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시미즈 시즈오의 재난 ===
 
결국, 이와시미즈의 권유로 유키노시타도 합류한 넷이서 회식을 마친 후, 호텔 밖으로 나오니 이미 석양이 지는 시각이었다.
 
속을 털어놓고 얘기해보니 이와시미즈…씨는 자산가의 도련님이라고는 도저히 생각 못할 인품과 싹싹하여, 나는 조금이지만 후회와 죄악감을 느꼈다.
 
이와시미즈"히키가야, 앞으로 수라장일거야~"툭툭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른다. 짜, 짜증나. 전언철회. 이 녀석한테 느끼는 죄악감은 없다!
 
"아, 오빠야?!"
 
낯익은 목소리에 무심코 돌아보니, 길 너머에서 손을 흔들면서 코마치가 달려온다.
 
 
 
 
하치만"코마치?! 왜 여기 있는거야?"
 
코마치"걱정되서 마중 나왔는데? 아, 하루노 언니, 유키노 언니, 얏하로에요. 오빠가 늘 신세지고 있어요"빈틈없게 인사를 한다.
 
어느샌가 유이가하마의 인사가 침투한 모양이다. 일본어 흐트러지는데, 괜찮은거냐? 아니, 애시당초 일본어도 아니고.
 
유키노"어, 어머, 코마치. 안녕"///
 
어째선지 유키노시타가 허둥대고 있다.
 
하루노"코마치, 얏하로-. 으응, 여전히 귀엽구나. 갖고 가고 싶을 정도루. 얘, 코마치도 내 동생이 되지 않을래?"
 
코마치"그렇네요-. 물론 기꺼이 동생이 되어드릴게요? 손이 많이 가는 오빠지만 잘 부탁드려요"
 
하루노"…라는데. 유키노?"
 
유키노"으, 응!"///
 
하치만"아-…, 안 됐지만 우리 코마치는 포인트 서비스는 있어도 테이크 아웃은 하지 않으니…"
 
뭘 불안한 뒷거래를 하는거야.
 
그보다 코마치…유키노시타…응…?
 
내가 코마치와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교대로 쳐다보고 있으니, 유키노시타가 그만 시선을 피했다…아니, 설마 이 녀석들…?
 
 
 
 
코마치"어라? 오늘은 중2씨도 같이 있었어요? …풋, 뭐에요 그 차림. 전혀 안 어울리는데요?"
 
어이쿠야, 코마치 녀석, 이와시미즈 씨랑 자이모쿠자를 착각하고 있다. 뭐, 누가 봐도 쏙 닮았으니까. 어쩔 수 없나.
 
하치만"아- 이 녀석은…아니, 이 사람은…"나는 코마치를 앞두고 경직한 이와시미즈를 가리키고 소개를 한다.
 
이와시미즈"히, 히키가야! 이, 이 아가씨는 대, 대체?"
 
하치만"아-…, 동생인 코마치입니다…아니, 설마, 어이?"
 
도련님은 나를 무시하고 코마치에게 달려가선 망설임없이 그 손을 잡았다.
 
이와시미즈"코마치 씨, 저랑 겨, 결혼해주세요!"
 
하루노&유키노&하치만&코마치"하아?!"
 
 
 
 
………이, 이 녀석이라는 자식은. 절족 동물급으로 절조가 없잖아.
 
코마치"헤? 뭐야뭐야뭐야뭐야뭐야? 중2씨, 왜 그래요?"코마치가 벙쪄서 이와시미즈랑 내 얼굴을 교대로 본다.
 
하치만"야이, 짜샤. 너 이자식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야?!"
 
뻐억
 
이와시미즈"호게락"
 
내가 등을 있는 힘껏 뻥 차자 도련님은 기세 넘쳐서 데굴데굴 구르고 세 바퀴 반 구르고 벽에 부딪치고서야 겨우 멈췄다.
 
하치만"알겠냐, 잘 들어! 코마치는 내거다! 절대로 누구한테도 안 줘!"나는 세간 체면같은걸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큰소리로 포효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큰 소리로 사랑을 외친다. 동생을 향해서.
 
