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각오의 내용.
 
 
 
34/42days - 946day
 
 
 
전날 이야기를 들은 이래로 나는 그 찻집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때때로 오는 유이가하마의 권유 메일에도 못 간다는 취지를 전하고 있다.
아마, 유이가하마도 찻집에는 가지 않는다.
 
찻집은 이미 폐점해버린걸까.
점장님의 사모님의 용태가 악화한 이상, 찻집을 계속할 의미가 없어져버렸다고 했다.
 
사모님이 사랑한 찻집.
 
아마, 오랜 시간을 둘이서 보낸걸테지.
 
그렇기에 혼자가 되면 계속하는게 괴로운걸지도 모른다.
 
 
그 무렵에 품고 있던 따뜻한 환상이 눈 앞에서 미소지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사라져버린다.
 
나는 자택의 거실에서 어머니에게 건내받은 유학처 자료에 눈을 두면서 각오를 굳혔다.
 
유학을 하는 각오가 아니다.
 
그에게 유학을 한다는걸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굳혔다.
 
 
"유키노-? 요즘 귀가가 늦었는데, 최근들어 바로 돌아오네-. 혹시, 남친한테 차여버린걸까나-"
 
 
언니가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차여…….
이 내가?
바보 같아.
…….
 
 
"……, 그래. 그 말대로일지도 몰라"
 
"에!? 진심!?"
 
"엄밀하게는 고백조차 못했지만. 하지만, 이미 각오는 했으니까……"
 
"……헤에, 각오라…. 아하하-. 각오가 된 얼굴이 아니야-. 언니는 유키노가 슬퍼하는 표정을 지으면 슬퍼지는데-?"
 
"언니하고는 관계없어"
 
"……그런가, 유키노는 언니를 의지하지 않나. ……의지할 수 있는건 히키가야 뿐이지"
 
"……. 언니, 이 일에 그는 말려들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적어도, 그는 지금……"
 
 
찻집 얘기를 하려고 해도, 언니하고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나는 유학에 관한 자료를 들고 방을 나가려고 하니, 언니에게 어깨를 붙들린다.
 
 
"……뭐야?"
 
"……, 이 메일을 봐. 그는 네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의지할 보람이 있는것 같아"
 
"……읏!?"
 
 
『할 얘기가 있습니다.
 
 히키가야』
 
 
………
……

.
 
 
장소는 어떤 공원의 벤치.
언니가 그곳에 그를 부른 것이다.
 
이미 언니는 벤치에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약속 시간을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는 겨우 나타났다.
 
 
"정말-! 누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건방져!!"
 
"죄송합니다"
 
"뭐, 이건 나중에 추궁하기로 하고……. 그런것보다 오랜만이네-! 키 크지 않았어?"
 
"안 컸어요. 그보다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오-! 이거 차가운 말이네!"
 
 
얼간이처럼 장난치는 언니에 비해 그의 눈은 농담을 할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가방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고, 그는 언니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이건 뭐야?"
 
"이 음식점의 명의권리를 사줬으면 싶습니다"
 
"……. 헤에, 그건 또…. 하지만 히키가야.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값이 아닌데?"
 
"물론 전액 반드시 갚을게요. 그저, 그 권리가 지금 필요합니다"
 
"필사적이네……. 너는 언제나 필사적이야. 분명 누군가를 위해…. 뭐, 너를 위해서라면 사줘도 되지만 말야, 그 대신에 이유를 가르쳐줘"
 
"……신세를 진 곳을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그리고?"
 
 
석양에 가까운 공원에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낙엽이 일제히 날아갔을때, 그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린다.
 
 
"그 녀석들과 좀 더, 좀 더
 그 곳에서 같이 있고 싶어요"
 
 
덤불에 숨어있던 나의 뺨에 한 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지금까지, 그는 본심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소망을 감추고 있었으니까.
 
 
그에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유학을 간다고.
 
 
그것도 10년 동안이다.
 
 
유럽에 있는 거점에서 일하기 위해서.
 
 
잠기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나의 생떼.
그에게는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학 갔다 올게'
 
그 한마디를.
그에게 전하지 않으면…….
 
 
바람이 멎는다.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조용히 다리를 움직인다.
지금부터 각오를 그에게 전하기 위해.
 
 
"히키가야…….
 나를,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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