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mory for 42days - 온기를 등에서.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에서 나는 카운터에 앉아 문고본을 읽고 있다.
선배도 시장볼게 있다고 밖에 나가버려, 가게에는 나 혼자 뿐이다.
밖은 비.
이런 찻집에, 빗속을 굳이 걸어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덧붙여, 이 문고본은 어제 손님이 두고간 물건.
책갈피는 문고 중반에 끼워져 있었다.
소유주가 나타나면 돌려주려고, 일단 시간죽이기로 페이지를 넘겨본다.
별 생각없이 본 페이지의 문장.
『오랜만에 만난 네 앞에서, 나는 웃는 법을 잊어버린것 같아. 그 무렵처럼,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것도 할 수 없어. ……할 수 있을텐데 할 수 없어. 그건 분명, 너에게 캥기는 일이 있으니까』
『캥기는 일? 나는 너의 정면밖에 보지 않아. 캥기는 뒷모습은 아무래도 좋아. 조금 수줍게 웃는 너는, 지금도 옛날도 변함없어. 뒤에 캥기는 모습이 있다면, 나는 네 앞에서 계속 있어줄게』
조용한 가게 안에,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몰두해버리는건, 주인공의 심정이 나와 닮기 때문일까.
정신을 차리니 시계 분침은 천장에서 다시 천장으로 한 바퀴돌았던 모양이라, 점심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녀왔어. 제대로 일하고 있엇어?"
"에!? 아, 네! 어서오세요, 선배!"
"헤에, 너도 소설 같은거 읽는군. 의외야"
"므. 저도 소설 정도는 읽어요. 봐요, 저는 뒷내용을 계속 읽을테니까, 선배는 점심 준비를 해주세요"
"……"
나는 카운터 자리에 다시 앉고, 선배의 요리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앞치말르 벗은 찻집 제복은, 마치 학교 교복처럼 간단한 모습이라, 무심코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의 선배를 겹치고 만다.
내 정면에 선 선배는 평소처럼 커피와 토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왠지 모르게, 뒤로 돌아서지 않도록.
"선배, 제 뒤에 서지 말아주세요"
"고르고냐"
"보여지고 싶지 않아요"
"……캥기는 뒷모습을 말야?"
"아하하, 선배도 이거 읽었어요?"
"읽었다고 할까, ……뭐 그래"
"그렇네요. 저, 선배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캥기는 뒷모습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제대로 앞에 서주세요"
선배는 조금 웃으면서 살짝 어깨를 으쓱인다.
"너의 캥기는 뒷모습은 보고 싶지도 않아. 뭐, 본다한들 아무 생각도 안 하지만"
"뭐에요, 그거-!"
"캥기는 뒷모습은 요괴한테 먹어달라고 하지 그래?"
"증말-! 진지한 분위기가 다 엉망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분명 선배는 나의 캥기는 뒷모습도 받아들여준다.
받아들여주는건 물론, 카운터를 걸어올게 틀림없다.
그렇게, 자신을 상처입히면서 주위 사람을 구해온 그가, 조금 어른이 된 그가, 맛있어보이는 토스트를 2인분 가져와준다.
알맞게 벌어진 어깨폭과 근육이 붙은 등.
나는 무심코 그의 등을 안았다.
등 너머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선배의 온기도, 지금은 나만의 것이다.
이렇게 있으면, 선배에게 캥기는 뒷모습을 보일리도 없을 것이다.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기에 있어준다.
"……커피 흘리잖아"
"에헤헤. 그럼 가만히 안겨있어주세요"
6/42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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