이었지."
"아직 아침식사까지 시간이 좀 있는것 같으니까, 잠깐 배에 가서 찾아보고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엣! 잠깐. 이런 비내리는 가운데 갈거야?"
"뭐, 비는 꽤 내리고 있지만 바로 저기 해안이고요. 가는 곳도 배 안이니까 위험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비는 상당히 많이 내리는데? 딱히 칫솔은 나중에 찾아도 괜찮잖아?"
"메구리 선배에게 들었더니 저도 입속의 상태가 신경쓰여요. 구강위생도 병균을 예방하는데 중요하고, 여기선 충치걸리면 치료는 어려우니까요."
"음-, 그럼 나도 같이 갈게. 단독행동은 엄금이니까."
"비, 상당히 많이 내리고 있다고요? 여성은 몸을 차갑게 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히키가야도 비 맞을테고, 여기는 같이 가고 싶어. 칫솔도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거니까."
"……. 알겠어요. 그럼 같이 가죠."
 
 
 

 
 
 
집 밖은 그런대로 내리고 있어서, 해안까지 종종 걸음으로 간다. 뭐, 열대비라서 일본에 있을때처럼 몸이 얼어붙을만한 추위는 아니다. 온수 수영장의 조금 차가운 정도의 샤워 느낌이다.
바다 상태를 보니, 비가 내리고 있을 뿐이지, 딱히 거칠어진것도 아닌것 같다. 원래 여기는 환초 속이니까. 강풍이 불지 않으면 파도도 그리 높지는 않은 모양이다.
 
"바다, 평소와 별로 차이없는 느낌이네요. 이거라면 문제없이 배에 오를거에요."
"응, 그러게."
 
나는 미우라와 승선했을때와 마찬가지로 우현측으로 배에 올라탔다. 메구리 선배는 당연히 자력으로 오를리가 없어서, 내가 위에서 손을 뻗어서 끌어당긴다.
 
"고마워. 히키가야"
"아뇨. 일단 객실을 찾아보죠. 제가 쌓은 어메니티는 하야마 네를 포함해 모두의 몫이 있었을거니까,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좋겠지만요."
"그러게에."
 
객실에 들어가서 저번과 마찬가지로 방 안을 탐색한다. 저번에 미우라와 왔을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객실에 있는 짐은 어느 정도 방 구석에 모여져 있다.
아마 사키네가 선내에서 작업하고 있을때, 통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거겠지.
모여있는 짐은 꽤나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쌓아뒀을 상자는 객실에는 없어보였다.
 
"역시, 회오리때 상자는 잃어버렸네요. 속은 상자와 같이 어디로 사라졌거나, 혹은 바닥에 어질러진것 중에 얼마정도 남아있을까, 네요."
"그런가…."
 
일단 한가닥의 희망을 맡기고 바닥 아래 수납 속을 찾아보기로 한다.
 
"분명히, 전에 사키가 이 쯤에서 수납되어 있던걸 열었다고 생각하는데…. 아, 이거다 이거."
 
그렇게 말하고 바닥 수납공간을 열어본다.
 
"우와-, 꽤 여러가지로 있구나."
"전에는 여기서 부엌용 세제를 꺼냈어요. 지금 저희 부엌에 있는게 그거이에요. 그게 마지막이지만요."
 
뒤적뒤적 안을 뒤지니 찾고 있던걸 하나 발견했다.
 
"오, 하나 발견."
"어? 어디어디?"
"이거네요."
"아-, 설명문은 영어지만, 아마 치약 가루야. 큰 튜브니까, 한 동안은 쓸 수 있을것 같아."
"하지만, 저희는 13명 있으니까요. 이것 말고도 해외제 같은 특대용 사이즈 튜브라도 꽤 금방 사라질지도 몰라요."
"그런가-. 그렇지. 아껴서 쓸 수 밖에 없지-."
 
바닥 수납을 뒤적뒤적 찾아보지만, 양치질에 쓸 수 있을법한게 나오지 않았다.
 
"틀렸네요. 안 됐지만 여기는 치약가루가 이거 하나밖에 없는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남은건 선내 객실을 착실히 찾는 수 밖에 없다. 객실의 이 어질러진 모습을 생각하면 꽤나 고생할거라 생각하지만.
 
"메구리 선배는 첫날에 배 탐험을 했지요."
"응, 맞아. 이로하랑 오리모토랑 돌았어."
"그럼 침실이나 욕실 장소는 그런대로 알고 있죠? 선내를 한 바퀴 돌아주실래요? 잘 되면 조금은 칫솔이나 치약가루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히키가야는 어떡할거야?"
"저는 객실 바닥에 어질러져있는걸 조금 정리하면서 칫솔이랑 치약을 찾아볼게요. 제가 쌓은 박스는 잠궈두지 않아서 어질러졌다면 몇개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확실히, 이 상태라면 물건을 찾는건 힘들겠네."
"이 기회니까, 바닥에 어질러진것 중에선 그 밖에도 위생용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대충 정리해서 모아둘게요."
"응."
"메구리 선배도 선내에 눈에 띈 위생용품은 일단, 객실로 갖고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응, 그렇지"
"아, 뭔가 위험한게 있으면 큰소리로 불러주세요."
"응, 알았어. 그럼 갔다올게."
 
메구리 선배가 객실을 나가는걸 지켜보면서 나는 객실을 어떻게 정리할지 생각한다.
일단 큰 물건을 객실 한 곳에 모은다. 의자나 테이블이나 장롱이나. 작업을 하는데 방해되니까.
남은건 작은 물건을 조금씩 정리해간다.
하지만 식기류는 금속제와 플라스틱 제인건 좋지만, 유리제는 거의 전멸이군. 아마, 사키네가 선내에서 적업을 하는데 유리 파편은 위험하니까 정리한거겠지만, 그래도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나오는게 있다.
거기다, 자세히 보니 싱크대에 깨진 유리 파편이 모여져 있었다. 깨진 유리라고는 해도, 무언가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아든걸테지.
발견한 유리 조각은 사키네가 했던것 처럼 싱크대에 모아두기로 했다.
하나하나를 음미하는데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므로, 위생용품에 관계없어보이는건 피해간다.
1시간 정도, 잡다한 짐과 격투한 결과, 칫솔은 세 개, 치약 가루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칫솔도 치약 가루도 해외제 영문 표시라서, 치약가루는 아까 발견한것과 마찬가지로 있으며 시판 사이즈였다.
 
자, 남은 짐은 어떡한다, 생각하고 있으니 메구리 선배가 돌아왔다.
 
"히키가야, 돌아왔어-."
"수고하셨어요. 메구리 선배."
"이거봐, 이거. 손에 넣은건 이런 느낌인데?"
 
샴푸와 린스, 화장액, 스킨 크림, 자외선차단제, 그리고 머리빗과 드라이어, 생리용품, 고형 비누, 각각이 몇 개씩 있었다. 라고는 해도 13명이 쓰면 순식간에 없어질것 같지만.
 
그저 유감스럽게도, 칫솔과 치약은…없어보인다.
 