유키노"…여전히 일관된 시스콘이구나"유키노시타가 한숨을 쉰다.
 
하루노"어머머, 라이벌은 의외인 곳에 있었구나"하루노 씨는 재미있어 하는 모양이다.
 
코마치"아와와, 오빠도 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똑부러지게…그치만 그거 코마치 입장으로 멋지다고 할까, 아, 지금 코마치 입장으로 포인트 높을지도"///우물쭈물
 
코마치는 코마치대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좋아하고 있다.
 
유키노"…역시 남매구나. 이상한데서 많이 닮았어. 아니, 오히려 이상한 곳이 많이 닮았어, 라고 해야할까"유키노시타가 기막힌다는 듯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와시미즈"혀, 형님, 그런 쌀쌀맞은 소리 말고…"
 
하치만"시끄러워! 누가 네 형님이냐? 기분 나쁜 소리하지 마! 처남이니 매형도 각하다 알겠냐?!"
 
자이모쿠자의 사례도 있어서 선수를 쳐둔다.그리고 브라더도 금지다. 흑인처럼 될것 같으니까.
 
이와시미즈"코, 코마치 씨. 저와 결혼하면 평생 돈에 시달리지 않는다구요?!"내 발언을 듣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어프로치한다.
 
코마치"아-, 저기, 그게-…죄송해요. 그거 코마치 입장이라고 하기보다, 생리적으로 무리라고 할까나아…친구도 좀 사양하고 싶어서…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후덥지근하고…"
 
이와시미즈"크허헝"
 
아,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내 동생이지만 사정봐주지 않는 녀석이다….
 
귀찮아서 지면에서 움찔거리며 단말마와 경련을 일으키는 이와시미즈를 그대로 방치한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끝일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오옷?! 거기에 있는건 혹시 하치만이 아닌가?! 이거 우연이로군!"
 
 
 
 
 
…그-러-니-까-, 오늘은 진짜 무슨 날이야?!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쪽을 꺼림찍하게 돌아보니, 석양을 등지고 쓰레기통 위에서 팔짱을 낀채 폼잡고 앉아있는 뚱○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그보다 너, 언제부터 거기올라서 준비하고 있던거야?
 
역광이라서 얼굴은 잘 보이지않지만 그 목소리와 실루엣 만으로 유감스럽지만 짐작이 가고 만다…실로 유감스럽다는 말이 지금 이때야말로 딱 어울린다. 너무나도 유감스러워서 도리어 아쉬울따름이다.
 
하루노"어머어머"
 
유키노"아무래도 네 진짜 친구가 나타난것 같구나?"
 
하치만"…친구 아니라고"그보다, 이 녀석이랑 친구를 할 바에야 나는 망설임없이 평생 외톨이 길을 택하겠다.
 
코마치"주, 중2 씨가…두, 두 사람?!"코마치가 경악하여 눈을 크게 뜬다.
 
"멀지 않은 자는 소리를 듣고, 가까운 자는 눈으로 보라. 자아자아 본관이야 말로 그 이름도 드높은 검호장군, 자이모쿠자 요시테루이다! 모두들, 머리가 높다! 고개를 숙이라!"
 
하치만"………짜, 짜증나"초라는 단어를 붙이는걸로는 부족할 짜증남. 짜증이 부풀어오른다. 그러는김에 짜증나고. 야채잴임 증가. 리필 자유. 필요없어.
 
유키노"과연 네 친구로구나"유키노시타가 역시 짜증난다는듯 한숨을 섞으며 중얼거린다.
 
하치만"그러니까 친구 아니라고 했잖아"계속 친구친구 들으니 정말로 친구같은 느낌이 드니까 신기하다. 하지만 그거 아니거든.
 
이거 참, 하지만 여기 와서 진. 자이모쿠자 요시테루까지 등장해버렸다. 오늘은 정말로 대체 뭐야? 승천일이야? 액일이야? 천중살이야?
 
