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네 파편 - 다시 만나다.
다시 만나다.
인간이란 잊는 생물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잊을 수가 있다. 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의사로 잊을 수 있는건 아니다. 잊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잘 기억한다, 라는건 곧잘 있는 일이며, 그 반골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비뚤어진 정도에는 역시 나도 웃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건 분명 두번 다신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도록, 인간의 방위본능이 움직여서 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흑역사는 사라져주지 않는거겠지이.
아무튼, 그것이 방위본능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으면 안 될것일까. 아니, 따라야하는거겠지.
그러니까 내가 남과 깊게 관계를 갖지 않는건 틀리지 않았다.
*
"다음은――. ――."
전차 방송이 귀에 들어와 의식이 각성한다. 거기에 따라 가방을 왼손에 들고 내릴 준비를 한다. 전차가 멎으니 인파가 파도처럼 움직인다. 그 파도에 편승하듯이 움직여 개찰구를 나온다.
역에서 학교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이며 도보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범위이다. 버스라는 수단도 있지만 혼자 자취하는 빈곤 학생으로서는 쓸데없는 지출은 가능한 자제하고 싶은 것이다.
평소처럼 혼자서 대학까지 가는 길을 걷는다.
참고로 어제는 대학교 입학식이었다. 라고해도 나는 신입생이 아니므로 특별히 관계는 없지만. 나에게 있어선 어제도 오늘도 별다를 일 없는 평범한 날이다. 그리고 내일도 그 다음날도 평범한 날이겠지. 오히려 평범한 날 말고는 없구만 이거. 우선 평범하지 않은 날은 존재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정신을 차려보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대학생이라고 하면 어른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나에게 말하게 하지만 그런건 아니다. 실제로 엄청 웨이웨이 거리고 있다…. 신종 동물이야?
강의도 끝나 잽싸게 집에 돌아가서 애니메이션이라도 보려고 걸어가니, 입구 부근에 있는 4인조가 눈에 들아와버렸다.
그 4인조, , 라기보다 3인조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사이 좋아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쁜 분위기마저 있었다.
나하고는 관계없다. 나하고는 관계없다. 그렇게 마음으로 새기며 특기인 스텔스 힛키를 발동, 옆을 지나가려고 했다.
"……어라? 혹시 선배 아니에요?"
그 목소리에 낯이 있는것 같았다. 무의식중에 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봤다.
거기에는 밤색 세미롱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서 있었다.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었다.
――――――잇시키 이로하.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유일한 후배. 고등학교 시절, 이래저래 그런대로 믿고지낸 인간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등학교 시절 얘기. 지금은 아무 관계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성가신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극히 차가운 음색으로 말했다.
"사람 잘못 본거 아닙니까?"
그것만 말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른손에 위화감을 느껴 돌아보니 거기에는 약삭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아당기고 있는 잇시키가 있었다.
*
"선배는 뭐 마실래요-?"
"커피"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정신을 차리니 잇시키와 찻집에 들어가있었다.
에- 왜 나 이런곳에 있는거지-. 이상한데-. 돌아가서 아이마스 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그후에 전혀 잇시키가 손을 놓을 기색이 없는데다 뿌리치려고 해도 좀처럼 뿌리칠 수 없었으므로 포기하고 3인조를 설득했다. 대체 어디에 저런 힘이 숨겨져 있는거람.
그리고 잇시키가 사례하고 싶다고 시끄러워서(반쯤 협박) 커피 한 잔으로 타협했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잇시키에게 시선을 주니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사례하고 싶다고 말한주제에 상식적이지 않구만 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리도 없어서 그저 묵묵히 컵을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 지나니 휴대폰을 집어넣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네요, 선배. 그보다 아까전엔 심하지 않아요?"
"하? 아까전은 무슨 소리야?"
"시치미떼지 말아주세요! 이렇게나 귀여운 후배를 내버리고 도망치려고 했잖아요. 믿을 수 없어요"
"딱히 도망치려고 한게 아니야. 단순히 네가 지인이라고 생각 안했던것 뿐이다"
"그건 그거대로 심한데요…"
자은 사람과 단 둘이서 대화한건 얼마만일까. 그보다 대화자체가 오랜만이군. 대화를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실은 굉장한거 아니야? 굉장하지 않네요, 네.
정신을 차리니 컵의 내용물이 비어있었다.
사례라는 명목으로 온 이상, 사례품을 받았으니 이 이상 여기에 있을 도리도 없겠지.
"그럼 나 슬슬 갈게. 뭐, 커피 고맙다"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일어서려고 하자 잇시키도 거기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갈까요"
왜 같이 돌아가는 흐름이 된거야?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여기는 똑바로 부정의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나 들를곳이 있거든"
"그런가요. 그럼 여기서. …아! 선배, 일단 연락쳐 가르쳐주실래요? 또 같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거기다 같은 대학이니까 알아두면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구요"
"자"
싫다는 분위기를 전면에 내면서 잇시키에게 내 휴대폰을 건냈다.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지만 같은 대학이군. 앞으로 가능한 만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두자.
"네. 오케이에요! 그럼 또 봐요"
나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그렇게 말을 남기고서 파닥파닥 발소리를 내며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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