뭐, 칫솔은 재이용하는건 보통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 배를 우리 전에 빌렷던 사람들이 쓰던 칫솔 같은건, 우리가 대절할때 확실하게 버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모두의 몫의 신품을 상자에 넣어서 쌓았으니까.
 
소지한 칫솔이 세 개인가. 역시 칫솔 돌려쓰기는 위생적으로 힘든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칫솔을 만드는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군….
뭐, 아무튼간에 치약가루를 손에 넣은것만으로 다행으로 치자.
 
문득 쳐다보니, 같은 종류의 작은 상자가 어느 숫자가 쌓여있다는걸 깨달았다.
응? 뭐야 이 상자는…되게 많이 있군. 라며 들어보니, 영문으로 이것저것 쓰여있다. 이건 아마 콘돔이겠지….
 
"켁, 이건…."
"아하하…문자가 영문이니까 그거하지만, 이건 콘돔이야-."
"하하하…."
 
무심코 마른 웃음을 지었지만, 뭐, 딱히 이상한건 아니다. 이 배의 침실은 더블 베드 투성이고, 게스트는 명백하게 커플이라는게 전제로 만드니까. 그야, 피임구 하나를 두지 않으면, 밤에 일을 할 수 없겠지….
 
"……히키가야, 그거 갖고 돌아가."
"아니…그게…으-음…."
"갖고 돌아가는데 저항이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메구리 선배는 상자를 둘 정도 스스로 집는다.
 
"메구리 선배…, 그거, 갖고 돌아갈거에요?"
"그치만…나는 조정역인걸. 유키노시타도 유이도 이로하도 카와사키도, 하루 선배도, 히키가야를 노리고 있으니까. 하다못해 피임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아니, 안 한다구요. 그런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아요."
 
메구리 선배는 조금 기분나쁘다는듯 게슴츠레하게 떴다.
 
"어떠려나…. 소부 고등학교에 있을때 히키가야는 난공불락의 요새같은 남자애였지만, 요즘은 히키가야는 완전히 방어력이 낮은 남자애야. 어제도, 수도 조사할때 하루 선배랑 무슨일 있었지?"째릿
 
움찔. 어, 어째서 아는거야?
아니, 이건 떠보는거라고 봤다. 나의 철벽의 포커페이스는,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아. 나는 적당하게 웃음을 짓고 얼버무린다.
뭐, 본래 이런건 하야마의 특기 분야지만.
 
"메구리 선배, 농담은 그만해주세요-. 그럴리가 없잖아요."생긋
 
메구리 선배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에게 스슥 다가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히키가야, 너는 남자니까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자야. 냄새에 민감하단다? 특히, 자기하고는 다른 종류의 냄세에는 특별히 민감하다고?"째릿
"…그, 그러십니까…."
 
그러고보니, 일요일에 사키와 이로하도 유키노와 유이의 냄새를 느끼고 같은 소리를 했던것 같은데….
 
전에 Web에서 봤지만, 해외에서 그런 실험이 되었었지. 사춘기에 들어간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여성은, 자신하고는 유전자 적으로 먼 남성의 냄새를 호감스럽게 느끼고, 도리어 유전자적으로 가까운 아버지의 냄새는 특히 불쾌한 냄새로 느낀다고. 유이도 아버지를 페브리즈 뿌리고 있다고 했고.
 
"어제, 점심을 먹는 하루 선배한테서, 뭐라고 할지 표현은 어렵지만, 여자애한테서는 절대로 나지 않는 냄새가 났거든. 음-, 왠지 짐승스런 느낌의 냄새."째릿
 
얼뤠에에에, 틀렸잖아. 모처럼 샤워하고 왔는데, 완전히 들켰잖아.
뭐, 샤워라고 해도 물로 씻은것 뿐이니까…. 역시 바디 비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의미로.
 
"내가 눈치챘을 정도니까, 하루 선배 가까이 앉아있던 여자애 중에선 눈치챈 애도 있을지도 몰라. 그건, 절대로 여자애한테서 나는 냄새가 아니니까."
 
메구리 선배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려보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건 히키가야의 냄새지? 아마…, 야한 냄새."
 
구체적으로 누구인진 모르지만, 알면서도 그런 느낌으로 화기애애하게 식사할 수 있다니…여자는 무서워.
 
"……."
"유키노시타는 아니지만, 침묵은 긍정으로 볼게?"
 
도끼눈으로 나를 게슴츠레하게 쳐다보는 메구리 선배.
틀렸다, 이 선배, 평소는 외모도 태도도 천연 폭신푸근계지만, 이럴때는 내가 예상하고 있는것 보다도, 여러가지로 상당히 예리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겉멋으로 학생회장을 한게 아니었다는건가….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잠시 노려보던 메구리 선배는 조금 표정을 풀고 이렇게 말했다.
 
"히키가야, 그런건 꼭 제대로 하렴? 우리 그룹은, 아직 아이를 낳고 기를만큼의 여력은 없으니까."
 
그쪽이냐. 그보다, 여력이 있으면 괜찮은거냐! 라고는 해도, 여기는 얌전히 따르는게 좋을것 같다.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동정이라구요. ……하지만 피임, 신경쓸게요."
"응. 착하지."생긋
 
메구리 선배는 내 대답에 일정한 만족을 얻었는지, 화제를 바꿨다.
 
"결국 칫솔은 네가 발견한 세 개 뿐인가. 치약은 큰게 두 개 있지만."
"그렇네요. 일단 이만큼이라도 없는것보다는 낫겠지요. 부족한 몫의 칫솔은 만드는걸 생각하레굥."
"칫솔은 만들 수 있을까?"
"뭐, 생각은 있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가-, 그럼 일단 돌아갈까."
"그렇네요. 칫솔과 치약은 제가 들게요."
"그럼 나는 이 콘돔을 들게."
"……그거에 관해서는 운용도 쓰는것도 포함해서 메구리 선배의 판단에 맡길게요."
 
 
 
 
 
돌아갈때, 조금 다른 곳에 들르기로 한다.
 
하치만"메구리 선배, 잠시만 수원에 들러도 될까요?"
메구리"응, 괜찮은데."
 
메구리 선배를 데리고, 배에서 조금 떨어진 수원의 상태를 보러 간다.
 
메구리"보냉고, 물이 늘어났지만 괜찮은것 같네."
하치만"그렇네요. 뭐, 강의 규모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고, 폭우라고 할 정도로 내린것도 아니고요.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던것 같아요."
 
조금 멍하니 수원을 보고 있으니, 사키와 유키노가 말을 걸어왔다.
 
유키노"어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구나."
사키"히키가야, 안녕."
 
넷이서 아침 인사를 나눈 후에 유키노에게 물었다.
 