 
 
 
자이모쿠자"아무래도 이러한 곳에서 조우하게 될 줄이야. 역시 그대와 본관은 하늘이 정한 숙명의 우적(라이벌).
       수많은 전장을 빠져나와, 수많은 화살 아래 검극을 나눈 영광과 전생의 기억은…"
 
으스댄 얼굴로 중2테이스트 만개한 연극을 시작한 길고 긴 구설을 하던 와중에, 더 짜증나게도 내 발밑에서 죽어있던 이와시미즈까지 도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하치만"…어이, 어쩌냐, 이거"
 
유키노"몰라. 네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하렴"
 
하루노"그럼 히키가야, 뒷일 잘 부탁해-"
 
유키노시타 자매가 왠일로 어깨 나란히 걸어간다. 그런 점은 호흡이 딱 맞는구만. 그보다, 너희들 나중에 기억해둬라.
 
 
 
 
하는 수 없구만, 일단은 말이지…
 
하치만"코마치, 우리도 집에 가자"
 
코마치"응"
 
자이모쿠자"무슨, 하, 하치만, 자, 잠깐 기다리는거다"
 
흠칫거리면서 어슬렁어슬렁 쓰레기통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무서우면 처음부터 높은곳에 올라가지마.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구만. 자존심도 높고 머리도 높다.
 
코마치"중2씨, 진짜 꼴깝…"
 
하치만"그게 저 녀석의 기본이지만 말이다"바야흐로 자이모쿠자 퀄리티.
 
자이모쿠자"므하하하하하, 기다렸구나, 하치만"
 
그러니까 새삼 포즈를 잡아도 늦거든. 애시당초 전혀 폼이 안 되거든 그거.
 
하치만"칫, 아무도 안 기다렸다고. 코마치, 쳐다보지마"
 
자이모쿠자"자, 잠까안, 하치만. 부탁이니까아~"
 
하치만"시끄러워! 알았으니까 내 다리에 달라붙지마! 짜증나!"
 

 
자이모쿠자"타바핫"
 
내가 자이모쿠자를 발로 차니, 마침 눈을 뜬 이와시미즈의 앞에 쓰러졌다.
 
 
 
 
자이모쿠자"보흥?"
 
이와시미즈"하봉?"
 
우와, 둘 나란히 보니 진짜 판박이구만…. 접근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폭발하는거 아냐? 아니 오히려, 폭발해라. 세상의 평화를 위해.
 
그대로 서로를 쳐다보길 몇 초. 서서히,
 
자이모쿠자"음?!"삭(왼손을 든다)
 
이와시미즈"음?!"삭(오른손을 든다)
 
자이모쿠자"으음?!"삭(오른손을 든다)
 
이와시미즈"으음?!"삭(왼손을 든다)
 
자이모쿠자"으으음?!"사삭(양손을 흔든다)
 
이와시미즈"으으음?!"사삭(양손을 흔든다)
 
코마치"아,왠지 둘이서 튜튜 트레인을 시작하는데?"
 
하치만"코마치, 그거 보면 안 돼"
 
이 산업페기물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수습하지? 유료라도 좋으니까 누가 주워가지 않겠나? 보건소라던가.
 
 
 
 
 
"…호오, 여기에 있었나, 자이모쿠자"
 
 
 
 
자이모쿠자"호헤?"
 
아름다울터인 석양이 갑자기 피색으로 물들어보였다. 말 그대로 블러디 썬셋. 봉마가 시간의 이름에 어울리는 경색이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긴 흑발을 바람에 나부낀 백의차림. 입에 문 시거에선 담배연기가 떠다니며, 그눈에는 틀림없는 살의가 깃들어있다.
 
(주)걸으면서 담배피는건 노상흡연 방지에 관한 조례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표정은 확실히 이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전신에서 배어나오는 살기가 너무 강해서, 이와시미즈 마저 목소리 주인을 돌아본채로, 그저 공포에 떨었다.
 
자이모쿠자"시, 시즈카 마님?!"중얼
 
 
 
 
뭐야 너, 뒤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을 그런식으로 불렀던거냐? 어느쪽이냐고 하면 토모에 고젠이라는 느낌이잖아. 확실히 여장부의 이름이 어울린다.
 
히라츠카"사방팔방으로 십육방으로 너를 찾아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히라츠카 선생님이 낭랑하게 말한다.
 