하치만"비내리니까 수원의 물의 양을 확인하러 온거야?"
유키노"그래, 어제 오늘로 갑자기 보냉고가 수몰해버리면, 이 안은 난데없이 꺾이게 되는걸."
사키"히키가야도 보냉고의 상태를 보러 온거야?"
하치만"아-, 뭐어, 메구리 선배랑 좀 위생용품을 찾으러 배에 가서, 그거 돌아오는 길이었던것 뿐이야."
사키"헤에? 위생용품?"
하치만"이거나, 이거야."
사키"과연, 확실히 이 섬에 오고나서는 전혀 이를 닦지 않았는걸. 확실히 어떻게든 해두고 싶어. 충치에 걸리면 큰일이니까."
하치만"나도 메구리 선배에게 듣고 깨달았지만 말야. 하지만 꽤 찾아봤는데 칫솔은 세 개밖에 찾을 수 없었어."
유키노"…어쩔 수 없구나. 객실은 엉망진창이고, 오히려 세 개라도 남아있던건 감지덕지해야하는게 아니니?"
하치만"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칫솔은 돌려쓰는건 꽤 저항이 있잖아?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키"흐-응, 뭐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지만. 그런 사치를 부릴 상태도 아니고."
유키노"그렇구나. 히키가야가 신경쓰지 말라고 해준다면 나도 신경쓰지 않아. 네 체액이 입에 들어온다한들 새삼스러운걸."
사키"확실히. 그야 그렇지."
하치만"아니, 너네, 체액이라니…. 생생한 소리 하지마."
 
메구리 선배가 기막힌듯 말을 했다.
 
메구리"하아-, 역시 이 상자를 갖고 온게 정답이었을지도."
유키노"시로메구리 선배, 이건?"
메구리"히키가야의 체액이 모두의 몸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거야."
유키노"?"
사키"?"
 
유키노와 사키가 상자를 빤히 쳐다보는 사이에, 그게 무엇인지 깨달은 모양이다.
 
유키노"…////"
사키"…////"
유키노"…화, 확실히, 지금 바로는 좀 곤란…하지?////"
사키"…그, 그렇지. 조금 더 식량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메구리 선배는 이쪽을 쳐다보고 우쭐대는 표정을 지었다.
 
메구리"그치?"
 
아니, 그치? 가 아니잖아요. 그보다 유키노도 사키도 얼굴을 붉히지마. 논점, 거기가 아냐.
유키노도 사키도 상자를 손에 들면서 올려다보며 나를 힐끔 쳐다보고 있다. 아니, 그런 상자를 들고 나를 쳐다봐도, 이쪽이 더할나위없이 거북해지는데.
 
분위기를 견딜 수 없게 되서, 억지로 화제를 바꾸기로 한다.
 
하치만"이, 이제 돌아가죠. 아침식사 시간이니까요."
메구리"응, 그러게. 유키노시타네도 보냉고가 괜찮은지를 확인하러 온것 뿐이지?"
유키노"네. 아침식사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어요. 코마치 혼자서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치만"여기는 괜찮아 보이니까 얼른 돌아가서 아침 식사를 하자고."
사키"응, 그렇지. 배고프니까 돌아갈까."
 
 
 
 
 
아침은 조용히 진행했다. 어제 술이 남아있는건지 나른해보이는 녀석이 많다. 특히 미우라는 정말로 피곤한지 먹은건 수프 뿐이었다.
뭐, 무리도 아니지. 저 녀석, 술 마시는거 처음인 주제에 여섯잔 이상 마셨으니까.
대조적으로 기운은 매끈매끈한건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오로나민C 선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침부터 우걱우걱 먹고 있다. 뭐라고 할까, 운동부 남자 고등학생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뭐, 아무튼 모처럼 배에서 칫솔과 치약가루를 발굴했으니까, 아침식사가 대충 끝난 무렵에 양치질을 제안하기로 했다.
 
하치만"이거, 오늘 아침에 메구리 선배와 함께 배에 가서 찾아낸 칫솔과 치약 가루야. 칫솔이 세 개고, 이 큰 사이즈의 치약 가루가 둘이야."
유이"치약 가루, 커."
히나"해외제라는 느낌이 세네-."
 
뭐, 일본제와 비교하면 저쪽 제품은 되게 크니까. 코스트코에 가면, 컬쳐 쇼크 받을지도.
 
하치만"오늘 아침에 메구리 선배에게 양치질을 어떻게 할 수 없나? 라고 요망을 받아서 말야. 일단 배 안을 찾아보고 왔어."
사키"그러고보니 바닥 수납에 치약가루가 하나 있었던것 같은데…."
하치만"아-, 이 둘 중에 하나가 그거야."
사키"그런가."
하치만"최근에 식사에 탄수화물이 늘었잖아? 달콤한 음료도 마시게 됐고, 설탕도 조미료로 쓰게 됐으니까 양치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노"확실히 그러게. 구강위생은 꽤 중요한게 아닐까. 이 섬에선 충치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충치는 잠을 자도 낫지 않으니까."
유이"뭐랬더라? 충치나 시소노로가 심해지면, 여러 병에 걸린다고 했던가?"
하치만"한자를 일절 쓰지 않은것 같지만, 그 말대로야."
시즈카"그렇군. 지금까지는 별로 그런 여유가 없었지만, 구강위생은 중요하지.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 양치에 대해 쓰여있을 정도였으니까.
 
히나"하지만 이거, 칫솔은 세 개밖에 없는데? 혹시 돌려 써야해?"
 
에비나가 칫솔이 세 개를 빤히 쳐다보면서 의문을 말했다. 아마,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하치만"부족한 열 개는 어떻게든 자력으로 만들어보려고 생각하지만, 그때까지는 돌려쓰지 않으면 안 되겠지. 다른 사람의 칫솔을 돌려쓰는건 상당히 생리적인 혐오감이 있겠지만 말야."
 
뭐어, 당연히 싫겠지. 상대가 남녀관계없이, 남이 자신의 칫솔을 쓰는건 심히 괴로우니까. 아버지가 실수로 코마치의 칫솔을 썼을때, 코마치의 분노는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이로하"…저는, ……선배랑 칫솔을 공유하는 정도는 아무것도…아니라구요?"힐끔
유이"! …나도야. 힛키!"(오히려 포상이구)웅얼웅얼
하치만"?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맙지만 말야. 아무튼 세 개밖에 없는 이상, 누군가하고는 반드시 공유하게 되는건 각오해줘."
 
미우라가 죽을것 같은 눈을 하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유미코"잘 소독해서 다음 사람에게 주면, 그리 신경쓸건 없지 않아?"
사키"조리조로서는 끓인 물은 아껴 쓰고 싶으니가. 양치질에 쓰는건 좀…."
메구리"확실히 그러게-. 집에 있는 끓인 물은 보통은 쓸 수 없으니까, 역시 샤워 폭포에서 양치질을 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거기라면 얼마든지 물은 쓸 수 있으니까."
히나"그렇네요-. 오늘처럼 비내리는 날은 탁하지 않은 물을 확보하는건 특히 어려울테고요."
시즈카"그렇군."
하치만"아무튼 칫솔의 부족분은 빨리 어떻게든 할 생각이고, 계산도 있어. 물 쪽은 조금 시간이 걸리겠군. 수도가 무사히 시설할 수 있을때까지는 참아줬으면 좋겠어."
유미코"알았어. 히키오가 말한대로라고 생각해. 하는 수 없지."
 
루미"저기, 하치만. 치약 가루가 다 떨어지면 어떡할거야?"
유이"에? 루미, 이렇게나 크니까 당분간은 괜찮지 않아?"
하치만"뭐, 유이가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크기지. 하지만 우리는 13명 있으니까. 줄어드는것도 우리의 평소 감각의 13배야. 치약 가루의 크기는 13배가 아니니까, 실은 금방 사라질지도 몰라."
유이"아, 그런가…. 그렇지. 하지만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치만"다 떨어지면 일단 소금으로 닦아 보는 수 밖에 없을지도."
사키"소금…이라. 뭐, 치약가루에 소금이 들어있는것도 꽤 있는데."
코마치"염분이 강하면 살균할 수 있을것 같네요."
히나"일본에서도 소금으로 닦는 사람도 있으니까, 되지 않을까."
메구리"아, 그거 들은 적 있을지도."
카오리"뭐, 충치에 걸리면 심한 통증을 참아야하게 될테니까, 소금이든 뭐든 참을 수 밖에 없어."
하루노"이를 닦는 순서는 어떡하지?"
하치만"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쓰는 사람은 경쟁률이 높아질테니까요."
하루노"……그럴까나? 그 밖에도 경쟁률이 높은 순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모르게 조용해지고 만다. 아니 뭐, 그야 내가 쓴 다음에 하는건 싫겠지만 말야.
 
히라츠카 선생님이 화제를 종합해갔다.
 
히라츠카"좋아, 그렇게 결정했으면 비가 멎은 후에 타이밍을 재고 양치질이군."
 
모두가 가볍게 끄덕이던 차에, 오늘 일 이야기가 나왔다.
 
시즈카"하지만 이렇게 비가 내려선 개점휴업상태로군. 적어도 단안의 새알이랑 물고기 잡기는 무리군."
코마치"오빠 기준으로는 비가 내리면 쉬고 싶은거 아냐?"
하치만"뭐야, 그 파리대마왕 노래. 아니, 진짜로 이상적이긴 하지만."
 
좋지, 그 노래. '비가 내리면 쉬어요' 최고잖아.
 
유키노"요즘의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근면하지. 개성이 옅어지고 있단다?"
하치만"남을, 3화 쯤에서 작화가 붕괴한 심야 애니메이션처럼 말하지마.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시즈카"하지만, 산더미처럼 많아도 비가 세게 내리는 동안은 별로 밖에서 나가는 작업은 추장할 수 없군."
메구리"비가 멎지 않으면 채집같은 일도 역시 힘드려나?"
유키노"장시간 비를 맞는건 역시 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비가 기화해서 체온을 뻇겨서 몸이 지나치게 식으면 면역력이 급격하게 저하하니까요."
시즈카"코어텍스(Gore-Tex, 고어텍스)가 발명될때까지는 등산가는 빗속을 돌아다니면 여름산 등산이어도 동사의 위험이 있었따는 모양이니가. 아웃 도어에선 원칙으로서는 비는 귀문이야."
메구리"그렇군요…."
하치만"뭐, 여기는 항상 기온이 높은 남쪽 섬이니까, 역시 동사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거기다, 아침에 나갔을때는 서쪽 하늘은 밝아있었으니까, 점심 지나면 비가 멎지 않을까?"
히나"그런가. 그럼 채집조는 오전중에는 할 일이 없으니까, 뭔가 돕는게 좋겠네."
이로하"그러네요."
 
유키노"조리조는 실내 작업이 중심이고, 인수도 충분해.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건육 작성일까. 어제 유이가하마와 루미가 대량으로 소금을 만들어준게 컸어."
코마치"그러네요-. 그저 훈제에 관해서는 설비를 만드는걸 건드리지 못하고 있지만요."
시즈카"이 비가 내려선 설비를 만들 재료를 가질러 가는게 어려울테니까."
유키노"그렇네요. 고기는 보냉고에 들어있어서 차가우니까, 조금은 괜찮겠지요."
코마치"사키 언니는 오늘은 어떡할래요? 배에 갈래요?"
사키"아니, 재봉도구도 재료도 이쪽에 어느 정도 갖고 왔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작업할게. 오리모토도 도와줄거지?"
카오리"응, 괜찮아. 문제없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이쪽을 본다.
 
시즈카"헌팅조는 어떡할거지?"
하치만"우선 칫솔을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메구리"배에서도 말했는데, 칫솔은 만들 수 있어?"
하치만"얼마전에 베어와서 헛간에 넣어둔 대나무가 있으니까, 그걸로 자루를 만들고, 솔 부분은 멧돼지의 털을 열탈처리해서 끼워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유키노"과연. 돼지털을 대신삼는다는거구나."
유이"돼지털? 유키농, 돼지털 칫솔이 있어?"
유키노"그래, 있어. 요즘은 화학섬유 칫솔밖에 없지만, 옛날에는 돼지털 칫솔이 많았다고 해."
유이"헤에, 그렇구나. 몰랐어."
하치만"뭐, 일단 시험작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야. 돼지털을 자르거나 삶고, 대나무를 잘라서 가공하는데는 그런대로 인수가 필요할지도 몰라."
루미"하치만, 나 돼지털 자르는거 도와줄게. 재봉에서 세세한 작업은 특기였구, 소금 만들기 위해서 냄비도 꽤 썼구."
하치만"그런가, 그건 고마워."
유이"아, 힛키. 나도 그거 도울게. 루미랑 냄비 실컷 만졌으니까."
하치만"알았어. 아, 대나무를 가공하는거니까, 그러는김에 그 밖에도 대나무로 필요한 작은 소품이 있으면 그걸 만들어도 돼."
사키"그럼 히키가야, 부엌용품으로 조금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은게 있는데, 나중에 얘기해도 돼?"
하치만"알았어."
유미코"히키오, 나아도 도와도 돼?"
하치만"나이프로 섬세한 작업인데, 괜찮겠어?"
유미코"자잘한 작업은 힘들지만, 나이프는 익숙하니까 해볼래."
하치만"알았어."
 
 
시즈카"흠, 그럼 나와 하루노가 로프 만들기를 하는게 좋겠군. 모처럼 물레도 갖고 왔으니까."
하루노"그러고보니 그저께 밤에 시즈카짱이랑 히키가야가 야자 섬유에서 끈과 로프를 만들었지?"
시즈카"그건 완전히 수작업이었지만, 이번에는 물레로 해봐야겠군. 생산성이 오르면 좋겠는데."
하루노"그 물레,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시즈카"글쎄. 뭐, 이런건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손으로 로프를 만드는건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그저께 밤에는 손이 엉망이됐으니까."
하루노"그건 야자 섬유 때문이야?"
시즈카"그렇군. 야자 섬유에 먼지가 섞여있으니까."
하치만"로프를 만들기 전 작업으로, 먼지 제거에 인수가 필요하네요."
히나"아, 그럼 나, 먼지 제거 작업을 할게. 어차피 비내려서 채집은 무리 같으니까."
메구리"그럼 나도 그걸 도울까나."
이로하"그렇네요. 모두가 일하고 있는데 저만 안하는것도 뭐하구요. 저도 그거 도울게요."
 
시즈카" 그 밖에 뭐 있나?"
 
이 타이밍에 말하는게 좋을것 같다.
 