히라츠카"아무도 네가 있는 곳은 물론, 연락처마저 몰랐단 말이지…"
 
코마치"…과연 중2씨. 오빠랑 맞먹는 외톨이구나…"중얼
 
자이모쿠자"어버버버?"
 
자이모쿠자가 황급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전원을 켰다.일순 몸을 젖혔다고 생각하니, 그 얼굴이 점점 시퍼래져간다. 리트머스 종이같구만, 진짜.
 
필시 착신이력이 노호처럼 화면을 매꾸어가고, 메일이 탁류처럼 단번에 눈사태처럼 밀려들어오는게 틀림없다.
 
자이모쿠자"무, 무거워, 너무 무거워…"자이모쿠자가 손에 든 스마트폰의 무게(주로 정신적인)에 견디지 못한듯 풀썩 무릎을 찧는다.
 
그 마음은 나도 아플만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전에 한번 경험한 적이 있지만, 그거 일종의 정신적인 악성 스트립트니까.
 
 
 
 
히라츠카"유일한 연락망이었던 히키가야도 전원을 꺼놓은 꼴이라니…"째릿 나를 노려본다.
 
하치만"아니, 그랬던가?"
 
코마치"식사 모임이니까, 코마치가 배려해서 전원을 꺼뒀는데?"소근소근
 
과연, 그랬나. 내 스마트폰, 좀처럼 착신이 없으니까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하치만"하지만, 왜 이 녀석이 여기에 있는걸 알아낸겁니까?"
 
히라츠카"네가 있는 곳을 파악해두면, 고구마 줄기마냥 따라올거라 생각했지"
 
나는 고구마파냐? 어느쪽이냐고 하면 나, 나 여동생파? 확실히 시스콘이지만.
 
코마치"네네에-. 오빠가 있는 곳은 코마치가 통보했답니다"
 
하치만"…아니, 역시 코마치냐! 아마 유키노시타도 네가 한거지?"
 
코마치"에헤헤~. 들・켰・어? 테헤페로"
 
칫, 너무나도 바보같이 귀여워서 화낼 마음도 들지 않아.
 
 
 
 
하치만"그러고보니 자이모쿠자. 너 왜 여기에 있는거야?"이걸 묻는것도 오늘 몇번째지.
 
자이모쿠자"아니 뭘 묻는건가. 이건 요컨대 하치만이 있는 곳에 본관도 있다는 증거말고 무엇이겠나"
 
하치만"그걸로 설명했다는 생각이냐? 그보다 시선 피하지마!"
 
자이모쿠자"…아니 실은…오던 도중에 코마치 님의 모습을 보고 그늘에서 호위를…"
 
코마치"히익?!"코마치가 식겁하고 있다.
 
하치만"…아니, 그거 스토커잖아!?"틀림없이 민폐조례로 저촉될 수준이다. 그보다 이 녀석의 경우, 존재부터 이미 위반이지만.
 
 
 
 
히라츠카"…그런데 자이모쿠자. 네 녀석은 얼마전에 진로희망 조사에 또 헛소리를 써놓은 모양이구나?"
 
하치만"뭐야 너, 또 무슨 짓 저지른거냐? 뭐, 대충은 예상이 가지만. 풋-"
 
코마치"오빠도 제 1지망에 '전업주부'라고 써놓고 취소먹었다고 안했어?"
 
하치만"뭐, 그런 적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알고 있냐? 인간의 눈이라는건 앞을 보기 위해 얼굴의 정면에 붙어있는거라고? 그러니까 과거를 돌아보면 안 돼. 특히 나의 과거는 직시할 수 없는 트라우마 뿐이니까.
 
 
 
 
하치만"그래서 자이모쿠자. 제 1지망에 뭐라고 썼어? 말해보지?"
 
자이모쿠자"흠, 거기는 당연히 '인기절정 라노벨작가'다"
 
하치만"…제 2지망은?"
 
자이모쿠자"'프로○트 X에 나올 게임 크리에이터'"
 
하치만"그래서, 덧붙여 제 3지망은?"냅다 던지기 식으로 묻는다.
 