하치만"밖은 비가 내려서, 하나 제안이 있는데요."
시즈카"흠, 말해보거라."
하치만"이미 오늘은 어차피 오전은 못 쓸테니, 오후부터 비가 멎으면 능선 너머를 탐색해보고 싶어요."
시즈카"흠, 그건 어째서지?"
하치만"구강위생도 그렇지만, 역시 위생면으로 타협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얼마전의 바디 비누는 보류로 했지만요."
시즈카"뭐, 주장은 알겠지만."
하치만"라고는 해도, 바디 비누는 금방 다 써버릴테니까, 역시 대신할걸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코마치"대신할거?"
하치만"능선 너머로 보인 증기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요. 만약 그게 예상대로 온천이고 약용성분이 있다면 저희에게 상당히 유리하니까요."
시즈카"흠, 확실히."
유키노"유황천이나 알칼리 천이나, 황산천이라면 살균효과는 상당히 기대할 수 있겠구나."
하루노"맞아-, 황산천에 들어간 후에 젖은 수건을 비닐봉투에 담은채로 여행가방에 일주일 정도 집어넣은적이 있는데, 곰팡이 하나 안 생겼다구?"
 
유키노, 하루노, 나이스 어시스트.
 
하치만"우리는 계속 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가능하면 살균효과가 있는걸로 한번 수영복을 세탁하고 싶어. 루미루미도 머리가 간지럽다고 했고, 내버려두면 피부병이나 여러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그러니까, 여기서 위생면을 한 단계 올려두는게 좋다고 생각해."
사키"뭐, 식량은 고기도 감자고 꽤 있고, 바나나랑 파파야랑 새알도 있고, 적어도 오늘을 탐색으로 써도 괜찮지 않아? 식재의 재고상으로는."
유미코"나아가 말한거구,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건 기쁘지만, 위험하지 않아? 유독가스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하치만"어제 단안 위로 올라갔을때 온천 주위를 봤더니, 꽤 많은 새가 근처를 날아가는걸 봤어. 그렇다는건 유독가스의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 뭐, 실제로 가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시즈카"흠, 히키가야의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나?"
이로하"선배, 질문있는데요, 괜찮아요?"
하치만"아아, 뭔데?"
이로하"저 능선, 단안보다 조금 낮았죠? 높이는 15미터 정도고, 어떻게 올라갈 생각이에요? 길 다운게 보이지 않으니까 오르는건 상당히 고생할것 같은데요."
하치만"아마도지만, 능선을 오를 필요는 없을거야."
이로하"에?"
하치만"이 집 주위나 농촌부로 갈때까지 길, 몇 번 걸은적이 있지? 그 길은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너무 넓지 않나 생각해."
이로하"확실히…."
하치만"거기다 집 두채 옆쪽 앞에 굴러다니는 드럼통이 있잖아?"
카오리"아-, 그러고보니 있었어. 어제, 히키가야가 발로 뻥찬거 말이지."
유키노"…과연."
유이"어? 유키농, 무슨 소리야?"
하루노"히키가야는 이 주변 길은 차량이 통행하는걸 전제로 만든 넓이로 만들어졌다, 라고 하고 싶은거구나."
 
자기 대사를 빼앗겨서 유키노가 뿌우 볼을 부풀린다. 그런 표정조차 어울리는구만, 이 녀석은.
 
하치만"그래. 드럼통에 들어있는걸로 하면 평범하게 생각하면 연료, 뭐 가솔린이나 경유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간에, 사람의 손으로 옮길 무게가 아니잖아?"
사키"확실히. 최저한 짐칸이 달린 트럭같은게 필요할지도."
하치만"그렇게 되면, 이 집락까지 차량이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아."
메구리"아, 그런가. 그렇다는건 저 능성을 지나갈 수 있는 트럭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소리구나."
하치만"아마…. 터널이나, 끊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능선을 오르지 않고 끝날 길이 있는게 아닐까요."
이로하"그럼, 우선 그걸 찾는다는건가요?"
하치만"그렇군. 길을 농촌부에 이으면, 도중에 강을 만나도 강과 평행으로 갈 수 있게 되잖아?"
이로하"그렇네요."
하치만"강과 마주치는 부근의 강물이 되게 얕다고 생각 안해?"
이로하"그 부근은 선배랑 유키노시타 선배랑 유이 선배가 야한짓을 했던 곳이죠. 듣고보니 확실히 그러네요."
하치만"…잊으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거 모두의 앞에선 말하지 말아줘. 울고 싶어진다."
이로하"…"뿌우
사키"…"짜증
 
그 때를 떠올린건지, 이로하와 사키가 기분나쁘다는 얼굴을 짓는다. 신경쓰지 않고 대화를 진행하기로 한다.
 
하치만"뭐, 아무튼간에. 그곳이라면 평범하게 차량이라도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선 거기를 건너서 조사해보고 싶어."
시즈카"과연…. 달리 질문은 있나?"
 
 
시즈카"없는 모양이군. 히키가야의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나?"
히나"어차피 오늘은 오전에는 비가 내리고, 점심부터 일몰까지는 짧으니까 탐색으로 서도 괜찮지 않을까요?"
유미코"나아는 목욕하러 들어갈 수 있다면 불만없구."
 
다들 눈짓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반대 의견은 없는 모양이다. 여성진이 목욕에 대한 고집이 강하니까 당연한 반응이겠지.
 
시즈카"좋아, 날씨가 회복하는게 전제조건이 되겠지만, 오후에 탐색팀을 보내도록 하지. 히키가야, 네가 멤버 선택을 하거라."
하치만"말을 꺼낸건 저니까요. 뭐, 그것도 생각해뒀습니다."
 
모두의 눈이 나에게 모였다. 도무지 이 시선의 집중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군.
 
하치만"우선 헌팅조에서 하루노 씨랑 미우라에게 부탁하고 싶어."
하루노"응, 맡겨둬."
유미코"목욕하러 들어가고 싶다고 한건 나아니까, 맡겨줘."
하치만"그리고 조리조와 지식담당으로 유키노도 부탁해."
유키노"알았어. 맡겨줘. 힘이 될거라고 생각해."
 
사키가 약간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면은 하루노 씨와 미우라가 특화해서 높고, 조리와 지식이라는 점에선 역시 유키노가 웃돈다. 사키에겐 미안하지만 어절 수 없다.
 
하치만"그리고 채집조에서 한 명, 에비나. 부탁해."
히나"응…. 알았어."
 
에비나는 특별히 표정을 바꾸지 않고, 담담하게 싱글거리는 얼굴로 대답했다.
이로하는 뿌우 볼을 부풀리고, 그걸 메구리 선배가 달래고 있다.
 
하치만"그리고 분위기 메이커로 유이군."
유이"…응, 힛키. 힘낼게."
 
유이는 좀 복잡해보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미소로 대답했다.
 
하치만"이상, 나를 포함한 여섯명이서 팀을 편성하고 싶어. 발견이 잘 되면, 오늘 밤은 온천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럴때, 루미나 코마치는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 그녀들의 정신을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무언가 메꿔줄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시즈카"좋아, 그럼 점심 먹은 후에 날씨를 보고나서 결정하기로 하자. 우선 오전 일에 착수해다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부엌에 가서 조리조에게 대나무를 세공해줬으면 싶은것에 대해 들어두기로 했다.
 
하치만"그래서, 조리조는 뭘 만들었으면 싶은거야?"
사키"저기 말야, 대나무로 모두의 젓가락과 조리용 젓가락, 그리고 거품기를 만들 수 없을까?"
하치만"젓가락? 뭐, 지금 쓰고 있는 젓가락은 적당하게 나무를 벤 막대기 같은 젓가락이니까."
사키"역시 좀 더 제대로 되고 끝이 조금 가늘어서 쥐기 쉬운 젓가락이 좋다고 생각해."
하치만"젓가락과 조리용 젓가락이 필요하다는건 알았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해."
사키"거품기 쪽은 어때?"
하치만"거품기는 그 철사가 타원같은 느낌으로 몇 겹이나 되어 있는 그거지?"
코마치"새알이 있으니까, 거품을 내면 머렝을 만들 수 있고, 좀 더 여러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오빠."
유키노"그렇구나. 최소한 둘. 가능하면 세 개의 거품기가 있으면 좋겠어."
하치만"배의 부엌에는 없었어? 거품기 정도는 있었던것 같은데."
사키"하나 있었어. 하지만 아마 회오리때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해. 직전까지 쓰고 있었으니까."
하치만"그런가…."
유키노"아마, 젓가락이라도 힘쓰면 거품내기는 할 수 있겠지만, 역시 효율이 너무 나쁘고 어려워."
하치만"그렇군. 새알부침을 만들때 젓가락으러 적당하게 휘젓는거니까. 하지만 뭐, 머렝까지 만드는 얘기가 되면 역시 힘든가."
유키노"그렇게까지 정교하지 않아도 돼. 거칠게 써도 괜찮은 편이 고맙고, 젓가락으로 휘젓는것보다 효율이 좋으면 돼."
하치만"알았어. 필요한건 이해했으니까, 남은건 이쪽에서 여러모로 궁리해볼게."
사키"잘 부탁해."
 
셋 다 각자 일을 하러 갔다.
 
 
 
 
거품기라. 자, 어떡한다.
 
젓가락 두 개로도 힘을 쓰면 거품내는건 할 수 있다. 라고는 해도 막대기 두개로는 효율도 나쁘다.
뭐, 그러니까 실제로 거품기는 철사를 굽혀서 여덟개의 막대로 새알을 액체를 써는것이다.
즉, 대나무가 새알의 액체에 베는 면적이 많으면 되는거니까, 젓가락 막대같은것도, 제대로된 만든다면 쓸 수 있을 것이다.
 
유이"힛키, 우리는 뭘 하면 될까?"
하치만"그렇군. 우선 대나무베기를 부탁할 수 있을까? 유키노네 조리조는 좀 더 제대로된 젓가락이 필요한 모양이야. 그리고 조리용 젓가락도."
루미"조리용 젓가락은 요리에 쓰는 젓가락이지. 가정과 수업에서 썼었어."
유이"젓가락인가아. 그거 보통 몇 센티 정도였더라."
하치만"보통은 대충 22cm 정도였을거야. 코마치가 자택 부엌에 있는 식기 건조기에 젓가락을 넣을때 22cm 이상이라면 걸려서 넣기 힘들다고 말했으니가."
유이"그런가-, 그럼 22cm로 잘라볼게."
 
야삽을 톱 모드로 바꿔서 유이에게 건낸다.
 
하치만"이 야삽을 건내둘게. 야삽의 자루 부분에 있는 금은 자가 될거야. 이 선이면 30cm야."
루미"헤에, 그런 기능도 있구나."
하치만"일단 22cm정도 마디가 없는 대나무를 둘 잘라줘. 그리고 조리용 젓가락은 일단 배의 44cm 정도니까, 그 정도로 잘라줘. 이건 하나면 돼."
유이"응, 알았어."
하치만"치수와 금선의 확정은 루미에게 부탁할게. 유이는 톱으로 자르는 역을 해줘."
루미"응, 맡겨줘."
하치만"나와 미우라는 헛간으로 가서 멧돼지 껍질을 자르자. 미우라, 멧돼지 모피를 자르는걸 도와줘. 나이프를 쓸 수 있는 녀석이 있는 편이 좋아."
유미코"…알았어."
 
유이와 루미에게 대나무 자르기를 부탁하고, 나와 미우라는 헛간으로 이동했다.
집을 나올때 미우라의 표정은, 역시 상당히 미묘한 분위기였다.
 
 
 
 
 
 
헛간으로 들어가 확인을 하니, 멧돼지의 모피는 작업대 위에 내팽겨져있었다.
 
유미코"히키오, 어느 정도로 자를거야?"
하치만"그렇군…. 칫솔과 멧돼지 모피는 털의 밀도가 다르니까. 시험삼는거니까 일단 30cm 사각형을 2장일까.
유미코"응."
 
잘라보니 알겠지만, 모피 단체라는건 의외로 자르기 어렵다. 살아있는것과는 달리, 가죽에 탄력이 없는 탓에, 구겨진다는게 큰 이유다.
그리고 나이프에 지방분이 묻으면, 써는 맛이 나빠진다.
 
하치만"틀렸어. 이대로라면 안 잘라져. 미우라, 미안하지만 양손으로 피부를 잡아당겨서 탄력이 있는 상태로 해줄래?"
유미코"…이런 느낌?"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는 모피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하치만"아아, 좋은 느낌이야. 잠시 그대로 잡아당겨줘."
 
천천히 나이프를 넣어서 모피를 베어간다.
잠시 지나니, 미우라가 툭 말했다.
 
유미코"…히키오…, 나아가 전부 하고 싶은말을 몽땅 해버리면, 분명 우리는 완전히 사이 틀어져서, …전멸이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지만 역시 그게 위험하다는건 미우라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말을 고르면서도 미우라의 감정에 견제가 되도록, 똑바로 말을 했다.
 
하치만"……아마도.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사망자가 나올지도 몰라."
 
'사망자'라는 말은, 미우라에게 있어선 큰 족쇄가 될 것이다. 물론,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다. 그런건 정말로 있을법하니까.
 
잠시 미우라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입을 열었다.
 
유미코"히키오, 물어봐도 돼?"
하치만"아-, 뭔데?"
유미코"히키오는 봉사부의 일을 해서, 여러가지 일을 했잖아?"
하치만"아아."
유미코"그건 뭘 위해서?"
 
질문의 의도를 신중하게 정밀 조사한다. 아마도지만, 미우라는 봉사부의 방식에도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즉, 내 대답에 따라선, 이것에 대해서도 관계자를 규탄할 생각일테지.
나로서는 딱히 규탄해줬으면 싶은건 아무것도 없다. 이전에 하야마는 나와 오리모토와 오리모토의 친구인 나카마치와 더블데이트 한 후에, 심한 착각을 하고 있는걸 보여줬다.
나는 그런 동정이나 연민을 바라는게 아니다.
 
하치만"……어려운 질문이군. 딱히 그런걸 생각해서 일을 하던건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을 쥐어짠다. 나는 자신이 한 일이나, 그 결과로 일어난건, 모두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다. 그걸 누구의 탓으로 생각하고 원망하지는 않는다.
이상한 애도나 동정은 절대로 노 땡큐였다.
미우라는 말없이 계속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내 표정을 관찰하면서, 진의를 캐려고 하는걸테지.
 