자이모쿠자"'성우 씨랑 결혼하고 싶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거. 진로 희망이아니라 단순한 망상이잖아. 게다가 초등학생 수준.
 
 
 
 
히라츠카"네 녀석네 담임이 진로지도에 진로지도가 학생주임한테 울며 매달려서 말이다. 학년주임이 교감한테 상담하고, 돌고돌아서 교감이 어째선지 나한테 직접 어떻게든 해라고 떠넘겼다…아니 분부하셨다는거다"
 
와오, 이른바 빙글빙글 돌리기라는거구만, 쩔어. 과연 천하의 공무원. 일해라.
 
히라츠카"덕분에 나는 휴일 출근이다…아무래도 진로희망 조사결과를 현교위에 보고하는 기간은 내일 아침 부근인 모양이니까"
 
…교육위원회는 기업이 아니지만 블랙이었군요. 그것도 상당히 진한 블랙.
 
히라츠카"에에에에잇, 생각만해도 짜증난다! 이 빌어먹게 바쁠때! …그런고로, 자이모쿠자. 일단 네놈은 한대 맞아라!"
 
자이모쿠자"헤히익?!"자이모쿠자가 마치 유죄판결을 받은듯한 얼굴로 굳어있다. 아니, 아니지. 자이모쿠자, 실질적으로 사형판결이니까, 그거.
 
 
 
 
히라츠카"…라는건 뭐, 농담이다"히쭉
 
자이모쿠자"그, 그렇지요-. 실은 저도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치만"어이, 자이모쿠자. 공포에 질린 나머지 어투가 원래대로 돌아갔는데?"
 
히라츠카"…물론, 한대로 끝날리가 없지 않겠느냐?"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자이모쿠자"후베랏"
 
우와-…백번 죽어도 여세가 남을듯한 기세구만.
 
자이모쿠자의 몸이 띠용띠용 우무처럼 물결친다. 떨고있는걸지도 모른다.
 
자이모쿠자"하, 하치만, 작별이다-"자이모쿠자가 몸을 날린다.
 
너, 반권위사향의 전국무장이냐? 혹시 하극상 당한거냐?
 
 
 
 
히라츠카"놓칠까보냐!"히라츠카 선생님이 잽싸게 손에 든 휴대폰을 내던진다.
 
부웅 퍽 퍽
 
자이모쿠자"부베랏"
 
이와시미즈"호게렉"
 
아주 훌륭하게도 자이모쿠자의 후두부를 직격하고, 기세가 너무 남은 나머지 튀어올라 이와시미즈의 얼굴도 분쇄한다. 오늘은 재난의 연속이구만, 도련님. 여러모로.
 
히라츠카"훗"차악
 
다시 떠오른 휴대폰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한손으로 캐치한다. 대체 당신은 어디 학원도시의 레벨5야.
 
 
 
 
 
히라츠카"…응? 자이모쿠자가 둘? 같은 얼굴이 둘…이라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지면에 뻗은 두 남자의 얼굴을 수상쩍게 비교했지만, 이윽고,
 
히라츠카"…흠, 뭐 이참에 아무래도 좋나"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보통 좋을리 없잖습니까, 그거.
 
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신경쓰지 않고 가까이 있던 목덜미를 움켜쥐고……………………저기, 그거 이와시미즈인데요?
 
이와시미즈"헤? 에? 아? 자, 잠깐?"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 도련님이 끌려가면서 당혹스런 목소리를 낸다.
 
히라츠카"문답무용!"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대로 이와시미즈의 멱살을 잡은채로 질질끌고, 이윽고 석양지는 저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도나도나도~나~도~나~♪
 
코마치"괜찮은…걸까…?"
 
하치만"괜찮을리 없잖아…"
 
그러고보니 분명 중앙 아시아 키르기스라는 나라에는 눈독 들인 상대를 납치와 같은 짓을 해서 강제로 결혼시키는 '유괴혼' 풍습이 있는 모양인데….
 
어쩌면 히라츠카 선생님, 염원하던 사모님이 될 수 있을지도? 굿 잡! 히라츠카 선생님. 그리고 안습!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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