하치만"의뢰자는 다들 진심으로 난처해하고 있었고, 진심으로 자신의 문제에 매달려 있었따고 생각해. 내가 행동을 일으켰을때는 반드시 그 진심을, 각오의 정도를 확인했다고 생각해."
유미코"응."
하치만"그런데다,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유미코"아무 보수도 없는데?"
하치만"그런 속물적인 동기가 아니야. 결국은 내 자존심이나 자기만족을 위해서겠지."
유미코"그런가. 히키오는 다정하구나. 유이가 말했던 대로야."
 
뭐,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이해라도 좋을지도 모른다.
 
유미코"있잖아, 히키오?"
하치만"…아아."
유미코"히키오는, 봉사부라는 곳을 좋아했어? 즐겁게 부활동 했어?"
 
이 질문은 아마,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면, 미우라는 내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을 일으킬 것이다.
 
하치만"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네."
 
다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미우라의 착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명한 대답을 쥐어짠다.
 
유미코"어땠는데?"
하치만"그렇군……정신을 차리니, 상당히 기분 좋은 공간이라서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고, 앞으로도 소중히 여기고 싶다고 생각해."
유미코"그런가. 그렇구나…."
 
이후로는 말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무사히, 모피 자르기도 끝내어, 집에 돌아왔을때 미우라의 표정은 방금전보다도 어느정도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전해야할건 제대로 전했다고 생각한다. 남은건 유키노에게 맡겼다.
 
 
 
 
 
 
유이"아, 힛키, 대나무 잘랐는데? 자, 이런 느낌?"
하치만"오-, 좋은 느낌이네. 그럼 우선 젓가락부터 만들까. 내가 이걸 팍팍 자를테니까, 미우라랑 유이랑 루미가 젓가락 각을 둥글게 깎고, 끝을 나이프로 깎아서 가늘게 만들어줘."
 
그렇게 말하며 헌팅 나이프와 쥬토쿠 나이프를 건낸다.
 
하치만"너무 뾰족하면 목을 찌르니까. 그리고 손을 베지마. 신중하게 해줘."
루미"응"
유이"알았어."
유미코"알았어."
 
야삽을 벌채모드로 바꿔서 대나무를 팍팍 쪼개어간다. 뭐, 그대로 젓가락으로는 쓸 수 있겠지만 역시 다소 끝을 깎아서 가늘게 만드는 편이 좋겠지.
만들어진 막대기를 유이네에게 넘겨서 작업을 부탁한다.
조리용 젓가락을 만들 막대기도 만들어서, 그것도 유인에게 건낸 후, 거품기 작성에 들어갔다.
대나무 막대기 중에 몇 개를 나이프를 넣어서, 세세하게 깎에 가늘게 대오리를 만들어간다. 거품기는 세 개는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실수를해도 30개가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이어서 대나무의 가는 부분을 톱으로 잘라낸다. 이쪽은 손잡이로 쓸 생각이다.
손잡이가 만들어져서 구멍을 뚫을 수단을 생각한다. 배에서 가져온 공구상자를 뒤졌더니, 작은 드릴을 발견했다. 가장 작은 드릴의 날을 바꾸고, 소지한 대나무의 여덟군대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에 아까 만든 가는 막대를 넣어본다. 특별히 문제 없어보인다.
 
만들어진 30개 정도의 대오리를 들고 부엌으로 향한다.
 
유키노"어머, 왜 그러니?"
하치만"대나무를 굽히는데 불을 쓰고 싶어. 화로 위치를 좀 쓸게."
유키노"알았어. 사양말고 써줘. 아직 아침식사때 쓰던 불이 남아있으니까, 장작을 채우면 금방 화력이 돌아온다고 생각해."
 
유키노의 허락을 구하고 장작을 넣어서 화력을 되찾는다. 라고해도 불로 말리기 위한거니까. 그렇게나 센 화력이 아니라도 문제없다.
화력이 돌아와서, 천천히 대오리의 중심부를 중심으로 불을 쐬면서, 점점 굽혀간다.
뽀각 하는 소리가 나며 첫 대오리는 부러져버렸다. 으-음, 불로 좀 말리는것 정도로는 안 될것 같다.
 
다음 대오리를 들고 한 가운데 부분을 불로 말린다. 이번에는 천천히 불로 말린다. 대나무 표면에 액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대나무 수액이군.
지금이라면 굽힐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힘을 넣어서 굽혀간다. 불로 말리는건 문제없이 굽어져간다. 하지만 불로 말린 부분하고 좀 떨어진 곳에서 또 뽀각 하고 부러졌다.
4, 5개 뽀각뽀각 부러진 결과, 아무튼간에 굽히고 싶은 부분은 전부 수액이 나올때까지 말릴 필요가 있다는걸 알았다.
그것들을 학습한 결과, 6번째는 부러지지 않고 깨끗하게 구부러졌다. 하지만 손을 떼니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구부린 상태로 고정한느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떡하면 좋을까, 조금 머리를 쓰고 있는 사이에, 바베큐 화로의 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대장장이가 철을 연마할때 광경이 머리에 떠올랐다. 쇠망치로 두드린 후, 물을 부어서 강렬하게 식히는거지…, 어라.
밑져야 본전으로 대야에 물을 담아서 화로 옆에 둔다. 그리고 다시 차분히 대오리를 말리고 좋은 느낌으로 굽힌 다음, 그걸 물속에 넣어봤다.
슈왁, 소리가 난 후에 조금 지나고나서 물에서 대오리를 들어올리니, 훌륭하게 굽은 상태로 고정되어갔다.
이거다. 이 방법이 좋은것 같다.
그 후에, 몇갠가 실패는 했지만 일단 우선 대오리 4개를, 제대로 물방울 형태로 굽힐 수가 있었다.
 
거실로 돌아와, 소지한 구멍에 굽힌 대오리를 끼워넣는다. 4개의 대오리를 대각선상에 끼워넣고, 얇게 썬 대나무를 끈 대신 삼아, 손잡이와 대오리를 통째로 묶는다.
이걸로 일단, 거품기같은건 만들어졌지만, 완성도는 어떻지?
 
다시 부엌으로 가서 유키노네에게 만들어진걸 보여준다.
 
코마치"오, 거품기, 다 됐네. 오빠야."
하치만"뭐, 시작품이다. 일단 제대로 쓸 수 있는지 시험해봤으면 좋겠는데."
유키노"알았어. 조금만 기다려줘."
 
유키노는 새알을 세 개정도 꺼내어서 용기에 깨서 내용물을 넣었다. 이어서 나한테서 시작품 거품기를 받아들고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린다.
 
코마치"오-, 제대로 거품이 나오고 있네요. 왠지 잘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이거."
 
잠시 섞고서, 어느 정도 머렝스러워진 후에, 섞는 작업을 멈추고 유키노가 말했다.
 
유키노"일단 지금 시점으로는 이걸로 충분해."
하치만"그런가? 쓰기 불편하면 여러모로 손볼 생각이었는데."
유키노"이것 이상은 평소 작업으로 여러모로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시험삼아서 거품내기에는 이걸로 충분해."
하치만"알았어."
유키노"이거랑 같은걸 두개 더 부탁할 수 있을까. 문제점이 나오면 또 개선요망을 하고 싶으니까 부탁하고 싶어."
하치만"알았어."
 
남은 대오리를 화로에서 굽히면서, 물에 식히는 작업을 한다. 익숙해졌는지 대나무를 굽히는 작업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거실로 돌아와, 남은 두 개의 거품기 조립을 마쳤을때, 유이네에게 말을 걸었다.
 
하치만"어때? 젓가락 쪽은."
유이"으-응, 조금 더일까. 지금 몇개 만들었더라?"
루미"어음, 내가 아까 다 쪼갰으니까, 9개 째야."
유미코"나아는 이제 곧 끝나."
하치만"알았어."
 
나는 유이네의 옆에 앉고 남아있던 대나무를 이번에는 굵게 쪼갰다. 칫솔 자루로 만들기 위해서다. 일단 세개 잘라보고, 어떤 식으로 털을 고정할지를 생각한다. 제일 빠른건 구멍을 뚫어서 거기에 묶은 털을 끼워넣는 방법이지만.
아까전의 핸드 드릴을 써서, 칫솔 자루에 몇갠가 작은 구멍을 뚫어본다. 이걸로 멧돼지 털을 묶어서 넣는 느낌인다.
왠지 구두솔같아서 입에 넣을 느낌은 별로 들지 않지만, 뭐 일단 시작품이니까.
 
아무튼 멧돼지 털을 뽑아서 수를 모을 필요가 있군.
시험삼아서 잘라온 모피에서 털을 몇가닥 뽑아보려고 했지만, 생각외로 딱딱했다. 틀렸다, 이거. 간단하게는 빠질것 같지 않아.
멧돼지 모피는 무슨 처리를 하지 않으면 털은 간단하게 뽑을 수 없을것 같다. 바로 떠오르는 방법으로는, 일단 삶아보는 수 밖에 없나 생각하지만.
다시 부엌으로 가서 냄비를 빌린다. 물을 넣고 화로에 대고 이번에는 장작을 팍팍 넣는다.
끓기 시작했을때, 미우라와 잘라온 모피를 집어넣는다. 잠시 부글부글 삶고 있을때, 미우라와 유이, 루미가 다가왔다.
 
유이"젓가락이랑 조리용 젓가락, 둘 다 완성했어."
하치만"어, 수고했어."
유미코"히키오, 모피를 삶는거야?"
하치만"털을 뽑으려고 했더니, 그대로라면 딱딱해서 안 빠졌거든."
루미"그러니까 삶는거야?"
하치만"삶으면 풀어지잖아? 고기는."
루미"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하치만"뭐, 밑져야 본전이야.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그대로 20분 정도 삶은 후에 물로 식히고 거실로 갖고가서 털을 뽑아보니, 실로 쉽게 털이 뽑혔다.
 
유이"굉장해. 엄청 기분 좋아. 팍팍 빠져. 이거."
 
하치만"유이랑 미우라, 팍팍 털을 뽑아서 한 곳에 모아줘. 루미와 나는 같이 털길이를 균일화하는 작업을 부탁해."
유이"네-에."
유미코"알았어."
루미"응."
 
그 후에 여러모로 분투해봤지만, 결과, 신발을 닦을것 같은 느낌의 칫솔이 세개 완성됐다.
 
유이"힛키, 좀 더 안 만들어?"
하치만"일단 시험작이니까. 느낌이 나쁘면 만들어도 의미가 없잖아? 우선 이 세개를 써보고나서 결정해야지."
유미코"왠지 모르게, 외형이 더러워서 그런지 입에 넣고 싶지 않은 느낌."
루미"그러네요…. 왠지 칫솔보다는, 구두닦이라는 느낌."
하치만"그렇지. 뭐, 나도 그런 감상이야. 하지만 열탕 처리하고 있으니 딱히 더러운건 아니야. 뭐, 나중에 써보기로 하자."
 
문득 쳐다보니 사키가 부엌으로 돌아오고 유키노시타네 셋이서 식사 준비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쪽도 앵알앵알거리면서 로프가 어느 정도 완성한 모양이었다.
밖을 쳐다보니 비가 가늘어졌다. 이대로라면 1시간 정도면 멎을지도 모른다.
 
남은건, 오늘 최대의 현안을 유키노가 잘 해줄지, 로군….
 
 
 
 
 
 
 
 
 
11일째 오전 끝
 
 
이후는 후기가 됩니다.
읽지 않아도 얘기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p3pk입니다.
역시 10일정도라는건 무리였습니다. 1월 중에는 이틀 정도 전에 썼지만, 그것도 무리였습니다. 아니, 정말로 미안해.
 
현실이 바쁜것도 있지만, 이야기 구성 그 자체가, 이번에는 꽤 난산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게, 전반의 유미코의 독백 부분이에요.
 
처음에 쓰고 싶은대로 썼더니, 상당히 괴로운 내용이라고 할까, 버전의 푸념이랑 거의 차이없는 내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봉사부의 방식에 관한 부분은,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쓰면 완성되는건 미묘하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이야기를 구성할때, 자주 참고하는 사이트로
http://www.aerogrammestudio.com/2013/03/07/pixars-22-rules-of-storytelling/
라는게 있습니다.
위쪽은 영어 사이트가 기본이지만, 이 사이트의 내용을 일본어로 해석해주는 사이트로
http://gigazine.net/news/20130320-pixar-22-rules-of-storytelling/
이런게 있습니다.
 
이건 픽서가 이야기를 만들때 22 규칙이라는 모양이에요.
이 22법칙을 대조해보고, 내가 쓴건 어떤가? 를 짜는 도중에도 완성한 후에도 늘 체크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2번째에 있는 "작자로서가 아닌, 독자로서 뭐를 보고 싶은지를 항상 염두해서 써야할것. 두 가지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라는데, 서두의 독백 내용이 걸려버려서 결국 4번 정도 다시 쓰게 됐습니다.
 
까놓고 말해, 지금 버전조차도 완성은 미묘하다고 생각해서, 5번째 리테이크를 해아할까 고민하고 있지만, 뭐 더 이상 만지작거려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이걸로 일단 FIX하기로 했습니다.
그 밖에도 1화 중간에 흥분도나 억양을 붙이는 주의인데요, 이번에는 그걸 제대로 담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좀 주구장창한 문장인가, 생각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것 이상으로 만져도 아마 크게 변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도무지 신경쓰이는 경우에는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할까, SS라서 딱히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 쓰면 되잖아,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요.
 
조금 전에 조사해봤더니 라노벨 단행본 환산으로 5 ~ 6권 정도의 문자수가 되는것 같아요. 정말, 주구장창 길어서 죄송합니다. 조금도 이야기가 진행하질 않고요.
 
많은 분이 팔로우 해주셔서, 후속을 기다려주시는건 상당한 압력이지만 정말로 격려가 됩니다. 감상 등, 코멘트나 메일로 보내주시면 기쁩니다. 바빠서 반응이 나빴던게 많은건 정말로 죄송합니다.
 
발렌타인까지 어떻게든 차회를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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